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 : 2014. 6. 25.(수) 14:00 17:00 장 소 :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 프로그램 시 간 주 제 발표자 및 내용 14:00~14:05 인사말 장명숙 (상임위원) 14:05 14:20 14:20 15:20 사례발표 15:20 15:30 15:30 16:30 기조발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책제안모색을 위한 종합토론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제혁 (KBS 기자) 이병남 (민언련 정책위원 / 언론학박사)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보장현황과 문제점 함수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정민영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공무원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쉬는 시간 참가자 전원 16:30 16:35 마무리 발언 장명숙 (상임위원) - i -
기조발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 1 목 차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3 사례발표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 11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 / 13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17 사례발표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 25 정제혁 (KBS 기자) / 27 이병남 (민언련 정책위원/언론학박사) / 39 사례발표 표현의 자유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보장현황과 문제점 / 45 함수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 47 정민영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 51 사례발표 표현의 자유 공무원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 55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 57 - iii -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기조발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세월호와 표현의 자유 세월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의 자유가 문제였다 1) MBC 보도국 기자 121명은 성명서에서 데스크가 주도하여 유족들을 비판한 뉴스를 보도참 사 라고 불렀다. 뼈아픈 반성이었다. 하지만 보도가 참사 인 것이 아니라 보도가 실제로 참사 를 일으켰기 때문에 보도참사 였던 것이다.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 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고 이승현 군 아버지의 말이다. 실제로 방송은 실시간특보를 통해 구조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30여 명 의 학생들을 끌어올린 배관공 김홍경씨는 최근 한겨레 허재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애들 을 끌어올리고 있는 동안 해경은 저 뒤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김홍경 씨는 이미 사고 당일 16일 오후 4시경에 KBS와 MBC기자에게 이 말을 인터뷰에서 했는데 그날 KBS와 MBC 모두 이 부분만 빼고 자신의 인터뷰를 방송했다고 한다. 그날 곧바로 방송이 나갔다면 어땠을까? 유족들은 16일 새벽에 밤샘구조 현장을 가보고 실제 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고 분노를 터뜨렸었다. 이렇게 초반부터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해경의 구조활동은 매우 부실했다. 언딘과의 계약 1) 이 장에 대한 자세한 설시는 http://opennet.or.kr/6396 참조. 일부는 아래에 게시된 바 있음. http://blog.naver.com/kyungsinpark/220006614653. 3
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16일에 민간잠수부들의 구조를 막았고 17일에는 해군UDT의 구조활 동을 막았고, 장기잠수작업에 필수적인 바지선을 55시간이나 대기시키다 돌려보냈고 18일 오전 부터 와 있던 크레인들, 배를 조금이라도 들어 올려서 구조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수 있었던 총 기중량 2만 톤급의 크레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것이다. 16일 오전9시30분 해경이 사고현장에 도 착했던 시점에는 아무도 죽어 있지 않았다. 현재 침몰은 기업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냈다 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지켜보고 이를 언론에 이야기해도 보도를 해주지 않는 광경을 바라본 유족들은 뭐라고 하고 있는가? 참사는 언론이 냈다 고 하고 있지 않 는가. 보도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방송통제 2) 이 보도참사 의 원인은 정부의 방송통제에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방송의 역할은 무엇인 가?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계획을 그대로 받아써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우 리는 관영방송을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공적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통령을 비 판하는 명진 스님, 박창신 신부 인터뷰방송을 중징계했다. 법무부나 검찰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 서 유우성, 김재연 의원, 김종철 교수, 김형태 변호사의 인터뷰를 중징계했다. 교육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일제고사거부교사들의 인터뷰를 중징계했다. 농림수산부 장관과 입장이 다르다 고 해서 PD수첩 광우병보도를 중징계하고 다시 선대인 우석훈 인터뷰를 중징계했다. 국방부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중징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 및 인사조치 에 저항한다고 해서 YTN아나운서들의 블랙투쟁을 중징계하고 박혜진 아나운서의 인사말을 징 계했다. 그동안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몇 건이나 징계했는가? Zero. 빵. 0건이었다. 심지어는 정부의 비호 속에서 노조탄압을 하던 MBC가 심지어는 자사의 이익을 앞세우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한 방송? 문제없음 이다. 민언련, 전교조, 최민 희 의원, 박원순 시장을 종북이라고 부른 프로그램? 의견제시, 권고 이다. 2) 2014년5월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퇴임사에서 발췌 및 수정. http://blog.naver.com/kyungsinpark/110190423160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5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방송이 감히 정부기관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겠는가? 배 수십 척과 잠수부 수백 명이 투입된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어떤 방송이 실제로는 고무배 십여 척 잠수부 십여 명이 투입되었다는 진실을 전하겠는가?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통감해야 한다. 우리 가 국가의 작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몰의 원인도 언론통제와 무관치 않아 사실 이번 참사는 침몰 자체도 언론통제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에 전 청해진해 운의 직원이 선박 과적 상황 등을 청와대신문고에 제보를 했지만 공무원들은 체불임금 문제 해 결에만 급급했다고 한다. 그 직원이 정말 체불임금을 빨리 받고 싶었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고발을 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했다면 체불임금은 물론 세월호 의 살인적인 과적도 중단되었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의 모든 내부 고발자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바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이 다. 3) 즉,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라는 위법성조각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가 다루고 있는 사건에서 2013년에도 한 노인이 노인회 간부의 난폭한 언행에 대해 인터넷에 정직하게 고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판결이 확정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해진 내부 고발자는 세월호의 과적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프리덤하우스 표현의 자유 지수 조사에서 인 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가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미 대부분의 국가와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과 같은 등급인 부분적으로 자유롭다 는 등급을 받았다. 다른 선진국들처럼 완전히 자 유롭다"는 나라라면 그 내부고발자는 그대로 인터넷에 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려 3) 자세한 내용은 박경신, 진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처벌제도의 위헌성 세계헌법연구 16(4) (2010)
6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회자되었다면 세월호가 살인적인 과적 상태에서 경기지역 제주행 수학여행을 독점하는 그런 일 은 없었을 것이다. 과연 표현의 자유 보호 지수가 세월호 사태의 원인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 보호지수와 부패지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은 국제기구들의 조사에서 매 년 확인되고 있다 는 교훈을 다시 배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글 하나 하나를 지울 때 혹시 그 글이 그런 생명을 구하는 고발의 글이 아닌지 두 번 세 번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1기 심의위원회는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시멘트 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그의 입을 막았다. 수십년이 흘러 그 시멘트로 만든 건물에서 사는 아이들이 암에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자. 언소주 게시글 삭제와 언소주 의 광동제약불매운동에 대한 형사판 결은 그후 수많은 소비자불매운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건강한 소비자불매운동이 잦아든 지금 유해식품 등에 의한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세월호 관련해서 새로운 안전 기준, 항해 관련 법령들을 새로 만들겠다고 부산한 국회는 진 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부패와 비리를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쉬 운 일부터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과연 좋은 법 이 없어서 일어났는가? 2. 제2의 참사 예고하는 세월호 후속조치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유언비어 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구실 로, 세월호 선장이 단원고 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에 그저 가만히 있으라 고 다그치 면서 정부비판과 비리고발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는 사고 초기부터 애도 분위기를 해친다 는 이유를 들어 자의적으로 세월호 관련 인터넷 게시물들을 단속해 왔다. 경찰은 수사요원 1천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인터넷 모니터링에 나섰 고, 구조작업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없는 인터넷 게시물들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벌였다. 교육부 는 시도교육청에 SNS 댓글 등이 유언비어에 해당할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학생 들에게 안내하라 는 긴급공문까지 보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번 사건에 대한 외신보도 4) 이 장에 대한 자세한 설시는 http://opennet.or.kr/6396 참조.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7 를 녹화한 인터넷 동영상에 대해서까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삭제 건의를 하는 등 발빠르게 움 직였다. 심각한 유언비어가 구체적 피해를 가져올 위험이 명백하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구호작업 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 하지만 구조당국이 선내진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구조를 독려하는 의미에서 생존자를 사칭하여 올린 구조요청 메시지들은 아무런 해가 없다. 또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았다는 취지의 가상대화글이나 홍가혜 인터뷰 등은 추후에 도리어 진실로 밝혀졌는데 이런 언사들까지 경찰은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 이라며 처벌하려들고 있는데, 정부에 비판적인 글에 사소한 부정확한 사실이 있다는 빌미로 처벌하려고 했던 소위 미네 르바 허위사실유포죄 의 부활이며 긴급조치1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의 부활인 것이다. 참사 발생 후 참사의 원인에 대한 국민들의 제보마저 위축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제2의 참사 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 된다. 3. 표현의 자유 보호원리 5) 우리는 여기서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 글을 볼 때 저런 글이야말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방송통 신심의위원회 배변장면 동영상 삭제). 진정한 다원주의는 우리가 취지를 이해할 수 없는 글을 볼 때 화자 외의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홍가혜의 인터뷰). 왜냐하면 그 글이나 이미지도 사람이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게시 물에 대해서는 삭제와 차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시물에 대해서 는 단순히 그 글을 보는 사람에게 거슬린다거나 그 글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불쾌하다는 이유 5) 이 장의 내용은 박경신, 국제인권법상 표현의 자유 및 대한민국 법제의 평가, 홍익법학 13(3) (2012) 을 요약한 것이다. http://www.kci.go.kr/kciportal/po/citationindex/pocretdetail.kci?citationbean.cretid=crt000887263&citat ionbean.artiid=art001413212
