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pp.233-263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 1) 최형익 ** 요약 이글은북핵문제를정치또는사회철학적으로새롭게정의함으로써북핵문제의평화적해결을단초를제시하는데목적이있다. 한반도의평화와역내안정을위해북핵문제를우회하는것은불가능하며전쟁을통한해결이아니라면그어떤형태로든정치협상과타협이요구된다. 이러한문제의식에기반하여이글은지난 20년간진행된북핵문제를둘러싼북미협상과정에대해정치철학적관점에서재검토한다. 핵무기를인간욕망의정치의산물로이해함으로써역설적으로그것에대한정치적해결역시가능함을이해한다. 북핵문제에대한평화적해결이불가피하다면, 이를뒷받침하기위해선북핵문제그자체로부터도출된동시행동과적절한보상이라는두가지정치적해결원칙의적용을일관되게적용하는것이필요하다. 주제어 : 북핵문제, 욕망의정치, 만민법, 동시행동원칙, 적절한보상원칙 Ⅰ. 들어가며 핵무기를둘러싼정치논쟁과각종담론은우리와무관한주제였다. 해방이후정치학을비롯한각종인문사회과학서적에서핵과관련된연구는전무했다해도과언이아니다. 1945년히로시마, 나가사키에원자폭탄이투하된이래, 국제정치학에서핵무기문제는결정적주제였음에도불구하고, 더구나한국전쟁당시미군이중공군참전에대비해한 * 이논문은한신대학교교내연구비지원으로연구되었음. ** 한신대학교국제관계학부교수 (ryancooler@gmail.com)
234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반도와중국의압록강접경지역에핵폭탄사용가능성을타진했던전례에비춰볼때, 정작한국인들이핵문제에둔감했다는사실은대단히기이한일로여겨진다 (Cumings, 1997: 292-293). 이는그만큼군사안보문제를포함한남한의대외적주권이제약되었으며, 한미동맹체제하에서그것이미국에의해일방적으로주도되어왔음을반증하는것이다. 북미간에북핵문제해결을위한정치협상이시작된지어느덧 20여년이되어가고있지만상황은여전히교착상태를벗어나지못하고있다. 이렇게협상이지지부진한채해결의기미조차보이고있지못하자역내국가들의핵무장움직임은더욱빨라지고있는인상이다. 비근한예로일본이최근핵을평화적용도만이아닌자국의안전보장을위해서도사용할수있는쪽으로원자력기본법의개정을단행한것은핵무장을강행하기위한조처로평가받고있다. 또한이에자극받은남한역시그연쇄반응으로핵무장을서두르게될것임은불가피한노릇이다. 이는동북아안정과평화를위해최악의시나리오가아닐수없다 (< 한겨레신문 > 2012.06.21). 한반도의평화와역내안정을위해북핵문제를우회하는것은불가능하며전쟁을통한해결이아니라면어떤형태로든협상과타협은불가피하다. 이글은이러한문제의식에기반하여북핵문제를정치철학적으로새롭게정의함으로써북핵문제의평화적해결을단초를제시하고자한다. 이는다른말로북핵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단기간처방을위한대증요법 ( 對症療法 ) 이나미봉책이아니라북핵문제의속성을근본에서부터탐색하기위함이다. 나아가이를통해북핵문제그자체는물론, 한반도를포함한역내문제전반을해결하기위한커다란정치구상을실현하기위한발상의전환이필요함을주장하는것이다. 이를위해이글은일차적으로핵문제에대한키신저의정치적사유를원용한다. 키신저 (Kissinger, 1958:4~15) 는냉전이후도래한미-소간에핵무기경쟁과무한대결의시대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의문제에대해, 핵무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35 기를단순히 공포의균형 을통한전쟁억지수단으로만이해하는것이아니라 정치적인것 에종속시켜야함을일찍이역설한바있다. 다시말해서, 키신저는핵무기에내재한공포효과에만기댈게아니라, 핵기술의이해와군사전략을정치문제에적용 (Gordon, 1958:ⅸ) 함으로써핵무기시대에있어서도다양하고유연한군사및외교정책적선택지가가능함을일깨워주고있다. 요컨대, 핵무기라는초유의대량살상무기의등장으로인해재래식무기가주요한전쟁수단이었던시대에등장한 전쟁은정치의연속 이라는클라우제비츠의테제는더이상들어맞지않게되었으며, 정치는전쟁이끝나는곳에서시작한다는게키신저의핵심주장이다. 이러한전제에입각하여, 이글에서는태생에있어서부터핵의평화적사용과군사적사용은분리될수없다는사실, 이러한분리불가의내밀하고근본적토대로근대자본주의체제를떠받치고있는무한한사회적생산력발전, 곧분열적형태의인간욕망의추구가자리잡고있을뿐만아니라그것의자명한결과라는점을강조하고자한다. 북핵문제의해결을위해서조차핵자체만들여다봐서는안되며, 핵의존재론, 다시말해서핵무기의근저에놓인인간적욕망과공포의구조를살펴봐야한다는것이다. 제2장에서는이처럼핵무기를인간욕망의정치의산물로이해함으로써역설적으로그것에대한정치적해결역시가능함을드러내고자한다. 제3장에서는북핵문제에대한평화적해결이불가피하다면, 이를뒷받침하기위해어떤정치적해결원칙이요구되는가를지난 20년간진행된북미협상에대한평가를통해도출하기로한다. 이를위해우리는스피노자의 욕망의정치 개념과존롤즈의 만민법 의구상을원용할것이다. 결론에서는본문에서도출한북핵문제에대한평가기준을바탕으로그동안한국정부의북핵문제에대한접근법이갖는문제점을지적하고이후평화적해결을위한새로운한국외교정책의향후접근방법의주안점에대해시론적으로점검한다.
