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며-------------------------------------------------------------------------------------4 1) 연구 과정에 대하여 2) 연구의 필요성과 배경 2. 혐오 폭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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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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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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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1장 서론 7 Ⅰ. 연구목적 및 연구내용 7 Ⅱ. 본 연구보고서의 구성 9 제2장 현행 수사 기소권 체계의 문제상황 진단과 그 개혁의 필요성 10 Ⅰ. 현행 수사 기소권 체계의 특성 및 문제점 10 Ⅱ. 수사권 논의의 연혁과 시대적 과제로서의 수사구조개혁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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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법무법인(유) 한결 공익활동기금 보고서 판결문과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성적 소수자 대상 혐오 폭력 의 구조에 대한 연구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15

목차 1. 들어가며-------------------------------------------------------------------------------------4 1) 연구 과정에 대하여 2) 연구의 필요성과 배경 2. 혐오 폭력이란 무엇인가--------------------------------------------------------------------8 1)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 혐오, 그러나 정확히 모르는 말 혐오 폭력 2) 미국 연방법원 상의 혐오 범죄는 한국적 맥락에 맞는가 3) 동기로서의 혐오 는 늘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가 4) 혐오 폭력은 범죄인가, 그리고 가중 처벌로 줄일 수 있는가 5) 새로운 분석 도구로서의 혐오 폭력 개념이 필요하다 3. 사례 소개와 범주화-----------------------------------------------------------------------17 1) 존재의 가치를 부인하는 폭력 2) 공적 권리를 훼손하는 폭력 3)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 4)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 4. 결론: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의 특성과 구조------------------------------------31 1) 가해자의 개인적 혐오는 혐오 폭력의 직접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2)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이용하는/ 혐오에 편승하는 폭력이다 3)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하는 폭력이다 4) 사회적으로 용인 받는 혐오가 동기가 되어 되돌아온다 5) 소결: 사회적 혐오를 깨트리려는 노력이 먼저다 2

5. 보론: 게이/트랜스 패닉 방어: 두려움과 혐오 폭력--------------------------------------42 1) 서론: 피해자를 비난하는 혐오 폭력 2) 패닉 방어 논의 개괄: 게이 패닉 방어와 트랜스 패닉 방어 3) 패닉 방어의 구체적 사건 4) 결론: 혐오 폭력의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 6. 2002년 이후의 혐오 폭력의 연대기-----------------------------------------------------56 7. 참고 문헌 및 자료 정리------------------------------------------------------------------88 8. 부록 (해외 논문 번역)-------------------------------------------------------------------94 그레고리 M.헤렉의 호모포비아 를 넘어: 21세기의 성적 편견과 낙인에 대한 고찰 9.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및 연구진 소개-----------------------------------------124 3

1. 들어가며 1) 연구 과정에 대하여 지난 2014년 겨울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2015년 법무법인(유) 한결 공익활동기금 공모 에 본 연구 프로젝트를 제출하였고 최종 선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 덕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혐 오 폭력의 구조 라는 화두를 안고 네 명의 연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토의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제 부족함을 느끼지만 조금이나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본 보 고서를 세상에 내어 놓는다. 1 본 연구의 시작은 매서운 찬바람이 불었던 2014년 겨울, 그 당시의 문제 의식이었다. 소위 인권시장 이라고 불리우던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따져 서울시민인권헌장 의 선포를 포기 하는 장면을 우리는 지켜봐야 했다. 성적 소수자를 겨누던 개인과 집단이 우리 사회의 큰 아픔으로 보 듬어야 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폭언을 퍼붓는 장면 역시 우리는 보았다. 그리고 혐오 세력, 혐오 발언 등 혐오란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법적으로는 혐오 범죄 가중 처벌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서북청년단의 재건, 일베의 난동 등을 혐오 범죄로 간주해 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역으로 표현의 자유 나 국민 정서 심지어 혐오할 권리 라는 구호가 등장 하기도 했다. 결국 무엇이 혐오인가, 어디까지 폭력인가 라는 질문에 계속 부딪혔다. 본 연구진은 이 질문에 조금 이나마 접근해보고 싶었고 작은 답이라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덜컥 겁도 없이 혐오 폭력의 구 조라는 제목의 연구를 기획했었다. 연구 초기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폭력이 어떻게 발생하고, 전개되며, 사건화되어 보도되고, 또 재판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법의 시각과 태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패닉 방어로 대표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보려고 했으나, 이미 높게 쌓 여있는 많은 사건과 사례들을 못본 척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애써 판결문으로 범위를 좁혀보기 위 해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판결문들을 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도움을 얻어 찾아낸 판결문의 총 수는 93건이었고, 검색어별로 보면 동성애(53건), 성전환(23건), 트랜스젠더(4건), 게이 바(3건), 변태(6건), 왕따(13건), 항문성교(4건)였다. 이 중에서 내용상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을 제외 하고 검토 대상이 된 판결문은 64건이었고, 검색이 아닌 기존에 관련 판결문으로 찾아두었던 9건까 지 합쳐서 총 73건의 판결문을 검토했다. 1 원래 연구자는 5명이었으나 한 명의 연구자는 박사학위 논문 마무리에 집중하기 위해 연구 시작 초기에 빠 지게 되었다. 연구자의 논문도 완성되었는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혐오표현(Hate Speech)에 대한 헌법적 고찰 이다. 4

하지만, 판결문의 검토 결과 이를 가지고 혐오 폭력의 구조를 살피기에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 리는 법원에서 판사들이 이 사건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고, 오히려 현실 적인 법 논리의 분석에 갇혀 폭넓게 혐오 폭력을 살피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판결문은 개별 사건들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참고 자료로 쓰기로 하고, 연구의 방향을 그동안 살펴본 모든 자 료들을 넓게 보면서 좀 더 혐오 폭력을 범주화하고, 그 원인과 효과 등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집중하 기로 하였다. 이에 연구진들 내부의 토론이 계속 이어졌다. 본 보고서의 구성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패닉 방어 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논의 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패닉 방어 에 대해서는 보론으로 구성해 별도의 장을 부여했다. 2010년 대구 에서 여자친구가 트랜스젠더 임을 우연히 알고 격분해 살해했다고 널리 알려진 사건이 있었다. 미국 에서도 2002년에 유사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똑같이 상대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고 패 닉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고, 충격을 받았을 가해자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놀라운 진실은 가해자가 그 이전부터 피해자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고 있 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기 위해 상대가 속였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충격과 불안, 공포 를 이유로 내세웠다. 이런 식의 합리화는 혐오 폭력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아직 패닉 방어 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앞으로 이런 식의 주장을 법정에서 보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패닉 방어 에 대해 미리 소개하는 의미를 더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을 위해 2002년 이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연대기로 정리하였다. 기초 자료로 서 좀 더 기능하기 위해 어떤 사건을 넣고 뺄 것인지 별도의 기준을 정하지 않고 가능한 찾아낸 것들 은 다 포함하려고 노력하였다. 또, 연구 과정에서 참고하기 위해 번역한 해외 논문을 부록으로 함께 실었다. 이 논문은 1970년대에 미국 사회에 첫 등장한 호모포비아 라는 개념의 효용성과 한계를 고찰한 것으로 매우 흥미로운 자료 다. 호모포비아라는 단어 대신 성적 편견이란 용어를 쓰자는 주장도 요즘 나오고 있어 이런 논의에 관 심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글이 될 것이다. 2) 연구의 필요성과 배경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LGBT/퀴어)를 향한 혐오와 적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세를 더 하고 있다. 성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적대 자체는 물론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반 미운동에 참여한 사람 중 일부는 동성애가 미국 문화의 효과라는 부정적 반응을 공공연히 표현했다. 1990년대 들어 개신교 목사나 교회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부정적으로 설명하고, 교회에 위협 이 될 수 있다는 염려를 강력하게 표출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성적 소수자를 적대하거나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는 계속되었다. 2000년 정보통신윤리위는 인터넷 사이트 엑스존을 청소 5

년 유해매체물로 고시했었다. 2007년 법무부 입법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는 소식이 알 려졌을 때 개신교를 표방하는 적잖은 집단이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교회와 국가를 망하게 하는 법이라며 법 제정을 적극 반대했다. 결국 차별금지법은 제정에 실패했으며 이후 시도된 몇 번의 제정 작업 역시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2000년대까지의 이런 흐름은 한채윤(2016)이 지적하듯 단발 적 사건이자 대응이었지 지속적 운동은 아니었다. 아울러 주로 교회 내부나 교회 언론에서만 다루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이런 적대와 혐오는 그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될 때 일부 개신교회 목사와 신도 등은 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 및 퍼레이드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집단 행동을 감행했다. 부스 행사 시간 내내 행사장을 돌아다 니며 저주의 말을 쏟아내었고 퍼레이드가 시작될 땐 도로에 드러누워 길을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퍼 레이드는 예정보다 4시간 이상 지연되었다.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행사 땐 더 체계적이고 조 직적이며 집요했다. 행사장을 잡기 위한 사전 신고를 방해했고 개막식 및 본행사 땐 주변에서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총연합회는 동성애 조장 반대 주일 을 선포하고 연합회 소속 의 여러 교회가 일제히 반동성애 를 주제로 주말예배를 진행했다. 중소형 교회 중심이거나 이단 논 란이 일었던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적대 행동은 이제 대형교회나 교회연합체 등이 함께 하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2010년대 이전의 단발적, 개별적 반응과 달리 지금은 매우 체계 적이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적대/혐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혐오 혹은 적대의 목소리는 성적 소수자를 향해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여성 혐오 는 2015년 한 해 가장 논쟁적 의제이자 정말 많은 매체, 학회, 단체, 개인 등이 개입한 이슈다. 여성 혐 오 를 둘러싼 논의는 남혐(남성 혐오) 혹은 이혐(이성 혐오) 이라는 말을 등장시키며 논의 자체를 복잡 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등은 갈수록 그 세가 확장되고 있으며 장애 인 혐오 역시 여전하다. 이 모두를 혐오로 일괄해서 부를 수 있는가, 혐오라는 용어로 일괄 묶어서 말 해도 괜찮은가와는 별개로 혐오라는 감정/태도 자체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아울러 이들 혐오가 별개로 작동하는 사안이 아니라 겹치고 얽히고 설킨 상태 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미래와 가족 보호를 위해 미혼모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 장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조장법 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에서 내세운 것이다. 여성혐오는 성적 소수 자에 대한 혐오 혹은 적대와 겹쳐 있다. 이런 혐오 혹은 적대는 외국인 혐오나 이주민 혐오 등을 말할 때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야 하고 우리 젊은이 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 구조를 일정 부분 공유하 고 있다. 이런 역사적 맥락과 현실에서 본 연구는 출발한다. 또한 혐오와 혐오 범죄 등에 대한 기존의 논의가 꽤 축적되어 있고, 지금 현재진행형으로도 여러 곳에서 많은 논의가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굳이 동어반복을 하거나, 혹은 견주거나 비교하는 대신 (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자료 정리를 해보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태어날 때부터 호모포비아 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혐오는 학습되는 것이 6

