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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22권 제1호 봄

국립국어원 2012-02-01 정간위 심의필 95-13-4-21 새국어생활 Saegugeosaenghwal 제22권 제1호(2012. 봄) Vol. 184 인쇄일ㆍ발행일 2012년 3월 30일 펴낸이 권재일 편집위원 박진호ㆍ시정곤ㆍ여규병ㆍ유현경ㆍ이해영ㆍ정희원 기획ㆍ편집 김아영 펴낸 곳 국립국어원(www.korean.go.kr)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방화3동 827번지) 157-857 The National Institute of the Korean Language 154, Geumnanghwa-ro, Gangseo-gu, Seoul, Korea 전화 (02) 2669-9775 전송 (02) 2669-9777 찍은 곳 (주)계문사 전화 (02) 725-5216 전송 (02) 738-9571 ISSN 1225-7168

차 례 특집 번역과 국어 5 개화기 한국의 번역물이 국어에 미친 영향 외국인 선교사들이 본 한국의 근대어 황호덕 5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어의 역할 일본의 사례 이한섭 23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의 역할 중국의 사례 양세욱 37 현대 국어 번역문의 실태 김정우 53 영한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순영 67 일한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한식 81 중한 문학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진아 99 국어다운 번역을 위하여 강주헌 111 이곳 이 사람 나는 언어의 장인, 시계공처럼 정밀하게 소설가ㆍ번역가 안정효 선생을 찾아서 차익종 123 어원 탐구 포개다, 달포, 해포 의 어원 김무림 141 우리 소설 우리말 숲과 짐승,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유토피아 숲의 왕 에 나타나는 생태 의식 한혜경 147 국어 산책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 갈배움 이야기 염시열 155 삶과 우리말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말들 강정희 165 세계의 언어 정책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 정책에 관한 주요 이론적 쟁점들 응우옌 반 히에우 173 출장 보고 런던 언어 박람회와 런던대학교 동양 아프리카대학(SOAS) 위기 언어 계획 방문기 황용주 195 국립국어원 소식 211

특집 번역과 국어 개화기 한국의 번역물이 국어에 미친 영향 외국인 선교사들이 본 한국의 근대어 황호덕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개화기 번역의 세 국면 문화 내 번역, 이질 언어 간 수용 번역 및 전파 번역 번역이 한국 어문과 한국 사상에 미친 영향의 문제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국어(국문)학의 논제, 나아가 인문학 전체의 의제가 되어 있다. 또한 문화 간 접변이 가장 급속했을 뿐더러 그에 대한 적응 내지 응전 역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때가 개화기 혹은 근대 계몽기라 불리는 시기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줄 안다. 따라서 서구의 충격, 개 화기, 한국어라는 세 국면을 함께 생각할 때 역시 번역 이라는 문제가 이 삼자를 매개하는 현상 혹은 실천으로 전제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한 언어의 계통 발생을 강조하는 일국 어문학사적 관점이, 이 언어를 둘러싼 횡적 접변( 接 變 )을 아우르는 문화번역사적 관점에 의해 도전받고 또 조정되고 있는 것이 최근 학계 전체의 한 동향이자 부인 할 수 없는 역사의 한 국면이 아닐까 한다. 실상, 번역의 중요성은 김 태준이나 임화와 같은 초기 문학사가들도 강조하였고, 서재필이나 윤치 호와 같이 성경 번역을 현대 한국어의 기점으로까지 소급하는 생각들 특집 번역과 국어 5

도 없지 않았다. 번역과 근현대 한국어의 변화라는 문제를 생각하는 데 있어 우리가 흔히 전제하는 관점은, 서구어나 일본어로부터 한국어로의 번역 혹은 중역( 重 譯 )의 문제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더라도 그 양상이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서구나 메이지 일본 혹은 근대 중국 원천의 문학이나 사상을 번역할 수 있는 도착어 혹은 목표어라 할 한국어가 고급 문어 혹은 높은 추상 수준을 갖는 글말 로 서 장기간 경영되어 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번역이 전 제하는 등가성 이라는 원리 하에서, 번역해야 할 한국어 는 재발견되어 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창출되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할 때 이 창출 과정은 대략 세 가지 방향에서 전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를 각각 언해 전통의 창신 혹은 재발견 으로서의 문화 내 번역, 고유어 화자에 의해 주도된 목표 언어 중심의 이질 언어/텍스트에 대한 수용 번역, 주로 서양인 선교사나 외교관 혹 은 식민자 그룹인 일본인에 의해 이루어진 원천언어/텍스트 중심의 전 파 번역 으로 대별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문화 내적 번역, 이를테면 신성한 묵어에서 속어 준용으로의 이행으로도 요약될 수 있을 이 방향 의 실천은 한문 텍스트를 한글이나 국한문체로 번역한 사례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아울러 수용 번역의 경우는 서구어나 일본어를 해득한 한 국인 저자들의 번역을 뜻하며, 개화기 이후에 새롭게 강조된 문명화 의 동선을 염두에 둔 분류라 하겠다. 특히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그간 간과되어 온 전파 번 역의 경우이다. 주로 선교사 및 식민자 그룹에 의한 번역 작업을 염두 에 둔 것으로, 외국인 화자가 한국어를 익혀 자신이 속한 문화로부터 생산된 텍스트를 한국어로 옮긴 사례를 가리킨다. 외국인들에 의해 번 역된 성서나 교리서의 한국어역, 서양 문학이나 사상의 번역은 한국 근 대 번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국면 중 하나이다. 성서, 천로 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역정 과 같은 종교물뿐 아니라, 서양의 주요 고전들의 번역 역시 비록 발췌해서 요약한 형태이기는 하나 이들에 의해 먼저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전파 번역 의 사례를 염두에 두면서, 이 입장에 비친 문화 내 번역 및 수용 번역 의 실태를 소위 어휘사 및 개념사적 수준 에서 환기시키고자 한다. 특히 외국인 선교사들의 번역 작업과 이들이 파악한 개화기를 위시한 한국어의 급변 과정이 이 글의 논제가 될 것 이다. 이들이 한국어의 입말이나 민중들의 일반 수준을 우선하여 초기 번역사에 개입했던 까닭에, 1895년 이래의 근대 계몽기의 공론장에서 발생한 한국어의 변화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이고 정확한 논평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요컨대 전파 번역의 수행자들은 번역의 실천가이자 비 평가라는 독특한 지위를 갖는다. 일찍이 자산 안확은 세종 이래 박성원, 최세진 등의 학자가 나와 조 선어 연구를 시도하였다 하나, 이는 모두 외국어를 번역함에 대조할 뿐 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현대 수만의 외래어를 일절 폐지하고 고대어 를 사용하자. 라는 주장을 곡론불합리설( 曲 論 不 合 理 說 )이라 일축한 바 있다. 1) 안확의 지적은 애초부터 일국 국어에 대한 연구가 번역적 관 점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 또 일국의 국어가 번역이나 언어 이 입에 의한 일종의 오염 이나 확장 없이는 언어적 갱신에 이를 수 없 음을 갈파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탁견이었다. 그런 안확이 영국인 애스 턴(Aston)과 스콧(Scott), 지볼트(Siebold), 프랑스 신부 달레(Dallet), 선 교사 언더우드(Underwood)와 게일(Gale)의 조선어 사전 및 문법서 편 찬을 당대 조선어 연구의 대표격으로 지적하며, 조선어의 가치와 이에 대한 연구를 주창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본연적이라 믿어지는 한국 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한 상태에서 근현대 한국어의 새로운 변화를 파 악할 수 있었을 서양인들, 특히 선교사 그룹의 독특한 관점을 통해 개 1) 안확(1915. 2), 조선어의 가치, 학지광 제4호, 권오성 이태진 최원식 편 (1994), 自 山 安 廓 國 學 論 著 集 5, 여강출판사, 10~11쪽. 특집 번역과 국어 7

화기의 번역과 한국어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2. 문화 내 번역, 언해 전통의 몫은 얼마나 되는가 문화 내 번역이란 무엇인가. 이미 서유견문 의 저자 유길준이 그의 저서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 칠서언해( 七 書 諺 解 )의 전통이 그것이 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칠서언해의 법을 대략 모방하여( 我 邦 七 書 諺 解 의 法 을 大 略 倣 則 야, <서유견문 서>) 만들어 내었다는 국한문체 는 두 가지 의미에서 번역이다. 첫째 칠선언해라는 한문 경서의 번역 문체를 모방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그 모방을 유도한 원천이 후쿠 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 西 洋 事 情 ) 을 비롯한 당대 일본의 문체였다 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이에 대해 한국어 성서 완간까지 번역 사업에 종사했던 제임스 게일 은 한국어는 서적 언어의 문장 순서에 있어, 서적 형태의 언어는 구어 와 유사하지만 훨씬 많은 한자어 형태가 섞여 있고 어조사 혹은 수식 어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2) 고 썼다. 이 말이 함의하는 바는 조선의 고급 문어가 처음부터 한문에 의한 간섭, 즉 문화 내적 번역 에 의해 틀지어졌음을 암시한다. 여기에 에도 시대의 한문 번역 문체[ 書 き 下 し] 에서 기인한 메이지 일본어의 아속혼합문( 雅 俗 混 合 文 )이 절합된 셈이다. 요컨대 일본어 표현을 한글로 대체하는 일종의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 식의 번역이 유행함으로써 한국 근대어, 특히 교술적인 담론들의 문체 가 언해 전통을 역사적 근거로 삼은 번역투로 낙착되어 갔던 것이다. 일찍이 매천 황현은 이러한 현상을 갑오경장 이후로 시무에 임하는 사람들은 諺 文 을 國 文 으로 칭하고, 眞 書 는 그 밖으로 말하여 漢 文 2) J. S. Gale(1897), Preface to the First Edition, 韓 英 字 典 한영 뎐(A Korean-English Dictionary),The Fukuin Printing CO., L'T. Yokohama. 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이라 하였다. 이에 國 漢 文 3자가 마침내 方 言 으로 되면서 眞 諺 이란 명칭은 사라지고 말았다( 매천야록 ). 3) 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의 한문 식자층 사이에서도 국한문체를 언해 전통으로 보기보다 일본 문법 을 본받은 것 으로 보는 관점이 우세했음이 얼마간 짐작된다. 전통이라는 것이 대개 재발견되거나 창조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 거니와, 유길준의 노동야학독본 과 이인직의 혈의 누 에서 뽑은 아래 의 두 사례만 보더라도 언해 전통의 상속보다는 일본어식 훈독( 訓 讀 )이 나 부속철자[ 振 り 仮 名 ]가 당시의 한국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새김생 버러지 물고기 종류 다 그 됴화 사람 호올 복 신령 셩홈 禽 獸 과 虫 며 魚 의 種 類 가 皆 其 造 化 이어날 人 이 獨 로사람되는 福 을어더 靈 性 이잇신즉 어디질겁지아니 리오 4) 일청전쟁 평양일경 청인 군사 日 淸 戰 爭 춍소리 平 壤 一 境 이 가 듯 더니 그 춍소리가 긋치 淸 人 의 敗 軍 士 추풍 낙엽 그러면 무슨 닭으 세상 한가지일 쥭기 秋 風 에 落 葉 갓치 흣터지고 (중략) 然 則 何 故 로 世 上 에 사라잇 고 一 事 를 기다리고 死 를 참고 잇셧더라 5) 번역에 의한 한국어의 변화는 문장 수준에서 나아가, 어휘들의 성격 과 총량 그 자체를 바꾸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를테면 유길준은 서유견문 의 정부의 치제( 治 制 ) 관련 장에서 서양 정치의 중요 특 징을 다음과 같이 적어 나간다. 3) 甲 午 後 趨 時 務 者 盛 推 諺 文 曰 國 文 別 眞 書 以 外 之 曰 漢 文 於 是 國 漢 文 三 字 遂 成 方 言 而 眞 諺 之 稱 泯 焉 其 狂 佻 者 倡 漢 文 當 廢 之 論 然 勢 格 而 止 黃 玹, 梅 泉 野 錄, 卷 之 二 중에서( 매천야록, 김준 옮김, 교문사, 1994. 한문본:89쪽). 4) 유길준, 노동야학독본, 제7과, 유길준전서Ⅱ, 275쪽. 5) 이인직, 혈의 누, 권영민 교열 해제, 서울대학교출판부, 171면, 189쪽. 특집 번역과 국어 9

第 一 條 自 由 任 意 自 由 任 意 結 斷 코 國 法 을 不 畏 야 放 蕩 自 恣 意 아니니 其 國 에 居 야 何 事 行 든지 國 法 에 不 背 時 其 所 好 任 從 趣 意 라 第 二 條 宗 敎 信 服 此 各 人 이 其 信 服 宗 旨 崇 奉 기 許 고 政 府 가 是 勿 關 야 民 間 의 軌 轢 紛 爭 을 宰 制 이라 第 三 條 技 術 과 文 學 을 勵 야 新 物 의 發 造 路 開 홈 此 富 國 大 道 와 利 民 妙 理 니 新 造 物 의 專 賣 權 을 許 施 種 類 라 第 四 條 學 校 建 야 人 民 을 敎 育 홈 此 人 民 의 知 識 을 廣 博 히 며 才 藝 高 明 히 고 工 業 을 奮 發 게 事 라 6) 위에 등장하는 정부, 자유, 임의, 종교, 분쟁, 기술, 문학, 전매권, 학교, 인민, 교육, 지식, 공업 등등의 용어가 번역어이거나 새롭게 근대적 맥락 에서 재정의된 용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갑오경장 후의 담론장의 폭 발적 증가는 이러한 신어 혹은 번역어를 다대하게 유포시켰다. 이러한 새 로운 학술어들을 영한사전의 형태로 정리했던 선교사 존스(G. H. Jones) 는 이러한 번역 환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도처에 학교들이 설 립되고 있으며, 현대적 사상의 다양한 전문 용어에 해당하는 등가어를 문 의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늘어났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 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디려는 시도이다. 등가어를 제시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자유로이 이용하였으며, 거기서 쓰인 용어가 한국 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경우 그 용어를 사용하였다. 중국과 일본에 서 수행된 작업들은 한국에서의 작업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지금 한국 은 이웃 나라들이 맺은 학술적 결실들을 향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7) 존스는 총독부에 의해 주도된 제도 개편과 그에 따른 새로운 용어의 증가, 교육, 새로운 신문 잡지 매체 등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언어 의 유입을 격증시켰고, 그 근본 원인이 중국과 일본의 번역 작업에 있 6) 유길준(2000), 西 遊 見 聞 序, 西 遊 見 聞 ( 影 印 本 ), 이한섭 편, 도서출판 박 이정, 발췌 인용. 7) G. H. Jones(1914), Preface, 英 韓 字 典 영한 뎐(An English-Korean dictionary), Tokyo, Japan: Kyo Bun Kwan. 1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문명 사무와 전통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체인 국 한문체가 주도적 문체이자 번역 문체로 자리 잡자, 중국과 일본을 경유 해 들어온 많은 번역 개념들과 사상, 문학이 한국어 그 자체를 변화시 키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정 리하며, 전운옥편 등 기왕의 한문-한글 대역어 목록들을 참조해 어휘 조사를 행했고 그로부터 뜻과 철자를 확정해갔다는 점이다. 8) 한문과 한글의 대응 체계 자체를 소위 언해 의 범주라 이해한다면, 언해 전통 이란 게 발명된 것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3. 언어 간 번역의 출현과 수용 번역: 한문맥과 구문맥의 절합 개화기는 한자 문명권 즉 문화 내 번역으로서의 지역화(localization) 의 전략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질 언어 간 번역, 문화 간 번역이 본격 화된 시기이다. 근대 문명 사무를 담당하는 근대어, 근대 문체가 새롭 게 모색되었다. 기존의 한문맥( 漢 文 脈 )과 서구어의 문맥[ 歐 文 脈 ]이 절 합된 시기로, 전통 담론과 근대화 담론이 착종되면서 그 변화가 언어에 까지 미쳤다. 언어 간 번역, 특히 수용 번역은 전파 번역과 달리 소위 고유어(the vernacular)의 활성화나 외래어의 강화로 나타나지 않았다. 늘어난 어 휘들은 오히려 한자어였으며, 이에 따라 문어의 번역어화 혹은 번역투 의 일반화가 현저해졌다. 즉 서양의 충격과 서양 문명의 수용이 한자어 와 국한문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 으로 사용하는 주요 분과 학문의 명칭들이나 지금은 일반화되어 있는 주요 개념들을 통해 그 변화의 추이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8) H. G. Underwood(1890), Preface, 韓 英 字 典 한영 전(A Concise Dictionary of the Korean Language), The Fukuin Printing CO., L'T. Yokohama. 특집 번역과 국어 11

이 장에서는 1890년부터 1925년까지 발행된 총 5종의 영한사전에서 추출한 총 637개의 공통 표제어 중 11개의 영어 표제어와 이에 대한 한국어 풀이를 대상으로 한국어의 변화 추이에 대한 대체적인 짐작을 얻어 보려 한다. 일반적인 사전의 특징상, 표제어나 풀이항에는 각 시 기별 어휘의 대표성이나 문헌의 대표성이 비교적 객관적인 형태로 반 영되어 있으리라 믿고 싶다. 영어 표제어 언더우드 (Underwood) (1890) 스콧 (Scott) (1892) 존스(Jones) (1914) 게일(Gale) (1924) 언더우드(Underwood) (1925) Civilization n. 교화 교화, 조화, 덕화 n. 교화( 敎 化 ): 문 명( 文 明 ): 화( 開 化 ) 화 開 化 문 명 文 明 n. 교화( 敎 化 ), 도( 開 導 ) (2) 문명( 文 明 ), 화( 開 化 ), 명 ( 開 明 ) Science n. 학, 학문 학, 격물궁리, 조 n. 과학( 科 學 ): 학슐( 學 術 ): (knowledge) 학문 ( 學 問 ): 지식( 知 識 ): (in compounds) 학( 學 ) 리과 理 科 학 슐 學 術 n. (1)과학( 科 學 ), 학슐( 學 術 ), 학( 學 ). (2)학문( 學 問 ), 지식 ( 智 識 ). Individual n. 워, 손, 나 놈 n. 일 인( 一 個 人 ): (single)단독( 單 獨 ): 인( 個 人 ) 인 箇 人 n. (1) 나, 단( 單 ), 단독( 單 獨 ), 일 인( 一 個 人 ), 인의( 個 人 ), 각각의( 各 各 ). (2) 인뎍( 個 人 的 ), 고유의( 固 有 ). Music n. 풍류, 노래 풍류, 풍악 n. 음악( 音 樂 ): (notes)곡됴( 曲 調 ): 음률( 音 律 ): (score)악보( 樂 譜 ) 음악 音 樂 n. 풍류 ( 風 流 ), 음악 ( 音 樂 ). Philosophy n. 학, 학문, 리 격물궁리 n. 쳘학( 哲 學 ) 철학 哲 學 n. 쳘학 ( 哲 學 ), 쳘리 ( 哲 理 ), 원리 ( 原 理 ), 리론 ( 理 論 ), 학 ( 學 ). 1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영어 표제어 언더우드 (Underwood) (1890) 스콧 (Scott) (1892) 존스(Jones) (1914) 게일(Gale) (1924) 언더우드(Underwood) (1925) Position n. 터, 곳, 자리, 픔, 등분 터, 자리, 디위 n. (place) 곳( 處 ); 자리( 座 ); (situation) 위치 ( 位 置 ); (circumstances) 디위( 地 位 ); (rank) 신분( 身 分 ): (employment) 과 ( 窠 ); 일자리( 雇 業 ) 디위 地 位 쳐 디 處 地 n. (1) 위치 ( 位 置 ), 잇 곳. (2) 진디 ( 陣 地 ). (3) 디위 ( 地 位 ), 직임 ( 職 任 ). 직분 ( 職 分 ). (4) 분한 ( 分 限 ), 경우 ( 境 遇 ), 쳐디 ( 處 地 ). (5) 상 ( 狀 態 ), 셰 ( 姿 勢 ), 도 ( 態 度 ), 향 ( 向 背 ). (6) 립론 ( 立 論 ), 츌론 ( 出 論 ). -, v.t. 두다, 위치 를 뎡 다 ( 位 置 ). Progress Public Right v.t. 압흐로가오, 더가오, 나아가오 to be. 공번되오, 무인부지 오, 랑쟈 오 to be. 올소, 가 오, 갸륵 오, 그 지안소 낫다, 자 가다, 느러가다 셩 (correct) 올타 n. 진보( 進 步 ); (in skill) 젼진( 前 進 ); (in civilization) 진 ( 開 進 ); (advance or decline) 셩쇠 ( 盛 衰 ) a. (not private) 공변( 公 便 ); (pertaining to the state) 국가뎍( 國 家 的 ); (state-owned) 관 유( 官 有 ); (concerning the public) 공 의( 公 事 上 ); 공즁샹( 公 衆 上 ) a. 올흔( 公 平 ): (correct) 바 ( 正 當 ); (just) 공졍 ( 公 正 ): 졍직 ( 正 直 ): (opp. of left) 우편( 右 便 ): (suitable) 뎍당 ( 適 當 ) 진 進 行 진 보 進 步 향샹 向 上 발달 發 達 묘령 妙 齡 셩 년 成 年 도리 道 理 권 리 權 利 v.t. (1)나아가다, 젼진 다( 前 進 ), 진 다( 進 行 ). (2)진보 다( 進 步 ), 쳔션 다( 遷 善 ), 향상 다( 向 上 ). -, n. (1)나아 감, 젼진 ( 前 進 ). (2)진보됨 ( 進 步 ), 향상됨( 向 上 ), 경과( 經 過 )(병의), 진도( 進 度 )(과학 科 學 의), 셩쇠( 盛 衰 ), 쇼쟝( 消 長 ) (국운의 國 運 ). a. 공의( 公 ), 공립의( 公 立 ), 공 의( 公 開 ), 공공뎍( 公 共 的 ), 공즁뎍( 公 衆 的 ), 나타난, 드러난. a. (1)올흔, 가 ( 可 ), 졍당 ( 正 當 ), 당연 ( 當 然 ). (2)갸륵, 그 지안이. (3) 른, 올 흔, 우편의( 右 便 ). (4)거쥭의, 것희. (5)직츄( 直 推 )(긔하학의). -, n. (1)올흔것, 졍의( 正 義 ), 도리( 道 理 ), 공도( 公 道 ), 공의 ( 公 義 ). (2)권리( 權 利 ), 권( 權 ), 젼권( 專 權 ). (3)올흔편, 우편 ( 右 便 ). (4)거죽, 것. 특집 번역과 국어 13

영어 표제어 Sovereign 언더우드 (Underwood) (1890) n. 님금, 님군, 황, 왕 스콧 (Scott) (1892) 나라님, 님군, 샹감 존스(Jones) (1914) n. 군쥬( 君 主 ): 쥬권쟈( 主 權 者 ) 게일(Gale) (1924) 원슈 元 帥 군 쥬 君 主 언더우드(Underwood) (1925) n. (1)님군, 님금, 군쥬( 君 主 ), 쥬권쟈( 主 權 者 ), 황( 皇 ), 왕( 王 ). (2)영국의돈일흠( 英 國 錢 之 名 稱 ). -, a. (1)주권가진( 主 權 ), 지존 ( 至 尊 ), 최고 ( 最 高 ), 독립 ( 獨 立 ), 쥬 ( 自 主 ). (2)뎨일가 ( 第 一 ), 최샹의( 最 上 ). Speech n. 말, 말 말 n. 말 ( 言 ): 방언 ( 方 言 ): (formal address) 연셜( 演 說 ): 강셜( 講 說 ): (power of) 셜화 젹(력의 오기?)( 說 話 力 ) 언론 言 論 (freedom of)언론 유 言 論 自 由 n. (1)말, 담화( 談 話 ), 말, 언 론( 言 論 ). (2)연설( 演 說 ), 강연 ( 講 演 ). (3)어됴( 語 調 ), 어투 ( 語 套 ), 방언( 方 言 ), 언( 諺 ). 필자와 연구팀은 총 5종에 이르는 영한이중어사전을 대상으로 약 19,748 개에 이르는 영어 표제항과 그 한글 풀이들을 전수 입력하여, 총 627개의 공통 표제어를 얻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문어화 과정에서 한 자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가중되어 왔고 여기에 번역이나 번역적 근대 담론 이 큰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9) 그 중 일부가 위 표이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는바, 고유어에서 한자어로의 어휘의 이동 및 확대라는 현상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를 매개한 것이 소위 번역, 나 아가 번역적 근대라 통칭될 수 있는 문명화 과정 이었을 터이다. 예를 들어 individual 에 대응되어 있는 하나, 놈 과 같은 고유어 표현이 개 인, 단독, 개인적 과 같은 표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자리 잡은 시기가 바로 갑오경장을 기점으로 한 소위 개화기/근대 계몽기였다. 근대를 상 징하는 Progress 라는 단어에 대응된 한국어 표현만 보더라도 상황은 9) 여기에 대해서는 황호덕 이상현(2011), 번역과 정통성, 제국의 언어들과 근대 한국어, 아세아연구 통권 145호.) 근대 한국의 이중어 사전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단행본과 번역서, 영인본의 형태로 근간될 예정이다. 1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명백해 보인다. 앞으로 가오, 더 가오, 나아가오 와 같은 풀이는 방향과 운동에 관련된 중립 표현에 가깝다. 또한 이어지는 시기에 이 영어 단 어는 낫다, 자라가다, 늘어가다 와 같이 비교적 긍정적 고유어 표현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표현의 귀착점이다. 진보, 전진, 개진, 발 달, 향상 과 같은 한자어 풀이는 필시 한문맥과 구문맥이 결합한 결과 이자 진보의 이데올로기의 반영이었을 터이다. 보다 극단적인 사례가 Speech 의 번역어들이다. 말, 말씀 같은 표현이 담화, 언론, 연설, 강 연, 방언 등으로 옮겨 가는 과정은 한국말의 역사 그 자체를 반영하는 한편, 번역투에 의한 한국어의 석권을 예감하게 한다. 비록 그 번역이 한국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입된 것이라 할지라도, 이들 단어가 한국어에 안착된 데에 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본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일본 세력 및 그 지지자들이 정치적 실권을 잡으면서 진행된 각종 개혁 과 교육 제도 개 편을 그 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근대 제도 및 관련 개 념의 유입이 일어났다. 일본 유학이나 일본 문헌의 증대로 인해 일본에 서 직수입된 번역어나 중국을 경유한 번역어들이 대규모로 유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제임스 게일의 한영자전 편찬 과정이 참고가 된다. 게일은 당대 신문 잡지로부터 어휘를 채집했으 며, 고전 번역 과정에서도 적잖은 어휘들을 얻었다. 그러나 후기로 갈 수록 이보다는 일본에서 나온 사전을 직접 참조하는 방법으로 기울어 졌다. 왜냐하면 일본제 한자어들이 이미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었을 뿐더러, 언중들의 지지 또한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일이 쓴 한 영자전 제3판 서문에는 일본인이 만든 여러 사전을 두루 참고해서 어 휘 수가 증대되었음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다. 10) 이노우에의 위대한 업적,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 최근 출판물 등으로부터 35,000개 10) J. S. Gale(1931), Preface to the third edition, 韓 英 大 字 典 : The Unabridged Korean-English Dictionary, 京 城 : 朝 鮮 耶 蘇 敎 書 會. 특집 번역과 국어 15

의 새로운 어휘를 추가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노우에는 이노우에 주키치( 井 上 十 吉 )의 영일사전일 가능성이 크다.) 언더우드 부부 역시 전통적 고유어로부터 개화기 언어 변화, 나아가 1920년대 담론까지를 포괄한 그의 마지막 사전에서 오사카매일신 문 의 영어 신어 5000목록에서 참조한 단어 몇 백 개가 추가되었음 을 밝히고 있으며, 이처럼 단어를 추가한 것 이외에도, 산세이 도 사전( 三 省 堂 辭 典 ) 의 훌륭한 정의도 가능한 한 많이 이용했으며, 한문으로 된 정의의 대부분은 산세이도 사전 과 중국 상업 사전 에 서 따 왔다. 11) 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일본이나 중국에서 발간된 사 전으로 영어 단어를 풀이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중국의 번 역어에 의해 근현대 한국어가 큰 영향을 받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 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선교사들의 사전과 어휘 목록이 차후 한국 인들의 언어 정리 사업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교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긍정한 것은 아니었다. 제임 스 게일은 이러한 번역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오래된 것은 사라졌 고, 새로운 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일본적 관념들, 서구적 관념들, 신세계의 사상들이 그 존재가 명확히 정의되지도 못한 채, 마치 무선전 신들과 같이 허공중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12) 한국의 근대 문명이 란 그에게 미궁과도 같은 것이었다. 오늘날, 동경제국대학의 졸업생들은 그들의 선조가 남긴 것들, 그 러니까 문학적 업적과 같은 특별한 유산들을 읽을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의 문학적 과거, 한 위대하고 놀 라운 과거는 이러한 대격변에 의해, 오늘의 세대에게 사소한 흔적조 11) H. H. Underwood(1925), Preface, 英 鮮 字 典 (An English-Korean Dictionary), 京 城 : 朝 鮮 耶 蘇 敎 書 會. 12) J. S. Gale(1923), Korean Literature, The Christian Movement in Japan, Korea, and Formosa. Kobe, 468쪽. 1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차 남기지 못한 채 어디론가 파묻히고 말았다. 물론 오늘의 젊은 세 대들은 이러한 사실에 더없이 무지하며, 이런 상실 속에서도 극히 행 복해 한다. 그들은 그들 세대의 잡지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 철학 논문들에서 배운 지식으로 온갖 확신에 가득차 칸트와 쇼펜하우어에 대해 쓴다. 13)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돌이키기란 불가능했다. 게일이 조선문학 (1923) 의 결론에서 쓰고 있는 바 어쨌든 새로운 것은 도래할 것 이었고, 필요한 것은 그것이 자연스럽고 또 격조 있는 것이 되기 위한 시간이었다. 깊이야 어떠하든, 칸트와 쇼펜하우어의 용어와 제국대학발( 發 ) 문체가 동양의 고 전이나 한문, 또 미성숙 상태의 고유어를 대체 갱신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영한사전 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이중어사전이나 영일사전 등을 참조 하며 실제 번역을 해 나갔을 한국의 번역가들을 생각한다면, 근현대의 한국어 자체가 근원적으로 어휘적 수준의 중역( 重 譯 )에 의해 커다란 곤란을 겪었음은 족히 짐작이 가능하다. 한국의 번역물이 국어에 미친 영향은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나 중국)의 번역물이 국어에 끼친 영향 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근대어는 일종의 중역한 근대 14) 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성경 번 역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또 이를 위한 사전과 문법서를 편찬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를 연구하고 번역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고민과 그 해결 방향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13) 위의 책, 465쪽. 14) 이 용어는 조재룡이 다음 논문에서 애써 강조한 용어이다. 조재룡(2011), 중역( 重 譯 )의 인식론: 그 모든 중역들의 중역과 근대 한국어, 아세아연 구 통권 145호. 특집 번역과 국어 17

4. 현대 한국어와 중역, 끝나지 않은 개화기 하나의 제언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를 번역한 天 ハ 自 ラ 助 ク ルモノヲ 助 く 라는 문장을 天 은 自 助 하는 자를 助 한다. 라고 번역 15) 하 는 일을 통해 형성된 한국어에 있어, 고유어의 회복이라는 문제, 번역투 의 극복이라는 문제, 한국어다운 번역이라는 문제는 쉽지 않은 난제에 속 한다. 이를테면 중역( 重 譯 ) 역시 필요의 산물이고, 이 필요란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창조와 관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인 까닭이다. 쓰보우치 쇼요 ( 坪 内 逍 遙 )가 번역한 셰익스피어로 영문학을 배우고 원서는 다루지조차 않던 장소 16) 에서 그러한 책들을 일본어로부터나마 번역한다는 것의 의미 는 중역 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 된다. 해방기의 영문학자 김동석은 러시아어를 모르면서도 에세-닌에 대 하여 생리적인 공감을 느끼고 역( 譯 )까지 하였다는 것은 장환(오장환: 인용자) 또한 에세-닌과 꼭 같은 혁명기의 시인이기 때문 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필요가 실천을 낳고 실천이 현실을 만든다. 김동석은 이렇게 쓰고 있다. 시란 한 번 번역해도 그 생명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것이어 늘 중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시집을 장환이 에세-닌에 의 탁하여 시방 조선의 시대와 시인을 읊은 것이라 보면 많은 독자에게 크나큰 공명을 일으킬 것이다. 17) 어쩌면 한국어와 한국 사상을 압도 해 버린 개화기의 상황이나, (후기) 식민지의 급박한 현실이 잉태한 번 역 및 번역 문체의 주류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번역은 중역이나 15)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의 Self-Help 를 번역한 나카무라 마사나 오( 中 村 正 直 )의 西 國 立 志 編 (1871)을 번역한 홍영후의 靑 年 立 志 編 ( 博 聞 書 館, 1925)의 제1장 제1절의 번역. 16) 이화여전 영문학의 사정에 대한 김갑순의 회고를 참조. 최영 외 대담(1997), 한국영문학의 어제와 오늘3: 김갑순 선생을 찾아서, 안과밖 제4호, 영미 문학연구회, 창작과비평사. 17) 金 東 錫 (1947), 詩 와 革 命 -오장환 譯 에세닌 시집 을 읽고, 藝 術 과 生 活, 博 文 出 版 社, 김동석평론집 (1989), 서음출판사, 183쪽. 1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언어 이입이라는 현상에 그쳤던 사정은 그 나름의 역사적 한계이지 누 구의 탓이라 이야기하기 어렵다. 중역은 또 다른 원텍스트를 불러들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모자란 번 역 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충실한 번역 은 원리상으로는 얼마든지 존재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원리상 중역 자체도 언어 간 번역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며 보다 많은 언어들 사이에서 언어 를 구하고 있는 것임에 분 명한 까닭이다. 중역 역시 일본어나 중국어와 한국어 사이의 번역이다. 서양의 선교사들이 이러한 언어 이입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한 일 한중 양 언어 간 번역의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전유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번역이라는 말의 어원에는 지식과 제국의 이동 이란 뜻이 포 함되어 있다. 제국의 이동(translation)은 식민자가 지배권을 갖는다는 개념으로 역사적 사상이나 이상을 넘어서는, 식민화가 진행되는 과정의 사소한 부분에까지 거대한 우주적 일관성을 부여해준다 18). 우리들의 한국어, 이 우주는 어떤 이동의 산물인데, 흥미로운 것은 이 이동이 앞 서 말한 바, 중국 중심의 천하 질서의 장기 지속 속에서 일어난 문화 내 번역, 외국인들에 의한 전파 번역, 한국인 중심의 수용 번역의 세 갈래 길을 따라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방 후 일본이 물러가고 미국이 들어오던 국면의 한국어 는 어땠을까. 좀 더 좁혀 말해 새로운 국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번역 도구였을 이중어사전은 어떠했을까. 여기 하나의 증언이 있다. 미군정하에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서양문화를 계승해서 뭘 알아 야 독립국가 행세를 하지, 안 그러면 또 일본의 속국이 되기 쉽다, 뭘 해야 되겠냐니까 뭐 별 큰 얘기는 없지 않느냐, 우리들은 나이 많은 사람도 많고 더 공부할 기회도 없는 사람들인데 그러면 무슨 일 18) 더글러스 로빈슨(2002), 번역과 제국, 정혜욱 옮김, 동문선, 87~89쪽. 특집 번역과 국어 19

을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한 여남은 명 모두가 사전이 있어야겠다 는 데에는 이견이 없더라. (중략) 이양하는 직장이나 가족도 없이 최정우 집에 하숙을 하고 있어서 항상 둘이 같이 다니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 뒤에 그 둘이 사전을 만들려고 시작을 했단다. ABC 까지는 되어 있었대. 나하고 합작을 한 것은 6 25 직전쯤인데 ABC 는 되어 있으니까 나더러 DEF 를 하라는 거야. 일본사전을 베 끼는 거지. 우리가 어찌 금방 사전을 만드나. 이치가와( 市 川 三 喜 ) 선 생이 만든 포켓용 리틀 딕셔너리 를 베껴서 가기로 했지. 그걸 하다 가 이양하는 미국에 갔지. 내가 마무리를 하기는 했다만. 그건 거의 비슷하게 번역을 했는데 말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란 말야. 일본시 대 때는 한국말을 못 썼으니 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우리말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자는 그냥 쓰기로 했지. 가령 school 이면 學 校 라 고 한자로 써 놓고 그것을 우리말로 학교 라고 썼지. 그러니까 school 에 대해 같은 한자를 쓰고 일본말과 우리말은 서로 달리 읽는 셈이지. 철학 이라면 일본말로는 데쓰가쿠 지만 우리말로는 철학 이 란 말야. 한자는 안 쓰고 한자음을 가지고 우리말이라 하고 일본말은 일본 사람이 쓰던 한자를 그냥 쓰는 거지.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안 그러면 몇십 년을 기다려 우리말이 생겨날지 알 수가 없는데 어찌 하나. 일본 사람들이 그 뒤에 말하는 걸 들으니, 서양 사람들 말을 번 역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는데 그것을 배워서 한국 사람들은 절약이 되었다는 거야. 그것은 사실이야. 19) 그렇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20) 첫 번째, plain water 를 순수한 물/담수 로 번역하고 맹물 을 등재하지 않는 경우와 같이, 19) 이상옥 외 대담(1997), 한국영문학의 형성; 권중휘 선생을 찾아서, 안과 밖 제2호, 영미문학연구회, 창작과비평사. 20) 사전 자체의 중역으로부터 발생하는 이러한 이중어사전의 문제점에 대해 서는 이재호(2000), 영한사전의 문제점, 영어영문학 제46권, 제2호를 참 조. 영한사전 류를 폭넓고 꼼꼼히 검토한 한 원로 영문학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한영사전의 역사를 보면 독자는 많은 번역어 보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영한사전 편찬의 역사는 일본 英 和 字 典 편찬의 역 사와 비교해 보면, 영한사전은 영문학 교수들의 참여가 거의 없는 수치스 런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위 논문, 441쪽. 2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소위 순수 한국어가 빠지게 된다. 이는 당연히 고유어를 지향하는 문학 어의 번역에 있어서 시적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된다. 두 번째 crane을 학( 鶴 ) 으로만 번역하여 두루미 가 빠지는 경우처럼, 실제로 쓰이는 번역어가 빠지기도 한다. 이는 당연히 번역에 있어서의 어휘 선 택의 폭을 줄여 버리기에, 다양한 문맥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린다. 셋째로 coeval을 같은 나이의 사람, 같은 시대의 사람 으로 번역하여, 동갑내기, 동시대인 이라는 경제적인 전달이 저해되는 경우처럼, 번역 어가 단어가 아니라 설명으로 그쳐 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축자번역이라는 번역의 기본 공정을 둔화시키며, 번역문을 설명조로 만 들 수 있는 위험을 발생시킨다. 넷째, face에 얼굴 이나 표정, 안색 관 련 어휘를 다양하게 배치시켜 나가면서도 낯 이라는 고유어를 놓치는 경우처럼, 보충해야 할 번역어들이 적지 않다. 한자어와 고유어의 분할 뿐 아니라 고유어 내부에서의 다양한 분절을 고려해야 하는 번역에서 는 이 또한 난관이다. 다섯째, 좌골신경통(sciatic neuralgia/ 坐 骨 神 經 痛 ) 의 반대어로 우골신경통 이 연상된다 해도 방법이 없듯이, 무엇보 다 한자 단어가 한글로만 적혀 있어 의미 전달 기능이 마비된 경우들 이 허다하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의 대응과 다양한 원천의 지식 생산의 필요성 을 생각하는 한, 여전히 번역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사명 혹은 국면임 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중역적 상황이 여전히 진행형인데 다, 개선의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음역 중심의 무( 無 )번 역의 번역 이 만들고 있는 난경( 難 境 )은 말할 것도 없다. 언문일치를 이상으로 삼는 문학어의 지향과 한자어로 이루어진 번역어의 세계 사 이에서 작업해야 하는 번역가들의 곤경은 단순히 직역인가 중역인 가 21), 번역투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초과해 있는 것이 아닐까. 21) 일한사전 이나 한일사전 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거의 모든 한자어가 음역되어 있는 이들 사전이 미칠 결과는 재앙적인 수준이다. 그 특집 번역과 국어 21

한국 근대어의 이와 같은 통( 通 )국가적 생산과 유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를 한국어의 풍부화라는 관 점에서 생각하든, 아니면 언어 오염의 관점에서 생각하든, 이 과정 자 체는 비가역적인 성격을 지닌다. 문제는 한국어다운 번역 을 한국어의 순수성 옹호라는 관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한국어란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심화된 생각들로 이어 나가는 일이 아닐 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번역이나 번역투의 문제를 악이나 오염으로 생 각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한국어문학자들이나 국립국어원과 같은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 편찬과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이중어사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비판과 정책적 제언 및 관리도 필요하다. 국어 정책은 국어의 정화와 선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그것은 외국어 공부 안에서 도 실천되어야 마땅하다. 국어 역시 누군가의 외국어이다. 국어와 외국 어를 잘 이어 주는 일도 우리들의 책무이자 급무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중어사전을 읽는다. 아니, 고친다. 나마 식민지 시기 이래의 단어 교환이 이질감을 상쇄시켜 왔지만, 식민지 시기의 문헌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及 (および), 取 締 (とりしまり) 와 같은 일본식 한자어의 빈출과 그에 따른 문맥의 막힘에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해방 후 한국 문학의 일본어 번역을 도모하며, 백방으로 번역자를 구하던 김소운이 번역된 문장의 결과에 대한 소회는 이랬다. 사전부터 잘 못됐고, 사전 없이 번역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고약하다. 한일 국교 정 상화 이후 한국의 휘문출판사가 최초의 일한사전 편집을 의뢰했으나 일 한사전은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인을 위한 것이니 일본 문화 수입을 돕는 것 이라면서 거절한 뒤 한일사전의 편찬을 맡아 1967년 초판을 발간한 일 화도 그러한 차원에서 이해 가능하다. 김인범, 친일반민족인사(?)-나의 아버지 김소운, 대산문화 2007년 가을호 참조. 2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특집 번역과 국어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어의 역할 일본의 사례 이한섭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1. 들어가며 이 글은 근대 일본의 번역어에 대하여 살펴본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번역어의 의미를 알아보고 메이지 시대의 주요 번역어를 통하여 번역어가 일본 근대어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 울러 이 시기 일본에서 만들어진 번역어가 우리 근대어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에서 근대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일본어의 역 사를 이분법적으로 고대어와 근대어로 나눌 때의 근대어이고, 이 경우 근대어는 12세기 이후의 일본어를 말한다. 또 하나의 근대어는 메이지 유신(1868)부터 1945년 8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할 때까지의 일본어를 가리킨다. 이 글에서는 근대어를 후자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특집 번역과 국어 23

2. 번역어란 무엇인가? 2.1. 번역어의 의미 일본에서 번역어란 외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말, 외국어를 번역하 기 위한 말, 외국어 의미에 대응하는 의미를 가진 일본어 ( 遠 藤 好 英 2007: 154) 등의 의미로 잘 쓰인다. 그러나 실제 사용된 예를 살펴보면 번역의 대상이 중국 고전인가 불교 경전인가 서양어 문장인가에 따라, 또 번역 방법이 직역한 것인지 의역한 것인지에 따라, 텍스트를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 번안한 것인지에 따라 그 정의 또한 다양하다. 용어면에 서는 번역어 가 보통 쓰이나 그 밖에 번역어 를 줄여서 역어( 譯 語 ) 라 고도 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번역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진 만큼 번역의 역사도 오래되었고 종류도 많다. 일본의 외국어 번역은 16 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16세 기 이전은 주로 중국어(한문)가 주요 번역 대상이 되었다. 당시 일본인 들에게 중국 고전은 국가 체제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원천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고 학문적 교양을 배양하는 교과서가 되기도 했으 며 또 불교와 도교, 유교 등 경전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풍부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일본의 주요 도서관을 조사해 보면 이들 고전 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인들이 일찍부터 중국 고전을 읽었고 또 이를 번역 출판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6세기 이후가 되면 서구와도 접촉이 시작되어 중국의 한문과 함께 서구어 번역이 시작되었다. 서구어의 번역 대상은 18세기 중반에서 19 세기 중반까지는 네덜란드어가 주 대상이었으며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영어, 불어, 독어 등으로 그 대상이 넓혀졌다. 1870년대 이후에는 많은 2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일본인들이 서양 여러 나라에 유학하고 귀국 후 서양의 정치사상, 학술 제도와 관련된 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늘 날 사용되는 수많은 번역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는 서양어 번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일본과 대조를 보이는 점이다. 성경이나 천로역정 등과 같은 번 역서가 있었으므로 서양어 번역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이 들은 한역성서를 통한 번역이었거나 서양인이 번역한 것이어서 일본과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서양책 번역 부재를 들어 번역 없는 번역된 근대 라고 말하기도 한다(양일모 2011: 24~25). 그러면 일본과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긴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따져 보자면 우리가 중화 문화권의 질서 속에 자 리 잡고 있어서 서양과의 접촉이 늦었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겠고 또 그래서 서양어 교육이 주변국보다 늦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근대 이후 일본의 서구어 번역이 활발했던 이유가 일본의 언어문화적인 특이한 전통과도 관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을 해 본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어서 오래 전부 터 한문으로 된 문헌을 읽고 이해하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점은 한문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에 있었다고 본다. 즉 우리는 한 문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음으로 읽고 뜻을 새기는 방법을 사용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한문 문장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읽는 전통이 짙었다는 점이 다르다(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문을 읽는 것 을 훈독( 訓 讀 )이라 한다). 예를 들면 주자( 朱 子 ) 주문공문집( 朱 文 公 文 集 )의 권학문( 勸 學 問 )에 나오는 少 年 易 老 學 難 成 이라는 구절을 읽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소년이로( 少 年 易 老 )하고 학난성( 學 難 成 )이니라. 와 같이 한문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어 내려간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しょうねん 少 年 お は 老 がく ひやすく 學 な は 成 がた り 難 し(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 특집 번역과 국어 25

려우니라.) 처럼 완전히 일본어로 번역하여 읽는다. 즉 모두 일본어로 번역하여 읽은 것이다. 이러한 독법의 습관은 19세기 중반 서구어를 접 했을 때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일본은 서양어를 바로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보다 일본어로 번역을 해서 이해하려는 경향 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이 옳다면 일본은 번역과 번역어 생성이 언어문화면에서 우리와 다르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 된다. 2.2. 메이지 유신 이후 번역어를 만드는 방법 19세기 중반 이후 일본에서 번역어를 만든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종래에 존재하던 일본어를 가지고 번역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civil이라는 영어 단어를 조닌( 町 人 ) 으로 번역하는 방법이 다. 町 人 은 에도 시대 도시에 사는 상공업자 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므 로 지금 생각하면 civil의 번역어로 적합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으므로 기존에 있던 町 人 이 번역어로 선정된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서양어에 해당되는 일본어 어휘가 없을 경우 번역 어를 새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다시 세 가지 방법이 사 용되었다. 하나는 단어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으 로 만들어진 번역어에는 아래에 예시하는 것처럼 일본에 없었던 개념 이나 사물을 나타내는 어휘가 많다. honey-moon 신혼여행( 新 婚 旅 行 ) philosophy 철학( 哲 學 ) science 과학( 科 學 ) exhibition 전람회( 展 覽 會 ) 두 번째 방법은 외국어(중국어)에서 차용하는 방법이다. 중국에는 일 본보다 훨씬 먼저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와 있었고 다수의 서양 서적이 이미 중국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또 일본인들이 참고로 할 수 있는 영 2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중 사전류가 적지 않게 만들어져 있었다. 메이지 시대 번역어를 만든 사 람들은 대개 한문에 능통해 있었으므로 중국의 번역서와 영 중 사전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었고 이런 과정 속에 중국의 번역 어가 일본에 차용된 것이다. 다음에 드는 어휘는 모두 중국에서 차용한 번역어이다. adventure 모험( 冒 險 ) electricity 전기( 電 氣 ) love 연애( 戀 愛 ) telegraph 전신( 電 信 )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중국 고전에 있는 단어에 의미만 새롭게 부 여해서 사용하거나 일본어에 존재하던 유의어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 전용( 轉 用 )하는 방법이다. 다음 예는 이에 해당하는 예가 될 것이다. speech 연설( 演 說 ) hygiene 위생( 衛 生 ) invention 발명( 發 明 ) production 생산( 生 産 ) 연설 은 불경에 나오는 말이고 위생 은 장자( 莊 子 )에 이미 나온 말 이다. 또 발명 은 사물의 도리나 이치를 밝힌다거나 변명하다 라는 뜻 이었고 생산 은 출산하다 라는 뜻이었다. 이들은 모두 중국 고전에 나 오는 것이었거나 일본어에 존재하던 말로, 이들 단어에다 새로운 의미 를 부여하여 서양어의 번역어로 만든 것들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만들 어진 번역어는 대개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집 번역과 국어 27