236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Ⅱ. 핵의존재론에대한비판적성찰 : 분열적욕망의정치 남한에서핵무기를포함한핵의정치경제학적논구를재촉하는계기란역설적이게도 1990년대이후북한이핵무기를개발하고있다는증거가포착됨으로써공론화되기시작했다. 그리고이차적으로 2011년일본동북부지역의대규모지진사태에이은후쿠시마원전폭발사태를통해대중화되었다. 사실지구적차원에서, 특히유럽에서핵무기및원자력발전을포함한핵물질의파괴력과공포는태평양전쟁을종결지은원폭투하보다 1986년우크라이나체르노빌원자핵발전소폭발사고에서찾아져야한다. 체르노빌발전소폭발사고는반경 50km 이내생태계를완전히파괴했다. 또한발전소인근아이들의갑상선암발병률은영국아동의 500배를초과하며, 방사선물질의피폭반경은 1500km 이상떨어진노르웨이나스웨덴까지이르렀다. 이러한가공할만한사태전개에도불구하고동북아시아지역은지리적으로먼거리에위치해있었기때문에체르노빌사태의위협을체감할수없었다. 그러던중북한핵문제는한반도등동북아시아일원에서핵과관련된논란을일상화, 대중화시켰고이에더해작년후쿠시마원전폭발사태는핵문제를더이상미룰수없는중대한정치사회적문제로부상시켰다고할수있다. 미국의원폭투하이후지금까지핵과관련된사태를돌이켜보건대, 원자력발전등핵의평화적사용과열핵무기제조와관련된핵의군사적사용문제는분리할수없는, 한마디로동일한모반에서출생한이란성쌍생아임이명백해지고있다. 현재 IAEA( 국제원자력기구 ) 및이를뒷받침해주는 NPT( 핵확산금지조약 ) 체제등국제핵레짐의기본구상은핵의평화적사용과군사적전용을분리하여취급하는것이다. 하지만이러한식의핵물질에대한접근법은중대한내적모순을안고있다. 왜냐하면, 핵무기로즉각전용가능한플루토늄과같은핵물질의경우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37 핵의평화적사용, 즉핵발전소의폐연료봉을재처리하면서발생하는부산물이기때문이다. 전후핵의평화적사용과핵무기확산방지라는상반된목표를추구하는데있어 IAEA-NPT 체제가일정정도성공을거둔것은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핵클럽에가입돼있는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등국제원자력기구상임이사국의정치적선호에따라일본과같은나라는플루토늄추출을위한핵재처리시설을용인해주었지만, 남한이나북한과같은나라에대해서는재처리문제와관련된핵옵션자체를인정하지않는등편향적시각을드러내고있다. 1) 핵무기의가공할파괴력에대해서는익히알려진바와같다. 일례로, 히로시마일원에투하된원자폭탄 < 꼬마 > 는 20kg급핵폭탄이었는데이가운데실제핵분열을일으킨양은 1.4% 에불과했다고한다. 그런데이정도핵폭발에도불구하고당시히로시마시에있던건물의 70% 가전파되고불에탔다. 핵폭발에의한사망자는 8만명에이르렀고중상자는 7만명에달했다. 더무서운것은이로부터파생된방사능물질의확산에따른간접적피해규모다. 방사능피폭으로같은해말사망자는 14 만명으로늘었고, 5년후에는사망자수가 20만명에달했다. 지금까지알려진가장파괴력이강한핵폭탄은문자그대로 폭탄의황제 라이름부쳐진구소련의 100 메가톤급수소폭탄 짜르봄바 로그파괴력은제2차세계대전에사용된모든폭발물을합친것보다열배나큰것이었다 ( 안준호, 2011: 127). 냉전이한창이던시절, 미소양국합쳐거의 8만기에달하는핵무기를보유했으면서도다른나라에겐핵무기비확산, 즉 NPT 체제를강제했다는사실은핵무기를둘러싼국제정치적권력구조가얼마나위계적이었는가를단적으로보여준사례라하겠다. 그런데핵무기의가공할살상력과파괴력때문에우리가자칫망각하기쉬운사실은핵무기만없으면지구촌에평화가도래할것이라는 1) 2009 년 세계핵분열물질보고서 에따르면일본은 2008 년에 50 톤에달하는플루토늄을보유하고있었다. 이는핵무기 1000 기를만들수있는양이다. 정욱식 (2010:250~251) 참조.
238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착각에빠질수도있다는점이다. 과연핵무기만없어지면평화가도래할까? 단순히무기체계의관점에서만본다면핵무기또한재래식무기와마찬가지로전쟁에서적을섬멸하기위해동원되는살상무기의한종류에불과하며, 살상력과파괴력이재래식혹은통상무기에비해한층강화된것빼고는별차이가없다. 이는히로시마와나가사키에서이미입증된바있다. 전쟁사의관점에서보았을때조차핵무기는고사하고초현대식통상무기조차대규모로동원되지않은제1차대전이가장참혹하고가장많은숫자의인명살상을초래했다. 이는한국전쟁은물론, 그후한반도상황에도그대로적용된다. 한반도는북한이핵을보유하지못한시절에도휴전이후전세계에서가장군사적밀도가높은일촉즉발의긴장이감도는잠재적분쟁지역으로분류되어왔다. 물론, 이러한언급이핵무기건재래식통상무기건전쟁의수단이라는측면에서별차이가없기때문에핵무기는충분히용인될수있음을주장하고자하는것은아니다. 다만, 핵무기의가공할살상력에만눈을빼앗김으로써발생할수있는핵에대한근본주의적태도가북한핵을포함한핵무기를실제로폐기할수있는다양한정치적선택의가능성을오히려봉쇄할수있음을강조하기위함이다. 국제정치적관점에서핵무기의등장이재래식무기처럼단순히전쟁에동원되는수단, 즉무기체계로만이해돼온것은물론아니다. 핵무기의등장이전, 탱크, 비행기, 야포등재래식무기가전장의주요수단으로인정될때만하더라도전쟁은세력균형의관점에서주권국가가동원할수있는정치행위로인정받았다. 하지만핵무기의등장은전쟁이정치의또다른연속이라는관점에종지부를찍었다. 왜냐하면, 상호확증파괴 에입각한핵전쟁시나리오는전쟁에연루된국가모두어느누구도승리를장담할수없는 공포의균형 에기초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사실로부터일군의국제정치학자들은핵무기시대가도래한이후강대국간의전쟁행위는회피내지예방되고있기때문에핵무기가역설적으로전쟁억지력을강화시켰다는논리하에공포에의한평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39 화시대가도래했다고주장한다. 하지만, 이는강대국의우월적지위를군사적힘에의해유지하겠다는억지논리에불과하며, 이로부터오히려더많은나라의핵무장을초래할수있다는측면에서지구촌을항구적으로핵전쟁의공포에시달리게할가능성이높다. 핵물질또는핵무기시대의특수성에대한이해는따라서군사적내지국제정치적측면에서그시각을달리하여핵무기를탄생시킨사회경제적내지그근저에깔린지식계보학적특성에대한분석으로부터그것의실질적폐기가능성에대한보다적실한단초를확보할수있다고여겨진다. 이러한접근을위해가장먼저눈에들어오는것이바로히로시마, 나가사키의원폭투하직후미국트루먼대통령이발표한성명서의한대목이다. 태평양에서전쟁을일으킨자들에게태양에서일어나고있는것과같은, 우주를지탱하고있는기본에너지를사용해일격을가했습니다.( ) 위력은대단하지만놀랄만큼작은이폭발물에대해, 우리는인류역사상가장큰과학적도박을했고성공했습니다. 우리는거기에 20억달러를투입했습니다 ( 안준호 2011: 88에서재인용 ). 태양에서일어나고있는것과같은, 우주를지탱하고있는기본에너지를사용하여일격을가했다 는게도대체무슨말인가? 이는핵무기의탄생이현대과학, 특히물리학의최신성과와긴밀히결합되어있음을의미한다. 원자핵무기의등장그자체는 1942년 9월, 물경 20억달러라는천문학적돈을들여 1945년 8월 6일히로시마상공에투하되기까지 3년도채안되는대단히짧은기간에상용화에성공한 맨해튼프로젝트 의결과였음은잘알려진일이다. 그러나핵무기탄생의근저에는 20세기초반, 인류역사를뒤바꾼놀라운과학적발견이숨어있다. 이에기여한대부분의물리학자들의경우, 인류사전반을통틀어맨앞열에놓일만큼두뇌의용적에있어타의추종을불허하는천재들이었