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만으로 그 글이 삭제나 차단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제재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물리적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행동이, 예를 들어, 혼자 물구나무서기가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 불 쾌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되어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언사는 항상 상호교섭적이다.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않더라도 낙태, 안락사, 간통 등의 행위는 행위가 그 행위의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언사는 항상 화자와 청자가 있고 화자의 발언에 청자의 해석이 더해지면서 비로 소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언사는 행동과 달리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미대법관의 말처럼 한 사람의 욕설이 다른 사람에게는 노랫말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문에 우리 헌재는 음란물 과 허위사실 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언사는 물리적 행동과 달리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이 있는 경우에만 규제대상 이 된다. 즉 해악이 나타날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어야만 규제대상이 되는 것이다. 미대법 관의 말처럼 불꺼진 극장에서 불이야 라고 소리지르기 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 헌재 역시 허위 사실유포죄에 대해서 허위사실로 해악이 나타날 것이 명백하고 현존해야만 규제할 수 있는데 해당 조항이 단순히 공익을 훼손한다 는 허위사실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 위헌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진실임에도 오로지 공익을 위한다 는 입증이 없는 한 규제되어서는 아니된다 거나 의 견과 감정의 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서는 아니된다 는 UN인권위원회 일반논평 34호의 명령 에 부합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언사는 직접적인 규제를 해서도 아니되지만 위축을 시켜서도 아니된다. 왜냐하면 언사는 정보의 전달과 감정의 표명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행동이 항상 이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불명확한 기준이나 사전적인 규제가 합법적인 언사를 위축시켜 서도 아니된다. 헌재는 이같은 이유로 여러차례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명확성의 원칙이 특별 히 엄중하게 요구된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으며, 사전검열에 대한 수차례의 위헌결정은 말할 나위 없이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에서 사전검열에 이르지 않는 사전적인 규제 에 대해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정신을 중심으로 9 특별히 달성되는 공익이 명백해야 한다 면서 위헌판정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가와 표현의 자유의 관계는 무엇이라야 하는가? 첫째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 하기 위해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둘째 표현의 자유에 대해 독점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에 대해 일정한 제약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 해서 그러하다. 이에 따라 이를테면 (1) 공직자나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실제 악의(actual malice) 가 있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미국의 New York Tmes대 설리반 판결의 현실적 악의 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2) 명예훼손 형사 처벌제도는 공직자들이 그 스스로 공직자인 검찰을 동원하여 자신의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어 왔음이 근현대 역사 속에서 재삼 확인되어오고 있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UN인권위원회 일반논평 34호와도 일치한다. (3) 희소한 전파자원의 이용을 독점적으로 허가받는 지상파방송, 특히 수신료 등의 공적 지원을 받 는 기관에 대해서는 엄중한 공정성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4)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역시 공무원이 국가기관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언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 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역시 겉으로는 국가기관을 자처하지는 않았으나 국가기관 하의 예산 하 에 조직적으로, 국가기관을 자처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사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제약 들은 관련 인물의 기본권 즉 방송인의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와의 저울질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컨퍼런스 주제는 방송을 둘러싼 2가지 주제, 공무원을 둘러싼 2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방송에 대해서는 1. (공적인물에 대한) 방송의 자유를 어떻게 외부적으로 보장할 것인가 2. 방송의 자유를 어떻게 내부적으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상호상승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무 원에 대해서는 1. 공무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와 2.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 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라는 상호대립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위의 원리들이 이 네 가지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 충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방송의 자유이든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이든 공적 인물에 대해 행사될 때는 실제 악의 기준에 따라 의율되어야 한다. 즉 화자가 해당 공적 인물에 대해서 허위임을 인지하고 있는 내
10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용을 방송하지 않은 한 법적 책임이 부과되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찰청장이 대통령 비판 스티커 부착이 매우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임의동행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서 국가원수와 관련된 사안이어서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위법 사실이 확인돼 조치를 취 한 것 이라고 했는데 매우 문제적인 발언이다. 둘째 지상파방송에게 전파자원과 공적 지원(수 신료)이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이유를 살펴 지상파방송이 내부적으로 방송의 자유를 제대로 보 장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자원제공에 대한 규율이 방송의 책임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수신료가 수상기소유자에게 납부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떠나 서 전기료와 통합징수를 함으로써 수신료납부거부운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기회가 없어진 것 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직자가 공직의 일환으로서 어떤 언사를 할 때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직자도 하나의 표현의 자유 의 기본권 주체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사례발표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 1. CBS는 지난 4월 30일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에서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 외 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으며 이 기사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언론중재위 제 소와 민사소송을 당한 바 있음. 기사 내용은 지난 4월 19일 오전 9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조문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다루고 있음. 구체적으로 청와대 측이 대통령 조문 당일 할머니 한 분에게 조문할 때 대통령 가까이에서 뒤를 따르라고 부탁함으로써 조문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임.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이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정정보도와 2천만원의 손해배상 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임. 그러나 CBS는 믿을만한 정부 관계자로부터 청와대 측이 조문현장에서 해당 노인을 섭외하였 다는 내용을 확인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임.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취재원이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취재원이 제시되면 기사의 허구성을 입증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음. 하지만 언론기관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권리는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언론 출판 자유의 한 내용으로 취재원이 노출될 경우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언론기관에 정보 제공을 꺼리게 되 고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CBS의 입장.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다툼이 있을 예정임. 13
1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2. 언론자유와 관련한 CBS의 사례 2 CBS는 지난 2012년 1월 김미화의 여러분 프로그램에서 선대인씨와 우석훈 박사를 출연시켜 정부의 물가와 부동산 정책, 축산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 터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인 주의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제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방심위의 제재가 잘못된 것이 라며 주의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지난달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확정된 바 있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방송일 경우 정부가 방송에 대응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여러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방송사는 정부에 상당한 정 도의 실질적인 기회 제공이나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면 충분하고 같은 프로그 램에서 같은 방송시간에 동등한 정도의 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판결이유를 밝혔음. 3.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한 입장 방송의 공정성은 스스로 공정성을 지키려는 언론사의 노력과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적극적으 로 지켜주려는 권력의 절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함. 영국의 BBC가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이 된데는 방송사 종사자들의 노력과 더불어 경영진을 임명하는 정치권에서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거나 친정부 방송을 만들려는 개입을 하 지 않기 때문이기도 함. 그러나 우리의 경우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길들이고 싶어하고 언론사 스스로도 공정성을 지 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 고 있음.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15 CBS는 사규의 방송편성 규약과 노사간 공정방송에 대해 합의한 보도준칙을 통해 방송의 공 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송편성규약 4조 취재와 제작의 규범에는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 특히 공정성을 저해하 는 내외의 모든 간섭과 압력을 배제하여 방송의 독립을 지켜나간다 고 규정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양적.질적으로 공정하게 전달한다 고 규정하고 있음. 또 공정보도를 위한 보도준칙에서는 1. 보도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이 존재할 경우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한다. 2.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특정한 세력이나 집단을 위해 치우쳐서는 안되며 지 역과 성별 나이 종교 인종 등에 근거한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 5. 보도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주장을 반영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대한 힘쓴다. 7. 취재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경우 취재원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고 규정하고 있음.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지키려는 방송사 스스로의 노력을 존중하며 동시 에 외부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 간섭을 하거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 요함. 외부에서 간섭하고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방송사의 취재와 보도를 위축시켜 언론자 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 있음. 특히 대통령 직속으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 9명은 대통령이 위촉하는데,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하고 3인 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다. 결국 국회 추천몫 6명은 여야 각 3인씩 추천하고 대 통령이 3명을 위촉해 결과적으로 여야의 비율이 6대 3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규제기구에 는 정치적으로 동기화된 정치적 대리인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따라
