NSI 정책연구보고서 2005-08 21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과 대책 반재벌정서와 재벌개혁의 과제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앨라바마 주립대학교 교수, 한국선물학회 회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으 로 활동하면서,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발 간 사 일자리 문제는 한국경제에 대한 21세기 최고의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환위기 이후 하락하던 실업률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가 이처럼 심 각해진 것은 대내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경제성장의 메커니즘이 변하고 있는 데 우리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의 악화로 인해 분배와 빈곤이 급속히 악화되었습니다. 이제 일자리 문제는 국정 최대, 최고의 현안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에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21세기 최대의 현안인 일 자리 문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중앙일보사의 후원 하에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21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 과 대책 이라는 주제로 총 13개 분야에 걸쳐 각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 를 진행하고, 그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 다. 동 연구와 정책토론회를 통해 각 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이 일자리 문제의 현황과 원인, 일자리 문제를 야기한 대내외 경제상황, 일자리 문제 혁신과제, 재벌, 노사관계, 사회보장제도 등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모든 주제에 대해 종 합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우리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일자리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이러한 정책 연구와 토론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사회 요로와 공유하고 향후 올바른 정책수립에 기여하고자, 동 연구사업 수행을 통 해 생산된 연구자료를 모아 정책연구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들 보고서가 향후의 정책 개혁에 유용하게 활용되기 바라마지 않 습니다. 끝으로 21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과 대책 주제의 정책연구에 참여하고 기여해 주신 모는 연구자 여러분, 그리고 동 연구 사업을 후원하고 토론회를 보도해 주신 중앙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5년 3월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양수길
2005년 NSI 정책연구보고서 21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과 대책 시리즈 호수 제목 저자 2005-01 22010년으로부터의 경종: 실업자 160만의 악몽 2005-02 일자리 문제의 실태와 원인 2005-03 중국경제의 도전, 한국의 과제 2005-04 좋은 일자리를 위한 혁신과제: 서비스산업의 개방 2005-05 중소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그 방향 2005-06 우리나라 투자환경: 해외투자와 외국인투자의 동향과 시사점 2005-07 투자의욕 침체의 원인과 대책 2005-08 반재벌정서와 재벌개혁의 과제 2005-09 유럽경제의 경직성: 그 배경과 두 갈래의 대응 2005-10 포퓰리즘의 유산과 뒤늦은 개혁의 고통: 중남미의 경험 김기승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정책분석팀장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 소장 남영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종일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동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조영곤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황신준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옥우석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전임강사 허찬영 한남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5-11 파업의존적 노사관계, 개혁의 필요성과 노조의 새로운 역할 조준모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5-12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개선 방안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5-13 부동산시장: 문제의식과 정책방향 전환의 필요성 손재영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1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과 대책 반재벌정서와 재벌개혁의 과제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목 차 I. 서론: 반기업정서 의 실체 9 II. 시장경제원리 대( 對 ) 천민자본주의 11 1. 시장경제원리와 도덕적 감성론 11 2.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 제도 15 3. 출자총액제한제도 18 4. 재벌의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제도 24 III. 반재벌정서 의 근원: 재벌의 경영행태 31 1. 재벌구조의 특성: 기형적 소유, 기형적 지배구조 31 2. 불법정치자금 제공과 정경유착 35 3. 불법적, 탈법적 상속과 증여 42 4. 재벌계열 대기업들의 하도급 비리 49 5. 재벌계열 카드사들의 무책임한 공격경영 51 IV. 결론: 재벌개혁을 위한 과제 59 [참고문헌] 64
I. 서론: 반기업정서 의 실체 참여정부 출범이후 보수 일간지와 경제신문들이 반기업정서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전경련은 반기업정서 가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직접투자(FDI)와 같은 중요한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들 주장에 의하면 반기업정서 는 기업인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서 결국은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만드는 망국적인 요인이라는 것이 다. 사실여하를 떠나서 만일 우리 국민들 사이에 반기업정서 가 팽배하 다면 이는 실로 매우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본고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 반기업정서 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그 원인과 대책을 논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미 본고의 제목에서 의미하고 있듯이, 필자는 우리 국민들에게 일부 언론이나 전경련이 주장 하는 반기업정서 가 존재한다기보다는 부패와 비리에 연루된 재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반재벌정서 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2003년 12월), 전경련(2003년 12월)이나 일부 조사기 관에서 발표한 반기업정서 가 심각하게 존재한다고 결론지은 조사들은 예외 없이 일반적인 기업이라는 개념과 한국적 특수성이 내재된 재벌과 구별하지 않고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조사결과는 일반적 으로 의미하는 기업에 대한 정서보다는 한국적 재벌의 비정상적 경영형태 라는 선입견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응답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의 국민의식조사 자료를 보면, 일반국민들의 절 대다수(81.5%)가 기업에 대하여 호감을 갖는 이유로 기업이 성장과 고용 9
창출을 통한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들고 있고, 반면에 국민들이 기업 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유로는 절대다수(77.5%)가 정경유착, 부당거래와 분식회계 등의 위법 경영을 들고 있다. 따라서 전경련 조사결 과에 의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이 기업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 는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기업인들 특히 기업총수들의 반시장적 이고 반기업적 인 불법행위나 황제경영 등의 부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의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바르고 건강한 인식에도 불구하 고 재계가 소위 반기업정서 를 부르짖으며, 일부 관료나 친재벌적 학자 들과 더불어 반기업정서 와 반시장주의 가 팽배하여 우리 경제를 망치 는 주범인 듯 몰아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위 반기업정서 와 더불어 반시장주의 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것처 럼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본고에서 찾고 자 하는 것이 바로 국민정서를 반기업정서 와 반시장주의 로 매도하며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재계와 일부 관료 및 재변( 財 邊 ) 학자들의 논리적 비약을 간파하여 이른바 성숙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 경제의 정착을 통한 우리 경제의 효율적 발전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다. 이들 학자들이 주장하는 소위 시장주의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제 창했던 시장주의와 같은 것인지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 만을 추구하면 된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적 시장주의인가를 분석하는 것 이 우선이므로 제 II 절에서는 시장경제원리와 천민자본주의의 차이점에 대해서 분석하기로 한다. 10
II. 시장경제원리 대( 對 ) 천민자본주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 이래로 경제학 이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장경제원 리와 최근 국내 일부학자들이 반기업정서 의 문제점으로 주장하는 반시 장주의 라고 할 때의 시장주의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분석하기 위 해서 먼저 우리는 다음과 같이 시장경제원리를 최초에 주창한 아담 스미 스의 사상적 철학과 배경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시장경제원리와 도덕적 감성론 소위 반기업정서 를 주장하는 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반시장적 이라거나 반시장주의 인데, 그들이 주로 예로 들고 있는 반시장적 정 책에는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 내지는 더 나아가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제도 등이 있다. 본고에서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시장적 정책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뿌리인 아담 스미스 가 제시한 시장경제원리 시각에서 조망해 볼 때에도 반시장적 인 것인지 에 대해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명저 국부론 (Wealth of Nations) 을 저술하기 17 년 전에 그의 최초 저서인 도덕적 감성론(Theory of Moral Sentiment s) (1759)을 저술한다. 따라서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감성론의 밑바닥에 흐르는 그의 사상을 먼저 알아 야 한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라는 틀 속에서 이해 하여야 하는데, 당시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와 연방으로 통합되어 있었고, 이것은 스코틀랜드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한 사회의 도덕적 및 정치적 조건은 경제적 조건과 직결되어 있다는 각성으로 이끌 11
게 된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 가운데 스미스가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은 흄 (David Hume)인데, 흄은 바람직한 경제발전을 위해서 경제발전의 결과로 서 사회의 가치체계와 정치제도의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러한 흄의 통찰력은 스미스에게 끊임없는 지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새로운 사회철학의 형성에서 흄과 스미스의 관계는 갈릴레오와 뉴튼의 관 계와 비슷했다. 스미스의 사상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사회는 그가 역 사발전의 최고 단계로 이해한 상업사회인데, 스미스는 이 상업사회의 건 전한 발전을 위해 공감(sympathy, 오늘날의 정서와 유사한 개념)의 중요 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스미스는 도덕적 감성론 에서 인간이 지니는 도 덕적 감성과 가치의 형성의 토대를 탐색하여 공감(sympathy) 개념을 강조 하였는데, 공감은 개인들이 서로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수단이며 그 위에 서 도덕적 판단을 확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업사회에서 사람 들이 특별히 존중할 만한 가치는 정의와 분별력(prudence)이라고 규정하 고 있다. 사람들은 명성을 얻기 위해 분별력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와 권력 과 두각을 나타내는데 바쳐질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스미스는 상업 사회의 도덕에 대한 루소의 비판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미스 는 상업적 가치를 옹호하는 바, 첫째 부와 권력의 추구가 사회 내에 불평 등을 야기하는 반면에 그러한 불평등은 안정화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 이다. 둘째 부의 불평등한 소유가 가난한 사람들을 기본적 욕구충족의 결 핍에 허덕이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셋째 비록 점진적이긴 하지 만 전체적인 부가 증가하면 정의와 분별력만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 비심과 같은 총체적인 도덕적 가치의 추구 능력도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12
다. 끝으로 스미스는 권력자를 숭상하고 빈자와 비천한자를 경멸하는 성 향은 인간들의 도덕감의 타락을 가져오는 가장 큰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스미스는 일부 소수의 도덕적 엘리트 는 그런 천민적 타락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전제 위에서 국부론이 태어나게 되고 이 국부론 은 경제학에 대한 최초의 포 괄적인 논의서이며 간단명료한 자연적 자유의 체계로서 시장의 법칙 (laws of market) 을 천명하게 된다. 그렇다고 스미스가 자유시장 경제를 그 자체로서 찬미했던 것은 아니다. 스미스가 주장하는 시장의 목적은 풍요의 진보에 있다. 스미스는 경제성 장은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러나 그 같은 불평등이 모든 사람을 위한 더 큰 부의 증대와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모두 를 위한 부를 가져다주는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노동분업과 시장구조에 의해 빈민도 보편적 풍요(universal opulence)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 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스미스가 시장경제를 정당 화한 것은 일부만이 아니라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즉, 스미스는 천민적 타락을 배척하는 도덕적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하면 서 건전한 시장경제를 통해 다 같이 더 잘살 수 있는 상업사회 를 꿈꾸 고 있었다. 결국 스미스는 상업의 도덕적 결과에 관계없이 사회의 행복은 무엇보다도 그 사회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 향상되느냐 여부에 의해 결 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다소 장황할 정도로 아담 스미스를 사유한 이유는 경제학설사의 위치에서 볼 때에 가장 자유방임주의적 시장경제(Laissez-faire market economy)를 주장한 학자가 스미스이기 때문에 스미스의 방임적 자유시장 경제 원리의 핵심이 오늘날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고찰하기 위함이 13
