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한국의 핵비확산정책과 한미 원자력협력: 쟁점과 대책 이 상 현 (세종연구소)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한국의 핵비확산정책과 한미 원자력협력: 쟁점과 대책 이상현(세종연구소) I. 서론 한국과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원자력협정은 원자력 연구개발, 안전, 교역 및 원전 수출 등 양국간 원자력 협력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 근거가 되는 법령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1956년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관한 협력협정 이 최초로 체결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1956년부터 미국으로 원자력 관련 훈련생 파견, 미측 연구용 원자로 도입 관련 2차례 개정(1958년, 1965년) 등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1972년 원자력의 민간이용에 관한 협력협정 체결로 상기 1956년 협정이 대체되어(1973.3.19 발효, 1974년 일부 개정), 유효기간 41년(1973.3.19-2014.3.19) 협정으로 확립되었다. 협정 체결 이후 4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그간 우리의 원자력 산업 기술 위상 제고를 반영한 선진적 신협정 마련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한미 양국은 2010.10월 이래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10.8월부터 외교부내 개정 협상을 전담하는 한미 원자력협정TF를 구성 운영 중이며, 외교부를 중심으로 교과부, 지경부, 안전위 등 관계부처, 원자력연구원, 원자력통제기술원, 한수원 등에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 한미 양국 협상단은 수석대표간 본협상 및 실무협의 등을 통해 공동 문안을 마련키 위한 상호 의견교환을 계속해왔다. 2010~2012년간 총 5차 본협상 및 다수의 수석대표 협의, 실무그룹협의 등을 지속 실시해왔다. [그림 1]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경과 55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한국은 개정 협의와 병행하여,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 확보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게 다뤄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0.8월 수석대표 협의시 협정 개정 협상과는 별개로 한미 파이로 공동연구를 신속 추진키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2011년 4월 10년간의 파이로 공동연구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출범 이후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6차 수석대표 협상(4.16-18)에서는 그간의 협상 성과를 종합 점검 평가하고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세부 협의를 진행했다. 한미 양국은 제6차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협정을 잠정연장(2년)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한미원자력협정은 협상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한 미 양국의 국내정치 일정과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금년 중에 중요한 부분에 대한 협상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을 재점검하고 범정부 차원의 일사분란한 추진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핵비확산정책을 점검하고 그 위에서 한미원자력협력 문제를 주요 쟁점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 과거와 현재 한국에는 정책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비확산정책이 있는가?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 정부 차원에서 비확산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선언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핵비확산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현안 중 하나는 북한위기와 북한 비핵화 문제였기 때문에 핵비확산이라고 하면 주로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우리 인식의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핵에 관한 한 박정희 정부 시절에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하려 했다는 과거의 기록으로 인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핵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정부 시절 한국은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안보필요성에 따라 핵무기 독자개발 계획을 추진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보좌관으로서 핵무기 개발 계획과 방위산업 육성을 담당했던 오원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970년 6월, 무장이나 속도 면에서 월등한 북한 경비정이 남한 선박을 나포한 사건이 발생하자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여기에는 무기개발위원회라는 비밀기관도 소속돼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닉슨 행정부가 미 7사단 철수를 결정하자 한국정부는 경악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국군 단독으로 낙후된 무기와 군사장비를 갖고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자주국방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본이 바로 뒤이어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판단하에 핵무기의 실제 생산보다는 필요할 경우 수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단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제조용 재처리 시설 확보에 주력했고, 1972년 비밀리에 재처리 장비와 기술을 전수받을 국가로 프랑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곧 이어 1974년 인도가 비동맹 개발도상국가로서 최초로 핵실험에 성공하자 전세계는 핵무기 확산의 위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핵확산 문제는 미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정보당국은 핵무기 관련 자재에 대한 각국의 수입 56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고, 남한에 핵무기 포기를 직접 압박하는 동시에 핵 공급국과 공동정책을 추진해 남한이 핵무기 제조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취했다. 미국의 강력하고도 단호한 반대에 부닥친 박정희 대통령은 결국 1975년 프랑스와 체결한 계약을 취소했지만 1979년까지도 핵무기 개발에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측근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1 한국의 핵개발 의도에 관한 국제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사건은 이른 바 미신고 핵물질 분리실험이다. 이는 국내 원자력연구원 과학자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신고하지 않은 채 핵물질 분리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2004년 8월 IAEA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따른 신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이다. 한국은 1999년 IAEA 추가의정서에 서명하고, 2004년 2월 이를 비준하였다. 추가의정서 서명국은 비준 후 6개월 이내 최초 신고서 를 제출할 의무를 갖게 된다. 우리 정부가 최초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2000년 원자력연구원에서 첨단기술인 레이저를 이용하여 소량의 우라늄 동위원소 분리실험'이 IAEA 신고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추진하면서 원자력연구원의 소수 과학자가 2000년 1, 2월 중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기술(AVLIS: Atomic Vapor Laser Isotope Separation)을 이용하여 200mg 정도 미량의 우라늄을 분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IAEA는 2004년 8월 말 한국에 조사단을 보내 신고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당시 한국의 미신고 실험사건이 원자력 선진국 가운데 최초의 핵비확산 의무 불이행(noncompliance) 사례가 될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동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IAEA 사무국과 이사국, 그리고 미국을 상대로 미신고 핵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였다. 다행히 IAEA 이사회는 동 사안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기로 하고 IAEA 차원의 의장결론(Chairman s Conclusion) 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의장결론은 한국의 미신고 핵실험이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사찰협력과 시정조치를 평가하고 사무총장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이사회에 보고토록 요청하였다. 마침내 2008년 6월 일 IAEA 이사회는 사무국이 제출한 연례 안전조치 이행보고서를 승인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AEA가 한국의 과거 미신고 활동에 대한 모든 사항을 확인하였으며, 우라늄 변환, 농축, 그리고 플루토늄 분리를 포함한 과거 미신고 활동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IAEA와 안전조치 체결국 중 한국을 포함한 47개국에서 모든 핵물질이 평화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포괄적 결론(Broader Conclusion) 을 채택하였다. 이로써 한국의 미신고 핵활동은 법적으로도 종결되었다. 