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사회적으로 강화된다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학습된 혐오에 따라 구체적인 폭력이 발생한다면, 이 혐오 폭력이 더욱 심해지 고 더 많은 비극과 고통과 갈등을 낳기 전에 서둘러 성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폭력 의 양상을 보다 면 밀하게 집중해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연구진들이 가졌던 처음의 목표와 포부 에는 미치지 못해 부끄러움도 느끼지만 2015년 4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진행한 연구보고서를 조심 스레 세상에 내어놓는다. 더 많은 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7

2. 혐오 폭력이란 무엇인가 1)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 혐오, 그러나 정확히 모르는 말 혐오 폭력 요즘 들어 혐오 가 점점 더 화두가 되고 있다. hatred 혹은 hate 의 법학 용어 상의 번역어로 사용 되던, 한때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였던 혐오 란 말은 이제 일상어, 관용어, 혹은 은어로 많은 이들에게 널리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나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이 고용 및 가족 구성 등 다양한 이유로 국내에 들어오는 수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 인종에 대한 혐오로 묘사되곤 한 다. 성적 폭력과 성별 간 위계, 남성중심적이고 성별이분법적인 가치에 기반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가 (전에는 없던 일이 새로 생기기라도 한 것마냥) 새삼 크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빨갱이 와 전라디 언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입장이나 출신 지역에 따른 혐오도 노골화되는 추세이다. 그리고 장애에 대한 혐오는 너무 고전적이라 말할 필요조차 없는 현실이며, 에이즈는 문란한 동성애에 대한 신의 형벌 이라는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동성애자가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주범 이라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교차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그외 많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이 시대 새로운 트랜드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본문에서 추가 설명이 있겠지만, 이전에도 이러한 혐오는 늘 존재해왔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으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싫다 보다 더 강한 거부감을 강조하여 표현하고자 할 때 혐오 란 말이 관용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이제는 극혐, 여혐, 남혐, 여혐혐 등 특유의 뉘앙스를 가진 은어가 공식 언론에 도 인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나 입장론적으로 강한 반대와 격한 적대감의 의사 표 시로서 혐오 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현재 시점 한국 사회에서 혐오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 선 단어도 아니거니와 학술적인 영역에서만 쓰이는 말도 아니다. 이제 혐오 라는 말은 어느 결엔가 대중들에게 입에 착 달라붙는 일상 용어가 되었다. 혐오가 다양한 맥락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본 연구진은 혐오 폭력 과 관련된 주요 용어 의 개념을 설명하는 작업이 꽤 수월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혐오를 분석하는 기존 글들이 취하는 방식 을 따라가면 혐오 폭력 이 무엇인지는 손쉽게 정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였다. 그래서 기존에 축적 되어 있던 혐오에 관한 연구문헌들에 실린 사전적 정의를 가볍게 검토/인용하는 것으로 본 보고서를 시작하려 계획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도 본 연구진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였다. 혐오 폭력이란 용어의 뜻은 이것 이다 라고 정의를 명확히 내려주는 기존 연구 결과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혐오, 혐오 범죄(혹은 증 오 범죄) 2, 차별, 폭력, 혐오 표현 등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의외 로 혐오 폭력 의 개념이 국내에서 어떻게 통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축적된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게 현 2 한국에서 혐오와 증오라는 용어의 쓰임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몽, 2010, 2012 참조. 8

실이었다. 더군다나 혐오, 혐오 범죄, 차별, 폭력, 혐오 표현 등의 용어들은 하나의 개념이 다 른 개념을 설명하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정의 지어주는 순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를테면 혐오 는 차별과 배제의 구조에 기반하여 설명되며, 혐오 범죄 는 혐오를 동기로 하는 범죄행위라고 설명 된다. 혐오 폭력 역시 마찬가지로 혐오에 기반한 폭력 이라고, 동어 반복 식으로 정의될 뿐이다. 본 보고서 또한 이 충분치 못한 정의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본 연구진은 곧바로 또 다 른 문제에 봉착했다. 혐오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어디까지 폭력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혐오에) 기반하다 는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말인가? 라는 물음들에 직면한 것이다. 그 러면서 혐오 폭력 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2) 미국 연방법 상의 혐오 범죄는 한국적 맥락에 맞는가 현재 법적으로 혐오 폭력 보다 공적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는 형법상의 영역에서 쓰이는 혐오 범죄(hate crime) 이다. 그러니 일단 혐오 범죄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혐오 폭력의 개념을 쫓아 가보기로 하였다. 혐오 범죄와 혐오 폭력이 유의어인지, 아니라면 각자 다른 함의로부터 혐오 폭력의 개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국내 학계에서 혐오 범죄를 정의 내리는 방식은 1969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의 <혐오 범죄 예방법 (Hate Crime Prevention Act)>과 1990년 제정된 <혐오 범죄 통계법(Hate Crime Statistics Act)>에 상당히 기대고 있다. 그 중 <혐오 범죄 통계법>에 근거한 범죄 정보 수집 자료의 설명에 따 르자면, 혐오 범죄는 편견범죄(bias crime) 혹은 편견에 동기를 둔 범죄(bias motivated crime) 와 같은 의미로서 나란히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 하위 유형으로는 단일한 편견에 의한 혐오 범죄 (single bias hate crime) 와 복합적 편견에 의한 혐오 범죄(multiple bias hate crime) 로 나뉘어 진다. 1969년에 제정될 당시 <혐오 범죄 예방법>에는 민족, 인종, 피부색, 종교에 의한 혐오 범죄를 금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21년 뒤인 1990년에 인종, 종교, 민족, 성적지향 등에 기반한 편견으로 발생하는 혐오 범죄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법무장관이 요청하여 <혐오 범죄 통계법>이 국회를 통 과한다. <혐오 범죄 통계법>에서는 미 연방수사국(The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국 장에게 혐오 범죄 정보 수집 및 관리 책임을 맡기면서 공식 범죄 보고(Uniform Crime Reporting, UCR)의 업무를 총괄하게 하였다. 그러다가 <혐오 범죄 통계법>에는 1994년 <폭력 범죄 관리 및 사 법법(Violent Crime Control and Law Enforcement Act of 1994)>이 새로이 제정되는 데에 발 맞추어 장애 요건을 정보 수집 유형에 추가하는 변화를 거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오 범죄의 발생 빈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 다. 그러다가 1998년에 전미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진다. 1998년 6월 7일 텍사스주의 재 스퍼(Jasper)시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 3명이 인근에 사는 제임스 버드 2세(James Byrd Jr., 당시 9

49세)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행한 후 트럭에 매달고 다니는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6일, 와이오밍주 라라미(Laramie)시 근처에서는 당시 20세였던 매튜 셰퍼드(Matthew Shepard)가 술집에서 만난 두 명의 가해자들에 의해 인적 없는 농장으로 유 인된 뒤 강도와 폭행을 당한 후 머리에 중상을 입은 채로 다음날 발견되었다. 그는 발견된 지 6일 후 사망하였다. 셰퍼드를 해하였던 범인들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범행 목표로 삼아 범행을 저질렸 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사건이 반복되자 법적으로 혐오 범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청이 이어졌고 그 에 대한 기나긴 논의가 지속되었다. 결국 2009년 미 의회는 <혐오 범죄 예방법>에 성적 소수자 및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지닌 이에 대한 혐오 범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3 그 리고 <혐오 범죄 통계법> 역시 청소년에 의한/청소년에 대한 혐오 범죄 및 성별, 성별정체성에 대한 혐오 범죄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이정념, 2011, p.251-2; 가람, 2011; 대한민국대검찰청, 2013, p.6-7; 노컷뉴스 2015년 8월 29일자). 4 현재 이 두 법률에 따르자면, 혐오 범죄는 인종, 종교, 성적 취향, 민족(출신국), 장애 등에 의한 혐 오, 증오, 편견 내지 차별 성향으로부터 발현하는 범죄 를 뜻하고 있다(이정념, 2011, pp.249-250; 김지영, 이재일, 2011, pp.27-8; 조철옥, 2009). 국내의 여러 연구에서 다루는 혐오 범죄의 개념은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혐오 범죄에 대한 입장과 관점을 그대로 가져옴에 따라 필연적으로 국내 상황과 맥락상 맞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겨져 있거나 치밀하게 논의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사회에는 인종과 성별, 성적지향 등에 따른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여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근 백 년 가까이 축적되어 온 역사적 맥락이 있는데 반해 한국 사회는 사회/문화/정치적 배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리고 이러한 사회/문화/정치적 배경의 차이는 혐오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에 대한 차이이기도 하 다. 또한 무엇을 혐오라 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인지함에 있어서도 당연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차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 조문 상 문구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려 함으로써 간극이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 발생하는 혐오 범죄의 맥락은 사회/문화/정치적 요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 루어지고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게 혐오 범죄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며, 사회/문화/정치적 요소에 피드백을 주어 개선하고자 하는 제도적 시도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성 속에서 혐오와 혐오 범죄를 둘러싼 담론이 현재진행형으로 생 성/이행/변화되고 있음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단순 사건들의 해석에 추상적 개념어로서의 혐 3 개정된 법은 희생된 피해자들의 이름을 따서 <The Matthew Shepard and James Byrd Jr. Hate Crimes Prevention Act>로 불린다 4 미 연방수사국 혐오 범죄 통계 사이트에서는 혐오 범죄에 대한 연도별 통계를 열람할 수 있다. The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Criminal Justice Information Service, Uniform Crime Reports, https:// www.fbi.gov/about-us/cjis/ucr/hate-crime/ 10

오 범죄 가 적용되기 쉬운 우려 또한 있다. 3) 동기로서의 혐오 는 늘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가 여타의 범죄와 혐오 범죄를 구별해내는 주요한 특성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범죄 행위의 동기에 혐 오가 있음, (2) 범재 행위의 대상-피해자-이 불특정 다수일 경우가 많음, (3) 범죄 행위의 결과가 더 욱 잔혹함. 즉, 혐오 범죄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이유 없는 혐오감과 증오심에 기인하는 더 잔혹한 범 죄로서 그 동기가 차별과 편견에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김수원, 2009, p.261). 따라서 혐오 범죄의 가장 주요한 특질은 바로 동기로서의 혐오 이다. 그런데 과거 국내에서 혐오 범죄 연구가 시작되던 시기에는 미국의 동기로서의 혐오 논의와 맥락적 차이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개념 정립에 일정 정도 혼동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특히 한국 과 일본에서) 무동기 범죄 또는 동기가 확실하지 않은 범죄 5 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이러한 범죄 유 형을 혐오 범죄 범주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논의되어온 바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하였던 무동 기 범죄 사건들 역시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특정 대상에게 가해지 는 범죄로서 일견 혐오 범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장애, 계급, 인종, 출신 국가, 나이, 젠더, 성별 정체성, 정치적 단체에의 가입 등에 대한 혐오 또는 편견이 동기가 되어 특정 집단 혹은 해당 정체성 혹은 조건을 갖고 있는(갖고 있다고 간주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혐 오 범죄로 보는 미국의 정의 내리기 방식에 비추었을 때(오가람, 2010), 무동기 범죄의 경우 그 동기 가 명확히 혐오에 근거하였다고 보기가 어렵다. 어떠한 동기를 갖고 있었느냐 여부에 따라 개념적으 로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동기 범죄를 혐오 범죄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형사상 으로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이정주, 2011 p.248-251; 대한민국대검찰청, 2013, p.7-8). 그런데 무동기 범죄는 단어 그대로 심리적으로 가해자의 동기가 부재하거나 동기 파악이 불가능하다 고 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가해자가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거나, 보복을 하기 위해서, 혹은 종교나 이념 등을 따르려는 강박적 의무감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를 혐오 범죄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개념상 명확하지가 않다. 이 경우 가해자의 행위 자체는 혐오 범죄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동기-행위 간 합리적 인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관점 으로써 혐오 범죄를 개념화하는 게 과연 타당한 방식인가 역시 법적 개념으로서의 문제로 남는다 그리고 개인이 지니는 편견에 기인하는 혐오 내지 증오의 감정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5 이는 무차별 범죄, 이상동기 범죄, 한국형 증오범죄, 무차별 범죄 로 불리우며, 언론 상에서는 주로 묻 지마 범죄 로 불리기도 한다(강덕지, 2006, p.17; 대검찰청, 2013, p.3). 참고로 FBI의 UCR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살인을 동기가 특정되지 않는(non-specific motive) 살인 이라는 별도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 다. 11

