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고용노동정책 : 노동 특집 I 대전환기,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의구상 장홍근 박명준 * 1) Ⅰ. 머리말 바야흐로한국사회는 대전환 (great transformation) 의초입에서있다. 1960년대이래 30년가까이이어진이른바 개발국가 (developmental state) 형및그이후의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형으로대표되어온우리의발전모델들은적실성을잃은채한계상황에도달했다 ( 장홍근외, 2016). 성장동력의약화, 사회적양극화, 경제사회주체상호간의불신등현재우리사회가당면한문제의극복을위해서는대전환이라고할만한발전모델의패러다임적전환이요구된다. 이를통해 공정한경쟁, 사회통합, 혁신역량의제고 라고하는시대적요구를실현하는것이절실하다. 그러면서효율적인정부와노사그리고시민사회까지참여하며광범위한협치의정신이구현되는, 성숙하고새로운경제사회발전모델을개척해나갈필요가있다 ( 박명준, 2016). 사회적대화 (social dialogue) 는향후우리에게필요한대안적경제사회발전모델을형성하고운영하는핵심기제중하나이다. 원론적으로사회적대화는협치혹은사회적파트너십 (social partnership) 을중요시하는경제사회모델이작동하는하나의기제로서정책결정방식상의특수한형태라고할수있다. 동시에그것은노사관계상의거시적교섭과협의의장으로서의성격도갖는다. 한나라의사회적대화는다양한층위및이해조정영역들을포괄하면서일종의 사회적대화체제 (social dialogue regime) 를형성하며, 사회경제적질서의유지와재생산, 그리고사회변동에의미있는영향력을발휘한다 (Schmitter, 1992). 이글에서는오늘날한국의경제사회적대전환이라고하는시대적과제를구현하기위한핵심기제로서사회적대화체제를어떻게재구성해야할지에대해기존의경험들을돌아보면서대안을모색해보고자한다. * 장홍근 = 한국노동연구원선임연구위원 (changhg@kli.re.kr), 박명준 = 한국노동연구원부연구위원 (mjnpark@kli.re.kr). 19
Ⅱ. 어떻게진행되어왔고무엇이문제였나? 한국에서사회적대화의시작은 1996년김영삼정부하에서마련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 노개위 ) 에서찾을수있다. 당시노개위는노동법개정과정에파격적으로개입하였다. 정부입법안을마련하기전에당시법외노조였던민주노총까지참여한사회적협의 (concertation) 를진행했다. 그결과크고작은유의미한합의안들을마련하긴했으나, 가장핵심적인개혁쟁점들에대해서는합의가이루어지지못한채전문가들의공익안수렴으로종결되었다. 이후입법과정에서는노개위에서합의된사항들이한편으로는상당히반영되었으나다른한편으로는임의로수정, 왜곡되면서그한계를드러냈다. 특히날치기통과를통한노동법개정시도와그에맞선노동계의총파업으로 합의적개혁 (consensual reform) 의정신은실종되고, 실험적으로탄생한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한계는여실히드러났다. 1997년말초유의외환위기상황에서맞이한정권교체기에, 신정부가공식적으로출범하기전부터대통령당선자 ( 김대중 ) 와대통령직인수위리더들은당면한경제위기극복을위해적극적으로사회협약의체결을시도했다. 그렇게해서출범한것이노사정위원회였고, 1998년초제1기노사정위는약 1개월간집중적인논의를전개한결과 2월 6일에 90개의합의조항을담은최초의사회협약을체결하였다. 