3. 일본 근대어의 성립과 번역어 3.1. 근대 번역어의 성립 배경 일본에서 근대어라 하면 보통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1945년까지의 일 본어를 가리킨다. 이 시기는 일본이 대외적으로 서양에 개국하여 정치, 경제, 산업, 문화, 교육 등 서양의 각종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이고 대내적 으로는 중앙집권적 정부를 확립하였으며 사회적으로는 신분제도를 철폐 하여 사농공상 사민이 평등한 사회가 된 시기였다. 또 1872년 서양식 학 제의 시작으로 의무 교육이 시작되고 전 국민이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서양의 각종 제도와 문물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서양 서적이 일본어 로 번역되었고 새로운 학술 서적과 문학 작품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번역 어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번역어는 교육의 일반화와 근대적 신 문, 잡지 등 활자 매체의 등장으로 일반화되고 대중 속에 보급되었다. 일본 근대 번역어의 성립 배경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메이지 정부가 서양 문헌을 번역하려는 의 지가 강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메이지 정부는 원로원과 대장성 등 중앙 정부 기관에 번역국을 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서양의 역사와 군사 학술 제도, 산업과 관련된 문헌을 번역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하 여 번역된 서양 문헌은 엄청난 양에 달했다. 일본의 번역가 야마오카 요이치( 山 岡 洋 一 )에 의하면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메이지 원년(1868) 부터 15년(1882)까지 15년 동안에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 서적은 1,410 종에 달했다고 한다( 山 岡 洋 一 2004). 2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표 1> 메이지 시대 초기 일본의 번역서 수 1868년 19 1869년 32 1870년 22 1871년 53 1872년 84 1873년 106 1874년 116 1875년 130 1876년 124 1877년 114 1878년 128 1879년 159 1880년 88 1881년 89 1882년 146 합계 1,410 메이지 시대 번역어는 이와 같이 방대한 양의 번역물을 만드는 과정 에서 생성된 것이다. 또 하나의 번역어의 성립 배경에는 서양어를 번역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양에 유학하고 돌아온 일본인은 메이지 유신(1868 이전에 이미 160여 명에 달했고 1890년경까지는 3,000명을 넘었다 한다. 1) 대표적인 유학생으로 정치가 이토 히로부미( 伊 藤 博 文 )와 사상가 니 시 아마네( 西 周 ), 문학가 모리 오가이( 森 鷗 外 )를 예로 들어보기로 한 다. 이토 히로부미는 1863년부터 1864년까지 영국에 유학하여 신학문을 배우고 돌아왔으며 후일 일본 헌법을 만드는 데 주역을 담당하였다. 그 는 한국 침략에 앞장을 섬으로써 우리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주었으나 일본인들에게는 존경받는 사람으로 한때 일본 돈 천 원권(1963~1984) 1) 와타나베 미노루( 渡 辺 実 )(1988), 近 代 日 本 海 外 留 学 生 史 上 下. 특집 번역과 국어 29

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니시 아마네( 西 周 )는 1862년부터 1965년까지 네덜란드에 유학하고 귀 국 후 관료와 번역가, 문화인, 교육자로 활약한 사람인데 그가 만든 번 역어로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栗 島 紀 子 1966: 86~87). 철학 용어: 관념( 觀 念 ), 시간( 時 間 ), 선천( 先 天 ), 원리( 原 理 ), 의무 ( 義 務 ), 이상( 理 想 ), 철학( 哲 學 ), 추상( 抽 象 ), 현상( 現 想 ), 후천( 後 天 ) 논리학 용어: 귀납법( 歸 納 法 ), 긍정( 肯 定 ), 내포( 內 包 ), 명제( 命 題 ), 부정( 否 定 ), 연역법( 演 繹 法 ), 외연( 外 延 ) 심리학 용어: 능력( 能 力 ), 본능( 本 能 ), 의식( 意 識 ), 정서( 情 緖 ), 직각( 直 覺 ) 기타: 과학( 科 學 ), 관능( 官 能 ), 관찰( 觀 察 ), 기술( 技 術 ), 예술( 藝 術 ), 인상( 印 象 ), 지질학( 地 質 學 ), 충동( 衝 動 ) 이들 단어는 물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문학가 모리 오가이( 森 鷗 外, 1862 1922)는 독일 유학생 출신(1884 1888)으로 19세기 말부터 1920년대 초까지 소설가 겸 평론가, 번역가, 극작가로 활약하였고 본업인 군의( 軍 醫 )로도 활약하였다(그는 일본 육 군 군의로는 최고위인 군의총감( 軍 醫 總 監 )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유학 중 익힌 독일어를 바탕으로 괴테의 파우스트(제1편)와 오스카 와일드 (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의 희곡 살로메(Salomé) 등을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또한 독일 철학자 하르트만(Eduard von Hartmann) 의 미학책 심미학강령( 審 美 學 綱 領 ) 을 번역하였는데 여기서 심미학 ( 審 美 學 ) 은 모리 오가이가 Aesthetik 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밖의 미학 용어에는 관능 ( 官 能 )과 육감 ( 肉 感 )이 있는 데 이들은 현대 미학 용어 중에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의 문명 개화기에 일본인들에게 가장 영향이 컸던 책을 세 권 3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든다고 한다면 보통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 西 洋 事 情 ) (1866~70) 과 우치다 마사오의 여지지략( 輿 地 志 略 ) (1870), 나카무라 마사나오 의 서국입지편( 西 國 立 志 編 ) (1870~71)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서 양사정 의 초편에는 미국 독립 선언서의 번역이 실려 있고 외편( 外 編 ) 은 영어판 Political Economy 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다. 또 여지지 략 은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저술한 세계지리서를 번역한 것이며 서 국입지편 은 영국인 스마일스(Samuel Smiles)의 Self Help 를 번역한 것이다. 이와 같이 메이지 시대 초기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읽었던 책 은 상당수가 서양 서적의 번역서였고 이들은 모두 서양에서 돌아온 유 학생들에 의하여 번역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3.2. 번역어의 역할 다음에는 번역어가 근대 일본어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 로 한다. 번역어가 일본어에 끼친 영향 중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번역어가 있음으로써 서양의 사상과 법률 제도, 문화 등을 번역할 수 있었고 또 이를 통하여 서양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 면 권리( 權 利 ) 와 의무( 義 務 ) 와 같은 번역어가 없었다면 개인과 사회 와 국가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서양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었 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로 자유 와 민권( 民 權 ), 사회, 민족, 민주주 의 와 같은 번역어가 없었다면 서양인의 기본적인 생각과 새로운 사상 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번역어는 일본의 문명개화와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일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번역어가 있음으로써 새로운 개념이나 일본에 없는 사 물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메이지 시대 서양 서적을 번역하는 일본인들은 서양어 개념에 해당하는 일본어 어휘가 없어서 번역에 애 를 먹었다. 사회 는 그 좋은 예로서 오늘날은 society를 간단히 사회 라 특집 번역과 국어 31

고 번역하지만 1870년대에서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는 society에 대 응하는 개념이 마련되지 않았었다. 앞에서 언급한 나카무라 마사나오 ( 中 村 正 直 )는 1872년 존 S. 밀의 On Liberty 를 번역하여 自 由 之 理 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自 由 之 理 에는 society라는 번역어 대 신에 정부( 政 府 ), 仲 間 連 中, 仲 間, 世 俗, 人 民 の 會 社 (인민의 회사), 회사( 會 社 ) 등이 번역어로 나와 있다. 사회 라는 번역어가 아직 없었 던 것이다. 연필 만 해도 그렇다. 연필 은 1877년부터 독일에서 수입된 새로운 필기구였는데 처음에는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정해지지 않아 목필( 木 筆 ), 석필( 石 筆 ) 이라 하였다. 1886년경 미쓰비시 연필 이라는 회사가 국산화를 성공시킴으로써 연필 이라는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으 나 이것이 목필( 木 筆 ) 과 석필( 石 筆 ) 을 누르고 굳어지기까지는 상당 한 시일이 필요했다. 이 예는 서양의 개념이나 사물을 나타내는 번역어 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해 주는 예라 하겠다. 4. 근대 일본의 번역어와 우리말 어휘와의 관련성 근대 일본어에서 번역된 어휘는 일본에서만 사용된 것은 아니다. 19 세기 말 이후 중국과 한국에도 전파되어 한자 문화권의 근대 어휘 형 성에 관여한 것이다. 일본의 번역어는 개화기에 일본에 갔던 유학생들 에 의하여 우리말에 도입되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수의 번 역어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들 일본 번역어들은 대부분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되어 우리말 어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자 면 국가 원수를 나타내는 대통령( 大 統 領 )이라든가 모든 법률의 근간이 되는 헌법( 憲 法 ),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 민법, 상법, 형법, 민 사소송법 등 법률 명칭은 모두 일본의 번역어이다. 또 역사, 철학, 문 학, 미학, 정치학, 식물학 등 학문 명칭도 일본에서 번역된 것들이다. 3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메이지 시대 초기 일본에서 만들어진 번역어가 우리말 어휘에 얼마 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잘 알게 해주는 자료로 철학자휘( 哲 學 字 彙 ) (1881, 1884)라는 책이 있다. 철학자휘 는 동경대학 철학 교수를 지낸 이노우에 데쓰지로( 井 上 哲 次 郞, 1856~1944)가 편찬한 책인데 근대 일 본의 번역어 성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책 이름에 철학 이 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 보기에는 철학 관련 용어집으로 생각할 수 있 으나 실제로는 서양의 주요 개념과 단어들을 들고 이에 해당되는 번역 어를 일본어로 표시한 소형 대역사전으로 보아도 된다. 다카노 시게오 ( 高 野 繁 男 )의 연구( 高 野 繁 男 2004: 87~108)를 참고로 하여 철학자 휘 초판에 수록된 번역어 중 현재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것을 추려보 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가: 감각, 감수성, 개괄, 개념, 개연( 蓋 然 ), 개연성, 거부, 결합, 고정 자본, 곤란, 과학, 긍정 나: 낙원, 내포 다: 독재정치, 동력, 동의( 動 議 ), 동화 마: 명제, 물질, 미각( 味 覺 ), 민법 바: 복음서, 분화( 分 化 ), 비율 사: 상대개념, 상호, 성과, 세례, 세포, 수동적, 수요( 需 要 ), 시각, 시기, 신학 아: 암시, 역설, 열심, 외연, 요소, 용해, 우울, 운동, 원리, 원소( 元 素 ), 원인, 원자론, 유기체, 유물론, 의무, 이상( 理 想 ), 이학( 理 學 ), 인력, 입헌 정치 자: 전제( 前 提 ), 전지( 全 知 ), 정조( 情 操 ), 존재, 지향( 志 向 ), 진화, 진화론, 질량 차: 창세기, 철학, 촉각, 충동 타: 타당, 타성, 통계학, 투표, 특질 파: 파생, 필요 하: 함수, 현실, 확정, 환원법, 회원 특집 번역과 국어 33

이들 어휘는 개화기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말에 들어와 자리 를 잡은 것들로 보이는데 대부분이 사물의 개념을 나타내는 중요한 어 휘라서 다른 말로 대체하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5. 마치면서 이상 일본의 근대 번역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일본의 근대 번역어 는 메이지 정부 주도하에 생성되었고 여기에는 서양에 유학한 사람들 이 참여해서 이루어진 것임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지면 관계상 일본 근대 번역어와 우리말 어휘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깊게 다루지 못했는 데 이에 대해서는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3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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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번역과 국어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의 역할 중국의 사례 양세욱 인제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1. 중국어의 언어 접촉 문학과 역사 철학 언어 등 여러 방면에서 큰 업적을 남긴 근대 중 국의 인문학자 왕국유( 王 國 維, 1877~1927)는 1905년에 발표한 < 신학 어( 新 學 語 ) 의 유입을 논함>에서 근년에 문학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있으니, 그것은 신어( 新 語 ) 의 유입이다. 언어는 사상의 표현이 다. 새로운 사상의 유입은 새로운 언어의 유입을 의미한다. 라고 적고 있다. 이 글에서 신학어 또는 신어 가 가리키는 것은 번역을 통해 소 개된 근대어이다. 전통 사회가 붕괴되고 새로운 사회가 태동하는 전환 기의 중심을 살았던 지식인 왕국유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전통 시대 의 언어에서 근대어로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모든 언어는 언어 접촉을 통하여 끊임없이 교류한다. 중국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어는 고립어(isolating language)에 가깝지만 고립된 언어 (isolated language)는 아니다. 중국어가 주변 언어에 미친 영향에 비해 주변 언어가 중국어에 미친 영향은 늘 간과되거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 지만, 중국어도 끊임없이 주변 언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먀오어ㆍ야 오어ㆍ몬어ㆍ크메르어ㆍ타이어 등 오스트로ㆍ아시아어족, 서역의 언어인 특집 번역과 국어 37

인도ㆍ이란어족과 인도ㆍ유럽어족, 흉노ㆍ선비ㆍ몽고ㆍ만주어 등 알타이 어족에서 받아들인 많은 차용어들이 그 증거이다. 특히 불교의 동전( 東 傳 )과 함께 대규모로 유입된 산스크리트어 차용어의 영향력은 컸다. 명나라 말기부터 중국어로 유입되는 차용어의 양상이 급변하기 시작 한다. 서양에서 건너온 새로운 개념을 담은 어휘들이 한자로 번역되어 중국어에 유입되었다. 또 에도 시대 이후 일본의 난학자들이 만들어 낸 번역어들과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어로 번역된 유럽어 어휘들은 상당 수가 한자를 매개로 중국어로 유입되었다. 중국어의 역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만큼 대규모로 유입된 이 번역어들은 중국어 어휘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나아가 중국 근대어가 형성되는 결 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 근대 중국의 번역과 번역어 서양에서 건너온 새로운 개념을 담은 어휘들을 한자어로 번역하는 일은 중국과 일본이 담당하였다. 이러한 근대 번역어의 생산은 이탈리 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의 입국과 함께 명 말의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한편 남만학( 南 蠻 學 ) 난학( 蘭 學 ) 영학( 英 學 )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양 학( 洋 學 ) 열풍 속에서 유래 없이 많은 번역어들이 만들어졌다. 번역어 의 생산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참조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이 번역어들은 한자와 동아시아의 공동 문어를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 들며 새로운 어휘 체계를 형성하였고, 이는 근대어의 탄생으로 이어졌 다. 서양이 원산지인 근대 번역어들이 중개지인 중국과 일본을 거쳐 수 용지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3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2.1. 중국의 근대 번역어 중국어가 유럽의 언어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탄생된 근대 번역어는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제1 단계는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입국한 1582년부터 예수회가 해산된 1773년까지로, 이 시기에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번역을 주도하였다. 제2 단계는 백년금교( 百 年 禁 敎 ) 가 해제되어 개신교 선교사들이 번역과 사전 편찬에 종사했던 19세기 초반이다. 제3 단계는 임칙서( 林 則 徐 ) 위원( 魏 源 ) 서계여( 徐 繼 畬 ) 등 이른바 경세파( 經 世 派 ) 학자들이 서양의 사정에 대한 활발한 저술 활 동을 펼쳤던 19세기 중반이다. 마지막 제4 단계는 엄복( 嚴 復 ) 마건충 ( 馬 建 忠 ) 등 서양의 언어와 학문에 정통한 일군의 학자들이 서양의 책 들을 직접 중국어로 번역한 시기로, 대략 청일 전쟁 이후부터 1919년 5ㆍ4운동 때까지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새로운 개념을 담은 어휘들을 한자어로 번역하는 일은 명 말에 처음 시작되었다. 중국어와 유럽어 사이의 최초의 언어 접촉으로 기록될 이 일을 주도한 인물은 이탈리아 출신의 마테오 리치 (Mattteo Ricci, 중국 이름은 리마두 利 瑪 竇, 1552~1610)를 비롯한 예수 회 선교사들(Jesuits)이었다. 16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종교 혁명으로 위 기에 처한 가톨릭의 혁신을 위해 탄생된 예수회(Society of Jesus)는 1540년 이냐시오 데 로욜라(Ignacio de Loyola, 1491~1556) 등의 주도 로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된 가톨릭의 남자 수도회이다. 1552년 이탈리 아 마체라타에서 태어나 1571년 예수회 수사가 된 마테오 리치는 1582 년 선교를 위해 마카오에 도착하여 1610년 베이징에서 사망할 때까지 28년 동안 중국에 체류하였다. 리치는 선교사였을 뿐 아니라 수학 천 문학 지리학 기억술 등 여러 학문에 밝았던 박람강기( 博 覽 强 記 )의 대학자였다. 리치가 선교사로서, 학자로서 중국에서 거두었던 성공의 배경에는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유창한 중국어 구사 능력이 특집 번역과 국어 39

자리하고 있다. 1595년에 쓴 편지에서 리치는 중국어와 한문의 구사 능 력이 이미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초월했다면서 이탈리아 글은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더 이상 쓸 용기가 없다. 라고 고백한 바도 있 다. 리치는 사서( 四 書 ) 를 라틴어로 번역하고, 천주실의( 天 主 實 義 ) 교 우론( 交 友 論 ) 이십오언( 二 十 五 言 ) 기인십편( 畸 人 十 篇 ) 등을 한문 으로 저술하였다. 리치는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벗 서광계( 徐 光 啓, 1562~1633)와 함 께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Elements of Geometry) 의 일부를 기하원 본( 幾 何 原 本 )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또 이지조( 李 之 藻, 1565~ 1630)와 함께 동문산지( 同 文 算 指 ) 를 번역하기도 하였다. 서양 학자 가 입으로 구술하면, 중국 학자가 붓으로 받아 적는( 西 士 口 授, 中 士 筆 受 ) 협업을 통해 유럽에서 건너온 생소한 개념들이 중국어로 번역되 기 시작한 것이다. geometry 의 geo 를 음역한 기하 ( 幾 何 )를 비롯하 여 직선( 直 線 ) 곡선( 曲 線 ) 대각( 對 角 ) 직각( 直 角 ) 둔각( 鈍 角 ) 삼 각( 三 角 ) 면적( 面 積 ) 체적( 體 積 ) 평방( 平 方 ) 입방( 立 方 ) 약분( 約 分 ) 통분( 通 分 ) 등의 수학 분야의 어휘들, 지구( 地 球 ) 경선( 經 線 ) 위선( 緯 線 ) 열대( 熱 帶 ) 냉대( 冷 帶 ) 온대( 溫 帶 ) 등의 지리 분야의 어 휘들을 이 책들을 통해 선보였다. 또 한 명의 이탈리아 예수회 수사인 줄리오 알레니(Giulio Alleni, 1582~1649)는 서학범( 西 學 凡 ) 과 직방 외기( 職 方 外 紀 ) 를 지어 서양의 종교와 철학, 자연과학을 소개하면서 원죄( 原 罪 ) 구세주( 救 世 主 ) 조물주( 造 物 主 ) 공법( 公 法 ) 문과( 文 科 ) 이과( 理 科 ) 지구( 地 球 ) 대서양( 大 西 洋 ) 열대( 熱 帶 ) 등의 어휘 를 중국에 소개하였다. 1757년 옹정제가 전례( 典 禮 ) 문제 등에서 비롯된 마찰을 계기로 기 독교 선교 활동을 금지시키고 모든 외국인들의 활동 범위를 광저우로 제한하였으며, 뒤이어 1773년 교황 클레멘스 14세가 예수회의 해산을 선포함으로써 중단되었던 중 서 간의 언어 접촉은 도광 44년(1844년) 4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금교령의 해제를 전후로 재개되었다. 이 백년금교 이후 중국에 입국하여 선교 활동을 펼친 사람들은 영국과 미국의 신교 선교사들이었다. 이들의 학문적 수준은 이전의 예수회 선교사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지만, 이들의 번역과 저술 작업을 통해 새로운 번역어들이 중국에 소개될 수 있었다. 1807년에 입국한 영국 런던 선교회(London Missionary Society) 소 속의 선교사 모리슨(Robert Morrison, 1782~1834)은 1808년부터 성 경 의 번역을 시작하여 1813년에는 신약을, 1819년에는 구약을 번역하 였고, 1823년에는 신천성서( 神 天 聖 書 ) 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중국어 성경 을 완역, 출간하였다. 모리슨이 신천성서 에서 확정한 상제 ( 上 帝 ) 전지( 全 知 ) 전능( 全 能 ) 삼위일체( 三 位 一 體 ) 원죄( 原 罪 ) 창세( 創 世 ) 말세( 末 世 ) 천국( 天 國 ) 교회( 敎 會 ) 은총( 恩 寵 ) 등의 기 독교 용어들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기독교 용어에도 큰 영향 을 미쳤다. 모리슨은 또 화영자전( 華 英 字 典 ) (1815~1823)을 편찬하여 근대 번역어를 수집, 정리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한편 브리지먼 (Elijah Bridgman, 1801~1861) 등이 편역한 오문월보( 澳 門 月 報 ) 와 동 서양고매월총기전( 東 西 洋 考 每 月 統 記 傳 ) 은 중국인들이 서양의 소식을 접하는 중요한 창구였을 뿐 아니라 국회( 國 會 ) 출구( 出 口 ) 입구( 入 口 ) 유태인( 猶 太 人 ) 현미경( 顯 微 鏡 ) 신문지( 新 聞 紙 ) 문예부흥( 文 藝 復 興 ) 등의 근대 번역어를 소개하는 통로 역할도 담당하였다. 19세기 중반부터는 경세파로 불리는 중국 학자들이 직접 서양의 지 리와 정치, 사회를 소개한 책들을 다투어 출간하기 시작한다. 임칙서 ( 林 則 徐, 1785~1850)의 사주지( 四 洲 志 ) (?1841), 위원( 魏 源, 1794~1857) 의 해국도지( 海 國 圖 志 ) (1844), 서계여( 徐 繼 畬, 1795~1873)의 영환 지략( 瀛 環 志 略 ) (1848~1849)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집 가능한 서 양과 관련된 자료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해국도지 는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학교( 學 校 ) 신문( 新 聞 ) 무역( 貿 易 ) 교역( 交 易 ) 문학( 文 學 ) 법률( 法 律 ) 화차( 火 車 ) 공사 특집 번역과 국어 41

( 公 司 ) 국회( 國 會 ) 등의 근대 어휘들이 이 저서를 통해 중국에 널리 소개되었다. 또 이 무렵에는 베이징에 세워진 경사동문관번역처( 京 師 同 文 館 飜 譯 處 )와 경사대학당편역국( 京 師 大 學 堂 編 譯 局 ), 상하이에 세워진 강남기기제조국번역관( 江 南 機 器 制 造 局 飜 譯 館 ) 등 정부에서 주도한 번 역 기관, 묵해서관( 墨 海 書 館 ) 광학회( 廣 學 會 ) 등 서양 선교사들이 주 관한 번역 출판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서양의 책들을 출간하였다. 수학 ( 數 學 ) 방정( 方 程 ) 식물학( 植 物 學 ) 의원( 醫 院 ) 공기( 空 氣 ) 대수 ( 代 數 ) 미분( 微 分 ) 적분( 積 分 ) 상수( 常 數 ) 화학( 化 學 ) 등의 번역 어들이 이 책들을 통해 소개되었다. 청일 전쟁(1894)을 전후로 근대 번역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엄복( 嚴 復, 1853~1921) 마건충( 馬 建 忠, 1845~1900) 마군무( 馬 君 武, 1881~1940) 등 서양의 언어와 학문에 정통한 일군의 학자들이 서양서들을 직접 중 국어로 번역하기 시작하였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 天 演 論 ), 몽테스 키외의 법의 정신( 法 意 ), 스미스의 국부론( 原 富 ), 밀의 자유론( 自 由 論 ) 등 많은 고전을 중국어로 번역한 엄복의 공은 특히 컸다. 우생 열패( 優 生 劣 敗 ) 적자생존( 適 者 生 存 ) 등 아직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번역어도 있지만, 엄복이 창안한 많은 번역어들은 일본에서 수입 된 번역어들로 대체되었다. 예를 들어 천연( 天 演 ) 은 진화( 進 化 ) 로, 모재( 母 財 ) 는 자본( 資 本 ) 으로, 군학( 群 學 ) 은 사회학( 社 會 學 ) 으로, 격치학( 格 致 學 ) 은 자연과학( 自 然 科 學 ) 으로, 이학( 理 學 ) 은 철학( 哲 學 ) 으로 대체되었다. 2.2. 일본의 근대 번역어와 중 일의 언어 교류 근대 번역어의 생산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참조하고 영향 을 주고받았다. 에도 시대 이후 일본어로 번역된 유럽의 근대 어휘들은 상당수가 중국어로 유입되었고, 일본 역시 번역의 과정에서 중국의 번 4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역어들을 지속적으로 참고하였다. 일본과 서양의 접촉은 포르투갈인이 우연히 규슈 남단의 섬에 표착 한 1543년부터 시작되었다. 에도 시대를 지배했던 도쿠가와 막부는 초 기에 서양에 대해 개방 정책을 펼치다가, 기독교가 점점 확산되자 1630 년대에 기독교 금지령의 시행과 함께 포르투갈인들을 추방하고 엄격한 쇄국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유일하게 선교 활동을 하지 않았던 네덜란 드인과 중국인에게만 나가사키( 長 崎 ) 항구 안에 있는 데지마( 出 島 )라 는 부채꼴 모양의 작은 인공섬에서 제한적인 교역을 허용하였다. 데지 마에는 교역품과 함께 서양의 과학 기술 서적들이 수입되었다. 에도 시 대 중기 이후 일본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상인층을 중심으로 네 덜란드와의 교역을 통해 보급된 서양의 과학 기술 관련 서적을 연구하 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서양의 의학과 과학 지식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 기 시작하면서 학문 분과로까지 확대되게 된다. 1774년 일본인 의사 스기타 겐파쿠( 杉 田 玄 白 ) 등이 네덜란드어로 된 해부학 책을 해체신서( 解 體 新 書 ) 라는 제목으로 번역함으로써 공식적 으로 시작된 네덜란드 문헌들을 통한 서양 학술 연구를 난학( 蘭 學 ) 이 라고 부른다. 난학 은 네덜란드학 이라는 의미로, 당시 일본은 네덜란 드[홀란드]를 오란다( 阿 蘭 陀 )라고 불렀다. 막부가 있던 에도의 난학자 들이 나가사키 통역사들의 도움을 받아 개화시킨 난학의 핵심은 번역 이었다. 난학자들은 네덜란드어로 소개된 유럽의 개념들을 일본어로 옮 기기 위해 노력했고, 이 일은 메이지 유신 뒤 유럽 문화의 수입이 본격 화되면서 훨씬 더 커다란 규모의 번역 사업으로 확장됐다. 이들은 네덜 란드어의 한 단어를 일본어로 번역하기 위해, 그 단어의 어원과 변천 과정, 당시의 쓰임새 등 전 역사를 조사한 뒤, 그에 상응한다고 판단된 한자어를 골라내기 위해 고대 중국 문헌을 뒤적이거나 한자를 조립하 여 새로운 어휘를 만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탈아입구( 脫 亞 入 歐 )의 기치 아래 막부 말기 양학의 중심은 난학에서 특집 번역과 국어 43

영학으로 바뀌었지만, 메이지 유신 이래로 양학은 최전성기를 맞아 무 수한 번역어들이 생겨났다. 막부 말기에 이미 한 달이면 수천 권씩의 서양서가 나가사키 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대체로 고급스러운 개념어들을 이루고 고유어가 기초 어휘를 이루고 있듯이, 일본어의 경우에도 간고( 漢 語 )가 대체로 개념어들이라면 와고( 和 語 )는 대체로 기초 어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서양의 새로운 개념을 번역하기 위해 난학자들이 와고가 아니라 간고를 택한 것은 자연스러 운 일이었다. 메이지 시대의 번역 열풍은 초기의 의학에서 화학 물리학 천문 학 군사학 등을 거쳐 철학의 영역에까지 확장되었다. 일본 최초의 네 덜란드 유학생이자 근대 일본 철학의 아버지 로 불리는 니시 아마네 ( 西 周, 1827~1897)가 만든 번역어 철학( 哲 學, philosophy) 의 예를 통 해 근대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니시 아마네는 그 당시 많은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난학에 참여하여 쓰다 마미치( 津 田 眞 道 )와 함께 1862년부터 1865년까지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교에서 유학하였다. 그는 후쿠자와 유키치( 福 澤 諭 吉 ) 쓰다 마미치 ( 津 田 眞 道 ) 모리 아리노리( 森 有 禮 ) 등과 함께 문명개화( 文 明 開 化 ) 를 기치로 내건 메이로쿠샤( 明 六 社 )의 일원으로 철학 심리학 논리학 등과 관련된 새로운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니시 아마네는 네덜란드에 유학하 기 직전 도쿄 대학교의 전신인 가이세이쇼( 開 成 所 )에서 철학 강의를 하 였는데, 이때 가르친 과목을 希 哲 學 (기데쓰가쿠) 라고 불렀다. 希 哲 學 은 송( 宋 ) 주돈이( 周 敦 頤, 1017~1073)의 통서( 通 書 ) 에 나오는 聖 希 天, 賢 希 聖, 士 希 賢 (성인은 하늘을 바라고, 현인은 성인을 바라며, 사인은 현인을 바란다.) 에서 암시를 얻은 말이다. Philosophia 가 希 賢 의 정신과 통한 다고 여겨 처음에는 이를 希 賢 學 으로 옮겼다가, 賢 이 지나치게 유가의 색채가 짙다고 하여 결국 賢 을 哲 로 바꾼 希 哲 學 이 된 것이다. 니시 아마네는 이때의 강의를 토대로 1874년에 출판한 백일신론( 百 一 新 論 ) 4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에서 希 哲 學 대신에 希 를 생략한 哲 學 (데쓰가쿠) 라는 용어를 처음 사 용하였다. 이 哲 學 이란 번역어는 이후에 중국어로 수입되었다. 이 번역 어가 사용된 최초의 중국 문헌은 1894년에 출간된 황경징( 黃 慶 澄 )의 동유일기( 東 遊 日 記 ) 이다. 이전에 출간된 위원의 해국도지 에서는 philosophy 를 음역한 斐 祿 所 費 亞 가 대신 사용되었다. 哲 學 의 예가 보여주듯이, 에도 시대 이후 난학자들이 만들어 낸 번역 어들과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어로 번역된 유럽어 어휘들은 상당수가 한자를 매개로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아편 전쟁의 패배(1840~1842)와 영 불 연합군의 베이징 점령(1860) 이후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점증 되던 위기의식은 갑오국치 로 표현되는 청일 전쟁의 패배와 무술변법 (1898)의 실패로 극에 달하였다. 이를 계기로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일 본에 유학하여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배웠고, 일본어 서적에 대한 대규 모의 중역( 中 譯 )이 이루어졌다. 1896년부터 1911년 사이에 958권의 일본 어 서적이 중국어로 번역되었고, 1905년과 1906년에 일본에 유학한 중국 인 학생은 이미 8천 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는 훗날 중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손문( 孫 文 ) 노신( 魯 迅 ) 주 작인( 周 作 人 ) 곽말약( 郭 末 若 ) 왕국유( 王 國 維 )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유학생들의 일본 유학과 일본어 서적의 중역은 일본에서 만들 어진 근대 번역어들이 중국어로 유입되는 전기가 되었다. 청일 전쟁 이 전부터 이미 일부 일본산 번역어들이 중국어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본 격적인 유입은 이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한자를 매개로 하는 공동 문어 를 사용했던 동아시아에서 메이지 시대를 전후로 어휘 생산의 주체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한 것이다. 고대 중국어의 어휘를 그대로 채용 하였거나 한자 형태소를 활용하여 새롭게 조합된 이 어휘들은 큰 마찰 이나 거부감이 없이 중국어로 쉽게 유입될 수 있었다. 일본이 근대 번역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중국에서 이루어진 번 역어들을 참고하였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전통은 명 말 예수 특집 번역과 국어 45

회 선교사들이 번역한 번역서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령, 마테오 리치 와 서광계가 번역한 기하원본 은 출간 직후 일본에 전해져 1630년에 이미 금서로 지정되고, 1720년에 이르러 공식 해금되었다. 19세기 이후 중국에서 출간된 주요 번역서들도 곧바로 일본에 소개되었다. 위원의 해국 도지 (1844)는 1850년과 1854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서계여의 영 환지략 (1848~1849)은 1859년과 1861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뿐 아 니라 1874년에 일본어로 재번역되기도 하였다. 1836년에 출간된 헨리 휘턴(Henry Wheaton)의 국제법원리(Elements of International Law) 를 윌리엄 마틴(William Martin, 1827~1916)이 1864년 번역한 만국공 법( 萬 國 公 法 ) 은 메이지 유신 직전에 일본에 전해져 일본의 근대적 법률 어휘 및 정치 어휘의 형성에 기여했다. 모리슨이 근대 번역어를 수집, 정리하여 편찬한 화영자전 (1815~1823) 역시 곧 바로 일본에 전해졌다. 이와 같이 번역어의 생산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지속적으 로 서로를 참조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2.3. 근대 번역어의 조어 방법 차용어를 수용할 때 음역과 의역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은 모든 언어에 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중국어 차용어에서도 후한과 위 진 남북조 시 기에 산스크리트어를 대량으로 차용할 때 유사한 양상이 발견된다. 일반 적으로 중국어는 차용어를 받아들일 때 음역보다는 의역을 선호한다. 16세기부터 사용되었던 opium 의 음역 雅 片, 1815년 모리슨(Morrison) 의 Dictionary 에 등장하는 coffee 의 음역 咖 啡 등이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역한 번역어가 살아남았다. 沙 發 (sofa) 的 士 (taxi) 黑 客 (hacker) 雪 茄 (cigar) 咖 喱 (curry) 卡 通 (cartoon) 卡 (card) 泵 (pump) 등도 음역을 통해 중국어에 유입된 예외적인 차용어들이다. democracy 가 德 謨 克 拉 西 에서 民 主 로, science 4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가 賽 因 斯 에서 科 學 으로 각각 어휘 대체의 과정을 겪은 것도 의역에 대한 선호 때문이다. 음역 어휘를 의역 어휘로 교체하는 것이 중국어 차용어의 큰 추세이지만, 한편 그 역의 과정도 존재한다. logic 은 처음 엄복에 의해 名 學 으로 번역되었으나 뒤에 論 理 學 理 則 學 邏 輯 등의 변화 과정을 거쳐 결국 음역인 邏 輯 이 살아남았다. opium (아 편)의 경우에도 16세기부터 존재했던 음역 雅 片 은 19세기에 만들어진 洋 烟 으로 대체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한 언어에서 사용되는 형태소의 총수는 일정하게 유지되 는 경향이 있으며, 고도로 발달된 문헌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수십만 개에 달하는 어휘를 보유하고 있는 언어라고 할지라도 고유한 형태소 의 수는 수천 개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대의 설문해자 이래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사전에 수록된 한자의 총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실제 언어생 활에서 사용되는 한자의 수는 5,000자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나라에서 한나라 초엽까지 거의 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 문헌 들을 모아 놓은 십삼경( 十 三 經 ) 에 사용된 한자의 총수가 6,500자 정 도에 불과하다. 또한 1,000자를 알면 십삼경 에 사용된 한자의 88.53% 를, 2,000자를 알면 95.59%를, 3,000자를 알면 98.24%를 각각 이해할 수 있다. 현대 중국어의 경우에도 주요 한자의 사용 빈도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어, 1,000자를 알면 현대의 각종 문헌에 사용된 한자의 91.37% 를, 2,000자를 알면 98.07%를, 3,000자를 알면 99.63%를 각각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상용되는 한자와 형태 소의 총수는 큰 변동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음역보다 의역을 선호 하는 차용어 수용 양상은 과도한 형태소의 증가에 수반되는 부담을 덜 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어처럼 오랜 문헌 전통을 유지하 고 있어서 고대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언어의 경우에는 음역을 통해 새로 도입되는 형태소들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집 번역과 국어 47

근대 번역어들이 생산되고 수용되는 과정에서도 의역에 대한 선호는 절 대적이어서 두 한자를 전통적인 중국어 조어법에 따라 결합한 합성어들이 근대 번역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직선 곡선 미분 적분 원죄 문 과 이과 지구 열대 신문 무역 교역 진구 출구 법률 화차 공 사 국회 개념 공간 시간 관념 귀납 연역 명제 이성 추상 구 체 현상 등 많은 번역어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 번역어들을 구성하 는 두 형태소는 병렬 관계, 수식 관계, 동목 관계 등을 이룬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중국어 조어법과 일치한다. 조물주 구세주 대서양 현미경 천리경 신문지 등 일부 3음절어, 적자생존 문예부흥 등 일부 4음절어 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2음절어인 점도 전통적인 중국어 어휘와 같다. 서양의 개념어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고전 중국어의 어휘 자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예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교육 ( 敎 育 )은 得 天 下 英 材 而 敎 育 之 (천하의 영재를 얻어 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다. 맹자( 孟 子 ) ㆍ진심( 盡 心 )) 에서 사용된 표현이었으나, education 을 번역하는 과 정에서 채택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또 문화 ( 文 化 )는 凡 武 之 興, 爲 不 服 也. 文 化 不 改, 然 後 加 誅 (무가 흥성하는 까닭은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으로 교화시켜도 바뀌지 않은 뒤에 이들을 처벌하였다. 설 원( 說 苑 ) ㆍ지무( 指 武 )) 에서, 혁명 ( 革 命 )은 湯 武 革 命, 順 乎 天 而 應 乎 人 (탕 과 무왕은 천명을 바꾸어 하늘을 따르고 백성들의 요구에 부응하였다. 역 ( 易 ) ㆍ혁괘( 革 卦 )) 에서 사용된 표현이었으나, culture 와 revolution 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각각 채택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의무( 義 務 ) 권리( 權 利 ) 허무( 虛 無 ) 연역( 演 繹 ) 선천( 先 天 ) 후천( 後 天 ) 이 성( 理 性 ) 공간( 空 間 ) 구체( 具 體 ) 경제( 經 濟 ) 기계( 機 械 ) 사회( 社 會 ) 노동( 勞 動 ) 동지( 同 志 ) 문명( 文 明 ) 민주( 民 主 ) 보험( 保 險 ) 등 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중국어에 새롭게 도입되었다. 근대 번역어의 생산자들은 대체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창신( 創 新 )보 다는 옛것을 존중하는 법고( 法 古 )의 전통을 따랐다. 고전 문헌들에서 4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이미 사용되었던 어휘들을 되살려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 고, 부득이하게 새로운 번역어를 만들어야 할 경우에도 고대 중국어에 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조어 원칙을 지켰다. 이런 노력은 근대 번역 어가 빠르게 확산되는 원동력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3. 번역과 근대 중국어의 성립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한자와 동아시아 공동 문어를 기반으로 국경 을 넘나들며 근대 번역어라는 새로운 어휘 체계를 형성하였다. 근대 번 역어는 중국어 어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학술 활동과 관련된 핵심 어휘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근대 번역어의 생산과 유통은 중국어 어휘 체계를 혁신시켰고, 중국어 어휘 체계의 혁신은 중 국어 근대화로 이어졌다. 어휘는 언어라는 집을 이루는 벽돌이다. 중국 어는 근대 번역어를 재료로 삼아 낡은 집을 허물고 근대어라는 새 집 을 준공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중국 근대어의 탄생이 근대 번역어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현재의 중국어는 두 차례의 아편 전쟁(제1 차 아편 전쟁은 1840~1842년, 제2 차 아편 전쟁은 1856~1860년)이 벌어지던 19세기 중반의 중국어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 중국의 공식적인 문어는 문언( 文 言 )이었고, 백화( 白 話 )와 백화로 쓰인 글들은 언어의 위계질서에서 여 전히 낮은 지위를 누렸다. 20세기 초에 진행된 동아시아 공동 문어의 해체로 민족어 시대가 개막되고 동시에 언문일치 시대가 도래하였고, 나의 손은 나의 입을 쓴다( 我 手 寫 我 口 ). 라는 구호를 내걸고 진행되었 던 20세기 초의 백화문 운동을 거치면서 공식적인 문어는 백화로 대체 되었다. 당시에도 베이징말을 기초로 형성된 표준어인 관화( 官 話 )가 있 었지만 현재의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 普 通 話 ) 보급 정책이 성공적으로 특집 번역과 국어 49

시행된 20세기 중반 이후와 비교하면 그 세력은 미약하였고 지위도 불 안하였다. 중국어를 표기하는 한자의 자형도 1958년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금의 간화자와 크게 달랐을 뿐 아니라 중국 최고 지 식인들 사이에서 한자를 폐지하고 알파벳 등 다른 문자를 도입하여 중 국어를 표기하자는 주장이 심각하게 거론될 정도로 중국어를 표기하는 유일한 문자로서의 한자의 위상은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심지어 중국어 를 폐기하고 20세기 초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에스페란토(Esperanto)를 대신 사용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등장하였다. 이렇듯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어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였고, 근대 번역어의 생산과 유통은 다른 근대 중국의 언어 개혁 운동과 어우러져 중국어 자체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근대는 경전이 없는, 경전을 부정하 는 시대이다. 경전의 권위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소수 엘리트를 중심으 로 유지되어 오던 공동 문어는 근대라는 시공간과 양립하기 어렵다. 공 동 문어가 해체되고 그 자리를 민족어로서의 동시대 중국어를 기록하는 백화가 차지하면서 언문일치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공동 문어를 버리고 정치 중심지의 구어를 표준어로 삼아 이를 대중 교육을 통해 보급하여 언어 통일과 언문일치를 이룩하는 것이 근대 국민국가들이 시행하는 공 통된 언어 정책이다. 중국의 보통화 보급 정책 역시 이를 목적으로 시 행되었다. 또 부국강병의 근대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대중 교육 을 통해 국민 들을 계몽해야 하고, 국민 계몽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 제가 배우기 쉽고, 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문자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근대 중국의 언어 개혁 운동 속에서 진행된 근대 번역어의 생산 과 유통은 중국어 어휘 체계를 혁신시켰고, 중국어 어휘 체계의 혁신은 중 국어 근대화로 이어졌다. 근대 중국의 어휘 체계의 혁신과 언어 개혁 운동 은 중국을 보편 제국에서 민족 국가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추진되었고, 번역어를 통한 어휘 체계의 혁신과 언어 개혁 운동이 도달하고자 했던 최 종 목적지는 국민 국가의 언어로서의 근대 중국어 의 탄생이었다. 5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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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번역과 국어 현대 국어 번역문의 실태 김정우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번역문과 번역 보편소 필자는 한때 적잖은 책을 번역하면서 궁금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영문 텍스트를 한국어로 옮기면 거의 매번 번역 텍스트의 분량이 대략 15~20% 정도 늘어나곤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때까지 주로 영한 번 역을 했으므로, 한영 번역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 의문의 골자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영어 텍스트를 한국어로 옮길 때 텍스트 의 분량이 늘어났으므로 반대의 경우, 즉 한국어 텍스트를 영어로 옮길 때는 번역의 분량이 그만큼 줄어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기회가 되 어 실제로 몇 차례 한영 번역 작업을 해 보니, 텍스트의 분량은 영한 번역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비슷한 분량만큼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렇 다면 목표언어가 한국어든 영어든 이와 같은 번역 텍스트의 분량 증가 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해당 텍스트가 (일차적으로 생성된 원전 혹은 비번역문이 아니고) 번역문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1) 1) 이러한 맥락에서 최정아(2003)는 말뭉치에 기반하여 영-한, 한-영 번역 시 에 일어나는 단어 수효의 증감을 논의했다. 단어 수효의 증감이 일어나는 요인으로 영어와 한국어의 구조 차이(굴절어와 교착어) 및 번역자의 번역 특집 번역과 국어 53

이와 같이 어떤 텍스트가 원문이 아닌 번역문이어서 발생하는 특징 을 번역 보편소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단순화와 명시화, 규범화, 상호 합치 등이 번역 보편소의 목록에 포함된다. 2) 처 음 세 가지는 비번역문과 비교한 번역문의 특징이고, 마지막 하나는 번 역문들 상호 간에 보이는 특징이다. 단순화란 번역문이 비번역문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간소화된 특징을 갖는다는 것으로 핵심은 어휘적 다양성과 정보량의 감소에 있다. 어휘 항목 혹은 사전의 표제어 형태(type) 대 실제 실현된 횟수(token)의 비율이 낮고 고빈도 단어의 출현 비율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다양한 어 휘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자의 특징이고, 문법 기능어에 비해 실 질 내용어의 출현 비율이 낮아서 결과적으로 정보의 다양성이 떨어진 다는 것이 후자의 특징이다. 명시화란 목표언어의 독자를 위하여 원문에 없거나 문맥에 내재된 내용을 명시적으로 드러내 표현하는 특징을 가리킨다. 이러한 명시화의 결과로 번역문에는 수식어나 접속어, 양화사 등 문법 장치가 늘어나고, 추가 정보를 덧붙이거나, 대명사 등의 중의성을 해소하는 현상이 두드 러지게 나타난다. 3) 전략 차이를 들었다. 계량적 방법으로 번역문에 나타나는 의미 있는 경향 을 확인한 연구이지만, 단어에 대한 기준을 영어와 한국어에 동일하게 적 용할 수 없었던 점이 한계였다. 즉 (한국어 품사론에서 말하는 종합적 견 해를 따라) 곡용과 활용을 마친 어절 단위를 한국어에서 단어로 간주했기 때문에 한국어 텍스트에서 일어난 단어 수효의 감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2) 이들 네 가지가 대표적인 보편소이고, 이외에 수사법과 관련하여 중립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3) 번역자가 명시화를 실현하는 방법은 대개 문법 정보나 내용 정보의 추가로 나타나서, 앞서 말한 텍스트의 분량 증가를 가져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 한다. 그러나 명시화가 반드시 내용 정보나 문법 장치의 추가 로만 실현되 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자질의 삭제 곧 부재( 不 在 )로 실현되기도 한다. 5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규범화 4) 란 원문에 나타난 텍스트 고유의 특징을 목표언어의 언어와 문 화 규범에 맞게 조절하는 특징을 가리킨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규범화의 용례로는 개별 언어에 따라 상이한 문장 부호 용법의 변환을 들 수 있다. 상호 합치 5) 란 번역문들이 서로 간에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인데, 주 로 어휘 항목 대 실제 실현 횟수 비율과 어휘 밀도, 문장 길이 등에서 번역문들이 평균값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 결과적으로 비번역문보다 이들 수치의 분산값이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네 가지 번역 보편소는 제각기 동떨어진 특징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 예컨대 고빈도 어휘의 사용으로 인한 어휘적 다양성의 감소는 번역문들 상호 간에 어휘적 획일성을 낳고 이 는 결과적으로 상호 합치의 특징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예컨대 목 표언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접속어를 첨가하는 명시화는 문법 기능 어의 사용 빈도를 높이는 단순화로 이어진다. 또한 명시화는 규범화와 일정 부분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고, 이들 보편소는 번역문들의 유사성 을 높여 상호 합치의 경향을 드러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번역 보편소를 확인하려면, 무엇보다 번역문과 비 번역문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말뭉치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말뭉치를 조사해야만 어떤 언어적 특징의 계량적 일반화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물론 원천언어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성을 갖추어야 진정한 일반화에 의한 번역 보편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 다. 7) 4) 표준화 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5) 수렴화 혹은 그냥 합치 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6) 언어학과 전산학, 번역학의 협업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7) 본고에서도 영어에서 번역한 한국어 번역문의 특징만을 논의 대상으로 삼 았다. 특집 번역과 국어 55

