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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197 연 구 논 문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박 걸 순 ** 1. 머리말 2. 아나키즘의 수용 3. 독립운동론의 변화 4.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의 주장과 실천 5. 맺음말 1. 머리말 단재 신채호의 생애는 계몽운동가로서 언론 활동기(1905~1910), 해외 망명과 민족운동 및 한국고대사 연구기(1910~1925), 무정부주의 운동기 (1925년 이후) 등 3시기로 구분된다. 1) 또한 그의 사회사상은 시민적 민족 주의자,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혁명적 민족주의자, 무정부주의자의 시기 등 3단계로 구분된다. 2) 이로써 보면 그의 생애와 사상, 민족운동을 구획 * 이 논문은 2010년도 충북대학교 학술연구지원사업의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 었음(This work was supported by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Grant in 2010). **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1) 申 一 澈, ꡔ 申 采 浩 의 歷 史 思 想 硏 究 ꡕ, 高 麗 大 學 校 出 版 部, 1981, 3~4쪽. 2)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한길사, 1984, 75쪽.

19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할 때 아나키즘의 수용과 운동이 중요한 분기점임을 알 수 있다. 그간 단재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아나키즘 사상과 활동 에 관한 연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단재의 아나키즘 수용 배경과 시기, 특히 그 활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단재는 절대독립의 방법론으로 민중의 직접혁명을 외쳤고, 말년에는 연대 대상의 외연을 동방피압박민족으로 넓혔다. 그러나 이 또한 그의 강렬한 민족주의적 성격에 가려져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이를 논의한다 하여도 민족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도성 이 있으며, 민족주의와 아나키즘의 상보적 관계를 강조하는 등 아나키즘 사상과 운동의 순연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따라서 그 평가가 소극적이며 오해도 있었다. 이는 독립운동사에서 아나키즘 운동에 대한 평가와 관련이 있다. 즉, 그의 무정부주의사상이 민족주의사상보다 민족적 이지 않다는 인식, 동 방피압박민족연대투쟁의 가시적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 그가 주도한 국제 외국환( 爲 替 ) 위조사건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비판적 평가 등이 학계의 주류를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근래 단재의 무정부주의사상과 동 방피압박민족연대론을 독립운동의 사상과 방법론으로 중시하려는 견해 들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는 아직도 만족스럽 지 못한 실정이다. 3) 본고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단재가 아나키즘을 수 용하게 되는 배경과 시점, 그리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논의하 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독립운동론을 검토하고 그가 마지막 단계에서 주장한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의 논리와 의미를 추구할 것이다. 마지막으 3) 다음의 논저가 참고 된다. 吳 章 煥, 1920년대 在 中 國 韓 人 無 政 府 主 義 運 動, ꡔ 國 史 館 論 叢 ꡕ 25, 1992 ; 徐 仲 錫, 申 采 浩 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小 考, ꡔ 韓 國 民 族 運 動 史 硏 究 ꡕ, 于 松 趙 東 杰 先 生 停 年 紀 念 論 叢 刊 行 委 員 會, 1997 ;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ꡔ 歷 史 學 報 ꡕ 제177집, 2003 ; ꡔ아나키스트들의 민족해방운동ꡕ, 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 회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2008 ; 박환, ꡔ식민지시대 한인아나키즘운동 사ꡕ, 선인, 2005 ; 김명섭, 한 일아나키스트들의 사상교류와 반제 연대투쟁, ꡔ한 국민족운동사연구ꡕ 49, 2006.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199 로 그가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을 실천하기 위해 무정부주의 단체를 결 성하고 외국환을 위조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단재의 피체과정이나 피체지에 대한 기존 연구의 오류를 지적하고, 피체지를 새롭게 고증할 것이다. 이로써 단재의 아나키즘과 동방피압박 민족연대론에 대한 논의와 이해가 심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 아나키즘의 수용 한말 이래 신채호가 견지하고 있던 사상 체계는 강렬한 민족주의였다. 그의 민족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회진화론이었는데, 그는 1910년대 중반까지 사회진화론적 인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다. 단재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자와 약자, 침략자와 저항자의 관계 로 보되, 모두 外 競 의 관계로 해석하였다. 그는 제국주의를 영토와 국권 을 확장하는 주의 로, 민족주의를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는 주의 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민족주의를 民 族 保 全 의 不 二 的 法 門 이라고 하며, 제 국주의 활극장이 된 세계무대에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은 민족주 의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민족주의가 膨 脹 的 雄 壯 的 堅 忍 的 光 輝 를 떨치면 어떠한 劇 烈 的 怪 惡 的 제국주의라도 감히 참입하지 못하니 곧 제국주의는 민족주의가 박약한 국가에만 참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한국 동포는 민족주의를 대분발하여 我 族 의 國 은 我 族 이 주장한다 는 구호로 호신부를 만들어 민족을 보전하여야 한다고 강조하 였다. 4) 신채호는 자신이 아나키즘에 공명한 것은 황성신문사에 재직하던 1905 4) 帝 國 主 義 와 民 族 主 義, ꡔ 大 韓 每 日 申 報 ꡕ 1909년 5월 28일자(ꡔ단재신채호전집ꡕ 제6 권,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2008, 720~721쪽. 이하 ꡔ전집ꡕ으로 약칭). 여 기에서는 논설편을 記 名 認 定 推 定 으로 구분하고, 이 논설을 단재의 저술로 추정 하였으나 문체 등으로 볼 때 단재의 저술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20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년경 일본인 아나키스트 幸 德 秋 水 의 ꡔ 長 廣 舌 ꡕ을 읽은 때부터였다고 말 한 바 있다. 5) 그리고 신규식의 요청으로 1913년 상해로 온 그는 劉 師 復 의 논설을 탐독하였고, 그 과정에서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을 이해할 정 도로 아나키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북경에 있을 때는 김창숙 과 함께 이회영의 숙소를 왕래하며 사상을 교류하였다. 그의 아나키즘 수용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크로포트킨의 저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책자의 영향을 받아 무정부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라, 오직 현 제국주의 제도에 대한 불평과 약소민족의 미래를 위한 실천적 무기로 써 무정부주의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법정에서 무정부주의로 동방의 국체를 변혁하여 모두가 자유롭게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였다고 말 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려준다. 6)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논란이 있다. 첫째 는 단재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배경과 관련된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는 사회적 조건으로서 3 1운동의 충격, 상해 임시정부와 반임시정부 활동, 독립군 활동의 난항, 국민대표회의의 실패, 의열단 운동의 성장을 들고, 사상적 배경으로서 무정부주의의 사회진화론의 강권주의 비판, 민족주의 에 대한 회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 무정부주의의 자유연합론에의 공 명, 조선혁명선언 의 집필 등을 제시하는 견해가 있다. 7) 또한 민족운동 진영의 분열과 대립에 대한 회의,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 무정부주의에 대한 호감, 중국 무정부주의의 영향을 드는 견해도 있다. 8) 그런데 단재가 무정부주의로 경도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계기는 3 1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즉, 단재는 비록 해외에서 3 1운동을 맞이하였지 만, 한민족의 폭발적 힘이 드러나자 민중을 민족해방의 주체로 인식하며, 5)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제1회 공판 기사. 단재가 말한 共 鳴 이란 아나키 즘에 대한 완전한 이해라기보다는 처음으로 認 知 한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6) 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4월 8일자 제3회 공판 기사. 7) 愼 鏞 廈, 申 采 浩 의 無 政 府 主 義 獨 立 思 想, ꡔ 東 方 學 志 ꡕ 38, 1983, 89~116쪽. 8) 吳 章 煥, 1920년대 在 中 國 韓 人 無 政 府 主 義 運 動, 46~56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01 당시 민중 해방을 표방하던 아나키즘을 자신의 사상으로 수용하였던 것 이다. 9) 그렇기 때문에 신채호의 사상에 있어서 3 1운동은 그의 사상을 전 후기로 양분하는 기점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이다. 10) 그리고 또 하 나의 배경으로 그의 독립운동론의 변화를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그는 조선혁명선언 (1923) 기초 이후 민중의 직접 혁명론을 주장하였는데, 이 를 실천할 수 있는 사상적 도구가 무정부주의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즉, 무정부주의와 민중의 직접 혁명론은 상호를 규정하는 사상과 방법론으 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었다. 단재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시점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전술 한 바와 같이 단재는 일찍이 무정부주의를 접하였으나, 곧 바로 무정부 주의자가 되지는 않았다. 이는 그의 주체적인 사상 수용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11) 일반적으로 신채호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시점으로 조선혁명선언 의 기초를 들고 있다. 그러나 조선혁명선언 은 민족주의로부터 무정부 주의로 전환해 가는 과도기의 작품이며 엄격히 말하자면 혁명적 민족주 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으로서, 그가 무정부주의자로 전환한 것은 빨리 잡아도 浪 客 의 新 年 漫 筆 을 저술한 1925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12) 이는 그의 무정부주의 수용과 무정부주의자로서의 전환을 구별 해야 한다는 논리이나, 그 시점을 늦추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무정부주의의 평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나, 지나치게 늦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가 1919년경부터 아나키스트운동을 전개하였다고 보는 견 해 13) 는 시점을 너무 이르게 보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조선혁명선언 9)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79쪽. 10) 申 一 澈, ꡔ 申 采 浩 의 歷 史 思 想 硏 究 ꡕ, 168쪽. 11)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78쪽. 12)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3~64쪽. 13)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82쪽.