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미스는 일부 소수 도덕적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들로 인해 상업사회와 범부들의 약점인 강자에게 기생하고 약자를 천대하는 천민적 행태가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의 목표는 다같이 더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그 사회의 척도는 노동자들의 삶의 조 건이 향상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윤리학자 출신으로서의 아담 스미스는 이미 암묵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에게 위 해를 가하는 마구잡이식 천민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배격하고 있다. 필자 는 아담 스미스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제반 문제들을 보면서 무 어라고 평을 할지가 자못 궁금해진다. 지금 우리는 혹시 시장주의자들이 반시장주의자로 매도되고 似 而 非 시장 주의자들이 市 場 主 義 者 인 척하는 해괴 망칙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 닌지 자문해야 한다. 특히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아담 스미스가 강 조했던 일부 소수 도덕적 엘리트는 누구이며 그의 역할은 누가해야 하는 것일까? 일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제부총리마저 공정한 시장경제원리를 주장하는 학자들이나 시민단체를 향해 반시장적이라고 매 도하는 나라에서 과연 도덕적 엘리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매우 난 감하다. 비록 아마추어적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정책이 갈지자 횡보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유롭고 공정 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 이라는 참여정부의 슬로건은 아직도 유효하다.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국민소득 1만 달러 에서는 유효성이 떨어지는 비경제부문의 개혁 이슈에 정권의 명운을 거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좌파적 을 넘어 좌파 정책이라고까지 매도하거나 폄훼하는 14
이념 공세자들의 견해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주로 예로 들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 정책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벌들의 금융 계열사 의결권제한제도 등도 사실상 엄밀히 따지고 보면 오히려 지극히 시장경제원리에 整 合 된 정책인 것이다. 다음에는 국내 일부학자들이 반시장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위에서 언급 된 제도들에 대하여 경제이론적으로 볼 때 시장적인지 아니면 반시장적인 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 제도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제도가 무엇인가? 민간의 토지를 공공목적으로 수 용하여 조성된 공공택지를 비정상적 추첨방식에 의해 거의 불하받다시피 하여 엄청난 폭리를 남기고 서민들은 쳐다볼 수도 없는 분양가를 책정하 는 건설업체의 비리를 밝혀내고 아파트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자 위주의 분양정책을 바로 잡아 수요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정경유착의 주범인 건설사 비리를 척결하고자하는 분양가 원가 공개제도가 어째서 반 시장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는지 오히려 의문이 간다. 백보를 양보하여 민 간건설사들의 회계장부를 보자고 하는 것이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반시 장적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기 땅을 갖고 집을 지 으려 할 때, 소위 건축업자에게 견적서를 요청하듯이 짓지도 않은 아파트 에 대해 원가가 얼마나 산정되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인정하고 우 선 첫 번째 단계로서 공영건설사들인 주택공사나 개발공사들이 짓는 아파 트에 대해서 원가공개를 요청한 것이 어째서 반시장적이라는 말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전 세계 유래가 없이 짓지도 않은 15
아파트에 대해서 미리 돈을 다 내면서도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제 도인 선분양제도를 정부에 의해 채택된 나라에서 소비자가 아파트 품질에 대해 검증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분양가 원가 공개 말고 어떤 방법 이 있는지 답을 듣고 싶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서 심각한 정보비대칭적인 여건이 형성되는 경우에 정부가 건설업체들의 편의와 특혜를 주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선분양제도야 말로 반시장적인 제도가 아니고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이지 정부에 의해 소비자가 봉이 되는 선분양제도를 채 택하고 있는 현실을 후분양제도로 하루속히 개혁해야할 경제부총리가 오 히려 소비자들 스스로 권익찾기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아파트 분 양가 원가공개 제도 청원운동을 반시장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아담 스미스 가 이 땅에 환생해서 본다면 무엇이라 할는지 궁금해진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스미스는 자유시장경제가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수 도덕적 엘리트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 히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제도 청원운동은 아파트건설 산업에서 반부패 적 운동과 반투기적 운동의 2가지 특성을 모두 공유하고 있는 공정한 시 장경제질서 확립운동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3-4년 동안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였다(표 1 참조). <표 1> 주택가격지수 동향 구 분 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전 국 93.8 94.2 103.5 120.5 서 울 94.8 97.7 110.3 135.1 전국 아파트 101.7 103.1 118.1 145.0 서울 아파트 105.3 109.7 130.9 171.2 자료: 국민은행. 16
지난 10년 동안 주택의 자가보급율은 거의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60% 미만에서 계속 답보하고 있다(표2 참조). <표 2> 한국과 일본의 주택보급률 및 자가보급률 비교 구 분 일 본 한 국 한 국 1만 불 달성 연도 1981년 1995년 2002년 주택 보급률 108.0% 86.0% 100.6% 자가 보급률 62.4% 53.3% 54.2%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재인용. 이제 새로이 직업시장에 진입한 젊은 세대들은 평생을 쓰지 않고 벌어도 교육환경 좋고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지역에서 자기 집을 소유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현재 이념이나 세대나 빈부나 지역으로 사 분오열되어 갈등이 매우 큰데, 이들 갈등의 공통분모의 중심에 바로 주택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 반드시 부동산 투기문 제는 바로 잡아야 된다. 또 지난 불법대선자금 문제에서 보았듯이 부패의 사슬고리에는 거의 예외 없이 건설사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건설산업 만큼 거래단위가 크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쉬운 업종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 말은 건설사들 이야말로 실제 지급원가와 장부원가가 차이가 나고 또 국세청 신고원가가 또 한 번 차이가 난다. 혹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건설사들의 비리와 부 패문제는 사법당국이 해야 할 일이지 소비자가 나설 일은 아니지 않느냐 고 말이다. 일견 이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현재와 같이 회계불투명 성이 존재하는 여건에서 사법당국의 역할은 사후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사전적 예방기능은 약하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정치 및 선거자금의 불법 탈법적 관행방지와 관련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효 17
율성이 떨어져서 종국에는 모든 자금의 입출금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신용 카드 사용의 의무화 등의 제도적 투명성 강화를 채택하고 실시한 지난 번 4.15 총선의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제도개혁을 통한 투명성 강화가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다. 따라서 이런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는 효율적인 반부패운동임과 동시에 분양가를 낮추어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고통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반투기운동인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자들은 분양가 원가공개의 배경에 대한 진지한 검토없이 무조건적으로 재계 및 일부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추어서 반시장적이라는 국민폄하적인 발언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분양가 원가공개제도는 오히려 공정하고 투명한 시 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자 요구인 것이다. 3. 출자총액제한제도 다음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반시장적 제도라는 허구적 논리를 적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재계와 전경련이 폐지를 주장해 온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진정 으로 반시장적인 제도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의 기초인 경제 원론 교과서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의 핵심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사유재산권(property rights)보장으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대해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 는 자유로운 거래나 교역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격결정 메커니즘(freely determined price)이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얼핏 들으면 재벌회사들 의 사유재산권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법을 통해 막는 것이므로 반 시장경 제원리적인 제도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 18
은 주로 언론을 통해 다양한 제도를 이해하게 되는데 전경련이나 친재벌 적 학자들의 이념공세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 들여 보도하게 될 때 다 수의 국민들은 마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공정거래정책이 대단히 잘못된 반시장적인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많다. 본 절에서는 이념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출자총액제한제 도의 경제적 의미가 시장경제원리적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지 아니면 반 시장적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의미를 살펴 보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회 사가 순자산(자본총계에서 타 회사로부터의 출자액을 액면가로 뺀 금액)의 25%를 초과하여 타 국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렇듯 단순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재벌들의 계열사 출자를 제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가 공자산을 형성하고 지배력을 확장하는 재벌 구조'는 우리나라에만 독특하며, 시장의 감시기능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이로부터 발생하는 소유지배구조의 왜 곡, 경제력 집중, 동반부실화 위험, 시장의 독과점화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출 자총액제한 제도는 필수적인 시책이라고 주장한다. 즉, 비록 출자총액제한제 도가 재계나 전경련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선진국에 존재하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 리처럼 문어발식 복합구조를 갖고 가공자본에 의해 재벌총수들의 경영권을 과 도하게 보호하는 재벌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강력한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규제 를 가지고 있다. 즉, 재벌구조가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 기형적 구조이기 때 19
문에 국가적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인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일부학자들의 논리는 엄밀하게 분석할 때,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IMF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나 일부 재벌그룹 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공자본에 의해 재벌총수들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다가 그룹전체가 동반 부실해졌을 때, 소액주주들의 재산상의 권리(사 유재산권)는 감자로 인해 휴지조각화 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렇다면, 엄밀히 말해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최근에 일부 진보적 학자들 사이 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민족자본을 중심으로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만이 아니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것이라는 주장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재벌총수의 경영권 을 과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계열사들의 가공자본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것은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되어 종국에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사유 재산권(주주는 주식가치, 근로자는 임금가치, 채권자는 채권가치, 국민들은 공 적자금투입으로 인한 납세부담 등)이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훼손되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재벌들의 지배주주(총수 일가)의 소유 지배구조가 보다 더 투명하고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즉 재벌기업들의 계열회사끼리의 순환출자 와 재벌총수일가의 거미줄같이 얽힌 지분소유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이러한 소유, 지배구조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구조조정본부나 회장비 서실에 의해 운영되는 편법적 관행이 사라지게 되고, 지배주주일가가 소 유하는 불투명한 비상장계열사가 불법적인 주식거래를 통해 상장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정상적으로 개혁되는 시점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글 로벌 표준으로 전환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까지 공정거 20
