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논 문]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 독일 형사소송법 제81조a와의 비교검토를 중심으로 -1) 원 혜 욱* Ⅰ. 들어가는 말 Ⅱ. 음주측정에 대한 일반론 Ⅲ. 강제채혈 차 례 Ⅳ. 독일의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례 Ⅴ. 입법안 Ⅵ. 맺음말 I. 들어가는 말 기술사회의 발전은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현상으로 이어졌고2), 이에 따라 음주운전 및 음주상태에의 교통사고가 사회적 위험요소로 제기되었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타인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손상을 가할 수 있어 그 위험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 이 10%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교 통사고에 비해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3) 이처럼 음주운전은 자신의 생명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본 논문은 인하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에 의해서 이루어졌음. 2) 우리나라 자동차등록현황을 살펴보면, 1995년 8,468,901대에서 2000년에는 12,059,276대로 5년 사이 1.7 배가 증가하였고, 2011년에는 18,437,373대로 대략 10년 사이에 1.65배가 증가하였다.(경찰통계연보 2011, 경찰청) 3) 2011년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1,711건인데, 그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28,926건으로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혈중알콜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가 28,461건으로 12.8%, 0.05% 미만인
196 원혜욱 Ⅱ. 음주측정에 대한 일반론 1. 음주측정 방법 음주운전여부의 확인을 위해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도로교통법의 규 정에 따라 호흡검사에 의한 측정이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나, 호흡검사가 어렵거나 피의자가 이에 불복하여 채혈에 동의 내지 요청하는 경우에는 채혈에 의한 검사방법이 행해지고 있다. 사람의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는 정확한 방법은 호흡검사보다는 혈액성 분에 대한 검사이다.8) 혈액검사는 운전자의 신체인 혈관에 직접 주사기를 찔러 혈액을 채취하여 그 성분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혈액검사는 채혈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그것이 동의채혈이든 비 동의채혈이든 사람의 신체에 주사기를 찔러야 한다는 점에서 피검사자의 신체에 대한 침해가 수반된다.9) 채취가 당사자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야 기하기 않는다. 수사 감정 목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그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그 채취과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한 임의수사로서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행법 체계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식이 있는' 피 의자로부터 강제로 혈액을 긴급하게 채취할 필요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도로교통 법 역시 피의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채취 등의 다른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식이 있는 피의자의 경우에는 호흡검사가 우선적으로 행해지고 차선으로 혈액검사가 행해지기 때문에 '강제채혈'로 인한 법률적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호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하므로, 경찰이 굳이 '강제적으로' 혈액을 채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음주운전 피의자 가 중상을 당하여 의식을 잃었거나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하여 마취된 상태라면 호흡 혈액 8) 한영수, 음주운전 수사방법인 음주측정의 형사절차법적 문제점과 입법론적 해결방안,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4호(2001), 33면. 9) 한영수, 앞의 논문, 34면.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197 검사를 실시하기가 곤란하다. 호흡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음주운전여부를 수사하려 면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 이므로 혈중알콜농도의 측정을 위한 혈액채취는 원칙적으로 비동의채혈의 형태로 이루 어진다. 즉 강제채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10) 2. 음주측정의 법적 성격 현행 도로교통법은 제44조에 음주측정 방법으로 호흡조사와 혈액채취를 규정하고 있 는데11), 이는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한 단순한 예방적 행정행위가 아니라 음주운전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수사방법을 규정한 조문이기도 하다.12) 대법원도 조문체계상 사 법경찰관은 운전자가 운전을 종료 한 후에도 음주운전을 행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음주측정을 할 수 있고 이를 운전자가 거부할 경우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여13) 음주혐의가 있는 운전자에 대한 사후 음주측정은 운전당시의 주취 여부를 수사'하기 위한 사법경찰행위임을 명백히 하였다. 음주측정은 또한 음주운 전으로 인하여 발생한 범죄에 대한 향후의 수사와 재판에 있어서 중요한 증거의 수집활 동이기도 하다.14) 음주측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거 나, 영장주의, 적법절차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기타 양심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고 결정함으로써15) 증거의 수집활 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채혈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요구 되는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 즉,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적 법절차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영장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증거보전 10) 한영수, 앞의 논문, 51면 이하. 11)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② 경찰공무원(자치경찰공무원은 제외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 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하여는 그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 12) 윤소현, 앞의 논문, 90면. 13) 대판 94도2172, 대판 96도3069. 14) 한영수, 앞의 논문, 39면. 15) 헌재결 96헌가11.
