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137 Gachon Law Review, Vol.5., No.3.(Nov., 2012) pp.137~162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 이 근 우* ** < 차 례 > 1. 들어가며 2. 범죄보도 방식과 피해자의 2차 피해 3. 범죄 보도의 과정 4. 대중적 호기심과 상업주의의 상승작용 5. 국민의 알 권리 혹은 대중적 호기심 6. 무엇이 사건보도의 크기를 결정하는가 7. 범죄보도의 범죄유발력 8. 맺는 말 *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조교수, 법학박사 ** 이 글은 2012.10.25. 가천대학교와 성남 광주 하남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한 학 술세미나에서 발제한 글을 보완한 것이다.
138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국문요약> 범죄보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이 글에 서는 범죄보도가 선정주의로 흐를수록 범죄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 확대 시키며, 범죄보도가 유사 범죄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역기능의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범죄 보도의 문제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고, 그 대책도 제시되어 왔 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뉴스의 기사가치는 사건 자체의 경중, 의미 보다는 뉴스로서 팔리는가 즉 상품성에 좌우되며, 미디어 기업 은 이를 이용하여 뉴스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는 정보의 노출을 통해 수익 을 얻게 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는 자신의 수익을 위해 피해자를 팔 아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는 행태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 형법이론은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합리적 인간 이 아닌 어떤 범죄자들은 어떤 작은 계기- 이 경우에는 범죄 보도-가 방아쇠가 되어 그나마 억제되던 범죄실현 충동을 제어불능 상태 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것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뒷받침될 수 있다면, 우리 미디어의 과도한 범죄보도는 또다른 범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상상에 기반한 (아동)포르노가, 영화가, 소설이 범죄를 유발한다면, 현실의 범죄에 기반한 세밀하고 상세한 범죄묘사를 주된 요소 로 하는 우리 미디어의 범죄보도가 범죄유발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나라 미디어의 범죄보도 태도는 그 자체로서 범죄학적 연구 의 대상이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 범죄보도, 선정성, 상업주의, 피의사실공표, 방아쇠 효과 1. 들어가며 이 발표가 오늘 학술세미나의 주제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인지는 필자 스스 로도 자신이 없고, 이 점 여러 참가자, 특히 부족한 발표에 토론하여 주시는 토 론자께 양해를 구한다. 오늘 제가 함께 논의해보고자 하는 것은 범죄보도의 범 죄성 에 대한 것이다. 범죄보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39 한다. 필자 역시 순기능적 측면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역기능의 문제를 다 루고자 한다. 다만 제한된 시간상 필자의 판단에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 는 부분만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범죄보도가 선정주의로 흐를수록 범죄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 확대시킨다는 것이고, 다른 의문은 범죄보도가 유사 범죄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1) 이다. 2. 범죄보도와 피해자의 2차 피해 범죄보도 특히 성범죄에 관한 보도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여타의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쌍방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일방의 주장 만을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자 스스로 사실에 관한 확신, 적어 도 상당한 개연성을 인식하고 서술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서 피해자의 신상 이 공개되거나 추측될 수 있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2차피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이를 통해 피해자의 신상을 추측하게 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미디어의 보도에 의해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나는 정도는 최근 社 會 惡 처 럼 되어버린 親 告 罪 의 경우처럼, 正 義 의 이름으로 가해자의 단호한 처벌을 위 해서 피해자가 약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 디어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야 말로 상업주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미디어 스스로 오늘날의 변화되는 인터넷 환경과 우리 누리꾼들의 성향을 매우 잘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해서 인해서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뉴스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는 정보의 노출을 통해 수익 을 얻는 미디어 기업이 자신의 수익을 위해 피해자를 팔아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3) 1) 이러한 문제제기로는 이경자, 지나친 범죄묘사 범죄유발 자국해, 신문과 방송, 1990.5, 48-51쪽 ; 이진국, 범죄보도의 문제 : 모방범죄와 폭력적 충동 유발할 수도, 신문과 방 송, 통권 제403호, 2004. 등 참조 2) 박난희, 상업성으로 좀먹는 방송의 역할, 방송과 시청자, 1994.11, 40-43쪽. 3) 이승선/김연식, 범죄보도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와 문제점, 사회과학연구, 제19권 가을호,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65-94쪽에서도 이 점을 꼼꼼하게 지적하고 있다.
140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이러한 경우의 최근 예로는 소위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이 있다. 이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익히 알려진 바이고, 이 글의 논지전개와는 무관하므로, 이 사건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검색할 수 있는 기사의 시간적 순서 상으로는 2011년 6월 3일 03:03 의 조선일보의 기사가 최초이다. 명문 의대생 3명, 동기 여학생 집단 성폭행 유마디 기자 입력 : 2011.06.03 03:03 수정 : 2011.12.15 15:25 명문 사립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여학생 한 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모(24)씨, 배모(25)씨, 박모 (23)씨 등 3명은 지난달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으로 같은 과( 科 ) 동기들과 함께 간 여행에서 여학생 A씨가 만취해 잠이 들자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피해자의 소속을 알 수 있는 것은 명문 사립대 의과대학, 본 과 4학년 이라는 부분이다. 같은 날짜에 나온 연합뉴스 기사는 서울 유명 사립대 의대생들 여학생 집단 성추행 기사입력 2011-06-03 08:14:29 기사수정 2011-06-04 11:51:25 서울지역 한 유명 사립대 의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 행한 사건이 발생했다.(서울=연합뉴스) 의대생 성추행 파문, 같은 과 동기 여학생 성추 행. 심지어 휴대폰 촬영도 해 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피해자의 신분을 알 수 있게 하는 단서는 서울지역 한 유명 사립대 이다. [뉴스엔 박영웅 기자] 입력 2011.06.03 09:34 서울지역 모 대학 의대에 재학중인 남학생들이 같은 과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뉴스앤 기사나 경향신문 기사에서는 서울지역 모 대학 의대 혹은 유명 사립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41 대 의대 와 본과 4학년 이다. 