2 이 사건 직후 우리 정부는 핵비확산 정책과 의지를 담은 원칙을 발표했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1) 한국의 핵무기 개발 과정에 관해서는 Don Oberdorfer, 이종걸 역, 두개의 한국 (서울: 길산, 2002), pp. 114-121 참조. 2) 자세한 내용은 IAEA 보고서 Implementation of the NPT Safeguards Agreement in the Republic of Korea, Report by the Director General, Board of Governors,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11 November 2004), http://www.globalsecurity.org/wmd/library/report/2004/rok-gov-2004-84_iaea_11nov04.pdf 참조. 57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장관은 2004년 9월 18일 오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마친 뒤 통일.외교통상.과학기술 등 3부 장관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다음과 같이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 을 발표했다. 첫째,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목적의 어떠한 핵개발 계획도 보유하거나 추진한 적이 없고 이러한 정책은 앞으로도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국제적 활동이나 교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다. 둘째, 정부는 핵투명성 원칙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IAEA 안전조치협정과 추가의정서를 포함하여 우리가 당사국인 핵 관련국제조약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이행할 것이다. 또한 관련 양자협약에 대한 우리의공약도 확고하게 지켜 나갈 것이다. 정부는 IAEA의 핵투명성 유지를 위한 제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조사활동에서도 IAEA의 높은 공정성과 전문성에 입각한 검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IAEA의 사찰 활동에 적극 협력할 것이며 IAEA조사 결과에 따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핵 비확산에 관한 국제 규범을 성실히 준수할 것이다. 정부는 NPT및 한반도 비핵화선언 등 핵 비확산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핵물질 통제 강화를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노력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국제사회도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반영하여 한국 관련 제반 사안들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공정하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희망한다. 넷째, 정부는 국제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 핵의 평화적 이용은국가의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대해 높은 신뢰와 한층 더 제고된 투명성을 확보해나가는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3 이처럼 한국은 원자력 이용의 초기에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국제적으로 핵 비확산 의지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이러한 과거의 기록에 비해 현재의 한국은 매우 견실한 핵 비확산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1990년대초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성사시킨 것은 그러한 노력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11월 8일 한 미 정부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 을 발표했다. 동 선언 1조는 핵무기의 제조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포기하고, 2조는 핵연료 재처리 및 핵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고 선언했다. 또한 노태우 대통령은 동 선언에서 한국과 같이 북한도 농축재처리를 포기하는 상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남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 핵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수차례 개최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통하여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조국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에 합의했다. 그 결과물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다. 4 1991년 12월 3) 연합뉴스, 2004.09.18. (미디어다음 인용,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 id=20040918104644740). 4) 국가기록원(http://www.archives.go.kr/next/viewMain.do) 주제설명 자료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 58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31일 한국의 정원식 국무총리와 북한의 연형묵 국무원 총리가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은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더불어 발효됐다. 남과 북은 전문과 6개 조문으로 구성된 비핵화 공동선언 제3조에서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고 합의했다. 이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이후 정부 발표문에서 수차례 재인용되고 재확인된 바 있다. 예를 들면 2005년 9.19 공동성명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준수 이행되어야 한다 고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3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하여 동 공동선언의 핵심 합의 내용을 중대하게 위반(material breach)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동 선언을 폐기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한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정치 외교적 고려 때문에 비핵화 공동선언의 폐기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정부는 그동안 모든 주요 군축, 비확산 관련 국제협약과 다자 수출통체체제 회원국으로서 WMD 확산이 국제안보와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판단하에 국제사회의 군축 비확산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는 점이다. 아직도 간간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한국의 핵비확산에 대한 정책적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군축 비확산과 관련해 수행한 대표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유엔의 군축 비확산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한국은 200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제60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국제안보 군축위원회)의 의장국으로 활동하면서 NGO 등 시민사회의 참여 확대와 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눈데 기여했다. 2006년에는 세계 유일의 다자간 군축협상기구인 제네바군축회위(CD: Conference on Disarmament)와 유엔군축위원회(UNDC: UN Disarmament Commission)의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등 2005-2006년 사이에 유엔의 3대 군축기관 전체의 의장을 역임하면서 이들 기구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특히 한국은 2013-2014년 임기 안보리 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안보리 산하 1540위원회(비확산 위원회)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한국은 다자수출통제체제를 비롯한 비확산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원자력공급국그룹(NSG), 2004년에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의장국을 지냈으며 2002년부터는 유엔 아태군축센터와 공동으로 제주 국제 군축 비확산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 셋째, 한국은 국제 비확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구소련 등의 노후 핵시설 및 핵잠수함 해체 등을 목표로 하는 G-8 글로벌파트너십에 가입한 이래 지속적인 재정 기여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핵물질 및 시설의 방호, 핵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핵테러 발생시 효과적 대응 등을 목표로 하는 국제협력체인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에 2007년에 참여했고, 2011년에는 제7차 총회를 대전에서 주최한 바 있다. 그리고 2013-2015년 임기 GICNT 이행평가그룹 조정국을 수임 중이다. 미사일 분야에서도 한국은 2011-2013년 임기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 행동규범(HCOC) 의장국을 활동했다. 넷째, 한국은 군축 비확산분야 새로운 현안들에 대한 국제적 규범 형성과 관련 논의에 적극 공동선언 (1991.12.31) (http://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2895). 59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3월 세계 53개국과 4개 국제기구(유엔, 국제원자력기구, EU, 인터폴)가 참여한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여 핵과 방사능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했다. 또한 한국은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 관련, 유엔 정부전문가그룹 논의 및 국제 행동규약 성안 작업에 핵심 국가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5 핵정책 관점에서 한반도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잘못된 사용이 가장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의 사진에서 칠흑 같은 어둠속에 휩싸인 북쪽은 마치 검은 바다처럼 보이고, 환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남쪽은 빛나는 섬처럼 놓여 있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핵을 사용하는 목적이 다를 때 발생할 수 있는 극명한 대비라 할 수 있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 한국은 세계 5대 원전 강국이자 원자력 선진국이 도약한 반면, 핵무기에 매달린 북한은 국제제재와 경제적 파국 가운데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전무한 우리에게 있어 원자력 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반면, 북한핵은 한반도와 이 지역의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최대의 위협이자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전으로 대두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핵비확산과 평화적 핵이용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결정해 나감에 있어서 불가피한 고려요소이다. 