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논 문]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형법 제39조의 비교법적 차별성과 그 해석론* 84)85) Ⅰ. 머리말 Ⅱ. 비교법적 차별성 Ⅲ. 신 구 규정의 차별성 문 채 규* 차 례 Ⅳ. 해석론 Ⅴ. 맺는 말 Ⅰ. 머리말 그간 사후적 경합범의 요건과 처단의 불합리함이 꾸준히 지적되어 오다가, 2004년에 는 사후적 경합범의 인정 범위에 관한 형법 제37조 후단이, 그리고 2005년에는 그 처단 에 관한 형법 제39조가 연이어 개정된 바 있다. 제37조 후단의 개정은 경합범의 성립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확정판결의 범위를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 로 제한한 것인 데, 이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 이 거기에 포함되는지의 여부와 판결확정 의 시기 를 언제로 할 것인가를 제외하고는 해석론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제39조의 개정은 처음부터 해석론을 통하여 해 결하여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탄생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제39조 제1항의 형 이 논문은 2011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1-327-B00704). **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
108 문채규 제39조를 여전히 원래의 개정취지나 개정원안에 의거하여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방식의 추가형주의에 따라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 개정 형법 제39조의 입법과정 1) 개정의 취지 개정 전 제39조는 제1항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 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라고 규정하였다. 이는 사후경합범의 여죄에 대한 양형이 제 38조 동시경합범의 처벌례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여죄의 법정형 및 처단형의 범위 내에 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사후경합범의 경우 전과의 형과 여죄의 형을 합하면, 제38조 동시경합범의 처벌례에 따른 처단형을 초과할 수도 있었다. 그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제39조 제2항에서 전항에 의한 수개의 판결이 있는 때에는 전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사후경합범의 전과 및 여죄 에 선고된 형을 집행할 때에는 그 합이 제38조 동시경합범의 처벌례에 의하여 정해지는 경합범의 처단형의 범위로 제한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개정 전의 제39조에 의하면 사후 경합범으로 처단되더라도, 동시경합범의 처단형의 범위를 초과하여 형이 집행되는 상황 은 방지될 수 있었다. 적어도 형의 집행만은 동시경합범의 처단형의 범위로 제한함으로 써 동시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와 형평을 기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집행단계 의 형평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개정 전의 규정에 의할 때 사후경합범의 피고인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후경합 범으로 판결 받아 2개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가 동시경합범으로 판결 받아 1개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보다 통상 30% 정도 중하게 처벌된다고 한다.9) 이처럼 사후경합범이 동 시경합범보다 형이 무거워지는 주된 이유는 형법상 경합범의 가중방식이 법정형의 상 한만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년 이상 6년 이하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두 개의 범 죄를 동시경합범으로 재판하면 징역 1년 이상 9년 이하의 범위에서 선고형이 결정되고 집행되지만, 사후경합범으로 재판하면 각각 1년 이상 6년 이하의 범위에서 선고될 수 9) 조자룡, 개정형법 제39조 해석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2005. 7. 14.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형법 제39조의 비교법적 차별성과 그 해석론 109 있고, 따라서 합하면 2년 이상 12년 이하의 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런데 집행이 제38조 동시경합범의 예에 의하므로 집행은 2년 이상 9년 이하의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따라서 하한에서 사후경합범이 불리하게 된다.10) 이러한 현실적인 불합리한 차별을 해결하고 자 한 것이 제39조에 대한 개정을 시도한 주된 취지이다. 2) 개정원안의 성안 개정 전 제39조의 적용상 발생하는 이러한 현실적인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는 제38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 는 제39조 제2항을 집행뿐만 아니라 형의 선고에서도 제38조의 예에 의하도록 해석하려는 등의 해석론이 제기되기도 하였고,11) 독일식의 전체형주의나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의 추가형주의로 개정하거나,12) 여죄의 형 을 선고할 때에 감경 또는 면제의 여지를 규정하는 방법13) 등의 입법론이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대체적으로 전체형주의나 추가형주의로의 개정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제39조에 대한 이러한 주도적인 개정분위기에 편승하여 2004년 국회에 제출된 형법 중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0859) 제39조는 제1항을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제38조를 적용하여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하고 그 죄에 대하여 추가형을 선고한다. 