16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공정성을 심의한다. 공정성 규제기구의 통제 논리로서의 공정성 개념이 언론인의 윤리 규범으 로서 공정성 개념과 모순되는 수준을 넘어서 제약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 라고 지적하고 있음.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사건의 개요 2014년 4월 29일 CBS 노컷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조문이 연출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기사 제목은 박근혜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였다. 이에 청 와대 비서실은 5월 12일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CBS를 상대로 8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대통령 비서실과 당시를 기준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박 준우 정무수석, 박동훈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 등 4인이며, 청와대 비서실을 제외한 4인 이 각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을 청구했다. 1) 소송의 이유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CBS가 보도 한 기사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명서는 조문 연출 관련 이렇게 설명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향소를 방문한 시간은 일반인들의 조문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다. 그런 시간에 유족도 아닌 사람이 단지 70대의 할머니라는 이유로 대통령의 바로 뒤를 따라 대통령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고, 손까지 맞잡는 일이 현 정부가 그 동안 펼쳐 온 물샐 틈 없는 경호 철학으로 볼 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당시 대통령의 분향소 방문을 보도한 영상과 사진 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이 마치 유족을 위로한 것처럼 묘사돼 있다. 이른바 보도자료 만 을 베끼고 받아쓰는 언론사가 아닌 제대로 된 언론사 라면 당연히 의구심을 가질 상황이었고, 나름대로 사실이라 인식할 만한 상당한 증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CBS의 기사는 합리적 의심에 기인한 보도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 는 논거를 가지고 반박하면 충분했다. 청와대는 기자실을 두고 있을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듬 뿍 받고 있기에 언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차고 넘친다. 결국 청와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 청와대는 같은 이유로 5월 13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청구했다. 17
1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재갈 물리기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6월 9일 기자 여러분들께 서 일을 편하게 하고 좋은 기사 많이 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고 말했다. 이때 좋은 기사 란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기사라고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Ⅱ. 사건의 의미 언론을 상대로 한 국가기관의 소송 제기가 야기하는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닌 점에 있다. 더욱이 대부분 이러한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남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관은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들의 공적 발언 및 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소송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또는 줄여서 SLAPP)이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공적 관심사나 사회적 중요성이 있는 실체적 문제에 관하여, 정부의 행 위나 그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이루어진 의사전달(communications)과 관련하여 비정부단 체나 개인을 상대로 제기되는 민사 소송 이다(김종서, 2006: 13). 이러한 소송은 원고 패소 또는 무죄 또는 취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에 대하여 미국의 억제 법리는 공적 발언이나 청원을 한 피고에게 소송이 미치는 시간적, 재정적, 정신적 부담을 차단하여 피고들의 표현권과 청원권을 실질적 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송을 초기에 기각 또는 각하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관한 입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담당 판사 들이 헌법에 근거하여 이러한 소송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 상대 소송은 소송을 제기한 국가기관, 봉쇄 소송을 억제하는 입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국회, 입법 미비에도 불구하고 억제 법리를 전개하지 못하는 법원 등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권 의식 결여와 헌법적 책무 불이행에 기인한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국가의 총체적 부실이라 할 것이다.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19 <표 1> 2014년 언론인 상대 소송 징계 일지(경남도민일보, 2014) Ⅲ. 국가기관의 명예와 명예훼손 소송 명예( 名 譽, honor)는 자기의 도덕적 인격적 존엄에 대한 자각 및 타인의 그것에 대한 승인 존경 칭찬 이다. 2) 명예는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격권의 내용이다. 헌법재판소 도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에 대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뿌리를 두고 있 음을 확인한 바 있다. 3) 사실 상식적으로는 국가 또는 국가기관이 이러한 명예를 가진다는 생각 을 하기 어렵다. 국가는 인격을 가진 자연인이 아니므로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국가기관이 명예를 이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대표적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변호사 2) 네이버 국어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62334>, 최근검색일: 2014. 6. 23. 3) 헌재 1991. 4. 1. 89헌마160; 헌재 1999. 6. 24. 97헌마265.
20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현 서울시장)에 대해 제기한 것이다. 박 변호사가 2009년 6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과 소기업 후원 사업을 같이하기로 합의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어느 날 무산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에서 개입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의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연락하는 통에 힘겨운 상태다 라며 국정원의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독자들로 하여금 국정원이 국민을 사찰하고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했다는 인상을 갖게 해 명예를 훼손했다. 며 박 변호사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 원은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 독일에서는 쿠르트 투춀스키(Kurt Tucholsky)라는 작가의 작품 속에 군인은 살인 자다 라는 표현 관련 사건이 있었다. 1990년대 독일의 반전시민단체는 위 표어를 스티커로 제 작하여 배포하였다. 직업군인인 다수의 장교들이 군인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 단체 구성 원을 고소했다. 검찰의 기소 후 유죄의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며, 이 법원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95년 동 헌법소원에 대해 인용결정과 함께 원심판결을 파 기 환송하였다. 해당 법원이 판결에서 시민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먼저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 제194조 제3항 제2호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형법 제185조의 보호법익은 개인뿐 만 아니라 관청 기타 공공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도 미침을 확인하였다. 국가기관은 개인 적 명예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인격권의 주체라고 할 수도 없으나, 국가기관은 최소 한의 사회적 신뢰가 없다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이러한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손상시키는 언어적 공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렇다 고 그것을 위한 형사법적 보호가 국가기관에 대한 공적 비판마저 금하는 데에 이를 수는 없는 것이다. 공적 비판은 표현의 자유권이 특별히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 그 공적 비판은 신랄한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는 것이다. 그러나 군인은 살인자 라고 하는 말은 그 문맥이나 상황에 비추어 군인 일반에 관한 청구인의 단순한 의견으로 볼 수 있고, 특정 군인이나 연방군 에 대한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입증이 없었다는 이유로 청구인을 처벌한 연방법원의 판결을 취 소하고 환송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가 또는 국가기관에 대하여 보호법익으로서 명예를 인정할 현실적 이익이 있 는지는 의문이다.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상정할 수 있겠지만, 예외가 원칙이 되는 현실 속에서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21 극한의 상상력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 다양하고 신속한 의사소통 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견 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으로 이어지는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는 여러 면에서 언론에 대하여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른 언론에 의한 비판이 가능하 기도 하다. Ⅳ. 전략적 봉쇄소송과 표현의 자유 보호 방안 전략적 봉쇄소송의 억제 법리가 소송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작동하게 되면 피고인 언론사 는 이미 그때까지의 소송이 미치는 시간적, 재정적, 정신적 부담 때문에 향후 보도에 있어서 위 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억제 법리는 소송의 후반기에 작동하는 방식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박경신(2011: 103)은 입법 마련에 대한 제안과 함께 판사들이 전략적 봉새소송 억제법리의 헌법적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적 참여(public participation)에 해당되는 집회 또는 의사표현에 대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 판사는 원고 측에 조기에 사실적 주장,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를 확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주장이 법적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거나 증거가 피고 측의 입증 여부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미약할 경우 조기에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 소송을 예로 들고 있다. 1심 법원은 국가기관은 원칙적 으로 명예훼손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법리적 판단이 소송 초기에 내려 질 수 있었다면 소송이 조기에 종결되었거나 최소한 사실판단을 위한 기일들은 상당부분 생략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판사들의 인권의식 또는 헌법의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질리 없다. 일단 전략적 봉쇄소 송을 규제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김종서, 2006: 40). 봉쇄소송규제법의 필요성은 2002년 8 월 박용상이 언급하였다. 4) 본격적인 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과 측근의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조선 동아 등 4개 신문사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5) 한나라당은 봉쇄소송규제법안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4) 고위직의 언론제소 비판기능 위축 의도, 문화일보 2002. 8. 31. 5) 노대통령 30억 손배소 제기안팎, 한겨레 2003. 8. 13.
