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지 않지만,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5) 앞부분은 점성술에 사용하 는 성반( 星 盤 )이라고 부르는 변형 아스트로라브(reformed astrolabe)에 대한 서술을 담았으며, 6) 뒷부분은 천체들이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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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 전래* 전용훈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1. 머리말 국립중앙도서관에 성요( 星 要 ) 라는 책이 소장되어 있다. 1) 이 책은 지금 까지 책이름으로 보아 천문학에 관한 책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판심표기( 版 心 標 記 )에 근거하여 이 책의 저자가 19세기의 천문학자이자 수 학자인 남병철( 南 秉 哲, 1817~1863)일 것이라고 추정되어 왔다. 2) 책에는 서 문이나 권말( 卷 末 )의 주기사항이 전혀 없어서, 저술 의도나 다른 도서들과의 영향관계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으며, 3) 나아가 책의 내용에 대한 연구 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필자가 연구해 보니, 성요 는 조선에서 편집된 책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점성술적 방법으로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호로스코 프 점성술(horoscopic astrology)을 담고 있다. 4) 책은 권차( 卷 次 )가 나뉘어 있 투고 2012년 3월 19일. 심사 및 게재확정 2012년 4월 5일. * 이 논문은 2008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 되었다(NRF A00007).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고도서의 서지정보를 찾 는 일에 여러 차례 도움을 준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이동철 교수께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 1) 청구기호 한 古 朝 전체 35매의 책으로 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인터넷 온라 인을 통해 원문의 pdf 파일을 볼 수 있다. 2) 이노국, 19세기 천문관계서적의 서지적 분석, 서지학연구 22호 (2001), , 137쪽; 이노국, 19세기 천문수학 서적 연구 (한국학술정보, 2006), 104쪽. 3) 이노국, 19세기 천문수학 서적 연구, 106쪽. 이노국은 남병철 형제의 저작을 13종으 로 조사하여 분류하고, 서문이나 권말의 주기사항에 의거하여 각 저작과 관계되는 중국 서, 서양서, 국내서를 추정하였다. 다만 성요, 회회역법, 중수중성표( 重 修 中 星 表 ), 태양출입표( 太 陽 出 入 表 ) 등에 대해서는 관련 서적을 거명하지 않았다. 이들 저작에는 서문이나 권말의 주기사항이 없어서 출판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다. 4) 점성술은 크게 넓은 지역이나 위정자를 포함한 국가적인 일의 명운을 점치는 국가점성술 과 독립된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개인점성술로 나눌 수 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동아시 아 전통점성술은 국가점성술로, 서양의 점성술은 개인점성술로 대비해서 보는 견해가 일

2 2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지 않지만,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5) 앞부분은 점성술에 사용하 는 성반( 星 盤 )이라고 부르는 변형 아스트로라브(reformed astrolabe)에 대한 서술을 담았으며, 6) 뒷부분은 천체들이 지닌 성정( 性 情 )이나 천체의 배치 상 태가 나타내는 길흉( 吉 凶 ) 등 호로스코프 점성술의 원리를 수록하고 있다. 서양점성술의 주류를 이루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은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 마이오스(Claudius Ptolemaius, 2세기경)가 정립한 점성술에 기반을 둔 것이 다. 7) 이 점성술은 이후 인도와 이슬람에 전파되었고, 이슬람의 점성술은 다 시 유럽으로 전파되어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에서 행해진 점성술을 대표하게 되었다. 호로스코프 점성술은 중국에는 8세기경 불교의 전래와 함 께 전해진 인도의 점성술에 포함되어 전해졌으며, 이어 원대( 元 代 )와 명대 ( 明 代 )에는 이슬람 천문학과 함께 중국에 전래되었다. 또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이 유럽의 천문학을 중국에 전파하면서 당시 유럽에서 행해지던 호 로스코프 점성술이 또다시 중국에 전래되었다. 이 점성술이 한국에 전래된 기록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성요 는 바로 한국에서는 반적이다. 전자는 대체로 동아시아에서 천문( 天 文 ) 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천변( 天 變 )과 재 이( 災 異 )를 가지고 국가적인 일의 명운을 해석하며, 영어로는 judicial astrology라고 부른다. 고대의 바빌로니아나 그리스의 점성술에서도 이러한 국가점성술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양의 점성술은 대체로 개인이 탄생한 때에 천체의 배치상황을 호로스코프(horoscope)라는 그림 상에 표시하여 이것을 가지고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점성술이 주로 행해졌다. 때문에 이것을 개인점성술, 혹은 호로스코프 점성술(horoscopic astrology)이라고 부른다. 이 글에 서는 국가적인 일의 명운을 점치는 동아시아의 전통점성술을 국가점성술이나 천변점성술 등으로 부르고, 이와 대비되는 의미로 호로스코프를 이용하여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점성 술을 호로스코프 점성술, 서양점성술, 개인점성술 등으로 지칭한다. 5) 성요 에는 권차가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면( 面 ) 표시를 보면,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 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판심을 중심으로 좌우의 두 쪽을 한 면으로 하여 전반부의 변형 아스트로라브를 서술한 부분이 1면에서 7면까지 총 14쪽, 후반부의 점성술 이론을 서술한 부분이 1면에서 35면까지 총 70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요는 전체가 단면 84쪽이다. 이 글에서는 인용할 때는, 표기의 편리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pdf 파일을 만들 때 각 쪽마다 붙인 페이지 번호를 사용한다. 6) 이 기구는 이슬람과 중세 유럽의 천문학에서 널리 사용된 평면구형 아스트로라브 (plani-spheric astrolabe)를 단순화시킨 것이다. 아스트로라브에 대해서는 미야지마 카즈 히코, 전용훈 역, 조선에서 제작된 아스트로라브에 대하여, 한국과학사학회지 31권 1호 (2009), 47-63쪽을 참조. 7) 서양점성술의 일반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S. J. Tester, A History of Western Astrology (Boydell & Brewer, 1987); Derek Parker and Julia Parker, A History of Astrology (London: Andre Deuch, 1983) 등을 참조.

3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3 전대미문의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담고 있는 최초의 책으로도 의미가 있다. 8) 2. 성요 의 저자, 남병철 성요 는 반곽( 半 郭 )당 10행의 인찰선( 印 札 線 )이 있는 종이에 정서( 正 書 ) 한 필사본이다. 성요 가 필사된 원고용지의 판심( 版 心 )에는 圭 齋 藏 板 이 라는 표지( 標 識 )가 있는데, 이것은 이 책이 규재( 圭 齋 )라는 호를 쓴 남병철 의 저작이라고 추정할 근거가 된다. 19세기에는 장서가들 사이에서 판심에 서재( 書 齋 )를 표시한 전용 원고용지들이 사용된 예가 많다. 박지원의 燕 巖 山 房, 이덕무의 雅 亭 藏 板, 서유구의 自 然 經 室 藏 등의 판심표기는 유명 하다. 9) 나아가 성요 에 포함된 성반의 제작법과 관련된 천문학 지식에 대 한 높은 이해 수준은 이 책이 19세기 조선에서 가장 저명한 천문학자였던 남병철의 저작으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된다. 남병철은 과학사학계에서는 일찍부터 19세기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수 학자로 알려져 왔다. 10) 자는 자명( 子 明, 혹은 原 明 ), 호는 규재로 잘 알려져 있다. 11) 의령( 宜 寧 ) 남씨( 南 氏 )로, 선조에는 영조 때 대제학 남유용( 南 有 容, 1698~1773), 남유용의 아들이자 정조대에 정승을 역임했던 남공철( 南 公 轍, 8) 인도 점성술 속에 포함된 호로스코프 점성술이 밀교 경전인 수요경( 宿 曜 經 ) 속에 들 어 있고, 또 수요경 은 고려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다. 때문에 호로스코프 점성술 이론 이 일찍이 고려에 전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요경 자체 가 중국에서 성립한 경전이고, 또 이 점성술이 고려시대나 그 이후에 시행된 기록도 없 기 때문에 우선 성요 를 한국사에서 제출된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담은 최초의 저작이 라고 규정해둔다. 9) 박철상, 朝 鮮 後 期 の 藏 書 家 と 藏 書 樓, 東 아시아 각국의 藏 書 樓 와 그 文 化 史 (성균관 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대학원 제2회 한문고전번역협동과정 국제학술회의 발표논문집, 2009), 245~261, 259~260쪽. 10) 남병철의 가계도와 가계에 대한 소개는 노규래, 南 秉 吉 의 생애와 천문학, 한국과학 사학회지 6권 1호 (1984), 쪽; 유경로, 조선시대 3쌍의 천문학자, 한국천문학 사연구 (녹두, 1999), 쪽 등에 있다. 11) 남병철의 가계와 생애에 대해서는 이노국, 19세기 천문수학 서적 연구, 19-29쪽; 김명 호, 환재 박규수 연구 (창비, 2008), 310쪽; 노대환, 19세기 중반 남병철(1817~1863)의 학문과 현실 인식, 이화사학연구 40호 (2010), 쪽, 쪽; 전용훈, 남병철 의 추보속해( 推 步 續 解 ) 와 조선후기 서양천문학, 규장각 38호 (2011), , 쪽 등을 참조.

4 4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1760~1840)이 있다. 주로 헌종( 憲 宗, 1827~1849)과 철종( 哲 宗, 1831~1863) 대에 걸쳐 주요 관직을 역임했다. 헌종은 특히 그를 총애하여 규재라는 호를 하사했다. 1859년(철종9)에 홍문관 대제학에 임명되었고, 관상감을 통솔하 는 관상감제조를 겸하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장에 재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수학과 천문학에 탁월하였다. 천문학에 관한 저술로 추보속해( 推 步 續 解 ) (1862, 4권 3책), 수학에 관한 것으로 해경세초해( 海 鏡 細 艸 解 ) (1861, 12권 2책), 천문기구에 관한 것으로 의기집설( 儀 器 輯 說 ) (간년미상, 2권 2책) 등이 대표적이며, 문집으로는 사후에 동생인 남병길( 南 秉 吉, 1820~1869)이 정리하여 펴낸 규재유고( 圭 齋 遺 稿 ) (1864, 6권 3책)가 있다. 추보속해 는 시헌력에서 사용되는 천체운행 계산법을 청대의 천문학자 강영( 江 永, 1681~1762)의 추보법해 의 체재를 따라, 태양과 달의 운동에 대해서는 타원궤도설을 채용한 역상고성후편 의 방법을 적용하여 정리한 책이다. 12) 해경세초해 는 원대 이야( 李 冶, 1192~1279)의 측원해경( 測 圓 海 鏡 ) 의 체재를 따르면서, 서양의 차근방( 借 根 方 )의 방법도 참고하여, 방정 식 풀이법인 천원술( 天 元 術 )의 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13) 의기집설 은 혼천 의( 渾 天 儀 ), 혼개통헌의( 渾 蓋 通 憲 儀, 아스트로라브), 간평의( 簡 平 儀 ) 등 10 가지의 천문기구의 원리와 제작법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14) 이 외에도 성 요 와 회회력법( 回 回 曆 法 ) 이라는 책이 모두 남병철의 저작으로 추정되어 왔다. 15) 성요 의 경우에는 앞서 보았듯이 판심표기에 의거하여 남병철의 12) 南 秉 哲, 推 步 續 解 (규장각소장본) 序, 5-6쪽(인용에는 규장각에서 pdf 파일로 편집 시 붙인 페이지 번호를 사용한다. 이하도 같다); 추보속해 와 남병철의 천문학 연구에 관해서는 전용훈, 남병철의 추보속해( 推 步 續 解 ) 와 조선후기 서양천문학 참조. 13) 南 秉 吉, 海 鏡 細 艸 解 (규장각소장본) 海 鏡 細 艸 解 序, 3-5쪽(인용에는 규장각에서 pdf 파일로 편집할 때 붙인 페이지 번호를 사용한다. 이하도 같다). 14) 남병철의 혼천의에 대해서는 이용삼, 김상혁, 남문현, 남병철의 혼천의 연구, Journal of the Korean Astronomical Society 34 (2000), 47-57쪽; 김상혁, 이용삼, 남문현, 남병 철의 혼천의 연구 II, 천문학회지 23권 1호 (2006), 73-92쪽; 김상혁, 조선 혼천의의 역사와 남병철의 창안, 충북사학 16호 (2006), 쪽 등을 참조. 15) 이노국, 19세기 천문관계서적의 서지적 분석, 126쪽, 137쪽; 이노국, 19세기 천문수 학 서적 연구, 104쪽에서는 성요 와 회회력법 을 남병철의 저술로 소개하고 있다. 필 자가 회회력법 의 내용을 일별해본 바로는, 우선 도광갑오( 道 光 甲 午, 1834)년, 2월 초 하루 오정초각( 午 正 初 刻 ) 을 계산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때문에 이 책 은 적어도 1834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천( 周 天 )의 도수 분할, 하루의 시간 분할, 회귀년의 길이, 삭망월의 길이 등 기본 상수를 열거한 다