로 개정하고, 동조 제2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 개정원안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추가형주의를 채택함으로써 개정 전 제39조의 적용 에서 나타나는 실무상의 현실적인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는 점은 개정안의 대표발의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에서 행한 제안설명에서 잘 드러난다. 대표발의자였던 이원영 의원은 개정 전의 제39조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 및 운용의 태도가 동시경합범에 비하여 사후경합범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후, 외국의 입법 례를 보더라도 독일의 경우 사후적 경합범에 있어서도 하나의 전체형을 선고하도록 하 고 있고, 오스트리아는 사후적 경합범에 있어 전체 형량은 형벌 전체를 동시에 받았을 10) 손동권, 형법총론 제2개정판(2005), 614면 각주 1). 11) 오영근, 형법총론 제3판(2004), 40/55; 이재상, 죄수론연구(3), 법조, 1984(8), 61면. 12) 예컨대 독일식의 전체형주의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으로는 이재상, 앞의 논문, 61면. 기 타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는 이경렬, 사후경합범의 입법론적 검토, 형사법연구 제22 호 특집호(2004), 376면. 13) 1992년 형법개정안의 방법이다. 즉, 1992년 법무부 형법개정법률안 제55조 제1항은 경합범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범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다만,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로 되어 있었다.
110 문채규 경우와 같이 결정하고 추가형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불 합리를 해결하고자 사후적 경합범에 있어서도 동시적 경합범과 같이 제38조를 적용하 여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하고 판결을 선고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 추가형을 선고하려는 것입니다. 라고 보고하였다.14) 이 제안설명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개정원안은 오스트리아의 추가형주의에 정확 하게 일치하면서, 두 가지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하나는 사후경합범의 전과와 여죄에 선고된 형량의 총합이 제38조에 의하여 정해지는 동시경합범의 처단형의 범위 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선고된 전과의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한 후 여죄에 대하여 추가형을 선고하게 함으로써 동시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와 선고형량에서 실질적인 형평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전자를 동시경합범과의 소극적 형평 주의라고 한다면, 후자는 적극적 형평주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규정의 문언과 그 제안 설명에15) 의하면, 원래의 형법중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0859) 제39조가 오스트리아의 추가형주의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3) 수정안의 확정 개정원안은 2004. 12. 2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현행 제39조와 같이 ① 경합범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 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 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② 삭제 <2005.7.29> 로 수정되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개정원안에 대한 검토보고 와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대리가 보고한 수정이유를 종 합하면, 수정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개정원안의 방식에 의할 경우 이미 확정된 판결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금고형일 경우 선고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 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 금고형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형을 선고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며,16) 둘째, 원안에 의할 때에도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 을 정하 14) 2004. 12. 24. 