22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발표했다. 6) 그 이후 몇 차례의 논의가 있었지만, 법안이 제출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먼저 입법적 접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법제를 개선하는 것이 다(정민영, 2014). 첫째,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표현 또는 보도한 경우는 명예훼손으로 형 사처벌하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수가 진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을 범죄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의 정책이나 행태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 그와 관련한 정치적 풍자나 패러디까지 잠재적 처벌 대상이 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때 문이다. 둘째,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의 경우, 그것이 공직자의 직무에 관한 내용으로서 그러한 표현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한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 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표현만을 강요하는 경우 표현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 의 심과 그에 대한 해명 그리고 납득 또는 이해만이 사회적인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국가기관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매우 예외적인 경 우에만 허용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음 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기관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고 밝혔다. 넷째,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수사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표현의 자유 관점 또는 국가기관의 소송 제기 관점과 아울러 국가 또는 사회적 권력체의 소송 남용을 규제하는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재판에서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하여 김종서(2006: 42)는 봉쇄소송의 범주 에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나 논평을 이유로 한 소송을 포함시키더라도 기업의 소송제기를 통제 해야 한다는 점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영업 손실 등을 이유로 기업이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신 청하는 경우 또한 봉쇄소송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김종서, 2006: 42).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강자에게 소송은 부수적일 수 있지만, 약자에게 소송은 그 자체가 부담이기 때 문이다.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질화를 구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6) 야, 언론소송 남발방지 특별법추진, 문화일보 2003. 9. 17.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소송과 표현의 자유 23 Ⅴ. 맺음말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하여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문제를 간략하게 살펴 보았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 제7조 제1항).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은 신분을 보장 받으며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헌법 제7조 제2항).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 기 때문에 공무원은 국가의 이러한 의무를 수행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입법에 대한 의무를 국회의원이 진다. 설령 입법이 미비해도 집행부 공무원과 특히 사법부 법관은 인권의 존중 보호 충전 증진 의무를 헤아려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입법에 일차 적 책임이 있지만, 입법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일은 아니다. 이들 모두에 대한 인권교육이 필요 한 까닭이다. 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실적 능력이 이것에 미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교육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프 로그램 그리고 인권교육의 시행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로지 인권 적 관점에서 때로는 개별 사안에 대하여 때로는 제도적 대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또 다발적으 로 모든 국가기관에 대하여 인권적 권고를 해야 한다. 권고 자체가 인권교육이기 때문이다. 청 와대 비서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대처는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참고문헌 김종서(2006). 전략적 봉쇄소송 규제법제에 관한 연구. 민주법학 30. 11-47. 박경신(2011). 전략적 봉쇄소송 억제(Anti-SLAPP)법리의 미국민사소송제도 상의 환경에 대한 이해와 우 리나라에서의 적용가능성. 인하대학교 법학연구 14(3). 77-106. 배명일(2009).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적 측면에 있어서의 전략적 소송. 법학연구 19(3). 연세대학교 법학 연구소. 오동석(2010). 헌법학적 관점에서 국가명예에 대한 검토. 아주법학 4(1). 2010. 6. 251-271. 윤성옥(2007). 공인의 미디어 소송 특징과 국내 판결 경향에 대한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40. 전국언론노동조합(2014). 유신( 維 新 )과 군부독재시절의 적폐, 반드시 퇴치하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 명서. 2014. 5. 16. 정민영(2014). 유언비어 차단 이유로 의혹 제기 까지 막아선 안돼. 경향신문 2014. 6. 30. 경남도민일보 2014. 5. 29. 패소 확률 높지만 언론인 상대 소송 잦은 이유는. <http://www.idomin. com/news/articleview.html?idxno=448050>. 최근검색일: 2014. 6. 20. 오마이뉴스 2014. 5. 26. 청와대의 CBS 소송은 저급한 꼼수: [이영광의 거침없는 인터뷰 120] 언론노조 CBS지부 김상철 위원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 NTN_CD=A0001995250>. 최근검색일: 2014. 6. 20. 쿠키뉴스 2014. 5. 16. 전국언론노조 靑, CBS 8000만원 소송은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 <http:// 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008329492&cp=nv>. 최근검색 일: 2014. 6. 20. 헤럴드경제 2014. 6. 9. 윤두현(53) 신임 청와대 홍보수석, 허리 90도로 숙였다. <http://news. heraldcorp.com/view.php?ud=20140609000768&md=20140612010418_bk>. 최근검색일: 2014. 6. 23.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사례발표 언론에서의 표현의 자유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제혁 (KBS 기자) 이병남 (민언련 정책위원 / 언론학박사)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정제혁 (KBS 기자) 1. 공영방송은 중요한 복지제도이다! 민주주의의 원어인 democracy가 언제나 긍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1500 년대 영국에서 이 말은 폭도나 무질서의 근원으로 묘사되었고 거의 반역행위와 동의어로 사용 되었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저잣거리 장삼이사들의 자기 통치 능력과 실천적 지혜에 대해 철저 히 불신하여 온 왕정, 귀족정, 엘리트 지배 등의 비민주적 제도와 싸워 왔고 그 싸움은 지금도 양태를 조금 달리 하였을 뿐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한 정치인의 자제 분과 어떤 목사, 그리고 교수님의 부주의로 인해 그 속내를 들키고만 이 같은 비민주적 세계관은 사 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층에 적지 않게 퍼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기나긴 인류 역사의 여정을 회고하여 보면 민주주의는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 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제한적인 형태로나마 민주주의를 통해 부강한 해군력을 구축하여 지 중해를 제패하였던 그리스 아테네 공화정이후 18세기 불란서 혁명과 반동으로의 회귀, 미국 독 립전쟁 등을 거치고 20 세기 초 파시즘과 공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가 낳은 심대한 폐해를 겪 으면서 여하한 형태로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제도야 말로 생명력과 건강성을 갖춘 인본적 체제라는 데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는 큰 이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필수적 요소가 바로 표현의 자유 를 보장하는 일이다. 지금 이 나라에 표현의 자유는 여러 가지 형태로 침해당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이래로 정치권력은 인터넷 논객을 잡아 가두고 방송사에는 부적격자인 낙하산 사장들이 내려와 이를 반대하는 올 곧은 언론인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섰다. 여기에다 자본의 교묘한 언론 통제가 보다 노골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27
2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상당수 언 론사 내부에 패배주의적이고 무기력한 분위기가 퍼져 가고 기득권에 아부하는 출세지상주의자 와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정권이 구호로 삼는 비정상의 정상화 를 나 는 어느 때 부턴가 이 처럼 도처에서 목격되는 비정상의 현실들을 정상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은 문제 삼지 말자는 뜻은 아닌 가 착각 아닌 착각을 할 때가 많아졌다. 민주주의의 적들 열린 사회의 적들 은 공영방송을 증오한다.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진실 을 알게 되고 사리를 분명히 판단하고 똑똑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깨어 있는 국민들의 존재 는 이들의 기득권과 여론 조작을 위협한다. 요사이 공영방송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거 세지다 보니 공영방송이 이제 필요한가 하는 말까지 식자 층에서 나오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 다. 공영방송이 약화되고 나아가 없어지면 그것은 누구에게 득이 되는 일일까? 정치가 제 구실 을 못한다고 정치의 영역을 축소하자는 일각의 논리만큼이나 위험한 생각이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과 국민들에게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제대로 된 공영 방송을 하나 갖는 것은 의료보험제도나 무상교육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복지제도의 하나라고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공영방송이 제 구실을 못할 때마다 국민들이 애정을 갖고서 질책하고 비판하시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공영방송무용론이 퍼져나가는 것은 우리사회에 암덩어리가 퍼져나가는 것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뉴스가 제 구실을 하지 않고 침묵하면 최근 부적격 인물들로 논란을 부르고 있는 공직 후보자들 대부분이 별다른 검증 없이 출세 길을 달리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힘이 빠진 공영방송 을 보고 서 좋아할 사람들은 바로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이 약화되면 득을 볼 무리들 다시 말해 열린 사회의 적들 이자 민주주의의 적들 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결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까지 황폐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7년부터 영국서 2년간 공부할 기회가 있었을 때 정말 BBC를 열심히 보고 또 보고 부지런히 자료도 모으면서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했었다. 과연 명불 허전이었다. 영국에서 당장 한국으로 들여오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BBC라고 대답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KBS를 그렇게 만들겠다는 평생의 꿈을 꾸게 되었다.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29 세계적인 대형 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후 뉴욕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 무렵 영 국도 국가 부도의 심각한 위험에 처한 시기였다. 파산자가 속출하고 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렸 으며 경기 위축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었다. 집을 은행에 저당 잡히고 거리로 나 앉는 사람, 내 주위의 이웃들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때였다. 그때 BBC의 놀라운 힘을 보았다. 뉴스와 다큐멘터리, 토론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장르를 불문하고 모두 힘들어 하는 영국민들의 삶을 염려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하는 데 전력을 경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왜 이 같은 경제 적 위기가 도래하였는지 그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도 최상급의 깊이 있는 정보가 이해가 쉬운 형태로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질적으로는 물론 양적으로도 매우 풍부한 지식과 정보였 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잘 계몽된 시민의 존재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살과 피와 도 같을 것인데 그처럼 깨어있는 국민들은 BBC와 같은 양질의 공영방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 나는 생각한다. 2. 지난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가 남긴 것 세월호 참사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지워져서는 안 될 깊은 상처 와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안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삶도 세월호 전과 후로 구분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는 전혀 달라진 삶을 살아야만 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였다. 그것은 우 리 사회 도처에 운항하는 또 다른 세월호 들을 이제 더 이상 비겁하게 침묵으로 용납함으로써 내 자신 현실과 타협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것만이 그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많 은 희생자들 앞에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과의 길이라서 더욱 그렇다. 앞으로 평생 그 아픔과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지 말 것을 우리 사회에 제안한다. 섣불리 치유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을 만큼 이 사건의 충격은 그 정도나 규모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이 다. 세월호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영혼들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에 그동안 질식해 가던 KBS 기자들의 양심이 응답하면서 KBS에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우리 스스로도 믿기 힘든 기회가 지 금 찾아 왔다고 나는 믿는다.
