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철학논집 ( 제 37 집 ) 인식과이해의내적능력인 이성 개념을철학하는현재에서는어떻게규정할수있을까. 인간은 이해하는존재 라는근본적특성을지니기에그를위한능력을고찰하는작업은철학적질문으로서는중요한의미를지닌다. 1) 이성개념에대한이해를서술하는작업은참으로어려운일일수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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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관계를규정하고자하기때문이다. 하지만자신의철학체계 6) 에서헤겔이 생명 을어떻게다루는가를살펴본다면그답이간단하지않다는것을알수있다. 그는 1816년 주관논리 (Die subjektive Logik) 의이념편에서 생명의이념 을다루며다음과같이언급하고있다. 다만여기서는생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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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철학논집제 37 집 2014 년 5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37, May 2014, pp. 31-55 31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 1) 신승환 ( 가톨릭대 ) 주제분류 존재론, 해석학, 철학적인간학, 형이상학 주제어 이성, 이해의계보사, 현재의철학, 탈형이상학 요약문 이논문은이해하는존재인인간의본성적특성인이성 ( 理性 ) 개념에대해논의하고있다. 이성개념을이해하기위해먼저이개념을정의했던이해의계보사를다룬다. 고중세철학에서이성개념이존재론적이면서인식론적특성을지녔다면, 근대의철학에서이성개념은인식이성과계몽이성으로제한되기에이른다. 이러한근대적이해를넘어서려는철학적경향을논의한뒤, 이글은현재란해석학적지평에서수용가능한이성개념을논의한다. 그개념은철학사적맥락에서는해체론적이며다른한편전통형이상학의이성이해를감내하면서극복하려는탈형이상학 (postmetaphysics) 적맥락에서이해되는개념이다. 그러한이성개념을의미를드러내는인간의지성적노력과함께하는내적능력, 허무주의를넘어서는생명성과연결지워제시한다. I. 머리말 1. 철학사에서보듯이인간의본성을규정하는작업은매우다양하게펼쳐졌다. 그가운데이성 ( 理性 ) 개념을중심으로인간본성을정의한것은전통형이상학의주된흐름이었음은너무도잘알려진사실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막상이성이어떤의미를지니는지, 또이성의외연과내포에대한논의는결코일의적으로주어져있지는않다. 그와함께과연인간의본성을이성이란단일한개념으로정의하려는태도가정당한지에대한논의역시매우다양하게전개되고있다. 투고일 : 04월 30일, 심사완료일 : 5월 14일, 게재확정일 : 5월 15일 * 이연구는 2013년도가톨릭대학교교비연구비지원에의해이루어졌음.

32 철학논집 ( 제 37 집 ) 인식과이해의내적능력인 이성 개념을철학하는현재에서는어떻게규정할수있을까. 인간은 이해하는존재 라는근본적특성을지니기에그를위한능력을고찰하는작업은철학적질문으로서는중요한의미를지닌다. 1) 이성개념에대한이해를서술하는작업은참으로어려운일일수밖에없다. 이성이해의계보학 (genealogy) 자체가지나치게풍성하여한두편의글로마무리하기란사실불가능에가까운일이다. 또한철학사자체가이성을이해해온역사라고말할수있으며, 학문의역사역시이렇게이성을규정해온역사에따라이루어졌다는사실이이런서술을어렵게하는중요한원인가운데하나이다. 그와함께인간의존재적특성에미루어본다면이성이해의변화에따라철학은물론, 그에기반한학문과사회체계, 문화적전환이생겨났다고말해도좋을것이다. 이모두는이성이라는인간존재의가장큰특성없이는불가능하기때문일것이다. 이와는달리이해의계보사를무시한채인간의사유가이루어지는현재적지평에서수용하는특정한이성이해에바탕한철학적작업역시가능할수도있다. 그러나이렇게특정한시대적맥락에서제시되는주장은큰의미를지닐것같지가않다. 그러한시도역시이성이해의역사를전제하며, 그역사적맥락을떠나서는어떠한타당한이해도가능하지않을것이다. 그까닭은현재의이성이해역시이미계보사적이해에바탕하여성립된것이기때문이다. 계보사를떠나이루어지는이성이해역시이미특정한역사적귀결을암묵적으로전제하고있는것이다. 이와함께이성이해를어렵게만드는두번째문제가드러난다. 계보사적맥락에따라형성된것이이성개념이라면그것을논의할해석학적지평은이개념을이해하기위해서는반드시밝혀야할앞선작업이될것이 1) 이성개념을추론하는능력으로규정하는것은철학사적맥락에따른것이다. 이글은이런주장을좀더확장하여본문에서보듯이이성의죽음, 또는 다른이성 과 이성의다른부분 을논의하는해체론적철학의주장과연관지어이성개념을새롭게이해해보려시도한다. < 철학연구소 > 에서발표할당시참석했던동료철학자들이제공해준귀중한논의가이글을명료하게하는데크게기여하였다.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33 기때문이다. 이해의역사에서성립된철학적개념은언제나그개념이자리한해석학적지평을전제한다. 이런해석학적지평은일차적으로이해의역사에서성립되지만, 근원적으로는존재론적층위에서설정된다. 이해는인간의존재에서성립되는것이기에모든이해는근원적으로존재론적일수밖에없다. 그러기에공유하는존재론적해석학이란맥락을떠나제시되는수많은담론들은그런맥락을벗어난이들에게는설득력을지니지못하게되는것이다. 2) 이런까닭에이성개념을설명하기위한해석학적맥락은존재론적으로정초되어야하며, 그럴때에야인간존재의근원적이해와관련되어그논의는의미를지니게될것이다. 