래위원회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은 최소한의 정상화를 위한 요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1986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경제력 집중' 억제 를 위한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일부로 도입되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두 번의 개정(1990년 1월, 1994년 12월)은 물론, 폐지(1998년 2월)되었다가 재도입 (1999년 12월, 2001년 4월부터 시행)되고 또 다시 개정(2002년 1월)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왔다. 개정-폐지-재도입-개정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고, 아직도 그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 내에서도 재경부와 공정위가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갖고 각각 서 울대 기업경쟁력센터와 KDI에 의뢰하여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존치여하와 문 제점과 보완점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서울대 보고서와 KDI보고서는 공히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의 왜곡 이 심각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서울대 보고서는 지배주주 가 자신의 실질 소유권보다 의결권을 얼마나 더 행사하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서 의결권 승수 지표를 개발하였는바, 총수의 직접지분이 낮고 계 열사를 통한 출자비율이 높을수록 실질 소유권과 의결권 사이의 괴리를 측정하는 의결권승수가 높게 나타난다. 예상한대로 대부분의 재벌들이 1.5 를 넘어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가 심각함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KDI 연구보고서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를 분석 발표하였다. 한화의 경우 총수일가가 10.2%의 소유지분만으로 54.4% 의 의결권을 행사해 괴리도가 44.3%포인트에 달할 정도이며, 이 같은 괴 리도는 동양 39.4%, 두산 37%, 한솔 31.6%, 영풍 31.1%, 삼성 22.8%, LG 26.0%, 현대차 27.1%, SK 29.3% 등 4대 재벌을 비롯하여 많은 중견재벌의 21
괴리도가 매우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재벌 지배구조의 왜곡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재차 확인시켜 준 것이며, 재벌개혁의 당위 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하는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서울대 보고서는 시장규율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를 통해 구축된 기업집단체제는 소액주주의 간접화를 통한 소액주주권의 행사를 억제하고 적대적 M&A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시장 감시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감시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자산 2조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비상장회사들에 대해 상장회사에 준하는 공시 및 회계보고의 의무를 부과 하는 동시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을 의무화하고, 지주회사와 기업집단의 모 든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출자회사에 대한 대표소송을 인정하는 이중대표 소송까지 제안'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역시 '모든 상장-등록기업까지 확대 하고 그 대상행위도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부실감사에 국한할 것 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배임 및 배임교사행위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므로 출자총액 제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는 바로 그동안 경실 련과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내용과 동일하며, 따라서 재 경부가 제도개혁을 통해 하루 속히 시장규율이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 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재벌의 출자는 투자가 아닌, 지배목적이며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의 가공자본을 통한 재벌총수 일인지배체제구축 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주지하다시피, 출자총액제한제도는 1998년 2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22
등을 이유로 폐지되었으나, 이때 재벌은 구조조정, 신규사업 진출, 위험분 산 등을 통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생산적 투자에 나서지 않고, 실질적 인 자기자본 증가 없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수단으로 계열사 간 출자를 늘 리거나 일부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핵심역량위주의 구조조정 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출자액이 17조원에서 50조 원으로 증가하여 가공자본을 통한 기존의 재벌체제만을 공고히 했다는 비 판적 평가로 인해, 이 제도는 2001년 4월 재도입,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재도입 이후 재계와 전경련은 줄기차게 갖은 논리를 들이대며 본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다가 급기야는 2003년 참여정부 의 출범이후 기업들의 투자가 늘지 않고 감소추세를 보이자 이 기회를 이 용하여 전면전의 양상을 띠고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 하고 있고, 이에 야당인 한나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동조하는 형국이 되었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한 입장을 확 고하게 정리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두 목소리가 잠시 잠복하였지만 아 직도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더욱이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정무 위 상임위원회에서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반대하고 있 는 실정을 감안할 때, 올해 정기 국회의 결과가 어찌될 지는 쉽게 단정하 기 어렵다. 재계가 주장하는 출자총액제한 제도 때문에 투자가 부진하다고 하는 주장 도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자산 5조원 이상의 해당 대기업들(제조업 경우)은 2003년도에 전년 대비 26.7%의 설비투자 증가를 시현하고 있는 바 출자총액제한 제도 때문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억지 주 장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이 제도는 자 산 5조원 이상인 상위 14개 재벌에만 적용되어 하위 재벌이나 중소기업과 23
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만이 대상이기 때문에 자 기 사업을 위한 설비투자와도 관계가 없다.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의 경 우에도 관련업종과 신산업,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관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 등 순수한 투자는 모두 적 용대상이 아니어서 이 제도 때문에 투자 활성화가 안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때로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무리하게 대기업들의 투자와 연계 하려는 노력은 마치 투자와 출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 난을 받을 수도 있다. 4. 재벌의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제도 전경련이나 친재벌적 학자들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반시장적 정책의 예로 드는 것이 재벌들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일정한도 제한하는 금융계열 사 의결권제한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국가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양자 간 상호협력과 적절한 견제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와 기업 간 유기적 협력이 제대로 이루 어지지 않으면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아도 자금지원 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국가 경제가 제대로 성장해 갈 수 없다. 반면에, 금 융회사가 기업에 대한 심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등 견제기능을 상실할 경우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원의 낭비를 가져 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적절한 협력과 견제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거나 반대 로 금융이 산업을 지배할 경우 이러한 바람직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을 가 능성이 높아 선진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하게 24
분리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산업발전과정에서 금융의 도구적 성격이 강조되어 왔으며 그 결과 금융자본 축적의 미약으로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게 되어 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이 산업 을 지배한 예는 없어 언제나 산업의 금융지배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동 논쟁의 핵심은 결국 금융이 본연의 역할인 산업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 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경제 환경 등에 비추 어 산업의 금융지배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 범위 와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가 엄격히 제한된 반면, 산업자본의 비 은행금융회사 소유는 허용되어 왔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국 내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지분은 감소한 반면, 비은행금융회사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배적 위치는 유지되고 있다. 현재, 은행을 제외한 증권, 투신, 보험, 여신전문업 등 거의 모든 금융업종에서 재벌(대규모 기업집단, 대기업집단)이 지배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 유 지배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의 제고, 업무다각화에 따른 시너지 창출 등 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여러 폐단이 있을 수 있는데 특히 동반 부실화 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증대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산업자본의 지배하에 있던 금융회사들이 모기업의 부실화에 따라 동반 부실화되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2002년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소속 금융회사가 보유 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됨에 따라 경제력집중 심화의 우려 도 매우 커졌다. 당초 해당 계열사의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능력 강화 25
를 위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였으나 대기업집단이 계열 금융회사를 계열 확장 수단으로 이용하는 역기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일부 계 열사의 부실로 인한 전체계열사의 동반 부실화로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커 지는 폐단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참여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 를 채택하였고, 17대 총선에서 의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과정에서 재벌들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인정 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산업자본과 금융산업과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을 위 한 개혁에 착수하였으나, 경제 5단체를 중심으로 한 재벌들과 이들과 밀 착한 일부 학자들은 소위 반시장적 정책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앞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경우와 같이 재벌 계열 금융보험사들의 의결 권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외견상 법인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 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문제의 핵심을 근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제도 역 시 원소유주인 금융회사의 예탁자와 주주들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기 위 한 최소한의 장치임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금융자본이 고객의 이익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 적으로 고려함으로써 대주주와 고객 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 고, 둘째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의 이해에 따라 기업의 무리한 확장이나 위험한 투자 등에 과도하게 동원됨으로써 금융의 건전성 및 안정성을 저 해하고 국민경제 전체의 시스템위험으로 확대될 우려가 매우 크고, 셋째 는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소수의 산업자본에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됨으 로써 자원배분이 왜곡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소유제한 이 없는 보험 및 증권사 등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재벌소속회사들의 자 26