240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다. 그리고그선두에아인슈타인이자리하고있다. 뉴턴적세계관을해체한것으로평가받는아인슈타인의그유명한특수상대성이론, 곧에너지는질량과속도의승수에비례한다는 E = MC 2 이바로트루만대통령이언급한 우주를지탱하고있는기본에너지를사용하여일격 을가한핵무기탄생의이론적토대다. 실제로루즈벨트대통령에게나치독일을패퇴시키기위해핵무기제조의긴박성을건의하여실행에옮기게한사람도바로아인슈타인이었다. 단순화해서설명하자면, 아인슈타인의특수상대성이론은에너지와질량이특정조건에서전환가능함을발견한것으로, 핵무기의토대가되는원자핵속에감춰진에너지를찾아내는데결정적역할을했다. 핵이에너지를방출하면서보다가벼운동위원소로분해되는현상이핵분열이다. 이원리가바로원자폭탄과핵발전의토대가된다. 핵융합은어떤원자가특정조건에서독특한성질을상실한채완전히새로운원자로전환하면서놀라운열에너지를방출하는현상을지칭한다. 수소폭탄이바로이원리에입각해제조되지만, 원자탄을핵융합을위한격발장치로장착한다는측면에서핵융합에입각한것인지에대해서는논란이분분하다. 또한태양내부에서수소 (H 1 ) 가헬륨 (H 4 ) 으로융합되는형태로핵융합현상이매일매일진행되고있는데, 바로여기에빅뱅을포함한우주탄생의비밀이숨겨져있는것으로평가된다. 한편, 핵분열의경우, 핵속에숨겨진에너지를극대화하기위해서는질량값이커야하며, 따라서자연에존재하는원소가운데가장무거운질량을지닌우라늄이핵무기내지핵발전의대상으로선택된것은당연한일이었다. 이처럼핵무기의토대가되는, 다시말해서핵분열을통해거대한에너지를보다잘방출하는우라늄-235의경우자연에 0.7% 존재하는반면, 99.3% 는우라늄-238로구성되어있다. 이처럼자연에존재하는우라늄으로부터핵무기의토대가되는우라늄-235를분리하여농축과정을거친물질이고농축우라늄 (HEU: High Enriched Uranium) 이다. 다른한편원자핵발전을모두마친폐연료봉을재처리하여자연에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41 존재하지않는, 질량값이가장큰물질로전환한것이바로플루토늄이다. 바로이두가지물질이핵폭탄의재료가되는것으로, 북한핵문제덕에역설적이게도두용어모두상당히대중화됐다. 필자가핵무기의기전에대해비교적자세히설명한이유는핵무기의탄생그자체로사회적생산력발전을끊임없이추구하는자본주의적근대의욕망추구의산물임을주장하기위한것이다. 20세기이전까지만해도핵무기기전의토대가되는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이나지구상에존재하지않는물질로서의플루토늄의발견은신의영역에속한일이었다. 이처럼기존에는신에게귀속시킴으로써인간지력으로는불가해한미제로남겨두었던영역에침범하게된근본적계기란바로과학과기술발전이사회적생산력으로곧바로전이되는기제로서의근대자본주의의분열적욕망의추구였다. 이에더해독일과미국의핵무기제조경쟁으로긴박감을더한제2차세계대전종반, 막전막후상황은단순히시간의문제일뿐핵무기탄생의촉매제에불과했다. 이처럼신의영역에도전하고자했던과학기술혁명으로대변되는인간의놀라운지적능력의향상과이에힘입은바, 끝모를사회적생산력발전을추구하는자본주의적근대욕망의결합이핵이라는괴물을탄생시켰다. 자본주의적근대욕망의철칙은생산된것은반드시소비해야한다는것이며, 이를위해일단만들어진상품은저렴해져야한다는것이다. 맨해튼프로젝트에투하한 20억불은어떻게보상받을것인가? 핵무기의소비시장은현실에서든아니면가상적이든바로전쟁이다. 따라서핵과자본주의적근대욕망의추구가결합되어있는한, 일상적으로지구전체를절멸할핵전쟁의공포가 다모클레스의칼 처럼항상우리머리위에드리워져있다. 핵시대가최상의과학적성과가근대자본주의욕망과결합한형태로도래한것이라면그러한사회적생산력발전의성과역시소수에의해독점될수밖에없다. 신의영역을넘나들수있는입장권은결코민주적일수없기때문이다. 하지만, 독점이란근본적으로신의용어다.
242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자본주의적근대욕망의추구가동일하게주어져있는한, 여타분야의사회적생산력발전의역사적경험이입증하듯이그것은오직분열적경쟁을통해서만추구될수있을뿐이다. 하물며핵이라고예외일수있겠는가? 미국이핵을최초로개발하여상용화에성공했을당시만해도, 핵독점이상당한시기동안지속될것이라도예상했을지도모른다. 하지만이러한예상은수년도채지나지않아보기좋게빗나갔다. 최고적성국가인소련이곧핵무장을단행했고, 영국, 프랑스, 중국이거의동시에핵클럽에가입했다. 이는신의용어인독점이깨진이상, 경쟁을그생 ( 生 ) 의조건으로하는분열적근대욕망추구의필연적결과로, 다수의나라가핵무장을분열적으로단행하는것은시간의문제였을뿐이다. 실제로 NPT체제이전인 1960년대만하더라도약 30여국의나라가핵무장에성공할것으로예상되었었다 ( 안준호, 2011: 162). 이러한조건에서핵신성동맹을체결한소수국가들, 그가운데특히절대강자인미국은핵무기의수적우위와정치적강제를통해핵클럽에가입한나라들외에여타나라가핵무장을추구하는길을봉쇄하려했다. 이것이바로 IAEA-NPT 체제성립의근본배경이다. 하지만이러한조치는미봉책에불과하다. 현재와같이자본주의가최상으로발전한조건에서핵무장은오직자본의함수일뿐이다. 한마디로, 돈만있다면핵무기를제조하는것은시간문제인것이다. 2) 총포와기계가자본주의적욕망에의해세계적으로보편화되었다면핵무기라고그렇게되지 2) 핵무기가선호되는이유는제조당시의초기비용만높게치른다면다른재래식혹은통상무기에비해투자대비효용성이뛰어나다는것이다. 키신저는이미 1950 년대에이러한사실을잘알고있었다. 2 차대전발발당시만해도무기체계는최소한한세대동안그효용을유지할수있었다. 오늘날의무기체계는그것이생산되자마자고물이되어버리고마는실정이다. 2 차대전당시, 날아다니는요새라불렸던 B-17 은 10 년간취역했었고, B-36 대륙간폭격기는 7 년간취역했었다. 