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50 호 (2015 년 12 월 ) Korean Law & Society Association, Vol. 50, 2015. 12. pp. 287-336 일 반 논 단 혐오표현의규제 1) : 표현의자유와소수자보호를위한규제대안의모색 * ** 홍성수 *** 국문초록 본논문은혐오표현의여러해악을고려할때, 어떤방식으로든개입이불가피하다는입장을취한다. 하지만그규제의방향은혐오표현을단순히 금지 하는것이아니라, 표현의자유를 증진 하는것에초점이맞춰져야한다고주장한다. 혐오표현의제한은소수자가진정한표현의자유를누릴수있게한다는조건하에서만정당화될수있다는것이다. 이렇게접근할때, ( 혐오 ) 표현의자유에대한권리 vs. ( 소수자의 ) 혐오표현으로부터자유로울권리 ( 평등 ) 의충돌이라는딜레마에서빠져나올수있고, 사상의시장에서 더많은표현 으로문제를해결한다는원칙도고수될수있다. 이를위한규제대안은혐오표현을 차별 의일종으로보고차별금지법에의한차별구제가혐오표현규제를주도하는것이다. 이것은소수자와시민사회의더많은표현의자유를통한해법에더욱친화적이며부작용이상대적으로덜한 개입 이라고할수있다. 이때형사범죄화가반드시필요한지는의문이며, 굳이형사범죄화를한다면그적용 * 이논문은 2011 년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연구되었음 (NRF-2011-332-B00507). ** 이논문은 < 차별의표현, 표현의차별 : 혐오에대한규제와표현의자유 토론회 >( 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ㆍ차별금지법제정연대공동주최, 민주노총교육원, 2013.7.18.), < 대법원ㆍ법무부국제인권법연구회공동학술대회 >( 대법원, 2013.10.12.), < 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라운드테이블 >( 한양대학교 HK 트랜스내셔널인문학사업단ㆍ비교역사문화연구소공동주최, 2015.2.6.), < 인권법학회월례발표회 >(2015.3.18.) 등에서발표된것을수정ㆍ보완한것이다. *** 洪誠秀 : 숙명여자대학교법학부교수.
288 일반논단 범위를적절히좁혀서남용가능성을최소화해야할것이다. 문제해결을위한가장근본적인해법인형성적조치에서도차별시정기구는중요한역할을맡는다. 차별시정기구는차별구제를담당하고각종형성적조치까지지휘하는컨트롤타워의역할을맡는것이다. 이러한본논문의규제대안을 차별시정기구가주도하는다층적규제 라고부를수있다. 색인어 : 혐오표현, 표현의자유, 평등, 증오선동, 소수자, 차별, 차별시정기구 Ⅰ. 들어가며 : 표현의자유를둘러싼새로운전선 한국사회에서 표현의자유 문제가본격적으로화두가된것은비교적최근의 일이다. 이명박정부출범이후, 표현의자유와관련된여러문제들, 예컨대, 촛불시위, 국가의대시민소송, 인터넷행정심의강화, 교사ㆍ공무원시국선언, 공직선거시허위사실유포, 게임ㆍ가요에대한심의등의문제가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비로소 표현의자유 가독자적인의제로대두되었다. 정부의 억압적조치도문제였지만, 시민들의민주적참여가활발해진것도중요한배경이 었다. 2011 년에는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등주요인권ㆍ시민사회단체들이참여한 표현의자유를 위한연대 가결성되었다. 이연대체는 1 년넘게내부토론, 공개토론회, 언론ㆍ홍보 활동등을활발히벌인끝에, 2012 년 500 쪽이넘는분량의 < 표현의자유를위한 정책제안 > 보고서를발간했다. 1) 이보고서에는국가보안법, 명예훼손죄ㆍ모욕죄, 청소년보호와매체심의, 방송, 인터넷, 영화, 공직선거법등 23 개분야에걸쳐, 표현의자유를옹호하는입장에근거한입법ㆍ정책과제가제시되어있다. 표현의 자유 가얼마나포괄적이면서도독립적인의제인지를잘보여주는한장면이었다. 2013 년부터는또다른상황이전개되었다. 그동안표현의자유를옹호하는 입장에섰던범진보진영에서표현의자유를 제한 하자는목소리가나왔기때문이 다. 5 ㆍ 18 민주화운동, 호남, 여성, 외국인에대한혐오표현게시물이유통되는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 ( 일베 ) 를규제해야한다는것이었다. 문제는표현의 1) 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 표현의자유를위한정책제안, 2012 (http:// 표현의자유 /fox.pdf, 2015 년 11 월 18 일최종방문 ) 참조. ( 이하모든인터넷참고자료는 2015 년 11 월 18 일최종방문임 )
혐오표현의규제 289 자유를금과옥조처럼여겼던쪽에서기존의입장을뒤집은듯한모양새가되었다는점이다. 사상의시장에맡겨야한다 거나, 명백하고임박한위험이있을때만국가개입이허용된다 는등의기존주장들이, 일베와같은사회악에는적용되지않는것처럼보였다. 게다가그동안비판의대상이었던여러억압적규제장치들, 예컨대, 형법상명예훼손죄 모욕죄, 행정심의등을동원해서일베를척결하자고나선것도의아한일이었다. 이제 표현의자유 가진보를상징하고, 표현의자유에대한규제 가보수를상징하는시대는저문것으로보인다. 반드시부정적인것만은아니다. 표현의자유가정파적이해관계를넘어사회의보편가치로자리잡아가는과정일수도있기때문이다. 진영논리를넘어표현의자유의한계에대해서합의하고, 국가개입의위협없이자유롭게각자의주장을펼칠수있도록보장하는 대타협 을위한마지막진통일수도있다는얘기다. 하지만실제로는 자기편의자유 는보장하고, 상대편의자유 는제한하자는방향으로논의가흘러가고있다. 이렇게되면표현의자유가확대되는것이아니라, 오히려전반적으로축소되는방향으로귀결될수밖에없다. 이러한상황에서표현의자유에관한논의를심화하고적절한규제대안을찾아보는것이더욱중요한과제로떠올랐다. 특히 혐오표현 의문제가핵심이다. 표현의자유를옹호했던쪽에서새로운규제대상으로지목한것들은대개혐오표현으로수렴되기때문이다. 혐오표현이규제되어야하는이유에대한충분한논의와합의가더욱필요해진것이다. 해외사례에서보듯이표현에대한제한은언제나남용가능성에직면한다. 분명한입장과원칙을견지하지않으면, 표현의자유의위축으로귀결될우려가있다는것이다. 이론적인논의와더불어, 실제규제도구에대한면밀한검토도필요하다. 어떤규제수단을어떻게활용하는가에따라혐오표현과표현의자유의충돌이격화될수도있고해소될수있기때문이다. 이논문은이러한문제들을전반적으로검토하면서적절한규제대안을모색해보는것을목적으로삼고있다. 이를위해, 아래에서는먼저혐오표현의의의를고찰한후 (II), 혐오표현규제에대한찬반양론과 (III), 혐오표현을규제하는여러방법들에대해살펴본뒤 (IV), 혐오표현규제를위한원칙을점검할것이다 (V). 그리고결론적으로혐오표현의규제대안을제시하고 (VI), 후속과제를검토하는것으로
290 일반논단 마무리해보려고한다 (VII). Ⅱ. 혐오표현이란무엇인가? 1. 혐오표현의개념 혐오표현 (hate speech) 2) 의개념에대해서는국제사회의보편적합의가있다고 보기어렵고, 학계에서의의견도각양각색이다. 개별국가의법률상개념도일치하 지않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혐오표현은대체로다음과같은구성요소를가진 것으로이해된다. 먼저혐오표현은소수자집단에대한혐오에근거한다. 여기서 혐오는일시적이고개인적인감정이아니라, 소수자집단에대한극단적으로부정 적인관념이나감정을뜻하는것으로서, 특정한이데올로기, 예컨대인종주의, 호모포비아, 제노포비아, 자민족중심주의, 반유대주의, 백인우월주의, 성차별주의 등에뿌리를두고있다. 둘째, 혐오표현의대상은소수자와일반청중들이다. 직접적 인대상은소수자다. 소수자집단자체를대상으로할수도있고, 소수자집단의 개별구성원들이대상이될수도있다. 여기서소수자 (minorities) 또는소수자 집단 (minority group) 이란숫자나실질적인정치ㆍ사회적권력이열세이면서공통 의정체성을가진집단을뜻한다. 개별국가의차별금지법 ( 평등법 ) 은일반적으로 성, 인종, 민족, 성적지향, 장애, 연령등의속성을가진집단을소수자로보고 있다. 일반청중들도혐오표현의대상이된다. 시민들에게소수자에대한차별과 폭력을부추기는것은혐오표현의또다른중요한측면이다. 셋째, 혐오표현의 행위는소수자에대한차별을공공연하게드러내는것이다. 단순히부정적인 2) 그동안 hate speech 의번역어로 혐오표현, 증오언론, 증오연설, 증오적표현, ( 공격적 ) 혐오발언, 증오표현행위, 적의적표현행위, 혐오언론 등이제시되어왔는데 ( 이하에서인용되는국내문헌들참조 ), 본논문에서는 혐오표현 을택했다. 먼저 hate speech 의개념을넓게정의해야한다는취지에서, hate 를차별적인의견이나신념까지포괄할수있는 혐오 라고옮겼다. 비법학분야에서도 hate 를혐오라고옮기는것이일반적인것으로보인다. 증오 는소수자집단에대한 격앙되고불합리한비난, 적의, 혐오의감정 을뜻하는 hatred 의번역어로더적절하다고보여진다 (hatred 의의미는 Article 19, The Camden Principles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Equality, 2009, 원칙 12.1 참조 ). 한국어, 증오 에도이러한격렬한감정의의미가담겨있기때문이다. 한편, speech 는의견이나사상을표출하는모든종류의행위 ( 출판, 유포, 예술, 상징물게시등 ) 을뜻하기때문에, 언론, 발언, 연설 보다는 표현 이라고옮기는것이적절하다고본다.