산이 각 부문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규모기업집단의 금융지배 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소유제한이 있고 정부 출자지분이 많은 은행을 제외한 증권, 투신, 보험, 카드, 여신전문 등 모든 권역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이 지배적 위치를 구축 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소유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기 업집단의 비은행 금융회사의 지배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추세에 있 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대기업집단계열 금융보험사의 자산비중은 생명 보험의 경우 98년 41.9% 2002년 53.9%, 손해보험의 경우 98년 45.2% 2002년 56.3%, 증권의 경우 98년 44.4% 2002년 51.8%로 변화하였 다. 2002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소유한도가 4%에서 10%로 확대됨에 따 라 조만간 은행부문도 산업자본이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 고 있는 바,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10%까지 소유를 허용하되 4% 초과 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였으나 여기에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견제와 균 형의 원리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예탁자의 권리와 지배주주의 권리가 상충되어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고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갓은 오히려 우리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지키는 필요불가결한 조치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금융산업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재벌들이 소속 금융 보험사의 고객자산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재벌들이 금융회사에 예 치된 고객자산을 자신의 경영권 확장 또는 방어에 이용할 경우 대규모기 업집단소속 금융사와 고객 사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야기되어 금융산업의 27
안전성과 건전성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대규모기업집단 은 주로 계열사를 통해 금융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금융 보험사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허용은 대규모기업집 단 총수의 영향력 확장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10대 대규모기업 집단 소속 금융사의 총수 개인(동일인 및 특수관계인)지분은 4%에 불과한 반면 계열사를 통한 지분은 2002년 4월말 현재 평균 45.7%에 달한다. 즉, 10대 대규모기업집단 총수들은 4%에 불과한 개인지분으로 38개 금융사가 보유한 132조원의 자산을 통제하고 있다. 직접금융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투자신탁운용사의 경우에도 대기업집단계 열이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산업자본의 영향력 도 절대적인 실정이다. 11개 대기업집단계열 투자신탁운용사의 총 설정잔 고는 2002년 10월말 현재 76.2조원, 시장점유율은 45.5%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산업자본의 지배력 화장에 사 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참여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및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에서 금융회사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행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제시하고 있고 2004년도 정기 국회에서 공정거래 법을 개정하여 현행 30%의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범위를 15%로 축소 하되, 2006년 4월 1일부터 매년 5%p씩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제도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최초 1986년 12 월 경제력집중억제 시책의 일환으로 금융보험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 도의 적용제외에 따른 탈법행위를 방지하고,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지배를 28
차단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는데 당시에는 금융보험회사 보유 계열 주식 모 두에 대하여 의결권 행사를 전면 금지하였다. 그러다가 역차별 논리를 인 정하여 1992년 12월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금지에 대한 예외조항을 도입하 는 개정을 하였는데, 이는 금융보험회사 본연의 목적달성을 용이하게 하 기 위하여 금융보험회사가 정상적인 고객자산 운용차원에서 취득 보유하 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허용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IMF 외 환위기 이후 전면적인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 국인의 적대적 M&A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2002년 1월 금융보험사 의결권 금지에 대한 예외조항을 추가하게 되었는데, 이는 임 원의 선임 해임, 정관변경, 합병 영업양도에 대한 결의 시 다른 특수관 계인과 합하여 30%까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금융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 식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어 본래 개정의 취지와 다르게 의결권이 적대 적 M&A 방어보다는 지배력의 유지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 는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02년 1월 1일부터 2003년 7월 31일까지 총 33개 금융보험회사가 주총에 서 행사한 688건의 의결권 중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례는 한건도 확 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동부그룹이나 롯데그룹의 경우와 같이 계열 금 융보험사를 이용한 대기업집단의 계열확장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 이 사실이다. 따라서 편법으로 고객들의 사유재산권을 훼손시키는 지배주주들의 투자행 태가 어떻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을 보전하는 것인가 에 대해 전경련과 친재벌적 학자들은 답해야 한다. 필자는 부패와 비리에 29
연루된 재벌구조를 타파하고 그야말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어째서 반시장적으로 매도되는 것인지 일부 언 론들과 시장주의자 然 하는 사회지도층들의 논리적 배경에 결코 납득이 가 지 않는다. 30
III. 반재벌정서 의 근원: 재벌의 경영행태 1. 재벌구조의 특성: 기형적 소유, 기형적 지배구조 1)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전들에도 Chaebol이라는 단어가 수록될 정도로 우리나라 대규모기업집단의 구조적 특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재벌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지난 30여 년간 권위주의 정부의 보 호 하에 압축개발성장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기업집단의 형태로서 강력한 리더십과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감행해온 추진력 있는 창업자와 그 가 족들로 구성된 특수한 기업형태이다. 재벌들의 특징을 자본구조측면에서 보면 재벌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 하는 것이다. 과거 금융시장이 미발달했고 폐쇄적이었던 시절에는 이런 비정상적인 소 유구조는 기업확장과 투자에 좋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미 금융시장이 발전되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에 서로 수조원의 주 식을 순환출자하며 소유해주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주 원인 이 된다. 더욱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는 글로벌 경쟁시대 에 있어서 기업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대내외적인 시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왜곡된 소유구조로 인해 한국기업들은 이익대비 주가나 자 본대비 가치로 평가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 되는 부정적인 영 향을 주는 것이다. 국제적인 금융그룹인 CLSA, 세계에서 가장 큰 회계법 인인 PWC,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 지, 국가경쟁력 연구기관인 1) 본 절은 김선웅(2004)과 장하성(2004)을 주로 참조하였음. 31
IMD, 그리고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져 있는 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행한 국가별 평가보고서를 보면 공통된 내용이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수준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심지어 중국보다도 못 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적인 시장의 부정적 평가가 있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국민들 정서에서 재벌총수들의 전횡적 기업지배형태가 부정적 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 절에서는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대규모기업집단의 기형적 소 유 및 지배구조의 특성과 문제점들을 적시함으로써 다음 절에서 전개되는 반재벌정서 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재벌들의 부정적 경영형태와의 연계 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가. 재벌 소유구조의 특성 우리 재벌들의 소유구조 첫 번째 특성은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와 피라 미드식의 다단계 출자이다. 재벌회사들의 순환출자구조를 그림으로 도식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재벌들이 전자기회로판보다 더 복잡한 소유구 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배주주 일가는 주요 계열사에 대해 평균 약 4% 내 외의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들과의 순환출자에 의해 평균 약 49%에 가까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번째 특성은 비상장회사를 통해 핵심 상장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 다는 것이다. 재벌회사들은 비공개회사를 통해서 거대 계열사들을 지배하 고 있는 바, 문제는 소유구조의 정점이 되고 있는 비상장회사들은 투명성 이 보장되지 않고 다른 주주들이나 시장으로부터 경영권의 감시를 받지 않고 있으며 책임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32
세 번째 특성은 금융계열사들을 통해서 산업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경우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을 통해 주요계열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바, 삼성생명은 생보사로서 자산을 보험계 약자들을 위한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제고에 최우선 경영목표를 두 어야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배주주인 총수일가의 그룹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열회사들의 지분을 취득 및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계약 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즉, 삼성그룹의 자금 젖줄로 서의 삼성생명의 역할로 인해 삼성생명의 과거 계약자는 물론 현재계약자 들의 상대적 피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의 상장이슈가 불거질 때 상장차익에 대한 배분에 있어서는 삼성그룹의 지배주주들은 전혀 계약 자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 매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 다. 나. 한국 재벌소유구조의 문제점 이미 앞에서 특성을 언급할 때 예견되었던 것처럼 우리 재벌들의 소유구 조 형성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바, 첫째 계열사의 희생을 통한 지배력 강화이고, 둘째 자의적이고 기형적인 소유구조의 구축이며, 셋째 지배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인 지분거래가 자행되고 있 으며, 넷째 지배권 승계를 위한 기형적이고 편법적인 주식관련 사채의 발행 등이 있다. 우선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의 희생 중에는 계열사의 자금이 희생되 고 있는데,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비관련회사의 지분을 매입함 으로써 지배주주의 위험은 없애고 계열사들의 출자위험은 증대하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들의 부가 이전되고, 무수 익자산의 취득에 계열사들의 자금이 악용되는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33
나, 삼성카드가 부실화되었을 때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의 희생 이 바로 그 예이다. 둘째, 재벌계열사들은 소유구조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의적 으로 변동될 수 있는데, 기존지분을 계열사들 간에 거래를 함으로써 소유 구조가 변동되는 과정에서 재벌계열사들은 조건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지분거래를 함으로써 결국 지배주주에게 이익을 주거나 손해를 줄여주는 행위를 자의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을 삼성물산으로부터 헐값으로 산 행위, SK글로벌의 불투명한 자금거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지배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인 지분거래는 주로 재벌총수의 자금지 출 없이 계열회사들과 유리한 거래를 통해 지분을 확대하는 행위들이다. e 삼성관련 인터넷기업들의 주식인수, SK그룹에서 최태원 회장을 위한 비상 장주식과 상장주식과의 적정한 가격산정 없는 거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지배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이고 기형적인 금융상품의 발행이 사실 상 상속 증여세의 회피목적의 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반재벌정서의 중핵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전환사채발행시의 기형적 가격 산정이나 인수, 신주인수권사채 등의 기형적 발행, 그리고 두산, 현대산업 개발 등의 기형적 신주인수권부 사채발행(Refixing option)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였다. 외환위 기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존재하지만 어떠한 분석에 의해서도 재 벌들의 경영행태가 위기의 원인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위기 이후 재벌 들의 경영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한 가지 34
변하지 않는 것은 소유 및 지배에 관한 재벌들의 집착이다. 여전히 재벌 들은 지배력확장과 유지를 위해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소유 및 지배 구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도록 만들고 싶어한다. 특히 최근에는 재벌들은 외국자본과의 역차별을 주장하면서 소유규제제도 로 인해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서 나라의 경제주권이 외국인들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전경련, 재변학자들, 보수언론들을 동원하거나 심지 어는 일부 진보학자들까지도 지원군으로 확보하고 있는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지속적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반 대를 주장하고 있고 급기야는 급성경제위기론을 확산시켜 공정거래위원회 를 무기력하게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대부분의 정서에는 재벌들 의 소유 및 지배구조상의 기형적인 특징으로 인한 반재벌정서 가 쉽게 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문제의 해결책이 더욱 재벌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된 환경에서 재벌들 스스로가 글로벌 표준 하에 투명성과 책 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소유 및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독립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시장의 힘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만 이 가장 부작용 없는 경영권방어 대책이자 반재벌정서 를 치유하는 길이 다. 2. 불법정치자금 제공과 정경유착 2) 2002년 대선과 관련하여 기업들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2) 본 절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불법대선자금에 관한 특집기사를 대 부분 참조하여 재정리하였음. 35