그러나미국전략공격력의가장최신형기종인 B-52 대형제트폭격기는아마 5 년내에구식기종이되어버릴것이다. 무기체계가점차단기간동안에대체된다는사실과함께그복잡성은점차증가하고있다 (Kissinger, 1958: 12).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43 말란법이어디에있단말인가? 더구나핵무기의현존재가우리의일상과결합되어있는채로, 다시말해서원자핵발전을핵의평화적사용이라는미명하에용인하면서어떻게핵의미래가평화롭다고장담할수있단말인가? 사실온전히위험의강도와위험의현재성만을놓고평가한다면, 핵발전소의존재야말로핵무기를매일우리머리위에지고사는것과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핵무기의수적우위와정치적강제를통해핵독점을유지하고자하는전략은자본주의적근대의분열적욕망의추구를또다른형태의분열적욕망으로대치하는것에불과하며, 화폐의운동이그러하고원자핵분열운동이그렇듯이이는형태만달리할뿐끊임없이동일자 ( 同一者 ) 로의귀환을야기할뿐이다. 핵무기 / 원자핵발전의동시적폐기가인류의미래에가장합당한조처임에도불구하고, 핵무기는등장부터그자체로자본주의적욕망의분열적추구의산물이었던관계로조건이갖춰지면동일한형태로핵무기가분열, 증식되는것은필연적이다. 그렇다면인류역사이래최고도에달한위험상황을근본적으로바꿀수있는방법은정녕없단말인가? 나는핵분열의반대편에있는핵융합의기전으로부터그해결의단초를발견한다. 아인슈타인은, 인류역사에전쟁과평화가동전의양면처럼늘함께했듯이, 어쩌면야누스의얼굴을한과학자였는지도모른다. 그의상대성이론에는핵분열과핵융합의이론이동시에내재되어있기때문이다. 핵융합은질량이대단히가벼운물질을이용하여, 핵분열보다더큰에너지를발산하면서도완전히성질을달리하는결합적물질의형태로존재이전을달성한다. 이를달리표현하면, 자본주의근대의분열적욕망의추구를자본주의적근대를뛰어넘는융합적욕망의형태로변환하여치유하자는것이다. 인간은언제나 정치행위 를통해분열적욕망을치유해왔다. 정치적행위를가능케하는미시적본질을인간의욕망추구에서찾는이러한접근법은스피노자의코나투스 (conatus), 곧동태 ( 動態 ) 적욕망이론에힘입은것이다. 스피노자는인간의본질이욕망을추구하다는데놓여있
244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다고간주한다. 이럴경우, 인간행위의의도나목적을놓고정의를추구하거나선악을구분하는일은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욕망은더강한반대의욕망에의해서만통제될수있기때문이다 ( 스피노자, 2011: 393-405). 북한핵문제를푸는데있어서도역시 정치적인것 의재발견을통해서만가능하다는게이글의논지다. Ⅲ. 북핵문제해결을위한정치적준칙 : 동시행동과적절한보상의원칙 북한은 2006년 10월, 그리고 2009년 5월두차례의핵실험이성공했음을전세계에알렸다. 그렇다면북한은왜핵무장을선택했을까? 북한핵은자위권행사를위한군사안보적용도인가, 아니면핵을지렛대로대외적관계개선에나서기위한정치경제적용도인가? 그리고북한의핵무장이정해진내부프로그램에따라의도적으로진행된것인가, 아니면외통수에몰려어쩔수없이선택한것인가? 나아가향후북한은핵을포기할것인가, 아니면핵무장을계속유지할것인가? 사실이러한질문모두가현재한반도를반쪽으로나눠살고있으며, 오랫동안하나의민족으로역사와문화를공유해온그리고북한핵위협에직접적으로노출될가능성이있는남한의입장에선대단한민감한질문이아닐수없으며, 지난 20년간진행돼온북미핵협상과정을어떤방식으로해석하느냐에따라, 향후북한핵의미래도어느정도전망해볼수있을것으로여겨진다. 북미핵협상과정의단순복기를통해어느일방의잘, 잘못을따지는것으로는이제그어떤적실한해결책마련이용이하지않다는사실이보다명백해지고있다. 그도그럴것이앞에서이미언급한바있지만북미핵대결은정치세계의본질, 곧욕망의정치라는형이상학에기반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45 하고있기때문이다. 욕망을추구하는주체로서개인은평등하며, 주권을보유한국가역시자신의운명을스스로결정한다는측면에서동일하다고할것이다. 국제법적으로인정되고있는이러한정치원칙은핵문제를둘러싼국제정치상의갈등구조를경험하면서심대하게변용되기에이른다. 지난 50년간유지돼온국제정치상의핵무기경쟁은냉전시대초강대국, 곧미-소간대결구조를주축으로하는서방-공산양진영간갈등의산물이었다. 따라서국제정치학상의핵무기를둘러싼정치이론및군사전략은이러한현실을반영하는것으로, 일례로대량보복 확증파괴 유연반응전략모두미국이소련과의핵전쟁을두고마련된정치군사적교리인것이다. 3) 이에비해북미간에핵을둘러싼정치적갈등은냉전해체이후유일초강대국내지패권국가로부상한미국과제3세계개도국에속한북한의대결이라는점에서국제정치상에초유의사태로, 어떤형태로결말을맺느냐에따라향후 NPT 체제등국제핵레짐의미래를점칠수있는대단히주요한사안이다. 냉전이후미국은더이상의핵보유국을막기위한구상으로 IAEA를통한핵사찰및핵의평화적이용에한정하는식의핵물질확산방지에주력했다. 이러한미국의구상을뿌리에서부터뒤흔들고국제핵레짐을일대위기로몰아넣은사태가바로북한의핵개발프로그램의가동이었다. 문제는북한의이러한움직임이미국측시각에서는비난받을일인지는모르겠으나, 앞서언급한대로모든국가가욕망의추구에기반한채자국의국익을추구한다는면에서주권적행위의산물로이해하는것은정치철학적으로타당한일이다. 이제문제의핵심은북한이핵무기를보유하려의도했다는사실에서찾아져서는안되고, 어떻게현재의사태를해결할것이냐로모아져야할것으로여겨진다. 바로이점에서현재북미간의핵을둘러싼갈등과그해법을모색하기위한정치철학적구상으로존롤즈의 만민법 구상이적실한상황이연출되 3) 이에대해서는프리드만 (Freedman, 1983: 245-256) 참조.
