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학연구 제 호 목 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정범모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박철호 성경적 효사상 연구 김시우 삼국유사 를 통해본 삼국시대의 효문화 김덕균 글로벌 시대 효학의 방향과 역할 서은숙 고령화 사회와 출산장려정책에 관한 고찰 노인의 재혼과정

효 학 연 구 Journal of Korean Hyo Studies 제 호 2006. 12.

효학연구 제 호 목 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정범모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박철호 성경적 효사상 연구 김시우 삼국유사 를 통해본 삼국시대의 효문화 김덕균 글로벌 시대 효학의 방향과 역할 서은숙 고령화 사회와 출산장려정책에 관한 고찰 노인의 재혼과정 및 재혼생활에 관한 연구 청소년 참여로서의 봉사학습에 관한 연구 김성철 박영숙 허성욱 효 이해를 통한 성경적 효의 보편성 류한근

1 친자시간의 문제 정범모 한림대학 석좌교수 우선 위 주제의 인성 과 가족문화 라는 말의 뜻을 대충 밝혀놓아야겠다 인성이란 사람 됨됨이 로서 거기에 사람의 지적 정적 사회적 도덕적인 모든 특성을 포함하 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한다 그러나 지식교육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해야 한다 고 말 하는 경우처럼 인성이라는 말은 흔히 사람의 정적 사회적 도덕적인 면을 강조하는 뜻이 강하다 가족문화란 부모 자녀 조부모 등 가족들이 같이 지내는 여러 가지 모습 이라고 해석하기로 한다 예컨대 어떤 집에서는 가족들이 서로 아주 정답게 지내고 어떤 집 에서는 그 사이가 버성겨 있는 경우 또는 어떤 집에는 법도가 있고 어떤 집에는 없 는 경우가 그 예다 가족문화를 가정문화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가정 은 공간 적으로 같이 산다 는 뜻이 더 짙다 위 주제가 함축하고 있는 뜻은 효심 을 포함해서 모든 인성 덕목의 기본 은 어릴 때 가족문화에서 길러지는 것이며 따라서 인성교육의 위기는 가족문화의 반 성 재조정으로부터 그 해결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이 뜻에 적극 찬동한다 그리고 가족문화 또는 가정문화는 가족간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인간관계가 결정하며 그 인간관계에서 우선 가장 긴요한 것은 친자시간 즉 어버이와 아이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고 현대사회의 문제는 그 친자시간을 어떻게 복 원하느냐에 있다는 견지에서 다음 논의를 시작한다 부모와 자식 생물의 근본 특징 자체복체 다 즉 자기와 똑같은 것을 낳고 길러내는 일 이다 그래서 모든 생물의 근본 요구는 개체 생존과 종족 보존이라고 한다 어떤 생물 학자는 이 둘 중 보다 근본적인 것은 종족보존 즉 유전자 보존 이고 개체는 이를 위 한 보존기계 일 뿐 하늘의 뜬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며 다 이아몬드처럼 영원한 것은 유전자다 라고 말한다 연어가 개울 바닥의 돌에 찢겨 피 투성이 되면서 상류로 올라가서 산란하고 수정하고 나서는 곧 죽는다는 이야기로 미

2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루어 수긍이 가는 말이다 모든 현존하는 생물의 부모는 회양목 박테리아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새 끼를 사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쩌다 새끼를 사랑하지 않는 종이 생긴다 해도 생 물들의 살벌한 생존경쟁 속에서 그 새끼들은 곧 포식자에게 먹혀 멸종했을 것이기 때 문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알을 엄청 많이 낳는다 그것들이 포식자들에게 거의 다 무자비하게 먹힌다 해도 그 중 만은 살아남으면 종족은 이어져간다는 계산이 다 그러나 알을 많이 낳을 수 없는 포유동물은 그럴 수가 없다 많아야 새끼를 서넛 밖에 못 낳는 동물은 종족보존하려면 새끼를 지극히 보호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흰 올빼미 어미는 알 까고 나온 새끼를 포식자에 먹히지 않고 둥지 밖으로 떨어지 지 않게 년 동안 둥지 안에서 꼼짝 않고 지킨다 어미와 새끼의 먹이는 아비 올빼미 가 잡아다준다 손 긴 원숭이는 새끼를 년 동안 데리고 산다 역시 포식자도 경계하 고 여러 가지 독립생활에 필요한 지식 과 기술 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그 동안 동 생이 생기면 그것도 같이 데리고 산다 그리고 여섯 살쯤 되면 내쫒는다 문제는 도 리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특히 현대사회의 부모들의 새끼 사랑이 어쩐지 이런 미물들보다 못하다는 데 있다 인간의 대뇌발달 인간의 아이는 태어날 때 여러 동물 중에서 제일 무능 무력하고 그 성장기는 년으로 제일 길다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그러나 긴 세월의 성장을 거쳐 그 무능무 력이 엄청난 유능 유력을 이루면서 만물의 영장이 된다 아마도 인간보다 탄생기가 더 무능 무력하고 성장기가 년으로 더 긴 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보다 더 무서운 영장이 될 것이다 혹 외계인 이 그럴까 그렇게 형편없는 무능 무력을 어마 어마한 유능 유력으로 잇는 다리 의 교각을 세우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그 교각 이 어딘가 부실하면 다리는 무너진다 인간의 영장적인 모든 유능 유력은 거의 다 인간의 대뇌 의 덕이다 그의 인 성 성격 개성 그의 지능 기술 창의력 그의 정서 도덕성 효성 그의 지도력 사명감 책임감 등 정신적 특성들이 다 그 대뇌 속에 들어 있다 근자에 대뇌작용의 영상 을 보여주는 등 새로운 연구도구의 개발의 덕으로 대뇌 성장과 작용의 연구가 크게 진전되고 있다 몇 가지 중요한 발견을 간추려본다 수태 후 주가 되면 태아는 초 당 만개의 신경세포를 만들어내고 이 세포들 은 다음 수 주 동안 유전정보에 따라 대뇌 각 부위에 배치된다 임신 약 기간 이 신경세포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전화줄 인 셈인 신경연접 을 초당 만개라는 어마 어마한 속도로 만들어낸다 실로 엄청난 수의 신경연접이다 이때 그 수는 태아로서 필요한 또는 어른이 되어서도 필요한 신경연접보다 훨씬 많은 수다 어른들의 대뇌의

정범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3 세포수는 약 억 신경연접은 세포당 약 이다 출생 전 수 주부터는 그 반대로 신경연접의 가지 치기 현상이 생긴다 즉 신경연 접들 사이에 생존경쟁 이 일어나면서 어떤 연접은 가지 치기를 당해 없어지고 어떤 것은 살아남고 굵어 진다 이렇게 살아남은 신경연접은 그때부터 태내에서 벌써 밖의 세계를 부분적으로 감지하기 시작한다 출생시 아이는 엄마나 의사의 말을 구분하고 뱃속에서 들었던 노래에도 반응하고 생후 이틀이면 엄마의 얼굴을 기억한다 생후 개월동안 갓난아이는 문자 그대로 학습의 기계 학습의 화신이다 어린아이 대뇌는 감각 기관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해면이 물 빨아들이 듯이 다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신경연접의 무서운 가지 치기 자르기 와 가지 기르기가 계속된다 그 결 과 대뇌의 생리적 구조 자체가 생후 경험에 의해서 크게 변용되어 간다 그래서 영 유아기는 대뇌가 형성되는 더없이 중요한 기간이다 신경생리학자들에 관한 유전 대 환경 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대뇌는 유전과 환경이 같이 껴안고 춤추는 기제에 따라 자라난다 그리고 그 대뇌 속에 인간의 모든 정신적 특성이 깃들어 있다 종래엔 대뇌발달의 급격한 발달은 대충 세에 끝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근 래 제 의 급격한 대뇌발달의 맹렬한 가지치기와 가지 지르기가 사춘기 바로 전에 다 시 시작하고 그것이 대 시절 내내 계속된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두정엽 측 두엽은 대 중반까지 발달하고 계획 판단 자제 결정 등 집행기능 을 맡는 전 두엽은 대를 넘어 세까지도 발달을 계속한다 문자 그대로 사춘기 청 년기는 제 의 탄생기라는 것이다 원숭이가 새끼를 세까지 보살펴야 한다면 인간의 부모는 아이를 세까지 적어도 세까지는 보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 아이 감각경험의 제공자 시범자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중요성을 지닌 신경연접의 가지 치기와 가지 기르기는 아이 가 듣고 보고 만지고 하는 감각경험에 달려 있고 아이의 감각경험의 세계는 주로 부 모 특히 엄마가 베풀고 좌우한다는 데에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는 생후 이틀이면 엄마를 알아본다 엄마는 그만큼 아이의 감각이 집중하는 주요 대상이다 아이는 생후 주면 엄마가 혀를 내밀면 그것을 빤히 보다가 그 혀 내밀기 흉내를 낼 줄 안다 감각경험이 비약하면 그만큼 뇌가 발 달이 안된다 어쩌다 사람들과 놀아보지 못하고 신체 접촉도 못해본 아이의 뇌는 정 상아보다 작았고 장난감이 많은 우리에서 자라난 쥐는 아무 것도 없는 우리 에서 자라난 쥐보다 뇌세포당 신경연접의 수가 가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 아이의 감각경험의 세계는 영 유아기엔 거의 전적으로 부모가 그 제공자 또는 부 제공자가 되고 또 그 강화자 나 모방 대상자로서 통제하고 좌우한다 아동기 사춘기 청년기에도 그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

4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각의 감각재료들 또는 신체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자극들은 대부분 부모 들이 또는 부모를 통해서 제공되고 또는 금지되곤 한다 그에 따라 각 부위에서 각양 각색의 신경연접이 가지 치기 가지 기르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재 둔재도 길러지 고 온정자 냉혹함도 생기고 양심자 범죄자도 나온다 더구나 부모는 그런 감각에 반응하는 아이의 행동을 어떤 것은 칭찬하고 상도 주고 어떤 것은 꾸짖고 벌하면서 아이의 행동학습의 강화자가 된다 아이는 부모 칭찬과 꾸짖음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배워간다 옆에서 칭찬 꾸짖음을 해주는 부모가 많은 시간 옆에 없거나 있어도 그 칭찬 꾸짖음이 부적절하면 배우는 행동도 부적절해진다 이것은 행동학습 또는 강화 학습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는 많은 것을 직접 해보지 않고도 그저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흉내 냄으로써 도 배운다 이것을 간접적인 관찰학습 내지 모방 학습이라고 한다 종전 학습 심리학은 주로 행동학습에 관심을 두었으나 근자에 모방학습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 고 있다 인간의 학습엔 직접 해보고 배우는 강화학습보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 는 모방학습의 범위가 훨씬 더 넓다 부모가 정답고 정직하면 아이도 그것을 따라 배 우고 부모가 남에게 쌀쌀하고 거짓말하면 아이도 그것을 따라 배운다 따라서 모방학 습의 견지에서는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나무랄 근거가 없어진다 아이가 게으르고 공 부 안하는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이 게으르고 공부 안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기 때문 이다 아이가 불효자가 되는 것은 부모 자신이 남에게 불인 했고 아이에게 불인 했던 것을 아이가 그대로 모방학습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 부모의 문제는 그렇게 풍부한 감각경험 제공자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적 절한 강화자 역할과 동시에 모방학습의 대상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라는 존재가 희 미해지고 아이에게 목마르게 필요한 많은 시간에 도대체 아이 눈 앞에 있지 않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친자시간 희소화라는 문제 농경사회의 대가족 가정은 사라지고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그것이 핵가족 가정으로 옮겨간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핵가족이 너도 나도 그래야 할 규범이 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에 관한 한 대가족이 핵가족보다 유리하다 아이들을 돌볼 어른들 아이들이 같이 어울리고 말도 배우고 예 와 정 도 배울 수 있는 어른들이 대가 족에 더 많기 때문이다 핵가족에서는 그런 어른이 엄마와 아빠뿐이다 그 엄마 아빠 마저도 현대산업사회에서는 여성 취직이 보편화 추세가 되면서 아빠만 아니라 엄마 마저 많은 시간 집을 비우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와 같이 보내는 친자시간 이 극도로 줄어들고 희소 해진다 핵가족만 아니라 부부 맞벌이는 거의 상례가 되었고 미국의 경우에는 온갖 해괴

