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강 신문과 글쓰기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수사법에 관해 배웠습니다. 수사법은 문장을 꾸미는 방법인데, 이 꾸민다는 건... 문장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게 아니라 문장의 힘 을 높이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라고 했습니다. 평소 좋은 글쓰기 습관을 몸에 익히면 수사법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겁니다. 절대 따로 익히 지 마세요. 태도만 익히면 기교는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지 난 20회로 형식편을 모두 마쳤고요, 오늘부터 내용편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첫 시간으로 신 문과 글쓰기 를 합니다. 수업하기 전에 내용편에 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할 것 같군요. 글쓰 기의 기본 형식을 익혔으니, 이제 그 틀 안에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용을 찾 아 나서야죠. 쓰려면 읽어야 합니다. 책만 읽으란 말이 아니고, 뭐든지 읽으면 됩니다. 신문도 좋고 티비도 좋고 영 화도 좋고 사람도 좋고 버스도 좋고 뭐든 읽으세요. 글감은 널려 있습니다. 이제 그동안 형식과 기술 을 익혔으니 슬슬 기술 들어가야지요? 내용편에서 응용해 보죠. 자, 그럼 2부 내용편 첫 수업 시작합니다. 신문을 글쓰기 연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신문 은 참 간편하고 좋은 글쓰기 연습 도구입니다. 용도가 참 다양해요. 신 문 읽기, 당연히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렇지만 명심할 게 있어요. 글쓰기 공부를 위 해서는 꼭 종이로 읽어야 합니다. 인터넷 신문에도 똑같은 내용이 실리지요? 그렇긴 하지만, 모니터 로 읽으면 대강대강 주마간산식으로 읽게 되므로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꼭 인쇄해서 읽으세 요. 더 좋은 건 넓게 펼쳐서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읽는 겁니다. 종이신문을 펼쳐놓았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많은 기사를 다 읽을 필요는 없고요, 칼럼 먼 저 읽으세요. 신문에 실린 글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가치판단이 개입된 글과 가치중립적인 글이 있 죠. 육하원칙에 따른 속보기사는 좋고 나쁘다는 판단을 배제합니다. 반면 칼럼은 가치판단이 뚜렷 한 편입니다. 칼럼을 읽는 게 글쓰기 공부에 더 좋습니다. 글쓰기도 남을 설득하는 기술의 일종이거든요. 칼럼 필자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것을 근거 사례로 들 어 독자를 설득하고자 하는지 찾아보세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요소만 파악하면 어떤 칼럼이든 다 읽어낼 수 있어요. 범주와 대전제. 범주는 글의 테두리, 즉 논 의 범위이고요, 대전제는 그 범주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입니다. 그 런데 어떤 글은 이게 모호해요. 은근히 씹는 건지, 아니면 띄워주는 건지 헷갈리게 쓴 칼럼들이 있 어요. 이런 칼럼을 읽으며 자신의 독해 능력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러분 잘못이 아니
라 필자가 글을 잘 못써서 그런 거니 쌩까고 다른 글로 넘어가면 됩니다. 신문 칼럼을 소재로 글을 쓸 수도 있어요. 칼럼에 대한 간략한 정리에 자기 의견을 덧붙이면 자기 글 이 됩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미디어 비평, 메타 비평이라고 하죠. 미디어오늘 이나 미디어스 같 은 매체가 이런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속보 기사나 일반적인 정보성 기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키워드를 포착하 여 글감으로 활용하세요. 신문을 읽는 주목적이 그거지요. 올 봄 얼음이 녹고 강이 풀릴 무렵 연합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보도했어요.... 한강 결빙은 한강의 중 앙 지점인 한강대교의 노량진 방향 2~4번 교각 사이 상류 100m 지점에 띠 모양으로 강 표면이 얼음 으로 전부 덮였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한강 결빙 이라는 키워드를 포착할 수 있어요. 저 는 여기서 제가 타인을 판단하고 마음 속에 받아들이는 기준에 관해 생각해 보았어요. 내 마음의 한 강대교는 무엇이고 상류 100미터 지점은 어떤 것일지... 신 문 보도를 보면 그 신문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고들 말하지요?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 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신문을 보면서 어떤 것을 보도하지 않는 지 유심히 보세요.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그게 바로 그 신문의 정체성 을 드러냅니다. 역설적이죠. 칼럼을 읽으면 비평가가 돼 보고, 기사를 읽으면 수필가가 돼 보라! 22강. 텔레비전과 글쓰기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신문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칼럼에서는 독자를 설득하는 기술을 찾아보고, 일반 정보성 기사에서는 글감이 되는 키워드를 찾아보 라고 했지요. 오늘은 텔레비전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했지요? 우리가 평소 가장 쉽게, 또 가장 자주 접하는 정보 습득 도구가 바로 티비입니다. 티비를 잘 활용하는 방법, 첫 번째! 본방송보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활용하세요. 본방송을 보려면 자기 일정을 방송 일정에 맞추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기 가 어려워요. 꼭 봐야할 프로그램 목록을 메모장에 적어두었다가 여가 시간 일부를 할애해서 보세요. 다시보기로 보면 돈 들지요?
돈 내고 보세요! 그게 버는 겁니다. 다큐프라임 한 편에 500원이에요. 참 싸죠? 세상에 공짜는 없어 요. 500원 내고 프로그램 보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되거든요. 얻는 게 훨씬 많아요. 다큐멘터리 3일, 공 짭니다. 본전을 뽑자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해서 보라는 말이냐고요? 예, 그렇긴 한데요, 티비는 이럴 때 보는 게 좋아요. 책 읽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냥 쉬기에 는 아깝고... 그럴 때요. 티비를 보며 부담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좋습니다. 메모도 하면서요... 이때 우리가 이미 익혔던 메모 기술을 활용하면 좋겠지요. 기술 들어가야죠? 메모와 인용 기술이 필 요합니다. 메모와 인용을 하려면 먼저 메모장이 근처에 있어야 돼요. 티비를 보기 전에 메모장이 주변 에 있는지 확인하세요. 메모할 만한 좋은 대사나 글귀를 발견했다 해도 순식간에 확 지나가잖아요. 그렇게 쉬울 것 같진 않 지요? 그래서 본방송보다는 다시보기가 좋아요. 도중에 멈추거나 되돌려서 다시 볼 수 있으니까요. 전 다큐멘터리를 주로 봅니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보다는 있는 그대로 현실의 모습을 보 는 게 좋아요. 다큐프라임 과 다큐멘터리3일 은 빠뜨리지 않고 봅니다. 인간극장 과 생활의달인 도 자주 봤는데 요즘엔 새로운 정보가 별로 없어 잘 안 봅니다. KBS에서 며칠 전 <호모 오일리쿠스>라는 3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호모 오일리쿠스란 석 유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표현한 말입니다. 총 3부작으로 된 이 작품은 글쓰 기 개요를 잘 보여줍니다. 1부에는 피크 오일 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과 배경 지식과 맥락에 관 해 해설합니다. 2부에는 현실에 닥쳤을 때 상황을 가정하여 보여줍니다. 석유를 기반으로 발전한 현 대 문명의 위기와 붕괴를 예상하죠. 그럼 3부에는 뭐가 올까요? 대비책이 나옵니다. 대비책을 소극적 방법과 적극적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소극적 방법은 뭐겠어요? 에너지를 덜 쓰는 거겠죠. 적극적 방법은요?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는 거겠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한다든가... 제가 저번 시간에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좋은 것을 제안하는 일이라고 했어요. 여러분은 글 을 쓸 때 항상 소극적 방법과 적극적 방법 두 가지를 제안하세요.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균형 잡힌 주장을 할 수 있어요. 소극적 방법, 즉 하기 쉬운 것.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 적극적 방법, 즉 하 기 어렵지만 꼭 해야 할 것.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제안하면 좋은 글이 되는 겁니다.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들죠. <다큐멘터리3일> '장터목 산장'편을 보면 지리산 장터목에 등산온 외국인 부부 인터뷰가 나옵니 다. 이런 말을 하더군요.
휴지가 떨어져있을 때 두 번째 버리거나 세 번째 버리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휴지를 버 리는 첫 사람이 되는 건 그보다 좀 어렵죠. 그래서 전 산에 오면 항상 휴지를 줍습니다. 사람들에 게 그 어려움을 주기 위해서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메모해 두었죠. 언젠가 이걸 가지고 글을 쓸 수도 있겠죠. 또 다른 사례가 있는데, 이건 청취자께 제가 조언을 구합니다. <다큐멘터리 3일>을 보면, 피디나 리포터가 인터뷰하면서 중년 남자에게 늘 아버님, 중년 여자에 게 어머님이라고 부릅니다. 중년 남자 어부를 남편으로 둔 중년 여자에게 : "어머님이 아버님에게 힘 좀 드리고 그러세요?" 듣기에 굉장히 거북해서 시청자 게시판에 제보를 하려고 글을 작성하는데, 뭔가 그런 말을 대신할 만 한 걸 제안하려고 해도, 기혼인지 비혼인지 모를 중년 여자를 부를 만한 적절한 호칭이 없더라고 요. 더구나 성인 남자가 중년이 안 된 30대 싱글 여성을 부를 만한 호칭은 아예 없어요. "저기요" 빼고 는. 아저씨처럼 무난한 표현은 없을까요? 여자 아저씨 말예요... 아주머니 말고, 결혼 여부 상관없는 표현. 만일 좋은 표현을 찾아 세상 사람들에게 제안하면 좋은 글이 됩니다. 새로운 정보가 되기도 하고, 세 상을 더 낫게 바꾸기도 하고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석유가 우리를 떠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나야 합니다. <호모 오일리쿠스> 3부를 보니까 어떤 학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한 문장 안에 이 다큐멘터리 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정의하기 연습하면서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런 형식으로 한 문장 쓰기 를 해 본 적 있는데 비슷하지요? 뻔한 상식을 뒤집으면 낯설음을 줄 수 있지요. 이걸 문학용어로 는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요, 텔레비전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으니 라디오를 활용한 글쓰기를 하는 게 순서 일 텐데... 그건 마지막 시간에 하기로 하죠, 다음 주엔 <영화와 글쓰기>를 합니다. *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되는 추천 다큐멘터리
EBS 다큐프라임 : '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 1부, 2부, 3부 '공부의 왕도' 1부 '인간의 두 얼굴' 1부, 2부, 3부 '동과 서' 1부, 2부 '아이의 사생활' 2부, 4부 KBS <다큐멘터리 3일> : '시간을 잡아라 - 추석택배전쟁' '서민들의 인생분기점 구로역' KBS <다큐멘터리> : 호모 오일리쿠스 1부, 2부, 3부 '차마고도' 1부, 5부 KBS <인간극장> : '행복 하이킥 김장훈' '사랑이 꽃피는 국수집' '노루목 하연이네' 23강. 영화와 글쓰기(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티비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티비 에 대한 주도권을 쥐라고 했지요. 지난 번에 글을 쓸 때 독자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말라고 했던 것 과 비슷합니다. 독자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글을 고치다 보면 글이 너절해지거든요. 댓글 많이 달 린 글이 좋은 글은 아니잖아요? 맑은 1급수에서 1류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오늘은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했어요. 우리가 평소 가장 쉽게, 또 가장 자주 접하는 정 보 습득 도구는 티비인데요, 영상 매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향을 오래 끼치는 건 역시 영화 죠. 영화를 잘 활용하는 방법, 첫 번째! 우선 자기가 본 영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봅시다. 영화에 관 한 개념 규정도 좋지요. 자기 방식으로, 또는 자기 말투로 써 보는 거예요. 영화란...이다. 또는 내 가 본 영화는 이러이러한 작품이다.