발생한 범죄행위가 특정인의 편견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고 보는 게 타당하 다고 얘기된다. 특히 어떤 범죄행위가 발생한 동기에 증오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범죄를 혐오 범죄로 간주할 수는 없으며, 수사기관을 통한 충분하고 타당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에만 그 범죄를 혐 오 범죄의 유형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이정념, 2011). 이처럼 동기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불확실하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이어지게 된다. 누구에게 범죄적 행위로 받아들여질만큼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 동기가 과연 혐오였는가? 이때 가해자에게 정말 혐오 때문에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그리 고 혐오 범죄는 가해자의 감정과 의사에 초점이 맞춰진 개념인가? 만약 이처럼 피해 받은 이의 피해 정도보다 가해자의 동기와 의도성이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면,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적이고 법적인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나아가 혐오에 동기를 둔 직접적인 범죄적 위해 행위와 혐오를 확산 하려는 동기는 구분될 수 있는가, 혹은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 누군가가 행한 혐오 범죄는 주변에 혐 오를 해도 괜찮다는 분위기와 담론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해악은 어디에 위치시키고서 논해야 할 것 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동기로서의 혐오 를 중시하는 기존의 혐오 범죄 논의만으로는 답하지 못하 는 지점을 남기고 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혐오 폭력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를테면, 반동성애 폭력(anti-gay violence)은 동성애자에 대한 비합리적 공포감이나 혐오감으로 인하여 동성애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김은경, 권정혜, 2004; 이가희, 2010, p.7에서 재인용)을 뜻 하는데, 그때의 폭력을 유발하는 동기를 혐오 와 비합리적 공포 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는 패닉 상태 와 비합리적 두려움 으로 치환된다. 정신의학에서 ~포비아(phobia) 는 고소공포 증(Acrophobia)과 같이 공포를 느끼는 특정 대상이 있어서 그 대상을 접함으로써 패닉 상태 에 이르 는 것을 뜻하며, 심리학에서의 포비아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과 같이 구체적인 대상 혹은 상 황에 대해 비합리적인 두려움 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한채윤, 2013, p.18-9). 하지만 이러한 설명 역시 혐오 폭력의 의미와 속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왜 패닉에 빠지게 되는가?, 어째서 대상과 대면함으로써 발동을 하는 감정인가?, 주체는 그 대상과 대상의 속 성을 정말로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실은 다른 존재일지라도 자신이 혐오하는 그 대상이 라고 여기거나 상상하면 그 공포는 발현되는가?, 비합리적이라는 수식어는 적절한가? 그리고 정말 비합리적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공백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혐오 폭력의 속성 과 혐오 폭력이 발생하는 매커니즘, 그리고 혐오 폭력이 구축하고 재생산하는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4) 혐오 폭력은 범죄인가, 그리고 가중처벌로 줄일 수 있는가 혐오 범죄는 제도적 측면에서 순수한 혐오 범죄 형태 와 가중처벌하는 형태 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전 자는 보통의 경우 범죄는 아니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기반하여 행한 경우에는 혐오 범 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후자는 살인, 폭행, 손괴 등 기존에 형법상 범죄로 보는 행위 12

를 혐오에 기반하여 행한 경우에는 혐오 범죄로 규정하여 혐오에 의하지 않은 범죄보다 가중하여 처 벌하는 형태이다(Lawence, 1994, p.9; 오가람, 2010, p.30.). 이러한 제도는 범죄가 아닌 행위를 범죄로 보거나 경한 범죄를 더 중한 범죄로 보는 가중 의 방식으 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사회적 소수자가 편견에 의해 처할 수 있는 신체상의 안전과 경 제적 손해로부터의 보호라는 개인적 법익 뿐만 아니라, 소수자 집단이 속한 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공공적 법익 또한 추구한다는 점에서 나름 타당한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반론 역시 가능하다: (1) 죄형법정주의를 훼손할 우려는 없는가? (2) 순수한 혐오 범죄 형태는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는 없는가? (3) 상정된 보호법익은 실재하는가? 즉, 가중처벌의 사회적 교육 효과는 상당한가? 가중처벌하는 형태의 혐오 범죄는 기존의 형법상 명시되어 있는 죄목이며 이를 혐오 범죄로 명명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개개인의 혐오의 의도를 판별하여야만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순수한 혐오 범 죄의 형태의 경우에는 왜 형법상의 죄목이 아닌 행위에 대해서 범죄로서의 성립 요건을 인정할 것인 가 라는 면에서 해석을 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무엇을 어느 범주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란 면에서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취지와 상충하는 면을 갖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약화시키게 됨으로써 혐오 범죄를 억제 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성을 갖게 한다. 그리고 형법상의 개념으로서 혐오와 연관된 행위에 대해 접근할 경우, 기본권 침해의 논란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혐오 범죄와 혐오 표현 등이 표현의 자유 등 시민권적 기본권과 충돌하는지 아닌지에 대 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반대 논리를 격파하고 각 개념의 취지를 살리는 실질적인 법리적 운용을 추구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투여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무엇이 혐오 범죄인가, 그리고 기존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서의 혐오 범죄의 개념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논리는 계속 개발되고 있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필요성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러한 논쟁은 사실상 입법의 취지나 사법부의 판결, 나아가 사회적 억제력이라는 제도적 유용성의 측 면에서 계속하여 빈틈을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6 또한 가중처벌이 혐오의 확산을 막는 데 있어서 적합한 방법인가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문제시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사회에서 혐오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행하는 방식은 그 방 법이 혐오 범죄 발생에 대한 억제력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용성의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 히 혐오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혐오 범죄의 가해자들의 속성을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 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과한 말썽꾸러기 라는 이미지로 판단하고, 이 이미지를 가지고 범죄 억제와 해 6 이에 대한 실질적 사례를 통한 해설은, 본 보고서의 3장 사례소개 및 범주화 와 5장 게이/트랜스 패닉 방어 : 두려움과 혐오 폭력 을 참조할 것. 13

결책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고, 그 방법으로 가중처벌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혐오 범죄를 비롯한 각종 혐오 폭력의 양태가 이 틀에 적확히 걸맞는지는 미 지수이다. 또한 가중처벌이 유효하다는 논리는 강력범죄 및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할 경우 이 발생 빈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관련 제도가 이행되는 것이라 할 것인데, 이러한 방법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증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5) 새로운 분석 도구로서의 혐오 폭력 개념이 필요하다 이상 살펴본 바대로, 기존의 혐오 범죄 개념으로는 적절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혐오 폭력에 대한 설명으로 혐오 범죄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오기 힘든 이유는, 혐오 범죄는 형법 상에서 사유되는 개념이지만 혐오 폭력은 반드시 형법적 개념에서만 논의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혐오 범죄라는 범주를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의 법 체계상 살인죄, 상해 및 폭행죄, 강간죄, 강도죄, 모욕죄, 명 예훼손죄, 협박죄, 손괴죄 등이 혐오 범죄에 준하여 적용되는 죄목인데, 이들의 구성요건과 위법성, 책임성의 성립요건은 때로는 혐오 폭력의 그것에 정확히 걸맞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혐오 폭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존 혐오 범죄의 개념 에서는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혐오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행위의 결과로서 피해자 역시 직접 적 피해를 입은 소수의 개인이 그 동기-가해자가 갖고 있다고 간주되는 혐오 자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의 과정을 통해 범죄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의 문제만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동기로서의 혐오에 대한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역시 명징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개개의 혐오 범 죄 사안들이 발생하는 현상적 측면에만 주로 초점이 가 있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미 연방수사국의 발 표 자료를 보면 분명히 혐오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 역시 드러 난다. 그렇지만 이를 사후적으로 양적인 분석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누락되는 부분은 대체 왜 늘어 나는가? 라는 지점이다. 기존 개념인 혐오 범죄에 대한 이와 같은 비판적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혐오 폭력의 개념이 지니는 다음의 두 가지 속성에 주목하면서 연구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1) 가해자가 동기로서의 혐오를 갖고 있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혐오 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 어서 핵심 요소가 아니다. (2) 혐오 폭력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혐오를 이용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폭력이다. 14

즉, 혐오 폭력은 혐오 범죄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겠으며, 법 논리 안에서 미처 담지 못 하는 담론적 속성의 맥락을 함의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6)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혐오 폭력의 조작적 정의와 연구의 전제 이상으로 혐오 범죄와 비교해보면서 혐오 폭력을 재개념화하려 시도해보았다. 한국에서 혐오 범죄에 대한 논의는 기초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에, 정작 본 보고서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려 는 혐오 폭력 이란 개념은 명확한 의미를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혐오 폭력 은 혐오에 기반한 폭력 이라고 동어반복식 정의를 맴돌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장에서는 기존의 혐오 범죄 개념으로부터 출발하는 비판적 고찰을 통해 혐오 폭력의 의미를 약간이나마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한국사회 내에서 지속 발생하고 있는 혐오 폭력의 구조를 그려보기 위해서, 혐오 폭력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형법적 개념을 가져와야 하는 혐오 범죄 보다는 혐오 폭력 이라는 용어를 쓴다. hate 혹은 hatred의 번역과 관련하여, 증오보다는 혐오라는 번역어를 쓰기로 한다. 별도 명시하지 않는 한, 혐오 폭력은 성적 소수자 집단과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을 향한 혐오에 기반한 폭력적 행위를 의미하는 말로 주로 쓴다. 여기에서 혐오 폭력의 행위는 개인 대 개인 간의 직접적, 물리적, 언어적인 행위만을 뜻하진 않는다. 또한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의 경우에도 혐오 폭력을 발생할 수 있으며, 가해자 의 행위 효과가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 또한 포함한다. 이러한 조작적 정의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상기한 의미의 혐오 폭력 개념을 중심으로 사용하면서 혐오 폭력의 구체적 사례들을 범주화하여 각 사례별 특성을 분석하려 한다. 그러한 작업 후, 분석 내 용에서 도출되는 혐오 폭력의 특성을 바탕으로 혐오 폭력의 구조를 그려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개념에 기초하여 혐오에 얽힌 폭력적 행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려 한다. 기존의 개념으로서 혐오 범죄가 형사법적 접근 방식과 엄밀함을 요하 는 범죄 요건의 틀이 여타 혐오에 기반한 폭력 행위를 개념상 충분히 설명치 못 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바, 이러한 비판적 고찰에서 출발하여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5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먼저 네 가지 범주로 구분되는 10가지 사례에 대한 상술과 분석을 시도할 것 이다. 그리고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혐오 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끔 하는 특성 네 가지를 추 출해낼 것이며, 각 특성들을 분석해내면서 혐오 폭력의 구조를 도식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뒤 이어 현재 미국의 혐오 논의의 한 축인 게이/트랜스 패닉 방어 개념을 참조함으로써 혐오 폭력 구조 와 관련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펼쳐보려 한다. 16

