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 2012] 2 그리스위기의원인 2012.06.18 김병권 _ 새사연부원장 bkkim21kr@naver.com 1. 시장은만족시켰지만, 그리스국민도만족시켰나 2. 그리스의유로존가입과파생금융상품 3. 위기국면에서다시엮인그리스와골드만삭스 4. 남유럽위기와 2008년글로벌금융위기 5. 금융시장뒤에가려진그리스시민의생활 1
2010년부터각종수습대책에도불구하고악화되어온유럽위기는 2012년 6월에가장중요한시련을맞이할것이라는전망이잇따르고있다. 우리연구원은좀더종합적으로유럽위기를조망해보고이후세계경제와우리사회에어떤영향을줄것인지점검해보는기획으로 [ 유로 2012] 를마련했다. 지금유럽에서한창인축구경기의이름이기도하지만여기서는유로화의향방이 2012년에분기점을맞을수있다는전망을담고있다. - 편집자주 1. 시장은만족시켰지만, 그리스국민도만족시켰나? 유럽위기의향방을가를것이라며세계의시선을모았던그리스 2차총선이 6월 17일치러졌다. 여론조사결과대로긴축을지지했던신민당이 29% 전후지지율로신승하고급진좌파연합시리자 (Syriza) 가 27% 정도지지율로 2위를했다. 신민당은 3위의사회당과연합하여정부를구성할수있을것으로전망된다. 그리스국민여러분. 불안한정치상황을떨쳐냅시다. 분노가아닌용기가필요한때입니다. 고통스럽지만꼭필요한재정개혁을위해표를던집시다. 이내용은그리스안에서나온주장이아니다. 독일판파이낸셜타임지 6월 16일자사설이다. 독일신문이그리스국민들에게노골적으로시리자를찍지말라고말한것이다. 유럽의언론과정치세력은온갖수단을동원하여그리스국민을협박했고그들은결국원하던결과를얻었다. 표 1: 그리스 1, 2차총선득표율비교 정치성향 5.6 1차총선 6.17 2차총선 신민당 (ND) 중도우파 18.85% 29.65% 시리자 (Syriza) 범좌파 16.78% 26.89% 사회당 (PASOK) 중도좌파 13.18% 12.28% 그리스독립당 (ANEL) 극우민족주의 10.60% 7.50% 황금새벽당 (XA) 극우, 신나치 8.48% 6.90% 공산당 (KKE) 스탈린주의 6.92% 4.50% * 2차총선결과는잠정집계 - 1-1
" 금융시장의입장에선신민당과사회당의연정이과반의석을확보하는것이안도가된다." 런던의한금융관계자말이다. 그렇다. 그리스총선결과는국제금융시장을일시적으로만족시켰다. 그러나금융시장이원하는 시장의안정 이과연그리스국민이원하는 생활의안정 과일치하는가. 신민당승리로귀결된총선결과는 2001년유로존가입이후지금까지사태가전개되어오던방향을계속이어가겠다는의미이다. 다시말해그리스위기가발생하고, 그리스국민의분노가쌓여서총선에이어재총선까지이르도록한긴축정책의방향이지속된다는것이다. 과연예전처럼계속긴축약속을이행한다고하면시장의안정은가능한것일까? 결국지금시장이얻은안정은아주짧은기간에지나지않을가능성이높다. 잠시의안정을얻은대신에그리스는지금까지의국면을전환시키고정책을바꿀수있는기회를잃어버린것일지도모른다. 시리자의급격한부상과 재협상 요구덕분에독일과유럽연합이그리스에대한재정긴축압박강도를약간늦출수있다는태도를보이고있지만기본적으로아무것도변한것은없다. 당장의급격한뱅크런은완화될지모르지만성장능력침식과실업률상승이라는더큰문제는더심각하게누적될것이다. 그렇다면그리스위기의진짜원인은무엇이고어떤문제들을해결해야진정한위기탈출이가능할까. 과연그리스시민들이부정직하고게으르며, 그리스정치인들은부정부패를일삼고, 그리스국가체계는탈세가구조화되어있기때문에위기가왔다는독일과일부보수세력들의원인진단은맞는것일까. 물론그리스시민들과정치, 조세제도등에문제가있을수있다. 그러나지금의위기를그것으로설명하는것은한마디로유치한짓이라고코스타스라파비타스 (Coastas Lapavitsas) 런던대경제학교수는지적한다. 1) 사실이런유형의비판은당연한한가지사실을잊고있다. 지금위기는그리스뿐만아니라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등남유럽국가들이정도의차이만있을뿐모두겪고있는 1) Costas Lapavitsas answers your questions on Greece and the eurozone crisis, The Guardian. 2012.6.13-2 - 2