정범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5 한 가족형태까지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가족관이 어지러운 변혁을 겪고 있다 결혼의 반은 이혼하고 이혼자들의 가 재혼하며 이중 반 이상이 다시 이혼한다 그 결과 미국 아이들 넷 중 한 아이는 편친 아래에서 자란다 뿐만 아니라 레즈비안끼 리 또는 게이끼리도 결혼 하고 아이도 얻어기르고 불임부부는 시험관 아기 대리모 아기를 기르기도 한다 아예 아이를 안갖는 부부도 많다 문제는 근대화 되어가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이런 미국의 추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혼 미에 빠지는 희생자 는 아이들이다 친자시간의 희소화는 다른 대안이 없으면 아이에겐 비극이다 현대산업사회의 구조 상 친자시간이 희소화가 정 부득이 불가피하다면 대안적인 사회적 제도 정책 시설 로써 친자시간을 복원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현대사회는 친자시간 부족으 로 인한 온갖 범죄와 갖가지 정신병 등 사회병리에 시달릴 도리밖에 없고 그것이 바 로 현대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친자시간의 문제는 모든 사회병리의 뿌리라고 나는 믿는다 가정의 인성교육 위기란 근본적으로 친자시간의 희소에서 시작한다 엄마 아빠가 다 일터로 가서 집을 비울 경우 아이는 나 홀로 집에서 보내야 한 다 그럴 경우 큰 아이건 작은 아이건 때로는 세 어린 아이도 먹을 것을 제 혼자 챙기고 갈 곳을 제 혼자 알아서 찾아가고 사귀 동무를 제 혼자 알아서 고른다 그러 다가 썩은 것을 먹을는지 물웅덩이에 빠질는지 깡패를 사귈는지 분간 못하는 사이에 아이는 멍이 든다 심한 경우 막되어 먹은 후레자식 의 길에 들어선다 미국의 경우 사춘기 아이들을 그렇게 자주 집에 내버려두는 바람에 부모의 감시없는 상황에서 내 키는대로 섹스 탐닉에 빠져서 나중엔 섹스에 아무 낭만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저 동물적 만족뿐인 섹스에 시틋해지는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의 양육은 물론 아빠 엄마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엄마의 역할이 더 원초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이가 엄마 배속에서 듣는 엄마 심 장의 고동 엄마품에 안겨 젖을 빠는 동안에 느끼고 후에 정신건강의 무의식적인 기 초가 되는 신뢰감 정감 안정감은 아빠가 대신할 수가 없다 아이는 아빠와도 그래 야 하지만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것이 포유동물의 한 공통점이다 남녀 인권은 동등하지만 그 생리적 차이에서 오는 아이 양육에서의 역할분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나는 믿는다 인성발달에 관한 여러 이론 중에 특히 많이 인용되는 에릭슨 의 인생 단계 설은 여기에서 잠깐 음미해볼 만하다 그는 영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인생여정에 서 사람들 인성의 됨됨이가 차례로 결정되어가는 특성들을 대칭적으로 기본적 신 뢰감 대 불신감 자율성 대 수치감 주도성 대 죄책감 근면성 대 열등감 자아정체감 대 열학혼미감 친밀감 대 소외감 생산성 대 침체감 원만 대 절 망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대칭에서 전자는 건전한 경험으로 발달되는 건전한 특성 이고 후자는 잘못된 경험으로 인한 불건전한 특성이다 여기에서 그의 이론을 길게

6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설명할 여유는 없다 다만 이중 에서 까지는 영아 유아 아동 청년기에 형선된 다는 것 그리고 그 건전한 형성에는 친자시간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는 것을 새삼 유의할 만하다 예컨대 첫째 기본적 신뢰감 은 배고파 칭얼대면 엄마가 옆에서 곧 젖을 주고 추우면 곧 덮어주고 하는 경험에서 아이는 이 세계와 사람들은 믿을만 하구나 라는 기본적인 신뢰감이 아니다 아우성치고 울어도 젖을 안 주면 세계와 사람 에 대한 불신감 반항심이 생길 것은 능히 짐작이 간다 영국의 아동학자 리이치 는 엄마는 적어도 아이의 생후 년은 전적으로 아이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권하면서 그후에도 엄마가 자신의 뜻을 펴는 자아실현의 시간은 넉넉히 있다고 말한다 두 아이의 어머니고 대학교수인 그 자신 그런 생애를 보냈다고 증언한다 그는 아이를 탁아소나 유치원에 진종일 보내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곳이라 해도 엄마 품만은 못하다고 선언한다 그의 말이 현대 사회에서는 따르기 힘든 권고라 해도 그 뜻은 음미해볼 만하다 생후 년이 가장 맹 렬하게 대뇌 신경연접의 가지 치기 가지기르기가 진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감정이입과 촉감 인성발달의 기초 특히 친자시간은 아이의 건전한 인성발달 건강한 정신발달에는 풍부한 감정이입 경험과 풍족한 촉각 경험이 필수라는 점에서 각별히 긴요하 다 감정이입과 촉감은 엄마 아빠가 공간적으로 바로 옆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 고 또한 보모나 보육교사 등 대리모 가 여간 자상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아이에게 풍 족하게 베풀어 줄 수가 없는 심리기제이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은 남의 아픔 슬픔 기쁨 즐거움의 감정을 내 것처럼 느낄 줄 아는 심리 기제다 예컨대 어떤 아이가 넘어져 다쳐서 울고 있으면 저런 참 아프겠구나 느끼면 서 자연 얼굴이 찌푸려지고 또는 어떤 사람이 운동시합에서 이겨서 기뻐하면 나도 얼굴에 자연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심리기제다 감정공명 감정공조라해도 좋고 공감 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남의 감정을 내 속에 옮겨온다는 어감이 좋아서 나는 감정 이입 을 선호한다 감정이입의 심리기제는 모든 인간적인 정서와 도덕의 기본적인 요인인 것은 긴 설 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유교의 인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은 감정이입에서 출 발한다 감정이입은 장사를 잘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감정이입은 생존에도 필수다 남이 뱀을 보고 무서워 기겁을 하면 나도 그 뱀의 무서움을 탈 줄 알아야 하고 남이 산딸기를 따서 맛있게 먹고 있으면 맛이 있나보다 입맛 다실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진화론 적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대뇌에는 감정을 주관하는 기관인 편도체와 대뇌 피질을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있어서 그것이 감정이입의 생리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정범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7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그런 생리적 기초가 있어도 그 회로의 신경연접들이 풍부한 감정이입 경험에 의해서 강화되지 않으면 퇴화하고 가지치기 를 당한다는 데 있다 감정이입은 근본적으로 아이가 어른과 같이 있고 같이 마주하고 같이 눈 맞추고 같 이 놀고 같이 웃고 하는 경험에서 길러진다 배고파서 칭얼대면 즉각 와서 젖을 주 고 다쳐 아파하면 즉각 와서 쐐쐐해 주고 하는 경험을 많이 받아야 감정이입의 신경 회로가 강화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최적 제공자는 육친 이고 그 최적의 기회 는 친자시간인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인간의 감각기관엔 시 청 미 후 촉의 오관 이 있다 운동감각 균형감각 등 다른 감각도 있지만 이 오관이 주종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각 청각을 특히 중요 시한다 그래서 예컨대 교육방법에서 추상적인 문자만 아니라 시청각 교육방법을 강 조한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곧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 어느 것 일까 장님은 못 봐도 살아간다 귀머거리도 살아간다 후각 미각이 시원치 않아도 살아간다 그러나 촉각이 둔해서 살갗을 칼로 찔러도 모르고 불로 지져도 모르면 치 명적이다 생물학자들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은 피부의 촉감이며 시 청 미 후 등 다른 감각신경계통은 진화론적으로 피부에서 발달해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안다는 것을 파악 한다고도 한다 붙잡고 쥐고 할 수 있어야 정말 안다 는 뜻이다 화병에 희한한 꽃이 꽂혀 있으면 우리는 슬그머니 생화인지 조화인지 만 져본다 반가우면 악수 하고 서로 껴안는다 오래간만에 만난 애인을 시청각으로만 대할 연인은 없다 뛰어가서 껴안아야 한다 실감 실습 실험 실행 실무 실증 실사 실질이라는 말의 실 은 만지고 잡고 쥐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논문에서 근자 에 촉감이 아픔 뜨거움 등만 아니라 두께 거리 모양 구조 등 의외로 많은 것을 알아낸다고 밝히고 있다 촉각이 무섭게 많은 것을 알아내는 힘은 맹인들이 손가락으 로 점자 를 읽는 것으로도 짐작이 간다 직접 실험관을 만지면서 과학실험을 해 보는 것과 그저 남이 실험하는 것을 보는 것과는 그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 아이들은 원초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촉감으로 느낀다 엄마 아빠의 착하다 사랑 한다 는 말보다 품에 안아주고 업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손잡아주고 같이 씨름해주고 뒤둥그러주고 할 때 느끼는 촉감에서 우선 부모를 알고 사랑 을 느낀다 그런 촉감 제공자는 이 또한 부모가 그 최적임자다 부모와 풍부한 감정이입을 경험했고 풍부한 껴안음을 경험한 아이에게서 불효자식이 나올 수가 없다 가족문화 양성 삼세대론 문화인류학자였던 미드 는 한 연설에서 양성삼세대 의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한 사회의 문화가 갈등이나 차질없이 이어지고 발전해 나가려 면 조부모 부모 아들딸의 양성 삼세대간의 잦은 심리적 교호작용이 필수라는 것

8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이다 그 여섯 중 어느 것 하나 빠져서 상호작용이 없어지거나 희소해지면 그 사회집 단에는 어떤 차질이 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차대전 때 많은 아버지들이 출정해 집에 없어서 남자아이들은 성역할 학습을 제대로 못한 탓으로 그런 아이들 중에는 커서 동성애 등 성도착증이 많이 생겼다 미국에서 바이블 다음에 많이 팔리는 책이 스포크가 쓴 육아법 이라는 책인데 그 이유는 집에 할머니가 없어서 아이 기저귀 채우기 목욕시키기 따위를 쉽 게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다 또 누구나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미국 중년 남 녀에게는 그 두려움이 유난히 강하다 그래서 미국 중년 부인은 늙기가 싫어서 세계 에서 가장 짙게 화장을 한다 미드의 추론이다 그렇다고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드시 부모 자녀와 같은 집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그 사이에 자주 또는 가끔 정이 오가 는 상호작용은 있어야 하고 가끔은 만나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각 세대 의 장점 이점 들이 집결 되면서 건강한 생활과 문화의 추진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 부모와 아들딸 조부모와 손자 손녀의 만남이 희소해지면 그 자체가 건전한 개인생활과 사회문화의 진척에 차질을 준다는 말이다 거의 모든 포유동물은 자웅이 다 생식기능이 끝나면 곧 죽는다 그러나 인간은 남 녀가 다 생식기가 끝나고도 길게 살아남는다 왜냐라고 어떤 논자가 추론한 것을 읽 은 적이 있다 그는 진화론적 해석을 내린다 즉 그렇게 늙은이가 길게 살아남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빠는 일하러 나가 집에 없고 엄마도 어떤 일에 바쁠 때에는 할미 할아비라도 있어 아이를 지키고 돌볼 수 있어야 더 살 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드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기실 정치적으로도 늙은 세대만 득세하고 젊은 세대가 소외되면 그 사회는 정체 퇴화하고 반대로 젊은 세대만 판치고 늙은 세대가 소원되면 그 사회는 급진 과격으로 불안해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우리는 도덕적 덕목에는 많은 경우 상반되는 남성적인 덕목과 여성적인 덕목이 공 존하면서 때로는 상극 반립 관계에 있고 때로는 상보 종합 관계에 있다는 것은 음 미해볼 만하다 예컨대 용감과 온화 강건과 유연 엄격과 용서 지조와 관용 정의와 박애 전쟁과 평화 등이다 건전한 도덕적 판단은 그 둘의 조화 종합에서 내려지는 것이고 하나는 흔히 엄친 아버지에게서 배우고 또 하나는 자친 어머니에게서 배우 는 것이라면 아이에게는 아빠와의 시간과 엄마와의 시간이 다 필요하다 때로는 부모 가 다 엄친이라면 자친의 역할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맡아야 한다 양성 삼세대론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나라에 풍미하고 있는 세대이기주의 는 또하나의 집단이기주의며 이는 아무리 산업사회의 여파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든 극복되어야 한다 신혼부부가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것이 일반적 규범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거기에 더해서 이제는 조부모도 아들 부부와 같이 살지 않으려 하는 풍