20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을 집필한 시기는 무정부주의자라기보다는 무정부주의에 공감한 시기로 서, 1920년대 중반 이후의 사상이 무정부주의 사상이라고 보는 것은 시점 이 명료하지 못하다. 14) 한편 그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시기가 불명하다 고 하면서도 ꡔ 新 大 韓 ꡕ과 ꡔ 天 鼓 ꡕ를 발간할 무렵 무정부주의를 원용하고 선전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여 1920년을 전후한 시기를 주목하 고, 1923년에 들어서는 아나키스트로 활동하였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15) 신채호는 1923년 가을경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로 자임하였다. 16) 이는 조선혁명선언 의 기초와 관련이 있을 것이나, 사실 조선혁명선언 기 초와 관련하여 주목할 인물은 柳 子 明 이다. 그는 이미 상해에서 단재의 강연을 들어 그를 알게 되었고, 북경에서도 함께 생활한 바 있으며, 단재 를 매우 존경하였다. 17) 류자명은 1921년 의열단에 가입하여 탁월한 이론 가로 활동하고 있던 중, 김원봉의 지시로 단재를 상해로 초치하여 함께 기거하며 조선혁명선언 의 기초를 지원하였다. 조선혁명선언 에 무정 부주의적 성향이 보이는 것은 단재 자신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집필 과정 을 보좌한 류자명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18) 류자명은 크로포트킨과 14) 吳 章 煥, 1920년대 在 中 國 韓 人 無 政 府 主 義 運 動, 47~49쪽. 15) 한시준, 申 采 浩 의 在 中 獨 立 運 動, ꡔ 韓 國 史 學 史 學 報 ꡕ 3, 2001, 245~247쪽. 16) 李 丁 奎, ꡔ 又 觀 文 存 ꡕ, 國 民 文 化 硏 究 所, 1984, 49쪽. 이회영 역시 이 시기에 무정부주 의자로 자임하였으며 진정한 독립운동은 무정부주의라고 인식하였는데, 이는 당시 혁명적 민족주의자의 사상 전회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7) 柳 子 明, ꡔ한 혁명자의 회억록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9, 46~56, 92~96쪽. 柳 子 明 은 노년에 중국 잡지에 신채호를 추억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韓 國 愛 國 史 學 家 申 采 浩, ꡔ 世 界 史 硏 究 動 態 ꡕ 1981년 2월호, 32~35쪽). 18) 朴 杰 淳, 申 采 浩 의 獨 立 運 動 論 과 在 中 獨 立 運 動, ꡔ 中 原 文 化 論 叢 ꡕ 제12집, 2008, 165 쪽. 그러나 정작 류자명은 회고록에서 朝 鮮 革 命 宣 言 기초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ꡔ한 혁명자의 회억록ꡕ, 130~131쪽). 그러나 류자명이 朝 鮮 革 命 宣 言 의 기초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은 그가 회억록에서 밝힌 다음 의 6대 원칙에서 잘 알 수 있다. 1. 5천년의 력사를 가지고 잇든 문명한 조선민족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인하 여 망하게 된 원인과 경과를 력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2. 나라가 망한 결과는 3천만 인민이 일본의 奴 隸 로 되었고 3천리 화려강산이 人 間 地 獄 으로 된 것이다. 3. 조선인민이 일본 침략에 대하여 英 勇 하게 투쟁해 온 과정을 력사적으로 설명한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03 幸 德 秋 水 와 함께 한인 아나키스트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될 정도이 다. 19) 따라서 단재의 조선혁명선언 기초는 무정부주의자로서의 완성 이 아니라, 무정부주의에 대한 인식을 심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단재가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로 자임한 사실과 관련하여 더욱 주목하 여야 할 것은 1923년 그가 북경으로 온 류자명과 재회하여 이해 가을에 함께 이회영의 집에서 기숙한 사실이다. 20) 당시 그는 류자명의 소개로 李 石 曾 등 중국의 아나키스트를 소개받고 그들과 만나 무정부주의적 견 해를 경청하였다. 21) 또한 그가 류자명과 머물러 생활한 이회영의 집에는 이을규 이정규 형제와 정현섭 백정기 등이 자주 모이고 있어 그들과 수 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계기로 해석된다. 따라서 조 선혁명선언 의 기초로 무정부주의에 대한 인식을 심화한 단재는 중국과 한국 아나키스트들과의 교유를 통해 1923년 가을경에는 스스로가 자임할 정도의 아나키스트로 성장하였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후 단재의 저술에서 무정부주의적 성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問 題 없는 論 文 (1924.10)에서는 우리의 單 調 的 金 錢 主 義 唯 金 主 義 의 현상 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相 愛 와 互 助 를 잊어버려 민족운동은 꿈같은 이야 기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그는 政 權 을 失 한 貧 民 이 經 濟 的 地 位 를 獲 得 할 수 있다 함은 妄 論 이라고 하며 조선을 구하기 위해서는 金 錢 이외의 朝 鮮, 金 錢 이외의 同 志, 金 錢 이외의 同 族, 金 錢 이외의 恥 辱 을 알게 하 는 것이라고 하였다. 22) 것이다. 4. 일본 군국주의에 대하여 폭력 혁명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5.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서는 민중을 각오시켜야 한다. 우리의 폭력 혁명운동은 우 리의 민중을 각오시키기 위한 것이다. 6.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투쟁은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이룩할 때까 지 굳세게 싸워야 한다. 19) 박환, ꡔ식민지시대 한인아나키즘운동사ꡕ, 29~32쪽. 20) 柳 子 明, ꡔ한 혁명자의 회억록ꡕ, 98쪽. 21)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2쪽.

20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浪 客 의 新 年 漫 筆 (1925.1)은 무정부주의자로서 단재의 대표적 저술이 다. 그는 여기에서 일제의 폭압적 식민지 통치 아래에서 사회 조직부터 개혁하려 하는 것은 愚 擧 이므로, 소작인의 운동처럼 일시의 급박한 궁 민 동포를 구하는 것을 유일 방법으로 삼아야 할 것을 요구하였다. 23) 즉, 병에 따라 약을 쓰듯 식민지 현실에 맞는 민족운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 이었다. 단재는 이 글에서 한국의 유산자보다 일본의 무산자가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그는 상해에서 발행되던 ꡔ 民 衆 ꡕ에 어느 문사가 게재 한 글 중 조선인 중에도 유산자는 세력 있는 일본인과 같고 일본인 중에 도 무산자는 가련한 조선인과 한가지이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 아무리 일 본인 무산자라 하더라도 그들의 뒤에는 일본 제국이 있기 때문에 조선인 과 같이 본다는 것은 몰상식한 언론 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24) 특히 그는 이른바 新 靑 年 들의 정치적 경제적 고통에서 탈출하여 新 詩 新 小 說 의 避 亂 生 涯 로 일생을 마치려는 심리를 정말 애석하고 頹 敗 한 志 氣 라고 일갈 하며, 크로포트킨의 靑 年 에게 告 하노라 란 논문의 세례를 받자고 주장 하였다. 25) 그는 이 논문이 민족의 현실을 외면하고 新 文 藝 의 痲 醉 劑 에 빠져 있는 신 청년들이 걸린 병에 맞는 藥 方 으로 확신하였다. 26)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은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표출되었다. 곧 룡 과 룡의 대격전 (1928)은 天 國 의 시위대장 용 미리 와, 地 國 의 민중혁명 을 선동하는 용 드래곤 의 대립을 중심으로 민중의 투쟁과정과 혁명의 성공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투쟁의 구체성과 이념의 선명성이 잘 나 타나 있는데, 이는 아나키즘 사상을 소설 속에 형상화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이다. 27) 이는 단재 소설이 이룩한 최고의 성취로서, 알레고리(allegory, 22) 問 題 없는 論 文, ꡔ 東 亞 日 報 ꡕ 1924년 10월 3일자(ꡔ전집ꡕ 제6권, 579~582쪽). 23) 浪 客 의 新 年 漫 筆, ꡔ 東 亞 日 報 ꡕ 1925년 1월 2일자(ꡔ전집ꡕ 제6권, 585쪽). 24) 위의 글, 585~586쪽. 25) 위의 글, 587쪽. 26) 위의 글, 588~589쪽. 27) 김경복, 일제하 아나키즘 소설 연구, ꡔ현대문학이론연구ꡕ 제30집, 현대문학이론학 회, 2007, 151~154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05 諷 諭 )를 중심에 놓았다는 데에서 미학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상당히 정교한 알레고리의 한국적 전형을 보여주며, 몽유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선동적인 특성이 강한데 이는 무정부주의 사상을 교 양하고 선동하려는 강력한 목적의식 아래 집필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8)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 및 활동과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를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단 재와 동 시기에 활동하였던 인사 중 정화암은 일찍이 단재의 무정부주의 를 외면하는 학계의 경향을 비판한 바 있다. 29) 현재 학계에서 단재의 무 정부주의에 대한 평가는 민족주의의 틀 속에서 해석하려는 견해와, 민족 주의와 아나키즘을 상보적 관계로 보려는 견해, 순연한 아나키스트로 보 는 견해의 세 부류로 대별할 수 있다. 단재의 무정부주의를 민족주의로 해석하려는 견해는 단재의 자강론적 민족주의가 무정부주의적 민족주의 또는 민중적 민족주의로 전환한 것 으로 이해하면서도 공산주의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30) 또한 그의 무정 부주의 사상을 국제적 열린 세계관에 그의 민족주의를 포용한 조선주의 로 이해하기도 한다. 31) 그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은 민족주의 이념 및 민족해방운동의 방법과 전술론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던 것이며, 32) 따라서 그의 무정부주의 활동은 당연히 무정부주의적 민족주의운동, 즉 항일민 족운동으로 해석된다. 33) 그의 사상과 활동에 있어서 무정부주의 시기를 별도로 구획하는 경우도 이를 저항 민족주의의 변용이나 민족주의의 이 데올로기적 접합으로 해석함으로써 민족주의라는 틀 속에서 논의하고 28) 김창현, 신채호 소설의 미학적 특성과 알레고리, ꡔ 古 典 文 學 硏 究 ꡕ 제27집, 현대고 전문학회, 2005, 389~390쪽. 29) 이정식 면담/편집 해설 김학준, ꡔ혁명가들의 항일 회상ꡕ, 민음사, 2006, 331쪽. 30) 申 一 澈, ꡔ 申 采 浩 의 歷 史 思 想 硏 究 ꡕ, 167~176쪽. 31) 申 一 澈, 신채호의 민족주의적 세계관과 그 극복, ꡔ계간 사상ꡕ 1997년 여름호, 사회 과학원, 261~262쪽. 32) 최홍규, ꡔ신채호의 역사학과 민족운동ꡕ, 일지사, 2005, 166쪽. 33) 吳 章 煥, 1920년대 在 中 國 韓 人 無 政 府 主 義 運 動, 71쪽.