3. 사례 소개와 범주화 혐오 폭력에 대한 가장 흔한 이해는 가해자가 상대를 혐오하기 때문에 자신의 혐오를 폭력적으로 발 산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혐오 폭력에 대해 이렇게 접근하면 놓치는 것이 많아진다. 누군가를 괴 롭히고 때리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잔인함이 단지 혐오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가능할까. 이런 분석은 혐오만 없었다면 그는 그렇게까지 폭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는 논 리가 되어 버린다( 패닉 방어 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구진에서 여러 혐오 폭력을 살펴보면서 깨닫 게 된 것은 가해자가 실제로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를 가지고 있는지, 그가 성적 소수자를 얼마나 혐오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피해자가 정말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트랜스젠 더인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혐오는 폭력을 촉발하는 동인이 아니라 가해자가 한껏 휘두른 폭력을 정 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성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폭력은 성적 소수자의 삶을 억압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시민으로서의 공적 권리를 부인하고 훼손하며 마침내 박탈한다. 이에 대응해 혐오폭력을 행하는 주체들은 국가와 민족의 안위, 공익의 보호, 사회 질서 확립 등을 폭력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에 연구진은 개인이 가 진 혐오를 왜 국가와 민족까지 들먹이면서 설명하려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가졌다. 왜 그냥 내가 싫어 서 그런다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이 동성애를 혐오하기 때문이라고 오 히려 적극적으로 해석을 해주는 것일까?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 편견과 반감을 가질 수도 있고 성적 소수자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퀴어 퍼레이드에 나와 수 천명의 행진을 막고, 길 위에 기꺼이 스스로 드러 눕는 것을 단지 성적 소수자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좀 더 정확하게 말 해 그가 싫어하는 것은 성적 소수자가 당당하게 행진을 하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권리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그는 성적 소수자와 이성애자의 삶은 반드시 달라야 하고, 감히 같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들이 성적 소수자의 행사를 막고 평등의 실현을 막는 것은 그들에게는 혐오가 아니라 정의감이 발 동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웃고 조롱하고 때리며 너 따위는 죽어버려라 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자격 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본 연구진은 이것을 혐오라는 감정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기준의 범주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개별적인 사건이나 물리력의 동원 여부 등이 아니라 폭력의 효과와 목적을 중심으로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존재의 가치를 부인하는 폭력이다. 대표적으로 학교나 직장에서의 조 롱, 폭언, 왕따, 집단 구타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많은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 에서의 분리와 배제, 소외 그리고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반복되는 고통은 피해자들에게 자살을 선택하게 할만큼 깊은 상처를 준다. 또, 동성애에서 벗어나서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성적 지향 전환치료, 즉 탈동성애치료 도 같은 경우에 속한다. 이런 공개적인 치료는 이성애를 하지 않는 17

다는 이유만으로 동성애자를 비정상인이며 살아갈 가치가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공적 권리를 훼손하는 폭력이다. 인간으로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훼손하는 경우를 말한다. 교내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적 법한 절차를 거쳐서 학교에 대자보와 플랭카드를 게시할 수 있다. 그런 게시물을 몰래 찢거나 훔쳐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다. 퀴어 퍼레이드의 경우도 이미 15년 동안 매년 진 행되어온 행사임에도 자신들의 눈에 거슬린다고 의도적으로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 이렇듯 이미 진행 되고 있는 일을 중단시키고 사람들의 눈 앞에서 지워버리는 폭력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으로 명명하였다. 두 번째 범주와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행위가 일어나기도 전에 아예 원천봉쇄한다는 점이다. 관공서 등에서 성적 소수자 관련 행사의 개최를 위한 공간 대여나 단체 설립 허가를 거부하는 경우다. 훼손이 주로 개인에 의해 일어난다면 박탈의 경우엔 대학 등의 교육 시설, 정부나 지자체, 방송심의위원회와 같은 공기관이 가해의 주체가 된다. 주목해서 볼 점은 이들 기관 자체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명확한 혐오를 가지고 있기에 기관이 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의 압력에 굴복해서, 민원에 밀려서, 정치적 손익을 따져서 거부나 금지의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이다.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고 나쁜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한 신문 광고나 리플렛 제작 배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동성애를 인 정하면 에이즈가 만연하고 군대의 기강이 무너져 북한의 침략을 받게 되고, 동성 결혼을 인정하면 나 라가 망할 것이고, 트랜스젠더를 인정하면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를 받는다는 어이없는 논리를 과학과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대중에게 유포하고 있다. 또한 서명운동, 항의 전화와 기자회견, 1인 시위 등까지 공개적으로 관공서 등에 압력을 넣는 일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판결문이나 구체적인 사건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주요 사건들을 먼저 뽑은 다음, 그 사건들의 성격을 분석해 다시 분류하였다. 몇 번의 재분류를 거쳐서 4개로 범주화 했다. 이 제 좀 더 대표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 다 언급하지 않은 사 례들은 6장에 연대표로 작성해두었다. 1) 존재의 가치를 부인하는 폭력 가. 학교에서의 집단 괴롭힘 2009년 11월 부산의 모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자살을 했다. 중학교 때 동급생에게 사랑 고백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급우들 사이에 펴졌다. 그런 탓에 급우들의 괴롭힘은 입학 이후부터 시작되었고 사소한 부딪침이 쌓이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18

부산고등법원 2014. 2. 12. 선고 2013나51414 판결문에 언급된 괴롭힘만 보아도 1 외모에 대해 비하하거나 살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식으로 비하하며 욕설을 퍼붓기 2 바로 옆에서 본인에게 다 들 리도록 험담을 일상적으로 하기 3 지우개 가루나 감기약 시럽을 뿌리기 4 식권을 빼앗기 5 뒤에서 의자에 발을 올려서 간지럼을 태우거나 엉덩이를 찌르기 6 복도에서 걷다가 몸이 부딪쳤다고 때리 거나 더듬었다고 소문내기 등이다. 이런 식의 괴롭힘이 최소 11명의 급우들에 의해 1학기와 2학기에 걸쳐서 1년 내내 지속되었다. 교사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고 상담도 했으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실시한 청소년 정신건강 및 문제행동 선별설문 과 우 울 척도 검사, 자살 생각 척도 검사 에서 높은 자살 위험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 가해자가 아 닌 피해자에게 전학을 권유하기 2 성정체성에 대한 상담이 필요함을 알면서도 그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음 3 학생과의 충분한 상담 전에 부모를 불러서 자녀가 동성애자임을 일방적으로 알림 4 자살위 험이 높게 나온 검사 결과에 대해 부모에게 알리지 않음 등 무책임하게 행동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가장 대표적인 혐오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 괴롭힘에 대한 정의다. 해당 사건의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다203215 판결문은 집단괴롭힘이란 학교 또는 학급 등 집단에서 복수의 학생들이 한 명 또는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도와 적극성을 가지고, 지속적 이면서도 반복적으로 관계에서 소외 시키거나 괴롭히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 대법원 2007.11.15.선 고 2005다16034 판결을 참조해서 밝히고 있다. 이런 정의에 따라 1심과 2심에서는 괴롭힘이 인정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입장을 완전히 달리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는 집단 괴롭힘으로 인하여 피해 학생이 자살한 경우, 자살의 결과에 대하여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의 보호감 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피해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아 교사 등이 예 건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 롭힘이 계속되고 그 결과 피해 학생이 육제척 또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 있었음을 예견하 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피해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피해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집단괴롭힘의 내용이 이와 같은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교사 등 이 집단괴롭힘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피해 학생의 자살에 대한 예견 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라고 하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살펴보면, 망인이 자살하게 된 계기는 반 학생들의 조롱, 비난, 장난, 소외 등에도 기인한다 고 할 것이나, 그러한 행위가 아주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행위의 태양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조롱, 비난 등에 의한 것이 주된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에 이를 정도라고는 보기 어려우며, 망인이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를 작성하기도 하 였지만, 이 사건 사고 무렵에 자살을 예상할 만한 특이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망인이 2009.11.29. 일요일에 가출하여 다음날 등교하지 않고 방황하다가 그 날 22:00 경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자살하 였는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담임교사에게 망인의 자실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19

통상 견딜만한 괴롭힘이라든가 자살에 이르지 않을 정도의 괴롭힘이란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조롱, 비난 등에 의한 것 이라는 대법원 판결문은 폭력을 물리적 폭력 으로만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롱과 비난이 일상적으로 반복될 때 피해자가 받는 상처와 정신적 부 담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가해 학생들이 별 다른 양심의 가책없이 괴롭힘을 반복할 수 있 었고, 이를 제지하는 주변인들이 없었고,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호소할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났고, 급우 중의 한 명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 고, 목소리가 여성스럽다는 이유가 조롱과 비난 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다. 이런 괴롭힘 사건이 법원에서 다루는 사안으로 넘어가면 부득이하게 사건의 본질은 학교에서의 교우 들의 괴롭힘과 교사들의 무관심보다 학교와 시청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에 맞추어지 게 된다. 1심(부산지방법원)과 2심(부산고등법원)에서는 일관되게 학생의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 이 있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에서 그 책임이 부정되고 원심판결 파기 환송되었다. 이런 류의 괴롭힘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피해가 자살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른 뒤에 손 해배상 여부를 다투기 전에 해결되는 것이 좋고, 가장 좋은 것은 이런 괴롭힘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일이다. 나. 인터넷에 동성애자라고 고의적으로 밝히는 괴롭힘 이 사안에 있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정말 동성애자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대법원 판결문이 나온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례는 2007년에 대법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최종 판 결이 난 명예훼손 사건이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신문 기사의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군대 후임병이었던 모씨가 다른 후임병들에게 자신을 스토커라고 말한 사실에 앙심을 품고, 모씨를 비방하기 위해서 200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군 후임병 7명의 홈페이지에 7차례에 걸 쳐 모씨가 게이라는 글 또는 쪽지를 보냈다. 모씨가 이를 신고해 법원에서 명예훼손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7 법원은 판결문에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 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 2188 판결 등 참조),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 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 야 한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 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 7 임주영 기자, 싸이월드에 게이 라고 쓰면 명예훼손, 2007년 11월 9일, 연합뉴스 20