한편, 한반도를 넘어 범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핵정책은 1군축, 2비확산, 3평화적 이용, 4핵안전, 5핵안보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핵 정책은 마치 올림픽의 오륜기처럼, 모두 5개의 고리로 대표되는 구체적인 정책 영역이 상호 연결되어 전체를 이루면서 영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핵 안보, 군축,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즉,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닌, 각 분야간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상호 시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핵과 원자력 이슈 전반을 관통하는 통섭적 사고와 정책적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6 금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촉구했으며, 둘째 날 포럼 세션에서는 핵 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등은 자국 내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한 제거 성과나 폐기 계획을 발표했다. 코뮈니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네덜란드 등 35개국은 핵물질이 테러 세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국제 가이드라인의 국가별 법제화를 추진하고, 이를 국제법으로 확립하기 위한 협력체계도 가동키로 했다. 7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이 매우 적극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이러한 비확산 정책의 기저 위에서 미국과의 원자력협력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한미 양국은 현재 원자력 연구개발 및 산업 분야의 이익 극대화뿐만 아니라 원자력 안전 및 핵물질의 물리적 방호 등 국제 비확산체제에도 기여하는 포괄적인 협력의 틀을 만드는 방향에서 5) 대한민국 외교부, 군축 비확산 편람 2013 (서울: 외교부, 2013), pp. 14-15. 6) 한국핵정책학회 국립외교원 공동주최 특별학술회의(2014.3.12,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윤병세 외교부장관 기조연설 중에서 발췌. 7) 연합뉴스, 2014.3.26. 60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정부는 우리의 발전된 원자력 위상에 맞추어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포함한,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III. 한미 원자력협정의 쟁점 1. 한미 원자력협정 개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서 핵심은 사용후 연료의 위상 변경 문제이다. 우선 한미원자력협력 협정의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은 한국정부와 미국정부 및 미국정부를 대표하는 위원회(원자력위원회)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양국이 각자의 국내법적 요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해 상호 협력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제2조). 그리고 양 당사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및 동 이용에 관련되는 보건 및 안전의 문제에 관하여 기밀로 취급되지 아니하는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제3조). 가장 문제가 되는 규정은 미국으로부터 제공된 핵물질의 형질 변경과 관련된 내용이다. 본 협정 또는 대치된 협정에 따라 미합중국으로부터 인수하는 특수 핵물질이 재처리를 필요로 하거나, 또는 본 협정이나 대치된 협정에 따라 미합중국으로부터 인수된 연료물질을 함유하는 조사된 연료 성분이 원자로로부터 제거되어야 하거나 또는 그 형태나 내용에 변형을 가하게 되는 경우에는... 양당사자가 공동으로 결정하여 양당사자가 수락하는 시설 내에서 동 재처리 또는 변형을 한다 (제8조 C항)는 규정이 그것이다. 또한 동 협정은 IAEA와의 안전조치 협력을 의무화했다. 양 당사자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를 재적용하는데 신속히 합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일방당사자는 통고에 의하여 본 협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 일방당사자에 의하여 본 협정이 종료될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미합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본 협정 또는 대치된 협정에 의거하여 인수하였고 또한 계속하여 대한민국 정부 또는 그 관할하의 주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특수 핵물질을 미합중국 정부에 반환한다... (제12조 C항)는 규정은 한국의 비확산 준수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동 협정에 규정된 거의 모든 사항에 관한 위상 변화는 실질적으로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동 협정이 한국의 핵주권을 불필요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사안은 1991년의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이다. 한국과 북한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동 선언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활동을 막기 위해 우라늄 농축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하지만 한국이 자발적으로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포기한 것이 오히려 한국의 원자력 이용 확대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 제조 금지와 재처리 및 농축시설 미 보유 조항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선언에 서명한 뒤 750여개에 달하는 한미연합군의 전술핵무기를 일방적으로 철수시켰지만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비핵화 선언을 위협했다. 북한은 1993년과 61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1994년에 걸쳐 NPT와 IAEA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기본합의문 체결로 북핵문제는 한고비를 넘기는 듯 했다. 북한은 같은 해 11월 핵 활동 동결을 선언했고, 1995년 3월에는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과 북한 경수로 지원을 위한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가 설립됐다. 북핵문제는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북한은 같은 해 12월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고, 2003년 1월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이 포함된 6자회담이 진행됐지만 북한은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결국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파기됨에 따라 남한에서도 비핵화 선언이 무효가 됐음을 선언하고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지는 않지만 평화적 용도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 연쇄 파장이 초래돼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비확산 의지가 약화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 또한 현실적으로 한국이 비핵화 공동선언 폐기 후 닥쳐올 국제제재의 역효과를 감안하면 이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원자력 이용개발에 독자적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핵연료(농축) 및 사용후 연료처리(재처리 혹은 재활용)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 한국은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1991년 비핵화공동선언이 우리의 합법적인 농축권리를 스스로 봉쇄해 핵주권 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다. 2. 핵심 쟁점: 농축과 재처리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 정부의 원자력 이용개발과 비확산 정책이다. 미국의 입장은 한편으로는 원자력 이용 개발의 확대를 지향하면서도 다른 한편 비확산 기준은 매우 엄격히 적용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미국의 정책은 단순히 미국의 정책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 잠재적 영향으로 인해 그 파급효과가 가히 전 지구적이며 동북아 및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북한 핵 문제라는 중차대한 안보 현안과 함께, 국내 총전력 생산의 36%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미국의 원자력 관련 정책과 전략 방향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자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6년에 만료될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비확산 정책은 점차로 강화되는 추세이다. 카터 행정부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상업적 재처리 지원 중단, 고속로의 상용화 무기 연기를 결정했고, 핵비확산법(NNPA) 제정(1978년), 한국, 대만, 이란, 이라크 등의 농축 재처리 기술 확산 방지를 중요시했다. 부시 행정부는 1992년 이래 핵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한 농축 재처리 시설 확산 저지 정책에 주력했다. 