조사를 받았을 때 우리 국민들은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매번 선거 를 앞두고 기업들과 정치인들 사이에는 대가성 정경유착이든 보험용 불법 정치헌금이든 간에 연례행사와도 같은 일을 번번이 봐왔기 때문이다. 특 히 대기업집단으로 구성된 재벌들의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의 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 면, 우리 국민들은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로서 정경유착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다. 비록 야당과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는 출발 직후부 터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통령의 최측근 이라는 살아있는 권력들의 팔을 자르면서까지 불법정치자금과의 끝없는 전쟁을 선포하였다. 따라서 지난 4 15총선은 비록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정치적 이슈가 주된 관심사였던 총선이었지만 역사상 가장 불법선거자금 의 살포가 적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이번을 계기로 재 계와 정치권과의 불법정치자금 고리가 끊어진다면 정경유착이라는 반재벌 정서는 앞으로 상당부분 없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 9월 5일에 현명관 부회장과 200여개 회원사 임직원이 참석 한 가운데 윤리 정도경영 확산을 위한 기업 내 부패방지 특별 간담회 를 갖고 자정선언을 했다. 전경련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8개항으로 된 '기업 내 부패방지를 위한 우리의 다짐'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는데, 그 중에 핵심은 '기업의 탈정치화'를 선언한 다음의 제3항이다. "기업의 재산이나 조직 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법에 규정된 금 액을 초과하는 부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이행 함으로써, 정경유착 뇌물제공의 원천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진력한다"는 것 이다. 나머지 7개 항목은 모두 기업 내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실천이 가 36
능한 것이다. 이에 비해 제3항에서 적시한 정경유착과 뇌물제공의 원천, 그리고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은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되는 현행 정치구조와 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기업환경에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업이 '검은 돈'을 요 구하는 정치권의 압력을 떨쳐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김영삼 정부 당시 정부여당이 국세청과 국가안전기획 부 같은 국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치자금을 불법 모금하고 안기부 예산 을 선거자금으로 불법 전용한 소위 세풍( 稅 風 )이니 안풍( 安 風 )이니 하는 사건들이다. 물론 문민정부 이전의 노태우 전두환 정부는 선거 때에 더 많 은 정치자금을 거두어들였다. 이는 문민정부 들어서 불거진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검찰이 수 사를 통해서 확인한 두 전직 대통령이 거둔 비자금이 5000 7000억 원대 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군사정부에서는 더 많은 정치자금을 공공연히 거두 어들였다.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데 이른바 '국가기관 동원 시스템'이 가동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러나 이때는 정치권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거둔 측면과 함께 재벌기업 스스로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정치자금을 기꺼이 헌금한 측면도 강했다. 특히 전두환 정부에서는 굳이 정치자금을 걷지 않 아도 전경련 스스로 기업 규모에 따라 각자의 몫을 할당해 돈을 갖다 바 쳤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통치자금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으로부 터 거둔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자금이 처음으로 국민일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알다시피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부터였다. 지난 95년 10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37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5 18 특별법 제정을 거쳐 전두환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되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검 중 수부의 수사발표 기록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로 경호실장을 통 해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을 주선케 해 이들을 청와대에서 은밀히 단독으 로 만나 특정사안에 대하여 특혜를 부여하거나 해당기업의 현안문제에 관 심을 표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7000억 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 가운데 검찰이 뇌물죄의 성립을 밝혀낸 금액은 총 2159억5000만원이었다. 물론 이 7000억 원은 전 씨가 기업인들을 상대로 별도로 거둔 새마을성금 1495억 여 원, 일해재단 기금 598억 여 원, 새세대육성회 찬조금 223억 여 원, 심장재단 기금 199억 여 원 등 합계 2515억 여 원의 각종 성금 및 기 금은 제외한 것이다. 이 '반강제 성금'까지 합치면 거의 1조원에 가까운 거액이 된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권좌에 오른 노태우 대통령은 권력뿐만 아니라 정 치자금 수수방법까지 그대로 물려받아 답습했다. 노대통령 또한 경호실장 을 통해 면담을 주선케 하고 경호실 경리과장을 통해 입출금 업무를 전담 케 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했다. 검찰은 당시 전 경호실장과 전 경호실 경리과장의 진술을 토대로 4단계의 '수뢰등급표'를 만들었는데, 그 기준은 A는 300억 원 이상, B는 200억 원 이상, C는 150억 원 이상, D는 100억 원 정도였는데, 노 씨는 이 기업들로부터 5년 동안 5000억 원을 거 둬들였다. 이 등급표에 따르면 A등급은 삼성 현대 대우 LG 롯데 등 5개 그룹이고, B 등급은 쌍용 선경 한진 대림이고, C등급은 동부 진로 두산 동아 한화 풍산 삼부토건 태평양 한보 동양화학 한양 등 11개 그룹이고, D그룹은 기아 금 호 효성 고합 한일합섬 코오롱 해태 극동 미원 대농 효성 동국제강 대한전 38
선 삼양사 등 14개 그룹이었다. 기업인들은 왜 이렇게 많은 돈을 갖다 바쳤을까.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 건 수사 당시 검찰에 불려온 재벌 총수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5공 때의 국제그룹 해체 사건을 예로 들었다. 어떤 이는 청와대의 미움을 받 게 되면 기업경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세무조사를 받거나 금융지원이 끊어져 언제든지 공중 분해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경호실을 동원해 은밀 히 모금한 평시( 平 時 )와 달리 선거가 있는 '전시'( 戰 時 )에는 국세청과 안기 부, 재경부와 은행감독원 등 국가기관 동원 시스템이 풀가동되었다. 재벌 총수로서 역대 대통령선거를 3번 치른 J 회장은 "여당의 경우 최소 3000 억 원에서 1조원까지 대선자금을 마련했다"면서 "과거 비공식적 대선자금 모금액은 5대그룹 50억 원, 10대그룹 30억 원, 30대그룹 20억 원, 그 외에 는 적절 배분, 50대그룹 10억 원, 100대그룹 5억 원씩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별도로 국세청을 통해 5대그룹의 경우 20억 원, 10대그룹의 경우 10억 원, 30대 그룹의 경우 5억 원 이상, 50대 그룹 의 경우 2억 원 이상, 100대 기업의 경우 1억 원 이상씩 총 수백억 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치자금과 관련해서 가장 철저하게 잡아 뗀 사람은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지난 98년 4월 <주간동아>가 입수해 보도한 92년 11월 3일 작성된 '대통령선거자금 운용계획(안)'과 대선 뒤에 작성해 총재(당시 김영삼 당선자)에게 보고한 '제14대 대통령선거자금 결산보고' 문건에 따르면, YS가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자당에 내놓은 돈은 3080억 원으로써, 민자당이 실제 사용한 대선자금 3034억 4000만 원을 충당하고 39
도 남는 금액이었다. 이 같은 대선자금 규모는 당시 민자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284억8000만원 과 법정선거자금 한도 367억78만700원의 8~10배 이상에 해당한다. '자금결 산보고'에는 민자당의 대선자금 총수입 3176억900만원의 대부분(3080억 원)을 '총재님 특별지원금', 즉 당시 김영삼 후보가 낸 돈으로 충당했다고 되어있다. 반면에 국고보조금이 75억 원, 당시 김영구 사무총장이 가져온 돈이 10억 원이다. 당시만 해도 곳곳에 모금함을 설치해 놓고, 광고까지 해가며 온라인 송금도 받은 이른바 '필승 당비'는 1억5200만원에 불과했 다. '총재님 특별지원금'의 조성경위는 물론 이 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YS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이같이 막대한 자금을 냈을 리는 만무 하다. 다만 YS는 지난 92년 대통령 선거운동의 바쁜 와중에도 잠만은 꼭 서울에 올라와 잤다. 실제로 서울로 올라온 YS는 거의 매일 서울시내 롯 데호텔 객실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 방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어 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자금결산보고' 문건에 기록된 선거자금은 물 론 김영삼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공식조직인 민자당이 쓴 부분에 한정 된 것이다. 그밖에 나라사랑운동본부(나사본), 민주산악회(민산) 등 사조직 에서 쓴 자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금결산보고'의 기록상으로 집 행하고 남은 금액만도 141억690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YS가 걷어 사조직 에 내려 보낸 돈, 차남 김현철 씨가 별도로 수금한 돈까지 합치면 92년 YS 부자( 父 子 )가 모금한 대선자금은 5000억 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추산이다. 실제로 지난 97년 초 한보( 韓 寶 )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YS의 차남 현철 씨를 수사 중인 검찰은 그가 비밀리에 돈을 숨겨온 차명계좌와 122억 원 40
의 비자금을 발견했다. 아버지(YS)가 '개혁의 성과'로 자랑하던 금융실명제 를 아들은 무시한 채 92년 대선 잔금과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물증'이 발견되어 들통이 났어도 YS는 끝내 딱 잡아떼면서 '재임 중 기업으로부터 일전 한 푼도 안 받았다' 는 '동문서답'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YS는 집권 말기에 대선자금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아들까지 구속했기 때문인지, 97년 대선에서는 대통령은 뒤로 빠진 채 국가기관 동원시스템이 가동되어 권력기관 간부들이 직접 모금에 나서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예를 들어 김기섭 안기부 기조실장은 안기부 일반예산 등에서 1157억 원 을 전용해 이를 여당인 민자당과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 계좌로 입금시켰다. 또 97년 대선 당시 이른바 '세풍 3인방'인 서상목 의원 이석희 국세청 차장 이회성씨는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인 배재욱 사정비서관의 묵 인과 후원 아래 징세권을 무기로 기업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국 민의 혈세'를 빼돌렸다는 점에서 둘 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는 권력의 문민화와 기업의 권력화로 그만큼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어려워진 세태를 반영한 탓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97년 대선에서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야당이 선거에 의해 집권 에 성공함으로써 '국가기관 동원시스템'의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세청과 안기부 등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등지고 선거에 개입한 고위 공직자들이 조사를 받고 줄줄이 구속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권력기관이 주축이 된 '국가기관 동원 시스템'이 가동된 흔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 서 역대 정부의 정치자금 조성방식은 권력의 문민화와 기업의 비대화, 그 리고 정치의 민주화와 더불어 더디게나마 '진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역 41
대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춰봤다. 그것은 반드시 신임 대통령의 정치보복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 의도를 가진 정권 도 없지 않았지만, 어쩌면 정권 교체기 때마다 새로운 정권에 충성하려는 검찰의 '권력의지' 탓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역대 정부 때와 달리 재임 중인 현직 대통령의 치부를 검찰이 들춰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SK비자금 건으로 이미 '노무현 캠프의 권노갑'에 비유되는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구속되 고, 또 다른 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통치기반이 약한 노무현 정부의 등장을 계기로 정권과의 줄을 끊으 려는 검찰의 '독립의지' 탓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전 직 대통령의 '분신'과 현직 대통령의 '집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동시에 진 행되는 이 비상한 국면은 그 점을 뒷받침한다. 역대 정부의 정치자금 조 성방식은 권력의 문민화와 기업의 비대화, 그리고 정치의 민주화와 더불 어 더디게나마 '진화'해왔지만, 이미 우리 모두는 그런 식의 더딘 '진화'만 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정치자금의 개혁과 관련해서 대통령이나 검찰은 이미 민심이라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구조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개혁적 진화 가 진행되고 있는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의 관행이 척결되는 정도에 비 례해서 반재벌정서도 엷어질 가능성이 높다. 3. 불법적, 탈법적 상속과 증여 3) 우리나라 재벌들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반 재벌정서의 또 다 3) 본 절은 참여연대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스톱삼성 사이트의 삼성불법세습 10 문 10답을 재정리한 것임. 42