5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5 저작으로 인정되지만, 회회력법 은 서문이나 발문은 물론 판심의 표지조차 없어 내용과 논의 수준에 의거하여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6) 3. 성요 의 참고문헌 앞서 언급하였지만, 성요 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지식을 폭넓게 담고 있다. 내용을 일별해 보면, 삼각반( 三 角 盤 )이라 부르는 서양식 호로스 코프(horoscope)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황도 12궁( 宮 )과 12위( 位 ), 일월오성 의 성정, 그리고 천체들의 배치 상태에 따라 나타나게 될 날씨의 변화와 일 의 길흉 등이 논의 되고 있다. 이러한 점성술 지식이 한반도에 전해진 역사 나 점성술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성 요 가 의지하고 있는 참고도서를 찾아보는 일로부터 성요 의 내용에 대한 접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책 속에서 남병철이 의지한 점성술 지식의 출처가 어떤 책인지를 추 적할 수 있게 해주는 단서를 몇 가지 추출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천 학실용( 天 學 實 用 ), 천보진원( 天 步 眞 原 ), 천학회통( 天 學 會 通 ) 등 세 가 지 책과, 항목명으로 제시된 回 回 曆 論 吉 凶 에 먼저 주의할 필요가 있다. 17) 또한 月 培 氏 按 으로 시작하는 인용문은 성요 가 의지한 원전을 추적하는 실마리가 된다. 18) 하지만 참고문헌을 추적하는 일은 시작부터 문제에 봉착 하게 되는데, 현재 알려져 있는 천학실용, 천보진원, 천학회통 의 세 책에서는 성요 에 인용된 내용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천학실용 은 천문실용( 天 文 實 用 ) 과 같은 책으로 볼 수 있다. 천 학실용 이라는 책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반면, 천문실용 은 명말 숭정개력( 崇 禎 改 曆 )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번역된 서양점성술에 관한 책이 음에, 태양 운동 계산법, 달 운동 계산법, 월식 계산법, 일식 계산법만을 서술하였다. 16) 이노국은 회회력법 을 전사자( 全 史 字 ) 인쇄본으로 보고, 간년( 刊 年 )을 철종대로 적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필사본인 것 같다. 이노국, 19세기 천문관계서적의 서지 적 분석, 149쪽. 17) 이들은 pdf 페이지 순서대로 각각 성요, 15쪽, 30쪽, 32쪽에 나온다. 따라서 원래의 면 표시로 각각 15쪽은 후반부 1면a, 30쪽은 후반부 8면b, 32쪽은 후반부 9면b에 해당한다. 18) 성요, 31쪽.

6 6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기 때문이다. 숭정개력을 기획하고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서광계( 徐 光 啓, 1562~1633)는 서양천문학과 함께 서양의 점성술을 중국에 수입하려고 했다. 1629년 무렵, 그는 숭정제( 崇 禎 帝 )에게 올린 주소( 奏 疏 )에서 서양 점성술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천문학 이론이 정비되면, 그것을 토대로 한 서양 의 점성술을 도입하여 기상예측과 의료( 醫 療 )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했다. 19) 이후 서광계의 기대는 개력사업의 후계자인 이천경( 李 天 經, 1579~1659)에 의해 실현되었다. 1637년, 이천경은 개력사업의 진행을 보고 하는 글에서 나아곡( 羅 雅 谷, Giacomo Rho, 1593~1638)과 탕약망( 湯 若 望, Johann Adam Schall von Bell, 1591~1666)에게 점성술을 다룬 천문실용 을 저술하게 하였다고 말했다. 20) 또한 청조에서 개력사업을 실질적으로 주 도한 탕약망은 1645년에 올린 주소에서 천문실용 이라는 서양점성술서의 첫 권이 번역되었으니, 계속해서 번역하게 해달라고 청원하기도 했다. 21) 이 책은 후에 청대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매문정( 梅 文 鼎, 1633~1721)에 의 해 몇 차례 인용되기도 했다. 22) 하지만 불행히도 천문실용 은 현재 쉽게 구해 볼 수 없다. 23) 다만 매문정이 인용해 놓은 일부 내용을 볼 수 있을 뿐 이다. 어쨌거나 매문정의 시대, 즉 18세기 초까지는 이 천문실용 을 열람한 학자들이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24) 매문정은 이 책을 친구인 마유기( 馬 儒 19) 新 法 算 書 卷 1 緣 起 ( 문연각사고전서 788책), 15a-b(한 페이지 당 편집된 4면을 오른쪽 위에서부터 각각 a, b, c, d로 표시한다. 이하도 같다). 20) 新 法 算 書 卷 6 緣 起 ( 문연각사고전서 788책), 98b. 又 於 本 月 二 十 日, 准 内 靈 臺 親 送 出 本 日 傳 奉 聖 㫖, 西 洋 逺 臣 進 到 星 球, 有 蛇 鳥 小 斗 等 星, 有 無 占 騐, 着 靈 臺 官 去 問 欽 此 除 蛇 鳥 等 星 性 情 占 騐, 已 經 移 㑹 靈 臺 官 囘 奏, 訖 臣 一 面 督 同 逺 臣 羅 雅 谷 湯 若 望 等, 細 將 各 星 有 闗 徴 應 者, 著 為 天 文 實 用 一 書, 次 第 進 覽, 以 仰 副 我 皇 上 精 心 象 緯 釐 正, 欽 若 敬 授 德 意 所 有. 21) 西 洋 新 法 曆 書 (규장각 소장본, 규3419) 제10책 奏 疏, 48b-49a. 22) 曆 算 全 書 卷 1 曆 學 疑 問 一, 論 西 法 積 年 ( 문연각사고전서 제794책), 18b-c; 曆 算 全 書 卷 19 揆 日 候 星 紀 要, 天 文 實 用 星 數 ( 문연각사고전서 제794책), 515d-516a. 23) 최근 중국의 과학사학자 한치( 韓 琦 )는 로마의 바티칸 도서관에서 천문실용 을 입수했 다고 하는데, 아직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韓 琦, 明 末 清 初 歐 洲 占 星 術 著 作 的 流 傳 及 其 影 響 : 以 湯 若 望 的 天 文 實 用 為 中 心, 國 際 漢 學 與 漢 籍 流 傳 學 術 硏 討 會 ( ); 孟 慶 楠, 國 際 漢 學 與 漢 籍 流 傳 學 術 硏 討 會 紀 要, 國 際 漢 籍 硏 究 通 訊 2011 年 6 月 第 3 期 (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11, 7 月 ), 436쪽. 24) 청대의 천문학자 강영( 江 永 )도 天 文 實 用 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매문정의 인 용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강영이 天 文 實 用 을 직접 본 것인지 매문정의 책으로부터의 재인용한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江 永, 數 學 卷 1 曆 學 補 論 論 天 地 開 闢 ( 문연각 사고전서 제796책), 610b. 天 文 實 用 云, 開 闢 初 時, 適 當 春 分, 又 云 中 西 皆 以 角 爲 宿 首,

7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7 驥 )의 집에서 보았다고 했으며, 염약거( 閻 若 璩, 1636~1704)는 그의 상서고 문소증( 尙 書 古 文 疏 證 ) 에서 이 책을 예수회사 목니각( 穆 尼 閣, Nikolaus Smogulecki, 1611~1656)의 저술로 인용하였다. 25) 이후에도 청나라의 호위 ( 胡 渭, 1633~1714)나 조선의 정약용( 丁 若 鏞 ) 등의 책에 천문실용 이 등장 하지만, 모두 염약거의 기술을 인용한 것이다. 26) 그러므로 18세기 초반 이후 의 어느 시기에 천문실용 은 학자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고 생각된다. 천보진원 은 현재까지 두 가지 이본이 출판되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양 쪽 모두 성요 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 없다. 먼저, 사고전서( 四 庫 全 書 )에 수록된 사고전서본 천보진원 이 있다. 이 책은 명말 예수회사 목니각과 중 국인 천문학자 설봉조( 薛 鳳 祚, 1600~1680)가 공동으로 편찬한 천문학서로 알려져 있다. 27) 이 책에는 일월식의 원리가 구면삼각법을 동원하여 서술되 고 있을 뿐, 점성술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널리 알려진 또 하나의 천보 진원 판본은 수산각총서( 守 山 閣 叢 書 )에 실린 수산각총서본 천보진원 이 다. 이 책은 전체가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 나 여기에서도 성요 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수산각총서 본 천보진원 은 이탈리아 출신의 점성술사, 의사, 수학자로 유명한 카르다 노(Girolamo Cardano, 1501~1576)의 점성술 저작을 1653년 설봉조와 목니 각이 중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카르다노는 1554년, 서양점성술의 고전인 프 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Tetrabiblos 혹은 Quadripartitum) 의 라틴 어 번역본(1543년판)에 주석을 붙인 책을 펴냈는데, 수산각총서본 천보진 원 은 바로 카르다노의 주석서를 한역( 漢 譯 )한 것이다. 다음으로 성요 에 기술된 回 回 曆 論 吉 凶 이라는 항목에 주목해보자. 명 나라의 홍무제( 洪 武 帝, 재위: 1368~1398)는 1383년 이슬람 천문학서와 점성 술서를 한역하게 하였는데, 이에 따라 이슬람역법인 회회력( 回 回 曆 )과 함께 이슬람의 점성술서가 천문서( 天 文 書 ) 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28) 현재 이용 가능한 천문서 의 판본은 명역천문서( 明 譯 天 文 書 ) 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것과 천문보서( 天 文 寶 書 ) 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두 종류가 있다. 29) 因 開 闢 首 日 昏 時, 角 爲 中 星 也. 25) 閻 若 璩, 尚 書 古 文 疏 證 卷 六 上, 第 八 十 二. 26) 胡 渭, 洪 範 正 論 卷 五 ; 與 猶 堂 全 書 第 二 集 經 集 第 二 十 五 卷 尙 書 古 訓 卷 四 洪 範 27) 天 步 眞 原 提 要 ( 문연각사고전서 793책), 647c. 28) 藪 內 淸, 增 補 改 訂 中 國 の 天 文 曆 法 ( 東 京 : 平 凡 社, 1990), 쪽 참조.