은 그 설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사실은 피해자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인터넷사이 트 싸이월드에 7회에 걸쳐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현재 우 리사회에서 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하여 이 사건 글을 게재한 점 등 그 판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인이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 고 밝혔다. 두 번째 사례는 자신의 블로그 및 페이스북에 특정인의 성정체성을 알리고, 비하하고 모욕하는 내용 을 올렸다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은 사례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의 성정체성과 범죄 전력을 반복해서 밝 히고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실명과 사진까지 지속적으로 게시하였다. 법원에서는 피고는 자신의 블로그 및 페이스북에 동성애자인 원고의 성적 지향을 비하, 모욕하는 내 용과 함께 원고의 실명과 사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지속적으로 게시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게시물의 전체적인 내용, 사용 문구 및 표현 방법, 게시 기간 및 횟수, 게시의 반복성, 원고의 정신적 피해 정도에 비추어 그 액수는 원고가 구하는 5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고 판결하였다. 8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자신이 인터넷에 관련 글을 올린 이유는 피해자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 성애에 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며 자신의 활동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법 원에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다. 이별 후 괴롭힘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결 이 사건은 사귀던 애인이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자, 이별을 거부하며 상대의 가족과 회사에 전화를 반 복적으로 걸고, 상대의 가족 주소를 알아내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회사로 찾아오겠다고 협박하고, 실 제로 회사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면서 업무를 방해한 경우다. 법원은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렸다. 두 명의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이 사건도 혐오폭력의 사례로 넣을 것인가에는 의아함이 있을 수도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사귀 었던 사이였고 이별 후에 한쪽이 다른 한 쪽을 협박하는 일은 이성간에도 흔히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 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혐오 폭력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협박과 괴롭힘의 방식이 회사에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어떤 이성애자도 타 의에 의해 새삼스럽게 이성애자로 밝혀지지 않는다. 이성애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회사 동료들이 깜 짝 놀라거나 수근대는 일은 없다. 8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6부민사부 -사 건 2014가합101294 손해배상(기) 21

가해자나 피해자의 진짜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가해자의 혐오 때문 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우리 사회에 어떤 혐오가 만연해있는지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라. 성적지향 전환 치료 / 탈동성애 동성애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치 료해준다고 믿는 전환치료 세미나를 진행하고, 관련 연구 및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 움직이고 있 다. 9 이렇게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려는 심리치료를 성적지향 전환 치료(sexual orientation conversion therapy, reparative therapy) 라고 한다. 이 전환 치료에 대해서는 미국심리학회, 미 국상담학회, 미국소아과학회 등 10개 단체가 1999년에 이미 회복요법reparative therapy 과 변 환하는 목회활동transformational ministry 이란 매우 공격적인 상담 행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 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회복요법 은 동성에게 느끼는 성적 욕구를 소거하는 심리요법을 말하고, 변 환하는 목회활동 이란 동성에 대한 욕구를 소거하기 위해 종교적인 신앙심을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데, 미국정신의학협회는 회복요법 이 내담자가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자기혐오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우울증, 불안과 자기 파괴적 행태를 동반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2012년 5월엔 10여년 동 안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다고 주장했던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로버트 L. 스피처(Robert L. Spitzer) 박사가 그간의 자신의 연구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그동안 자신의 연구 때문에 치료에 시간과 열정 을 낭비한 동성애자들에게도 미안하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또 미국 최대의 성적지향 전환 치료 센터 였던 <엑소더스 인터네셔널(Exodus International)>이 지난 2013년 6월에 설립 37년 만에 자진 해 산했는데, 알란 챔버스(Alan Chambers)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이웃인 사람과 성경 모두를 존중하지 않는 세계관에 갇혀 있었다 며 동성애를 치료하려 한 것은 무지의 소산이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의회 차원에서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성적지향 전환 치료를 시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동성애자였지만 이성애자로 치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요나 목사에 의해 설립된 < 홀리라이프>가 이런 전환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에는 <탈동성애인권기독교협의회>가 발족되 었고 최근에는 탈동성애 상담가를 양성하는 상담가학교까지 설립되었다. 동성애자가 정말 이성애자 로 바뀔 수 있는가라는 점보다 더 근본적으로 왜 굳이 동성애자가 꼭 이성애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왜 동성애자는 동성애자로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리고 이성애자와 동등한 사람으로서 살 수 없는가 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고 비하하기 때문에 반드시 더 나아 진 존재로서 이성애자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적지향 전환 시도가 반인권적 9 자신을 탈동성애자라고 주장하는 이요나 목사가 탈동성애를 돕는 홀리라이프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이 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014년 11월 18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회 탈동성애 인권포럼 이 진행되었다. 22

인 것이라는 국제적 인권 기준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나 국회에서 탈동성애 관련 심포지움이 나 토론회 등에 장소 대관과 후원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것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공적 권리를 훼손하는 폭력 가. 성적 소수자 관련 게시물 훼손 및 게시 거부 대학 내 성적 소수자 동아리들은 신학기, 혹은 각 동아리의 행사기간에 맞추어 학내의 성적 소수자들 을 가시화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현수막이나 대자보, 포스터 등을 게시하곤 한다. 바로 이런 게시물들 이 누군가에 의해 찢겨지거나 사라지는 일이 십여년이 넘도록 계속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화여자대학교의 레즈비언 인권모임인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문화제를 위해 학내에 부착한 게시물이 훼손되고 도난당한 사건이다. 2003년의 첫 번째 레즈비언 문화제 때 자료집과 포스터 도난 및 훼손이 있었다. 그 이전에도 다른 대학에서 유사한 일 이 있었으나 2003년도의 이 사건으로 처음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하다가 2008년에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남은 증거로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모 기독교 동아리의 회원들임이 밝혀졌고, 이들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지 않아서 걸개를 뗐다며 자 신들의 행동을 설명했다. 만약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보기 싫다면 그 동아리 를 찾아가 왜 보기 싫은지를 설명하고 또 상대의 입장도 들어보고 그렇게 토론하며 합의점을 찾아가 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몰래 가서 갈기갈기 찢어놓는 길을 택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 을까. 하나님이 보시기에 도둑질 역시 좋아보이진 않을텐데 말이다. 과연 그들은 신께서 보시기에 무 엇이 더 좋을지 나쁠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이렇게 성적 소수자 관련 행사를 홍보하는 포스 터나 플랭카드를 찢어놓거나 몰래 가져가버리는 이런 류의 사건은 이화여자대학교뿐만 아니라 한신 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감신대학교,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고려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많은 대학에 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학교 차원에서의 예방책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나. 퀴어 퍼레이드 방해 (성적 소수자 행사 방해) 혐오 폭력은 2014년 퀴어문화축제에서도 나타났다. 2014년 6월, 서울시 서대문구청은 이미 기존에 장소 사용을 승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퍼레이드를 2주 앞두고 퀴어문화축제의 개최에 대해 반대하 는 여론이 너무 많아서 라는 이유로 행사 승인을 취소하였다. 취소 사유는 세월호 관련 국가적 추모 분위기 였으나 서대문구청의 관계자는 퀴어문화축제의 개최에 대해 반대하는 민원이 들어온 것도 23

영향이 있다 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10 또 경찰은 행사 장소가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퍼레 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의 집회를 퍼레이드 구간 내에만 4곳에 중복 허가했다. 당일에는 집회 신고 장 소를 벗어나 종교 행사라는 이유로 행진이 예정되어있는 경로를 무대 트럭으로 막고 1000여개의 의 자를 깔았다. 동원된 사람들이 앉았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잠시 앉아가면서 그 자리가 다 채워진 것처 럼 보였다. 이들을 피해 행진 경로는 변경했으나 변경한 길에는 400여명의 사람이 길바닥에 드러눕 는 방식으로 행진을 막았다. 또,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던진 물병에 맞거나 온갖 모욕과 비난에 시달렸 다. 2015년 6월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행사 반대는 이러한 성적 소수자의 시민권을 부인하는 행위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혐오세력은 퍼레이드 준비 기간부터 개최 반대 운동을 하며 서울시에 민원을 넣고, 각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퍼레이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공간에 집회신고를 선 점하거나 중복 집회신고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개최되자 결국은 퍼레 이드 장소 맞은 편에서 대규모의 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소리를 높여 축제를 반대했다. 공개적으로 불 특정 다수에게 증오와 비하, 그리고 저주의 발언을 퍼붓고 행사의 진행을 방해하며 기도회를 여는 것 역시 모두 폭력이다. 다. 공공 매체에서의 가시화 억제 성적 소수자와 관련하여 어떤 긍정적인 표현도 문제삼고, 공적 공간에서 가시화되지 않도록 방해하는 폭력도 집요하다. 1998년에 창간된 한국 최초의 동성애전문지 BUDDY 의 경우도 몇몇 서점에서 전시나 판매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1990년대 후반의 이런 사건들은 항의를 통해서 바 로 시정이 되는, 서점 직원의 개인적 판단과 신앙에 의해 벌어진 해프닝에 더 가까웠다면 현재의 사태 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공공기관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2010년 방송된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는 방송 내내 시청 거부 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드라마 를 보고 자기 아들이 게이가 될 수 있으며, 게이가 되어서 에이즈 걸려 죽으면 방송국이 책임져야 한 다는 논리로 공격했다.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미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동성애를 따라하게 된다는 것 이다. 이뿐 아니라, 2011년 KBS JOY에서 방송된 트랜스젠더들의 토크쇼인 XY그녀 는 방송 1회만 에 혐오세력의 홈페이지 상영 반대글 게시, 신문 광고, 진행자들의 타 방송 하차 운동 등을 통해 막을 10 2014년 5월 29일, 머니투데이, 서대문구청, 퀴어문화축제 1주일 앞두고 승인 취소 논란 왜?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52916331474726&outlink=1 24

내려야 했다. 11 2015년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은 드라마 내의 여고생 레즈비언 커플의 키스 장면과 포옹장면으로 방솜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위배에 관한 심의를 받아야 했다. 방송심의위원회에 서 심의위원들은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 (함귀용 위원), 잘못하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걸(동성애를) 권장 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본다 (고대석 위원) 등의 발언을 하였다. 12 또, 가시화를 억제하 려는 영역은 방송 매체뿐만 아니라 초중교 교과서나 청소년 성교육 기관에서 진행하는 성교육 등으로 까지 넓어지고 있다. 13 3)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 가. 공적 공간 대관 거부 공적 공간의 존재 필요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사적 공간과의 대비가 아니다. 공유하는, 공동 의 공간이란 점에서 이 공간의 기능은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없는 평등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적 공간에서 어떠한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차별받는가, 소외되는가, 거부당하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성적 소수자 관련 행사를 위한 공간 대관이 불허되거나 취소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행사 거 절의 사유는 기독교 단체와의 형평성, 미풍양속, 동성애 모임, 정치적 행사 등의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다. 2010년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한국에서 동성애자 인권에 관해 논의하는 행사를 공공기관 에서 여는 것은 불가하다 는 이유로 미국 대사관 등에서 주최하려고 한 동성애자 인권 행사를 위한 공 간 대여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2011년에는 가톨릭청년회관이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듯 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행사 대관을 불허했다가 인권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뒤늦게 대관 을 허용한 바 있다. 그 행사의 경우 성적 소수자가 전면에 내세워진 것도 아니었고 성적 소수자 단체 가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모임의 워크숍이었음에도 공동 주최 단체까지 검열하려 했다는 점에서 카톨 11 2012년 9월 13일 머니투데이, XY그녀, 방송보류 결정 시청자 요구 수용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2091311065101857&type=1&outlink=1 2012년 9월 13일, 오마이스타, <동물농장> 신동엽에 불똥뛴 < XY그녀 > 논란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77988 12 2015년 3월 31일, PD저널, 방심위 동성 키스신 심의에 뿔난 성소수자 인권단체, JTBC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중단 촉구 성소수자 차별 멈춰야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5011 13 2013년 8월 22일에는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조찬기도회(회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교계 교과서 동성애 동성혼 특별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국회의원들까지 참여해 고등학교 교과서에 동성애를 지나치게 옹호하고 있다며 동성애를 비도덕적이라고 보는 주장의 근거들도 삽입하고, 동성애는 정상이라는 내용의 삭제와 동성애자의 불행한 삶도 기술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25