정범모 인성교육의 위기와 가족문화 9 조가 있다 할머니도 손자 돌보기보다는 자기 재미 챙기기에 더 바쁘다 부부는 아이 하나가 거의 규범이 되어버렸다 아예 아이 안 낳겠다는 부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 다 이혼율은 늘어나고 결혼연령은 바람직한 적령을 훨씬 넘기고 아예 결혼 않겠다 는 젊은이도 늘어난다고 한다 부부는 자기 재미와 뜻을 채우느냐고 아이를 어린이집 과 유치원에 맡긴다 정치에서 늙은이는 필요 이상으로 소외한다 사회정치 정책에서 어린이 세대와 늙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소외한다 다 세대이기주의의 현상들이다 이 모두가 국가사회의 안정된 그러면서도 발랄한 발전을 위해서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니 다 필히 개인적 사회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제 안 나는 윗 글에서 그러니 건전한 인성발달을 위해서 가족문화가 어떻게 되어야 하느 냐 라는 문제를 별로 들어내 놓고 다루지는 않았다 그것은 윗 글에 여러 가지로 충 분히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가장 중핵적인 친자시간의 충분한 복원이라는 문제에 대한 제안을 두 가지로 정리해 본다 우선 나는 부모 자신들이 부모관 을 새삼 깊이 성찰해 주기를 바란다 부모에겐 생 물적 본능적으로 타고난 모성애 부성애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아이를 기르면 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현실에 취직의 필 요 입시경쟁 열악한 교육환경 부정부패 풍조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경우엔 그 렇게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럴 경우엔 부모 역할에 대한 좀 깊은 성찰과 결의가 필요 해진다 내가 아는 대학교수 한 분은 밖에서 점심 회식은 하지만 저녁 회식은 안하는 것을 스스로 원칙으로 하고 있는 분이 있다 두 아이와 같이 저녁 먹는 시간을 가지기 위 해서다 나는 그 분을 존경하면서 내가 옛날 그렇게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이 일은 쉬 운 일이 아니다 결의가 필요하다 부모의 자연스러운 아이 교육방법은 전인적 이다 대개 부모는 아이에게 말 도 가르치고 글도 가르치지만 노래도 놀이도 그림도 인사하는 법도 가르친다 초등학 교 중등학교도 원칙적으로 전인교육이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입시경쟁 때문에 그 렇지 못하고 부모도 아이를 공부 에 내몰고 전인 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생각 있는 부모는 그런 회오리 속에서도 가능한 한 아이의 전인 을 지키고 기를 결의는 있 어야 한다 위와 같은 부모역할의 성찰을 위해서 각급 학교의 공교육 그리고 신문 텔레비젼 등 매스미디어에서 부모학 을 활성화해 보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다음 아이 사랑의 적극적인 사회화 를 제안한다 동물은 자기 새끼만 사랑 하면 된다 그러나 인간의 아이는 부모도 아이도 복잡다기한 사회문화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에서 자라난다 따라서 인간의 아이는 내 아이 사랑 만으로는 안되고 우리

10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아이들 사랑 으로 사회제도 정책 시설화되어야 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더구나 더 그렇다 한 나라의 각종 아동복지와 교육에 관한 각종 법 제도 정책 시설이 그 것이다 이런 아이 사랑 사회화가 부실하면 아무리 개별 부모가 애를 써도 거기엔 한 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현대산업사회의 구조상 그 긴요한 친자시간이 최소화해가고 있다면 그것은 필히 제도 정책 시설로써 복원 보충되어야 한다는 것은 현대사회 의 필수조건이라고 해야 한다 출생휴가 육아휴가 부모의 직장 근무시간에 융통성을 두는 제도 직장 탁아소 제도 엄마의 긴 육아기간 후 복직 보장 출산 육 아 보상금 등도 그 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 출산 양육 교육의 각종 장려 보조비 로 의 를 충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에게도 창의적이고 과감한 확충이 요 망된다 특히 보육시설 유치원은 그 수를 늘릴 따름만 아니라 그 시설도 풍요하게 보완되 어야 하겠지만 특히 그 보육교사의 자질 향상은 긴요한 과제라고 해야 한다 이를 위 해서 보육교사 양성의 교육제도와 교육과정 그리고 현직교육에 각별한 관심이 집중되 어야 할 것이다 보육교사는 노래 놀이를 가르치는 교사이기 보다는 우선 아이가 안 기고 의지하고 따르고 눈 맞추고 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아이를 맡고 있는 처지에서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인성 발달 나아가 이 나라의 정신건강은 아동발달에 관한 전문적 식견과 더불어 그렇게 육친의 어버이 같은 정이 넘치는 보육교사의 헌신에 달려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아이들의 인성교육 그리고 인성형성의 텃밭 이 되는 가족문화의 건설은 한편 부모들의 깊은 부모관 성찰과 또 한편 창의적인 사 회제도 정책 공동의 책임으로 충분한 친자시간을 복원하는 것이 그 관건이라고 믿는 다

11 본회퍼의 위임론을 중심으로 박철호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서 론 연구의 목적 기독교적 효체계 의 변수에는 대리 가 있다 즉 부모를 섬기는 데 있어서 자기의 뜻에 따라 효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 뜻에 따라 또는 주의 뜻을 위탁받아 부모를 섬기는 것이 대리 의 효이다 엡 그런데 기독교 윤리학적 의미에서 이러한 대리 의 효는 본회퍼의 위임론 에서 나타난 위임 의 개념 을 통해 보다 자세히 그 의미를 규명할 수 있다 그렇 다면 기독교적 관점에서 위임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위임은 본회퍼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세계가 그리스도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우리 인간 삶의 영역의 기본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 삶의 기본 관계들은 위임에 의해 형성되고 제한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 삶의 기본 관계를 규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위임과 유사한 개념들로서 질서 직분 직무 등의 개념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본회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위임은 이러한 개념들과 달리 하나님의 위탁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기독교의 위임 개념은 하나님의 명령과 이러한 하나님의 명령에 의한 위탁에 복종할 때 하나님의 위임이 있게 된다 즉 질서 직분 기독교 효체계란 성경에 기초한 효 즉 부모를 섬기는 윤리의 체계를 의미한다 기독교 효체계 에는 가지 변수가 작동하고 있다 즉 순종 친애 존속 그리고 대리 이다 박철호 효윤리학 서울 도서출판좋은친구 위임 이란 술어는 라틴어 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위임 위탁 명령 수임의 뜻 을 가진다 그런데 본회퍼는 위임과 유사한 개념인 질서 지위 직책 등을 구별한다 즉 본회퍼 는 질서 는 그 근거인 하나님의 위엄 권위부여 등의 관심보다 질서 속에 내재 이념에 중점을 둘 위험이 있으며 지위 는 인간의 특권을 암시하고 원래 겸손 속에 있던 존엄 을 전하지 못한 다고 본다 또한 직책 은 오늘날 너무나 세속화되어 하나님의 결단의 성격을 줄 수 없다 참고 전경연 역 본회퍼의 사회윤리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2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직무의 개념에는 하나님의 위탁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는 위임의 개념을 본회퍼의 위임론을 중심으로 기독교 적 위임체계를 구축하여 의미 분석하고 이를 통해 효의 필수 변수로서 대리의 효개념 을 규명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둔다 연구의 방법 위임의 개념과 같이 다양한 하위 변수들이 작동하는 개념의 틀은 그 의미를 복합 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분석하고자 하는 개념의 하위 변수들은 복 합적으로 상호 관련하여 의미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복합적인 개념의 틀을 분석하는 데 한 두 가지 변수로서 접근하여 분석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대상의 개념을 환경 등과 관련하여 복합 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데 어떤 접근법이 타당한가 바로 체계론적 접근법이다 체계론적 접근법은 체계와 환경의 상호 작용을 중시하면서 체계의 내적 변수들이 복합적 상호 작동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인 본회퍼의 위임개념도 내적 변수를 통해 하나의 체계를 구축하며 그 위임체계가 당시 의 정치 경제 등의 환경 속에 어떻게 성격을 내재화했는지를 체계론에 의해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위임체계는 어떤 변수들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 제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화살표는 내적 변수들의 상호 작용 관계를 나타낸다 계 명 자 연 질 서 책 임 기독교위임체계의 구성 요소 Ⅱ. 기독교 위임체계의 구축과정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13 그 동안 인간 삶의 기본 원리를 탐구하는 기독교적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기독교 인들도 비기독교인들과 동일하게 자기가 속한 사회 속에서 의식주의 기본 생활을 충 족시키며 국가 정책이나 사회의 제도나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단적으로 말해 교회도 국가나 사회의 관계 속에 존속해 간다 교회와 국가가 하나의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고 통합되어 있던 중세시대에는 종교 적 삶과 일반 사회적 삶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도 큰 문제가 없 었다 이러한 상황은 초자연적 은총의 세계와 자연법에 의해 지배받는 자연 질서의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통일하는 가톨릭의 형이상학적 신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와 국가가 갈라지고 신앙과 정치가 분리된 근세이후 현대 사회에 와서 는 종교적 삶과 정치사회적 삶의 분리에 의한 상호 대립적 상황의 발생과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제기되면서 다시금 새롭게 교회와 국가 신앙과 정치 종교와 사회 등의 문 제를 신학적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 사회체계의 기본적인 논리와 그 작동 원리에 대한 탐구가 탄 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탐구과정에는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 교회의 사회체계와의 관계 정립 그리고 죄에 의해 붕괴된 인간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한 하나님의 인간구속 의 목적이 개입된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기독교의 위임 사상은 이러한 인간 사회체 계의 새로운 탐구 과정 속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관련하여 제기되었다 기독 교의 위임사상은 루터 부르너 그리고 본회퍼 등의 사회 탐구에 의해 구축되었다 루터의 위임체계로서 삼대권 사상 루터는 그의 삼대권 질서사상 을 통해 세상에는 하나님이 설 정하신 삼대 질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인간이 자기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 본적 틀이 된다 인간의 죄의 문제와 관련하여 루터가 구축한 세 가지 사회질서로서 첫째가 가정이 며 여기에는 부모가 엄한 훈계로 자녀를 양육한다 둘째가 국가이다 이는 왕을 비롯 한 관리들이 불법을 행하는 자를 권력의 힘으로 다스리기 위해 칼을 가진다고 한다 셋째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죄를 다스리는 교회이다 루터의 삼대권 질서는 하나님께서 창세에 이미 계획하신 것으로 그 기본 목적은 사회 속에서 죄악을 견제하며 동시에 봉사를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즉 가정과 국 가 그리고 교회는 죄를 범해서 자멸하게 되는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이런 질서들을 통해 인간의 범죄를 견제하신다는 것이다 루터의 삼대권 질서 사상은 두 박봉배 전경연 역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본회퍼의 사회윤리