8 8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다행히 성요 에 들어있는 回 回 曆 論 吉 凶 이라는 항목의 서두 부분의 내용 은 자구에서는 약간 드나듦은 있지만, 명역천문서 의 제2류 제2문 論 上 下 等 第 應 驗 과 일치한다. 30) 사람의 길흉화복은 탄생한 해의 안명궁( 安 命 宮 ) 31) 과 칠요( 七 曜 ) 중에서 가장 강한 기운을 지닌 왕성( 旺 星 )을 위주로 판 단한다. 또한 명궁( 命 宮 )이 정궁( 定 宮 )에 있으면 이것으로 1년의 화복( 禍 福 ) 을 판단하고, 명궁이 이체궁( 二 體 宮 )에 있으면 이것으로 상하 반년씩 판단 하고, 명궁이 전궁( 轉 宮 )에 있으면 이것으로 네 계절을 나누어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32) 이것을 보면 성요 의 내용은 확실히 이슬람 점성술을 담고 있 는 명역천문서 와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 은 성요 의 후반부에 들어있는 論 天 時 寒 熱 風 雨, 論 陰 雨 濕 潤, 論 物 價 貴 賤 등 세 항목이 명역천문서 의 내용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들은 각각 명역천문서 제2류 제5문 說 天 時 寒 熱 風 雨, 제2류 제6 문 說 陰 雨 濕 潤, 제2류 제9문 說 物 價 貴 賤 과 사소한 글자의 차이를 제외 하면 완전히 일치한다. 그러므로 성요 의 내용의 일부는 이슬람 점성술서 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요 가 직접적으로 의지한 참고문헌은 月 培 氏 按 으로 시작되는 부분 에 주목할 때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 무석금궤현지( 無 錫 金 匱 縣 志 ) 를 인 용하고 있는 역대복인전( 歷 代 卜 人 傳 ) 에 따르면, 청대에 활동한 예영계( 倪 榮 桂, 1755~?)의 자( 字 )가 월배( 月 培 )이며, 그가 남긴 책으로 중서성요( 中 西 星 要 ) 2권이 있다고 한다. 33) 또한 영국인 선교사 와일리(Alexander 29) 본 연구에는 王 雲 五 主 編, 四 部 叢 刊 三 編 제50책 明 譯 天 文 書 ( 臺 北 : 商 務 印 書 館, 1979)와 天 文 寶 書 ( 北 京 天 華 館 印, 간년미상)를 이용했다. 이 두 책의 복사를 허락해준 야노 미치오( 矢 野 道 雄 ) 교수에게 감사한다. 이 두 책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30) 明 譯 天 文 書 ( 臺 北 : 商 務 印 書 館, 1979) 제2류, 4a(이하 명역천문서 의 인용은 모두 이 책을 따른다). 31) 12위( 位 )의 출발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제1위 명궁( 命 宮 ) 혹은 상승궁( 上 昇 宮, ascendant of the year)을 의미한다. 32) 호로스코프 점성술에서는 황도 12궁을 정궁( 定 宮 ), 전궁( 轉 宮 ), 이체궁( 二 體 宮 )으로 나 누어 각각 일의 시작, 완성, 변화의 특성을 부여한다. 12위( 位 )의 핵심인 명궁( 命 宮 )의 위 치와 황도 12궁의 특성이 결합할 때 어떻게 길흉화복을 판단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3) 袁 樹 珊 編, 歷 代 卜 人 傳 ( 臺 北 : 新 文 豊 出 版 公 司, 1900), 180쪽. 여기에는 無 錫 金 匱 縣 志 (규장각소장) 卷 26 藝 術 조에 있는 예영계에 관한 간단한 기록을 옮겨 놓았다. 예영계에 대한 기록은 倪 榮 桂, 字 月 培, 諸 生 嗜 學, 能 文 究 心, 天 文 象 數 諸 書 及 靑 烏 家 言,

9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9 Wylie, 1815~1887)에 의해 1922년 출판된 중국서지노트(Notes on Chinese Literature) 에 따르면, 중서성요 는 1802년에 출판된 예영계의 책으로 전 체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와일리는 이 책이 명운에 관한 책(book of fate) 으로 서양식 방법과 중국식 방법의 장점을 통합하려고 노력했으며, 내용의 대부분이 설봉조와 목니각의 책에서 간추린 것이라고 하였다. 34) 최근에 첸 메이둥( 陳 美 東 )은 청대에 출현한 점성술 저작들이 명역천문서 를 채록하 고 있다고 하면서, 그 가운데서 예영계의 중서성요 를 대표적인 예로 거론 하였다. 35) 스텐데어트(Nicolas Standaert, 중국명 鐘 鳴 旦 )는 설봉조와 목니각 의 천보진원 이 청대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논하면서, 와일리를 인용하 여 예영계의 중서성요 를 거론하기도 하였다. 36) 결론적으로 이상의 정보를 기초로 예영계의 중서성요 와 남병철의 성요 를 대조해보면, 성요 에 실 려 있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련된 지식이 거의 전적으로 예영계의 중서 성요 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청대의 술수가 예영계와 중서성요 예영계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는 무석금궤현지 권26 예술( 藝 術 ) 조에 있는 나면서부터 학문을 좋아해서 천문 상수( 象 數 )에 관한 여러 책과 청오가( 靑 烏 家, 풍수가)의 말을 탐구했으며, 저서로 중서성요 2권이 있다 는 정도가 전부였다. 37) 그런데 다행히도 예영계와 동문수학했던 고필( 顧 畢 ) 은 1803년( 嘉 慶 8)에 중서성요 가 출간될 때 붙인 서문에서 예영계의 학맥 에 대해 언급하였다. 38) 기록의 신뢰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 著 有 中 西 星 要 二 卷 라고 한 것이 전부다. 34) Alexander Wylie, Notes on Chinese Literature (Shanghai: Presbyterian Mission Press, 1922), p ) 陳 美 東, 中 國 科 學 技 術 史 天 文 學 卷 ( 北 京 : 科 學 出 版 社, 2003), 566쪽. 36) Nicolas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Xue Fengzuo s and Smogulecki s Translation of Cardano s Commentaries on Ptolemy s Tetrabiblos, Sino-Western Cultural Relations Journal 23 (2001), pp , pp ) 본 연구에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는 無 錫 金 匱 縣 志 를 참고 하였다. 38) 中 西 星 要, 珍 本 術 數 叢 書 ( 新 文 豊 出 版 公 司, 1995, 영인본), 29쪽(이하 중서

10 10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지만, 우선 여기에서는 그의 서술을 수용하기로 하자. 고필에 따르면 예영계는 어려서부터 음양학( 陰 陽 學 )과 술수학( 術 數 學 )을 좋아했는데, 천문, 지리, 기문( 奇 門 ), 육임( 六 壬 ), 성명( 星 命 ), 선택( 選 擇 ) 등 여러 방면에 두루 통달했다. 또한 서양의 구면삼각법을 이용한 행성의 위치 계산에도 밝았다. 서양의 구면삼각법에도 밝았다는 것을 보면 예영계가 전 통적인 술수학과 서양천문학의 양방면에 조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필은 예영계가 지닌 서양천문학과 점성술에 관한 지식의 유래를 학맥으로 부터 기술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목니각이 지닌 지식을 매문정과 설봉조 에게 전하고, 이것이 다시 양작매( 楊 作 枚 ) 39) 와 한석조( 韓 錫 胙 ), 40) 화명강( 華 鳴 岡 )을 거쳐 예영계에게 이어졌다고 한다. 목니각의 수준 높은 천문학을 이어받은 사람 중 가장 탁월한 이가 매문정이 고, 그 다음이 설봉조이다. 금궤( 金 匱 ) 지역에서는 양작매가 비교적 뛰어났는 데, 양작매는 매문정과 교유가 있었다. 양작매의 학문은 금궤의 현령( 縣 令 )을 역임한 한석조에게 전해졌다. 한석조는 다시 화명강에게 전했으며, 화명강은 이를 예영계에게 전했다. 나중에 예영계의 학문은 더욱 심오해졌는데, 저술로 서법십팔성명반도설( 西 法 十 八 省 命 盤 圖 說 ) 이 있고, 또 담천( 談 天 ), 선일( 選 日 ), 추명( 推 命 ) 등에 관한 책에서 요점을 편집하여 출간했다. 41) 인용문에서 예영계의 저술로 거명한 서법십팔성명반도설 은 중서성요 에 들어있는 서법명반도설( 西 法 命 盤 圖 說 ) 에 해당하며, 담천, 선일, 추명 등에 관한 책 은 중서성요 에 편집된 담천서언( 談 天 緖 言 ), 선택당지( 選 擇 當 知 ), 녹명요람( 祿 命 要 覽 )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성요 의 인용은 모두 이 책의 페이지를 따름). 원래 서문은 행서체로 되어 있었으나, 도 호쿠대학 소장본(도서번호 625)의 경우에는 정자로 활자화되어 있다. 하지만, 활자화 하 는 과정에서 몇 곳에 오자가 생겨서 판독에 주의해야 한다. 그 외의 다른 판본들에서는 모두 행서체로 되어 있다. 39) 阮 元, 疇 人 傳 권40 ( 疇 人 傳 彙 編, 廣 陵 書 社, 2009), 458쪽. 자는 학산( 學 山 ), 무석 ( 無 錫 ) 출신. 저서로 해할원지근( 解 割 圓 之 根 ) 1권, 구고정의( 句 股 正 義 ) 1권이 있다. 해할원지근 은 원의 내접 외접 다각형을 그려 사인, 코사인 등 삼각함수에 관한 해설을 붙인 책이다. 40) 청대의 희곡작가로 유명하다. 자 개병( 介 屛 ), 호는 상암( 湘 巖 ). 활의집( 滑 疑 集 ) 8권이 있다. 41) 中 西 星 要, 30-33쪽.

11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11 한국의 기록에서는 예영계와 그의 중서성요 에 대한 언급이 거의 확인 되지 않으며, 중서성요 라는 책도 국내에는 소장한 곳이 없는 것 같다. 1986년에 출간된 중국총서종록( 中 國 叢 書 綜 錄 ) 에는 1803년( 嘉 慶 8) 수자 당간본( 樹 滋 堂 刊 本 )과 1880년( 光 緖 6) 홍행산방간본( 紅 杏 山 房 刊 本 )이 보고 되었다. 또한 2003년에 출간된 중국총서종록속편( 中 國 叢 書 綜 錄 續 編 ) 에는 1827년( 道 光 7) 자정정류자당보간본( 子 廷 楨 樓 滋 堂 補 刊 本 )이 있는 것으로 보 고되었다. 42) 최근의 연구에서는 1819년( 嘉 慶 24)에 출판된 수자당서간본( 樹 滋 堂 序 刊 本 )이 일본의 도호쿠( 東 北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43) 착 오인 것 같다. 필자가 확인해본 바로는, 현재 일본의 도호쿠대학에는 세 본 의 중서성요 가 소장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각 1827년 간본1(도서번호 4231), 1827년 간본2(도서번호 3260) 44), 그리고 1845년 간본(도서번호 625) 이 있을 뿐, 1819년 간본은 확인되지 않는다. 45) 최근에는 대만 신문풍출판공 사( 新 文 豊 出 版 公 司 )에서 1880년 간본을 영인하여 발행하였다. 46) 그러므로 현재까지 간년이 다른 중서성요 의 판본은 1803년 판, 1827년 판, 1845년 판, 1880년 판 등 네 가지가 확인된다. 중서성요 는, 와일리가 총 12권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서법명반( 西 法 命 盤 ) 1권, 담천서언 1권, 천문관규( 天 文 管 窺 ) 3권, 녹명요람 4권, 선 택당지 3권(총12권)으로 되어있다. 서법명반 은 예영계가 서양의 아스트 42) 上 海 圖 書 館 編, 中 國 叢 書 綜 錄 ( 上 海 : 上 海 古 籍 出 版 社, 1986), 732쪽; 施 廷 鏞, 中 國 叢 書 綜 錄 續 編 ( 北 京 : 北 京 圖 書 館 出 版 社, 2003), 256쪽. 43) 李 銳 淸, 中 國 叢 書 綜 錄 子 部 訂 補 : 以 日 本 所 藏 圖 書 爲 據, 國 家 圖 書 館 刊 96-2 (2007), , 118쪽. 44) 이 두 책은 1827년에 예영계의 아들인 예정정( 倪 廷 楨 )이 쓴 간기( 刊 記 )가 보이므로, 이 해에 인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서번호 4231과 3260은 간년을 확정하기가 어 렵다. 장판( 藏 板 ) 표시는 수자당장판( 樹 滋 堂 藏 板 )으로 동일하고, 서( 序 ), 서법명반도설자 서( 西 法 命 盤 圖 說 自 序 ), 자서의 부기( 附 記 ) 등에서 확인되는 연차( 年 次 )도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편제( 編 題 )에 설명문이 있고 없는 차이가 있고, 서반용법( 西 盤 用 法 ) 의 항목이 앞쪽에 있거나 그렇지 않은 차이가 있다. 현재로서는 이 두 판본이 1827년 같은 해에 인 쇄된 것인지, 나아가 서로 다른 해에 인쇄되었다면 어느 것이 먼저 일지 판단하기가 어 렵다. 45) 일본 나고야에 소재한 호우사문고( 蓬 左 文 庫 )에도 1827년(도광7) 간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6) 이 책은 1880년( 光 緖 6) 홍행산방간본( 紅 杏 山 房 刊 本 )을 저본으로 하여, 대만( 臺 灣 )의 신문풍출판공사( 新 文 豊 出 版 公 司 )에서 1995년에 珍 本 術 數 叢 書 ( 第 55, 56 冊 )로 영인( 影 印 )한 것이다.