예전에 <스타워즈>를 사랑, 음모, 배신으로 얽힌 삶의 서사시라고 규정한 적 있는데요, 오늘은 일 본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을 소개합니다. 참 좋은 작품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 이 렇게 정의했습니다.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제가 늘 강조하는 태도 나왔지요? 극중 인물인 도쿄 아가씨 타에코라든지 농촌 총각 토시오 모두 삶에 대한 좋은 태도를 지니고 있어 요. 그런데 누군가를 가르치려들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좋게 산다는 확신이 있는 거 지요. 좋은 글쓰기 태도와 같습니다. 이래라저래라 독자를 훈계하지 말고, 난 이렇게 살았다... 이렇 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두 번째! 자기만의 명대사를 간직합시다. 여기서 명대사란 유명한 대사가 아니라 자기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대사를 가리킵니다. 대사에 의 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자기 영화가 됩니다. 이것저것 토를 달지 않고 원 대사 그대로 인용만 하는 것 도 좋지만, 글쓰기 공부 시간이니까, 그 대사에 의미를 부여해 봅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와 장생이 이런 말을 나누죠. "나 여기 있어. 너 거기 있지?" 처음엔 뻔한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다르더군요. 인생이라는 무대에 선 자기 위치를 깨닫 게 해주는 건 바로 사랑이며, 상대방이 어디있는지 알면서도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도 바로 사랑 때 문이죠. 새로운 걸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서로 마음을 확인하기만 했을 뿐인데, 그 순간 인생은 출렁거 립니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뻔한 장면에서 뻔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연습 하나 더 해볼까요?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보면 권투선수였던 할아버지 코치가 선수에게 이렇게 말하죠. "경기 란 할 수 있는 횟수가 있는데 그게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109회로 끝났어." 여기서 경기 는 물론 권투 경기를 가리키는데요, 우리 인생에 적용해볼 수 있죠. 누구나 늘 시합을 치릅니다. 오종 철 씨는 생방송이라는 시합을 치르고 전 글쓰기 강의라는 시합을 치르죠. KO승을 거둘 때도 있죠. 그 러나 상처뿐인 승리도 있고, 그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마지막 시합에 오를 때도 오겠죠... <밀리언달러베이비>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단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이제 대단한 작가지
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세 번째! 예전에 이미 봤던 좋은 영화를 다시 보세요. 그러면 예전에 보 지 못했던 장면이나 대사가 보일 겁니다. <비포선센>을 몇 년 만에 다시 보니 완전 딴 영화 같더군요. 배경으로 나온 서점이 유명한 셰익스피 어 앤 컴퍼니 란 것도 알게 되었고요. 가보진 못했지만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이고... 줄리 델피 가 직접 부른 노래 역시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네 번째! 감독의 말이나 인터뷰 같은 걸 찾아보세요. 감독은 연출가이기에 앞서 작가거든요. 봉준호 감독이 만든 <도쿄>의 주연배우가 이렇게 봉 감독을 평가했어요. 크레인에 카메라를 매달 고 찍는 감독이다. 그러나 그 카메라 끝에는 현미경이 달려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다 이유 가 있어요. 봉준호 감독이 예전에 EBS <시네마천국>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영화란 부분과 전체를 쉴새 없이 넘나드는 작업이라고요. 때론 클로즈업으로 치밀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때론 파노라마처럼 보여 주기도 하고요. 글쓰기도 그렇지요. 사소한 일상을 치밀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넓은 시 각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지요. 영화 하나 추천하죠. 신작도 다 보고, 볼 만한 영화도 더 이상 없을 때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한 번 보십시 오.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작품을 각색하여 완전히 새롭게 만든 작품인데요. 거장의 품격을 느낄 수 있 을 겁니다. 이런 대사들이 나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소. 도적떼나 전염병, 기근, 화재, 전란보다 무서운 일이오."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거요." "인간이 어찌 그토록 비열하고 저주스런 말을 할 수 있나?"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돈에 약하고 명성에 약하고 권력에 약하니 거짓말을 하지요. 1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청취자들께서 는 글 쓸 때 절대 뻥을 쳐서는 안 됩니다. 강해져야 1류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강해지느 냐... 제가 그동안 말씀드린 거 실천하면 됩니다. 이번 주말에는 고전 명작 영화와 함께!
<라쇼몽>이 괜찮으면 <카게뮤샤>나 <7인의 사무라이>도 보시기 바랍니다. 자, 오늘의 격언입니다. 영화 대사 하나를 인용합니다. 선택이란 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거더군요.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영화 <선택>에 나온 말입니다. 여러분이 글을 잘 쓰고자 하고, 글쓰기 공부 를 열심히 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어떤 안락한 것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세상엔 공짜 가 없거든요. 24강. 영화와 글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는데요. 티비와 마찬가지로 다시보기가 중 요하다고 했지요. 다시보기는 관객이 매체에 대해 주도권을 지닌다는 것과 같아요. 남들이 신작 영화 에만 몰두할 때 좋은 옛날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 아본다는 뜻이며, 개념을 재규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만한 글쓰기 연습이 없지요. 원고 준비하면서 <라쇼몽>을 다시 봤어요. 아예 디비디를 샀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게시판을 보니 까, 동네 비디오 가게에 보고자 하는 영화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있던데... 사면 되죠. 인터 넷 서점(중고샵)에 가면 고전명작 아주 싸게 살 수 있으니 참조하셔요. 제가 좋아하는 영어 속담이 있 어요, No Pain, No Gain"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제가 지난 시간 끝날 무렵 얘기했지요?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버리 는 거라고요. 글쓰기에 자신감이 막 붙을 무렵,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이것저것 다 쓰고 싶은 욕심이 요. 버려야 합니다. 덕지덕지 살을 붙이다 보면 민망한 글이 되죠. 자, 오늘도 영화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힙시다. 영화 용어, 즉 시나리오 용어를 눈여겨 보기 바랍니다. 글쓰기 기술과 같으니까요. 전 시나리오 용어 중에 글쓰기와 밀접한 것으로 몽타주 기법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범인 몽타 주... 할 때 그거? 맞습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주는 기법이죠. 대학 시절 <영화의 이해>라는 개론 수업을 들은 적 이 있는데, 몽타주 기법에 관해 나오면 이 영화를 늘 언급합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걸 작, <전함 포템킨>이죠.
그 유명한 오뎃사 계단 장면이 바로 몽타주 기법의 원조입니다. 여러 감독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 입니다. 군대가 행진하는 장면이 하나 나오고, 노파가 오열하는 장면이 하나 나오고, 노파의 깨진 안경이 나오 죠. 그러면 관객은 그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군대 가 노파를 짓밟고 지나간 거지요? 이렇게 단절된 몇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연결된 전체 맥락을 표현하는 게 몽타주 기법입니다. 몽타 주 기법이 글쓰기 연습에서 의미를 지니는 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는 점입니다. 클로즈업과 완전히 다르지요. 클로즈업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거예요. 나는 이게 중요하다 고 생각하거든?... 이렇게 말하는 거죠. 김기덕 감독이 이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면 클로즈업은 줄이고 몽타주를 주로 써야 한다는 뜻이냐... 그건 아닙니다. 클로즈업도 필요합니 다.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클로즈업 만한 것도 없지요. 글을 쓸 때는 그 둘을 넘나들기 바랍니 다. 사실, 몽타주의 반대 용어는 클로즈업이 아니라 롱테이크예요. 편집하지 않고, 그러니까 컷트 없이, 펼 쳐지는 그대로 노출하는 방법이지요. <서편제>에서 소리꾼 아버지와 딸이 에스(S)자로 휘어진 길 을 걸으며 진도 아리랑을 부릅니다. 5분20초 롱테이크. 명장면이죠. 롱테이크를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절실함을 표현할 때 긴요합니다. 박진감 넘치게 묘 사할 때는 몽타주 기법을 써야 하지만, 절절한 사연을 전달할 때는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꼼꼼 히 서술할 필요가 있어요. 전 김기덕 감독 영화는 불편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고, 홍상수 감독 영화 를 좋아하는데요, 홍상수 감독이 쓰는 롱테이크... 참 징~허죠. 무미건조함의 극치.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 비법, 또 하나. 내 인생 영화 10선! 좋은 영화 열 편 정도 뽑고, 각 영화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해 보세요. 왜 이 영화 를 꼽았는지. 전 1등은 따로 정하지 않았지만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습 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소개하죠. <가타카>, <미스 리틀 선샤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블레이드 러너>,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 최근에 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를 봤어요.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고통도 슬픔 도 다 나이를 먹어요. 전 영화든 책이든, 모두 인간의 철듫에 관해 말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평 생 철부지로 살다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동갑내기보다 먼저 철들기도 하지요. <아무도 모른다>라 는 영화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버킷 리스트> 보셨습니까? 여기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에드워 드 콜이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신곡 읽어봤나? 단테의 신곡... 지옥편 말야." 전 이 대사 하 나만으로 8천원 주고 영화 본 것에 만족합니다. 살면서 배신 때리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아니면 자네가 있는 이곳이 혹시 희망을 잃어버린 생지옥 은 아닌가? 이렇게 묻는 말도 되고요. 그 얘기를 이렇게 표현했으니 참 근사하지요. 부하직원은 지옥 편을 읽었을까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 또 하나. 역설적인 장면을 찾으십시오. 모순돼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게드전기>가 있는데, 여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죽음을 거부하는 것은 삶을 거부하는 것과 같아."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언젠가 잃어버릴 것들뿐이지." 영화는 일상과 판타지를 다룹니다. 글도 마찬가지예요. 일상을 판타지로 바꿀 때 유치하게 되기 십상 이에요. 그걸 막아주는 게 바로 진정성이며, 그 진정성은 삶의 역설에서 나오죠. 일본 애니메이션 의 걸작, <마녀배달부 키키>에 이런 대사도 있어요. "전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서 날았는지 생각이 안 나." 어떤 노래가 오래 기억되는 건, 가사의 아름다움 때문이듯, 역시 영화의 압권은 멋진 대사인 것 같습 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무용수가 아픔을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무용을 못해요."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무릎팍 도사 에 출연하여 한 말입니다.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우리 청취자들에 게도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맹자님이 인간의 본성으로 사단칠정을 말했는데 이중에서 수오지심 이 있어요. 부끄러워할 만한 짓 을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 글을 쓸 때는 쪽팔림이라는 벗을 사귀어야 합니다. 타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글에 끊 임없이 쪽팔려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쪽팔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창피함입니다. 철든 다음에 철없 던 시절을 돌아보면 창피하잖아요. 그래도 그 시절이 없었다면 현재도 없을 겁니다.
25강. 인터넷과 글쓰기(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2회에 걸쳐 했는데요. 예전에 봤던 좋은 영화 를 다시 보면서 개념 재규정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했고, 몽타주와 롱테이크 같은 시나리오 기 법의 목적을 참조하여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롱테이크 기법이 먼저라고 했지 요? 치밀하게 묘사 먼저 하고, 다음에 몽타주 기법처럼 필요한 부분만 간추리는 게 필요합니다. 오늘은 인터넷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하기로 했지요? 지금까지 신문, 티비, 영화 이야기를 했는 데, 인터넷을 활용하는 시간도 참 많죠. 이왕 쓰는 거 잘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과 다음 주 2회 에 걸쳐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 살펴보죠. 제가 몇 번에 걸쳐 설명했던 것처럼 적극적 태도보다는 소극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공자님도 그랬 고, 장 자크 루소도 그랬고 존 스튜어트 밀도 똑같은 얘기를 했는데요, 바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 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인터넷 글쓰기에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태도입니다. 역지사지...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는 거, 그게 필요해요. 악플 다는 놈들... 지가 그런 꼴 당한다고 생 각하면 감히 못 올릴 겁니다. 악플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역지사지 태도를 지키 지 않아서 일어나는 겁니다. <다큐멘터리 3일>에 연탄 공장 이야기가 나왔는데, 연탄 공장 출구에 자동차 타이어를 씻는 물 웅덩 이가 있더군요. 도로에 탄가루 자국 남기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즉, 남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겁니 다.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요? 함부로 남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자 기 얘기 쓰면 됩니다. 딴 넘들 얘기 쓰지 마세요. 니 얘기만 쓰세요. 미확인 정보는 꼬리를 물고 계속 인터넷을 돌아다닙니다. 자기선에서 끊으세요. 많이 많이 퍼날라 주 세요~ 이런 글 종종 만나죠? 퍼나르지 마세요. 90퍼센트는 개뻥이니까요... 여러분이 퍼나르지 않아 도 돼요. 정확한 정보는 힘이 세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다 전달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해야 할 때가 있긴 하죠. 꼭 그래야 한다면, 정보의 출처를 끝까지 추적 하십시오. 이거 글쓰기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입니다. 자기가 겪은 것이 아닐 때 출처를 정확 히 표시해 주십시오. 퍼오기 대신 링크를 활용하시고... 단행본이나 정기간행물 자료인 경우 서지 정보를 찾아 보십시오. 노 력한 대가는 반드시 옵니다. 고생해서 정확한 출처를 적으면 남들은 다 압니다. 그러면 어느 때가 되 어 좋은 '평판'이 생기죠. 아, 이 사이트에 가면 믿을 만한 정보가 있어! 이렇게 인정해 줍니다. 그러 면 그 사이트 운영자는 이미 1류 필자가 될 준비가 된 겁니다. 인터넷 글쓰기 방법, 또 다른 것도 있어요.