246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고있다해도과언이아니다. 북핵문제해결에있어존롤즈의만민법구상이관심을끄는이유는정치적이해를달리하는국가가일정한합의원칙에도달하는경로로 무지의장막 (veil of ignorance) 과 원초적입장 (original position) 이라는그의잘알려진 정의론 에서의관점을그대로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 4) 롤즈는만민법에대한논의를통해자유주의사회들과위계사회들이동일한만민법에동의할수있으며, 이럴경우그만민법이서구적전통의특징에반드시의존하지않는다는것을논증하려한다. 다시말해서, 자유주의적국가들사이에합의될수있는만민법은질서정연한위계사회의대표자들에의해서도채택될수있다고보는것이다. 롤즈에따르면합당한국제사회의구성원이되기위한요건들이충족되는경우, 만민법은위계사회로까지확장될수있다. 그리고이러한확장의과정에서원초적입장은자유주의적사회들간의합의과정에서와마찬가지로중요한기능을담당한다. 원초적입장에서는각국가의대표자로서의당사자들은상호동등한조건하에놓이게된다. 이러한경우, 그가대표하는사회내에서는기본적불평등이허용될지라도국제적차원에서는평등을요구할권리를인정받는다. 설령한사회에기본적평등이결여되어있다고해도그사회가다른국가들에대한권리의주장에서평등을요구하는것이부당한일은아니다. 따라서비자유주의사회의대표들도원초적입장에서평등한자유의원칙에합의할수있게된다 ( 유홍림, 2010: 91). 이러한논의를통해롤즈가강조하는근본적인논점은 정의론 에서와같이한정치사회내에서공정으로서의정의가도출되는것과범위를좀더확장하여국제사회에서만민법이도출되는것사이에는별차이가없다는것이다. 두경우모두합당한구성의절차라는근본적이념을사용하여상호공정한조건을공유하는합리적행위자들이각각의주 4) 자유주의사회와위계사회사이에만민법에입각한정치적관계가형성되는과정에대해서는롤즈 (Rawls, 2000: 98-116) 참조.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47 제, 즉개별적인국내의기본제도든지또는공통된만민법이든그주제들에대한정의의원리들을선택하게된다는것이다. 그리고양자모두의경우그들이원초적입장의절차를통해합의에도달하려는동기는평화적질서와안정이라는정치적관심에서발견된다. 북핵문제와관련하여롤즈의만민법구상에이글이주목하는이유는미국의일방주의적대외정책을비판적으로탐색할수있는내적근거를마련해줄수있기때문이다. 왜냐하면롤즈의 만민법 은미국중심의자유주의적가치가그자체로우월한것으로다른국가나사회에일방적으로관철시킬수없고, 양자간의합의에의해모두가받아들일수있는정치적준칙을구성해나가는과정이기때문이다. 실제로도롤즈의 만민법 구상은이저작이출간된시점인 1999년과 국제정치에서의정의실현 이라는저술목표를고려했을때국제사회에서중국이라는위계적권위주의체제의인정여부와관련되었다. 롤즈가말하는 질서정연한위계사회 는대표적으로일당독재의위계적정치체제를오랫동안보유했음에도국제사회와더불어살아갈준비를하던중국을설명하기위한것이라하겠다. 그러므로이러한관점에서보았을때, 위력적방식에의한외부로부터의체제붕괴를목표로하지않는한, 중국과유사한정치체제를가지고있는북한역시 질서정연한위계사회 로규정하지못할이유가없게되며, 이로부터롤즈의 ' 정의론 과그에연장선상에서나온 만민법 구상에힘입어북-미간에핵협상과정그자체에서공동의행동준칙을추출하는것이가능하게된다고할수있다. 이하에서는북미간에북핵문제를둘러싼갈등과협상과정을요약하고, 이과정에서체결된 1994년 10월제네바기본합의서와 2007년 2 13 합의를만민법을구성하는과정의일환으로분석하기로한다. 한국전쟁이후북한이미국과오랫동안적대적관계를유지해온것은잘알려진일이다. 그렇다면북미간의장기간의적대상황은어느쪽에보다많은책임이있는것일까? 그리고이러한적대는북한의소
248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위 체제변동 (regime change) 없이는해소될수없는성질의것인가? 통설과달리, 북한은 1960년대후반이후부터이미미국과의관계개선을적극원했던것으로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미국의전략적혹은사활적이해가걸린지역이아니었을뿐만아니라, 중소간세력관계의부침에빌붙어살아가는위성국가들가운데하나쯤으로미국에의해오랫동안인식돼왔기때문에, 관계개선은커녕적대적관계를계속유지할수밖에없었다. 요컨대, 미국은북한에대해전후 50년동안적대와무시로일관해왔다고할수있다. 5) 미국이북한에투사한 깡패국가 내지 불량국가 (rogue state) 의이미지는전후최초의이념전쟁으로, 따라서미국이 정의의전쟁 으로간주한한국전쟁을거치면서, 그리고수십년간지속된냉전때문에한층구조적으로고착화될수밖에없었다. 그도그럴것이, 2차대전이후미국은소련과국제질서를양분하고있었다고는하지만, 실제로는거의유일한슈퍼파워내지패권국가로자리매김함으로써소련, 중국을위시한공산주의국가들에대해악의화신과같은이미지를형성해왔다. 이는미국과서방진영의압도적인정치-군사, 경제적힘의우위없이는불가능한일이었다. 이러한관점에입각해보았을때, 공산주의진영과의근본적관계개선은불가하며오직체제전환만이유일한해결책이며, 이를위해채택된대외정책의기본노선이바로봉쇄와억지다. 물론, 친구아니면적으로양단하는우적 ( 友敵 ) 관에기반한, 기본적으로영합 (zero-sum) 게임적성격의미국대외정책의기본패턴이미국의책임이라고만은볼수없는게소련의팽창주의는제정러시아시기부터이미악명을떨쳐온터라, 그것은미소모두분열적욕망에근거하여타자를완전히파괴하고했던냉전적시대정신의산물이라고보는편이진실에가까울것이다. 6) 일례로미소모두핵전쟁시나리오에 5) 미국의북한에대한적대정책의역사적개괄로는오버도퍼 (Oberdorfer, 2002) 참조. 6) 대표적으로개디스 (Gaddis, 2010: 59-101) 는냉전에대한소련책임론의전통주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49 있어상호확증파괴에근간을두고있었으며, 이를위해양국합쳐지구를수백번파괴하고도남을 8만기에가까운핵탄두를보유했다는사실로미뤄볼때, 아무리세련된국제정치이론으로채색한다해도냉전시기분열적욕망의탈주와광기가두나라를사로잡았다고밖에볼수없다. 그런데북미관계의전환을고려할수밖에없었던객관적조건이 1990년대초반소련, 동독을위시한사회주의권의붕괴로부터찾아왔다. 사회주의권의갑작스런붕괴가북한에게얼마나거대한충격을던져주었겠는가에대해서는새삼논할필요가없을듯하다. 더구나분단의한축인남한은사회주의권붕괴이후북한의동맹세력이었던중국, 소련과의관계개선을단행한반면, 북한은미국, 일본등과어떤관계개선도하지못함으로써고립이더욱심화되었다. 이러한상황에서냉전종식이후실질적인유일패권국가로부상한미국대외정책의기본방향은프란시스후쿠야마의 < 역사의종언 > 테제가시사해주듯이자본주의적시장경제로체제전환을단행하지않는과거사회주의국가들에대해서는봉쇄를지속하겠다는의도로요약할수있다. 그리고여기서북한역시예외가될수없었다. 지난 50년간북한에대해적대정책으로일관하며긍정적이든부정적이든관심조차두지않던미국이 1991 년부시행정부하에서처음으로관심을표명한사안이하필북한의핵프로그램가동움직임이었다는사실이야말로시기적으로사회주의권의붕괴에이은탈냉전과중첩되며, 이후 20년간이어진북미간의핵을둘러싼외교전쟁의기본골격내지희비극의향방을결정한것이라해도그리틀리지않다. 이러한관점에입각해본다면, 사실미국내공화-민주양당의정권교체가적어도북한핵문제에관한한중대한입장변화를가져오리라고기대할것이그다지없으며, 이는지난 20년간의역사적사실로증명되 의와미국책임론의수정주의를비판하면서포스트 - 수정주의입장을제시한다.