14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왕국설과 더불어 중요한 윤리적 체계를 이룬다 하나님은 오른 손을 가지고 사랑의 법에 의해 인간의 영저인 세계를 다스리며 왼손을 가지고 인간의 세속적인 삶을 다스 리신다 그러나 루터의 질서 개념은 그의 두 왕국설과 더불어 질서의 절대화의 경향성에 빠지는 문제를 지닌다 이는 농민 반란 때 루터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농민 반란 때 그는 서슴없이 영주의 편을 들어 자기의 위치를 지키지 않은 농민들을 처단하라고 권고한다 루터의 질서개념에 의하면 질서가 죄를 견제하기 위하여 있기 때문에 농민 반란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루터의 공직미화 사상이다 그는 모든 공직 특히 삼대권 은 하나 님이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직위에 앉은 사람조차도 잘못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것은 그가 질서를 너무 강조해서 집권자들을 절대화시키는 경향성이 있었고 소위 두 왕국설의 주장으로 정치와 종교를 분리시켜 어떤 정치적 부패나 독재에도 함구무언하 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독교 위임의 대상으로 국가 가정 교회를 인정하 드라도 위임의 내용을 설정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이다 어쨌든 루터의 삼대권에 의한 질서의 사상은 기독교 위임체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 서 질서 라는 주요한 변수를 설정하는 도움을 준다 기독교 위임체계의 내용으로서 질서는 하나님의 뜻을 이 세상에 이루어가는 데 하나의 주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부르너의 위임체계로서 자연법적 정의 사상 한편 부르너는 루터의 삼대권 사상을 현대에 받아들여 질서의 개념을 확립하였다 그는 사회의 올바른 질서는 진정한 정의의 개념에 기초를 두어야 하겠다는 입장에서 질서나 법보다 앞서 있는 윤리적 가치로서의 정의의 확립에 관심을 가졌다 루터이 질서 사상에서 질서의 개념을 이어받은 부르너의 창조질서의 구체화는 가 정 노동 국가 문화 그리고 교회이다 이는 뒤에 본회퍼의 위임사상의 가정 노동 국 가 교회의 기초가 되었다 그렇다면 부르너의 사회질서로서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된 노동 국가 문화 가정 그리고 교회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가정공동체는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로서 성에 의한 공동체라 할 수 있 다 이 성은 인류보존이라는 중요한 목적을 인간의 본능 충동등과 결합하여 얻어진 다 그러나 여기서 중시할 것은 가정의 결정적인 요인은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라는 점 위의 책 참조 박봉배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15 이다 즉 부부가 가정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격히 따져보면 부부의 결합은 계 약에 의한 것이다 계약이란 당사자들의 의사에 의해 체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의 사에 따라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 공동체의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인 가 바로 피이다 피에 의한 공동체는 인간의 뜻에 의해 결합되거나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피는 인 간관계의 필수적 통합 요인으로서 원초적이다 이는 피로서 결합된 공동체는 항상성 을 지님을 의미한다 비록 공동체에 붕괴 위기가 초래될지라도 피에 의해 결합된 공 동체는 시간이 비록 지체될지언정 존속을 위한 형태를 회복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 결합체인 사회를 단지 계약관계로서만 보는 것에 한계가 있음 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사람의 뜻인 지 그리고 항상성을 구 축하는 혈 의 체계로서 사회 혈지사회 를 설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혈연으로 결합되는 가족 관계에는 부모와 자녀관계 자녀간의 관계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모자녀 관계에 의한 결합이 가장 강력하다 따라서 가정 즉 가족 공동체는 부모자녀 관계를 중심으로 통합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자 하는 욕구에 서 구축된다 사람들은 혼자 자급자족이 가능할 수 있지만 공동체 삶 속에서는 상호 간 필요한 협력과 교환을 통해 보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게 된다 루터가 생각했던 것 과 달리 오늘날 노동의 문제는 가족 공동체 속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가지고 있 다 경제문제와 관련된 노동 공동체는 국가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윤리적 문제를 내포 하기 때문에 노동 공동체의 특수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국가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질서를 통해 가정 공동체와 노동 공동체 그리 고 교회 공동체가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은 복합 적이다 그러나 일단 구축된 국가 권력은 강제적 수단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 영역들 간의 조정을 취한다 여기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러한 조정의 이념으로 서 정의 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의 개념은 부르너의 자연법과 관련이 있다 즉 부르너는 바르 트와의 년 자연신학에 대한 논쟁에서 그리스도 밖에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가 능한가에 대해 그 가능성을 수용하였다 물론 바르트는 이를 거부하였다 바르트는 세 계가 아니라 계시를 통해서만 창조주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르너는 비록 피조물이 죄로 말미암아 타락했지만 여전히 그 피조물들은 창조주 의 작품임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하여 창조된 자연 속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정의도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자연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보았 다 부르너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 공동체의 질서를 포함하는 의미의 창조질서를 인 안춘근 의 창조질서개념과 의 위임사상 비교연구 부천 서울신학대

16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부르너의 위임 대상인 국가 공동체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역시 자연법적 정의의 개념이다 물론 자연법에 관한 여러 견해를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자연법은 명 확한 결론을 얻기가 힘들다 따라서 자연법을 절대화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자 연법을 전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이와 같이 자연 상태에 있어서 인간의 도덕적인 지혜나 능력이 적극적으로 시인하 든 가톨릭교회의 경우 또는 소극적으로 긍정하든 개신교의 경우 일단 그와 같은 요 소를 받아들이는 한에 있어서 모든 인간에 공통되는 도덕의 보편성을 정당화시키는 토대는 확정된다 확실히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도덕의 보편적인 토대를 긍정함에 있어서 자연 법 개념이 큰 역할 을 한다 개신교에 있어서 자연법사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루터나 칼빈에 있어서 자연법은 긍정되고 있으며 자연법이라는 용어를 사용 하지 않는 경우에도 계시와는 관계가 없는 어떤 윤리적인 지혜가 존재함이 시인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법사상은 인간 사회질서 이전에 도덕적 윤리의 보편적 개념으로 서 인정된다 넷째 문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여타 공동체와는 달리 자연적이거나 역사적 근거가 아닌 순전히 인간의 지적인 충동에 의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 공동체의 성 격을 파악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처럼 큰 집단 내에 있는 개별적 구 조들은 공동체 형태의 특징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충동 자체가 항상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 교육 예술 과학은 국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삶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천재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공헌들을 삭감할 필요 없이 바로 그 관점에서 올바 로 이해되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 공동체이다 가시적 교회를 생각해 보면 이 공동체는 신앙에 대 한 교회 자신의 특별한 충동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질서를 창조하고 세상과 교회의 분명한 구별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에 기인한다 이 점에서 교회는 국가를 닮는다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교회는 신앙에 근거한 사랑의 교제가 목적임에도 불구하 고 사회적 제도 치밀한 성격 구체적인 현실성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정신적 집단이 아닌 법적인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학 신학대학원 나학진 자연법과 윤리 박봉배 편저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위의 책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17 그러나 진정한 교회 즉 비가시적 교회는 교회 자체 내에서 실제적인 사 랑을 새롭게 생산하고 믿음을 새롭게 제공한다 그리고 여타 공동체들을 비판하거나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본회퍼의 위임체계 본회퍼가 언급한 위임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계시 안에 기초를 두고 성 서를 통하여 증거가 된 구체적인 하나님의 위탁을 이해하게 된다 위임은 일정한 하 나님의 계명의 실행을 위한 자격을 부여받고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는 마치 지상 법정에서 하나님의 권위를 대여 받는 것과 같다 동시에 본회퍼의 위임이라는 말에는 어떤 특정한 지상의 영역과 관련하여 그 영역 을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요구받는 것 그 영역의 장악 그리고 그 영역의 형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서 본회퍼는 앞에서 언급된 질서 직분 직무 등이 지금까지 인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개념들의 의미를 분석한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개념들은 역사적인 여러 오해 때문에 이러한 개념들을 대체하는 위임 이라는 용어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계속해서 본회퍼는 위임의 대상으로서 이 세상 가운데 노동 결혼 정치적 권위 교회 를 든다 그리고 이들이 존재하기를 하나님께서 원하며 이들이 각자 자기의 방식대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향하여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하기를 원한다고 본다 본회퍼에 의하면 노동 결혼 정부 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명령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령하셨기 때문에 그것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인 간의 이에 대한 인식여부를 떠나 이들의 존재는 하나님의 위탁에 복종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위임이 되는 것이다 본회퍼는 위임개념에서 루터의 삼대권을 새롭게 이해한다 즉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루터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인간의 사회적 삶에 세 가지 기본적인 질서 즉 결혼 위의 책 손규태 역 기독교윤리학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박봉량 그리스도교의 비종교화 서울 대한기독서회 위의 책 기독교 윤리 이와 같은 명제 배후에는 히틀러의 제 공화국 때 독일 기독교인 집단 내에서 결정적인 창조 질서로서 게르만 종족과 독일 민족을 신격화한 나치스의 국민법 과의 치열한 저항이 숨어있 다 참고 본회퍼 사회윤리 위의 책

18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정부 교회를 창조하심으로서 악마에 대항하도록 하셨다 본회퍼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여 노동 결혼 정부 교회 네 개의 위임으로 생각하였다 물론 이러한 네 가지 위임은 앞에서 말한 바대로 부르너의 다섯 가지 위임 즉 노동 결혼 정부 교회 그리 고 문화에서 한 가지가 빠진 것이다 본회퍼는 그의 위임론을 설명하면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중요시한다 첫째 위임 은 계시의 빛 속에서 하나님께 순종할 장소로서 구축되었고 둘째 하나님께서 구축하 신 위임은 인간과 함께 창조하셨고 따라서 위임은 인간 존재의 사회적인 구조가 된 다 셋째 모든 위임은 하나님의 계명이 구체화된 것으로 성격이 같고 상호 분리될 수 없으며 서로 혼합되어있지만 용해되어 버리지 않는다 본회퍼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은 위임을 통하여 창조 시 하나님 자신이 수행하셨고 그리스도께서 체험하신 통치와 삶에 관련이 된다 이런 논리 하에 위임개념 속에 내포된 세상 가운데의 실천성을 살펴보자 이것은 윤 리적인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계명과 인간이 만날 때 문제되는 사실로서 어떻게 이 위임들을 성취하며 위임을 통하여 하나님께 순종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위임이든 문제가 되는 사실은 세상 한가운데에 있는 하나님의 위임 이다 따 라서 위임을 통해 인간은 개인이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하 나님과 세상을 화해시킨 그리스도 몸 의 현실 속에 들어가 일한다 그러나 각 위임들은 단독으로 봉사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제 위임을 병존케 하 셨으므로 제 위임은 서로 함께 봉사한다 결국 위임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속 안에서 참된 세속성 을 향하여 해방되도록 봉사한다 위임은 다양한 삶 속에서 하나님의 계명을 수행하고 완성시키기 위하여 창조 시에 그리스도를 통하여 설립된 것이며 성서의 그리스도계시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하나님 께서 위탁하신 것이다 위임은 하나님의 통치의 지체들이다 말하자면 위로부터 이 세상 속으로 주어진 것이다 계명은 하나님의 통치와 그리스도론적인 통일성과 현실의 전체성이 서로 화 해하여 부채꼴 모양으로 펼친 것과 같다 그 중심은 인격으로 계시는 그리스도이다 그러나 위임은 하나님 앞에서의 순종과 수난과 찬양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세속적 인 삶을 지향한다 세속적인 삶은 위임 속에서 그의 근원적이고 본래적인 형태를 발 본회퍼는 처음 그의 윤리학에서 노동위임과 문화위임을 서로 혼용하고 있으나 후일 옥중서간 에서는 문화위임을 우정과 함께 자유활동 영역에 귀속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참고 고범서 역 옥중서간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본회퍼 사회윤리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19 견한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계명으로서의 하나님의 위임을 살펴보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서 계시된 하나님의 계명은 인간의 삶을 내포하고 있는 통일성 가운데서 네 가지 형 태 즉 교회 결혼과 가족 노동 정치적 권위에서 만난다 본회퍼에 의하면 하나님 의 계명은 오직 스스로 존재하는 곳에서만 발견된다 하나님의 계명이 말해지는 곳은 오직 하나님 스스로 거기에 권위를 허락하는 곳이다 하나님이 권위를 허락하시는 한에서만 그것은 바르게 실행될 수 있다 이곳에 바로 위임이 있다 계명은 그 자체로서 중성적 믿음에 의한 순종의 장소 가 아니라 거기에서부터 순 종에 대한 요구가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장소요 기관이요 위임이다 그리고 이 위임 은 계명을 선포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 위임은 그리스도 계시에 근거되어 있고 성서를 통하여 입증된 바와 같이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위탁 하신 것이다 또 위임은 하나님의 특수한 계명을 수행할 자격을 부여받고 합법화된 것이다 또 한 위임은 하나님의 권위를 이 땅 위의 기관에 양도하여 온 것이다 위임을 영위하는 자는 대리로 행동하며 위탁하신 분의 자리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자로서 행동한다 위임은 한편으로는 이 땅 위에 속한 영역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형태를 취하도록 하며 이를 수행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위임받은 자는 위임한 자를 대신하여 그 대리로서 행동한다 교회 결혼과 가족 문화와 정치적 권위 이들 하나님의 위임은 이들이 상호의존하고 대립함으로서만 예 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계명으로서 경청된다 이 위임들은 어느 것도 혼자 설 수 없으며 다른 것과 교체를 요구할 수도 없다 이 위임들은 공존적 이며 서로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또한 상호 의존적 이다 이제 본회퍼의 네 가지 위임들을 살펴보자 먼저 노동의 위임이다 이는 부르너의 노동 공동체에 해당한다 본회퍼에 따르면 위의 책 본회퍼는 처음 그의 윤리학 에서 노동 위임과 문화 위임을 서로 혼용하고 있으나 후에 옥중서간 에서는 문화 위임을 우정과 함께 자유활동 영역에 귀속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참조 고범서 역 옥중서간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기독교윤리 본회퍼 사회윤리 세상적인 삶이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위임을 수행하는 삶이라고 할 때 이 네 가지 위임들은 예 수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계시된 하나님의 계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20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노동의 위임은 첫 사람 아담에게서 볼 수 있다 아담은 에덴을 가꾸고 지켜야 했다 창 타락 후에도 노동은 하나님의 훈련과 은혜의 위임으로 남아 있다 창 여기서 인간의 노동은 농업을 포함하여 경제적인 것 그리고 과학과 예술에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 노동을 통하여 사물이 세계와 가치의 세계가 창조되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 조와 같이 무에서 창조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하나님의 창조를 근거로 해서 인간이 새 로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위임은 아무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음이 결혼의 위임이다 이는 부르너의 가정 공동체 위임에 해당한다 결혼은 남 자와 여자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엡 하나님은 이 결합 위에 번성하는 축복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허락한다 이렇게 인간은 창조의 과정에 참가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고 그 뜻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결 혼을 통하여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과 봉사 그리고 그 나라의 확장을 위한 존 재가 된다 결혼은 단순한 출산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복종으로 교육하는 것까지 의미 한다 왜냐하면 부모는 아이들에 대해 하나님의 대리자이다 아이들을 세상에 나게 하 고 하나님의 위임을 받은 하나님의 대리 교육자이다 이 모든 부모의 역할도 예수 그 리스도를 위한 일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도록 양육하는 곳이 바로 가정이 다 부르너의 국가 공동체에 해당하는 정치적 권위에 대한 하나님의 위임은 이미 노동 과 결혼의 위임에 대한 하나님의 위임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 정치적 권위는 그 자체 로서는 생명을 만들지 못하지만 킴으로써 창조된 것을 보존한다 하나님의 위탁에 의해서 그에게 주어진 질서를 지 정치적 권위는 하나님의 위임을 인정하는 가운데서 법을 제정하고 그 법을 칼의 힘으로 지키게 함으로써 창조된 세계를 보호한다 따라서 결혼과 노동은 정치적 권위 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권위 앞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정치적 권위는 두 영역을 감독하고 지배한다 주시할 것은 정치적 권위의 위임이 결혼과 노동의 위임의 주체가 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혼과 노동의 위임도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 정치적 권위의 위임뿐만 아니라 결 정치적 권위는 입법과 칼의 위력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현실을 위하여 이 세계를 지킨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사람들 은 정치적 권위에 복종하여야 한다 위의 책 기독교 윤리 본회퍼는 정치적 권위가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나 가치의 일반적 의미를 고려하면 이러한 규정은 무리가 있다 참조 위의 책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21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위임은 앞의 세 개의 위임들과 구별된다 이유는 그리스도 의 현실이 선교 교회내의 질서 기독교인들의 생활 가운데서 실현되도록 위탁을 받았 기 때문이다 교회의 위임은 모든 인간에게 미치며 다른 세 개의 위임에게도 그러하 다 한 인간이 동시에 노동자 배우자 신하인 것처럼 한 인간 안에 여러 개의 위임들 이 존재한다 이 모든 위임들이 동시에 성취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위임 역시 다 른 위임들과 겹쳐있는데 이는 기독교인이 노동자이며 신하이며 배우자일 수 있기 때 문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교회에서 설교와 고백 혹은 교회 훈련으로 나뉜다 전자는 회중 적이고 후자는 개인적이다 이 둘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죄의 고백 혹은 교회 훈련 이 상실된 것은 설교에서의 하나님의 계명이 구체적인 요청을 결여한 일반적인 도덕 적 원칙의 선포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교회가 받은 위임이 내용은 하나님 말씀이다 이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 자신이 현 재하시기를 원한다 교회에서 하나님은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원한다 설교자는 교회 회중의 대변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대변자이다 하나님의 말씀의 선교 아래서 깨어난 교회는 설교의 임무를 영광스러운 일로 존중 하고 온갖 힘으로 이 직무에 봉사함으로써 그 신앙의 진실성을 표현하는 것이지 만 인제사장론의 원칙을 내세워 설교의 직무를 경시하여 되는 것은 아니다 설교의 직무 가 상위 존재가 되는 것은 바로 교회의 회중이 진정으로 하위존재가 되는 것에 의해 서다 교회의 회중에게는 거꾸로 상위 존재가 되려고 하는 것보다 기도와 봉사 그리 고 신앙이 더 필요하다 교회의 말씀은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위탁에 그의 유일한 권리와 권위를 가지고 있 기 때문에 이 권위를 두지 않고 귀히 여기지 않는 모든 말은 헛된 것이 될 수밖에 없 다 교회는 한편에서 세상을 위한 다른 한편으로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두 종류의 계명 을 가지고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서 계시된 하나님의 하나의 계명이며 교회는 이 계명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교 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 교회의 회중과 온 세상의 주님이시며 구세주로 증거하고 그 와의 사귐에 들어오도록 부름으로써 계명을 선포한다 인간이 됨으로써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계시기를 원 하심을 명백히 한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인간으로서 하나님 앞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과 다른 사람을 위 해서 존재하는 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은 교회 가족 노동 정치적 권위를 다스리는 것이지만 그것 위의 책