의대생 3명, 만취 女 동기 성추행 피해학생은 성폭행 주장 [경향신문]입력 2011.06.03 21:45 수정 2011.06.04 02:16 유명 사립대 의대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을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모 대학 의대 본 과 4학년 남학생 3명은 동기 여학생 A씨와 함께 지난달 21일 경기도로 여행가 민박 집을 잡고 술을 마셨다. 남학생들은 A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속옷을 벗기고 추행 한 뒤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들은 6년간 의대를 함께 다닌 동기생으로 내년 2월 졸업 예정이다. 그런데 2011년 6월 4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집단 성추행 여대생에게 약물투여? [중앙일보]입력 2011.06.04 00:41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3 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 남학생 3명은 동기 여학생 A씨와 지난달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으로 여행을 가 민박집을 잡고 술을 마셨다. 라고 함으로써 고려대 의대 라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피해자의 신원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너무 많이 제시하고 있다. 이 시점 이전 혹은 이후에도 한동안은 대부분의 매체가 K대 의대 라는 이니셜 보도를 하였던 것에 비하면 중앙일보 기사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연합뉴스 기사처럼 K대 의대생 이라고 썼지만, 서울 성북경찰서 가 기사 출처임을 나타낸 것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 대학 재학생임을 나타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국적으로 10개, 서울 소재로는 4개의 K대 의대 가 존재하 지만, 성북경찰서 가 관할이 되는 곳은 고려대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관할 이 라는 용어를 쓰기는 했지만, 엄밀한 의미는 아니다. 대개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 장을 제출한 곳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142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경찰, 집단 성추행 의대생 3명 영장 [연합]입력 2011.06.14 12:06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K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가해 남학생 3명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 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상에서 이 사건이 최초로 신문에 보도된 시점의 몇 가지 기사의 태도를 살 펴보았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 이후의 사건의 경과는 생략하지만, 피해자는 현재 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건 당시 본과 4학년으로 의과대학 졸업과 의사자격 국가고시를 앞두고 있던 피해자는 졸업 후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것도 포기할 정 도로 극심한 2차피해를 겪었고, 여전히 개명( 改 名 ), 미국 이민을 고민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경중을 함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2011년 5월 21일 밤에 겪은 사건보다 그 이후 이 사건이 보도되고 이슈화되면 서 겪게 된 2차 피해가 더 큰 것이 아닌가 한다. 과연 피해자가 혹은 가해자가 高 大, 醫 大 生 이 아니었더라도 이 정도로 기사화되었을 사건일까? 뉴스 의 기 사가치는 그 사건 자체의 사회적, 법률적 비중, 의미 보다는 뉴스로서 팔리는가 즉 상품성에 의해 1차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닐까? 4) 4) 대검찰청 범죄분석 2011 에 따르면 2010년 발생한 성폭력 범죄(강간, 강제추행 포함)는 총 19,939건이다. 범죄분석 2011 이 사용한 성폭력 범죄 개념은 매우 좁은, 그만큼 중한 범죄 이기는 하지만,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그 가운데 이 사건은 가벼운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 는 사안이었다. 물론 최초에 피해자가 의심한 바에 따르면 특수강간으로 중한 죄가 되는 것 이기는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 한 연간 2만건, 하루에 54.6건, 한 시간에 2.3건 ( 범죄분석 2011 의 표현이다) 중의 하나인 이 사건이 왜 이렇게 큰 이슈가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최초 보도 이후 이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는 고려대, 의과대학 이 노출되어야할 만한 사정이 발생하였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고려대학교 측의 징계과정과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의 발언과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교실에서 졸업시험을 치게 하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에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단계에서 대학 졸업반 학생들끼 리 개인적으로 M.T.를 갔고 거기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이렇게 대대적인 보도 대상이 되 어야 했는지, 오히려 이러한 보도 때문에 미디어 기업의 뉴스 팔이 를 제외한 모두가 너무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43 3. 범죄 보도의 과정 우리나라에서 범죄보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5) 가장 일반적인 과정은 각 매체의 사회부 신입기자가 일종의 연수과정으로 하는 사쓰마와리 [ 察 廻 リ] 즉 경찰 출입 사건기자를 통해서 알려지게 되는 경우이다. 주로 신문의 사회면 단신 기사들이다. 그 다음으로 일반적인 것은 수사기관이 뭔가 큰 건을 했다 싶을 때, 기자들을 불러놓고 하는 수사 발표, 브리핑을 통해서 보도되는 것이다. 매우 상세하게 도 표와 사진을 첨부한 보도자료 를 통해서 자신들의 공적을 알려달라고 기자들을 모셔와서 기사를 쓰는 것이다. 소위 공보 라고 불리는 이러한 활동에도 제한이 필요한데, 수사기관들은 일정 정도 실적을 과장 하고 싶은 내재적 충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수사기관들-(일반)경찰, 요즘 띄우고 있는 특별사법경찰, 검찰, 국정원 등-은 저마다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서 약간의 경쟁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다. 그래서 기자 들이 받게 되는 수많은 보도자료들 가운데 튀기 위해서, 튀어보여서 기사화되 기 위해서 자극적이고, 과장이 더해진 내용을 담게 된다. 6) 물론 국민적 관심사 가 된 사안의 경우에 起 訴 한 후 에 이를 알리는 것은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단계는 여전히 사건이 불확정적인 단계일 뿐이다.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미디어들은 이 단 5) 백승언, 범죄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2005, 61쪽 이하에서는 이 러한 범죄보도의 문제적 경향의 발생원인을 언론산업의 특성과 범죄보도 담당 기자의 상태와 출입처 관행 등 취재 환경에서 찾고 있다. 속보성을 중시하는 언론의 속성상 정확성이 경시 되기 쉽고, 특히 언론사 간의 경쟁과 상업주의에 의해 증폭되게 된다는 것이고, 범죄보도를 주로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의 인력운용상 문제점과 비전문성이 출입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 문병호 당시 중앙일보 사회부장도 오보 인권침해 는 지나친 검 경 의존 탓, 언론사 자체 구체적 보도기준 마련되길, 신문과 방송, 1994. 12, 55-57쪽 ; 정육상, 범죄보도의 문제점과 그 대책, 한국공안행정학회보 제7호, 1998, 70쪽에서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6) 대표적으로는 한 중소 만두업체 사장의 자살까지 불러왔던 쓰레기 만두 사건 보도가 있다. 경찰에서 제공한 비디오 화면을 근거로 사람이 먹지 못할 만두를 제조한 것처럼 연일 만두업 체를 몰아세우던 미디어들은 나중에는 반대로 만두 먹기 캠페인까지 벌이게 된다. 이 사건 에 대해서는 김옥조, 범죄보도와 언론윤리-만두소 사건과 연쇄살인 보도를 중심으로, 언 론과 법, 제3권 제1호, 2004. 177쪽 이하 참조. 수사기관에게도 사실적인 이유도 있다. 경 찰 내부에는 KBS 9시 뉴스에 나오는 사건을 수사하면 승진하게 되는 내부지침도 존재한다.