이러한맥락을전제한뒤우리의논의를위해여기서는이성개념이제기된원형적사고와함께간략한계보사를중심으로하여현재란지평에서이해할수있는이성개념에대해서술해보고자한다. 이성이해를위한철학사적맥락과이성이해의해석학적지평을공유하지않은상태에서논의하거나, 현재 란철학적맥락을떠나제시하는이성개념은결코어떤의미있는설명도제시하지못할것이기때문이다. 철학은언제나지금, 여기란지평에서이루어지는현재 (present) 의해석학적사유작업이면서동시에그러한사유역시역사적과정을떠나형성되지않았기때문이다. 해석학적현재란지평에서이루어지는이성이해는사유의역사에서주어진현재와함께해석학적지평으로서의현재에서이루어지는존재론적경험일반을해명하는이성체계에대한이해를요구한다. 2. 우리가사용하는이성 ( 理性 ) 3) 이란말은유럽어 (logos, ratio, reason, 2) 이문제는이성개념에대해주장하는새로운담론들가운데상당수가낯설거나생뚱맞게느껴지는이유이기도하다. 이해하는이들의해석학적지평과맥락을상실한채다가오는담론은인간의존재론적층위에서거부되기때문이다. 예를들어서구적이성개념의대안으로제시하는많은담론들, 그것이동아시아적맥락에서주어졌던또는영성적맥락에서나또는특정한존재론적결단에기반한것이든그러한담론들이이런지평을떠난이들에게낯설게다가오는까닭이다. 3) 이성개념에대하여, Ch. Rapp/Ch Horn, Vernunft, in Historisches Wörterbuch

34 철학논집 ( 제 37 집 ) Vernunft) 를근대문화를유입하던일본의학자들이성리학적맥락에서쓰이던용어를종합하여번역하였다. 4) 이성개념은일차적으로유럽의철학적지평에서형성되었으며, 이것을우리의철학적지평으로옮겨놓았기에여기서생기는의미의변용에대해주목하지않을수가없다. 로고스 (logos) 개념이라틴어를거쳐현대유럽어로옮겨지면서생긴의미의변화와함께, 일본을거쳐우리의철학적지평으로삶의자리를변화시키는과정에서생긴의미의변화와첨가, 혼종되고전환된과정에대한철학적성찰은현재적지평에서이성개념을이해하기위해서는반드시필요한과정이다. 여기에는철학의보편성과개별성, 동일성과차이의문제를사유하는과정이해석학적전제로주어져야할것이다. 그것은, 이성개념이매우다의적이며, 계보사적이해에서보듯이존재론적이성과인식이성은물론, 사물의근거내지인간의숙고하는능력에이르기까지폭넓게쓰였기때문이다. 따라서이성개념을논의하기위해서는이개념이자리한역사적맥락과이해의지평을명확히하는작업이선행되어야하는까닭이기도하다. 이성개념이근대에이르러형성되었을망정동아시아적철학영역에서이성에상응하는개념은분명존재한다. 유럽의철학적경험에서유래하는이성에상응하는개념은무엇일까? 5) 이성개념을매우거칠게 인간의감 der Philosophie, hrsg. v. J. Ritter/K. Gründer, Bd., 11, Stuttgart u.a., 2001, 748f. 중세이후전체적역사에대해서는 763~863 참조. 4) 이런번역어는니시아마네의 百一新論 (1874) 에서찾아볼수있다. 강영안, 우리에게철학은무엇인가, 궁리, 2002, 217~8 참조. 일본을통해유입한이용어에대한설명으로 175 이하참조. 그럼에도이용어는착종된의미를지닌다. 성리학에서말하는 성즉리 ( 性卽理 ) 개념과천명 ( 天命 ) 으로서의성 ( 性 ) 개념이축자적으로엮어진말이다. 5) < 중용 >( 中庸 ) 에서는하늘의명을중심으로철학적근본원리로서의도 ( 道 ) 와학문 ( 가르침과배움 : 敎 ) 에대해규정하고있다 :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천명 ( 天命 ) 으로서의성 ( 性 ) 개념이동아시아의철학적맥락에서가장중요한형이상학적근거이며제일원리라면이개념을리 ( 理 ) 로해석한성리학은성을내재화하는개념 성 ( 誠 ) 을설정한다. 그러기에이성개념이유럽어적맥락에서성립된단어의번역어이지만이성 ( 誠 ) 개념을통해볼때동아시아적맥락에서이성을이해하기위해서는이미道와敎, 居敬窮理와같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35 각적인지각능력과는달리, 정신적인능력전체 를가리키는말로규정해볼수있다. 6) 이에따라인간의이해와인식행위는물론, 정신적인작업전체를가능하게하는인간의어떠한내적인 [ 정신적 ] 능력을이성이라규정할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동아시아적철학의맥락에서는물론, 우리의현재안에서이해되는이러한정신적능력은어떻게규정할수있을까. 이성은인간의내적능력이기에철저히내재적이지만, 그작용에있어서는또한외재적이며초월적인지향을갖는정신적능력이다. 그에상응하는인간학적이며존재론적인경험에따른개념은무엇일까? 또한인식론적층위에서이해되는이러한능력은우리에게는어떻게규정되었을까? 아니그것은정신적이란말로규정할수있는그무엇이기는한것일까? II. 고대 logos 개념과존재론적이성 1. 흔히세계에대한신화적이해를넘어 logos 적이해와함께철학이란학적행위가시작되었다고말한다. 이말의함의는인간이외적인어떤원인이나강력한힘, 인간을초월하는현상에기대하지않으면서, 스스로세계현상일반에대해이해하려시도했다는의미이다. 인간이자신이지닌어떠한내적인능력으로사태일반을이해하고해석하는존재론적특성을구현해가는데서철학이시작되었다. 여기서의철학은넓은의미에서말하는학문일반으로서의철학이며, 근대적의미의분과학문화한철학을가리키지않는다. 중요한것은이러한학문일반으로서의철학을시작한인간의내적능력을무엇으로이해했느냐하는점이다. logos 개념을처음으로철학적맥락에서사용한헤라클레이토스 (Herakleitos) 는자연과우주는영원히생성하며변화하는가운데존재한다고생각했다. 7) 그는이영원한생성의법칙이며만물을근거짓는원리를로고 은개념을살펴보지않을수가없다. 유럽어의이성개념에상응하는동아시아적개념에대한논의는별개의장에서다루어야할것이다. 무척어려운작업임에도반드시필요한철학적과제일것이다. 6) M. Müllre/A. Halder, Keines Philosophisches Wörterbuch, Freiburg, 1971, 293.