혐오표현의규제 291 의견을표시하는것부터시작해서, 소수자를모욕ㆍ조롱ㆍ위협하거나, 청중들에 게소수자에대한차별ㆍ적대ㆍ폭력을정당화하거나고취ㆍ선동하는것등이 혐오표현의범주에포함된다. 2. 혐오표현에대한국제규범 혐오표현에대한국제적논의는상당한수준까지진척되었다. 3) 혐오표현에 대한근거는 < 세계인권선언 > 의 7 조차별금지와 < 비엔나선언및행동계획 > 8 절 차별금지조항등에도있지만, 국제조약상의근거는무엇보다 <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관한국제규약 >( 이하 자유권규약 ) 20 조 2 항의 차별, 적의또는폭력을 선동하는민족적, 인종적또는종교적증오의고취, < 모든형태의인종차별철폐에 관한국제협약 >( 이하 인종차별철폐협약 ) 4 조의 인종적우월성이나증오, 인종 차별에대한고무에근거한모든관념의보급그리고피부나종족의기원이 다른인종또는인간집단에대한폭력행위또는그런행위에대한고무 라는 구절에서찾을수있다. 지역차원에서도의미있는진전이있었다. < 미주인권협약 >(Americ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의 13 조 5 항에는혐오표현을처벌해야한다는명문규 정이있고, 유럽의경우에는유럽인권재판소 (ECtHR) 가 < 유럽인권협 약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14 조차별금지조항의해석을통해서 혐오표현의금지를정당화하는판례를여러차례내놓은바있다. 그외에도 유럽은유럽의회, 유럽이사회, 유럽인종주의ㆍ관용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against Racism and Intolerance), 베니스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for democracy through Law, Venice Commission) 등의기관들이권고나결의문을 통해혐오표현에관한입장을확고히해왔다. 4) 3) 국제규범상의근거에대해서는이주영, 혐오표현에대한국제인권법적고찰 : 증오선동을중심으로, 국제법학회논총 138, 2015; 김지혜, 차별선동의규제 : 혐오표현에관한국제법적ㆍ비교법적검토를중심으로, 법조 64(9), 2015; I. Hare, Extreme Speech under International and Regional Human Rights Standards, in I. Hare and J. Weinstein (ed), Extreme Speech and Democracy, OUP, 2010; T. Mendel, Does International Law Provide for Consistent Rules on Hate Speech, in M. Herz and P. Molnar (ed), The Content and Context of Hate Speech: Rethinking Regulation and Respons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등참조. 4) 그중특히중요한문서로는 Council of Europe Committee of Ministers, Recommendation No. R(97)20 0f the Committee of Ministers to Member States on Hate Speech, 30 October 1997;
292 일반논단 3. 세계각국의입법례 혐오표현금지법을도입한국가들도적지않다. 유럽국가들이대부분이지만, 미주지역과다른지역의국가들에서도찾아볼수있다. 규율방법과범위는각각다르지만어떤식으로든혐오표현에대한형사처벌조항을두고있는나라로는유럽의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벨기에, 불가리아, 프랑스, 핀란드, 그리스, 헝가리, 체코, 덴마크,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 슬로베니아, 미주지역의브라질,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그외의지역의뉴질랜드,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호주 ( 일부주 ) 등이있다. 5) Ⅲ. 혐오표현규제에대한논쟁 혐오표현의규제필요성에대한공감대가확산되고있긴하지만, 혐오표현 규제에대한찬반양론은여전히뜨겁다. 학계에서는이를 유럽식모델 과 미국식 모델 로양분하는것이일반화되어있는데, 전자를 광범위규제 (extensive regulation), 후자를 최소규제 (minimal regulation) 라고부르기도한다. 6) 유럽식 모델이형법등강제수단을동원해서혐오표현을금지하는것을통칭한다면, 미국식모델은금지가아닌다른방법, 즉비국가적ㆍ형성적조치를통해혐오표현 에대처해야한다는입장을말한다. 혐오표현규제가다변화되고국가별사례도 다양해서이렇게양분하는것이적절치않은경우도있지만, 아래에서는편의상 각각 규제옹호론 과 규제반대론 으로나눠논쟁을검토해보도록하겠다. 여기서 Council of Europe, Addi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Cybercrime concerning the Criminalisation of Acts of a Racist and Xenophobic Nature Committed through Computer Systems, ETS No. 189, 2003.1.28.; Council Framework Decision on Combating Certain Forms and Expressions of Racism and Xenophobia by Means of Criminal Law 2008/913/JHA, 28 November 2008 등이있다. 5) Article 19, Responding to Hate Speech Against LGBTI People (Policy Brief), 2013, Annex: Domestic Prohibitions of Hate Speech; 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FRA), Hate Speech and Hate Crimes against LGBT Persons (http://fra.europa.eu/sites/default/files/fra_ uploads/1226-factsheet-homophobia-hate-speech-crime_en.pdf) 참조. 6) 대표적으로 M. Haraszti, Foreword: Hate Speech and the Coming Death of the International Standard before it was Born,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xiii 면이하참조.
혐오표현의규제 293 규제반대론이혐오표현을옹호하는것이아님에유의할필요가있다. 규제반대론은 혐오표현이표현의자유의보호를받는다 (protected speech) 고주장하지만, 혐오표현을비강제적수단으로대처하는것에는오히려적극적이며, 다만 혐오표현금지 를통한해법에반대하는것이다. 7) 1. 혐오표현규제옹호론의근거 1) 소수자와사회에대한해악혐오표현규제옹호론은무엇보다혐오표현의 해악 (harm) 을심각하게본다. 혐오표현규제론의대표적인학자인월드론도그해악에주목한다. 혐오표현이한사회의동등한구성원으로서의존엄한삶을파괴하고, 다양한정체성을가진구성원들이함께살아가야한다는 공공선 (public good) 을붕괴시킨다는것이다. 8) 특히, 소수자의심리적해악에대해서는다양한이론적ㆍ경험적연구가진행되어왔다. 이에따르면, 혐오표현에노출된소수자들이편견, 공포, 모욕감, 긴장, 자신감ㆍ자부심상실, 자책등으로고통받고, 자살로이어지는경우까지있다고한다. 9) 이러한정신적고통은소수자들을사회에서배제하고침묵을강요함으로써, 학교나직장등에서의자기계발및사회참여를어렵게만든다는점에서더욱해악적이다. 더나아가차별적편견이권력욕이나경제적궁핍, 사회불만등과결합되어사회문제들을소수자에게전가하고희생양을만들기도하고, 혐오이데올로기가후대에전승되어사회에뿌리박히고혐오조직의결성으로이어지기도한다. 10) 요컨대, 혐오표현은소수자들의정상적인삶을파괴하는 영혼의살인 인 7) 물론, 혐오표현과차별이법적규제대상이아님은물론이고그자체로문제될것이없다는입장 ( 예 : 반유대주의, 인종ㆍ동성애혐오주의등 ) 도있겠지만본논문에서는다루지않는다. 8) J. Waldron, The Harm in Hate Speech, Harvard University Press, 2012, 4-5 면. 9) 이에대한개관은 J. F. Dovidio et al., Prejudice, Stereotyping and Discrimination: Theoretical and Empirical Overview, in J. F. Dovidio et al. (ed), The Sage Handbook of Prejudice, Stereotyping and Discrimination, Sage Publications Ltd, 2013, 3-28 면참조. 그외에도 H. J. Ehrlich et al., The Traumatic Impact of Ethnoviolence, in A. Lederer and R. Delgado (ed), The Price We Pay: The Case against Racist Speech, Hate Propaganda, and Pornography, Hilland Wang, 1995, 62-79 면참조 ; 한국에서성소수자에대한혐오포현의해악을조사ㆍ연구한것으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2014 한국 LGBTI 커뮤니티사회적욕구조사, 2014; 이호림, 소수자스트레스가한국성소수자 (LGB) 의정신건강에미치는영향, 서울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5; 국가인권위원회,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에따른차별실태조사, 연구수행기관 : 재단법인공익인권법재단공감, 2014 년도연구용역보고서, 2015 등참조.
294 일반논단 것이다. 11) 혐오표현은직접지칭된소수자개인뿐만아니라, 그소수자가속한집단전체에대해서도해악을끼친다. 12) 그래서혐오표현은기본적으로 집단명예훼손 (group defamation) 의성격을가지고있다고해석되기도한다. 13) 일반적인모욕이나명예훼손의해악이개인이나특정집단에게한정되는것과는달리, 혐오표현은지칭된소수자집단전체에작용한다는점에서그해악의파급효가더크다고할수있다. 혐오표현의영향은소수자뿐만아니라다른청중들에게도영향을미친다. 혐오표현은청중들로하여금차별과편견을당연한것으로여기게하고차별에동참하게만든다. 그리고이것은다시소수자에대한고립, 차별, 적대, 폭력을강화하는것으로이어진다. 이때문에혐오표현의여러유형중, 다른사람에게직접영향을미치는 고취ㆍ선동 이더심각한해악을초래하는것으로간주되기도한다. 14) 2) 차별과폭력으로이어질위험 혐오표현은표현에머물지않고실제차별로직결되곤한다. 소수자를사회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생각 이표현되면서실제 행위 로전화되는것이다. 소수자에 대한혐오표현이만연한사회에서소수자가평등하게대우받을것이라고기대하긴 어렵다. 그런의미에서규제옹호론은표현과행위가이분법적으로분리될수 10) 이러한차별적편견의속성에대해서는크리스티앙들라캉파뉴, 인종차별의역사, 하정희역, 예지, 2013 참조 ; 출산율저하, 건강보험료인상등의사회문제를성소수자의탓으로돌려희생양을만드는문제를지적하는나라, 누군가의삶에반대한다 : 성소수자운동이마주한혐오의정치세력화, 윤보라외, 여성혐오가어쨌다구?: 벌거벗은말들의세계, 현실문화, 2015, 235-237 면 ; 조직적인혐오집단 (organized hate groups) 에대해서는 B. Perry, In the Name of Hate: Understanding Hate Crime, Routledge, 2001, 6 장 ; M. Waltman and J. Haas, The Communication of Hate, Peter Lang, 2011, 2 장참조. 11) 모로오카야스코, 증오하는입 : 혐오발언이란무엇인가, 조승미ㆍ이혜진역, 오월의봄, 2015, 87-97 면. 12) C. R. Lawrence III, If He Hollers Let Him Go: Regulating Racist Speech on Campus, in M. J. Mastsuda et al. Words That Wound: Critical Race Theory, Assaultive Speech, And The First Amendment, Westview Press, 1993, 57 면. 13) 이에대한논의는 Waldron, 앞의책, 3 장참조. 14) 혐오표현의해악은 아동 에게더심각하다. 소수자아동에게는치유되기어려운심리적상처를, 청중인아동에게는편견과적대를당연한것으로받아들이게하기때문이다. 혐오표현과아동문제에대해서는 A. Cortese, Opposing Hate Speech, Praeger, 2006, 143-155 면 ; K. W. Saunders, Degradation: What the Hate History of Obscenity Tells Us About Hate Speech, New York University Press, 2011, 9 장참조.
혐오표현의규제 295 없으며, 표현이곧차별의 사회현실을구성한다 고주장한다. 15) 혐오표현은소수자에대한물리적폭력이나제노사이드와같은대규모인권침해로이어지기도한다. 세계적으로소수자에대한증 오ㆍ편견을바탕으로살인ㆍ강간ㆍ폭행등의범죄를저지르는 혐오범죄 (hate crime) 의심각성이지속적으로보고되고있는데, 16) 혐오표현은혐오범죄로나아가는전단계로이해된다. 혐오표현이물리적폭력으로이어지는과정을보여주는 올포트척도 (Allport s Scale) 는혐오표현이표출되는단계인 부정적발언 (antilocution) 이소수자에대한 기피, 고용ㆍ학교등에서의실제 차별, 소수자에대한 물리적공격, 그리고제노사이드같은대량학살이발생하는 절멸 로이어진다는분석을제시했다. 17) 범주화, 상징화, 비인간화, 조직화, 양극화, 준비, 절멸, 부인으로이어진다는 제노사이드 8단계론 18), 고정관념등의편견이괴롭힘 / 놀림등의개인적인편견행위, 고용 / 교육등의영역에서의차별, 혐오범죄, 제노사이드로확대된다는 혐오의피라미드론 19) 등도비슷한문제의식에비롯된것이다. 이러한분석들이혐오표현의단선적인진화를보여주는것은아니다. 하지만혐오표현과폭력의일정한관계가입증됨으로써표현단계에서예방적ㆍ선제적조치가필요하다는주장이도출된다고할수있다. 3) 평등등다른가치와의조화 규제옹호론은표현의자유의가치를인정하면서도, 인간존엄, 평등, 차별로 부터자유로울권리, 연대성 등의다른가치들과의조화도필요하다고주장한 다. 20) 흔히, 혐오표현의문제는 자유 vs. 평등, 표현의자유 vs. 평등보호 ( 차별금 15) Lawrence III, 앞의글, 59-62 면. 16) 혐오범죄는혐오ㆍ차별에근거하여기존의범죄 ( 폭행, 성폭력, 살인등 ) 을저지른것을말하며, 혐오범죄법은혐오범죄를가중처벌하는법을말한다. 이에대한다양한논의는 N. Hall et al. (ed), The Routledge International Handbook on Hate Crime, Routledge, 2014 참조. 17) G. Allport, The Nature of Prejudice, Addison-Wesley, 1954, 특히 14-15 면. 최근의후속연구로는 J. F. Dovidio et al. (ed), On the Nature of Prejudice: Fifty Years After Allport, WB, 2005 참조. 18) G. H. Stanton, The 8 Stages of Genocide (http://www.genocidewatch.org/images/8stages Briefingpaper.pdf). 19) Anti-Defamation League, Pyramid of Hate (http://www.adl.org/assets/pdf/education-outreach /Pyramid-of-Hate.pdf). 20) 평등과차별금지가표현의자유보다더궁극적인국제인권규범의목표라는주장으로는 S. Farrior, Molding the Matrix: The Historical and Theoretical Foundations of International Law Concerning Hate Speech, Berkeley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14(1), 1996, 3-6 면참조.