250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었다. 이는클린턴행정부시기, 북미간의핵협상과정을어느쪽입장에도치우치지않고냉철하게분석한것으로평가되고있는리언시걸의다음과같은언급을통해서도잘알수있는대목이다. 시걸 (Sigal, 1999: 325) 은다음과같은네개이미지가북핵문제와관련된미국의외교정책을형성해왔다고판단한다. 첫째, 핵무기를개발하려는적극적인의도를가진 불량국가 들이핵확산문제의주요한골칫거리다. 둘째, 전형적인불량국가인동시에시대에뒤떨어진공산주의국가로서, 북한은미국에대해적대적이었고핵무장에광적으로집착하고있었다. 셋째, 어떠한국가라도일단핵폭탄을제조하기로결심하면이를회유하여중단시킬수없다. 넷째, 이런국가들로하여금핵야망을포기하게하는유일한방법은무법자라고규탄하면서무장해제를강요하는것이다. 즉핵확산을막기위한응징정책이다. 그렇다면시걸이언급한미국의국제정치학계및공화-민주양당의정책결정자들이공유하고있는정치적이미지는온당하다고할수있는가? 역사적사실은이러한이미지가잘못된것이며완전히정반대임을잘보여준다. 잘알려진것처럼, 핵폭탄을만들기위해서는고농축우라늄이든플루토늄을필요로한다. 핵무기의폭발성분인플루토늄은대부분의핵원자로에서핵분열의부산물로생산되고사용된핵연료에침전된다. 핵폭탄을만들기로결정한나라는가능한빨리자국원자로에서사용한핵폐연료봉을빼내재처리해서플루토늄을추출하려한다. 하지만북한은 1991년이후부터네오콘주도의부시행정부가 악의축 발언에이어북한에대한레짐체인지, 곧체제붕괴를노골화하는 2003년 4월이전시기까지만해도핵폐연료봉에대한어떤재처리움직임도가시화하지않았다. 북한은또한적어도 1993년봄부터 IAEA 가원자로에연료가재보급되는시점으로잡았던 1994년 5월까지사용한연료를배출하는것도연기했다. 북한은 IAEA 공식문서에조차등장하지않는특별사찰등전례없는주권침해요구에저항하면서도이미사용한연료를원자로로부터빼내지않았고또한그것을재처리하지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51 않았음을 IAEA 사찰단이입증하도록허용했다 (Sigal. 1999: 20). 결과적으로북한의핵무기보유는일차적으로는미국을위시한국제사회와의관계개선에대한북한의희망이좌절됨으로써, 그리고탈냉전이후변화된국제정세하에서조차표현을달리할뿐북한에대한적대정책이지속됨으로써외부적으로강요된것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 북한이공식적으로핵무장에돌입한것은 2006년 10월의일이었다. 그렇다면미국과의공식협상이개시된이후 14년의세월이흘렀다는말이다. 그런데협상은북한이핵보유의도를은폐하고지연하는수단이었을뿐북한은어떤일이있어도, 다시말해서수단과방법을안가리고핵무장을단행하리라는것이표준적인미국측설명이었다. 협상무용론이바로그것이다. 지난 20년간북미핵협상에대한권위있는다양한문서들이증명하듯이, 북한이핵무장을처음부터의도했다는증거는발견되지않는다. 클린턴행정부 8년, 부시행정부 8년을거치면서다양한협상결과가나왔으며, 그때마다전쟁과평화, 핵무장과핵폐기, 적대정책의지속이냐관계개선을통한외교정상화냐의기로에서전혀다른결과를도출할수있는변곡점들이존재했다. 이러한변곡점에서북한은미국과합의한내용을기본적으로준수하는태도를보였음을치노이 (Chinoy, 2010: 593) 의다음과같은언급이잘확인해주고있다. 미국의한관리는다음과같이지적했다. 2 13 합의이래전과정은하나의시험이었다. 2월 13일의문제는이런것들이다. 그들이과연 IAEA를다시들일것인가? 대답은 예스 였다. 그들이과연실제로영변을폐쇄하고봉인할것인가? 우리가찾은답은 예스 다. 그들이리스트를논의할것인가? 역시 예스 다. 따라서이제신고의내용과관련해우리는또하나의새로운시험거리를가지고있다. 그것은문턱이아주높다. 그러나지금까지, 불능화의경우로볼때, 대답은역시 예스 였음이입증되었다. 북한이이처럼순순히동의하는자세를보인것은처음이아니었다. 1990년대, 기본합의를
252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조인한뒤, 북한은한묶음의문제에대해놀랍게도협조적이었다. 정부를떠나고난뒤쓴한논문에서, 전 CIA 분석관로버트칼린은북미간협상이합의를이뤄낸, 그리고일단동의했던내용에대해북한이준수했던일련의문제들을적시했다. 이리스트에는다음과같은것들이포함되었다. 기본합의에따라약속된경수로건설에어떤모델을사용할것인지의문제, 같은합의에따라인도된중유공급에대한모니터링, 영변시설동결이후사용후폐연료봉을용기포장하여안전보관하는문제, 한국전쟁중실종된미군의유해수색허용, 1998년금창리지하시설에대한미국측의구심의해소문제, 그리고 1999년미사일시험에대한모라토리엄등이다. 이과정에참여했던또다른관리는다음과같이말했다. 매번큰문제들이있었다. 그것은단지북한을상대하는일의일부일뿐이다. 그러나지금까지북한은자기들이하겠다고말했던것을해왔다. 이글의주목적은누가옳은지, 그른지혹은누가잘했는지못했는지의책임소재를따지는데있지않다. 북한은 2006년핵실험을거치면서비록비공식적이긴하지만엄연히 7~10기의핵무기를보유한국가다. 문제의핵심은그렇다면북한핵무기가전쟁의그림자를항구적으로드리우는가운데, 한반도의평화를위협하는것이라면이에대해우리는앞으로어떻게대처할것인가에모아져야한다는것이다. 이를위해무엇보다지난 20년간지속된북미핵협상과정을재해석함으로써남북간에적대를해소하고평화를보장하는가운데핵무기를폐기할수있는몇가지정치원칙을도출할수있어야한다. 북미핵협상 20년은우여곡절의연속이었고롤러코스터에올라탄듯현기증나는수많은사건들의연속이었지만, 기본적으로전쟁과파국으로치닫는두개의변곡점과핵폐기와북미관계개선을향한두개의변곡점으로각각단순화해서표현할수있을것이다. 클린턴행정부하에서핵시설로의심받는영변에대한폭격이가시화되어전쟁위기로치닫던 1994년과부시행정부하에서테러지원국지정및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예치된북한자산의동결조치, 북한인권법제정등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53 북한정권의붕괴를목표로북한에대한적대정책이절정에달함으로써초래된 2006년북한의핵실험이파국의변곡점이었다면, 극대화된군사적긴장과적대상황을회피하고자전쟁과평화의기로에서마련된 1994년기본합의서채택과 2007년 2 13 합의가바로평화를향한변곡점이다. 우리는앞에서전후냉전시기미국의대외정책의성격이기본적으로분열적욕망에기초하여적대를증식하는형태로, 정의의전쟁과불의의전쟁을양분한십자군주의에기반한것이었음을살펴보았다. 특히, 그대상이약소국이나유색인종일경우, 폭력의광기는기하급수적으로증대되며, 이는베트남전쟁에서유감없이발휘되었다. 다른식으로표현하며, 분열적욕망에기반한대외정책은자본증식과정과대단히흡사한것이라할수있다. 잘알려져있듯이, 자본의목표는오직축적이다. 이는동일자, 곧화폐증식의형태로만현상한다. 핵분열이비가시적인그러나대단히치명적인방사능위험에우리를노출시키듯이, 자본, 특히금융자본의증식과정은우리의삶을파괴하는과정을통해서만실현될수있다. 이러한상황은 2007년미국발금융위기이후우리의삶에서공공연한진실로되었으며, 따라서이제더이상그다지새로운내용도아니다. 분열적욕망에기초한대외정책은타자를인정하고관용하기보다적대와박멸에일차적목표가있는것으로, 기본적으로반정치적성격을띤다. 정치란적대적갈등을해소하고치유하는데일차적목적이있다. 정치가존재하지않았다면모든사회와국가는적대적분열로날을지새웠을것이고, 끊이지않는내전의결과, 인류는진즉에멸망했을것이다. 바로앞의 1994년클린턴정부의전쟁시도움직임과 2003년부시정권의극단적적대정책에이은북한의 2006년핵실험이양국모두분열적욕망에기초한반정치적행위였다면, 1994년 10월제네바기본합의서와 2007년 2 13 합의는융합적욕망에기반하여정치를복원한행위로규정할수있다. 그렇다면이처럼두차례의중대한평화의변곡점