개인 홈페이지에 메모장을 만드십시오. 예전에 메모 기술에 관해 공부했지요? 그렇게 수첩이나 핸드 폰에 메모해둔 내용을 간추려서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차곡차곡 정리하세요. 수첩이나 핸드폰에 해 둔 메모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메모할 때 중요한 게 있지요? 단어 대신 문장으로 하라! 선언하세요. 확정하세요. 완결된 한 문장으로. 그래야 나중에 어떤 글을 쓸 때 맥락에 맞게 바로 써먹 을 수 있어요. 인터넷에 메모를 공개하면 아무래도 확실한지, 쓸모가 있는지 한 번 더 점검하게 되거 든요. 그러면 처음에 한두 줄로 시작했던 메모가 두세 줄로 늘어납니다. 내용도 충실해지고요. 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여 전문 홈페이지를 운영해 보십시오. 전문 분야란 딴 게 아니 고, 자신이 하고 있거나 흥미를 지닌 분야를 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바로 범주입니다. 범주를 좁혀서 시작해야 합니다. 앞에서 인터넷에 메모 작성하는 것 을 익혔지요? 메모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면, 이제 메뉴를 새롭게 엽니다. 이것저것 만들지 말 고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따져 보십시오.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 새내기를 위한 문학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를 열고 어려운 문학 개념 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글을 계속 올렸어요. 야후 코리아 올해의 문학 사이트에 뽑히기도 했지요. 그 리고 블로그형으로 홈페이지 형태가 바뀌면서, 인터넷 문화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가 장 잘 할 수 있고, 또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테마를 정한 거지요. 자, 오늘의 격언은요... "미워할 수 없게 말하라." 영화 <해리가 셸리를 만났을 때>에서 셸리가 한 유명한 대사죠.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더 명료 하고 더 설득력 있게 쓰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딴 거 없습니 다. 한 번 더 궁리하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면 됩니다. 인터넷 글쓰기를 한 마디로 규정하면 이렇 습니다. <신중하게 올리고, 올린 자료를 끝없이 고칠 것.> 26강. 인터넷과 글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인터넷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는데요. 인터넷에 글을 쓸 때는 늘 역지 사지 태도를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요, 남 이야기는 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입 장 바꿔놓고 생각하는 거, 글쓰기에서 꼭 지녀야 할 태도입니다. 최근, 청취자들이 보낸 이메일 몇 통을 받았어요.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셨는데요, 글쓰기 멘토링을 듣
고 나니 글쓰기가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당연한 과정입니다. 걱정 마세요. 평소 몸 에 익은 글쓰기 방식을 고치는 과정이므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최고 타자인 이승엽 선수는 아 직도 스윙폼을 교정합니다. 잘못된 글쓰기 폼을 새롭게 바꾼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조 금만 견디십시오. 그러면 어느 순간, 쫘르륵~ 한꺼번에 정리될 시점이 올 겁니다. 글쓰기 실력은 등산 하듯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단 올라가듯 턱, 턱 성장하는 거거든요.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요, 직접 겪은 일을 그대로 기록하고, 직접 겪지 않은 일이면 출처를 정확 히 찾아 밝히라고 했지요? 차곡차곡 기록을 쌓아가면, 좋은 평판도 생깁니다. 인 터넷 글쓰기의 첫 단계는 개인 홈페이지를 메모장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거 나 꾸준히 할 수 있는 항목을 하나 골라서 파고드는 것, 그게 인터넷 글쓰기 비법입니다. 얼마나 고생 하여 작성했는지 독자들은 다 압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말은 글쓰기에서도 진리입니다. 개고생 하면 보람이 뒤따라 옵니다요. 오늘은 이메일을 활용한 방법부터 공부할까요? 예전에 이메일 제목 쓰는 법에 관해 가르쳐드린 적 있 어요. 제목 안에 내용을 담으라고 했습니다. 제목을 보고 내용이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없다면 스팸 메 일이나 다름없죠. 이 메일 받은 편지함을 열어 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낸 글을 분류하십시오. 잘 쓴 글과 잘 못 쓴 글. 그리고 왜 잘 썼는지 왜 잘 못썼는지 각각 이유를 적어 보세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야 하냐고 요? 기준 없어요... 그냥 무작정 하세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누구나 다 비슷비슷하게 분류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글은 누가 읽더라도 자연스럽고, 부자연스러운 글은 누가 읽더라도 좋게 봐줄 수 없거든 요... 좋은 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겁니다. 명백한 진리죠. 자, 다음으로 채팅을 글쓰기 교재로 활용합시다. 메신저 대화... 채팅... 참 재미있죠? 시간 가는 줄 모 르고 나눴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저장해 두세요. 이거 참 좋은 글감입니다. 이런저런 형식을 신경쓰 지 않고 막 얘기했기에 흐름도 자연스럽지요. 대화 내용을 문어체로 다시 옮기는 연습을 하는 게 아 니고요,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겁니다. 문어체로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어요. 어법에만 맞는다면 구어 체 문장을 그대로 살리는 게 가장 좋아요. 읽기에도 편하고 재미있지요.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이 원 고는 오종철 씨와 제가 나눈 대화를 다시 정리한 겁니다. 인터넷을 활용한 글쓰기 방법 중 마지막 내용인데요, 웬만하면 인터넷은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십시 오. 다른 정보 도구를 활용하는 게 훨씬 좋아요. 종이 신문이나 종이 잡지나 영화나 티비나 라디오나... 다른 매체에 비해 중요도가 낮다는 말이 아니라, 술담배처럼 중독성이 강해서... 인터넷에 길들여지 면 쉽게 헤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글쓰기의 목적은 모든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거든 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꽃은 그것을 심는 마을에만 핀다. 소 설가 한승원 씨가 한 말입니다. 1998년 국문과 대학원 학생 시절 남도 문학 답사를 갔는데 그때 학 생들과 밥 먹으면서 한승원 씨가 그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지요. 개고생하고 성실히 하는 만큼 글쓰 기 실력은 늡니다. 꽃을 심고 열심히 가꾸면 이변이 없는 한 꽃은 핍니다. 27강. 스포츠와 글쓰기(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구어를 살려 그대로 옮기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거 쉽 지 않아요. 구어를 문어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틀릴까봐 두렵기 때문이에요. 그 두려움을 넘어서야 합 니다.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 사전 찾아보면 되죠. 또, 인터넷은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했지요? 매체 의존, 매체 중독에서 벗어나야 글 도 잘 쓸 수 있어요. 글쓰기란 결국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문자로 표현하는 예술 장르거든 요. 그 어느 것에도 구속되면 안 됩니다. 오늘은 스포츠와 글쓰기에 관해서 하기로 했지요? 몸을 써야 하는 스포츠와 머리를 써야 하는 글쓰 기,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라는 점을 잊으 면 안 됩니다. 발로 뛰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거든요, 훌륭한 작가들 보세요. 자료수집하느라 전세계를 누비 죠. 한 번 같던 곳을 수십 번 다시 갑니다. 반면 정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운동 선수 들 미니홈피나 들락거리면서 기사랍시고 써제끼는 기자들 말예요.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스포츠와 동일합니다! 스포츠와 글쓰기의 공통점, 또 하나. 폼, 즉 자 세가 중요하다는 거지요. 제가 평소 강조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스윙, 아름다 운 슛, 아름다운 팔로우스로... 모두 기본기를 잘 갖춘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것들이죠. 그럼 아름다운 글은 어떤 걸까요? 정확하고 간결하면 아름답습니다. 한글전용 운동가들이 그런 말 많 이 하잖아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씁시다. 이거 헛소리예요. 고유어라고 해서 아름답고 외래어라고 해 서 추한 게 아니거든요. 문맥에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름다운 겁니다. 우리 고유어가 지닌 뜻을 명확 히 파악하면 굳이 외래어 쓸 이유가 없어요. 간혹 고유어보다 외래어가 훨씬 적절할 때가 있어요. 그 럴 때 외래어 쓰면 됩니다. 정확하게 쓰겠다는 자세만 잘 갖추면 다 해결됩니다. 그런 자세를 갖추고 나면 이제 공을 끝까지 보 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공을 끝까지 보지 않으면 안타를 칠 수 없어요. 공을 끝까지 본다는 걸 글쓰 기에 빗대면... 범주를 지키는 겁니다. 처음에 꺼냈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마지막 문장 마침표
를 찍을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모두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 요. 집중력이 중요한 겁니다. 자, 그럼 기술 들어가야죠? 여러분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하나 정해서 정의를 내려 보세요. 예전 에 한 줄로 정의하기 연습을 했는데, 응용해 보는 겁니다. 어떤 학생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구기 운 동, 특히 아이스하키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공 하나를 둘러싸고 수없이 많은 돌 발상황, 창의적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좋아한대요. 가끔 쌈박질도 하는데, 그것도 아이스하키에서 는 경기의 일부죠.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 문장으로 규정해 보는 연습 을 하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스포츠 종목 중 하나를 택해 규정해 보세요. 저는 배구를 좋아해요. 어릴 적 제 우상은 일본 대표팀 선수였던 나까가이치 유이치였습니다. 하늘 로 솟아오르는 한 마리 새 같았죠. 이수익의 시 바다 를 읽으면 전 배구장 풍경과 나까가이치가 떠올라요. 하늘로 높이 하얀 옷처럼 떠오르려는 물결과 어깨를 부딪치는 쾌감으로 밀려가는 물결이 흐르는 시간 속에 서로 만나는 군청빛 바다는 신의 직물. 올을 짜고 푸는 일에 익숙한 손의 즐거움과 근심이 함께 어리어... - 이수익, "바다" 하얀 옷처럼 솟는 물결은 공격수, 나까가이치... 어깨를 부딪치는 쾌감은 블로커, 올을 짜고 푸는 건 세터... 이번 주에 라디오로 스포츠 중계 들어 보세요.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감 이 딱 올 겁니다. 택시를 타면 가끔 라디오에서 나오는 스포츠중계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아나운서들은 대개 티비처 럼 중계해요. 청취자는 답답하죠. 어떤 장면이 펼쳐지는지 잘 떠오르지 않거든요. 어떤 아나운서는 라 디오에 맞게 중계해요. 선수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몸짓은 어떻게 하는지, 공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 는지, 데굴데굴 가는지 슝 날아가는지 쉴새없이 전달해요. 그러면 청취자의 머릿속에 야구장과 축구 장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서기철 아나운서가 예전에 그랬어요, 요즘에는 신입 아나운서들 이 라디오 중계를 맡는 경우가 많은데, 라디오 중계를 하려면 훨씬 많은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므 로 베테랑들이 맡아야 한다고요.
