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 부 판 결 사건 2018 도 2844 가. 업무상과실치사 나. 업무상비밀누설 다. 의료법위반 피고인상고인변호인원심판결 피고인피고인변호사이정락서울고등법원 2018. 1. 30. 선고 2016노3983 판결 판결선고 2018. 5. 11. 주 문 상고를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판단한다. 1. 업무상과실치사 가. 의사의과실 - 1 -
(1) 의료과오사건에서의사의과실을인정하려면결과발생을예견할수있고또회피할수있었는데도예견하거나회피하지못한점을인정할수있어야한다. 의사의과실이있는지여부는같은업무또는분야에종사하는평균적인의사가보통갖추어야할통상의주의의무를기준으로판단하여야하고, 사고당시의일반적인의학수준, 의료환경과조건, 의료행위의특수성등을고려하여야한다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 도271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5도8980 판결등참조 ). 의사가진찰 치료등의의료행위를할때는사람의생명 신체 건강을관리하는업무의성질에비추어환자의구체적증상이나상황에따라위험을방지하기위하여요구되는최선의조치를해야한다. 의사에게진단상과실이있는지여부를판단할때는의사가비록완전무결하게임상진단을할수는없을지라도적어도임상의학분야에서실천되고있는진단수준의범위에서전문직업인으로서요구되는의료상의윤리, 의학지식과경험에기초하여신중히환자를진찰하고정확히진단함으로써위험한결과발생을예견하고이를회피하는데에필요한최선의주의의무를다하였는지를따져보아야한다 (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등참조 ). 나아가의사는환자에게적절한치료를하거나그러한조치를하기어려운사정이있다면신속히전문적인치료를할수있는다른병원으로전원시키는등의조치를하여야한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77 판결등참조 ). (2) 원심판결이유와적법하게채택된증거에따르면, 다음과같은사실을알수있다. ( 가 ) 피고인은 2014. 10. 17. 16:45경부터 20:00경까지피고인이운영하는병원 3층에서피해자공소외인을상대로위장관유착박리수술을하였다. 그수술은복강경과복강경용초음파절삭기등을이용하여소장, 대장, 위, 복막사이에유착된부위를박리 - 2 -
하고그과정에서약해진소장부위를봉합하며, 위 ( 胃 ) 대만부위를따라길이 15cm의위벽을위내강쪽으로 1회집어넣어주름을만든다음봉합하는것이었다. ( 나 ) 복강경을이용한수술은일반적인개복술에비하여통증이적은것이보통인데피해자는수술직후인 2014. 10. 17. 20:10경부터지속적으로강한통증을호소하였다. 피해자의백혈구수치는 2014. 10. 18. 경 16.9 10³/μL, 2014. 10. 19. 경 14.9 10³/ μl로정상수치를초과하고있었다. 그러나피고인은피해자의혈액검사상백혈구수치가좋아지고있고압통과반발통이심하지않은점을들어피해자에게단순한 수술후통증 이라고설명하였고, 피해자가퇴원을요청하자 상태를봐서괜찮으면예정대로 2014. 10. 19. 퇴원을하라. 고말하였다. ( 다 ) 2014. 10. 19. 09:05경피해자의흉부를촬영한엑스레이사진에는좌측횡격막상부에공기음영이있어심낭기종과종격동기종의소견을보였다. 일반적으로복부와장유착으로수술한환자가퇴원을하려면대변배출, 구강음식섭취가능, 경구용진통제로통증조절이가능한상태여야한다. 피해자는이러한퇴원조건을갖추지못하였지만 2014. 10. 19. 13:17경피고인의허락을받아퇴원하였다. 2014. 10. 19. 16:00경피해자의체온은 38.3도였고, 30분후에는 38.7도였다. 피해자는통증이계속되자 2014. 10. 20. 05:10경피고인의병원을다시방문하였다. 진통제로통증이줄어들자같은날 08:02경귀가하였다. ( 라 ) 피해자는 2014. 10. 20. 16:57경다시피고인의병원을방문하였는데피해자의체온은 38.8도, 맥박은분당 137회였다. 피고인은복부초음파검사를한결과장부종과압통이있으나, 수분저류가발견되지않고반발통이없다고보아복막염은아니라고판단하고, 같은날 17:20경피해자에게 지금은복막염이아니니까걱정하지않아도 - 3 -