296 일반논단 지 ) 등의다양한사회적이익 등의대립으로설명되곤한다. 21) 표현의자유가다른가치와충돌할수있으며, 다른가치를보호하기위해표현의자유가제한될수있음을보여주는것이다. < 자유권규약 > 19조 3항에서도표현의자유가타인의권리존중등을이유로제한될수있다는단서를달고있으며, 유엔도유사한취지의입장을여러번밝힌바있다. 22) 개별국가의헌법에서도기본권의제한은인정되는것이일반적이며, 한국헌법에서도공공복리등을이유로한 기본권의제한 조항을두어표현의자유도정당한목적과합법성, 비례성등의요건을충족하면제한이가능하다는점을규정하고있다 ( 독일기본법 5조 2항, 한국헌법 37조 2항 ). 만약혐오표현이소수자를사회에서실질적으로배제하고, 청중들을차별과배제에동참하도록유도하는등의현실적해악을가지고있다면, 평등과인간존엄등다른헌법적가치의수호를위해혐오표현이규제될수있다는것이다. 4) 실질적인평등의구현 혐오표현이소위 사상의시장 에서자연스럽게퇴출될수있다면가장이상적이 겠지만, 사상시장에서의 자유롭고평등한경쟁 을가정하는것은 합리적숙의의 잠재성을과대평가 23) 하거나, 신화 24) 라는것이규제옹호론의주장이다. 25) 실제 로시장에참여하는당사자들이실질적으로불평등한상황에서는 공정한경쟁 을 21) S. Bacquet, Freedom of Expression v. Hate Speech: An Illustration of the Dilemma through an In-depth Analysis of Judicial Approaches in England and France, VDM Verlarg Dr. Müller, 2011; Cortese, 앞의책, 1 장 ; S. J. Heyman, Hate Speech, Public Discourse and the First Amendment, in Hare and Weinstein, 앞의책, 160 면참조. 22) 유엔자유권위원회는 < 자유권규약 > 19 조 ( 표현의자유 ) 와 20 조 2 항 ( 혐오표현금지 ) 의관계를 상호보완적 인관계, 특별법 으로해석한바있고,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인종적증오에근거한상상의전파를금지하는것이표현의자유와양립할수있다는입장을낸바있다. UN Human Rights Committee, General Comments no. 34 Freedoms of Opinion and Expression, 12 September 2011, CCPR/C/GC/34, 50-51 단락 ;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General Recommendation no. 15: Measures to eradicate incitement to or acts of discrimination (Forty-second session, 1993), U.N. Doc. A/48/18 at 114 (1994), 4 단락참조. 23) M. Rosenfeld, Hate Speech in Consitutional Jurisprudence,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282-283 면. 24) Waldron, 앞의책, 33, 55-57 면. 25) Cortese, 앞의책, 155-156 면 ; Lawrence III, 앞의글, 86 면 ; A. Tsesis, The Empirical Shortcomings of First Amendment Jurisprudence; A Historical Perspective on the Power of Hate Speech, Santa Clara Law Review 40, 2000, 765-770 면 ; B. Parekh, Is There a Case for Banning Hate Speech,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48-49 면등참조.
혐오표현의규제 297 기대하기어렵다. 혐오표현의문제가논쟁으로해결되려면 대항하는표현 (counter-speech) 이제기되어야하는데, 혐오표현으로위축되고배제된소수자들이그렇게맞서싸우는것은사실상불가능하기때문이다. 26) 혐오표현이청중들역시침묵하고동조하게만들고있는상황에서그들의지지와연대를기대하기도어렵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러한현실에개입하지않겠다는것은현실의권력관계를승인하고시장의실패를방치하겠다는것과다름없다. 27) 따라서자유롭고공정한경쟁이작동하는시장을위해 마치경쟁법이시장의자유를위해담합이나독과점을규제하듯이 혐오표현을규제하고소수자를적절히보호하고지원하는일정한조치가필요하다는주장이제기되는것이다. 또한혐오표현은소수자의존재자체를승인하지않겠다는의지의표현이며, 이는곧시장의성립자체를부정하는것이다. 경쟁은서로의존재를인정하는전제하에서나가능한것이지, 존재자체를부정하는입장을상대로정상적인토론의장이열릴수없다. 28) 2. 혐오표현규제반대론의근거 1) 혐오표현의해악에대한의심혐오표현규제반대론은혐오표현이초래하는 해악 의실체를의심한다. 개별소수자들이혐오표현으로인해괴로울수는있지만, 소수자 집단 이일반적으로어떤손해를입는다는것은막연한가정에불과하다는것이다. 만약특정인에대한구체적인해악이라면민사배상을통해해결하면되며, 집단에대한해악을별도로인정하여국가가개입할필요는없다는입장이다. 혐오표현이폭력이나제노사이드로이어진다는주장에대해서도그것은어떤경향일뿐인과관계가있는것은아니라고본다. 29) 그런위험을경계할필요는있지만, 선제적으로표현자체를처벌할수는없다는것이다. 실제로미국의경우, 싸움을거는말 26) 이점에대한실증적연구로는 L. B. Nielsen, Power in Public: Reactions, Responses and Resistance to Offensive Public Speech, in I. Maitra and M. K. McGowan (ed), Speech & Harm: Controversies over Free Speech, OUP, 2012, 148-173 면참조. 27) Y. L. Mengistu, Shielding Marginalized Groups from Verbal Assaults,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356-359 면 ; 김현경ㆍ박보람ㆍ박승환, 성소수자에대한혐오표현, 그옹호의논리를넘어서 : 표현의자유론비판과시민권의재구성, 공익과인권 12, 2012, 235-238 면. 28) 같은취지로혐오표현이 승인권 을파괴한다고지적하는 Heyman, 앞의글, 166-169, 177 면참조. 29) R. Post, Hate Speech, in Hare and Weinstein, 앞의책, 134-135 면.
298 일반논단 (fighting words), 협박, 폭력선동등과같이구체적인손해가명백하고임박했을때는법이개입할수있지만, 상당수의혐오표현은대부분이런사유에해당하지않는것으로간주된다. 또한혐오주의자들이혐오표현을금지당하면, 억압된감정이쌓여서오히려더큰해악적인행동으로이어질수있다는우려도제기된다. 표현의자유는일종의 압력밸브 와같은것이어서위험한행동으로폭발하기전에김을빼주는역할을한다고본다. 30) 즉, 분노를자극하는것보다는공론의장에서하고싶은말을배설하게하는것이오히려더큰해악을막는방법일수있다는것이다. 31) 2) 표현의자유의옹호규제반대론은미국연방대법원판례가발전시켜온 표현의자유 이론에많은영향을받았다. 32) 그기초는무엇보다 사상의시장이론 (theory of marketplace of ideas) 이다. 33) 이에따르면, 표현의문제는사상의시장에서자유로운경쟁을통해해결하는것이최선의방법이다. 그런데혐오표현이금지되면경쟁자체가불가능해진다. 무슨얘기든일단들을수있어야사회적의제가되고대응과반박을모색할수있는데, 아무말도들을수없다면반박자체를할수없기때문이다. 34) 더나아가혐오표현이들리는가운데스스로담론투쟁에나서는 30) 이를규제반대론의 압력밸브논증 (the pressure valve argument) 이라고소개하는 K. Mohoney, Pressure Valves and Bloodied Chickens: An Assessment of Four Paternalistic Arguments for Resisting Hate-speech Regulation, in A. Lederer and R. Delgado, 앞의책, 294-295 면참조. 31) C. E. Baker, Hate Speech,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73-74 면 ; C. E. Baker, Autonomy and Hate Speech, in Hare and Weinstein, 앞의책, 152 면. 32) 1920 년대부터 1990 년대까지미국혐오표현논의에대한역사적고찰은 S. Walker, Hate Speech: The History of an American Controversy,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1994 참조 ; 그외에미국에서의혐오표현문제에대해서는조소영, 적의적표현행위 (hate speech) 의헌법적좌표 : 민주주의의다양성의의미 ( 민주주의의위기 ), 공법연구 30(4), 2002, 124-130 면 ; 심경수, 증오언론 (hate speech) 과십자가소각 (Cross Burning) 에관한판례경향 : R. A. V. v. City of St. Paul 및 Virginia v. Black 사건을중심으로, 미국헌법연구 18(1), 2007, 39-80 면 ; 박용숙, 미국에서의증오표현행위의규제에관한판례경향, 강원법학 41(Ⅱ), 2014, 467-509 면 ; 앤서니루이스, 우리가싫어하는생각을위한자유 : 미국수정헌법 1 조의역사, 박지웅ㆍ이지은역, 간장, 2010, 10 장 ; E. J. Cleary, Beyond the Burning Cross: A Landmark Case of Race, Censorship, and the First Amendment, Vintage Books, 1994 등참조. 33) 미국에서의사상의시장론에대해서는김민배, 표현의자유와사상의자유시장 : 홈즈 (Mr. Justice Oliver W. Holmes) 를중심으로, 토지공법연구 33, 2006, 309-332 면 ; 윤성현, 미국헌법상표현의자유의지지논변으로서사상의시장론 공법연구 42(2), 2013, 215-239 면 ; 김재원, 표현의자유에관한미국판례의법철학적성찰 : Mill 과 Holmes 를중심으로, 법철학연구 3(2), 2000, 113-132 면참조.
혐오표현의규제 299 것이야말로소수자의자율성과주체성을위해서더욱유리하다는지적도있다. 35) 소수자와시민사회전체가힘을합쳐혐오표현을도태시킴으로써혐오표현에대한강력한내성을기르는것이야말로가장근본적인대책이라는것이다. 36) 또한혐오표현의금지는다음의두가지표현의자유원칙을위협한다. 37) 먼저 내용규제 (content-based regulations) 금지 는국가가표현에대한가치판단을통해개입하면안되며 중립 을지켜야한다는것이고, 명백-현존위험의법칙 (clear and present danger principle) 은물리적폭력의위험이 명백하고임박 했을때에만국가의개입이정당화될수있다는것이다. 38) 이두가지원칙은국가개입의한계를명확히하고일관성있는규율을가능하게한다는점에서표현의자유가자의적으로침해될가능성을막는역할을한다. 이렇게실질적인해악과연동시키게되면규제정당성도쉽게확보된다. 해악이임박한상황에서는사상의시장을통한해결을기대할수없고, 따라서법의선제적개입이불가피하기때문이다. 39) 반면, 국가가어떤표현에대해 나쁘다 는가치판단을내리고표현단계에서선제적조치를취한다면, 합법과불법의경계설정이모호해지고국가의자의적개입을막기어려워진다. 40) 혐오표현처럼아직개념정의조차불분명한경우에는더욱심각한문제로대두될수있다. 이렇게광범위한국가개입이용인되면, 표현규제에관한 봉인 이풀리면서전반적인규제확대로귀결될수도있으며, 41) 34) Baker, 앞의글, 73 면 ; N. Strossen, Interview with Nadine Strossen,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387 면. 혐오표현이소수자들에게고통을주지만, 논란이벌어지는것자체가성소수자들이차별적현실에저항하고시민사회의지지를확인하는계기가될수있다는양면성을지적하는나라, 앞의글, 252-253 면참조. 35) 이러한주장을미국의사례로설명하는 Walker, 앞의책, 162-163 면참조. 36) 이재승, 국가범죄, 앨피, 2010, 575-576 면. 37) 혐오표현과관련된표현의자유원칙을 관점중립의요청 과 명백ㆍ현존위험의요청 으로제시하는 N. Strossen, Hate Speech and Pornography: Do We Have to Choose Between Freedom of Speech and Equality, Case Western Reserve Law Review 449, 1996, 454-456 면 ; 사상의시장론까지포함하여세가지로제시하는조소영, 앞의글, 124-129 면참조. 38) G. R. Stone, Content-Neutral Restrictions,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54, 1987; 임지봉, 명백ㆍ현존하는위험의원칙과표현의자유, 공법연구 34(4-1), 2006, 165-191 면 ; 이부하, 미국헌법상명백하고현존하는위험원칙, 헌법학연구 12(2), 2006, 173-204 면참조. 39) 폭력선동은밀 (John Stuart Mil) 의 해악의원칙 에서의 해악 을충족시키는것이기때문에형사처벌할정당성이있다는주장으로 L. W. Sumner, Criminalizing Expression: Hate Speech and Obscenity, in J. Deigh and D. Dolinko (ed), The Oxford Handbook of Philosophy of Criminal Law, OUP, 2011, 17-36 면참조. 40) Rosenfeld, 앞의글, 282 면. 41) Baker, 앞의글 ( Autonomy and Hate Speech ), 154 면.
