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월항쟁과촛불혁명은 2017 년정치에무엇을요구하고있는가?> 조정관 ( 전남대 ) 1987년 6월항쟁은우리손으로대통령을직접뽑기를요구했다. 2016년촛불혁명은반대로우리가뽑았던대통령보고물러나라고외쳤다. 한세대가지나가는기간이라고일컬어지는 30년사이로우리국민의함성은그렇게달라졌다. 1987년 6월항쟁의시간에는민주주의에대한한없는기대가있었다. 그시간에는인권을유린하고자유를억압하며권력을제멋대로부리던독재체제가끝나면, 국민이허울만이아니라이제국가권력의진짜주인이될것으로생각했다. 대통령을비롯하여선출된공직자들이국민의대표로서국민목소리를받들고, 국민에게행한약속을지키며, 국민의문제를해결하고, 국민앞에책임지는국가시스템을곧세울수있을것으로생각했었다. 그러나 6월항쟁의결과로구성했던 87년체제하에서지난 30년간이나라의민주주의는사실상정체되고무기력하고부패해져왔다. 물론군부가물러났다는점, 선거가거듭되고있다는점, 국회와행정부의정책과정과기능이더세련되고복잡하게변했다는점, 정치세력간정권교체하는경쟁이제도화되었다는점등절차적민주주의는많이발전했다. 무엇보다도대통령을헌법절차안에서탄핵할수있었음은큰진전이다. 그렇지만주권자인국민이, 6월항쟁의주역인국민이, 정치의주체가아니라정치조작의대상으로전락하고있다. 선거마다정치인들은화려한언사를부리며당선되지만약속은지켜지지않는것을기본으로한다. 대통령은제왕의행태를거듭하지만근본적으로우리문제를해결하기위한개혁에서는늘실패하는, 무기력한국가 의일과성수장에불과했다. 포퓰리즘적인혹은실현이아예불가능한약속을하고서는야당때문에그것이안됐다는식의 비난의게임 이되풀이된다. 수구보수대패권적진보의극단적진영정치하에서, 서로상대방은악이니그것을막기위해서는나를찍으라는식의묻지마투표를거듭하는한한국민주주의의미래는없다. 정권은교체되고있지만본질의차이는별로없다. 6월항쟁의결과로성립한 87년체제하에서정치인들은결국국민을위해서가아니라독점적거대자본, 기득권언론및교수 전문가들이협력적으로운영하고있는엘리트카르텔의지배에복무하고있다. 결국박근혜정권에와서는최악에이르렀다. 국정지배자들은국민의절절한아픔, 국민의고통을모르쇠하고오도하고덮었다. 공적인권력을사유화 - 1 -
했고신화화했고농단했다. 그래서마침내참다참다못한국민이분연히들고일어나 이게나라냐? 를외친것이바로촛불혁명이다. 꽃다운학생들의생생한죽음마저도정쟁화하는정치, 국민앞에무능하고무책임한국가는쓸어버리라는것이촛불의함성이었다. 즉촛불혁명의핵심은정치혁명이다. 6월항쟁으로세운이나라의민주주의가꺼져가고있으니다시불길을당기라는것이다. 국민이주인되는나라다운나라를만들어내라는준엄한목소리이다. 그것을잊어서는안된다. 따라서 6월항쟁은 30년만에촛불혁명을통하여우리에게정치의재구성을요구한다. [1] 다수제민주주의로부터합의제민주주의로 : 6월항쟁의결과로서우리가지금까지운영하고있는제도는다수제민주주의 (majoritarian democracy) 다. 결선투표제없이단한번의투표를통해 2 위자보다 1표라도더많으면당선되는대통령이, 그럼에도불구하고모든제왕적권력을독점적으로행사하는시스템이다. 국회의원선거제도역시소선거구중심이고비례대표는부차적일뿐이다. 이들은모두엄청난규모의사표 ( 死票 ) 를수반하며민주적대표성측면에서아쉬움이많은제도이다. 1987, 92, 97년대통령선거에서는양당제가아니라 4자, 3자, 3자의대결이거듭되었지만, 지역주의정당들과이러한다수제제도의결합이 3김의시대까지는큰무리없이받아들여졌다. 지도자들은정당도개인적으로지배했고국민도지배했다. 3김의퇴장시점에 국민참여 라는정치개혁을통해등장한노무현대통령은이미국민이원하고있던 포용적민주주의 를구호로내세우기도했지만결국은역시과반수에의존하는일방적국정운영의틀을답습하였다. 이어지는이명박, 박근혜정권역시반대측, 즉수구보수의관점에서일방주의와독선을거듭하였다. 