36 철학논집 ( 제 37 집 ) 스개념에서찾는다. 로고스 (logos) 는또한신의법칙이기도하다. 그럼에도이때의신적법칙이란그리스도교적맥락이나또는어떤초월적이며인격적인신개념을가리키는것이아니었다. 오히려그것은생성하는우주와자연사물모두의근본적법칙을가리킨다. 철학사적맥락에서신개념은최고의존재자, 존재개념의최상위를가리키는개념이었다고말해야할것이다. 8) 인간은정신을가지고있기에이를통해로고스의원리와그법칙을이해할수있다. 로고스가만물을있게하는법칙이라면인간의정신역시로고스에의해주어진것으로받아들여야한다. 여기서우리는이성이해의중요한출발점을만나게된다. 세계의근거로이해된로고스와함께이를이해하는인간의정신적능력인지성 (nous) 를설정한원형적사유를만나게된다. 인간의지성은로고스에근거하면서이로고스를이해할수있는능력을지니고있다는것이다. 이러한로고스개념은이후의그리스철학에서분명한모습으로만나게된다. 피타고라스를거쳐자연철학자들의영향하에서이후유럽철학의원형을마련했다고말할수있는플라톤 (Platon) 은모든존재자들의원형으로서형상 (eidos) 을설정하면서이형상이로고스라고말한다. 9) 또한로고스는본질을인식하게할뿐아니라가치인식의원천이기도하다. 이러한인식은 로고스를통해서 (ava ton logon) 가능하게되며, 이에대한유비적방법으로인간의모든인식이가능하게된다. 10) 이원형에대해알수있는것은인간이지닌지성 (nous) 에의한것이다. 11) 플라톤은이원형의세계와로고 7) H. 달스 /W. 크란츠,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김인곤외옮김, 아카넷, 2005, 221. 8) W. 바이셰델, 철학자들의신, 최상욱옮김, 동문선 2003 참조. 9) 로고스 (logos) 란말은단순히이성이란의미를지니고있지는않다. 세상의이치를가리킬때는이법 ( 理法 ) 으로, 또는말과음성으로, 때로는설명과이해및이에따른이야기란뜻으로도쓰인다. 이말의어원을 모아들이다 는의미라고설명하는하이데거는이에대한해석을통해존재자의존재의미를해명하고있다. 이에대해 M. 하이데거, 형이상학입문, 박휘근옮김, 문예출판사, 1994, 48~50절참조. 10) Platon, Theaitetos, 186a, 10, 3 참조.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37 스에대해알고자하는열정을지난사람들을철학하는자라고말한다. 잘알려져있듯이철학이란말은여기서유래한다. 12) 이성이해는그시작에서부터철학의본질과함께한다. 2. 플라톤이래의서구철학은동일성의원리에자리한다. 그원리는파르메니데스이래 동일한것은사유이며또한존재 라는명제 13) 의해명이면서, 다른한편그에근거하여문화와사회전체에이러한동일성의원리를확대시키는방향으로펼쳐져왔다. 14) 그럼에도이동일성의원리는인식론적층위에서는자연의존재론적지위를인식객체로축소하여객체성으로환원시키게된다. 그러기에사유와존재의동일함에서주어지는동일성의원리는존재론적으로주체에대한것이지만, 인식론적으로는주체와객체의이원론으로설정된다. 그러한전통과함께아리스토텔레스역시인간을인간이게하는영혼의능력으로로고스개념을수용한다. 15) 그에따르면로고스는이성과오성을포괄하며, 영원하고신적 인능력이며, 생겨나거나죽을수있는것이아닌순수한 energeia 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따르면이성은부동의원동자가지닌고유한생명력이며, 이미 스스로하나의신적인것 으로이해된다. 이성은인간안에있는 가장신적인것 이며, 그러기에 가장고귀 하다. 16) 이후서구철학의전통이된인간의본성에대한규정은여기서확 11) 플라톤, 국가. 정체, 제7권 517b, 박종현옮김, 서광사 1997, 453. 또한이성적 (logos) 논의와지성적이해에대해언급한 532a, 485 참조. 12) 플라톤, 국가. 정체, 제7권, 521c, 462, 철학에대해처음으로말했다고전해지는피타고라스의언급에대해헤르만달스 / 발터크란츠,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186, 189 참조. 13) H. 달스 /B. 크란츠,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284. 14) M. Heidegger, Identität und Differenz, Pfullingen, 1957, 13~15. 15) 아리스토텔레스, 영혼에관하여 (Peri physche), II권 1~2, 유원기옮김, 궁리, 2001 참조. 16)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윤리학, 1177 a 15;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12권, 1074 b.

38 철학논집 ( 제 37 집 ) 정된다. 인간은이러한 로고스를지닌존재 (zoon logon exon) 17) 이다. 여기서보듯이헤라클레이토스와플라톤이래서구철학의로고스 (logos) 이해는존재론적으로이중적이다. 그것은한편으로는신적인본성과연결지어져있었지만 18), 다른한편인간의이성이기도하다. 신은살아있는이성이며, 인간의이성은신적인본성에서유래한다. 인간의정신적능력은로고스에서분여된것이거나, 동일한존재론적근거를지니는것이다. 이러한전통은신약성서에까지연결된다. 요한복음은그들이믿는하느님의아들, 사람이된신의본성을로고스와연결지어이해하고있다. 19) 이처럼고대그리스철학이시작된개념으로서의 logos 는세계의근본원리 ( 理法 ) 이며, 설명하려는맥락에따라서는이성으로, 또는창조적생성의의미를지닌말씀으로도번역된다. 이개념에서파생한이성개념을유럽철학에서는일반적으로인간의정신을추론적인사고와인식판단에관계되는오성 ( 悟性, Verstand) 과오성의가능성이며, 정신의능력전체를가리키는이성 ( 理性, Vernunft) 으로구분하여생각하기도했다. 20) 이러한이성개념은개념적분화와발전을거치지만, 계보사적측면에서는중세철학을관통하는일관된이해이기도하다. 전환은근대의시기에일어난다. 이성은자신을 자연의빛 (lumen naturale) 으로이해했던역사는근대에이르러그존재론적성격과신적본 17) Ch. Grawe/A. Hügli, Mensch,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hrsg. v. J. Ritter/K. Gründer, Bd., 5, Stuttgart u.a., 1980, 1071f. 18) W. 바이셰델, 철학자의신, 104~109. 19) 물론이때의 logos 개념은철학사적맥락에서의이성과는같지않다. 그럼에도존재론적층위에서의 logos 개념은이렇게전용되는것이다. < 요한복음 > 1.1: en arche en ho logos, kai ho logos en pros ton theon, kai theos en ho logos., 사람이되신말씀 에대해, B. 코르사니, 말씀, 새로운성경신학사전 I, 바오로딸, 2007, 484~487. 20) 이런전통은특히칸트에서두드러지게나타난다. 