부시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원자력 이용개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핵연료주기 완성을 위한 연구와 인센티브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는 한편 핵확산에 대해 현실적으로 핵무기의 확산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기본 인식이었다. 하지만 비록 핵확산이 불가피하더라도 좋은 62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확산과 나쁜 확산을 구분해, 이 중 나쁜 확산을 막자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비확산 접근법이었다. 좋은 확산은 인도의 경우이고, 나쁜 확산의 대표적인 경우는 이란과 북한이다. 이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의 핵비확산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프라하 연설, NPT 및 안전조치 강화 원칙과 함께 핵무기 포기 국가에 대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장기적 원전연료주기의 연구 개발과 국제협력은 지속하나, 단기적 재활용 시설 및 고속로 건설은 중단하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GNEP의 국내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2006년 2월 이를 대체한 IFNEC(The International Framework for Nuclear Energy Cooperation)를 출범시켰다. 동 구상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고 핵폐기물 및 확산을 줄이도록 핵연료주기를 통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IFNEC는 기본적으로 전세계 국가들을 농축우라늄을 공급하고 사용후 연료를 수거해가는 공급국 과 원자로를 가동하는 사용국 으로 구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연료주기(nuclear fuel cycle)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 정부의 전통적 입장과는 달리 선진 원전연료주기의 연구 개발 프로그램은 추진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파키스탄 핵실험(1998년), 북한, 이란 핵문제 대두에 따라 미 의회를 중심으로 미국의 새로운 원자력협정에 대해 비확산을 강화하는 추가 조건 등이 제시 또는 시도되고 있는 바, 외국과의 원자력협정 체결시 농축 재처리 포기 조항을 명문화한 소위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가 대표적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세계 원자력 시장이 주춤하긴 했지만, 고유가와 친환경에 대한 요구의 증대로 인해 원전은 근래에 들어 원자력 르네상스 라 할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 IAEA 추산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원전 산업은 느리지만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전시장은 여전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전 산업의 성장률은 후쿠시마 사태 여파 및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등으로 인해 이전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셰일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원이 등장했지만 2020~2030년 전망을 보면 원전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8 원전 소요 증대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현재 원자로 23기를 가동 중이고, 현재 건설중인 원전이 5기, 향후 건설예정인 원전이 6기에 이를 정도로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은 금년 전체 전력발전의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50% 가까이 증대될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원전원료인 우라늄 공급과 사용후 연료의 관리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조건부 평화적 이용 을 내세우고 있는 바, 이것은 NPT 2조와 3조에 따른 비확산과 안전조치 의무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한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동시에 북핵문제의 당사자로서 핵확산의 저지에도 큰 안보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은 한국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다. 국제 원전연료 시장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지배 상황이다. 우라늄 가격의 추이를 연대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환경의 변화에 따라 8) IAEA, 후쿠시마 사태 후에도 원전 성장 예상, 연합뉴스 (2013-03-10). 63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오르락내리락 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서게 되었고, 이에 따라 우라늄 수요는 급증세를 기록했다. 그리하여 1978년 중반에는 우라늄 정광 가격이 파운드당 43달러를 상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TMI 사고에 이어 특히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거나 크게 지연되는 결과를 빚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라늄 생산자와 전력회사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우라늄 재고를 헐값으로 내어놓게 되었고, 그 결과 1980년대에는 우라늄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2000년대 들어 세계 재고우라늄 감소, 호주와 캐나다 일부 우라늄 광산에서의 생산중단 사고와 미국 달러화 약세, 고유가 지속 등의 여파로 2003년부터 시장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됐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원전 확대 추세에 따라 1차 공급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가수요 감소 등 장기적인 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라늄 정광 가격이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농축 우라늄 시장은 1999년 이래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80% 이상 가격이 상승하였다. 최근에는 기존의 기체확산법을 쓰는 농축 회사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원심분리법을 이용한 신규 농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신규 투자비용과, 날로 증가하는 농축 우라늄 수요로 인해 우라늄 농축시장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초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서, 다소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 우라늄 가격이 이렇게 등락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상업용 우라늄 재고량이 감소한데다가 우라늄광 탐사 활동과 신규광산 개발의 침체로 인해 국제 우라늄 시장으로 추가 공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 생산 공급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아님을 볼 수 있다. 둘째, 원자력 발전소의 신규 건설이 계속 추진되어 수요가 크게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되면서 우라늄 투기 수요까지 발생하고 있다. 셋째, 우라늄 생산 체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과 국제 정세 변화로 인해 안정적 공급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가격 변동의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우라늄 가격 상승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복합적 변수가 시시때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니 우라늄 현물 시장은 심각한 가격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9 따라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핵연료 공급을 보장받는 것은 한국이 핵연료주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에게 더 시급한 문제는 사용후연료의 관리 문제이다. 한국의 방폐장 시설은 곧 꽉 차게 된다. 더구나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NIMBY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방폐장 부지를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은 비핵협정 에 따라 재처리 등 사용후 핵연료에 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우선 고리 영광 등 네 개 발전단지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9,500톤이나 돼 오는 2016년이면 보관할 장소가 없다. 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 및 핵연료 재처리 기술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고, 당연히 사용후 핵연료도 걷잡을 수 없이 9) 김명자, 국가 에너지 안보와 우라늄 안정 공급 전략, 국회입법조사처 NARS 정책연구용역보고서(2010.12), pp. 98-102. 64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준위 핵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 보관 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2007년 경주에서 착공된 중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보다 중간 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기도 어렵고 건립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경주 방폐장은 18년의 입지선정 과정을 거쳤으며 10년간 사용할 1단계 건설에만 1조5,000억원이 투입되었다. 