라디오 중계처럼 글을 쓰십시오. 글이란 연극이나 영화와 달리 문자로 형상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독 자가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술해야 합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경기에 뛰지 못해도 늘 몸을 풀어 두라. 축구 경기가 다 끝날 무렵 벤치에 앉아있던 후보 선수들이 몸을 풉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거 죠. 언제 뛰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연습은 하루도 거르면 안 됩니다. 하루에 단 1분을 해 도 상관없어요. 단, 하루도 거르면 안 됩니다. 어떤 선수는 추가시간에 투입돼도 골을 넣습니다. 늘 준 비를 해 두었기 때문이죠. 28강. 스포츠와 글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거라고 했어요. 머리에 떠오르 는 생각을 그대로 쓰지 말고, 조사해 본 다음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좋아요. 제 홈페이지에 어떤 분 이 지원서를 올렸는데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대학의 교과 과정은 제게 도움이 많 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었어요. 이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조사해 보십시오. 홈페이지에 나와 있잖아요. 그 대학에 다녔던 사람들도 찾아 서 직접 만나세요. 그래서 얻은 결론을 지원서에 쓰십시오. 그러면 그 지원서를 평가하는 사람 은 딱 압니다. 아, 이 학생은 간절하구나, 이렇게 철저히 준비했구나...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지요? 무책임한 표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 기 글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무책임한 표현들, 또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사실... 이런 것들 도 쓰지 마십시오. 이런 표현 쓰면 문장의 힘이 확 떨어져요. 오늘도 스포츠와 글쓰기에 관해서 하기로 했지요? 스포츠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자기가 처한 상 황에서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파악하십시오. 글쓰기를 한 마디로 규정하면, 구체적 대 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이에요. 김연아 선수 인터뷰를 이미 소개한 적 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목표라 고 할 때,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고 싶다 고 했죠. 피겨스케이팅이라 는 구체적 대상에서 아름다움 이라는 개념을 이끌어냈죠. 꼭 피겨스케이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 다. 축구, 야구, 골프... 다 마찬가지예요.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베르바토프 선수를 보면서 축구 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90년대 후반 시애틀마리너스에서 뛰던 켄 그리피 주니어의 스윙 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타이거 우즈 스윙도 아름답죠. 글쓰기와 관련을 지어 볼까요? 제가 좋아하는 축구로 예를 들어 글쓰기와 관련성, 즉 추상적 개념
을 이끌어내 보죠. 축구 스타일은 네 종류로 나뉘어요. 차 놓고 냅다 달리는 잉글랜드 축구, 현란한 기 술이 돋보이는 브라질 축구, 전원공격 전원수비 네덜란드 축구, 빗장 수비 이탈리아 축구. 브라질 대 표팀 축구를 볼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브라질 축구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도 독자도 얼 마나 즐거울 것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소설가들에게 맡겨 두어야 해요. 우리는 소설가가 될 필요는 없 잖아요. 할 말만 딱 끊어서 제대로 쓰면 됩니다. 이탈리아 수비 축구가 필요한 거죠. 우선 실점을 줄이려는 노력... 제가 평소에 강조하는 소극적 태 도! 그렇습니다. 글쓰기라는 경기에서는 골을 넣는 것보다 우선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이탈리 아 축구, 잔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닮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즐기는 축구도 할 수 있죠. 브라 질 축구, 축구팬들은 알겠지만 수비도 쩔어요... 축구 전술은 글쓰기 전술과 비슷해요. 축구 전술의 기본이 4-4-2 또는 4-3-3 이잖아요. 여기서 4가 수 비죠. 그 다음이 미드필더, 그 다음이 공격수. 기본 진용을 갖추고 공을 어떻게 투입하여 어떻게 골 을 넣을지 전술을 짜는데 이게 바로 개요입니다. 개요를 짤 때는 화살표가 중요하다고 했지요? 누가 누구에게 공을 주고 그 순간에 누가 어디로 가 서 공간을 창출하고 누가 문전으로 쇄도하고... 그런 것을 화살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그려보 는 게 바로 개요짜기입니다. 운동 선수들이나 감독의 인터뷰를 유심히 보세요. 전 에인트호벤 시절 이영표 선수 인터뷰가 떠오릅 니다. 사람들이 날 보고 박지성의 그늘에 가려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난 오히려 그늘을 사랑한다. 영표 선수는 축구라는 자신의 삶에서 삶의 태도, 즉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명언도 남겼 지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넘어질 수 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넘어졌을 때 고통 과 아픔도 그다지 크지 않다.' 영표는 작가가 됐어도 성공했을 겁니다.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교훈입니다. 누구나 좀 더 비싼 몸값을 받고 보다 큰 리그에서 뛰고 싶어 합 니다. 더 큰 기업으로 가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훌륭한 선수라면 현재 속 한 리그에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 최고 경기를 보여주어야 해요. 그게 진짜 프로 선수입니다. 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감독이었던 필 잭슨은 마이클 조던의 신인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어요. 마이클 은 수비가 약했다. 그에게 충고하자 그는 열심히 수비능력을 키웠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NBA 최 고 수비를 보여 주었다. 위대한 선수는 그렇게 태어납니다. 훌륭한 직장인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르세유턴 아십니까? 상대방 수비 따돌리는 드리블 동작이죠? 요즘은 조기축구회 아저씨들도 많 이 하던데요... 지단이 이 기술을 잘 썼어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뛸 때요.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 요. 그런데 이거, 실전에서 해보지 못한 선수는 감히 엄두를 못 내요. 긴박한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
은 몸에 익은 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결정적 상황에 닥치면 평소 습관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 래서 글쓰기 습관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두는 게 좋지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프로 사이클 경기에서 승자는,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힘이 남아 있는 선수입니다.' 끝까지 남는 놈이 강한 놈이에요. 쓸데없이 기교 부리며 정력을 낭비하지 맙시다. 다음 시간에 할 내용은 <광고와 글쓰기>입니다. 29강. 광고와 글쓰기(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개요짜기를 축구 전술에 비유했지요? 개요짜기에서 중요한 건 화살표라 고 했습니다. 적어두세요. 화.살. 애.로.우. 어떤 문장 다음에 어떤 문장을 써야 자연스러울지 생각하며 개요를 짜야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럼 화 살표 작성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실수없이 매끄럽게 배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우선 이것저것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생 각나는 대로 펼쳐 놓으세요. 그런 다음 비슷한 것끼리 묶으세요. 예를 들면서 같이 한 번 해 볼까요? 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베르바토프 선수를 예로 들죠. 베르바토프 하면 생각나는 것을 우선 막 펼 쳐놓으세요. 일관성 없어도 됩니다. 그냥 막 적으세요. 우아하다. 불가리아 국가 대표팀 공격수, 박지 성 선수와 같은 팀. 여기서 잠깐 복습, 메모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했지요? 한 문장으로! 박지성 선수와 같은 팀. 이렇게 적고 끝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한 문장으로 바꾸세요. 박 지성 선수와 같은 팀이다. 이렇게요?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새로운 정보가 없죠. 그러면 어떻게 새로 운 정보를 넣어야 하나? 글쓰기 만병통치약 범.주.가 있습니다. 같은 과 같은 범주에 포함되는 다 른 개념은 뭐죠? 다른 입니다. 박지성 선수와 팀은 같지만 **은 다르다. 자 **에 들어갈 말을 떠올 려 보세요. 플레이 스타일? 박지성 선수와 팀은 같지만 경기 스타일은 다르다. 그러면 그 다음에 해야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 습니까?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면 되죠. 아까 우아함이라고 단어로 메모한 것도 문장으로 바꾸고, 불가리아 대표팀 공격수도 문장으로 바꾸세 요. 그리고 화살표로 연결해 보면 중간에 뭔가 허전한 게 보일 거예요. 다른 점에 대한 설명이 빠졌 죠. 이 다음에 어떤 얘기를 꺼내면 좋을까? 이 전에 이런 얘기를 했다면 더 낫지 않을까? 이렇게 앞
뒤 관계를 화살표로 연결해 보면 개요가 풍성해집니다. 지난 시간에 글 쓸 때 피해야 할, 무책임한 표현 몇 가지 더 배웠지요?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솔직 히 말해서, 사실... 글쓰기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없는 일을 사실처럼 지어내거나 사실을 부풀리지 않는 태도를 지녀 야 해요. 그런데 영어권에서도 그런 표현 일상적으로 많이 쓰죠? in fact", "frankly speaking"... 저급 한 표현입니다. 싸.구.려. 아... 겨울과 함께 점점 더 건조해지는 글쓰기... 오늘은 광고 문구를 살피면서 글쓰기 기술을 연마해 봅시다. 마음에 와닿는 광고 문구에는 어떤 비밀 이 숨어있는 걸까요? 물론, 범주 원리가 들어 있습니다. 스포츠토토 광고 문구로 퀴즈를 낼게요. 맞혀 보세요. 남녀간의 연애는 직구와 **구의 절묘한 볼 배합이 중요하다. **에 무슨 말이 들어가야 할까요? 변화구? 맞아요. 원래 광고 문구는 유인구인데 변화구가 들어가 도 되고 포크볼이 들어가도 되죠. 투수의 공이라는 같은 범주 안에 포함된 거니까요. 한 여자만 굳히기! 주위 남자 메치기! 그녀에게 한판을! 이 광고 문구의 범주는요? 유도 기술이죠. 한 여자만 굳히기! 주위 남자 K.O 펀치! 이러면 어색하잖아요... 그죠? 범주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광고 문구에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 패러디도 있어요.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광고 문구 중에 이 런 게 있더군요. 내가 니 네비다. 스타워즈 패러디입니다. 아이 엠 유어 파덜...
패러디이면서 언어유희입니다. 말장난... 영어로는 펀pun이라고 하는데요, 이것 역시 범주를 활용 한 거예요. 비슷한 소리라는 범주를 공유합니다. 애(에) 발음과 비 발음이 들어가면 모두 이 범주 에 포함되는 겁니다. 애비, 네비, 개비, 오래비, 제비, 채비, 회비... 다른 사례를 들죠. 벤치워머들이여 뛰고 있는 선수를 벤치마킹하라. 여기선 벤치 라는 말이 반복됐죠. 퀴즈를 낼 테 니, 맞혀 보세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라. 키커인지 **인지. **에 키가 들어가는 말일 것 같군요... 키퍼? 범주가 적절합니다. 차고 막고... 반면에, **에 커로 끝나는 말이 들어가도 됩니다... 조커 그런데 키커와 조커는 범주가 다르지요? 그 러면 이렇게 고치면 됩니다. 주전키커 인지 후보조커 인지. 그런 게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광고 문구 작성법입니다. 오심도 게임의 일부, 오해도 인생의 일부! 오심과 오해는 발음과 개념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훨씬 더 쉽게 와닿지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사랑이 오면 가슴으로 트래핑 역시 광고 문구입니다. 사랑에서 헤딩은 금물이죠. 머리로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공은 딴 곳으로 튕겨 나갑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뭐, 그런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사람 사는 거야 다 거기서 거기 고... 옛날 사람들이 글의 주제도 이미 다 울궈 먹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르 고,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30강. 광고와 글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했지요? 까칠하고 건조하게 시작해서 부드럽 고 촉촉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좋은 광고 문안은 범주 원리를 잘 지킨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생의 블로킹이 떴는가? 지금이 바로 당신의 강스파이크가 필요한 순간!
앞에 블로킹이 나왔으니 뒤에 같은 범주에 속한 다른 어떤 것이 나와야 합니다. 과감한 백어택 공격 이든, 강스파이크든, 현명한 페인트 기술이든, 허를 찌르는 시간차 공격이든... 범주만 터득하면 글쓰기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 완전정복 비법이 있진 않지만, 범주 만 잘 지켜도 오류가 없는 깔끔한 문장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전, 글쓰기 기법 중 압권은 단연 범주라고 생각해요. 범주 원리를 깨우치고 나서 글쓰기 선생이 됐습 니다. 복잡했던 모든 개념이 쫙 정리되고, 글을 쓰거나 고쳐줄 때 자신감이 붙더군요. 제가 첨삭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문구가 뭐냐 하면... 범주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요. 얼핏 쉬운 것 같으나, 치 밀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누구나 실수하거든요. 범주를 정확히 설정하려면 한 대상이 여러 범주에 다양하게 속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종철 이라는 인물이 속한 범주를 예로 들까요? 사람, 코미디언, 진행자, 아빠, 남편... 수다쟁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범주를 좁혀야 비교 대상이 명확해지고 문장의 힘이 세진다는 점이에요. 사 람, 아빠, 남편... 이런 범주는 지나치게 넓고 그 안에 속한 대상이 수없이 많으므로 글쓰기에 활용하 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수다쟁이라는 범주... 얼마나 넓습니까. 좁혀야 재미있죠. 교양있는 수다쟁이, 범주 설정 잘 했습니까? 잘 한 겁니다. 자, 범주 개념 고급 과정을 시작하니, 경청하십시오. 글쓰기 수업 시간에 어떤 학생이, 뒷담화와 칭찬 을 비교한 글을 썼는데요, 이 두 말은 같은 범주 에 속한 걸까요? 뒷담화는 험담을 뜻하고... 험담과 칭찬은 모두 어떤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같 은 범주에 속하니까 잘 쓴 거 아닙니까? 얼핏 보면 그렇지만, 아니에요. 뒷담화가 험담을 뜻하 는 게 아니라 뒷담화의 범주, 그러니까 뒷담화를 포함하는 게 바로 험담입니다. 험담이라는 범주 안에 는 대놓고 욕하는 것도 있고, 들릴듯 말듯 은근히 욕하는 것도 있고, 숨어서 욕하는 것도 있죠.(이 게 뒷담화) 그러니까 뒷담화와 비교해야 할 것은 종류가 다른 험담이 되는 거죠. 범주의 세계, 깊이 들어갈수록 오묘합니다. 범주 설정하는 기법을 다른 말로 분류라고 합니다. 어 떤 기준에 따라 대상을 나누고 비슷한 종류끼리 묶는 방법. 지난 시간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에서 패러디나 언어유희를 적절하게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 습니다. 패러디는 원본을 유쾌하게 비틉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비트는 게 중요해요. 원본도 살고, 사 본도 살고... 상부상조.
좋은 글을 모방하고, 뒤집어보는 건 글쓰기 훈련하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 운 게 보입니다. 좋은 글을 모방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말들과 친하게 지내게 될 겁니다.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이렇게 쓰면 글의 메시지가 가슴 에 확 스며듭니다. 요약하고 다시 말하고 달리 말하는 건 동어반복과 다르죠. 지난 시간에 언어유희에 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주로 동음반복을 활용한 글쓰기 기법인데요, 가 장 초보 단계에 해당하는 범주 활용 글쓰기이니, 양념처럼 곁들이면 좋죠. 지나치게 많이 쓰지 마시고 요. 참기름은 살짜쿵~ 넣어야 좋습니다. 오늘 해 볼 건, 짧은 분량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해서 담는 연습입니다. 광고만큼 좋은 교재 가 없고요, 이건 글쓰기 멘토링의 주제와 일치합니다. 이런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아요. 무조건 짧다 고 좋은 건 아니지만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면 이왕이면 짧은 게 좋습니다. 생각을 했다 보다는 생각했다 가 낫고, 부담감을 갖게 된다 보다 부담스럽다 가 더 낫습니다. 작가 안정효 씨가 쓴 <<글쓰기 만보>>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창작과 번역은 둘 다 글쓰기 작업이다. 그래서 창작과 번역은 여러 면에서 기본적인 원칙이 서로 같 다. 어휘의 선택과 구사 방법도 같고, 그래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없앤다.'는 원칙 또한 번역에 서나 마찬가지로 창작에서도 유효하다. 평소 제가 강조하는 소극적 태도와 밀접합니다. 믿을 만한 일을 많이 해야 믿을 만한 사람이 되 는 게 아니고 평소에 헛소리 안 하면 저절로 믿음직한 사람이 되는 거죠. 안정효 씨 글을 더 소개하 죠. "하얀 한복에 김칫국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김칫국물 한 방울이 더럽다 하지 않고 한복 이 지저분하다고 말한다. 그까짓 얼룩 그냥 못본 체하면 안 되느냐고 사람들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 깨끗함을 유지하는 고고한 태도, 그것을 꾸준히 지키면 누구나 일류 필자가 될 수 있다고 했지요. 짧게 쓰겠다는 생각에 얽매이다 보면 놓치는 게 있을 것 같다고요? 짧게 쓰는 건 수단이지 목적이 아 닙니다. 글의 목적은 메시지 전달이니까요. 이것을 해치면 안 되죠. 티비 중계처럼 쓰지 말고 라디 오 중계처럼 글을 쓰라고 했었죠? 말만 듣고 경기장 안에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상상할 수 있게 끔 하는 게 좋은 해설이라고 했어요.