되지만열이있으므로항생제를추가하고혈액검사를비롯한추가검사를할테니입원하라. 고하였다. 피해자는같은날 18:15경귀가하였다. ( 마 ) 피해자는 2014. 10. 22. 04:40경왼쪽가슴통증, 복통, 오심을호소하며피고인의병원을방문하였다. 피해자는같은날 04:50경복부팽만증상을보였고, 08:09경가슴의답답함과좌측어깨방사통을호소하였다. 같은날 08:28경피해자의심전도검사결과피해자의맥박은분당 145회로심각한빈맥상태였고, 심장전압은 0.19mV로현저히낮은상태였다. 피고인은허혈성심혈관질환을의심하여피해자에게혈관확장제와진통제를투여하고경과를관찰하기로하였지만, 피해자는 2014. 10. 22. 12:40경병실에서의식을잃었다. 피고인은즉시심폐소생술을시작하고기도삽관등응급조치를취한후피해자를 병원으로전원시켰다. 피해자는 2014. 10. 22. 14:10경동공이 6mm 열려있고사지반응이없는상태로 병원응급실에도착하였다. 병원의료진은피해자에게복막염, 장유착, 심낭압전의소견을확인하고응급으로개복수술등의치료를하였지만, 피해자는 2014. 10. 27. 20:19경범발성복막염에의한심낭압전에따른저산소허혈성뇌손상으로사망하였다. ( 바 ) 병원의료진에의한수술과정에서피해자의상부소장 70~80cm 하방부위에서 1cm의천공이발견되었고, 피해자에대한부검과정에서약 0.3cm 크기의심낭천공과그에대응하는위치에서횡격막천공이확인되었다. (3) 이러한사실을위법리에비추어살펴보면, 피고인은다음과같은주의의무가있었는데도이를게을리한과실이있다고볼수있다. 피해자와같이장유착상태가심하고주변장기들도많이약해져있는경우에유착 - 4 -
박리술이후지연성천공은예상되는합병증이므로그발생가능성을염두에두고계속피해자의경과를관찰하는등의조치를할주의의무가있다. 복강경을이용한수술은일반적인개복술에비하여통증이적은것이보통인데도피해자는수술이후부터지속적으로강한통증을호소하였고, 2014. 10. 19. 09:05 촬영한피해자의흉부엑스레이사진에는종격동기종과심낭기종의소견이확인되었다. 이런상황에서피해자에게고열, 메슥거림등의증상이있고심한복통이상당한기간지속되었으며높은백혈구수치, 빈맥증상이있었던점등에비추어피고인으로서는지연성천공등으로인한피해자의복막염가능성을예견하였거나이를예견할수있었다고보아야한다. 따라서피고인은피해자에게이에관한위험성을제대로고지 설명하고, 경과관찰이나필요한검사를통하여피해자의상태를정확하게진단하고이에대해조치를하거나이러한조치를할수있는병원으로전원시킬주의의무가있다. 그런데도피고인은이러한주의의무를게을리하여피해자가수술후보인증상을통상적인통증으로안일하게판단하여피해자에게지연성천공등예상되는합병증에대한위험을제대로고지 설명하지않았고, 퇴원조건을갖추지못한피해자에대한퇴원을허락하였다. 나아가피고인은피해자가재차병원을방문하였을때에도복막염이아니라고속단한채피해자에게필요한적절한검사나치료를하지않고, 피해자가마지막으로병원에온이후에도허혈성심질환으로만의심하여이에대한조치만취하였을뿐이다. 그결과심장전문의등과의협진을통한정확한원인규명과이에따른필요한처치나전원을지체하는등으로피해자로하여금제때에필요한조치를받지못하게한과실이있다. 같은취지에서피고인에게수술후피해자에게발생한복막염의진단과처치과정에 - 5 -
서과실이있다는원심의판단에상고이유주장과같이필요한심리를다하지않은채논리와경험의법칙에반하여자유심증주의의한계를벗어나거나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말하는과실에관한법리를오해한잘못이없다. 나. 인과관계위에서보았듯이피고인의수술후복막염에대한진단과처치지연등의과실로피해자가제때필요한조치를받지못하였다면피해자의사망과피고인의과실사이에는인과관계가인정된다. 비록피해자가피고인의지시를일부따르지않거나퇴원한적이있더라도, 그러한사정만으로는피고인의과실과피해자의사망사이에인과관계가단절된다고볼수없다 (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도2524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7070 판결등참조 ). 같은취지에서피고인의과실과피해자의사망사이에인과관계가인정된다는원심의판단에상고이유주장과같이필요한심리를다하지않은채논리와경험의법칙에반하여자유심증주의의한계를벗어나거나업무상과실치사죄의인과관계에관한법리를오해한잘못이없다. 2. 의료법위반가. 구의료법 (2016. 5. 29. 법률제14220호로개정되기전의것, 이하 구의료법 이라한다 ) 제19조는 의료인은이법이나다른법령에특별히규정된경우외에는의료 조산또는간호를하면서알게된다른사람의비밀을누설하거나발표하지못한다. 라고정하고, 제88조는 제19조를위반한자 를 3년이하의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벌금에처하도록정하고있다. 이부분공소사실의요지는, 의사인피고인이인터넷커뮤니티사이트게시판에피 - 6 -