제17대 국회 제251회 국회(임시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참조. 15) 이 제안설명서의 내용은 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이원영 의원 등 22인 제안, 형법중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0859호>, 2004. 11. 15.) 참조. 16) 즉, 법문언상 명시적으로 추가형을 선고한다 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형을 선고하지 못하 는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형법 제39조의 비교법적 차별성과 그 해석론 113 다만 추가형주의의 취지, 즉 사후경합범과 동시경합범의 형평을 구현하려는 취지만은 채택하여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여죄에 정해진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수정안의 경우 여죄의 형은 이미 선 고된 전과의 형이 전체형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분을 추가 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 라, 여죄 자체에 대하여 부과되는 형이다. Ⅲ. 신 구 규정의 차별성 1. 형평의 내용 및 그 실현방식의 차이 개정 전의 제39조는 제1항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제2항에서 전항에 의한 수개의 판결이 있는 때에 는 전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 로 되어 있었다. 이는 사후경합범의 여죄의 형을 정할 때에는 여죄가 경합범의 일부라는 사실을 고려함이 없이 전적으로 여죄의 책임에 상응 하는 형을 선고하면 되고, 대신 전과의 형과 여죄의 형을 합하여 집행할 때에 비로소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의 처단형의 범위내로 제한을 받도록 한 것이다. 즉, 사후경 합범의 여죄의 선고형을 정할 때에는 독립적으로, 그러나 집행할 때에는 동시경합범과 의 최소한의 형평을 기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개정 전 제39조를 일컬어 집행단계형평 주의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형평은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했을 경우 예상되는 가상 의 선고형과의 형평, 즉, 적극적 형평이 아니고, 단지 동시경합범의 처단형의 상한을 초 과하지 못한다는 소극적 형평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실무상 개정 전 제39조의 적용 결과가 현실적으로는 동시경합범으로 판결 받는 경우보다 - 비록 동시경합범의 처 벌례에 의한 처단형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 피고인에게 불리한 현상이 나타났 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개정이 추진되었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본 바와22) 같다. 그리하여 개정 형법 제39조는 사후경합범의 여죄의 형을 선고할 때부터 미리 동시경 합범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양형을 하도록 하면서, 집행단계에서의 형평을 규정한 제2항 을 삭제하였다. 동시경합범과의 형평에 맞추어 여죄의 형을 정하여 선고한다면, 또 다시 22) 이 논문 Ⅱ. 2. 1) 참조.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형법 제39조의 비교법적 차별성과 그 해석론 117 셋째, 우리형법의 하한이 일반적으로 높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정 형법이 선고 단계형평주의로 전환함으로써 이제 불필요하게 되어버린 개정 전 제39조 제2항을 삭제 하면서, 제39조 후단에서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죄에 정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후자의 경우에 대비 하기 위한 것이다. Ⅳ. 해석론 1. 해석론의 기본 방향 이상의 Ⅱ. Ⅲ.의 고찰을 종합할 때, 개정 형법 제39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다음의 기 본 방향이 도출된다. 첫째, 사후경합범의 여죄에 선고되는 형의 성질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형법의 추가 형이 아니라, 여죄 자체에 대하여 정해지는 독립형이다. 그러나 개정 전과는 달리 완전 한 독립형이 아니고, 동시경합범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정하는 제한된 독립형이다. 다만 여죄에 선고되는 형의 성질에서 우리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간에 이렇게 차이가 있지 만, 모두 동시경합범과의 형평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방식들이기 때문에 결과 적으로 여죄에 선고되는 형량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의 방 식이 좀 더 유연한 결정방식이라 할 수 있다.29) 둘째,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은 전과와 여죄에 각 선고된 형의 총합이 동시경합범의 처단형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소극적 형평을 넘어,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한다고 가정할 때에 예상되는 선고형과의 실질적인 균형을 의미하는 적극적 형평 을 의미한다.30) 셋째, 제39조 후단의 감면규정은 여죄 자체의 당벌성이나 그 어떤 다른 특별한 법정 책적 이유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동시경합범과의 형평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29) 판례에서 말하는 유연한 입법 이라는 표현은 이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30) 같은 견해로는 정준섭, 앞의 논문, 318면.