티비 중계보다는 라디오 중계가 더 수다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안정효 씨도 그렇게 썼어요. 설명하 지 말고, 보여줘라! 그는 키가 크다. 이렇게 설명하지 말고... 그의 키는 184센티다. 이렇게 보여주라 는 거죠. 짧고 간결하게 할 말 다 표현한 광고 문구 중에서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의 광고를 좋아해요. Write Once, Run Anywhere "한 번 짜면 어디든 돈다." 보편성을 추구하겠다... 이런 말이죠. 제가 첫 시간에 글쓰기 멘토링 광고 카피를 소개했지요? 아무 나 소설가가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어느 글에나 통용되는 글쓰기의 보편 원리 만 터득하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요즘 유에스비(USB) 드라이브 많이 쓰지요? 유에스비 는 Universal Serial Bus 의 약자예요. 번역하면...범용직렬회로... 더 어렵죠? 아무튼 여기서 유니버설 이 중요한데, 보편적이라는 말이죠. 마우스를 꽂아도 되고, 키보드를 꽂아도 되고, 이동식 디스크를 꽂 아도 됩니다. 글쓰기의 보편적 원리는 그동안 하면서 다 나왔지요? 유와 종차로 개념 규정하기, 범주 설정, 구체 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 이끌어내기... 그런 것들입니다. 유와 종차로 개념 규정하는 것, 오래돼서 까 먹은 분들 있을 텐데요, 간략하게 다시 정리해 보죠. 유는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이 포함된 상위 범주에 해당합니다. 개구리, 도롱뇽은 양서류에 속하잖아 요. 그러면 개구리는 양서류다. 이렇게 우선 정의하고 나서 중간에 종차를 넣어줘야 합니다. 종차 란 양서류에 속한 다른 동물이 지니지 않은 개구리의 고유한 속성을 가리킵니다... 네 발에 물갈퀴 가 있어 헤엄을 잘 치고, 뒷다리가 길어 잘 뛰며, 울음주머니를 부풀려서 소리를 내는 것 따위. 글쓰기는 정의, 그러니까 개념 규정의 연속이에요. 앞선 사람들이 다 울궈 먹은 개념들을 다시 규정해 보는 게 글쓰기이거든요. 다르게 쓰려면 보편적 원리를 먼저 깨우쳐야 하지요. 광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광고에 관해 개념 규정을 해 볼까요? 뭐가 필요하죠? 유와 종차. 유는 뭐 죠? 광고가 속한 상위 범주... 널리 알리는 작업. 정의합시다. 광고는 널리 알리는 작업이다. 이제 종차가 필요합니다. 널리 알리는 작업에 또 어떤 게 포함되나요? 홍보도 있고 선전도 있지요? 이 제 광고가 홍보나 선전과 다른 점, 즉 종차를 중간에 쓰면 됩니다.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 이 다른 것과 다르죠. 아는 만큼 보입니다. 글쓰기 기본 원리는 이미 다 말씀드렸고요, 21회분부터 시작한 응용편을 열심 히 복습했다면 배웠던 개념들이 몸에 익을 겁니다.
최근에 본 광고 문구가 있어요. 인간에게 날개가 없는 것은 날개가 없이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에게 없는 게 또 뭐가 있나... 한 번 생각해 보면 재미있겠지요.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이런 카피도 참 좋죠. 이건 어떤가요?... 사표를 날려라~ 내일 아침까지만~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집니다. 장미희 팀장과 이문식 대리 나오는 광고 있죠? 거기서 이 대리가 밤 에 알바로 대리운전을 합니다. 장 팀장이 대리운전을 부르는데 이 대리가 옵니다. 그러자 장 팀장 이 말하죠.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리입니까? 내년엔 둘 다 끝냅시다. 가슴 짠~ 하죠? 요즘처럼 쌀쌀할 때 생각나는 카피가 있죠.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훈훈한 패러디도 나왔죠. 보일러 댁에 아버님 놓아드려야겠어요. 방금 예로 든 광고들은 모두 희.로.애.락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잘 이끌어낸 것들인 거죠? 덧붙이자 면, 맹자는 인간의 감정을 일곱 개로 나누었어요. 7정이라고 합니다. 희.로.애.구.애.오.욕. 다시 말하 면,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 이 일곱 가지가 글쓰기의 주제 아니겠어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그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어요." 골프선수 최경주 씨가 한 말입니다. 제가 글쓰기 강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생이 글을 써서 보여 주지 않으면 전 돕고 싶어도 그를 도울 수 없어요.
31강. 자동차와 글쓰기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2회에 걸쳐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했지요? 글쓰기 완전정복 비법 은 없지만, 범주 원칙만 잘 지켜도 오류 없는 깔끔한 문장 정도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 다. 어떤 대상은 딱 한 가지 범주에만 속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범주에 속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또 는 사전적인 범주 분류에서 벗어나 새롭게 규정해 보는 것도 좋지요. 두 대상을 비교할 때는 레벨, 즉 수준을 맞춰 비교해야 한다고 했지요? 개구리와 파충류를 비교해 선 안 됩니다. 수준이 맞지 않아요. 개구리는 양서류의 한 종류이니까요. 개구리와 도롱뇽을 비교하거 나, 양서류와 파충류를 비교해야 합니다. 중국, 태국, 하노이에서 한류 열풍이 분다... 이런 구절이 있다면 하노이가 수준에 맞지 않는 용 어, 즉 범주 오류입니다. 상하이, 방콕, 하노이... 이렇게 쓰든가, 아니면 중국, 태국, 베트남이라고 써 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글을 쓸 때 친하게 지내야 할 구절에 관해서도 배웠습니다.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내용에 힘을 실어주려면 방금 얘기한 구절들과 친해져야 합 니다. 이미 앞선 시대 사람들이 다 얘기해버린 뻔한 주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신선하게 말하는 것, 그 게 우리의 과제이지요. 오늘 공부할 자동차와 글쓰기,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군요. 자동차는 아주 흥미로운 글쓰기 소재입니 다. 자동차의 각 부속은 사람의 몸과 비슷합니다. 교통법규나 에티켓에 맞게 주행하고 돌발상황을 맞 는 것은 우리의 일상과 닮았습니다.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은 평소 성격도 난폭한 경우가 많죠. 차 종류가 참 다양하잖아요. 택시, 버스, 기차, 화물차, 소형승합차, 렌터카, 승용차... 폐차된 다음 간이 식당으로 쓰이는 자동차까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떤 차입니까? 렌터카인가요? 간이식당차인 가요? 글쓰기의 첫 관문, 개념 규정 연습입니다. 한 문장으로 자기 삶의 모습을 규정해보는 연습, 꾸준히 하 시기 바랍니다. 자, 먼저 운전 기술이나 에티켓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운전 기술은 뭐든 급하 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초보들의 공통점은 급출발, 급제동이죠. 글쓰기의 급출발, 급제동은 어 떤 건지 살펴봅시다. 뭔가 떠오른다고 막 써갈기면 안 됩니다. 우선 메모해두었다가 메모를 한 문장으로 고치고, 개요
를 짠 다음 거기에 맞게 글을 써야 하죠. 특히 인터넷에 댓글 쓸 때 조심해야 합니다. 화가 나거나 또 는 기분 좋다고 기분대로 썼다가는 나중에 낭패보기 십상이죠. 댓글은 즉흥적으로 써야 활기도 넘치고 재미있지 않냐고요? 안. 됩. 니. 다. 기분 내키는 대로 쓰 는 게 몸에 익으면 다른 글을 쓸 때도 똑같이 드러납니다. 댓글, 안 써도 됩니다. 써서 득 될 것 별 로 없어요. 블로그 쓰는 분들은 트랙백이라는 기능에 관해 알 겁니다. 댓글의 일종인데요, 일반 댓글 과 다른 건 댓글이 자기 블로그에 저장된다는 점입니다. 의견을 내고 싶으면 이 기능을 활용하세 요. 자기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글이므로 좀 더 책임감 있게 쓰게 됩니다. 이상 급출발과 관련한 것이었고요, 그럼 급제동은 무엇에 해당할까요? 자기가 꺼낸 이야기에 관해 책 임지지 않고 도중에 멈춰버리는 거죠. 처음에 취했던 태도를 갑자기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창 한 주제로 시작하면 급제동하게 돼 있어요. 제가 글 쓸 때 다짐하는 표현 하지 말라고 했지요? 블로그를 쓰다 보면 블로그를 폐쇄합다. 이런 문구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면 대부 분 슬그머니 다시 열더군요. 쓰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 쓰면 됩니다. 쓰고 싶을 때 다시 쓰면 되고 요. 왜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합니까?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방어운전이에요. 서로 조심하자는 거죠. 차선 변경할 때는 미리 깜빡 이 켜 주고, 깜빡이 켠 차가 옆 차선에 있으면 속도를 미리 좀 줄여 주고요. 차선 바꾸었으면 뒤차 를 향해 비상등 두 번 깜빡여주고요. 그러면 사고 날 일도, 짜증날 일도 없습니다. 글쓰기는 의사소 통 기술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뛰쳐나올지 모르거든요. 그래 서 어려운 거지요. 그렇지만 과속만 안 하면 됩니다. 자동차 사고는 대개 과속에서 비롯하거든요. 자기가 즉시 제어 할 수 있는 속도로 차를 몰고, 글을 쓰세요. 운전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의사소통 원리는 비슷합 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사례를 하나 들까요? 706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정류장에서 어느 승객이 기사 에게 묻더군요. 이 버스 어디어디 가요? 기사도 난감하고, 다른 승객들도 난감해하더군요. 질문이 잘 못 됐죠. 질문에도 품격이 있거든요. 질 높은 질문과 질 낮은 질문이 있지요. 개념 질문과 무개념 질문 으로 나눌 수 있죠. 무개념 질문은 다짜고짜 이거 뭐죠? 이렇게 묻는 거고요. 개념 질문은 자기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 고 상대방 대답을 듣는 겁니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나오는 학생들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이 단어 뜻 이 뭐죠? 이렇게 물으면 안 됩니다. 국어사전 찾아보면 다 나오거든요. 사전 찾아보니 이 단어 뜻 이 이런 거라고 나오는데 이 구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면 선생은 대답해주기 좋아 요. 이 학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 대답해 줄 때도 눈높이에 맞춰 해줄 수 있거든요. 자동차 표지판도 좋은 글감입니다. <일방통행>이나 <우회로> 같은 표지판은 일상생활에서 지켜
야 할 규칙에 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일방통행길에서 저 혼자 살자고 역주행하면 안 되죠. 인생에서 는 우회하는 게 더 빠를 때도 있습니다. <비보호>는 어떤가요?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건데요, 단 남들 에게 피해주지 말아야 하고, 위험요소가 없을 때만 허용되는 거죠. 글쓰기 멘토링을 자동차나 운전에 빗대면... 저단기어로 대관령 길을 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 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힘으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지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언젠가는 없어질 것을 부라고 부르지 마라. 덕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재산이며, 우리의 생명이 끝나 지 않는 한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메모입니다. 여기서 덕이 뭐냐...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겠다는 올바른 태도 입니다. 안철수 씨가 그랬죠. 지식은 사라지지만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얄팍한 지식과 기교는 시간 이 조금 지나면 다 사라집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글쓰기의 보편적 태도는 일단 몸에 익으면 사라지 지 않습니다. 32강. 라디오와 글쓰기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자동차를 삶의 모습에 빗대 표현해 보았습니다. 자동차의 종류, 주행 습 관, 운전 에티켓, 교통 표지판 같은 건 삶의 모습과 닮았으니 글감으로 적극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급 출발, 급제동은 글쓰기에서도 피해야 할 습관입니다. 급출발은 생각이 익지 않았는데 즉흥적으로 쓰는 것에 해당하고, 급제동은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 를 꺼냈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글감이 떠올랐을 때 바로 쓰는 것보다는 메모 해 두었다가 한두 번 다듬어서 쓰는 게 낫습니다. 거창한 주제로 시작하기보다는 아주 사소하고 소박 한 주제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라디오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을 배울 텐데요. 티비 중계처럼 글을 쓰지 말고 라디오 중계처 럼 글을 쓰라고 말씀드린 적 있지요? 라디오는 영상 대신 말로 풍경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걸 묘사라 고 하지요. 군고구마를 표현하고자 할 때, 티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보여주면 되지 만, 라디오는 보여주지 못하죠. 글도 그렇고요. 시골 외갓집 아궁이에서 방금 꺼낸 밤고구마... 이렇 게 말하면 청취자 또는 독자는 각자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떠올리는 장면은 모두 다르겠지만 본질 은 같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 티비와 다른 라디오의 매력이죠. 라디오는 티비와 달리 비대면 매체이기 때문에 글쓰기와 많이 닮았어요. 라디오는 편리한 교량이 아 니라 불편한 징검다리 같아 좋아요. 저는 라디오를 정보전달 도구로 여기지 않아요. 징검다리죠. 스스