이협약은기업구조개혁, 노사관계개혁, 사회보장시스템개혁, 노동시장개혁등당시구제금융체제하에서요구되었던다양한개혁의제들과, 노동사회시스템개혁과관련한미완의이슈들까지전향적으로합의한, 포괄적내용들로구성되었다. 그러나이합의로민주노총은내부진통을겪으며지도부가교체되었고, 합의안들은이후선별적으로입법되면서, 다시금사회적합의체제의한계가드러나기도했다. 김대중정부하에서노사정위는제2기 (1998년) 와제3기 (1999년이후 ) 를거치며노사정위원회법이제정되는등제도적진화를거듭했고, 상설대통령자문기구로서의위상을확보했다. 1, 2기에정당관계자들까지참여했던것과달리, 3기이후에는노사이해당사자들과정부의정책관료, 그리고전문가들위주로논의의틀이짜여졌는데, 이러한틀은이후현재까지이어지고있다. 사회적대화기구가제도적으로안정화되면서 1998년 2월협약의실행에대한약속이보장되었고, 그것을다듬고구체화하는새로운작은합의들이창출되었다. 나아가당시진행되었던경제사회체제의개혁과정에서의각종갈등의봉합과해결에도노사정위를통한사회적대화는일정하게기여하였다. 그러나정작 3기부터민주노총은노사정위에의참여를전면거부하였고, 구조조정을둘러싼노정갈등이자주격화되었으며, 의미있는거대사회협약의재생산에는실패했다. 20
특집 I : 대전환기,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의구상 노무현정부하에서는사회적대화의불씨를되살리기위해정부가능동적으로노력했으나, 끝내민주노총의노사정위복귀가성사되지못하면서사회적대화기구의기능적도약은이루지못했다. 민주노총이복귀하지못한데에는정부의노사관계관리의실패와, 노사관계개혁로드맵등의시도들이노동계의동의를얻지못한점, 그리고민주노총내부의정파적갈등해소의실패등이맞물려있었다. 비록기능상의획기적재도약에는실패했으나, 노사정위의상층부에노동운동의리더들이적극참여하였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개편되는등노사정위의제도적공고화 (institutional consolidation) 가도모된점등에서이시기의사회적대화체제에진전이없지는않았다. 이명박정부초기에는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폐지가모색되기도하였으나, 이후수동적이나마명맥을이어갔다. 당시광우병촛불시위와같은거대한사회갈등을겪으면서정부가시민사회와의적극적인대화와협치를피하고다시 닫힌국가 로의길을가면서, 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위상은전반적으로낮아졌다. 다만 2008년금융위기를겪으면서대두된대졸초임자들의임금조정, 복수노조와노조전임자문제에대한제도개혁에의합의등의과제가대두되면서, 정부는노사정위의기능적유효성을일정하게확인했던것으로보인다. 또한이시기에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새롭게제도화되어안정적기반이마련기도했으나, 이후진행과정에서정작정부주도의사회적대화가지속되면서고용체제의혁신을향한지역의동력이온전히그안에서살아나지는못해그절대적한계를보여주었다. 박근혜정부에서사회적대화는초기에새로운중흥을맞는듯했다. 이는대통령선거에서박근혜후보가경제민주화공약을내세우며대통령에당선되었고, 늘지오 를비롯, 고용체제개선을위한다양한공약의실행과제가있던관계로, 사회적대화와타협의필요성이객관적으로존재했기때문이다. 그러한노력으로정권초기에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적극적인가동이시도되었다. 그러나일정한시점이지나면서, 특히 노동개혁 의필요성을대통령이강하게역설하면서, 정부의태도는노사정위를정부의주문에맞게 동원 하는식으로변질해갔고, 사회협약을억지로끌어내려는듯한인상을주었다. 