대통령직과국회과반수만가지면뭐든지할수있다는식의정치는반대진영의극단적적대감을유발하였다. 국가적으로중대한문제의해결은엄두도내지못하고정쟁만이상존하였다. 국민의정치에대한효능감은사라지고불신은치솟았다. 탈근대사회의진전으로더욱늘어나는중도유권자들은제3의길을적극적으로요구하였다. 그탈출구가안철수현상이었고, 2016년국민의당의탄생과총선이후 3당체제, 지금의 4당체제라고할수있다. 즉우리국민은양당제를이상으로삼는다수제민주주의의실패를목도하였고, 지금은다당제를통한합의제민주주의 (consensual democracy) 의착근을기대하고있는것이다. - 2 -
이를위해서는첫째건전하고온건한다당제가뿌리를내리는것이필요하다. 그것을위해서는무엇보다도국민의당이이번대선패배에도불구하고자기혁신에성공하여제3당으로서의독자적위상을잘정립할필요가있다. 절차적민주주의를넘어서실질적민주주의를실현하고자하고, 모든국민의대표성을구현하고자하는촛불혁명의정신은당연히다당제를요구하고있으며, 국민의당의핵심임무가또한그것에응답하는것이라고필자는판단한다. 또국민의당은양극단에있는거대정당들의원심력에대항하여바른정당과의적극적이고제도적인연대를추진해야하며, 궁극적으로당대당통합도고려해볼만하다. 물론남북문제, 안보문제등상호상충하는부분에대한절충과상호합의가무르익는변화가전제일것이다. 둘째, 대통령선거에서는결선투표제를도입하고, 국회의원선거제도는전면적비례대표제방향으로 조속히 변경해야한다. 2016년총선이전에국회의원선거제도개선에대해많은논의가있었던점을고려하여개헌논의이전에, 혹은개헌논의와동시에전면적비례대표제또는중대선거구제도입에대하여국회가신속하게논의하고국민의견을수렴하여결정짓는것이필요하다. 또이번대선전에이미주요후보들이대선결선투표제도입에목소리를합했던점을고려하여, 대선결선투표는개헌에서명시하도록하면될것이다. 셋째개헌을통하여권력구조개편및각권부의권한조정을통해합의제민주주의에맞는정부운영이가능하도록해야한다. 분권형대통령제나내각제로전환하는것은의회중심의합의제민주주의를제도화하는것이다. 이러한대안이아니라대통령의권한을보다제한하고의회권한을늘리는방식의개헌을할경우에는결선투표제및부통령의도입이나책임장관제실시등을통한합의제민주주의제고를추진해야한다. 그것이바로촛불혁명의핵심캐치프레이즈인제왕적대통령제의폐기라고할수있다. 물론권한의분산이정치권력간갈등과정치불안가능성에일조하지는않도록세밀하고책임있는정부디자인이추진되어야한다. 넷째개헌을통하여그동안의중앙집권국가의시대를끝내고지방이모여만드는새로운대한민국을추진할수있도록지방분권을획기적으로발전시키는노력을기울일필요가있다. 세방화 (glocalization) 의시대, 제4차산업혁명대응을위해서는이제까지의초중앙집권국가로서는역부족이다. 오늘날의전면적지방자치는 6월항쟁의요구로부터비롯되었지만충분한성과를거두지못하고있다. 전국적촛불혁명은그급진적인극복을요구하고있다. 정치는이에응답해야할것이다. - 3 -
[2] 엘리트정치로부터국민의정치로 : 87년체제에대한국민의핵심불만중의하나는민심에대한반응성 / 책임성이떨어지는엘리트관료 / 전문가정치와, 민심보다는기득권층이익을편드는방향으로작동하기쉬운카르텔정당체제에있다. 정당에서국고보조금의비중이증가하고, 정책정당화및원내정당화를추진하면서, 동시에공천등에서당밖의국민참여비중을늘려온 2002년이후에이러한현상이더욱심화되었다. 이현상의극복을위해서다양한제도적개혁이시도될필요가있다. 그러나사실제도만바꾼다고정치가나아진다는보장은전혀없다. 87년체제문제의악화에는정치행위자특히정치인들의책임이더욱크다는것이촛불민심이다. 국회의원을포함한모든선출직공직자들이스스로특권을줄이고겸손하게국민에게다가가서열심히일하고국민앞에서책임을지자는것이촛불혁명의요구이다. 불신을벗고국민의신뢰를얻는정치를위해서당장해야할것들이무엇일까? 첫째는정당체계에서소수당을보호하고다당제를지켜내며소수파의목소리가존중받을수있는제도를구비하고그렇게운영하도록노력하는것이다. 