2. 번역 보편소와 한국어 번역문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대규모 말뭉치 기반 연구와 비견되는 연구 성과가 나온 바 있다. 김혜영(2009)에서는 각각 100만 어절에 이 르는 번역 텍스트와 비번역 텍스트 형태 분석 균형 말뭉치를 비교하여, 형태별 빈도에서 발견되는 영한 번역문의 특징을 어휘, 구문, 담화 화 용 등의 측면으로 나누어 제시하면서, 번역 보편소와 한국어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을 추출해 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영어를 번역한 한국어 번역문은 단순화와 상호 합치의 번역 보편소를 보여 준다. 즉, 품사별 빈도에서 정보성이 낮고 어휘의 다양성이 낮아서 단순화의 특징을 보여 주고, 관형사와 격 조사를 제외한 모든 품사에서 텍스트 유형 간의 상대 빈도가 유사해서 상호 합치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한 번역문에 번역 보편소인 단순화와 상호 합치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영한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을 계량화했다는 점이 이 연구의 더욱 중요 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밝혀낸 영한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을 언어 단위별로 나 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어휘와 형태 층위를 보자. 체언에서는 1인칭 대명사의 빈도가 낮고 2인칭과 3인칭 대명사의 빈 도가 높은데, 3인칭 대명사에서는 그, 이것/이거, 그것/그거 등이 많이 쓰이며, 2인칭 대명사에서는 당신, 그대, 여러분 등이 많이 쓰인다. 의 존 명사는 것/거 와 때문 이 많이 쓰인다. 용언에서는 만들다, 가지다, 의하다, 대하다 등의 동사가 많이 나타나고, 통사적 피동에 사용되는 -아/어 지다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수식언에서는 단형 부정문에 사용 되는 부사 안, 못 이 적게 나타나고, 정도 부사 가장, 매우, 아주, 너무 가 많이 나타난다. 접속 부사 및, 혹은, 그런데, 한편 이 적게 나타나고, 그리고, 그러나, 하지만, 왜냐하면 이 많이 나타난다. 관계언(조사)에서 5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는 주격 조사 -이/가 의 빈도가 낮게 나타나고, 관형격 조사 -의 와 부 사격 조사 -에게서, -으로부터, -으로 등의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서 술어 되다 의 보충어 자리에 보격 조사 -이/가 대신 부사격 조사 - (으)로 가 많이 쓰인다. 보조사 중에서는 -은/는 이 많이 쓰인다. 그리 고 주격 조사 -이/가 에 비해 주제 표시 보조사 -은/는 이 과도하게 많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구문 층위를 보자. 종속 접속에서는 상투적 번역어가 많이 나타나는데, 예컨대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왜냐하면, 조건 관계를 나 타내는 만약, 만일, 양보 관계를 나타내는 불구하고 가 많이 쓰인다. 보조 용언이 결합한 시간 표현( -고 있다, -아/어 왔다, -을 것이다 등)이 선어말 어미에 의한 시간 표현보다 우세하다. 또 피동 표현 자체 가 (비번역문에 비해) 많이 나타나고 -에 의하여 를 행위자로 하는 피 동 표현이 두드러진다. 사동 표현에서는 -게 하다 혹은 -게 만들다 구성에 의한 장형 사동문의 빈도가 높다. 단형 부정이 적으며, -수 없 다 로 표현되는 어휘적 능력 부정 형식이 많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담화 층위를 보자. 대등 접속에서는 병렬 접속과 선택 접속의 쓰임이 적고 대조 접속( 그러나, 하지만 )의 쓰임이 많으며, 그 결과로 전환 접속( 그런데 )의 쓰임이 현저히 낮다. 그리고 지시 표현에 서 3인칭 대명사가 많이 쓰이고 2인칭과 3인칭 대명사는 평칭이 적게 쓰이고 존칭이 많이 쓰인다. 높임 표현에서는 선어말 어미 -(으)시- 에 의한 주체 존대 형식의 빈도가 낮게 나타난다. 이상에서 언급한 영한 번역문의 특징 가운데 일부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원천언어인 영어의 간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2인칭 대 명사 당신, 그대, 여러분 등과 3인칭 대명사 그, 이것/이거, 그것/그 거 등이 많이 쓰인다는 것은 주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영어 구문을 번역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며, 만들다, 가지다, 의하다, 대하다 등의 동 사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른바 사역 동사 구문을 번역하면서 발생한 특집 번역과 국어 57

현상이고, 통사적 피동에 사용되는 -아/어 지다 형태와 -에 의하여 를 행위자로 하는 피동 표현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통사적 절차로 수행되 는 영어의 수동태 구문을 번역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된다. 그리 고 인과 관계와 조건, 양보를 나타내는 상투적인 번역 표현( 왜냐하면, 만약, 불구하고 등)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접속사 범주가 존재하는 영어 구문의 간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수 없다 형식의 빈출 역시 영어 원문의 조동사(can) 구문이 간섭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머지 특징의 일부도 잘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번역 보편소의 관 점에서 설명이 가능한 것이 몇 가지 눈에 뜨인다. 부정문의 유형 중에서 장형 부정문이 단형 부정문보다 많이 나타나고, 사동문의 유형 중에서 통사적 절차인 장형 사동문이 어휘적 절차인 단형 사동문보다 많이 나타 나며, 시제 범주에서 보조 용언이 결합한 시간 표현이 선어말 어미에 의 한 시간 표현보다 많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모두 유표적 문법 절차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예컨대 장형 사동문의 경우를 보면, 이는 영어 원문의 사역 동사 구문을 직역한 데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사역(causative)이 라는 의미 기능을 목표언어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역의 의미 기능을 두드러지게 표시할 수 있는 문법 장치로 표현하려는 전략 (구조 대 구조의 번역 전략)을 선택한 결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들 특징은 구조적 명시화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만 비번역문에 비해서 번역문에 의존명사 때문 이 빈출한다든 가, 그러나 로 대표되는 대조 접속 표현이 그런데 로 대표되는 전환 접 속보다 우세하게 나타나는 등의 현상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쉽게 설명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8) 이 문제는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두고 양쪽을 대조해 보아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장을 달 리하여 이야기하기로 한다. 8) 계량적 통계 분석의 한계이다. 계량적 분석은 결과론적 기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3. 한국어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과 보편적 특징 이러한 맥락에서 졸고(2011a)에서는 각각 25만 어절 규모의 영어 원 문과 한국어 번역문 병렬 말뭉치를 활용해서, 영한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를 조사해 보았다. 지면 관계상 어휘 층 위에 속하는 항목인 때문 에 대한 조사만 소개하기로 한다. 9) 원문과의 대조를 통해서 의존 명사 때문 의 연원을 조사한 결과는 대체로 접속사를 번역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후 문맥에서 유추 해서 영형태( 零 形 態, zero)를 때문 으로 번역한 용례가 가장 많았다 (45%). 즉, 다음 예문 (1)에서 보듯이 원문에는 이유나 원인을 표시하 는 아무런 언어 표지도 없는데, 번역자가 전후 문맥을 보고 이유나 원 인을 표시하는 어구를 넣어서 번역한 것이다. (1.T) 린지는 체구가 작기 때문에 언니에게 물려받은 옷이 아직 잘 맞지 않는 것처럼 언제나 재킷 소매가 좀 길다. (1.S) Lindsay is petite. Her jacket sleeves are always a bit too long for her, as if she ~ 이는 명시화의 특징이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명시 화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의존 명사 때문 이 선택된 것은 이 단어가 전 9) 그러나 와 그런데 의 상대적 출현 빈도에 대해 필자는 현재 명시화와 단순 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후 문맥을 보다 분명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번역자의 심리적 명시화 의도가 문장의 논리적 연결 관계 를 드러내는 문장 접속 부사의 과잉 사용을 낳고, 그 가운데서도 의미의 적용 영역이 넓은 상위어 그러나 가 하위어 그런데 보다 많이 사용된 것 으로 본다. 역으로 말하면 비번역문, 곧 모국어 텍스트의 필자는 직관적으 로 문맥의 세부적인 사항을 민감하게 파악하여 직접 표층 대조( 그러나 )와 직접 심층 대조( 하지만 ) 및 간접 대조( 그런데 )를 적절하게 구분해서 사 용하지만, 원문의 의미 전달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는 번역문 텍스트의 필 자는 문맥에서 보다 선명한 의미 관계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여 직접 표층 대조를 다른 형태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집 번역과 국어 59

후 문맥의 논리적 연결 관계를 나타내는 어휘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명시화는 원천언어와 목표언어의 언어 구조 차 이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목표언어 독자들의 가독성을 향상시킬 의도 로 번역자가 채택한 번역 중재 방법이므로 선택적 명시화의 범주에 넣 을 수 있다. 10) 이제 적어도 지금까지 논의된 영한 번역문에 나타나는 개별적 특징 들은 크게 보아 단순화와 명시화, 상호 합치 등 모든 번역문에 나타나 는 보편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번역 보편소의 범주에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번역 보편소 중에서 남은 하나, 곧 규범화는 한국어 번역문과 무관한가를 살펴볼 계제가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한국어 번역문에도 규범화의 보편소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필자는 졸고(2011a)에서 규범화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한 가 지 방안으로 영어 원문의 줄표(dash)가 한국어 번역문에서 어떻게 번 역되었는가를 조사해 보았다. 영어 원문의 줄표는 한국어 번역문에서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는데, 줄표를 전후해서 문장이 분할되어 새 로운 문장이 생성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40.5%), 다음으로 줄표와 관련된 원문의 어순이 도치되면서 연결 표현과 함께 번역문에 나타나 는 용례(19.5%)와 원문의 어순을 지키면서 연결 표현과 함께 번역문에 나타나는 용례(18.1%)가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줄표와 관련된 어구가 번역에 반영되지 않고 누락된 용례(11.2%), 말줄임표로 변환된 용례 (7.1%), 괄호로 묶여 나타나는 용례(2.3%) 및 쉼표를 거느린 독립어구 로 나타나는 용례(1.3%) 등이 있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10) 때문 과 의미상으로 중복 분포를 보이면서 일정 영역에서 상보적 분포를 보이는 탓, 덕분 의 출현을 때문 이 저지한 것도 고빈도 출현의 이유가 된다. 때문 이 경쟁 단어에 대해 상위어인데, 상위어를 선택한 것은 물론 번역자가 선택적 명시화 전략을 사용한 결과이다. 한편 때문 이 탓 과 덕 분 의 영역을 잠식했다면 이는 어휘의 단순화를 낳게 된다. 6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위와 같은 번역 유형의 다양성이 아니라, 원문의 줄표가 동일한 형태의 한국어 문장 부호 줄표로 나타나는 용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양상은 적어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문적인 번역자나 편집자 집단 에서 줄표를 아직까지 (쉼표나 마침표, 가운뎃점 등과 같이) 통상적인 한 국어의 문장 부호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 한 논의에 근거하여 영어 원문의 줄표를 번역한 한국어 번역문의 보편적 특징을 찾는다면, 그것은 원천언어 특유의 텍스트 특징을 목표언어의 전형 적인 텍스트 특징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규범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영한 번역문에는 단순화와 명 시화, 규범화, 상호 합치 등 번역 보편소가 모두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 릴 수 있다. 그리고 역으로 이와 같은 단순화와 명시화, 규범화, 상호 합치 등의 번역 보편소가 실현된 것이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의 실 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1) 우리는 앞서 제2장에서 김혜영(2009)의 연구사적 의의에 대해 말했는 데, 보다 거시적인 두 가지 항목에 대한 조사가 빠진 점은 현대 국어 번역 문의 특징을 다루는 우리의 주제와 관련하여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나는 비번역문과 번역문에 나타나는 동사와 명사의 사용 비율이 다. 12) 이 문제를 조금 더 천착하면 이희재(2009: 35~51)에서 말하는 동적인 한국어 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번역문에 원천언어인 영어의 간 섭이 미쳐 비번역문보다 동사의 사용 비율이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 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음 예문에서 전치사를 매개로 앞의 명 사구를 수식하는 원문의 구조를 보존한 (2.Ta)보다 이 명사구를 동사 11) 그러므로 조금 거칠게 말한다면 제2장에서 언급한 영한 번역문의 개별적 특징들도 결국 번역 보편소의 틀을 기반으로 원천언어인 영어와 목표언 어인 한국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형성된 표면형에 지나지 않는다. 12) 김혜영(2009)의 연구는 한국어 번역문의 특징을 조사할 때 먼저 언어 층 위별로 나누고, 같은 언어 층위 안에서 용언, 체언, 수식언 등의 범주를 나누었기 때문에 이들 범주를 교차하는 조사는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도 록 설계되었다. 특집 번역과 국어 61

구로 전환한 (2.Tb)가 한결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 (이희재 2009: 45) 으로 느껴진다. 13) (2.S) The film was a beautiful evocation of traditional Korea. (2.Ta) 영화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운 재현이었다. (2.Tb) 영화는 한국의 전통을 아름답게 재현했다. 다른 하나는 비번역문과 번역문에 나타나는 고유어와 한자어의 사용 비율이다. 이 문제는 한국어의 어휘부가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성된 독 특한 혼종어 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어 문어의 글쓰기 전통이 사실상 한문 전적의 언해에서 비롯되었다(전성기 2008) 는 점에서 특히 우리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4) 지금까지 주로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에 대해 계량적인 방식으로 접 근해서 그 특징을 개괄해 보았다. 앞서도 간섭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는 했지만, 계량화와 (원문과 번역문의) 단순 대조만으로는 정확한 실 상을 알 수 없는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의 뚜렷한 경향을 기존 연구와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한 가지만 지적해 보고자 한다. 4. 현대 한국어 번역문과 직역주의 작금에 나오는 번역서는 가독성이라는 측면에서 1960~80년대의 번 역 수준에서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 지금 시점에서 앞선 시기에 나 왔던 번역문의 실태 연구를 접하면,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 13) 아름답다 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비과학적이라면 안정감이 든다 라는 표현 으로 바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4) 서구 외래어의 사용 비율까지 포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6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른다. 예컨대 다음 예문의 밑줄 친 어구에 보이는 바와 같이 어색하게 남용된 2인칭 대명사는 이제 더 이상 구경할 수 없을 것이다. 15) (3S) Are you very hungry? said the goat. And is it your dinner time? And would you like to eat me? (3T) 당신은 그렇게 시장하십니까? 하고 산양은 말했습니다. 지금이 당신의 점심 때입니까? 당신은 나를 먹고 싶지요? (1952년 판 이솝우화) 사실상 현재 웬만한 수준에 이른 번역서는 상당히 세련되어 독자들 이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런 이면에 우리의 상식과 조금 다른 경향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직역주의(이희재 2009: 15~34)이다. 세련된 번역이 의역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 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4S) Germany's departure from the League of Nations intensified the mutual interest in an improved relationship. (4Ta) 독일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하면서 두 나라 모두 관계 증진에 전보다 관심을 쏟았다. (4Tb)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는 관계 증진을 위한 상호 관심을 증강 시켰다. (이희재 2009: 38) 명사를 중시하는 표현을 즐기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동사를 중시 하는 표현을 선호한다는 명제를 상기한다면, 원문 (4S)에 대한 자연스 러운 한국어 번역은 (4Ta)가 되겠지만, 구문 형식을 거의 그대로 모사 한 (4Tb)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그다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15) 그래도 대명사의 사용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희재(2009: 67)에 서는 현대의 번역자들에게 대명사의 사용이 늘어났다고 말하면서, 대명 사를 안 쓰면 불안하다고 느끼는 모양 이라고 지적한다. 특집 번역과 국어 63

사실이다. 독자들의 직역주의 선호 경향은 장민호(2004: 43)에서도 확 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앞선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영한 번역 소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도착어 문화에 맞게 번역해야 좋다는 통념과 달 리 출발어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직역투의 호칭과 화법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역설적인 보고를 소개하고 있다. 장민호(2004: 43)에서는 특히 이에 대해 번역이 도착어 문화에 맞게 해야 한다 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도착어 문화 또는 도착어 독자가 외래문화 의 영향을 받았을 때는 도착어 문화(독자)가 변화한 것이고 따라서 번 역에 대한 독자의 기대 수준도 변하기 때문 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영 어식 사고 구조가 우리나라 번역자와 독자에게 적잖게 침투한 방증이 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략 4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다음의 두 번역문을 비교해 보자. (5S) Just then he saw a Crane passing by, Dear friend, said he to the Crane, there is a bone sticking in my throat. You have a good long neck; can t you reach down and pull it out? I will pay you well for it. (5T) 마침 그때 늑대는 학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보게 동무 하고 늑대가 말했습니다. 내 목에 뼈가 걸려 있는데, 자네 목은 길고 그것을 내 목구멍에 넣어서 뼈를 좀 뽑아 버려줄 수 없겠 나? 그러면 내 사례를 톡톡히 할 테니. (1952년 판 이솝우화) (6S) You must flay a wolf alive, and put the hide on yourself while it is still warm. (6T) 이리를 산 채로 벗겨서 그 가죽이 아직도 따뜻할 때 그것을 두르십시오. (1991년 판 이솝우화) 1952년도 판인 (5T)에서는 잉여적 대명사 그것을 이 불만스럽고 문 장 구성이 조금 어색하긴 해도, 동무 라든가 자네 등의 호칭어 번역에 6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서는 적절하게 자국화된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에 비해 1991년 판인 (6T)에서는 밑줄 친 대명사가 둘씩이나 사용되어 오히려 번역의 기술 이 퇴보한 느낌을 준다(사실 이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힌다). 그런데도 이런 군더더기 표현이 사용된 것은, 원문의 시간 표현 종속절 (while 이하)에 나온 밑줄 그은 대명사의 존재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한편에서 이러한 직역주의를 논리적인 번역 이라는 명제 로 옹호하는 견해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 세력이 만만치 않 음을 알 수 있다. 5. 맺음말 지금까지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의 모습을 번역 보편소와 관련하여 검토해 보았다. 조사 결과, 우리는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에 나타나는 각종 개별적 특징을 크게 단순화와 명시화, 규범화, 상호 합치 등으로 대표되는 번역 보편소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대규모 말 뭉치를 기반으로 하는 외국어권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현대 국어 영한 번역문에도 번역 보편소가 거의 그대로 출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른바 직역주의가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상 을 현대 국어 번역문의 한 가지 특징적 경향으로 지적했다. 특집 번역과 국어 65

참고 문헌 김정우(2011a), 한국어 번역문의 중간언어적 특성, 번역학연구 12권 1호, 75~122. 김정우(2011b), 영어 번역 한국어의 문체와 어휘, 한국어학 53집, 1~27. 김혜영(2009), 국어 번역 글쓰기의 연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 논문. 이희재(2009), 번역의 탄생, 서울: 교양인. 장민호(2004), 영화번역 전략과 언어의 경제, 통번역교육연구 2권 2호, 21~48. 최정아(2003), 병렬 말뭉치를 통한 한국어-영어의 번역 단어수 연구, 번역학연 구 4권 2호, 89~115. 6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특집 번역과 국어 영한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순영 동국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 교수 1. 들어가기 영어에서 한국어가 되었든, 반대로 한국어에서 영어가 되었든, 혹은 다른 여타의 언어 조합이든 간에 번역이란 서로 상이한 두 개의 언어 체계가 접촉하고 타협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타협의 과정을 통해 만들 어진 결과물이 곧 번역이다. 1) 원본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 는 번역의 특성상, 상이한 두 언어 체계가 만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번역가가 어떤 전략을 취하는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원천 언어의 어휘나 통사구조가 목표언어 텍스트에 전이될 수밖에 없다. 특 히 영한 번역의 경우처럼 어휘 및 문법 차원에서부터 언어 활용에 이 르기까지 언어 체계가 완전히 다른 두 언어 간의 번역에서는 번역가가 목표 텍스트에 대한 고려 없이 직역의 방법을 택하는 경우 원천언어인 영어의 특성이 그대로 전이되어 목표 텍스트에 고스란히 번역의 흔적 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번역의 흔적들은 번역서를 읽는 1) 야콥슨(Jakobson, 1959)이 정의한 것처럼 번역은 크게 언어 내 번역, 언어 간 번역, 기호 간 번역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한 언어에서 다른 언 어로의 전이 과정이 수반되는 언어 간의 번역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다. 특집 번역과 국어 67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말로 쓰인 글을 읽을 때와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 다 거나 어색하다 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번역 과정에서 생겨나는 이러한 번역의 흔적들은 목표언어에서는 이 질적인 특정 어휘의 용법이라든가, 낯선 통사 구조라든가, 또 더러는 부자연스러운 어순 등과 같은 모습으로 발현되는데 학문적으로는 이를 번역투 라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김정우(2007: 61)의 정의에 따르면 번역투는 어떤 글에 원본이 아닌 번역이라는 흔적이 일정하게 반복적 으로 출현하는 텍스트상의 특성을 가리킨다. 번역 과 투 로 이루어진 이 말에서 투 는 어떤 말이나 글이 일정하게 버릇처럼 굳어진 방식 을 뜻하므로 번역투라는 말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의 영어 표현인 translationese 를 보더라도 translation (번역) 에 접미사 -ese 가 붙어 만들어진 어휘로, 사전적 정의 2) 에 따르 면 접미사 -ese 는 흔히 경멸적인 의미에서 특정 집단이나 직업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언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근희(2005: 29)에 서 들고 있는 예를 참조해 보자면 journalese(신문기사투), legalese(법 률문투), officialese(관청용어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번역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번역을 수행하는 번역가이지만, 완 성된 텍스트 안에서 그것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는 번역서의 독 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판되는 도서 중 대략 30퍼센트가 번역 서이며, 그중에서도 이른바 베스트셀러로 분류되는 도서의 70퍼센트는 번역서가 차지한다고 한다. 3) 전공 서적이나 학습서를 제외한 일반 도 서의 경우 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을 위주로 독서가 이루어진 다고 보았을 때, 일반 독자들이 국어로 쓰인 책을 읽을 확률보다 번역 서를 읽게 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 통신 기 2) 야후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접미사 -ese의 세 번째 정의가 여기에 해 당한다. 3) 2011년 11월 10일 자 교보문고 북뉴스. 6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통 방식이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개인이나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비전문가의 번역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 다. 4) 이처럼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실제로 번역 결과물의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남에 따라 번역이 국어에 미치는 영향, 좀 더 구체적으로는 번역투가 국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김정우(2007: 67~68)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번역투에는 부정 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있다. 영어식의 어법이 그대 로 전이되어 국어에는 없는 낯선 문장 구조가 전형화되어 쓰인다거나,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구문은 항상 특정 형태로만 일대일 대응하 여 쓴다거나 하는 것은 부정적 영향이지만, 번역을 통해 우리말의 표현 을 더욱 풍요롭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국어에 일대일 대응어가 없는 이국적인 요소나 문화적 개념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영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번역투라 하더라도 번역가가 그 기능과 파급 효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언어적 요인은 물론이고 이국 문화의 수용이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면 번역 텍스트의 특성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하겠으나, 그렇지 않고 맥 락에 따라 좀 더 다채로운 국어 표현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 식적으로 원문의 구조와 형식이 그대로 전이된 번역투를 생산해 낸다면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미국 드라마(일명 미드 ) 열풍이 일면서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한 비전 문가 자막 번역이 크게 늘었고, 김순영 정희정(2010)에서 보고된 바와 같 이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자막 번역 동호인 클럽들이 활발하 게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 번역이라고 하여 오역이나 번역투 문제에서 마 냥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비전문 번역가들에 의한 자막 번역은 오역은 물론이고 더욱 심각한 번역투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는 향후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특집 번역과 국어 69

그러면 먼저 지금까지 학계에서 번역투에 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 지 간략하게 짚어보고, 영한 번역문에 나타난 번역투의 실례를 바탕으 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2. 번역투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 번역투 문제를 학문적인 관점에서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연구자로는 김정우(2003, 2007, 2010, 2011)를 들 수 있는데, 먼저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해 고찰한 김정우(2003)에서는 한문과 일본어 번역 투에 비해 영어 번역투가 그 유형과 빈도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 보고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영어 번역투는 주로 영어 구문 형 식의 전이, 굴절 형식의 전이, 전치사 구의 전이 등으로 발현된다. 김정 우(2007)에서는 연구자들이 번역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번역투 에 대한 입장이 언어적 관점, 문화수용적 관점, 정치역학적 관점에서 달리 정리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번역투와 관련된 주요한 주제를 논의하는 데에 있어 실제 외신 기사에서 발췌한 구문 형식과 굴절 형식, 전치사 구, 문장 부호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난 번역투의 용례와 개선된 번역을 대안으로 제시한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김정우는 가치중립적으로 번역투에 접근하는 언 어적 관점에 입각해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번역투의 발생 요인을 언어 외적 요인과 언어 내적 요인으로 분류하고, 번역투의 파급 효과를 부정 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논의했다. 김정우(2010)은 번 역투 연구의 현황을 개괄하고 그 개선 방안을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처방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번역투 문제에 대한 대처는 먼저 번 역투의 발생 요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 한다. 특히 기존의 번역투 연구가 대부분 이론에 치중한 연구였음을 지 7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적하면서 실제 번역 품질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도 실 용적인 대처 방안을 찾는 쪽으로 향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 다. 번역투 연구는 국어학적 접근과 번역학적 접근으로 나눌 수도 있 다. 이 점은 김정우(2011)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전자는 번역의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물인 영한 번역문만을 놓고 그것이 국어 문장으로서 적절한가의 여부를 분석하는 접근법이고, 후자는 번역의 결 과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를 번역의 일부로 고려하는 것이며, 결과물인 영한 번역문이 그 자체로서 갖는 특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는 접 근법이다. 이근희(2005)는 번역투의 개념과 기능, 유형, 발생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였는데, 초보자와 전문가의 번역을 비교하여 품질이 낮거나 서툰 번역 이 번역투에서 비롯된 것이며, 초보 번역가의 경우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지식 부족, 독자의 가독성을 위한 배려 부족 등이 원인이 되어 번역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전문가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영한 번역문과 한국어 비번역문의 비교 말뭉치를 이용하여 피동문의 행위자 표지 by 의 번역투 용례를 추출하고, 번역 투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점에서 실증적 연구로서의 의의를 찾 을 수 있다. 이근희(2008)에서는 과학 기술 분야 번역 텍스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번역투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글 로벌 동향 기사 100건 5) 에 나타난 번역투의 용례를 추출하고 이를 자 연스러운 문장으로 고친 대안 번역을 제시했다. 번역투 문제를 인식하 고 해결하는 것이 곧 실무 번역 현장에서 번역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과 직결됨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외 에도 번역투 예방을 위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번역 교 육 방법을 제시한 이미경(2007)이나 기존 번역투 논의의 확대를 목표 로 번역투와 번역자투를 구분한 류현주(2008),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5) 글로벌 동향 기사(GTB)에 대해서는 이근희(2008: 274)의 각주 2) 참조. 특집 번역과 국어 71

소설 텍스트를 기반으로 번역투의 개념과 유형, 장점과 단점을 논의한 김도훈(2009) 등이 있다. 번역투 문제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시기적으로 보아서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번역에 대한 실증 적, 기술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후에 번역투 문제에 대한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번역의 중심이 원천언 어, 원천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관점에서 목표언어, 목표 텍스트, 그 리고 목표 텍스트의 수용자인 독자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도 무관 하지 않을 것이다. 3. 영한 번역 사례를 통해 본 번역투 문장 그러면 실제 영한 번역문에 나타난 번역투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기 로 하자. 여기에는 여러 범주의 발현 양상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구 문 형식과 관련된 번역투, 굴절 형식과 관련된 번역투, 전치사구와 관 련된 번역투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3.1. 구문 형식과 관련된 번역투 영어와 한국어는 언어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보니 영한 번역문에서 영어의 구조가 그대로 전이된 번역투 문장이 많다. 심지어는 원래부터 국어의 용법이 그러했던 것으로 착각이 될 만큼 번역투 문장이 널리 쓰이고 있다. (1)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김정우 2007) 7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위의 (1)은 영어의 전형적인 소유 구문을 나타내는 동사 have 의 흔 적을 느끼게 한다. 자연스러운 국어 표현으로 하자면 김정우(2007)에서 제안하였듯이 사랑하는 처자가 있는 가장은 이나 사랑하는 처자 가 딸린 가장은 정도로 고쳐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예를 한 번 보자. (2) ST: She has a book under her arm. 직역: 그녀는 책을 옆구리에 가지고 있다. 대안 번역: 그녀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이근희 2005) (3) ST: She has a sweet voice. 직역: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대안 번역: 그녀는 목소리가 아름답다. (이근희 2005) 용례 (2)와 (3) 역시 have 의 여러 의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 지다 라는 표현만을 대응시키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번역투가 발생한 경 우이다. 대안 번역에서 제시한 것처럼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have 는 가지다 라는 식의 영어 구조가 그대로 전이되어 나 타난 결과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영어의 구문 형식에 얼마나 익숙 해져 있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4) ST: He was too intelligent and perceptive not to feel the disappointment of his admirers from the 1930s. 직역: 그는 1930년대부터 자기를 따랐던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 을 눈치채지 못하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예민했다. 대안 번역 1: 그는 워낙 똑똑하고 예민해서 1930년대부터 자기 를 따랐던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을 눈치챘다. 특집 번역과 국어 73

대안 번역 2: 그는 1930년대부터 자기를 따랐던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고 둔감하지도 않았다. (이희재 2009) 위 용례 (4)는 too~not to 의 구문이 그대로 전이된 경우를 보여주 는 예로, ~기에는 너무 ~해서 ~했다. 에서 보는 것처럼 영어 문장 구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천언어의 문장 구조가 그대로 드 러나는 직역으로 문법적으로나 의미면에서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문의 구조를 그대로 상기해 낼 수 있는 어색한 번역투 문장이 되고 말았다. 맥락을 고려한 대안 번역 (1)이나 (2)에서 보듯이 원문의 구조 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번역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 하나 영어 문장 구조의 간섭 현상으로 일어나는 번역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동태 문장이다. 영어에서는 타동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자연히 수동태 문장을 많이 쓴다. by + 행위자 의 형태로 행위의 주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행위자를 명확히 밝히고 싶지 않을 때, 피해(자)와 수혜(자)를 나타낼 때 수동태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국어는 영어와 달리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별이 엄격하지 않을 뿐더러, 타동사 다음에 반드시 목적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국어와 영어 의 이런 차이점은 고려하지 않고 영어의 문법 구조를 그대로 옮겨 놓 을 경우 어색한 우리말이 된다. (5) ST: The thief was caught by a brave citizen. 직역: 그 강도는 용감한 시민에 의하여 붙잡혔다. 대안 번역: 그 강도는 용감한 시민한테(에게) 붙잡혔다. (김정우 1996) 7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6) ST: In traditional Chinese culture, marriage decisions were made by parents for their children. 직역: 전통적인 중국 문화에서 결혼에 대한 결정들은 그들의 자 녀를 위하는 부모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대안 번역: 중국의 전통문화로는, 혼인 결정을 자식 대신 부모가 했다. (이근희 2005) (7) ST: A good deal of effort was put into designing striking red posters and leaflets advertising the meeting. 직역: 집회를 알리는 붉은 벽보와 전단을 만드는 데 엄청난 노 력이 기울여졌다. 대안 번역 1: 집회를 알리는 붉은 벽보와 전단을 만드는 데 엄 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대안 번역 2: 집회를 알리는 붉은 벽보와 전단을 만드는 데 엄 청난 노력이 들어갔다. (이희재 2009) 위 용례 (5)와 (6)은 행위자가 명시된 수동태 문장이고, (7)은 행위 자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이다. 그런데 각각의 용례에서 보여 주는 것과 같이 수동태 구문의 형태가 그대로 전이된 직역의 경우 우리말로서는 매우 어색한 번역투 문장이 되고 만다. 대안 번역에서와 같이 능동형으 로 바꾸어 주면 훨씬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된다. 3.2. 굴절 형식과 관련된 번역투 영어는 성(gender), 수(number), 격(case)이 의무적으로 굴절하는 언어이지만 국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양 언어의 문법적 특성을 고려 하지 않고 번역하다 보면 어색한 문장이 되기 쉽다. 다음의 예를 보자. 특집 번역과 국어 75

(8) ST: Most of them do not know that there are new ideas and methods about hunting for a good job. 직역: 그들 대부분은 좋은 직장을 얻는 데는 새로운 아이디어들 과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대안 번역: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좋은 직업을 구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남다른 생각과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근희 2005) 영어가 복수형이라고 해서 우리말에서도 그대로 복수형 표지 들 을 써서 옮기다보니 위 (8)의 경우처럼 어색한 표현이 되어 버렸다. 국어 에서는 복수 표시가 꼭 접미어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대안 번역의 경우처럼 접미어 없이도 부사 등을 이용하여 수가 여럿이라는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우(1996)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국어의 -들 은 단순히 복수 표시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느낌 의 차이를 전 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책이 많다. 와 도서관에 책 들이 많다. 에서 밑줄 친 부분은 영어로는 둘 다 복수형 books 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어에서는 전자의 경우 도서관에 그저 책이 많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후자는 도서관에 여러 종류의 다양하게 많이 있다 는 느낌을 준다. 그러므로 영어의 복수 접미사 -s 를 무조건 국어의 - 들 로 바꾸는 식의 번역은 미세한 의미를 놓치거나 심하면 오역을 불러 올 수도 있으므로 문장 전체의 의미와 맥락을 신중하게 따져서 번역하 여야 할 것이다. 3.3. 전치사구와 관련된 번역투 ~에 관하여, ~로부터, ~에 의해 등과 같은 표현들이 이제는 익숙 하게 느껴질 만큼 영어의 전치사구는 우리말 문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7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9) ST: The two, having quitted their life in the upper story of the bar, moved into the suburbs and lived together with Nora's baby, Judy. 직역: 두 사람이 주점의 2층에서의 살림을 그만두고 교외로 이사 하여 노라의 아기 주디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안 번역: 두 사람이 주점의 2층에서 시작한 살림을 그만두고 교외로 이사하여 노라의 아기 주디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정우 1996) 위 용례 (9)에서 보듯이 영어 원문의 전치사구를 그대로 직역하면 어색한 문장이 되고 만다. 대안 번역의 경우처럼 전치사구를 풀어서 써 주면 훨씬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된다. 김정우(2007)에서 발췌한 몇 가지 용례를 더 살펴보자. (10) 그 사람으로부터 잘잘못을 들은 다음, (from) (11) 생물학적 목적이 없는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 긴장으로부터의 해방 이다. (from) (12)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변형의 멋도 선보이고, (through) (13)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로는 (by) 위의 표현들은 각각의 문맥에 따라 그 사람에게서, ~긴장에서 벗어나 는, ~기회에, ~폭격으로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바꾸어 줄 수 있다. 특집 번역과 국어 77

4. 맺는말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간 학계에서 이루어진 번역투 연구와 영한 번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몇 가지 번역투 문장의 용례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잘못 쓰이는 사례를 위주로 보았지만, 우리말에는 없는 새 로운 개념이나 문화적 특수어를 번역할 때에는 부득이 번역의 흔적을 남겨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 원천 텍스트의 낯선 느낌을 전 달하기 위한 도구로 번역투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번역가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번역투를 사용하는 것과 전체 맥락에 대한 고려나 우리말에 대한 충분 한 이해 없이 무의식적으로 번역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 체계도, 그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도 완전 히 다른 남의 나라 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번역의 첫 단계는 원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니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당연히 능숙한 외국어 실력이 기본이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 에 가장 적합한 최선의 결과물을 생산해 내려면 그에 못지않은 모국어 실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은 외국어 좀 하면 누구 나 할 수 있는 일 이 아닌 것이다. 앞서 살펴본 번역투 문장의 용례에 서도 보았듯이 흔히 나타나는 번역투 문장들은 다채로운 우리말 표현 을 찾기 위한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것 들이 대부분이다. 번역 현장에서도 그리고 학계에서도 우리말에 없는 새로운 표현을 받아들이는 데 꼭 필요한 번역의 흔적은 남기되 불필요 한 흔적은 없애려는 노력, 원천 텍스트에 담겨 있는 이국적 느낌은 살 리되 우리말 표현의 다양성과 자연스러움을 지켜 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7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참고 문헌 김정우(1996), 영어를 우리말처럼 우리말을 영어처럼, 창문사. 김정우(2003),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 배달말, 33, 배달말학회, 3~26. 김정우(2007), 번역투의 성격 규명을 위한 다차원적 접근, 번역학연구, 8(1), 61~82. 김정우(2009), 영-한 번역과 시점의 이동, 통번역교육연구, 7(1), 115~136. 김정우(2011), 영어 번역 한국어의 문체와 어휘, 한국어학, 53, 1~27. 류현주(2009), 번역투와 번역자투, 번역학연구, 10(2), 7~22. 이근희(2005), 영-한 번역에서의 번역투 연구, 세종대 영문과 박사학위논문. 이근희(2008), 번역투 관점에서 본 번역 텍스트의 품질 향상 방안, 번역학연구, 9(4), 271~289. 이미경(2007), 번역투 배제를 위한 교육수단으로서 시역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 통 번역교육연구, 5(1), 163~180. 이희재(2009), 번역의 탄생, 교양인. Jacobson, R.(1959), On Linguistic Aspects of Translation. In R. A. Brower, (Ed.), On Translation. Massachusettes: Harvard University Press. 특집 번역과 국어 79

특집 번역과 국어 일한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한식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교수 1. 번역의 역사와 번역학 어떤 언어를 다른 언어로 글로써 옮기는 행위를 가리켜 우리는 번역 이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번역의 역사는 언제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통역과 다르게 글 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번역의 역사가 문자의 역 사보다 앞설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 내에서 최초의 번역물은 종교 서적인 경우가 많고, 다음으로 의학 서적이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성서번역은 히브리어(구약) 성서를 그리스어로 옮긴 70인 역본이며, 70인의 역자들은 히브리어 성서를 문자 그대로 옮 기지 않고, 의미 전달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석을 가하는 방식의 의역 을 시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초의 번역서는 조선시대 1395년(태조4) 이두( 吏 讀 )로 번역된 대명률직해( 大 明 律 直 解 ) 이다(네 이버 백과사전). 이와 같이 번역의 역사는 약 2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학 문으로서의 번역학(Translation Studies) 의 역사는 신학이나 의학, 철 학, 문학 등에 비해 짧은 것이 사실이며, 현대적 의미의 번역학의 역사 는 수십 년에 불과하다. 번역학이 신생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 특집 번역과 국어 81

간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의 세부 주제로 번역투(translationese)' 또한 번역학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 번역투 란? 그러면 번역투 란 무엇인지, 여러 연구자들이 내린 정의를 살펴보자. - 두 언어 사이의 전위의 흔적으로 번역자가 언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번역 작업 과정 자체에서 생기는 현상.(Nida 1959, 정영옥 2010: 8에서 재인용) - 일반적으로 번역투는 번역물 목적어에 나타난 원작 외국어의 영향 으로서 원래 목적어로 된 창작물이 아니라 다른 언어로 쓴 것을 옮 겼다는 흔적이 번역물 전반에 나타날 때 쉽게 감지되는 것들이다. (류현주 2009: 8) - 번역투라는 단어는 번역 과 투 로 나뉘는데, 투 라는 말이 어떤 말이나 글이 일정하게 버릇처럼 굳어진 방식 을 뜻하므로 번역투 란 결국 어떤 글에 원본이 아닌 번역이라는 흔적이 일정하게 반복 적으로 출현하는 텍스트상의 특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정우 2007: 61~62) 이상의 정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핵심어 가운데 하나는 흔적 이 라는 용어이다. 우리말이 도착어라고 한다면, 애초에 우리말로 쓰인 것 이 아니라 어떤 다른 외국어로 쓰인 것을 우리말로 옮겼음을 나타내는 흔적 이라는 뜻이다. 또한 이들 정의에서 사용된 흔적 이라는 표현은 문맥상 긍정적 혹은 중립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8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잠시 하나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래미상 혹은 아카데미상 과 같은 외국의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하는 첫 마디. 신사 숙녀 여러 분! 이 말은 잠시만 생각해 보면 영어의 Ladies and gentlemen"을 우리말로 옮겼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번역의 흔적 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가리켜 번역투라고 하는 사람 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신사/숙녀 가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 서도 정착되었고, 또한 외국의 어떤 시상식 장면에서 사용된 표현임을 감안한다면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주지 않는다. 따라서 앞의 정의들은 되도록 간략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이며, 번역투 라는 단어에는 또 하나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번역투 에 대한 다른 정의를 더 살펴보겠다. - 원문 구조에 치우친 직역의 결과로 번역문에 나타나는 상투적이고 어색한 외국어식 표현.(오경순 2010: 27) - 외국어를 국어로 옮길 때 국어에는 없는 외국어 문체를 그대로 옮겨서 국어에서는 어색하고 투박하여 매끄럽지 않은 말과 글의 문체. (김지혜 2006: 15) -TL이 SL 1) 의 특질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TL이 부자연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고 우습기까지 할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런 현상 은 지나친 직역이나 TL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Schäffner 2000, 조상은 2004: 41에서 재인용) 1) SL(Source Language): 출발언어, TL(Target Language): 도착언어의 약자. SL을 기점언어 혹은 원천언어, TL을 목표언어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만약 일본어로 서술된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본어가 출발언어, 한국어가 도착언어가 된다. 특집 번역과 국어 83

이들 정의에서는 어색한, 부자연스러운, 매끄럽지 않은 등 부정적 인 의미를 담은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 일부 학자는 번역투 가 우리말 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지만(류현주 2009: 9), 많은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번역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도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개념으로 다루기로 한다. 3. 번역투와 가독성 어떤 글에 대한 읽기 쉬운 정도를 가리켜 가독성( 可 読 性 ), 영어로 는 readability 라 한다. 독이성( 読 易 性 ) 혹은 이독성( 易 読 性 ) 등 다 소 다른 표현도 있으나, 개념은 같은 것이다.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비롯해 서구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가독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20세기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서는 가독성을 측정하기 위한 공식들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2)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 미국에서는 가독성 측정 공식들이 여러 방면에서 실용화되고 있다. 특히 학교 교과서를 공식에 의해 평가하여 해당 학년 학생들의 읽기 능력 수준에 맞게 집필되었는지 판단하는 데 사용한다. 각종 도서 출판물에도 가독성 점수(readability score)가 표시 되어 몇 학년 정도의 독자에게 적합한지를 알려 주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그 밖에도 신문기사, 정부 간행물, 행정 규정, 기업 보고서, 각종 계약서 등 많은 종류의 글의 난이도를 가독성 측정 공식으로 평가함으 2) 한 예로 그 가운데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Flesch공식(1948)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R.E. = 206.835-0.846wl - 1.015sl R.E.: Reading Ease, 가독성 점수 wl: word length, 단어 길이(100단어 당 음절 수) sl: sentence length, 문장 길이(문장 당 평균 단어 수)(김기중 1993:33) 8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로써 쉬운 글쓰기 운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최천택 1995: 312). 가독성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인 가운데, 대부분의 언어에 해당되 는 공통적인 것은 어휘의 난이도(혹은 생경함), 문장의 길이, 문장 구 조의 복잡성이 있다. 해당 글에 사용되는 어휘가 난해하거나 생소하고, 문장이 장황하고, 2중, 3중으로 수식하는 구절이 복잡하게 얽혀 문장 구조가 복잡해지면 그 글의 가독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쉬 운 단어를 사용해 간결하고 단순한 문장은 읽기 편한, 가독성이 높은 글이 된다(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좋은 문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번역된 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문보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번역하게 된다면 가독성 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 말하는 번역투 는 어휘, 문장의 길 이, 문장 구조의 복잡성 등 여러 층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독 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4. 언어 간섭과 일한 번역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를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어 순( 語 順, word order)이 분류 기준이 될 때가 있다. Dryer(2011a)는 세 계의 1,377개 언어의 어순을 조사하여 분류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SOV(주어 + 목적어 + 서술어)형이 가장 많아 565개, 이어서 SVO(주 어 + 서술어 + 목적어)형이 488개, 그 다음은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VSO형이 95개, VOS형이 25개, OVS형이 11개, OSV형이 4개, 기타 189개였다. 특별히 정해진 어순이 없거나 어순의 교체가 자유로워 어떤 어순형에 속하는지 판정하기 어려운 언어는 기타로 분류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비교적 접할 기회가 많은 영어, 중국어, 불어, 스페 인어 등이 SVO 구문을 취하기 때문에 SVO형이 가장 많을 것이라 예 특집 번역과 국어 85

상했다면 다소 의외의 결과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SVO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35.3%인 반면, SOV형은 41.0%로 SVO형 보다 5.7%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공히 SOV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SOV 형 언어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합 계는 SVO형 쪽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가 직 간접적으로 작용하여 우리는 한국어와 일본어 간에 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큰 공통점은 한국어와 일본어 공히 한자를 사용한다는 점 이다. 각각 고유의 문자, 즉 한글과 가나(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사용하 지만, 그와 함께 한자라고 하는 같은 문자를 공유한다는 것은(최근 일 본에서는 약자체를 많이 사용해 모양이 다소 다른 경우도 있으나) 큰 공통점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중국어 간에는 문자로서의 한자는 함께 사용하지만, 단어로서의 한자어가 일치하는 경우는 일본어 에 비해 많지 않다. <표 1> 한자어의 한 중 일 표현 비교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공항: 空 港 空 港 机 场 식사: 食 事 食 事 吃 饭 / 用 餐 방송: 放 送 放 送 广 播 군대: 軍 隊 軍 隊 军 队 / 军 旅 고속도로: 高 速 道 路 高 速 道 路 高 速 公 路 물론 한자의 발음은 다르고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 한중에 비해 한일 간에 같은 한자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즉 기 본적인 문장 구조가 같은 데다 한자를 공유하고, 한자를 사용한 단어 (한자어)까지 같은 경우가 많다 보니,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한국어와 일 8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본어는 비슷한 언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하나 비유를 해 보겠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다른 나라로 해 외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기후가 전혀 다른 아프리카나 알래스카 로 여행을 간다면 그곳 날씨가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고 그 에 맞는 다른 옷을 준비해 간다. 기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옷 차림으로 인해 낭패를 보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인 일본으로 여행 갈 때는 기후가 우리나라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특별히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비유이기 때문에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한 국어와 일본어는 비슷 하기 때문에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무의식중 에 일본어의 간섭을 받아 부자연스러운 우리말, 즉 번역투 가 되어 버 리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화제를 바꾸어,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동향을 잠시 소개하겠다. 대한 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2011년도 전체 발행 종수(4만 4,036종)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26.5%(1만 1,648종)로 2010 년도의 26.7%(1만 771종)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출판된 도서 가운데 약 4권 중 1권이 번역서라는 것은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니다. 번역서 중에서는 일본,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도서에 편중된 경향이 두드러져, 일본(4,552종), 미국(3,396종), 영국(1,098종), 독일(560종), 프랑스(523종), 중국(434종), 동유럽(185종), 이탈리아(130종), 북중미 (119종)의 도서 순으로 번역됐다. 같은 언어권인 미국과 영국을 합쳐도 일본 도서의 번역에 못 미칠 정도로 일본 도서 번역이 많은 비중을 차 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어와 일본어의 문법 구조가 서로 비슷하고 국내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는 일본 도서가 다른 나라의 도서 보다 많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서 일한 번역사(번역 작가)의 능력이 특 별히 뛰어난 것이 아니라면 다른 언어의 번역투보다 일본어의 번역투 특집 번역과 국어 87