그결과 2015년이른바 9.15 대타협 에노사정이합의했고일정하게그의미를찾을수있었으나, 이후의입법과정에서정부가보인일방주의적태도는결과적으로사회적대화체제의공전을초래하는주요원인이되고말았다. 1) 이와같이한국사회는중요한정치적고비와대규모사회적갈등의교차점마다사회적대화체제를재설계하며기능의강화를시도했지만, 매번현실의장벽에부딪혀실패를거듭해왔다. 그간한국의노사정위에대해서는긍정론과부정론을비롯하여중간적입장까지다양한평가가존재한다 ( 김동원, 2003; 노중기, 2007). 무엇보다대화와타협에기반한의사결정모델 1) 정부가기간제근로자의사용기간연장및파견근로확대안의입법화를서두르고이른바 통상해고지침 과 취업규칙변경지침 을강행하려하자한국노총은 2016 년 1 월 9.15 사회협약파기를선언하였다. 21
이정책계와사회전반에걸쳐제대로정착되지못한상태임은공지의사실이다. 필자들은그간의경과속에서나타난핵심적인문제점을아래와같이세가지로정리하고자한다. 첫째, 정책결정방식의하나로사회적대화체제는다른하위체제들과유기적으로연계되지못했다. 한국의사회적대화기구는, 정부내최고권력기관인청와대, 예산및재정을통해경제사회정책의핵심을좌우하는경제부처, 사회적대화주무부처인고용노동부, 그리고입법기관이자정책결정의또다른중요한채널이자관문인국회와의관계에있어서조율되지못하고주변화되거나표류하는모습을보여왔다. 김대중정부에서노사정위가제도화된이후, 대통령자문기구의위상을유지해왔지만, 사회적대화체제와다른부분체제들과의유기성을보장하지못함은이미증명되었다. 오히려정부내최고권력의의중에좌지우지되면서이른바 제왕적대통령제 의또다른장신구로전락해버리곤했다. 둘째, 노사관계의한층위의채널이자플랫폼으로서사회적대화체제는중앙수준에서고용, 노동, 복지분야에관한이익단체들과정부의정책협의기구로서의위상을갖는데, 문제는여기에서의결정이 아래로 전달되고이행되어현장의노사관계를바꾸어가는데에실질적인의미를지니지못한다는점이다. 이는우리나라의노사관계시스템이기업별노조체제의중심성을가지며, 그조차대기업위주로쏠려있기때문이며, 노조조직의한계와도정확히맞물려있다. 초기업수준에서의포괄적조율기제가노사관계에서미발달된상태에서중앙수준에서의합의가아래로전달될여지는매우적을수밖에없다. 그결과그간크고작은사회협약들은대부분정부의정책추진과정에서일정하게사회의요구를불어넣어약속을받는수준에머물렀다. 그나마정부가대화의의지를상실하면그작은틈조차막혀버리곤했다. 셋째, 이러한구조적문제에더하여, 그리고가장결정적으로노동계의중요한축인민주노총의지속적인불참은사회적대화체제의의미를약화시키는핵심원인이되었다. 민주노총은 1998년 2기노사정위때까지참여한후사실상지난시기노사정위의이름으로진행된사회적대화채널에의참여를거부해왔다. 그이유는우선정부가노동계의기본적요구를외면한측면과함께노사정위에서의합의사항들이제대로이행되지못한데에서도찾을수있다. 그와더불어노동계내부의정파갈등속에서이문제가상호견제의기제가된것도중요한이유이다. 특히 1998년 2월의사회협약의과정, 그리고 2005년노사정위참여를둘러싸고전개된심각한내홍은민주노총내에서노사정위참여여부에대한논의자체를터부시하게만드는 집단적트라우마 (collective trauma) 로작용하게되었다. 노사정위라고하는이름은 신자유주의를관철시키기위해노동계를들러리로삼는기구 로민주노총내에서암묵적으로낙인 (labeling) 찍히게되었고, 그결과노사정위는의미있는계급타협의장으로역할수행을못한채, 한국노총중심의 타협전략 과민주노총중심의 투쟁전략 이하나의시스템을구성하지못한채전개되어온것이다. 22