릭청년회관이 어떤 눈치를 예민하게 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14 2013년에는 마포구청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 신청한 홍대 앞 걷고싶은거리의 나무 무대 사용을 거부했다. 나무무대 는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던 곳으로 구청에서 허가를 하지 않는 경 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열린 공간이었음에도 구청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 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로 감신대학교, 고려대학교의 인권모임에서 동성애 관련 영화 상영이나 토론회를 개최 하기 위해 공간 신청을 했는데 대학 본부측에 의해 승인이 취소되는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2014 년에 서대문구청의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장소 대관 취소, 대구 시설관리공단이 대구 퀴어문화축제 2.28공원 사용 신청 거부,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의 청소년 동성애 관련 행사라는 이유로 대관 취소 등의 큰 사건들이 터졌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마포구청이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의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사건도 있다. <마 포레인보우주민연대>는 마포구청 관할 게시대에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 소수 자입니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라고 적힌 현수막 게시를 신청했다가 이 현수막 내용 가운데 열 명 중 한 명 이라는 문구가 과장되었으며, LGBT 가 직설적 표현이어서 청소년 보호 선도 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바가 있다. 15 나.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단법인 설립거부 정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낙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성적 소수자를 위한 재단으로 그 성격을 표명한 비온뒤무지개재단 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와 국 가인권위원회에 설립 신청을 접수하려 했으나 보류 또는 담당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 에 마지막으로 재단은 2014년 11월, 법무부에 사단법인 신청 서류를 제출 16 하였으나 법무부 역시 설 립 허가를 거부하였다. 단체를 조직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이런 단체 설립 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0일안에 설립 허가를 내주게 되어 있음에도, 법무부는 마땅한 이유 도 없이 설립 불가의 입장만 계속 통보해왔다. 법무부의 담당자는 보편적 인권을 다루는 곳이므로 한 쪽에 치우친 주제라 허가가 어렵다 라며 비공식적으로 접수를 거부하며 자진 철회를 요청했고, 비온 14 행사 주최 단위는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틈새모임>이었다. 15 2013년 8월 14일, 시사인,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인권조례여야. 최근 마포구는 성 소수자 모임의 현수막 을 규제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자체 인권조례는 생색내기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오진아 http://m.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363 16 South Korea refuses to incorporate gay group (GaystarNews, 2015.02.11.) http://www.gaystarnews.com/article/south-korea-refuses-incorporate-gay-group110215/ 26

뒤무지개재단에서 끝까지 접수를 신청하자 5개월이나 지난 2015년 4월에야 설립신청 불허 공문을 발송했다. 법무부가 밝힌 불허 사유는 법무부는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 총괄, 조정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인권옹호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관장하고 있다. 귀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 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 는 문장의 앞뒤 의미가 연결되지도 않아 해석조차 불가한 사유였다. 이에 2015년 7월에 비온뒤무지 개재단은 정부기관인 법무부의 위법한 차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정식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 문제에 관해 2016년 1월 29일,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 인가제도는 정부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줌으로써 불확실 성을 야기합니다. 일부 단체는 당국이 설립허가 신청을 반려하여 법인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 다. 성소수자 단체인 비온뒤무지개 재단은 법무부로부터 성적 소수자만을 위한 단체라는 이유로 불 허 통보를 받았으며,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인권활동 을 하는 단체만 등록할 수 있다는 입장 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단체는 어디에 등록신청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법무부는 이 질문에 대 한 명확하나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모든 시민들의 결사의 자유를 촉진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라고 법무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 법률 및 조례 제/개정에 개입 대한민국을 인권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2000년대 중반에 추진되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은 2007년에 입법 예고 과정에서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 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고, 현재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특권법이라고 주장하며 동성애자 에 대한 일정 정도의 차별은 유지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차별금지법뿐 만 아니라 서울시학생인권조례, 강원도학생인권조례, 광주시학생인권조례, 대전시성평등조례, 과천 시성평등조례 등 성적지향이 차별 사유에 포함되어 있는 조례의 제정을 막거나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 을 펼치고 있다. 이중에서 대전시성평등조례는 결국 성적지향이 삭제되었고, 서울시민인권헌장의 경 우에는 헌장 제정 자체가 무산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사건이 법률이나 조례, 인권헌장 등의 제/개정에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이들의 혐오에 의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혐오를 가진 자만이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혐 오를 가진 자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으로도 폭력에 공모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자신의 정 치적 이익을 계산해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의 선언을 포기한 박원순 시장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동성 애에 대한 혐오를 가진 탓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실제로 박원순 시장이 동성애에 대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또한 박원순이란 개인이 가진 생각과 감정을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사실은 박원순 시장이 의도적으로 서울시민인권헌장 을 포기했다는 27

점이며, 그 이유는 보수개신교의 반대를 의식한 탓이라는 점이다. 성적지향을 삭제하라고 항의하는 전화를 걸고 지자체 장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는 이들만이 혐오 폭력의 주체와 가해자일 수 는 없다. 이들의 힘만으로 실제 법이나 조례의 제정이 무산되고 개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 범주화를 함에 있어 네 번째 분류에 속하는 사례들은 위의 세 가지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네 번째 범주를 만든 이유는 순환되는 혐오 폭력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혐오 폭력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 많은 폭력들이 혐오를 하는 대상에게 싫다 는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 다. 그것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혐오에 더 많은 이들이 동조하도록, 자신들의 발언과 행동을 지지하도 록, 어떤 폭력을 저질러도 그것이 합리화될 수 있도록 가장 신경 써서 움직인다. 바로 공익에 위배되 는 존재 라는 낙인을 찍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런 질문을 가졌다. 왜 이토록 공익에 위배 된다는 점에 집중하는 것일까? 손쉽게 설득력 을 얻기 위함인가? 이들은 성적 소수자가 공익에 위배되기 때문에 혐오하는 것일까? 아니면 혐오를 더 강화시킬 명분으로 공익을 이용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해보면, 실제 한국에서 성적 소수자들이 가진 영향력과 활동의 범위가 공익의 위기를 걱정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적이 없 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익에 위배되기 때문에 그것을 염려하여 혐오가 확산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만약,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공익에 위배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면 다시 질문은 그 런 위기 의식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왜 먼저 예민하게 느끼게 되었는지로 바꾸어봐야 할 것이다. 여기 에선 혐오 폭력의 가해자들이 주로 보수 개신교인이라는 점은 하나의 답이 되지 않을까. 그들이 느끼 는 것은 정확히는 교회의 위기 이지 않은가. 한국 개신교인의 수가 줄어들고,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 도가 추락하고, 종교인이 가지는 권력에의 욕망과 의지가 더 강해진 것과 무관할까.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기 위한 폭력, 이면에 다른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는 폭력, 다른 폭력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폭 력. 이런 점에서 혐오 폭력의 주요한 양상 중의 하나로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을 꼽아 보았다. 가. 신문, 방송, 팜플렛 등 대중 광고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군대, 에이즈, 좌파 등 과 연결하여 이미지 왜곡 이들은 성적 소수자들이 공익에 반하는 존재라는 근거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들은 각종 언론에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서 전면 광고를 낸다. 동성애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동성애자의 양심고백 이라 는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의사와 과학자 등의 전문가 타이틀을 활용해 정식 도서 17 로 발간한 뒤 전국의 관공서와 청소년성문화단체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17 길원평 외 5인, 동성애 과연 타고 나는 것일까- 동성애 유발 요인에 관한 과학적 탐구, 라온누리, 2014 28

2008년에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일이 있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배하고 있고 동성애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 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계간 및 기타 성추행은 징역 1년 이하에 처한 다고 명시한 군형법 제92조는 군대 내 뿐만 아니라 휴가를 나온 사병의 사생활까지도 처벌할 수 있 는 법이고 동성간 성폭력이 아니라 동성간 성행위 자체를 범죄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를 둘 러싼 갈등은 2010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연데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군 형법 제92조가 인권 침해라는 의견서를 내면서 증폭되었다. 보수기독교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바른 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이 주도하는 기자회견, 1인시위 등이 이어졌고 당시의 반대논리는 군대에 동 성애를 허용하면 북한에만 도움이 된다는 안보 문제와 결합했었다. 남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 92조가 폐지되면 군대에 동성간 성추행으로 고통받는 병사가 늘어나고 성추행으로 인해 동성애가 퍼져나감으로써 결국에는 군기강이 무너질 것이란 논리였다. 그래서 이때부터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도 반( 反 )동성애 세력 중의 하나로 결합하게 되었다. 성적 소수자와 종북세력을 하나로 연결시켜 종북게이라는 신조어를 냈고 2015년 퀴어 퍼레이드 반 대와 더불어 한국은 공산주의적 성문화로 가면 안됩니다 라는 광고 18 를 내기도 했다. 다른 광고에서 는 반국가 단체인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따르고 지지했던 동성애 단체들을 지원해도 되는가? 라는 질 문을 던지기도 19 한다. 조우석 KBS 이사는 지난 10월 8일 동성애 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하나 토론회 에 참석해 동성애 와 좌파 사이의 연결고리 3개 란 주제의 토론문을 발표했다. 조우석은 토론회에서 좌파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다.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 라고 말하며 동성애자들이 노리는 게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복이라고 확신한다 고 발 언하기도 했다. 20 이렇게 낙인을 찍는 활동을 통해 혐오세력은 성적 소수자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의 문제에서 확장시켜 한국 사회의 종북 프레임과 연결시켜 나라를 전복시킬 존재로 강조한다. 2011년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쟁점이 되었을 때는 조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학교에서 항문성교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논리로 반대했다. 동성애자들은 문란한 성생활을 마음껏 하고 있고 에이즈의 주범이며, 국가는 HIV/AIDS 환자들의 진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특혜이며 국민들 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180배 더 에이즈에 감염되고 수명 도 더 짧다는 식의 허위 정보를 담은 전단지, 리플렛, 소책자 등을 만들어서 전국의 교회와 길거리에 18 2015년 4월 3일, 조선일보 전면광고,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청 앞 6.9 동성애 축제를 결사반대합니다!! 19 2015년 5월 19일, 조선일보 전면광고, 정종섭 장관, 박원순 시장, 구은수 경찰청장,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2015 서울시 동성애 성문화축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 2015년 10월 8일, 경향신문, KBS 이사 동성애자 무리는 더러운 좌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081719041&co de=940100 29