12 12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로라브를 변형하여 만든 기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구의 지평판에 는 기본적으로 적도( 平 規 ), 북회귀선( 長 規 ), 남회귀선( 短 規 )과 점성술을 시 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12위(houses)가 그려진다. 또한 성좌판에 는 황도원만을 남겨 점치고자 하는 시각에 황도 12궁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담천서언 은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천문학적 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점검한 것이다. 먼저 전통 유가( 儒 家 )의 천체운 행론인 좌선설( 左 旋 說 )을 설명한다. 실제 천체운행은 좌선( 左 旋 )이지만, 역 가( 曆 家 )들은 편의를 위해서 우행설( 右 行 說 )을 따라 계산한다고 하여, 예영 계 자신은 유가의 전통에 서 있음을 주장한다. 또 세차운동에 대한 동서양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서양의 세차이론인 항성동행설( 恒 星 東 行 說 )이 옳음을 주장한다. 47) 나아가 세차로 인해서 시간이 흐르면서 별자리의 위치와 궁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예영계는 세차로 인해서 28수 별자리의 위치는 바뀌지만, 태양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황도 12궁의 이름과 위치는 바뀌지 않 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48) 천문관규 는 전체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로 서양점성술의 기본원 리를 서술한 것이다. 남병철이 성요 에서 초록해 놓은 내용의 대부분이 여 기에서 왔다. 예영계는 천문관규 의 권1에 설봉조의 천학회통 을 주로 초 록하였는데, 몇몇 곳에서 명나라 초기에 번역된 천문상종( 天 文 象 宗 ) 이라 는 이슬람계 점성술서를 인용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기도 하였다. 49) 남 병철의 성요 에 있는 回 回 曆 論 吉 凶 항목은 바로 여기에서 인용한 것이 다. 특기할 것은 남병철이 천문관규 를 전재하면서도, 천문상종 이라는 책이름을 일부러 누락시키고 있는 점이다. 남병철이 천문상종 이라는 책을 열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으로 생각된다. 천문관규 권2는 서두에 밝혀져 있듯이, 설봉조의 천보진원 으로부터 초록한 것이다. 그런데 예영 47) 세차운동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전용훈, 17세기 서양 세차설의 전래와 동아시아 지 식인의 반응, 한국실학연구 20호 (2010), 쪽을 참조. 48) 예영계는 태양이 춘분날에 백양궁( 白 羊 宮 ) 초도( 初 度 )에 있는데, 이것은 세차와 상관 없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49)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 天 學 會 通 은 설봉조의 天 步 眞 原 을 개정 증보한 것으로, 사고전서에 실려 있는 天 學 會 通 과는 다른 책이다. 사고전서의 天 學 會 通 은 전체가 19장으로 분량이 매우 작다.

13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13 계는 천보진원천문부적요( 天 步 眞 原 天 文 部 摘 要 ) 라고 하여 내용을 천보진 원 천문부 에서 가져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두 가지 판본의 천보진원 에는 이 내용이 없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렇게 된 것은 설봉조의 천보진원 이 여러 번 재편집되면서 내용이 드나들 었는데, 현재 널리 알려진 두 가지 판본에는 이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필 자는 동북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설봉조의 역학회통( 曆 學 會 通 ) 세계부 ( 世 界 部 ) 에 수록된 천보진원 에서 이와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문관규 권2의 내용은 대체로 서양점성술의 기본원리에 대한 서술이 다. 천체들의 성정과 권능( 權 能 )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천문관규 권3은 서두에 천문상종적요( 天 文 象 宗 摘 要 ) 라고 한 것처럼 천문상종 에서 초록 한 것이다. 論 天 時 寒 熱 風 雨, 論 陰 雨 濕 潤, 論 物 價 貴 賤 의 세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남병철은 성요 에서 이 내용 전체를 옮겨 적었다. 소제목 으로 알 수 있듯이 천체의 성정이나 배치에 따라 결정되는 날씨의 풍우, 물 가의 등락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천문상종 은 명역천문서 를 번역한 마합마( 馬 哈 麻 )의 번역서로 알려져 있다. 건방 비서( 乾 方 秘 書 ), 천문상종서점( 天 文 象 宗 西 占 ), 상종서( 象 宗 書 ) 등 다 른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내용은 개별 지방에 관한 약간의 서술을 제외 하면 명역천문서 와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50) 선택당지 는 전체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1은 천보진원 선택부 에서 전재한 것이고, 서양식 점성술 원리에 따른 일의 길흉을 다룬다. 권2는 청대의 술수가인 손정남( 孫 廷 楠 )이 지은 혼천보감( 渾 天 寶 鑑 ) 이라는 책을 초록한 것이다. 51) 권3은 선택총언( 選 擇 叢 言 ) 이라 제( 題 )하여, 정확한 현지 시각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는 서반용법( 西 盤 用 法 ) 이라는 항목에서 변형 아스트로라브를 이용하여 시각을 얻는 방법 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상당한 변형을 거쳐 남병철의 성요 에 초록되었다. 특히 남병철은 할주( 割 註 )에서 예영계의 서술과는 거의 완전히 독자적으로 성반의 용법을 기술하였다. 남병철은 추분( 秋 分 ) 해정( 亥 正 ) 삼 각( 三 刻 ) 오분( 五 分 ) 을 예로 들어 성반에서 12위를 읽어 들이는 과정을 조 50) 陳 久 金, 回 回 天 文 學 史 硏 究 ( 南 寧 : 廣 西 科 學 技 術 出 版 社, 1996), 120쪽. 51) 손정남( 孫 廷 楠 )의 혼천보감( 渾 天 寶 鑑 ) 은 오늘날에도 일부 술수가들 사이에서는 선 택( 選 擇 )에 관한 참고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14 14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리 있게 설명하였다. 남병철은 성반에 대한 서술에서 예영계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서술방식을 보이는데, 이것은 그가 아스트로라브에 대해서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예영계의 책 대신에 아스트 로라브에 관한 가장 정밀한 서술을 담고 있는 혼개통헌도설( 渾 蓋 通 憲 圖 說 ) 에 의거하여 성반의 제작법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52) 아스트로라브에 대한 남병철의 이해 수준이 높았다는 것은 그의 다른 저작인 의기집설 에 서 혼개통헌도설 을 기초로 하여 혼개통헌의에 대해 서술한 일을 보더라도 명확하다. 녹명요람 은 전체 4권으로 되어 있다. 권1은 시헌력과 수시력의 절기배 치법의 차이에 따른 추명( 推 命 )의 차이를 논한다. 권2는 탄생시각을 정확하 게 정하기 위한 방법을 논한다. 특히 권2에 있는 칠정사승각계위표( 七 政 舍 升 角 界 位 表 ) 와 칠정회충사조표( 七 政 會 沖 四 照 表 ) 는 남병철의 성요 에 초록되었다. 또한 녹명요람 권2에는 부록으로 예영계 자신의 생년생시를 가지고 중국식과 서양식 호로스코프를 만드는 과정을 해설했다. 권3은 신살 ( 神 煞 )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성력고원( 星 曆 考 原 ), 삼명통 회( 三 命 通 會 ), 선기결미( 璇 璣 抉 微 ), 천원비지( 天 元 秘 旨 ), 화명강적본 ( 華 鳴 岡 摘 本 ), 장과성종( 張 果 星 宗 ), 협기변방서( 協 紀 辨 方 書 ), 성평회 해( 星 平 會 海 ) 등 각종 술수류 서적에서 뽑은 신살에 관한 논의가 편집되어 있다. 녹명요람 권4는 김길보( 金 吉 甫 )가 찬( 撰 )한 오성천관서( 五 星 天 官 書 ) 의 내용을 초록하였다. 이것은 서양점성술과 유사한 추명법( 推 命 法 )인 자미두수( 紫 微 斗 數 )에서 해의 간지와 신장( 神 將 )의 배치관계, 운세를 뽑는 방법, 12궁의 의미 등을 서술하고 있다. 중서성요 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분석된 적이 없다. 스텐데어트는 수산 각총서본 천보진원 을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와 대조한 연구에서 책의 특징을 간단히 언급했는데, 그나마 이것도 와일리를 인용한 것이다. 그는, 와일리를 인용하여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가 전통적 방법과 서양식 방 법(methods)의 강점을 종합하려고 했다고 간단히 언급하였다. 53) 스텐데어 트는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권1이 설봉조의 천보진원 인명부 에서 초록된 것 같다고 하면서,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하였지만, 이 52) 이에 대해서는 다른 논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53)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 64.

15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15 것은 그가 이용한 수산각총서본 천보진원 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것뿐이 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권1은 일본 도호쿠대 학 소장본 역학회통 의 위성성정부( 緯 星 性 情 部 ) 에 편집된 천보진원 칠정성정( 七 政 性 情 ) 부분과 완전히 일치한다. 와일리가 중서성요 에 대하여 언급한 방법(methods) 이라는 말의 의미 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가 예영계의 술수학(divination) 서적에 관하여 기 술하는 가운데 이 말을 쓰고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예영계는 술수학의 전통 적 방법과 서양식 방법의 강점을 종합하려 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중서성요 를 이루는 각 부분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중서성요 는 성점( 星 占, 점성술)이라는 관점에서 자미두수를 포함한 전통적 방법과 호로 스코프 점성술을 종합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54) 5. 중서성요 의 참고문헌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예영계의 중서성요 에 들어있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의 이론적인 내용은 천보진원 과 천문상종 이라는 두 책에 크게 의 지하고 있다. 이 두 책은 각각 유럽의 점성술과 이슬람의 점성술이 서로 다 른 경로를 통해 중국에 전래된 결과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대 그리스 의 점성술을 집대성한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 그 지식의 기 원을 두고 있다. 1) 천보진원( 天 步 眞 原 )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널리 유통되고 있는 두 가지 천보진원 (사고전 서본과 수신각총서본)은 모두 예영계의 중서성요 에 인용된 것과는 다른 책 이다. 그렇다면 예영계가 열람하고 초록한 천보진원 은 어떤 책이었을까. 최근 중국의 시원리( 石 云 里 )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도서관에 소장된 천보진원 의 이본들을 18종이나 취합하여 상호비교하면서 천보진원 의 출 54) 자미두수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Ho Peng Yoke, Chinese Mathmatical Astrology: Reaching out to the Stars (London: Routledge Curzon, 2003), pp 에 있다.