특집 I : 대전환기,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의구상 Ⅲ. 어떻게바꿀것인가? 1. 사회적대화체제의포괄적강화, 구조및체질의개선 이제향후 10여년이상을내다보면서경제사회의대전환을도모한다는시대적과제에능동적으로대처할수있도록, 사회적대화체제의틀을과감하게재편해야한다. 그러한개혁을위해서는사회적대화체제의의미를최대한살리고존중하며끌고나가려는다양한정책행위자들의태도변화와함께그것이지속가능하도록하는조직적, 구조적및제도적혁신이요구된다. 특히현재의사회적대화및노사정위원회문제의원인이법 제도적차원, 조직적차원, 노-사, 노-정관계차원, 그리고사회문화적차원등복합적으로구성되어있음을놓쳐선안된다. 아래에서는이러한문제의식을담아향후사회적대화체제의재설계에필요한핵심방안으로 층위의수직적확장, 채널의수평적다각화, 목표의집중, 그리고 주체와문화의동반발전 등을강조하며제시해보도록하겠다. 첫째,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는층위의수직적확장을적극모색해야한다. 그간의사회적대화는중앙수준에서주로작동해왔고빈번하게과잉정치화의함정에빠지는한계를드러냈다. 이를극복하기위해향후사회적대화는다층적유기성을도모해가야한다. 그중에서도특히중위수준 (meso level) 의지역 업종사회적대화기제를활성화하는방안을적극고민할필요가있다. 지역 업종차원에서의실용적대화를활성화하고가시적성과를만들어냄으로써이를중심으로상향, 하향의양방향으로사회적대화를촉진할수있다. 현재고용노동부문에서중앙정부사업을지역으로전달하는벨트역할에머물고있는지역노사민정협의회나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RC), 나아가산업별인적자원개발위원회 (ISC) 등이중위수준에서의사회적대화기구로서작동하고진화해가도록유도하는것은사회적대화의수직적확장측면에서적극검토할만한과제이다. 이른바 광주형일자리모델 의실현을위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의경우, 중앙정부나노와사의전국적대표기구의인위적노력없이도지역단위에서일자리의양적, 질적증진을위한사회적대화가의미있게전개될수있음을보여준다. 동시에우리사회에서중위수준에서의다양한수요에부응하는사회적대화가기대이상의성과를낼수있는가능성을열어가고있다. 나아가최근화두가되고있는 4차산업혁명시대 의도래에대한효과적인대응, 그리고종래의기업별노사관계의틀속에서노동시장양극화가초래되면서노사관계가새로운배제의메커니즘으로작동해온양상에대한극복등을위해서도중위수준사회적협의의활성화를통 23
해업종포괄적노동시장질서를주도적으로형성해가는전략이요구된다. 이를위해서는우선업종별협의의전개를적극적으로도모하면서 탈중앙화된조율 (decentralized coordination) 의기회를추구하면서, 그러한시도가궁극에기능적으로의미있는조직의중앙화 (centralization) 및협의를넘어선교섭구조의안정화까지이어질가능성도염두에둘필요가있다. 둘째, 사회적대화의수평적다각화를모색해야한다. 노동계로부터강하게불신받고있는지금의 노사정위 에사회적대화의독점적지위를부여할필요는없다. 즉, 다양한장에서의대화의활성화를도모해야하며, 그것이어디에서이루어지든참여자들이타협하고동의할수있는정책의혁신안이도출되도록노력해야한다. 이를위해현행노사정위를폐지하는방안, 유지하되그기능을사무국수준으로대폭축소시키는방안, 그리고고정된사회적대화기구에서뿐아니라사안에따라입법과정에보다밀접한국회에서사회적대화를발전시켜갈여지등다양한조치들을상상할수있을것이다. 필자들은지난 20년간축적된중앙사회적대화의경험을살리면서, 대화채널을다각화해가는것이타당하다는입장이다. 미래지향적으로중앙사회적대화기구를재편하는방안에대해서는다음소절에별도로제시하였다. 셋째, 경제사회대전환에부합하는사회적대화체제를구축하면서그목표를노동시장이중구조화내지양극화의극복을지향하는쪽으로집중해야한다. 이는자연스럽게대표성의확장과새로운주체의참여를동반케하지않을수없다. 기존의중앙사회적대화기구가고용관계의분화가심하게이루어지지않은노동시장의상황을전제로해양대노총의참여를중심으로이루어졌다면, 이제는그러한전제조건이심하게흔들리고있다. 