118 문채규 2. 기타 구체적인 문제에 관한 해석 (1) 형평의 고려 의 강제성 여부 개정 형법 제39조 제1항의 형평의 고려 가 강제적인 것인지, 임의적인 것인지가 문제 될 수 있다. 학설은 대체로 개정 형법 제39조 제1항이 과거 제39조 제2항의 집행단계형 평주의를 선고단계형평주의로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집행단계형평주의가 강제 적이었던 만큼 개정 형법의 선고단계형평주의도 강제적인 것으로 본다.31) 판례 또한 전과사실이 인지될 수 있는 단서가 소송절차에서 나타나지 아니한 경우에까지 법원이 직권으로 전과사실을 조사하여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전과사실이 소송절차에서 인지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심리하지 아니하였다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서 사후경합범의 여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여죄의 형을 선고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후경합범에 관한 법리 오해 내지 심리미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고 판시함으로서32) 형평의 고려를 강제 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개정 전후의 제39조 사이에는 비록 형평의 내용이나 그 실현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사후경합범의 경우 피고인에게 있어 왔던 그간의 불합리한 불이익을 개선하기 위하여 개정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과거 강제적이었던 형평의 고려를 임의적인 것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는 없고, 문언상으로도 형평을 고려하여 여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 다 로 되어 있으므로, 형평의 고려 는 학설과 판례처럼 강제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 하다. (2) 감면규정의 성격 및 감경의 성질 1) 감면규정의 성격 제39조 제1항 후단의 사후경합범의 여죄에 대한 감면규정이 강제규정인지 법원의 재 량적 판단에 맡겨진 임의규정인지가 문제된다. 판례는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 31) 같은 견해로는 이천현, 앞의 논문, 111면; 정준섭, 앞의 논문, 318면; 조자룡, 개정형법 제39조 해석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2005. 7. 14. 32) 대판 2008. 10. 23, 2008도209.
120 문채규 으로서37) 개략적인 양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형평의 고려 도 엄격한 추가형의 결정 처럼 전과의 형과 여죄의 형의 총합이 전체형과 산술적으로 일치되도록 하여야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동시경합범으로 판결될 수 있었던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여 여죄의 형을 정함으로써 동시경합범과의 균형을 유지하라는 정도의 유연한 형평 을 의미한다. 따라 서 여죄의 형을 감면할 것인가는 법원이 과연 어느 정도로 엄격하고 정확한 형평을 목 표로 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결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재량적 임의적 성격을 갖는 판단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2개의 강간죄를 사후경합 범으로 판결하는 경우에 전과에 대하여는 이미 5년 6월의 징역형이 확정되어 있고, 여 죄와 동시에 판결한다고 가정한다면 8년 정도 의 징역형이 예상된다고 하자. 이 경우 하한인 3년을 감경한 후 2년 6월을 선고함으로써 가상적인 선고형인 8년과 정확하게 일 치시킬 것인지, 8년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산정된 것이 아니고 법관의 관념 속에 개략 적으로 상정된 것이므로 감경을 하지 않고 하한인 3년을 선고하여 총합이 8년 6월의 형 이 되도록 할 것인지의 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 개정원안의 엄 격한 추가형주의를 포기하고 현행의 유연한 형평의 고려 라는 방식으로 수정한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2) 감경의 성질 제39조 제1항 후단의 감경이 형법 제55조의 법률상 감경에 해당하는지, 제55조의 적 용을 받지 않는 단지 법관의 재량적 양형규정에 불과한지가 문제되고, 더 나아가 그것 이 법률상 감경이라고 할 때, 제55조 제1항에 따른 감경의 기준에 따라야 하는지 아니 면 제55조 제1항에 따른 감경의 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 다. 제39조 제1항 후단의 감경규정을 법관의 재량적 양형규정으로 보는 견해는 대체로 제39조를 추가형주의로 해석하면서, 동시경합범과의 완전한 형평을 기할 수 있도록 하 기 위해서는 법관으로 하여금 제55조의 법률상 감경의 기준에 제한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38) 그러나 추가형주의에서는 원래 여죄에 대한 별도의 감경규정이 불필요 한 것인데도 - 즉, 엄격한 추가형주의와 여죄의 감경규정은 조화되지 않는 것인데도39) 37) 정준섭, 앞의 논문, 309면 각주 21) 참조. 38) 이경렬, 형사정책연구 제18권 제3호(2007), 338면.