총 투입비용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2028년까지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원자로는 GEN-Ⅳ(4세대 원자력시스템) 라는 이름으로 국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듐냉각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System)인데, SFR은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서 사용하는 현재의 원자력발전 기술과 달리 빠른 속도의 중성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에너지 효율도 높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 연료로 사용, 고준위 핵폐기물 배출량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우라늄 연료 수급 부담도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이 안전한 수준까지 낮아지는 기간도 기존의 30만년에서 300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재처리법은 퓨렉스(PUREX: Plutonium Uranium Extraction) 공정이다. 10 다 쓴 연료봉을 잘게 자른 다음 질산을 가해 연료부분을 녹여낸 뒤 이를 다시 인산트리부틸(TBP)이라는 용매에 넣으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용매로 옮아가고 나머지 핵분열 물질은 대부분 질산용액에 남는다. 그 뒤 화학적인 방법으로 용매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추출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어 고속로용 원료(mox)를 만든다. 따라서 퓨렉스는 연소되지 않고 남은 우라늄을 전량 회수할 수는 있지만 핵무기 원료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도 갖게 되는 것이다. 11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런 비확산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법으로 찾아 낸 것이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 건식 정련)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화학적 방법으로 플루토늄만을 추출하는 습식 재처리 방식과는 다른 건식 재처리 기술로서 플루토늄과 함께 핵종으로 불리는 방사능 물질을 함께 추출해 사용한다. 파이로 프로세싱을 거친 플루토늄 연료(TRU)는 플로토늄만을 추출해 핵무기용으로 전용하는 것이 어렵고 핵물질 감시체계에 쉽게 감지된다. 따라서 SFR과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원자력발전의 전력생산 비중을 높이고 포화상태에 이른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급등하는 우라늄 가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서둘러 개발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12 10) 출처: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웹사이트(http://www.krmc.or.kr) 자료(http://www.krmc.or.kr/krmc2011/ user/energy/tech/process.jsp, 검색일: 2011-02-07). 11) 출처: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웹사이트(http://www.krmc.or.kr) 자료(http://www.krmc.or.kr/krmc2011/ user/energy/tech/condition.jsp, 검색일: 2011-02-10). 12)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은 기본적으로 누증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양을 줄이고, 처리과정 중에 발생하는 고준위폐기물을 최소화하여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최소화시키는 기술이다. 통상 핵연료가 PWR 발전소에서 3년 정도 타고 나면 사용후 핵연료에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며 반감기가 매우 긴(수십만년) TRU가 약 1%, 방사선은 많이 방출하지 않지만 반감기가 길어 처분 후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I-129, Tc-99가 양 0.1%, 65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면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방출하는 고준위 폐기물의 부피와 독성은 획기적으로 줄이고,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는 1/20, 사용후 핵연료의 발열량을 1/100, 사용후 핵연료의 독성감소 기간을 1/1,000로 축소할 수 있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 중 우라늄 등 유용한 자원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여 고속로 핵연료를 제조하여 활용할 경우, 우라늄 자원 활용률을 100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 파이로 기술 상용화 및 소듐냉각고속로 기술 개발에 20~40년이 소요될 것임에 비추어, 2016년경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소가 포화되는 문제가 이를 통해 단시일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6년경 이후 순차적으로 임시저장소가 포화되어 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계속적으로 누적되는 사용후 핵연료 핵폐기물에 대한 저장 및 처리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연구개발은 5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80년대에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기술실증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대규모의 기술 실증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7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였으며, 지난 2008년 12월, 미래원자력시스템 장기추진계획 을 확정하고 향후 기술개발 계획을 구체화하고 공식화하였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파이로프로세싱의 실증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술들의 독자적 개발에 주력하여 왔으며, 모의핵연료를 이용하여 실험실 규모에서 파이로프로세싱기술 실증에 성공한 상태에 와 있다. 다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20~30년 더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재처리 및 형상 내용 변경의 장기 사전동의 부여 한미 원자력협력과 미일 원자력협력을 비교하면서 흔히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재처리 및 형상 내용 변경의 장기 사전동의 부여 여부이다. 미국은 원자력법과 핵비확산법(NNPA, 1978년)에 따라 원자력협력 협정 체결시 협정에 포함되어야 할 9개 조건을 명시(Section 123)하고 있는 바, 여기에는 1안전조치, 2평화적 이용 보증, 3반환청구권, 4물리적 방호, 사전동의권(5농축, 반감기는 짧지만 열을 많이 방출하는 Cs, Sr이 약 0.3%, 그 외 98.4%는 우라늄을 비롯하여 안정 핵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파이로 방식은 이들을 분리 회수하여 반감기가 긴 원소들은 고속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모두 소멸 처리시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반감기가 짧은 원소들은 저장 후 저준위폐기물로 처리하며, 또한 그 외 우라늄을 포함한 안정 핵종 역시 저준위폐기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과 고속로가 연계되면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는 1/20, 발열량은 1/100, 방사성독성은 1/1000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하여 발생되는 폐기물양이 적기 때문에 폐기물을 처분할 시 처분장 활용률을 100배, 처분장 관리기간을 1000배, 또한 자원 활용률을 100배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기술이다. 특히 DUPIC과 파이로 프로세싱은 기존에 잘 알려진 재처리기술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가 되며, 핵물질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없는 핵비확산성이 탁월한 기술로 분류되고 있어서 21세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원자력 지속성 유지에 매우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http://www.kaeri.re.kr), 한국원자력문화재단(http://ww.knef.or.kr) 등의 여러 자료 참조. 66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6재처리, 7형상/내용 변경, 8재이전, 9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저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이 123 Agreement 로 불리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 재처리 및 형상/ 내용 변경의 동의 부여에 관한 법적 절차와 기준은 우선 사용후핵연료의 형상/내용 변경의 승인을 위해서는 에너지부장관이 국무장관의 동의를 얻어,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국방장관과 협의하며, 미국의 국방 및 안보에 유해하지 않음 을 확인할 때 가능하다. 재처리의 승인은 에너지부장관이 국무장관과 함께 국방 및 안보에 유해하지 않음 과 핵비확산 위험성을 상당히 증대시키지 않을 것 임을 판단해야 한다. 상기 판단의 주요 기준은 핵비보유국이 전용된 핵물질의 전용을 미국이 알 수 있는 적시 경고(timely warning)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하원의 외교위원회, 상원의 외무위원회에 보고 후 15일간 의회의 불승인 결의안이 없는 경우 효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승인과 관련된 쟁점 중 하나는 장기동의(long-term consent) 부여와 관련된 것이다. 장기동의란 건별 동의와는 달리, 일정기간 계획된 프로그램 또는 활동에 대해 장기적 동의 방식으로 미리 동의를 부여,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은 재처리에 대한 장기적 승인 기준으로 1효과적인 비확산 공약(non-proliferation commitment)을 하는 국가에 국한, 2에너지법(제123/131조)에 따라 국가 방위와 안보에 유해하지 않고, 3부과된 조건 및 기준 위배시, 장기 동의를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철회 가능하도록 한다는 조건 하에 장기동의를 부여하도록 했다. 장기 사전동의 부여 대상국가는 무엇보다도 핵비확산의 효과적인 이행 경력과 선진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을 구비한 국가여야 하고, 핵확산 위험이 없고 효과적인 안전조치 및 통제를 시행 중이며, 미국 국방 및 안보에 해가 없고 핵확산 위험성을 상당히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결정하는데 충분한 정보가 가용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예를 들면 65%에 육박하는 한국내 핵무기 보유 지지 여론과 핵무장론이 협상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 미국이 재처리 장기 동의를 부여한 사례로는 일본과 유라톰, 인도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은 미일 원자력협정 체결 당시(1988년) 합의한 개념에 따라 일본이 IAEA의 효과적인 안전조치 개념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현존 시설과 계획중인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에 대해 장기 사전동의를 부여했다. 