20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있다. 34) 한편 그의 사상은 국가주의와 동일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 족주의의 場 안에 있었다고 하며 그는 순연한 아나키스트는 아니고 종종 아나키즘과 배치되거나 아나키즘적 지향을 부정하는 논리와 표현 구사 를 도외시하지 말 것을 지적한 견해도 있다. 35) 이와 함께 그의 민족주의와 무정부주의는 상호 배척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로서, 그의 감성적 민족주의란 원색의 바탕 속에 아나 키즘이란 이념적 내실이 성숙해간 것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 36) 그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한 것은 그의 민족주의가 현실 조건의 변화에 대응하 면서 자기 성숙을 해나간 과정의 최종 도달점으로서 그의 민족주의가 도 달한 최고 최종의 발전 성숙 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37) 이처럼 양 자를 상보적 관계로 해석하는 견해도 사실상 민족주의적 입장을 강조하 고자 하는 성향이 짙다. 한편 단재의 아나키즘을 민족주의와 구별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단재의 아나키즘을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보는 기존의 다수 견해를 편견이라고 배척하며, 이는 無 强 權 無 專 制 無 搾 取 無 特 權 사회를 건 설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혁명가에 대환 모독이라고 비판하는 주장이 있 다. 38) 또한 단재를 민족주의의 틀 내에 가두는 것을 반대하며 그를 아나 키스트로 규정할 때, 한국근대사상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39) 뿐만 아니라 단재가 민족주의를 위해 무정부주의 를 수단으로 하였다는 기존의 통설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그는 무정부주 의를 최고의 가치로 보고 그를 위하여 민족주의를 수단으로 한 것이라고 34) 陳 德 奎, 단재 신채호의 민중 민족주의의 인식, ꡔ 申 采 浩 의 思 想 과 民 族 獨 立 運 動 ꡕ, 丹 齋 申 采 浩 先 殉 國 50 周 年 追 慕 論 叢,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1986, 400~406쪽. 35) 김영범, 申 采 浩 의 조선혁명 의 길, ꡔ한국근현대사연구ꡕ 제18집, 2001, 64~66쪽. 36) 河 岐 洛, 丹 齋 와 아나키즘, ꡔ 丹 齋 申 采 浩 와 民 族 史 觀 ꡕ, 丹 齋 申 采 浩 先 生 誕 辰 100 周 年 紀 念 論 叢,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1980, 371쪽. 37) 김성국, 아나키스트 申 采 浩 의 試 論 的 재인식, ꡔ아나키즘연구ꡕ 창간호, 1995 참조. 38) 無 政 府 主 義 運 動 史 編 纂 委 員 會, ꡔ 韓 國 아나키즘 運 動 史 ꡕ, 형설출판사, 1978, 312쪽. 39)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100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07 하며 이를 단재 방식 으로 평가하는 견해까지 제기되었다. 40) 이 같은 견 해가 단재의 아나키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면, 이를 비판적으 로 보는 견해도 있다. 즉, 단재의 무정부주의를 민족주의와 구분하여 무 정부주의적 독립사상으로 보되, 그가 무정부주의자가 된 것을 뜻밖의, 이해하기 어려운, 애석한 일 로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41) 반면, 단재가 무정부주의자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즉, 단재가 낭객의 신년만필 에서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이나 무정부주의를 언급하고 있으나, 무정부주의 이론과 주의에 공명하여 이 글을 썼다고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란 것이다. 이 견해는 단재의 선언문 과 룡과 룡의 대격전 이 무정부주의사상에 의거하고 있는 것은 인정하 나, 철저한 무정부주의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단재가 舊 態 의 민족주의를 견지할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무정부주의와 구별하 고 있는 것이다. 42) 그런데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당시 단재와 함께 무정부주의 투쟁을 벌였 던 인사들의 회고나, 단재의 자평이다. 이회영은 자신이 무정부주의자가 되었다거나 무정부주의사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니라, 독립을 위 한 사고와 방책이 무정부주의자들의 사상과 상통한 것뿐이라며 이를 覺 今 是 而 昨 非 라고 표현하였다. 그는 독립운동자의 견지에서 무정부주의의 自 由 意 思 와 自 由 聯 合 이론을 가장 적절한 이론 이라고 생각하였다. 43) 정 화암은 일제하 조선 아나키즘운동의 배경을 일제에 대한 반항과 공산주 의에 대한 동경으로 설명하고, 그 운동의 궁극적 목표가 항일독립이었다 고 회고하였다. 44) 김성숙은 단재의 아나키즘은 강력한 항일투쟁을 위한 40) 趙 東 杰, 丹 齋 申 采 浩 의 삶과 遺 訓, ꡔ 韓 國 史 學 史 學 報 ꡕ 3, 2001, 196쪽. 41) 愼 鏞 廈, 申 采 浩 의 無 政 府 主 義 獨 立 思 想, 88 108쪽. 42) 徐 仲 錫, 申 采 浩 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小 考, 723~742쪽. 43) 李 乙 奎, ꡔ 是 也 金 宗 鎭 先 生 傳 ꡕ, 한흥인쇄소, 1963, 42~44쪽. 44) 이정식 면담/편집 해설 김학준, ꡔ혁명가들의 항일 회상ꡕ, 333~334쪽.

20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이념적 무기라고 평가하였다. 45) 이로써 보면 단재와 동 시기에 무정부주 의 투쟁을 벌인 인사들은 자신들의 무정부주의 사상과 운동을 의식적인 수용이나 운동이 아니라 사고와 방책의 상통이나 독립투쟁의 방편으로 여겼고, 단재의 무정부주의도 그렇게 평가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단재 자신의 평가이다. 그는 세계적 사상가로 석가 공자 예수 막스 크로포트킨을 들고, 道 德 과 主 義 를 위하는 조선은 있으나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으니 이는 노예의 특색이라고 질타하였다. 釋 迦 가 들어오면 朝 鮮 의 釋 迦 가 되지 안코 釋 迦 의 朝 鮮 이 되며 孔 子 가 들어오면 朝 鮮 의 孔 子 가 되지 안코 孔 子 의 朝 鮮 이 되며 무삼 主 義 가 들어와도 朝 鮮 의 主 義 가 되지 안코 主 義 의 朝 鮮 이 되랴 한다. 그리 하야 道 德 과 主 義 를 爲 하는 朝 鮮 은 잇고 朝 鮮 을 爲 하는 道 德 과 主 義 는 업다. 아! 이것이 朝 鮮 의 特 色 이냐. 特 色 이라면 特 色 이나 奴 隸 의 特 色 이 다. 나는 朝 鮮 의 道 德 과 朝 鮮 의 主 義 를 爲 하야 哭 하랴 한다. 46) 이는 조선의 도덕과 주의의 비주체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쓴 朝 鮮 의 志 士 에서 주의의 교조주의에 빠져 조선의 특수한 상 황을 망각하는 현상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47) 그는 多 主 義 는 필경 無 主 義 라고 하면서도, 唯 一 主 義 가 되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 主 義 가 善 變 하 여야 한다고 하였다. 主 義 의 善 變 이란 조선의 공자는 예수도 될 수 있 고, 조선의 바쿠닌은 카이젤도 될 수 있고, 조선의 레닌은 원세개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楞 嚴 經 을 예시하며 龍 王 을 만나거든 龍 王 으로 現 身 하여 說 法 하며, 天 大 將 軍 을 만나면 天 大 將 軍 으로 現 身 하여 說 法 해야 한 다 고 하였고,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사막에 처한 자는 白 의 保 護 色 을 가 45) 이정식 면담/편집 해설 김학준, ꡔ혁명가들의 항일 회상ꡕ, 95쪽. 46) 浪 客 의 新 年 漫 筆, ꡔ전집ꡕ 제6권, 583쪽. 47) 朝 鮮 의 志 士 에는 중국의 제1차 國 共 合 作 이 언급되어 있어 1924년 이후의 저술이 분명하다(ꡔ전집ꡕ 제7권, 641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09 지고 樹 林 에 처한 자는 靑 의 보호색을 가진다 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즉, 그가 주장한 主 義 의 善 變 은 身 은 變 하되 法 은 不 變 하고, 色 은 變 하되 骨 은 不 變 하는 것이었다. 48) 이 부분은 신채호의 무정부주의 수용과, 그 운동과 관련한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이 글을 쓴 것은 무정부주의자로서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런 그가 敎 條 主 義 를 비판하고 중국이나 인도의 석가와는 다른 조선의 석가, 중국이나 일본의 공자와는 다른 조선의 공자가 될 것을 요구하며 主 義 의 善 變 을 강조한 것은 민족 적 현실, 즉 독립운동의 조건과 상황에 맞도록 사상의 주체적 변용을 강 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재가 변해도 될 것으로 말한 身 色 은 무정 부주의 사상과 운동이며, 불변해야 할 것으로 강조한 法 骨 은 민족주의 에 기초한 독립정신과 운동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결 국 그는 자신이 조선의 크로포트킨이 되어 무정부주의를 조선의 현실에 적합하도록 변용하여 수용하는 主 義 의 善 變 을 하였던 것으로 이해하여 야 할 것이다.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그 운동을 민족주의의 틀 속에 고정시 키는 것은 단재의 광대한 사상과 민족운동을 협애하게 만들 우려가 있 다. 무엇보다도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운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를 순연한 아나키스트라거나 심지어 그가 무정부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그를 위하여 민족주의 를 수단으로 하였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지나친 논리라고 생각된다. 요컨 대 그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운동은 그가 선험한 독립운동 이념과 방법론의 주체적 善 變 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48) 朝 鮮 의 志 士, ꡔ전집ꡕ 제7권, 641쪽.