30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이번 KBS 길환영 사장이 해임되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큰 동력은 기자들 내면 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정언 명령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두고 이런 저런 냉소적 평가의 소리 도 들려오고 그것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하더라도 그것은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이 라고 생각한다. 맹자의 성선설 가운데 부끄럼을 아는 그 마음, 수오지심( 羞 惡 之 心 )의 발동 아 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우물가에 다가가 빠지기 직전인 젖먹이를 그냥 눈뜨고 지켜만 보고 있 을 수는 없는 그 마음, 불인지심( 不 忍 之 心 )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그동안 숨죽여온 KBS 인들이 그처럼 한 목소리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게 만든 불가사의한 동력이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려 여의도 사옥을 찾았 을 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였다. KBS의 사과를 받지 못한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로 향한 다음날 오전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고 그 당시의 모든 정황은 청와대 측이 길환영 사장을 통해 보도국장을 물러나게 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준우 당시 정무 수석이 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무심코 이 사실을 털어 놓으면서 KBS 기자사회는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공영방송 보도 책임자의 인사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사실을 스스로 시 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장의 사표제출 요구에 그동안 길사장과 한 배를 탔던 보도국장은 기자회견 도중 보직을 사퇴하면서 사장의 부당한 보도 간섭 사실을 전격적으로 폭로하면서 사 장 퇴진을 요구하였다. 며칠 뒤 기자 총회가 급히 소집되었고 이 자리에서 전 보도 국장의 2차 폭로가 아주 구체적 으로 이뤄졌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기자들은 마치 감전된 듯 할 말을 잃었다. 사장이 보 도국장 더러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하며 이건 대통령의 뜻이다, 거부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눈물까지 흘리더라는 참담한 이야기였다. 그 순간 떨리던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 다. 여기서 당시 보도 국장의 말을 직접 인용한다. 그동안 보도 책임자로서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배님들에게 용서를 빌겠습니다. (중략)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어디 가서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제 자 신도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이 사람이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언론기관인가 하는 자 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31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KBS 9시 뉴스는 대통령 관련 사안은 프로그램 시작 20분 내에 소 화해야 한다는 길 사장의 원칙 아닌 원칙이 있었으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관련 보도의 숫자 이른바 꼭지 늘리기를 위해 정치부장 등 수뇌부가 몸살을 앓았다고 털어 놓았다. 정치부 문의 경우 허니문 기간이 1년을 제외하고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털어 놓았 다. 자기 검열이 작용해 정치부에서 아예 비판 기사를 안 올리고 올라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비판 기사를 뺄 필요조차 없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사장의 개입은 정치 아이템 에 집중되었다. 여당의 모 의원이 TV에서 이야기한 날은 반드시 전화가 왔다. 어떤 이유로든 그 아이템 소화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면 야당 목소리하고 섞어서라도 내보냈다. 그가 누구인 지는 잘 알 것이고 우리 뉴스에서 화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 누군지 헤아려 보면 알 것이 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리포트의 순서를 뒤로 내리도록 지시했다. 윤 창중 성추행 파문 당시 톱뉴스로 올리지 말 것을 사장이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해경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사장의 요구가 있었고 이 같은 요 구가 제대로 반영 안 되자 5월 5일 사장이 처음으로 직접 본부장실에 내려와 보도 본부장, 국 장, 편집주간, 취재 주간 4인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직접 해경 비판 중단을 지시하였다는 내용이 었다. 당시 9시 뉴스에 해경 비판 아이템이 올라가 있었고 당일 담당 기자와 관련자들의 전언 에 따르면 그날 따라 영문을 모르게 오전에 이미 데스크가 승인해 확정된 원고가 오후에 뒤집 어지는 과정에서 해경 비판 부분이 삭제되었다. 물론 이 부분도 정홍원 총리의 국회 답변 과정 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전 보도 국장이 기자 협회에 넘겨 준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일지 는 세월호 침몰 이후 5월 1일부터 5월 8일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을 다룬 내용이었지만 그 개입의 부당성과 집요함에서 기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전 보도국장은 이 기간 동안의 몇 건의 사 례를 토대로 자신이 국장으로 재임한 일 년 반 동안 저간의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면 되겠다고 까지 말하였다. 그 같은 부당한 윗선의 부당한 보도 개입이 시종일관 일상적인 수준으로 이루 어져왔음을 공영방송 보도의 총 책임자가 직접 양심 선언한 것이다.