22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은 동시에 교회 가족 노동 정치적 권위가 각기 고유한 본질을 개발하도록 해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의 신비성은 그것이 개인을 표시할 뿐 아니라 동 시에 인간의 전체를 그 안에 내포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인간성이 존재 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교회가 끊을 수 없이 연결된다 가톨릭주의의 위험은 말씀의 선교라는 하나님의 위임을 희생함으로써 교회를 본질 적으로 자기 목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반대로 종교 개혁의 위험은 교회만의 고유 한 영역을 희생하여 말씀의 선교라는 위임을 고려하여 거기에 따라 교회는 세상을 위 하여 존재하고 있다는 교회의 자기 목적성을 거의 무시해 버렸다는 것이다 본회퍼는 처음 그의 윤리학 에서 노동 위임과 문화 위임을 서로 혼용하고 있으 나 후에 옥중서간 에서는 문화 위임을 우정과 함께 자유 활동 영역에 귀속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본회퍼의 문화영역은 부르너의 문화 공동체에서 차용한 것이 다 그렇다면 문화위임으로서 자유영역이란 무엇인가 부르너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로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 공동체를 다섯으 로 분류했다 결혼 노동 국가 문화 교회이다 그리고 문화의 영역 속에 인간이 누리 는 자유스러운 제반 활동 즉 과학 예술 우정 오락 등을 포함시켰다 결혼 노동 국 가 교회는 각각 구체적인 하나님의 위임을 가지고 있다 문화와 교양은 어떤가 그것은 간단히 노동의 개념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복종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위임의 세 가지 영역 주위의 자유 활동 영역에 속한다 비루터교 적 프로테스탄트 프러시아의 세계는 아주 강하게 네 개의 위임에 의하여 결정되어 있 기 때문에 이 자유 활동 영역은 그 배후에 후퇴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본회퍼에 의하면 교회만이 자유 활동 영역 즉 예술 교양 우정 유희 등에 대한 이해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키에르케고르가 언급한 이러한 미적 실존 을 다시 발견하고 그것을 생기있게 할 수 있는 것은 교회의 영역임을 고찰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것을 정립할 수 있는 것 은 윤리적 인간이 아니라 오직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공동체에 흔히 나타나는 우정이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 는 이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의 영역 내부에 있어서도 우정은 극히 드 물고 가장 귀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자유의 개념은 위임의 개념에 필수적으로 속한다 왜냐하면 본회퍼 의 위임개념에 있어서 삶의 현실 전체를 파악하는 것과 완전한 의미의 인간 존재가 중요한데 이러한 의미의 인간 존재는 어떤 조직으로 환원되어 버리거나 일면으로 되 위의 책 고범서 역 옥중서간 본회퍼의 사회윤리 고범서 역 옥중서간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23 어 자유를 억압받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자유의 영역에서 책임 이 도출된다 책임이란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책임적인 삶의 형태가 두 개의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는 본회퍼의 주장은 관심을 끈다 즉 본회퍼에 의하면 삶은 인간과 하나님께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 자신의 삶은 자유하다 삶이 인간과 하나님에 게 책임이 있다는 것도 인간 자신의 삶을 자유 속에 세우기 때문이다 이 속박 이 자 유 없이는 책임성이 없다 Ⅲ. 기독교위임체계의 구성요소 위임체계의 구축과정에서 드러난 루터 부르너 본회퍼의 위임 사상에서 크게 네 가지의 위임체계의 구성 요소를 도출할 수 있다 즉 루터의 위임론에서 질서 부르너 의 위임론에서 자연법 그리고 본회퍼 위임론에서 책임 그리고 그리스도 등이다 이제 이러한 위임체계의 기본 요소들을 규명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규명을 통해 대 리의 효의 의미체계를 정립할 수 있다 위임체계의 내적 변수로서 질서 창조기사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창조는 하나의 포괄적인 질서이다 그러나 신학 적으로 질서개념은 신약성서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예수 자신은 구약으로부터 내려온 일정한 질서들을 전제했고 그것들을 결코 뒤엎으려고 하지 않았다 마 그것들을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막 또 종말론적 한계에 맡겨버린다 마 의 이혼문제 등등 바울은 예배에서의 질서들을 준수하고 고전 또 직업상의 신분질서들을 주 어진 것으로 받아들여 기독교 신앙으로 회개한 후에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고 고전 또 죽은 자들의 부활도 질서에 따라 즉 순서에 따라 일어난다고 가르쳤 다 고전 물론 신약에서 질서개념은 어느 곳에서도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았 다 교부시대의 어거스틴은 선과 악의 문제에서 질서개념을 파악하고 있다 악은 규범 즉 의무가 따르는 질서로부터의 이탈이며 질료는 창조에 의해 부과된 질서에 선행하 기 때문에 질료를 하나의 무질서의 원죄로 보며 때문에 악의 원리로 간주하는 희랍 적 경향에 반대한다 어거스틴의 초기 저작 은 주로 이 문제를 취급하고 손규태 역 개신교사회론입문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24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있다 그러나 질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중세기 신학에서부터였다 아퀴나스 의 경우 질서개념은 기원개념과 목표개념의 이중적 관점에서 정의되었다 우주의 질 서는 이중적 말하자면 피조세계 내에서의 질서와 하나님을 지향하는 질서로 되어 있 다 인간은 삼중의 질서 즉 이성의 질서 세상 통치의 질서 그리고 영적 질서에 종속 된다 따라서 질서에 어긋나면 양심의 가책 세상 형벌 그리고 신적 형벌의 삼중적 벌 을 받는다 아퀴나스는 사회구성의 세 요소를 말했다 최상위에는 정치적 권력 그 다음에는 귀인 마지막에는 평민 이다 이는 계 급사회 이론의 전형을 나타낸다 루터도 인간의 신분을 통한 질서를 말했다 즉 세 개의 신분론 영적 신분 정치적 신분 가정 신분 이다 그러나 그는 질서의 가변성으로써 한 신분에서 다른 신분 으로 개인적 전환이 고려되었지 새로운 질서구조의 형성이나 질서구조 자체의 변화들 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적 관점에서 질서개념을 파악하고 나면 질서의 정 의를 내릴 차례이다 질서란 인간 삶의 기초로서 인간이 사회적 교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사회적 공동 목표를 이루어가는 사회 존속의 원리를 의미한다 질서는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짓고 있다 즉 개인의 자유가 지나쳐 방종이 될 경우 혼란을 초래하게 되며 자유가 억압되어 인간의 무력화가 진행될 수 있다 라이놀드 니이버 가 제대로 지적한 바와 같이 질서란 억압에 의한 독재와 방종에 의한 혼란의 양 극단을 피해서 어떻게 기술적으로 두 암초에 걸리지 않도록 잘 항해하는가가 중요 하다 그런데 본회퍼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질서라는 것이 의미가 굳어진 것으로서 화석 화된 개념이라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적 질서란 자 유 평등 정의 등 기본적 가치에 그 기초를 두어야 한다 본회퍼는 이러한 질서의 개념을 위임과 연결하여 기독교적 위임체계를 구축한다 그래서 본회퍼는 질서의 개념에 하나님의 계명의 실행을 위한 자격을 부여받고 합법 적으로 인정받으며 하나님의 권위의 대여로서 인정받게 되면 이러한 질서는 수용할 기독교대백과사전 제 권 위의 책 손규태 역 개신교사회론입문 참조 박봉량 그리스도교의 비종교화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박봉배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서울 성광문화사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25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본회퍼의 위임의 하부체계로서 질서의 개념은 독창적 인 것이 아니다 즉 본회퍼의 질서의 관념은 루터의 삼대권 질서사상과 부르너의 창 조질서 사상이 영향을 받았다 기독교 위임체계의 변수로서 자연 기독교의 위임체계를 구성하는 변수로서 자연 은 주로 자연법 을 의미한다 자연 법은 인간이 비록 역사 및 문화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고 또한 그것들에 의해서 제약 받고 있지만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윤리의 영역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보다 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공통적으로 연속되는 보편화 가능성 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시간과 장소가 달라져도 기본적으로 유사한 보편 가능성의 삶의 원리가 가능하기 때 문에 동서고금을 통하여 공통적이며 보편적인 윤리성이 긍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연법이란 이러한 보편화 가능성의 개념을 동원하여 인식되었다 기독교는 그 동안 기본적이며 공통적인 윤리적 요소의 가능성을 시인하고 또 이를 창조의 질서개념에 연결시켜 자연법을 이해해 왔다 바울은 롬 에서 율법 없는 이방인에게도 인간 본성의 법과 양심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윤리의 보편가능성의 요소 를 밝혔다 윤리의 보편적인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측면이 자연법이라면 주관적인 측면은 양 심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의해 보면 자연법이란 인간성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 성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근거로 인간의 보편가능성 윤리적 규범을 발견하려 는 윤리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법이 인간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 리고 그 인간성을 윤리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하여 비관론을 펴는 개신교적 전통에서는 자연법을 등한시하거나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그러나 가톨릭 전 통에서는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계시 외에 존재하는 윤리적 지혜의 근거가 있는 가 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자연법을 들고 있다 자연법이 형이상학적 개념이라면 창조질서는 하나님과 관련 하에 생성되고 필히 전경연 역 본회퍼의 사회윤리 엄격히 말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윤리의 규범을 설정하기는 거의 불가 능하다 따라서 모든 윤리나 도덕의 법칙은 보편화의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보편화가 능성은 마치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의 성격을 지닌다 참고 박철 호 효윤리학 서울 도서출판좋은세상 나학진 자연법과 윤리 박봉배외 인 기독교윤리학개론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울렌 은 그의 저서 기독교 신앙 이라는 책에서 자연법을 창조질서의 이성적 이고 세속화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26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창조자 하나님의 신앙과 연관된 종교적 개념 이라고 말한다 그런고로 천주교가 철 저히 자연법에 근거한 윤리 체계를 전통적으로 고수해 오고 있는 반면에 개신교가 자 연법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온 것을 어쩔 수 없는 신학적 귀결이다 본래 자연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배경에서 잘 드러나듯 목적론적인 윤리 의 범주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리스의 자연법사상을 이어받은 아퀴나스 가 지적하듯 자연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냐는 질문은 이에 대한 반증되는 경험적인 지시에도 불구하고 자연법의 주장자들은 인간에 게 자연법이 편재한다고 인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어 아퀴나스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도하는 행 복 에 대한 자연적 경향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자연적 경향은 인간의 목적이요 대체로 모든 인간에게 있는 도덕성에 대한 중요한 자극 이라고 할 수 있 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자연적 성향에 의한 자연법은 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 능한데 여기에 대해 아퀴나스는 일반적인 원칙은 변하지 않지만 이차적인 원칙은 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법은 결국 변화하는 것인가 변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 자연법의 이차적인 규정이 변 화할 수 있다고 아퀴나스가 인정하는 것은 규정자체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스콜라학자 들이 부르고 있는 질료 실질 의 변화 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말 하자면 그것은 자연법의 금지 명령 자체가 변화된다기보다는 오히려 행위의 상황이 이제는 금지 명령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과 자연법과의 관계에서 자연법은 불변적인가 여기에 대해 어거스 틴 이나 아퀴나스는 구약성서의 근거 하에 하나님은 가끔 자연법을 대항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하나님의 절대권을 인정한다면 당연한 귀결이다 또 자연법이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일 반적인 윤리는 누구에게나 파괴될 수 없으나 이차적인 원리는 허물 죄 악습에 의하 여 효과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 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도 환경의 변화와 관련 하여 이차적 원리가 그 무엇이든 더 이상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 다 박봉배 위의 책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27 결국 루터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롬 에 기록된 바울의 진술에 기초하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며 또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아는 지식을 가지고 세상에 출생한 다 즉 하나님께서는 창조의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 법을 기록한 것이 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의 마음속에 최선의 법전을 갖고 있다 자연법은 인간 즉 인 간의 이성 속에 새겨져 있다 이성이 이 자연법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법을 이 성의 법이라고도 부른다 즉 이 자연법은 하나님에 의하여 우리들에게 부여된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들에게 이성을 주셨고 그것을 자연법과 함께 인간들의 마음속에 새겨 놓았다 하나님의 명령은 인간들의 이성 속에 새겨져 있는 법을 통하여 작용하고 있 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법은 매우 의미 있는 유산이다 하나님의 의지가 인간의 마음 속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경험 자체가 가르쳐 주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루터가 동 의하듯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 규범 을 스스로 인식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루터의 베일 개념 이다 자연적 계시 를 말할 때 루터는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탈 혹은 베일 로서 하나님을 계시한다고 말한다 즉 하나님의 베일은 모든 피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은 현세에 있어서 우리들을 다루실 때 우리에게 직면하시지 않고 다만 우리들 에게 숨겨진 채 또는 그림자로 나타나신다 하나님이 자연 안에서 또는 자연을 통하여 현재적으로 역사한다 따라서 만물은 곧 하나님의 베일이며 마스크이다 지금도 하나님은 자기 피조물 안에서 또 그것을 통하여 행동하시는 하나님이며 그의 역사는 날마다 자연 안에서 창조의 활동을 계 속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법에 대한 바르트 와 부르너의 논쟁에서 바르트는 자연신학이나 자연법의 긍정적인 요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 외에 일체의 어떠한 것도 그의 신학 중심에 놓을 수 없었기 때문 이다 따라서 바르트는 자연법에 기초를 두고 있는 천주교의 결의법 을 신랄 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바르트의 윤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명령 루터는 이것을 자연의 정의 자연법 또는 자연의 법 이라고 부른다 위의 책 이희숙 역 마틴루터의 윤리 서울 컨콜디아사 이 베일개념은 후에 본회퍼가 위임의 성격 본고 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참조 전경연 역 본회퍼의 사회윤리 이장식 기독교 사상사 제 권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위의 책 결의법 박봉배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개개의 행위와 양심문제에 적용하는 법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28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에 입각한 철저한 주체론적 입장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르너는 바르트가 세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계시를 통해서만 창조주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반하여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세계 안에서 창조주를 알게 된다 고 주장하였다 브루너에 의하면 창조물이 죄로 말미암아 더럽혀졌다고 해서 그것이 신의 창조가 아닐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창조된 자연 속에는 신의 영광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르너의 자연법에 있어서 야기되는 문제는 루터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질서 절대화의 경향성과 정치 종교의 절대분리에 있다 창조의 질서는 자연적으로 이미 주 어진 것 즉 그것 자체로서 유지되는 것 따라서 그리스도의 은혜나 구속의 사건과 관 계가 없는 것이 되고 말 때 이런 경향에 빠진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창조질서 개념 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나치즘의 수정으로써 창조 시에 주 어진 원초적 질서의 회복에 국한시킨 것이 브루너의 창조질서이다 브루너는 루터의 두왕국설과 거의 비슷한 인격적 윤리와 제도적 윤리의 이분법을 말한다 신앙과 사랑의 윤리는 인격적인 차원에서만 적용 가능하고 제도적 차원에서 는 오직 자연법과 정의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죄를 견제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 한다는 사상도 루터와 흡사하다 이런 점에서 브루너는 보수적이며 질서 절대화의 경향성을 띤다 그러나 나치즘 을 경험한 브루너는 맹목적인 질서 주창자는 아니었다 그는 자연적인 질서 자체가 선한 것이기는 하나 인간의 죄악에 기인한 질서 타락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즉 그 질서 자체가 완성되고 구속되는 것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질서가 그리스도와 관계를 가져야 하고 자연이나 이성의 차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 라고 주장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브루너는 본래적인 질서 원초적인 질서 회복에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질서 자체의 변혁에까지는 발전해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히 한 가지 진전된 것 이 있다면 기존 질서 자체의 부패 가능성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부르너는 루터에게 있어서 공직의 신적인 배경 때문에 부여했던 공직 무오설을 수정하여 공직과 공직자 모두의 부패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기독교 위임체계의 변수로서 책임 위의 책 박봉배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29 본회퍼가 언급한 바와 같이 책임은 자유와 위임에 근거한다 즉 자유로운 인간 만이 책임을 가지게 되며 위임에 의해 이러한 책임을 수행한다 위임에 의해서 아버 지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며 교육한다 즉 아버지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 점에 서 단지 혼자인 것처럼 생활하는 모든 시도는 사실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 서 모든 윤리적 주체는 고독한 개인이라는 것은 허구이다 고독한 개인이 아니라 책 임적인 주체가 윤리적 주체가 된다 본회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책임을 지는 주체는 개인도 집단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인간은 없다 비록 고독한 삶을 사는 사람도 위임에 의한 책임을 진다 여기서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 자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에 대한 책임은 인류에 대한 즉 인간 자체에 대한 책임이다 예수 는 결혼이나 가족이나 직업 등의 특별한 책임을 갖지 않고 생활하였지만 그러나 이것 이 절대로 그가 이러한 책임의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그 반대로 그가 모 든 인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인간을 대표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다 본회퍼가 강조하듯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데서만 대리와 책임 이 성립된다 오직 자기를 비우는 자만이 책임으로 사는 것이며 이것은 사익이 없이 사는 것이다 또한 대리적 행위와 그에 의한 책임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간에 대한 관계이다 그리스도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대리적 책임을 지셨 다 물건이나 상태나 가치에 대한 책임도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예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하나님을 통하여 근원적이고 목적적인 존재가 되며 요 그리스도를 통하여 물건이나 가치의 세계는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에 적합하게 인간에 게 돌아온다 본회퍼가 다시 강조하듯 책임적인 인간은 그의 구체적인 가능성 가운데 구체적 인 이웃과 상호 관계성을 갖는다 그의 행위는 단 한 번으로 결정적으로 말하자면 원 칙적인 것으로서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성립되는 것이 다 인간은 현실적 상황에 의해 주어진 문제들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절대적 원 칙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 며 깨닫고 행동해야 할 명령 이 무엇인가를 보게 된다 책임적인 인간에게 있어서 주어진 상황이란 강제로 그의 이념과 프로그램을 부각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30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시키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행위를 형성하여 행위와 관련된다 이는 절대적인 선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악에 대해 상대적인 선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다 이런 의미에서 절대적인 선이라고 세운 원칙이 때로는 가장 악한 것이 될 수 있 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책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내용이다 진정으로 현실에 적응하는 행위에서는 정해진 사실을 승인하는 것과 그것에 항거 하는 것은 서로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그리스도에 적응하는 행동이 현실에 적응 하는 행동이라는 명제가 나온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실을 향해 걸어가는 분이 아니라 그 분 자신이 현실적인 것을 자기 몸으로 경험하며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말씀하신다 즉 역사의 산 법칙을 자신의 몸 안에 체현하신 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실적인 분으로서 모든 현실적인 것의 근원 본질 목표이기 때 문에 그 자신이 현실적인 것의 주님이다 즉 그리스도의 말씀은 그의 실존의 해석이 며 따라서 거기에 역사가 성취되는 현실의 해석이다 이는 역사에 있어서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한 하나님의 계명이다 기독교위임체계의 변수로서 계명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회퍼에 의하면 위임으로서 교회 공동체가 담당 하는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하나의 계명이며 교회는 이 계 명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 교회의 회중과 온 세상의 주님이시며 구세주로 증거하고 그와의 사귐에 들어오도록 부름으로써 계명을 선포한 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계명은 기독교 윤리의 기초를 형성한다 즉 하나님의 계명은 모퉁의 머리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명은 단지 윤리적인 것으로 성 격을 규정지어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체 삶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그 어떤 것으로부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하나님의 계명은 단 지 금하거나 명할 뿐이다 물론 용서하거나 해방시키기도 하며 속박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계명은 당연히 윤리의 유일한 권능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자비롭고 거룩한 하나님에 의하여 인 간에게 주어진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제시된 하나 님의 계명은 인간의 삶을 내포하고 있는 통일성 가운데서 또 하나님의 화목케 하시는 사랑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 단일한 요구를 하시는 데서 그 계명 자체에 의 해서만 이루어지는 통일된 네 가지 형태인 교회 결혼과 가족 문화와 정치적 권위에 서 우리와 구체적으로 만난다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31 하나님의 계명은 언제나 어디서나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론적인 명상이 나 사적인 영감에서도 역사적인 힘이나 혹은 숭고한 이상에서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계명은 오직 스스로 존재하는 곳에서만 발견된다 하나님의 계명이 말해지 는 곳은 오직 하나님이 스스로 그 권위를 허락한 곳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권위를 허 락한 한도에서 그것은 바르게 실행될 수 있다 역사적 힘이나 강렬한 이상 확고한 인 식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계시에 뿌리를 둔 하나님의 위임 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계명이 존재한다 그러한 하나님의 위임이 문제되는 것은 교회 결혼과 가족 문화와 정치적 권위에 있어서다 하나님의 계명은 윤리적인 것과 달라서 모든 윤리적 명제의 일반적인 함축이 아니 며 또 역사적 시간적인 것과 구별된 보편타당하고 무시간적인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것과 구별되는 원리도 아니며 규정적인 대립되는 무한정한 것도 아니다 만일 하나님 의 계명이 그런 것이라면 하나님의 계명이기를 중지할 것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이고 더욱이 그 내용에 있어서도 그 형태에 있어서와 같이 구체적인 말씀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인간에게 응용하고 해석 할 여지를 허락하지 않고 오직 복종이냐 불복종이냐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하나님의 계명은 무시간적이거나 무장소적으로 알려지거나 인식되 지 않고 장소와 시간에 결부되어서만 들을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궁극적 인 것에 이르기까지 명백하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계명이 아니든가 이다 하나님의 계명의 구체성은 역사성에서 성립되고 하나님의 계명은 역사적 형태에서 우리와 만난다 하나님은 그의 계명을 일정한 역사적 형태에서 들려준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님은 어떤 역사적 형태에서 그 계명을 주느냐는 것이다 이를 정 언적으로 대답해보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계명은 교회와 가 족과 노동과 정치적 권위에서 우리에게 제시된다 하나님의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계명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계명을 선 포하는 데 있어 여러 권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자기를 절대라고 주장할 수 없다 오 직 교회 가족 노동 정치적 권위가 상호 한계를 지켜서 서로 나란히 공동으로 상대하여 각기의 방법으로 하 나님의 계명을 힘 있게 하므로 그것들은 위로부터 말하고 가르칠 권위를 받게 된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32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다 하나님의 계명은 단지 계명과 같이 성스러운 형태에서만 아니라 일상적인 말이나 권고 요청의 형태에서도 존재한다 하나님의 계명은 포괄적 일치와 동시에 완전한 구 체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삶이 계명을 통하여 무수한 새로운 시작에로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명확한 방향 내적 연계성과 확고한 거점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계명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으로 살 수 있다는 허락이다 하나님의 계명 은 자유를 명한다는 사실에서 모든 인간적인 율법과 구별된다 이 자유나 허락은 오 직 하나님의 계명으로부터 주어지고 그 계명을 통해서만 그리고 그 계명 안에서만 가능하며 하나님과 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항상 하나님의 계명으로 머무르며 그와 같은 것으로써 아니 그와 같은 것으로써만이 하나님의 계명은 결단과 행위를 할 때 에 마음을 괴롭히는 불안으로부터 하나님의 계명을 통하여 개인적인 일처리가 확신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명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위의 판단자나 심판자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계명을 행하는 데 확실성과 확신을 가지고 살고 행동하도록 허락 한다 하나님의 계명 앞에 인간은 이미 현실적으로 그의 길을 가지고 있으며 내적인 갈등이 없이 하나의 일을 하고 하나의 일 이론적 윤리학적으로 보면 마찬가지로 급박 한 것이지만 을 남겨둔다 하나님의 계명 자체는 일상적이며 눈에 보이고 사소하여 거의 무의미한 말 발언 암시 도움의 형태로 인간의 삶에 통일적인 방향과 개인적인 지도를 줄 수 있다 계명 의 목적은 한계선을 넘는 것을 피하는 것이나 윤리적인 논쟁과 결단 어려움을 극복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교회 결혼 가족 노동 국가 등에서 자유롭게 긍 정된 자명한 생활을 하게 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위임체계의 구성요소로서 질서 자연 그리고 책임 을 살펴보았다 이 제 이러한 위임체계에 의해 대리의 효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 작 업을 위해 우선 위임과 대리의 관계부터 살펴본다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 기독교 윤리의 주제로서 하나님의 계명은 이 적극적인 내용과 인간의 자유를 동시에 안중에 둘 경우만 가능하다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33 Ⅳ.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분석 대리의 의미와 위임과의 관계 가 대리의 의미 앞에서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위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되 는 하나님의 계명에만 달려있다 하나님의 위임들은 그리스도의 현실성 즉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되고 있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의 현실을 구성하는 제도로 서 위로부터 세계에 주어진다 따라서 이 위임들은 결코 역사로부터 자라난 것이 아니며 지상의 힘들도 아니고 하나님의 위탁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자는 대리자 대변자이다 그러므로 위임의 영역에 있어서 뒤바꿀 수 없는 상위와 하위의 질서가 하나님의 권능으로부터 주어진다 어느 위임이든 하나님의 계명은 상하의 돌이킬 수 없는 권위 관계를 수립한다 그 리고 사실상 힘의 원리에 얽매이지 않으며 그럼으로써 하나님의 계명은 윤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고 또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본회퍼는 단순히 어떤 직권 상의 권위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타 인을 위하여 대리로 행동하고 희생의 제물이 되신 그분의 실존과 담보를 통하여 이루 어진 권위를 의미한다 이 권위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간의 삶을 대리로 행동하며 책임지도록 새롭게 규정된다 대리 즉 이웃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대신 행동하며 책임을 지는 것은 하나 님의 위임에 순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사실이 위임 속에서 맺고 있는 인간의 제반 관계를 바꾸어 놓을 수 없게 한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를 따라 대리행위를 수행할 때 동등하면서도 서로 다른 기능과 직책들이 소유하는 인간 상호 간의 제반 관계가 위임 속에서 형성된다 본회퍼는 위임의 대리개념에서 타인을 위한 존재 라는 의미를 강 조한다 이는 그의 신학에서 피안성 을 발견할 수 있게 하며 세속화 의 핵심을 이루었다 그리스도 자신이 대리로서 삶을 사셨고 대리로서 십자가에 달리셨다 결론적으로 위임의 대리적 성격은 이 세상에서 각 위임들이 궁극 적인 것을 위하여 책임을 다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그의 사명을 보다 분명히 한다 기독교 윤리 본회퍼의 사회윤리 본회퍼의 위임사상은 그것을 설립하시는 하나님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암시하며 또한 이웃을 위한 봉사에 있어서 인간과 하나님의 협동을 암시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점은 왜 이것들이