144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계에서 부터 단정적으로 사실로 서술한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 처럼 심층적 탐 색은 우리 사회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어떤 단면을 노출시킴으로써 어 떤 계기 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언제나 사회면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단발성 의 스트레이트 범죄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서 정작 사실의 확정과 법률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법원 단계에서는 보통 판결 보도 사실만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할 뿐이다. 하지만 진실은 법정에서도 밝혀지지 않는 수도 있다. 7) 물론 가장 정통적인 방법은 기자 스스로 취재를 통해 단서를 찾고 근거를 가 지고 이를 기사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현장의 기자가 원고를 써보낸다고 그대로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속 부의 고참, 부장, 편집국장을 거쳐 야 출고될 수 있다. 한 매체의 기사는 기사에 이름이 올라간 그 기자만의 작품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하나의 잘못된 기사에 대해서 이름이 올라간 해당 기자 뿐 만 아니라 그가 소속된 미디어 기업 전체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떻든 이렇게 일단 보도가 되기 시작하면,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여 증폭되면 서 점차 처음에는 지키던 보도의 암묵적 룰마저도 깨어버리고 거리낌 없이 써댄 다. 사건현장 주변에서 주변인들 사이에 흘러다니는 이야기들, 추측들, 심지어 7) 이미 오래된 사건이지만 신림동 김순경 사건이 있다. 1992년 11월 29일 서울 관악구 신림 동 청수장 여관에서 다방 종업원이던 이모씨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전날 같이 투숙했던 애인 김기웅 순경이 범인으로 발표되었다. 경찰이 상해치사로 송치했던 사건은 검찰에서 살 인으로 기소되었고, 1, 2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되어 13개월째 복역하다가 대법원 선고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극적으로 진범이 검거되어 석방되었다. 만약 진범이 잡히지 않았더라도 대법원이 무죄로 석방했을까? 이 사건의 개요에 대해서는 일요신문, [강력반 수사백서 잊을 수 없는 그 사건<147화>] 김 순경 살인 누명 사건(입력2009.12.11 14:06)(http://media.d 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10&newsid=20091211140648218&p=ilyo) 에서 볼 수 있다. 이 사건 자체가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여러 각도로 다루어진 바 있다. 1994년 1월 11일 MBC PD수첩은 살인범으로 몰린 경찰관-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편에서 이를 다루었고, 대검찰청 강력부도 이례적으로 김 순경 사건을 계 기로 본 강력 사건의 수사상 문제점과 대책 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도 사법과 인권 인권보고서 9집(1994년도)(95.12)에서도 이를 다루었다. 최근의 영화 마 더 의 감독 봉준호는 이 사건에서 진범을 잡기위해 벌인 김순경 가족들의 눈물겨운 노력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연합뉴스, 동료 감금 폭행 경관들에 선고유예 (2001-02-14 11:38)라는 기사는 서울 지법 형사1단독 김종필판사는 14일 92년 신림동 여관살인사건 당시 관악경찰서 김모 순경 을 용의자로 지목, 불법감금하고 폭행해 누명을 씌운 혐의로 기소된 전 관악서 형사계장 이 모 경감 등 3명의 전 현직 경찰관에 대해 "수사지휘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아 형평에 어긋난 다" 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고 전한다. 결국 이 사건에서 감옥에 간 사람은 김순경과 진 범 뿐이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45 범인 자신의 말까지 그대로 기사화해 버린다. 범죄자의 입 에서 어떤 진실 을 기대하는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 그렇다 가 아니라 그가 그렇 게 말했다 에 지나지 않는다. 그밖에 뭔가 남들이 모르는 한 줄을 더 듣기 위해 서 사건담당 기자들이 해왔던, 과거의 무용담처럼 떠도는 일들은 처음 들으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자리를 비운 검사의 방에 들어가 수사서류를 훔쳐보던 기자가 구속된 이후로 이런 일들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 다. 8) 하지만 수사기관과 기자가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묘하게도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대형 사건은 여간해서는 보도되지 않는다. 신촌, 비오는 목요일 소 문처럼 어느 특정 지역에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살인, 연쇄강간이 발 생했어도 여간해서는 괴담 9) 정도로 취급될 뿐, 매체가 이를 다루는 경우는 드 물다. 수사기관이 무능하게 비춰지기 때문일까?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일 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의성, 속보성, 상품성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심층적이 기 힘든 매체 환경에서 미디어는 수사기관의 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범죄 보도의 범죄성에는 수사기관의 공범 혹은 주범적 역할이 나타난다. 10) 8) KBS의 미디어 비평 이라는 프로그램의 검찰 취재 관행,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시간 201 2.07.14 08:12, 홍희정 기자)에 나타난 사례로 보면, 이러한 과잉취재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6.4 11면 [중앙 일간지 현직 기자 검찰 컴퓨터 열어보다 적발돼] : 서울중 앙지검 형사1부는 3일, 청사15층에 있는 저축은행 비리합동수사단 사무실 컴퓨터를 열어보 던 일간지 기자 ㅂ씨를 현장에서 적발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 4.18. :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강아무개 기자는 지난 5일 밤 서초동 검 찰청 형사3부 검사실 앞에서 수사 내용을 엿듣다 한 검사한테 적발됐다. 이는 거슬러 올라 가 보면 지난 1998년 한 일간지 기자가 검사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교육부의 대구대 감사비리관련 수사 기록을 출력하다 건조물 침입과 절도미수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과도 같 은 방식이다. 한겨레 1998.10.16 23면 : 00 기자는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밤샘조사를 많 이 해 아침 일찍 취재를 하러 청사에 들어갔다 며 검사 방에 아무도 없어 교육부 감사 사건 에 대한 수사상황이 궁금해 컴퓨터를 켰다 고 진술했다. 미디어 비평 (http://news.kbs.co. kr/tvnews/mediacritic/2012/07/2503141.html)에는 검찰출입 기자의 문제만 나와 있지만, 법원, 경찰 출입기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9) 범행장소가 다르기는 하지만, 전혀 뜬금없는 괴담만은 아니었던 것이 2009년 11월 교도소 에서 자살한 정남규가 2004년부터 2년 동안 무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혔 던 서울 서남부 지역 살인 사건 이 공개되기 전에 떠돌던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2009년 2월 청와대 이성호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참사 를 무마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내 문제가 되었던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 살인 사건(강호순 사건)처럼 어떤 의도에 의해 사건보도 자체가 커지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10)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의식 있는 수사기관 종사자의 경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민승기, 적나라한 범죄보도 수사에 많은 지장 검거도 발생 기사와 같은 처리 바람