16 16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판과 개정의 과정을 연구하였다. 55) 이에 따르면, 원래의 천보진원 은 1653 년경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남아있는 책 중에 완질이 없고, 또한 부분별로 편집된 시기가 달라서, 완성본의 전체 구성을 알기가 어렵다. 56) 지 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러 이본들을 종합하여 그 전체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57) 항목 비고 비고 항목 (점성술 내용) (점성술 내용) 1. 曆 年 甲 子 11. 經 星 部 2. 太 陽 太 陰 部 12. 曆 法 部 3. 日 月 食 原 理 13. 緯 星 性 情 部 4. 五 星 經 緯 部 14. 世 界 部 5. 表 上 蒙 求 15. 選 擇 部 6. 表 中 蒙 求 16. 人 命 部 上 卷 7. 表 下 蒙 求 17. 人 命 部 中 卷 8. 表 上 18. 人 命 部 下 卷 9. 表 中 19. 律 呂 10. 表 下 20. 正 弦 部 표 1. 천보진원 의 항목 이와 같은 천보진원 을 이루는 여러 항목 가운데, 특히 인명부( 人 命 部 ), 선택부( 選 擇 部 ), 세계부, 위성성정부 등이 동서양의 점성술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58) 천보진원 은 1652~3년에 처음 편집 간행된 후 여러 차례 표제가 바뀌면 서 개정 재간행 되었다. 59)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1664년경에 간행된 것 55)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Its Production, Publication, and Reception, EASTM 27 (2007), pp )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p )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p )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 ) 개정 및 재출간의 흐름도가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17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17 으로 보이는 천보진원총서( 天 步 眞 原 叢 書 ) 가 있다. 이 책은 원래의 천보 진원 을 몇 개의 권에서 일부 내용을 개정하여 재간행한 것이다. 또 1664년 경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이본으로 천학회통 이 있는데, 이 책 은 원래의 천보진원 이 대폭 개정 확대된 것이다. 이것은 후에 표제가 바뀌 어 역학회통 으로 간행된다. 특기할 것은 천학회통 에서부터 내용이 크게 정집부( 正 集 部 ), 고험부( 考 驗 部 ), 치용부( 致 用 部 ) 의 세 부분으로 이루 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60) 천보진원총서 에서 천학회통 으로 바뀌면서 우선 당시의 역산천문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정집부 가 추가 되었다. 61) 정 집부 에는 수시력과 같은 전통적인 중국식 역법과 이슬람 역법인 회회력법, 그리고 시헌력으로 대표되는 서양식 역법이 모두 다뤄졌다. 또한 천학회통 에서는 이전의 천보진원총서 와 함께 앞서의 정집부 의 내용을 축약한 권 들이 추가 되어 고험부 가 되었다. 이 때문에 원래의 천보진원 에 들어있 던 서양점성술에 관한 내용은 천학회통 이나 역학회통 의 고험부 에 속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천학회통 에는 의약( 醫 藥 ), 점험( 占 驗 ), 선택, 명 리( 命 理 ) 등의 내용을 다룬 치용부 가 추가되었다. 62) 정집부, 고험부, 치용부 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천학회통 은 다시 1668년에서 1680년 사 이에 역학회통 으로 이름이 바뀌어 출간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역학 회통 은 다시 1702년 기화천류( 氣 化 遷 流 ) 라는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어 설 씨유서( 薛 氏 遺 書 ) 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63) 필자가 확인한 일본의 도호쿠 대학 소장본 역학회통 은 인쇄본이 아닌 필사본이고, 많은 부분이 일실된 영본( 零 本 )이다. 하지만, 예영계가 중서성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 82에 제시되어 있다. 60) 현재까지 확인되는 역학회통 의 구성은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p 의 표를 참조. 61) 曆 學 會 通 正 集 은 薄 樹 人 主 編, 中 國 科 學 技 術 典 籍 通 彙 天 文 卷 제6책 ( 鄭 州 : 河 南 敎 育 出 版 社, 1998)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曆 學 會 通 正 集 에 대한 소개와 간단한 분석 이 胡 鐵 珠, 曆 學 會 通 正 集 提 要, 薄 樹 人 主 編, 中 國 科 學 技 術 典 籍 通 彙 天 文 卷 제6 책 ( 鄭 州 : 河 南 敎 育 出 版 社, 1998), 617쪽; 陳 美 東, 中 國 科 學 技 術 史 天 文 學 卷, 653~655 쪽 등에 있다. 62) 曆 學 會 通 致 用 은 四 庫 未 收 書 集 刊 編 纂 委 員 會 編, 四 庫 未 收 書 集 刊 別 集 제11책 ( 北 京 : 北 京 出 版 社, 2000)에 曆 學 會 通 致 用 十 卷 이라는 이름으로 영인되어 있다. 63) 氣 化 遷 流 는 원래 천보진원 과는 완전히 독립된 책으로 씌어졌으나, 나중에 역학 회통 에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Shi Yunli,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p 참조.

18 18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요 에 전재한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내용은 남아있다. 이 책에서는 정 집부, 고험부, 치용부 의 구분이 안 되어 있지만, 내부 목차에서 위성성 정부 와 세계부 에 들어 있는 내용이 각각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권1과 천문관규 권2에 대응한다. 그러므로 천문관규 에 수록된 서양점성술에 관 한 내용은 역학회통 의 고험부 에 속한 위성성정부 와 세계부 에 대응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영계는 천문관규 권1에서 천학회통 이라는 책을 인용하였고, 천문관규 권2에서는 천보진원천문부적요 라고 인용처 를 밝혔다. 그렇다면, 예영계는 천보진원 이 확대 개편되어 천학회통 으로 간행된 후부터 역학회통 으로 간행되기 이전의 어느 시기에 각 부분이 다른 이름으로 편집된 상태의 책을 이용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예영계의 기록을 통해 나중에 역학회통 의 세계부 에 속하게 될 내용이 천보진원 의 천문부 에 들어있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64) 지금까지 천보진원 과 관련된 연구는 천문학과 점성술의 두 방향에서 이 루어져왔다. 먼저 천문학에 방면에서 사고전서본 천보진원 을 중심으로 하 여, 숭정개력에서 채택된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의 우주체계 와 다른 태양 중심 우주체계가 천보진원 에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 다. 65) 이는 벨기에의 천문학자 란스베르게(Philipe van Lansberge, 1516~1632) 의 저작에 크게 의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란스베르게는 티코 브라헤에 반대하고 코페르니쿠스를 지지했던 사람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산각총서본 천보진원 에 포함된 서양점성술에 관한 내용이 주목되었다. 서양점성술과 관련하여 천보진원 을 주목한 것은 아마 도 와일리가 처음일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와일리는 술수학 분야의 책 을 소개하면서, 천보진원 인명부 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유럽의 점 성술서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66) 와일리가 언급한 책은 바로 오늘 64) 앞서 살펴본 天 步 眞 原 에 世 界 部 가 있고, 이것이 曆 學 會 通 에서도 세계부 로 계 속되었는데, 왜 예영계가 天 步 眞 原 天 文 部 라고 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현재 알려진 판본과 다른 천보진원 의 이본이 존재했고, 이것을 예영계가 참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65) 이에 대해서는 다음 연구를 참조. 胡 鐵 珠, 曆 學 會 通 中 的 宇 宙 模 式, 自 然 科 學 史 硏 究 11-3 (1992), pp ; 石 云 里, 天 步 眞 原 與 哥 白 尼 天 文 學 在 中 國 的 早 期 傳 播, 中 國 科 技 使 料 21-1 (2000), pp ; 石 云 里, 天 步 眞 原 的 神 秘 序 文, 廣 西 民 族 學 園 學 報 ( 自 然 科 學 版 ) 21-1 (2006), pp ) Wylie, Notes on Chinese Literature, p. 133.

19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19 날 널리 이용되는 수산각총서본 천보진원 이다. 또한 이것을 완본 천보진 원 의 일부분으로 보고 특별히 이것만을 지칭하여 천보진원 인명부 라 고 부른다. 와일리는 이 책의 첫 번째 부분은 점성술의 일반적인 원리를, 두 번째 부분은 구면삼각법을 위주로 한 천문학적 내용을, 마지막 부분은 15개 의 호로스코프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서양에서는 이미 두 세기 이전에 모순투성이 지식이 되어버린 점성술을 어 떤 동기로 유럽의 선교사가 중국인들에게 전해주려 했는지 그 것을 이해하 기가 어렵다 고 했다. 67) 나아가 예영계의 중서성요 의 많은 부분이 천보 진원 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밝혀놓았다. 천보진원 에 포함된 유럽의 점성술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스텐데어트 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의 연구의 요지는, 르네상스시기 이탈리아의 외과의 사이자 수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카르다노가 1552년에 쓴 점성술서가 100년 후 설봉조와 목니각에 의해 번역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수산각총서본 천보 진원, 즉 흔히 천보진원 인명부 라고 부르는 책이라는 것이다. 카르다 노의 점성술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 대한 주석서로 만 들어진 것이다. 68) 이로써 스텐데어트는 천보진원 인명부 에 들어있는 점 성술이 16세기의 카르다노를 거슬러 올라가,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 로스 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69) 천보진원 인명부 (수산각총서본 천보진원 )는 상 중 하 세 권으로 이 루어져 있다. 70) 스텐데어트에 따르면, 상권의 처음 부분은 대체로 테트라 비블로스 의 제1권을 요약한 형태이다. 상권의 두 번째 부분 또한 테트라 비블로스 의 제4권에서 초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개인 67) Wylie, Notes on Chinese Literature, p ) 책의 라틴어 제목은 in Cl. Ptolemaei Pelusiensi IIII de Astrorum Indicijs,... Pretera Geniturarum XII....로되어있었다고 하지만, 스텐데어트는 이를 영어로 번역하여 Commentaries on Ptolemy s Treatise on Astrology로 쓴다. 그러므로 한글로는 프톨레마이오스 점성술론에 관한 주석서 정도가 될 것이다. 69) 이하 天 步 眞 原 人 命 部 에 관한 기술은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p 에 의거한다. 스텐데어트는 논문의 부록에서 천보진원 인명 부, 테트라비블로스 에 대한 카르다노의 주석서, 그리고 테트라비블로스 까지 세 책 을 병치하며 관련되는 내용을 일람표로 정리하였다.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p 참조. 70) 守 山 閣 叢 書 本 天 步 眞 原 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 20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점성술에 관한 것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전쟁, 기근, 기상 등 넓은 지역을 대 상으로 하는 국가점성술에 관한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이 내용은 완본 천보진원 의 세계부 에 들어있다. 세 번째 부분은 테트라비블로스 가 아 닌 카르다노의 다른 저술에서 가져온 것이다. 천보진원 인명부 의 중권 은 목니각이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에 기초하여 서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 체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과 호로스코프의 해석법을 다루고 있다. 천보진원 인명부 하권은 16개의 호로스코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는 없고, 카르다노의 책에 있는 것들 을 옮겨놓은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예영계가 옮겨 싣고 있는 호로스코프 점성술 에 관한 내용은 스텐데어트가 분석한 천보진원 인명부 의 내용이 아니 라, 위성성정부 와 세계부(혹은 천문부) 에 속해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 까지는 이런 내용이 유럽의 어떤 점성술서에서 온 것인지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내용의 대부분이 목니각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구술하거나, 당시 유 럽에서 출판된 점성술서를 번역하여 전해준 것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 내용은 후에 편집된 역학회통 고험부 에 들어가게 되는데, 시원리에 따 르면, 여기에는 목니각이 찬하고, 설봉조가 편집했다 거나 목니각이 입으 로 번역하고 설봉조가 편집했다 는 할주가 붙어 있다고 한다. 71) 이를 볼 때, 설봉조가 목니각의 도움으로 습득하여 자신의 책에 싣고 있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지식의 대부분이, 목니각이 유럽의 참고서적에 의지해서 스 스로 정리한 것이거나 유럽의 점성술서를 번역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스텐데어트는 천보진원 인명부 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점성술적인 내용 들도 거의 틀림없이 유럽의 점성술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 으로 보았다. 72) 그렇다면 목니각을 통해 설봉조에게 전해져 천보진원, 천학회통 혹은 역학회통 등으로 재편집 간행된 책에 수록된 호로스코프 점성술은 16세기 중반 유럽의 점성술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점성술 지식의 뿌리는 그 71)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 79. 大 西 穆 尼 閣 撰, 海 岱 薛 鳳 祚 輯, 大 西 穆 尼 閣 口 譯, 海 岱 薛 鳳 祚 儀 甫 輯. 동일한 사실을 스텐데어트도 지적하였다.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 )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 53. 緯 星 性 情 部 는 필자가 추가했다.