300 일반논단 실제로혐오표현규제가정치적반대파나소수자들의의견을탄압하는것으로 악용되는사례들이보고되어왔다. 42) 3) 법규제의실효성과부작용 혐오표현의개념이여전히모호한상태에서형사범죄화가시도될경우, 명확성 원칙, 보충성원칙, 비례성원칙등법치국가의주요원리들이위협받을수있다는 문제가제기된다. 뒤에서자세히살펴보겠지만, 이미혐오표현을금지ㆍ처벌하고 있는나라들의경우, 집행실적이미미하거나, 정치적반대세력을탄압하는수단으 로남용된다는문제가지적되어왔다. 혐오표현에대한법규제가과연규제목적을달성할수있는지에대한의문도 있다. 위와같은법치국가적문제를해결하려면구성요건을엄격하고좁게설정할 수밖에없다. 예컨대 선동 에해당하는것만처벌하는것이다. 하지만혐오표현이 선동에한정되면 선동적 이라는외적표지를주로문제삼게되는데, 이렇게되면 선동조는아니지만내용상으로는심각한혐오와편견을조장하는표현에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43) 혐오주의자들은표현방법을바꿔서추상적이고일반적인의견을 제시하는것처럼위장하거나, 상징적이고암시적인표현을활용하는방식으로 교묘하게법망을피해나갈수있다. 44) 전략적인혐오표현발화자는처벌하지 못하고, 부주의하고감정적인사람들만법의심판을받게될수도있다는것이다. 하지만이러한교묘한혐오표현이덜해악적이지않다면, 법은더욱심각한혐오표 현을규제하는것이아니라, 법으로규제할수있는표현 만규제하는꼴이 된다. 형사범죄화로인해문제해결을위한정치적에너지가처벌에만집중된다는 문제도있다. 45) 혐오표현이 금지 되면사회의담론이합법표현과불법표현으로 42) Baker, 앞의글 ( Hate Speech ), 76 면. 이를규제반대론의 역집행 논증 (the reverse enforcement argument) 이라고소개하는 Mohoney, 앞의글, 296 면참조. 43) S. Sorial, Hate Speech and Distorted Communication: Rethinking the Limits of Incitement, Law and Philosophy 34, 2015, 300-301 면. 44) 혐오는 움직이는대상 (moving target) 이며, 혐오표현에대한법규제는결국 땜빵식규제 가될수밖에없다는점을지적하는 S. Braum, Democracy Off Balance: Freedom of Expression and Hate Propaganda Law in Canada, University of Toronto Press, 2004, 165-169 면참조. 45) 이러한지적으로 J. Weinstein, Hate Speech, Pornography, And Radical Attacks On Free Speech Doctrine, Westview Press, 1999, 155-156 면 ; Baker, 앞의글 ( Autonomy and Hate Speech ), 150-151, 153 면 ; Baker, 앞의글 ( Hate Speech ), 75 면등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01 이분화되어다양한가치판단이왜곡되고다원적해법들이질식될수있다는것이다. 46) 법이어떤표현을 합법 이라고인정하면사회는그것을 문제없음 으로받아들이고더이상의추가적인노력을회피하곤한다. 반면, 불법 으로판결하여처벌에성공하면문제가해결되었다는착시현상이생기고국가는자기역할을다했다는면죄부를얻어더중요한근본적인문제해결을등한시할수있다. 법이밖으로드러난발화자에게만적용된다는것도문제다. 혐오표현의원인에는복잡한정치ㆍ사회ㆍ경제적배경이깔려있는데, 이런것들을도외시한채혐오표현의 발화자 만처벌하는것은진정한문제해결방법과거리가있다는것이다. 47) 금지와처벌로인해겉으로는법규제가성공한것처럼보일수있지만, 수면아래에있는혐오와차별은언제든다른형태로나타날수있기때문이다. Ⅳ. 혐오표현에대한규제방법 이상에서살펴본혐오표현규제찬반문제는구체적인규제방법과함께논의되어야한다. 혐오표현이심각한문제라는것은 규제할수있다 는의미이지, 반드시규제해야한다 는뜻은아니다. 실제로사회문제임은분명하지만규제할때의부작용이더크다면규제를자제하는것이더나은경우도있을수있다. 48) 순수이론적고찰을넘어규제대안을모색하는실천적논의라면더더욱규제방법의문제를함께고려해야할것이다. 이를위해먼저혐오표현에대한다양한규제방법을개관해보도록하겠다. 46) 이것은법 ( 소송 ) 을통한사회변동의기본적인한계이기도하다. 홍성수, 소송을통한사회변동전략의한계 : 미국의성희롱소송을중심으로, 법과사회 38, 2010, 218-220 면 ; 홍성수, 9 장법과사회변동, 김명숙외, 법사회학 : 법과사회의대화, 다산출판사, 2013 참조. 47) 예컨대, 혐오표현에대해침묵하는집권보수세력, 엘리트, 시민사회의책임을지적하는 도넘은혐오발언, 한국사회 독버섯 위험 ( 양대웅, 신진욱코멘트 ), 경향신문, 2015 년 1 월 3 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031430561) 참조. 48) 혐오표현을 1) 표현의자유논의와무관, 2) 표현의자유의보호대상이아님, 3) 표현의자유의보호대상등으로구분하고, 특히 2) 의경우에는 규제가능하다 (regulable) 는의미이지반드시 규제해야한다 (should be regulated) 는의미는아니라고지적하면서, 규제로인한이익 / 손해의형량을하고난후에야규제필요성여부를판단할수있다고지적하는 C. Yong, Does Freedom of Speech Include Hate Speech?, Res Publica 17, 2011, 385-403 면참조.
302 일반논단 1. 형사범죄화 혐오표현에대한대책중가장강력한것은혐오표현을 금지 하고발화자를 처벌 하는것이다. 혐오표현에대해, < 자유권규약 > 20 조 2 항은 금지, < 인종차별 철폐협약 > 4 조는 범죄 라고규정하고있는것은혐오표현이형사범죄라는점에 대한국제적합의를보여준다. 유럽이사회의 < 컴퓨터를통한인종주의, 외국인 증오적행위의형사처벌에관한사이버범죄에관한협약의추가의정서 > 49) 도 형사처벌 을명시적으로언급하고있다. 또한앞서살펴본바와같이, 실제로 상당수국가들이혐오표현을형사범죄화하고있기도하다. 이들국가에는형법이 나특별법에혐오표현구성요건이있으며, 한국에서형사범죄화를추진하려면 이와같은방식의입법조치가필요할것이다. 형사범죄화한다면혐오표현의범위를확정해야한다. 일단혐오표현을 A) 차별과혐오의의견표시 와 B) 차별, 증오, 폭력의고취ㆍ선동 으로구분해볼 수있다. 50) 혐오표현을 반유대주의, 제노포비아, 인종적증오를확산시키거나 선동하거나,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모든형태의표현또는소수자, 이주자, 이주기원을가진사람들에대한공격적인민족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차별, 적대 등에의해표현되는불관용에근거한다른형태의증오를포함하는것 51) 이라고 정의하고있는유럽이사회의 < 혐오표현에관한권고 > 가비교적 A) 의혐오표현에 가깝다고할수있다. 반면, 국제규범은 B) 의혐오표현을형사범죄화하고있다고 보는것이적절하다. 실제로 < 자유권규약 > 과 < 인종차별철폐협약 > 은차별ㆍ적의 ㆍ폭력에대한 선동 (incitement) 과 고취ㆍ고무 (advocacy) 등을혐오표현의 주요한구성요소로활용하고있다. 이것은국제조약상명백히금지되어있는 표현은단순한혐오의견의표명이아니라, 차별ㆍ적의ㆍ폭력에대한 선동 이라는 점을잘보여준다. 따라서현재의국제적합의는 B) 의혐오표현을형사범죄화의 대상으로보고있으며, 이를 A) 의혐오표현과구분하여 증오선동 (incitement 49) Council of Europe, Addi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Cybercrime concerning the Criminalisation of Acts of a Racist and Xenophobic Nature Committed through Computer Systems, ETS No. 189, 2003.1.28. 50) 좀더자세하게 의도없는차별, 의식적차별, 차별적증오의선동, 차별적폭력의선동 등으로구분하는 Cortese, 앞의책, 8-9 면참조. 51) Council of Europe Committee of Ministers, Recommendation No. R(97)20 0f the Committee of Ministers to Member States on Hate Speech, 30 October 1997 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03 to hatred) 52) 이라고부를수있다. 한편, 이에대한각국의입법사례를통일되어있지않다. 독일형법 (Strafgesetzbuch, 130조 1항, 2항 ) 의 증오를선동하는, 폭력적ㆍ자의적조치를촉구하는, 캐나다형법 (Canada Criminal Code 1985, 319조 1항, 2항 ) 의 증오를선동하는 (incites hatred), 증오를의도적으로조장하는 (wilfully promotes hatred), 영국공공질서법ㆍ인종종교혐오법 (Public Order Act 1986, 18조 1항 ; Racial and Religious Hatred Act 2006) 의 증오를유발하려고 (stir up) 의도하는 등의구성요건은모두 B) 에가까운규정들이지만, 덴마크 (Penal Code, 266b조 ) 나뉴질랜드 (Human Rights Act 1993, 61조 1항 ) 처럼의도적인혐오표현의공표를규율대상으로삼는경우에는 A) 에좀더가깝다고할수있다. 2. 민사구제 민사구제는혐오표현을민사상 불법행위법 구제절차에따라다루는것이다. 53) 형사범죄화가발화자처벌에초점이있다면, 민사구제는손해의원상회복을목표 로한다는점에서차이가있다. 합리적의심을배제할정도가되어야유죄가 되는형사재판에비해상대적으로민사재판의입증정도도낮은편이라구제가 좀더용이할수있다. 다만, 소수자 집단 에대한손해발생을입증하는것은 쉽지않은일이기때문에, 개인이나특정된집단에대한혐오표현에대해서만 민사구제가유효하다. 좀더효과적인구제를위해서는입증책임의전환, 시민단체 의소송제기권부여, 반론권부여등의제도개선책이적절하게보완되어야한다는 제안도있다. 54) 한편, 혐오표현을포함한차별문제에대해서는보통민사구제와 아래에서설명하는차별시정이상호보완적으로기능하도록제도화되어있는 경우가많다. 52) 이주영, 앞의글, 199-201 면. 이를 차별선동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이라고부르는견해도있는데 ( 김지혜, 앞의글, 40-43 면 ), 차별, 적의, 폭력에대한선동이라는의미를온전히담으려면, 증오선동 이더적절해보인다. 국제적으로도 incitement to hatred 라는표현이널리쓰이고있다. 53) 일본에서혐오표현에대한민사구제사례에대해서는문연주, 일본의혐오표현과규제 : 교토지방법원의 가두선전금지등청구사건 판결사례를중심으로, 일본연구논총 39, 2014, 89-124 면 ; 코타니쥰코, 일본의증오표현 ( 헤이트스피치 ) 규제에대한고찰, 이승현역, 연세공공거버넌스와법 6(1), 2015, 97-123 면참조. 54) Article 19, Prohibiting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Policy Brief), 2012, 41-42 면 ; Council Directive 2000/43/EC of 29 June 2000 implementing the principle of equal treatment between persons irrespective of racial or ethnic origin, 8 조참조.