한편헤겔은절대정신으로드러나는이성과달리인간의유한한정신적능력을오성으로구분하기도한다. 여기서는오성 / 지성과이성을명확히구분하는전통적방법과는달리인간의정신적능력전체를이성이란개념으로통칭하고자한다. 그것이이발제의의도와도상응한다고여겨지기때문이다.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39 성을상실하고마침내인간의이성 (ratio humana) 으로규정된다. 그이성은인식하는이성, 계산하는이성이며, 인간존재의승리를위한도구적이성으로자리한다. 마침내자신이유래했던자연에서벗어난이성은자신의존재를타자화시키기에이른것이다. 이제자연과존재는객체화되고타자화되는길로접어들게되었다. III. 근대에서의이성이해 - 인식과계몽 1. 인식이성 데카르트의철학적문제에서시작되어칸트에이르러종합된근대의철학은이성을철저히인식론적관점에서이해한다. 참된인식, 명석하고판명한지각에이르는것은이성을올바르게이해하고사용할때가능하다. 21) 사유하는실체는곧이성의본질에따른것이다. 칸트는철학을이성을사용하여개념을만들어가는인식론의체계로이해한다. 22) 여기서이성은철학적작업을통해진리를찾아가는인간의내적능력을가리킨다. 데카르트적이성은인식의정합성에치중함으로써존재론적도식까지도이런원리에서도출하려한다. 생각하므로존재 (cogito, ergo sum) 한다는명제는존재론적이성이해가인식의정합성을보증하는원리로전환하였음을극명하게보여주는도식이다. 이러한전통은존재자의인식을위해이성의범위와한계를규정하기위한비판적작업을전개한칸트에서완성에이른다. 철학은이성의범위와한계는물론, 이성의사용규칙을밝혀내는지적활동이기때문이다. 칸트의말처럼이성에대한앞선철학적작업은그를통해체계화되는형이상학을위한전제이다. 23) 근대철학에서의이성 21) R. Descartes, Discours de la Methode, 1637. 22) I.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A 713=B741. 23) 잘알려져있듯이그의비판서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 1781) 과 실천이성비판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판단력비판

40 철학논집 ( 제 37 집 ) 개념은이처럼인식론의범위에서이해되었으며, 그체계는인식형이상학의준거가되었다. 이성개념이사물을인식하는이성으로제시될때, 사물존재자는표상 (Vorstellung) 으로이해된다. 주체의생각함 (cogito) 에서존재론적근거를도출하려할경우이성은표상하는자아와표상된것사이의관계를주체와객체의도식으로설정하게된다. 이때의이성은인식의정합성의근거로제시될것이다. 인간은세계와존재자를표상하는주체이며, 존재자는표상의객체로자리잡게되는것이다. 이제이성은인식주체인인간의자의식이거나, 또는선험적자아 ( 自我 ) 의기반으로이해된다. 아니면경험주의철학에서보듯이경험의주체로또는관념론적주체로제시된다. 이성의본질을인식론적층위에서규정할때의문제는존재자는객체화된대상으로설정되며, 인간의존재역시주체성으로결정된다는데있다. 이제사물과자연및인간의존재조차도존재자를수용하는인간의주체성에관계된다. 이때존재의의미는정합성의문제로환원될뿐이다. 정합성의철학은과학적학문으로정점에이르게되며, 인간이해역시주체성이란관점에서결정될것이다. 24) 이때의주체성은인식론적층위에서의식으로, 또는그런맥락에서의사유로설정된다. 근대이후과잉으로치닫는의식의철학이나심리학주의는이런관점에서이해된다. 근대의이성이해가인식론적층위로제한되면서그이전시대로고스개념이지녔던존재론적이며인식론적지평의통합이깨어지게된다. 이성은존재론적으로신적인본성이기에인간의이성역시존재론적층위에서이해되어야할것이다. 그럼에도인식이성개념에는존재론적맥락이결여되었다. 니체의비판처럼이런이성이해의역사는결국플라톤사상이전도된결과이며, 필연적으로모든것을무의미로귀결시키는허무주의를초래할것이다. 25) 또한이성을인간의인식론적층위로제한할때, 이성은과학적 (Kritik der Urteilskraft, 1790) 은이성의범주를규명한저서이지만, 이를근거로하여전통적인형이상학적주제인진선미의문제를새롭게설정하려는노력이다. 24) 이에대해 M. Heidegger, Brief über den Humanismus, Bern 1947 참조. 25) M. Heidegger, Nietzsches Wort Gott ist tot (1943), Holzwege, Frankfurt/M.,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41 대상의영역을벗어나는층위에서는결코타당하게작동하지못하게된다. 이러한생각은니체, 하이데거와그맥을잇는오늘날의해체론자들은물론, 프랑크푸르트학파를비롯하여서구의문화와사회, 철학전통을비판하는모든사유에담긴일반적이해이기도하다. 26) 이런맥락에서하이데거는근대의이성이구현된시대상을자연과학과기술공학의세계로규정하고이를신랄하게비판한다. 27) 그시대는 계산하며 제작하는 사고에따른것이며, 존재자를과학적인식의객체로설정하는이해체계에근거해있다. 하이데거는이러한객체화를벗어나는이성을존재의미에대한 숙고하는사유 로규정한다. 그이성은존재자를존재자로사유하는전통형이상학의체계를넘어서는어떤다른사유를말한다. 28) 그비판은존재론적맥락을지니고있었던로고스 (logos) 의이성이인식이성의합리성으로축소될때신적조명에의한이성이나, 중세적인능동이성은인간의이해영역에서배제되기에이를것이란판단에서주어진다. 그러기에이를넘어서는존재론적맥락을지닌이성을이야기하는것이다. 그러한이성은수천년간서구역사를지배해온이성적사유를벗어나는새로운사유를가능하게하는이성을가리킨다. 29) 그럼에도그것이고대적이성이해로돌아가지않는것은이성개념이존재역사의운명적귀결로주어지기때문이다. 1950. 26) 호크하이머와아도르노역시 계몽의변증법 에서서구사유의본질을궁극적으로존재자에대한객체적지식의본질로서기술이라고말한다. M. Horkheimer u. Th.W. Adorno, Dialektik der Aufklä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20. 27) 참조 : M. Heidegger, Die Zeit des Weltbildes, 1938; Einführung in die Metaphysik 1935; Technik und die Kehre, Pfullingen, 1962; 기술과전향, 이기상옮김, 서광사, 1993 등. 28) M. Heidegger, Einleitung zu >Was ist Metaphysik?<, Wegmarken, Frankfurt/M, 1967, 210; Der Satz vom Grund, 199; Das Ende der Philosophie und die Aufgabe des Denkens, Zur Sache des Denkens, Tübingen, 1969 등. 29) Cf. M. Heidegger, Nietzsches Wort Gott ist tot, 1943, Holzwege, Frankfurt/M., 1950, 247.