다른무엇보다도정당등록요건및국회원내교섭단체구성요건완화와국고보조금배분의합리화가필요하다. 둘째는정당의내부에대한창조적혁신이다. 당원과지지자들의여론을가장중시하는민주적정당운영, 오늘날필수가되어버린플랫폼정당으로서의열린구조와합리성확보, 리더십의효율적발휘가가능하도록운영의틀확립, 인력과자원의분권화를추진하여지방수준에서의정당활동과조직화등이필수적이다. 그리고각종공천에있어서그과정을충분히미리결정해놓고예외없이공정하게적용하는것이오늘날매우필요하다. 가능하다면이번대선경선에서국민의당이도입했던예비경선제도가여러정당간합의에의하여본격적으로이루어지도록하는것이바람직하다고판단한다. 셋째는국회의개혁과국회의원특권의내려놓기이다. 일하는국회, 민주적국회를위한각종국회개혁아젠다들을당리당략, 유불리를따지지않고적극적으로추진하는자세가필요하다. 대표적으로상시국회의실천, 국정조사의일상화, 국민발안제도입등이있을수있다. 또국회의원의수당줄이기, 윤리심사과정에서외부인사들의영향력강화등특권내려놓기가필요하다. 국민의당이제안했던국회의원에대한소환제도입도추진해야한다. - 4 -
넷째는인적쇄신이다. 인적쇄신없는정당혁신은감동이없다. 이론적으로는국회에서신진정치인들의충원못지않게원로급의원들의존재와역할이중요하고필요하다. 하지만 87년체제의해체를요구하는촛불혁명은선출직정치인구성에있어서과감한변화를요구하고있다. 특히호남과영남처럼과거에공천만받으면편안하게당선되던지역의경우는특히인적쇄신요구가강하게제기되고있다. 아직충분히국가를위해일할능력이있더라도유력한선배정치인이후배들의길을터주기위해서불출마선언을한다든가험지출마하겠다고미리발표하는헌신을보인다면국민들의신뢰를얻는데에크게도움이될것이다. 다섯째국민이직접정치에참여함으로써대의제민주주의의문제를보완하는제도를도입하고국민참여적운영을증진한다. 앞서언급한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의도입뿐만아니라주민투표의발의및가결요건을완화하고, 개헌을통해국민투표의요건을완화하여주요정책을국민투표에붙일수있도록한다. 또주민의회및시민의회제도를도입하여국민의직접적인토의민주주의참여를진작하도록한다. 정당재편성이론 (party realignment theory) 에의하면약 30년이지나면, 즉세대가바뀌면유권자구성의변화와시대적변화가추동한결정적인선거등으로정당체계가크게바뀐다고한다. 우리정치에서시민권이확립된혁명이 1960년 4.19라고본다면 4.19와 5.16으로성립된제3-4-5공화국의시대, 즉권위주의 산업화 시대는약 30년을유지했고 1987년 6월항쟁으로종료했다. 그런데 민주화 시대라고할수있는 87년체제는역시약 30년을흘러촛불혁명을낳았다. 즉지금이시기는정치가크게변할때라고추정할수있다. 어떤변화인가? 제도면에서는합의제민주주의로의변화라고필자는주장했다. 2016년 11월에촛불이시작되기 7개월전에이미총선을통해다당제는시작되었다 ( 사실총선에서국민의당의선전이없었다면새누리당이과반의석을얻었을것이고그랬다면촛불도이렇게발생하지는않았을지도모른다 ). 지난 5월대선에서도우리는여전히다당제를선호하는많은국민이존재하고있음을확인했다. 따라서정당정치의큰변화는분명하다는것이필자의판단이다. 다시쉽게적과청의양자대결로돌아가지는않을것같다. 그렇다면이시대의내용은무엇일까? 5월장미대선의결과로는일단 적폐청산 이선택되었지만촛불혁명이부르짖은것은그보다훨씬커다란변화일것같다. 과거를청산하는데에그치지않고미래를이끌어나갈그릇과문화를새로주조해내는것이시대의 - 5 -
임무일것이다. 그러한임무를감당하기위해서는이를주도할정치가먼저크게바뀌어야할것이다. 이글은이일에대한기초적서설에불과하다. 보다더담대한개혁과예상을뛰어넘는판짜기의진짜정치 (Real Politics) 를경륜있는정치지도자들과거칠것없는신진정치가들로부터기대하며글을마친다.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