34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결국 위임은 하나님의 측면에서 인간 세상에 주어진 것으로서 인간의 측면에서 보 면 수동적으로 이를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리는 위임에 의 해 주어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리는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양자의 관계는 동전 의 양면과 같다 나 위임체계와 대리의 효 앞에서 언급한 기독교위임체계의 구축과정에서 드러났듯 루터나 부르너 본회퍼에 있어서 위임의 대상들 중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간 것이 가정 또는 가족 공동체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위임으로서 가족 공동체의 통합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부르너가 언급한 바와 같이 피이다 피에 의한 공동체는 인간의 뜻에 의해 결합되거나 해체되는 것은 아니라 인간관계의 필수적 통합 요인으로서 원초적이다 이는 피로서 결합된 공동체는 항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비록 공동체에 붕괴 위기 가 초래될지라도 피에 의해 결합된 공동체는 시간이 지체될지언정 존속을 위한 형태 를 회복한다 이처럼 부모 자식 간의 피에 의한 결합은 가족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필 수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피로써 구축되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도 자식이 부모에게 행하는 효의 원리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사랑은 자연적이어서 변치 않고 자식에게 주어지지만 자녀의 부모에 대한 지지는 부모의 사랑이나 애정에 비해 그 정도가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자녀의 부모에 대한 지지와 요구인 효가 가 족 공동체 통합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 공동체의 위임은 또 하 나의 작은 위임인 효에 의해 제대로 설명이 가능해 진다 그런데 효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작동한다 즉 순종 존속 친애 대리가 그러하다 이는 이미 앞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이 중 대리의 효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즉 하나님 위임이 되느냐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이 네 가지를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것으로 택하게 되 었는가 첫째 이 위임들은 하나님의 계시와 성서적으로 증거된 위탁과 약속에 근거한다 둘째 제 위임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장소이다 또 그것은 하나님께서 설립 하신 것으로서 인간의 현실에 부합하여 유익하도록 설정되었다 왜냐하면 제 위임은 인간과 함 께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이 위임들의 원래 모상 이 하늘에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즉 위임의 모상들을 비교해 보면 결혼은 그리스도와의 공동체 가족 하나님 아버지와 그 아들 그리스도와 모든 인류와의 형제 관계 노동은 세상을 위한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창조자적인 봉사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봉사이며 정부는 그리스도의 영원한 지배 하나님의 도시이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이 유비 유추 에 있어서 위임의 한 항 목인 교회가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유비론적인 구조는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라 불확 실한 환상과 회상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것은 유비론적 구조에 있어서 존재적 일치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제반 관계 이들 사이의 관계의 유비이다 결국 관계의 유비로 말미암아 하나 님의 삼위일체론적인 주권 속에 인간의 인격성과 사회성이 통합된다는 현실이다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35 의 위탁이나 위임으로 효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독교적 대리의 효를 제 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기독교위임체계의 구성 요소에 의한 대리의 효를 분석하는 작 업이 필요하다 질서와 대리의 효 기독교적 의미에서 부모에게 효를 행하기 위해서 자녀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효를 행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기독교위임체계의 구성요소인 질서 에 따 라 효를 행하는 것 즉 질서에 의한 대리의 효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질서란 인간 삶의 기초로서 인간이 사회적 교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사회적 공동 목표를 이루어 가는 사회 존속의 원리를 의미 한다 따라서 효행에는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와 함께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 한 부모와 정체성을 함께 하게 되면 가족의 공동체 존속과 발전을 위한 가족 공동체 목표를 이루어 가는 원리를 체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위임체계의 구성요소로서 질서는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짓고 있다 즉 개인의 자 유가 지나쳐 방종이 될 경우 혼란을 초래하게 되며 자유가 억압되어 인간의 무력화가 진행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리의 효는 강제에 의한 효를 배제함이 중요하다 비 록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효라고 할지라도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효를 행하 도록 하여야 한다 자유롭고 자율적인 효야말로 대리의 효를 제대로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라이놀드 니이버 가 제대로 지적한 바와 같이 질서란 억 압에 의한 독재와 방종에 의한 혼란의 양극단을 피해서 어떻게 기술적으로 두 암초에 걸리지 않도록 잘 항해하는가가 중요하다 간혹 자유라는 명목 하에 자율성을 강조 하다보면 마치 고르반의 효 처럼 효를 극히 형식적이고 명목적으로 취급하여 실질 적 내용이 없는 효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본회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다 이는 구체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구원을 베푼 것을 되새기는 것이다 즉 대리의 행위 속에 내재된 희생의 가치를 효하는 자녀 들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본회퍼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질서라는 것이 의미가 굳어진 것으로서 화석 화된 개념이라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질서에 의한 효는 한마디로 시대에 맞지 않는 효이다 대리의 효는 전통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는 효이다 예를 들 참조 참조 박철호 체계론에 의한 성경연구 서울 도서출판좋은친구 박봉량 그리스도교의 비종교화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36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어 전통적인 유교의 효가 화석화되고 굳어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여전히 효행의 지표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적 질서에 의한 대리의 효는 자 유 평등 정의 등 기본적 가치에 그 기초를 두어야 한다 본회퍼가 질서의 개념을 위임과 연결하여 기독교적 위임체계를 구축한 바와 같이 질서에 의한 대리의 효 개념에 의한 효행자는 하나님의 계명의 실행을 위한 자격을 합법적으로 인정받으며 하나님의 권위의 대행자로서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질서를 내재한 대리의 효에 있어서는 하나님의 계명을 철저히 추종하는 것 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계명은 본회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말 씀이고 더욱이 그 내용에 있어서도 그 형태와 같이 구체적인 말씀이다 하나님의 계 명은 인간에게 응용하고 해석할 여지를 허락하지 않고 오직 복종이냐 불복종이냐이 다 이런 의미에서 대리의 효는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되 그 순종의 방법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는 효를 우리 인간이 응용하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뜻에 맞추어 자기의 편의대로 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즉 효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엡 간혹 부모에 대한 감정이 좋을 때는 부모에게 친절하고 예의를 갖추다가 부모에 대한 감정이 경험 등에 의해 나쁠 경우 효를 제대로 행하자 않는 경우가 있 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비록 감정이 좋지 못하거나 주변 환경이 효하기에 힘들지라 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기고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효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과 대리의 효 자녀가 부모에 대해 효를 행하여야 하는 이유로서 자연법을 들 수 있다 자연법은 인간이 비록 역사 및 문화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고 또한 그것들에 의해서 제약받고 있지만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윤리의 영역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보다는 동 서고금을 통하여 공통적으로 연속되는 보편화 가능성 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즉 시간과 장소가 달라져도 기본적으로 유사한 보편 가능성의 삶의 원리 또는 인간성의 유질동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통하여 공통적이며 보편적인 윤리성이 긍정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도 동서고금을 통해 삶이나 인간성을 통해 그 보편화 가능성을 대체로 박봉배 기독교윤리와 한국문화 서울 성광문화사 엄격히 말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윤리의 규범을 설정하기는 거의 불 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윤리나 도덕의 법칙은 보편화의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보편화 가능성은 마치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의 성격을 지닌다 참고 박철 호 효윤리학 서울 도서출판좋은세상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37 인정받고 있음을 볼 때 효는 위임체계의 한 요소인 자연법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자연법에 의한 대리의 효를 이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독교는 그 동안 기본적이며 공통적인 윤리적 요소의 가능성을 시인하고 또 이를 창 조의 질서개념에 연결시켜 자연법을 이해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십계명의 제 계명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의해 우리 인간에게 제시된 윤리 도덕규범임을 알 수 있다 바울은 롬 에서 율법 없는 이방인에게도 인간 본성의 법과 양심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윤리의 보편가능성의 요소를 밝혔다 따라서 유가의 효사상과 도교의 효 사상 불교의 효 그리고 이슬람의 효사상 등에서 비기독교적 이방인에게도 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효는 자연법적 성격을 지닌다 윤리의 보편적인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측면이 자연법이라면 주관적인 측면은 양 심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의해 보면 자연법이란 인간성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성 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근거로 인간의 보편가능성 윤리적 규범을 발견하려는 윤리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법이 인간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인간성을 윤리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하여 비관론을 펴는 개신교적 전통 에서는 자연법을 등한시하거나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따라서 그 동안 효를 자연법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인정하여 이를 규명하는 작업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개신교의 이러한 비관론은 효를 내면화하는 작업도 경시하여 효를 자녀에게 교 육하는 것도 거의 배제되었다 이런 결과로 우리 사회에 불효의 종교로 기독교가 비 난받는 일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루터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롬 에 기록된 바울의 진술에 기초하여 인간 은 무엇을 해야 하며 또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아는 지식을 가지고 세상에 출생 한다 즉 하나님께서는 창조의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 법을 기록한 것이 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의 마음속에 최선의 법전을 갖고 있다 십계명의 제 계명이 여 전히 유효한 것은 자연법으로서 효가 인간의 이성 속에 새겨져 있다고 할 수밖에 없 다 이성이 이 자연법으로서의 효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법을 통해 효의 정 당성을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법으로서 효는 하나님에 의하여 우리들에게 부여된 것이며 하나 님께서 인간들의 마음속에 새겨 놓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의 명령은 인간들의 이성 속에 새겨져 있는 법을 통하여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법으로서 효 는 매우 의미 있는 유산이다 하나님의 효에 대한 의지가 인간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오낼 우리 조 상들과 오늘날 우리들의 경험 자체가 가르쳐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루터가 동의하듯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 효 규범 을 스스로 인식한다고 볼 수 있 유가의 효경 불가의 부모은중경 도교의 태평경 이슬람의 코란 등에 효에 대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효경과 부모은중경은 위경의 논란이 있다