42 철학논집 ( 제 37 집 ) 근대에이르러형성된학문과지식체계는이성이해의변화와밀접히연관된다. 데카르트이래수학적방법론과 명석판명한지각 을지식의기준으로생각하던근대적진리이해는물론, 새로운방법론과자연이해를바탕으로설정된근대과학은지식의범주와의미를변화시킨다. 베이컨의말처럼지식은사물을지배하고장악하는힘을준다. 그에따라학문역시객체적정보와지식을찾는과학적학문으로귀결되기에이르는것이다. 30) 이처럼학문 (scientia) 을 과학 으로이해하는사고를형성하였다. 그때의이성은사물을 계산하고, 수용하며, 처리하는 이성이며, 근거율과인과율의지배를받는학적체계를갖추게된다. 31) 이러한이성의원리가현대과학기술의본질이다. 32) 이처럼근대에서이루어진이성이해의변화는결국학문체계와지식에대한이해까지전환시키게되었다. 여기에는인식론적이성에따른정합성과방법론의문제와함께지식을타당성에서이해하는체계가성립된다. 이제지식은물화하고객체화되기에이른다. 나아가사회적맥락에서는주체성근거한체계와함께이를담보한보편적이성의원리로제시된다. 그것이서구철학의오랜역사에서보든일원성과동일성의원리이다. 2. 계몽이성 근대에이르러완성에이른인식론적이성은다른한편인간의본질을개인으로, 이성을지닌합리적존재로설정한다. 그에따라역설적으로이성은인간의도구로, 도구적합리성으로정초된다. 이성을지닌근대인은진보와계몽의인간이며, 기계론적세계에서존재의주인으로자리하는인간이다. 그는이성을소유한개체로서사회적인시민 (civil) 이며, 문명화 30) 자연에대한지식은자연을정복하고지배하는힘이다. F. Bacon, Novum Organum, 1620, 제1권 3. 31) 이에대한비판으로는 M. Heidegger, Vom Wesen des Grundes, 1929, Wegmarken, Frankfurt/M., 1967 참조. 또한 M. 프랑크, 현대의조건, 최신한옮김, 책세상, 2002, 65 이하. 32) M. 프랑크, 현대의조건, 67.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43 (civilization) 의사명을지닌존재, 자율성 (autonomy) 을지닌존재이다. 그럼에도그는자기존재를비우고절제하는인간, 존재드러남과감추임의역동성을이해하는인간으로자리하지는못한다. 존재진리가가려지고망각되는곳에더이상인간은자기비움 (kenosis) 을체험하지못하기때문이다. 이러한이성이해의도식은결국개체로서의인간을독립적이성을지닌주체로설정하며, 이성의원리를실현하는주체로설정한다. 그러기에이성중심주의적사고는궁극적으로는인간중심적담론을형성하기에이르며, 이러한원리에따라타자화의도식을초래하게되는것이다. 이러한이성의타자화도식을비판하는것이식민이성에대한담론의중심을형성한다. 인간중심주의적이성은결국유럽중심주의적맥락으로식민성을내재화하기에이른다. 그것은단순히정치적맥락의식민주의를넘어르네상스이래근대의휴머니즘 (Humanism) 과자연과존재를소외시키는존재론적인간중심주의로귀결된다는것이다. 근대를비판하거나이성의죽음을논의하는수많은탈근대적조류가근대란시대는결국존재론을인간에대한철학으로환원시킨휴머니즘으로완성되었다는니체와하이데거의비판에서논의의단초를찾고있음도새로운일이아니다. 33) 이처럼근대의이성이해는정치사회적맥락에서는 계몽주의 의원리로설정된다. 그것은이성의원리를보편화하는계몽정신으로드러나며, 이정신을모든사회와문화체제의중심에위치시키는시대이다. 이때의이성은인간의오성이며합리성으로, 나아가도구적인이성으로자리한다. 그와함께이성의보편성은필연적으로계몽의원리가정초된서구문화를중심으로하는서구중심주의를초래하기에이른다. 물론계몽주의는구체적으로프랑스혁명 (1789) 에서보듯이개체의권리와자율성에근거한계몽의원리를정초함으로써해방과구원의표상을제시한것이사실이다. 그럼에도이근대는유럽이외의타자를설정함으로써계몽되지않는세계를배제하고차별하는제국주의를초래하게된다. 1-2차세계대전과자본주의의전지구화로확산되는문화적배경에는이러한이성의도구화와타자화가근거로 33) M. Heidegger, Brief über den Humanismus, Wegmarken, Frankfurt/M., 1976. 이성의죽음논의에대해이진우, 이성은죽었는가, 문예출판사, 1998 참조.

44 철학논집 ( 제 37 집 ) 작용하고있다. 그럼에도계몽의기획은역사에서보듯이실패로끝나게된다. 아도르노 (Th. Adorno) 의말처럼계몽이다시금주술이된시대는단순히아우슈비츠를경험한독일적귀결을넘어서있다. 이성이해는언제나인간의역사적경험과현재적해석의작업은물론, 초월성을내재화하고현재화하는과정을떠나서는결코타당하게주어지지않는다. 이성이해는인간의존재이해전체와관계한다. 이때의이성이해는결코계몽주의적이거나, 과학적이성으로체계화될수없다. 헤겔이정당하게말하듯이이성은존재자를매개하는존재의비매개성을요구한다. 그것은조건지어진존재자의층위를드러내는존재의비조건성을의미한다. 이성이해는초월과역사를내재화하고이를현재의지평에서현현하는현재화의사유작업에서야올바르게정초될것이기때문이다. IV. 이성의자체모순과이성의죽음담론 1. 이성의죽음담론은서구근대의철학과그에따른문화및사회체계에대한비판과함께한다. 현대의과학기술문명과심지어자본주의조차그뒤에는철학의첫시작에서부터구체적인역사적맥락에따라각인된서구의강고한이성개념이자리하고있다는인식이다. 34) 존재자를과학과기술의객체로간주하든, 또는자본의대상으로삼든이런체계가존재론적의미를망각하게만드는형이상학적체계를가능하게했다는것이다. 그에따라인식이성, 도구적이성, 합리성에대한비판과심지어이성의종말선언은근대의기획자체를넘어서는탈형이상학논의까지이끌어내고있다. 그러한맥락에서야 다른이성 이나 이성의다른부분 에대해논의하는철학사적문제의식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 35) 문제는이러한종말담론 34) W. Welsch, Vernunft. Die zietgenössische Vernunftkritik und das Konzept der transversalen Vernunft, Frankfurt/M., 1995, 142~164. 35) 예를들어 K. Gloy(hrsg.), Vernunft und das Andere der Vernunft, Freiburg/München, 2001.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45 이아니라, 그를넘어서는형이상학적체계와그에따른새로운이성이해의해석학적지평을모색하는작업이다. 