254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에서작동한정치적원칙은어떤내용이었을까? 하나는북미간에상호인정을전제로각각의요구를주고받기하는식의동시행동원칙이다. 다른하나는핵사찰을포함한각단계별핵폐기조치에대한적절한보상원칙이다. 7) 이러한원칙이적절히관철된사례로경수로제공시기에맞춰단계적으로핵폐기프로그램을맞바꾼 1994년제네바기본합의서내용은비교적잘알려져있기에생략하고부시정부 2기에마련된 2007년 2 13 합의에관해살펴보기로하자. 8) 2 13 합의를도출하기이전, 북미간에는 2005년 9 19 선언을통해구체적행동계획서가어떤정신에입각해있어야하는지에대해이미의견일치를본바있었다. 9) 선제적핵공격독트린채택등일방주의로일관하던네오콘부시행정부의그간의관점에서보았을때, 2 13합의조치는그만큼극적인입장변화를의미하는것이었다. 이합의에따라, 북한은 60일내에 궁극적인폐기를목표로 7) 동시행동 과 적절한보상 원칙은사실상동일한문제의다른측면을지적하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동시행동의원칙이보다중요하다. 왜냐하면, 북한이정치우선, 즉핵무기페기를자국의주권보장과미국과의관계정상화를해결하기를원한다는측면에서선 ( 先 ) 핵페기 - 후 ( 後 ) 보상으로요약할수있는넌 - 루거의 협력적위협감축 (Coopera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만으로는문제해결이용이하지않은상황이다. 넌 - 루거의협력적위협감축프로그램에대해서는박건영 정욱식 (2007: 295-313) 참조. 8) 1992 년부시행정부에서시작된북한핵의혹제기로부터 1994 년 10 월기본합의서채택에이르기까지북미간에주고받았던공방을포함한상세한협상내용에대해서는갈루치외 (Gallucci et al., 2005) 참조. 9) 9 19 선언으로명명된이문건은교착상태에있던 6 자회담의중대한전기를의미했다. 북한, 미국, 그리고다른네당사국들이핵위기를해결하기위해합의된원칙을기록한최초의사례였기때문이다. 이선언에서북한은 모든핵무기와기존의핵프로그램을포기하고, 이른시일안에핵무기확산금지조약과 IAEA 안전조치로복귀 하고미국은 한반도에핵무기를두지않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핵무기또는재래식무기로공격하거나침공할의사가없음 을확인했다. 나아가미국과북한양국은 상호간의주권을존중하고, 평화롭게함께존재하며, 각자의양자정책에따라쌍방관계를정상화하기위한조치를합의하자는데 동의했다. 북한의주권존중은북한정부의전복을꾀하지않는다는의지의외교적표현이었다 (Chinoy, 2010: 422).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55 영변시설을폐쇄, 봉인 하며, IAEA 사찰단의방북을재허용하고, 모든핵프로그램에대한목록작성논의를시작하기로했다. 이에대한보상으로, 그리고동시행동의원칙에입각한단계적조치로서북한은영변시설을폐쇄할경우, 중유 5만톤을제공받게되며, 모든핵프로그램에대한완벽한신고와기존의모든핵시설에대한불능화 가제공된이후, 95만톤의중유를받기로되었다. 미국은 양자간의현안을해결하고, 완전한외교관계를향해전진하는것을목표로하는양자회담 을시작하는데도동의했다. 대표적현안들가운데는북한에대한테러지원국지정을중단하며, 적성국교역법에가하진다년간의제재를철회하는조치가포함되었고, 비록최종문건에는포함되지않았지만미국은별도의회담을통해미국이 30일이내에 BDA 제재를종결하기논의를시작하겠다고다짐했다. 그리고이약속은 2007년 6월, 북한측동결자산을러시아하바로프스크에근거를둔극동상업은행에미연방은행이이체해줌으로써준수되었다. 2 13합의조치는동시행동의원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을담고있다는면에서분열이아닌융합의정치를복원한것으로 1994년제네바기본합의서와놀랄만큼유사성을지니고있었다. 하지만, 중대한차이점이있었다. 그것은바로핵과경수로를맞바꾼기본합의서이행을부시행정부가거부함으로써 10년이상의세월이허비되었을뿐만아니라, 극단적적대정책덕에북한의핵프로그램이더욱향상되었다는사실이다. 북한은이미 7~10기의핵폭탄을제조할수있는플루토늄을보유하게됐고, 두차례에걸친핵실험에성공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2007 년 2 13합의는북미관계에중대한전기를마련한것으로평가된다. 치노이에따르면이합의가갖는진정한의의는북한핵프로그램을제거한다는워싱턴의목표와수십년의대미적대관계의근본적인변화에대한평양의두가지희망을동시에성취시킬잠재력을지닌로드맵을제시했다는데있다. 그래서 김일성이래현재까지북한은오랫동안미국이더이상적이아닐경우에핵능력은필요치않을것이라고강조
256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해왔다. 2 13합의는평양에이와같은전망을명시적으로전함으로써, 북한이스스로일관되게주장해왔던바를실천할수있는지시험할수있는초유의조건을만들었던것 (Chinoy, 2010: 545) 으로평가되기도했다. 결론적으로동시행동의원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은제네바기본합의서와 2 13 합의를채택하는과정에서일관되게관철된정치적원칙이었다. 이를통해북미양국은분열적욕망의탈주에기반한적대의정치를탈피하여융합적욕망에기반해적대를해소하는평화의정치를복원하고나아가무지의장막을딛고만민법구성을향한일보를내딛었다고평가할수있다. 그러므로동시행동의원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이야말로향후북미간의적대관계는물론, 남북간적대관계를종식하기위한정치행위의핵심원리로자리매김될필요가있다. Ⅳ. 결론 : 분열의정치에서융합의정치로 클린턴행정부와부시행정부모두, 집권 1기에는북한에대한적대로일관하다가집권 2기, 특히그후반부에는대화와타협에나섰으며, 그결과제네바기본합의서와 2 13합의와같은소중한정치적성과를얻어낼수있었다. 이에대해이글에서는이러한정치적합의가분열적욕망에기반한적대정책을포기하고융합적욕망에기반한정치를양국모두복원할필요성에기반한것이었으며, 이를위해동시행동의원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이공통적으로작동했음을강조하고자했다. 그렇다면지금까지의고찰을통해보았을때향후우리나라가독자적으로구상할필요성이있는북핵문제를포함한한반도관여정책은어떤관점에입각해야하며어떤내용이일차적으로담겨져야할것인가? 이지점에서김대중정부시기햇볕정책과노무현정부시기평화번영정책등기본의대북정책과현이명박정부의비핵개방3000 정책에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57 대해냉정히평가해볼필요성이있다. 흔히햇볕정책과대북포용정책의기저에놓인관점은정경분리원칙에따른양면전략이다. 이는경제협력의확산과상호의존을통한정치군사적화해로의단계적진전을상정하는신기능주의적아이디어에입각한것이다. 신기능주의는잘알려진대로유럽통합과정에있어서경제 사회 정치로의각각의단계별진전과정을설명하기위해등장한것이다. 그런데정작은유럽통합의극적진전을가져오게한계기란경제협력의확산에따른것이아니라냉전구조의해체라는정치적계기였음을직시할필요가있다. 요컨대, 경제적과정과정치적과정은연계되어있다하더라도어느하나가다른하나를대체할수없다는게이글의핵심주장이다. 게다가유럽연합수준의통합을가져오기위해서조차, 극단적형태의정치균열과군사적긴장은거의제로상태에있어야가능할터인데, 한반도는 615선언에따른경제협력이확산되는순간에조차, 상호불신에기반한군비확장을지속시켜왔고, 급기야 가장진보적 인노무현정부시기에북한은핵실험을강행하지않았던가? 그러므로비군사경제분야는대북지원과교류협력을추구하면서, 군사분야에서는강력한국방력건설과한미동맹을통해압도적인군사적우위를달성하고이를바탕으로북한의위협을억지, 분쇄하겠다는양면전략접근법은그자체로이미전략적결함을내적으로안고있다고해야겠다 ( 정욱식, 2009: 406). 한마디로, 정치와경제를분리하는햇볕정책과평화와번영정책은북한과의상당한관계개선을가져왔음에도불구하고, 북한핵문제자체는물론, 연평해전에서도알수있듯이한반도가항구적인군사분쟁의위협하에놓여있음을입증했다. 이에반해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 ( 조민외, 2009) 의기본접근법은정치와경제의연계는커녕, 부시의적대정책을이름만바꾼채부활한것에불과하다. 왜냐하면, 인도적지원은물론, 북한에대한경제지원을위한전제조건으로완전하고 (complete), 검증가능하고 (verifiable), 돌이킬수없는 (irreversible) 방법으로북한의핵폐기 (disarmament) 가이루어져야한다는부시정권의