304 일반논단 3. 차별시정기구에의한규제 차별시정기구에의한구제는차별행위의일종인혐오표현에도적용될수있다. 차별구제는민사구제시입증의어려움과재판절차에소요되는시간ㆍ비용문제를 해결하고, 보다피해자친화적인구제절차를마련하기도입되었다. 55) 한편으로 민사구제로넘어가기전에 1 차적인관문역할을하고, 다른한편민사상불법으로 인정되기어려운경미한사안에대해서직접구제를제공하기도한다. 차별구제를위해서는차별금지법제정이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은금지되는 차별행위를규정하고차별시정기구의기능과역할을규정하는법이다. 평등법, 인권법등의이름을달고있기도하며, 한국에서는국가인권위원회법이차별금지 법의역할을부분적으로수행하고있다. 차별시정기구의조직형태는위원회, 센터, 옴부즈만등으로다양하다. 인종, 여성, 장애등분야별차별시정기구를 각각두는경우도있지만, 최근에는차별시정기구를통합하고, 차별구제뿐만 아니라인권옹호전반에대한자문ㆍ교육기능을수행하는국가인권기구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를설립ㆍ운영하는것이일반적이다. 1990 년대이후 유엔은적극적으로국가인권기구의설치를권고해왔고, 실제로세계각국에국가 인권기구가설치되어있다. 56) 차별시정기구의 3 대기능은권고ㆍ자문, 교육ㆍ홍보, 구제이다. 권고ㆍ자문 은 정부나관련기관에차별시정을위해필요한정책이나조치를취하도록유도하는 것이다. 강제집행력은없지만, 차별시정기구의법적, 정치적권위, 그리고철저한 조사와정당한논거를제시함으로써피권고기관을견인한다. 교육ㆍ홍보 는반차 별교육을직접수행하거나, 관계기관에서의교육을지원하거나, 대국민홍보활동 을하는것이다. 구제 는차별이발생했을때피해자에게적절한구제를제공하는 것인데, 이절차는보통 비사법적구제 (non-judicial remedies) 이다. 차별시정기구 는인권침해진정이접수되면, 해당사안을조사하고, 임시조치, 조정, 시정권고 ( 차 별행위의중지, 피해의원상회복, 차별행위의재발방지를위한조치, 교육이수 등 ), 시정권고불이행시시정명령, 이행강제금부과, 손해배상등의조치를취한다. 55) 민사구제와차별구제 ( 비사법적구제 ) 의장단점에대한비교는인권법교재발간위원회, 인권법, 아카넷, 2006, 3 부인권의구제참조. 56) 순수한차별시정기구와차별시정기능을가진국가인권기구는구분될수있지만, 이하에서는편의상동일한것으로간주한다.
혐오표현의규제 305 이러한방식이여의치않을때는법률구조를요청하거나소송을지원함으로써, 당사자의법적구제를돕기도한다. 이렇게다양한규제수단을동원하여유연하게대처할수있다는것이차별시정기구에의한규제의장점이다. 차별시정기구가반차별정책이라는큰틀에서혐오표현을다룬다는점도중요하다. 혐오표현은다른차별행위와밀접하게연관되어있기때문에, 차별문제전반을다루는차별시정기구에의한차별구제가더욱효과적일수있다. 또한차별시정기구는비교적넓은범위의혐오표현을다룰수있다. 형사처벌에비해유연한접근과비강제적조치를기본으로하고있기때문에그부작용이상대적으로덜하기때문이다. 실제로, 호주인종차별금지법 (Racial Discrimination Act 1975, 18C) 은 불쾌하게하거나, 모욕하거나, 굴욕감을주거나, 위협하는 이라는규정을, 캐나다인권법 (Canadian Human Rights Act 1985, 12-a) 은 차별이나차별의도를암시하거나표현하는것 이라는규정을두고있다. 증오선동에대한형사구성요건과비교할때, 더욱넓은의미의혐오표현을규율하고있는것이다. 4. 형성적규제 형사처벌, 민사구제, 차별시정은모두혐오표현을 금지 하는방식인반면에, 형성적 (formative), 촉진적 (facilitative), 적극적 (affirmative), 사전예방적인방식의 규제도있다. 혐오표현의금지ㆍ처벌을통한문제해결이사후적, 소극적, 부정적 (negative) 인조치라고한다면, 형성적인규제는혐오표현이사회에발붙이지 못하도록 여건을만들어가는 긍정적 (positive) 인조치들을말한다. 57) 여기에는 국가가관여하는규제와순수한시민사회의자율적조치가있다. 먼저, 국가는 홍보ㆍ캠페인, 영화ㆍ영상물제작지원, 언론을통한인식제고, 소수자집단에 대한각종지원, 공공기관과공공교육기관에서의반차별정책시행, 차별에대한 범국가적차원의조사ㆍ연구, 반차별시민교육, 공직자에대한인권교육, 방송심의 등의정책을시행할할수있다. 58) 규제반대론도국가가이런역할을하는것에 57)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Report on Hate Speech and Incitement to Hatred, 7 Sep 2012, 1/67/357, 57 단락에서는이를 비법적조치 (non-legal measures) 라고부르는데, 국가가이러한조치를취하려면법적근거가필요하다는점에서적절한표현인지의문이다. 금지ㆍ처벌과대비하여 자기침해가덜한방법 (less self-intrusive ways) 이라는표현이형성적조치를뜻하는말로사용되기도한다 (Braum, 앞의책, 216 면 ). 58)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Report on Hate Speech and Incitement to Hatred,
306 일반논단 반대하는것은아니다. 59) 그리고국가가관여하는형성적조치의상당부분은권고ㆍ자문기능, 교육ㆍ홍보기능을갖고있는차별시정기구가담당하는경우도많다. 형성적조치의또다른형태는순수한시민사회의자율적인조치들이다. 60) 스포츠ㆍ온라인영역에서의자율규제, 기업에서의자율규제, 대학에서의자율규제, 시민사회에서의각종반차별캠페인등이대표적이다. 규제반대론에서는이러한방식이야말로혐오표현을규제할수있는가장효과적인방법이라고주장한다. 미국시민권연맹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과같은시민사회단체가 더적은표현이아니라더많은표현이최고의복수 61) 라고말하는것은혐오표현을내버려두자는것이아니라, 시민사회의자율적인노력으로혐오표현에대응해야한다는주장으로이해되어야한다. 62) 다만, 이들영역에서의규제가혐오표현에대한 금지 조치인경우, 예컨대대학에서표현강령을통해혐오표현을금지하는경우에는본래의미의형성적규제라고보기어렵고, 규제반대론에서도이러한조치들이표현의자유를침해한다고본다. 63) 7 Sep 2012, 1/67/357, 56-74 단락 ; Article 19, 앞의글 ( Responding to Hate Speech Against LGBTI People ), 21-24 면참조 ; 문화정책과미디어규제의효과에대해서는 M. Malik, Extreme Speech and Liberalism, in Hare and Weinstein, 앞의책, 105-107 면참조. 59) K. Gelber, Reconceptualizing Conterspeech in Hate Speech Policy,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214-215 면 ; A. Harel, 앞의글, 326 면 ; Strossen, 앞의글 ( Interview with Nadine Strossen ), 382, 388-389 면 ; T. Shaw, Interview with Theodore Shaw,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412-413 면등참조. 60) 이것을 형성적규제 에포함시킨것은 규제 (regulation) 라는개념에법규제는물론이고대상에게영향을미치는모든요소들 ( 예 : 문화, 사회규범등 ) 이포함된다는점을전제로한것이다. 홍성수, 규제학 : 개념, 역사, 전망, 안암법학 26, 2008, 3-4 면참조. 61)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Hate Speech on Campus (https://www.aclu.org/hate-speech -campus). 62) 유럽이 국가주도형대응모델 (state-driven countermodel) 면, 미국은기본적으로시민사회의자율적인노력에기대를거는모델에해당한다는지적으로 A. Jacobson and B. Schlink, Hate Speech and Self-Restraint,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239 면참조. 63) 미국대학의사례에대해서는 T. C. Shiell, Campus Hate Speech on Trial, University Press of Kansas, 2nd ed, 2009; J. B. Gould, Speak No Evil: The Triumph of Hate Speech Regula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5; M. Heumann and T. W. Curch, Hate Speech on Campus: Cases, Case Studies, and Commentary, Northeastern University Press, 1997; 조소영, 규제의필요성과규제방법론에대한헌법적평가 : 대학내에서의적의적표현행위에대한규제학칙을중심으로, 헌법판례연구 6, 2004, 91-111 면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07 Ⅴ. 혐오표현에대한개입필요성과표현의자유를증진하는규제 1. 혐오표현에대한개입필요성 혐오표현이갖는심각성을고려할때, 국가가아무런개입을취하지않는것은 더이상정당화되기어렵다. 혐오표현의심각한해악은엄연한현실이다. 실제로, 소수자들이겪는다양한형태의고통과혐오표현이차별과폭력으로이어지는 과정등에대해서는여러경험적연구들이실증적인증거를제시해왔다. 64) 사상의 시장에서의경쟁을통해혐오표현을퇴출시키는것이가장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소수자의 맞받아치기 (speaking back) 가현실적으로불가능하다는데있다. 65) 또한국가가불개입으로일관하는것은혐오표현을 허용 하고있다는잘못된 신호를줌으로써혐오표현의피해자에대한추가적인피해를야기하기도한다. 66) 이런상황이시민사회에서 저절로 개선되지않는한 불개입 은선택지가될 수없을것이다. 또한앞서살펴보았듯이, 혐오표현에대한조치는국제법상요구되는것이며, 민 주주의국가들은대부분어떤식으로든조치를취하고있기도하다. 67) 이제논점은 64) 앞의 III.1.1) 의여러참고문헌참조. 같은취지에서, 수정헌법 1 조에대한 형식주의 가아니라 새로운법현실주의 (the new first amendment legal realism) 가필요하다고역설하는 R. Delgado and J. Stefancic, Must We Defend Nazis?: Hate Speech, Pornography, and the New First Amendment, NYU Press, 1999, 3 장참조. 65) 소수자들의맞받아치기가불가능하다는점을경험적연구로입증하는 Nielsen, 앞의글, 155-167 면참조. 66) M. J. Matsuda, Public Response to Racist Speech: Considering the Victim's Story in Mastsuda, 앞의책, 49-50 면. 67) 규제반대론이지배하는미국의경우에도혐오표현에대해손을놓고있는건아니다 ; R. Post, Interview with Robert Post,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11-12 면참조. 혐오표현이 폭력 ( 혐오범죄 ) 으로이어질경우에는더욱엄격하게법이집행되며, 방송에서의혐오표현에대해서규제장치를두고있기도하고 (Jacobson and Schlink, 앞의글, 227-232 면 ), 국가적차원에서도다양한반차별정책을시행중이다. 또한상당수의미국의대학과기업등여러기관들에서는 차별금지정책 또는 다양성정책 을수립ㆍ시행하고있다. 비권력적관계, 예컨대, 교수 - 학생, 상급자 - 하급자사이의혐오표현은괴롭힘 (harassment) 으로간주되어민사구제의대상이되고천문학적인손해배상을감수해야되는경우도있다. 혐오표현을 금지 하지않을뿐국가와시민사회의차원에서다양한방식의 개입 이시행되고있는것이다. 다만, 혐오표현의금지를권력관계에근거하지않고교수, 학생, 직원등 구성원 전체에게적용되도록한경우에는문제양상이달라진다. 실제로이런표현강령은미국연방대법원에서위헌판결을받아폐지되기도했고, 실제로규제반대론에서는기업이나대학에서의자율적인혐오표현금지정책, 특히구성원전체에적용되는것에대해비판적이다. 앞의주 63 의문헌과현재미국대학의표현강령현황에대해서는대학생