유라톰 국가들은 핵보유국인 영 불의 경우 이미 재처리/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비확산 신뢰를 갖고 있으며, 핵비보유국들은 핵개발 의도가 없다고 판단해 1996년 장기동의를 승인했다. 인도는 2008년 미-인도 원자력협정 체결 당시 인도의 재처리 시설에 동의를 부여하되, 추후 후속약정을 체결하여 동의 부여가 이행되도록 합의했으며 2010년 후속약정이 체결되었다. 미국은 일본과 인도의 경우 이미 기존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과 상황이 다르며, 일본 및 인도에 대한 재처리 허용으로 인한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재처리 시설과 고속로에 수년간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였으나, 아직 본격 가동을 못하고 있으며, 플루토늄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몬주 고속로는 1995년 소듐 유출로 운영이 정지된 후 2010년 5월 운영을 재개했으나 2010년 8월 일부 장치 고장사고로 다시 운영정지 상태이다. 인도의 경우는 미국의 전략적인 양보가 있었으나 원전 손해배상책임 등의 분야에서 인도가 약속했던 사항들을 불이행한 상태이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하면 형상 변경과 재처리에 있어서 미국의 사전 장기동의를 받는 것이 최선이긴 67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하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도 만만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저농축과 사용후연료의 재활용으로서 파이로 프로세싱을 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게는 원자력의 미래가 국가적 중대사인만큼 전 국가적 차원에서 무엇이 최선의 대안인지를 사려깊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근간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조만간 아오모리( 靑 森 )현에 건설 중인 롯카쇼무라( 六 ヶ 所 村 ) 핵재처리 공장의 정식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매년 매년 2천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의 헨리 소콜스키 대표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원자력협정 공청회에서 이것은 아마도 한국이 핵무기 옵션으로 농축이나 재처리에 나서도록 자극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그는 또 중국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미지수이지만 일본과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미국의 지역안보에 도전하게 될 것 이라며 일본 재처리공장의 가동이 주변국의 핵 경쟁 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의회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일본과의 원자력협정을 재협상해 일본이 원자력 계획을 공개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일본이 재처리 공장가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핵무장화의 길로 접어들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핵안전 문제 등을 내세워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 安 倍 晋 三 ) 일본 총리는 오는 10월 이 공장을 완공한 뒤 가동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비확산계의 거두로 알려진 소콜스키 소장은 미국은 한국에 대해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그것을 권고하고 있다 며 특히 미국 국무부는 일본과의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한국에 대한 모욕이자 위험한 행위 라며 양국에 대한 차별대우를 비판했다. 13 IV. 대미 협상전략 및 고려 사항 1. 한미 원자력협력의 지향점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이유는 동 협정 발효 이후 변화된 국제 원자력 환경을 반영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원자력 위상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원자력 협력을 실현하는 시대에 맞는 협력 협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협정 개정을 통해 국내 원자력 활동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한미간 선진화된 원자력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한 목표이며, 원자력의 R&D 기술 개발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의 장기적 해결을 위한 협력 강구도 이에 포함된다. 더 나아가 한미간 산업 상업적 협력 및 원자력 수출 활동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원전 안전과 비확산 강화를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한국이 지향하는 바는 호혜적이고 선진적 신협정을 마련해 한미간 13) 일본 재처리시설 가동땐 핵폭탄 2천개 제조능력, 연합뉴스, 2014.07.12. 68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원자력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우리의 지속 가능한 평화적 원자력 이용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미간 원자력협정의 강화가 국제비확산 체제 강화에 기여하는 균형잡힌 협정이 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높은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를 감안하면 한국이 원하는 목표는 결국 사용후핵연료 처리,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 원전 수출경쟁력 제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측에 대해 세계 5위의 원전국가로서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미측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현행 한미간 협상에서 흔히 재처리, 농축을 허용받은 일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원자력 발전과정과 시대적 배경이 다른 타국과의 단순 비교보다는 실질적인 국익 확보라는 차원에서 우리의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에 필요한 맞춤형 협력의 틀을 만든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은 원자력 이용에 있어서 비교적 국제적 제약이 적었던 시기인 1970년대에 이미 시설과 프로그램을 보유하여 미국과 원자력 협력을 진행해왔고, 그 당시에는 이란, 북한 핵문제와 같은 심각한 도전이 없었다. 때문에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없고, 북핵문제 같은 안보차원의 특수성이 있는 우리의 경우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주로 한국측이 제기해온 파이로 프로세싱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는 별도로 파이로 프로세싱을 비롯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10년간의 공동연구(Joint study)에 합의했다. 동 공동연구는 2011년 4월 출범해 현재 양국은 상기 공동연구 결과를 새로운 원자력협력 협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파이로 공동연구 합의는 지지부진했던 협상과정에 비춰볼 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파이로 자체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가 여전하고 파이로 기술 자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파이로 프로세싱을 재처리가 아닌 건식 재활용 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 차원에서 분리하는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은 아직 연구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이며, 상용화 가능성도 앞으로 상당 기간이 지나야 판명될 전망이다.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한국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엇이 우리의 국익에 최선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1977년부터 습식 재처리시설과 재처리후 별도 핵연료(MOX연료)를 제작하는 원자력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본 로카쇼 재처리 공장은 그간 자체기술로 개발한 공정에 문제가 있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나 금년말부터는 정상가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재처리한 MOX연료와 연계해 개발한 몬주 고속로가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실패작으로 간주되는 현실은 우리에게도 무작정 재처리나 농축을 강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14 우리측은 신협정에서 양국간 원자력 협력을 보다 확대할 수 있는 호혜적, 선진적 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미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현행협정 발효( 73년) 이래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으로 도약한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사용후핵연료 포화문제 대응, 안정적 원전연료 공급, 원전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 제고 등을 염두에 두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미국도 우리나라의 발전된 원자력 위상을 감안하여 미래지향적 14) <르포> 롯카쇼에서 일본 핵재처리의 모순을 생각하다, 연합뉴스 (2013.8.11), (ht t p:// www.yonhapnews.co.kr/economy/2013/08/10/0325000000akr20130810044500073.html?templa te=2087). 69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협정으로 개정한다는 공동인식을 갖고 있다. 한미 양국은 협상 타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우리의 원자력 이용 및 원전 수출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만일 협상 타결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전 기자재 등 미국과 협력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러한 사태는 한미관계 전반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2.