가 일반 독자에게 보다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5. 일한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그러면 이어서 실제 일한 번역문에 나타난 번역투에 대해 살펴보기 로 한다. 5.1. 문장 부호 번역의 문제는 문자, 문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단어, 단어의 조합 으로 이루어지는 구절, 구절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문장, 문장의 조합 으로 이루어지는 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얼핏 번역과는 직접 관 련이 없어 보이는 문장 부호 또한 번역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며, 가시나무새 의 영한 번역시 문장부호 처리 연구: Colon, Dash, Semicolon을 중심으로(정상배 2011), 영어 특유의 문장부호 개 념 및 용법과 번역전략과의 연계(조우정 2011), 번역에서의 문장부호 사용에 대하여(최기천 1989) 등 다수의 학술 논문이나 문장부호의 번역학 (김도훈 2011)이라는 제목의 전문 서적이 출판된 것을 보아도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문장 부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서 비교적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마침표(일본어의 구점( 句 點 ) ) 및 쉼표(일본어의 독점( 讀 點 ) )의 사용 양상에 대해, 비교적 필자(혹은 작자) 개인의 문체가 드 러나지 않는 신문 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본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먼 저 <표 2>에 제시하겠다. 8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표 2> 한일 양국 신문의 분야별 구두점 사용 양상(김한식 2010:72) 정치 경제 사회 3분야 합계/평균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문자 수 19,892 17,106 19,971 15,629 20,431 15,143 60,294 47,878 마침표/구점 수 336 351 340 329 328 334 1,004 1,014 쉼표/독점 수 102 540 124 462 139 507 365 1,509 문장당 쉼표 /독점 수 0.30 1.54 0.36 1.40 0.42 1.52 0.36 1.49 구두점 수 438 891 464 790 467 842 1,369 2,523 구두점 간 문자 수 45.4 19.2 43.0 19.8 43.7 18.0 44.1 19.0 마침표/구점 간 문자 수 59.2 48.7 58.7 47.5 62.3 45.3 60.1 47.2 한국 신문의 문장당 쉼표 수를 살펴보면 정치, 경제, 사회 3분야 가 운데 사회면이 비교적 많아 0.42개, 정치면이 가장 적어 0.30개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구두점 간 문자 수는 사회면보다 경제면이 더 적게 나타났는데, 이는 경제면의 마침표 간 문자 수(문장 길이)가 사회면보다 적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어는 원칙적으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독성에 미치는 구두점의 영향이 한국어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조사 결 과, 정치, 경제, 사회 3분야 간의 문장당 독점 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경제면에서 그 수치가 1.40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로 인하 여 구두점 간 문자 수는 경제면이 19.8자로 가장 많고, 이어서 정치면 19.2자, 사회면 18.0자의 순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구두점 간 문자 수란 실질적으로 평균적인 구절의 길이라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에, 이것이 짧을수록 가독성이 높아 읽기 편한 문장이 된다. 한일 간 대조를 하면, 한국 신문 전체의 문장 당 쉼표 수는 0.36개로, 평균적으로 3문장에 하나 정도의 비율로 쉼표가 사용되고 있었으며, 일 특집 번역과 국어 89

본은 이에 비해 4배가 넘는 1.49개에 이른다. 따라서 구두점 간 문자 수는 당연히 일본이 적어 19.0자, 한국은 그 2.3배에 해당하는 44.1자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통해 한국어 신문 기사에서의 쉼표의 사용 빈 도보다 일본어의 독점의 사용 빈도가 4.14배로 훨씬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한국어 글 속의 마침표와 일본어 글 속의 구점은 각 문장의 끝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거의 용법 상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쉼표와 독점은 그 용법이 비슷할 것 같으면 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쉼표에 관한 새 한글 맞춤법의 설명을 보면,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 대등하거나 종속적인 절이 이어질 때의 절 사이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 도치된 문장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 숫자를 나열할 때(남태현 1999: 102) (그 이하는 생략) 등등 15가지 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어 문장에서 독점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지만, 한국어의 쉼표와 크게 다르게 다음과 같은 용법들이 추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주제를 나타내는 는, 도 등의 뒤에 사용한다.( 主 題 を 示 す は も などの 後 に 用 いる ) 문장 첫머리에 있는 접속사나 부사 뒤에 사용한다.( 文 の 初 めにあ る 接 続 詞 や 副 詞 の 後 に 用 いる ) ( 国 立 国 語 研 究 所 1980: 42) 9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즉, 한국어의 쉼표보다 일본어의 読 点 이 더 폭넓게 쓰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한국어 문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예를 들어 저는, 작년 가을부터 올 봄에 걸쳐서, 친구와 함께, 스포츠 센터에서 수영을 배웠습니다. 와 같이 쉼표가 지나치게 많은 문장이 되어 버려, 가독성이 낮은 번역 투 문장이 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어색하게 보일 것이다. 이 밖에 일본어 문장에서 직접 인용하는 경우 등에 많이 쓰는 부호 를 한국어에서도 똑같이 남용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문자 부 분이나 표현에 관한 번역 이외에 문장 전체를 밑에서 받쳐 주고 있는 문장 부호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면서 번역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5.2. 시사 용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많이 접하는 표현으로 뉴스 보도 등에 사용되는 시사 용어가 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인터 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의 언어생활에 미치 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시사 용어의 번역어에 대해 구체적인 사 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다. 5.2.1. 재테크, 환경 영향 평가 1980년대 중반 무렵 일본 언론에서 財 テク(자이테쿠:재테크)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재무( 財 務 ) 테크놀로지(technology) 의 약어로, 원래 일본에서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이 본업 이외에 잉여 자금이나 저리 의 조달 자금을 주식, 채권, 토지 등에 투자하여 자금 운용을 다양화, 효율 화하기 위한 방법. 개인이 행하는 경우도 해당(http://dic.yahoo.co.jp 大 특집 번역과 국어 91

辞 泉 사전의 풀이를 필자가 번역) 이라고 되어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재테크 라는 단어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 되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한일 통 번역사들 사이에서는 재산증식법(기술), 재산운용(기)술 등등의 번역어를 두고 함께 고민 한 적도 있다. 결국 한국 언론에서도 재테크 라고 표현하기 시작해 몇 년 후에는 별 저항감 없이 우리말 속에 정착되었으나, 이 단어가 정착 되기 전에는 번역투 표현으로 비쳐졌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이 단어가 부적절한 번역어라든가 번역투 표현이기 때문에 바 로잡아야 한다는 논의는 없어 보인다. 이미 때는 늦었지만 재산증식법 (기술) 혹은 다른 표현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고, 또는 재테크 로 충분하다(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전 자의 입장에 선다면 재테크 역시 번역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후자의 입장에 선다면 현대 생활의 한 측면을 반영해 우리말 표현도 그 에 맞추어 다양화되었다고, 긍정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다른 사례도 있다. 環 境 アセスメント 즉 환경어세스먼 트 라는 용어이다. 개발이 초래하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사전에 예측, 평가하는 것(http://dic.yahoo.co.jp 大 辞 泉 )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환경어세스먼트 와 같이 [한자어 + 외래어] 식의 표현도 쓰이고 있으 나, 언론에서는 대부분 환경 영향 평가 라는 표현으로 보도하고 있어, 후자 쪽으로 통일이 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래서인지 환경어세스먼트 와 환경 영향 평가 를 비교해 보았을 때 후자 쪽이 더 적절한 표현으 로 생각된다. 재테크 와 환경 영향 평가 는 결과적으로 다른 꼴의 표현으로 번역 되었는데, 어느 한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시사 용어 본래의 외국어(일본어) 표현이 무엇인지, 그 어감이 어떠한지, 그것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는지, 주 9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된 용도가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할 것인지 등등 여러 사항들을 고려해서 그때마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5.2.2. 함바, 필로폰, 워크맨 등 2011년 한국 언론에서 소위 함바 게이트, 함바 비리 사건이 빈번 히 보도된 적이 있다. 최근까지 함바 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부 언론도 있다. 필자의 직업은 일본어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이지만,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설마 일본어 飯 場 (はんば) 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일본에서 飯 場 (はんば) 는 보도 용어로 사용하면 안 되는 금지어 이기 때문이다. 원래 의미는 광산 노동자나 건축 현장 노무자를 위한 급식 및 숙박 시설. 건설 공사장의 휴게소 혹은 식당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됨. 인데, 청결감이 결여된 표현이므로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http://ja.wikipedia.org/wiki). 라는 이유로 일본 언론에서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심지어 함바 제도 에 대한 풀이는 노동자를 강제로 함바에 수용하여 토목, 건설 등 공사에 종사시킨 전근대적인 노무 관리 제도. 임금 착취, 감금, 폭력적 제재 등이 행해졌다(http://dic.search.yahoo.co.jp). 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 일본 언론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한국의 언론이 사용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모르고 사용했다고 하더라 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건설 현장에서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표현을 그대로 쓴 것으로 짐작되지만, 적어도 언론에서만큼은 (건설)현장 식 당 과 같이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어야만 했다. 지금도 가끔 사건 보도에 쓰이는 말로 필로폰 이라는 것이 있다. 그 런데 이는 원래 대일본 스미토모 제약( 大 日 本 住 友 製 薬 )이라는 제약 회 사가 판매한 상품명이다. 이제는 각성제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Philopon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일본 특집 번역과 국어 93

언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이라 면 각성제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메스암페타민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워크맨 또한 일본 소니사가 개발한 휴대용 음악 재생기의 상품명이다. 휴대용 CD플레이어 나 휴대용 음악 재생기 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맞다. 본래 상품명이었던 고유 명사의 의미 영역이 확대되어 일반 명사처 럼 쓰이는 사례는 이 밖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타당한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상품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언론이 갖 는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판단 하에 적절하게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 5.3. 한자어 앞서 4. 언어 간섭과 일한 번역 에서 한국어와 일본어 공히 한자를 사용하며, 같은 표현(같은 한자의 조합에 의한 단어)도 많다고 서술했 다. 그러나 아무리 두 언어에 공통점이나 유사점이 많고, 같은 한자의 조합에 의한 단어가 공통되게 사용된다 하더라도 그 한자어가 의미하 는 바와 실제 사용 양상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당히 빈도가 높아 두 언어에서 공히 기본적인 단어라 할 수 있는 학교: 学 校 (がっこう) 라는 단어도 상당히 비슷하지만 쓰임새가 똑같지 는 않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에 대해서도 ~~ 学 校 라 표현하며, 고등학교는 보통 高 校 라고 한다. 또한 대학교 에 대해서는 ~~ 大 学 이라 하고 校 자를 붙이지는 않는다. 어떤 사건 보도에서 사용하는 실종(자) 이라는 표현도 같은 한자를 쓰는 失 踪 이라는 단어가 일본어에 있기는 하지만, 사건 보도를 하는 문맥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行 方 不 明 ( 者 ) 이라 표현한다. 일 본어를 번역한 것은 아니겠지만, 언론사의 일본 특파원 보도에 간혹 9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행방불명(자) 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일본 어에 의한 간섭의 결과일 것이다. 일본어의 生 鮮 은 생선 이외에 고기나 야채 등까지 포함하여 신선 한(신선함을 요하는) 식품 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일본어의 愛 人 은 불 륜 사이에 있는 애인 을 뜻한다. 소위 동형이의( 同 形 異 意 ) 한자어의 사례는 무수히 많아 모두 열거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동형이면서 유사한 의미를 갖는 한자어가 그보다 훨 씬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일한 번역 시에는 번역투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5.3.1. 이지메, 히키코모리 1980년대부터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지메 가 심각한 사회 문제 가 되어 언론에서도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시 차가 있기는 했으나, 거의 같은 성격의 문제가 대두하게 된다. 처음 이 문제를 다룰 때 마땅한 우리말 표현이 없어 한국 언론에서도 이지메 라는 말을 그냥 사용한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집단)따돌림, 혹은 (집단)괴롭힘 과 같은 표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서의 이지메 는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반 복적으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집단)따돌림 은 어감상 육체적 고통 을 가한다는 의미가 다소 약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어떤 현상을 한 단어로 완벽하게 표현하 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시사 용어로서 적절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언론 보도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이지메 나 왕따 보다 (집단)따돌림, (집단)괴롭힘 이 훨씬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그 이후에 나타난 히키코모리 현상에 대한 우리말 표현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일본 사전의 풀이는 장기간에 걸쳐 집안에 틀어박혀 사회 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일 이라 되어 있다. 풀이를 특집 번역과 국어 95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어의 히키코모리( 引 きこもり) 는 단어 그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 말을 우리의 고유어나 한자어 로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번역어로 은둔형외톨이, 폐쇄은둔족 이라는 말이 사용되 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단어는 일본어의 히키코모리( 引 きこもり) 에 비 해(혹은 일본어의 어감을 떠나 최근 사회 문제로서의 히키코모리 그 자체를 놓고 보더라도) 부정적인 의미, 이 경우는 문제의 심각성이 약 하게 들린다. 또한 은둔 이란 말은 보통 청소년들의 행동에 대해 사용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세상을 멀리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이며,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멋 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생각은, 만약 우리의 고유어로 표현한다면, 틀박이 (이 말이 히키코모리 를 대신할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국립국 어원 홈페이지 찾기마당 http://www.korean.go.kr/09_new/dic/word/word_ refineg_view.jsp 참조)를 추천하고 싶고, 한자어로 표현한다면 외출 기피증 을 추천하고자 한다. 6. 맺는말 어떤 새로운 물건이나 새로운 현상이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소개될 때 반드시 번역 과정이 뒤따르게 된다. 국제화와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 전됨에 따라 앞으로 번역의 절대적인 양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번역 초기에 번역투였던 단어도 시간이 경과되면 우리말로 정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착되기 전에 그 번역어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일본 소 설을 우리말로 번역한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9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서른일곱 살이던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거 대한 비행기는 두터운 비구름을 뚫고 내려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 을 시도하고 있었다. 11월의 차가운 비가 대지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고, 비옷을 걸친 정비공들, 민둥민둥한 공항 빌딩 위에 나부끼는 깃발, BMW의 광고판 등 이런저런 것들이 플랑드르파의 음울한 그림의 배경처럼 보였다.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의 시작 부분이 다.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으며, 매끄럽게 번역된 문장이라 생각한다. 어떤 작품의 번역 전반이나 특정 용어의 번역어에 대해 건설적인 비 평을 가하는 것은 좋다. 그것을 통해 보다 발전된 단계로 나아갈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잘 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격 려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번역 문화가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특집 번역과 국어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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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번역과 국어 중한 문학 번역에 나타난 번역투 문장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교수 1. 문학 번역은 가독성이 장땡인가? 2011년 11월 스티브 잡스의 한글판 자서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오역 소동은 그의 죽음만큼이나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핵이었던 번역가 이덕하 씨와 노승영 씨는 제임스 웨슬리 롤스의 책 세상의 종 말에서 살아남는 법 의 원서 1장을 각기 번역해 네이버 카페에 공개하 였다. 다음은 2011년 12월 3일 자주민보에 실린 원문과 두 사람의 번역 그리고 이덕하 씨 평론의 일부분을 발췌해 정리했다. Then you realize that with nighttime lows in the single digits and daytime highs in the twenties, if the power isn t restored by the time you get home from work, it will be very cold in the house. 노승영 번역: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에 머물러 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전력이 복구되지 않으면 무척 추운 밤 을 보내야 한다. 이덕하 번역: 그때 요즘에는 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 가고 낮 최고 기온도 영하권이기 때문에 만약 직장에 특집 번역과 국어 99

서 집에 돌아올 무렵까지도 전력이 복구되지 않으면 집안이 아주 춥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이덕하 씨는 노승영 씨의 번역이 훨씬 읽기 편하다는 점 은 인정하지만, 편리함을 위해 노승영 씨가 문장을 둘로 쪼개는 바람에 원문의 문체가 희생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덕하 씨는 자신은 번역에는 가독성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기에 문장을 쪼개서 번역하 거나 with nighttime lows in the single digits 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아주 추운 날씨 를 기온이 영하권 이라고 의미를 축약하거 나 realize 의 의미를 생략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You hear what must be a truck backfiring far in the distance. At least somebody got theirs started. 노승영 번역: 트럭이 부르릉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누군가 시동 거는 데 성공했나 보군. 이덕하 번역: 트럭의 역화(backfiring) 소리 같은 것이 멀리서 들린 다. 그 차는 시동이라도 걸렸다. 위의 두 번역에서 키워드는 backfiring 을 어떻게 번역했느냐에 있다. 노승영 씨는 부르릉거리는 소리 로, 이덕하 씨는 역화(backfiring) 라 고 번역했다. 역화, 즉 백파이어는 한자로 逆 火 로 쓰고 그 의미는 내연 기관에서 실린더로부터 흡기관이나 기화기 따위로 불꽃이 거꾸로 흐르 는 현상을 뜻한다. backfiring을 역화라고 번역한 이덕하 씨의 변( 辯 )을 들어 보면 역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며, 이 단락에서는 정전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하는 장면 을 묘사하고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부르릉거리는 소리 로 번역을 한 다면 독자들은 트럭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노 10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승영 씨가 이런 정보를 하찮게 여겨 생략한 듯하지만 이덕하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고 했다. 첫 번째 예에서는 원문을 쪼갬으로써 문체가 희 생되었다는 주장과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서 번역해야 한다는 주장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두 번째 예에서도 마찬가지로 가독성을 고려한 번역과 정확성을 고려한 번역 간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두 번 역에 대한 옳고 그름,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번역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있는 가독성과 정확성은 번역가가 번역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견해를 달리한다.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은 번역자의 임무(The Task of the Translator) (1955)에 서 문학 창작과 달리 번역의 자리는 언어의 숲 한가운데 있는 게 아 니라 바깥에 서서 숲이 무성한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는 곳에 있다. 번 역은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숲 속을 향해 외친다. 메아리가 울려 퍼 져 낯선 언어로 되어 있는 작품을 자국어로 공명하게 해 줄, 바로 그 표적의 한 점을 겨냥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베냐민의 주장은 창 작의 자리가 숲 한가운데라면 번역의 자리는 숲 바깥쪽이며, 번역자는 숲에 메아리가 울려 퍼지도록, 즉 이국어로 되어 있는 작품을 독자가 공감하고 더 나아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자국어로의 적확한 번역, 즉 외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칼 러빗은 뒤죽박죽되고 형편없는 은유: 텍스트를 텍스트의 번역으로 간주함(Mixed and Misbegotten Metaphors: Text as Translation as Text) (1987)에서 번역은 창조가 아니라, 언어적 능력과 지식으로 부족한 상상력을 보충해야 하는 기예다. 번역의 기지와 한계는 하나의 언어적 창작물에 새겨진 휘발성 관념을 다른 언어로 전유하는 것이다. 1) 라고 주장하였다. 러빗은 번역을 창작이 아닌 기예로, 창작물에 새겨진 1) 발터 베냐민과 칼 러빗의 인용문은 김선형(2008), 문학번역의 이론과 실제 그 리고 평가-번역자의 입장에서, 안과 밖 영미문학연구, 영미문학 연구회, 66쪽을 참조함. 특집 번역과 국어 101

관념을 다른 언어로 전유한다고 여겨 번역된 문학 텍스트를 원전의 닮 은꼴로 이해했다. 이제 가독성과 정확성에 관한 담론을 중국어 문학 번역으로 옮겨 보자. 위다푸( 郁 達 夫 )의 작품 沈 淪 은 국내에서 침륜 혹은 타락 이라는 제목으로 총 4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었는데 2) 그중 半 痕 新 月, 斜 挂 在 西 天 角 上, 却 似 仙 女 的 蛾 眉, 未 加 翠 黛 的 樣 子 라는 문장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전인초 번역: 반쯤 이지러진 초생달이 서쪽 하늘 모퉁이에 걸려 있었 는데 마치 아직 취대( 翠 黛 ) 눈썹 그리는 데 쓰는 푸른 빛의 먹: 역주 를 칠하지 않은 선녀의 아미( 蛾 眉 ) 같았다. 강계철 번역: 반쯤 남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 끝에 비스듬히 걸려 있 었는데 아직 화장을 하지 않은 선녀의 눈썹 같았다. 풀무편집부 번역: 조각 난 신월은 서쪽 하늘가에 걸려 어쩌면 선녀의 눈썹이 화장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욱연 번역: 서쪽 모퉁이에 걸려 있는 초승달은 화장을 하지 않은 선녀의 눈썹 같았다. 위의 번역문에서 키워드는 달과 눈썹인데, 달은 서쪽에 걸린, 반쯤 이지러진 초승달이고, 눈썹은 아리따운 선녀의 눈썹인데 아직 눈썹을 그리는 데 사용되는 푸른빛을 먹인 취대로 눈썹을 그려 넣지 않은 눈 썹이다. 결국 위다푸가 표현하고 싶었던 서쪽 하늘에 이지러져 걸려 있 는 초승달은 꼭 선녀의 눈썹 같은데, 그 초승달이 희미하게 보여 마치 눈썹 화장을 미처 하지 못한 듯 보인다는 것이었다. 전인초 번역은 역 주를 달면서까지 정확하게 그 뜻을 독자에게 전달하여 독자가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 내도록 하고 있지만 가독성은 기타 번역에 비해 우수 2) 1전인초 역(1989), 중앙일보사. 2강계철 역(1999),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 부. 3풀무편집부 역(2003), 풀무. 4이욱연 역(2010), 창비. 10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하지 않다. 풀무편집부 번역은 마치 초승달이 서쪽 하늘가에 걸려 있 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않은 선녀의 눈썹 같다. 라고 오독할 수 있는 여지가 내포되어 있다. 즉 작가가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했던 초승달 보다 오히려 번역자는 선녀의 눈썹을 부각시켜 그 중심점이 초승달로 이동되어 독자는 원래 작가의 의도에서 탈색된 감을 느끼게 된다. 원문에 담긴 정보를 빼놓지 않으려고 번역의 정확성을 기하다 보면 종종 번역투의 문장이 포함된 번역을 하거나 오독의 여지를 남긴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번역투에 관해서는 다양 한 정의가 존재한다. 번역문에 존재하는 원문 외국어 구조의 전이 흔 적, 원문 구조에 치우친 직역의 결과로 번역문에 나타나는 상투적이 고 어색한 외국어식 표현, 외국어를 국어로 옮길 때 국어에 없는 외 국어 문체를 그대로 옮겨 어색하고 투박하며, 매끄럽지 않은 말과 글의 문체, 직역으로 인한 번역투 문장은 상상력과 표현력을 제약하여 오 역이 생기도록 하며, 가독성을 저해한다. 등등이 있다. 번역투 문장은 한마디로 원문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번역문에 상투적이고 어색한 외국어식 표현이 섞이게 되어 말과 글이 매끄럽지 않고 투박해지며 결 국 오역을 양산하고 가독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 러나 전인초 번역과 풀무편집부 번역을 비교했을 때 풀무편집부 번역 이 전인초 번역보다 매끄러운 데 반해 오히려 오독의 소지가 더 많지 않은가? 오히려 기타 매끄러운 번역보다 전인초의 번역이 독자에게 왜 초승달을 눈썹 화장을 하지 않은 선녀의 눈썹 같다고 표현했을까? 하 고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이지 않은가? 따라서 행간에 숨은 뜻을 정확히 읽어 내는 정확성이야말로 러빗이 말한 번역이란 언어적 능력과 지식으로 부족한 상상력을 보충해야 하 는 기예 라고 한다면, 이를 통해 최소한의 의미 손실로 가독성이 풍부 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베냐민이 얘기한 낯선 언어로 되어 있는 작품을 자국어로 공명하게 해 줄 바로 그 표적의 한 점을 겨냥하 특집 번역과 국어 103

는 셈이 될 터이다. 때문에 원문에 담긴 정보를 빼놓지 않으려는, 번 역의 정확성을 기하려는 의도 이전에 작가가 의도한 행간의 의미를 정 확하게 읽어 내는 상상력이 오히려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상상 력은 오롯이 독자의 몫일까? 편집자들은 가끔 원판 불변의 법칙 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번역 작 품이 형편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편집자라 해도 이 작품을 손보는 데 한 계가 있다는 뜻이다. 번역을 요하는 작품의 최초 독자는 번역가이다. 작 품은 번역가 다음 편집자, 편집자 다음 독자의 손으로 유전된다. 따라서 정확성이 결여된 매끄럽기만 한 번역문을 읽고 행간의 숨은 뜻을 상상해 낼 수 있는 독자란 어지간히 눈치가 빠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학 번역을 비문학 번역과 이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문학 번역은 비문학 번역보다 원전의 모호성과 단어의 다양한 변형, 번역가라는 변수로 인해 어휘나 문장의 일대일 대응 번역보다 제2 의 창작에 가깝게 해석된다. 게다가 가독성을 지향하므로 문장과 문맥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독성을 빌미로 작가의 숨은 의 도를 파악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정확한 번역을 표현이 어색 하다는 이유로 생략하거나 누락시켜도 된다는 면죄부를 쥐어줄 수는 없 다. 오히려 의역으로 인해 원전의 의미가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문학 번역도 정확해야 한다. 문학 번역에서 지향해야 하는 정확성이 란 작가의 숨은 의도를 번역가가 찾아내 번역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 도를 극대화하고 상상력을 최고조로 끌어내는 것이다. 2. 번역가가 처한 눈물겨운 현실 이처럼 번역투의 문장을 양산하는 책임도 번역가에게 있고, 정확한 번역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책임도 번역가에게 있고, 10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매끄럽게 팍팍 읽히는 가독성 만점의 번역문을 만들어 내는 책임도 번 역가에게 있고, 또한 의도된 바가 아닌 오역의 책임도 번역가에게 있 다. 이렇듯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번역가가 오늘날 처한 현실은 과 연 어떠할까? 번역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우리는 번역가 에게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까? 번역투의 문장을 가지고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는 우리 출판계가 그만큼 번역서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0년 대한출판문 화협회의 2010년 납본 대행 통계 기준을 보면 2010년 발행된 신간 가 운데 번역 도서가 10,771종으로 전체 발행 종수인 40,291종에서 27%를 차지하고 있다. 거의 30%에 육박하는 번역서 비중은 세계에서 번역서 비중이 가장 높은 번역 공화국 이라는 오명에 걸맞다. 그중 일본 도서 의 번역 비중이 가장 크고 중국 도서는 6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도 에 중국 도서는 번역 비중에서 역시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총 350종 중에서 문학이 93종, 사회과학이 73종이었다. 한국은 2005년부터 꾸준히 300여 종의 도서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 으나, 세계 경제 2위로 부상한 중국은 2008년에는 급기야 800종이 넘는 우리 도서를 수입하여, 수입이 수출에 비해 3배가 넘고 있다. 아울러 2005년부터 중국의 도서 수입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05년 최인호의 장편소설 불새 가 창장( 長 江 )문예출판사와 2만 달러라는, 그동안 저 작권 수출 관행으로 보았을 때 파격적인 액수로 출판 계약이 체결되었 고, 공지영의 작품 6편이 연달아, 2009년 3월과 2011년 1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010년 1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10년 9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10년 12월 즐거운 나의 집, 봉순이 언니, 고등어, 2011년 1월 상처 후에 오는 것 들 이 출간되어 중국에서의 한국 문학 위상에 대한 새로운 지각 변동 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수입된 우리의 작품을 번역해 야 하는 중국의 번역계의 상황은 어떨까? 특집 번역과 국어 105

일단은 중국은 현재 전문 번역가라는 직업군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대다수의 번역자가 비전문적인 번역가이다. 따라서 번역되어 나온 작 품은 내용이 첨가되거나 삭제, 날조되기 일쑤여서 중국 내에서도 우려 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번역자들 간에 옥석을 가려 낼 수 있는 마땅 한 감독 기구도 없고, 출판사는 오역 등에 대한 책임 회피만 일삼기에 번역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전문적으로 문학 번역 을 할 만큼 전문가나 번역가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그 수가 턱없이 부 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1년 2월 12일을 기준으로 해서 현재 중국번 역협회에서 개인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어 번역가는 총 22명에 불과하다. 그중 대부분이 조선족으로 무려 17명에 달하며, 문학 번역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번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 번역 전문가는 차 치하고, 번역과 번역가의 수급 불균형의 심각성을 우리는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2008년 중국이 수입한 우리 도서가 800여 종인데 22명의 번역가가 번역을 한다고 가정하면 어림잡아 한 번역가가 40여 종을 번 역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번역가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1 개월에 책을 한 권씩 번역한다 해도 1년이면 12권밖에 번역할 수 없으 며, 초인적인 힘은 결국 절대 시간 부족으로 이어져 양질의 번역 작품 을 양산하기 어렵다. 이는 다시 중국어로 재탄생된 번역문에 번역투의 문장이 다량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번역가와 번역 도서 간의 수급면에서도 차이가 많지만 번역가의 자질과 직업으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특히 제대로 된 외국어 교육과 번역학과의 정립, 번역 인재를 배양하는 기 제, 번역의 보수와 장려 정책, 번역의 표준과 법규의 완비, 번역 성과인 지 식 재산권의 보호, 번역 인재 뱅크 마련 등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와 같이 산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중국의 열악한 번역 환경이 실은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간 황석영, 이문열, 은희경 등 한국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중국에 번역되어 나왔지만 제대 10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얼마 전, 전 세계적으로 판권이 팔린 엄마를 부탁해 라는 작품은 작가 신경숙이 직접 중국어 번역가를 섭외하고 번 역을 부탁했다는 후문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중국이 안고 있는 열악한 번역 환경, 산적한 현안은 우리와는 동떨어 진 먼 나라 이야기일까? 아니다. 우리 상황도 중국과 대동소이하다. 2006 년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 사건에서 2011년 스티브 잡스 자서전 의 번역 공방에 이르기까지, 번역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번역계의 상황을 개탄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범사회적, 국가적인 지원을 호소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점이 없다. 2007년 5월 17일 교육부 는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 에서 동서양 고전을 번역해도 박사논문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확대하고, 해마다 번역 전문가 1천 명을 선발하여 1인 당 5백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 라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교육부가 상업성과 관계없는 원전 번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번역의 질을 제고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마당에 필자는 왜 1년에 50억이나 되는 예산을 부질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까? 번역투의 문장을 일소하고 오역을 줄이고 번역의 위상을 확립하고, 번역가의 지위를 향상시켜 번역이 바른 길을 걷도록 하기 위해서 한결 같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자질이 풍부한 번역가를 양성하는 일을 최 우선 과제로 꼽는다. 이웃 일본 번역자의 경우 제대로 된 번역서를 1권 만 갖고 있어도 평생이 보장되는 상황은 1980년대 서구와 비슷했던 학 문 수준을 현재는 서구를 앞지르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일본이 학문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할 수 있는 까닭은 상업성과 무관하게 꼭 번역되어야 할 외서가 체계적으로 번역되도록 사회, 국가 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놓은 1년에 1인당 5 백만 원씩 지원이란 그 어려운 고전을 번역하면서 1개월에 40만 원 조 금 넘는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얼마나 불합리한가? 이런 미봉책으로 고사 직전에 있는 인문학을 부활시킬 수 있으며, 과연 인문학적 소양을 특집 번역과 국어 107

갖춘 번역자가 양성될 수 있을까? 원점으로 돌아가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거시안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번역투의 문장과 오역으로 가득한 번역서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번역투 문장이라고, 오역이라고,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번역가에게 돌팔매질을 하기 위해 주워 들었던 돌을 누구에게, 어디에 던져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3. 네덜란드 번역가, 번역가의 로망 쓰미 유지의 저서 번역가와 번역가들 (2005)에서 현재 유럽 번역가 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번역 가 수입은 공적인 문예 기금에 의해 보충되는데, 번역을 위해 개인적으 로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자료 수집이나 여행 등에 드는 경비도 장려금 으로 지원받을 수 있고, 출간되었을 때 번역이 훌륭하고 문화적인 가치 가 있는 책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번역료를 다시 받을 수 있어 네덜란 드의 번역가는 이중으로 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쓰미 유지 는 최근 프랑스의 한 통계 조사에서 10년 전 번역가들의 수입과 현재의 수입을 비교해 보았는데 고등학교 교사의 급료가 10년 동안 두 배가 된 것에 비해 번역가의 평균 수입이 세 배가 되었다는 점은 번역가로 하여 금 전문성과 긍지를 갖고 번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정말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마구잡이식 번역을 하 거나, 번역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번역 업체나 대행사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제 값도 못 받고 번역을 하거나, 출판 편집자나 작가와의 친분으 로 번역을 하거나, 심지어 헐값의 원고료로 조선족에게 번역을 맡기고 출판사 내부에서 함량 미달의 원고로 소설을 쓰듯 번역 원고를 손보는 10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프로 정신을 가진 번역가가 살아남 을 수 있을까? 번역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번역은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행위다. 특히 문학 번역은 여타 장 르와 달리 번역할 때 원작자의 의도와 작품의 본래 가치를 그대로 살리 면서 문체를 통해 심미감을 추구하고 대상어 국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번역된 작품은 번역자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원작이 얼마든지 달리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야말 로 행간의 숨은 뜻을 정확히 읽어 냄은 물론이고, 원작에 담긴 정서까지 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 줄 번역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혁이 필요 하다. 번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의 출판계의 상황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본력이 부족하고 상업성을 최고 가치와 덕목으로 내세우는 출판사도 방향을 급선회하여 딱히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가치 있는 번역서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번역가는 정당한 대가를 받 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어라 욕만 먹을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누가 끊어 주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우리의 문학 작품이 월경하여 중국을 넘어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고 군분투하고 있는 이 시점에, 바야흐로 번역에 대한 관심이 들끓고 양질 의 번역에 목말라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번역의 중요성, 번역가의 소 중함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특집 번역과 국어 109

특집 번역과 국어 국어다운 번역을 위하여 강주헌 번역가 국어다운 번역 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답다 는 성질 이나 특성이 있음 을 뜻하는 접미사이다. 결국 한국어다운 번역이란 한 국어 문법을 충실하게 지킨 번역이란 뜻이다. 한 나라의 언어는 단어와 문법으로 이루어진다. 문법은 단어의 구성 및 운용상의 규칙 을 뜻한 다. 쉽게 말하면, 문법은 단어의 배열을 결정하는 규칙이다. 따라서 단 어를 배열할 때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문법에는 문장 부호도 포함된다. 영어를 예로 들면, 영어의 문장 부호는 형태에서나 사용법에 서 우리의 문장 부호와 다르다. 따라서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문 장 부호까지 적절하게 옮겨야 한다. 문법을 넓게 해석하면, 단어의 쓰 임새도 문법에 속한다. 예컨대 우리말에서 허락하다 의 주어로는 사람 만 가능하지만, 이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 permit는 사물도 주어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Cash machines permit us to withdraw money at any time.(현금 인출기는 당신에게 어느 때나 돈을 인출하는 걸 허락한다. 현금 인출기 덕분에 우리는 돈을 어느 때나 인출할 수 있다.) 이란 문장도 성립된다. 이런 관점에서 번역을 정의하면, 우리말 문법에 맞추 어 우리말에 속한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열하는 작업이 된다. 우리말을 어지럽히는 원흉으로 번역이 지목되는 이유를 곰곰이 분석 특집 번역과 국어 111

해 보면, 번역가가 영한사전의 정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갖는다 가 포함된 문장이다. 뉴턴의 이론 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결점도 가지고 있었다.(Newton's theory did have a flaw in its beauty.) 는 뉴턴의 이론에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결점도 있었다. 라고 번역했더라면 훨씬 읽기 편안했을 것이고, 우리말 다운 번역이 됐을 것이다. 가지다 는 have가 쓰인 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치사 with가 쓰인 예에서도 우리말답지 않은 번역을 찾을 수 있다. 이론의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이 결점 역시 충분한 배 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Like the beauty of the theory itself, this flaw, too can be understood completely only with a sufficient amount of background knowledge. 이 결점 역시 충분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영어의 have와 우리말의 가지다 가 쓰이는 용례 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이다. 번역가가 우리말다운 어법에 조금 만 신경 썼더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어색한 표현이다. 번역가가 영한사전의 정의를 충실하게 받아들여 원문을 번역한다고 전제하더라 도 우리말답지 않은 번역의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번역가에게 있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우리말에는 필요 없는 군더더기가 붙어 번역 문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 있어서 이다. 아이들은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 children are too young to know where they stand on such issues,). 에서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는 종교 문제에서도 로 간략하게 번역해도 충분했다. 위에서 언급한 예에서 보듯이, 번역문 자체가 문법적으로 틀리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번역이 우리말답지 못하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법적인 글이라고 우리말다운 글은 아 니라는 뜻이다. 그럼 문법적인 글과 우리말다운 글의 차이는 무엇일까? 입말과 글말의 차이일까? 언어학에서 입말은 글말이 되지 못하지만 글 11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말은 입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너무 과장되게 받아들여 입말 이 글말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말이란 인식이 우리에게 심겨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어학에서 입말은 글말이 되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문법성 때문이다. 문법을 정확히 지키면서 입말, 즉 민중 언어로 번역한다면 한층 우리말다운 번역이 가능할까? 입말이 우리 말다운 것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 이다. 번역이 우리말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우 리가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 잘못 배운 탓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가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우리말에 해당되는 단어로 대응시키는 식으로 배운 탓이다. 물론 번역가라면 문맥을 통해서 단어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10만 단어가 넘는 책을 번역하다 보 면 그렇게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번역가가 번역할 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전(예, 영한사전)이 한국어다운 번역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외국어 사전의 뜻풀이가 아닌 단어 풀이에서 영향을 받은 한국어답지 않은 번역을 -의 를 비롯해서 조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외국어의 어법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인 용되는 예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말답게 고칠 때 인 용문이 한결 편안하게 읽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 조사가 남용되는 예: -의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말에서 조사는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 이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또 영어에서 of를 꼬 박꼬박 번역하면서 가장 흔히 남용되는 조사가 -의 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우리말 바로 쓰기 에서도 -의 를 남용하는 것은 일본어의 영 특집 번역과 국어 113

향으로 볼 수 있다며, 효과적인 읽기의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와 같이 쓰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와 같이 쓰는 것이 우리말에서 더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문법적으로 말하면, 명사구와 문장 이 상응 관계에 있으므로, -의 로 구성된 명사구에서 중심인 명사를 동 사로 풀어쓰면 우리말답게 변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물질의 불안정성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질의 불안정성에서 직접적으로 영향 받기 때문이다. 맥스웰 방정식으로 에너지 손실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으로 에너지가 손실된 양을 계산할 수 있다. 바로 위의 예에서, 아예 -의 를 생략해서 에너지 손실량이라 번역하 면 더 한국어답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바로 쓰기 에서도 관형격 조사 로 쓰인 -의 는 일반적으로 영희 책, 철수 누나 와 같이 소유나 친족 관계를 나타내거나 책상 서랍, 학교 운동장 과 같이 전체와 부분의 관 계를 나타내는 경우에 생략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의 를 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래의 예에서 보듯이, -의 를 생략 할 때 훨씬 우리말답다. 종교가 전문 분야라고 주장할 만한 고유의 영역이라 해도( 고유 영역) 인간사에 간섭하고 우리의 생각을 읽고 죄를 벌하고 기도에 답하는 신( 우리 생각) 그러나 당신의 부모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 부모) 그러나 -의 가 친족 관계를 나타내거나,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나타 내더라도 앞의 체언이 3인칭 대명사로 쓰이면 이 원칙이 성립되지 않 는다. 그의 종교관 은 그 종교관 으로 쓰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리 말에서 원래 그 라는 대명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원래 11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없었던 단어를 관형사적으로 사용하려 하니 -의 가 생략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의 를 다른 격조사로 바꾸면 더 나을 때가 있다. 자연신은 수학자들의 처음이자 끝이며(The deist God is the alpha and omega of mathematicians) 에서 수학자들의 를 수학자들에게 로 바꾸면 어떻 게 읽힐까? 적어도 -의 가 쓰인 경우보다는 자연스럽게 읽힌다. 이처럼 -의 대신에 다른 격조사로 바꾸면 훨씬 더 한국어답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철학적 자연학자라는 의미의 무신론자는 몸보다 오래 사 는 영혼은 없다고 믿는다.( 의미에서) 영국 유대인들의 존경받는 지도자인 로버트 윈스턴( 영국 유대 인들에게) 논쟁의 양 당사자가 각각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인용할 만한( 논쟁에서) 인격신 외의 다른 신은 없다.( 외에) 당신이 생각하는 빨강은 나의 초록이거나 ( 나에게는) 지구 주변의 변하는 중력장, 특히 완전한 구가 아니라( 주변에서) 이렇게 다른 격조사를 사용하면 더 한국말다워지는데 굳이 -의 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원문에 of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두 번 째와 세 번째 예문의 원문을 보면 각각 respected pillar of British Jewry 와 both sides of an argument 이다. of가 포함 관계와 관련성도 뜻한다는 걸 간과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of는 지금 우리말에서 -의 만큼이나 다양하게 쓰인다. 위에서 언급한 예들은 -의 가 사용되더라도 문장 자체를 이해하는 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국어사전에서 -의 의 뜻풀이에서 확 인할 수 있듯이, -의 는 앞 체언과 뒤 체언에 무척 다양한 관계를 부여 특집 번역과 국어 115

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소개하는 책을 읽을 때는 -의 가 문장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을 전공한 독자가 대중 과 학서를 읽을 때 이런 어려움에 부딪친다. 아래의 예를 보자.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과 시간의 위치 의존적인 변환을 허용하며 시공간에 휘어진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는 위의 예에서 공간과 시간 이 위 치 의존적인 변환 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헷갈린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공간과 시간에게 위치 의존적인 변환을 허용하는 것인지, 일반상대성이 론이 공간과 시간에서 위치 의존적인 변환을 허용한 것인지 위의 번역 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어느 쪽이든 번역가가 -의 대신에 다른 조 사, 즉 관계를 명확히 해 주는 조사를 썼더라면 독자가 이해하기 한결 쉬웠을 것이고 한국어다운 번역이 됐을 것이다. -의 가 접속 조사 -과 와 함께 쓰일 때는 더욱 헷갈린다. 희극과 비극 의 양극단을 정신없이 오간 우스꽝스러운 일화였다.(a ludicrous episode, which veered wildly between the extremes of comedy and tragedy) 라 는 문장을 보자. 무슨 뜻으로 번역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간 일화였다는 뜻이다.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중력이 어 떻게 변하는지. 에서 변화가 공간과 시간 모두에 관련된 단어로 쓰일 수 있듯이, 양극단도 희극과 비극 모두에 관련될 수 있다. 희극와 비극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of를 동격으로 처리해서, 희극과 비극이란 양극단을. 이라고 번역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의 를 사용 하지 않고, 희극과 비극, 양쪽을. 이라 번역했어도 좋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의 의 풀이를 보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어 이 해하기 힘들다. 여하튼 -의 의 용례들을 보면 체언 뒤에 붙는 것 이라 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사전에서 제시된 스무 가지 용례에서 -의 11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는 모두 체언 뒤 에 쓰인다. 그런데 스물한 번째로 주어진 마지막 용례 에서는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에 연결되는 조사의 의미 특성을 가지고 뒤 체언을 꾸미는 기능을 가짐을 나타내는 격 조사 라는 설명과 함께 구속에서의 탈출, 저자와의 대화 가 예로 제시된다. 하기야 요즘 이런 어법이 우리말 소설에서도 흔히 쓰여 번역 글에서도 아무런 의식 없이 쓰인다. 휘어진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회전을 강요하듯이 휘어진 시간에서 의 운동은 속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론의 오류는 결국 기초적인 기술로서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버리 거나 확장하도록 강요한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달라져 낮인 부분과 밤인 부분의 태양 중 력이 약간이 달라지는 것으로. 앞의 사례와의 중요한 차이점은 관측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내가 갖고 있는 1975년 판(하지만 판권 설명을 보면 1961년 초판과 똑같다.) 이희승 님의 국어대사전을 보면, -의 는 체언에 붙어 관형격을 나타내는 말 이라고 간략히 설명돼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오 덕 님과 이수열 님의 글을 보면 -의 가 함부로 쓰여, 특히 위의 예처럼 다른 조사들에도 덧붙어서 우리말이 처참하게 변질됐다고 한탄한다. 그 래도 이런 용례들이 번역글뿐 아니라 우리말 소설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이고, 더구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런 용례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 에 우리말답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처음 세 예문에서 -의 를 뺀 채 읽어보라. 훨씬 낫지 않은가? 또 세 번째 예문은 앞의 사례 와 비교할 때 중요한 차이점은 관측자의 역할이다. 로 바꾸면 어떤가? 여하튼 요즘에는 체언+격조사+-의 의 표현이 그다지 부자연스럽게 들 리지 않는 지경이 됐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의 기준에서 보면 우리 말답게 들리지만 문법적으로 틀린 번역이 간혹 눈에 띈다. 특집 번역과 국어 117