21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3. 독립운동론의 변화 단재의 동방 피압박민족연대론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독 립운동론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재의 독립운동론은 시기와 상 황에 따라 변화하였다. 그의 동방 피압박민족연대론은 그가 독립운동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선택한 방법론이었다. 단재는 기본적으로 문필가였고, 그의 민족운동은 언론을 통한 계몽운 동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는 망명 후에도 연해주에서 ꡔ 大 洋 報 ꡕ와 ꡔ 勸 業 新 聞 ꡕ의 주필을 역임하였으며, 중국으로 와서 ꡔ 新 大 韓 ꡕ, ꡔ 天 鼓 ꡕ, ꡔ 大 同 ꡕ 등의 잡지를 직접 발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신문에의 기고 활동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활동도 무정부주의동방연맹의 선전기 관 설립 계획을 추진한 것이었다. 그가 민족운동 기간 내내 집착한 신문 과 잡지 발간 및 집필활동은 계몽운동으로서 문화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재 자신은 文 化 運 動 을 일제의 강도정치에 기생하려는 주의를 지닌 자로서 우리의 적 이라고 신랄히 비판하였으나, 49) 자신의 무 장투쟁론 절대독립론과 괴리되지 않는 선전적 보조수단이라 할 수 있 다. 50) 갑신정변 이래 3 1운동에 이르는 민족운동에 대한 단재의 평가는 그 의 독립운동론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갑신정변은 특수세력 간의 궁중 활극으로, 의병은 독서계급의 충군애국사상으로, 의열투쟁은 민중 적 기초가 결여된 행동으로, 3 1운동은 폭력적 중심이 결여된 것으로 평 가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轟 烈 壯 快 한 거동이라도 민중과 폭력 중 하나만 빠지면 곧 끝나버린다고 하여 민중과 폭력이 결합되어야만 진정한 독립 운동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51) 49)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894쪽. 50) 朴 杰 淳, 申 采 浩 의 獨 立 運 動 論 과 在 中 獨 立 運 動, 150~152쪽. 51)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898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11 1910년대 단재의 독립운동론은 19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창립한 光 復 會 의 告 示 文 에 나타난 바와 같이 무장투쟁론을 포함한 총체적인 것 이었다. 52) 그러나 朝 鮮 革 命 宣 言 의 기초 이후에는 鐵 血 主 義 를 부르짖 는 主 戰 論 者 로서 철저한 무장투쟁론으로 전환하고 있다. 53) 단재는 북경 에 머물 당시 스스로의 무장투쟁론을 武 裝 段 鬪 라고 표현한 바 있다. 54) 그는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라 하더라도 조선에 무례를 가한다 면 釼 이나 銃 이나 赤 手 空 拳 으로라도 血 戰 하는 것이 조선정신이라고 강 조하였다. 55) 그러나 그는 한 때 자신이 지녔던 무장투쟁론을 前 日 의 그 름 이라며 과오였음을 자인한 바 있다. 즉, 그는 武 裝 段 鬪 가 유생의 능사 가 아니고 국가흥망이 一 朝 의 突 發 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 문에 역사연구에나 전념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던 것이다. 56) 이는 그의 진 심이라기보다는 국민대표회의가 파탄하여 독립운동계의 희망이 좌절된 데 따른 일시적 체념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른바 북경파와 추진한 무장 투쟁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소회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단재는 절대독립론을 추구하였는데, 그 방법론으로 민중의 직접 혁명 론을 견지하였다. 그는 독립이란 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하 고, 내정독립론 참정권론 자치론 외교론 준비론자들을 일제와 타협 하려는 주의를 가진 적 으로 규정하면서 오직 독립뿐 이라는 강경한 절대 독립론을 주장하였다. 獨 立 이란 금에서 一 步 를 물러서면 合 倂 賊 魁 의 李 完 用 이 되거나 政 合 邦 論 者 의 宋 秉 畯 이 되거나 自 治 運 動 의 閔 元 植 이 되어 禍 國 의 妖 孼 이 幷 作 하리니 獨 立 의 大 防 을 위하여 李 鄭 等 을 誅 討 치 아니할 수 없 52) 申 采 浩 의 光 復 會 通 告 文 과 告 示 文 解 題, ꡔ전집ꡕ 제8권, 943쪽. 53) 李 克 魯, 西 間 島 時 代 의 先 生, ꡔ전집ꡕ 제9권, 83쪽. 54) 李 수상에게 圖 書 閱 覽 을 要 請 하는 便 紙, ꡔ전집ꡕ 제7권, 228쪽. 55) 聲 討 文, ꡔ전집ꡕ 제8권, 756쪽. 56) 李 수상에게 圖 書 閱 覽 을 要 請 하는 便 紙, ꡔ전집ꡕ 제7권, 228쪽.

21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으며 傍 觀 者 의 眼 中 에는 朝 鮮 이 이미 滅 亡 하였다 할지라도 朝 鮮 人 의 心 中 에는 永 遠 獨 立 의 朝 鮮 이 있어 우리 前 途 는 全 國 二 千 萬 要 求 가 獨 立 뿐 이란 血 과 淚 의 叫 呼 로 내론 同 胞 의 誠 力 을 團 合 하며, 외론 列 國 의 同 情 을 博 得 함에 在 하거늘 57) 3 1운동 이후 국내 일각에서는 이른바 自 治 論 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일제의 기만적인 통치 술책에 일부 개량주의자들이 부응한 논리였다. 단 재는 자치론을 강도 일제가 독립운동을 약화시키려고 획책한 미친 논리 [ 狂 論 ] 라고 간파하고 이에 부화하는 자는 맹인이 아니면 奸 賊 이라고 비 판하였다. 58) 그는 내정독립론자와 참정권론자 및 자치론자들의 주장 또한 반박하 였다. 즉, 설령 내정독립을 찾되 각종 이권을 찾지 못한다면 조선 민족은 一 般 의 餓 鬼 가 될 뿐이며, 참정권을 획득하였다고 하여도 자본주의 강 도국의 식민지 인민이 되어 몇 명의 奴 隸 代 議 士 의 선출만으로 餓 死 를 면 할 수 없으며, 자치를 얻었다 하더라도 일본 제국이란 명칭이 존재하는 한 그 부속 하에 있는 조선 인민은 민족적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59) 그는 자신의 문학 작품에서도 자치론과 참정권을 배격하며 절대 독립 론을 주장하였다. 그런즉 식민지 민중처럼 속이기 쉬운 민중이 없습니다. <건 국>, <혁명>, <독립>, <자유> 등은 그 명사까지도 다 잊어버리라고 일체 구두 필두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지만 옴 올라갈 자치 참정권 등을 주마 하면 속습니다. 보십시오. 저 亡 國 祭 를 지낸 戀 愛 文 壇 에 여학생의 단 입 술을 빠는 청년들이 제 세상을 자랑하지 안합니까. 고국을 빼앗기고 구 축을 당하여 천애 외국에서 더부살이하는 남자들이 누울 곳만 있으면 제 2 고국의 안락을 노래하지 안합니까! 공산당의 대조류에 독립군이 떠나 57) 聲 討 文, ꡔ전집ꡕ 제8권, 755~756쪽. 58)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893쪽. 59) 위와 같음.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13 갑니다. 乞 아지 정부의 연극에 대통령의 자루도 찢어집니다. 속이기 쉬 운 것은 식민지의 민중이니 상제시여, 마음 놓으십시오. 세계 민중들이 다 자각한다 하여도 식민지 민중만은 아직 멀었습니다. 60) 단재는 外 交 論 도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一 劍 一 彈 을 昏 庸 貪 暴 한 관 리나 國 賊 에게 던지지 못하고 列 國 公 館 에 公 函 이나 던지고 심지어 적국 인 일본 정부에 長 書 를 보내어 國 勢 의 孤 弱 을 애소한 결과 을사조약과 경술합병 을 당하여 조선이란 이름이 생긴 지 몇 천 년만의 치욕을 당하 였다고 개탄하였다. 또한 3 1운동 때에도 평화회의와 국제연맹에 대한 과신이 도리어 이천만 민중의 奮 勇 前 進 의 의기를 打 消 하는 매개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하였다. 그가 위임통치를 청원한 이승만의 행위를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미국의 식민지로 바꾸는데 불과한 매국매족 행위로 간주 하고 그를 鄙 夫, 逆 賊 이라고 맹공하며 임시정부를 뛰쳐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準 備 論 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처음에 전쟁에 대한 준비를 외치던 준비론이 그 범위가 점점 확장되어 교육의 진흥과 상공업 의 발전 외에도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그는 10 여 년간 목이 터져라 준비론을 외친 소득이 몇 개 불완전한 학교와 실력 없는 會 를 만든 것뿐이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런데 그는 이 같은 결과가 誠 力 의 부족이 아니라 주장의 착오라고 하며 방법론상의 문제점을 지적하 였다. 곧 단재에게 외교론과 준비론은 버려야 할 迷 夢 이었던 것이다. 61) 단재는 절대독립 쟁취의 방법론으로 민중의 직접혁명론을 강조하였다. 그는 역사 변혁의 주체요 동력으로서 민중을 발견하고, 그들이 직접 혁 명에 나서는 제일보가 민중의 각오라고 하였다. 민중 각오의 방법에 대 하여는 오직 민중이 민중을 위하여 일절 불평 부자연 불합리한 민중 향상의 장애부터 먼저 타파하도록 민중을 각오 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60) 룡과 룡의 대격전, ꡔ전집ꡕ 제7권, 9~10쪽. 61)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895~896쪽.

21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것이라고 하며, 선각한 민중이 민중의 전체를 위하여 혁명적 선구가 됨 이 민중 각오의 第 一 路 라고 하였다. 62) 즉, 민중 각오의 방법도 민중에 의 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었다. 한편 그는 민중적 역량의 기초와 폭력적 중심의 합일을 강조하며 민 중을 喚 醒 하여 강도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민족의 신생명을 개척하자 면 養 兵 十 萬 이 一 擲 의 炸 彈 만 못하며 億 千 張 新 聞 雜 誌 가 一 回 暴 動 만 못하다 고 하였다. 63) 이는 이전의 자신의 독립운동론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논리이다. 단재는 구한말 신민회 활동을 통하여 독립군 양성을 통 한 독립전쟁론을 주장하였고 틈나는 대로 문무쌍전론을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朝 鮮 革 命 宣 言 에서 그는 이를 전면 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강도 일본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모든 것이 박탈된 상황에서 어디서 얼마 만큼의 군인을 양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였다. 또한 설령 군인을 양 성한들 일본 전투력의 백분지 일이나 되겠냐며 이를 일장의 잠꼬대 같 은 이야기라고 일축하였다. 64) 물론 이 같은 그의 주장은 의열단의 투쟁 방법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그가 독립군의 무장투 쟁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독립투쟁론의 변화인 것 만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독립군을 양성하여 일제와 정면 으로 맞서고자 한 무장투쟁에 현실적 회의를 느끼고 개별투쟁인 의열투 쟁으로 선회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가 武 裝 段 鬪 를 前 日 의 그름 이라고 표현한 것도 의열투쟁으로의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그 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한 만큼 의열투쟁이 그에 부합하는 방법론이라 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그의 폭력투쟁론은 매우 강경하였다. 그는 비폭력주의와 무저항주의 를 부르짖은 석가모니와 간디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인도인이라 면 석가모니를 묶어 불에 던지고 간디를 바다에 수장시키겠노라는 극언 62)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897쪽. 63) 위의 글, 898쪽. 64) 위의 글, 896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15 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투쟁을 적극 옹호하였다. 65) 결국 그의 독립운동론은 朝 鮮 革 命 宣 言 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요 약 정리되었다. 우리 二 千 萬 民 衆 은 一 致 로 暴 力 破 壞 의 길로 나아갈지니라. 民 衆 은 우리 革 命 의 大 本 營 이다. 暴 力 은 우리 革 命 의 唯 一 武 器 이다. 우리는 民 衆 속에 가서 民 衆 과 携 手 하여 不 絶 하는 暴 力 - 暗 殺 破 壞 暴 動 으로 서 强 盜 日 本 의 統 治 를 打 倒 하고 우리 生 活 에 不 合 理 한 一 切 制 度 를 改 造 하여 人 類 로써 人 類 를 壓 迫 치 못하며 社 會 로써 사회를 剝 削 치 못하는 理 想 的 朝 鮮 을 建 設 할지니라. 66) 이로써 보면 단재의 독립운동론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계몽운동론- 무장투쟁론-의열투쟁론으로 변화를 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일 본제국주의를 상대로 절대독립론을 부르짖은 것은 전혀 변함이 없이 일 관된 논리였다. 특히 그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하며 독립운동의 주축이자 수단으로 여긴 것은 민중과 폭력이었던 것이다. 4.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의 주장과 실천 단재는 절대 독립론과 민중 직접혁명론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외연을 동방민족연대론으로 넓히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가 국제 적 연대나 동방민족연대론을 구상한 것은 무정부주의 사상의 주체적 수 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의 사상과 독립운동론에서 커다란 변화라 할 수 있다. 한말 단재는 이른바 東 洋 主 義 의 허상을 명쾌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동양주의가 서양(백인종)의 침입을 핑계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이라 65) 人 道 主 義 可 哀, ꡔ전집ꡕ 제7권, 385~386쪽. 66) 朝 鮮 革 命 宣 言, ꡔ전집ꡕ 제8권, 901쪽.