38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루터의 베일 개념이다 자연적 계시를 말할 때 루터는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탈 혹은 베일 로서 하나님을 계시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효는 하나님의 베일이다 즉 하나님의 베일로서 효는 인간 삶에 내재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은 현세에 있어서 우리들을 다루실 때 우리에게 직면하시지 않고 다만 우리들에게 숨겨진 채 또는 그림자로 나타나신다고 할 때 효를 통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리로서 효는 바 로 하나님의 위탁으로서 자녀들이 하나님을 현현하는 데 기여함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효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을 나타내는 하나님의 역사 속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이러한 대리의 효를 통하여 행 동하시며 창조활동을 수행하신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 외에 자연법적인 효를 인정하게 되면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효는 비록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그 온전한 모습 은 파괴되었지만 어쨌든 효 그 자체는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된 효 속에도 하나님의 영광의 흔적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어 아퀴나스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도하는 행 복 에 대한 자연적 경향이 있다고 믿었다 대리의 효에도 이러한 성격을 인정한다 이러한 자연적 경향으로서 효는 인간의 목적이요 대체로 모든 인간에게 있 는 도덕성에 대한 중요한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효를 통해 도덕성의 함양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자연적 성향으로서 효도 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능하 다 변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 자연법의 이차적인 규정이 변 화할 수 있다고 아퀴나스가 인정하는 것은 효 규정자체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스콜라 학자들이 부르고 있는 질료 실질 의 변화 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연법으로서 효 명령 자체가 변화된다기보다는 오히려 효행위의 상 황이 이제는 과거의 효의 행위 유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만큼 상황이 변화되었 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자연법으로서의 효와의 관계에서 자연법으로서 효는 불변적인 가 여기에 대해 어거스틴 이나 아퀴나스는 구약성서의 근거 하에 하나님 은 가끔 자연법을 대항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하나님의 절대권을 인정한다면 당 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효 자체도 하나님 앞에서 절대적일 수 없다 또 하나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효는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질 수 있느냐이다 한마디로 효의 원리는 허물 죄 악습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39 책임과 대리의 효 본회퍼가 언급한 바와 같이 책임은 자유와 위임에 근거한다 즉 자유로운 인간 만이 책임을 가지게 되며 위임에 의해 이러한 책임을 수행한다 그런데 위임은 대리 를 위한 전 단계로서 인간 삶에 주어진다 그리고 대리는 이러한 위임에 의해 위임을 수행하는 측면을 말한다 위임에 의해서 아버지는 하나님의 대리로서 자녀들을 위해 일하며 교육한다 그러나 위임에 의해 대리자인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동일하게 대리의 효의 측면에서 보면 자녀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효를 행한다 따라서 이 세상에 부모 없이 홀로 태어나서 단지 혼자인 것처럼 생활하는 모든 시도 는 사실상 자녀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효를 떠난 고독한 개인이라는 것은 허구 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 효를 책임지는 주체가 진정한 윤리적 주체가 된다 이는 효가 백행의 근본이라는 동양 효의 특징을 드러낸다 본회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책임을 지는 주체는 개인도 집단도 가능하다 따라서 효를 책임진다고 하는 것은 자녀 개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집단 등에 의해서도 위임에 의한 대리적 효의 책임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대리의 효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는 인간은 없다 비록 고독한 삶을 사는 사람도 위임에 의한 부모에 대한 대리적 효 의 책임을 진다 여기서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 자녀가 자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여기서 자녀로서 마땅히 해야 할 대리의 효에 대한 책임은 인류에 대한 즉 인간 자체 에 대한 책임이 될 수 있다 이는 예수가 결혼이나 가족이나 효 그리고 직업 등의 특 별한 책임을 갖지 않고 생활하였지만 그러나 이것이 절대로 그가 이러한 책임의 영역 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그 반대로 그가 하나님의 대리로서 모든 인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인간을 대표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대리의 효의 대표성은 예수 그리스도도 효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는 결코 예수 그리스도도 대리의 효에 의한 책임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눅 대리의 효를 행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 즉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데서 만 진정한 대리의 효와 책임이 성립된다 오직 자기를 비우는 자녀만이 부모에 대한 책임으로 사는 것이며 이것은 사익이 없이 사는 것이다 또한 대리적 효의 행위와 그 에 의한 책임은 실질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에 대한 책임 관계이다 그리스도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부모 즉 마리아 와 요셉에 대한 대리적 책임을 지셨다 비록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육신으로 오셔서 인간으로서 부모에 대한 효의 책임을 다 하신 것이다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 즉 사람 위의 책