258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CVID 입장을되풀이한것이기때문이다. 이는협상하지말고현상을그대로유지하자는얘기로풀이되며, 이러한전제조건에북한이동의하는일이란사실상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적어도지난 20년간핵협상과정에서북미간에두가지의중요한정치원칙, 곧동시행동의원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은이미합의를본사항이며, 현재의단계는적어도부시정권말기의 2 13 합의이상으로진전을봐야하기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한반도신뢰프로세스그기본정신에있어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 과크게다를바없다. 다만, 그순서를바꿔놓았을뿐이다. 다시말해서, 비핵개방3000 이북핵문제해결을전제조건을대규모경제협력을약속한것이라면, 박근혜정부의신뢰프로세스는낮은차원의교류와협력이진행되어신뢰가쌓이면북핵문제해결도가능하리라는역순의해결책을제시한것이다 ( 통일부, 2013). 이는북핵문제라는현안이해결되지않는다하더라도다양한형태의경제협력및사회교류를진행한다는점에서분명경직된단계론을고집했던 비핵개방 3000 에비해분명진전된내용이있지만총론, 곧북핵문제의본질에대한전략적접근이빠져있음으로해서북핵문제를중심으로조성된한반도의긴장과역내갈등에대한해결책이라하기에는첫단추부터잘못꿰진것이다. 무엇보다도앞에서언급한바있지만, 북핵의기본용도는전쟁억지라는군사적목적을추구하기위한것이라기보다는북한의외교적현안을타결하기위한정치적목표추구를위한것이기때문이다. 북한은핵무기를지렛대로평화협정체결, 북미수교, 미국으로부터의안전보장등자신들의오랜숙제를해결하기위해역내긴장을조성하기위한것으로보아야한다. 따라서지금필요한것은 선신뢰구축 후북핵문제해결 과같은현실에서는전혀작동할수없는어쭙잖은단계론적해법이아니라북핵문제에대한정치적의미를면밀히파악함과동시에북한의정치군사적의도에휘말리지않으면서도북핵문제를우리주도로해결할수있는정교한외교전략이필요한것이다. 한
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59 마디로, 교류협력퍼스트 가아니라 군사정치문제해결퍼스트 를골자로하는한국정부고유의외교독트린이절실히요구되는시점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의전쟁및유사시북한핵문제의직접적당사자이며북한과통일을협의할일주체인남한이북한핵문제에손놓고미국이대신해주리라기대하는것자체가정치행위를사실상포기하는것이나다름없다. 남한내에서국내정치가이루어지듯이, 북한핵문제는정치행위의일부로어떤형태로든관여가이뤄질수밖에없다. 그렇다면북한핵문제에대한남한의독자적관여정책은어떻게형성될수있는가? 앞에서확인한대로분열적욕망의적대정책이아니라융합적욕망의정치, 곧한반도의가장큰비극인분단자체를치유하기위한형태의관여가되어야한다. 그리고이를위해서무엇보다남북간에민족통일이라는보다큰정치목표를공유하려는신뢰회복노력이필요한것이다. 무엇보다민족통일이라는큰목표에북한핵문제를종속시킬수있는조건을만들어내는작업이우리가추구하는관여정책의가장큰목표가되어야한다. 이를위해서일관되게견지되어야할원칙역시동시행동과적절한보상의원칙이되어야할것이다. 남북양측이이러한목표에동의할경우, 남한은북한의핵무기폐기과정의각각의진전에발맞춰미국, 일본과의적대관계를개선할수있도록정치협상을주선할수있어야하며, 북한이고립감과경제적곤경을자체적으로극복할수있도록실질적경제지원에보다주도적으로나서야한다. 북핵문제가역내안정과평화에위협이됨은두말할나위없지만, 그러한위협에짓눌러정치를포기해서는아무것도이룰수없다. 한마디로, 그어떤상황에서도정치를포기하는것은바보짓이다. 앞에서지적한대로, 핵무기가아니라도남과북, 미국이보유한초현대식통상무기만가지고서한반도전체를수십차례초토화시킬수있는세계최고의군사과밀지역이다. 이러한조건에서북한이보유한핵무기가그어떤효과적인군사적억지효과를달성할수있을지에대해서는의문
260 한국사회제 15 집 1 호 (2014 년 ) 이들지않을수없다. 바로이지점을적극설득해야하며북한역시모르고있지않을것으로여겨진다. 요컨대, 안보위협과체제존속을위한군사적억지수단으로핵무기를제조했을지모르겠지만, 적절한보상이주어진다면핵무기는정치경제적수단으로충분히그용도가변경될수있을것이다. 이를위해서는일차적으로북한에게핵무기보유를필요로했던한반도를둘러싼북미, 남북간의적대상황자체를해소할필요가있다. 10) 2014 년 5 월 1 일접수 2014 년 6 월 26 일수정완료 2014 년 6 월 28 일게재확정 10) 이글은북한핵문제를해결하는데있어정치적상상력을발휘할것을주문한다. 이런측면에서지난 2012 년 2 29 베이징합의이후, 3 월 7 일뉴욕에서열린시라큐스대맥스웰스쿨주최세미나에서북한외무성부상리용호가 미국이북한과남한과같이동맹을맺고핵우산을제공하면핵무기를포기할수있다 (< 세계일보 > 2012.03.13) 고한발언은북한핵뿐만아니라미국과중국, 러시아등역내강대국들이보유한핵의억지력자체를무용화할수있는발상의전환을담고있는것이다. 한반도문제가주로군사적대치상황에서비롯된것임을감안한다면미국의핵우산혹은동맹의틀내로남북한이동시편입된다는획기적발상은남북한상호간의안보위협을현저히변화시킬수있는상황을조성할가능성이있다. 나아가이러한경로는궁극적으로한반도의평화와통일나아가동아시아역내질서의재구축을위해북한을포함한다자내지집단안전보장체제의형성문제까지연동되어있다고할수있다. 이럴경우남북한에통일을향한정치협상에즉각나설수있는중대전기가마련될수있을것으로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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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접근 : 평화적해결원칙을도출하기위하여 263 A Political Philosophy Approach on the Question of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Choi, Hyung-ik Prof. Dept. of International Relations, Hanshin Univ. Abstract This article explores an epistemological clue for a peaceful solution on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through an political or social thought approach. When it comes to the regional stability and peace, it is impossible to detour on the question of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and needs a political negotiation and compromise. Based on these premises, it reviews the past twenty years political bargaining process between the North Korea and the U.S. against the Korean nuclear weapons. Since nuclear weapons are understood an outcome of human desire pursuit, paradoxically, it argues that it is possible the peaceful solving on the question of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Therefore, it needs to adapt consistently the two political principles of both a bi-countries' simultaneous action and a relevant reward corresponding th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disarmament which extract the terrain of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crisis in itself. Key words: question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politics of human desire, law of peoples, principle of simultaneous actions, principle of symmetric re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