21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고 간파하고, 이를 함께 논의하는[ 共 議 ] 것은 노예의 어리석음[ 奴 癡 ]이라 하였다. 나아가 열국경쟁시대에 국가주의를 제창하지 않고 동양주의를 迷 夢 하는 것은 엉뚱한 짓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는 國 家 는 主 이고 東 洋 은 客 이나, 동양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은 東 洋 이 主 이고 國 家 가 客 이라 하는 愚 迷 한 생각을 지닌 자라고 비판하였다. 나아가 그는 한인으로서 동양주 의를 이용하여 국가를 구하려는 자가 없고 외국인이 동양주의를 이용하 여 국혼을 빼앗으려는 자가 있으니 이를 戒 愼 하라고 경고하였다. 67) 이로써 보면 단재는 당시의 동양주의 또는 아시아연대론의 제국주의 적 야욕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민족의 우월감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연대론은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시아 지배를 추구케 하였다. 68) 그런데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아시아주 의 아시아연대론 대동아공영권으로 불리는 일본의 지역 협력이나 통 합 구상은 일제의 해외 식민지 팽창을 정당화, 합리화 시키는 이론이었 다. 69) 반면, 아시아주의나 연대론의 이념과 당위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가지고 있던 현실적 이해와 상충하고 모순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70) 1920년대 들어 단재는 조선의 독립과 동양평화와의 관계에 대해 주목 할 만한 글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 논설에서 조선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 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을 지적하며 동양 평화에 기여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독립이 진실로 東 洋 平 和 의 要 義 임을 강조하 였다. 따라서 금일 동양의 평화를 말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조선의 독립만한 것이 없다. 조선이 독립하면 일본은 방자하게 탐욕스러운 데 67) 東 洋 主 義 에 對 批 評 ( 續 ), ꡔ전집ꡕ 제6권, 361쪽. 68) 韓 相 一, 大 陸 浪 人 과 아시아 連 帶 主 義, ꡔ일본연구논총ꡕ 1, 현대일본학회, 1979, 168~170쪽. 69) 김현철, 아시아연대론의 명분과 실제, ꡔ아세아연구ꡕ 통권 111호, 고려대 아세아연 구소, 2003, 250쪽. 70) 김경일, 아시아연대의 역사적 교훈, ꡔ정신문화연구ꡕ 제27권 제3호, 한국학중앙연 구원, 2004, 212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17 이르지 않게 되고 사방을 경영하여 그 힘을 모아 바다와 섬을 보호하게 된다. 러시아의 과격파 또한 약소민족을 돕는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날 개를 접어 치타 북쪽에 잦아들어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한가이 수습하 여 수년의 혁명으로 어지러운 국면을 정돈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진 실로 동양평화의 요의이다. 71) 그는 다른 글에서 조선의 문제는 조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평화 와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단재는 조선의 독립이 중국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인이 한국의 독립을 지원해야 하며 한중의 우호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즉, 그가 동방민족연대론에서 가장 중요 하게 인식한 대상은 중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의 민족자결 주장은 편협한 국가주의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72) 곧, 그는 일제가 주장한 동양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선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한 논리로서 동방민족연대론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단재의 동방민족연대론은 피압박민족의 연대로만 국한된다. 그는 민중을 强 國 의 民 衆 과 植 民 地 의 民 衆 으로 양분하였다. 그리고 강국 민중과 식민지 민중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지상의 민중을 대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니 (1)은 강국의 민 중이요 또 (1)은 식민지의 민중이올시다. 강국의 민중은 아주 그 惰 力 的 의 애국심을 가진 동시에 國 을 지배계급의 국으로 오인하여 지배계급의 세 력을 확장 증진케 하는 일을 애국으로 誤 信 하여 그 애국심이 僞 愛 國 心 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즉 강국의 민중에게는 얼마큼 보통선거의 권리 같 은 것, 로동 임금의 증가 같은 것이나 허하여 주고, 일면으로 그 위애국 심을 장려하여 약소국의 민중을 정복케 하며 식민지 민중을 압박케 하여 지배 계급-자본주의-의 선봉이 되게 하면 彼 等 의 고픈 배[ 腹 ]가 다시 이 리익 없는 허영에 불러져 우리가 비록 몇 10년 동안 피등의 피를 빨아 먹어도 아픈지를 모를 것이요, 식민지 민중은 그 고통의 정도가 다른 민 71) 朝 鮮 獨 立 及 東 洋 主 義, ꡔ 天 鼓 ꡕ 제1권 제1호(ꡔ전집ꡕ 제5권, 45~47쪽). 72) 華 友 寄 送 之 兩 大 著, ꡔ 天 鼓 ꡕ 제1권 제1호(ꡔ전집ꡕ 제5권, 71~73쪽).

21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중보다 만 배나 되지만 매양 그 허망한 요행심을 가져 굶어 죽는 놈이 요 행의 飽 食 을 바라며, 얼어 죽는 놈이 요행의 暖 衣 를 바라며 교수대에 목 을 디민 놈이 요행의 생을 바랍니다. 그래서 반항할 경우에도 반항을 못 합니다. 그런즉 식민지 민중처럼 속이기 쉬운 민중이 없습니다. 73) 그가 말하는 강국 민중은 일본 민중을, 식민지 민중은 조선 민중을 지 칭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찍이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양심적 지식인 이 민족과 국적의 장벽을 넘어 연대 투쟁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니고 공 동투쟁을 모색하였고, 1920년대에 들어 한 중 일 아나키스트들의 노력 으로 동아시아 반제 공동전선 구축이 현실화되었으나, 74) 단재는 당시 일 부 좌익운동자들이 일본의 무산자들과 연대할 것을 주장하는 견해에 단 호히 반대하였다. 단재는 독립운동을 民 族 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有 無 産 으로 나누자는 주장에 강력히 반대하였다. 즉, 일본의 무산자와 공동으로 반제투쟁을 해 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그는 일본의 무산자는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조 선의 유산자보다 호강한 생활을 누리며, 특히 조선에 利 殖 한 일본의 무 산자는 조선인의 생활을 威 嚇 하는 殖 民 의 선봉에 불과한 존재라고 간파 하였다. 즉, 그는 일본 민중과 무산자를 제국주의 그 자체와 동일시하였 던 것이다. 오늘에 와서 主 義 를 부르고 强 權 을 反 對 하지만 其 實 은 政 府 가 民 衆 으로 변할 뿐이며 執 政 大 臣 이 日 本 無 産 者 로 변할 뿐이며 統 監 伊 藤 博 文 軍 司 令 官 長 谷 川 이 片 山 潛 堺 利 彦 으로 변할 뿐이니 변하는 자는 名 詞 뿐이오 精 神 은 依 舊 하다. 일본 무산자를 조선인으로 본다함은 强 族 에게 納 諂 하는 못난 卑 劣 이 아니면 종로 거지가 都 承 旨 를 불쌍하다는 지 나친 仁 厚 가 될 뿐이다. 75) 73) 룡과 룡의 대격전, ꡔ전집ꡕ 제7권, 9~10쪽. 74) 김명섭, 한 일아나키스트들의 사상교류와 반제 연대투쟁, 50쪽. 75) 浪 客 의 新 年 漫 筆, ꡔ전집ꡕ 제6권, 586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19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단재는 일본 정부가 민중으로, 집정대신이 무 산자로, 통감과 군사령관이 무정부주의자로 변한 것이니 이름만 바뀐 것 이요, 정신은 이전과 똑 같은 것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그가 아무리 동방민족연대를 주장하고 무산자동맹을 추구하였으나 일본은 절대로 연 대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는 그의 宣 言 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그는 여기에서 연대의 대상이 세계 무산대중, 더욱 동방 각 식민지 민중 임을 강조하였다. 즉, 그는 세계의 무산대중 가운데에서도 동방의 식민지 민중을 우리가 연대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고, 여기에 동방의 半 植 民 地 무산 민중까지 포함하였다. 76) 요컨대 단재의 동방민족연대론은 일본을 배제한 植 民 地 半 植 民 地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인 것이다. 동아시아 아나키스트들의 국제적 연대는 오스기 사가에( 大 杉 榮 )가 극 동사회주의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상하이로 밀항하면서부터 시작되었 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난 뒤 아나키스트들의 국가적 연대는 신채호 유기 석 이정규 등 한인 아나키스트와 대만 출신 아나키스트 임병문에 의해 추진되었다. 77) 1924년 4월 말, 이회영 이을규 이정규 정현섭 백정기 유자명 등 6 인이 在 中 國 朝 鮮 無 政 府 主 義 者 聯 盟 을 결성하였다. 이때 단재는 관음사에 들어가 역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때이므로 여기에 참가하지 않았다. 78) 그런데 이 단체 결성의 주도자들이 혁명 근거지 건설을 도모하던 인물들 이었기 때문에 테러 활동 을 강조하는 단재가 운동 방법론의 차이 때문 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79) 또한 그가 민족주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의도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것이란 견해도 있다. 80) 그러나 당시 76) 宣 言, ꡔ전집ꡕ 제7권, 157~159쪽. 77) 김명섭, 한 일아나키스트들의 사상교류와 반제 연대투쟁, 50~51쪽. 78) 정화암, ꡔ이 조국 어디로 갈 것인가ꡕ, 자유문고, 1982, 61~62쪽. 79)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88쪽. 여기에서는 이회영과 내왕하고 있던 단재가 在 中 國 朝 鮮 無 政 府 主 義 者 聯 盟 창립 소식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며 의도적 불참임을 강 조하였다. 80) 愼 鏞 廈, 申 采 浩 의 無 政 府 主 義 獨 立 思 想, 116쪽.