146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고려대 의대생 사건의 경우 사건의 성격상 첫 번째 유형 즉 싸스마와리에 의 해 알려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기적으로 해당 경찰서를 방문하는 사건기 자가 뭐 재밌는 사건이 없는지 물어보았거나, 경찰관이 사건기자에게 재밌는 사 건이 있다고 알려준 것이 이 사건 보도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11) 이러한 최초 보도가 나가고 뭔가 상품성 혹은 기사성 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다른 언론도 따라서 보도를 해야 하는데, 가장 합법적인 것은 연합뉴스 등 통신 사의 기사를 그대로 (주로 자사 인터넷판에) 전재( 轉 載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연합뉴스 기사를 주로 참고하여 개작( 改 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사로는 소비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자극적인 내용을 추가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그 이슈가 관심을 얻어 불이 붙어 버리면, 매 체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속도와 강도로 흐르게 된다. 4. 대중적 호기심과 상업주의의 상승작용 사건 자체의 엽기성, 잔혹성이나 어린이, 젊은 여성 등 피해자의 신원이 대중 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12) 어느 정도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직, 신문과 방송, 1986.10, 23-26쪽처럼 이미 20여년 전에도 수사기관과 기자의 지나 친 밀착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존재하였다. 그러나 이 둘은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공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11) 그러나 어느 유형이거나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적인 행동이다. 우리 형법은 수사기관 종사자 들에게 특별한 침묵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기소 전 까지는 공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둘러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근우, 중간수사발표에 대한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의 몇 가지 쟁점, 비교형사법연구, 제 10권 제1호, 253-270면 참조. 정수정, 언론의 예단적 범죄 보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11. ; 김기창, 피의사실보도의 문제점,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 념논문집, 2005. ; 김재윤, 피의사실공표죄 관련 법적 쟁점 고찰, 언론중재, 제30권 제 3호, 언론중재위원회, 2010. 등 참조. 12)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람 제일 많이 죽인 살인범 은?, 제일 잔인한 사건 가르쳐주세요 같은 네이버 지식인 질문이나, 엽기, 납량특집, 무서 운 이야기, 괴담 류로 범죄기사를 스크랩해놓은 블로그도 상당수 존재한다. 물론 어린 친구 들의 치기일 수도 있지만, 이 꼼꼼한 블로그들 중 일부에는 모방심리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 다. 온보현 과 정남규 는 각각 지존파 와 유영철 의 카피캣(copycat, 모방범죄자)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물론 그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그 범죄에 관한 민감성이 높아 져서 포착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사건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넘는 것이고, 검거된 범인들도 선행범죄자를 의식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47 1990년대 중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지존파 사건, 막가파 사건, 온보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때 우리 미디어들은 정신없이 기사를 써댔고, 대중들은 더 욱더 흥분해갔다.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범죄자의 말 이 단편적으로 그 대로 기사화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다가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자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고, 급기야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방송사 사장이 직접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고, 방송, 신문의 보도 강령들이 신속하게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성의 태도는 그다지 철저 한 것은 못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의 여러 사건들에서도 우리 신문, 방송 매체 의 경박한 태도는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존파, 신창원 사건에서 처럼 지나친 부수적 사실의 보도를 통해 범죄자가 미화되는 것이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아동)성폭행 사건 사건에서 우리 언론매체들의 태도는 여전히 선정주 의 보도경향, 획일적이고 일관성 없는 떼거리 보도, 범죄모방 및 자극 위험성, 인권침해, 편견의 노출 13) 이라 비판받을 만하다. 4-1. 범인의 얼굴 공개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은 2012. 7.22. 통영 초등학생 살인 용의자 김 점덕 실명 사진을 공개했다는 사실을 상세한 이유를 달아 별도의 기사로 내보 냈다. 나름으로 이것이 正 義 라는 듯, 혹은 정의는 이렇게 실현하는 것 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뒤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나주 초 등생 성폭행 용의자 사진으로 잘못 공개했고 결국 조선일보가 2012. 9. 1. 서울 일부 지역에 배달된 53판 신문 1면에 게재된 나주 성폭행 피의자 사진 오보를 3일자 신문 1면과 2면을 통해 성폭행범 고종석 얼굴 사진 잘못 게재. 피해 본 분과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공식으로 사과했다. 여기서 범인의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은 아 니다. 14)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공개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왜? 공 13) 안의 내용들은 이경자, 대형 범죄사건과 언론보도, 신문과 방송, 1994.11, 66-68쪽의 단락별 소제목을 나열한 것이다. 거의 20년 전 지존파 사건 보도를 비판했던 때의 비판이 그대로 적용될 만큼 우리 언론기업의 태도는 일관되다. 14) 개인적으로는 안면인식에 장애가 있는지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아주 반복적으로 기억
148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개하려고 하고 공개하기를 요구하는 것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 단 생각해볼 수 있는 얼굴 공개의 장점은 공개를 바라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 시켜주는 것, 범인의 얼굴을 몰라서 신고 혹은 해결되지 않은 추가적인 범행을 밝혀낼 수 있는 것 등이다. 하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공개수배 와 달리 이미 체포되어 수갑을 찬 채 호송 중인 자의 얼굴, 그것도 사진기자와 편집부가 가장 그럴듯한 것으로 골라 신문에 싣는 사진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5) 수사기관의 성과인가? 수사기관이면서 동시에 범죄예방기관 이기도 한 그들의 부족함으로 인해 그 범죄가 발생하였던 것은 아닐까? 범죄예 방? 이런 정도의 사건이라면 그는 상당 기간 교도소 밖을 나오지 못하고, 나온다 하더라도 그는 그 얼굴이 아닐 것이다. 연도별 강력범죄통계표의 숫자를 거론하 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사회에는 일정한 숫자의, 그냥 지나치고 말 평범한 얼굴 을 한 그들 이 살고 있다. 뿔이 달린 붉은 색 늑대 얼굴을 한 간첩 을 생각해서 는 간첩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뭔가 다른 얼굴을 가졌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진짜 문제를 은폐할 뿐이다. 4-2. 범죄발생 현장, 시간, 피해자와의 관계 많은 범죄기사에서 범죄가 벌어진 장소, 시간, 범인과 피해자와의 관계가 그야 말로 눈으로 본 것처럼 묘사된다. 