아무 역설도 담겨 있지 않고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담은 이슬람을 폭력적인 종교라고 말하는 자들을 참수시키자. 라는 표어들이 보였다. 이들은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는 두 개의 별로 된 이중성 체계로 위의 예에서 그대로 는 부사이다. 부사 뒤에 쓰인 -의 의 타당성은 어떤 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를 관용구로 보더라도 부 사이지 명사는 아니다. 가령 태양으로부터 가 부사구로 -의 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대로의 가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두 번째 예에서 서로의 는 표준국어대사전 의 설명에 따르면 문법적으로 흠이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서로 가 명사로도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희승 국어대사전에서 서로 는 부사일 뿐이다. 따라서 이희승 님의 기준에 따르면 서로의 는 그대로의 와 똑같이 문법적으로 잘못 쓰인 예이다. 결국 서로 가 1961 년 이후에 명사로도 인정됐다는 뜻이다. 2. 조사가 남용되는 예: 조사 + 조사 우리말에서는 조사가 자유롭게 결합된다. 저를 저 끔찍한 들장미 덤불에만 던지지 말아주세요! 처럼 두 조사가 고유의 의미를 갖고 다 른 조사로 대체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무의미하게 조사가 결합되는 경우도 많아 문장 전체를 무겁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로 -의 만큼이나 조사 뒤에 덧붙여지는 조사가 강조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는 이다. 먼저 실제로 -는 이 쓰인 번역문들을 보자. 메카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휴대폰의 기능은 이슬람권에서 는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1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증거보다는 사적인 계시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들이 수립되 어 있으므로. 원래의 12컷짜리 만화와는 달리, 추가된 3컷은 정말 모욕적이었다. 앞뒤의 문장을 읽어 봐도 굳이 강조를 뜻하는 -는 을 덧붙일 이유가 없는 예문들이다. 하기야 요즘 우리 말투가 점점 강해지는 경향이 있기 는 하다. 그렇다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체언 뒤에 쓰인 조사에서 강조 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는 을 덧붙일 필요는 없고, 군더더기에 불과해 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실험을 해보자. 첫 번째 예에서 이슬람 권에서는 을 문두로 이동해보자. 그럼 대다수의 언중이 그 이후의 문장 을 메카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휴대폰의 기능이 매우 높은 인 기를 누리고 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이슬람권에서 를 문두에 놓으면 메카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휴대폰의 기능은 매우 높 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보다는 의 경우도 마찬가 지이다. 비교의 대상에 덧붙여지는 조사 -보다 의 뒤에 거의 습관적으 로 -는 이 덧붙여진다(다른 예: 이는 수성의 경우보다는 훨씬 큰 값으 로 ). 반면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의어로 언급한 -에 비하여 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격조사 뒤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강조하는 습관 때문에 덧붙여지는 -는 이 문장 자체를 무겁게 만든다. 영어 from을 번역하거나,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로부터 도 두 조사 가 결합된 것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 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합당한 동의를 얻은 적이 결코 없다.( 에게서) 성공회의 설립은 신을 종교로부터 분리시켰지만( 에서) 특집 번역과 국어 119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로부터 는 어떤 행동의 출발점이나 비롯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라고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위의 번역문은 문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글은 이런 식으로 쓸지 모르겠지만, 언 중의 말에서 -로부터 를 듣기는 무척 힘들다. 그 때문인지 어딘지 갑갑 하게 들린다. 옆에 고쳐 쓴 것처럼 하나로만 이루어진 조사로 바꾸어도 충분하다. 이처럼 하나의 조사로만 충분한 경우에도 영한사전의 단어 풀이만을 좇을 때에는 우리말답지 않게 들린다. 3. 우리말다운 번역을 위하여 지금까지 조사를 중심으로 우리말다운 번역이 무엇인가에 대해 간략하 게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조사 부분에서 우리말다운 번역 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조사의 남용이다. 조사를 남용하는 탓에 조사가 꼬 리를 물고 연이어 쓰이기도 한다. 복잡한 것은 부자연스럽다. 같은 뜻이라 면 조사 둘을 결합해 전달하는 것보다 하나의 조사로 전달하는 편이 낫다. 언중이 입말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번역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유행하는 단어를 쓰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테 는 - 에게 와 똑같이 쓰일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구어적 이라고 규 정하고 있기 때문인지 번역글에서 -한테 가 사용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번역이 간혹 한국어답지 못하다고 비판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 또 이를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나는 국어 문법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나 자신도 놀랐지만, 내가 외국어를 전공한 탓인지 국어 문법을 정통으로 다룬 책이 없었다. 고영근 남기심의 표준국어문법론 을 서둘러 구해 읽었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용어부터 어색해서 읽기 어려웠다. 내 친김에 이수열의 우리말 바로쓰기 와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 (3 12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권)를 다시 읽었다.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외국어의 영향으로 어 지럽혀진 우리말의 실태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는 같았다. 그들의 지적 은 내가 번역하면서 자주 저질렀던 잘못이었다. 너그러운 표준국어대 사전 을 기준으로 하면 잘못은 아니었지만, 이오덕과 이수열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었다. 이쯤 되면, 국어다운 번역을 위한 방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원문도 어차피 단어의 나열이고, 그 단어들도 의미적으로 서로 화합한 다. 번역할 때도 이 원칙을 그대로 지키면 된다. 단어를 문법에 맞게 나열하되, 그 단어들이 서로 화합하도록 나열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조 사의 번역을 예로 들어 그런 화합을 살펴보았다. 조사만 적절하게 번역해 도 훨씬 국어다운 번역이 되는 걸 확인했다. 이는 직역과 의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 외 수백의 신들은 모두 한 신의 서로 다른 모습이나 화신이 기 때문이다.(Hundreds of others, all are just different manifestations or incarnations of the one God.) 를 그 외 수백의 신들은 모두 한 신이 가지각색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라고 번역한다고 의역이라 할 수는 없다. manifestation의 영영사전을 우리말로 번역하 면 비밀스런 것을 널리 보여줌 이고, incarnation은 주로 신이 취하는 구체적인 형상 이다. 이런 개념을 한국어답게 버무려 번역한 것일 뿐이 다. 또 영어에서 명사로 쓰였다고 우리말 번역에서 명사로 번역할 이유 는 없다. 문제는 영어 단어에 감추어진 뜻을 얼마나 충실하게 우리말로 변환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국어다운 번역을 위해서는 외국어의 구조도 당연히 숙달해야겠지만, 원문의 단어들을 우리말로 옮길 때 주변 단어 들과 화합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며, 그 화합 가능성은 입말에 가까울수록 좋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예문들은 모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과 마르틴 보요발트의 빅뱅 이전 에서 인용한 것이다. 특집 번역과 국어 121

이곳 이 사람 나는 언어의 장인, 시계공처럼 정밀하게 소설가ㆍ번역가 안정효 선생을 찾아서 답변자: 안정효(소설가 번역가) 질문자: 차익종(서울대학교 강사) 때: 2011. 1. 16. 오후 3시 장소: 서울 은평구 자택 집필실 이곳 이 사람 123

스킨십(skinship)? 그런 영어는 없다. 가짜 영어일 뿐. 모기지론? 부동산담보대출 이면 얼마나 쉬운가? 그렇게 과시하고 싶은가? 그녀는 긴 팔을 가졌다(She has a long arm.)? 한국 사람은 그렇게 말하 지 않는다. 그 여자는 팔이 길다. 라고 하지. 있다, 것, 수 를 다 빼 버려야 간결하고 생동감이 생긴다. 엉터리 영어 자랑하기 를 비판하고, 우리말다운 표현,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를 부르짖어 온 분이 있다. 안정효 선생이다. 한때 월간지 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노벨상 수상작과 현대 문제작의 번역을 도맡아 온 분이다. 번역문학가 라는 칭호를 만들어 낼 만큼 번역가의 위상을 높 여 놓고는 돌연(?) 소설가로 등단해서 화제를 모았다. 그 이후에는 소 설 창작에 주력하여 1992년에는 김유정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소설 집 필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이뤄졌다. 대표작인 하얀 전쟁, 은 마는 오지 않는다 등을 영어로 직접 써서 내놓았고, 해외 평단에서 갈 채를 받았다. 게다가 소설 창작과 번역에 평생을 바쳐 온 분답게 최근 에는 글쓰기 책을 발간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만나기 전부터 궁금증이 생긴다. 이 분은 번역과 소설 쓰기 중 어느 쪽을 출발점으로 여길까? 영어 소설과 한국어 소설은 서로 어떤 관계 에 있을까? 흔히 번역에는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본 인은 우리말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왜 그럴까? 북한산 기슭에 자리 잡은 자택의 문을 무작정 두드리니 반갑게 맞아 주신다. 12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소설가로 먼저 시작했지요 차익종: 안녕하십니까. 언론이나 책에서는 선생님을 번역가ㆍ소설가, 혹 은 소설가이자 번역가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 예전에는 번역문학 가 라고도 불리셨지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두 방면 중 어느 쪽으로 소개 받기 원하시나요? 안정효: 아직도 번역가라고 불러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요. 그런데 저는 본래 대학교 때부터 소설을 썼기 때문에 애초부터 소설가라고 생각했어요. 차익종: 문단에 나오신 일은 번역가로 알려진 후 아닌가요? 안정효: 그렇지만 시작은 소설 창작부터였어요. 대학교 때부터, 그러니까 1961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다만 영어로 썼지요. 차익종: 긴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래도 듣고 싶습니다. 안정효: 서강대 영문과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첫 학기를 다녀 보니까 제 가 영어도 문학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 방학이 되자 다들 놀 러 다니기에 바빴지만 저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날마다 도서관에 틀어박 혀 책을 읽었죠. 우선 문학부터 알자. 이렇게 생각하고 도서관에 있는 세계 문학 전집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당시 을유문화사를 비롯해서 세 군 데 출판사에서 세계 문학 전집을 내놓았는데, 전부 읽어 버렸죠. 우리말 로 읽을 책이 더 없어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영어 소설을 읽었죠. 그런데 좋은 작품을 읽다 보니 저도 근사한 소설을 써 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겼 지요. 전공도 영문학이니까 영문 소설을 썼죠. 그렇게 해서 대학교 졸업 때까지 영어 장편 소설 여덟 권을 썼습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도 3 학년 때 써두었던 작품이었어요. 차익종: 영어 소설을 한 권도 아니고 여덟 권을 쓰셨다니요! 그것도 전부 장편으로요. 안정효: 그렇지요. 서강대에서는 외국 신부님들이 교수로 강의하셨는데, 그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작품 좋다. 작가가 되어 봐라. 라고 격려를 해주 이곳 이 사람 125

셨어요. 출판사에 원고 보내는 요령까지 알려 주셨어요. 그 바람에 대학 시 절 내내 소설 쓰고 해외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곤 했어요. 그때 저는 곧 데 뷔하는 줄로만 믿었어요. 신부님들이 거짓말 하시겠어요?(웃음) 그런데 그 때는 못했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어린 대학생이니까. 차익종: 데뷔란 참 어렵군요. 외려 번역가로 먼저 알려지시게 되었지요? 안정효: 서강대 영문과에 영어로 소설을 쓰는 학생이 있다. 는 소문이 퍼진 모양입니다. 어느 날 펜클럽 회장이던 문학 평론가 백철 선생님이 학교로 직접 찾아오셨어요. 자네가 영어로 소설을 쓴다던데, 혹시 번역 을 해 줄 수 있나? 그 바람에 한국 펜클럽 잡지에 영어 단편 소설을 번 역하게 되었지요. 그리고는 또 코리안 리퍼블릭지, 그러니까 지금의 코리 아헤럴드지의 문화부장이 만나자고 해서 가 보니, 자기 신문사에 들어와 서 일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영어 신문 기자가 됐죠. 차익종: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기자가 되셨군요. 안정효: 아니, 4학년 때부터였어요. 교수님들이 1년 동안 출석도 면제 시 켜주셨죠.(웃음) 그렇게 기자 생활을 시작해서 문화부장까지 지냈지요. 차익종: 사실은 소설가를 지망하고 훈련해 오셨는데, 오히려 그 와중에 번역에 입문하게 되셨군요. 안정효: 그렇죠, 작가로 성공을 못하고 있는데, 번역 안 하겠느냐고 해서 신이 나서 번역했죠. 이게 다 제가 번역한 책이에요. (그러면서 서가를 차지하고 있는 번역서들을 가리킨다. 대부분 1960 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내놓은 책들이다. 책등에 일련번호 를 써서 가지런히 꼽아 두었는데, 150권이 넘었다.) 차익종: 한창 때에는 엄청난 속도로 하셨겠습니다. 안정효: 하루에 200자 원고지 백 매씩 썼어요. 그래서 어느 도서 평론가에게 서 안 선생은 월간지요! 책이 한 달에 한 권씩 나오니까. 라는 얘기도 들었죠. 12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등단은 좀 엉뚱하게 했죠 차익종: 그러시다가 1983년에 전쟁과 도시 (하얀 전쟁)로 등단하셨죠? 안정효: 그렇죠. 번역을 하면서도 계속 소설을 썼어요. 다만 영어로 썼죠.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 자원해서 종군 기자로 일하고 돌아오면서 우리말 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익종: 한국 독자와 선생님의 작품으로 직접 소통한다는 의미가 생겼겠 습니다. 안정효: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신문사 문화부장으로 일하면서 우 리 작가도 많이 아는 데다 번역 활동까지 했으니 어디 가서 내 작품 쓴다 는 얘길 할 수가 없었어요. 번역을 많이 맡겨 주셨던 이어령 선생님도 안 선생, 문장력 보니까 괜찮은데, 소설 하나 쓰지. 라고 하다가도, 꼭 뒤에 한 말씀을 붙이셔요. 그런데 너무 번역으로 이름이 나서 신인이라 고 하기도 좀. 이런 것이 저한테 자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 죠. 사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신춘문예에 응모할 수도 없고 말이죠. 차익종: 그런 장애 요인을 어떻게 넘으셨는지 궁금하군요. 안정효: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학원사에서 장편 소설을 공모한 것이죠. 차익종: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문인들의 등단은 신춘문예가 주 통로였고, 작품 도 주로 단편이었지요? 그러니 장편 소설 공모는 좀 이채로운 일이었겠군요. 안정효: 그렇죠. 우리 문단에서는 주로 단편으로 신인을 배출하는데 저는 장 편만 썼거든요. 마침 장편 소설 공모가 되었으니 좋은 기회라고 느꼈어요. 문제는 학원사의 번역도 제가 많이 했기 때문에 웬만한 직원들은 내 원고지 필체까지 안단 말이에요. 궁리 끝에 사람을 고용해서 타이프로 원고를 치고 우리 어머니 성함으로 응모했지요.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될 뻔했어요. 차익종: 될 뻔했다. 라니요? 안정효: 그때가 서슬 퍼런 군사 정권 치하였잖아요? 심사를 맡은 이문구, 이호철 두 분이 제 작품을 당선작으로 추천했어요. 그런데 학원사에서 이곳 이 사람 127

이 작품 당선시키면 우리 다 잡혀간다. 며 반대를 했단 말이죠. 두 분은 버텼대요. 이게 아니면 당선작 못 낸다! 결국 공모 첫 회에 당선작을 못 내고 끝나 버렸죠. 심사평을 보니 국내외 전쟁문학을 많이 봤지만 이 런 작품은 처음 이라거나, 핍진의 문학 이니 하면서도 사정상 당선작 에서 제외한다. 라고만 썼더라고요. 얼마 있다가 두 분이 저한테, 아니 우리 어머니한테 편지를 보내왔 어요. 실천문학 에 연재를 한 후에 책으로 내자는 제안이었어요. 그때 가 실천문학 이 계간지로 바뀔 때라 뭔가 큰 물건이 필요한데 이 소 설이 딱 맞는다고 판단을 한 것이죠. 저는 심사평에서는 칭찬을 받았는 데 당선이 되지 않아 억울한 심정이어서 그분들의 제안에 응하게 되었 죠. 제가 직접 이문구 선생한테 전화를 걸어 그 작품이 바로 제가 쓴 것이라고 했더니 얼마나 놀라던지. 이호철 선생은 이런 생각이 떠올랐 더래요. 아, 이름이 낡았네! (웃음) 그렇게 엉뚱하게, 우여곡절을 겪으 면서 작가가 된 것이죠. (이후 그는 꾸준하게 작품을 출간했다. 등단 작품인 전쟁과 도시 ( 하얀 전쟁 으로 제목을 바꿈.)를 비롯해서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할 리우드 키드의 생애 가 대표적이며 모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최근에 는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대작 소설인 솔섬 을 내놔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대표작 하얀 전쟁 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 는 영어로 발간 해서 해외 문학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일본어 베트남어 덴마 크어 폴란드어 등으로 다시 번역되었다.) 차익종: 결국 소설가가 선생님의 출발점이자 본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 겠습니다. 안정효: 그렇죠. 본래는 소설을 쓰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작가들이 번역을 많이 합니다. 닥터 지바고 를 쓴 파스테르나크도 번역 12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을 상당히 많이 했지만 소설가라고만 하잖아요? 저는 소설부터 썼지만, 발표가 늦었으니까 번역가라고 각인이 된 것이죠. 영어 소설과 한국 소설은 별개의 작업 차익종: 이중 언어 작가이신 셈인데요, 작품 세계는 비슷하겠죠? 안정효: 제 작품 세계는 비슷하죠. 차익종: 영어로 소설을 쓸 때와 우리말로 소설을 쓸 때는 서로 어떤 차이 가 있을까요? 안정효: 완전히 다르죠. 하얀 전쟁 은 우리말로 먼저 썼고, 은마는 오 지 않는다 는 영어로 써 놓은 뒤 다시 우리말로 썼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두고 번역을 했다 고 했는데, 저는 번역했다고 하지 않아요. 우리말 로도 쓰고 영어로도 썼다고 해요. 서로 완전히 달라요. 우선 대상이 다르고 인식이 달라요. 우리말로 쓸 때에는 정치적인 문제로 못 쓰는 경우가 있었잖아요. 오죽하면 하얀 전쟁 은 당선을 안 시켰겠어요. 이문구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의 전쟁 문학은 공 산군 무찌르고 태극기 휘날렸다. 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외국에서 는 그렇지 않아요. 또 우리는 분단 문학을 중요시하지만 외국에서는 그 렇지 않습니다. 한국이 분단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사실일 뿐 그 들은 거기에 대해 고민하거나 감동하거나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 사 람들에게 필요 없는 이야기는 잘라야죠. 단어나 표현도 달라요. 예를 들어 동식물 이름이나 풍경을 묘사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데 영어로는 그러기 어려운 경 우가 있어요. 가령 우리말로는 백설 한 단어면 되는데, 영어로 할 때 에는 그렇지 않죠. 은마는 오지 않는다 는 덴마크어로 번역이 되었는 데, 덴마크 번역자가 직접 편지를 해서 flower card 가 뭐냐고 물었어요. flower card 는 화투예요. 설명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화투 한 장 이곳 이 사람 129

을 직접 보내 줬죠. 이렇게 말로 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죠. 또 우리말로 쓸 때는 사자성어를 써서 한 방에 찡하게 할 수 있지 만 영어로 할 때에는 여러 마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 생략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전부 새로 쓰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내용도 다르고 구조도 달라져요. 스킨십? 영어가 아니라 가짜 영어가 문제 차익종: 이제 우리말에 관한 이야기로 나와야겠네요. 안정효: 번역 이야기부터 할게요. 저는 번역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말에 없는 단어 외에는 가능하면 영어를 안 쓰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엘리 베이터를 엘리베이터로 쓴 적이 없어요, 승강기라 합니다. 한 가지 안 되 는 단어가 있는데, 호텔 이죠. 큰 여관, 장급 여관이니 할 수 없으니까 호 텔로 하죠. 이건 일종의 고유 명사로 받아들였죠. 그 단어 이외에 영어 단 어를 그대로 쓴 적은 제 기억에 없어요. 하여튼 우리말에 이미 있는 단어 를 굳이 영어로 대신하는 것은 원래 싫어했고, 안 썼죠. 차익종: 어설픈 외국어나 외래어가 더 문제라는 말씀이지요? 안정효: 그럼요. 요새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영어는 80퍼센트가 영어가 아녜요. 가짜예요. 예를 들어 스킨십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도 없 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끼리는 다 알아들어요. 그게 어째 영어예요? 차익종: 불필요한 것 이외에는 쓰지 말자는. 안정효: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도에 따라서, 절대 어쩔 수 없는 경 우 외에는 영어 단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죠. 왜냐하면 번역이란 곧 우리말로 옮기는 일인데, 거기다 영어 단어를 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정 할 수 없을 때에는 괄호 안에 원어를 집어넣고 풀이를 달아 주는 식으로 작업을 했죠. 13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음차 표기가 곧 우리말은 아냐 안정효: 한글로 표기한 것과 우리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글로 썼다고 해서 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음차를 하는 것은 곤란합니 다. 외래어란 정말 선별적으로 골라서 써야지 아무 단어나 한글로 써 놓 고 이걸 외래어다 하면 안 되죠. 차익종: 요즘에는 또 새로운 영어 아닌 영어가 등장했습니다. 한나라당 은 패닉 모드, 민주당은 당 대회 모드에 돌입했다. 는 등. 안정효: 저는 우리말을 훼손시키는 주범이 텔레비전, 그 다음이 신문이라 고 생각해요. 왜 그러겠어요? 근사해 보이려는 욕심이죠. 가령 모기지론 이란 말을 쓴단 말이에요. 저는 곤충에 대한 학문인가? 했다니까요(웃 음). 알고 보니, 담보 를 말하는 mortgage 였어요. 그냥 부동산 담보 대 출 이면 되는데 말이죠. 텔레비전에서는 자기가 근사해 보이려고 알지도 못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고, 신문에서는 알기는 좀 아는데, 새로운 말을 자기가 안다고 과시하려는 욕구에서 그러는 것 같아요. 우스운 일이 있어 요. 어느 신문에서 요즘 미국에선 가차 문화 가 유행한다. 라고 쓴 적이 있어요. Gotcha!"라고, 속았지롱. 하는 뜻으로 유행한다는 거예요. 그 런데 사실은 원래 그런 말이 있었어요. 수십 년 전부터 유치원 애들도 메롱 할 때 쓰는 말인데, 이 기자가 처음 듣고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 말이 유행한다. 라고 썼으니. 차익종: 자랑이 망신이 되는 경우군요. 안정효: 자기가 처음 들었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처음 듣는 것은 아니거 든요? 차익종: 그래서 가짜영어 사전 이란 책을 쓰셨죠. 안정효: 본래 영어 길들이기 같은 번역 지침서를 쓸 때 일본식 영어 빤쓰 는 본래 panties 라거나, 파이팅 은 잘못된 말이라거나 하는 이야기 를 조금씩 쓰긴 했죠. 이런 내용으로 따로 한 권을 만들 자신은 없었어요. 이곳 이 사람 131

백 페이지도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너무 많았어요. 차익종: 결국 1천 페이지나 되었죠! 안정효: 기왕 나온 얘기지만, 영어 가르치는 기관을 자처하는 교육방송 (EBS)에서 아예 보카 라는 말을 씁니다. vocabulary 를 잘라서 쓰는 말인 데, 사전을 찾으면 vocab-에서 분철이 돼요. 그러니까 굳이 잘라 쓰고 싶으 면 보캡 이라고 해야죠, 교육방송이 음절을 어디서 잘라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죠. 미드 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drama)의 d 로는 음절이 안 되잖아요. 차익종: 안타까우시겠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다 통할 수 있는데 안정효: 화가 나죠. 국어로 하면 다 통할 걸, 왜 저렇게. 결국 개념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영어를 쓰면 서로 무슨 얘긴지 알지도 못하는 거죠. 가령 아이러니 라는 말을 마구 쓰는데, 그러면 제가 사람들한테 그 말이 우리말로 뭐냐고 물어보죠. 얼른 대답들을 못해요. 영어에서 비 꼰다 는 의미를 경우에 따라 여러 단어로 표현하잖아요? irony, satire 등 등. 그런데 모든 것을 아이러니하다 하니까, 그냥 막연하게 머릿속에 들 어 있는 거예요. 막상 우리말로 뭐냐고 물으면 모르죠. 왜 그러겠어요? 우리말 개념이 없으니까 그렇죠. irony를 우리말로 쓴다면, 비꼰다, 풍자 한다, 빈정거린다 에 다 해당돼요.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세 가지가 다 달 라요. 우리말에서부터 이걸 구별하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머릿속에 들어 가 있으면 구별해서 쓰지 못하죠. 차익종: 그러면 어떻게 옮겨야 하나요? 안정효: 경우에 따라 다르죠. 꼭 한 단어를 한 단어로 옮길 필요가 없어요. 비꼬아서 말한다, 비꼰다, 빈정거린다 등등. 흔히 멋이라는 단어가 영 어에는 없다. 라고 하는데, 없기는 왜 없어요? 그 단어가 여러 개로 있는 것이죠! 모든 경우에 통하는 단 한 단어를 찾으려니까 없죠. She got a 13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class. 에서는 class 가 멋 이에요. It's stylish. 에서는 style 이 멋이에요. 경우에 따라서 단어가 달라지는 것이죠. 보통 사람의 살아 있는 말이 나의 사전 차익종: 적절한 우리 단어를 찾는 품이 많이 드실 텐데, 사전도 많이 참조 하시겠군요. 안정효: 물론 글을 쓰려면 사전이 많이 있어야 되죠. 번역을 하기 위해서도 몇 십 가지 사전이 있어야 하죠. 그렇지만 우리말 표현은 사전에서 찾는 게 아녜요. 작품을 많이 읽는 게 좋고, 또 살아가면서 여기저기서 찾아야죠. 차익종: 여기저기서 찾는 비결이 따로 있으십니까? 안정효: 오며가며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귀 기울여 자세히 들으면서 아, 사람들의 어법이 어떻구나. 하는 것이죠. 이번에 발표한 솔섬 은 옹진군 이 무대인데, 강화 쪽 아녜요? 제가 주말마다 강화도에 낚시 다닌 지 30년 이 됐는데, 그곳 사람들은 어미를 -껴 로 쓰더군요. 그런 것을 신경 쓰죠. 차익종: 사실 습작 시절에 우리말 사전을 달달 외웠다든지, 최현배 선생 의 우리말본 을 봤다는 작가들이 적지 않던데요, 선생님은 실제 한국인 들이 구사하는 살아 있는 언어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편이군요. 안정효: 저는 버릇이 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텔레비전을 보면, 사 람들끼리 대화를 하잖아요? 저는 그걸 들으면서 아, 이 말은 이렇게 옮 기는 게 좋겠구나. 하며 동시통역을 해요. 그리고 주말 새벽마다 낚시를 가러 새벽 첫 지하철을 타는데, 거기 탄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은 직업 이 뭘까, 성격은 어떨까? 이런 상상을 하며 연구를 하죠. 그리고 사람들 끼리 하는 말에서 신기한 단어나 재미있는 표현이 나오면 저걸 써먹어 야겠다. 하고 담아 놓죠. 사전 단어 외우기보다 훨씬 낫죠. 차익종: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해도 다 기억하시기는 어려울 텐데요. 안정효: 적어 놓죠. 이곳 이 사람 133

차익종: 그 자리에선 안 하시겠죠? 안정효: 그 자리에서 해요. 저는 낚시 가는 옷, 외출하는 옷, 이런 데 전부 따로 메모지를 넣어 놨어요. 그 자리에서 전부 적어 놔요. 걸어가면서도 적죠. 차익종: 그만큼 생생한 표현이 나올 수 있겠군요. 안정효: 노력의 덕분이죠. 임영웅 선생 부탁으로 희곡을 번역한 적이 있 는데, 배우들이 읽어 보니까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라며 감탄했다고 해 요. 제가 평소에 연구를 해서 깨우친 덕이죠. 몸에 배도록 노력하다 보니 까 나중에는 저절로 되더라고요. 요즘 작가들의 작품이나 방송 언어에서 보면, 이랬다가는 죽을 수 도 있습니다. 라는 표현이 많은데, 영어 can be 에서 왔겠죠. 저는 그 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믿어요. 우리말에서는 수 가, 어떤 묘수, 방법 등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단 말예요. 그래서 이걸 먹으면 병에 걸 릴 수도 있습니다. 보다는 이런 것을 먹으면 병에 걸릴지도 모릅니 다. 가 우리말에 맞거든요. 이렇게 안 따지는 작가도 많아요. 차익종: 서울 마포 출신이신데, 다른 지방 방언에도 관심을 가지시겠군요. 안정효: 방언하고 역사는 좀 그러네요. 예전에 동아일보에서 역사 소설 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제가 싫다고 한 적이 있어요. 왜냐면 저는 뭐든지 직접 관찰해서 분명히 알게 된 만큼만 쓸 수 있어요. 5공화국에서 한 일 중 뭐가 진실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삼백 년 전 사람들이 신발 속에 무얼 어떻게 신었는지 알 수가 있겠냐, 난 자신 없어서 못 쓰겠다고 했죠. 방언도 그래요. 제 소설에는 방언이 안 나와요, 이제부터 배운다는 건 말도 안 돼요, 그 대신 이런 방법을 쓰죠. 예를 들면 은마는 오지 않는다 는 소설에 경상도 여자가 나와요. 이 사람 대사를 서울말로 쓴 다음에 경상도 출신 친구한테 경상도 말로 번역해 달라고 했죠(웃음). 학동의 전설 이라는 단편을 썼는데, 무대가 어디냐면 전라도 고흥이 에요. 사건이 고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직접 고흥에 가서, 고흥 사람 들한테 여기 말로 바꿔보라고 했죠. 거기서는 저수지 를 저수 라고 하 13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더라고요. 또 경상도 사람들은 앞전에 라고 한다지만, 실제로는 대구에서 주로 쓰고 부산에선 안 쓴다네요.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솔섬 배경이 된 강화도는 제가 30년 동안 매주 낚시하러 갔으니까 이제 그 곳 말은 알아들을 만도 하죠. 차익종: 결국 정확성과 객관성을 추구하시는 것이군요. 항상 확인을 하시 는 습성이 있으시고요. 안정효: 글 쓰는 사람이 독자에 대해 짊어지는 의무죠. 제가 쌀장수라면 맛있는 쌀을 어디서 구해서 얼마나 말리고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 연구 해야 하잖아요?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죠. 제가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쓰 면 안 되겠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idea 였어요. I have a good idea. 라 는 문장을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라고 옮겨도 알아듣긴 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안 하잖아요? 좋은 수 가 있어. 라고 하죠. 이 수 가 바로 idea'란 말예요. 그런데 영어사전 풀 이에는 수 가 안 나와요. 사전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하는 대화에서 찾 아내야죠. 번역하려면 그런 작업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익종: 번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번역어투 가 화제가 되곤 하는데 요, 역시 실제 한국어에 나오는 표현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 겠습니다. 안정효: 그렇죠. 영어의 수동태, 복수 표현을 우리말에 그대로 가져올 수 없잖아요? 일인칭 주어를 일일이 살린다거나 소유격을 똑같이 구사해도 곤란하죠. 문장 구조 자체도 달라져야죠. My arm is long. 은 나의 팔 이 길다. 가 아니라 나는 팔이 길다. 라고 해야죠. 차익종: she'는 어떻게 옮기시나요? 안정효: 거의 등장인물 이름으로 바꿔 쓰죠. 정 할 수 없어서 그녀 라고 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이름을 직접 쓰거나 여자가 말했다 라는 식으 로 쓰죠. 이곳 이 사람 135

논리적이고 정확한 문장, 감칠 맛 도는 문장 차익종: 글쓰기 책도 쓰셨는데, 좋은 문장의 기준을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안정효: 말이나 글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나, 배고파. 정도만 하면 굶 어죽진 않는단 말예요. 그런데 공문서를 쓴다거나 하면 문자 쓴다. 라고 하잖아요? 나 배고파. 정도로는 안 되고, 2단계, 그러니까 논리적이고 정확한 어휘를 구사할 필요가 생기죠. 문학적인 글은 또 다르겠죠. 어휘 의 풍경이나 맛을 따지고, 어원도 생각해야죠. 이 말이 어느 단어에서 나 와서 감칠맛이 이렇게 생긴다 등등, 단어에 들어 있는 맛이나 빛깔까지 고려해서 구사해야 문학적인 글이 되죠. 2단계부터는 어휘력이 그만큼 강해야 합니다. 어휘가 풍부하면 선택 의 범위가 넓어지죠. 워낭 소리 라는 영화가 성공하기 전까지 사람들 은 워낭이 뭔지 몰랐어요. 영어에서는 그걸 cow bell 이라고 하는데, 이 말을 쇠방울, 쇠종 으로 번역하면 곤란하죠. 워낭 이라는 단어가 따 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실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따로 있는 법이니까. 그걸 모르면서 쇠방울, 쇠목에 달린 방울, 떨렁 쇠 라고 짓는다면 뜻은 통하지만 사실에서 멀어지죠. 어떤 사회나 계층 에서 쓰는 정확한 단어를 찾아 써야 문장의 수준이 높아지는 법이죠. 차익종: 그러니까 수준 높은 번역일수록 우리말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겠 습니다. 안정효: 저는 번역이든 창작이든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에 주의를 기울였 어요. 단어 하나를 쓸 때에도 흔하지 않은 단어를 선택하려 했죠. 똑같은 단어가 한 문장에 둘 들어가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죠. 심지어 한 문장 에 옆으로 가는 도로는 처럼 같은 토씨가 둘 이상 들어가면 안 돼요. 이 런 것은 전부 피하죠. 차익종: 하나는 조사고 하나는 어미인데도 철저히 따지시는군요. 안정효: 의식적으로 이런 노력을 하면 어휘 실력이 늘어나죠. 그리고 요 13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즘 사람들의 언어는 제가 자랄 때 언어와 많이 달라요. 그래서 제가 어렸 을 때 들었던 단어들을 가능하면 살려서 쓰려고 하죠. 마치 피가 잘 돌면 생기가 생기고 활력이 넘치는 것과 같죠. 차익종: 연구에 가까운 일이군요. 안정효: 연구를 해야 하죠. 연구를 안 하니까 못하지요. 아주 사소한 것에 서 시작이 돼요. 조그만 단어 하나를 바꾸면 눈에는 안 띄지만 독자의 오 감을 자극할 수 있죠. 정지영 감독도 그러던데, 제 소설을 보면 영화를 보 듯 눈에 확 들어온다는 평이 많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눈에 보이느냐는 모르지요. 제가 그렇게 느끼도록 쓰니까 그렇지요. 저는 설명을 해도 오 감을 자극하는 쪽으로 바꿔 쓰려고 하죠. 옆집에 이사 온 여자는 예쁘 다. 라고 쓰기보다는, 그 여자에게선 비누 냄새가 난다. 이러면 벌써 그 한마디에, 어떤 여자인지 떠오르지 않겠어요? 간결한 글쓰기가 최고 차익종: 글쓰기 만보 에서 있다, 것, 수 없애기 훈련을 소개하셨지요. 안정효: 맞아요.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고 있 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웃음) 문장이 지루해지고 지저분하잖아요. 똑 같은 말, 쓸데없는 표현을 반복하면 곤란해요. 했다 고 쓰면 압축이 되 니까 문장에 힘이 생겨요. 이화여대에서 문학 번역을 가르칠 때 3개월 동 안 그것만 가르쳤어요. 있다, 것, 수 하나씩 나올 때마다 3점씩 깎았어요. 열 개면 70점이 되니까, 자칫하면 낙제 선까지 내려가죠. 3개월이 되니까 학생들도 모르는 사이에 문장 실력이 좋아졌어요. 차익종: 그 책은 오래 전부터 구상하셨나요? 안정효: 대학교 다닐 때 영어로 된 문장 작법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요. 당시 우리 문학 입문서들은 글쓰기 방법은 안 가르쳐 주고, 작가란 무엇 이냐, 작가의 역사적 사명이 무엇이냐, 하는 얘기만 늘어놓더라고요. 근 이곳 이 사람 137

데 영어 작법을 보니, 가령 루돌프 플래시의 책을 보면, 문장은 어떻게 간 결하게 쓰고, 동사는 어떻게 활용하고 관계 대명사 that, which 중에서 왜 that을 써야 하는지 가르쳐 준단 말예요. 그런 내용이 진짜 도움이 되었죠. 그 이후 글쓰기에 대해 계속 느끼고 실천해 본 내용의 일부를 책으 로 펴냈죠. 워낙 오랫동안 생각해 온 내용이라 책이 두꺼워요. 지금 책 이 700페이지인데, 그나마 200페이지를 잘라 내서 덜어 냈죠. 차익종: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수 등은 저도 평소에 많이 느꼈던 문제 인데, 실제로 이렇게 정확히 지적해 준 글쓰기 책은 거의 없었죠. 안정효: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밀하게 작업하는 노력이 작 가의 사명감에 대한 강의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죠. 초창기에 제가 번역한 작품에는 있을 수 있는 것 이 많이 나옵니다. 개역을 하면서 계속 고쳐나 가죠. 그렇지만 새로 쓰는 작품에는 이제 그런 표현이 거의 안 나옵니다. 시계공처럼 정밀하게 차익종: 초고를 쓰실 때부터 굉장히 노력을 많이 기울이시는데 퇴고나 교 정 때도 그러시겠지요? 안정효: 처음에는 영감에 따라서 우선 좍 쓰잖아요? 일단 써 놓고 나면 시 간을 많이 가져요, 밀어 놓고 하룻밤을 잔다거나 며칠 후 다시 읽어 보면 서 문장에서 그때의 감흥을 빼 버리는 거죠. 감흥은 이제 필요 없으니까. 문장을 놓고 들여다보죠. 시계 수리하듯이. 이 단어가 여기에 맞나? 더 좋은 말투가 없나? 어순은 이렇게 하면 되나? 특히 주의하는 일이 뭐냐면, 우리말은 주어와 동사가 서로 멀리 떨어져요. 나는 포도를 이 러저러하게 주워서 그 사람한테 주었다. 이렇게 되죠? 그래서 문장이 아주 길어지면 나중에 이 동사의 주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의도적으로 주어를 뒤로 가져가죠. 여기서 포도를 이러저 러하게 주워서 내가 그 사람한테 주었다. 이렇게 하면 문장이 선명해 13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지죠. 그렇게 계산을 해요. 문장을 놓고 레고 게임하듯이 맞추죠. 굉장 히 기계적인 작업이죠. 그런데 작업은 기계적인데, 해 놓고 보면 오히려 문장이 더 생동감 이 나요. 이 단어는 쓸데없이 들어갔구나, 이걸 어떻게 없애면 좋을 까. 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면 문장이 더 부드러워지죠. 차익종: 시계 수리에 비유를 하시네요. 작가는 시계장인 같은 사람인가요? 안정효: 그만큼 정밀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작업을 마치 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교정지가 나오는 데 한 달 이상 걸리잖아요? 교정지를 받으면 또 새로운 눈으로 보죠. 아, 여기가 겹치는구나. 하고. 시계 수리하듯이 다시 또. 작가는 말의 스승이 되어야 차익종: 우리말 생활에서 작가나 번역가의 역할이라면 무엇일까요? 안정효: 말이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빅토리아 시대에는 책이 귀하 니까 소설은 여럿이 둘러 앉아 한 사람이 읽어 주면 같이 들었었는데, 그 때 영어 문장과 20세기 헤밍웨이 작품의 문장은 달라요.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남아서 체통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옛 날에는 아나운서를 스승으로 생각했잖아요? 번역하는 사람도 스승이 되 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말을 가르치는 일이고 작품을 소개해주는 활동이 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도 연구를 해야 하죠. 직업의식이랄까! 차익종: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곳 이 사람 139

어원 탐구 포개다, 달포, 해포 의 어원 김무림 강릉원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포개다, 달포, 해포 등의 어휘에서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음운적으 로는 포개다 의 포 와 달포, 해포 의 포 가 동일한 모습입니다. 그렇다 면 이 경우의 포 는 의미적으로 같은 것일까요? 오늘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포개다, 달포, 해포 등의 어원을 살펴보면서, 이들 사이에 개재한 어원적 공통성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국어사전에 정의 된 포개다, 달포, 해포 의 뜻을 소개합니다. 포개다, 달포, 해포 의 정의 포개다: 동사 1 놓인 것 위에 또 놓다. 2 ( 을) 여러 겹으 로 접다. 달포: 명사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해포: 명사 한 해가 조금 넘는 동안. 포개다 는 접시를 포개어 놓다. 이불을 포개어 쌓다. 등과 같이 위 의 정의 중에서 주로 1번의 뜻인 놓인 것 위에 또 놓다 의 의미로 사 용됩니다. 달포 와 해포 는 달포가 지나서야 돌아왔다. 해포 만에 뵙습 어원 탐구 141

니다. 등과 같이 사용되지만, 해포 는 근래에 잘 쓰이지 않는 말입니 다. 포개다, 달포, 해포 등에 나타나는 포 는 어원이 같습니다. 포 는 중세 국어 다 의 파생 형태에서 온 말이며, 근대 국어 시기에도 다 란 말이 사용되었습니다. 만약 다 가 현대 국어 시기까지 이어졌 다면 그 형태가 파다 가 되었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다 는 근대 국어 시기에 사어( 死 語 )가 되어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2 포개다, 달포, 해포 등의 용례를 중세 국어 및 근대 국어의 옛 문헌 에서 찾으면, 그 역사적 소급 형태는 다음과 같이 포가히다, 포, 포 등입니다. 옛 문헌에 나타나는 포가히다, 포, 포 두 衽 이 서 포가힌 圖 ( 兩 衽 相 疊 之 圖, 가례언해 도 9) 나도 못 뵈안 디 포 되오니( 숙종언간 9) 포 미류 신 증셰예 침식을 못 오시고( 계축일기 11) 포가히다, 포, 포 등에 나타나는 포 를 형태소로 분석하면 -+ 오 입니다. 옛 문헌에 쓰인 다 의 용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 문헌에 쓰인 다 포 오 안 며( 삼강행실도 효자 2) 디나며 파( 經 年 累 月, 불정심다라니경언해 중 7) 그리 나간 디 날이 니( 인선왕후 언간 ) 14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중세 국어에 사용된 다 는 거듭되다/거듭하다[ 重 疊 ] 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포 오 는 겹쳐 깔고 의 뜻이며, 이 경우의 포 는 -+오 (부사화 접사) 의 구조로 분석됩니다. 파 는 달[ 月 ]이 거듭되어, 달 을 거듭하여 의 뜻이며, 이때의 파 는 -+아(어미) 로 분석됩니다. 날 이 니 는 날[ 日 ]이 거듭되니, 날을 거듭하니 의 뜻이며, 니 는 -+니(어미) 로 분석되어, 어간 모음이 탈락하지 않은 온전한 어간 - 를 보여 줍니다. 다 는 근대 국어 후기에 사어( 死 語 )가 되어 이제는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현대 국어에서는 포개다, 달포, 해포 등의 어휘 에 그 형태가 화석화되어 남아 있습니다. 포개다, 달포, 해포 를 중세 국어 형태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으며, 원래의 어원적인 의미 도 함께 보이겠습니다. 현대 국어 달[ 月 ] 과 해[ 年 ] 의 중세 국어 형태 는 각각 과 입니다. 포개다, 달포, 해포 의 어원적 분석과 의미 -+오+가히다: 거듭하여 개다 + -+오: 달이 거듭되어, 달을 거듭하여 + -+오: 해가 거듭되어, 해를 거듭하여 현대 국어 포개다 는 포가히다>포가이다>포개다 의 변화를 겪었으므 로, 모음 사이에서 ㅎ 이 탈락하고 음절 축약이 일어난 것입니다. 앞에 든 문헌인 가례언해( 家 禮 諺 解 ) (1632)에 포가히다 가 나타나지만, 또 한 左 右 ㅣ 서 포개게 야( 가례언해 6, 2) 와 같은 용례가 나타 나므로, 당시에 이미 ㅎ 이 탈락한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 다. 달포, 해포 는 포>달포, 포>해포 의 변화에 의한 것이므로, 근 대 국어 시기에 진행된 >아 의 변화가 일률적으로 해당 어휘에 적용 된 것입니다. 근대 국어 시기에 는 제1 음절에서 아 로 바뀌고, 제2 음절 이하에서는 으 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 변화 양상이었습니다. 어원 탐구 143

포, 포 의 는 제1 음절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아 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현대 국어 포개다 는 옛 문헌에 쓰인 포가히다, 포개다 의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 국어의 달포 와 해포 는 앞에 보인 바와 같이 옛 문헌의 용법과 차이가 있습니다. 중세 국어 및 근대 국어에서 포 와 포 는 한자어로 풀면 누월( 累 月 ) 과 누년( 累 年 ) 에 해당됩 니다. 누월( 累 月 ) 과 누년( 累 年 ) 은 여러 달 과 여러 해 를 뜻합니다. 그러나 현대 국어의 달포 와 해포 는 각각 월여( 月 餘 ) 와 세여( 歲 餘 ) 에 해당됩니다. 즉 달포 는 한 달 남짓 의 의미로, 해포 는 한 해 남 짓 의 의미로 각각 쓰이고 있습니다. 어원적인 문법으로 풀이하자면, 포 와 포 는 달[ 月 ]이 거듭되어, 달을 거듭하여 와 해[ 年 / 歲 ]가 거듭되어, 해를 거듭하여 등이므로, 그 다음에 연결되는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 副 詞 ) 입니다. 그러나 현대 국 어에서는 앞에 보인 국어사전의 정의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달포 와 해포 는 모두 조사가 붙을 수 있는 명사( 名 詞 ) 이므로, 중세 국어 및 근대 국어에서 부사 였던 것이 현대 국어에서 명사 로 바뀐 문법적 인 변화도 수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지금까지 현대 국어의 포개다, 달포, 해포 의 세 어휘를 대상으로 어 원 설명을 하였습니다. 개다, 달, 해 등은 현대 국어에서 여전히 쓰이 고 있는 말이지만, 여기에 붙어 있는 포 는 그 정체를 알기 어렵습니 다. 포 는 중세 국어 다 의 어간 - 에 부사화 접미사 -오 가 붙어 서 된 말이며, 다 는 근대 국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그러므로 포개 다, 달포, 해포 의 공통 요소인 포 는 살아 있는 형태가 아닌 죽은 형태 14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로서, 일종의 화석화된 형태입니다. 비록 현대 국어의 어휘 속에 남아 있긴 하지만, 생명을 잃고 화석화 된 형태는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살아 있는 다른 형태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견디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존재가 능동적 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달포 와 해포 의 경우에서 볼 수 있 는 것처럼 인접한 주위 말의 영향을 받아 쉽게 그 용법과 의미가 바뀔 수 있습니다. 어원론은 이러한 화석화된 형태에 관심이 많습니다. 화석 을 캐내어 분석하여 원래의 옛 모습을 복원시켜 오늘의 독자에게 소개 하는 작업입니다. 달포 와 해포 를 원래의 용법과 의미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아마 아쉽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화석을 잘 분석하고 이해했다고 해서 그 화석을 현대의 생물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는 일 입니다. 달이 거듭되고 해가 거듭되어도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 습니다. 어원 탐구 145

참고 문헌 김무림(2004), 국어의 역사, 한국문화사. 김민수 편(1997), 우리말 어원사전, 태학사. 유창돈(1973), 어휘사 연구, 선명문화사. 21세기 세종계획(http://www.sejong.or.kr): 한민족 언어 정보 검색 기타 자료 문헌 및 사전은 본문을 참조. 14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우리 소설 우리말 숲과 짐승,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유토피아 숲의 왕 에 나타나는 생태 의식 한혜경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문학평론가 1. 봄, 생명의 탄생 봄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 다. (<봄>)라고 고( 故 ) 이성부 시인이 노래한 봄이다. 겨우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던 땅을 뚫고 연둣빛 새순이 고개를 내 밀고 있는 것을 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얼어붙어 있던 산과 들에 부드러운 봄의 입김이 흐르고 푸르른 색채가 입혀질 때 사 람들은 봄의 생명력을 한껏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연의 질서가 파 괴되어 더 이상 봄이 오지 않는다면, 또는 봄다운 봄을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면 어떠할까? 상상만 해도 두렵지만, 멸종되는 동식물의 수가 늘어나고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생태계가 교란되어 가 는 시점에서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문학의 영역에서 환경과 자연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서구의 경우, 1950년대부터이다. 서구에 비해 산업화가 늦은 우리나라는 1990 년대 들어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후 녹색 문학, 환경 문학, 생명 문학, 생태 문학 등 다양한 용어들이 등 우리 소설 우리말 147

장했고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이 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 김영래의 숲의 왕 (2000)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 나 자연과의 동화( 同 化 )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로, 제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동서양의 신화와 철학 사상을 예 화로 들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의 신성함을 지키려는 자들의 이야 기를 풍부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숲과 짐승,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축복 받은 정원을 통해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파헤쳐져 신음하고 있는 우리 산하를 돌아보게 한다. 2. 숲의 형제단, 생태 낙원을 꿈꾸는 자들의 공동체 강원도 기린이라는 곳에 에피쿠로스의 정원 이 있다. 평창 나들목을 지나 국도를 따라 다섯 시간 넘게 우회를 해야 나타나는 이곳은 신화 속의 공간 같은 느낌이다. 숲 사잇길로 한참 가야 나타나는 공간. 이 킬로미터 가량 계속되는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또다시 활엽수림의 긴 터널이 이어지고 그 어귀에 비로소 정원의 입구가 나타난다. 정원의 입구에는 에피쿠로스의 정원 이라고 새겨진 현판이 있고 기 둥 한 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진 편액이 붙어있다. 누구나 들어와도 되나 아무나 들어와선 안 되나니 이곳은 침묵과 가난과 겸양과 기도의 자리 한 잔의 물 한 움큼의 낟알로 하루를 나나 사랑은 한 두레박 감사는 한 가마니인 곳. 모두의 것이자 누구의 것도 아닌 정원. - REX NEMORENSIS 14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REX NEMORENSIS 는 숲의 왕 을 뜻하는 라틴어인데, 위의 내용 은 이 정원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잘 보여준다. 숲의 형 제단 으로 불리는 이 공동체는 정원의 주인인 정지운을 포함해 모두 7 명의 남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업가로서 산업 폐기물 수입에 반대하고 환경 정보에 관한 자료를 보유할 수 있는 정보 센터를 건립하는 등 중요한 환경 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정지운, 토목기사였으나 식물의 일대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만들 고 숲에 합류한 성준하, 환경 단체에서 일하던 박성우, 목수였던 가문비, 가인( 歌 人 )이었던 오르페, 폐가전제품을 수출해 큰돈을 벌다가 어느 날 서울의 하루 라는 통계 자료를 접하고 새 삶을 모색하려 이곳을 찾은 깡 통 등. 이들은 각기 살아온 역정은 다르지만 이곳이 삶의 귀착지라는 사 실을 깨달은 순간 맨발로 흙을 밟고 서기로 결심한 자들이다. 그리고 정원에서 좀 떨어진 마을에서 기거하며 농사와 숲의 모두를 관장하는 산지기 임 노인과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대신 새들의 노래를 알아듣는 그의 아들 성치( 聖 痴 ), 당나귀 플라테로와 가문비의 친구인 수퇘지 다루, 이외에 많은 짐승과 꽃, 나무가 있다. 이곳의 삶은 단조롭다. 빛이 있는 동안은 누구나 함께 일을 하며 새 벽이나 해가 진 뒤에는 각자 자유롭게 보낸다. 밥과 국, 두세 가지의 반찬으로 식사를 하며 육식은 피하고 물과 과일이 유일한 간식이다. 숲과 사람과 짐승이 한데 어우러져 아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이 곳에서는 말없이 주고받는 시선으로 교감이 가능하다. 외모도 이들의 삶과 식탁처럼 정갈하다. 정지운은 보통 사람보다 이 삼 도쯤 체온이 낮아 보일 정도로 안색이 창백 하지만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눈과 입 언저리에 새겨진 잔주름들이 웃음의 숨길 수 없는 곡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음 성은 부드럽고 물처럼 듣는 사람을 감싸는 데가 있다. 체구는 아주 왜 우리 소설 우리말 149