308 일반논단 개입이나불개입이냐가아니라 - 규제반대론이지적하는여러문제들을충분히 고려하되 - 여러규제장치들을 어떻게 배치할것인가의문제로전환되어야 한다. 68) 2. 표현의자유를증진하는규제 규제를하더라도혐오표현에관한대책은여전히 더많은표현 (more speech) 69), 더좋은사상으로맞서는것 70) 이중심에놓여야한다. 혐오표현의금지가도리어소수자에게불리하게작용하며, 표현의자유의확대야말로평등을증진하는것이라는지적역시여전히유의미하다. 71) 표현의자유를통한문제해결이야말로가장근본적이고부작용없는해법이라는점에는의심의여지가없다. 문제는 ( 혐오 ) 표현의자유에대한권리 와 ( 소수자의 ) 혐오표현으로부터자유로울권리 가충돌하는딜레마가아무런개입없이저절로극복되지않는다는점이다. 72) 이딜레마를넘어서기위해서는혐오표현을표현의자유의 예외 로보지않는것이중요하다. 즉, 혐오표현에대한규제를 어쩔수없이, 예외적으로 표현의자유를제한하는조치로보는것이아니라, 표현의자유의본질적인목적을실현하기위한요청으로이해하는것이다. 그래야부작용을최소화한적절한규제대안이도출될수있고, 더많은표현 이더좋은해법이라는원칙도고수될수있다. 사상의시장에서소수자들이혐오표현에맞설수없는현실적어려움이인정된다면, 가장좋은해법은소수자들이스스로시장에나가맞서싸울수있도록 개입 하는것이다. 이것은곧 희생자와그지지자들에게혐오표현행위에대응하게하는실질적, 제도적, 교육적지원 을함으로써, 희생자들로하여금혐오표현행위의 침묵하게만드는효과 에도전하게하고, 혐오표현화자의주장을반박 할 권리옹호단체인 FIRE 의보고서 ( Spotlight: Speech Codes 2015: The State of Free Speech on Our Nation's Campuses, https://www.thefire.org/spotlight-speech-codes-2015) 참조. 68) 같은의견으로이주영, 앞의글, 211 면참조. 69) Whitney v. California, 274 U.S. 357, 377 (1927) (Brandeis, J. and Holmes, J., concurring). 70) 이재승, 앞의책, 579 면. 71) Strossen, 앞의글 ( Hate Speech and Pornography ), 462 면이하참조. 72) 같은취지에서이딜레마에서벗어나려면, 수정헌법 1 조의권리중심개념 (rights-based conception) 으로돌아가야하며, 혐오표현이타인의권리와어떻게조화가될수있는지를고민해야한다고주장하는 Heyman, 앞의글, 160-164 면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09 수있도록하는정책으로나아가야한다는것을말한다. 73) 이런목적을위해서는 혐오표현을금지ㆍ처벌하는것보다는 형성적 조치가가장근본적이고효과적인 대책일것이다. 이것은 형식적평등 74) 이아닌, 실질적평등 을지향하는것이기도하다. 75) 형식적인자유가주어져도소수자가실제로말할수있는여건이마련되어있어야 진정으로 자유 가있다고말할수있다. 76) 여기서국가개입의목표는바로이 진정한자유 와 실질적평등 의실현을위해소수자의 자력화 (empowerment) 를 지원하고시민사회의대항담론을활성화하는것에초점이맞춰져야한다. 77) 이 때개입은금지와처벌을위한개입이아니라, 개인의책임에권한을부여하는 것 (empowering responsibility of individuals) 78) 이며, 지원을받은대항표 현 (supported counterspeech) 을위한개입이다. 79) 이를통해소수자와그와연대한 시민사회가혐오표현에맞서싸우는것이야말로혐오표현을다루는가장원칙적인 방법이라고할수있다. 80) 이때혐오표현에대한 금지 가무조건배제되는것은아니다. 다만혐오표현의 금지는표현의자유를더 증진 한다는조건하에서만정당화될수있다. 혐오표현이 소수자들이스스로표현하고사회에참여하는것을방해하고있다면, 소수자의 73) Gelber, 앞의책, 10, 89 면 ; 또한 K. Gelber, Hate Speech and the Australian Legal and Political Landscape, K. Gelber and A. Stone (ed), Hate Speech and Freedom of Speech in Australia, The Federation Press, 2007, 16 면 ; K. Gelber, Speaking Back : The Likely Fate of Hate Speech Policy in the United States and Australia, in I. Maitra and M. K. Mcgowan (ed), Speech and Harm: Controversies Over Free Speech, OUP, 2012, 53-56 면참조. 74) 반면규제반대론에서는국가와법은실질적인가치에개입하면안되고오로지 형식적자율성 만을보호해야한다고주장한다. Baker, 앞의글 ( Hate Speech ), 63-67 면참조. 75) Mengistu, 앞의글, 356-359 면참조. 76) Gelber, 앞의글 ( Reconceptualizing Conterspeech in Hate Speech Policy ), 208-209 면. 77) O. Fiss, The Irony of Free Speech, Harvard University Press, 1996, 17 면. 78) D. A. J. Richards, Free Speech and the Politics of Identity, OUP, 1999, 136 면 ; 이책에서는표현의자유가 정체성의정치 를실현하는핵심이며, 차별이라는 구조적부정의 에맞서싸울수있는가장원칙적이고강력한해법임을주장한다. 특히같은책, 제 4 장참조. 79) 누스바움 (Matha Nussbaum) 의능력이론 (capability theory) 을활용하여이러한지원이어떻게가능한지를설명하는 K. Gelber, Speaking Back: The Free Speech versus Hate Speech Debate, John Benjamins Publishing Company, 2002, 3 장참조. 80) M. Herz and P. Molnar, Introduction, in M. Herz and P. Molnar (ed), The Content and Context of Hate Speech: Rethinking Regulation and Respons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4 면 ; Joint Submission by the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and the Special Rapporteur on Racism, Racial Discrimination, Xenophobia and Related Intolerance, Expert Workshop on the Prohibition of National, Racial or Religious Hatred, Vienna, 9-10 February 2011, 15 면.
310 일반논단 표현의자유를보호하고증진하기위하여일정한금지조치가정당화될수있다는것이다. 81) 혐오표현금지이외에는소수자의자력화와반격을지원하는방법이마땅치않을때비로소법적개입이발동될수있는것이며, 이때혐오표현을할자유는소수자의표현의자유를위해제한될수있다. 이러한정당화논리는혐오표현의금지가무엇을지향해야하는지를명확하게해주고, 금지조치의남용가능성을최소화하는제어장치로서도기능한다. 82) Ⅵ. 혐오표현규제대안 : 차별시정기구주도의다층적접근방법 위에서말한바와같이, 개입 자체는필요하되, 그방향이표현의자유를 증진하는규제가되기위해서는다음과같이규제도구들이배치되어야한다. 1. 형사범죄화의문제 혐오표현의형사범죄화가혐오표현을근절하는효과를거둘수있을지는미지수다. 혐오표현에대한규제가혐오주의자들의준동을효과적으로억제하거나편견과혐오를몰아낼것이라고기대하긴어렵다는것이다. 83) 이미형사범죄화를시행하고있는나라들에서도유의미한효과가있는지가제대로검증된바는없다. 84) 집행실적도미미하고, 85) 법이적용된사례들을보면과연일관된기준이 81) 비슷한논지로 K. Gelber, Freedom of Political Speech, Hate Speech and the Argument from Democracy: The Transformative Contribution of Capabilities Theory, Contemporary Political Theory 9, 2010, 320-321 면참조. 82) 이런관점에서는혐오표현금지가소수자를수동적인피해자로만드는경향이있다고지적하는 Weinstein, 앞의책, 154-155 면참조. 비슷한맥락에서성희롱규제가여성을오히려수동적인피해자의이미지로고착시킨다는문제에대해서는홍성수, 성희롱에대한법적규제와여성주체의문제 : 하버마스와포스트모더니즘의비판, 법철학연구 12(2), 2009, 215-217 면참조. 83) J. Mchangama, The Problems with Hate Speech Laws, The Review of Faith & International Affairs 13(1), 2015, 80-81 면 ; P. B. Coleman, Censored: How European Hate Speech Laws are Threatening Freedom of Speech, Kairos Publications, 2012, 78-79 면참조. 84) Bacquet, 앞의책, 41-42 면참조. 85) 혐오표현처벌사례가영국은매년 3-4 건, 독일이나프랑스도 100 여건에서 200 여건정도에불과하고대부분벌금형에그쳤다는사실을언급하는 E. Bleich, The Freedom to be Racist: The Freedom to Be Racist?: How the United States and Europe Struggle to Preserve Freedom and Combat Racism, OUP, 2011, 142-143 면참조. 이책에서는이러한통계가혐오표현금지법의 효
혐오표현의규제 311 있는지도의심스럽다. 86) 부작용을줄이기위해규율범위를좁힌다면형사처벌의실제효과는더욱줄어든다. 규율범위를벗어나는혐오표현에대해서는속수무책이기때문이다. 그런데만약형사범죄화가소수자의자력화와시민사회의역량강화를목표로한다면, 오히려형사범죄화의 상징적기능 을기대해볼수있다. 혐오표현에대한금지ㆍ처벌이한편으로소수자를향해국가가그들의인권을보호하고있다는신호를보냄으로써그들을안심시키고, 다른한편으로시민사회를향해혐오표현을관용하지않는다는도덕적정체성과사회적가치를확인시켜주기때문이다. 87) 이때, 혐오표현금지법은 공적선언 88) 으로서 상징적가치 89) 를갖는다고할수있다. 그렇다면집행실적이별로없다거나혐오표현근절에직접적인효과가없다는것은결정적인문제가아니다. 90) 좁은범위의중한혐오표현만규율한다고해도문제될게없다. 혐오표현이 범죄 로공인을받은것만으로도 국가의강력한처벌의지 를보여줄수있기때문이다. 91) 반드시강한처벌이필요한것도아니다. 징역형대신벌금형만으로도상징적목적은달성될수있다. 92) 하지만이러한 상징기능 이형사범죄화의필요충분조건이되는건아니다. 93) 국가의 의지 를보여주는방법은형사범죄화말고도얼마든지있기때문이다. 94) 과 를가늠할수있는척도가되기는어렵지만, 최소한혐오표현처벌이매우심각한사례에만적용되었다는사실을보여주는것이라고지적하고있다. 반면, 영국에서의 ( 인종 ) 혐오표현규제에대한비판 ( 표현의자유축소, 차별금지효과없음, 남용등 ) 이과장되었다는반론은 P. N. S. Rumney, P. N. S. The British Experience of Racist Hate Speech Regulation: A Lesson for First Amendment Absolutists?, Common Law World Review 117, 2003, 136 면이하참조. 86) 세계각국의혐오표현규제사례들의불명확성, 비일관성문제를지적하는 Coleman, 앞의책, 33 면이하참조. 87) Parekh, 앞의글, 46 면 ; A. Tsesis, Destructive Messages: How Hate Speech Paves the Way for Harmful Social Movements, New York University Press, 2002, 196 면 ; K. Gelber, Speech Matters: Getting Free Speech Right, UQP, 2011, 101-102 면 ; M. Jones, Empowering Victims of Racial Hatred by Outlawing Spirit-Murder, Australian Journal of Human Rights 19, 1994, 10 면 ; D. O. Brink, Millian Principles, Freedom of Expression, and Hate Speech, Legal Theory 7(2), 2001, 154-155 면. 88) Jones, 앞의글, 10 면. 89) Brink, 앞의글, 155 면. 90) Jones, 앞의글, 10 면 ; Brink, 앞의글, 154 면. 91) 박해영, 혐오표현 (Hate Speech) 에관한헌법적고찰, 공법학연구 16(3), 2015, 162 면. 92) 혐오표현에대한형량문제에대해서는 Farrior, 앞의글, 92-93 면참조. 93) 상징형법이초래할법치국가적문제는별개다. 상징형법의문제에대해서는빈프리트하쎄머, 형법정책 : 법치국가와형법, 배종대ㆍ이상돈역, 세창출판사, 1998, [13] 상징적인형법과법익보호참조. 94) Weinstein, 앞의책, 185-186 면.