서 배포하고 있다. 나. 무엇이 공익인가에 대한 무책임한 중립성 이 공익 으로 무장한 공격이 가진 장점은 무책임한 중립지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네이버 도전만 화란에 동성애 옹호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아보자 란 제목의 웹툰이 있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 합>에서 K사의 교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며 이를 비판하는 웹툰을 만 들었는데 그 내용이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네티즌들의 신고가 접수되자 네이버가 해당 웹툰을 즉 각 블라인드 처리했다. 하지만 며칠 후 그 블라인드는 해제되었는데, 물론 <한국교회언론회>, <바른성 문화를위한국민연합>, <국민일보> 등의 압력에 시달린 탓도 있겠지만 네이버는 아래와 같이 공식적으 로 블라인드 해제 이유를 밝혔다. 다양한 정치/종교/사회적 이슈 게시물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삭제 의 기준은 게시물의 소재/주 제로 인한 혐오성 여부가 아닌, 인터넷내용등급심의에 따른 선정성/폭력성을 기준으로 하고자 하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21 혐오의 여부로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유사한 구글의 경우엔 운영 정책에 인종, 민 족, 종교, 장애, 성별(젠더), 나이, 병역 유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나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배포할 수 없다. 는 규정을 두고 있다.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2014년 6월 7일에 <한겨레>에, 6월 18일엔 <경향신문>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과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 이라는 한국교회언론회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차별금 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거나 동성애는 정신병이므로 치료가 필요하며 동성애자의 성관계는 문란하 고 에이즈의 온상이라는 내용이었다. 광고를 받아야 신문을 제작할 수 있으므로 기사의 방향과 광고 의 방향이 다소 불일치할 수 있는 점은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경향신문>의 광고운영원칙에는 성 별/장애/연령/사회신분/지역/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 광고 불가 라 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도 왜 적용되지 않은 것일까.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며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한편에서는 무엇이 진짜 공익 인 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으로 폭력에 동참하고 있다. 21 무지개행동에서 질의한 내용에 대해 2013년 8월 9일에 네이버 고객센터에서 보내온 답변서 중에서 30

4. 결론: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의 특성과 구조 3장에서 살펴본 혐오 폭력 사례들은 발생 양태와 초래 효과에 따라 1) 존재의 가치를 부인하고, 2) 공 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간주하며, 3) 공적 권리를 훼손하고, 4)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이라는 범주 들로 각각 나누어 보았다. 이 같은 범주화 방식이 각 개별 사례의 속성과 전개 방식을 이해하게 해주 는 분석 방법이라면, 이번 장에서는 네 범주를 모두 아우르며 공통되게 관통하는 특성을 찾아내어 볼 것이다. 본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특성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1) 가해자의 개인적 혐오는 혐오 폭력의 직접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2)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이용하고 사회적 혐오에 편승하는 폭력이다. 3)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하는 폭력이다. 4) 사회적으로 용인 받은 혐오가 동기가 되어 돌아와 소급 적용된다. 1) 가해자의 개인적 혐오는 혐오 폭력의 직접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기존에 혐오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은 가해자의 혐오 라는 동기에 집중해 왔다. 가해자 개인이 기존에 갖고 있었던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반감과 공포, 증오심과 분노감이 특정한 계기로 표출되어 행해진 행 동을 혐오 폭력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 왔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가해자가 특정 집단에 대해 반감을 갖 고 있었는가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가해자의 반감을 자극하였는가라는 정황적 요 소를 차별점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혐오 폭력을 혐오에 기반한 폭력 이라고 정의내릴 때에도 가해자 개인이 그 혐오를 갖고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주목하여 기반하다 는 말을 해석해왔으며, 피해자 의 정체성이 혐오를 자극한 방아쇠였는지 여부에 맞추어 사유되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건의 맥락 파악에 있어서는 때로 도움되기도 하지만, 정작 혐오 폭력이 왜 그러한 형태로 반복 발생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 하는 한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3장에서 살펴보았던 사례 중 상당수는 이 러한 기존 접근 방식으로는 곡해되거나 그릇된 방식으로 종결될 뿐이었다. 혐오 폭력은 가해자 개인에게 적극적 동기로서의 혐오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혐오 를 개인이 특정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과 두려움, 증오에 기반한 적대적 사유와 행위 라고 전제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학교 내 집단 괴롭힘 사건과 인터넷 상에서 아웃팅을 행하는 괴롭힘의 사례에 대한 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가해자(들)은 혐오-두려움과 증오로부터 나온다고 일컬어지는 바로 그 혐오-자체를 강렬하게 갖고 있지 않았다. 남달라 보이는 학우를 곤충 죽이듯 괴롭히면서 느끼는 쾌감 이라든지, 자신이 싫어하는 이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망신주어서 괴롭히고 싶다는 욕구가 오히려 더 강했다. 그리고 괴롭힘의 요긴한 수단으로 성적지향에 씌워져 있는 사회적 낙인이 동원된 것이다. 31

두려움이라는 개인적 감정으로만 혐오를 설명할 경우에 있어서 두려움은 그들은 위해하다. 그런데 그들이 나도 모르는 새에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로 말해지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해를 끼치 기 때문에 내 주변에, 내가 속한 지역에, 사회 전체에 있어서는 안 된다 는 논리로 연결되곤 한다. 그 런데 과연 이것이 감정으로서의 두려움이 맞는가? 오히려 배제에의 강박과 배제가 이뤄지지 않을 때 의 불안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누구를 배제할 수 있는가/배제해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낙인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혐오라는 동기는 개인적이지 않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다. 그래서 혐 오는 혐오 폭력 사건의 동기가 아니라 사건의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맥락이자 필요충분조건이며, 누 구는 해를 입어 마땅하다 는 낙인을 재생산하고 재확인하는 혐오의 과정 그 자체이다. 이처럼 혐오 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혐오가 직접적 동기가 되어 발생하는 사건이라고만 할 수 없다(물 론 당연히, 혐오 폭력의 범주는 직접적 동기가 된 폭력 행위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해자의 개인적 동기로서의 혐오감이 단순 폭력과 혐오 폭력을 구분 짓는 요소가 아니게 된다. 그렇다기보다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만연한 혐오가 근거가 만들어내는 동기를 내면화하고 이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혐오 폭력이다. [ 그림 1] 동기(개인적 혐오감)-결과(폭력행위)의 구조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혐오 폭력 2)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이용하는/혐오에 편승하는 폭력이다 동기로서의 혐오라는 요소가 이처럼 취약하기 때문에, 무엇이 혐오 폭력 사건에 특유의 방식으로 개 입하고 작동하고 있는가의 요소를 찾는 데에서 혐오 폭력의 특성을 더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진은 (혐오를 직접적 동기로 삼은 폭력뿐만 아니라) 혐오를 이용하는 폭력이 혐오 폭력 이라고 설명하고자 한다. 3장에서 언급된 <인터넷에서 동성애자라고 고의적으로 밝히는 괴롭힘>과 <이별 후 괴롭힘에 대한 위 32

자료 지급 판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가 정말 성적 소수자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 자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를 통해 그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설파하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혐오 폭력이 될 수 있으며,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협박과 괴롭힘의 방식이 회사에 성 정체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는 지점이 헤어진 애인을 괴롭히고자 하는 동기에 이용된다. 즉, 가해자가 혐오자인지 아닌지, 피해자가 동성애자인지 트랜스젠더인지 여부보다는 누구는 동성 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래요 라고 이름표 붙이는 행위만으로도 혐오 폭력은 가능해진다. 그 이름 표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부정적 낙인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살펴 보아야 할 지점은 가해자는 이미 그 이름표에 부정적 낙인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낙인의 이름표를 상대에게 붙여버리는 행위를 통해 상대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다른 사적인 동기 때문에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다면 그 낙인과 결합된 혐오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성적 소수자 관련 게시물 훼손 및 게시 거부> 및 <퀴어 퍼레이드 방해>, <공적 공간 대관 거 부>,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단법인 불허>, < 법률 및 조례 제/개정에 개입>, <신문, 방송, 팜플렛 등 대 중 광고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군대, 에이즈, 좌파 등과 연결하여 이미지 왜곡>의 경우는 어떻게 보 면 될까? 이들 사례에서 가해자 집단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공포나 반발감이 동기로서 직접 작동하 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등권과 차별금지의 원칙에서 접근하였을 때, 이들 사안은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원리에서 출발한 공 익적 관점으로 합리화된 행위가 누군가에게 권리 상의 피해를 입히는 경우라고 해석되곤 하였다. 즉, 집단 대 집단의 대립 혹은 시민권의 확대냐 제약이냐의 충돌 같은 제도적 권리 투쟁 측면이 더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피해자 집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자체가 이 사건들이 혐오 폭력 사건의 범주에 들어가냐 마냐의 구별 요소로서 작동한다. 즉, 그 소수자 집단이 사회적으로 포섭될 만한가, 아니면 배제해야 하는가? 의 논쟁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개인과 집단, 나아가 사회 전체가 혐오 를 이용하고 재생산하며 공증하는 일련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혐오 폭력의 속성이 가리워지거나 평가절하되고 만다. 지금까지 성적 소수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권리를 앞으로 성적 소수자에게도 허용하겠다 를 추구하는 변혁의 방식은 전략적으로 옳은 듯 근본적으로는 틀렸다. 누 가 소수자를 규정하고 분별하는가?, 누가 소수자성을 생산하고 부여하는가?, 그리고 누가 소수자 를 배려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는 권력 관계 상의 위계를 전제로 하는 시혜적 접근 법이라 하겠다. 사회적 낙인이 제도적인 차별을 통해 강화된다는 분석은 일부 맞긴 하지만, 역으로 제도적 차별을 해 소한다고 해서 낙인과 그에 따른 혐오를 다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에 대해 차별적으로 정책을 운용한다거나 누구를 차별하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거나 너희는 목소리를 내지도 말고 밖으로 나오지도 말아야 한다 는 식의 행위는 법적 허용 여부 이전에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혐오에 올라 타서 반복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혐오에 편승해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시킴으 33

로써 타인의 공적 권리를 훼손, 침해하는 혐오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혐오에 대 해 사회가 (암묵적으로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만연된 혐오에 의존하고 편승한다는 조 건 하에서야말로 이러한 형태의 혐오 폭력이 행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림 2] 사회적으로 만연된 혐오를 이용/편승하는 폭력으로서의 혐오 폭력 3)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하는 폭력이다 이렇게 혐오 폭력이 사회적 혐오를 이용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폭력이라고 한다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혐오 폭력 사건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혐오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살 펴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혐오 발화를 내포하고 있는 혐오 폭력이 혐오를 조장한다 고 얘기된다. 대표적으로 3장에서 다 루었던 <신문, 방송, 팜플렛 등 대중 광고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군대, 에이즈, 좌파 등과 연결하여 이미지 왜곡> 사례가 이에 직접적으로 해당된다. 이 사례들은 성적 소수자를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의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이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인권 간의 충돌로 이슈 가 전환된다든지, 유포된 정보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진실 논란으로 논지가 흩뜨 러지곤 한다. 이런 논쟁이 아예 쓸모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 폭력의 속성을 왜 곡하고 축소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기존 논의가 이처럼 한계적이었다는 점에 주지하면서, 본 보고서 에서는 혐오 재/생산의 두 가지 층위로 설명해보려 한다. 첫째,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이미지를 왜곡하는 주장 자체가 혐오를 조장한다. 왜 성적 소수자들이 공익에 반하는 존재인지 에 대한 증거를 홍보하고 알리는 혐오세력의 방식은 그 자체로 혐오를 재/생산한다. 설령 그릇된 정보라 하더라도 풍문과 속설, 대중적 인지 등의 형태로 흩 뿌려지고 상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그릇되게 연관시키고,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여 34