22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단재는 多 勿 團 선언서를 기초 81) 하는 등 이들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았으 며, 간접적으로 무정부주의운동에 관여하고 있었다. 82) 다만, 在 中 國 朝 鮮 無 政 府 主 義 者 聯 盟 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동년 10월에 사실상 해체되 고, 이들 중 이을규 이정규 백정기 정화암이 중국 동지와 유대 강화를 위해 상해로 떠나고 북경에는 이회영과 유자명만 남는 등 83) 의 상황도 그 가 이후에라도 참여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후 그의 무 정부주의 활동을 보더라도 운동 방법론의 차이나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이 단체에 의도적으로 참가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당시 독립운동계 에 대한 단재의 심경이나 행적과 연계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1925년 3월, 의열단에 의한 金 達 河 처단 사건이 발생하였다. 84) 이때 이 회영 내외의 김달하 조문을 둘러싼 오해로 신채호와 김성숙이 이회영에 게 절교를 선언하는 등 일시적으로 관계가 소원해졌으나, 곧 이은숙의 적극적 활동으로 관계를 회복하였다. 85) 따라서 김달하 처단 사건을 보는 태도의 차이를 신채호와 이회영간 노선상의 갈등으로 보는 견해 86) 는 지 나친 비약으로 여겨지며, 오히려 이는 망명지의 간고함 속에서도 민족운 동가로서 삼엄한 절조를 지키기 위한 자세에서 벌어진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87) 신채호가 본격적으로 무정부주의 단체에 참여한 것은 1926년 여름경으 로 보인다. 88) 즉, 그는 1926년 여름, 임병문이 상해에서 중국 일본 조 81) 李 圭 昌, ꡔ 運 命 의 餘 燼 ꡕ, 寶 蓮 閣, 1992, 75쪽. 82) 한시준, 申 采 浩 의 在 中 獨 立 運 動, 248쪽. 83) 吳 章 煥, 1920년대 在 中 國 韓 人 無 政 府 主 義 運 動, 66~68쪽. 84) ꡔ 東 亞 日 報 ꡕ 1925년 8월 6일자. 85) 李 恩 淑, ꡔ 民 族 運 動 家 아내의 手 記 ꡕ, 정음사, 1975, 52~53쪽 ; 李 圭 昌, ꡔ 運 命 의 餘 燼 ꡕ, 74~81쪽. 86) 이호룡, 재중국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민족해방운동, ꡔ한국독립운동사연구ꡕ 제 16집, 2001, 276쪽. 87) 崔 洪 奎, ꡔ 申 采 浩 의 民 族 主 義 思 想 ꡕ, 丹 齋 申 采 浩 先 生 紀 念 事 業 會, 1983, 216~218쪽. 88) 그는 제4회 공판(1929.10.3) 때 자신이 無 政 府 主 義 者 東 方 聯 盟 에 입회한 것이 3년 전 여름 이라고 하여 1926년 여름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10월 7일). 그런데 1926년 여름에는 無 政 府 主 義 者 東 方 聯 盟 의 준비회의가 열렸던 때이기 때문에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21 선 인도 등지 아나키스트들의 국제 연대를 위한 준비회의를 열었을 때 이 회의에 참가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준비를 거쳐 1927년 9월 북경에서 無 政 府 主 義 者 東 方 聯 盟 (일명 A 東 方 聯 盟, 이하 東 方 聯 盟 )이 결성되었다. 89) 東 方 聯 盟 은 중국 광동의 아나키스트 黍 健 의 발의로 조선 중국 일 본 대만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 7개국 대표 120여 명이 참가하여 결 성한 국제단체였다. 단재는 이 회의에 임병문의 안내로 28세의 젊은 이 필현(일명 李 志 永 또는 李 三 永 ) 90) 과 함께 조선 대표로서 참가하였다. 단 재가 임병문과 이필현을 알게 된 것은 류자명의 소개에 의해서이다. 이 에 대해 류자명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나는 1924년에 북경에서 대만사람인 林 炳 文 과 范 本 樑 을 알게 되 었으며 그들과 나는 무정부주의 동지로 되어 서로 친밀하게 지냈었다. 임병문은 그때 북경 우정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前 門 의 泉 州 會 館 에 기숙 하고 있었다. 그때 생활이 곤란하여 임병문의 관계로 나도 천주회관에서 한동안 임병문과 같이 있었기 때문에 단재 선생과 임병문과도 서로 친하 게 되었던 것이다. 리지영은 그때 서울에서 같이 북경으로 온 청년이었 는데 나는 북경에서 그를 만나보았고 나를 통하여 단재 선생과 림병문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천진에서 활동하다가 91) 이 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본부를 상해에 두기로 결의하고, 본 그의 진술이 정확하다면 그는 결성 이전의 준비회의에 참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이때 참가한 단체를 在 中 國 朝 鮮 無 政 府 主 義 者 聯 盟 으로 본 견해(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4쪽)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89) 東 方 聯 盟 이 결성된 장소에 대하여 천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4쪽 ; 김명섭, 한 일아나키스트들의 사상교류와 반제 연대투쟁, 51 쪽). 이는 1927년 9월의 북경 회의와, 1928년 4월 단재가 별도로 개최한 천진 회의를 혼돈한 오류로 여겨진다(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2월 12 일자, ꡔ 中 外 日 報 ꡕ 1929년 4월 8일자). 90) 李 弼 鉉 은 1920년대 전반기 일본에서 박열과 함께 박살단에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흑우회 잡지인 ꡔ 現 社 會 ꡕ를 발행하였으며 불령사 활동도 함께 한 젊은 아나키스트였 다(김명섭, ꡔ한국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일본에서의 투쟁-ꡕ, 이학사, 2008, 94 137 141쪽). 91) 류자명, ꡔ한 혁명자의 회억록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9, 179~180쪽.

22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국으로 돌아가 연락을 취하며 목적을 달성케 하자고 맹세하였다. 92) 단재 는 이 단체에 참가한 목적을 무정부주의로 동방의 기성국체를 변혁하여 모든 민중이 다같이 자유롭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 다. 93) 1928년 3월 상해에서 在 中 國 朝 鮮 無 政 府 共 産 主 義 者 聯 盟 이 결성되었다. 이 단체의 결성 때 단재의 참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으나 현재로서 단정할 수는 없다. 94) 단재는 1928년 4월 천진에서 한인 아나키스트 회의 를 소집하였다. 95) 이는 전년도에 열린 東 方 聯 盟 회의의 결정사항을 실천 에 옮기기 위한 것이었다. 이 회의는 회원들을 성명이 아닌 번호로 호칭 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되어, 이 회의를 주관한 단재 자신도 누가 참석 했는지 모른다고 답변한 바 있다. 96) 이 회의는 연맹의 선전 기관을 설치할 것과, 러시아와 독일의 폭탄 제 조 기술자를 고빙하여 북경 교외에 폭탄 제조공장을 설치할 것을 결의하 였다. 선전기관에서 인쇄한 선전물은 세계 각국에 발송할 계획이었고, 제 조한 폭탄은 동방연맹 가맹 국가에 보내 대관 암살과 대건물을 파괴하는 데 사용하고자 하였다. 97) 이 회의에서는 단재가 기초한 宣 言 이 채택되었는데, 여기에는 단재 92)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93) 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10월 7일자. 94) 이 단체와 신채호와의 관련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다. 즉, 당시 이 단체의 창립을 주도할만한 인물이 단재밖에 없었고, 이회영이 관계하였다는 회고가 없으며, 이 단 체가 테러적 직접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등의 근거로써 그가 창립을 주도하였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李 浩 龍, 신채호의 아나키즘, 89~90쪽). 반면, 이 단체의 기관지 ꡔ 奪 還 ꡕ이 단재가 피체된 이후인 1928년 6월 1일 창간호가 발간되었고 단재의 글이 실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써 단재와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박 환, 1920년대 在 中 韓 國 人 의 無 政 府 主 義 運 動 과 奪 還 의 刊 行, ꡔ 韓 國 學 報 ꡕ 제52집, 1988, 108쪽). 95) 이 회의 개최 장소를 북경으로 보는 견해(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5쪽)는 ꡔ 朝 鮮 日 報 ꡕ(1928.12.28) 보도에 근거한 것이나, 신채호의 공판 답변이나 유자명의 수 기 등에 의하면 천진으로 봄이 타당하다. 96) 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10월 7일자. 97)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23 의 무정부주의에 기초한 동방 식민지 반식민지 무산 민중의 연대혁명론 이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단재는 宣 言 에서 세계 무산민중으로부터 동 방 식민지 반식민지 무산민중으로 연대의 대상을 좁히고, 이를 최대 다 수의 민중 대 최소수의 야수적 강도라는 대결 구도로 설명하였다. 그는 당시 동방 무산 민중의 생존 상태가 야수적 강도에 의한 死 滅 보다도 陰 慘 한 不 生 存 의 生 存 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정부를 人 肉 分 贓 所 라고 극 단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정치, 법률과 형법, 명분과 논리 등에 대해 다음 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怪 動 物 들이 맨 처음에 狡 猾 하게 自 由 平 等 의 社 會 에서 사는 우리 民 衆 을 쇠기여 支 配 者 의 地 位 를 어더 가지고 그 掠 奪 行 爲 를 組 織 的 으로 白 晝 에 行 하랴는 所 謂 政 治 를 맨들며 掠 奪 의 所 得 을 分 配 하랴는 곳 人 肉 分 贓 所 인 所 謂 政 府 를 두며 그리고 永 遠 無 窮 히 그 地 位 를 누리랴 하야 反 對 하랴는 民 衆 을 制 裁 하는 所 謂 法 律 刑 法 등 부어터진 條 文 을 制 定 하여 民 衆 의 奴 隸 的 服 從 을 식히랴는 所 謂 名 分 論 理 등 민동이 갓 흔 道 德 律 을 制 定 하얏다. 東 西 歷 史 에 傳 하여 온 帝 王, 聖 賢 이 이 强 盜 나 野 獸 를 擁 護 한 野 獸 의 走 狗 들이다. 98) 그리고 무산 민중이 생존하기 위해서 재래의 政 治 法 律 道 德 倫 理 와 기타 一 切 文 具 를 부인하고, 軍 隊 警 察 皇 室 정부 은행 회사와 기타 모든 세력을 파괴하자는 분노의 절규로써 혁명을 외쳤으나, 무산 민중이 진정으로 해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소극적으로 부인할 것이 아 니라 적극적으로 투쟁하여 그들의 존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는 동방 각 식민지 반식민지 무산 민중의 최후 승리를 확신하면서도 일 본 등 제국주의 야수의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압박을 철저히 부인하고 파괴하는 혁명에 급속도로 전진하여야만 동방 민중이 존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하였다. 98) 宣 言, ꡔ전집ꡕ 제7권, 655쪽.