위기인데, 그들국가들이모두그리스사회와같은문제를가지고있는것은아니 기때문이다. 위기의원인은그리스사회의내부적문제를넘어서다양하게짚어볼수있다. 우선재정동맹없는유로통화동맹의구조적결함을지적할수있다. 또한위기가현실화된이후유럽연합이위기에빠진남유럽국가들에게요구한긴축정책이위기를오히려가속화시키고있다는지적역시매우중요하다. 그런데이와아울러이번그리스위기나유럽위기역시철저히글로벌금융위기반경안에서발생한위기라는점을짚어야한다. 2010년그리스 1차구제금융이후의시점에만갇혀서, 마치그리스와남유럽위기가처음부터국가채무위기였고이것이유럽국채시장이라는금융시장을불안하게하고, 독일과프랑스의은행의부실화를초래해서지금의위기가발생했다고착각하기쉽다. 그러나명백한사실은그리스국가채무위기가금융위기를초래한것이아니라, 글로벌금융위기가그리스와남유럽의국가채무위기를초래했다는것이다. 따라서그리스위기의가장중요한원인가운데하나는유럽에도예외없이광범위하게확산된신자유주의적금융세계화와금융규제완화, 그것이초래한투기적거품이라고할수있다. 또한거품붕괴로세계경제를휩쓴 2008년글로벌금융위기의여파가남유럽국가들에서국가채무위기로발전하고있다고봐야한다. 그렇다면당연히그리스위기해결은그리스의부패척결이나조세징수제도개혁과같은개별국가적문제로환원될수없으며, 글로벌금융위기극복과정의일환으로인식될필요가있다. 2. 그리스의유로존가입과파생금융상품 알려진것처럼그리스와남유럽위기는 2009년 10월 4일그리스총선직후새로집권한사회당이 2009년그리스재정적자가사실은 6% 가아니라 12.7% 라고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부상했다. 유럽안정협약에의하면유로회원국의재정적자한도는 3% 인데그 4배가넘어가는재정적자를기록하고있다고발표했으니국가부도위 - 3-3
기가급격히확산되는것은어쩌면당연했다. 그런데그후수개월뒤인 2010년 2월, 더욱놀라운사실들이언론에공개되었다. 그리스의재정적자통계조작은 2001년그리스가유로존에가입하던시점으로거슬러올라간다는사실이다. 뿐만아니라당시통계조작에월가의첨단금융기법들이또한동원되었고월가의최대금융회사골드만삭스와 JP모건등이개입되었다는것이다. 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마이클루이스는자신의책 부메랑(Boomeran g) 에서당시상황을다음과같이요약하고있다. 2001년골드만삭스는그리스정부의실제부채수준을감추기위해겉으로는합법적으로보여도실제로는혐오스런일련의거래에가담했다. 언론은이거래와관련해골드만삭스가수수료로 3억달러를챙겼다고보도했다. 이때그리스는 10억달러를대출받았다. 그리스가마음대로돈을빌리고지출할수있게해준방법은미국서브프라임채무자의신용을세탁하기위해만들어진것과유사했다. 그리고그과정에서미국투자은행의역할도동일했다. 나아가투자은행은그리스의정부관리들에게국가운영복권과고속도로통행료, 항공기착륙료, 그리고유럽연합이제공한기금에이르기까지미래수입을증권화해자금을조달하는법을가르쳐주었다. 그리스정부는확인할수있는모든소득흐름을선불로팔아지출했다. 채권자들이그리스에대한대출을유럽연합이보증한다고생각하고그리스외부에서누구도관심을기울이지않는한그리스는실제재정상태를숨길수있었을것이다. 당시뉴욕타임스에발표된언론보도등의내용을종합해서 2001 년그리스가어 떻게조작된재정적자통계를가지고유로존에가입할수있었는지좀더자세히 확인해보자. 2) 그리스는 2001 년유로통화동맹가입당시가입허용조건인재정적자 3% 보다더 큰적자규모를가지고있었는데, 금융파생상품을동원하여이를인위적으로축소했 2) Wall St. Helped to Mask Debt Fueling Europe's Crisis", The New York Times 2010.2.14-4 - 4