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협상 전략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이 먼저 비확산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고, 스스로 준수체제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비확산 준수신뢰도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며, 이는 향후 한국이 비확산 관련 민감기술 획득에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국가는 공식 핵 국가에 국한되어 있고, 비핵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재처리가 가능한 실정이다. 일본은 최초의 원폭 피해국으로서 반핵정서가 강하고, 지금도 국민 다수는 핵개발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 즉, 핵무기를 제조, 보유,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국시( 國 是 )로 천명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했기 때문에 비핵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 등 재처리 시설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비확산 규범에 대한 준수신뢰도(compliance credibility)가 그다지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핵비확산조약(NPT) 회원국인 동시에 4대 국제비확산체제의 회원국으로서 모범적인 비확산 정책을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비확산 의지가 강한 국가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북핵문제로 인한 핵개발 유혹 요인과 더불어 한 때 핵개발을 시도했던 전력 때문이다.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고 효과적인 대미 원자력외교를 통해 협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미국의 입장과 원자력 정책 수립체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원자력 외교정책 결정체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바, 관련 부서만 해도 백악관에서부터 각종 국립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백악관의 경우 국가안보회의(NSC)가 관련되고, 범정부 기구로서 원자력규제위원회(NRC: 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관여한다. NRC는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받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의장을 선임할 수 있고 위원 2명의 지명권을 갖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책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NRC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5년 임기제이다. 5인 위원 중 한 명이 대통령에 의해 의장으로 지명되고 공식적으로 위원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15 둘째, 효율적인 대미 원자력 외교 수행을 위해 정부 내, 그리고 정부와 민간 간 적절한 역할분담을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 및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관련 관계자 및 전문가들간 정보 공유와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결정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일사불란한 정책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원자력 외교라고 하면 대개는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북핵 외교만을 염두에 두는 경향이 있으나 한국의 원자력 외교는 북핵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15) NRC 웹사이트 자료 참조(http://www.nrc.gov). 70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있다. 한국은 원자력 산업 선진국이며 모범적인 NPT 회원국이고 명백한 원자력 연구개발과 산업의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연료주기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가 금지되었다. 사실 한국은 원자력 능력과 수요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음에도 미국의 차별 대우를 받는 사례이다. 한국은 원자력 협력의 등급 상승을 위해서 원자력 외교를 활성화하고 비확산 신뢰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원자력 협력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한미전략동맹의 틀 속에서 강화하려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미국의 원자력협력에서 전략적 고려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최근 미국의 협력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과 인도의 경우, 그리고 최근 베트남과의 협정 사례이다. 일본은 이미 미일원자력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인도의 경우는 원자력 분야에서 다자협력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미-인도 핵협력은 미국이 비확산을 강조하면서도 지역안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예외를 만들면서까지 추진한 예이다. 16 아직 협정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과의 원자력협력 협정이 논란의 소지를 갖는 주된 이유는 농축 재처리 를 금지한 명시적인 조항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다만 베트남은 자국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는 대신 연료용 농축 우라늄을 해외에서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국무부가 밝힌 바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협정문에 정치적 약속(political commitment) 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농축과 재처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정부의 정치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농축 재처리가 사실상 금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비확산론자들과 학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123 협정(원자력협정)의 전제조건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엄격해져온 반면, 실제 사례에서의 비일관성은 점점 더 논란이 되고 있다 는 지적이 나온다. 17 한국 정부는 국가 주권 차원에서 핵 주기를 완성할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선행단계인 농축과 후행단계인 재처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예외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인도에 이어 이번에 베트남에 대해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협상 환경이 달라졌다고 볼 여지가 생겼다. 미국이 인도에 이어 베트남에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한국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이제는 미국이 한국측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러한 상황변화를 협상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18 무엇보다도 한미 안보협력관계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양국이 원자력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미 전략동맹, 동맹의 미래비전 구현을 넘어 한국이 비확산 등 글로벌 문제에서 미국과 얼마나 협력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넷째,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비확산 인식 및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확산 정책과 외교를 16) 이상현, 미국-인도 핵 협력과 강대국 신전략구도, 정세와 정책, 2006년 4월호, pp. 6-7. 17) Miles A. Pomper and Jessica C. Varnum, Future of Enrichment Gold Standard in Doubt After U.S.-Vietnam Nuclear Deal, World Politics Review, Briefing, Oct. 21, 2013 (http:// www.worldpoliticsreview.com/articles/13315/future-of-enrichment-gold-standard-in-doubt-after-us-vietnam-nuclear-deal). 18) 이상현, 미국 핵정책의 이중성: 한국과 베트남, 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2014년 4월호, p. 20. 71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재정비하고 비확산 국민교육과 홍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비확산 정책 개발과 교류를 주도하고, 국민교육을 위한 비확산 연구기관도 필요하다. 국제 비확산과 수출통제체제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비확산 후발국에 대하여 비확산체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정책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원자력 정책 및 외교 전문가를 양성하고 국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약속에 따라 한국에도 핵안보 국제교육훈련센터(INSA)가 개소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는 그러한 제도적 성취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비확산 및 핵안보 문화가 확산되도록 국가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19 이제는 우리도 대미 원자력 협상역량을 증강하고, 나아가 원전수출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확산 국가역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중견국외교 구상의 일부로서 세계핵리더십구상 을 제안하거나 동북아 핵 장관회의 운영, 동북아 핵안보-원자력안전지대 설치, 핵비확산센터 설립 등을 시도하는 것도 우리의 비확산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주최하거나 주도하는 비확산 관련 국제행사를 일회성 전시성 행사로 끝내지 말고 그 성과를 후속조치로 이어가려는 정책적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한미 원자력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정부 당국자는 새 한미 원자력협정이 농축 재처리 美 동의 용이하게 하는 한편 조항 몇 개를 고치는 개정이 아니라 전면적 개조, 재건축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 밝혔다. 