성 인권이 상충한다는 주장이 수시로 제기된다. 동성애자는 난잡한 성생활을 즐길 뿐 가족을 해체하 고 출산율 문제 해결에 해가 되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설파된다. 좌파적(그것도 종북 좌파 ) 정치 입장 과 궤를 같이 한다는 이미지 등도 언급된다. 대중적으로 이 허위 정보는 찬/반으로 대등하게 입장이 갈리는 논쟁 테이블에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기까지 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허위 정보와 왜곡된 이미지는 성적 소수자의 올바른 재현에 있어서도 매우 큰 걸림돌이 되 고 있으며, 동시에 왜 성적 소수자 집단을 혐오할 수 밖에 없는지 에 대한 혐오의 씨앗과 거름이 되 고 있다. 성적 소수자에게는 공익에 위배되는 존재라는 낙인이 재차 강화되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들 의 존재 가치는 부인해도 된다는 논지로 연결된다. 이렇게나 해로운 존재인데, 전환 치료를 해서라도 그러지 못하게 해야지 라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주장이 널리 퍼지고 사람들에게 당연시 되면 될수록 혐오 폭력의 발생 빈도도 늘어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주장은 행사 장소를 불허하 고 행사 진행 자체를 방해하고 방송을 못 하게 해서 공공 매체에서의 가시화를 억제하며, 집단으로 괴 롭히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논리적(이라고 간주되는) 근거를 제공하는 피드백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 이다. 둘째, 혐오 폭력이 혐오 폭력을 조장한다. 혐오 폭력이 발생하는 양태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가해자 개인 및 집단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 는 정당화에 있다. 즉 가해자에게는 이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해도 괜찮다 는 정당화 과정이 혐오 폭력 사건 발생과 동시 혹은 사후에 발생한다. 한 건의 혐오 폭력은 그냥 독자적으로(stand alone)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한 건의 혐오 폭력이 발 생하기 위해서는 수 십, 수 백 건의 혐오 폭력이 이전에 발생했고 동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회적 상황을 전제로 한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혐오 폭력은 사회적 낙인을 부여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지 니는 바, 그에 따라서 혐오 폭력이 더 발생하면 할수록 다음 번 혐오 폭력은 더 당연한 행위가 된다. 그러면서 행위를 할까 말까 간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행위 결과(폭력 행위)에 대해 체감되는 리스크 역시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가해자는 혐오 폭력을 행할 용기를 얻게 된다. 또한 혐오 폭력 사건 하나 하나는 중층적이고 반복적이며 순환적인 인과관계를 형성한다. 공익에 위 배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폭력이 반복 발생하면서 성적 소수자의 공적 권리를 훼손해도 무방하다는 인 식이 퍼진다. 공적 권리가 거듭하여 훼손됨으로써 그들의 존재 가치 자체가 부인되고, 그에 따라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 또한 힘을 얻게 된다. 3장에서 언급된 사례에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에이즈에 걸리고 더러운 존재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널리 퍼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누군가를 동성 애자라고 고의적으로 밝히는 행위는 더더욱 그래도 괜찮은 행위가 된다. 그런 괴롭힘 행위는 게 시물을 찢어버리고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행위로 변형되며,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이고 단 한 편의 관련된 방송마저도 불허시키는 공적 기관의 적극적 거부 행위 및 소극적 부작위를 중립적이 35

고 합리적인 조치로 만들어낸다. 이처럼 혐오 폭력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 할수록 사회적 혐오는 만연화되고, 각각의 혐오 폭력 사 건끼리 서로를 더욱 강화하고 조장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맺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 상호 보완하며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하는 혐오 폭력 4) 사회적으로 용인 받은 혐오가 동기가 되어 되돌아온다 혐오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동기는 가해자 개개인의 혐오 감정이 아니라고 앞서 설명한 바 있지만, 지 금부터는 다른 측면에서 동기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혐오와 발생하고 있는 혐오 폭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였다면 혐오 폭력이 일어나는 동기를 새로이 사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폭력적 행위가 발생하였다고 치자. 그리고 가해자는 그러한 행위를 왜 했냐고 물었을 때, 성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에게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치 자. 이 행위는 혐오 폭력일까? 그렇다. 그러면 이 행위는 가해자가 혐오라는 동기를 사전에 갖고 있다 가 직면한 상황-성적 소수자와의 대면-에 처하였기 때문에 행한 행동이기 때문에 혐오 폭력인 걸까? 아닐 수도 있다. 아니라면, 왜 아닌가? 본 보고서에서는 혐오 폭력의 이러한 특성을 잘 설명하기 위해 혐오=동기의 소급성(Retroactivity) 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려 한다. 앞의 예시에서 가해자가 상대에게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폭력 행위를 하였다고 말하였으므로, 시 간 순서 상 혐오감이 먼저 등장하고 폭력 행위는 나중에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행 위를 야기한 실제 동기는 전혀 별개의 것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5장 게이/트랜스 패닉 방어: 두려움과 혐오 폭력 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구 트랜스 패닉 방어 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36

트랜스 패닉으로 인해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항변하며 감형을 희망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전혀 다른 데-피해자가 주유비를 내지 않은 데에 화가 나서 구타 후 돈을 갈취한 범죄 행위가 발각되지 않기를 바랐던 개인적 이해 관계에 따른 동기-에 있었다. 피해자 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걸 알게 되어 격분하여 죽였다는 변명은 사후적으로 선택된 동기였다. 이때 피 해자가 트랜스젠더였는지 아닌지, 혹은 가해자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점은 트랜스젠더인 걸 알게 되어 죽였다 라는 논리가 나중에 선택되었다는 점 과, 그 논리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인식(만약에 실제 원인이 따로 있음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사법부가 어떠한 결론을 내렸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트랜스 패닉 방어가 용인되는 사회적 반응이다. 3장에서 나온 사례들에 역시 이러한 설명 방식을 적용하여 맥락을 추정해볼 수 있다. 대학교 내 게시 된 대자보를 훼손한 행위는 (게시 내용에 대해 반박을 하고자 한 행동은 당연히 아니었으며) 성적 소 수자 관련 게시물에 대한 거부 역시 직접적 원인이 아닐 수 있다. 22 이 경우 동기는 내가 믿는 교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믿고 실천하고 싶다 는 개인적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개인 동기는 사회 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동성애의 동~ 자도 공공연히 드러내선 안된다 는 개인적 혐오감과 공적 권리 간의 갈등 문제로 치환되어 버린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성적 소수자로 알려진 학우를 집단 괴롭힘 한 사례 역시 그 아이가 동성애자라 서 라는 혐오 동기는 선험적 동기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느끼는 퇴행적 쾌락을 정당화하는 동기로 가져온 것일 수 있다.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하고, 레즈비언 키스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 및 트랜스젠더가 출연하는 토크쇼 방송을 저지하려 하며, 허위 정보가 담긴 대중 광고를 배포하고, 공공 장소의 대관을 거부하도록 압력 을 행사하는 행위 역시 사악하고 더럽고 위험한 종북 게이를 몰아내어 공익을 지키자 는 혐오 논리 에 근거한 명시적 동기를 내세우지만, 명시적 동기는 실제 동기를 은폐하면서 사후적으로 등장할 뿐 이다. 이때 은폐되는 동기로는 개개인들에게는 자신이 믿는 종교 원리-원리주의적 보수 개신교의 교 리 해석-를 믿고 싶은 욕망 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23 집단 차원으로 보았을 때에도 교세 확장을 통해 교회가 실질적으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동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보수 정치 세력과 보수 개 신교 내 특정 종파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네트워크 구축과 이의 공고화가 실제 동기일 수 있다. 이처 럼 겉으로 명시된 동기와는 전혀 무관하고 동떨어진 실제 동기가 숨겨진 채 밑바닥에 깔려 있기도 하 다. 24 22 6장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많은 대자보 게시물 훼손의 경우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수 밝혀진 사 례의 경우에는 보수 기독교적 학내 구성원에 의해 행해졌다. 23 어떤 기독교인은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하지만 같은 형태의 혐오 폭력을 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하자. 24 덧붙여 교리의 해석 자체는 중요하지 않기까지 하다. 교리의 해석보다 믿고 싶은 교리를 신실하게 믿고 있 다는 걸 어떻게든 행동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이 선행한다. 37

그렇다면 다음으로 물어야 하는 것은 왜 그러한 이유(혐오=동기)를 끌어올 수 있는 걸까? 라는 질문 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동기)를 대면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거란 생각은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 걸까? 이다. 동기가 소급적용 될 수 있는 까닭은 이유로 끌어올 수 있는 혐오=동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선택되는 동기는 시간 상 사건 발생 이후에 적용되지만, 이유(혐 오=동기)는 이미-사건 발생 이전에-존재하고 있는 선험적인 거라는 점이다. 이때의 이유(혐오=동기) 가 바로 앞서 거듭 언급한 바 있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혐오 인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 각각이 이 선험하고 있는 이유로 끌어와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으려면, 사회 에 만연한 혐오 에는 단지 선험한다는 특성 외에 또 다른 특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미 용인 되었다 는 특성이다. 용인됨을 이해하기 위해 앞서의 예시에서 나왔던 이유(혐오=동기)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옮겨 보 자: 사회적으로 해로운 성적 소수자 관련 게시물이 공공연한 곳에 전시되어 있어서는 안 되니 그것을 내 맘대로 찢어서 버려도 된다. 동성애자 짓을 하는/한다고 알려진 학우는 괴롭혀도 괜찮다. 사악하고 더럽고 위험한 성적 소수자에게는 공적 공간을 대관해주어서는 안 된다. 성적 소수자의 존재를 좋게 포장하여 옹호하는 방송이 나가서 안 된다. 퀴어 퍼레이드와 같은 공공연한 행사를 방해하는 건 정당하다. 한쪽에 치우친 주제이기 때문에 성적 소수자 관련된 재단은 법인 허가를 내줄 수 없다. 이상의 혐오=동기가 등장할 수 있고 정당화될 수 있는(적어도 정당화될 것이라고 가해자가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이미 용인되었음 이다. 용인됨 은 좁게는 나(가해자) 이외의 집단, 넓게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러한 인식이 꽤나 퍼져있고 그것이 나름의 합리성을 취득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앞 서 설명하였듯이, 혐오 폭력은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한다. 그로 인해 혐오 폭력의 발생은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혐오는 사회적으로 더욱 만연하게 되고, (동시에) 각 폭력의 사안들은 서로를 강화하 고 조장하며 상호 보완해간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그들을 가르는 경계선 긋기 로서의 편견은 낙인 이라는 언어를 통해 유포되고 확장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내재화되면서 사회적 혐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낙인은 어떻게 혐오할 것인가 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럼으로써 혐오는 실천 가능한 개연성을 지닌 것이 된다. 이렇게 혐오가 실천 가능해진면서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표현하고 행할 수 있는 잠재적 행위 주체가 된다. 그렇게 혐오는 실제 작동하는 사회적 담론으로 등장한다. 적극적 행동 이든, 소극적 동의이든, 방관이든, 아니면 혐오에 대한 혐오이든 상관없다. 그렇게 혐오는 실제 작동 하고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서 사회에서 이미 용인되는 것이다. 이미 용인되었음 을 다른 말로 표현하 자면 그럴 만도 하겠다 와 그렇게 해도 되겠다 이다. <이별 후 괴롭힘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결> 사례를 다시 봐 보자. 가해자는 협박과 괴롭힘의 방법으로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