물론 그것이 당해 범죄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동시에 범죄에 대한 피해자 기여 를 드 러내거나, 특정 환경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 인적 없는 길, 늦은 시간, 아는 사람... 다시 말해서 이러한 범행상황의 묘사가 왜 그런 곳에, 그런 시간에 갔니? 라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곳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 그 시 하지 않으면, 한 학기가 끝날 때쯤 되어서야 새로운 학생들을 대충 기억하는 정도이기는 하 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범인의 얼굴을 반복해서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15) 신창원 사건의 경우 수갑 찬 사진 속에서 그가 입고 있던 고가의 이태리 産 M 社 티셔츠가 오히려 품절될 정도였기도 하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49 간에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처럼. 그 동 네엔 수많은 사람이 그런 곳에 살고 있다. 통영 사건의 피해자는 범인 김점덕과 한 마을에 살았을 뿐, 아침에 인적이 드문 일상적인 농촌마을일 뿐이다. 제주 올 레길은 올레길이어서가 아니라 범인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웠을 뿐이다. 목포 사건의 피해자는 늦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이 무서워 서 지름길로 가려다가 실종된 것이다. 그렇다면 관악산 은 어떤 곳일까? 그냥 험하기는 하지만 접근성과 조망이 좋 은 산 정도일까? 우리 미디어들이 조금만 상품화 했더라면 관악산은 대단한 그 런 곳 이 되었을 곳이다. 관악산 다람쥐 사건을 지금처럼 보도했더라면 말이다. 원조 관악산 다람쥐 김아무개(당시 나이 26)가 1992년 5월부터 1994년 1월 까지 관악산을 찾은 여자등산객과 불공을 드리러 온 여신도 50여명을 상대로 2900만원을 빼앗고 13명을 성폭행했던 곳이다.(그는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두 번째 관악산 다람쥐 차아무개(당시 54세)가 2003년 초부터 2005년 2월 2일 체포될 때까지 사제총을 들고 다니며 2년동안 여성을 상대로 30여차례의 강도 를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어떤가? 관악산은 그런 곳 인가? 아니면 단지 북한산 이 아니라, 관악산이었을 뿐인가? 5. 국민의 알 권리 혹은 대중적 호기심 보통 미디어의 보도가 사회적 문제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알 권리 論 이다. 그러나 알 권리 는 이런 흥미꺼리를 넘어서는 정치적 권리이기도 하다. 오원춘 이 사체를 처참하게 절단한 이유가 인육판매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 도 충족될 수 있다면, 2011년말 현재 101,239명, 경찰관 1인의 담당인구수가 501명 16) 이라는데 그 중에 실제 민생치안 에 투입되는 경찰관은 어느 정도인지, 경호, 경비, 보안 등 非 수사 분야에 투입되는 인원과 비교할 때 적정한지도 알려 야 한다. CCTV 등 장비 확충을 포함하는 치안능력을 어느 정도 강화하는데, 어 느 만큼의 예산이 드는지, 단지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둘 것이지의 문제도 중요 16) 통계청 홈페이지에 있는 e-나라지표 서비스에서 검색한 것이다.(http://www.index.go.kr/e gams/stts/jsp/potal/stts/po_stts_idxmain.jsp?idx_cd=1605&bbs=indx_001&clas_di v=a)
150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하다. 17) 우리 미디어들이 진정한 언론 18) 이라면 대중적 호기심의 충족시키는 데에 급 급하거나 혹은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대중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러한 불안을 그런 치안사각지대를 줄이고 없앨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거 기에 정당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하 지 않을까? 19) 물론 이러한 기사는 재미없고 인기없는 기사가 될 것이지만, 아무리 클릭 수, 구독자 수에 따른 광고 단가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미디어가 선데 이 서울, 사건과 실화 를 흉내 내서야 되겠는가? 20)21)22) 17) 이러한 문제제기의 측면에서 울산 방범용CCTV '빈부격차' 있다 (울산=연합뉴스) 최인영 기자(기사입력 2010-04-12 11:14, 최종수정 2010-04-12 21:53)의 기사는 문제의 지 적과 원인을 제시하였다는데에 의의가 있다. 이후 경기일보의 아동범죄 최다 부평 CCTV 설치는 최저, 328대 그쳐 인구 유사한 서울 강서구는 791대 (2012.10.09(화) 오후 10:35) 기사도 이러한 맥락이다. SBS 취재기자들의 블로그인 [취재파일]에도 CCTV도 부익부 빈익빈? 이라는 기사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지역별 편차를 지적하면서 이 문제가 치안을 위한 공공부문 CCTV 설치는 보조금 지원 관련법에 따라 중앙정부가 절반, 나머지 절 반은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재정 사정이 천차만별이다보니 CCTV 설치도 예산 사정 따라 많고 적음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겁니다. 라고 지적하면서 중앙정부에서 모두 일관된 기준으로 설치하고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 N1001421006) 18) 이 글에서 굳이 언론 대신에 미디어, 매체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유는 언론은 言 論 三 司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에서 나타나듯, 권력 혹은 사회를 향해서 直 言, 正 論 을 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 강준만, 본질을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 방송과 시청자, 1994.11, 54-56쪽도 이러한 점 을 지적하고 있다. 20) 조금은 뜬금없지만, 이런 의미에서도 KBS 1TV까지도 드라마나 단순 오락물을 방송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까지 시청률에 연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KBS 2TV에서도 충분하고, 다른 채널, 케이블, 종편에 넘겨도 된다. KBS 1TV는 재미없어서 다른 상업방송에선 할 수 없지만, 공익을 위해서 해야 하는, 필요한 내용을 방송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21) 물론 모든 기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의 전개상 범죄보도의 문제점 위주로 지적되 었지만, 드물게 꼼꼼한 분석, 탐사 보도도 물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의미있게 본 기사로 는 중앙일보의 잔혹 강력범 159명 성장사 추적 '충격' (입력 2012.05.29 00:30/수정 201 2.05.29 17:02)(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308563 &cloc=olink article default)과 같은 기사도 있다. 22) 또하나 허무한 것은 이것이 20년 전에도 과거부터의 잘못이라고 지적되었던 것이라는 점이다. 김영호, 냄비언론의 거망증 여전, 보도는 요란나나 대책은 무성의, 신문과 방송, 1994.11, 72-76쪽 참조. 그러고 보면 우리 미디어들은 소신이 있거나 무신경하거나간에 한결같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51 6. 무엇이 사건보도의 크기를 결정하는가 [ 나주 초등생 사건 관련 MBC 기사 20120831 방송분 기사 제목 모음 ] 나주 성폭행 초등생 간호사 되고싶다 했는데 20120831 나주 초등생 성폭행 현장검증 1일 실시 20120831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아동 포르노 즐겨봤다" 20120831 성폭력범죄 하루 53건 발생 20120831 '관심 좀 가졌다면'..