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티비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티비는 영상으로 지식을 전달하죠, 자막도 빵빵 때리고... 아 주 명쾌합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는 스스로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아요. 라디오는 다릅니다. 라디오 방송 은 청취자의 노래를 돋보이도록 잔잔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베이스 연주예요. 노래는 청취자가 부르 는 거죠. 저는 정보성 라디오 프로그램이라 해도, 청취자들에게 지식을 많이 전달하려고 애쓰기보다 여운을 많 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공부와 관련지어 볼까요? 좋은 글은 독자에게 딴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합니다. 한 가지 메시지 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죠. 좋은 라디오 방송 도 그렇지요. 창의적인 학생이 수업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진리 추구 방법인 산파술을 보면 알 수 있어 요. 산파의 역할은 산모가 아이를 낳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아이를 대신 낳아주진 못하지만 옆에서 힘 과 용기를 북돋워주죠. 어떤 글이 좋은 글입니까? 오종철 학생이 물으면 소크라테스 선생은 정답 을 알려주지 않고,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종철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종철 : 쉽고 재미있는 글이 좋은 글이지요. 소크라테스 : 어떤 글이 쉽고 재미있나? 오종철 : 이해하기 좋은 글이 쉽고 재미있지요. 소크라테스 : 어떻게 써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가? 오종철 : 정확히 써야 하지요. 소크라테스 : 그렇다네. 그게 좋은 글이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정확 히 쓸 수 있겠나?... 스스로 답을 찾도록 영감을 주는 게 바로 라디오의 매력입니다. 훌륭한 글도 마찬가지예요. 독자를 가 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펼쳐서 보여줍니다. 어린이 여러분, 꿈과 희망을 품으세요! 이렇게 말하 지 말하는 것보다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연주,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시를 보여주거나 들려주 면 됩니다. 어떻게 해야 자녀들이 책을 많이 읽을까요? 부모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면 되죠. 백 마 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최고지요. 라디오를 활용한 글쓰기 공부,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보통 매시간 57분 정도에 교통정보 알려주는 방송 있죠? 어법 교재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정보 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지만 어법은 엉망진창입니다. 어떤 표현이 잘못됐는지 심심풀 이 삼아 한 번 지적해 보세요. 예를 들죠. 오늘 여의도 일대가 어렵습니다. 무슨 수능문제인가요, 어렵게? 혼잡하다고 써야 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좋지 않은 표현이죠. 명사가 아닌 것을 명사처럼 취급하는 건 글쓰기 초보들이 흔히 겪는 실수입니다. 가다서다는 명사 가 아니죠. 그런 말이 아예 없는데 기자들이 만든 거죠. 싸구려 표현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깨달아야 합니다. => 여기서 스스로가 는 스스로 라고 써야 합니다. 스스로는 부사이 니까요. 제가 전에, 구어체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게 좋은 글이라고 했는데 좀 혼란스러우실 것 같군요. 구어 의 생생함을 살려 구어를 그대로 옮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정확함 이 우선이지 생생함이 우선은 아닙니다. 오류를 범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말하듯 쓰는 것, 그게 글쓰 기 최고 단계이지요. 생생하게 쓰려면 수식어의 위치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수식어, 즉 꾸미는 말을 피수식어 가까이에 두 십시오. 제 글에 대한 까칠한 이강룡 샘의 첨삭을 기대합니다.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이강룡 샘의 까칠한 첨삭 이 원래 표현하고자 한 의도와 가까울 겁니다. 이렇게 부사나 관형사 위치 에 따라 문장의 의미와 뉘앙스가 달라지므로 조심하여 사용하기 바랍니다. 상대방과 마주보며 대화 할 때는 단어 순서 좀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라디오나 글에서는 안 됩니다. 자기가 쓴 글을 지면에 발 표하기 전에 여러 번 소리 내 읽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부자연스러운 곳이 들립니다. 또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습니다. 높임 표현, 지나치게 많이 쓰지 마세요. 글을 쓸 때, 자기 글을 읽 는 사람이 존대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일반 독자라면 특정인에 대한 경어체 표현은 삼가는 게 좋습니 다. 예를 들면요, 오늘 어머니께서 내게 이러이러한 것을 신신당부하셨다. 자기 어머니를 높이는 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하죠. 글에서 는 독자가 우선이지, 글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우선이 아니거든요. 오늘 어머니가 내게 이러이러한 것을 신신당부했다. 이렇게 써야 자연스럽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녹음해서 라디오 방송처럼 들어 보세요. 어색한 구절 이 들릴 겁니다.
매스미디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들이 만드는 음성 방송에도 관심을 두기 바랍니다. 포드캐스트라 고 해서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녹음한 파일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검색 사이트에서 포 드캐스트 라고 입력하면 여러 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생방송으로 음악 방송을 만드는 사람 도 있고, 인문학 강의를 mp3 파일로 저장하여 사이트에 올려둔 분도 있고... 다양합니다. 인터넷과 연 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 주소를 등록해두면 청취자가 듣고 싶을 때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는 점이 다르죠. 티비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아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꿋꿋이 살아 남았습 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 나온다고 해도 라디오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인간에게는 언제나 상상 력이 필요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라디오만한 방송 매체는 없으니까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라, 몸만 있으면 써도 남음이 있다네 <고문진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라고 했지요? 운전이나 운동처럼 처음에 배울 때 좋 은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몸에 좋은 습관이 배면 세상에 글쓰기처럼 쉽고 자연스러 운 게 없지요. 33강 자기소개서 쓰기 (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라디오와 글쓰기의 공통점에 관해 배웠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할 여지를 준 다는 점, 티비와 다른 라디오의 매력이죠.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얘기도 했습니다. <논어>에 교학상장( 敎 學 相 長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르 침과 배움은 서로 돕는다는 뜻인데요, 글을 쓸 때도 학생 입장과 선생 입장을 동시에 취하면 도움 이 많이 됩니다. 훌륭한 학생은 질문을 제기하기에 앞서 스스로 답을 규정해 봅니다. 훌륭한 선생 은 즉답을 주지 않고 학생 스스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인도해 줍니다. 훌륭한 글도 마찬가지예요. 독자들에게 답을 주려고 하기보다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여러 정황 을 세밀히 펼쳐서 보여줍니다. 예술은 아름다운 거야. 이렇게 쓰지 않고 아름다운 작품을 그대로 묘 사하여 보여줍니다. 아, 쓸쓸하다... 이렇게 쓰면 독자에게 메시지를 강요하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이렇게 쓰는 거죠. 텅 빈 현관길... 뒹구는 낙엽 한 장... 문학 용어로 이것을 객관적 상관물을 활용한 은유라고 합니다.
자, 오늘은 실전편 첫 수업, 자기소개서 쓰는 걸 연습하기로 했지요? 취업 준비생이나 이직하려는 분 들에게만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취직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기소개서를 갖고 있어야 합니 다. 자기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규정할 수 있어야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은 신입사원이 되려는 구직자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한 줄 글쓰기 연습할 때 제가 그랬지요, 하고 싶은 일을 쓰지 말고 잘 하는 걸 써라. 이거 아주 중요합 니다.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다... 이거 다 공허한 이야기입니다. 검증되지 않았어요. 누구나 할 수 있 는 이런 말 누가 믿을까요? 아무도 믿지 않아요. 예정형 표현 대신 확정형 표현을 쓰는 것, 이건 글쓰 기에 필수적인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입사 후의 포부나 희망... 이런 건 꼭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합니다. 그러나 따 로 쓰는 난이 있습니다. 그럴 때만 쓰고 자기소개서에서는 자기 소개만 하십시오. 제가 논술 가르치면 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공부 못하는 학생은 우선 형식을 안 지켜요. 세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이러 면 꼭 두 문장이나 네 문장으로 쓰는 학생이 있어요. 자기소개서는 현재 자기를 소개하는 거지 미래 의 자기를 소개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자기소개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엄한 아버지 아래서 철저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안 됩니다. 가정교육 잘 못 받고 집 밖으로 내돌았어도 괜찮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딴거 필요없어 요. 일만 잘하면 돼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요? 군대 제대 후 지하철에서 선풍기 커버를 팔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자기소개서... 어떻습니까? 당시엔 창피한 경험이었을 수도 있지만, 만일 영업직에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경험이 좋은 이력 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회사생활 할 때 입사동기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양말을 팔 았었죠. 영업직에 지원한 건 아니었지만, 나중에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그 경험을 높이 샀다고 하시더 군요. 자기소개서 쓰는 것도 일반적인 글쓰기 원칙을 따릅니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려면 개요를 잘 짜야 돼 요. 우선 관련있는 글감들을 쭉 펼쳐놓으세요. 여기서 글감은 자기 경험이 되겠죠. 알바 경험, 읽 은 책, 여행 경험... 뭐든 다 열거하세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살표 로 연결하며 스토리를 만드세 요. 뻥을 쳐서는 안 되죠. 그렇지만 개요를 잘 짜면 완전히 새로운 글이 될 겁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과거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내세울 만한 사실이 없을 때는 어떻 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만들어야죠. 인사 담당자들이 보는 눈은 다 같아요. 이 사람은 아닌데... 싶으 면 딴 회사에서도 다 마찬가지죠. 이력서 수십 번, 수백 번 접수했는데 안 되더라... 이런 말 하는 분들 이 꽤 있는데, 그래도 붙을 놈들은 붙거든요. 그 차이가 뭘까요? 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도 튀 는 글, 눈에 확 띄는 글이 있죠? 그 차이가 뭘까요?