40 효학연구 제3호 (2006. 12.) 이 되신 하나님을 통하여 근원적이고 목적적인 존재가 되며 요 효도 그리스도 를 통하여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에 적합하게 인간에게 돌아온다 대리의 효를 행하는 책임적인 인간은 그의 구체적인 가능성 가운데 구체적으로 효 를 행하도록 부모와 상호 관계성을 갖는다 그의 효 행위는 단 한 번으로 결정적으로 말하자면 원칙적인 것으로서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성 립되는 것이다 효자는 현실적 상황에 의해 주어진 문제들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 는 절대적 원칙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효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깨닫고 행동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 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게 된다 대리의 효를 행하는 책임적인 인간에게 있어서 주어진 상황이란 강제로 그의 이념 과 프로그램을 부각시키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부모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효의 행 위를 형성하여 행한다 이는 효를 행함에 있어서 절대적인 선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 라 상대적인 악에 대해 상대적인 선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절대적인 선이라고 세운 원칙이 때로는 가장 악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대리의 효를 책임 있게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내용이다 책임을 지고 효를 행하는 행위는 진정으로 현실에 적응하는 행위이다 현실에 적 응한다는 것은 정해진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 즉 사실을 개선하려는 것도 서로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효를 행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바로 그리스도에 적응하는 행동이 현실에 적응하는 행동이라는 명제가 나 온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실을 향해 걸어가는 분이 아니라 그 분 자신이 현실적인 것 을 자기 몸으로 경험하며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말씀하신다 즉 역사의 산 법칙을 자 신의 몸 안에 체현하신 분임을 인정하고 부모를 위해 대리의 효를 행하신 예수 그리 스도의 모형을 따르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실적인 분으로서 모든 현실적인 것 의 근원 본질 목표이기 때문에 그 자신이 현실적인 효행자의 주님이며 그리스도의 말씀은 효행자의 실존의 해석이며 따라서 거기에 효행의 구체적 실천이 성취되는 현 실의 해석이 있다 계명과 대리의 효 하나님의 계명은 기독교 윤리의 기초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 효의 기초가 된다 즉 하나님의 계명은 기독교 효의 모퉁이의 머리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 에서 하나님의 계명은 당연히 효의 유일한 권능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계 명에 의한 효는 단지 윤리적인 것으로 성격을 제한할 수 없다 왜냐하면 효 그 자체 가 전체 삶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위의 책

박철호 기독교위임체계에 의한 대리의 효 연구 41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정당성을 보장받는 효는 인간에게 주어진 전체적이고 구체 적인 요청이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오직 하나님이 스 스로 그 권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권위를 허락한 한도에서 그 것은 바르게 실행될 수 있다 대리의 효 역시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권위를 허락받았 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대리의 효의 실천은 역사적 힘이나 강렬한 이상 확고한 인식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계시에 뿌리를 둔 하나님 의 위임 이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계명을 내포하는 대리의 효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포함하지만 그 내용과 형태에 있어서는 매우 구체적인 말씀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효는 명백하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계명이 아니든 가 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는 인간에게 응용하고 해석할 여 지를 허락하지 않고 오직 복종이냐 불복종이냐만 요구한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의 구체성은 역사성에서 성립되고 역사적 형태에 서 우리와 만나지만 여기서 피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님은 어떤 역사적 형태에서 효 에 대한 계명을 주느냐는 것이다 이를 정언적으로 대답해보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제시된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가 가지는 권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계 명에 의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계명의 선포와 관련된 여러 권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자기를 절대라고 주장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위임에 의한 다양한 권위들과 상호 한계를 지켜서 서로 나란히 공동으로 상대 하여 각기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힘 있게 하여야 한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계명 즉 대리의 효는 성스러운 형태에서만 아니라 일상적 인 말이나 권고 요청의 형태로 행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는 다 른 대리적 권위들과 포괄적 일치와 동시에 완전한 구체성을 추구하여 하나의 명확한 방향 내적 연계성과 확고한 거점을 갖게 된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는 이를 지키는 사람에게 자유를 명한다는 사실에 서 모든 인간적인 율법과 구별된다 이 자유의 허락은 오직 하나님의 계명으로부터 주어지고 그 계명을 통해서만 그리고 그 계명 안에서만 가능하며 하나님과 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항상 하나님의 계명으로 머무르며 그와 같은 것으로써 아니 그와 같은 것으로써만이 하나님의 계명은 효를 결단하고 행위를 할 때에 마음을 괴롭히는 불안으로부터 하나님의 계명을 통하여 효행을 확신 있게 행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명에 의한 대리의 효는 효행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위의 위의 책 위의 책 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