198 원혜욱 의 필요성이 있고, 증거로서의 중요성이 인정되며, 달리 증거를 수집 보전할 방법이 없 고, 전문가가 행하는 필요 최소한의 채취라는 의미에서 방법의 상당성도 갖추어야 한 다.16) Ⅲ. 강제채혈 1. 강제채혈의 필요성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의식을 상실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된 음주운전자에 대하여 는 혈액검사가 지체되면 그 결과가 저해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사전 영장을 발부 받아 채혈할 경우 혈중알콜농도는 급격하게 산일되는 반면 혈액을 채취하 기 위한 영장청구에서 법관의 영장발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사전영 장에 의해서는 증명력 있는 혈액의 채취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17)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의식을 상실한 피의자에 대해서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기 때 문에 교통사고로 의식을 상실하여 피의자의 동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에서 혈액을 채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법원도 판례를 통해 강제채혈의 필요성 및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18)은 "음주운전 중 교 통사고를 야기한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① 도로교통법이 음주운 전의 제1차적 수사방법으로 규정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② 혈액채 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③ 법원으로부터 혈액채취에 대한 감정 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 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하여 영장주의의 예외가 적용되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강제채혈의 필요성을 인 정하고 있다. 의식이 있는 음주운전 피의자는 음주측정결과에 근거하여 형사처벌이 가능한 반면에 음주운전의 혐의가 있음에도 의식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음주측정이 곤란하여 음주운전 16) 양동철,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경희법학 제18권 제2호(2013), 212면. 17) 윤소현, 앞의 논문, 106면. 18) 대판 2012.11.15. 2011도15258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199 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없다면, 이는 형평에 반하고 사법정의에도 위배된다. 이는 또한 특별법의 제정 시행을 통해19) 음주운전에 대하여 처벌을 점차 강화하고 있는 처벌경 향을 고려할 때 의식을 상실한 음주운전 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사실상 방기하는 것 이며, 특별법의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결과이다.20) 따라서 피의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호 흡측정이나 채혈에 동의했으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에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을 정도로 소량의 혈액을 전문가인 의사에 의해 상당한 방법으로 채취하여 음주운전의 증거로만 사용한다면 의식을 상실한 피의자에 대한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것이 사법정의에도 부 합할 것이기 때문에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입법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판결내용의 검토 대법원의 견해는 그 판결내용과 시기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 째는 [대법원 199.9.2. 선고 98도968 판결]로서 의료인이 환자인 피의자의 진료를 위 해 채취한 혈액에 대해 사법경찰관이 임의제출의 형식으로 압수한 것을 허용한 사안이 다. 두 번째는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2109 판결]과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0871 판결]로서 의식을 상실한 음주운전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처, 동서 등 가족의 동의가 있더라고 사전 사후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면 그 감정결과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함으로 써 영장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한 사안이다. 세 번째는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 15258 판결]로서 두 번째 그룹의 판례와 같이 영장주의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나, 종 전의 판례들과는 달리 강제채혈을 위한 영장의 종류를 압수영장과 감정처분허가장으로 구체화 하였으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준현행범', '범죄장소'를 확대해석하여 강제채혈 의 요건을 완화한 사안이다. 이처럼 대법원도 교통사고로 의식을 상실한 피의자에 대한 강제채혈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요건에 대해 검토하면서 점차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 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법원이 적용한 형사소송법 이론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해석에 의해 강제채혈의 허용요건을 모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 19) 우리나라는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음주측정 및 처벌에 대한 사항을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 례법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등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별법의 제정 시행을 통 해 엄중한 처벌정책을 지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20) 윤소현, 앞의 논문, 118면.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01 자 신체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94조 이하의 일반 압수절차의 규정을 적 용하고 있다. 즉 강제채혈이 아닌 혈액압수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음주 측정의 방법은 음주운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형사절차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증거수집 이 의료인의 혈액채취여부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임의제출의 형식으로 혈액의 압수를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2109 판결,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0871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이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응급실로 호송되 자, 출동한 경찰관이 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 또는 검증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 고인의 처 혹은 동서로부터 채혈동의를 받고 의사로 하여금 채혈을 하도록 하였으며, 사후적으로도 지체 없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한 채 강제채혈한 피고인의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감정결과보고서 등은 형사소송 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되거나 그에 기초한 증거로서 그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해당하고, 이러한 증거는 피고인이나 변 호인의 증거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음주운전자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가족의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강제채혈은 적 법하지 않다고 하여 엄격한 영장주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제 채혈의 경우 사전 또는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도 어떤 종류의 영장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대법원이 영장의 종 류로 예시한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야 한다면 사전영장에 의한 혈액검사결과에 대해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감정처분허가장은 사후에 발부받을 수 없다는 점으 로 인하여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22) 혈액채취를 감 정이 아닌 압수로 파악하여 압수영장을 필요로 한다고 할 때에도 신체에서 분리된 혈액 의 경우에는 압수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신체에서 분리되지 않은 혈액의 경우에는 신체검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강제채혈을 위해 압수영장을 필요로 한다는 견해 역 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본 판례는 대법원이 강제채혈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영장 21) 한영수, 앞의 논문, 52면. 22) 이창현, 의식불명 상태의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의 적법성 연구, 외법논집 제37권 제1호(2013), 240면.