32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그 당시 KBS 기자 사회의 충격을 말하자면 말과 글로도 다 담기 어렵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충격적인 보도 개입과 외압의 실상을 알게 된 이상 행동으로 떨쳐 일어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어떠한 불가항력이었다. 사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고 또 사측과의 싸움에서 패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이유가 되 지 못하였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투표를 통해 제작거부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보도본부 팀장단과 부장단이 뜻을 모아 보직을 사퇴하고 제작 거부에 동참한 것이다. 공사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초유의 사건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부 비 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간의 뉴스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들 로부터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같은 팀장과 부 장들의 전례가 없는 집단 의사 표시가 사장 퇴진이라는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같은 어려운 결단이 기자로서 일말의 마지막 자존심은 차마 저버릴 수 없다는 양심의 발로였다고 믿고 있다. 9시 뉴스 최영철 앵커, 뉴스라인 이영현 앵커 를 비롯한 주요 뉴스 진행자들도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앵커석에서 내려와 동참하였다. 그 뒤 기자와 피디, 경영직군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속 속 보직 국장 등 간부들의 사퇴가 이어졌고 이들도 사장 퇴진 요구에 동참하였다. 길환영 사장은 점 점 고립무원이 되었다. 기자협회가 선봉에 서고 피디 협회도 화답하였으며 이어서 그동안 직종간 입장과 노선 차이 로 공동 투쟁을 벌이지 못했던 KBS의 양대 노조가 회의적 관측을 뒤엎고 함께 파업에 돌입하 여 길환영 사장과 이사회를 압박하였다. 이사회는 한 차례 결정을 미룬 끝에 6월 5일 저녁 마 침내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7대 4로 표결하였다. 해임 사유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일 수밖에 없는 보도의 공정성 훼손 사실은 끝내 삭제되어야만 하였다. 청와대에 행여라도 누가 될 결정은 피하고 싶었던 이사회의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사원들이 마음을 모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앞장서 훼손한 부적격 사장을 쫓아낸 것은 한국방송 더 나아가 한국 언론사와 세계 언론사 교과서에 기록될 일대 사 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KBS는 지금 아주 작은, 정말 작은 출발점에 서 있다. 공 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립하고 공정방송을 제대로 구현해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까지 우리 앞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33 에 놓인 첩첩으로 가로 막힌 험난한 산봉우리를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기자들의 제작 거부 투쟁의 와중에 길환영 당시 사장이 지역으로 보복 인사 발령 을 낸 부장 6인은 사장 해임이후에도 곧바로 보도국에 복귀하지 못하다 지금 겨우 정식 부장이 아닌 상태 에서 부장 역할만을 수행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사장 해임 이후 공영방송의 독 립성과 보도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내부 제도를 개혁하고 정비해야 될 마당에 현 부사장 대행 체제는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구체제의 복귀 시도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급변하는 사태의 와중에 형성된 불안정한 힘의 공백 상태에서는 모두의 들뜬 희망에도 불구하고 앙시앵 레짐 이 더 퇴행적이고 폭압적인 형태로 귀환함으로써 허무한 결말을 맺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부르봉 왕가의 왕정복고로 이어졌던 과거 불란서 혁명과 불행했던 한국의 현대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길환영 사장체 제에서 이뤄진 그간의 문제적 상황에 직간접으로 책임져야할 인사들은 지금껏 제대로 사과 한 마디 없다. 이 사람들은 과도 체제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자리를 보전한 채로 아래로부터 끌어 오르는 개혁의 요구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저항하는가 하면 신임사장으로 누가 올지에 안테 나를 높이 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국민의 방송 KBS가 되기 위한 선결 과제 KBS의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이 그동안 서서히 망가진 이유는 아주 복합적일 것이다. 그러나 크게 내부의 불철저함, 타협과 순응 그리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의 고리를 끊지 못한 탓일 것이 다. 그래서 대책 마련도 내적 자율성 측면과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두 가지 전선에서 동시 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내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인적 쇄신에 나서는 일환으로써 보도 국장 등 뉴스와 시사프로 그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장급 간부들에 대한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인사 제도가 확립되어야만 한다. 이에 대해서 보도국장 등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주요 국장들에 대한 임명 동의제, 직선제, 임기 중간 평가제 등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과거 문제로 노사간
3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결국 도입이 무산됐고 이번에도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보도본부에는 지금 뉴스개선 태스크포스 가 구성돼 앞으로 그동안의 잘못된 뉴스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보다 충실한 뉴스를 취재하고 편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자들이 지혜 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일 뉴스의 흐름과 배치를 결정하는 부장급 이상 간부회의에 복 수의 평기자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KBS 기자 사회 내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방송법상의 편성규약에 따라 구성된 보도위원회의 운영세칙도 보도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방향으로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장선상에서 뉴스가 나간 뒤 전일 뉴스 편집의 성적표와 개선점을 논의하는 뉴스 편집 사후평가제 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 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보도를 위한 이 같은 내부 제도 마련은 앞으로 어떠한 사장이 오든지 간에 흔들리지 않을 보도본부 스스로의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기자 들이 사장 선임에는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니 그 대신 앞으로 최악의 경우 그 어떠한 함량 미달 의 부적격자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이에 저항하고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 낼 수 있도록 보도본부 자체 체력을 강화하고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내부 제도를 확립하겠다는 의도이다. 공정한 보도본부 인사 시스템의 확립도 꼭 필요한 선결 과제이다. 전 보도국장의 2차 폭로에 서도 확인되었지만 청와대 모 인사가 특정 기자를 청와대에 발령 내 줄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대 노조 가운데 교섭대표 노조인 KBS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 시 길환영 사장이 특정 기자를 특파원으로 발령 내기 위한 목적으로 무리한 해외 지국 폐쇄 조 정을 강행해 회사에 수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비판하였다. 그런가 하면 KBS 진품 명품과 시 사 프로그램 등의 진행자 선정 또는 교체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석연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잡음이 잇따랐다. 평소 문제적 행동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신을 보여 온 인물들이 승승장구 중용되고 목소리 를 높이는 조직에서 제대로 된 공영방송 종사자로서의 윤리의식과 전문직주의가 싹틀 수 있겠 는가. 조직의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인사과정의 불공정과 반칙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외압 여부 등 그간의 잘못된 인사의 진상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려내야 하고 합리적인 제도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35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단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신임 사장을 제대로 뽑는 것 이다. 기가 막힌 것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KBS 사장은 앞으로 국 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데 이 같은 개정안이 불과 얼마 뒤인 8월 말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현 이사회는 사장 궐위 시 30일 내에 후임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법 조문을 근거로 사장 선임을 서두르고 있고 특히 상당수 이사들이 특별 다수제와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안에 대해서 불법성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해임된 길환영 사장을 뽑았던 정확히 그 방식대로 후임사장을 뽑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와 관련해 사장 선임을 위해서 이사회가 현행 과반수 표결이 아니라 더 많은 찬성표를 받 아야 하는 이른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KBS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 피디협회 그리 고 진보와 보수 언론 학자를 막론하고 대체로 이견이 없다. 어느 한 정파에 치우쳐서는 안 될 공영방송사의 수장을 뽑는 데 현행 방식으로는 여당 추천을 받은 다수 이사들의 찬성표만으로 도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별 다수제로 바꾸면 야당 이사 적어도 한 명의 찬성표를 받아야 사장 선임이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야당 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 는 편향된 인물이나 부적격자가 걸러질 수 있으며 여당 측 이사들도 야당 측 이사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특별다수제를 이사회 정관 정도가 아니 라 아예 방송법 조문에 포함 시키도록 국회에 입법 청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 되고 있다. 장차 KBS 이사회의 이사 추천을 지금의 여야 7대 4 구조에서 아예 여야 동수로 변경하자는 일 부 언론 학계의 의견도 경청할 만한 대안이다. 시민사회와 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 방식도 고려해 볼만 하다. 그러나 과거 김인규 KBS 사장 선임 당시 전례를 보면 단수 추천이 아닌 복수 추천을 할 경우 문제적 인물을 완전히 걸러 내지는 못한다는 회의적인 평가를 낳기도 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 에 대해서도 폭 넓은 논의가 이루어져 바람직한 대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가령 사장추 천위원회에서 특별 다수제를 통해 단수로 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서 다시 만 장일치로 사장을 뽑는 방식을 제도화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언론학자도 있다.