소하지만 몸가짐은 단정하고 무엇엔가 사로잡힌 사람이 뿜는 광채로 인해 사람을 사로잡는 데가 있는 눈빛 을 하고 있다. 된서리가 내린 머리, 깎은 듯 만 듯한 거친 수염 의 준하는 늘 딴 세상에 젖어 있는 듯한 표정 으로 언제 보아도 범접하기 힘든 사람으로 보인다. 1미터 50이 조금 넘는 가문비, 작은 체구에 소심해 보일 정도 로 조신한 성우 등, 후에 합류하는 늑대청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왜소하고 말수가 적으며 정적인 인물들이다. 3. 식물적 유토피아, 평화와 우정의 세계 숲의 형제단의 대화나 성우의 일기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는 형제애와 우정, 평화와 같은 말들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동 식물과도 공존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형제애 와 우정 으로 표현 하면서 여러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가령, 정지운은 에피쿠로스에 대한 존경심을 우정을 존중했던 사람 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우정은 춤추면서 세상 주위를 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외친다. 일어나서 행복한 삶을 칭송하라고. 라는 에피쿠 로스의 잠언을 좋아한다. 이러한 우정의 세계는 동식물과 무생물까지 아우르는데, 멕시코의 아즈텍 족의 이야기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우 리는 모두 부모가 같다. 어머니는 대지이고, 아버지는 태양이다. 구름도 새들도, 강물과 그 안의 물고기도, 산들과 바위들도 우리의 형제이다. 이처럼 모든 존재와의 형제애와 우정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 들은 준하의 애니메이션 원고에서 식물의 이미지를 입고 나타난다. 곧 몸에 엽록소가 있어 푸른 살갗을 가진 사람들인데 바로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광합성이 가능하므로 살기 위해 다른 생물을 먹거나 다른 생명으로부터 양분을 흡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엽록소가 없는 15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흰 살갗 사람들은 식물을 먹고 동물을 죽이며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한 욕구는 더욱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한 욕망으로 변질되어 이들의 탐욕은 결국 푸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지구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 인물이 없 을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언급조차 거의 없다.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 을 형제애와 우정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 사랑이 이성애나 이성에 대한 끌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의 사랑으로 인한 갈등, 생산과 번식에 대한 관심도 등장하지 않는다. 백당나무, 흔히 불두화라고 하죠. 어때요, 물에서 갓 나온 여자의 젖가슴 같지 않은가요?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흠칫 꽃에서 손을 뗐 다. 부드럽고 서늘하고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이 감촉. 미색의 얇은 면사 뒤에서 맨살로 숨을 쉬는 듯한 어서요. 아니, 그렇게 말고, 손바닥을 동그랗게 오므리고서. 그래요. 그리곤 눈을 감아 봐요. 준하가 불두화 꽃송이를 어루만지며 성우에게 그 느낌을 설명하는 장 면으로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관능적인 장면이다. 그런데 그 관능의 대 상은 꽃이며 더 나아가 무성 식물이다. 아름답지만 무성식물인 불두화를 가리켜 준하는 수분과 번식이 불가능하니 그 자체가 탈속과 불기( 佛 器 )의 상징 이라고 말한다. 번식이 불가능한 점을 성스러운 관능으로 연 결 짓는 준하의 생각은 이들의 정원에 여성이 없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이어서 그는 내가 최초로 경험한 수음은 진달래 꽃밭에서였죠. 라고 말하며 자신의 동정( 童 貞 )은 자연에 바쳐졌다 는 표현을 쓴다. 이에서 그 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섹스가 꽃들과의 관계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 꽃에서 관능을 느끼는 것은 육체적 쾌 락이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 정신적 충일감이나 종교적 일체감을 의미하 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에는 남성 여성의 구분이 불필요하며 종족 번식마 저 필요 없다. 곧 오르가슴은 있지만 사정은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 소설 우리말 151

이렇게 볼 때 이들에게는 물질적 욕망뿐 아니라 혈연에의 집착이나 종족 번식에 대한 욕망도 부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혈연 간이 아 니라도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살면 가족이 되는 것이므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며 하 늘 아래 모든 생물과 무생물까지도 형제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정은 춤추면서 세상 주위를 돈다. 4. 숲의 왕, 숲을 지키는 자 숲과 사람과 짐승이 한데 어우러져 아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에피쿠로스의 정원. 이러한 유토피아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인근 마을이 오지 개발 사업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에피쿠로스의 정원도 와해의 위기에 놓인다. 스키장과 골프장, 호텔, 콘도미니엄 등을 갖춘 대단위 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숲의 형제단은 정원의 생일날 산신제, 나무를 위 한 위령제, 개발의 무모함을 알리는 퍼포먼스, 성명서를 낭독하고 산탈 부적을 붙이는 의식 등을 계획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가 한갓 소심 함과 패배주의적인 의식 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늑 대청년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그는 정원의 계획이 소도축업자들에 맞 서 무저항 운동을 벌이는 힌두교도들 같다 고 비판하면서 정원을 지키 려면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의 중장비의 엔진통에 흙을 쏟아 부어 공사를 방해해 왔으며 저 산을 난도질하고 있는 자들의 서울 추장을 붙잡아 머릿가죽을 벗기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장 소장의 항의와 위협이 이어지고 주민들조차 지역 발전 저해하 는 환경 단체 자폭하라. 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하는 가운데, 15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정지운의 시신이 발견되고 개발 회사의 서울 사장이 죽는 사고가 발생 한다. 결국 리조트 사업 계획이 백지화되는데, 숲의 형제단에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 균열이 생긴다. 의문의 화재로 숲이 불타면서 세 사람이 죽는 사건으로 숲의 공동체는 완전히 와해된다. 그렇다면 숲의 왕 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양한 신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숲의 왕 의 이야기는 숲의 지도자나 왕이 부족을 위해 희생된다는 기본 골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신화에 의한다면 정지운의 죽음은 숲의 왕 으로서의 희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은 그의 죽음을 의문사로 처리함으로써 명확한 언급을 피한다. 그 대신 현실적으로 숲을 가꾸고 지키는 자가 숲의 왕 이라는 사실을 소설 끝에서 암시한다. 곧 홀로 남은 산지기 임 노인이 검게 타버린 정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에서 진정 으로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가 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임 노인은 서른 살에 풀과 물의 세상을 지켜라. 라는 의미의 글자를 건네받는 꿈을 꾼 이후 고향 기린에서 산지기로 살아온 자이다. 숲의 형제단 중 지도자의 역할을 하던 자들이 떠나거나 죽음을 맞는데 묵묵 히 일만 하던 임 노인이 유일하게 남아 숲을 지키는 것은 시사적이다. 그는 불에 타 죽은 나무들 위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며 자연의 소 생력과 치유력을 발견한다. 도토리 한 알이 잿더미 속에서 딱딱한 껍질 을 벗고 견과 속의 속살을 두 쪽으로 나누며 그 틈으로 연둣빛 뾰조록 한 싹을 밀어 올리고 있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곧 죽 은 나무들이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숲을 부활시키는 밑거름이 되 는 것을 보며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란 죽음을 견디고 그 위에서 새로이 탄생하는 것임을 역시 깨닫는다. 우리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봄은 생각보다 빨리 엄습해 오리라는 것을. 아니,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는 것을. 따라서 지상에 가장 먼저 오는 푸른 가지를 회초리 삼아 깨워 야 하는 것은 대지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잠이라는 것을. 우리 소설 우리말 153

국어 산책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 갈배움 이야기 염시열 만수초등학교 국어 수석교사 우리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오랫동안 가축되어 왔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마음은 깨어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쓰는 말은 벌이 덤이 큰말을 좇아 쓴다. 아마 그 깨어 있는 맘은 주시경이 이온길잡이 에서 밝힌, 다시 고쳐 쓰는 마음일 텐데 그렇게 하질 않는다. 오롯이 이적의 벌이에 머무는 말글살 이만으로는 들온말을 생각 없이 쓴 탓에 졸아든 우리말의 어려움을 풀 어 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말이 졸아드는 것을 보면서 그냥 지나친 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슬픔은 딛설 때 아름다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말이 없어지거나 아예 설자리마저 없어지는 일만은 막아 야 한다. 오늘날 명동의 간판이 온통 들온말 투성일지라도 초 중등 배 움터에서는 우리말과 글을 다듬어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우리말 을 사랑하는 것이다. 즐겨 써야 할 토박이말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서는 해당 언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 진 말 이라고 적고 있다. 이 글의 낯선 말들도 본디 있던 말에 애바탕 (기초)을 두어 새로 만든 말이기에 토박이말이다. 이러한 터수를 안다 면 우리말 쓰기에 까탈을 부리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말 사랑은 우리 어린이들이 일본 식민 교육의 틀을 벗 국어 산책 155

어나 일껏 배달겨레의 한말글 새얼(문화) 배움새로 가르치고 배우는 갈배움을 자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명동 간판의 장삿속을 말글살이 품에 안고 이웃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 보기를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 갈배움에서 만나본다. 갈배움(수업)은 어떻게 하지? 좋은 갈배움은 알기 쉬운 우리말로 우리나라 사람이 가르치고 배우 는 것이다. 국어 갈배움의 일몸에서는 겨레의 삶을 가축한 몸말이 생각씨가 된 다. 무슨 말을 들으면 우리 몸이 몸소 느낀다. 그 다음 골얼줄(뇌신경) 에서 생각하고 뜻을 종잡는다. 골얼줄이 종잡은 뜻은 입으로 말하면 입 말이 되고 손으로 적으면 글말이 된다. 곧 입말과 글말은 우리 몸이 말 하는 새물내기 월이다. 좋은 갈배움에서는 배움이가 생각한 것을 말하 고, 또 저가 말한 월을 밑감 삼아 갈배운다. 그런데 국어 교육 과정마저 갈말(학술용어)이 온통 들온말 투성이다. 들온말은 얼추 뜻풀이에 그치거나 뜻 줄기를 따를 뿐이다. 그래서 말소 리 낱말밭이 작다. 뜻을 외워야만 쓸 수 있다. 우리 토박이말은 적어도 말소리 줄기와 일 줄기, 뜻 줄기를 가축한 줄기말 섶이 있다. 따라서 큰 낱말밭을 만들 수가 있다. 큰 낱말밭은 안 외워도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게 하는 밑천이 된다. 따라서 토박이말 말셈머리(어휘부/머릿속 사전)에 관심을 가지고 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 쓸모가 있다. 말을 잘 배우는 가늠자는 갈배움에서 어떤 터밑물 생각 틀을 바탕으 로 말글을 가르치고 배우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도 우리말이 가 축해 온 터밑물 생각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것은 우리말의 줄기와 테 켜(층위) 얼개를 알지 못하거나 배우지 않은 까닭이다. 낱말셈의 줄기 15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와 테켜 얼개를 볼 맘을 가지고 말글의 듬(짜고 꾸미어지는 법) 을 밝 혀 쓰면 우리말이 저절로 몸에 밴다. 몸에 밴 우리말은 말글살이를 넉 넉하게 하는 말셈머리(머릿속 사전)의 속살을 이룬다. 무슨 생각으로 배울까? 한말글(국어) 갈배움 과정에서 생각의 터밑물(원형 prototype)을 천 지인 생각 얼개로 보느냐, 불법승 생각 얼개로 보느냐에 따라 그 갈배 움 속살이 달라진다. 천지인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불법승은 부처와 법과 수행자가 있다는 생각 얼개다. 이러한 것들이 오래 전에 들어왔기에 익숙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터박물(조형 祖 形 )이지 터밑물(원형 原 形 )은 아니다. 그 까닭에 중국 학생과의 토론에서 천지인 은 중국의 문화 터밑물이란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천지인 사상의 터무니가 중국의 옛 책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생각 얼개 터밑물(원형)은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몇 년을 찾아 헤맸다. 뒤끝은 멀리 있거나 잊혀진 곳에 있지 않 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뜻밖이었다. 생명평화순례를 함께하면서 삼례를 지날 때 도법스님께서 삼례 란 이름이 가진 뜻을 물으셨다. 옆에 있던 삼례 분이 이서구와 진묵대사의 행적과 아랑곳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서구와 진묵대사는 조선 중기 이후 사람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말밑을 따 져보니 삼례는 용이 솟아오른다. 라는 뜻이 담긴 사미내> 사미르내 가 말밑이고 이서구와 진묵대사가 절을 세 번 하였다. 라는 삼례( 三 禮 ) 이 야기는 민간 말밑이었다. 사미르내를 말밑으로 하는 삼례는 임실과 함 께 토박이말이다. 국어 산책 157

이때 주시경의 짬듬갈을 여러 달 동안 듣보던 터라 짜고 꾸미어지 는 법 이란 뜻의 듬 과 아랑곳한 말밑 터무니가 쌓여 있었다. 살피면 한듬뫼(대둔산), 듬지뫼(둔산), 한듬절(대둔사)과 아랑곳한 땅 이름에 우리 생각 얼개의 터밑물이 가축되어 내려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말의 살피(경계)를 긋는 말이 절과 사찰( 寺 刹 )이다. 중국으로부 터 사찰이란 말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의 비손터(신앙터)를 부르는 이 름이 뎔( 毛 )>절 이다. 지금도 절이란 글자 현판은 드물지만 절이란 말 은 그대로 쓰인다. 여기서 삼 은 삼국유사 흥법3 아도기라 의 彡 麽 者 乃 鄕 言 之 稱 僧 也 의 삼마(승) 을 뜻한다. 이를 밑감으로 겹이룸씨 이룸 의 턱밑(복합 명사 형성의 원리) 을 틀거리 삼아 불교의 삼보 사상 얼개 에 비추면 우리 고대 사상의 얼개를 한듬삼 으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다. 우리 겨레의 생각 얼개 터밑물인 한듬삼 은 하늘과 법과 목숨을 이 야기한다. 가까이는 동학(천도교)의 인내천( 人 乃 天 )과 아랑곳하고 멀리 는 세클다(삼태극)의 턱밑을 나든다. 우리말로 수꿈 꾸는 사람들 한말글 갈배움의 듬(법)은 무엇일까? 주시경은 국어문법 64쪽 잡이 에서 어떤 일을 드러내는 말의 뜻을 월과 아랑곳한 말과 그림과 맘을 살펴 풀이하라고 했다. 이는 말듬을 배우는 차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배움 차례물(과정)을 드러내는 우리 말로 알음알이 가 있다. 겹줄기말인 알이 를 쓸 것인가, 외줄기말인 전개 를 쓸 것인가 를 가름하는 일은 우리말의 연모속을 판가름하는 일 이다. 토박이말을 일껏 쓸 수 있는 말셈머리는 터무니 낱말을 불려 수 꿈 꾸는 아이가 된다. 이는 국어 갈배움 일몸의 낱말셈 불리기와 새물 내기 로 다가온다. 15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덧나면 갈잎과 낙엽도 갈피말(경계어)이다. 갈잎은 가을의 빛깔과 냄새와 모습과 자취 가 함께하는 겹줄기말이고 낙엽은 떨어진 잎 이라 는 뜻을 가진 들온말로 외줄기말이다. 수꿈은 그냥 꾸어지는 것이 아니 라 때곳품(시공간)의 자취를 넘나들 때 꾸어지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쓸모 있는 겹줄기말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요즘은 혁신학교 인증학교인 삼우초등학교 초기에 여러 차례 갈배움 갈말(용어) 말모임을 가졌다. 그 결과 마당, 벼름소, 맞이, 알이, 내기 들과 같이 터무니가 뚜렷한 말은 같이 쓰고 나머지 어섯(부분)은 교사 의 마음가짐에 따라 쓰기로 하였다. 내들면 다음과 같다. 길말 가운데 낮춤말(비어)인 주제(꼬락서니) 와 동음이의어인 주제 ( 主 題 ) 는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떠오르게 하는 모순이 있다. 모순이 드러난 말을 굳이 써서는 안 되는 까닭에 주제( 主 題 ) 를 갈음하는 말 로 최현배 선생님이 쓰셨던 벼름(안 案 ) 과 몸소 의 소 를 말밑으로 하 는 벼름소 를 쓴다. 이는 일본식 한자어를 마구 쓰는 모순을 딛서는 보 기가 된다. 마음놀(명상) 교실 이름을 명상실 로 할 것인가? 마음닦음방 으로 할 것인가? 여러 차례 말모임 끝에 마음닦음방 을 쓰고 있다. 삼우 만 남 도서관 으로 할 것인가? 삼우 책마루 로 할 것인가? 하는 말모임(토 의)에서는 만남 도서관 쪽이 많았다. 그 뒤 전주시 송천동에 책마루 어린이도서관 이 문을 열었다. 지다 를 말밑으로 하는 두레지기(팀장), 다모임지기(전교어린이 회장), 뜸지기(학급회장/반장), 모둠지기(조장) 들과 같은 말도 교사 말모임에서 의견을 나눈 다음 쓰고 있다. 운동회 를 뜻하는 뜰놀이 마당에 던바공 자리(부스) 를 마련한 일도 말모임에 서 골라잡은 말이다. 국어 산책 159

한말글 갈배움의 사상과 언어 우리말 말본이 품은 생각듬(사상)과 말글로 가르치고 배우는가? 초등학교 국어과 교육 과정은 배달겨레 생각듬인 홍익인간 이란 교 육 이념을 총론에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각론인 교육 과정 해설서나 교사용 지도서에서는 들어온 갈배움 이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총론의 홍익인간 은 얼이음 한듬삼 생각 얼개와 우리말을 바탕으로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삶을 갈망하며 사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교육 과정 해설서나 교사용 지도서에 한국학을 바탕으로 한 갈배움 이 론이나 갈말이 거의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떳떳한 한말글(국어) 갈배움 마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바탕은 형태론을 마당으로 하는 말소리와 아랑곳한 낱말 불리기 가 있다. 낱말 불리기의 첫째 섬돌은 말소리를 바탕으로 한 말소리 줄 기말 미립과 맞닿는다. 둘째 섬돌은 월 쌓기 미립이다. 뜻살(의미)의 옮나들(이동)이 월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월 쌓기 의 가온은 풀이 씨를 씨낱말(핵심어)로 삼는 데 있다. 이는 뜻 줄기말 과 아랑곳하다. 비슷한말이나 맞선말의 풀이씨와도 맞닿는다. 셋째 섬돌로 종요로운 것 은 말과 아랑곳한 일이다. 이는 일 줄기말 과 아랑곳하다. 이러한 낱말 불리기 는 우듬지싹(도설/마인드맵)의 얼개와 속살이 되기도 한다. 둘째 바탕은 월갈(문장론)을 마당으로 하는 글 쌓기 가 있다. 꼭지 글은 메지(단락)와 대목(문단)으로 이루어지는 꼭지글의 짬듬이 이루 어져야 비로소 글판 아라리가 드러난다. 여기까지가 세셈나눔(삼수분 화)의 생각 얼개라 할 수 있다. 셋째 바탕은 갈책 쌓기 가 있다. 세셈새얼(삼수문화)을 미루어 보고 책을 쌓는 엮음새(편집)의 갈책 쌓기 가 이루어지도록 살닿는 애씀이 있어야 있다. 갈책 쌓기 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시경의 셋에 셋을 세곱한 아홉 과 같은 세셈나눔의 생각 틀본(사고 모형)이 쓸모가 있다. 16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그에 따른 일몸은 한국 새얼을 밑감으로 한 갈배움의 차례와 속살을 가축하고 있다. 또한 몸소 배움 일몸을 내용으로 작은 책을 엮어 보는 일은 배움을 갈망하는 얼개를 짬듬결(조직적)로 익히는 미립이 될 수 있다. 우리 선 인들은 나라나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치른 뒤 책을 만들곤 했다. 그 가운데 궁궐의 행사를 내용으로 하는 의궤 만들기는 오늘날 개정 교 육 과정의 만들어 가는 갈배움 얼개로 쓸모가 있다. 나라의 큰일을 갈 무리하는 마당에 의궤 라는 책을 만들었던 조선 선인들의 바탕 생각은 다음에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 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책은 의궤, 용비어천가, 훈민정음, 성학십도, 북 학의, 기측체의 들로 수없이 많다. 이들은 엮음새(편집)의 바탕 얼개 (기본 구조)를 내보이고 있다. 또 훈민정음 의 어제 서문과 정인지의 후서, 퇴계의 천명도설후서와 같은 글은 오늘날에도 갈책을 만들고 나 서 쓴 배움 이야기의 본보기가 된다. 다음으로 수직적 사고와 수평적 사고의 짜임을 드러내는 아홉 섬돌 에서 물음과 대꾸를 갈마들다 보면 배움 일몸의 그 속살은 풀이씨의 뜻둥지(의미역) 월에서 절로 드러낸다. 이때에 풀이씨를 물음꼴로 바꾸 어 물으면 그에 따른 대꾸는 몸의 움직임이나 모습과 같은 몸의 힘씀 새(작용)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의 바탕에 세클다(삼태극)의 생각 얼개가 있다. 세클다의 보람새는 한듬삼(고조선 3보), 삼시세판(하나 둘 셋) 세틀감(삼재), 사 람 곧 하늘(인내천), 세놀 읊놀(3장 시조), 세줄기결(짬듬갈의 줄기결, 만이결, 금이결) 들이 있다. 국어 산책 161

믿나라말로 몸의 느낌뫔 드러내기 믿나라말은 느낌뫔(감정)을 잘 드러낸다. 저품(자연)의 일몬(사물)을 만나면 눈은 빛으로 느끼고, 코는 냄새 로, 귀는 소리로, 혀는 맛으로, 살갗은 닿는 느낌으로, 온몸은 기운으로 느낀단다. 이러한 느낌이 우리 몸에서 생기면 골은 생각하고 골라서 뜻 을 종잡는다. 종잡은 뜻은 월이 되어 몸 밖으로 나오는데 수고하는 몸 은 거의 입과 손이다. 골에서 종잡은 말의 뜻을 담아 입으로 말하면 입 말 월이 되고 손으로 적으면 글말 월이 된다. 이를 그림으로 마련하면 <그림 1>과 같다. 몸 밖의 맞이몬(대상): 말(글, 그림)과 일 (소리)맞이 느낌 생각 뜻 몸짓 새물 몸놀림 눈(눈빛) 입(소리) 손(글, 그림) 새물내기 발(옮김/멈춤) 새물(말, 그림. 글. 일) <그림 1> 말글이 나드는 골얼줄(뇌신경) 얼개 16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골얼줄 큰골에서 월을 짜는 속살을 미루어 보면 말셈머리에서 풀이 말을 종잡고 풀이말에 이끌리는 맞감(대상)을 가려잡고 이어서 임자말 을 붙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말글은 사람이 사는 동안 늘 쓰는 것이므로 늘 배워야 한다. 그 가 운데 느낌뫔은 몸이 말하는 애바탕을 이룬다. 따라서 느낌뫔(감정)을 드러내는 화, 두려움, 미움, 사랑, 슬픔, 기쁨, 부끄러움, 긴장들과 아랑 곳한 풀이말을 씨낱말 삼아 월 쌓기를 꾸준히 익히면 말글살이가 수월 해진다. 내들면 제 느낌에 알맞은 인사를 할 수 있고 느낌에 맞는 말을 골라 쓸 수도 있다. 제 느낌을 잘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면 말글살이가 즐거워진다. 말 잘 하고 글 잘 쓰면 배우는 일이 재미있고 신이 난다. 몸이 말하는 느낌뫔 풀이말은 우리 뫔과 한속 되어 있다. 뫔의 느낌 에 따른 풀이말 줄기말(연관어)을 배우고 익히면 낱말셈이 불어 쓸모 가 있다. 이때 우리가 손쓸 일은 느낌 풀이말을 씨낱말로 하는 생각씨 줄기말의 죽보기를 만들어 보는 일이다. 곧 느낌 풀이말을 생각씨로 하 는 월은 어떤 씨듬지에서 비롯한 생각씨 낱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 고, 그 풀이씨 낱말을 부려 씨듬지와 느낌뫔의 움직꼴과 그림꼴을 드러 내는 짧은 월을 서너 차례 지어본다. 그 속살로 월 쌓기를 하거나 우듬 지싹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면 생각하는 힘이 자란다. 또 편지나 글놀 맘대글 같은 짧은 글 을 지어보면 낱말 불리기 성금이 더한다. 날마다 조금씩 할 수도 있다. 이레마다 할 수도 있다. 한 달에 한두 차례로 날짜를 종잡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누리공멀의 새얼에 이바지하는 말글살이 끝으로 토박이말 월(문장) 의 말밑이 얼이므로 월이 갈말에서 아주 국어 산책 163

빠지면 얼빠진 교육 과정이 된다. 이를 딛서는 미립이 토박이말로 여는 한국어 수업 과 같은 한국학 배움새에 있다. 한국학 배움새에 힘입어 우리말로 수꿈 꾸는 사람들이 한말글 갈배움의 생각듬(사상)과 말글을 가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내 들면 우리말로 갈배우는 몸밝갈의 말글 나들기 얼개는 말하는 몸의 느 낌뫔을 드러내는 차례와 속살을 선물하고 있다. 이는 저품과 더불어 사는 한웅 5910해의 배달겨레 삶을 일궈 가는 밑천이다. 우리 한말글과 함께하고 더불어 쓰는 우리는 한글에 힘입어 누리공멀(지구촌)의 새얼을 늘품시키는 새뜻한 말글살이를 열고 있다. 16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삶과 우리말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말들 강정희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잊어버린 말들의 풍경 남들은 지나간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새로 이사 온 집이 계룡산 자락에 지은 아파트여서 겨울 산바람의 냉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 그림자마저 더 빨리 내려앉아 겨울 하루 길이도 시내보다 훨씬 짧았다. 어디 그뿐이랴, 눈이 오면 그대로 쌓여 있어서 외출을 하려면 7층 아래로 보이는 하얀 눈길을 헤쳐 나갈 일에 근심이 태산 같았다. 눈 쌓인 계룡산. 그림으로, 상상으로는 매우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려면 어느 정도 의 대가는 감수해야 한다고 각오했지만, 계룡산 기슭으로 이사 오고 치 른 첫 겨울의 대가는 생각만큼 가볍지가 않았다. 그런데 나보다 더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이태 전 늦은 가을에 도시 생활이 싫어서 계룡산 갑사 가 는 길목에 황토 집을 짓고 이사했다. 그리곤 공기, 경치, 집 자랑으로 친구들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들인다. 대전 시내에서 가려면 큰 맘 먹 고 가야 하는 산속 황토 집은 여름도 좋지만, 겨울 온돌방의 진가는 도 시 아파트 숲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건드 삶과 우리말 165

리다 못해 심사를 뒤틀리게 한다. 야! 찜질방 가지 말고 우리 집 와. 저녁에 아궁이에 땔감을 넉넉하 게 때면 말이야, 아랫목부터 윗목까지 절절 끓어, 군불 지펴놓고 거기 에 고구마 구워 줄게, 제발 좀 놀러 와라. 친구의 첫 집들이에 집알이하러 갔던 날.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까맣게 잊고 있던 젊은 시절의 시골 고향집 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나지막한 울타리 안으로 텃밭을 지나서 들어가 는 황토 집 현관에는 잠금 장치도 없었다. 무섭지 않니? 현관문에 키 장치 안 해도 돼? 그래 아직은 현관 키 해놔 봐야 별 수 있겠니? 이 산속에 뭐 훔쳐 갈 것 있다고. 대신에 개 두 마리 데려다 놨어. ( 현관 키도 없이 산다? ) 일 년 열두 달 아파트 문을 꼭꼭 잠그고 사는 우리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웃풍은 없니? 구들은 어떻게 놨니?, 어머 장판 좀 봐!, 이거 네가 한 거야? 응, 니스 바르는 것보다 콩댐질하는 게 더 좋아서. 이 문풍지 좀 봐!! 응 방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멋 좀 부려봤지. 이 친구 집에는 집안 분위기에 걸맞게 전통 가구들도 많다. 반닫이, 화로, 문갑 등등 크고 작은,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 푹 절어 있는 가구 들이 마루와 방방이 가득하다. 이 나비장 열쇠 좀 봐, 정말 물고기 같잖아! 놋쇠로 만든 반닫이에 달린 자물쇠를 보며 한 친구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이구, 이 친구야! 열쇠가 아니라, 자물쇠라구! 뭐?? 자물쇠? 자물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열쇠는 이렇게 자물쇠 가운데로 16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끼워놓는 꼬챙이라구! 열쇠면 어떻고, 자물쇠면 어때, 그래도 참 좋다!! 이렇듯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이 친구 집엘 가면 우리들 입에선 그동 안 쓰지 않아서 잊어버렸던 옛날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그렇다. 일상에선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말들. 우리 친구들이 억지로 기억하지 않아도 그 황토 집에 가면 술술 나오는 이 말들을 우리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잊어버리고 잃어버렸을까? 2. 잊혀져 가는 말들 자연 생태계의 진행 중인 변화는 관찰 가능하지만, 말은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말은 사람들의 삶의 환경이 바뀌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함께 바뀐다. 그러나 어떤 말이 어떻게,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서 죽어 가는지는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잊혀져 가 는 말이란 사람들의 기억 이라는 인식 속에서 진행되는 정신 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집단의 언어 변화는 일정한 시기를 경과한 후에야 알아차릴 수 있는 완성형으로서 그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말이고 물건이고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결국에는 잃어버리게 된 다. 있던 것이 없어지면 그것과 관련된 어휘는 물론, 관련 표현들도 무 더기로 없어진다. 최근 30년 사이에 우리들의 삶 가운데에서 집 과 관련된 생활어의 소멸이 이를 말해준다. 1970년 후반기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전역에 주거 형태가 단독 주택에서 아 파트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아파트 견본 주택(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델 하우스 라고 했다.)의 평면도에는 단독 주택 시대에 쓰던 주 거 공간 어휘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삶과 우리말 167

안방, 건넌방, 문간방 은 ROOM 1, 2, 3이나 방 1, 2, 3으로, 부엌 은 주방 으로, 마루 는 거실 로 대체되어 버렸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아 파트 공간에서 방 이름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신세대들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의 사랑방 을 찜질방, PC방 같은 오락실과 같은 방으로, 표준어 규정에 나와 있는 양반 댁 안방에 딸려 있는 가구 진열방인 머릿방 이 한글 맞춤법 공표 시기 훨씬 이전에 없어진 방 이 름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또한 아파트 방들의 출입문에는 문지방 이 없다. 이것은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때 걸리적거린다고 해서 없애 버 린 실용주의적 발상의 산물이다. 그러니 문지방 이 없으니 문턱 또한 있을 리가 없다. 문턱이 닳도록 문지방을 드나들다 라는 말도 언제까지 생명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부엌 과 관련된 말들은 어떠한가? 정제, 정지간, 정지 등은 부억>부엌 의 사투리들이다. 옛날 초가집 정지 에는 짚방석을 깔고 앉아서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부지깽이 로 무쇠 솥 걸어 놓은 부뚜막 밑으로 불을 때던 아궁이 란 것이 있었다. 이 아궁이는 주거 형태의 변화로 양옥 인 단독 주택 시대에는 연탄 아 궁이, 아파트 시대인 요즈음은 가스레인지 로 진화되었다. 그래서 아 궁이에 불 지핀다,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에 먼저 올라앉는다, 부지깽이, 연탄집게, 연탄재, 연탄불 갈다, 연탄구멍 맞춘다. 불이 괄다 등의 표현 들은 현재 60대 이상 노년층의 추억담에서나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아파트에는 현관문 은 있으나 대문 은 없다. 대문 이라는 말도 현재 죽어 가고 있는 말들 가운데 하나이다. 전통 한옥의 대문 과 관련된 빗장 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말이다. 따라서 빗장 걸다, 빗장을 완전 히 걸어 잠그지 않고 반 정도 걸쳐 놓는 사로 잠그다 란 표현도 우리 들 기억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빗장 과 관련된 잠금 장치인, 앞에서 말한 친구 집의 반닫이에 걸린 자물쇠/자물통 은 요즈음은 뭉뚱그려서 열쇠 로 통칭하고 있다. 자물 16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쇠/자물통 은 현재 모든 출입문에 장착되어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름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이 어휘는 현재 사전 안에 박제된 채 남아있을 뿐이다. 또한 열쇠 는 한 동안 외래종인 키(key) 와 공존하면서 우리들 생활 안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최 근 아파트의 출입문과 자동차의 잠금 장치가 모두 전자 칩을 내장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둘의 생명력도 어느새 시들해지고 있다. 머지않 아 열쇠 나 키 없이 사는 디지털 세상이 오면 이 두 어휘도 죽음을 맞이할 대상이다. 주거 공간 어휘 중 가장 이름이 고급화된 것은 뒷간 이다. 이 뒷간 이 일제 강점기에 변소 로 상승(?)하더니, 변소 는 어느새 화장실 로 품위를 갖추게 되었다. 뒷마당 구석이나 대문 옆 귀퉁이 장독대 밑에 있던 뒷간 과 변소. 이 어휘들은 오늘날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 라는 관용 표현이 처가와 화장실은 가까울수록 좋다 로 패러디되고 있 는 걸로 미루어 보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세식 화장실 변기 속으 로 휩쓸려 사라진 게 분명하다. 집 관련 어휘의 삶과 죽음은 이와 관련된 소개업의 어휘에까지 영 향을 끼쳤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복덕방, 사글세 의 소멸이다. 이 두 어휘의 죽음은 지금부터 불과 10~20년 사이에 일어났다. 1990년대에 직업의 전문화 추 세로 등장한 공인 중개소 에 밀려서 사라진 복덕방 은 할아버지들이 모 여서 장기나 바둑을 두다가 집을 구하는 사람이 오면 집이나 방을 소개 하고 약간의 소개비를 받던, 그야말로 복을 팔고 덕을 쌓던 방 이었다. 또한 삭월세 가 아니라, 사글세 라고 누누이 강조하던 사글세 가 월세 에 밀리기 시작한 시기는 불과 지금부터 10여 년 전 일이다. 요즈음 대 학가 주변의 자취생 구함 광고지를 자세히 보면 전 월세 는 보여도 전 사글세 라는 어휘는 찾아볼 수 없다. 동네 입구에 어김없이 있던 구멍가게, 담배 가게 도 이제는 마트 나 삶과 우리말 169

담배 자판기 에 밀려나고 있는 우리 동네 옛집 이름들이다. 이와 같이 주거문화 형태의 변화로 인한 우리들의 삶의 환경 변화는 우리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던 생활어를 우리들 기억 속에서 밀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모르며 산다. 3.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체들은 보호 받을 수가 있다. 또한 전 국민의 애통 가운데 화재로 전소되었던 유형 문화재인 숭례문 도 원형 그대로 복원 작업 중이다. 그러나 말은 그렇지가 못하다. 말은 생물체와 유형 문화재처럼 대상화, 객관화할 수 없는, 말하는 사람의 정신세계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내가 쓰던 말이 소멸되고 오염 되고 파괴된다는 것은 곧 내 정신세계의 어떤 영역의 소멸이자 오염,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족으로 확대될 때, 민족어의 소멸은 곧 민족정신의 소멸이라는 등식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말의 생로병사는 말하는 이의 생로병사와 함께한다. 어렸을 때 쓰던 말 을 60이 넘은 지금 나는 다 기억을 못한다. 가끔 우리는 지나간 날 일기나 책 한 모퉁이, 수첩 어느 한 장에 메모해 두었던 기록들을 만날 때, 지금 은 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절에 썼던 말들을 보며 새롭게 느낄 때가 있다. 이처럼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우리들의 말을 복원할 수 있으려면 기 록 하는 일만 충실히 해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일을 글로 남겨 놓는 일이야말로 우리말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즈음 우리들의 일상적인 글은 문자나 이메일로 대신한다. 파일로 보관하는 일은 중요한 서류 정도이고, 그 외의 일상적인 글들은 어느 시기가 지나면 용량 부담으로 지워버리는 것이 상례가 되어 버렸다. 17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우리들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게다가 우리는 영원히 살 수도 없 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삶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우리의 생활사는 단절 되고 소멸되어 대물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세계 언어 중 소멸된 언어 들의 대부분은 기록물이 없는 언어들이다. 언어의 소멸 과정은 생각보 다 간단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상생활에서 말을 오랫동안 쓰지 않 고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 말은 죽는다. 언어의 죽음은 사회적 압력에 의한 타살 과 사람들이 쓰지 않아서 잊어버려서 결국은 잃어버리는, 이른 바 자살 (자연사)로 비유할 수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던 말이 없어졌다. 는 현실은 이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된 결과이다. 그러니 이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쓰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결국은 잃어버리는 우리말들 을 되살리고 대물림하기 위해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 은 무엇보다도 지금부터라도 소멸 위기에 놓인 말을 찾아내어 음성 자 료와 문자로 기록해 놓는 일이다. 사실, 자료집에 문자로 기록된 말들 은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있는 말 은 아니다. 그래도 기록되지 않아서 영원히 자취조차 추적할 수 없는 말보다는 그 생명력이 훨씬 오래 유 지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서해안 바다에서 어로 생활을 하는 어민들은 넓디넓은 갯벌에서도 낙지나 게, 꼬막조개가 묻혀 있는 곳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 다. 그래서 그들은 갯벌 깊숙이 숨어 있는 낙지, 개불, 게, 꼬막조개 등 을 누구보다도 쉽게 캐낸다. 이러한 일은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이 요구 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런 어로 작업에 관한 한 서해안 어민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잃어버린 말을 찾는 일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 우 선 전문 조사 연구원의 양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훈련된 조사원들 에게 우리들 생활 가운데에서 깊숙이 숨어 버리거나 사라져 버린 말들 을 캐내는 방법과 안목을 길러 주어야 한다. 삶과 우리말 171

국립국어원이 2007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민족생활어 조사 사업 은 바로 이와 같이 우리들 일상생활에서 잃어버린 말과 소멸 위기에 놓인 생활어 기초 어휘들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2013년 끝나는 이 사 업의 성과에 관한 평가는 아마도 반세기나 1세기 후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때 21세기 초기에 한국인들이 사용하던 생활어에 대한 국어사 적 연구를 하는 우리의 후손들이 이 사업을 위하여 잃어버린 말을 찾 으러 다니던 연구원들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17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세계의 언어 정책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 정책에 관한 주요 이론적 쟁점들 응우옌 반 히에우 하노이국립대학교 교수 1. 서론 언어학적 측면에서, 소수 민족들의 문화가 모여 이루어진 베트남은 항상 동남아시아의 축소판으로 여겨져 왔다. 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 는 8천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54개의 서로 다른 종족을 이루고 있다. 그중 에서 비엣족이 가장 규모가 큰 종족(80% 이상)이고, 나머지 53개의 종 족들이 소수 민족 집단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은 항상 다민족, 다언어 국 가로 간주되어 왔는데, 그들의 문화유산은 통합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 로는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늘 소수 민족을 국가 통합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다민족, 다언어 국가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수 민족들에 대 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늘 베트남 정부가 실행해야 할 전략들 중 하나이다. 지난 수년 동안 베트남 정부는 거대한 사회주의 경제를 점진적 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소수 민족 정책을 특별히 우선시해 왔다. 이는 54 개의 부족 집단들을 하나의 강력하고 거대한 국가 통합체로 확립해 나가 기 위해서였다. 민족적인 문제 외에도, 베트남 정부는 언어문화 정책을 신 세계의 언어 정책 173

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소수 민족들의 언어와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그것들을 보존해야 할 공동의 사회ㆍ문화적 산물로 여긴다. 이 논문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정부가 시행해 온 소수 민족 언어 정책의 기본적인 이론적 쟁점들을 설명하는 데에만 주력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과 불이익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소수 민족 언어 정책들이 베트남의 소수 민족들 간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것이다. 2.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의 상황에 관한 일반적 특징들 2.1.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들 간의 계통적 관계와 형태적 관계의 특징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들은 크게 이 지역에 속해 있는 5개의 어족 으로 분류되는데, 중국-티베트 어족(Sino-Tibetan), 따이ㆍ까다이 어족 (Tai-Kadai), 몽ㆍ몐 어족(Hmong-Mien), 오스트로ㆍ아시아 어족(Austro- Asiatic), 오스트로네시아 어족(Austronesian)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는 동남아시아에 다양한 어족들이 있으며, 이들이 베트남에도 존재하고 있 음을 보여 준다. 다른 지역 언어들과 비교하여 이 언어들은 공통된 특 징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언어들의 기원이 같기 때문이며 또한 이들이 언어들 간의 오랜 접촉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형태적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언어들이 굴절어가 아니라 고 립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언어들은 각 언어의 변화 과정 에 따라 달라진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17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2.2. 베트남 인구의 특징과 민족 집단들의 분포 베트남의 53개 민족들은 크게 3개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집단에는 인구수가 많은 소수 민족이 포함되며 제일 규모가 큰 민족이 그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타이족(Thai), 따이족(Tay), 눙 족(Nung), 몽족(Mong), 야오족(Yao), 므엉족(Muong: 북부 산악 지 대)이 이 집단에 속해 있다. 크메르족(Khmer: 남서부), 참파족 (Champa), 에데족(Ede), 라글라이족(Ra-glai: 중남부와 서부 고지대) 들이 두 번째 집단에 속해 있는데, 이들의 인구수는 1만 명 이상이다. 그리고 1만 명 미만의 인구수를 가진 소수 민족들이 세 번째 집단에 속해 있다. 실제로는 인구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다른 민족 집단에 포함된 소수 민족들도 많이 있다. <표 1> 최대 인구수가 사용하는 10개의 언어 목록 (2009년 조사) 소수 민족명 인구수 지역 1 따이(Tay) 1,626,392 북동부 성(provinces)들 2 타이(Thai) 1,550,423 북서부와 중북부 성들 3 므엉(Muong) 1,268,963 호아빈(Hoa Binh) 성과 인근 성들 4 크메르(Khmer) 1,260,640 남서부 성들 5 눙(Nung) 968,800 북동부, 북서부 성들 6 호아(Hoa) 823,071 호찌민시, 남서부 성들 7 몽(Mong) 1,068,189 베트남-중국 국경 지방 8 다오(Dao) 751,067 북동부, 북서부 산악 지대의 성들 9 라글라이(Ra-glai) 411,275 서부 고원 지대 성들 10 에데(Ede) 331,194 서부 고원 지대 성들 주요 소수 민족들의 상황이 그러하듯, 베트남의 주요 소수 민족들 또한 공통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민족 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하나 의 현에 10개의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하나의 소수 민족이 세계의 언어 정책 175

하나의 촌에만 거주하고 있지도 않은데, 특히 북부 베트남의 산악 지대에서 그러한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다오족(Dao)은 1,035개의 촌에 거주하고 있고, 눙족(Nung)은 988개의 촌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소수 민족들 이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걸쳐 거주하게 된 것은 소수 민족 집단들의 노 동력을 분산시키려는 정책으로 인해 이들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소수 민족 집단들이 서로 간에 경계선을 두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생활 해 온 방식은 그들의 언어적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내 서로 다 른 민족들 간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공용어인 베트남어와는 별개로, 소 수 민족들은 해당 지역에서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는 소수 민족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가 지역 공용어 가 된다. 예를 들어 타이어(Thai)는 북서부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따이눙어(Tay-Nung) 는 북동부 지역에서 많이 쓰이며, 몽어(Mong)는 베트남과 중국의 국 경 지대에 거주하는 다수의 소수 민족들이 사용하고 있다. 크메르어 (Khmer)는 남서부 지역에서 사용되고, 에데어(Ede)는 서부 산악 지대 에서 많이 쓰인다. 다언어적, 이중 언어적 상황은 이들 지역에서 만연 해 있으며, 일반적으로 모어, 베트남어, 그리고 그 지역의 공용어를 함 께 사용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 베트남 소수 민족어의 지위에 관한 특징 사실, 한 언어의 지위를 설명한다는 것은 그 언어의 사회 기능적 측 면을 보여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다양한 의사소통 환 경에서 구현되는데, 예를 들어 국가의 권력 기관들, 공공 활동, 국제 관 계 또는 국제기관들, 좁은 의미에서의 공동체나 가족 안에서 등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베트남에서 언어의 지위는 각 집단이 갖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 적, 문화적 요인에 의해 많은 경우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어 17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의 발전 단계와 소수 민족 집단 내에서의 사회적 소통을 위한 모어의 발전 단계는 다르다. 대다수 언어들은 현재 마을과 촌 내에서만 소통어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가정 내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들도 있다. 공용 어의 역할을 하는 일부 소수 민족어들은 보다 폭넓은 소통 범위에서 사용된다. 2.4. 베트남의 소수 민족어 문자의 특징 베트남의 53개의 소수 민족들 중에 지금까지 26개 민족들이 개별 문 자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27개 민족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의 소수 민족들의 문자는 상당히 복잡하다. 소수 민족들의 지역 마다 다양한 문자 유형이 있는데 서로 다른 기원, 역사, 구조, 사회적 기능, 대중성 수준을 보여 준다. 대체로 전통 문자와 로마자 등 두 유 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전통 문자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한자(Han: 중국), 고대 타이 (Thai) 글자, 크메르(Khmer) 글자, 참파(Champa) 글자 등이 전통 문 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오어(Dao)와 따이어(Tay)의 로로(Lo Lo), 루(Lu), 놈(Nom) 글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로마자형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많은 종류가 만들어졌고, 베트남의 소수 민족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소수 민족들은 2~3개의 문자들을 사용하는데, 각각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위에 제시된 것들은 베트남의 소수 민족어들의 상황이 보여 주고 있 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베트남의 소수 민족들이 세계 와 베트남의 변화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의 소 수 민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언어와 문화의 복잡성과 다 양성을 볼 수 있다. 국가의 정책이 언어적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역으로 언어적 상황이 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국가는 정확하면서도 적절하고 보다 발전된 언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소 세계의 언어 정책 177