22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우리의 生 存 은 우리의 生 存 을 앗는 우리의 敵 을 업시하는 데서 차질 것이다. 一 切 의 政 治 는 곳 우리의 生 存 을 앗는 우리의 敵 이니 第 一 步 에 一 切 의 政 治 를 否 認 한 것, 消 極 的 否 認 만으로는 곳 董 卓 을 哭 死 하랴는 (탈락) 彼 等 의 勢 力 은 우리 大 多 數 民 衆 의 否 認 하며 破 壞 하는 날이 곳 彼 等 이 存 在 를 일른 날이며 彼 等 의 存 在 를 일른 날이 곳 우 리 民 衆 이 熱 望 하는 自 由 平 等 의 生 存 을 어더 無 産 階 級 의 眞 正 한 解 放 을 일우는 날이다. 곳 凱 旋 의 날이니 우리 民 衆 의 生 存 할 길이 여긔 이 革 命 에 잇슬 이다. 우리 無 産 民 衆 의 最 後 勝 利 는 確 定 必 然 한 事 實 이지만 다만 東 方 各 植 民 地 半 植 民 地 의 無 産 民 衆 은 自 來 로 釋 迦 孔 子 等 이 提 唱 한 곰팡내 나는 道 德 의 독 안에 아지며 帝 王 酋 長 의 비린내 나는 政 治 의 금울 속에 걸니어 數 千 年 헤매다가 一 朝 에 英 法 日 本 等 帝 國 主 義 野 獸 (인멸됨) 每 年 增 加 하느냐? 彼 等 의 經 濟 的 搾 取 와 政 治 的 壓 迫 이 全 速 力 으로 前 進 하여 우리 民 衆 을 맷돌의 한 돌님에다 갈어 죽이 랴는 판인즉 우리 東 方 民 衆 의 革 命 이 만일 急 速 度 로 前 進 되지 안하면 東 方 民 衆 은 그 存 在 를 일허 버릴 것이다. 그래도 存 在 한다면 이는 墳 墓 의 속 (탈락) 온 것이니 우리가 徹 底 히 否 認 하고 破 壞 하는 날이 곳 彼 等 이 그 存 在 를 일는 날이다. 99) 단재는 망명 이전에 쓴 글에서 동서양 혁명의 차이를 설명하고, 東 洋 革 命 史 의 결점을 지적한 바 있다. 즉, 동양에서 혁명이 일어나는 원인은 서양과 마찬가지로 暴 君 凶 黨 의 학대에서 비롯된 것이나, 서양은 혁명의 결과 그들을 제거하여 人 權 國 利 를 얻고, 동양은 제2의 폭군과 흉당이 나타나 인권 국리를 얻는데 실패하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100) 그가 宣 言 에서 동방 무산민중들이 철저한 부인과 파괴의 혁명으로 제국주의 야수 를 제거할 것을 주장한 것은 이 같은 역사인식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 다. 단재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동방연맹의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자금의 조달에 나섰다. 그는 北 京 郵 務 管 理 局 외국위체계에 근무하던 임병문과 협의, 액면가 6만 4천원에 달하는 외국위체 200매를 위조 인쇄하여 일 99) 宣 言, ꡔ전집ꡕ 제7권, 656~657쪽. 100) 東 洋 革 命 史 의 缺 點, ꡔ전집ꡕ 제6권, 139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25 본 대만 조선 관동주 등 중요한 32개 우편국에 留 置 爲 替 로 발송하였 다. 단재는 동지들과 함께 지역을 분담하여 위체를 현금화하고자 하였는 데, 자신은 대만을, 이필현은 일본을, 임병문은 관동주와 조선을 담당하 기로 하였다. 그러나 임병문이 4월 25일 大 連 銀 行 에서 華 北 物 産 公 司 張 同 華 라는 가명으로 위체 2천원을 찾아 북경의 이필현에게 보내고, 다시 일본 고베에 도착하여 일본은행에서 같은 방법으로 2천원을 찾으려다 발 각되어 일경에 체포되며 사실이 발각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대 만으로 가서 돈을 찾으려던 단재는 5월 8일 基 隆 郵 便 局 에서 피체되고 말 았다. 101) 그런데 지금까지 단재의 피체 과정이나 피체지가 잘못 알려져 왔다. 이 오류는 당시 국내 언론 보도의 오보로 인한 것이다. 102) 그러나 당시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었던 대만 현지 언론인 ꡔ 臺 灣 日 日 申 報 ꡕ에 단재 피체의 전말이 생생히 보도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이 자료는 전혀 이용되지 않았다. 이에 의해 단재의 피체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월 23일, 臺 北 郵 便 局 에 北 京 華 北 物 産 公 司 구좌로부터 劉 文 祥 명의로 위조 위체 4백원권 5매 합계 2천원이 보내져 왔다. 이것이 위조된 위체임 을 확인한 대북우편국은 臺 北 南 署 에 急 報 하고 엄중한 경계를 펼쳤다. 24 일에는 新 竹 郵 便 局 에 역시 劉 孟 源 명의로 위조 위체 2천원이 왔고, 그 후 基 隆 臺 中 臺 南 高 雄 등 각 우편국에서도 계속하여 華 北 物 産 公 司 명 의의 위조 위체가 발견되었다. 또한 임병문 구좌로부터도 위조 위체가 들어와 그 액면가는 1만원에 달하였다. 대만 당국에서는 이 사실을 공개 101)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102) 이 보도는 신채호는 5월 8일경에 柳 炳 澤 이라고 변명한 후 책임액 1만 2천 원 을 찾기 위해 일본 門 司 를 거쳐 恒 春 丸 으로 臺 灣 基 隆 港 에 도착하여 상륙코자 하는 즈음 基 隆 水 上 警 察 署 에게 발각 체포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동일의 다른 기사 에서는 실지 착수 도중에 체포 되었다고 보도하였다(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 자). 한편 대만의 ꡔ 維 基 百 科 自 由 的 百 科 全 書 ꡕ에는 단재가 피체될 때 柳 煙 澤 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柳 炳 澤 의 오기일 가능성이 있다.

226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하지 않고 비밀리에 범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던 5월 8일 이 사실을 모 르던 신채호가 기륭우편국에 나타났던 것이다. 단재는 門 司 를 거쳐 배를 타고 왔는데 船 客 名 簿 에 北 京 前 門 內 安 福 劉 文 祥 號 孟 源 이라고 썼고, 명함도 그렇게 인쇄하여 지니고 있었다. 일경은 위조 위체의 수취인이 劉 文 祥, 劉 孟 源 으로 되어 있던 터에, 동일한 이름이 선객 명부에서 확인 되자, 기륭항에서부터 단재를 미행하였던 것이다. 이를 모르던 단재는 우 편국 위체계 창구에서 劉 文 祥 명의로 지급청구서에 서명 날인하고 현금 을 수령하려고 기다리던 중 기륭수상파출소 與 世 山 형사에게 피체되었 던 것이다. 이날 단재는 유치장에 갇히며 일경에게 猛 然 反 抗 하였다. 또 한 단재는 자신을 신문하는 基 隆 署 山 元 警 部 補 와 臺 北 州 保 安 課 에서 응 원 나온 山 下 警 部 에게 자신은 중국인이고 북경어 외에 일본어나 조선어 는 할 줄 모른다며 말을 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일경이 곧 북경어를 사용하는 중국인을 불러 대담하게 하자, 단재는 이튿날에 결국 일본어로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03) 이로써 볼 때 단재의 피체 과정이나 피체 장소에 대해 기륭항에 상륙 하려다가 그 직전에 피체되었다거나, 104) 12,000원을 인출하여 대만 기륭으 로 도피하다가 피체된 것 105) 이라는 등의 오류는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106) 103) ꡔ 臺 灣 日 日 申 報 ꡕ 1928년 5월 12일자. 이 신문은 中 文 과 日 文 으로 간행되었다. 104) 愼 鏞 廈, ꡔ 申 采 浩 의 社 會 思 想 硏 究 ꡕ, 65~66쪽 ; 최홍규, ꡔ신채호의 역사학과 민족운동ꡕ, 271쪽. 105) 申 一 澈, ꡔ 申 采 浩 의 歷 史 思 想 硏 究 ꡕ, 174쪽. 106) 일제가 臺 灣 에서 우편업무를 개시한 것은 군대가 진주한 직후인 1895년 3월 27일 媽 宮 에 混 成 第 一 野 戰 郵 便 局 을 설치하면서부터이다. 곧 이어 이해 6월 9일 기륭에 秋 山 啓 之 에 의해 基 隆 野 戰 郵 便 局 이 설치되었는데, 한 달 후인 7월 9일 第 一 野 戰 郵 便 局 으로 개칭되었다. 현재 基 隆 郵 國 홈페이지(http://www.post.gov.tw/index.jsp)에 기륭우국의 성립시기를 民 國 前 16년 7월 9일이라 한 것은 이를 기점으로 잡은 것 이다. 이는 이듬해에 基 隆 郵 便 電 信 局 으로 개칭되었고, 1907년 4월 1일 基 隆 郵 便 局 으로 개칭되었다. 1909년에 지금의 基 隆 郵 政 總 局 處 자리에 郵 政 大 廈 를 짓기 시작 하여 1912년 6월 9일 낙성을 하고 7월 8일부터 이사를 마치고 업무를 개시하였다 (설계자, 近 藤 十 郞 ). 이 건물 외벽의 테두리는 흰색 돌을 사용하였고,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렸다. 기륭우편국의 입구는 반원형의 계단으로 되어 있고 건물의 정상부는 둥근 돔의 형태를 하였으며, 좌측에 塔 樓 를 건축함으로써 그 앞의 日 新 橋 와 함께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27 당시 언론은 이를 조선 아나키스트 비밀결사의 효시 로 평가하였다. 107) 이 사건으로 단재와 임병문, 이필현을 비롯하여 의열단원 李 鍾 元, 중국인 楊 吉 慶 등 5명이 피체되었다. 이들은 대련으로 호송되어 혹독한 조사를 받고 공판에 회부되었는데, 임병문은 이해 8월 옥중에서 사망하였다. 단재는 공판 과정에서 자신은 의심할 바 없는 무정부주의자임을 자처 하였다. 그리고 위조 위체는 동방연맹의 자금으로 쓰되 우선 主 義 宣 傳 雜 誌 를 발간하여 동지를 규합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재는 국제 위 체 사기가 나쁜 일이 아니냐는 판사의 신문에 대해서 독립을 이루기 위 해 취하는 수단은 모두 정당한 것이니 사기가 아니며, 양심에 부끄러움 이나 거리낌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108) 그의 답변은 조금도 기탄없고 당 당하여 법정을 긴장케 하였다. 109) 신채호의 피체로 무정부주의동방연맹의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다. 1928 년 6월 14일 상해에서 동방무정부주의자연맹(동방A연맹)이 결성되어 활 동하였으나 1931년경부터 활동이 침체되었다. 110) 기륭의 상징적인 指 標 建 築 物 이 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사진을 통해 일신교가 처 음에는 목재로 건설되었다가 후에 석재로 건설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다리 밑으로 배가 왕래하였다[사진 1~4 참조]. 이 건물은 1970년에 우정업무가 발달함에 따라 오 늘날의 5층 빌딩으로 개축하였다( 曹 潛, ꡔ 中 華 郵 政 史 臺 灣 編 ꡕ, 交 通 部 郵 政 總 局, 1981, 167~168쪽 ; 陳 郁 欣, 日 治 時 期 臺 灣 郵 政 的 初 建, ꡔ 臺 灣 學 硏 究 ꡕ 第 6 期, 2007, 71~88 쪽 ; ꡔ 日 治 時 期 臺 灣 郵 政 史 ꡕ 참조). 현 주소는 基 隆 市 仁 愛 區 愛 三 路 130호이며, 基 隆 愛 三 路 郵 局 ( 基 隆 901 支 )으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사진 5참조]. 1905년의 시가지 지도와 최근의 시가지 지도를 대비해 보면 그 위치가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사 진 6~7 참조]. 필자는 2009년 11월 25일 중국 뤼순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 발표에 서 단재 피체지의 오류를 수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申 采 浩 의 아나키즘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ꡔ동아시아평화론의 현대적 조명ꡕ, 단국대학교 동서문화교류 연구소 주관), 각종 자료와 사진 및 지도를 통해 현재 기륭우편국의 위치를 확인하 였다. 필자의 제안에 따라 독립기념관 해외사적지 조사팀이 2010년 8월 현지 조사 를 실시하여 이를 확인하였다(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ꡔ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실태 조사보고서ꡕ 10, 2010, 130~133쪽). 107)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108) ꡔ 東 亞 日 報 ꡕ 1929년 2월 12일자 및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2월 28일자. 109) ꡔ 中 外 日 報 ꡕ 1929년 10월 8일자. 110) 이호룡, ꡔ아나키스트들의 민족해방운동ꡕ, 172~173쪽 ; 김명섭, 한 일아나키스트들 의 사상교류와 반제 연대투쟁, 52~55쪽.