312 일반논단 예컨대혐오표현이폭력이나실제차별로이어지는순간부터가차없이처벌하거 나, 정치지도자가수시로분명한의지를천명하거나, 교육등을통해다양한 반혐오표현정책을시행하는것만으로도국가의의지가천명될수있다. 형사범죄 화는그저 조금더강력한 의지를보여줄수있을뿐이다. 형사범죄화의효과가이렇게제한적인데반해오남용의소지는결코적지 않다. 특히앞 (III.2.3) 에서언급한법규제의부작용은괜한우려가아니다. 95) 혐오표 현의형사범죄화가기껏해야상징적기능정도에그친다면, 근본적인문제해결은 어차피다른형성적조치들에맡겨질수밖에없다. 이때형사범죄화가형성적 규제들을질식시키거나정치적에너지가형사처벌에과도하게집중된다면큰 문제가아닐수없다. 형사처벌은위력적인규제방법이지만, 형사처벌에모든 것을집중시키는위력또한강력하다. 또한혐오표현규제의오남용이주로민주주 의와인권보장의수준이낮은나라에서나타났다는점을주의깊게봐야한다. 96) 한국처럼표현의자유의보장수준이낮은경우라면혐오표현금지법의도입이 양날의칼이될여지가있다. 표현의자유를억압하는기제들이남아있는상황에서 새로운규제가추가된다면, 97) 국가규제의총량이확대되는결과를낳으며, 98) 본래의도와는달리 국가가나쁜표현을금지할수있다 는메시지를줄수 있기때문이다. 99) 실제로혐오표현이금지된다면, 그보다더위험한 (!) 종북세력 95) 다만, 혐오표현의구성요건이모호할수밖에없다는것은결정적인문제라고보기어렵다 ( 이재승, 앞의책, 573 면 ). 실제로형법조문중에는모호한구성요건들이수없이많다. 예컨대, 한국형법에는 문란한, 협박한, 명예를훼손한, 모욕한 등의구성요건이있는데, 혐오표현구성요건은이보다훨씬더구체적이고명확하게만들수있다. 또한형법상명확성원칙은조문의추상성자체가아니라법이론과판례의축적에의해그의미가구체화되어어떤행위의처벌가능성이예측가능한지여부가핵심인데 ( 이상돈, 형법학 : 형법이론과형법정책, 법문사, 1999, 6 장죄형법정주의와대화이론참조 ), 최근혐오표현에대해서도상당히구체적인이론적논의들이축적된상태다. 96) 에티오피아와르완다에서혐오표현규제가정치적반대파를탄압하는데남용되었다는사례연구로는 Mengistu, 앞의글, 370-374 면참조. 국제엠네스티의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의남용사례에대한보고는 Amnesty International, Freedom Limited: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in the Russian Federation, EUR 46/008/2008; Uzbek Journalist Must be Released: Ulugbek Abdusalamov, UA: 144/10 Index: EUR 58/006/2010; Indonesia: Atheist Imprisonment a Setback for Freedom of Expression, ASA 21/021/2012 등참조. 97) 비슷한취지에서, 표현의자유의단계를권위주의, 자유주의, 포스트자유주의로나누고, ( 표현의자유를억압하는 ) 권위주의 에서바로 ( 평화ㆍ인권을위해표현의자유를제한하는 ) 포스트자유주의 로이행한한국의위험한현실을지적하는이재승, 선동죄의기원과본질, 민주법학 57, 2015, 154-157 면참조. 98) 이런맥락에서명예훼손죄, 모욕죄를폐지해야한다고하면서혐오표현금지법은도입되어야한다는주장에주목해볼필요가있다. 박경신, 표현ㆍ통신의자유 : 이론과실제, 논형, 2013, 4 장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13 등반국가행위자들의표현도규제해야한다는주장이나오지않으리란보장이없고, 이것이정치적반대자들의목소리를억누르는데활용될수도있다는것이다. 혐오표현형사범죄화가기껏해야좀더강력한의지를보여주는정도의추가적인효과만있을뿐이고, 그부작용이만만치않게크다면, 형사범죄화꼭필요한지는의문일수밖에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굳이형사범죄화를추진한다면다음과같은점들이주의깊게고려되어야한다. 먼저그규율범위가최소화되어야한다. 앞서언급한 증오선동 에해당하는표현만을형사처벌로삼는것이하나의선택지가될수있다. 최근국제시민사회가혐오표현형사처벌의범위를축소함으로써그부작용을최소화하려는시도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는점에주목해볼필요가있다. 100) 구체적으로보면, 맥락 ( 폭력, 차별에관련한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상황 ), 화자 ( 지위와영향력등 ), 의도 ( 고의성, 확장성 ), 내용 ( 대상, 자극성, 예술ㆍ학술적ㆍ종교적맥락, 공적담론에기여, 허위ㆍ사실등 ), 표현의범위와크기 ( 청중, 전파수단, 반복성, 전파범위 ), 해악발생가능성 ( 차별ㆍ폭력ㆍ적대에대한직접적인요청인지여부, 청자의성격 ) 등을적절히고려하여적용범위를좁히자는의견이제시된바있다. 101) 특히화자의 의도성 이나해악을일으킬 위험의 99) < 세계인권선언 >, < 자유권규약 > 등국제규범에혐오표현금지조항삽입울주도한국가들이주로전체주의국가들이었다는점은시사하는바가크다. 이점에대해서는 Coleman, 앞의책, 15 면이하참조. 100) 이러한고민이시작된최초의의미있는성과로는 S. Coliver (ed), Striking a Balance: Hate Speech, Freedom of Expression and Non-discrimination, Article19 and Human Rights Centre, University of Essex, 1992 참조. 본격적인고민은 2000 년대들어시작되었다.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OSCE Representative on Freedom of the Media and the OA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Joint Statement on Racism and the Media, 27 February 2001; European Commission for Democracy through Law (Venice Commission), Report on the Relationship between Freedom of Expression and Freedom of Religion: the issue of regulation and prosecution of Blasphemy, Religious Insult and Incitement to Religious Hatred adopted by the Venice Commission at its 76th Plenary Session (Venice, 17-18 October 2008); Amnesty International, Written Contribution to the Thematic Discussion on Racist Hate Speech and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Organized by the United Nations Committee on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28 August 2012; Article 19, 앞의글 ( Prohibiting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 김지혜, 앞의글, 41-43 면, 68-73 면 ; 이준일, 혐오표현과차별적표현에대한규제의필요성과방식, 고려법학 72, 2014, 79-80 면 ; ; 김민정, 일베식 욕 의법적규제에대하여 : 온라인상에서의혐오표현에대한개념적고찰, 언론과법 13(2), 2014, 157-158 면등참조. 101) Article 19, 앞의글 ( Prohibiting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 29-40 면에서제시한선동테스트 (Incitement Test) 를기본틀로삼아다음문헌으로보충한것이다. Rabat Plan of Action on the prohibition of advocacy of national, racial or religious hatred that constitutes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Conclusions and recommendations emanating from the four regional expert workshops organised by OHCHR, in 2011, and adopted by experts
314 일반논단 실제가능성 에관한요건을강화한다면상당한효과가있을것이다. 102) 만약 청자로하여금신념, 의견, 입장에근거한어떤행동을하게만들려는의도 를 요건으로삼는다면, 부주의하거나진지한의도ㆍ의지가없는혐오표현은규율범 위에서제외될것이다. 103) 독일형법에서처럼국민계몽이나예술, 학문등의목적에 기여하는경우에는적용을배제하는것도혐오표현형사범죄화의지나친확장을 막는방법이될수있다. 실제위험의가능성이높은 폭력선동 만규율하자는 제안도있다. 104) 미국에서표현에대한국가개입의척도로활용되어온 브란덴버그 심사 (Brandenburg Test) 에따르면, 어떤고취가즉각적인불법행동을자극하고 만들어내는것을지향하고있고, 그러한행동을선동하거나만들어낼가능성이 있을때 105) 에만국가개입이정당화되고, 이때불법행동은폭력이나공공질서의 문란을뜻하는것으로해석된다. 106) 이기준을적용하면, 차별ㆍ적의에대한선동은 제외되고, 폭력에대한선동만범죄화된다. 107) 이렇게되면규제범위가상당히 좁아지고더욱명료해지며, 폭력이임박한상황에서는사상의시장을통한해결을 in Rabat, Morocco on 5 October 2012, 22 단락 ;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General Recommendations No. 35: Combating Racist Hate Speech, 26 September 2013, Fortieth Session, Supplement No. 18 (A/40/18), 15 단락 ; E. D. Guyton, Tweeting Fire in a Crowded Theater: Distinguishing between Advocacy and Incitement in the Social Media World, Mississippi Law Journal 82(3), 2013, 725-728 면 ; T. Mendel, Study on International Standards Relating to Incitement to Genocide or Racial Hatred, for the UN Special Advisor on he Prevention of Genocide, 2006, 44-61 면 ; 김지혜, 앞의글, 69-71 면참조. 102) 이주영, 앞의글, 218-222 면참조. 103) Article 19, 앞의글 ( Prohibiting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 21-22 면. 비슷한취지로 Amnesty International, 앞의글 ( Written Contribution to the Thematic Discussion on Racist Hate Speech and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 3-4 면 ; Mendel, 앞의글 ( Study on International Standards Relating to Incitement to Genocide or Racial Hatred ), 45-49 면. 104) 비슷한취지에서, 세계관선동 과 행위선동 을구분하는이재승, 위의글, 152-153 면참조. 세계관선동이어떤태도나사고체계를갖도록선동하는것이라면, 행위선동은특정한행위를하도록선동하는것을뜻한다. 혐오표현을차별표현, 혐오표현, 증오선동, 테러리즘선동, 제노사이드선동등으로구분하자고제안으로는 N. Ghanea, The Concept of Racist Hate Speech and its Evolution over time, Paper presented at the United Nations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s day of thematic discussion on Racist Hate Speech 81st session, 28 August 2012, Geneva, 5 면참조. 105) Brandenburg v. Ohio, 395 U.S. 444, 447 (1969). 106) S. G. Gey, The Brandenburg Paradigm and other First Amendments,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12(4), 2010, 983 면 ; 이부하, 앞의글, 198-199 면. 107) 사실 < 자유권규약 > 제정당시에도초안은 폭력선동 에만적용되도록되어있었다. 폭력선동만규율대상으로삼아야한다는취지의의견으로 Coleman, 앞의책, 75-80 면 ; Mendel, 앞의글 ( Does International Law Provide for Consistent Rules on Hate Speech ), 428 면 ; P. Molnar, Responding to Hate Speech with Art, Education, and the Imminent Danger Test, in Herz and Molnar, 앞의책, 193-196 면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15 시도할여유가없다는점에서국가개입의정당화도한결쉬워진다. 108) 이러한요소들은형법구성요건에가능한한자세히포함되는것이가장바람직하며, 법적용과정에서도참고가될수있다. 이상에서살펴본바에따르면, 청중의행위를촉발하는직접적인선동, 인터넷에서벌어지는반복적이고노골적인혐오표현, 109) 혐오표현구제신청에대한보복등에대한형사범죄화가우선적으로고려될수있을것이다. 110) 형사처벌의범위를적절하게한정하려면혐오표현의근거가되는차별금지사유도조정할필요가있다. < 자유권규약 > 은혐오표현의대상으로민족, 인종, 종교에근거한혐오표현만을금지하고있지만, 혐오표현의근거가여기에만한정된것으로해석되어선안될것이다. 111) < 자유권규약 > 이평등과차별금지에대한문제의식이충분히발달하지않은 1960 년대에제정된것임을감안하면, 혐오표현의근거는현재 ( 국제 ) 인권법이일반적으로인정하는차별금지사유를포함하는것으로확대해석되어야한다는것이다. 다만형사처벌의대상은역사적으로차별받고억압받아왔고적대와폭력에쉽게노출될우려가있어특별한보호가요청되는소수자집단에대한혐오표현에한정될필요가있다. 영국평등법 (Equality Act 2010, 4조 ) 의차별금지사유는연령, 장애, 성전환, 혼인및동성결혼, 인종, 종교또는신념, 성별, 성적지향등 8가지지만, 형사처벌이가능한혐오표현은인종, 종교, 성적지향등 3개사유에근거한경우로제한되어있다. 차별금지사유가 19가지에달하는한국의경우 112) 에도형사범죄화를시도한다면그적용사유는다소축소되 108) Molnar, 위의글, 193-196 면참조. 109) 유럽에서는사이버상의인종차별적혐오표현에대하여특별한대책을강구해왔다. Council of Europe, Addi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Cybercrime concerning the Criminalisation of Acts of a Racist and Xenophobic Nature Committed through Computer Systems, ETS No. 189, 2003.1.28.; ECRI General Policy Recommendation No.6: Combating the dissemination of racist, xenophobic and antisemitic material via the Internet, Adopted by ECRI on 15 December 2000; C. D. Van Blarcum, Internet Hate Speech: The European Framework and the Emerging American Haven, Washington and Lee Law Review 62(2), 2005, 781-808 면등참조. 110) 이준일, 앞의글, 79-80 면참조. 111) 같은취지로 Article 19, 앞의글 ( Prohibiting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 19-21 면 ; 김지혜, 앞의글, 71 면 ; 이주영, 앞의글, 217 면참조. 112)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신분, 출신지역 ( 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되기전의주된거주지등을말한다 ),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등신체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등혼인여부, 임신또는출산, 가족형태또는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또는정치적의견, 형의효력이실효된전과 ( 前科 ), 성적지향, 학력, 병력 ( 病歷 ) 등 ( 국가인권위원회법 2 조의 3).