202 원혜욱 의 종류는 확정하지 않고 영장주의만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실제로는 의식을 상실 한 음주운전자를 처벌하기 위한 음주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 게 된다. (3)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혈액을 취득 보관하는 행위는 법원으로부터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 형사소송법 제221 조의4 제1항, 제173조 제1항에 의한 감정에 필요한 처분 으로도 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 법 제219조, 제106조 제1항에 정한 압수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고, 압수의 방법에 의하 는 경우 혈액의 취득을 위하여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는 혈액의 압 수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에 정한 압수영장의 집행에 있 어 필요한 처분 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 한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 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 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 장소 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라고 판시함으로써 긴급한 상황에서 사고 현장으로부터 곧 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 에 준한다 고 해석하여 강제채혈의 허용을 위해 형사소송법의 개념을 확대적용하고 있다. 본 판결 은 종전의 강제채혈에 대한 판례들과 비교할 때 영장의 종류나 사후영장 발부의 근거, 혈액채취의 방법에 있어서 상당부분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23)된다. 이러한 평가와 더불 어 본 판결에 대해서는 종전의 판례에 비해 인권옹호적이라는 긍정적인 견해24)도 제시 되고 있으나 여전히 형사소송법의 개념을 확대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가 제 기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확대해석하고 있는 범죄장소 와 관련하여서는 피의자가 병원에 후송된 상태에서 음주의 상태가 의심되는 준현행범인의 흔적이 있다고 하더라 도 이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현행범인 보다 시간적 장소적인 접착성이 다소 완화되 는 것일 뿐이므로 범죄장소 의 확대 적용은 법리적으로나 실무운영에 있어서 무리가 23) 이창현, 앞의 논문, 241면. 24) 긍정적인 견해의 내용에 대해서는 조기영, 앞의 논문, 275면 이하 참조.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03 있다 는 비판25)이 설득력을 가진다.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중상을 입어 피 의자가 후송된 병원을 '범죄장소'로 인정하는 것은 처벌의 필요성을 고려한 정책적 고 려에 의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법규의 해석범위를 초과하여 피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26) 범죄장소의 확 대적용은 타당하지 않다. 음주운전 피의사실에 대한 범죄장소는 음주 장소에서 사고 장 소까지의 공간에 한정되어야 하고 병원 응급실까지 확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27) 본 판례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강제채혈을 위해 감정처 분허가장과 압수영장을 영장의 종류로 제시한 점이다. 이는 위의 2) 판례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의식을 상실한 음주운전자의 혈액을 채취하기 위한 영장의 종류로는 적절하 지 않다. 3. 강제채혈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 (1) 체내신체검사의 허용 여부 신체검사 는 신체 자체를 검사의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신체외부와 착의에 대한 증 거물의 수색인 신체수색 과 구별된다.28) 신체검사의 한계는 주로 체내신체검사가 허용 되는가를 중심으로 문제되고 있다. 체내신체검사는 일반적인 압수 수색 검증과 달리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그 허용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전형적인 체내검사의 유형으로 채혈을 들 수 있는데, 신체내부에서 신체의 일부분인 혈액을 채취하기 때문이다. 채혈은 신체내 부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신체의 안전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29) 특히 강제채혈의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위험으로 인하여 그 허용여부가 더욱 엄격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25) 양동철, 앞의 논문, 210면. 26) 유사한 견해로는 김하중, 혈액수집과 적법절차,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35호(2012), 31면 참조 27) 손동권, 혈액의 채취 압수 감정의 적법성 여부와 증거평가의 문제, 고려법학 제62호(2011), 346면 : 윤소현, 앞의 논문, 108면. 28) 독일의 경우에도 신체검사(Untersuchung)와 신체수색(Durchsuchung)을 별 개의 조항으로 규정하여 구분하고 있다. 독일의 신체검사와 신체수색의 차이에 대해서는 독일의 입법례에서 후술하기로 한다. 29)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2012), 박영사, 328면.