성폭행 여아 주민이 목격 20120831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 건강상태 '심각' 20120831 초등생 성폭행 범인 아버지 "어떻게 이런 일이 " 20120831 '이불 채' 납치 성폭행 용의자 체포 "술김에 범행" 20120831 이번에도 '이웃 아저씨' "평소 자주 드나들었다" 20120831 이 대통령 "나주 어린이 사건 국민께 죄송" 20120831 나주 성폭행 사건 인근서 가게 절도 20120831 아동성폭행 범인 '아는 사람'이 72% 20120831 초등생 성폭행범 검거, 결정적 제보 있었다 20120831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 수사 일지 20120831 초등생 성폭행 범인은 게임 마니아 20120831 초등생 납치 성폭행, 풀리지 않는 의문 20120831 경찰청장 "책임 통감 강력범죄에 가용 경찰 총동원" 20120831 나주 초등생 성폭행 용의자 '이웃집 삼촌' 20120831 또 아동 성폭행 잔혹해지는 '인면수심' 성범죄 20120831 초등생 성폭행 피의자, 범행 후에도 나주서 '활보' 20120831 "그 비바람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20120831 나주 초등생 성폭행 용의자 "술김에 저질렀다" 20120831 신의진 "나주 성폭행 초등생 가족 2차 피해 우려" 20120831 굳이 MBC에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쓰기 위 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홈페이지에서 이 기사 목록을 보았을 뿐이다. MBC 뉴스 스스로도 성폭력범죄가 하루 평균 53건 꼴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152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중 하나인 이 사건에 이렇게 과도한 기사를 내보내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 까? 23)24) 위의 그림은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 날 나온 연합뉴스의 친절한 그래픽 기사이 23) 위 목록에 있는 기사 중의 하나인 성폭력범죄 하루 53건 발생 의 내용이다. 성폭행과 강 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가 크게 늘어 지난해 하루 평균 53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 다. 경찰청과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범죄가 만 9천4백여건 발생해 1년 전보다 6.7% 늘었습니다. 특히, 성폭력 범죄를 2명 이상이 집단으로 저지른 사례가 6백건 이 넘었고, 흉기를 사용한 경우도 5백건에 달해 갈수록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김 정환 / 20120831 21:08 (http://imnews.imbc.com/news/2012/society/article/3128665 _10156.html) 24) 여기에 대한 대답도 이미 오래 전부터 내려져 있다. 지금은 세인의 기억에서도 희미할 大 盜 조세형 탈주사건 과 서울 을지병원 음료독살사건 을 계기로 1983.5.9. 개최된 전국편집 부장 사회부장 세미나 에서 제시된 의견들 중 현재의 시점에서 잘못되었다고 할 만한 것 없 이 모두 타당한 지적들이 제시되었다. 상세한 내용은 신문과 방송, 1983.5.의 이상회, 사건기사와 뉴스가치 나 최진우, 사건기사의 편집방향 을 참조할 것.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53 다. 이렇게 친절히 보도했지만 이건 나주 사건 이전이다. 그 이후로는 모든 사건 이 다 묻혀버린다. 25) 뉴스를 따라가기에도 바쁜 미디어다. 올해가 유독 강력사 건이 많은 해인가? 예년의 방식대로라면 올해의 범죄통계는 내년 말에나 나온 다. 여하튼 말하고 싶은 것은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은 과연 이 정도로 보도될 만한 사건이었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 여당 대표가 직접 대통령의 책임까 지 거론할 정도로 사건의 발생, 범인 검거에 경찰 당국을 넘어 정부의 직접적인 잘못이 있었던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온 나라가 이제까지 난리를 쳤는데, 지금의 미디어를 보면 두 달 남은 대선의 이슈는 NLL, 정수장학회, 단일화 뿐인 것으로 보인다. 책임 있 는 언론 이라면 온 국민을 그토록 분노케 한 이슈를 공론화해서 어떤 정책이 진 정으로 아동성폭행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인지 논의하고 그 예산, 인력 문제도 공적 의제로 만들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26) 그런데 이 사건이 일으킨 분노가 사회적으로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천에서 여러 모로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 다. 아래는 한국일보 기사에서 옮겨온 사실관계이다. 27)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6일 오전 4시 20분쯤 인천 남구 한 상가건물 2층 주 택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A(14)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주먹으로 때린 뒤 성폭행한 혐의다. 이 과정에 황씨는 같은 방에 있던 A양의 여동생(12), 남동생(9)을 옷가지로 결박한 뒤 A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범행 뒤 일을 마치고 귀가한 A 양의 어머니(37)와 마주치자 얼굴을 마구 때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 112 신고를 받 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황씨는 A양 집과 출입문을 마주보고 있는 이웃으로 A 양 어머니가 야간에 일을 나가 집을 비운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25)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의 성폭행 사건 언론사별 보도준칙 말들어야 라는 기사에서는 오 마이 뉴스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9월) 6일까지 네이버에서 성폭행 키워드로 검색된 기 사건수를 헤아려보니 2만885건이 나왔다는 구절이 있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이러한 선정 적인 보도에는 소위 보수, 진보 매체가 구별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가 인 용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성범죄 막으려면 이라는 제하의 기획기사로서 전문가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이 연속기사의 김준호교수, 권인숙교수 인터뷰는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26) 이러한 측면에서 홍성수, 괴물을 없애는 방법, 시사in, 제261호, 2012.9.19.은 원론적이지 만 언제나 유효한 음미해야할 주장이다. 27) 또 이웃집 아저씨, 옆집 여중생 성폭행. 인천서 엄마 밤일 나간 틈 노려 새벽에 침입 범 행 인천=이환직 기자(slamhj@hk.co.kr, 입력시간 : 2012.09.29 02:35:13) http://news. hankooki.com/lpage/society/201209/h2012092902351321950.htm
154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드러났다. A양과 동생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황씨는 A양 남동생이 자주 가는 PC방 주인으로 성범죄 관련 전과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사건을 보도 하는 미디어의 태도이다. 그 강력 하다는 google 검색에서 전체 뉴스 11개. 그나마 중복된 것을 빼면 아래가 전 부이다. '이웃집 아저씨'가 또 인천서 여중생 성폭행 동아일보, 2012년 10월 1일 또 이웃집 아저씨, 옆집 여중생 성폭행 한국일보, 2012년 9월 28일 새벽에 이웃집 14세 여중생 성폭행한 30대 男 붙잡혀 - 조선일보, 2012년 9월 28일 새벽 여중생 성폭행 또 이웃집 아저씨 조선닷컴, 2012년 9월 29일 문 잠기지 않은 이웃집 침입 여중생 성폭행 YTN, 2012년 9월 28일 또 `옆집 아저씨` 여중생 성폭행 동생들 묶어놓고 범행 매일경제, 2012. 9. 28. 왜 미디어들은 이 사건에서 상품성 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왜 이 사건은 묻힌 걸까? 왜 그 이전에 음주운전 전과 밖에 없던 범인이 이 시국에 범행을 저 지른 것일까? PC방 손님으로 알던 사이 도 아니고, 범인 스스로 PC방 주인인 데, 경찰은 다른 사건들에서 늘 발견되어 사건의 원인이 되던 그것 을 그의 하드 디스크에서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경찰과 언론의 이 새삼스러운 과묵 함이 기이할 뿐이다. 7. 범죄보도의 범죄유발력 범죄보도와 폭력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가설이 주 장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대립적 가설은 모방 이론과 카타르시스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그대로 모방이론은 미디어 보도의 모방을, 카타르시스이론은 폭력성의 간접 체험을 통한 淨 化 를 주장한다. 여기서 두 이론의 타당성을 검토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특징적 성격의 범죄자들에게는 범죄보도 가 그 들에게 내재된 범죄적 욕망을 현실에 실현하고자 하는 충동을 격발시켜 외부세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55 계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방아쇠 작용을 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을 하 려는 것이다. 28)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 형법이론은 기본적으로 합리적 인간 인 범죄 자를 전제하고 있다. 