른 핵심사항은 2세들에게 불법적이고 탈법적으로 상속 및 증여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 및 증여를 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 탈법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 이기 때문에 이는 자신의 사유재산이 아닌 타인의 사유재산권을 아무런 동의 없이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2세들에게 물려주는 매우 위험한 행태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공통사항이기도 하다. 삼성의 경우에는 이재용 씨는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62.5% 지분, 삼성SDS의 32.8% 지분, 삼성전자의 0.9% 지분, e-삼성의 60% 지분 등을 소유한 한국 최고 자본가가 되었지만, 이재용 씨는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제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유학생 신분의 33세 청년 일 뿐 아니라 소위 e-삼성이라는 벤처기업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인해 실 패한 경영경험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실제로 이재용 씨가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서 받은 것은 현금 61 억 원이 전부로서 이중 16억 원을 증여세로 냈기 때문에 실제로는 45억 원이 전부였는데, 그런데 3년여가 지난 후 이재용 씨는 본인의 명의로 위 에서 본 주력계열사들의 지배지분을 소유한 대자본가로 변신한 상태이다. 구태여 돈으로 환산하자면 이재용 씨 명의의 보유지분은 아무리 작게 잡 아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씨는 보 유주식 덕분에 언제든지 삼성그룹의 제3대 오너 총수로 등극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씨의 등극에 반대하거나 사망 시 재 산을 상속하지 않아도 이러한 사정에는 변함이 없다. 이재용 씨가 종자돈 45억 원으로 시작해서 불과 3년 만에 최소한 200배로 재산을 키운 놀라운 비결은 무엇인가. 이재용 씨의 재산 부풀리기는 오 로지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삼 43
성SDS 등 6개 계열사로부터 주식(혹은 주식형 사채)을 형편없이 낮은 가 격으로 사들인 결과일 뿐이다. 1천 원짜리 주식을 10원에 사는 식으로 불 공정 특혜거래를 몇 차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렇듯 땅 짚고 헤엄치기 방식으로 부자가 안 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놀라운 일일 것이다. 다른 재벌들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현대그룹 의 왕자들도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은 적이 없지만 각자 본인의 명의로 1 조원에 가까운 재산을 갖고 있다. 엘지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마찬가지의 예다. 적어도 상속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아버지 재 산을 생전에 증여받은 것이 아닐까? 증여세 납세실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증여세 납세실적 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남는 가능성은 역시 하나, 계 열사와 각종 증여성 통모거래를 통해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요컨대 이재용 씨로 대표되는 재벌 2세나 3세는 아버지 재산을 사후 상속 받거나 생전 증여받아 재벌총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와 거래하는 형식을 빌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핵심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 으로 재벌총수가 되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하는 것 일 뿐만 아니라 불법적 증여 및 상속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행태에 대 한 국민적 정서가 매우 부정적인 것이다. 총수 일가에게 계열사 재산이나 주식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행위는 황제적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총수를 정점으로 해서 주요 계열사의 임원진과 비서 실이 총동원되고 변호사와 회계사마저 가세하여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 되는 무서운 조직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과 시민단 체의 정서이다. 이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볼 때 배임죄 및 배임교사, 방조 죄에 해당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재용이나 기타 재벌 2세, 3세의 재 44
산취득은 대부분의 경우 그룹 전체 차원의 조직적 배임범죄를 통해서 취 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조직적 배임범죄를 통한 계열사 재산 의 불법증여 혹은 강탈이라는 표현이 사안의 본질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변칙증여'니 '편법상속'이니 '사전상 속'이니 하는 용어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용어는 마치 이재용 씨 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았으되 변칙이나 편법을 동원하여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식의 인상을 풍기지만 사실은 이재용 씨가 삼성 그룹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지난 3년간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결코 줄지 않았다. 아들을 위한 이건희 회장의 희생은 국세청에 낸 16억 원의 증여 세가 전부였다. 삼성측은 이재용에게 전환사채(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제일기획)나 신주 인수권부사채(삼성SDS)를 발행한 이유가 자금조달의 편의에 있었다고 주 장한다. 자금조달의 필요가 긴박하거나 자금조달의 편의를 생각할 경우 특정인을 상대로 주식 대신 전환사채 기타 주식형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처럼 긴급 자금조달을 이유로 무려 62.5%의 주식지분, 곧 절대적 지배지분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특정인에 게 발행해줄 기업은 전혀 없다. 이런 거래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 하락은 물론 지배권의 실질적 변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 라면 기존 주주들, 특히 최대주주의 반발을 무마할 길이 없다. 따라서 자 금조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용 씨에게 에버랜드 경영권을 넘겨줄 목적으로,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그룹 경영권을 넘겨줄 원대한 계획의 일 환으로 에버랜드와 SDS 등이 주식형 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보아야 사리 에 맞다. 이런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 석음과 다를 바 없다. 45
삼성측은 이재용 씨에게 적용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가격이 공정한 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측의 공정성 주장은 상속증여세법 상의 비상장주식 평가액을 문제 주식의 발행가격으로 책정하였다는 데 근 거를 두고 있다. 재벌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바는 "비상장주식은 시 가가 없지 않느냐. 또 법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상속증여세법 외에는 비상 장주식 평가방식을 정하고 있는 법조항이 없지 않느냐. 그래서 상속증여 세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산정된 주식가격을 발행가격으로 정했다. 무 엇이 문제되느냐"라는 것이다. 에버랜드와 같은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 곧 주식가치는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적정한 가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한보철강과 같은 부도기업이나 대우자동차와 같은 워크아웃 기업도 얼마든지 실사와 협상을 통해 공정한 기업가치와 주식가치를 정해 사고팔고 있기 때문에, 재벌 소속 비상장계열사가 유상 증자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거나 긴급 자금조달을 위해 전환사채 등을 발 행할 경우 정상적으로는 계열증권사나 전문평가기관에 의뢰해서 적정가를 내부적으로 추출한 후 인수예정자와 협상을 통해 실거래가를 정하는 법이 다. 원칙적으로 기업가치나 주식가치는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 합적으로 따져 결정하는데 이때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는 정확한 정보 를 제공하지 못한다. 대차대조표상의 자산가액은 현재의 자산가치가 아닌 과거 매입 당시의 자산가격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며, 손익계산서의 수익 실적 역시 미래의 기대수익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증여세법은 조세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비상 장주식의 가치를 대차대조표상의 순자산가치나 손익계산서상의 순수익가 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물론 상속증여 세법의 규정은 증여나 상속의 대상이 된 비상장주식에 대해 국세청이 증 46
여세나 상속세를 물릴 목적으로 과세표준액을 확정하는 경우에만 적용된 다. 제 정신을 갖고 있는 이상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보유중인 비상장주 식을 이러한 방식에 따라 평가하여 팔지는 않는다. 만약 회사의 재무담당 이사가 이런 방식에 따라 신주발행가격을 책정하거나 비상장주식의 처분 가격을 책정할 경우 미친 사람 취급을 받거나 곧바로 옷을 벗어야 할 것 이다. 요컨대 국세청의 과세표준액으로 실거래가액을 삼는 기업이나 개인 은 결코 없을 것이다. 삼성도 마찬가지이다. 한 예로, 1998년 말 현재 삼성생명 주식의 과세표준 액은 주당 9천원이었다. 그래서 삼성에버랜드는 전현직 고위임원 명의의 삼성생명 지분 20.6%를 주당 9천원 가격에 일괄 사들였다. 그 후 반년후 인 1999년 6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 주를 삼성자동차 채무 상환용으로 내놓으면서,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적정주가 가 70만원이며 따라서 2조8천억 원을 변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비상장주식인 삼성생명 주식의 가격을 삼성측이 평소에 그토록 애호해 마 지않는 상속증여세법 상의 평가방식을 따라 산정한다면 이회장의 사재출 연액은 360억 원에 불과하다. 거꾸로 말하자면 상속증여세법상의 평가방 식을 따를 경우 2조 8천억 원짜리 주식을 360억 원에 적법하게 살 수 있 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해괴한 법이 있다는 것은 상식 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실제로 이재용의 재산이 불과 3년 만에 45억 원에서 몇 조원 단위로 부풀 려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재벌 특유의 터무니없는 계 산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편법적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 제도는 반드 시 고쳐져야 하고 나아가 국회와 사법당국 역시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분 별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마련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 47
다. 또한 삼성측의 주장에 의하면, 에버랜드는 이재용 씨한테 96억 원을 받고 62.5% 지분을 발행했는데, 이 정도면 그런대로 상당한 가격을 지불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실제 기업가치는 150 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62.5% 지분 값이라면 당연히 경영 권 프리미엄 값을 포함해야 정상이다. 이렇게 볼 때 이재용에게 적용된 전환사채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이 낮은 가액임에 틀림없다. 에버랜드는 용인 에버랜드 등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의 부동산회사이고, 에버랜드는 계열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 지만, 대차대조표에는 에버랜드의 자산이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 그 이유 는 부동산은 수십 년 전의 장부매입가격으로, 주식은 액면가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에버랜드의 순자산은 최소한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에버랜드의 기 업가치를 100억 원 남짓한 것으로 잡아놓고 지분을 발행해 주었으니 적어 도 백배 이상 저가로 특혜 발행해준 셈이다. 지난 2000년 6월 30일 법학교수 43인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 등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과 관련하여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의 임원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가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검찰은 수사 의지를 천명하였다. 한편으론 검찰의 태도에 기대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 으론 최근 일련의 언론보도로 보아 검찰이 삼성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 개혁적 민간전문가들의 견해이자 시민 단체들의 판단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태도는 정경유착의 척결 과 정치개혁 차원에서 강공을 하고 있는 바, 이는 정치개혁 차원에서는 48
물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장기적으로 반재벌정서가 누그러질 수 있게 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치자금비리에 모든 수사초점을 맞추면서 재벌의 불법세습이나 불공정행위 등 기업질서 문란행위는 대충 대충 넘어가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정치비자금, 정경유착, 재벌의 불법 세습이나 불법적 거래관행은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의 일부 언론은 삼성을 포함한 재벌들의 불법적 경영권 세습과 정경 유착에 대한 전면적인 검찰의 수사가 마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 럼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경제가 제 대로 서기 위해서라도 정경유착과 불법경영권세습관행은 반드시 척결되어 야 한다. 재벌들의 정경유착은 마땅히 법에 따라 척결되어야 한다. 그러 나 경영권 승계에 관련된 불법적 행위에 대한 처벌 또한 미룰 수 없으며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검찰이 새롭게 태어나려 하고 있다. 검찰이 진정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삼성 등의 재벌의 불법적 경영권 세습 에 대하여 엄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재벌계열 대기업들의 하도급 비리 재벌들의 국민경제적 위치에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 다. 그러나 하청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지금처럼 시장의 불공정관행을 묵인하거나 앞장서서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재벌들의 역기능이 순기 능 보다 결코 작지 않다. 일본이나 대만의 산업구조와 우리의 경우를 비 교해 보면, 우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데 그 이유는 재벌 계열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을 협력 파트너 및 동반성장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대기업의 어려운 노조문제나 비싼 인건비문제 등과 같은 골치 아픈 자신들의 문제를 전가시키는 수단이나 대상으로 여 49