22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단재는 옥중에서도 무정부주의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 는 자신을 면회 온 李 灌 鎔 111)과 申 榮 雨 112)에게 일본어판 에스페란토어 사전과 원문으로 된 책의 차입을 부탁하였고, ꡔ 世 界 大 思 想 全 集 ꡕ의 크로 포트킨편을 유물로 남긴 것은 이를 잘 알려준다. 113) 이는 그가 임종하는 순간까지 무정부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식민지 반식민지 동방피압박민 족연대론을 실현하고자 한 의지로 이해된다. 5. 맺음말 본고는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의 배경과 시기, 그의 역사적 평 가를 논의한 것이다. 또한 그가 무정부주의 사상에 바탕하여 구상한 동 방피압박민족연대론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활동을 재조명한 것이다. 이 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단재가 무정부주의를 수용하게 된 중요한 계기는 3 1운동이었다. 그 는 3 1운동으로 분출된 민중의 힘을 목도하며 역사 변혁의 주체로서 민 중을 인식하게 되고 절대독립의 민중직접 혁명론을 지니며 그에 합당한 사상을 수용하였던 것이다. 그가 무정부주의를 처음 접한 시기는 이른 시기였으나, 1923년 朝 鮮 革 命 宣 言 을 집필하며 이해의 폭을 넓혔고, 이 해 가을 한국과 중국의 무정부주의자들과 교유하며 스스로가 무정부주 의자임을 자처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무정부주의자로서 단재의 모습은 이후 발표한 논설과 문학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과 운동을 평가하는 관점 또한 다양하다. 그러 나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과 그 운동을 민족주의의 틀 속에만 고 111) 李 灌 鎔, 大 連 監 獄 에서 申 丹 齋 와 面 會, ꡔ 朝 鮮 日 報 ꡕ 1928년 11월 8일자(ꡔ전집ꡕ 제9 권, 14쪽). 112) 申 榮 雨, 朝 鮮 의 歷 史 大 家 丹 齋 獄 中 會 見 記 ( 五 ), ꡔ 朝 鮮 日 報 ꡕ 1931년 12월 25일자 (ꡔ전집ꡕ 제9권, 26쪽). 113) 신수범, 아버님 丹 齋, ꡔ나라사랑ꡕ 제3집, 1971년(ꡔ전집ꡕ 제9권, 145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29 정시키는 것은 단재의 광대한 사상과 민족운동을 협애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그를 순연한 아나키스트라거나 심지어 그가 무정부주의 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그를 위하여 민족주의를 수단으로 하였다는 것 은 지나친 논리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 수용 과 운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무정부 주의 사상 수용과 운동은 그가 선험한 독립운동 이념과 방법론의 주체적 善 變 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단재는 절대 독립론과 민중 직접혁명론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동 방민족연대론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가 국제적 연대나 동방민족연대론을 지니게 된 것은 무정부주의 사상의 주체적 수용과 밀 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그의 사상과 독립운동론에서 커다란 변화였다. 1920년대 들어 단재는 조선의 독립이 중국의 이해뿐 아니라 동양평화 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확신하고 한중 우호와 연대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동방민족연대론을 주장하였다. 그는 민중을 强 國 의 민중과 植 民 地 의 민중으로 양분하고, 植 民 地 半 植 民 地 민중의 연 대를 주장하였다. 일부에서 일본의 무산민중들과도 연대할 것을 주장하 기도 하였으나, 그는 일본의 무산민중과 제국주의를 동일시하였다. 따라 서 단재의 동방민족연대론은 곧 植 民 地 半 植 民 地 동방피압박민족연대 론이었다. 단재는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을 실천하기 위해 1926년 여름경부터 무 정부주의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그리고 1927년 9월 북경에서 조 선과 중국 등 7개국 대표가 모여 無 政 府 主 義 者 東 方 聯 盟 을 결성할 때 조 선 대표로서 이 회의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이 회의의 결의사항을 실천 하기 위해 1928년 4월, 천진에서 한인 무정부주의자 회의를 소집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그가 기초한 宣 言 이 채택되었고, 연맹의 선전 기관을 설치할 것과, 러시아와 독일의 폭탄 제조 기술자를 고빙하여 북경 교외 에 폭탄 제조공장을 설치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는 자금 조달을 위해 대 만인 林 炳 文 과 협의, 외국 위체를 위조하여 현금으로 찾으려다 1928년 5

230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월 8일 피체되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36년 旅 順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그런데 단재가 피체된 시점과 장소는 기륭항에서 하선하여 기륭우편국 으로 가서 창구에서 가명을 사용하여 청구서를 제출하고 위조 위체를 현 금으로 찾으려던 순간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丹 齋 申 采 浩, 그는 조선의 크로포트킨이 되어 독립을 추구한 한국의 독립운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동방피압박민족의 식민지 반식민지 모순 을 타파하고 동양평화를 이루고자 한 동방의 혁명가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접수일 : 2011.2.27 / 심사완료일 : 2011.3.28 주제어 : 신채호, 민족주의, 아나키즘, 무정부주의운동, 민중직접혁명, 동방 피압박민족연대론, 외국 위체 위조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31 <사진 1> ꡔ대만대백과사전ꡕ에 수록된 기륭우편국 사진. 앞의 일신교는 목재로 되어 있다. <사진 2> 기륭우편국 전경(1916년)

232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사진 3> 기륭우편국 전경(1919년) <사진 4> 일신교와 기륭우편국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33 <사진 5> 현재의 기륭우국 <사진 6> 기륭우국 내부

234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사진 7> 기륭시가도에 표시된 우편국(1905년) <사진 8> 기륭우편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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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37 국문요약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박 걸 순 신채호는 3 1운동 때 분출된 민중의 힘을 경험하며 민중을 역사변혁 의 주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1923년에는 朝 鮮 革 命 宣 言 을 집필하며 무 정부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고, 이해 가을경 무정부주의자를 자처 할 정도로 인식이 심화되었다. 단재의 무정부주의 사상과 운동을 평가하 는 관점 또한 다양하나, 이는 그가 이미 경험한 독립운동 이념과 방법론 의 주체적 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재는 절대 독립론과 민중 직접혁명론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동 방민족연대론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가 국제적 연대나 동방민족연대론을 지니게 된 것은 무정부주의 사상의 주체적 수용과 밀 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그의 사상과 독립운동론에서 커다란 변화였다. 1920년대 들어 단재는 조선의 독립이 동양평화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 닌다고 확신하고 한중연대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동방 민족연대론을 주장하였다. 그의 동방민족연대론은 곧 植 民 地 半 植 民 地 동방피압박민족연대론이었다. 단재는 1926년 여름경부터 무정부주의 단 체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그러나 활동 자금 조달을 위해 외국위체를 위조하여 현금으로 찾으려다 1928년 기륭우편국에서 피체되어 뜻을 이루 지 못하였다. 丹 齋 申 采 浩, 그는 조선의 크로포트킨이 되어 독립을 추구한 한국의 독 립운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동방피압박민족의 식민지 반식민지 모순을 타 파하고 동양평화를 이루고자 한 동방의 혁명가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38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38집 영문요약 Anarchism embraced by Shin, Chae-ho and his Theory of Solidarity of the Oppressed People in the East Park, Gul-Sun Experiencing people power which gushed out at the 3 1Independence Movement, he recognized the mass of the people as the main agent of a historical change. Writing A declaration of Korea s Revolution in 1923, he broadened his understanding of anarchism and deepened his understanding of it enough to call himself an anarchist in the autumn of the year. Though there are diverse views evaluating his thought of anarchism and activities, it would be appropriate to recognize them as the subjective change of the ideology and methodology of the independence movement that he had experienced. Danjae designed the Theory of solidarity of the oppressed people in the East as a means to carry out the theories of Absolute independence and Direct revolution by the mass of the people and tried to put it into practice. His international solidarity and theory of solidarity of the people in the East had close relations with his subjective acceptance of anarchism and this was a considerable change in his thought and theory of independence movement. Danjae was sure that Korea s independence would have a significant meaning for peace in the East and maintained solidarity between Korea and

申 采 浩 의 아나키즘 수용과 東 方 被 壓 迫 民 族 連 帶 論 239 China. And by extension, he maintained the theory of solidarity of the people in the East. His theory was the theory of solidarity of the oppressed people in East who were under colonial rule. He participated in an organization of anarchism and worked for it. But he was captured at a postoffice in Keelung in 1928 exchanging the fake foreign exchanging into currency in order to raise capital for their activities and couldn t attain his aim. Danjae Shin, Chae-ho, he could be called as a revolutionist in the East who tried to attain peace in the East breaking down contradiction of colonial rule for the oppressed people as well as an independence fighter looking for Korea s independence as a Korea s Kropotkin. Key words: Shin, Chae-ho, Nationalism, Anarchism, Campaign for anarchism, Direct revolution by the mass of the people, Theory of solidarity of the oppressed people in the East, Counterfeiting foreign ex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