양대노총이참여한다고해도포괄되지않는노동자들이여전히 90% 에달하고있고, 따라서양대노총만으로는그들의이해를제대로대변해내지못하게된것이다.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하에서는노동시장내의다양한약자들의목소리 (voice) 를최대한반영해내고그들의사회적시민권이고용질서안에서보장되어가는방식으로, 더불어그들을고용하고있는영세중소기업들이함께지속가능한미래를이어갈수있는방식으로, 그리하여궁극에노동시장내의 1차집단과 2차집단간의격차가줄어들면서양질의일자리창출이이어지는시대적과제가담겨지도록해야한다. 넷째, 이러한발전로드맵에는법제도개선이나조직개편뿐아니라사회전반에걸쳐대화와타협의의식과관행이정착되도록하는시민사회의교육적요소도반드시포함되어야한다. 일단다양한층위의노사 ( 정 ) 합의의성공을위해서는중앙및지역, 산업 업종단위노사정각주체의관심과투자, 특히정책역량강화및수행주체양성을위한투자가적극적으로이루어져야한다. 나아가사회경제적시스템의분화속에서상이한이해들의존재를전제로한이해조직의분화와이해표출의활성화, 그러면서도그들간의공익지향적인조율과타협을통한의사결정이사회적합리성에부합함을공통의가치및문화의지반으로받아들여지도록정부와사회주체들모두가노력할필요가있다. 사회적대화체제의포괄적재구성과활성화에 24
특집 I : 대전환기,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의구상 는반드시이러한 문화전략 (cultural strategy) 차원의노력이지속적으로병행되어야한다. 2. 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재설계 사회적대화체제의포괄적재구성하에서, 그간많은한계를보였음에도불구하고한국의사회적대화를대표해온중앙사회적대화기구는다음과같이개혁할수있을것이다. 첫째, 명칭, 목표및위상등을변경하면서새로운출발을도모할필요가있다. 새로운명칭으로는 ( 가칭 ) 경제노동사회통합위원회 와같은이름을생각해볼수있다. 주지하듯이 노사정위원회 로표상되는지난 20년간의제도화된중앙사회적대화기구에대해민주노총등노동계일각에서는강한거부반응을보여왔다. 새로운중앙노사정기구를설계하면서이러한부정적기억을굳이다시불러일으킬필요가없다. 미래지향적시각에서과거와질적인단절의의미를찾고내적쇄신의기회를마련한다는취지에서명칭의변경은의미를갖는다. 또한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목적과방향성을새롭고명료하게재정의함에있어, 그것이경제사회의대전환과노동세계의균형잡힌질서를도모하는데복무토록함을강조할필요가있다. 그일환으로우리시대의과제이자화두인 공정, 통합, 혁신 을새로운위원회의지향점으로천명하고, 참여하는경제사회주체들의권리와책무를그에부합하게명시할수있을것이다. 특히새로운위원회는 합의를지향하는협의기구 로서의정체성을갖는것이필요하다. 그간노사정위는 합의기구 라고하는정체성과함께합의에대한강한압박에시달려왔다. 그결과수많은협의와잠정적, 부분적합의들이다량도출되더라도최종적인합의에도달하지못할경우결과적으로 실패한것처럼 마무리되곤했다. 과거의이러한관행적한계를극복하기위해서는 합의지향적협의기구 로서의자리매김이유효할수있다. 더나아가새로운사회적대화기구에중앙차원대화기구로서의역할이외에다종다양한사회적대화를종횡으로연계하고지원하는역할, 다시말해 사회적대화의허브혹은플랫폼 으로서조직적성격과서비스기능을가미하는방안을적극검토할만하다 ( 장홍근, 2016: 140). 2) 이럴경우새로운중앙사회적대화기구는, 이해당사자간의대화와타협을통한이해의조정을목표로하는 연성정치 (soft politics) ( 장홍근외, 2015: 123) 의활성화에기여할수있을것이다. 