122 문채규 항의 감경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의결한 입 법자의 의지가 감경을 할 때에는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 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한다.44) 그러나 법 원 행정처에서 그러한 수정제안을 하고 그것에 대하여 법무부가 반대를 하였다는 것은 그러한 명시적인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 한, 제39조 제1항의 법률상 감경도 당연히 제55 조 제1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밖에도 관할관이 판결을 확인하여야 하며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형이 부 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형의 집행을 면할 수 있 다 는 과거 군법회의법 제369조 제1항의 감경에 대하여 대법원이 제55조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것을 제39조 제1항의 감경도 제55조의 제한을 받지 않 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예시적인 논거로 삼기도 한다.45) 그러나 이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군법회의법 제369조 제1항의 관할관의 권한은 군의 전투능력을 최대한도 로 보존 발휘시키고 군을 효율적으로 지휘 통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군 지휘관에 게 특별히 인정된 권한이고, 그러한 관할관의 확인제도는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존 재하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 감경에 형법상의 제55조가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 판례의 결론을 전형적인 형법상의 법률 상 감경인 제39조 제1항의 감경에다가 원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3. 본고와 판례 입장의 비교 형법 제39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본고의 입장과 판례의 입장은 많은 부분에서 일치 한다. 사후경합범의 여죄에 선고되는 형의 성질을 추가형이 아니라 제한된 독립형으로 이해하는 점, 형평의 내용을 궁극적으로는 적극적 형평으로 이해하는 점, 형평의 정도를 추가형주의의 엄격한 산술적 형평이 아니라 재량적 판단의 여지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유연한 형평 으로 이해하는 점, 적극적 형평과 관련해서는 감면규정의 성격을 임의규정 으로 보는 점,46) 감경의 성질을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는 법률상 감경으로 보는 점 44) 이천현, 앞의 논문, 114면; 조자룡, 개정형법 제39조 해석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2005. 7. 14. 45) 이천현, 앞의 논문, 114면. 46) 그러나 무제한적인 재량에 맡겨진 임의규정은 아니다. 예컨대 특별히 형평을 고려하여 감면해야 할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사후경합범의 여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감경 또는 면제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판례도 이 점을 명시한 바 있다. 대판 2011. 9. 29, 2008도9109 참조), 여죄의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에 관한 형법 제39조의 비교법적 차별성과 그 해석론 127 선적으로 고려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51) 결국 개정 형법 제39조 제1항은 피고인의 이 익을 후퇴시키고 실무의 편의를 택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제39조 제1항에 대한 재개정 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법원은 향후 제39조의 운용에서 적극적 형평의 실현에 각 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 주제어 : 형법 제39조 제1항, 사후적 경합범의 처단, 사후적 경합범의 여죄에 선고하 는 형의 성질, 전체형주의와 추가형주의, 집행단계형평주의와 선고단계 형평 주의 * 논문접수 : 2013. 11. 25. * 심사개시 : 2013. 11. 28. * 게재확정 : 2013. 12. 9. 51) ①과 관련해서는 전체형주의를 취한 독일에서도 논의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이전판결의 효력을 그대로 남겨둔 채, 이전판결에서 심리된 죄에 대한 개별형과 그 확정판결 전에 범한 죄의 개별형을 마치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것처럼 새로운 전체형을 다시 정하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원칙의 위반이라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본다(Stree, in: Schönke-Schröder Kommentar, 55 RN 55ff.). 이러한 논리에 동감하는 견해로는 정준섭, 앞의 논문, 311면 참조. 그리고 ②의 문제는 오스트 리아형법 제40조처럼 동시경합범으로 판결하였더라도 전과에 이미 선고된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었을 경우에는 추가형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는 단서를 추가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 로 실무상 혼란사항으로는 전과에 선고된 형이 집행유예일 경우 추가형을 정하는 방법이나 사후 경 합범에 해당하는 범죄가 여러 번에 걸쳐 발각되어 전체형을 여러 번 정해야 하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전과에 선고된 집행유예의 효과는 유지한 채, 기간만을 대상으로 전체형 과 추가형을 정하면 될 것이고, 후자의 사항도 다소 번거롭다는 정도의 문제에 불과하다.
*
* Key Words : Auslegung des 39 KorStGB, Vergleichende Eigenartigkeit des 39 KorStGB, Nachträgliche Realkonkurrenz; Selbständige Strafe unter Berücksichtigung der Gleichgewicht mit der gleichzeitiger Realkonkurre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