얼마나 구체적이냐... 바로 이겁니다. 좀 더 구체적이면 앞서갈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득할 무기 가 없다면, 6개월이든 1년이든 계획을 짜서 자기소개서에 당당히 기록할 만한 경험을 만들어내야 해 요. 자기소개서를 쓰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어요, 저는 그래서 중고생들에게 논술을 가르 칠 때 꼭 자기소개서 쓰는 연습을 시킵니다. 저는 영어를 좋아하고 무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영 어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는 학생이 있어요. 가령, 이렇게 쓴 학생이 있다고 칩시다. 저 는 영어를 좋아해서 2008년 고양 국제꽃박람회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어떤 학생의 자기 소개서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까요? 나 영어 잘한다... 그런 말보다 나 토플 몇 점이다... 이렇게 쓴 게 더 설득력이 있는 겁니다. 토플 몇 점 보다 통역 알바한 경험이 더 값진 거죠. 그러면 영어를 좋아하고 의사소통을 웬만큼 한다고 썼던 학 생은 앞으로 뭘 보완해야 할까요?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겠죠. 그래서 자기소개서 쓰기는 자기 인생 을 기획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 되는 겁니다. 자기소개서 쓸 때 유의할 점이 또 있습니다. 다 쓴 다음 인사과장이나 사장 입장에서 한 번 읽어보세 요. 삐딱하게... 기억하십니까? 그래서 어쩌라구? 자기가 쓴 글을 삐딱하게 꼬나보며 그래서 어쩌라 구? 라고 썩소를 날리라고 했지요? 그러면 예정형 표현, 다짐하는 표현 못 씁니다. 속이 느글거려 요... 자신있게 쓰려면 근거가 필요해요. 자기소개서는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한 베이스캠프예요. 단단하 고 자신감 넘치는 자기소개서를 갖게 되는 순간 취업준비도 끝나게 됩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지식인이란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를 지식인이 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자신이 지닌 특권을 활용하여 세계 문제에 적극 관여하고 세계를 개선하고 자 노력해야 비로소 그를 지식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언어학과 노암 촘스키 교수가 한 말입니다. 글쓰기는 세상에 더 나은 것을 제안 하는 일입니다. 그게 거창한 게 아니어도 됩니다. 그렇지만 다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이기에 자기 가 처한 현실, 자신의 일을 통해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늘 살펴 보기 바랍니다. 34강. 자기소개서 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자기소개서 쓰기에 관해 배웠습니다. 첫 문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지 요? 저는 교육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이딴 식으로 쓰지 말라고 했죠. 제 삶은 영업으로 점철돼 있습 니다. 이렇게 쓰세요.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기 위함이라는 말도 했어요. 공자님이 그랬지요. 자 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참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요. 자기소개서는 완성본이 존재 하지 않아요. 평생 고치고 또 고쳐야 합니다. 값진 경험을 쌓아가면 자연스레 경력이 쌓입니다. 그런 데 아무 경험이나 다 값진 건 아니거든요. 현명하게 미래를 설계하여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경험을 하 려면 먼저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작성해 보아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했지요? 귀 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이런 표현은 절대 쓰면 안 됩니다. 그거 증명 못하거든요. 입에 발 린 이런 소리 아무도 안 믿어요. 좋은 글은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다짐하지 않아요. 미리 판 단하고 독자에게 그 판단을 강요하면 나쁜 글이거든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나라하게 자 신의 경험과 능력을 펼쳐 보여주세요. 나 이런 놈이다. 뽑을껴? 말껴? 인사담당자에게 판단을 맡기세 요. 자, 오늘 수업 시작하죠. 절실함을 담아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독자는 지원한 회사 의 인사담당자가 되겠지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러면 세상 이 바뀐다... 예전 수업 시간에 말씀드렸던 구절 떠오릅니까? 한 사람의 마음만 움직이세요. 절실함 을 담아서요. 사자는 얼룩말을 공격할 때랑, 토끼를 공격할 때랑 똑같이 최선을 다합니다. 모든 에너 지를 다 쏟아요. 또 동시에 두 마리를 쫓지 않아요. 한 놈만 공략하죠.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으 면 올인하세요. 이 회사 저 회사 동시에 접수하지 마세요. 이른바 보험 이라고 하잖아요. 불합격했을 때를 대비해서 다른 곳을 지원하는 경우가 흔하지요? 그러 면 대개 그 보험든 회사에 합격하게 되죠. 원래 가고자 했던 곳은 2지망, 3지망을 미리 고려한 사람 이 합격할 만큼 만만하지 않아요. 오직 1지망 회사만 생각하세요. 모든 정력을 쏟으세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실함이 없이 진정성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영화와 글쓰기> 수업할 때 제가 추천했던 영화 <가타카>에 주인공 빈센트와 동생 안톤이 수영 시 합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빈센트는 아무런 유전자 조작 없이 자연 출산으로 태어났고, 동생 안톤 은 우성 유전자만 받아 태어났기에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죠. 그런데 어릴 때 매번 수영 시합에서 지 던 형이 드디어 동생을 이깁니다. 동생이 형한테 어떻게 한 거냐고 묻자 형이 대답합니다. 난 절대로 돌아갈 힘을 남겨두고 수영하지 않아. 자기소개서 쓰기는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입니다. 도박과는 다르죠. 콜럼부스는 신대륙을 찾아 나선 항해에서 드디어 선택의 기로에 놓였어요. 남아있는 식량과 각종 물 자를 고려해 보니 더 이상 가면 안 돼요. 거기서 뱃머리를 돌려야 왔던 곳으로 무사히 갈 수 있어 요. 그런데 콜럼부스는 계속 전진하기로 결정하고 동료들을 독려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 감한 도전정신, 구직 희망자들에게 꼭 필요한 태도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임하십시오. 자기소개서 쓰는 것, 결코 사소한 일 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시험 삼아 쓰지 마십시오. 스타워즈에서 마스터 요다가 루크 스카이워커를 가르치며 했던 유명한 말이 있 죠.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하든가, 아니면 하지 말든가. 둘 중 하나만 택해라. 시도해보 는 건 의미가 없다. 글쓰기의 중요한 원칙인 일관성 지키기입니다. 이것저것 늘어놓지 마십시오. 지원분야와 관련된 이야 기만 하십시오. 영업 부분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 이야기만 하세요. 기획도 잘하고 글도 잘 쓰 고... 주절주절 늘어놓지 마세요. 회사는 만물박사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싫어해요. 일관성 있는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지원한 회사를 미리 찾아가 보 세요. 앞으로 근무하게 될 곳을 사전답사하는 겁니다. 휴게실에 한 번 가 보세요. 직원들이 앉아있으 면, 이 회사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선배로서 조언 좀 해 주십시오... 용기있게 물어 보세요. 큰 자산 이 될 겁니다. 자신들이 입사했을 때 경험이라든지, 면접 볼 때 받았던 질문 같은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 니다. 서류심사에서 통과하면 면접을 보게 되잖아요. 면접볼 때 그 이야기를 하세요. 제가 얼마전 회 사에 찾아와 직원들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 있습니다.... 그러면 채용 담당자에게 좋 은 인상을 주게 됩니다. 열정을 보여준 거니까요. 그밖에 자기소개서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건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서 주 의해야 할 점인데요, 물음표나 느낌표를 쓰지 마세요. 특히 자기소개서에서는 절대 쓰면 안 됩니 다. 흔히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느낌표를 쓰고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 어떤 단어나 문장 뒤 에 괄호를 치고 물음표를 쓰곤 하는데요, 이 두 부호를 사용하는 순간 글이 싸구려로 변질됩니다. 느낌표와 물음표를 쓰지 않고 메시지를 힘있게 전달한 글이 훌륭한 글입니다. 느낌표를 쓰면 자신 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강요하는 셈이고요, 물음표를 쓰면 불확실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떠넘기 는 게 되거든요. 그럼 겸손함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냐고요? 전달하지 마십시오. 겸손한 글 따위는 필요없어요. 자신있고 당당하게 쓰십시오. 자기소개서는 특 히 그렇죠. 단, 오바만 하지 마세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가야할 곳이 어느 쪽인지 잊지 않고 그곳으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만 늘 간직한다면 세상도 그를 위 해 길을 열어줄 것이다.
35강. 기획서 쓰기(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2주에 걸쳐 자기소개서 쓰기에 관해 배웠습니다. 지난 주에는 절실함과 겸 손함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글쓰기에서 절실함이 꼭 필요한 덕목인 것에 반해 겸손함은 전혀 필요 없는 거라고 했습니다. 글을 쓸 때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하지만 겸손한 표현은 전혀 필요 없어요. 자 신있고 당당하게 써야 합니다. 자신이 겪은 거 솔직하게 쓰면 겸손할 필요 없습니다. 헛소리하면 그 걸 감춰야 하기 때문에 겸손함으로 포장하기 마련이거든요. 자신감 있게 쓰세요. 솔직하게 쓰세요. 자신감 있게 쓰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있어요. 우리라는 말 대신 나라고 쓰십시오. 나라고 써야 할 자 리에 우리라고 쓰면 책임감이 떨어져요. 우리 이렇게 합시다 이렇게 쓰지 말고요, 나는 이렇게 합니 다 이렇게 쓰세요. 당신이 쓴 글이 좋은 제안이라면, 독자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겁니다. 그러면 비로소 글쓴이와 독자 는 우리가 됩니다. 그 우리가 될 권리인 판단은 독자에게 맡깁시다. 자신의 제안이 독자에게 공감 을 일으킬 것이라 착각하지 맙시다. 1인칭 '나'로 말하는 것은 무거운 책임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쓰 기 힘들며, 그러기에 힘도 더 셉니다.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세요. 1. 우리, 1회용컵을 사용하지 맙시다. 2. 나는 1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2번이 더 설득력 있지요? 당연합니다. 사실 그대로 보여주면 됩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제안입니 다. 이게 바로 오늘 공부할 기획서 쓰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요. 기획서란 하고 싶은 걸 기록하 는 문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제안하는 문서이거든요. 태도 먼저 살펴 봅시다. 글쓰기와 기획의 공통점부터 알아볼까요. 글쓰기 원리는 기획 원리와 똑같습 니다. 기획은 설득 과정이에요. 설득력을 높이려면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해야 하며 업무 추진 환경 에 적합한 사례를 제시해야 하죠. 좋은 글은 정확한 개념 규정, 탄탄한 논리 전개, 적절한 비유를 포함 하는데, 이는 글쓰기의 원리와 같습니다. 글쓰기의 기본 형식이 주장-근거-예시로 구성된다고 했지요? 작가와 기획자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 제 선정은 기획서의 컨셉 작성에 해당합니다. 개요는 업무 흐름도에 해당하고요, 자료 조사, 글감 찾 기는 시장 조사나 정보 수집과 관련되지요. 글쓰기가 독자 지향이라면 기획서는 고객 지향이죠. 그러면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뚜렷이 해야 합니다. 범주를 좁히라는 말이죠. 범주를 좁힐 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져요. 기획서는 판타지 소설이 아닙니다. 이걸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현실 로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 하는 게 관건입니다. 일반적인 기획서들이 대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담 고 있어요. 범주가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그래요. 겉보기에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기획서일수 록 실현 가능성은 빈약한 경우가 많아요.
이런 기획서들의 특징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이라는 점이에요. 보통 서점에 나온 기획서 쓰 기 교재나 기존 기획서 샘플들을 참조한 것들이죠. 기획에 관한 이론서들을 섭렵하면 기획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십시오.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쓰잘데기 없는 짓입니다. 시중에 나온 기획서 작성 이론서들 제가 웬만 한 건 거의 다 읽어 봤어요. 읽어봐야 시간 낭비입니다. 읽지 마세요. 대신 여러분 직장에서 선배들 이 만든 기획서를 꺼내 읽어 보세요. 그리고 실제로 실행된 기획서를 중점적으로 보세요. 실행되지 않 은 기획서들은 왜 실패했는지 검토하세요. 그게 가장 좋은 공부입니다. 좋은 기획서와 그렇지 않은 기획서는 구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실행되지 않은 기획서들에 는 추상적이며 모호한 구절만 가득할 겁니다. 겉은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뚜렷 이 제시하지 못했을 거예요. 반면 실제 실행된 기획서들은 범주가 좁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수치나 예 상 이익 같은 것이 명기돼 있을 겁니다. 수치나 예상 이익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치나 예상 이익이 필요한 거예요. 기획자가 구체적 인 수치나 예상 이익을 산출하면 관련 부서의 전문가들이 그를 도와줄 수 있어요. 이건 좀 과하 다... 이건 터무니없이 낮다... 조언해 줄 수 있죠. 그렇지만 막연하게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으면 아무 도 기획자를 도와줄 수 없어요. 질문하는 요령하고도 비슷합니다. 훌륭한 학생은 선생님 이게 뭐죠? 라고 묻지 않습니다. 선생님, 저 는 이게 이거라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하고 묻죠. 기획서를 잘 쓰려면 개념 재규정을 잘 해야 합니다. 글쓰기 멘토링 초반부에 학습했습니다. 자, 복습 해 볼까요? A는 B가 아니라 C다. 이 형식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규정에서 벗 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글쓰기라고 했어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주고자 했 던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좋음이다. 어차피 시장에 나오는 상품은 품질이나 브랜드나 회사별로 거기서 거기예요. 엇비슷한 규격을 갖 춘 상품을 소비자 기호에 맞게 재규정하여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 것이 기획자의 일이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어떤 기획자가 이렇게 개념 재규정을 하면서 마케팅 이 시작된 거 아니겠습니까.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 마음을 논하지 말라. KBS 축구 해설위원인 한준희 씨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진행자가 유명한 축구클 럽인 AC밀란에서 뛰는 카카 선수의 이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준희 해설위원에게 물었습니 다.
진행자가 기대한 답변은 이적할 것 같냐, 아니면 눌러앉을 것 같냐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한준희 해 설위원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는 카카가 아니기 때문에 카카 마음을 모릅니다. 전 감동했어요. 대 강 말하지 않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까칠한 태도... 이게 바로 글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입니 다. 다음 시간에도 기획서 쓰는 연습 계속하겠습니다. 36강. 기획서 쓰기(2)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기획과 글쓰기의 공통점에 관해 배웠습니다. 좋은 글은 정확한 개념 규 정, 탄탄한 논리 전개, 적절한 비유를 포함하는데, 이는 기획의 원리와 같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도 같습니다. 고객 마음을 움직이려 면 대상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제시해야 해요. 수치로 제시하는 게 좋아요. '예상 수익 극대화' 이 딴 식으로 적지 말고,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수치화해야 합니다.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세 요.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살펴보세요. 1. EBS 직장인 성공시대와 제휴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2. EBS 직장인 성공시대와 제휴하여 3/4분기 매출을 13% 증진한다. 구 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열 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가치가 있는 거 죠. 12%도 아니고 14%도 아닌 13%라고 적기 위해서는 기존 통계 자료, 현재 시장 상황을 꼼꼼히 분 석해야 합니다. 허투루 내뱉은 말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통하는 기획서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은 구체적 수치 외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불장군 식으로 기획자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안 되겠지요? 기획은 협업입니다. 기획은 구체적 수치를 처음 제안하는 사람입니다. 관련 부서의 전문가들이 그 제 안을 발전시킵니다. 구체적 수치를 수정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기획자가 '우리 잘 해 봅시다. 돈 많 이 법시다.' 이렇게 막연하게 제안하면 관련 부서 담당자들도 막연한 대답밖에 못합니다. '그러시든가...' 골프선수 최경주 씨가 그렇게 말했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 없어요." 기획서 작성할 때 1.0 버전을 빨리 만들어서 공유하세요. 충 분한 시간을 주고 기획서를 만들게 하는 회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자본가는 노동자에 게 딱 먹고 살만큼만 임금을 줍니다. 어디나 마찬가지죠. 기획서 작성 시간도 마찬가지죠. 늘 빠듯해 요. 꼭 금요일 퇴근 무렵에 시키잖아요. 오 대리,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회의야!