기고 때로는 착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견기업들이 잘 형성이 되지 못한다. 오늘날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가 깔보던 일본이 다시 무섭게 회생되는 이면에는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도 일본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은 뼈를 깍는 구조조정과 대기업과의 공생관계를 디딤돌로 해서 다시 영광스럽고 당당하게 회생의 틀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기업들이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수출증가율을 보이면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이나 고용시장에 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착취나 전가의 대상으로 여기고 동반성장하는 발판과 상거래 관행을 정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급격히 늘 어나는 수출을 내수에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오히 려 대부분 장비수입을 주로 일본의 중견기업 제품들을 수입해서 쓰고 있 는 실정인 것이다. 혹자들이 성장잠재력이 계속 침체해 가는 한국 경제의 살길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필자는 주저 없이 기술혁신형 중견기업의 양성만이 우리의 내수 와 고용을 살리고 나아가 기술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 하는데, 그러나 대답 속에서는 매우 회의적인 현실이 아른거리는 것을 부 인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현행과 같은 하청기업 등골이나 빼먹는 원하청 구조 속에서 재벌계 대기업과 특수한 인적관계가 없거나 정치적 뒷배를 대주는 힘이 없는 중소기업이 사업을 한다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표 3>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하도급비리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고 조치한 건수를 나타내는데, 본격적인 불경기가 시작되었 던 2001년부터 작년까지가 IMF 외환위기 당시를 포함한 2000년 이전까지 50
의 시기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의 불경기가 오히 려 중소하청기업들에게는 안팎으로 사업하기가 매우 힘든 것을 나타내고 있다. < 표 3: 하도급사건 처리 현황 > -하도급 사건수(건) -조치건수(건) 94 95 96 97 98 '99 2000 2001 2002 2003 282 577 773 536 836 261 453 634 718 818 410 442 3,362 498 1,025 3,130 1,883 1,844 1,856 1,840 5. 재벌계열 카드사들의 무책임한 공격경영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제를 더욱 침몰시켰을 뿐 아니라 IMF 외환위기 이 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원인 중의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재벌 계열 신용카드사들의 위험관리를 무시하고 무작정 M/S 확대형 공격경영으로 인한 신용카드시장의 대란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 계열 카드사들의 시장진입이 가속화되기 이전에는 신용카드업은 황금알을 낳는 금융산업이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신중한 규제정책으로 인해 부실카 드사는 전혀 없었다. 그러던 카드업이 재벌계열사들의 지속적인 로비와 공격경영이 DJ정부의 조급한 단기부양책과 맞물리면서 급격한 규제완화가 추진되었고, 이는 카 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남발을 초래하여 결국 무절제한 소비자들을 신용 불량자들로 몰아내었다. 마침내 금융산업 전체는 카드채 위기로 내몰려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우리 경제가 큰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약 400만 명 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문제는 단기간에는 전혀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경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출이 아무리 증대되어도 내수 51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중병에 걸려 있다. 최근의 국민들 사이에 반재 벌정서 가 증가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잘못된 카드정책과 남발된 카드로 인한 마구잡이식 외상소비 및 현금서비스 증대가 빚은 신용불량자 대란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나서도 다시 LG카드사를 살리기 위해 관치금융에 의한 산업은행의 준공 적자금과 각 채권은행들로 하여금 팔을 비트는 강제적 대출 연장과 부채 의 자본전입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도 아직도 LG카드사가 회생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아직도 추가 대출이나 만기연장 등의 추가지원 요청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IMF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얻어낸 금융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시장규율의 원칙이 하루아침에 다시 무너져 버렸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산업자본의 대명사로 불리는 재벌들의 금융업진출이 얼마나 국가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한번 무너진 시장 규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태 이후의 우리 금융시장의 시장규율에서 재경부 관료 출신들의 네 트워크가 다시 횡행하는 관치의 비중이 오히려 IMF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고 판단하는 시장전문가들이 많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엄청 난 비용을 치루고 있는 카드산업의 붕괴의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서 분 석하고 대책과 교훈을 얻고자 한다. 카드사태의 근본원인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 번째가 정책실패와 감독실패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999년부터 소비진작 차원에서 신용카 드와 관련한 소득공제한도 확대 및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와 카드 영수증 복권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사들은 무 분별한 카드발급,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방식 등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또 한 정부는 신용카드사 자본의 적정성, 자산의 건전성, 유동성, 경영건전성 52
에 대하여 경영개선을 권고 요구 명령할 수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 우 신용카드사의 업무를 정지시키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 지고 있었으나, 정부는 카드사가 여신전문금융업의 일종으로서 불특정 다 수로부터의 수신기능이 없고 그에 따라 예금자보호가 필요 없다고 단순하 게 판단하고 감독과 규제에 소홀히 한 측면이 매우 많았다. 즉, 신용카드 사의 불법적인 영업행위와 건전성에 대해 감독을 소홀히 했으며, 신용카 드사 역시 내실경영보다는 외형성장 위주의 방만한 경영을 해 왔다. 나아 가 카드사가 채권이나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경영부실로 인 한 부도사태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독당국이 간과하였고, 자산부채의 만기구조가 불일치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사전 에 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매우 컸다. 그리고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신용카드업을 양성한다는 정책목표가 결국 재벌들의 무분별한 외형경쟁을 불러와 기존의 건실하던 카드산업의 부실화로 이어져 지금과 같은 금융 불안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는 아직도 가끔 논란을 벌이고 있 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우리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어떠한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실증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 오늘날과 같이 문제가 커지게 된 배경에는 정부당국의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이 문제였다.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지원책을 시 행하다가 2001년부터 신용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불법채권추심 및 과도한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행태 등이 문제가 되자, 2002년 3월 신용 카드의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와 5월 신용카드업계의 문제점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신용카드사에 대한 감독강 화는 일시적으로 진행되었을 뿐 이후 지속되지 않아 신용불량자 증가와 신용카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게 되었고, 또한 신용카드사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정부의 관리감독강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 53
는 신용카드사가 위험관리 없는 무리한 영업확장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2003년 4월 신용카드사의 카드채 만기연장과 전 금 융기관을 동원하여 5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하게 된다. 이 때 정부는 유동성지원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오직 시장자율에 의한 구조조정만이 남 았다고 일갈하였으나, 이 또한 2003년 11월과 2004년 2월에 걸친 LG카드 사의 지속적인 유동성지원으로 인해 허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정부의 이 와 같은 땜질식 처방은 금융구조조정 등의 근본적 해결을 도외시한 것으 로서 신용카드사의 부실을 키웠을 뿐 아니라 신용카드사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케 한 것으로 증명되었다. 셋째로 정부의 정책실패와 감독실패로 인해서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 한 것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2003년 4.3 대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부는 신용카드사 부실문제에 대해 시 장원리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전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5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함에 따라 부실사들이 퇴출하지 않고, 나아가 정부는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이 회복되지 않고 연체율이 늘어나자 각계 전문가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월 17일 적기시정조치기준에서 연체율을 제외시켜 주 면서까지 적기 시정조치를 면해주는 반시장적 조치를 취하는 극단의 우를 범하였다. 2003년 말의 LG카드 부도위기 시에도 채권단으로 하여금 2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인위적인 시장개입으로 관치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정부가 관치에 의해 강요한 적이 없고 단지 정보를 제공 하여 금융권 공멸의 위험을 스스로 알게 하여 해결방안을 찾게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다음과 같이 곳곳에서 관치에 의한 강요된 흔적이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그 증거로는 네 가지 정도를 들 수가 있는 54
데, 첫째는 LG카드사의 주거래은행이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즉시 외국인 대주주의 제일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투입으로 예보가 대주주인 우리은행 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이번 LG카드사의 유동성지원에 참가 한 채권단에서 한미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은 모두 빠지는데 이들은 모 두 외국인 대주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오히려 한미은행의 경우에 는 채권을 회수하였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국내채권단 스스로 부실카드사 에 추가지원을 하면서 문제가 있음을 알고 2003년 말 신규자금지원을 고 정'대신 '정상 이나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감독원에 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러한 사실은 모두 외국인 대주주가 존재하는 은행 들처럼 채권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더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임을 말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넷째는 만약 채권은행단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고 한다면 감독당국은 2003년 4.3 조치 이후에도 불구하고 다시 유동성위 기에 몰려있는 부실카드사들에 계속 지원했던 금융기관들에 대해 감독당 국은 철저히 부실여신에 대한 건전성감독 차원에서 문책했어야 옳은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은 이는 자동적으로 감독당국의 직무유 기인 셈이다. 이러한 관치금융의 흔적과 정책실패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투신업과 맞 물려 카드사 문제는 금융시장전체로 불확실성 문제를 확산시켜 약 4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자금이 생산자금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 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은 건전한 금융시스템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현재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들의 그릇된 관치의식이 문제를 근본적 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땜질처방으로 이어져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 다. 55
앞에서도 계속 지적하고 있지만 오늘날 카드사태가 국가경제 위기로까지 번지게 한데에는 무엇보다도 카드사의 경영부실 및 자구노력 부진이 큰 원인으로 등장한다. 지금과 같은 신용카드사의 부실 문제는 정부의 땜질 식 처방과 관치적 행태도 문제지만, 신용카드사의 경영부실과 자구노력 부진도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이다. 신용카드사는 정부지원책에 편승, 무 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는 한편 재벌계열사들의 공격적 경영을 시발로 업계 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남발하게 되는 바, 현재 1억장이 넘는 신용카드가 발행되었는데 카드 한 장당 10만원의 현금서비 스를 받는다면 이는 금새 10조원을 상회하게 된다. 또한 현금서비스 이용 한도 폐지를 악용, 과다한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방식으로 인해 스스로의 부실을 자초하였다. 즉, 고금리의 유혹에 빠져 카드업의 고유업무인 신용 판매보다 현금대출업무의 규모를 훨씬 더 확대함으로써 부실이라는 경영 사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는 위험관리 없는 대출로서 결국 돌려막 기의 희생양이 되어 엄청난 연체비율과 함께 부실경영으로 귀착하게 된다. 이 같은 신용카드사의 부실한 경영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은 증자, 재무건 전성 관리, 구조조정 등의 자구노력은 게을리 한 채 방만한 경영으로 일 관, 현재의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소위 규제완화라는 미명 하에 현금서비스 한도철폐와 무분별한 카드발급에 대한 감독부재는 오늘날 4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여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문제화 시켰다. 신용카드시장의 급팽창은 신용불량자 양산 등 채무불이행에 따른 문제를 일으키는데, 2003년 말 신 용불량정보 등록 건수 현황을 보면 전체 30%가 신용카드로 인한 것이었 다. 끝으로 카드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 방안으로는 정부의 정책실패 및 감독 56