21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21 리스 점성술을 체계화하고 그것의 성립으로부터 1900년 동안 서양 점성술 의 이론과 실천의 측면에서 표준적인 틀을 제공 한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 라비블로스 에 있었던 것이다. 73) 2) 명역천문서 와 천문상종 서양점성술과 관련하여 예영계가 중서성요 의 천문관규 권3에 전재하 고 책은 천문상종 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책은 이슬람의 점성술서를 해달아( 海 達 兒 )가 번역한 책인데, 내용은 명역천문서 와 거의 동일한 것으 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천문관규 에 초록된 내용은 사소한 자구의 차이를 제외하면 명역천문서 에서 모두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예영계는 이 내용을 천문상종 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설봉 조의 천보진원 선택부 에서 가져왔다고 판단된다. 74) 이렇게 생각되는 이 유는, 우선 천보진원 선택부 에 있는 내용이 예영계의 중서성요 의 선 택당지 에 초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75) 나아가 천보진원 선택부 에서 논 물가귀천( 論 物 價 貴 賤 ) 항목과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76) 그러므로 설봉조 는 천보진원 을 쓰기 전에 명역천문서 나 천문상종 같은 한역된 이슬 람계 점성술서와 그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설봉조가 숭정 개력 시기에 서광계와 논쟁을 하며 서양역법을 배척하고 전통역법을 옹호 한 위문괴( 魏 文 魁 )에게서 배웠다는 점도 이러한 추론을 강화해준다. 77) 그 는 천보진원 인명부 서문에서, 홍무계해(1383)에 번역된 오백종( 吳 伯 宗 )의 서법천문( 西 法 天 文 ) 을 읽고 서양점성술을 조금 알게 되었다고 했 73) 姜 曉 原 著, 홍상훈 옮김,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 147쪽. 74) 필자가 확보한 책들에서는 이 내용을 완전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정 에 그친다. 75) 天 步 眞 原 選 擇 部 ; 四 庫 未 收 書 集 刊 編 纂 委 員 會 編, 四 庫 未 收 書 集 刊 別 集 제11책 曆 學 會 通 致 用 十 卷 (북경: 북경출판사, 2000), 502쪽 이하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 선 택당지 의 내용과 일치한다. 76) 天 步 眞 原 選 擇 部 ; 四 庫 未 收 書 集 刊 編 纂 委 員 會 編, 四 庫 未 收 書 集 刊 別 集 제11책 曆 學 會 通 致 用 十 卷 (북경: 북경출판사, 2000), 509~510쪽 참조. 77) 天 步 眞 原 提 要 ( 문연각사고전서 제793책), 647a-b; Shi Yunli, Nikolaus Smogulecki and Xue Fengzuo s Tru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p. 83. 위 문괴( 魏 文 魁 )에 대해서는 阮 元, 疇 人 傳 卷 31 ( 疇 人 傳 彙 編, 世 界 書 局, 1962), 쪽을 참조.

22 22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다. 나아가 목니각과 함께 유럽의 점성술서를 번역하고 점성술에 대해 강론 하면서 이슬람 점성술서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고 술회했다. 78) 따라서 설봉조가 천보진원 에 수록한 천문상종 이나 명 역천문서 로부터 천보진원 에 전재한 내용을 예영계가 다시 중서성요 에 옮겨 적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명역천문서 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점성술서는 원래 명나라 초기 이슬람 역법인 회회력이 번역될 때 함께 번역된 책이다. 명의 홍무제( 洪 武 帝, 재위: 1368~1398)는 1383년 중국인 이충( 李 翀 ), 오백종에게 명하여, 아랍인 천문 학자 해달아, 아답올정( 阿 荅 兀 丁 ), 마사역흑( 馬 沙 亦 黑 ), 마합마 등으로 하여 금 이슬람천문학서와 점성술서를 번역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때 번역된 이 슬람의 점성술서가 명역천문서 혹은 천문보서( 天 文 寶 書 ) 로 알려진 책 이다. 야노 미치오( 矢 野 道 雄 )의 연구에 따르면, 이 번역서의 원서는 쿠샤르 이븐 라반(Kusyar ibn Labban, 중국명 闊 識 牙 耳, 10세기 말~11세기 초에 활 동)의 점성술서이다. 쿠샤르의 책 마드크할(Madkhal) 79) 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점성술서인 테 트라비블로스 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80) 테트라비블로스 는 책명 자체가 4부의 책 이라는 의미인데, 당연하게도 전체가 4권으로 구성되어 있 다. 제1권은 점성술의 전문용어를 다루고, 제2권은 넓은 지역과 다수의 인간 에게 미치는 천변 점성술적 내용, 특히 제12, 14장은 기상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3권과 제4권은 개인점성술에 관한 내용인데, 특히 제3권의 제 11~14장은 사람의 기질과 육체적 정신적 병에 대해 기술하였다. 81) 쿠샤르는 78) 天 步 眞 原 人 命 敍 ( 叢 書 集 成 初 編 제718책, 中 華 書 局, 1985), 2쪽. 嘗 讀 洪 武 癸 亥, 儒 臣 吳 伯 宗 譯 西 法 天 文, 似 稱 稍 備, 而 十 二 宮 分 度 有 參 差 不 等 者, 乃 獨 秘 之, 余 久 求 其 說 而 不 解, 不 知 其 玄 奧 正 在 於 此, 壬 辰 余 來 自 白 下 曁 西 儒 穆 先 生, 閒 居 講 譯 詳 悉 參 求, 益 以 愚 見 得 其 理, 爲 舊 法 所 未 及 者, 有 數 種 焉. 79) 원래의 서명은 al-madkhal fī Ṣinā ʿat Aḥkām al-nujūm 혹은 Mujmal al-uṣūl fī Aḥkām al-nujūm로 불리는데, 야노 미치오( 矢 野 道 雄 )를 따라 마드크할(Madkhal) 로 약칭한다. 80) Micho Yano, Kusyar Ibn Labban s Introduction to Astrology (Tokyo: Institute for the Study of Languages and Cultures of Asia and Africa, 1997), p. vi. 81) 테트라비블로스 에 담긴 내용 전반에 관한 간략한 이해를 위해서는 Lynn Thorndike, A History of Magic and Experimental Science: Vol. I, During the First Thirteen Centuries of Our Era (New York and Londo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23), pp 를 참조.

23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23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의 4부 구성을 따라 그의 책을 네 부분 으로 구성했다. 때문에 이 책의 번역인 명역천문서 는 흔히 천문서사류( 天 文 書 四 類 ) 라고도 불린다. 82) 쿠샤르의 책과 테트라비블로스 를 대조해보 면, 대부분의 장들이 서로 대응하지만, 쿠샤르의 책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책 을 축약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83) 쿠샤르는 서양점성술의 발전에는 그다지 중요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점성술은 대 체로 당시의 점성술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식화된 지식들을 요약하는 정도 이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아부 마사르(Abū Maʿšar)의 책이 라틴어로 번역되 어 널리 알려졌기에, 쿠샤르의 책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 된다. 하지만 쿠샤르가 쓴 점성술서의 아랍어 사본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동( 東 )이슬람 세계에서는 쿠샤르의 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으 로 추정된다. 84) 이 책이 점성술에 관한 간편한 소개서였을 뿐만 아니라 서 술도 요령 있게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야노 미치오의 연구에 따르면, 마드크할 의 첫 번째 부분(제1류)은 점성 술에 쓰이는 전문 용어(technical terms)들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85) 프톨 레마이오스 이후에 발전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용어들이 테트라 비블로스 에 나온 것들이다. 두 번째 부분(제2류)은 하늘이나 지상의 현상으 로부터 점성술적 예측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은 프톨레마이오스 이후에 발전한 것이라 다른 부분보다 테트라비블로스 의 영향이 적다. 대 부분의 내용들이 페르시아나 아랍의 다른 책에서 가져온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 부분(제3류)은 실천적인 점성술에 관한 내용인데, 테트라비블로스 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대체로 테트라비블로스 의 제3권과 제4권에 해당 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 인간의 생애를 분할하여 관장하는 천체와 명운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86) 네 번째 부분은 어떤 일을 할 때 날짜나 시간 82) 藪 內 淸, 增 補 改 訂 中 國 の 天 文 曆 法 ( 東 京 : 平 凡 社, 1990), 235쪽. 明 譯 天 文 書 에 관 한 야부우치의 선구적인 연구가 이 책의 쪽에 있다. 83) Micho Yano, Kusyar Ibn Labban s Introduction to Astrology, p. vii의 일람표를 참조. 84) Micho Yano, Kusyar Ibn Labban s Introduction to Astrology, p. viii. 85) 이하의 서술은 Micho Yano, Kusyar Ibn Labban s Introduction to Astrology, p. viii-ix 를 참조. 86) 明 譯 天 文 書 제3류 제19문 說 人 生 每 一 星 主 幾 年 이 테트라비블로스 의 제4부 10 장에 해당한다. Claudius Ptolemy, trans. by F. E. Robbins, Tetrabiblo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40] 1980), pp

24 24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을 고르는 방법인 선택에 관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테트라비블로스 에 대 응되는 내용이 없다. 명역천문서 의 역자들은 쿠샤르의 마드크할 을 충실히 번역했다고 하 지만, 양자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일치하는 번역은 아니다. 87) 명역 천문서 에 있는 내용 중 마드크할 에 대응하는 내용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장절의 순서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마드크할 에는 있는 내용이 통 째로 삭제되거나 복잡한 수리천문학적 내용이 번역과정에서 빠진 경우도 있 다. 아마도 마드크할 에 없는 내용이 번역과정에서 새로 첨가된 것을 볼 때, 번역자들이 쿠샤르의 책과 함께 다른 점성술서를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 된다. 명역천문서 는 회회력과 함께 명대에는 학자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 하였다. 예수회사들을 통해 유럽의 천문학이 전해지면서부터 이에 대한 관심 이 증가되었는데 88), 설봉조나 매문정이 명역천문서 를 열람하고 이에 대해 서 논의한 것은 관심이 증가된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매문정은, 천문 실용 과 명역천문서 를 비교하여, 천문실용 이 명역천문서 를 기본으로 하면서 새로운 내용 을 첨가한 것이라고 평했다. 89) 이처럼 두 책은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명역천문서 는 천문실용 을 베낀 것 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매문정은 명역천문서 의 서문에 이 책 또한 맞 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나 맞지 않는다고 하여 이 이치를 폐기할 수는 없다 고 하면서, 90) 명역천문서 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91) 나아가 청대의 술수가 들 사이에서는 명역천문서 가 선택에 관한 논의에서 많이 이용되었다. 예 영계의 중서성요 를 비롯하여, 장지미( 章 芝 楣 )의 서법성명총설( 西 法 星 命 87) Micho Yano, Kusyar Ibn Labban s Introduction to Astrology, pp. xix-xxii의 대조일람 표와 이에 대한 서술을 참조. 88) 陳 鷹, 天 文 書 及 回 回 占 星 術, 自 然 科 學 史 硏 究 8-1 (1989), 37-46, 45쪽. 89) 勿 菴 曆 算 書 記 ( 문연각사고전서 795책), 969b. 蓋 今 㤗 西 天 文 實 用, 又 本 此 書 而 加 新 意 也. 不 知 者, 或 謂, 此 即 天 文 實 用, 而 反 謂 囘 回 之 冒 竊 其 書, 豈 不 陋 哉. 90) 勿 菴 曆 算 書 記 ( 문연각사고전서 795책), 969a-b. 此 書 亦 有 不 騐 之 時, 不 可 以 其 不 騐 而 遂 廢 此 理. 동일한 내용을 설봉조도 역학회통 世 界 部 와 西 洋 天 步 眞 原 (일본 靜 嘉 堂 所 藏 本 ) 序 에서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四 部 叢 刊 本 明 譯 天 文 書 나 北 京 天 華 館 간본( 刊 本 ) 天 文 寶 書 의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보이지 않는다. 91) 勿 菴 曆 算 書 記 ( 문연각사고전서 795책), 969b. 書 首 小 序 曰, 此 書 亦 有 不 騐 之 時, 不 可 以 其 不 騐 而 遂 廢 此 理, 其 言 類 有 道 者, 非 術 數 家 所 能 及 也.