이때의 합리성이란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고 하는 아주 소박한 의미의 합리성을 의미한다. 때문에 형법이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 는 범죄자라면, 자신이 저지르는, 저지르려고 하는 유사한 범죄가 사회적으로 크 게 문제가 된 경우 지금 잡히면 처벌이 가중될 것이므로, 당분간이라도 조심하 려고 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합리적 선택 이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형벌이론 에서 형벌예고, 형벌집행에 의한 위하 威 嚇 를 말할 때 전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범죄자들이다. 그러나 어떤 범죄자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충동이 이성을 압도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어떤 작은 계기- 이 경우에는 범죄보도-가 방아쇠가 되어 그나마 억제되던 범죄실현 충동을 제어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것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뒷받침될 수 있다면, 우리 미디어의 과도한 범죄보도는 또다른 범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상상에 기반한 (아동) 포르노가, 영화가, 소설이 범죄를 유발한다면, 현실의 범죄에 기반한 세밀하고 상세한 범죄묘사를 주된 요소로 하는 우리 미디어의 범죄보도가 범죄유발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이전까지 음주운전 전과 밖에 없던 PC방 주인이 온 나 라가 아동 성폭행범에 치를 떨고 그의 얼굴이 온갖 매체를 도배하고 있는 시기 에 식칼을 들고 옆집에 들어가 거기 사는 미성년자를 강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 이었을까? 그냥 우연인 뿐인가? 8. 맺는 말 이상에서 우리나라 미디어의 범죄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보았다. 특별히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문헌에는 이미 너무도 충분히, 너무도 옳 은 개선방안들이 나와 있다. 29) 그러나 주로 미디어와 수사기관의 이해가 맞아 28) 이 문제에 대한 이론적 점근으로는 심영희, 범죄와 언론보도, 방송학 연구, 통권 6호, 한국방송학회, 1995 79-114쪽 이하 참조
156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떤 목소리도 공염불이 될 뿐이다. 또한 어쩌면 이 글은 필자가 형사법 전공자로서 가지는 전문성의 한계를 넘는 대상을 다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밀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주장 이라기 보다 하나의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미디어 전공자가 아니 면서 미디어의 범죄보도의 문제점을 지적 하기는 하였지만, 관련 전공자로서 동 시에 시민으로서, 뉴스 소비자로서 미디어에 바라는 것들, 주의했으면 하는 것들 을 거칠게나마 소개한 것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 * 아래의 글은 글을 작성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에 있는 글이다. 이 분의 글 전체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취지에 깊이 공감하게 되어 덧붙 이고자 한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범죄내용만큼 기사도 잔인하다. http://ing45.tistory.com/archive/20120902 블로그, 필명 난 아직도 ing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다. 부모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자신을 형님, 형수라 부르던 사람의 손에 잡혀가 유린당하고 짓밟혔다. 평생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 29)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박용규, 한국신문 범죄보도의 역사적 변천에 관한 연구-범죄기사의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회보, 2001, 봄 호에서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1935 년, 1956년, 1976년, 1996년의 4년치 신문에서 각각 8일치를 표집한 후 그 내용을 분석 하였는데, 범죄보도의 양이나 내용에는 다소나마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표현방식에 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하며 오히려 선정성을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난 1994년의 사건들 뒤에 개최된 방송위원회 주최 토론회의 결론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 히 그대로 유효하다. 다시 말해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방송위원 회 심의실이 작성한 제언의 제목은 제작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 이다. 이렇게 문제 많은 보 도를 생산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으며,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 할 수 있는 곳은 미디어 기업 자신이다. 왜 그들은 달라지지 않는가? 팔리기 때문이다. 스 스로 자제할 수 없다면 외부적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미디어를 통제 할 수 있는 권력이 있을까?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57 아야 하는 딸을 안고 가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떻게 할 것이고, 너무 어려서 자기가 당한 일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그 어린아이의 눈망울을 보며 나는 차마 무슨 말을 해 야 할지도 모르겟다. 그동안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나는 참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내린 생각의 결론은 ' 범죄의 내용 만큼이나 기사의 내용과 헤드라인도 참 자극적이고 잔인하다.' 라는 사실 이다. 나는 그 어린아이가 그 짐승보다도 못한 사람에게 끌려가 어떤 몹쓸 짓을 당했는 지 전혀 안궁금하다. 다만 내가 궁금한건, 이런 아동 성폭행범에게 어떤 처벌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 또한 이런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국가차원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어린아이의 치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너무 궁금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내놓고 여론을 조성하려는 언론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고, 그저 자극적이고 아주 적나라한 헤드라인으로 클릭을 유도하기만 하는 기사만 몇 페이지를 차지한다. 화 가 난다. 잔인한 범죄만큼 잔인한 기사는 한두번이 아니었다. 잔인한 범죄만큼 잔인한 기사는 이번 한번뿐이 아니다. 수원 토막 살해 사건, 나는 그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어떤식으로 죽임을 당했고 나중에 그 죽음이 어떤 식으로 유린당 했는지 전혀 안궁금했다. 범죄의 잔혹함 만큼이나 기사의 헤드라인과 그리고 기사의 내 용도 잔혹했다. 몇 토막을 내고 또 어떤 식으로 어떻게 했고. 기사를 보며 하루에 몇 번씩이나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 생생하게 중계해주는 듯한 기사의 내용에 염증을 느꼇다. 나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유린했고, 또 어떻게 짓밟았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 다. 다만 내가 궁금했던건 그런 흉악범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이고, 또한 재발을 막기 위해 국가차원에선 어떤 일을 할 것이고, 또한 이런 흉악범들에게 대한 처벌을 강 화하자는 여론을 바랬을 뿐이다. 그러나 하루가 머다하고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내용들을 보도했던 각종 언론들은 국민의 알권리란 말도 안되는 알량한 이유로 포장해 자극적이고 아주 적나라한 기사내용과 헤 드라인으로 피해자를 두번 세번 짓밟았다 생각한다. 범죄의 내용만큼이나 잔혹하고 잔 인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 고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지 화가 난다.