여기서 열 받을 필요 없어요. 싸이코가 아니라면 금요일 퇴근 무렵에 일 시키면서 월요일 오전까 지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기대하진 않을 거예요. 프로젝트를 빨리 시작하자는 말인 거죠. 불 평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1.0 버전을 빨랑 만들어 제끼세요. 그리고 월요일 회의에서 깨 지면 됩니다. 회의에서 안 깨질 방법은 없는 걸까요? -_-; 없습니다. 대신 더 낫게 깨지는 방법은 있습니다. 논술 시간에 3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어떤 주제에 관해 글을 쓰라고 하면, 어떤 학생은 주어진 시간 에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글을 제출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고민만 하다가 다음 시간까지 집에서 써 온다는 학생이 있어요. 집에서 써온다는 학생 중 대부분은 다음 시간이 돼도 제출 못합니다. 설사 써 와도 엉망인 경우가 많죠. 자신의 한계를 동료와 상사에게 빨리 노출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움을 얻 을 수 있어요. 기획서 작성할 때 또 하나 유념할 점이 있어요. 이것저것 제안하지 말고, 한 놈만 미세요. 클라이언트 입맛에 따라 A안, B안, C안을 만들어 바치지 말고 모든 열정을 쏟은 한 가지 기획을 갖 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것, 자신감 넘치게 기술하여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좋은 기획 자의 태도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획의 목적이요, 글쓰기의 목표입니다. 정력을 여기저기 낭비하면 안 됩니다. 한 놈만 패세요. 자, 부서 회식을 하는데 여러분이 총무를 맡았다고 칩시다. 여기서도 기획자의 역량이 드러납니다. '오 늘 뭐 먹으러 갈까요?' 이렇게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습니다. 추운데서 덜덜 떨며 의견교환 할 건가 요? '오늘 날씨도 쌀쌀하고 우중충하니 낚지볶음에 조개탕 먹으러 갑니다.' 그러면 회식 프로젝트 는 일단 시작됩니다. 깔끔하죠. 역시 오 대리는 뭘 해도 달라... 기획서 작성에서 어려운 일이 일정관리잖아요. 그럼 일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당자들을 무 조건 많이 만나봐야 합니다.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일정을 빡세게 진행해도 될지 아니면 지나 치게 무리하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오거든요. 기획서 내용을 작성했다면 기획의 나머지 절반은 프로젝 트 일정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혼자 독불장군식으로 몰아붙이면 안 되죠. 좋은 기획자 는 늘 훌륭한 중재자입니다. 시장 조사만 하면 안 되고 담당 부서에 협무협조를 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겁니다. 같 은 회사 직원들도 설득하지 못하는 기획서가 시장에서 통하는 경우는 없죠. 그래서 예전에 이미 추진 했던 기획서들을 검토하는 게 필요한 겁니다. 싸구려 기획자들은 자료조사할 때 네이버 먼저 가죠. 여 러분 주변에 가장 훌륭한 정보원이 있습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성실한 리허설이 좋은 공연을 낳는다." 리허설을 실전처럼 열심히 해야 공연도 잘 할 수 있어요. 좋은 글쓰기 태도는 좋은 삶으로 이어집니 다. 평소 충실하게 자료조사하고 자신감있게 의견을 피력하는 습관을 들이면 당연히 좋은 기획서 를 쓸 수 있습니다. 37강. 기획서 쓰기(3)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기획이란 혼자 다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동료와 상사에 게 빨리 노출하는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신입사원들이 흔히 겪는 실수인데요, 감당하지 못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드 러내는 걸 창피하게 여깁니다. 이러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예요. 자신이 무식한 줄 모르거나, 유 식한 척 이것저것 떠벌리는 사람치고 글 잘 쓰는 이는 없죠. 몇 가지 시안을 제시하지 말고 한 가지 기획안을 밀어붙이는 게 좋다고도 했습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이것보다는 오늘 선지해장국 어때? 이렇게 물으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정리하 기 좋습니다. 북어해장국이든 콩나물해장국이든 어떻게든 진행되죠. 글쓰기도 그렇고 기획서도 그렇 고, 모두 세상에 뭔가 제안하는 일이거든요. 묻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할까요? 대신 이렇게 합시다 로 쓰십시오. 기획서는 설명문이 아니라 논설문이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주장을 펼치 는 글이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주장을 납득케 하려면 근거가 충분해야 하고, 논지 전개가 자연스 러워야 합니다. 히말라야의 여인숙에는 이런 순서로 손님을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 난로를 피우고 -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 쌀 과자를 건네고 - 차를 따라 주고 - 시를 암송한다. 참 자연스러운 풍경 아닙니까? 기획서의 전개 순서도 이와 같습니다. 손님, 즉 클라이언트에게 맡겨주십시오. 아무튼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구체적 인 실천과 행동으로 그걸 표현하고 있잖아요.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업계 불황이 심각하 다... 이렇게 적지 말고 구체적 정황을 보여주세요.
그래프 같은 걸로 보여주면 되죠. 지금까지 이룬 실적과 현재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세요. 먼저 예상하 지 말고, 기획안을 보는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예상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자, 두 문장 중에 어떤 게 더 설득력이 높은지 비교해 보세요. 1번 : 슈퍼맨은 옷을 이상하게 입는다. 2번 : 슈퍼맨은 바지 위에 빤스를 입었다. 1번은 이렇다 저렇다 미리 판단한 반면, 2번 문장은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지요? 다른 사 례 하나 더 들죠. 1번 : 오늘 직장인성공시대의 비좁은 스튜디오에 많은 청취자가 방문했다. 2번 : 오늘 직장인성공시대의 두 평짜리 스튜디오에 청취자 65명이 방문했다. 차이를 아시겠죠? 있는 그대로 정확히 쓰면 판단은 독자가 알아서 합니다. 어떤 종류 글이건, 결코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어요. 특히, 책임질 수 없는 표현을 삼가야 한다 고 했어요. 솔직히 말해, 진심으로, 사실,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또 있습니다. 아무튼, 어쨌든... 같은 말도 절대 쓰면 안 됩니다.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는 거거든요. 기 획서를 쓸 때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또는 회의할 때 이런 표현 쓰는 사람 치고 일 잘 하는 사람 별 로 없어요. 맨날 허풍만 치죠.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이거든요. 청취자 여러분이 쓴 글 중에 아무튼이나 어쨌든 같은 표현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다 빼버린 다 음 앞뒤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그런 글은 찢어버리세요. 다 헛소리 한 거니까요. 동어반복도 조심해야 합니다. One Page Proposal'이란 책이 있어요. 한 장 분량으로 제안서 쓰는 방 법을 알려주는데요, 동어반복하지 말고 할 말만 딱 하자는 거지요. 범주를 지키면서 같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할 때가 있어요. 다 시 한 번 강조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 필요한 구절이 바로 이겁니다. 요약하자면, 즉, 달리 말하면, 비유하자면, 예를 들면... 기획자들에게 조언합니다. 왕따가 되십시오. 이건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 훌륭한 기획을 하고 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글쓰기란 상식 또는 군중과 결별하고자 하는 행위입니다. 상식이나 낯익은 것을 거부하고 참된 것이 나 낯선 것을 새로이 발견하고자 하는 일이죠. 같은 대상을 다른 측면에서 바로보고, 개념을 재규정하
려면 왕따가 돼야 합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죠. 왕따 되지 않으면서 글도 잘 쓰는 방법은 없냐고요? 전 모릅니다. 전 왕따 되는 쪽을 택했습니다. 자, 오늘은 화가 이중섭의 말을 인용합니다.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사람은 무엇을 사랑해도 상관이 없소.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 면 되오." 기획이든 글쓰기든 대상의 종류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멋있는 프로젝트를 기다리지 말고 자 기 앞에 주어진 프로젝트를 힘껏 사랑하면 그게 바로 가장 멋있는 일입니다. 38강. 에세이 쓰기 (1)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미리 판단해서 쓰지 말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 는 것이 좋은 기획서이고 좋은 글이라고 했지요? 상대적인 어휘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많다/적다 같은 말도 조심해서 써야 해요. 글 쓰 는 사람은 많고 적음을 미리 판단해서는 안 돼요. 250개, 25명... 이렇게 객관적 정보만 기록하면 됩니 다. 그러면 독자가 주변 정황을 고려하여 많고 적은지 판단합니다. 기획서 쓸 때 피해야 할 표현이 있다고 했죠. 아무튼, 어쨌든... 글쓰기 멘토링 수업을 들었으니 이제 여러분은 글 쓸 때 아무튼과 어쨌든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좋 은 글에는 이런 표현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때 이런 말을 쓰게 되거 든요. 자, 오늘 공부 시작하죠. 에세이를 써 보기로 했죠? 수필 쓰기 연습입니다. 에세이는 학술 논문이 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글에 사용되는 말이고, 일상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글은 미셀러니라고 부릅 니다. 오늘 공부할 것은 이 미셀러니인데요, 편의상 에세이라고 부릅시다. 에세이를 쓰려면 우선 글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찾으세요. 전 글쓰 기 수업할 때 첫 시간이나 두 번째 시간에 항상 이런 과제를 냅니다. 좋아하는 것 목록을 10개 이 상 적어 보시오. 좋아하는 것이 뭐냐 물으면 보통 곱창, 동태찌개 이렇게 적습니다. 그런데 여기 서 그치면 글을 잘 쓸 수 없어요. 퇴근 후 동네 단골 곱창집에서 소주 한 잔과 곁들이는 곱이 꽉 들어찬 곱창 씹기.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좋아하는 것이 많아야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도 수준이 있어요. 정확히 규정해 야 합니다. 동태찌개를 좋아한다... 이렇게 적지 말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동태찌개에서 애(창자) 골 라 먹기... 이렇게 적으세요. 메모의 기술과도 일치하지요? 단어로 적지 말고 한 문장으로 적어라! - 에세이 쓸 때 명심해야 할 점, 또 하나. 가장 사소한 것을 다루십시오. 글의 논의 범위, 즉 범주를 아 주 좁게 잡으세요. 악셀 하케가 지은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라는 에세이가 있어요. 여기에 사소한 것에서 이야기를 끌 어내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고 하나같이 다 흔해빠진 것들이에요. 예 를 들어, 막내아들의 잠투정, 아내와의 쇼핑,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새로 산 휴대전화, 택 시 안에서의 실랑이, 후미진 지하주차장에서 강도를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따위... 뻔한 일상에서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겁니다. 이 책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마트에 가 서 장을 다 본 다음 계산을 해야 하는데 꼭 자기가 선 줄은 늦게 줄어든다는 거죠... 이런 경험을 바탕 으로 이제 줄 서는 노하우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기다리는 손님들의 카트 안을 봅니다. 많은지 적은지, 그 다음 계산원의 능숙도를 봅니다. 느린 지 빠른지... 줄에 관한 정보를 대강 파악했으면 이제 세부 분석으로 들어갑니다. 악셀 하케가 주목 한 건 할머니예요. 계산을 빨리 마치려면 할머니 줄을 피하라 돈을 꼭 맞춰 내려고 준비해 온 지갑 속의 동전을 한참 헤집다가 결국에는 지폐를 꺼내 계산대의 여 점원에게 내밀고, 그 지폐를 받아든 여점원이 거스름돈을 주려는 바로 그 순간에 아, 아니야. 내가 잔 돈을 꼭 맞게 갖고 왔다우. 그럼 그렇지. 기다려요. 여기 있다니까 라고 말하는 할머니 말이다. ( 줄 을 잘못 서면 중에서 ) 우리 수업에서도 선택의 문제를 자주 다루었지요? 선택만큼 좋은 글감도 없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 냐... 하는 선택의 기로부터 죽느냐 하는 실존적 고민까지 살아가는 건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이 선택 의 순간을 글로 기록하십시오. 단, 사소한 것에 주목하세요.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면 늘 후회하지 않나요? 좀 늦더라도 지하철 탈 걸... 몇 초 만 기다리면 되는데 때마침 열리는 전층 운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면 분명 후회하게 되잖아요. 조 금 더 기다렸다가 홀수층에만 서는 왼쪽 걸 탔어야 해, 어휴... 사소한 일상을 모두 메모해 두세요. 똑같은 것을 겪더라도 그 일을 기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 는 것이 글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입니다. SBS 스페셜 "아키타 산골학교의 기적"은 산간 시골 학교가 학력평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