204 원혜욱 (2) 강제채혈의 법적 근거 검사를 위한 채혈에 피의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위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법 률적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은 피의자가 동의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채혈이다.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는 채혈의 경우에는 대상자의 신체 및 인격권의 침해로 인하여 강제처분의 한 유형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므 로 수사목적으로 강제로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법관에 의해 발부된 영장이 필요하 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떤 영장을 필요로 할 것인가는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에 대 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대립하고 있으며, 어떠한 견해를 취하는가에 따라 강제채혈에 필 요한 영장의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혈액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과 관련해서는 ①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체검사(제141 조 제1항, 제219조)는 신체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체내 신체검사에 해 당하는 혈액채취는 수사상 검증에 해당한다는 견해(검증영장설), ② 혈액은 신체의 일 부이므로 압수 수색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신체의 내부검사에 해당하는 혈액채취는 전문 의사에 의해 시행되어야 하므로 감정에 해당한다는 견해(감정처분허가장설), ➂ 강제채혈은 신체검사의 일종인 체내검사이므로 기본적으로 검증에 해당하지만 이는 반 드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료인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검증과 더 불어 감정에도 해당한다는 견해(검증영장 감정처분허가장설), ➃ 일정분량 미만의 혈 액은 신체로부터 분리되어도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과 채혈을 위 해 압수 수색영장으로 충분하다는 현실적 요청을 반영하여 신체로부터의 혈액을 분리 하는 것은 수색에 해당하고, 분리된 혈액의 점유취득은 압수에 해당한다는 견해(압수 수색영장설), ➄ 강제채혈과 혈액의 분석은 수사기관이 아닌 전문 의사에 의하여 시행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감정에 해당하고, 채혈의 자료를 수사기관이 증거로서 일단 보관하 는 것은 압수 수색의 성질도 가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압수 수색 감정처분에 해당 한다는 견해(압수 수색영장 및 감정처분허가장설) 등 다양한 견해가 주장되고 있다.30) 30)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대립에 관하여는 손동권, 앞의 논문, 336면 : 김하중, 앞 의 논문, 23면 이하 : 양동철, 앞의 논문, 208면 이하 : 윤소현, 앞의 논문, 95면 이하 참조.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05 이처럼 강제채혈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주장되는 것은 강제채혈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강제채혈이 압수 수색 검증 및 감정처분과 같은 대물적 강제처분 중 어느 하나의 처분 혹은 중복적으로 다수의 처분에 해당할 수도 있 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어느 하나의 학설을 취하여 강제채혈을 위해 필요한 영 장의 종류를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의는 지속될 수밖 에 없을 것이다. 이는 강제채혈의 본질을 대법원의 견해와는 다르게 파악하는 견해들이 지속적으로 판례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을 달리 규명하고자 할 것 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석을 통해 강제채혈의 법적 근거를 모색하려는 시도는 중단하고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제도를 형사소송법에 도입하는 입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 요하다. Ⅳ. 독일의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례 1. 관련조문 (1) 형사소송법 제81조a (신체검사 ; 혈액검사)31) ① 피의자에 대한 신체검사는 소송절차상 중요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만 명할 수 있 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혈액표본의 채취 기타 신체의 침해는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 기술법칙에 따라 검사목적을 위하여 시행되고, 피의자의 건강손상이 우려 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의 승낙 없이도 허용된다. 31) 81a [Körperliche Untersuchung ; Blutprobe] (1) Eine körperliche Untersuchung des Beschuldigten darf zur Feststellung von Tatsachen angeordnet werden, die für das Verfahren von Bedeutung sind. Zu diesem Zweck sind Entnahmen von Blutproben und andere körperliche Eingriffe, die von einem Arzt nach den Regeln der ärztlichen Kunst zu Untersuchungszwecken vorgenommen werden, ohne Einwilligung des Beschuldigten zulässig, wenn kein Nachteil für seine Gesundheit zu befürchten ist. (2) Die Anordnung steht dem Richter, bei Gefährdung des Untersuchungserfolges durch Verzögerung auch der Staatsanwaltschaft und ihren Ermittlungspersonen ( 152 des Gerichtsverfassungsgesetzes) zu. (3) Dem Beschuldigten entnommene Blutproben oder sonstige Körperzellen dürfen nur für Zwecke des der Entnahmen zugrundliegenden oder eines anderen anhänggigen Strafverfahrens verwendet werden, sie sind unverzüglich zu vernichten, sobald sie hierfür nicht mehr erforderlich sind.