칸트의이율배반 (Antinomien) 논증 36) 에서보듯이이성의근거를그자체로설정하려는노력은결코가언적일수가없다. 이성개념을정초하려는노력은자기회귀적이며, 그와함께초월적이며존재론적지평에근거해야할것이다. 그럼에도이러한근거는선험적으로주어지는것이아니기에필연적으로요청 (postulate) 하거나결단할수밖에없을것이다. 이성의이러한특성은그자체로이성의모순이나한계라기보다인간의존재성에내재한모순과한계에서기인한다. 그러기에이성의자기모순은이성이해를통해서가아니라인간의존재이해에서해소되어야한다. 이성의자기모순성은그자체선험적지평에서야해소가능할것이다. 37) 이성은지극히내재적이면서도철저히초월적이다. 이성의자기모순은내재적이며초월적인지평으로지양된다. 그러기에이성의자기모순성을해소할사유의단초는이러한존재의내재적초월성에서찾아질것이다. 38) 이러한관점에서볼때서구철학을이성중심주의로규정한언설은타당성을지닌다. 그와함께이러한경향을교정하려는노력역시현대철학의본질적과제가운데하나인것이사실이다. 39) 일반적으로 J. 데리다가서구철학을 로고스중심주의 (logocentrism) 로규정하고이를비판했다고알려져있지만그이전이미클라게가이를명제화했다. 로고스의다양한의미와는별개로이개념을이성중심주의로해석할때의문제는이로인해소외되고배제되는인간의총체적이해능력이다. 이성의대상이외의영역은무엇일까. 예를들어신화와예술을이해하는감수성은이성의범위와한계와는어떻게관계될까? 칸트에서보듯이미적판단력조차이성에서이해될수 36) I.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A. 406~532. 37)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A 192: Die reine Vernunft hat jederzeit ihre Dialektik. 38) 이러한철학사적이해를통해이성에대한신뢰를더이상신의선함이나성실성에근거짓지않아도되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이래신학적으로특징지어지는서구형이상학의오랜강박증에서벗어날길이열리게될것이다. 39) M. 프랑크, 현대의조건, 최신한옮김, 책세상, 2002, 제2장참조.

46 철학논집 ( 제 37 집 ) 있는것일까. 이성과감성은물론, 초월성을감지하는능력은생명을지닌인간의본질적특성임에는틀림이없다. 그와함께이러한영역을이성과어떻게연관기어이해해야하는것일까. 또는근대적이성이해에서보듯이열등한인식 (A. Baumgarten) 으로규정하거나또는심지어반 ( 反 ) 진리의영역으로간주하여배제하여야하는것일까. 이성중심주의가초래하는또다른문제는이성이외의것들을대상화하거나객체화한다는데있다. 이런도식을통해이성이외의인간의지성적능력은타자화되기에이른다. 이러한능력들은특히인간의자연적본성이나생명성을근원적으로이해하는데관여한다. 40) 이때타자화된이런능력들은자신의존재론적성격을상실하고다만이성적주체의대상이되고, 마침내객체화를통해사물화되기에이른다. 그에따라자연과세계를기계론적으로사물화하는체계를성립시킴으로써마침내근대의수학적세계관이모든것을양화하기에이른것이다. 41) 그에따라이성역시이를근거짓는이성으로규정되었다. 2. 이성의죽음담론은형이상학과관계된다. 근대를미완성의기획으로보는하버마스는이러한근대적이성을의사소통성으로재정립하려한다. 그는의사소통적합리성과보편적이며근본적인이성의원리에근거하여주체와타자의소통이가능한공동체적지평을설정하려한다. 이러한의사소통적공동체는당연히서구적역사와서구근대의기획에담긴합리성을전제로한다. 그러기에그는근대의우월함을전제하며미완성에그친근대 40) 인간의지성적능력을天命과性은물론, 그를따르는행위에서이해하는동아시아철학의 이성이해는 은근대의그것과얼마나큰차이를지니는가. 이러한지성개념은인성론적특성을배제하고서는이해되지않는다. 지성은근대의인식이성과는달리천명과인성의본질적특성과연관되어이해된다. 그럼에도근대이성이해의도식에서는이러한지성이해는어디에서도자리할곳이없게된다. 이러한근대이성은다만자연과타자화된사물에대한이성이며, 인간이지닌타자에대한지식과지배의힘을제공하는능력으로이해될뿐이다. 41) 이에대한대표적비판으로 Th. Adorno, Dialektik der Aufklärung, 1949 참조.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47 이성의정합성을실현하려하는것이다. 그럼에도그의의사소통적이성은서구적경험을당연하게전제할뿐아니라, 그들의존재론적지반을반성없이수용한다. 그의의사소통적이성의기획은이성의존재론적지평을성찰하지않는다. 하버마스는 언어학적전환 이래이루어진현대철학의상황을전통적형이상학 이후의사유 로규정했다. 42) 이러한시대를그는이성의정황성과연결지어이해한다. 칸트에서보듯이형이상학적이해는필연적으로이성에대한이해와함께한다. 그러기에형이상학이후의사유는전통적이성이해에근거해이루어질수는없다는것이다. 탈형이상학 (postmetaphysics) 을비롯한형이상학이후의사유는그에정합적으로상응하는타당한이성개념을요구할것이다. 이러한이성이해의역사는서구형이상학의본성과함께한다. 43) 하이데거에의하면근대인식형이상학의이성이해는서구존재이해의역사에내재한필연적귀결일수밖에없다. 이성이자신의근원을타자화하고객체화할때이성의자기구현으로서의역사는필연적으로자기소외를초래하게되는것이다. 그러기에플라톤주의는결과적으로니힐리즘 (Nihilism) 으로귀결될수밖에없다고말한다. 탈형이상학적사유와함께하는이성이해의새로움은이러한니힐리즘과의대결을필요로한다. 철학사를통해이성으로파악할수없는것에대한논의는꾸준히이어져왔다. 이때의이성은추론적이며인식론적으로정초된이성개념이다. 예술과신화는말할것도없이영적이거나초월적인체험에대한이해가능성에대한논의를생각해보면이논의의중요성을충분히인식할수있을것이다. 이런논의는다만포스트모던적담론에그치지않는다. 휴브너는과학적이성을비판하고원초적인진리를이해할이성개념과그에따른신화의진리에대해논의한다. 44) 말할수없는것에대한이해를말하는프랑크 45), 광기의역사를논의하는푸코 46), 서구철학에의해형성된현 42) J. Habermas, 탈형이상학적사유, 이진우옮김, 문예출판사, 2000. 43) M. Heidegger, Zur Sache des Denkens, Tübingen, 1976. 44) K. Hübmer, Kritik der wissenschaftlichen Vernunft, FreiburgMünchen, 1977. 45) M. Frank, Das Sagbare und das Unsagbare, Frankfurt/M., 1989.