다. 이때사용된파생상품은그자체로는사실별문제가없는통화스왑 (Currency swap) 이었다. 그런데골드만삭스는그리스로하여금달러와엔화표시국채를발행하도록하고이를유로화로교환할때일종의가상환율을설정함으로써, 스왑과정에서실제교환할수있는금액보다 10억달러이상을추가로차입할수있도록도와주었다. 이런식의파생상품거래는부채장부에는기재되지않았고, 그리스정부는나중에스왑청산시상환해야할부담이훨씬더클지라도당장은실제보다적은재정적자를가지게된것이다. 골드만삭스이거래의수수료로 3 억달러를받았다. 물론이런수법은그리스뿐만 이아니었고, 이탈리아도 JP 모건과인위적인환율조건으로유사한스왑거래를하 여재정적자를장부에서덜어냈다고뉴욕타임스는보도했다. 더나아가서, 그리스는 2001년국가공항이미래에받을공항수익을담보로현금을끌어오기도했는데, 그리스신화의이름을빌러아이올로스 (Aeolos) 라고이거래를명명했다. 또한 2000년에는역시그리스신화에나오는아리아드네 (Ariadne) 라는이름의차입을감행했는데, 이는국가복권수익을담보로한것이었다. 그런데 ' 통화스왑거래 (swap transaction)' 와마찬가지로이들은모두 ' 차입 (loan)' 이아니고공항수익, 복권수익등미래수익의선불 판매 (sales)' 로잡혔기때문에그리스정부의공공부채장부에서빠져나갔던것이다. 덕분에그리스의재정적자는유로존에서요구하는 3% 미만으로기록될수있었다. 물론미래수익을골드만삭스에게판매해버렸기때문에, 그리스정부는 2019년까지골드만삭스에게거액을지불해야한다고전그리스재무장관이의회에서증언하기도했다. 3) 이렇게그리스와금융회사, 금융파생상품은유로존가입부터얽혀있었고, 이들덕분에 (?) 그리스는처음부터문제를안고서유로통화동맹의일원이되었던것이다. 이처럼골드만삭스, JP모건, 그리고다른많은은행들이개발한파생상품들은그리스와이탈리아, 그리고아마도그외의다른나라들에서정부가부채를늘리는것을은폐하도록도와주었던것이다. 3) 이밖에도골드만삭스는 2005 년에그리스국가가아니라그리스최대의국영은행에대해유사한금리스왑파생상품거래를도왔다고뉴욕타임스는밝혔다. - 5-5
3. 위기국면에서다시엮인그리스와골드만삭스 2001년통화스왑이나금리스왑이라는파생상품을이용하여합법적으로 (?) 국가재정적자규모를줄여주었던골드만삭스와월가금융자본들은, 2010년위기의순간에전혀다른금융파생상품을이용하여곤란에처한그리스상황을더욱악화시켰다. 물론 2001년이나 2010년이나모두더많은수익을얻기위해서라는목표는동일했다. 바로그리스가위기에빠질것이라는데베팅을한것이다. 그리스국채수익률이떨어질것이라면서대량공매도를하거나, 위험에빠지면프리미엄이오르는파생상품인그리스국체신용부도스왑 (CDS) 을대거매입하는것이다. 이와관련하여스티글리츠는다음과같이비판했다. 유럽에서는은행들이자기들에게도움을주던손을물어뜯기로마음먹었다. 엄청난적자를낸나라들에게자금이필요하다는걸보면서금융계는이익을낼새로운기회를찾았다. 그리스가차입금의롤오버 (Roll-over, 만기연장 ) 를위해, 또는적자때문에모자라는돈을빌리기위해금융시장에왔을때, 그리스가높은이자를물지않고서는자금을조달하기어려울것이라는걸알아챈금융계는기존의그리스채권을공매도했다. 채권값이떨어질것이라는데베팅한것이다. 그들은금융시장의새로운대량파괴무기인신용부도스왑을이용해공격을시작했다. 4) 한마디로골드만삭스를포함한월가의금융자본들은그리스와남유럽국가들의국가채무위기를이용하여, 위기를가속화시켜수익을보는투자행위를했다는것이다. 가격이떨어지면이익을보는공매도기법을동원하여그리스국채를공매도했다는것이며, 위험이커지면수익률이올라가는파생상품인 CDS에투자하여그리스에위험이커지고있다는것을부추겼다는것이다. 2011년 9월 26일, 한증권트레이더가 BBC방송에출연해서 골드만삭스가세상을지배하고있다 고발언하여화제가되었던적이있다. 그는 한인간으로서나도경기침체를원하지않는다. 하지만트레이더로서는경기침체는돈을벌수있는호기다 라고말했던것이다. 이런사례들을보건데, 지금은금융투자의대상이일 4) 조지프스티글리츠, 끝나지않은추락 (Freefall), 471쪽 - 6-6