36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방송법상 현업 실무진의 제작 자율성 보장에 대해서도 보다 규정과 조문이 정비되고 명료해 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규정과 법리 논란 등에 대해서는 이 문제 에 정통한 국내외의 법률가와 언론학자들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서 보다 개선된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990년을 전후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방송의 정부 편향성을 극복하자 는 언론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였고 이에 따라 KBS의 경우 노사 간의 단체 협약으로 공 정방송위원회 가 설치되었었다. 이후 1999년 7월 방송 3사 노조가 오스트리아와 독일이 언론 종사자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 기 위한 제도로서 도입하고 있는 편성규약을 새 방송법에 넣자고 요구하며 연대 파업을 벌이기 도 하였다. 마침내 2000년 3월 13일 통합 방송법이 시행되면서 언론의 내적 자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편성규약 제도를 명문화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르면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 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방송법의 편성규약 제도는 간부진의 위계적인 일방적 지시권을 제한하여 직접 방 송제작에 참여하는 실무진의 양심을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기자나 피디 등 실무진이 간부 직원의 업무 지시에 대해 자신의 양심에 반한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지시된 작업을 거부 할 수 있고 그 거부에 관해서는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양심의 기준으로는 개인의 원칙의 문제에 관한 확신 다시 말해 정치적, 세계관적, 도덕적, 경제적, 신앙적 또는 예술적 영 역에서 주요한 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그 실현 필요성에 대한 믿음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사형제도의 폐지를 신념으로 하는 기자는 사형제도의 재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사의 작성을 거부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저널리즘적 직업윤리에 반하는 경우 그러니까 진실성에 관하여 충 분히 심사되지 않거나 일방적인 보도가 되는 경우, 선정적 동기에서 부당하게 개인의 사적 영 역을 다루는 기사, 또는 언론 윤리에 위반되는 기사 등을 작성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이를 거 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방송법은 언론 종사자의 내적 자유 보장을 위한 검증된 장치인 편성규약 을 도입한 것까지는 진일보 하였으나 그 이념이라고 할 만한 언론 실무 종사자의 양심의 자유
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와 바로 선 공영방송 의 조건 37 를 보호한다는 법의 정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더불 어서 언론 현장에서 취재 제작 실무진과 데스크들의 이견이 끝까지 첨예하게 맞서는 경우 이에 대한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4. 글을 맺으며 오늘 이 자리가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자리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공영 방송사 종사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일이야 말로 한국 국민들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최전선이요 그 척도라 는 생각을 해 본다. 정권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할 때 언제나 가장 처음으로 규제의 고삐를 죄어 오는 곳이 언론사 그 중에서도 공영방송 KBS가 아닌가 생각한다. KBS 내부에 자 유의 공기가 희박해 질 때 우리 사회 전체 자유의 총량도 틀림없이 줄어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KBS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않으셨으면 하고 간곡히 당부 드린다. 내 집에 난 불이 라고 생각하시기까지 바라긴 어려워도 옆집에 난 불 정도로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KBS 내의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열심히 불을 끄겠다. 중학생 시절 열 살이나 많은 누님 서가에서 오래 된 시집을 발견한 일이 있다. 시인 김수영 이 윤화를 당해 비명에 간 뒤 한 출판사에서 펴낸 거대한 뿌리 라는 시 선집을 지금도 고이 간 직하고 있다. 김수영은 시도 훌륭하지만 그가 당시로서는 드문 일급 산문가였다는 사실을 기억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수영 문학 세계의 중요한 모티브는 자유 였다. 그가 4.19이후 장면 정권하에서 발표한 창 작 자유의 조건 이란 에세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승만 정권 때 일이다. 한국에 언론자유가 있다고 봅니까? 이만하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라고 대답하던 한 여류 문인의 말에 내심 어찌 나 분개 하였던지 3, 4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서두를 연 뒤 다음과 같은 사상을 피력 한다. 적어도 언론 자유에 있어서는 <이만하면>이란 중간사( 中 間 辭 )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학가에게는 언론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둘 중의 하나가 있을 뿐 <이만하면 언론자 유가 있다고> 본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그 자신이 시인도 문학자도 아니라는 말밖에는 아니 된 다는 주장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8할의 창작 자유가 있었지만 장 정권 하에서는 9할의 자유가
3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있으나 얼마나 나아졌느냐는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수영 시인은 당시 한국사회의 상상력과 꿈의 고갈과 위축을 통렬히 경고하였다. 수 년 전 영화 공작부인 (The duchess)라는 영화를 보다 한 장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영국 데번셔 공작부인 조재이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 공작부인은 당시 진보 노선의 휘그 당 정치인 에드워드 폭스와 선거권 확대 범위에 대해 논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폭스: 우리 휘그당은 선거권이 좀 더 확대 되도록 공작부인(조재이너): 모든 사람들에게요? 폭스: 천만에요.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거권이 확대되도록 하자는 거죠. 그러니까 이른바 적당한 선에서의 자유 죠 (freedom in moderation). 공작부인: 적당한 자유 라고 방금 말하셨나요? (freedom in moderation?) 나라면 그런 애매모호한 주장에는 한 표도 주지 않을 것 같아요. 무릇 사람이란 자유롭거 나 자유롭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죠. 자유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것이에요. 어쨌거나 사람 이란 적당히 죽을 수도 없고 적당히 사랑받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적당히 자유로울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언제나 자유는 자유롭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어느 하나일 수밖 에 없답니다. (I dare say I would not spend my vote on so vague a statement. Either one is free or one is not, the concept of freedom is an absolute. After all, one cannot be moderately dead, moderately loved, or moderately free. It must always remain a matter of either or.) 시인 김수영의 절창이나 영화 속 공작부인의 웅변처럼 자유의 절대성, 0.0001%의 불순이라 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순도 높은 자유에 대한 염원과 의지가 과연 한국 사회에 지금 숨 쉬고 있는지 저를 포함해서 함께 성찰해 보기를 희망하면서 부족한 발제를 마치고자 한다.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이병남 (민언련 정책위원 / 언론학박사) 1. 공영방송의 언론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보장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전과 인간의 존엄을 유지시켜 주며, 국민주 권을 실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언론의 자유는 단순히 자기의 가치판단에 따른 견해를 표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보도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는 어떠한 형 태의 인신구속, 사전검열, 입법조치, 도청 등을 할 수 없으며, 특히 현행헌법에서도 언론 출판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허가나 검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열( 檢 閱 )이라 함은 사상이나 정보의 발표 이전에 국가기관(특히 행정부)에 의하여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일정한 사상표현을 저 지하는 제도이다.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 출판의 자유는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소극적 자유권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정보의 수집과 처리, 유통까지를 포괄하는 정보의 자유(알 권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언론의 자유의 목적은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구성원들간의 지속 적인 논쟁을 가능하게 하며,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집단, 특히 자본권력에 의해 여론이 조종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본래 언론기관이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하기 위해서는 설립의 자유와 경영의 자유 그리고 외부 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취재, 보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주로 국가기관 등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언론기관의 외적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편집권의 독립 즉 언론기관의 편집이나 사주 내지 경영 주로부터 독립하여 보도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는 언론기관의 내부에서의 자유라는 성 격을 지니기 때문에 언론기관의 내적 자유라 할 수 있다. 특히, 권력과 자본, 언론이 야합을 통해 그들의 지배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 서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자유,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 39
40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며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감 시가 보장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수 있다. 언론의 독립성은 언론이 구조적, 기능적으로 외부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론의 자유는 무엇보다 언론기관의 독립성을 전제한다. 언론기관의 독 립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언론기관을 통한 정보제공 또한 은폐되거나 왜곡된다. 그러므로 정치 권력이나 경제권력(자본)의 영향을 받는 기관은 진실을 제대로 보도할 수 없고 공정한 논평과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론기관의 독립은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전제조건 이다. 매스미디어에 의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과 관련되는 강한 공적인 기능을 가진다. 따 라서 언론의 자유는 사적인 개인의 자율성이라는 관점보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공영방송사의 사장교체는 인사권을 통해 간접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하 는 단적인 예이다. 그러므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언론의 외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언론의 내적 자유 역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은 다양한 정보와 민주적인 소통공간을 제공하는 민주적 여론형성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유료방송이나 사영방송이 만들지 못하는 프로그램 등 서비스 를 제고함으로써 다양한 성격의 지식과 정보, 오락을 공급하는 문화적 기능과 방송의 시장실패 에 대한 대안기능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은 사영방송이 추구하지 못하는 공익 등의 사회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영방송은 권력과 자본에 의한 방송장악의 시도, 규제기구의 정치적 예속, 이념공세 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로 방송사 의 사장과 임원을 교체하고 프로그램의 내용을 통제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해 가는 과정에서 보듯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KBS의 길환영 사장 해임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공영방송이 1차적으로 언론사 내부에서의 검열과 언론 자유 침해와 정부로부터의 침해가 이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41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사에 의해 정보가 통제되고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전달하 는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2. 공영방송의 언론자유 훼손사례 <사례 1> 같은 날 보도국장의 입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하며 보도의 독립성을 훼손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 였다. 길환영 사장을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 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보도개입의 예로 윤 창중 사건도 언급했다. 사사건건 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추론이 가능하 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 다른 사례에 혹 세월호 참사 보도 라도 포함돼 있다면 도대체 그 뒷감당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통령은 정무수석 즉각 해임하고 KBS 보도 외압 실체를 밝혀라 이번 사태를 통해 청와대가 KBS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무수 석이라는 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KBS에 부탁을 해서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사퇴했다 고 떠들어댔다. 그건 부탁이었나, 지시였 나? 그리고 누가 했나 정무수석인가, 비서실장인가, 아니면 대통령인가. (5월 11일 KBS 노동 조합 성명서) <사례 2> 사장과 고위 간부들의 인사권은 직원들의 부서 배치, 승진, 보직 임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물론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공개된 기준과 원칙,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인사권이 행사 돼야 한다. 하지만 관료적 문화가 팽배하고 계서적 통제가 일상화된 조직에서는 선택과 배제 의 논리 에 의해 조직 내에서 살아남으려는 충성경쟁이 한층 가열되게 마련이다. 여기서 생겨 나는 또 다른 문제가 내재화( 內 在 化 ; internalization)와 자기검열이다. 즉, 내부 구성원들이 오도된 조직논리에 동화되면서 지시 이전에 스스로 알아서 윗사람의 의도에 따라 행동하게