25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25 叢 說 ), 요자흥( 姚 子 興 )의 택길회요( 擇 吉 會 要 ), 진송( 陳 松 ) 천문산학찬 요( 天 文 算 學 纂 要 ) 등에서 명역천문서 에서 유래하는 선택과 관련된 내용 이 많이 채록되어 있다고 한다. 92) 명역천문서 와 천보진원 이라는 책을 통해 중국에 전래된 이슬람과 유 럽 점성술은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라는 공통의 연원에서 비롯 된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에 전해진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 해서는 프톨레마이오스에서 쿠샤르와 카르다노에 전달되는 테트라비블로스 의 전승과정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테트라비블로스 의 전 승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 제출된 야마모토 케이지( 山 本 啓 二 )의 연구가 주목된다. 93) 프톨레마이오스는 당시의 점성술을 학문으로 확립하기 위한 근거로 점성술에 그리스 철학을 도입한 최초의 인물이었 다. 94) 그는 사원소설을 도입하여 천체들의 성정을 설명하고, 자연 세계는 인 간과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계의 상태가 인간의 명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는 점을 이론적으로 논증하였다. 95) 나아가 프톨레마이오스는 테트라비블 로스 에서 당시로서는 가장 정밀한 천문학 지식을 구사하며 천체의 위치와 배치상태로 인간의 명운을 파악하는 점성술의 기반 이론들을 정립하였다. 이러한 철학성과 이론적 체계성을 기초로 테트라비블로스 는 그리스 세계 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이미 그리스에서 여러 권의 주석서가 씌어졌다. 이렇게 확립된 명성에 힘입어 7세기에는 시리아어로 된 번역서가 성립하였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8~9세기에 두 차례나 테트라비블로스 의 번 역이 이루어졌고, 여기에 교정과 주석이 더해졌으며, 10세기에는 여러 가지 주석본이나 요약본이 나왔다. 96) 쿠샤르의 점성술서는 이슬람 세계에서 테트 92) 陳 美 東, 中 國 科 學 技 術 史 天 文 學 卷, 566쪽. 93) 山 本 啓 二, 中 世 における テトラビブロス の 伝 承 の 研 究, 京 都 産 業 大 学 総 合 学 術 研 究 所 所 報 5 ( 京 都 産 業 大 学, 2007), 1-7쪽. 94) 山 本 啓 二, 中 世 における テトラビブロス の 伝 承 の 研 究, 2쪽. 95) 그리스 철학의 내용으로 흔히 사원소설이 거론되며, 그 밖에도 프톨레마이오스는 점성 술이 인과관계에 기초한 엄밀한 과학이라는 점을 제1권의 초반부에서 강조하고 있다. Claudius Ptolemy, trans. by J. M. Ashmand, Tetrabiblos or Quadripartite Being Four Books of the Influnence of the Stars, Translated from the Greek Paraphrase of Proclus (Bel Air: Astrology Center of America, [1822] (2002), Book One, Chapter I~IV, pp. 1-14; Thorndike, A History of Magic and Experimental Science, pp 참조. 96) 山 本 啓 二, 앞의 논문, 6쪽에서 그리스어 원전으로부터 아라비아어 번역, 그리고 라틴

26 26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라비블로스 에 대한 번역, 교정, 주석, 요약 등이 이루어졌던 시기에 저술된 것으로 테트라비블로스 에 대한 요약과 함께 새로 성립된 이슬람천문학의 이론들을 점성술에 첨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 세계에서는 1138년 티볼리의 플라토(Plato of Tivoli, Plato Tiburtinus) 에 의해 처음으로 아라비아어로부터 라틴어 번역본이 만들어졌다. 13세기에 는, 아라비아어 전문( 全 文 ) 주석본이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이후 몇 개의 라 틴어 번역본이 만들어졌고, 1484년에는 첫 번째 출판본이 만들어졌다. 때마 침 유럽에서 발명된 인쇄술 덕분에 15세기에 베네치아에서 출판되기에 이르 렀다. 카르다노가 손에 넣었을 테트라비블로스 는 아라비아어로부터 번역 된 라틴어본이거나 때마침 유럽에서 출판된 라틴어 주석본이었을 것으로 생 각된다. 97) 이상에서 본 것처럼, 예영계가 설봉조의 책에서 초록하고 있는 호로스코 프 점성술은 17세기 초에 한역된 유럽의 점성술과 14세기 말에 한역된 이슬 람의 점성술이었다. 17세기 초에 한역된 유럽의 점성술은 16세기의 것이지 만, 이것은 다시 프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 그 지식의 연원을 두고 있다. 명역천문서 와 천문상종 또한 10세기말~11세기 초에 성립한 쿠샤르의 점성술서를 번역하여 성립하였지만, 쿠샤르의 점성술서는 다시 프 톨레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 연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설봉조는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서로 다른 시기에 중국에 전래된 유럽의 점성술과 이슬람 점성술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둘을 자신의 책에 함께 편집해놓음 으로써, 본래는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다른 경로로 중국에 유입된 그리스의 점성술을 다시 하나로 통합한 셈이다. 설봉조는 이 두 가지 점성술이 프톨레 마이오스의 테트라비블로스 라는 공통의 연원을 갖는다는 점을 알지 못했 지만, 이 둘의 체계가 동일하다는 점은 인식했던 것이다. 설봉조에서 합류한 이슬람과 유럽의 점성술은 19세기 초의 예영계에게 전해졌고, 이것이 다시 19세기 중반 조선의 남병철에게 전달된 것이다. 어 번역에 이르는 테트라비블로스 의 전승 계통도를 볼 수 있다. 97) Standaert, European Astrology in Early Qing China, p. 54.

27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성요 의 구성과 성점( 星 占 )의 원리 성요 는 권차의 구분이 없지만, 전체의 내용으로 볼 때,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주로 성반이라 부르는 변형 아스트로라브 에 대한 내용인데, 이 기구는 천체의 위치를 호로스코프의 12위에 배당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부분은 예영계의 중서성요 의 서법명반도설 의 내용과 관련이 깊지만, 남병철은 혼개통헌도설 을 참고하여 성반의 제작법과 사용 법에 대해 예영계와 달리 독자적인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성요 에서 남병 철의 독창성은 이 전반부에서만 볼 수 있다. 성요 의 후반부는 예영계의 중 서성요 가운데 천문관규 에 있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재한 것이다. 후반 부의 내용은 황도 12궁과 천체들의 성정, 권능, 그리고 천체들의 위치와 배 치상태에 따른 점성술적 의미 등에 관한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호로스코프 점성술의 핵심 이론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남병철이 참고문헌과 다른 독자 적인 서술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성요 는 전체적으로 볼 때, 전반부의 내용에 따라 성점을 치려는 의뢰자가 탄생한 시각에 천체들의 위치를 알아 내서, 이를 호로스코프 위에 나타낸 다음, 이 호로스코프를 가지고 후반부에 제시된 이론에 따라 해석하여 의뢰자의 명운을 점칠 수 있게 해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성요 의 서두에 있는 태양평장단삼규태음오행남위권도설( 太 陽 平 長 短 三 規 太 陰 五 星 南 緯 圈 圖 說 ) 은 성반을 제작할 때 지반( 地 盤 )에 가장 먼저 갖 추어야 할 평규(적도권), 장규(북회귀선), 단규(남회귀선), 그리고 남위권( 南 緯 圈, 남쪽한계선)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였다. 지반은 보통의 아스트 로라브에서는 관측자의 위치에서 본 좌표계가 되며, 여기에 황도 12궁과 주 요별이 표시된 천반( 天 盤 )과 측정자를 겹쳐놓는다. 그런 다음 천반과 측정자 를 회전시키면서 관측지를 기준으로 하여 천체들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이곳의 서술은 대체로 중서성요 를 참고하기는 하지만, 98) 성요 에서 23.5 도로 주어진 황도경사각의 값을 27도 27분으로 주어 더 정밀하게 했고, 서 술 또한 중서성요 보다 훨씬 명료하다. 또한 맨 바깥쪽 원의 바깥으로 남위 가 7도 남짓 더 내려간 남위권을 두게 한 점이 특이하다. 이 원은 북극으로 부터 잰 남위 130도 27분까지의 범위까지 포괄하게 되는데, 천체의 궤도가 98) 中 西 星 要, 45-52쪽.

28 28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단규를 벗어나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달과 행성들의 위치를 확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99) 적도위도척도도설( 赤 道 緯 度 尺 度 圖 說 ) 에서는 위도를 재는 눈금자를 만 드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 부분은 중서성요 의 서술을 따르지 않고, 혼개통헌도설 의 원리에 기초하여 남병철 자신이 독자적으로 서술한 것이 다. 태양황도규도설( 太 陽 黃 道 規 圖 說 ) 에서는 성반의 천반에 있는 황도권 을 그리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보통의 아스트로라브에서는 천반에 황도 권과 주요별의 위치가 함께 표시되지만, 성반에서는 아스트로라브의 천반에 서 주요별의 위치를 제거하고, 황도권만을 설치한다. 남병철은 중서성요 의 해당 부분은 거의 따르지 않고 혼개통헌도설 에 의지하여 이 부분을 서 술하였다. 시반귤양곡선도설( 時 盤 橘 瓤 曲 線 圖 說 ) 에서는 성반에 12위의 기 준이 되는 방사형의 12위 곡선을 그리는 방법을 서술하였다. 이 방사형 12 위 곡선의 중심은 자오선 상에서 북극으로부터 위도만큼 떨어진 지점이 되 는데, 이것은 바로 관측자에게는 지평선의 북쪽 한계가 된다. 100) 이 지점을 중심으로 천구는 방사형의 12개 공간으로 나뉘고, 이것이 점성술을 시행할 때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12위가 된다(그림1). 그리고 이 12위 가운데 동쪽 지평선에서 막 떠오르려는 위치에 있는 제1위가 명운을 판단하는 가장 핵심 지표인 명궁이 된다. 101) 이 명궁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다른 위들이 정 해지는데, 제1위 명궁, 제2위 재백( 財 帛 ), 제3위 형제( 兄 弟 ), 제4위 전택( 田 宅 ), 제5위 남녀( 男 女 ), 제6위 노복( 奴 僕 ), 제7위 처첩( 妻 妾 ), 제8위 질액( 疾 厄 ), 제9위 천이( 遷 移 ), 제10위 관록( 官 祿 ), 제11위 복덕( 福 德 ), 제12위 상모 99) 星 要, 2쪽; 中 西 星 要, 52쪽. 예영계는 성반( 星 盤 )에 남위권( 南 緯 圈 )이 필요하다는 것만을 간단히 서술하였으나, 남병철은, 달과 행성이 궤도상에서 움직일 때, 위치에 따른 위도의 변화 양상과 함께 궤도의 남쪽 한계가 어느 위치에서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인 각도를 들어서 설명하였다. 100) 星 要, 8쪽. 101) 위( 位 )는 그리스어로는 토파스(tόpos, 장소)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보통 house로 번역 한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는 영어를 직역하여 집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8세기에 인도를 통해 전래된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한역( 漢 譯 )할 때 궁( 宮 )과 위( 位 )가 모두 사용 되었지만, 명역천문서 나 천보진원 에서는 궁( 宮 )으로 번역하였다. 中 西 星 要 와 星 要 에서도 모두 궁( 宮 )으로 표기하였지만, 본 논문에서는 황도12궁( 宮 )과 혼동할 우려가 있으므로 위( 位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12위( 位 )에 대해서는 야노 미치오 저, 전용훈 역, 밀교점성술과 수요경 (동국대출판부, 2010), 55-58쪽 참조.