해자의위장관유착박리수술사실, 피해자의수술마취동의서, 피해자의수술부위장기사진과간호일지, 2009년경내장비만으로지방흡입수술을한사실과당시체중, BMI 등개인정보를임의로게시함으로써구의료법제19조에서금지하고있는의료인의비밀누설또는발표행위를하였다는것이다. 원심은, 구의료법제19조에서정한 다른사람 에는생존하는개인뿐만아니라이미사망한사람도포함되고, 피고인의위와같은행위는구의료법제19조에서금지하고있는의료인의비밀누설또는발표행위에해당한다고보아이부분공소사실을유죄로판단하였다. 이에대하여피고인은상고이유로원심이죄형법정주의에반하는해석으로구의료법제19조에관한법리를오해하고자유심증주의의한계를벗어난잘못이있다고주장한다. 이부분주된쟁점은구의료법제19조에서정한 다른사람 에는생존하는개인뿐만아니라이미사망한사람도포함되는지여부이다. 나. 형벌법규는문언에따라엄격하게해석 적용하여야하고피고인에게불리한방향으로지나치게확장해석하거나유추해석해서는안된다. 그러나형벌법규의해석에서도문언의가능한의미안에서입법취지와목적등을고려한법률규정의체계적연관성에따라문언의논리적의미를분명히밝히는체계적 논리적해석방법은규정의본질적내용에가장접근한해석을위한것으로서죄형법정주의의원칙에부합한다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등참조 ). 형벌법규에서 타인 이나 다른사람 이반드시생존하는사람만을의미하는것은아니고형벌법규가보호하고자하는법익과법문의논리적의미를분명히밝히는체계적 논리적해석을통하여사망한사람도포함될수있다. - 7 -
의료법은 모든국민이수준높은의료혜택을받을수있도록국민의료에필요한사항을규정함으로써국민의건강을보호하고증진 ( 제1조 ) 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이법은의료인 ( 제2장 ) 의자격과면허 ( 제1절 ) 에관하여정하면서의료인의의무중하나로비밀누설금지의무를정하고있다. 이는의학적전문지식을기초로사람의생명, 신체나공중위생에위해를발생시킬우려가있는의료행위를하는의료인에대하여법이정한엄격한자격요건과함께의료과정에서알게된다른사람의비밀을누설하거나발표하지못한다는법적의무를부과한것이다. 그취지는의료인과환자사이의신뢰관계형성과함께이에대한국민의의료인에대한신뢰를높임으로써수준높은의료행위를통하여국민의건강을보호하고증진하는데있다. 따라서의료인의비밀누설금지의무는개인의비밀을보호하는것뿐만아니라비밀유지에관한공중의신뢰라는공공의이익도보호하고있다고보아야한다. 이러한관점에서보면, 의료인과환자사이에형성된신뢰관계와이에기초한의료인의비밀누설금지의무는환자가사망한후에도그본질적인내용이변한다고볼수는없다. 구의료법제19조에서누설을금지하고있는 다른사람의비밀 은당사자의동의없이는원칙적으로공개되어서는안되는비밀영역으로보호되어야한다. 이러한보호의필요성은환자가나중에사망하더라도소멸하지않는다. 구의료법제21조제1항은환자가사망하였는지여부를묻지않고환자가아닌다른사람에게환자에관한기록을열람하게하거나사본을내주는등내용을확인할수있게해서는안된다고정하고있는데, 이점을보더라도환자가사망했다고해서보호범위에서제외된다고볼수없다. 헌법제10조는인간의존엄과가치를선언하고있고, 헌법제17조는사생활의비밀 - 8 -
과자유를보장하고있다. 따라서모든국민은자신에관한정보를스스로통제할수있는자기결정권과사생활이함부로공개되지않고사적영역의평온과비밀을요구할수있는권리를갖는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등참조 ). 이와같은개인의인격적이익을보호할필요성은그의사망으로없어지는것이아니다. 사람의사망후에사적영역이무분별하게폭로되고그의생활상이왜곡된다면살아있는동안인간의존엄과가치를보장하는것이무의미해질수있다. 사람은적어도사망후에인격이중대하게훼손되거나자신의생활상이심각하게왜곡되지않을것이라고신뢰하고그러한기대속에서살수있는경우에만인간으로서의존엄과가치가실효성있게보장되고있다고말할수있다. 사자의명예를보호하는형법제308조, 저작자사망후의저작인격권보호에관한저작권법제14조제2항, 사망한사람의인격권에대한침해금지와그에대한구제절차를정하고있는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제5조의2는이점을명시한규정이다. 위와같은형벌법규해석에관한일반적인법리, 의료법의입법취지, 구의료법제19 조의문언 내용 체계 목적등에비추어보면, 구의료법제19조에서정한 다른사람 에는생존하는개인이외에이미사망한사람도포함된다고보아야한다. 다. 원심판결이유를위에서본법리와적법하게채택된증거에비추어살펴보면, 이부분공소사실이유죄로인정된다는원심의판단에상고이유주장과같이논리와경험의법칙에반하여자유심증주의의한계를벗어나거나구의료법제19조에관한법리를오해한잘못이없다. 3. 결론 - 9 -
피고인의상고는이유없어이를기각하기로하여, 대법관의일치된의견으로주문 과같이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창석 대법관 조희대 주심대법관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