206 원혜욱 ② 명령은 원칙적으로 판사의 권한이며, 지체로 인하여 검사결과에 대한 위험이 발 생하는 경우에는 검사와 수사관(법원조직법 제152조)32)에게도 명령권한이 있다. ③ 피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표본 기타 신체세포는 그 채취의 근거가 되는 형사절 차 또는 다른 진행 중인 형사절차의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이들 표 본이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 폐기하여야 한다. (2) 질서위반법 제46조 제4항(형사소송법의 준용)33) ④ 형사소송법 제81조a 제1항 제2문은 혈액표본의 채취와 손상의 정도가 경한 혈액 채취 이외의 다른 신체침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준용된다. 제1문에 따라 범칙 금절차에서도 그 채취가 허용될 수 있다면 형사절차에서 채취된 혈액표본과 기 타 신체세포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독일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형사소송법에 강제채혈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 규정을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질서위반위반행위에 대한 절차를 규정한 질서 위반법에도 준용하여 범칙금절차에까지 강제채혈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는 혈액이 범죄/질서위반행위의 혐의입증을 위해 중요한 증거로서 사용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범죄혐의의 입증을 위해 혈액의 증거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의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논의의 주요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 다. 32) 법원조직법 제152조는 수사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Hilfspersonen(보조자)로 규정하였 으나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수사관(Ermittlungspersonen)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제81조a와 관 련된 '수사관'은 주로 경찰공무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검사의 감독을 받으며 검사의 권한을 위임받은 자이다.(Lutz Meyer-Großner / Bertram Schmitt, Strafprozeßordnung 56. Auflage, C.H. München, 2013, 152 Rdn. 1) 33) 46 [Anwendung der Vorschriften über das Strafverfahren] (4) 81a Abs. 1 Satz 2 der Strafprozeßordnung ist mit der Einschränkung anzuwenden, daß nur die Entnahme von Blutproben und andere geringfügige Eingriffe zulässig sind. In einem Strafverfahren entnommene Blutproben und sonstige Körperzellen, deren Entnhame im Bußgeldverfahren nach Satz 1 zulässig gewesen wäre, dürfen verwendet werden.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07 2. 연혁 범죄혐의의 입증을 위해 피의자에 대한 신체검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 하였으나 신체검사를 위해 어떤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1933년까지 논쟁이 지속되었다. 신체검사에 대한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연방대법원 및 지방법 원은 형사소송법 제102조 이하에 규정된 수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신체검사를 시행 하였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신체외관의 관찰을 통해 신체를 수색하는 신체 수색 (Durchsuchung) 과 신체 검사(Untersuchung) 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수색규정을 신체검 사에 준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제3의 견해는 당시의 독일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하면 피의자의 신체검사는 부분적으로는 수색으로 그리고 부분적 으로는 신체의 외관을 눈으로 관찰하는 것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고 채혈과 같은 신체검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규정의 불비에서 오는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식을 같이하여 독일은 1933년 신체검사에 관한 규 정을 형사소송법에 신설하였다. 신체검사에 대한 규정이 신설됨으로써 그동안 논쟁의 중심이 되었던 신체침해가 수반되는 신체검사가 허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규정이 신설될 때에 학계에서는 신체에 대한 침해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가 신체검사를 위해 요구되는 범죄의 혐의는 어느 정도 확정되어야 하는가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 음으로 인하여 피의자가 형사절차의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에 본 규정의 적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 되어야 하는 사항은 피의자의 인간의 존엄성(Menschenwürde) 이라고 하였고, 이러한 견해를 수용하여 실무에서는 본 규정의 시행을 위해 피의자의 인간의 존엄성 을 침해 하는 신체침해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자 하였으며, 기본법(GG) 제2조 제2항 제1문에서 보호하고 있는 신체의 불가침성의 범위 내에서만 신체검사를 허용하였다.34) 3. 