29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29 ( 相 貌 )이다. 각 위들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열두 가지 국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십이궁귤양곡선변위삼각도( 十 二 宮 橘 瓤 曲 線 變 爲 三 角 圖 ) 는 성반 위의 12 위를 호로스코프로 옮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상하가 긴 직사각형의 가운데에 다시 작은 직사각형을 두고, 이 두 직사각형 사이 공간을 12개의 삼각형으로 분할하여 왼쪽 중앙의 삼각형에 제1위를 두고 반시계 방향으로 12위를 배당 한다(그림2). 중앙의 빈 사각형 안에는 의뢰자의 생년월시를 쓴다. 삼점합원 법( 三 點 合 圜 法 ) 은, 성반 위에서 12위 곡선을 그릴 때 적용하는, 세 점을 지 나는 원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중서성요 에는 이 내용이 없으나, 남병철은 혼개통헌도설 에서 이 내용을 채록하였다. 102) 그림 1. 성반( 星 盤 )의 12위선 그림 2. 호로스코프와 12위 성반용법( 星 盤 用 法 ) 은 성반을 사용하여 호로스코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남병철은 예영계의 서술에 의지하면서도 필요한 정보 들을 추가하여 보다 이해하기가 쉽게 하였다. 103) 성점을 칠 때는, 먼저 의뢰 102) 渾 蓋 通 憲 圖 說 ( 문연각사고전서 789책), 874c-875b. 103) 星 要, 12-14쪽.

30 30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자가 탄생한 날짜에 위치한 태양의 황도경도를 알아내, 위도척으로 황도경 도를 지시하게 한다. 그러면 태양이 황도 12궁의 어디에 있고, 또 그 궁도 내에서 각도는 얼마인지가 표시된다. 이제 위도척과 황도권을 함께 돌려서 탄생시각의 위치에 맞춘다. 이제 성반 위에서 탄생시각에 태양과 황도 12궁 이 12위의 어디에 해당하며, 각 위의 기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읽 어낼 수 있다. 이 수치를 호로스코프의 해당 위에 기입한다. 다음으로 달과 오행성의 위치도 같은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주의할 것은 태양과 달리 달과 오행성은 황도경도와 위도 값을 모두 고려하여 12위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위도척이 필요하다. 먼저 달과 오행성의 위치표에 해당하는 칠정력( 七 政 曆 )을 찾아서 각 천체가 황도 12궁 중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결 정한다. 다시 위도가 남북으로 얼마인지를 보고 성반 위에서 위도척으로 그 위치를 확정한다. 성반 위에서 달과 오행성이 위치가 결정되면, 이 위치가 12위의 어디에 해당하며, 각 위의 기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읽어 내서, 호로스코프의 해당 위에 옮겨 적는다. 이렇게 하여 의뢰자의 호로스코 프가 완성되면, 제1위인 명궁을 중심으로 하여 먼저 길성( 吉 星 )인 금성과 목 성이 어느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서 명운을 판단한다(그림3). 보다 자세하게 명운을 판단하는 원칙과 이론은 바로 성요 의 후반부에서 제시된 것을 따르면 된다. 점성술사의 능력은 점성술 이론을 적용하여 호로스코프 를 해석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성요 의 후반부는 바로 호로스코프 해석에 적용될 점성술의 기본이론을 담고 있다. 사원소설의 철학적 원리에 따라 일월오성에 배당된 한열조습( 寒 熱 燥 濕 )과 선( 善 )/불선( 不 善 ), 천체의 위치(근지점과 원지점)에 따른 성질, 둘 이상의 천체들이 같은 위치에 있을 때의 선악과 길흉 등이 다루어진다. 천체들의 배치관계도 중요한데, 90도나 180도 간격으로 배치된 경우는 흉하 고, 60도나 120도 간격은 길하다. 황도 12궁은 사원소설에 의해 정해진 성정 ( 性 情 )과 주관하는 계절이 각각 다르며, 전궁에 속하는 백양( 白 羊 ), 천칭( 天 秤 ), 거해( 巨 蟹 ), 마갈( 磨 羯 )은 일의 시작을 주관하고, 정궁에 속하는 금우 ( 金 牛 ), 사자( 獅 子 ), 천갈( 天 蝎 ), 보병( 寶 甁 )은 일의 안정을 주관하며, 이체궁 에 속하는 음양( 陰 陽 ), 쌍녀( 雙 女 ), 인마( 人 馬 ), 쌍어( 雙 魚 )는 일의 변화를 주 관한다. 천체가 황도 12궁의 특정한 위치에 들어갔을 때 힘의 강약이 달라 지며, 하나의 궁 안에서도 각도에 따라 길흉이 달라지기도 한다. 천체들의

31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31 위치로 날씨의 예측하는 방법, 항성의 밝기와 색깔에 따른 성정 등도 논의되 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성요 의 후반부는 테트라비블로스 에서 이슬 람과 유럽의 점성술서에 전해진, 그리고 이들이 각각 명역천문서 와 천보 진원 으로 번역되어 예영계의 중서성요 에 수록된, 호로스코프 점성술의 이론적인 내용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그림 3. 천보진원 에 실린 카르다노의 호로스코프 7. 맺음말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필사본 성요 는 19세기 조선에서 가장 수준 높은 천문학 지식을 지니고 있던 남병철의 저작임이 거의 확실하다. 또한 이 책이 한국사에서는 거의 유래가 없는 서양식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담고 있 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남병철이 성요 에 수록하고 있는 호로스코프 점성 술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19세기 초 중국인 술수가인 예영계의 중서성요 에서 채록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예영계가 서술한 점성술 지식은 17세

32 32 한국과학사학회지 제34권 제1호 (2012) 기 폴란드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인 목니각과 중국인 학자 설봉조가 협력하 여 저술한 천보진원 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나아가 천보진원 에 수록된 호로스코프 점성술 또한 10세기 말~11세기 초 이슬람의 점성술서와 16세기 중엽의 유럽에서 출간된 점성술서에서 유래한다. 천보진원 에 들어있던 유 럽의 점성술은 카르다노와 같은 16세기 유럽의 점성술사들이 프톨레마이오 스의 테트라비블로스 에 주석을 붙여 만든 텍스트에서 유래한다. 또한 이 슬람의 점성술은 쿠샤르의 점성술서 마드크할 을 한역하여 성립한 명역 천문서 와 천문상종 에서 유래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슬람의 점성술과 유 럽의 점성술은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저술한 테트라비블로스 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이슬람과 유럽이라는 두 가지 다른 경로를 통해 중 국에 들어온 호로스코프 점성술은 천보진원 에서 만났고, 이것이 다시 예 영계의 중서성요 에 이어지게 되었다. 남병철은 예영계의 중서성요 를 통 해 조선에서는 전례가 없던 호로스코프 점성술을 접하게 되었고, 천문학과 관측기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성요 라는 책을 저술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서 2세기 사이에 발달했던 바빌로니아의 점성술은 서양점 성술의 원류로 알려져 있다. 이 바빌로니아 점성술은 인도에 전해져 늦어도 5세기 후반에는 바빌로니아계 점성술 요소와 인도 토착의 점성술 요소가 결 합한 점성술이 성립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스적 요소가 가미된 인도의 점 성술이 중국에 전해진 사례는 759년 불공( 不 空, 705~774)의 수요경( 宿 曜 經 ) 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수요경 에 등장하는 황도 12궁은, 인도에서 사 소한 변형을 거치기는 했지만, 중국에 전해진 최초의 서양식 황도 12궁이다. 또한 칠요양재결( 七 曜 攘 災 決 ) (8세기 말~9세기 초)에서는 성점을 치기 위 해 천체들의 위치를 추산하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당대( 唐 代 ) 에 서양식 점성술이 크게 유행한 것으로 생각되며, 일본에서도 헤이안( 平 安 ) 시대에는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기 한반도의 신라( 新 羅 )나 고려( 高 麗 )에서 수요경 이나 칠요양재결 에 담긴 서양점성술이 행해졌다 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설봉조의 천보진원 이나 예 영계의 중서성요, 그리고 남병철의 성요 에는 수요경 에서 유래된 호로 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성요 에 담긴 지식의 특징으로 보건대, 남병철은 성요 를 술수학 이론

33 서양 점성술 문헌의 조선전래 33 을 망라하는 책으로보다는 호로스코프 점성술만을 다룬 책으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 남병철은 예영계의 중서성요 에서 선택법 같은 전통적 술수학의 내용을 배제한 채, 오로지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관한 것만을 채록하였다. 이 런 지식이 19세기 초반 조선의 유가 지식인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에 대해 서는 향후의 연구과제로 삼기로 하고, 지금으로서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이 19세기 초반 조선지식인의 관심을 끈 새로운 방식의 술수학 지식이 아니었 을까하는 짐작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34 The Introduction of Horoscopic Astrology in Korea JUN Yong Hoon (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Abstract. In this paper, I argue that Seong-yo 星 要 (Essence of Stars), a manuscript kept in the National Library of Korea, was written by Nam Byeong-cheol ( 南 秉 哲, 1817~1863) and that it is likely to be the only book in pre-modern Korea dealing with Western horoscopic astrology. Nam reproduced the contents from Zhongxi xingyao 中 西 星 要 (Essence of Stars in China and West) by Ni Ronggui ( 倪 榮 桂, 1755~?), who was a fortune-teller in the late 18th century China. Ni Ronggui extracted his contents from Tianbu zhenyuan 天 歩 真 原 (Th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which had been written cooperatively by Jesuit missionary Nikolaus Smolglecki (Mu Nige 穆 尼 閣, 1610~1656) and Xue Fengzuo ( 薛 鳳 祚, 1600~1680), a Chinese scholar. Western horoscopic astrology of Tianbu zhenyuan originated from the earlier books of Islamic and European one, which had started from Claudius Ptolemy's (ca. 2C.) Tetrabiblos. Therefore we can conclude that horoscopic astrology in Seongyo originated from the Greek astrology, which was approximately 1,700 years old at the time of Seongyo s publication. Key words. Seong-yo 星 要 (Essence of Stars), Zhongxi Xingyao 中 西 星 要 (Essence of Stars in China and West), Tianbu Zhenyuan 天 歩 真 原 (The Principles of the Pacing of the Heavens), horoscope, horoscopic astrology, Tetrabiblos (Four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