반금융상품을넘어서수많은국민들이살고있는국가로확대된것이다. 한나라 의흥망이골드만삭스같은은행에게는수익률을노리고투자할투자대상에불과한 것이었다. 4. 남유럽위기와 2008 년글로벌금융위기 그림 1: 유로존가입이후그리스와스페인의경제성장률변화추이 그러나이보다사실더본원적이고중요한원인이있다. 그리스를포함한남유럽국가부채위기는정확히 2008년글로벌금융위기시점부터시작되었다는점이다. 이는그리스와남유럽의위기가국민들의게으름이나국가의부정부패, 엉성한조세제도탓으로만돌려서는안되는강력한이유가된다. 또한 G7에속한주요선진국들이일방적으로남유럽국민에게위기극복을위한고통감수를요구해서는안되는이유이기도하다. 유로통계국 (Eurostat) 에서당장대표적인두가지실물통계인성장률과실업률지표를살펴보자. 먼저성장률지표를보면그리스와스페인모두유로통화동맹결성시점인 1999년부터글로벌금융위기발발직전해인 2007년까지 3~4% 의성장을지속했다. 해당성장률은독일보다도높은것이었다. 그런데글로벌금융위기이 - 7-7
후모든것이완전히바뀌었다. 특히그리스는 2008 년이후올해까지연속 5 년동 안경기후퇴를하고있는중이고경제규모가최소 20% 이상줄어들었다.( 그림 1 참조 ) 실업률도마찬가지다. 유로존가입이후그리스와스페인의실업률은유로존평균보다는약간높았지만 2007년까지 8% 전후로안정화되어가고있었고독일과크게다르지않았다. 실업률이순식간에 10% 를넘고 20% 를넘어 30% 를향해상승하고있는것은모두 2009년이후의일이다. 특히실업률증가속도가갈수록가팔라지고있는것은유럽연합이요구하는긴축정책때문일개연성이높다. 20% 가넘는그리스와스페인의실업률을보면이들국가들은이미 1929년대공황에못지않은공황을경험하고있다고보아야한다.( 그림 2 참조 ) 그림 2: 유로존가입이후그리스와스페인의실업률변동추이 * 실업률은계절조정 반면에그리스국민의성향이라든지그리스정치권의부패나정실인사들, 그리고조세구조들은유로존형성훨씬이전부터있었던문제들이다. 전통적인남유럽각국가들의고유한내부결함을끄집어내서현재의위기를설명하는것은성장률곡선과실업률곡선만보더라도부당하다는것을알수있다. 당연히 2008년글로벌금융위기에그리스와스페인이저지른범죄는새발의피에불과하다. 물론다른나 - 8-8
라들과유사하게내부적으로는부동산거품이나과잉대출등이포함되었고그때문 에은행구제에공적자금이투입되어국가채무를악화시켰다. 그러나그것은전체 글로벌금융위기차원에서보면작은요인에불과한것이아닌가. 5. 금융시장뒤에가려진그리스시민의생활 여전히그리스는금융시장과금융기관들을안심시키기위해모든것을해야하는 형편이다. 글로벌금융위기의주범들이칼자루를여전히쥐고있기때문이다. 그림 3: 그리스정부가준수해야할긴축약속 1차구제금융 1천억유로가지급되었고, 2차구제금융 1천억유로가약속되어있지만그거액의자금이그리스시민들에게지원되는것은아니다. 독일의기금출연 유로금융기구기금조성 그리스에대한구제금융 그리스은행구제금융 부채상환 채권은행인독일 ( 또는프랑스 ) 은행금고로다시회수되기때문이다. 이과정에서그리스시민들에게남는것은오직가혹한긴축약속이다. 임금삭감, 보조금삭감, 의료비와사회보장비축소등을국가가시행하면그부담은그대로그리스시민들이떠안게된다.( 그림 3 참조 ) - 9-9
2012년 4월 4일아침 9시, 그리스아테네국회의사당건물이보이는수백미터앞광장에서 77세의은퇴한약사가자신의머리에대고권총방아쇠를당기는사건이있었다. 방아쇠를당기기직전그가광장에서외쳤던한마디는 자식에게빚을물려주고싶지않다. 는것이었다. 그리고외투주머니에서발견된그의유서에는 품위있는노후를위해지난 35년동안정부로부터어떤도움도받지않고연금을부었는데정부가생존에대한모든희망을무너뜨렸다... 쓰레기통을뒤져먹을것을구하는비참한상황이되기전에마지막존엄을지키기위해선이방법밖에없다. 국가채무위기에몰린그리스정부가무지막지한연금삭감과공무원해고를단행하자연금삭감으로생활위기에몰린전직약사노인이 마지막존엄 을지키기위해자살을택했던것이다. 불과두어달전의일이다. 그리스약사협회장은 그는기품있는인물이었다. 면서 그런사람을이지경까지몰아간데대해누군가는답해야한다. 고성토했다. 이런데도그리스국민들에게위기의책임이있다고말할것인가. -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