부실에 대한 책임규명과 신용카드사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규명이 선행되 어야 하고, 나아가 부실경영의 투명한 실태파악을 통한 정상화 및 금융구 조조정의 실시(필요시에는 LG카드사의 퇴출도 심각히 고려하여야 한다)가 필요하며, 이러한 정책 및 감독 실패의 반복적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반 드시 정책실패와 감독실패의 책임자들의 처벌을 단행하여야 한다. 작년 상반기 거의 전 금융기관을 동원하여 5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했 던 4.3 조치 당시 시장원리를 위반하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이므로 카드사들이 하반기부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공언과 함께 향후 추가지원은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 다. 4.3조치 이후 발표한 신용카드사 수지 및 손실흡수능력 전망 이라는 발표에서 상반기에는 2.1조원의 적자가 나지만 하반기에는 1.9조원의 흑자 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전망이 틀려지고 연체율 이 늘어나자 각계 전문가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월 17일 적 기시정조치기준에서 연체율을 제외시켜 주면서까지 적기 시정조치를 면해 주는 반시장적 조치를 취했다. 정작 문제는 시장에서는 이미 이번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모두 예견했었지만 정작 감독당국만 별일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었다는데 있다. 그러다 사태가 크게 불거지자 정부와 감독 당국은 입버릇처럼 외치던 시장메카니즘에 의한 자율구조조정은 뒷전으로 하고 다시금 어김없이 관치금융의 보도를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 서 현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이한 문제인식과 무책 임한 자세로 일관한 정책담당자들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투입된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은 금융부실을 해소하고 금융 시스템을 건전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DJ정부 5년간 금융구조조정은 은행권에 집중되어 증권과 카드사, 상호저축은행 등의 기타 비은행권의 57
구조조정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경영, 불법행위에 연루된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LG카드사의 부실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장본인격인 최고경영자나 수 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매각하게 된 현투증권의 최고경영자 모두 가 전문 금융인 출신이 아닌 종합무역상사나 건설사 사장 출신이라는 배 경은 결코 부실금융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은행의 CEO에 대 해 자격을 엄정히 묻는 CAMEL 룰이 존재하고 거기에 준해서 다른 금융 기관들도 최고경영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그저 지배주주에 의해 인정받는 가신이면 전문성에 무관하게 금융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외형위주의 막가 파식 경영이 대형사고를 초래하는 것이다. 즉, 현재 신용카드사 부실 문제 역시 방만한 경영, 무리한 영업행태 등 신용카드사 임직원의 부실 경영이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이므로, 신용카드사의 부실을 자초한 신용카드사 임원의 부실경영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신용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문제에 대해 부실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카드채 만기연장 및 카드채 펀드 설정 등 단기적이고 대증적 대응만을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대응은 카드사의 자구노력이나 투신사 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지 않은 채 잠재적 부실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시장규율의 실패와 도덕적 해이의 증대 로 인한 누적부실의 대란이 발생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 다. 58
IV. 결론: 재벌개혁을 위한 과제 이상에서 우리는 반기업정서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반재벌정서와 관 련된 제반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반재벌정서에는 크게 두 가지의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누구든지 (심지어는 재벌오너들 스스로도 문제점으로 자인하는) 공 감할 수 있고 특히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불법 탈법적 행 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인 바, 이는 구체적으로 앞에서 열거했던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거래 등의 정경유착문제나 경영권세습을 위한 불법 또는 탈 법적 상속 증여세 처리문제, 나아가 대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비리문제 등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정치개혁이나 검찰개혁 그리고 감독의 정상화로 해결할 수 있는 법치주의와 관련된 문제로서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로서 기업지배 구조와 연관된 것인 바, 실제로 언론에서는 문어발식 경영이라든지, 황제 식 경영이라든지, 재벌총수의 전횡이라고 통칭되는 것들인데 이는 재벌들 의 지배주주(총수와 그 일가)가 소유하는 주식지분은 작은데 비해 지배권 은 상대적으로 매우 큰 현상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특히 재벌들의 지배주 주는 경영권 소유에 대한 경직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각종 편법적 방법으 로 계열사(금융계열사 포함)들을 동원하여 가공자본을 이용한 의결권을 확 대함으로써 계열사들의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전 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은 IMF 외환위기 당시에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으 로 인해 재벌그룹내의 우량회사들이 부실회사들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부 59
당한 피해를 본 사실들을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재벌개혁의 문제가 이상의 두 가지 요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번째 요인과 관련한 문제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있는 재벌개혁의 문제는 두 번째 요인인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것인 바,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 모형과도 연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는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통 해 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시장개혁의 방법론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에 우리 경제사회에서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기업의 경 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소득 2만 달러시대는 물론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 함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을 들여다보면,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지배주주들이나 경영자들의 주장과 시장개혁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다르고 시민단체들(경실련과 참여연 대 vs. 대안연대) 사이에서도 각자의 스펙트럼에 따라 다른 주장들이 난무 하고 있다. 정부 또한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목소리가 다르고 정치 권도 사분오열되어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제고 방안을 둘러싼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에 재벌들은 물론이고 일부 시민단체나 학자들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이념이 글로벌 표준으로서 우리나라를 위시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강요 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항마로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기업 집단인 재벌 중심의 경제발전모델 이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재벌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국적 기업지배구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 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자본시장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적대시하고 주주가치 극대화의 기업가치창조 중심의 경영을 외면할 경우, 그 자본들은 우리 시장을 60
빠져나가 주주 자본주의가 성실히 이행되고 있는 여타 경쟁국으로 옮겨 갈 가 능성이 매우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합리적 투자유치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의 최선책은 우선, 주주가치 극대화의 가치창조경영을 통해 주주들은 물론이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우리 경제가 조심할 것은 미래의 현금흐름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경영 상의 애로를 타개할 수 있는 기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투 적 노동쟁의가 빈번히 발생하여 생산차질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재투자가 방해 받아서 미래의 현금수익흐름이 체감하는 고비용의 임금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하부구조의 개선을 통해 투기적 자본의 침투가 불가능하거나 침투하더라 도 스스로 궤멸되는 자본시장의 면역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감시체계 의 확립이 필요하다. 셋째, 요즈음 같이 실물투자에 대한 외자도입은 부진하면 서 주식을 통한 자본시장에 대한 유입만이 횡행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않은 결 과가 예상되므로 우리 실물시장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로 막는 경제사회시스 템의 개선에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고 실행되도록 정부가 신뢰성 있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이러한 충분조건이 충족되면 글로벌기준으로서의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더라도 큰 부작용 없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으므로 대안부재의 상태에서 오히려 우리 경제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 으로 판단된다. 이상과 같이 글로벌 주주가치중시의 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기 업개혁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 바, 하나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고, 다른 61
하나는 경영투명성의 제고이다. 우리나라 재벌체제가 지난 40년 동안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고도성 장의 첨병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현대그룹이나 대우그룹의 경영 실패에서 보았듯이 정경유착을 통한 반시장적 경영이 얼마나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으며, 불과 2-3개의 그룹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재벌체제의 문어발식 경영과 과잉투자, 과다채무 등으로 IMF 외환금융위기의 단초가 되었으며 이를 뒤처리하기 위해 약 16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우리 경제가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재벌체 제의 특징 중의 하나인 전문경영진의 부재와 지배주주의 비민주적 기업경영이 국가적 경영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지배주주들의 전횡적 기업지배구조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또한 회계부정을 위시한 경영의 불투명성은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 의 불신을 초래하여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기업경영의 모든 여건을 악화시키는 백해무익한 것으로서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다만, 창업 1세대들처럼 시장(특히 국제상품시장)에서 인정받는 지배주주들의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지배주주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별도 의 경우로 취급할 수 있다. 결국 재벌체제의 약화 내지 해체를 정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와 같은 한국형 재벌체제로서 시 장에서 국제경쟁력을 강화내지 유지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로 시각을 정 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안연대의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제투기자본 이나 글로벌펀드들의 음모론의 폐해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한 육 체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도 저항력이 있어서 별 탈이 없듯이 우리 기업 들이 명실상부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는 이미 강력한 시장의 뒷받침이 존 62
재하기 때문에 비정상적 동기를 소지한 자본들이 공격하기에는 그들이 지불해 야 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따라서 자본차익 등의 수익목적의 펀드들 때문 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희생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경영능력이 없는 지배주주의 기업지배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거나 잠재적 기업성 장력이 달성되지 못하는 기업들은 가차 없이 공격의 대상이 되어 시장에서 지 배주주가 바뀌고 전문경영인들도 교체되는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고 오히려 이는 자본의 국적여하보다도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도록 유인할 수 있는 자본의 순기능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면 기업내외부의 자원배분의 차이가 없어 지게 되어 계열사들 간의 특혜가 사라져서 결국 시장에서의 자원배분과 그룹 내부에서의 자원배분 간에 차이가 없어진다. 따라서 기업집단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내부자원배분의 혜택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모될 경우에는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게 되어 자원배분으로 인한 기업집단의 옹호논리는 더 이상 설 득력을 잃게 된다. 결론적으로 반기업정서의 핵심인 반재벌정서를 불식하고 친기업적인 국민정 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경유착과 같은 불법 탈법적인 구태를 완전히 벗어 버리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냉엄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강하고 독립된 대 기업체제를 만들어감으로써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한국적 기업경영이라는 오 명을 완전히 탈피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