최근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미 원자력 협상과 관련, 양국이 사실상 새문안을 작성 중에 있고 높은 퀄리티(품질)의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번 협상이 크게 사용후핵연료 관리 운영 원전 수출분야 협력 안정적 원전 연료 공급 등의 세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의 농축 재활용(재처리) 관련 사항들도 우리가 필요하면 연구개발을 하는 등의 옵션도 포함될 것 이라면서 농축 재활용(재처리)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의 일부로 협정 전체의 의미 및 방향과 관련해서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된 원전 연료 문제에 대해 현재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상황으로 우리는 중장기 계획을 다 세워서 있지만 혹시 모르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협력도 논의하기 위해 노력 중 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양국이 올해 안으로 개정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1 V. 맺는 말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미국 상 하원 합동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는 신념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언급은 우리 정부가 신뢰외교의 19) 이병철, 한국 핵안보문화 동향과 개선 방안, 한국핵정책학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공동주최, 2014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특별학술회의 (2014.3.12.) 발표 논문 참조. 20) 전봉근, 미국 내 원자력협정 대응전략, 한국일보, 2014.3.27. 21) 정부, 새 한미원자력협정, 전면적 개조 재건축 형식, 연합뉴스, 2014.08.01. 72
"한국의 핵비확산 정책과 한 미 원자력협력" 이상 현 기조 하에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라는 관점에서, 북핵 문제 진전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제 핵비확산, 핵안보와 핵안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적극 기여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핵테러 방지와 핵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채택된 헤이그 코뮈니케 는 핵과 방사능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사회의 역량을 결집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제 핵안보 체제 강화라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평화적인 목적으로 원자력을 개발 이용하는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헤이그 코뮈니케에는 기존에 제시된 목표와 실천 이슈를 기반으로 핵 군축, 핵 비확산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핵심 과제와 분야별 실행조치들이 담겼다. 이러한 고무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주변의 핵비확산 여건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 이래 여전히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국 등으로부터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리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세계 어느 나라도 북한처럼 끊임없이 위협받는 나라는 없다 면서 미국 등으로부터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개발외에 대안이 없다 고 밝혔다. 22 이런 가운데 일본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재처리를 통해 플로토늄 재고를 늘여가고 있다. 일본은 원자로 재처리시설을 보유한 채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대량 생산해 국내에 쌓아두고 있으며 플루토늄 양만도 약 44t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어떤 국가든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핵물질을 보유하거나 생산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을 것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3 미국에서는 고위 국방당국자가 미국이 국방예산을 계속 감축한다면 일본 등 우방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틴 워무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국방예산이 계속 줄어들면 일본 등 국가에서 핵확산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보느냐 는 질문을 받고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는 그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말한 바 있다. 24 비록 워무스 부차관은 미일 동맹은 매우 강력하다 며 동맹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한 어떤 형태의 핵 능력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고 믿음 이라고 말해 일본의 자체 핵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일본이 전반적인 보수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해 국가안보 이익을 내세워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는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문제는 여러 가지 변수와 연관되어 있다. 북한 비핵화와 검증문제, 비핵화 전략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 쪽에 있고, 에너지안보 전략으로서 한국의 원자력 자립도 제고 문제, 한미전략동맹의 일부로서의 원자력협력 확대 필요성이 다른 편에 자리잡고 있다. 한미 양국은 현행 협정을 개정하기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과정에 돌입했다. 앞으로의 협상과정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비확산 의지가 강한 버락 오바마 정부 22) 북한, 미국 위협 계속되면 핵개발외 대안없다, 연합뉴스, 2014.08.02. 23) 정부, 日 '과잉 핵물질' 보유에 목소리 내나, 연합뉴스, 2014.3.13. 24) 美 국방예산 계속 줄어들면 핵확산 가능성 日 도 포함, 동아일보, 2014.3.12. 73
KAIS 2014 하계학술회의 하에서 대미 원자력 외교의 여건은 일단 공화당 정부에 비해 더 개선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측은 한국의 파이로 프로세싱 추진에 대해 북한을 자극해 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사용후 연료에 대한 파이로 방식과 영구처분 방식은 미국 내에서도 논쟁 중이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파이로를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의견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상황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이 객관적 현실이므로 향후 미국과의 협상전략을 치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한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서 우리가 먼저 주도해야 할 어젠다가 무엇인지 확고한 비전이 없이는 협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미관계의 틀 속에서 원자력협력 확대를 위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 치밀한 계획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향후 바람직한 원자력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핵주권론의 관점에서만 보는 편협한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재처리/농축이라는 복잡한 정책적 기술적 사안을 단순히 미국이 허용하느냐, 안하느냐의 이분법으로만 보는 시각도 재고되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농축과 재처리는 현안을 해결하는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원전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제적 경로를 확보하였는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농축이나 재처리를 할 수 있으면 핵주권을 갖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핵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한민국 안에서 국익에 맞게 원자력발전을 계속 하느냐 안하느냐를 우리 스스로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주권의 핵심이다. 25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핵주권을 이미 행사하고 있으며 아무도 이의 포기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 때문에 2016년 핵폐기물 저장소 포화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또한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이다. 핵폐기물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공론화 및 저장 장소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의 비확산 정책 및 국제비확산 규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제고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실익도 없고 현실성도 없는 핵무장론 같은 주장은 협상에 실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25) 조성경,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얻어야 할 것과 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 원자력아카데미 포럼(2013.5.21) 토론요지.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