둘째, 위와같은목표와위상에부합하도록위원회에대한정부의태도가바뀌어야하고공식적인거버넌스체계도재구성해야한다. 무엇보다정부가종전처럼사회적대화를주도하고, 정부일방적으로추진하기부담스러운정책현안을위해정당성확보의통로로위원회를이용 2) 이러한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기능확장은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종래의공직선거관리의역할을뛰어넘어정부이외의여러조직을대상으로한선거관리지원서비스로영역을확장한사례를참조할수있을것이다. 25
하는행태를버려야한다. 포용적성장의전망하에정부가사회적대화에적극적으로관심을가지고지원은하되, 노사정간실질적이고자율적인대화를장려하는방향으로선회할필요가있다. 지금까지의노사정위가종속적이고형식적인대통령자문위원회의성격을지녔다면, 새로운중앙사회적대화기구는경제사회정책어젠다에대한핵심적인대통령자문기구로서의위상과역할을지니도록그실질적위상이격상되어야한다. 이를위해중앙사회적대화기구의작동방식에서정부역할의재조정이필요하다. 형식상대통령자문위원회이지만사실상조직, 인력, 예산등거의모든면에서고용노동부에의존해있는현상황을벗어나, 위원회의행정, 재정, 인사측면에서의독립성도강화되어야한다. 또위원회에서의사회적대화를통해의미있는합의가이루어질경우, 합의내용이반드시준수 이행될수있도록의사 ( 擬似, quasi) 입법적구속력을갖게하는방안을강구하고, 합의이행을점검하고평가하는단위를격상시켜그기능도강화할필요가있다. 셋째, 사회적대화체제전반의민주적포괄성의증진을도모하면서, 중앙사회적대화기구내에서도대표성을확대 강화할필요가있다. 특히경제사회적취약계층의목소리가사회적대화기구를통해반영될수있도록참여주체의외연을확대해야한다. 이를위해광범한미조직, 비정규, 청년, 여성, 고령노동자대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등이사회적대화틀안에들어올수있도록법과제도를개선할필요가있다. 최근뜨거운이슈로부상하고있는노동회의소 (Chamber of Labor) 구상은이러한맥락에서한번중장기적으로검토할만하다. 노동회의소의모국이라고할수있는오스트리아에서는노동자일반의목소리를포괄하는비노조적노동이해대변체인노동회의소가조직노동의이해를대변하는노동조합과더불어사회적대화의주체로활약하고있다. 아직우리나라에서오스트리아식의노동회의소와동일한형태의성격을갖는기구를상정하는것은시기상조일지모르나현재한국에서활동하고있는다양한비노조적노동이해대변체들의역량과대표성을강화해그들이노동조합의한계를보완하면서사회적대화의또하나의주체로서도록하는것은중요한과제이다. 다만, 현재이들의조직화수준및정책역량이낮다는점을감안하여, 최대한이른시간내에이들이사회적대화주체로설수있는정책방안을강구및시행해야할것이며, 당장중앙사회적대화기구가아니더라도앞서언급한사회적대화체제의다층화, 다각화속에서일정하게주체가형성된영역별로새로운행위자들의참여계기를열어가야한다. 이를위한제반여건을적극조성하고, 사회적대화참여조직과단체의사회적대화및정책역량제고를위한행정적, 재정적지원책을강구하여시행해야한다. 26
특집 I : 대전환기, 새로운사회적대화체제의구상 Ⅳ. 맺음말 한국의사회적대화는 20여년의역사를갖고있다. 올해는노사정위원회가경제위기극복을위해 1998년에출범한지 20년째를맞는해이고, 2007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탈바꿈한지 10주년이되는해다. 노사정위원회를중심으로한지난 20년간의사회적대화의역사는정치사회적악조건하에서적지않은시행착오와성과가착종된 창조적축적 (creative accumulation) 의시간이자 ( 이정동외, 2015), 제도적진화 (institutional evolution) 의과정이었다 (Streeck and Thelen, 2005). 