158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나영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알량한 명분으로 두번 세번 짓밟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유증을 겪고 있는 나영이란 소녀에게 제2 제3의 나영이를 만들지 않 기 위해 어른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줄게 라는 약속과 자라나는 아이들을 짓밟은 가해자 들의 처벌을 어떻게 강화해서 재발을 방지할 것인가 라는 국가 정책이나 국민들의 여론 조성보다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기사와 헤드라인으로 어딜 어떻게 하고 또 어딜 어떻 게 해서 어디가 얼만큼 찢어지고.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 너무 한심하고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나는 범행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유린했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그런 흉악한 범죄들을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인지. 그리 고 또한 그런 식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치료를 해서 길을 가다가 엎어 질 수 있는 것처럼 본인이 겪은 그 일들이 인생을 살면서 엎어진 것 딱 그거뿐인, 내가 잘못한 게 아닌 가해자가 잘못한 거란 인식을 심어주고,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 시킬 것인지, 그리고 그런 흉악범들에게 있어서 어떠한 강력한 처벌을 내릴 것인지 나는 그 것이 궁금할 뿐이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사회의 유명한 사람이 자살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신문이나 언론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이 단어는 금기어로 지정되 어 언론보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는 자살이라는 단어가 넘쳐 난다. 아직 도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자살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자살과 관련된 갖가지 소식 이 쏟아지고 있고, 언론들도 경쟁적으로 자살관련 소식을 주요기사로 다루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며 심지어는 그 자살의 방법까지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도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자살사건이 있었다. 카이스트대 연쇄자살 사건과 대구 중학생 자살이후의 연쇄자살사건인데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자살이라 는 단어뿐 아니라 구체적인 자살방법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몇년전 이 세상을 등진 고 안재환씨의 사건역시도 어디서 어떻게 자살을 했는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 도를 해서 염증을 느꼇던 적이 있었다. 심성이 비뚤어진 누군가는 그렇게 적나라하게 쓰여진 기사나 헤드라인을 읽고 쾌락이나 환상을 느껴 그런 범죄나 행동을 모방하여 저지를 수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그러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59 하였거니와, 그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흉악한 범죄나 자살사건들이 한두 건쯤은 꼭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처럼 나는, 피해자를 두번 세번씩 짓밟고 이미 세상을 등 져버린 고인을 욕되게 하는 기사는 보기가 싫다. 다만 내가 궁금한 건 이런 식의 범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이고, 또한 그런 흉칙한 일들을 당한 피해자를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 또한 그런 범죄를 줄이 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여론이 보고 싶을 뿐인데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것인지, 아니면 한번 짓밟힌 인권 두번 세번 네번 계속 짓밟히라는건지? 흉악범들의 강력한 처벌, 올바른 보도의식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를 엄청나게 반대를 했던 사람이었다. 사형, 그러니까 법의 집행이라는 명분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그 사람이 자신의 쾌락 혹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를 죽이는 것과 비슷해 보여서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흉악범이 들끓기 시작하고 그 흉악범들의 인권을 지켜주느라 피해자들의 인권이 짓밟혀 가는 과정들을 보며, 그리고 내가 피땀흘 려 낸 세금으로 저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왜 내가 저 사람들을 지켜줘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터놓고 이야기해서, 만약 저런 흉악범들의 형량을 무겁게 때리거나 혹은 사형이란 엄중한 법의 판결을 내린다면, 처벌이 무서워 어떤 누가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이 너무 가볍고, 거기다 가 술을 먹었다고 하면 심신미약이라는 판결로 형량이 더 가벼워진다. 한마디로 솜방망 이 처벌이다. 이미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미성년자와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졋다 하더 라도 사형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미성년자들을 강간 혹은 성폭행을 저지르면 태형이라는 무시무시한 형벌로 다스리고 있다. 충격이 어마어마 해 서 성불구가 될 확률도 높다고 한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처럼 엄중한 법의 판결로 다 스린다면 어떤 누가 그렇게 쉬운 그리고 충동적인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일까? 새 삼 궁금해진다. 또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알량한 이유를 명분삼아 피해자를 두번 세번 네번 짓 밟고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기사 역시도 보기가 싫다. 국민의 여론 을 조성할 수 있는, 그리고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적당한 보도
160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가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런 사실들에 있어서 국민의 입이 되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여론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전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범 죄의 내용만큼이나 기사도, 그리고 헤드라인도 너무나도 잔인해서 피해자를 두번 세번 짓밟는다.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지켜지고, 그저 인생이란 길을 가다가 한번 넘어진 것 딱 그거뿐이라는 마음으로 그 어린아이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말끔하게 나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란 이 나라에서 그런 흉악한 범죄는 다 시금 일어나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나라 범죄보도의 문제점 161 Abstract Some Problems of the Crime Reports in Korea Lee, Keun-Woo Assistant Professor, Gachon University College of Law It is controversial about crime report on media. This article focused on adverse effect of crime report on mass media which prompted secondary victims and similar crimes. The problems of crime report in the press (or media) are existed since a very long time, and called for the countermeasures, but these solved anything. (It is not efficiency) The values of news are depended not on the importance of event, but on able to be marketed. This is blamable because these behaviors are caused the second victims or similar crimes. It might be any reports of crimes urge to explode the real crime like a trigger? If this effect of crime report is based on empirical study, it can be said the excessive crime reports of mass media are criminality. If it is said that (child) pornography, movies, novels are caused the crimes, crime reports of mass media which has detailed description of real crime caused crimes, too. Therefore, behavior of media s crime report itself is an object of criminology.
162 嘉 泉 法 學 제5권 제3호 (2012.11.30.) key words : Crime News, Sensationalism, Commercialism, Publication of Facts of Suspected Crime, Trigger Effect 투고일 : 2012. 심사일 : 2012. 게재확정일 : 201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