316 일반논단 어야할것이다. 2. 차별시정기구주도의규제 혐오표현의형사범죄화여부와무관하게, 차별금지법에규정된차별시정기구가혐오표현규제를주도해야한다. 113) 차별금지법상혐오표현이 불법 이된다면, 이것역시충분한상징적기능을하기때문에, 형사범죄화할필요성은더욱낮아진다. 혐오표현의피해자들에게지지와연대의신호를보내는공적권위가반드시사법기관일필요는없으며차별시정기구도그러한역할을훌륭하게해낼수있기때문이다. 114) 혐오표현을금지한다는점에서형사범죄화나차별금지법에의한불법화는동일하지만, 차별시정기구주도의규제가유리한점이많다. 115) 앞서 (V.2.) 국가개입의정당화조건으로제시한표현의자유를증진하고소수자의실질적평등과자력화를위한 개입 은차별시정기구에의해보다유연하고효과적으로수행될수있으며, 부작용면에있어서도형사처벌에비할바가아니다. 형사처벌은범죄자를처벌하는데주된목적이있지만, 차별구제는피해자의입장에서손해를회복하고다시일상으로돌아오게하는것을목표로한다. 형사범죄화는발화자를처벌하고발화자체를저지하는것이지만, 차별구제절차는소수자의편에서소수자를직간접적으로지원ㆍ응원하는방식과발화자에대한제재모두를적절하게활용한다. 116) 여기서당사자는법의판단을기다리는구경꾼이아니라문제해결의주체가되고, 차별시정기구는당사자에대한소극적 보호 를넘어 자력화 된 113) 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 에서발간한정책보고서 ( 앞의책 ) 에서도혐오표현문제를다루고있는데, 이논의에참여한인권활동가ㆍ연구자들의잠정적인결론역시, 혐오표현에대한공적개입은필요하되그방법은차별금지법에의한것이어야한다는것이었다. 114) Jones, 앞의글, 11 면. 115) 성희롱규제에서동일한접근을시도하는홍성수, 앞의글 ( 성희롱에대한법적규제와여성주체 의문제 ), 220-221 면. 116) 이하의설명은홍성수, 앞의글 ( 성희롱에대한법적규제와여성주체의문제 ), 222-223 면참조. 여기서는국가인권기구 ( 차별시정기구 ) 의이러한역할을 제도적친구들 또는 친구로서의제도 에비유하고있다. 차별시정기구의기능과역할에대하여더자세한것은홍성수, 홍성수, 법에의한인권보호의한계와국가인권기구의존립근거 : 정규국가기구 로서의인권위의기능과위상, 고려법학 58, 2010, 151-194 면참조. 다만, 같은취지로희생자의 맞받아치기 를지원하는정책을지지하는겔버는형사처벌뿐만아니라차별시정기구에의한구제역시사적, 개별적해결책이라는점에서비판적인입장을취한다 (Gelber, 앞의책 [Speaking Back] 참조 ).
혐오표현의규제 317 당사자가스스로해결의주체가되도록지원하는것에일차적인초점을맞춘다. 차별시정기구는상담, 조사, 자율적해결, 조정, 권고, 소송지원등필요한수단을선별적으로또는동시에활용한다. 117) 이러한규제도구들은 설득과협력에기반을둔비권력적방식 을통해당사자들이자율적해결을도모하는것을기본으로하며, 118) 특히조정제도는가해자와피해자가 대등 하게문제해결을논의할수있는장을마련한다는점에서차별구제의장점을십분발휘할수있는기제다. 119) 권고조치를하더라도금전적인손해배상뿐만아니라, 행위중지, 교육이수, 원상회복, 재발방지후속조치등문제의층위에맞는다양한조치들이활용된다. 문제가발생한기관에대해반차별정책의실시를권고하고적절한지원을하는등, 차별구제외에도다양한형성적조치들이부가적으로활용될수있다. 그래도여의치않으면비로소소송지원등좀더강제적인수단을활용하게된다. 120) 차별구제는이렇게유연하면서도포괄적인접근이가능하기때문에피해자친화적인제도이자효과적인구제수단이며, 121) 이때 처벌 에만문제가집중되는문제도자연스럽게해소될수있다. 또한혐오표현을 차별 문제로일관성있게접근하기때문에다른차별과연동된혐오표현에더욱효과적으로대응할수있으며, ( 차별과무관한 ) 다른표현들에대한국가개입확대로이어질가능성도낮아진다. 한편차별금지법이금지하는혐오표현의범위는형사처벌에비해다소넓어도무방하다. 122) 형사처벌과같은강제수단에의존하는것이아니라오남용으로인한부담이적기때문이다. 넓은범위의혐오표현을유연하게다룰수있기 117) 이러한국가인권기구 ( 차별시정기구 ) 의장점을 (1) 접근성과신속성 (2) 독립성 (3) 인권의관점에근거한구제 (4) 설득적ㆍ협력적인권구제 (5) 근본적문제해결방법의제시등으로설명하는홍성수, 국가인권위원회조사ㆍ구제기능에대한평가와과제 : 출범이후 10 년간의통계를중심으로, 법학연구 34, 전북대학교법학연구소, 2011, 82-86 면참조. 118) 홍성수, 위의글, 84 면 ; 이러한해법의특징과장점에대해서는홍성수, 앞의글 ( 법에의한인권보호의한계와국가인권기구의존립근거 ), 164-171 면 ; 이준일, 앞의글, 83-84 면참조. 119) 조정제도가당사자의비대칭적권력을평등하게만든역할을한다는지적에대해서는이상돈, 로스쿨을위한법학입문, 법문사, 2009, [13] 절차주의적법참조. 120) 이상은차별시정기구의이상적인운용형태를보여준것이지만, 실제현실에서는사건의인권침해ㆍ불침해여부만판단하는사법기구와별다르지않은모습으로전락할수도있다. 그런관점에서한국인권위의인권구제현실을비판하는홍성수, 앞의글 ( 국가인권위원회조사ㆍ구제기능에대한평가와과제 ), 79-120 면참조. 121) 일반적으로차별에대한형사처벌과민사구제의한계를지적하는 J. C. Suk, Criminal and Civil Enforcement of Antidiscrimination Law in Europe, European Anti-discrimination Law Review 14, 2012, 13-18 면참조. 122) 같은취지로쥰코, 앞의글, 106-107 면참조.
318 일반논단 때문에실질적으로문제가되는혐오표현들을적절히규제할수있게된다. 혐오표현같이아직확고하게개념정립이되지않은문제에대해서는이러한유연한방식이더욱효과적일수있다. 123) 실제로호주의경우대부분의지역에서혐오표현에대한형사처벌과차별시정을모두시행하고있는데, 적용사례가거의없는형사처벌에비해, 차별시정은피해자구제, 공적담론의변화, 교육적ㆍ상징적가치등에서효과를거두었고, 위축효과나순교자양산등의문제는발생하지않았다고보고된바있다. 124) 3. 다층적접근의중요성 혐오표현근절을위해서는포괄적 (holistic, comprehensive) 이고다층적인 (multi-layered) 접근이더욱중요하다. 125) 형사범죄화, 차별구제, 민사구제, 형성적 조치등의여러규제방법들을적재적소에배치하여활용해야한다는것이다. 형사범죄화또는차별구제가일정한역할을한다고해도, 형성적조치는여전히 문제해결을위해가장중요하고근본적인조치다. 126) 형사범죄화는어차피혐오표 현의일부에만적용되며, 그나마도혐오표현을근절하는직접적인효과를기대하 긴사실상어렵다. 차별구제나민사구제가좀더유연하고넓은범위를포괄하겠지 123) 이상돈, 인권법, 세창출판사, 2005, 224-233 면은인권실현의과제를 A. 실정화된인권에대한침해구제, B. 실정화되지않은인권의구체화, C. 생성중인인권의구체화기획 으로구분하면서, 기존의국가기구가주로 A 에중심을두면서 B 와 C 에도기여하게된다면, 국가인권기구 ( 차별시정기구 ) 는 C 를중심에두고, A 와 B 에도기여하게된다는설명을한다. 혐오표현이주로 B 와 C 의과제에속한다고한다면, 기존의국가기구보다는차별시정기구가중요한역할을담당하게된다는얘기다. 국가인권기구의혐오표현대응을통해혐오표현에대한사회적합의수준이높아진다면, 자연스럽게형사처벌을포함하여 A 의구제를강화하기위한기반이형성될수있다. 124) K. Gelber and L. McNamara, The Effects of Civil Hate Speech Law: Lessons from Australia, Law & Society Review 49(3), 2015, 631-664 면 ; Gelber, 앞의글 ( Hate Speech and the Australian Legal and Political Landscape ) 참조. 반면, 2012 년캐나다는인권법 13 조의 혐오메시지 (hate messages) 조항을논란끝에폐지하였다. 차별금지법에의한규율도금지ㆍ처벌의기제에기반하고있는한남용의소지가없는것은아니다. 남용을막기위한하나의방법으로, 호주의인종차별금지법 (1975) 에서는예술, 학술, 과학적목적이나공공이익의문제에대해서는적용을배제하는규정 (18D) 을두고있다. 125) Rabat Plan of Action on the prohibition of advocacy of national, racial or religious hatred that constitutes incitement to discrimination, hostility or violence, Conclusions and recommendations emanating from the four regional expert workshops organised by OHCHR, in 2011, and adopted by experts in Rabat, Morocco on 5 October 2012, 24-29 단락 ; Amnesty International, 앞의글 ( Written Contribution to the Thematic Discussion on Racist Hate Speech and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 8-9 면 ; 이주영, 앞의글, 212-213 면등참조. 126) 같은취지로 Cortese, 앞의책, 156-159 면참조.
혐오표현의규제 319 만, 사후적이고소극적인방식이라는점에서는형사범죄화와마찬가지다. 따라서형사범죄화나차별구제를시행하더라도, 뿌리박힌차별관념을근본적으로바꾸기위해서는형성적인방법으로만들어진 사회적관행 에의해혐오표현의물질적기반자체를없애야한다. 127) 이러한여러접근방법중상당수는차별시정뿐아니라, 자문ㆍ권고와교육ㆍ홍보기능까지가지고있는차별시정기구가관여하게된다. 여전히 차별시정기구주도의규제 는중요한의미를갖는다는얘기다. 이와는별개로, 혐오표현이실제차별로이어졌거나혐오범죄발생시강력한대응을통해혐오표현을간접적으로규제하는것도중요한방법이다. 혐오범죄의 ( 가중 ) 처벌은표현이아니라행위를처벌하는것으로서표현의자유와충돌하거나법치국가적문제를일으킬소지가거의없기때문에, 혐오표현처벌이어려운상태에서규제옹호론의차선책으로간주되고있기도하다. 128) 4. 입법방향과기존법안의검토 이상에서제시한접근방법에의거하여한국에서필요한조치를검토해본다면, 무엇보다 포괄적차별금지법 의제정이시급하다. 아쉬운대로차별금지법의 구실을하고있는국가인권위원회법을약간손질하는방법도있지만, 보다효과적 인차별구제를위해서는차별금지법이반드시필요하다. 129) 이때혐오표현에 대한별도의명확한명문규정을제정해야한다. 130) 앞 (IV.1.) 에서언급한것처럼, 혐오표현을 A) 차별과혐오의의견표시 와 B) 차별, 증오, 폭력의고취ㆍ선동 으 127) Baker, 앞의글 ( Hate Speech ), 73, 75 면 ; Baker, 앞의글 ( Autonomy and Hate Speech ), 151 면 ; Braum, 앞의책, 9 장 ; A. Harel, Hate Speech and Comprehensive Forms of Life, in M. Herz and P. Molnar (ed), The Content and Context of Hate Speech: Rethinking Regulation and Respons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322-324 면등참조. 규제반대론에서는대학등에서의혐오표현규제에대해서도같은입장을취한다. 대표적으로 N. Strossen, Regulating Racist Speech on Campus: A Modest Proposal, Duke Law Journal, 1990, 562 면이하참조. 128) 하지만 동기 의종류에따라다르게처벌한다는점은여전히문제가된다. 혐오표현과혐오범죄의이런관계에대해서는 J. B. Jacobs and K. Potter, Hate Crimes: Criminal Law and Identity Politics, OUP, 1998, 8 장참조. 129) 형사처벌조항을신설하더라도형법보다는차별금지법에서규정하여전체차별금지정책과의조화를꾀하는것이더바람직하다고본다. 형법은전체체계상혐오표현의자세한구성요건을담기에부적절하고, 혐오표현을 차별 이라는차원에서접근해야한다는원칙과도맞지않기때문이다. 130) 같은의견으로박해영, 앞의글, 163 면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