48 철학논집 ( 제 37 집 ) 대문화전체를냉소적으로비판하는슬로터다이크 47) 등의철학은그이상의의미를지닌다. 또한서구의이성이해를식민성과연결시켜이를비판하는스피박 48), 서구이성이해는결코완성에이르지못할미완성의기획으로이해하는경향은특히포스트모던주의이래해체론에이르기까지지속적으로이어지고있다. 49) 현대철학의심미적전환역시이러한관점에서심미적이성에대해논의한다. 서구이성이해와정면으로대결하면서가로지르는이성 (transversale Vernunft) 를말하는벨쉬 50) 등이성이해의새로움을논의할철학적담론은탈근대적철학의담론과연결되어이시대의철학적흐름을남김없이보여주는듯하다. 이러한서구철학과유럽의근대성에서드러난존재역사의귀결은결국서구의고유한존재경험과역사경험에따른결과일수밖에없다. 인간이지닌이성의보편성은이성이해가구현된고유한존재드러남과역사적경험을떠나서는정당하게이해할수없다. 그러기에서구의이성이해에드러난역사철학적경험과존재드러남의역사를넘어현재란지평에서이해되는우리의존재론적지평에서고유하게경험되는이성이해를정립해야할것이다. 그것은한편으로이성의보편성을담보하면서도생성과차이의특성을드러내는해석학적이성이해일것이다. 오늘날해체주의적철학과상호작용하면서전개되는해석학은근본적으로무의미와무근거의사유동인을지니고있다. 그것은끊임없이차이를생성하고동일한것의영원한회귀를통해무의미의의미를사유하려한다. 51) 46) M. 푸코, 광기의역사, 이규현옮김, 나남출판, 2003. 47) P. 슬로터다이크, 냉소적이성비판, 이진우 / 박미애옮김, 에코리브르, 2005. 48) G. Ch. Spivak, A Cirtique of Postcolonial Reason, Harvard, Cambridge, London, 1999, 1~111, 여기서그는칸트와맑스를비롯한근대철학자들의이성이해가얼마나비유럽적세계에대해반계몽적이며유럽중심주의적인관점에서접근하는지비판하고있다. 49) D. Kamper/Willem v. Reijen(hrsg.), Die unvollendete Vernunft: Moderne versus Postmoderne, Frankfurt/M., 1987 참조. 50) W. Welsch, Vernunft. Die zietgenössische Vernunftkritik und das Konzept der transversalen Vernunft, Frankfurt/M., 1995.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49 V. 이성이해의현재적지평 1. 인류의역사가시작되면서인간은문화와문명, 기술과예술을만들어갔다. 이모든업적을가능하게한내적인정신적능력은어떻게규정되어야할것인가. 이성이해가선험적으로결정되어있지않으며, 인간의역사와세계경험에따라새롭게이해된다면, 그것은분명이러한문화적맥락과이른바시대정신과연결지어다시금정립되어야할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철학이라이름하는학적체계가생겨난것은동과서를막론하고인간이신화적사유를벗어나자신이지닌내적이며정신적인능력으로세계를설명하고해명하려는노력전체에서비롯되었다. 철학사는이러한지적이며정신적인능력을이성이란이름으로규정한다. 그럼에도거듭인간의정신적능력으로서의이성을어느범위까지로설정하느냐하는문제는여전히새롭게진행될것이다. 그것은그시대의정신을이해하고해석하는체계와언제나함께할것이다. 일차적으로철학을비롯한학적인노력은전적으로이성에근거하여이루어진다. 그와함께사회체계와윤리적행위는물론인간다움조차도이성을지니고있기에가능할것이다. 그럼에도근대인식이성의범주는과학적학문의영역에머물러있다. 그개념안에서는과학적영역을넘어서는이성개념은결코가능하지않다. 오늘날탈근대적철학은그이상의이성을말하고있다. 존재론적결단에근거한이해의철학은인식이성의범주에서는결코가능하지않다. 그럼에도이러한이성이해체론에서보듯이이성의죽음이나다른이성을설정하려는노력을목표로하지는않는다. 오히려이러한존재론적해석학의이성은역사적이며, 인간의존재성에근거하여이루어지는이성일것이다. 이러한이성은고대와중세철학에서보듯이신적이성 51) 이를위한철학적원리는존재자와존재의존재론적차이에대한사유를통해해석학적으로제시될것이라확신한다. 그것은존재하는모든것은존재를통해드러나지만, 그존재는존재자적으로존재하지않으며오히려무 ( 無 ) 로서이해되는원리를말한다. 그와함께무의미의의미성을사유하는해체론적해석학의문제의식역시이러한맥락에서이해된다.