하지만한국의사회적대화체제는 20년의역사에도불구하고여전히발육부전의상태에놓여있다. 명목상그것은중앙수준에서노사정이참여하는정책결정상의합의기구로존재하지만, 그것이처해있는구조적양상을조망하면그한계가다양한측면에서적나라하게엿보인다. 애초에한국에서사회적대화체제의안정적제도화와원활한작동은한국의정책결정및노사관계제도전반의국가중심성, 대기업중심성등의특성에비추어보았을때쉽지않은길이었다. 그것은종래의제도와관행의구성체들 (arrangements) 과대결하고엉키면서새로운 합 ( 合 ) 의방식을유기적으로구현해내려는시도였으나, 정작정책결정방식으로서는다른정책결정기관들과의수평적측면에서, 상층부노사관계의틀거리로서는전체노사이익단체들의수직구조적측면에서한계를보였다. 결국사회적대화체제는기존의제도와관행들과순기능적인화학반응을일으키는방식으로작동하지못했다. 이제그간한국의사회적대화체제의정점에있는중앙사회적대화기구운영의공과에대한냉철한진단과평가를바탕으로, 우리의사회적대화체제자체를발전적으로재구성해가야한다. 무엇보다도사회적대화체제의인프라를꾸준히가꾸어가려는노력없이급작스런 대타협 혹은대규모의 사회협약 을억지로끌어내려는시도가갖는한계를명확히인식할필요가있다. 사회적대화체제의지속적공고화와발전적도약을위해서는노사관계를포함한다양한사회적관계들에사회적파트너십 (social partnership) 을배태시켜야하며, 정책결정방식의혁신과노사관계의구조적혁신을동시에도모해야한다. 궁극에사회적대화체제가미래지향적경제사회개혁의큰틀을새로수립하는과정에서핵심에자리잡아복무할수있도록하며, 질적으로한단계승화된창조적축적의궤적을그려가도록해야한다. 27
[ 참고문헌 ] 김동원 (2003), 짧은성공과긴좌절 : 한국노사정위원회에대한이론적분석과정책적시사점, 산업관계연구 13(2), pp.1~25. 노중기 (2007), 민주노조운동 20년과사회적합의주의, 동향과전망 겨울호 ( 통권제71호 ), pp.228~260. 박명준 (2016), 포용적노동시장개혁은불가능한가? - 시론적유형화와한국적상황성찰, 경제와사회 통권제111호, pp.108~141. 이정동외 (2015), 축적의시간, 지식노마드. 장홍근 (2016), 노동체제전환기의사회적대화발전방안, 노사공포럼 통권제40호, pp.113~143. 장홍근 박명준 박준식 강현주 (2015), 선진국노동시장개혁사례연구 - 개혁과정관리를중심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장홍근 김세움 김근주 정흥준 박준식 (2016), 대안적노동체제의탐색 - 1987년이후 30 년, 한국노동체제의구조와동학, 한국노동연구원. Schmitter, C. Philippe(1992), The Consolidation of Democracy and Representation of Social Group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35(4/5), pp.422~449. Streeck, Wolfgang and Kathleen Thelen(2005), Introduction: Institutional Change in Advanced Political Economies, Wolfgang Streeck and Kathleen Thelen (eds.), Beyond Continuity: Institutional Change in Advanced Political Economies, Oxford University Press, pp.1~3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