수 민족의 언어적 상황을 정책 수립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3.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 정책 전반적으로 소수 민족의 중요성을, 특히 소수 민족들의 언어들의 중 요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 베트남 민주 공화국(1945)이 수립된 이후 지 금까지 베트남 정부는 수많은 소수 민족 언어 정책들을 발표했고, 이것 을 국가 정책 수립에 필요한 요소로 간주해 왔다. 베트남 정부의 입장 은 헌법과 다양한 수준에 맞춰서 작성된 공문서들을 통해 제도화되었 다. 언어적 측면에서, 베트남 정부의 정책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요점은 개별 언어를 보유할 권리를 보장하며 소수 민 족 언어 간의 평등성을 보장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수 민 족들에게 베트남어를 배울 것과 공용어, 즉 모든 민족 집단들이 사용하 는 국어로 베트남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3.1. 개별 언어 소유권과 소수 민족 언어 간 평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수용하다 베트남 정부의 최초의 헌법(1946년 11월)은 개별 언어 소유권(언어 와 문자)을 허용하고 법적으로 보장했다. 첫 번째 시기에 언어에 관한 두 가지 기본권은 자신의 모어로 학습할 수 있는 권리 와 법원에서 모 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로 결정되었다. 1960년 1월 1일에 베트남 민 주 공화국 대통령이 공포한 헌법은 한층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모든 소수 민족에게 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강한 어조로 확인하고 있다. 17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 모든 소수 민족들은 풍습, 관습, 언어, 문자를 유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권리와 그들만의 민족 문화를 계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제3항) - 인민 법원은 베트남 공화국의 소수 민족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법원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한 다. (제102항) 위의 기본 사항들은 남북 베트남이 통합된 이후의 헌법인 1998년 헌 법, 1992년 헌법에서 재차 반복되고 있다. 이들 헌법에서, 소수 민족들 의 모어는 소수 민족들의 문화적 가치, 예절, 관습을 유지하는 데 중요 한 요소로 평가된다(1992년 헌법 제5항). 헌법 외에도, 각 시기마다 국가의 법률은 사회의 다양한 범위와 영역 에서 소수 민족들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하였다. 1969년 8월 20일에 내려진 국무총리령 153-CP호에서는 학교에서 소수 언어 문자의 역할과 초등학교에서 베트남어와 함께 소수 언어 문자를 사용할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법적 문서에서 소수 민족 들의 모어 발전에 대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베트남 정부는 1998 년 12월 10일 초등교육법을 발표했다. 이 법은 국가는 소수 민족들이 그들의 언어와 문자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소수 민족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국가 법률에 따라 실행된다. 라고 명확하 게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학교에서 모어를 가르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소수 민 족어가 다양한 분야, 예를 들어 문화 예술 정보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도 록 장려하고 있다. 이 논문은 소수 민족 언어를 지역구에서 촌에 이르기 까지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때, 예를 들어 기록을 남기거나 정부 기관에 제출할 지원서를 작성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규칙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1980년 2월 22일에 결의된 정부 심의회 판결 53-CP호에서는 다양한 사회 세계의 언어 정책 179

활동 분야에 필요한 소수 민족 언어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목적 하에 심 의회의 직무를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소수 민족 집단 거주지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차원의 소통과 문화 분야에서, 소수 민족들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민족어 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 기관들과 관련해서 서간과 청원을 통해 진행되는 의사소통 절 차에서 소수 민족들은 그들의 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정부 기관들은 이 청원들을 수용하고 잘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글자를 만들고 소수 민족들의 언어를 널리 확산하는 것 을 장려하는 방침이 국가 문서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1969년 8 월 10일에 결정된 국무총리령 153-CP호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고유의 글자가 없는 소수 민족들이 다음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면 자신들만의 고유 글자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 a) 인구가 다른 부족들에 비해 상당히 많다. b) 거주 지역이 상당히 집중되어 있다. c) 공용어나 공용 문자를 통해 지식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다른 점이 많아서, 그 소수 민족들의 교육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민족 고유의 모어를 확립할 것이 요구된다. d) 그 민족의 모어가 갖고 있는 단어 수가 풍부하다. 이미 고유한 문자가 있는 소수 민족이라도 만일 그들의 문자가 자신 의 언어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부적절하다고 여긴다면 기존의 고유 문 자를 개량하거나 적절한 문자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소수 민족들이 고유의 문자를 제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 18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만,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갖춰야 할 필 요성을 느낀다면, 음성 전사를 하는 데 공용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 소수 민족 지역의 모어 발전을 권장하는 것은 교육법(2005년)에도 규 정되어 있다. 정부는 소수 민족들이 민족의 문화적 특징을 유지 발전시 키고, 소수 민족 학생들이 학교나 다른 교육 기관에서 공부할 때 쉽게 지 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와 문자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 성해야 한다. 소수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정부가 제정한 규정에 따라 행해진다. 위에서 언급된 법령의 내용들은 소수 민족들의 모어에 대한 법적 지위 를 보장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민족적 문화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사회에서 소수 민족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소수 민족들을 위해 그들의 모어를 가르치고 학습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194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러한 정책은 남베트남 체제(South Vietnam Regime 또는 베트남 공화국) 하에 실행되었던 언어 정책과는 많은 차이점들이 있다. 1954년 에서 1963년까지 남베트남의 응오딘디엠(Ngo Dinh Diem) 정부는 학교 에서 모어를 학습하고 대중화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국유화 정책을 실시했다. 또한 크메르-프랑스 기반의 학교들을 공립학교에서 제외시키 고, 프랑스가 설립한 학교들과 사원들도 폐쇄하도록 했다. 국유화 정책 은 트엉족(Thuong: 서부 고원지대 거주), 중국 민족, 그리고 크메르족 을 포함한 소수 민족들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았다. 1963년에서 1975년 까지는 국유화 정책에 일종의 진전이 있었는데 소수 민족들의 예법과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라는 내용으로, 서부 고원 지대와 크메르 지역 의 소수 민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모어를 가르치는 학교들을 다시 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미국의 여름언어학회(American 세계의 언어 정책 181

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에서는 라글라이족(Ra-glai), 꼬호족(Co Ho), 므농족(Mnong), 브루-반 키예우족(Bru-Van Kieu), 까투족(Katu), 예 찌엥족(Gie Trieng), 타 오이족(Ta oi), 마족(Ma), 꼬족(Co), 쪼로 족(Choro), 쭈루족(Churu) 등과 같은 소수 민족들에게 로마자를 이용 하여 다양한 글자들을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일부 소수 민족 거주지에 서는 이중 언어 교육 강좌도 개설하였다. 1964년에서 1975년까지의 남베트남 체제에서는 이전 시기보다 더 발전된 정책들이 실시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정책이 었을 뿐, 북베트남과 비교했을 때 소수 민족 언어만을 위한 특별한 정 책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소수 민족 거주지에 미친 정책의 영향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미미하고,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3.2. 소수 민족들에게 모든 집단에서 사용하는 국어, 공용어로서의 베트남어 학습과 사용 장려하기 베트남이 공식적으로 건국된 후(1945), 베트남어는 통합되고 다양화 된 베트남의 국어가 되었다. 베트남어는 문화, 정치, 사회 그리고 과학 기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다른 소수 민족어들보다 더욱 발 전된 기능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어가 소수 민 족들 사이에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되게 되었고 소수 민족들의 거 주 지역의 문화, 경제, 사회를 발전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베트남의 소 수 민족 집단들은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이다. 제1 언어는 각 공 동체에서 사용되는 모어이고, 제2 언어는 사회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사 용되는 베트남어이다. 베트남어의 의미가 갖는 중요성은 결정적이어서, 베트남 체제는 소수 민족들이 모어와 함께 베트남어를 사용하고 학습할 것을 정책적으로 장려했다. 베트남이 독립했을 때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인들은 그들의 18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권리를 알아야 하고, 국가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식을 갖춰 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베트남어 글자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라는 것을 정책으로 결정했다( 반( 反 )문해(Anti-illiteracy), 1945년 4권 36~37 쪽). 이 정책은 또한 소수 민족들이 베트남어 글자를 학습하도록 할 것, 베트남어 학습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어를 사용하는 것, 그리고 역으로 소수 민족들의 상황에 따라 베트남어 글자의 음절을 각 지역어를 전사하 는 데 사용하거나 베트남어를 알지 못하는 소수 민족들에게는 베트남어를 가르칠 것 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용어와 베트남 의 여러 언어들을 동시에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1952년 8월 16일 사무국의 결정). 1969년에 결의한 소수 민족들의 글자 제정, 개발, 그리고 사용에 관해 명시하고 있는 국무총리령 153-CP호에서는 소수 민족들이 공용어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1980년 2월 22일에 결의된 정부 심의회 판결 53-CP호에서 는 베트남어 학습을 의무이자 권리로 규정했다. 대중들이 많이 쓰는 언어가 베트남 공동체의 공용어이다. 공용어는 국내의 지역 사회와 소 수 민족들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베트남어는 지역 주민들과 소수 민족들이 경제, 문화, 기술, 과학 분야에서 함께 더 발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것은 국가 통합을 강화하고 국민 평등권을 실시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베트남 국민들은 공용어와 그 문자를 배우고 사용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따라서 베트남어는 학교에서 사용되는 공용어이고, 초등 교육의 의무 화법(1991, 1998)과 교육법(2005)에서도 계속해서 베트남어의 지위를 인 정하고 있다. 이 법들은 베트남어가 학교와 교육 현장에서 공용으로 사 용되는 언어이다. 라는 것을 확실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어가 공용어이며 베트남의 다민 족 공동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의사소통 수단임을 분명히 밝혔다. 세계의 언어 정책 183

베트남의 언어 정책은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서 베트남어를 공용어로 만드는 데 상당히 통합적으로 작용했고, 베트남어를 배우고 확산하는 것 을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간주했다. 4. 베트남의 소수 언어 정책이 소수 민족들에게 끼친 영향 우선 베트남 정부가 사회 경제 발전, 특히 소수 민족들의 문화적 정 체성 계발과 보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 민족들의 모어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은 지난 60년 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베트남 소수 민족들의 언어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소수 민족들의 모어 발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 해서 베트남 정부는 소수 민족 언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매 우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행해 나갔다. 4.1. 소수 민족들에게 모어를 가르치는 문제는 베트남 정부에 의해 매 우 신속하게 다루어졌다. 북부 지역의, 인구가 많은 소수 민족들인 몽족(Hmong), 따이족(Tay), 눙족(Nung)의 언어를 위해 로마자를 이용해서 글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60년대 초반 이후 소수 민족들의 공동체에서 그 글자를 가르치기로 계획했다. 따이눙어(Tay-Nung) 의 글자, 몽족(Hmong)어의 글자는 1962년부터 1970년까지 가장 급속하게 발전했다. 1962~1963학년도 통계 수치에 따르면, 약 1,800명의 학생들을 위해서 781번째 반이 개설되었다. 1967~1968 학년도 통계 수치에 따르면, 1,000개에 달하는 교대 수업반이 37,240명의 학생들을 위해 개설되었다. 이 시기 동안 북부 지역에서 는 몽족어를 배우자는 운동이 함께 확산되었다. 초등학교에서 문맹을 종식하기 위해 베트남어 대안 프로그램에 따라 몽골족의 단어를 가르 18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치게 된 것이다. 최근 20년 동안 이들 글자들은 이 지역에서 더 이 상 사회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퍼(Ban Pho), 박하(Bac Ha) 현, 라오까이(Lao Cai) 성에서 실시된 국립교육연구원의 조사에 따 르면, 몽족어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1987년에는 2.9%였다. 이 전에 이 선거구는 몽족어를 통해 문맹을 완전히 종식시켰었다(1963 년). 현재까지 교육부와 베트남어 교육부는 몽족어, 따이눙어 글자를 학교, 특별히 기숙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을 재개하는 프로그램을 갖 추고 있지만, 그 상황이 아주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남부 소수 민족 지역의 상황은 다르다. 재통일 직후 베트남은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북쪽에서 실행했던 국어 정책과 같은 방향 으로 진보적인 국어 정책을 실시했고, 이를 소수 민족 거주 지역 에 적용했다. 대체적으로 이 정책은 이곳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기존에 사용되었던 표기법을 다듬어 다시 만들어져야 할 로마자 표기법이 아직도 많다. 정부는 소수 민족들에 게 그들 언어만이 갖고 있는 단어들을 배우도록 장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단어 학습 전통을 갖고 있는 크메르족(Khmer), 호아족 (Hoa), 참족(Cham) 같은 소수 민족들에게 모어 단어를 보급하는 것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이루어졌고 현재까지 잘 유지되어 오고 있다. 예 를 들어 1975~1976년 사이의 기간 동안 남서부 지역에서 모어를 학습하는 크메르족(Khmer) 학생의 수는 41,565명이었는데, 1979 1980년 동안 5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속짱(Soc Trang) 성 지역에 는 1993년~1994년까지 100개의 학교들 중 59개의 학교에서 24,820 명의 학생들이 이중 언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재통일 이후 따이응우옌족(Tay Nguyen)의 4개 소수 언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었는데, 바나어(Bahna), 에데어(Ede), 자라이 어(Jarai), 쏘장어(Xo-Dang)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부 지방과 마찬가지로 아주 단기간 동안 실행되었다. 세계의 언어 정책 185

일반적으로 모어 학습을 장려하는 정책과 함께 베트남 정부는 사회적으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 민족들을 위해 적극적 으로 로마자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소수 민족들을 위해 학 교에서 로마자를 교육하는 정책을 실시했던 시기가 있었고 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각기 다양한 주관적, 객관적 요 인들로 인해 학교에서 소수 민족들에게 모어를 가르치는 정책을 계속해서 실시하는 것은 실패로 끝났다. 그에 대한 주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 모어 교육의 목적에 관한 개념이 불분명했다. 첫째, 학교에서 공용 어 교육과 모어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공용어 학습을 위한 연 결 고리였다. 민족의 문화 정체성 보존이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사 회생활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나타내지 못했다. - 전문적인 준비 과정이 없었고 동시에 실제 작업을 위한 계획도 없 었다. 사실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는 언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 들이 부족하다. 수많은 사범학교들이 소수 민족 언어 교사를 양성 할 수 있는 과학적인 훈련 과정을 갖고 있지 못했다. 소수 민족 언 어 교육이 교과 과정 개발, 교재, 교육 도구, 사전 편찬 작업에 중점 을 두지 못했다 그리고 소수 민족어들의 문화 문학 과학을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통일성이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 로 인해 학습자들이 소수 민족 언어를 배운 이후에도 그것을 사용 할 기회가 없었고 학습자들의 모어 학습 동기도 부족했다. - 소수 민족들에게 베트남어 학습 권리를 고무시키려는 의도가 있었 지만, 모어 학습은 계획했던 만큼 진행되지 못했다. 4.2. 모어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받는 것은 베트남의 소수 민족들에게 각 민족들의 모어들이 존재할 수 있는 거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상 소수 민족 지역에서 구어와 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항상 보장되고 있다. 각 소수 민족 18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의 부류와 각각의 지역에 따라 소수 민족어의 거점과 그 기능은 다르다. 인구수가 많은 소수 민족이 넓은 거주지에서 집약적으로 살고 있는 경우, 이들 언어의 거점과 의사소통 기능은 인구가 적은 집단 보다 더 발달했다. 이들 언어들은 확실히 그 지역의 공용어가 되는 데, 예를 들어 북서부 지역에서는 타이어, 북동부 지역에서는 따이 어, 메콩 삼각주에서는 크메르어가 각 지역에서 공용어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 언어의 거점은 각각 다르다. 사회적 지위와 언 어적 지위를 가진 일부 주요 언어들은 이전보다 그 기능이 약해지 긴 했어도 여전히 공용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비주류 언어들은 가족 간의 의사소통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동체 외부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 환경에서는 여전히 베트남 어가 주요 소통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소수 민족들은 어떤 환경에서든지 그들의 모어를 사용할 수 있다. 4.3. 베트남 정부의 정책은 모든 생활 분야에서 소수 민족들이 그들의 모어를 사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이 정책과 함께 정부는 모어 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진행했다. 전쟁 중에도 북부 산악 지방에서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에 따라 소수 민족 언어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소수 민족 언어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 램이 유지되어 발전해 오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사용자들이 꽤 많은 언어인 몽어(1990), 크메르어(1991), 에데어(1993)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영 방송국이 실제 로 VTV5 라디오 채널을 통해 소수 민족들의 다양한 언어로 방송 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텔레비전과 신문의 발달은 소수 민 족들의 생활에서 그들의 거점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세계의 언어 정책 187

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문학 분야를 살펴보면, 소수 민족 언어로 지어진 문학 작품들이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도서들이 베트남어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문이 소수 민족어로 인쇄되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지속되지 못했다. 4.4. 소수 민족들에게 베트남어를 학습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공용어로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은 소수 민족들의 공동체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소수 민족들은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국어로 서의 베트남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일부 지역 에서 소수 민족들이 느끼는 베트남어 학습에 대한 필요성을 조사했 을 때, 조사자 짠 찌 조이(Tran Tri Doi)는 응답자의 99.1%가 베트남 어 교육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베트남어는 소 수 민족들의 생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가의 교육 체제 하에서 베트남어는 교육법에서 규정한 공용어이 며, 이에 따른 정책이 지속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수 민족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모든 수준에서 진행되 는 베트남어 교육은 기본적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킨족(Kinh) 사람 들과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소수 민족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소수 민족들은 항상 그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베트남어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학교에서 베 트남어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선행 학습을 자녀들에게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취학률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것 또한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불공평하게 이루어지는 베트남어 교육의 결과이다. 18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표 2> 2004~2006년 일부 북부 산악 지대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 학생 수 1) 지역 2004 2005 2006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 1 2 3 4 5 하장 (Ha Giang) 라오까이 (Lao Cai) 랑선 (Lang Son) 선라 (Son La) 82,970 35,587 10,398 79,243 38,618 11,020 71,524 40,820 10,904 54,493 37,716 5,173 50,685 38,629 7,188 49,649 37,217 8,402 69,227 62,080 21,788 61,728 60,979 24,113 56,026 57,993 24,076 113,322 64,077 16,868 105,571 65,094 20,924 189,267 98,769 67,032 라이 쩌우 (Lai Chau) 38,091 13,194 1,790 40,309 14,738 2,315 35,991 17,252 2,920 합계 358,103 212,654 56,017 337,536 218,058 65,560 402,457 252,051 113,334 위의 자료를 통해, 우리는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생들의 비율이 낮아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여기에 나와 있는 소수 민족들의 관습과도 일치한다. 그들은 많은 경우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마치면 자퇴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시 문맹이 생겨나는 상황이 자주 발 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마다 또는 소수 민족마다 베트남어 수준이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사소통 측면에서 보면 이전에 비해 좀 더 능숙하게 베트남어 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점점 더 늘고 있는데, 특히 60세 미만의 인구들 사이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소수 민족들을 위 한 쓰기 교육의 경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언어학회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5세 이상 되는 몽족의 90.58%, 코무족의 97%, 로로족(Lo Lo: 이(Yi)족과 동계)의 91%, 캉족의 81%, 다오족의 75%가 문맹인 것으 1) 베트남 일반 통계청 자료(2006년) 세계의 언어 정책 189

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베트남 소수 민족들은 베트남어로 된 글을 읽 지 못하거나 읽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베트남 정부의 언어 정책이 베트남어의 거점을 확장시켰고 베트남에 존재하는 소수 민족들의 사회생활과 언어생활에 직접적인 파급을 주었 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했다. 베트남의 소수 민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베트남어를 습득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의사소통 환경 또한 보다 더 확장되어 가고 있다. 5. 결론을 위한 몇 가지 이론적 쟁점들 5.1. 지난 6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반적인 소수 민족 정책 과 개별적인 소수 민족 언어 정책은 항상 국가의 대통합을 수립하 고, 각 민족들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조화롭게 구 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정책으로 고려되어 왔다. 통합된 국가 속 에서 소수 민족들의 발전까지 용이하게 하는 정책으로 평가를 받 고 있다. 5.2. 언어 정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전반적인 관점과 정책들은 헌법, 법률, 그리고 그 밖에 다양한 사항들을 다루는 수많은 법적 문서 들에 반영되어 있다. 그중에서 공통적인 관점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 될 수 있다. -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소수 민족들의 모 어(구어와 문어 포함)에 관한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한다. 소수 민족들은 사회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들만의 언어와 문 자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19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어를 학습하고 사용하는 것을 베트남인(소 수 민족 포함)의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한다. 소수 민족들에게 베트남어를 배우고 그것을 의사소통을 위한 공용어로 사용할 것 을 권장한다. 베트남어를 베트남 영토 내의 소수 민족들을 단결 시키고 통합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정의한다. 5.3. 베트남의 실제 상황에 적절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정책들 을 통해 베트남어는 소수 민족들의 언어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 다. 고유 언어와 문자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 베트남 정부는 소수 민족들이 로마자를 이용한 표기법을 따르도록 했고, 프랑스 와 미국의 식민지 시기에 남부 지방에 잔재해 있던 글자들을 이용해 그 로마자 표기법을 완성시켰다. 각 시기와 각 지역에 따라 소수 민족들의 글자는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서 상이한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학교에서 소수 민족 언어를 가르치는 것은 예상했던 것만 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과거에 베트남어를 국어로 널리 보급하는 정책은 소수 민족 거 주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게 실행되 었다. 이 지역에서 소수 민족 언어는 고유 민족어로 여겨졌고, 사람 들은 베트남어를 소수 민족들 간의 의사소통의 공용어로, 또한 새로 운 과학 기술 습득을 위한 언어적 도구로 습득했다. 그런 식으로 해 서 소수 민족들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베트남어 교육의 성과는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5.4. 1945년부터 현재까지 실시되어 온 소수 민족 언어 정책들을 되돌아 보면, 우리는 그 발전 과정과 방향이 진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정책들이 베트남이 속한 지역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계의 언어 정책 191

다중 언어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전반적인 발전 추세와도 일맥상통하 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의 언어 정책은 지침 면에서 볼 때는 올바 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들이 부족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로 발 전하고,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문화를 발전시키며, 법적으로 언어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로운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구 상될 베트남의 소수 민족 언어 정책에서 새로운 기회들과 도전 과제 들을 연구하고 토의해야 한다. 19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참고 문헌 Khong Dien(1995), Population and ethnic population in Vietam, Society Science Publisher. Tran Tri Doi(1999), Studies of ethnic languages in Vietnam, Hanoi National University Publisher. Tran Tri Doi(2003), Current status of ethnic languages education in mountainous provinces and three northern mountainous provinces, Hanoi National University Publisher. Tran Tri Doi(2003), Language policy culture of ethnic groups in Vietnam, Hanoi National University Publisher. Nguyen Thien Giap(2005), Language policy in Vietnam through periods, Journal of Language 3/2005. Nguyen Van Khang(2003), Language planning and macro social-linguistis, Social Science Publisher, Hanoi. Nguyen Van Khang(2003), Position of Vietnamese for ethnic minority languages in Vietnam: from policy to practice, Journal of Language No. 11/2003 Le Ngoc Thang(2005), Ethnic policy Vietnam Government and State of Vietnam, Hanoi Culture University Publisher. Institute of Linguistics(2002), Landscape situations and language policy in Vietnam, Social Science Publisher, Hanoi. Institute of Linguistics(2011), Overall picture of the languages in Vietnam, ministerial level project (already accepted). 세계의 언어 정책 193

출장 보고 런던 언어 박람회와 런던대학교 동양 아프리카대학(SOAS) 위기 언어 계획 방문기 황용주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런던은 두 번째 방문이다. 여유로운 여행이라면 더 없이 좋았을 테지 만 일과 관련한 방문이라 여행지의 낭만은 찾기 어렵다. 다만 위안을 삼을 수 있다면 이번 출장 기간 동안 영국 날씨는 비교적 맑았다는 점 이다. 영국은 흐린 날이 많고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출장 기간 내 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은 런던에서 개최되는 언어 박람회(Language Show)를 참 관하고 소아스(SOAS)의 위기 언어 계획(Endangered Language Project) 을 방문하여 연구 동향을 살피고 국립국어원과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한글날 행사 업무에 관여하면서 한글 박람회 를 구상했던 적이 있어 런던에서 개최되는 언어 박람회에 관심 을 갖게 되었다. 직접 가서 보고 싶기는 했으나 쉽지는 않은 일이었는 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 유럽에서는 언어 박람회가 세 곳에서 열린다. 이번에 방문하는 영국이 그중 하나이다. 파리에서도 매년 2월 언어 박 람회를 개최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여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독 일의 베를린에서도 영국의 언어 박람회가 끝난 후 1주일 정도의 시간 을 두고 언어 박람회가 개최된다. 출장 보고 195

1. 언어 박람회 참관 언어 박람회가 열리는 두 번째 날인 2011년 10월 22일 아침 일찍 머 물고 있는 숙소를 출발하였다. 언어 박람회는 10월 21일부터 3일 동안 개최되었다. 박람회가 개최된 올림피아 홀은 전문적으로 박람회가 개최 되는 곳이기도 하다. 올림피아 홀 인근에는 자연사 박물관, 빅토리아와 앨버트 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올림피아 홀에 가기 위해서는 얼스 코트 역에서 올림피아 홀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런던에서는 지 하철을 튜브라고 하는데 만든 지 백 년이 넘었기 때문에 좀 낡은 편이 다. 또한 공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어느 경우엔 운행을 하지 않는 날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관광객들과 일반 시민들은 런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2011년 언어 박람회 배치도(원 안은 한글관 설치 지역)> 올림피아 역은 우리가 갈아 탄 노선의 종착역인데 여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 박람회에 가는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 19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들이 그곳을 찾았다. 현지의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들, 젊 은이들 그리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박람회장으로 썰물처 럼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이 박람회는 열리기 시작한 지 20년 이상 된 박람회로 오랜 역사를 지닌 박람회이기도 하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관은 주로 언어 교육 기 관과 언어 교육 관련 회사, 번역 업체 등이다. 관람객으로는 언어를 가 르치는 교사와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 박람회의 공식 명칭은 랭귀지 쇼 라이브 2011(Language Show Live 2011) 로 참가관 수는 160개이며 100개의 세미나와 20개의 언어 교실이 개설되었다. 또한 다국어 영화가 상영되고 공연 교재와 교보재 가 전시되었다. <박람회장 내부 전경> 영국에서 개최되는 언어 박람회에 한국은 이번에 두 번째로 참가한다. 2010년에는 주영 한국문화원이 주도하여 참여하였고, 2011년에는 문화 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여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에서 전시관을 마련 하였다.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의 회장인 경희대학교 김중섭 교수 와 경희대 서진숙 교수 그리고 드라마 대장금 에 출연했던 박정숙 경 출장 보고 197

희대 객원교수 등이 이번 박람회에 행사 주관을 맡아 한글관 을 아주 돋보이게 하였다. 한글관 에는 한글을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있 는 이상봉 디자이너가 제공한 한글 옷도 전시되었다. 또 한글관을 방문 한 관람객들에게 한글로 본인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하였는데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써 보는 외국인들은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신기해 하였다. 이번 박람회는 한글 주간과 연계하 여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관람자들에게 한글을 설명하고 있는 박정숙 교수> 박람회에는 다른 나라의 언어 기관과 단체도 참여하고 있었다. 덕분 에 일본의 국제교류기금과 중국의 한반, 영국의 영국 문화원, 스페인 세르반테스 문화원, 영국 바스크어 협회 등의 관계자와 이번 박람회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일본은 4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었는데 주로 자원봉사자들이 일본 관련 출판사와 연계하여 공동으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은 파리에서 개최되는 언어 박람회에도 참가하고 있으며, 런던 내의 독일, 프랑스, 스페 인 문화원과도 정기적인 교류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 비해 예산 지원이 줄 어 규모가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언어 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19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중국도 런던 언어 박람회에 4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었다. 한 번 준비해 서 유럽의 3개 언어 박람회인 런던, 파리, 베를린 언어 박람회를 순회하여 참여한다고 하였다. 또 프랑크푸르트 도서 전시회에도 참여한다. 영국 내 의 중국 관련 도서 및 교육 관련 회사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 전시관은 영 국 현지의 공자학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영국 내 공자학원은 17 개소가 운영 중인데 전시 물품 등은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고 한다. 전시관의 규모도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커서 영국 내 중국어의 위상 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런던 바스크어 사용 지점 지도> <조지아 언어 교육관> <세르반테스 문화원관> <런던 괴테 문화원관> 이번 박람회를 참관하면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얻은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특히 교원과 관련 하여 영국에서는 교원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현지 담당자에게 출장 보고 199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영국 문화원의 영어 교과 과정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며 나라별로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상황에 맞추어 가르치고 있었다. 영국 문화원 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원의 자격은 표준화되어 있는데, 해외에 있는 영 국 문화원에서 가르치려는 교사들은 학사 학위가 있어야 하며, 캠브리지 자격증인 시엘타(CELTA; Certificate in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및 디엘타(DELTA; Diploma in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자격증이나 트리니티 테솔(Trinity TESOL) 자격증을 따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교사 자격이라 할 수 있는 시엘타 (CELTA) 자격증은 4주 단기 집중 과정을 이수하거나 시간제(파트타 임) 과정을 1년에 걸쳐 이수할 수 있다. 그 후 4년간 교사로서 경력을 쌓은 후 그 다음 단계의 자격증인 디엘타(DELTA) 코스를 1년에 걸쳐 이수하고 2주 동안 런던에서 코스에 참여하면서 실습을 해야 한다. 시 엘타(CELTA)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영국 문화원에서 영어를 4년간 가르치면 보통 교사 재임 중 동시에 디엘타(DELTA)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학비를 후원해 주고, 또한 멘토 시스템을 통해 교습 과정을 관찰하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영어 교사 지망생들 대부분이 시 엘타(CELTA)를 거쳐 디엘타(DELTA) 자격을 취득하며, 일부는 석사 과정을 이수하기도 한다.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문화원 관계자와도 언어 순화에 관해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스페인어에서도 영어가 일상 언어 생활에 영향을 미 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로열 아카데미에서 순화어 를 선정하여 알리고 있는데 국민들은 대체로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였다. 영국 바스크어 협회는 영국 내에 바스크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 임을 만들어 바스크어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바스크어는 유럽에서 가 장 오래된 언어로 스페인과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바스 20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크어에도 외래어의 유입이 많이 있는데 100여 년 전에는 언어 순수주 의가 유력했지만 지금은 영어 등 외래어 유입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중에 박람회장 한쪽 구석에 있던 조그만 규모의 전시관 한 곳이 눈을 끌었다. 화려하고 사람이 넘치는 다른 전시관들과 달리 한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어쩌다 한두 명이 전시관에 놓인 자료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조지아에서 마련한 전 시관이었다. 조지아는 전에 그루지야로 불리던 나라이다. 자국의 언어 를 소개하지 않고 자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영어 교사를 모집하기 위해 이번 언어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경제 발전을 위 해 영어를 중요한 도구로 생각하여 영어를 가르쳐 줄 교사를 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모어는 따로 구별하지 않고 영어로 소통 가능한 교사를 구하고 있었으며, 자원 봉사가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전시관 에서 설명해 주는 사람도 자원 봉사자였다. 박람회장 내에서는 언어 교육과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 눈에 띄게 많았다. 영국에서는 단순한 관광을 즐기기보다는 그 나라 의 언어도 배우면서 관광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관광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직 우 리나라에서는 많이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언어 교 육과 관광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현 지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면서 번역 문제도 관심 있게 보았다. 유럽연합의 경우 조약이나 규정을 유럽연합 회원국의 언어로 번역하도록 되어 있 다. 언어 박람회장 곳곳에서 이에 관해 안내하는 강좌나 전시관을 만날 수 있었다. 번역에 대해서 유럽연합은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는데 우 리도 세계와 교류가 많아질수록 번역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출장 보고 201

영국 언어 박람회는 전시관을 빌려주고 받는 대관료로 운영되고 있 었다. 영국에서 이런 상업 언어 박람회가 성황을 이룰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언어 박람회를 개최한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어 문제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상업 언어 박람회가 한국에서 성사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영국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일찍부터 받아들였고 전 세계에서 식민지를 경영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개방되어 있다. 또한 영어만 잘하면 전 세계에서 취직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언어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에 대해 인식이 낮 고 외국어에 대한 관심의 폭도 좁다. 또한 외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취 직할 수 있는 자리도 아직 많지 않다. 2. 위기 언어 계획 방문 러셀 스퀘어에 자리하고 있는 소아스(SOAS)는 영국 내에서 아시아 와 아프리카 연구의 중심 대학이다. 이 대학의 언어학과에서 세계의 소 멸 위기 언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소아스의 위기 언어 계획 방문에는 이 대학의 한국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연재훈 교수께서 도움을 주었다. 지역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현장 조사를 다니면서 사라지는 우리 언어에 대해 어떻게 하면 기록으로 남기고 보 존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사라져가 는 목소리들 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고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 음 등을 읽으면서 세계의 소멸 위기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한 알타이어 중에 소멸 위기에 있는 언어를 조사하는 것을 주변 교수 님들께서 진행하고 있기도 해 필자는 전 세계의 소멸 위기 언어 목록 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언어 다양성 누리집을 20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구축하는 사업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위기 언어 계획 관계자에게 위기 언어 계획이 시작된 계기를 들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계획의 정식 명칭은 한스 라우징 위기 언어 계획(Hans Rausing Endangered Language Project) 이다. 영 국에서 유명한 한스 라우징이라는 기업가가 출연한 기금으로 운영되어 붙은 명칭이다. 민간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 해 거금을 쓰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이 계획은 아 카디아 기금(Arcadia Trust)에서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60억)를 출연하 여 시작된 사업으로, 소멸 위기에 있는 언어의 문서화와 언어학적인 기술 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위기 언어 계획은 세 부분으로 나누 어 진행되고 있는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기 언어 연구 과정(ELAP, Endangered Language Academic Program) - 언어 문서화와 기술, 언어 지원과 재생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연구 하는 과정 - 현재 위기 언어 문서화와 다음 세대의 언어 문서화를 훈련 - 2011년 현재 석사 12명, 박사 17명 재학 중 - 언어 문서화와 기술(Language Documentation and Description) 잡지 발간 - 연구 책임자: 피터 오스틴(Peter Austin) 위기 언어 문서화(ELDP, Endangered Language Documentation Program) - 언어 문서화를 위해 매년 약 25억 원 지원 - 현재까지 250개 문서화 지원 - 2010년 30개 문서화 지원, 21억 원 지원 - 지원 자격: 위기 언어 문서화에 관심 있는 연구자 및 기관 대학원생, 교수, 전문연구기관(민간, 국가기관) 등에 개방되어 있음. 출장 보고 203

지원 우선 순위: 심각하게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 연구자 능력 고려, 해당 국가에서 지원 가능한 경우 배제 - 연구 책임자: 만다나 세이페디니퍼(Mandana Seyfeddinipur) 박사 ㅇ 위기 언어 자료 보관소(ELAR, Endangered Language Archive Program) - 위기 언어 문서화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작성된 전 세계 위기 언 어의 디지털 문서를 보존하고 출판(위기 언어 문서화 프로그램 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님. - 위기 언어 자료 보관소는 자료 보관과 관련된 훈련 제공(장비 운용 등) - 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나탄(David Nathan) 전 세계에는 약 6,900여 개의 언어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 많은 언 어 중에서 사용자가 아주 극소수인 언어가 많다. 언어 다양성은 생물 다양성과 그 분포 지역이 일치한다. 아프리카와 적도 부근의 태평양, 아마존 밀림, 인도네시아 등이 언어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 역이다. 언어 다양성은 문화 다양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인류 문화의 공동 유산인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은 앞으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세계 를 유지하는 데 자양분이 된다. 10월 24일 소아스를 찾아가 위기 언어 문서화 담당자를 먼저 만났다. 위기 언어 문서화 담당자는 만다나 박사로 그와 함께 위기 언어 문서 화를 담당하는 분과 자리를 같이 했다. 연구실은 우리의 대학 연구실과 비슷하였는데 규모는 조금 작아 보였다. 책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위기 언어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만다나 박사는 낯선 외지인인 우리에 게 친절하게 위기 언어 문서화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20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만다나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만다나 박사와는 지원 규모와 지원 자격, 현재 지원 현황과 성과 문 제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위기 언어 문서화(ELDP) 의 지원을 보면 언어 조사 기금은 기술 및 장비 지원과 같은 소액 지 원금이 최대 만 파운드, 박사 과정 학생과 박사 후 과정 지원자의 현장 조사를 위한 조사 기금이 각각 최대 십오만 파운드이다. 그리고 한 팀 에 여러 연구자가 같이 소속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주요 문서화 프로젝트의 지원금 역시 최대 십오만 파운드가 지급 된다. 이러한 지원금은 학비로 지출될 수 없으며, 연구 조사가 이루어 지는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이만 파운드에서 시작해 평균적으로 팔만 에서 구만 파운드 정도가 지급된다고 한다. 특별히 지원자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지원자를 모집하지 않으며 아무 나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지원서가 접수되면 지원자의 학위, 성 적, 연구 조사 계획, 예산안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지원 여부를 결정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장비 및 교통비 등을 지원하며, 지원금을 받는 이는 매년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고 연구 조사 자료를 보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교수가 박사 과정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 조사를 가는 식으 로 2년 정도의 프로젝트를 계획해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출장 보고 205

이제까지 25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8백만 파운드에서 9백만 파운드 정 도를 지원해 왔다. 이 자료들은 현재 자료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고 일부 는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호주, 남미 쪽은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어 왔고 아프리카 쪽도 비교적 많이 진행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아시아, 특히 몽골이나 중국, 한국 쪽에서는 자금을 지원할 만한 프로젝 트가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 아시아 쪽의 수준 있는 연구자들과 연계해서 조사팀을 파견하거나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 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의 대학과 학술 단체 등이 이런 문서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할 때 이를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위기 언어 계획은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중국과 같은 지역의 조사에 관심이 많으며 이러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연수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10년에는 아프리카의 가나와 에티오피아에서 여름학교가 열렸 는데 여기서 조사 연구자들의 연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계획에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를 활성화한다든지 언어 사용 이 유지되도록 돕는 것과 같은 사업은 하지 않고, 문서화 작업에만 주 력하고 있었다. 만다나 박사는 언어 공동체의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언 어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사용하라고 억지로 강요할 수 는 없다고 하였다. 또한 위기 언어 계획 사업을 하면서 훌륭한 프로젝 트에 대한 지원을 거절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언어 문서화 작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해당 언어가 얼마나 급박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가의 여부라고 하였다. 물 론 특정 전통과 관련된 언어 분야를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한 조사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우 에는 아무리 흥미로운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연구 조사를 지원할 가능 성이 아주 낮다고 한다. 이 위기 언어 계획은 언어를 문서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분야에 대 한 문서화인지 지원자가 지원서에 자세히 기록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20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수, 신체 부위 등과 같은 일정한 기초 어휘 목록의 지침서를 만들어 각 각의 프로젝트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로제타 프로젝트는 표준화된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독일의 도비스 프로젝트는 그렇게 하지 않 는다. 세계의 모든 언어에 이런 어휘가 공통적으로 존재하지도 않거니 와 이 계획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례들이 보 다 광범위하며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초 어휘 목록 지침서 같 은 것은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 계획의 지원을 받고 조사하여 보고 받은 모든 자료는 자료 보관 소에 저장된다. 이러한 자료의 공개 여부 및 수위는 조사 대상이 된 언 어 공동체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였다. 모두에게 공개할 수도 있 고 연구자와 공동체 사람들만 보게 할 수도 있으며 공동체 사람들만 보거나 아예 아무도 못 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기록을 볼 수 있는지 의 여부를 연구 조사자에게 직접 문의할 수도 있다. 연구 조사자는 조 사 자료를 자료 보관소에 보낼 때 일정한 문서 양식에 공개 여부 및 수위를 명기하고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들에게 서명을 받도록 되어 있 다. 정부에 대해 그냥 나누는 잡담에 불과할지라도 자료 내용에 그들의 삶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만다나 박사는 이들이 사망한 후에 문서화된 기록이 누구의 소유가 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최근 아 주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양질의 문서화가 이루어지도록 지원금을 받는 이들은 모두 현장 조 사를 떠나기 전 8일간 오디오, 비디오 관련 기술, 기기 사용 방법 등에 대해 연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였다. 마이크를 켜는 것, 여분의 배 터리를 챙길 것, 꼭 두 대의 컴퓨터에 나누어 백업할 것 등을 당부하지 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위기 언어 계획은 좀 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양질의 다양한 프로 젝트를 갖고 연구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만다나 박사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였다. 궁금했던 많은 것을 해 출장 보고 207

소한 유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위기 언어 계획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 는 오스틴 교수의 방으로 갔다. 넓지 않은 연구실에서 오스틴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오스틴 교수의 안내로 자료 보관소 도 방문하여 직접 실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스틴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 및 나탄 소장과 함께> 오스틴 교수는 방문 연구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현재 방문 연구자가 두 명 있는데 그들은리버흄(Leverhulme) 기금을 받고 와 있는 인도 연구자와 훔볼트 재단에서 지원을 받는 독일 연구자라고 했다. 위기 언어 계획에서는 장학금을 주어 초청하지 않으며, 방문하고 싶은 연 구자가 연락해 오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고 한다. 방문 연구자는 소아스에 머물면서 도서관과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근처에 있는 영국 도서관(British Library) 시설 이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방문 연구자는 소아스에 이용료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연구자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여 이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방문 연구 자로 소아스에 오려는 사람은 약 6개월 전에 요청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위기 언어 연구 과정에 대해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석사 과정은 두 분야로 나뉘어 있다. MA in LSR(Language Support and Revitalisation) 는 언어학 학위가 없어도 입학 가능하지만, MA in Language 20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Documentation and Description(Field Linguistics) 는 언어학 관련 학사 학위가 꼭 필요하다. 보통 해마다 15명에서 16명이 석사 과정에서 공부 를 하며, 지금까지 90명이 석사를 이수했다고 한다. 박사 과정에 입학 하면 첫해에 1년간 과제물을 해야 하고 연수를 받게 된다. 그런 다음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지역으로 현장 연구를 가게 되고, 3년째에 돌 아와 논문을 쓴다. 새로운 자료가 필요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자료가 있 을 때 3~4개월간 잠깐 동안 현장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박사 과정 학생 중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소아스 장학금과 위기 언 어 계획의 장학금은 경쟁이 아주 심하다. 일반적으로 장비를 마련하는 등 현장 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위해 소액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한다. 오스틴 교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지금까지 진행해 온 프로 젝트들에 대한 검토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전반적으로 이루 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앞으로 위기 언어 계획을 어떻게 더 발전시 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몇몇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해 온 것들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였다. 특히 출판에 더 주 력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2003년에 언어 문서화와 기술(Language Documentation and Description) 이라는 학술지가 창간되었으며 앞으 로 단행본 출판, 특히 전자책 형식의 출판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 다. 단순히 문법, 사전뿐만이 아니라 오디오, 비디오 자료도 함께 기 록 보관하고, 출판하게 될 것이고 한다. 현재 10,000기가 바이트 분량 의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는데 모두 본래(Original) 기록이다. 또한 소아스에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데 위기 언어 라디오 방송도 시작된다고 한다. 소아스의 학생 중 하나가 런던 언어 풍경 이라는 프 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에 의하면 런던에서 최대 400개의 언어가 공 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확장시켜 런던 내 피난민과 이주자 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이란 지역 언어 를 연구하는 박사 과정 학생 한 명은 방문 비자를 받지 못해 2년간 이 출장 보고 209

란에 현장 조사를 떠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런던에 거주하 는 페르시아어 원어민을 발견해 현재 현장 조사를 그쪽에서 하고 있다 고 하였다. 이번에 런던 언어 박람회를 참관하고 위기 언어 계획을 방문하면서 한국어의 확장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고, 미래 인류 언어문화 유산의 보 전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지는 방언에 대해 조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욱 많은 지 원을 통해 언어를 기록하고 문서화하여 우리 문화 유산으로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21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국립국어원 소식 Ⅰ. 국립국어원 주요 행사 1. 공공언어 사용 우수 기관에 감사패 증정 공정거래위원회, 서울특별시 등 6개 기관 국립국어원은 2011년 정부기관, 위원회, 광역지방자치단체 등 56개 기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언어 사용을 진단하여 우수 기관에 감사 패를 증정하였다. 중앙행정기관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 40곳 가운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선정되었으며, 광역지방 자치단체 16곳 중에서는 서울특별시, 울산광역시, 충청남도가 선정되었 다. 증정식은 2011년 11월 29일 국립국어원 2층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선정 기관의 국어책임관이 참석했다. 이번 진단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아 실시한 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연구 용역의 결과로 2011년 1월에서 4월까지의 보도자료 3건과 10월에 배포된 1건 등 모두 4건의 보도자료 를 각 기관별로 무작위로 선정하여 진단하였다. 이번 진단에 사용된 기 준은 2010년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공공언어 진단 기준 이다. 공공언어 진단 기준(2010)은 공공언어가 가져야 할 정확성과 소통성 국립국어원 소식 211

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확성은 표기의 정확성, 표현의 정확 성 으로 나누고 어문규범을 잘 지키고 있는지 여부와 적절한 어휘를 사 용하고 우리말답게 문장을 사용하는가가 진단 항목으로 제시되었다. 또 한 소통성은 공공성, 정보성, 용이성 의 세 가지 요소로 차별적 표현 의 사용과 권위적 표현 사용, 정보의 형식과 양, 쉬운 용어의 사용 등 을 진단 항목으로 하였다. 이번 진단 결과 한글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등 어문규정에 어긋난 표 기 사례가 지적되었으며, 특히 외국 문자나 외국어 사용으로 국민이 제 대로 이해할 수 없는 표현과 표기들도 다수 나타났다. 이번에 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곳 중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특별 채용 된 국어전문관이 검토를 한 후에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있어 다른 기관 에 비해 진단 결과가 우수하게 나타났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우수 기 관으로 선정된 서울시는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서울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보도자료 작성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국립국어원은 2012년에도 공공언어 진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진 단 결과를 발표하고 우수 기관을 격려하는 한편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개선을 권고하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보도자료 작성에 대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2.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발간 기념식 참석 국립국어원은 지난 12월 20일 국방기술품질원에서 개최한 국방과학 기술용어사전 개정판 발간 기념식에 참석하여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 과학기술 분야 전문용어의 보급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 다. 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은 기념식 축사를 통해 국립국어원과 국방 기술품질원은 2008년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1차 발간 때부터 사전 내 용의 감수 등으로 깊은 인연을 맺어 왔으며 2009년 업무 협정을 통해 21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국방과학기술 분야 전문용어의 보급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기로 했던 만큼 이번에 발간된 사전의 내용은 국립국어원에서 추진 중인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에 적극 반영하여 앞으로 국방과학기술 분야 전문 용어의 보급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이번에 발간한 사전은 지난 2008년 발간한 7,500 항목 규모의 사전에 신규 기술 용어를 추가하여 15,000항목 규모의 사 전으로 만든 것으로 국방과학기술 용어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 리말로 다듬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쳐 종이 사전과 함께 웹 사전 형 태로 발간한 것이다. 이 사전에는 15,000항목 규모의 사전 내용과 함께 국방 용어 시소러스 도 들어 있는데 이들 내용은 모두 국방기술정보통 합관리체계(DTiMS)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소식 213