형사소송법 제81조a 제1항(신체검사) 신체검사 는 피의자의 신체자체를 검사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수사방법으로 신체의 특성, 각각의 신체부분(예를 들면 혈액, 위액 등)에서 혐의를 확정하기 위한 수사활동을 34) Löwe-Rosenberg, Die Strafprozeßordnung und das Gerichtsverfassungsgesetz Großkommentar 26. Auflage 81a, Rdn. 1 ff.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09 검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피의자가 새로운 의료기술의 실험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 문이다.39) 신체검사의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수사개시 이후의 피의자 혹은 피고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교통범죄 혹은 교통질서위반죄의 경우에는 혈액검사로 인하여 비로소 수사가 개시될 수 있으므로 범죄혐의자에 대해서도 신체검사가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는 범죄혐의가 강제채혈과 같은 수사절차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사실관계 에 근거해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모든 사고당사자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자도 혐의자로 인정될 수 있다. 운전을 방해하였거나 혹은 운전자의 위치를 바꾸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발생의 경우에는 운전을 한 다수의 사람이 강제채혈의 대상자 가 될 수 있다.40) 4. 형사소송법 제81조a 제2항(지체의 위험) 제2항에 규정된 지체의 위험(Gefahr des Verzugs) 은 법관유보(Richtervorbehalt) 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체의 위험은 검사 혹은 수사관(이하에서는 '수사기 관'이라 한다)이 적시에 법관에게 강제채혈의 명령을 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수사기관이 긴급성으로 인하여 스스로 강제채혈을 명령하는 경우에 법관은 사후에 그 명령의 정당성에 대해 심사할 수 있을 뿐이다. 다수의 견해는 지체의 위험 은 피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스스로 채혈을 결정하기 이전에 최소한 법관의 명령서을 발부받 기 위해 법관에게 전화를 통해서라도 그 요청을 시도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이 단지 검 사결과가 범죄의 입증을 위해 위험할 수 있다는 점만을 고려하여 법관에게 명령을 요청 하는 시도도 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수사기관은 법관에 게 명령을 요청하여 명령서가 발부되기까지 피의자에 대한 신체검사가 실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체되는가, 지체로 인한 검사결과의 위험을 실제로 예측할 수 있는가 등을 39) Löwe-Rosenberg, a.a.o, Rdn. 27 ff. 40) Löwe-Rosenberg, a.a.o, Rdn.8 ff.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11 5. 형사소송법 제81조a 제3항(증거의 사용 및 폐기) 채취된 혈액에 대한 검사결과는 진행 중인 형사절차의 목적을 위해서만 증거로 사용 할 수 있다. 피의자에게 유리한 혹은 불리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행위에 참여한 모든 관여자의 범죄혐의 입증을 위해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진행 중인 형사절차가 아닌 다른 사법절차, 예컨대 피의자에 대한 민사소송절차의 증거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장래 형사절차의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 검사결과가 진행 중인 형 사절차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 폐기하여야 한다.46) 6. 제81조a에 위반하여 증거사용이 금지되는 경우 제81조a에 위반하여 채혈이 시행된 때에는 증거사용이 금지되는데, ① 채혈이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자에 의해 시행된 경우, ② 지체의 위험 의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비례성 의 원칙(Verhältnismäßigkeitsgrundsatz) 에 반하여 채혈이 시행된 경우를 들 수 있다. (1) 채혈이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자에 의해 시행된 경우 혈액의 검사결과에 대한 증거사용이 금지되는 경우로는 법원조직법에 의해 수사권한 을 위임받지 않은 일반경찰관이 강제채혈을 명령하여 시행하거나 혹은 채혈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의사가 아닌 의료기술에 대한 조력자, 실습중인 의대생 등 일정한 의료행 위만이 위탁된 의사(approbierter Arzt), 간호조무사 혹은 간호사에 의해 채혈이 시행된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견해에 의하면 전문의료인이 아닌 자에 의해 채혈이 시행된 경우에도 본 규정의 목적이 무분별하고 적절하지 않은 신체침해로 인하여 피검 사자의 건강에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되 었고 피검사자의 건강을 손상하지 않았다면 예외적으로 검사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47) 여기서도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여 채혈이 시행된 경우 일반적으로 증거사용이 금지되는 경우는 수사기관이 법관유보를 의도적으로 혹은 자 46) Löwe-Rosenberg, a.a.o, Rdn. 80 ; Heribert Ostendorf, a.a.o, S. 120. 47) Claus Roxin / Bernd Schünemann, a.a.o, S. 180 ; Löwe-Rosenberg, a.a.o, Rdn. 35.