50 철학논집 ( 제 37 집 ) (intellectus Dei) 이나또는그러한존재론적이성을지향하는것은아니다. 또한그것은선험적의미를전제하는것도아니다. 오히려그것은초월성을내재화하는존재론적이성이며, 생성과차이를수용하는이성이며, 생명과존재자체에서주어지는이성을지향한다. 플라톤적철학의끝이니체의비판에서보듯이니힐리즘적무의미로귀결되었다면, 이이성은무의미의의미를드러내는해석학을가리킨다. 그것은슬로터다이크의말처럼이성의그림자놀이로주어질지도모른다. 52) 영원과본질에근거한철학의해체이후의철학은역사철학적지평에충실한존재론이며, 그러기에서구철학의 2,500년역사와그로인해체계화된현대의시대적경험을부정하지못하는철학이다. 그러한이성이해의역사를감내함으로써극복하고, 극복하는가운데새롭게드러내는형이상학적체계와함께한다. 새로운사유의시도는탈형이상학적이성개념을위한해석학적지평을모색하려는작업이다. 그것은이성을존재론적으로이해하거나인식론적으로이해하던전통을넘어생명체로서인간이지닌총체성과근원적공유지평에서모색할것이다. 이를생명성이란원리에서찾는다면, 그것은생명의감수성과삶의이성은물론, 초월적감수성과영성을이해할수있는초월성까지도포괄한다. 이러한생명성에대한해석학적성찰은한편으로는이성을다만인식이성과도구적이성으로이해했던근대의철학체계를극복하면서, 다른한편탈근대의형이상학을위한이성의원리로제시될것이다. 53) 52) P. 슬로터다이크, 냉소적이성, 358 참조. 53) 이와함께오늘날새롭게거론되는포스트휴머니즘 (posthumanism) 과관련된이성논의는중요한의미를지닌다. 변화된인간이해와함께이성이해의새로움을드러내기위한사유작업은이런맥락과연결지어의미를지닌다. 이화인문과학원편, 인간과포스트휴머니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3, S. 헤어브레히터, 포스트휴머니즘 : 인간이후의인간에대한문화철학적담론,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2, R. Zons, Die Zeit des Menschen, Zur Kritik des Posthumanismus, Frankfurt/M., 2001, S. Herbrechter, Posthumanismus: Eine kritische Einführung, WBG, 2009, A. Buchanan, Beyond Humanity, Oxford, 2011, 이상헌, 칸트도덕철학의관점에서바라본포스트휴먼, 서강인문논총, 인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51 2. 이성개념을새롭게이해하려할때무엇보다먼저고려해야할점은이성의자기회귀적특성이다. 이것은이성을규정하려는작업이그자체로이성적행위에따르기때문에생기는성격이다. 이성을규정하는내적능력이바로이성이며, 이러한규정을통해다시금그것은이성으로개념화되는것이다. 그러기에이성은이성을규정하는존재의현재적지평에서이해의준거틀을발견해야한다. 이성이해의자기회귀적특성은이를규정하는해석학적지평을현재 (present) 로이해한다. 이성이해는철저히시간성을현재화하는지평에서이루어진다. 우리의현재를사유하는이성체계는서구근대에이르러완성에이른이성이해의전환과함께우리의존재론적지평에서드러나는그경험을통해가능할것이다. 이성체계는형이상학과동근원적으로관계하기에이렇게드러나는이성이해는또한서구근대의형이상학을넘어서는체계와함께한다. 이러한형이상학을탈형이상학 (postmetaphysics) 이라이름한다면이이성은이를위한체계로근거지어질것이다. 54) 인식이성의범주를넘어서는이성이해는일차적으로인간의내적능력을인식론에제한하는과학적이며계몽주의적이성은물론, 존재자를객체화함으로서존재의소리를듣지못하는존재자적이성을비판한다. 그것은과학으로또는자본으로, 또는그이외의어떤다른객체화된물신으로드러나는존재자적지평을감내하면서극복하는체계이다. 그러기에그형이상학은존재자에몰두하는형이상학적체계에대한비판과함께그를넘어서는무의미의의미를사유하는이성, 존재의소리를듣고그의미를드러내는이성이해와함께할것이다. 이와함께새롭게이해될이성이해는근대적주체성의이성이아니라자기비움 (kenosis) 의해석학적형이상학을가능하게하는이성이다. 근대적주체성은이성을소유함으로써세계에서존재자의주인으로자리하는존재이다. 그에게자기비움이란애초에불가능한개념이다. 그이성이해는또한감추이면서드러내는존재의미를이해하고해석하는그러한성찰적이성을가리킬것이다. 문과학연구소편, 2011. 54) 이에대해신승환, 탈형이상학적사유의의미, 존재론연구, 한국하이데거학회, Vol. 20, 2009, 43~72 참조.

52 철학논집 ( 제 37 집 ) 이러한이성은결국차이를생성하는이성, 타자의존재성을수용하는이성을의미한다. 그것은세계사적으로는타자를식민화하는식민이성을넘어배제와소외, 차별의보편성을부정함으로써차이의보편성을듣는이성일것이며, 이시대의파괴적상황과형이상학적허깨비를깨는작업과함께한다. 그와함께이이성이해는실존적으로는죽음을감추며죽음으로몰아가는허무적상황과죽음을잊게하는무의미함을넘어서는이성일것이다. 그것은니힐리즘을넘어서는이성, 무의미의의미를현재화하는그러한이성을의미한다.

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53 참고문헌 강영안, 우리에게철학은무엇인가, 궁리, 2002. 신승환, 탈형이상학적사유의의미, 존재론연구, 한국하이데거학회, Vol. 20, 2009, 43~72. 이상헌, 칸트도덕철학의관점에서바라본포스트휴먼, 서강인문논총, 인문과학연구소편, 2011. 이진우, 이성은죽었는가, 문예출판사, 1998. H. 달스 /W. 크란츠,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김인곤외옮김, 아카넷, 2005. Weischedel, W., 철학자들의신, 최상욱옮김, 동문선, 2003. Sloterdijk, P., 냉소적이성비판, 이진우 / 박미애옮김, 에코리브르, 2005. Aristotels, 니코마코스윤리학, 강상진 / 김재홍 / 이창우옮김, 이제이북스, 2006., 형이상학, 조대호옮김, 문예출판사, 2004., 영혼에관하여, 유원기옮김, 궁리, 2001. Corsani, B., 말씀, 새로운성경신학사전 I, 바오로딸, 2007. Foucault, M., 광기의역사, 이규현옮김, 나남출판, 2003. Frank, M., 현대의조건, 최신한옮김, 책세상, 2002. Palton, 국가. 정체, 박종현옮김, 서광사, 1997. Habermas, J., 탈형이상학적사유, 이진우옮김, 문예출판사, 2000. Adorno, Th. W./Horkheimer M., Dialektik der Aufklä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Gesammelte Schriften, Bd.3, Th.W. Adorno, Frankfurt/M., 1984. Bacon, F., Novum Organum, 1620. Descartes, R., Discours de la Methode, 1637. Frank, M., Das Sagbare und das Unsagbare, Frankfurt/M., 1989. Gloy, K., (hrsg.), Vernunft und das Andere der Vernunft, Freiburg/München, 2001. Grawe, Ch./A. Hügli, Mensch,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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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개념의현대적이해 55 <Abstract> The Present Understanding of the Concept of Reason Shin Syng-Hwan (Catholic Univ.) In this article, I will discuss the concept of reason in the present philosophical context. The human being is an existence to understand, and the reason is an essential nature for that. For this discussion I explained the genealogy of the concept of reason. In the ancient philosophy this conception is ontological and epistemological. In contrast of that the conception of reason is in the modern philosophy restricted to the epistemological and enlightenment aspect. Following this explanation I tried to present the understanding of the after modern philosophical context. This conception is acceptable in the present philosophical horizon. On the philosophical context that is on side destructional either postmetaphysical. Such propose is connection on built human intellectual effort and beyond nihilism in order to find meaning on the meaningless era. Key words: Reason, Genealogy of Understanding, Present Philosophy, Postmetaphy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