3. 디지털 한글 박물관 사이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 사이트 최우수상 수상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한글 박물관 사이트가 방송통신 심의위원회가 선정한 2011 올해의 청소년 권장 사이트 최우수상을 수상 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2011 올해의 청소년 권장 사이트 는 국립국어원의 디지털 한글 박물관 을 비롯하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과학향기 (대상) 등 모두 6개의 사이트가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12월 22일 방송회관 19층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자리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만 위원장을 비롯하여 여러 수상자가 함께 참석하였다. 시상식에서 박만 위원장은 디지털 한글 박물관 사이트가 분야별로 한글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여 한글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도왔고 우리말 실력 향상을 위한 한글 게임 등 다양 한 교육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청소년들이 유익한 정보를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이 상을 수여한다고 하였다. 디지털 한글 박물관 사이트(http://www.hangeulmuseum.org)는 2004년 부터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해 오고 있는 사이트로서 학술 정보관에서 한 글과 관련된 옛 문헌들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문헌에 대한 설명과 함께 21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제공하며 역사관, 조형 예술관, 교육 문예관, 미래관, 한글 생활관에서 한 글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년 온라인상에서 특 별 기획전과 우리말 실력 향상을 위한 한글 게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Ⅱ. 국립국어원 주요 활동 1. 결혼 이민자 한국어 능력, 출신국별 거주 지역별로 달라 다문화 가족 국어 사용 환경 기초 조사 결과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년 9월 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전국 다문화 가 족의 국어 사용 환경을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결혼 이민자의 출신국, 거 주 지역, 거주 기간에 따른 국어 사용 환경과 한국어 능력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자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이민자의 한국어 능력은 출신국별, 거주 국립국어원 소식 215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신국별로는 일본(62.8%), 한 국계 중국인(55.7%), 몽골(45.6%) 응답자가 한국어 능력에서 높은 점 수(90점~100점)를 받았다. 거주 지역별로는 대체로 시 단위보다는 군 단위에서 점수가 높았으며, 대구(45.5%), 강원도 군 단위(40.8%), 경기 도 군 단위(40.0%) 응답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대구 지역은 30점 미만의 점수 비율이 0%로 나타나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어 능력 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1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1.1. 은행, 우체국 등의 공공 기관에서의 한국어 사용 힘들어 결혼 이민자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공공 기관 이용 시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23.5%), 전화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23.3%) 를 꼽았다. 결혼 이민자들은 은행, 우체국 등의 공공 기관에서의 한국 어 사용을 매우 힘들어했다. 그러므로 결혼 이민자가 공공 기관을 편리 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 한 것으로 나타났다. 1.2. 독학용 한국어 교재 등의 맞춤형 교재 필요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는 결혼 이민자들의 55.3%가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은 주로 한국어 학원(34%), 독학(29.6%), 학교(21.2%)를 통해 한국어를 학습했다고 답하였다. 모국 에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독학의 비중이 높은 만큼, 학습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독학용 교재나 학습지를 개발하여, 외국에 배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와서는 71.3%가 한국어 교육을 받았으며, 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주민 센터 등의 행정 기관(69.9%)을 이용하였다. 또 한 응답자의 28.7%는 한국어 교육 및 학습을 위해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방법은 고학력자일수록 더 선호하였다. 1.3. 중급 이상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강화 필요 언어 기능(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의 측면에서는 많은 응답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 다. 쓰기 능력은 일정 거주 기간이 지나도 가장 힘들어하는 언어 기능 으로 나타났으며, 말하기도 초급 단계에서는 가장 쉬워했으나 고급 단 계에 가면 쓰기만큼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결혼 이민자 가 기초 언어생활에 필요한 초급 한국어 습득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중급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지 국립국어원 소식 217

속할 수 있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조사 결과, 다문화 가족이 처한 환경에 따라 국어 사용 양상이 매우 다양하며, 그에 따라 한국어 능력도 차이를 보였다. 국립국어원은 다문 화 가족 국어 사용 환경 기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문화 가족의 국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 국민 대다수 표준어 필요성에 공감 현실에 맞게 표준어 규정을 개정할 필요는 있어 국립국어원은 표준어 규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사용 실태를 조 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후 규정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잡기 위해 표준 어 규범 영향 평가 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국민들의 90% 이상이 표준 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표준 어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도 70.5%에 달해서 현실에 맞게 표준어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국립국어원은 다양한 연령, 성별, 직업 등으로 구성된 3,000명을 대상 으로 표준어와 표준어 규정에 대한 인지도, 이해도, 필요성 및 표준어 21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규정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97.1%가 표준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84.9%가 표준어 규정에 대해서도 인지 하고 있었다. 표준어와 표준어 규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각 91.1% 와 93.9%가 필요하다고 답변하여서 대다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표준어 규정 개정 선호도 조사에서는 70.5%가 필요에 따라 규정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대답하여, 다수가 필 요하다면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1. 표준어와 표준어 규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한 교육 필요 표준어와 표준어 규정에 대한 인지도가 각각 97.1%, 84.9%로 높게 나타났지만 이 중에서 28.0%와 43.9%가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고 답변하여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준어 규정은 잘 모른다(15.1%) 고 응답한 사람까지 합하여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표준어 규정이 필요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표준어 규정에 대한 올바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어원 소식 219

2.2. 복수 표준어 확대로 실생활 언어 반영 필요 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언어 사용 실태 등을 조사하여 짜장면 등 39항목을 표준어로 인정한 바 있다. 이번 표준어 규범 영향 평가 에서 실시한 개별 표준어 항목에 대한 실태 조사에서도 현재 비표준어로 되 어 있으나 표준어에 비해 월등히 사용 빈도가 높은 항목이 다수 조사 되어 이들에 대한 표준어 반영 여부도 이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나타 났다. 특히 설문 조사와 별도로 실시된 전문가 심층 면접 결과에서도 복수 표준어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국민들 상당 수가 필요에 따라 표준어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에 비추 어 표준어의 추가 인정은 이후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러한 국민 의식 조사와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국 어원은 표준어와 표준어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을 해 나갈 계획이다. 3. 우리말, 제2의 도약 기회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발표 국어의 발전과 보존에 관한 국가 어문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제2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이 마련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는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성공적 22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으로 시행된 제1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에 이어, 창조와 상생, 도약을 이끄는 국어정책 을 이상(비전)으로 하는 제2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을 발표하였다. 이번 계획은 올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이행되는데, 국민의 창조적인 국어능력 함양을 통해 더욱 품위 있는 언어생활로 삶 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공공기관 및 대중매체의 언어가 공공성을 높이 도록 하며, 국외 세종학당 설치 확대로 한류의 지속과 우리나라의 문화 경쟁력 확대를 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이상(비전)은 창조와 상생, 도약을 이끄는 국어정책 -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국민의 창조적 국어능력 향상, 공공언 어 개선을 통한 사회 이익 증진, 한국어 보급을 통한 우리말 위상 강화 등 5대 추진과제 설정해 5대 추진과제의 하나인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국민의 창조적 국어능력 향상 과제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언어 구사로 많은 논란을 낳은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 사업이 이 과제의 세 가지 사업 중 하나로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짊어질 후속 세대를 위해서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날로 비 속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청소년 우리말 교실 을 설치 운영하며, 청소년 대상 콘텐츠 제작 지침을 만들 어 배포하는 등의 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 국민 대상으로는 변화한 국어 사용 현실과 의식을 반영하여 새로 마련한 표준 언어예절을 널리 알리는 등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된 어문 생활의 지침을 국민에게 제 공하고, 글쓰기나 말하기 등 국민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여기는 언어 사 용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언어 개선 과제에서는 공공언어 감수단 활동을 통해 공공기관이 대국민 언어를 더욱 쉽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국립국어원 소식 221

대중매체 관계자 대상 교육이나 언어 우수 프로그램 포상 제도 등을 도입하여 품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중매체의 국어 사용 에 대해 자율적인 정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 경제성장과 한류로 한껏 드높아진 우리말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 한 방편으로써 현재 전 세계에 75개소가 설치된 한국어 보급기지 세종 학당 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어 수요를 바탕으로 하여 올해 말까 지 모두 90개소, 2014년에 160개소를 거쳐 2016년에 200개소로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세종학당이 한국어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양적 확대와 함께 한국어 교 육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함과 동시에, 한국어교육의 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한국어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권역별 한국어 교육 지도사 파견 등 다채로운 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국어 정책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가치 보전이 빠질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지난 2011년 초 건립 공사가 시작된 한글박물관의 종합 발전계획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박물관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온 누리에 떨치며 우리말이 수난을 딛고 일어선 역사와 앞으로 열릴 미 래를 보여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 언어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한층 높이도 록 하고자 한다. 또한 연말 개통 예정인 미래형 언어사전 (가칭)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 이 2016년까지 130만 항목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명실 상부한 민족 언어지식의 총체적 관리를 맡도록 할 계획이다. 4. 생활 속 애매한 호칭 지칭, 인사의 표준 마련 국립국어원, 표준 언어 예절 발간 부르기 어려운 남편 누나의 남편, 여동생의 남편, 정확한 호칭은?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 는 손님을 존대? 커피를 존대? 겉봉의 이름과 속지 내용이 다른 청첩장, 올바르게 쓰는 방법은? 22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가까운 사이지만 부르기 애매한 남편 누나의 남편은 아주버님 이라 하 고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 과 함께 말하는 사람이 남자일 경우 매부, 매제, 여자일 경우 제부 라고 한다. 또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듣는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 는 손님이 아닌 커피를 존대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친구 부모 성명] 배상( 拜 上 ) 이라 적힌 청첩장 봉투 속에 친구가 자신의 결혼을 알리는 글이 담겨 있다면 발송 주체와 결혼 당사자가 달라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호칭어, 지칭어, 경어법 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덜고자 표준 언어 예절 을 발간하였다. 이 책 은 1992년에 나온 표준 화법 해설 을 20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표준 화법 해설 (1992)은 언어 예절에 대한 표준을 담은 지침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그동안 가정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였고 직장 내에서 존중과 배려 의 태도가 점차 확산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남에 따라 개 정된 표준 언어 예절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표준 화법 해설 (1992)에서는 화법의 전 영역이 아닌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어 제목과 맞지 않아 이번 개정에서는 실제 담고 있는 내용에 맞추어 표준 언어 예절 로 제목을 바꾸었다. 국립국어원은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국민을 대상으로 국어 사용 실 태를 조사하였고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총 열한 차례에 걸쳐 서정목 (서강대 교수) 위원장 등 국어학자, 언론인, 유학자 등 10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열어 개정해야 할 대상과 범위를 검토, 표준 화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또 2011년 11월에 표준 화법 보완을 위한 토론회 를 개최하 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고, 12월 국어심의회 보고를 거쳐 표 준 언어 예절 을 발간하게 되었다. 표준 언어 예절 은 가정에서의 호칭 지칭, 사회에서의 호칭 지칭, 경 어법, 일상생활의 인사말, 특정한 때의 인사말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생 국립국어원 소식 223

활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혼례, 상례, 축하, 위로와 관련된 서식들을 추가하였다. 표준 언어 예절 에서는 표준 화법에 없었던 조부모, 손주, 사촌에 대 한 호칭, 지칭을 추가하였다. 또 부모에 대한 호칭으로 어릴 때에만 엄 마, 아빠 를 쓰도록 하였던 것과 달리 현실을 반영하여 장성한 후에도 격식을 갖추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마, 아빠 를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여 동생의 남편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에는 서방 과 함께 남자일 경우 매부, 매제, 여자일 경우 제부 를 쓸 수 있도록 하였다. 반면, 남편 누나 의 남편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에는 아주버님, 서방님 을 쓸 수 있다고 하였던 것을 아주버님 만 쓰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 윗사람에게는 -시- 를 넣어 말하고 동료나 아래 직원에게는 -시- 를 넣지 않고 말하도록 했던 것을 직급에 관계없이 누 구에게나 -시- 를 넣어 존대하도록 하였다. 또 축하드리다 가 불필요한 공대라 하여 축하하다 만 쓰도록 하였던 것을 축하합니다. 와 함께 공손 함이 담긴 축하드립니다. 도 인정하였다. 새롭게 보완된 표준 언어 예절 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올바른 언어 예절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기관, 언론 계, 출판계, 기업체 등에 유용할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표준 언어 예절 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습 니다. 또, 국립국어원은 올해 안으로 표준 언어 예절 을 보다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을 모아 만화 형태의 전자책으로 제작 할 예정이며, 이는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22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5.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생생예능, 딸림벗, 공인자격 을 아시나요? 말다듬기위원회 다듬은 말들 잇달아 선보여 국립국어원은 2004년부터 말터 사이트를 통해서 누리꾼들과 함께 어 려운 외국어나 외래어를 쉬운 말로 다듬는 일을 해 왔다. 그런데 누리 꾼들의 투표를 통해 순화어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다 는 지적이 있어 말터 사이트 운영 방식을 2012년을 기해 크게 바꾸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인, 언론인, 학자 등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말다 듬기위원회를 2011년 11월에 구성하게 되었다. 말다듬기위원회에는 강재 형(문화방송), 김용택(시인), 김창섭(서울대), 김태익(조선일보),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박경희(한국방송), 손범규(에스비에스), 안도현(시 인), 안상순(전 금성출판사), 여규병(동아일보), 이미애(방송작가), 이용 원(전 서울신문), 정경희(번역가), 정미경(소설가), 정재환(방송인), 조경 란(소설가) 등 총 16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누리꾼 들이 제안한 순화 대상어 중 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말을 결정하고 누리꾼이 제안한 순화어 후보 중에 순화어를 확정하게 된다. 말터 사이트 에서는 2012년 1월부터 한 달에 1개씩 확정된 순화어를 발표한다. 국립국어원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말터, www.malteo.net) 누리집을 통해 2012년 1월에는 리얼 버라이어티(real variety)의 다듬은 국립국어원 소식 225

말로 생생예능을, 2월에는 팔로잉(following) : 팔로어(follower) 의 다듬 은 말로 따름벗 : 딸림벗 을, 3월에는 스펙(spec) 의 다듬은 말로 공인자 격 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리티(reality)와 버라이어티(variety)의 합성 어로서, 짜인 각본대로만 하지 않고 출연자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 놓이 게 하여 아주 자연스럽고 생생한 대사나 행동이 진행되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한 갈래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의 한 종류를 가리켜 리얼 버라이어티와 같은 어려운 외국어 용어를 쓰면 대부분의 국민이 그 용어의 개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 제가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어려운 외국어여서 이해하기 어려운 반 면에, 생생예능은 출연자들이 여러 상황 속에서 생생한 대사나 행동을 표출하는 예능 프로그램 이라는 뜻을 잘 담고 있고, 길이도 짧아 다듬 은 말로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트위터에서 팔로잉 은 내가 따르는 사람(자신이 소식을 받는 어떤 사람)을 이르는 말이고 팔로어 는 나를 따르는 사람(자신의 소식을 받 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팔로잉, 팔로어 는 초보자들이 그 용어를 접했을 때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직역할 때에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팔로잉 을 내 가 따르는 친구라는 뜻에서 따름벗 으로 팔로어 를 나를 따르는 친구, 즉 나에게 딸린 친구라는 뜻에서 딸림벗 으로 다듬었다. 앞으로 트위터 관련 산업계나 트위터 사용자들이 이 용어를 즐겨 쓰기를 기대한다. 스펙은 주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공인 외국 어 성적 자격증 따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원래 스펙은 영어 스 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 에서 유래된 말로 주로 물품의 세부 사항이 나 명세를 가리킬 때 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펙은 취업을 위한 자격 조건을 아우르는 뜻을 가진 신조어의 성격이 강하다.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외국어 스펙 은 공적으로 인정받을 22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만한 학력 학점 공인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을 아우르는 개념 으로 쓰이는데, 공인자격 이라고 바꿔 쓰면 이해하기 쉽다. 국립국어원의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다듬을 말에 대해 누리꾼들이 순화어 후보로 제안해 준 말들 중에서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 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종 순화어를 선정하고 있다. 누리꾼들 이 최종 순화어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하는 일은 하지 않지만, 다듬고 싶은 말과 순화어 후보를 제안하는 일에는 누리꾼이 적극적으로 참여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일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는 우리 언어문화를 바르고 윤택하게 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 문화의 건전한 발달을 기하고자, 국어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일상용어나 언론에서 접하게 되는 시사용어 중에 서 다듬어 쓰면 좋을 말을 골라 이에 대한 다듬은 말을 앞으로도 꾸준 히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말을 더 쉽고 윤택하게 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온 국민의 참여가 기대된다. 5.1. 피팅 모델(fitting model) 은 맵시도우미 로 국립국어원의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는 피팅 모델(fitting model) 의 다듬은 말로 맵시도우미 를 최종 선정하였다. 피팅 모델 은 패션 디자인 분야 따위에서 실제 사람의 착용감, 외관 등을 점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살아 있는 마네킹처럼 본이 되는 의상, 장신구 등을 착용해 보는 일을 하는 사람 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피팅 모델 을 갈음할 우리말을 확정하기 위하여 누리꾼 이 제안한 346건 가운데, 원래 의미를 잘 살리면서 우리말의 단어 구성에 맞는 맵시도우미, 멋도우미, 시범착용인, 착용모델 을 후보로 하여 투 표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모두 1,847명이 투표에 참여하였고, 맵시도우 미 는 769명(41%), 멋도우미 는 128명(6%), 시범착용인 은 688명(37%), 착용모델 은 262명(14%)이 지지하였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국립국어원 소식 227

맵시도우미 가 피팅 모델 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다. 5.2. 리얼 버라이어티(real variety) 는 생생예능 으로 국립국어원의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에서는 리얼 버라이어 티 (real variety)의 다듬은 말로 생생예능 을 최종 선정하였다. 리얼 버 라이어티는 짜인 각본대로만 하지 않고 출연자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 놓이게 하여 아주 자연스러운 대사나 행동이 진행되는 연예 오락 프로 그램의 한 장르 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2011년 11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리얼 버라이어티 를 갈음 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352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국립국어원의 말다 듬기위원회에서는 누리꾼들의 제안어 가운데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 식, 간결성 등을 검토하여 논의를 거친 후 생생예능 을 리얼 버라이어 티 의 다듬은 말로 선정하였다. 5.3. 팔로잉(following) : 팔로어(follower) 는 따름벗 : 딸림벗 으로 국립국어원의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에서는 팔로잉(following) : 팔로어(follower) 의 다듬은 말로 따름벗 : 딸림벗 을 최종 선정하였 다. 팔로잉 은 트위터에서 내가 따르는 사람(자신이 소식을 받는 어떤 사람) 을 이르는 말이고, 팔로어 는 트위터에서 나를 따르는 사람(자신 의 소식을 받는 사람) 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 2011년 11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팔로잉하다/팔로잉/팔로어 를 갈음해 쓸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243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국립국 어원의 말다듬기위원회는 팔로잉 (사람)과 팔로어 (사람)의 순화어 후보 로 제안된 1 따름벗 : 딸림벗, 2 맺은벗 : 딸린벗, 3 따름 : 따름이 등에 대해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검토하여 토론한 결 과, 따름벗 : 딸림벗 을 다듬은 말로 선정하였다. 또 관련 어휘 팔로잉하다, 팔로잉 (행위)의 순화어는 따르다, 따르 22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기 로 확정하였다. 관련 예문: (1) 그 사람의 따름벗( 팔로잉)은 2000명, 딸림벗( 팔로어)은 700명이다. (2) 그 작가를 따르는( 팔로잉하는) 사람이 백만 명이다. 5.4. 스펙(spec) 은 공인자격 으로 국립국어원의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에서는 스펙 (spec)의 다듬은 말로 공인자격 을 최종 선정하였다. 스펙은 주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공인 외국어 성적 자격증 따위를 아울 러 이르는 말이다. 지난 2012년 1월 5일부터 2월 3일까지 스펙 을 갈음해 쓸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642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국립국어원의 말다듬기위원회는 스펙 의 순화어 후보로 제안된 1 공인자격, 2 공인능력, 3 맞춤이력, 4 자격 등에 대해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검토한 결과, 공인자격 을 다듬은 말로 선정하였다. 6. 2011년 제6회 원내 토론회 후기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년 제6회 원내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주 제 발표자 일 시 장 소 국립국어원 홍보 현황 및 문제점 이운영 (어문연구팀 학예연구관) 2011년 12월 20일 국립국어원 2층 회의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어문연구팀의 이운영 학예연구관이 국립국어원 홍보 현황 및 문제점 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국립국어원 소식 229

6.1. 국립국어원 홍보 현황 점검 국립국어원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홍보 매체는 크게 간행물, 누리 집, 누리소통망(소셜 네트워크), 보도 자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간행물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어 생활과 국어 문화 전반에 걸친 내 용을 매주 전자우편으로 배포하는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국어 정책이나 국어 생활 관련 쟁점과 국어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글을 실 어 계간으로 배포하는 <새국어생활>, 국어학 연구 동향을 해마다 조사 하여 보고하는 <국어연감>, 비정기적으로 제작하는 국립국어원 홍보 동 영상, 홍보지, 홍보 책자 등이 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은 첫 화면을 기준으로 할 때 접속 수가 매달 20만 건을 넘고 있으며, 어문 규범을 검색하고 질의 응답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어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이 밖에도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 년 9월 1일부터 트위터 계정을, 2011년 11월 14일부터는 페이스북 계정 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2월 13일 현재 트위터 딸림벗(팔로어)은 5,259명, 페이스북 친구는 533명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로 볼 때, 국립국 어원의 누리소통망 서비스는 그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립국어원에서는 각종 보도 자료와 기자 간담회를 통하 여 국어 정책과 국어 생활에 관한 현안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6.2. 토론과 대안 기조 발제가 끝난 뒤, 민원 상담 업무를 개선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 추어 토론이 이루어졌다. 누리소통망과 국어생활종합상담실 등 국민들 의 언어생활을 직접 지원하는 창구는 현재 하루에 상담해야 할 민원만 도 수십 건에 이르는 등 업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존 홍보 담당자들만의 노력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국립국어 원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대응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여러 참 석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단순히 특정 부서 23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나 특정인에게 홍보 및 민원 상담 업무를 전담시키기보다 누리소통망 체제와 민원 상담 체제를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으며, 각 홍보 매체의 특성을 충실히 검토하여 각 매체별 홍보 효과를 증대 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자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언어생활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국민 홍보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7. 정부 언론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 심의 결과 제100차 정부 언론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2011. 12. 1.) [인 명] - 실무소위 부결 벤투라, 제시 Jesse Ventura 본명 제임스 조지 야노시 James George Jánoš 1951~ 미국 정치가. 미네소타(Minnesota) 주지사(1999.1.~2003.1.). 브루클린파크(Brooklyn Park) 시장(1991~1995). 전 프로레슬링 선수. 부친은 슬로바키아계, 모친은 독일계. *잭맨, 휴 (마이클) Hugh (Michael) Jackman 1968~ 오스트레일리 아 배우, 영화 방송 제작자. 뮤지컬 오즈에서 온 소년(The Boy From Oz) 으로 제58회 토니상(2004)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 케인, 허먼 Herman Cain 1945~ 미국 실업가. 2012년 대통령 선거 공 화당 경선 후보. 패스트푸드 연쇄점 업체 *갓파더스피자(Godfather's Pizza) 회장 겸 최고경영자(1986~1996). 연방준비은행 캔자스시티 지 국 이사회 회장(1995~1996), 부회장(1992~1994). 국립국어원 소식 231

크레이지 호스 Crazy Horse 본명(라코타 어명) 타슝케 윗코 Tȟašúŋke Witkó?1842~1877 미국 원주민 지도자. 라코타(Lakȟóta) 족 추장. *리틀빅혼(Little Bighorn) 전투(1876)에서 커스터(George Custer) 장 군의 기병대를 전멸시킴. 역대 대통령 4명을 조각한 러시모어 산 국립 기념공원(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 큰 바위 얼굴 의 맞은 편에 1948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그의 두상을 세계 최대 규모(길이 195미터, 높이 171미터)로 조각 중. 타이슨, 닐 더그래스 Neil degrasse Tyson 1958~ 미국 천체물리학자. 팀버레이크, 저스틴 (랜들) Justin (Randall) Timberlake 1981~ 미국 배우 가수. 파파디모스, 루카스 Loukas Papadhimos 그리스 어명: Λουκάς Παπαδ ήμος 1947~ 그리스 경제학자 은행가. 총리(2011.11.~ ). 유럽중앙 은행(ECB) 부총재(2002.5.~2010.12.). 그리스은행(Bank of Greece) 총재(1994.10.~2002.5.). 포드, *롭 Rob Ford 본명 로버트 브루스 포드 Robert Bruce Ford 1969~ 캐나다 정치가. 토론토 시장(2010.12.~ ). 토론토 시의회의원 (2000.11.~2010.10.). 웰던, 댄 Dan Wheldon 본명 대니얼 클라이브 웰던 Daniel Clive Wheldon 1978~2011 영국 자동차 경주 선수. [지 명] - 실무소위 부결 러시모어 산 Rushmore 산 미국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 주 서 부 블랙힐스(Black Hills) 산맥에 속하는 산. 높이 1,745미터. 화강암벽 에 새긴 역대 대통령 4명(Washington, Jefferson, Theodore Roosevelt, Lincoln)의 거대 두상(1927년 착공, 1941년 완성)이 있고, 그 일대는 국 립기념공원(National Memorial)으로 지정됨. 벤투라 Ventura 1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 남부에 있는 태평 23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양 연안의 군(county). 2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 벤투라 군 (county)의 군도( 郡 都 ). [인 명] - 재심의 듀 모리에, 조지 루이스 팰멜라 뷰손 du Maurier, George Louis Palmella Busson 프랑스 태생의 영국 소설가 -회의 23차 제101차 정부 언론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2012. 3. 15.) [인 명] - 실무소위 부결 1964~ رستم قاسمی 어명: 가세미, 로스탐 Rostam Ghasemi 페르시아 이란 정치가 군인. 석유장관(2011.8.~ ). 혁명방위대(IRGC) 총사 령관 겸 방위대 소속 건설기업 하탐안비아(Khatam al-anbia) 지휘 관(2007.9.~2011.8.). 데이비스, 비올라 Viola Davis 1965~ 미국 여배우. 디뤼포, 엘리오 Elio Di Rupo 1951~ 벨기에 정치가. 총리(2011.12.~ ). 프랑스 어계 사회당(PS) 당수(1999.9.~ ). 부총리 겸 경제 통신 무 역장관(1998.9.~1999.7.), 부총리 겸 경제 통신장관(1995.6.~1998.9.), 부 총리 겸 교통 공공기업장관(1994.1.~1995.6.). 양친은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리처즈, 세실 Cecile Richards 1958~ 미국 여성 정치활동가. 미국가 족계획연맹(PPFA) 회장. 텍사스 자유 네트워크(Texas Freedom Network) 설립(1996). 마시모프, 카림 (카짐카눌리) Karim (Qajymqanuly) Massimov 카자 흐 어명: Кәрім Қажымқанұлы Мәсімов; 러시아 어명: Карим К ажимканович Масимов 1965~ 카자흐스탄 정치가. 총리(2007.1.~ ). 국립국어원 소식 233

부총리(2006.1.~2007.1.). 머레츠, 클로이 (그레이스) Chloë (Grace) Moretz 1997~ 미국 여 배우. 미스트리, 사이러스 (팔론지) Cyrus (Pallonji) Mistry 1968~ 아일 랜드 실업가. 인도 최대 기업 타타(Tata) 그룹과 그 지주회사 타타 선스(Tata Sons) 부회장 회장 지명자(2011.11.~ ). 샤푸르지 팔론 지 그룹 회장 팔론지 미스트리(Pallonji Mistry)의 차남. 타타 그룹 현 회장 라탄 타타(Ratan Tata)가 은퇴하는 2012년 12월 회장직에 오를 예정. 미스트리, 팔론지 (샤푸르지) Pallonji (Shapoorji) Mistry 1929~ 아일 랜드 실업가. 샤푸르지 팔론지 그룹 회장. 2003년 인도 시민권을 포기 하고 아일랜드 시민권 취득, 인도 뭄바이(Mumbai) 거주. 버터필드, 아사 (맥스웰 손턴) Asa (Maxwell Thornton F.) Butterfield 1997~ 영국 배우. 보위, 리마 (로버타) Leymah (Roberta) Gbowee 1972~ 라이베리 아 여성 평화 운동가. 라이베리아 2차 내전(1999~2003)을 종결시킨 여성 주도의 평화적 시위를 이끎. 여성의 안전과 평화 구축 활동 참 여 권리를 위한 비폭력 투쟁의 공로로 2011년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 살레히, 알리 악바르 Ali Akbar Salehi 페르시아 어명: 1949~ 이란 정치가 외교관 핵과학자. 외교장관 علی اکبر صالحی (2011.1.~, 대행 2010.12.~2011.1.). 원자력청 청장(2009.7.~2011.1.).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대표(1997.3.~2005.8.). 스펜서, 옥타비아 Octavia L. Spencer?1970~ 미국 여배우. 시케이, 루이스 Louis Szekely 별칭 루이스 시케이 Louis C.K. 1967~ 미국 멕시코 배우 각본가 감독 제작자. 워싱턴 시 태생. 7세까지 멕시코에 거주. 모국어는 에스파냐 어. 친조부가 헝가리 출신 멕시코 유대인 이민자. 부친은 멕시코 태생. *아델 Adele 본명 *아델 로리 블루 애드킨스 Adele Laurie Blue 23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Adkins 1988~ 영국 여성 가수 작사작곡가. 롤링 인 더 디프 (Rolling in the Deep) (2010) 등으로 2012년 제54회 그래미상 최우 수 레코드, 최우수 음반, 최우수 노래 등 6개 부문 수상. 앨런, 우디 Woody Allen 본명 앨런 스튜어트 코니그즈버그 Allen Stewart Konigsberg 1935~ 미국 배우 감독 각본가. 뉴욕 시의 유대 계 집안에서 출생. 조부모가 이디시 어, 히브리 어, 독일어 사용 이민자. 은디아예, 술레만 은데네 Souleymane Ndéné Ndiaye 1958~ 세네갈 정치가. 총리(2009.4.~ ). 해양 담당 국무장관(2007.7.~2009.4.), 환 경 담당 국무장관(2007.6.~2007. 7.), 대통령실 국장(2005.8.~2007.6.), 공무 노동 고용 장관(2005.3.~2005.8.). 이우타, 타오마시 Taomati Iuta 1939~ 키리바시 정치가. 제9대 국 회의장(2011~ ). 부통령(1991~1994). 체이스, 새먼 (포틀랜드) Salmon P(ortland) Chase 1808~ 1873 미 국 정치가 법조인. 제6대 대법원장(1864.12.~1873.5.). 제25대 재무장 관(1861.3.~1864.6.). 제23대 오하이오 주지사(1856.1.~1860.1.). 오하 이오 주 상원의원(1849.3.~1855.3.). 타타, 잠셋지 (누세르완지) Jamsetji (Nusserwanji) Tata 구자라트 어명: જમ શ ત જ ન સ સ ર વ નજ ટ ટ 1839~1904 인도 실업가. 면직공장 3 개소 운영, 뭄바이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Taj Mahal Palace hotel) 설립(1903). 그의 사업체가 후대에 인도 최대 기업 타타(Tata) 그룹 으로 발전. 파르시(Parsi) 조로아스터교 성직자 가문 출신. 페인, (콘스턴틴) *알렉산더 (Constantine) Alexander Payne 1961~ 미국 영화 감독 각본가. 그리스 집안 태생. 조부가 본성(Papadhopoulos; Παπαδόπουλος)을 현재의 성으로 개성(그리스 어 본명은 Αλέξανδρο ς Κωνσταντίνος Παπαδόπουλος). 폰쉬도브, 막스 Max von Sydow 본명 칼 아돌프 폰쉬도브 Carl Adolf von Sydow 1929~ 프랑스 배우. 스웨덴 태생. 프랑스인과 혼인하여 2002년 스웨덴 시민권을 포기하고 프랑스 시민권 취득. 국립국어원 소식 235

[지 명] - 실무소위 부결 말비나 제도 Malvina 제도 포클랜드(Falkland) 제도의 에스 파냐 어명. [인 명] - 재심의 마다비 카니, 모하마드레자 Mahdavi Kani, Mohammad-Reza -실무 소위(110327) 모타키, 마누체르 Mottaki, Manouchehr -회의 95차 [지 명] - 재심의 헤메 Häme 핀란드 남부의 주. 주도는 헤멘린나(Hämeenlinna). - 회의 33차 [일 반 용 어] - 새로 심의 라이 RAI 태풍 이름. 제44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2010년 중국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파나피(FANAPI)의 이름을 라이(RAI)로 변경 하기로 결정. 23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Ⅲ. 국립국어원 교육과 홍보 1. 2012년 국어문화학교 운영 1.1. 2012년 상반기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강좌 신청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어 문화학교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어원 안에서 시행하는 국어 전문교육과정 교육에 참여하실 수 없는 분들을 위하여 찾아가는 국어문 화학교 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도시, 중소도시, 낙도, 벽지를 가리지 않고 무료로 국어 전문가들이 찾아가 여러분의 국어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하오니 아래 사항을 참고하여 방문 강의를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개최 기간: 2012년 연중 신청 지역: 전국 수강 인원: 1회에 30명 이상 개최에 따른 강사료 등 국립국어원 부담(연2회) - 교재: 무료 제공(인원수에 맞게 신청 바람) 개최 장소: 해당 지역 소재 공공장소(강의실, 강당, 구민회관 등) 활용 신청 방법: 국립국어원 누리집 국어문화학교 에서 온라인 신청 연락처: 02-2669-9752, 02-2669-9729 / 전송: 02-2669-9787 자세한 사항은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누리집 (www.korean.go.kr/kculture)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237

1.2. 2012년 상반기 국어문화학교 국어전문교육과정 운영 계획 2012년 상반기 국어문화학교 국어전문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운영 합니다. 가. 교육 개요 내용: 어문 규범, 공문서 바로 쓰기, 우리말 다듬기 등 국어 관련 과목 20강좌 35시간 장소: 국립국어원(서울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 지하철 5호선 종점 방화역 2번 출구에서 3분 거리) 기간: 5일간(월~금), 비합숙 나. 교육 일정(2012년 상반기) 3월 1기: 2012. 3. 12.(월) 3. 16.(금) 3월 2기: 2012. 3. 19.(월) 3. 23.(금) 4월 1기: 2012. 4. 16.(월) 4. 20.(금) 4월 2기: 2012. 4. 23.(월) 4. 27.(금) 5월 1기: 2012. 5. 14.(월) 5. 18.(금) 5월 2기: 2012. 5. 21.(월) 5. 25.(금) 6월 1기: 2012. 6. 11.(월) 6. 15.(금) 6월 2기: 2012. 6. 18.(월) 6. 22.(금) 다. 수료생에게는 교육 훈련 점수(선택 전문 교육 훈련 과정, 35시간) 부여 라. 교육비: 120,000원(수강료 교재비: 100,000원, 점심 값(5일): 20,000원) 마. 수강 희망 인원이 매우 많아 한 기에 부처 당 5명 이내로 수강 신청 인원을 제한하오니 이점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3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1.3. 2012년 3월 국어문화학교 운영 2012년 3월(제257기, 제258기) 국어문화학교 국어전문교육과정을 다 음과 같이 운영하였습니다. 가. 수강자 명단: 제257기, 제258기 나. 교육 기간 - 제257기: 2012년 3월 12일(월) ~ 3월 16일(금) (5일간 35시간, 비합숙) - 제258기: 2012년 3월 19일(월) ~ 3월 23일(금) (5일간 35시간, 비합숙) 다. 이수 강좌: 국어 어문 규정 등 국어 관련 약 20개 강좌 라. 교육 내용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 우리말 다듬기, 외래어 표 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협력적 의사소통, 한글의 창제 원리 와 한글의 우수성, 공문서 바로 쓰기, 생활 글쓰기 등 마. 교육 장소: 국립국어원(1층 강당, 중1층 세미나실, 3층 강의실) 바. 수강료 관련 - 교육비: 120,000원(수강료+교재비: 100,000원, 점심값(5일): 20,000원) 국립국어원 소식 239

2. 2012년 한국어교원 자격 심사 2.1. 2012년도 제1차 한국어교원 양성기관 심사 공고 국어기본법 제19조,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3조의2 규정에 따라 2012 년도 제1차 한국어교원 양성기관(대학 및 단기양성기관 등) 심사 계획 을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2011년 12월 12일 국립국어원장 - 다 음 - 1. 심사 신청 기간 1차 신청 기간: 2012. 1. 9. ~ 2012. 1. 13. 1차 심사 결과 발표: 2012. 1. 27. 이의신청 기간: 2012. 1. 30. ~ 2012. 2. 3. 2차 결과 발표(최종): 2012. 2. 17. 2. 대상 기관 한국어교육 전공과정이 개설된 대학 또는 대학원 (학부, 일반대학원, 교육대학원 등 각 전공과정별) 학점은행제(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전공 과목) 운영기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운영 기관(단기양성기관) 3. 심사 내용 교육과정 및 교과목이 국어기본법 시행령 별표1의 영역별 필수이 수학점 및 이수시간과 시행규칙 별표 한국어교원 자격 취득에 필 24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요한 영역별 과목 등에 대한 세부 심사기준(제2조 관련)에 해당 되는지 등에 대해 심사 4. 신청 방법 가. 신규 1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누리집(http://kteacher.korean.go.kr)에 접속 2 회원가입 기관회원으로 가입(담당자의 공인인증서 등록 필요) 3 심사신청 학위 및 비학위과정(기관) 나. 기존 -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누리집(http://kteacher.korean.go.kr)에 접속 심사신청 학위 및 비학위과정(기관) 양성과정일 경우 새로운 과정으로 등록하시기 바랍니다. 다. 기관 담당자가 변경된 경우 1 기관 아이디로 로그인하여, 담당자 변경 요청(새로운 담당자 의 공인인증서 등록 필요) * 담당자: 대학 및 대학원은 각 전공과정의 학과장(또는 주임 교수)이 지정한 자 단기양성기관은 운영 책임자가 지정한 자. 2 심사 신청 국립국어원 소식 241

5. 심사 대상 및 제출 자료 * 제출 자료 중에 확인신청서(과목/교육과정/양성과정)는 국립국어원 한국어 교원 누리집(http://kteacher.korean.go.kr) 입력으로 갈음함. 단, 해당하는 제출 자료는 입력 시에 반드시 첨부해야 함. 6. 문의처 심사 계획 및 진행: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육진흥과 전화: 02-2669-9671~2 전송: 02-2669-9747 전자우편: kteacher@korea.kr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어교원 자격제도 길잡이 의 대학 및 단기양성기관 심사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4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2.2. 2012년 한국어교원 자격 심사 일정 공고(개인 및 기관 심사) 국어기본법 제19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13조의2에 따라 한 국어교원 자격 심사(개인)와 한국어교원 양성기관(대학 및 단기양성기 관 등) 심사에 대한 2012년도 한국어교원 자격 심사 전체 일정을 다음 과 같이 공고합니다. 2011년 12월 12일 국립국어원장 <비고> 1. 불가피한 경우 위의 일정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2. 심사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항은 매회의 심사 계획 공고 내용을 확인하시 기 바랍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243

2.3. 2012년도 제1차 한국어교원 자격심사 계획 공고 국어기본법 제19조,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3조 및 시행령 부칙 제2조 의 규정에 따라 2012년도 제1차 한국어교원 자격심사 계획을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2012년 1월 16일 국립국어원장 1. 자격심사 대상(요건) 및 제출 서류 가. 1급 심사 신청 1급-12번 : 한국어교육 경력 인정 기관의 범위 (제13조제2항) 1.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강의가 개설된 국내 대학 및 대학부설기 관, 국내 대학에 준하는 외국의 대학 및 부설기관 2.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국내외 초ㆍ중ㆍ고등학교 3.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기관 4.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1조에 따라 외국인정책에 관한 사업을 위탁받은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 5. 외교통상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57조에 따른 문화원 및 재 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에 따른 한국교육원 6. 그 밖에 문화제육관광부장관이 제3항에 따른 한국어교원자격심 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어교육경력이 인정되는 기관 등으 244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로 정하여 고시하는 기관 등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3조제2항제6호에 따라 고시된 기관 - 재단법인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지정한 세종학당 및 세종교실 (인증 세종학당) -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ㆍ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ㆍ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ㆍ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4조제1항에 따라 등록한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 다문화가족지원법 제12조제1항에 따라 지정받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나. 2급 심사 신청 국립국어원 소식 245

2급-13번, 2급-14번 : 한국어교육 경력 인정 기관의 범위 (영 제 13조제2항) 1.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강의가 개설된 국내 대학 및 대학부설기관, 국내 대학에 준하는 외국의 대학 및 부설기관 2.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국내외 초ㆍ중ㆍ고등학교 3.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기관 4.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1조에 따라 외국인정책에 관한 사업 을 위탁받은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 5. 외교통상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57조에 따른 문화원 및 재외 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에 따른 한국교육원 6. 그 밖에 문화제육관광부장관이 제3항에 따른 한국어교원자격심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어교육경력이 인정되는 기관 등으로 정하여 고시하는 기관 등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3조제2항제6호에 따라 고시된 기관 - 재단법인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지정한 세종학당 및 세종교실 (인증 세종학당) -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ㆍ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ㆍ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ㆍ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4조제1항에 따라 등록한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 다문화가족지원법 제12조제1항에 따라 지정받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246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다. 3급 심사 신청 국어기본법 시행령 시행( 05. 7. 28.) 이후에 대학 입학(부전공), 양성과정 등록 양성과정 이수증명서는 해당 기관에서 발급 받으시기 바랍니다.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합격확인서는 http://www.q-net.or.kr/site/koreanedu 에서 인터넷으로 발급 받은 합격확인서(필기, 면접)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1.1 필수이수학점 미취득자의 자격부여 조치 1 대상: 시행령(제정) 시행 이후(2005. 7. 28.)부터 2010년 12월 14일까지 영역별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 서 한국어교육 분야를 전공, 복수 전공, 부전공으로 대학 (원)을 졸업한 자 2 내용: 졸업 후에 부족한 필수이수학점을 취득한 경우 심의하여 자격 부여 3 기준: 교과목의 영역 착오, 필수이수학점 계산 착오 등의 실수 가 명백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최소학점범위 내에서 인정 (대학 6학점, 대학원 3학점 이내) 국립국어원 소식 247

국어기본법 시행령 시행( 05. 7. 28.) 이전에 대학(원) 입학 등 (경과조치 적용 대상)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학과)의 개설 시점이 시행령 시행( 05.7.28.) 이전인 경우에 한함. 3급-5번 : 한국어교육 경력 인정 기관의 범위 (영 제13조제2항) 1.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강의가 개설된 국내 대학 및 대학부설기관, 국내 대학에 준하는 외국의 대학 및 부설기관 2.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국내외 초ㆍ중ㆍ고등학교 3.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기관 248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2. 심사 신청 절차 3. 신청 접수 기간: 2012. 2. 20.(월) ~ 2012. 3. 5.(월) 4. 신청 접수 방법: 우편 접수 반드시 등기우편으로 발송 바람.(2012.3.5. 우체국 소인까지 유효) 주소: (우)157-857 서울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 (방화3동 827) 국립국어원 2층 한국어교육진흥과 한국어교원자격심사 담당자 앞 문의 사항이 있으실 경우,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자격심사 누리집(http://kteacher.korean.go.kr) 혹은 전자우편(kteacher@korea.kr)을 통해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249

5. 서류 작성 및 신청 시 유의사항 서류가 미비한 경우에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해당 조건을 정 확하게 확인하고 이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심사 대상 및 제출 서류 참조) 가. 심사 신청서 상 내용 누락 시 예시) 사진(신청서 작성 시 사진 첨부가 어려울 경우 인쇄된 신청 서에 사진 부착), 신청인 성명, 신청인 서명 또는 날인, 주민 등록번호 13자리, 신청 등급, 자격증 번호(자격증 소지자에 한함) 등. 나. 1급-12번, 2급-13번, 3급-5번 : 경력증명서 제출 시 유의사항 해당 기관에서 발급한 경력증명서는 시행규칙 별지 제3호 서식 (첨부문서 참조)에 맞게 작성된 것만 유효합니다.(이외 서식 인정 불가) 해외 경력의 경우, 반드시 해당 국가의 언어로 발급 받고, 한국어로 번역하여 공증 받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해외에서 발급한 경력증명서는 발급자 및 담당 부서의 연락처를 반드시 기재하여야 합니다. (단, 연락처는 기관의 담당 부서 전화 번호 및 E-mail 주소를 기입 요망. 담당자의 개인 연락처(개인 휴대폰, 개인 메일 계정) 는 불가함. 담당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사실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경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연락처 기재 요망) 다. 3급-11번 : 한국어교원양성과정 이수증명서 제출 시 유의사항 양성과정 개설 기관에서 발급한 모든 이수증명서는 시행규칙 별지 제2호 서식 (첨부문서 참조)에 맞춰 영역별 이수 과목, 이 수 시간, 총 이수 시간이 반드시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이외 서식 인정 불가) 250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6. 심사 절차 및 결과 발표 심사 절차: 국립국어원에서 신청자별 자격 요건 및 서류 등을 검 토하고, 국립국어원 및 한국어교원자격심사위원회에 서 자격 심사 후 확정 심사 결과 발표: 2012. 4. 13.(금)/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누리집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사정에 의해 발표가 연기될 수 있음. 자격증 교부 시기: 2012년 4월 말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2주 후에 신청서에 기재된 주소지로 발송 예정 7. 기타 사항 제출하신 서류 및 자료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허위 사실이 발견될 시에는 자격증 교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심사 기준 등 기타 자세한 사항은 자격심사 누리집 (http://kteacher.korean.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새터민을 위한 표준어 교육 과정 개설 주관: 시흥2동 주민센터 국립국어원 기간: 2.11.~4.28.(12주) 매주 토요일 14:30 ~ 16:30 장소: 서울시 금천구 시흥2동 주민센터(3층) 대상: 새터민 모두 교육 과정 내용(12주) 1. 새터민을 위한 표준어 발음 억양 교육(6주) 2. 새터민을 위한 표준어 어휘 표현 교육(4주) 3. 남북한의 어문 규정(2주) 국립국어원 소식 251

수강료: 무료 교재: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교육 교재 무료 제공 문의: 2104-5403(시흥2동 주민센터) 4. 국립국어원 제5기 국외 통신원 모집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와 계간지 <새국어생활>을 통해 다양한 국외 언어 정책 동향과 한국어 교육 현황 소식을 전할 국립 국어원 제5기 국외 통신원을 모집하였습니다. 추진 목적 (국외 정책 사례 수집) 국외 언어 정책 기관의 운영 사례와 주요 사업 및 연구 결과 동향 수집, 현지 한국어 교육 현황 소개 등 (언어 정책 전문가 육성) 각국 유학생의 언어 정책 조사 및 행 사 취재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언어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전 문가 그룹을 육성하고 국외 언어 정책 네트워크 마련 통신원 모집 개요 통신원 활동 기간: 2012년 상반기 (2012년 1월~2012년 6월) 선발 인원: 아시아, 유럽,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국외 거주자 8명 내외 (일부는 4기 통신원 가운데 재위촉) 자격 요건 국외 현지에 거주하며 언어 외국어 한국어 교육 등 관련 전공 분야 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및 학생(학사과정 이상) 현지 의사소통 능력과 함께 기획력과 기사 작성 능력 및 사진 동영상 편집 등 매체 활용 능력을 갖추고 성실한 취재 활동이 가능한 자 블로그 운영 등 그동안 관련 활동에 경험이 있는 자에게 가산점 부여 252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

활동 내용 - 활동 기간 동안 매월 취재 원고 1편, 자료 조사 1편씩 의무 제출 취재 원고: 언어 정책, 주요 학계 동향 및 연구 내용, 언어 정책 및 연구 기관 관계자 인터뷰 및 관련 행사 취재 자료 조사: 국어원이 요청하는 정책 사례 조사(월별 특정 주제 선정) - 원고뿐 아니라 취재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 활용 - 국립국어원 국외 현지 조사 및 국제 교류 사업 추진 시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 수행 가능 통신원 혜택 - 국립국어원장 명의의 위촉장 수여 및 활동 증명서 발급 - 소정의 원고료 지급, 우수 통신원 선정 격려금 지급 및 활동 연장 제출된 원고는 내부 평가를 통해 원고료 차등 지급 - 활동 원고는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등에 소개 - 취재 내용 관련 국어원 연구 결과물 등 관련 자료 제공 선발 결과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와 계간지 <새국어생활> 을 통해 다양한 국외 언어 정책 동향과 한국어 교육 현황 소식을 전할 국립국어원 제5기 국외 통신원을 모집하였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제5기 국외통신원 선발 결과를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열정과 관심을 갖고 응모해 주신 모든 지원자께 감사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