212 원혜욱 의적으로 위반하여 강제채혈을 시행하였을 때이다. 즉, 지체의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 고 수사기관이 법관에게 명령을 청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채혈을 시행한 경우에는 정 당한 재판(fair trial)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증거사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위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연방헌법재판소의 견해와는 달리 실제로 형사절차에서는 법관유보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혈액검사결과에 대한 증거사용 여부의 판 단은 비례성의 원칙 에 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체의 온전성을 침해하는 검사방법은 범죄의 중대함 그리고 혐의의 명백성과 비교하여 결정되며,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도로 에서의 안전이라는 이익이 피의자의 신체에 대한 침해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된다면 증 거사용이 허용된다.48) 또한 혈액검사와 같은 신체검사 이외의 다른 수사방법으로는 범 죄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증거사용이 허용된다.49) V. 입법안 강제채혈에 대해서는 다수의 입법안50)이 제안된 바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위에서 언 급한 바와 같이 독일의 입법례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를 고려하여 입법안을 제안하 고자 한다. 독일의 경우에 신체검사 및 강제채혈의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된 이후에 비 로소 1933년 신체검사(혈액검사)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신체검사를 위해 판례가 준용하였던 신체수색의 규정에 대해서도 신체의 일부인 혈액에 수색의 규 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었다. 시기적으로는 80년 정도가 차이가 나지만 독일에서 진행되었던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채 혈의 허용요건에 대한 논의와 그 맥락에 있어서는 유사하다 할 것이다. 다만, 입법안을 제안하는 경우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강제수 사법정주의 및 영장주의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으로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 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영장주의가 반영된 입법안 이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신체 검사(강제채혈)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제는 제2항에 규정된 48) Claus Roxin / Bernd Schünemann, a.a.o, S. 269. 49) Löwe-Rosenberg, a.a.o, Rdn. 33. 50) 제안된 입법안 중 대표적인 입법안으로 한영수 교수의 입법안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영수, 앞의 논문, 59면 이하 참조.
➀ ➁
➂ ➃ ➂ ➀ ➁
강제채혈에 대한 입법적 논의 215 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혈액검사허가장에 의하여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할 수 있다. ➂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의식이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는 영장 없이 혈액 을 채취하여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혈액검사허가장을 받 아야 한다. ➃ 제 140조의2의 제2항, 제3항의 규정은 본조의 혈액검사에 준용한다. Ⅵ. 맺음말 현대사회에서 자동차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음주운전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 고도 증가하고 있으며,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해서도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 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 졌으며, 이를 반영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음주운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음주측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 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사고를 야기한 음주운전자가 의식을 상실한 경우 피의 자의 동의 없이 채혈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의자의 혈중알콜 농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학계와 대법원은 긴급한 상황에서 의 강제채혈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공유하여 이를 허용할 수 있는 기준과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채혈을 위해 요구되는 영장의 종류도 다양하게 제안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강제채혈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은 인정하고 있으나 강제채혈을 위해 요구되는 영장의 종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법원은 강제채혈이 필요하다는 형사정책적 입 장을 반영하여 범죄장소 를 확대 적용하는 등 강제채혈의 허용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석에 의해 강제처분에 해당하는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방안은 또 다른 법창조 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어서 입법이 아닌 해석으로 의식을 상실한 음주운 전자의 음주여부를 측정하는 방안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에 긴급한 상황에
* 주제어 : 강제채혈, 혈액검사, 체내검사, 음주운전, 음주측정 * 논문접수 : 2013. 11. 25. * 심사개시 : 2013. 11. 28. * 게재확정 : 2013. 12. 20.
* 주제어 : Blutprobe, Entnahme von Blutprobe, Körperliche Untersuchung, Verkehrsunf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