42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된다. 이렇게 되면, 방송사 조직 내부의 제작 자율성이나 직업적 저항성은 극도로 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자기파괴적 내적 통제의 완결성을 갖게 된 관제사장 하의 KBS 의 실상이었다.(6월 14일, 미디어오늘) <사례 3> KBS에서 <심야토론>, <추적 60분> 책임프로듀서(CP)인 장영주 CP가 3일 밤 사내게시판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시사프로그램 개입을 폭로했다. 장 CP는 어디에선가 컨펌 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 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 며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 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 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다 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의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다 며 그 개입의 결과로 미묘 한 이익을 얻는 곳이 야당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 말했다. 장 CP는 심야토론의 시청률은 바닥을 헤매고 토론은 교묘히 형평을 잃도록 유도되고 있다 고 느꼈다 며 여론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고 심지어 야당이 왜 이런 토론에 응하 는 지가 궁금할 때도 있었다 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유지될 바에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 록 심야토론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까지 했다 고 말했다. 장 CP는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은 본관 6층, 사장이었다 며 내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 서를 맡고 있던 작년 초 세 달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어 지 금도 당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던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두 번째는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TV쇼 진품명품>의 진행자 교체 건이다. 장 CP는 김동우 아나운서의 투입은 길 사장이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한 신호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장 CP 는 공방위에서는 사측위원장 이하 그 누구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MC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노조의 교체 주장에 수세적으로 방어하느라 급급했다 고 말했다. 세 번째는 지난해 <추적 60분>이 방송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이다. 당시 <추적 60분> 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KBS는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지난 3월 돌연 취소해 제작진의 반발을 샀다. 장 CP는 그 지시를 내린 주체가 길환영 사장이 라고 주장했다. 장 CP는 1 2심 법원에서 간첩혐의가 무죄판결이 났고, 담당 변호사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공영방송사의 언론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43 했던 행정소송건, 행정심판이라도 갔으면 해서 모든 준비를 다 했는데 사장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며 이후 누가 사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무산되었다는 발언을 했느냐를 가지고 그 발설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다 고 말했다. 장 CP는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KBS가 잘못된 보도를 했다는 것 으로 공식화되는데 그 KBS의 손해를 감수하라고 한 것 이라며 KBS의 손해를 감수하고 얻을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지금도 알지 못하겠다 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 정도의 건은 비일비재 했기에 예로 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 라고 말했다.(미디어오늘, 6월 4일) <사례 4>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를 통해 이런 비판은 정당성을 갖게 됐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사장 이 정치 보도에 있어서는 개입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정치 부분은 통계를 봐도 금방 아는데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며 새로 정부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을 자제했고 허니문이 끝나고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 비판도 내 기억에 한 차례 라며 마찬가 지로 민주당도 비판 못했다 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 며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 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며 이른바 꼭지 늘리기 고민 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여당 모 의원이 TV에서 얘기하는 날은 반드시 전화가 왔다 며 어떤 이유가 있든 그 아이템을 소화해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야당과 섞어서라도 해라 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사장의 개입이 다른 부분에 거의 없었는데. 국정원 수사에는 일부 있었다 며 순서를 좀 내리라던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 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개입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여기에는 이 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쪽에서는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 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 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에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보
4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도본부장실을 방문해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고 주장했다.(5월 22일, 미디어오늘) <사례 5> 지난 21일 안전관리실 직원은 KBS 신관 4층 디지털뉴스국을 찾아와 하루 전인 20일 KBS <뉴스9>에서 방송된 국정원 관련 단독보도 를 인터넷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보도본부 디지털뉴스 담당 기자는 안전관리실 직원의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디지털뉴 스 국장이 사무실로 와서 해당 기사를 KBS인터넷뉴스 홈페이지 헤드라인에서 내릴 것을 지 시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관리실 직원이 삭제를 요구한 뉴스는 심리전단 파트 12개 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정치와 관련된 댓글 작업을 했던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모두 12개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는 내 용이다. (2013년 8월 24일, 미디어오늘) 3. 대안은 없는가?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방송통 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국회의 교섭단체비 율에 따라 배정하거나 더 좋은 방식은 각 사회, 문화, 종교단체 등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하 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이나 임원 선임에서 특정 정파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확립하여야 한다. 방송 등 언론의 내용통제인 심의는 정파적 통제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공정성심의가 비판세력을 목소리를 억제하여 불공정한 정치검열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법률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 많은 언론인들이 정론직필을 통해 국가권력 및 자본에 대항하고 있다. 저널리즘이 민주주의 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사례발표 표현의 자유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보장현황과 문제점 함수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정민영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건정성을 판단하는 척도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건정성을 판단하는 척도 함수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표현의 자유와 그 사회적 가치 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게 보장이 될 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이 되고, 예술은 풍부한 가치와 의미들을 생산해 내어 사회에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최근 필자가 겪은 사례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현시점을 되짚어 보고, 우리나라 의 표현의 자유의 자유를 찾을 방안 및 대책을 모색해보자. [사례] 정치풍자 작품의 스티커 부착에서 검찰조사까지 2014년 5월 14일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으로 알고 지내던 정치풍자 팝아티스트 이하작 가의 풍자 스티커 부착과 관련, 자원봉사자 모집 공지글이 페이스북에 게시되었다. 지금까지 보 여준 방법으로는 포스터 및 광고지 형태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스티커로 그 형식이 바뀌어 희망 하는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참여성이 높아져 참여를 결심하였다. 그렇게 이하 작가에게 참여의사를 밝혔고, 5월 20일 해당 풍자 스티커의 작가인 이하 작가로 부터 풍자 스티커를 받고, 외출하면서 몇장의 스티커를 지참하여 건널목 가로등에 3장을 부착 하였다. 부착 후 얼마지나지 않아 지나가는 행인이나 환경미화원에 의해 스티커가 훼손되는 광 경을 목격하였고, 스티커 부착을 잠시 멈추었다. 시간적으로 자정이 넘은 21일 새벽 1시경 주 변 산책을 나오면서 스티커가 생각나 주변 가로등에 19장을 부착하고 귀가하였다. 그리고 이날 낮에는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았고, 다시 자정이 넘은 22일, 잠시 뒷마당에 나왔는데 집으로 들 어오는 골목길 진입로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평소 못보던 차량이 집앞에 주차되어 있고, 해당 차량에 남성 두명이 타고 있는걸 목격하였다. 약 3분의 시간동안 몇 번 눈이 마주쳤고, 해당 차 량의 탑승자는 시선을 회피하다 차량을 슬금슬금 이동하기 시작하더니 집앞 대문 앞에서 해당 차량이 정차하여 동태를 파악하는걸 목격하였고, 그 순간 잠복수사란걸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47
4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그로부터 몇시간 뒤인 오전 이른시간에 옆집과 윗집등을 다니며 경찰관이 탐문수사 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오, 몸살로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환기를 위해 창문을 반쯤 열었는데 집 옆의 개인 주차장에서 또 못보던 차량이 주차해 있고, 거동수상자가 서 있는걸 발 견하였다. 창문을 이용해 비스듬히 주시를 하였고, 몇 번 눈이 마주치자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 을 꺼내 전화하는 척하며 다시 주시하는데 몇번 눈이 마주치자 이번엔 자리를 회피하여 근처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량에 몸을 숨겼다. 여기에서 임의동행하러 왔다는걸 알았고, 화장실에 가 자 이번엔 4명의 사복경찰들이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에서 동태를 파악하였고 있었다.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도 이 4명의 사복경찰들과 몇번 눈이 마주쳤고,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그제서야 대문을 통해 들어와 스티커 부착여부를 물으며 남은 스티커를 증거사진을 위해 보여주길 권하 였다. 그리곤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위반이므로 잠시 경찰서에 가자고 하였고, 임의동행하는 것 이냐고 물었다. 나는 임의동행을 요청하더라도 임의동행 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였는지 물었 고, 영장도 없이 와서 임의동행에 임하기엔 임의동행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니 법원에서 정식으 로 발부 받은 영장을 발부 받아 오던지 출석통지서를 보내달라고 하였다. 아울러 어젯밤에도 다녀가고, 아침에 탐문수사도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같이 온 경찰중 한명으 로부터 그렇다. 라고 답변을 들었으며 잠복수사 나왔던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잠시 마 당에서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실랑이를 하였지만 해당 경찰관은 영장을 발부 받는데 2~3 일정도 걸리고, 그러면 유치장에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고, 간단한 조사인데 무슨 영장까 지 발부 받느냐는 답변을 들었다. 잠시 생각하다 어차피 받게되는 조사여서 임의동행에 임하기 로 하였다. 동행한 후엔 경찰서에서 간단한 신분확인을 시작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상식적인 질 문들이 대다수였지만 부착 사유 및 선거와 관련하여 붙인게 아니냐는 질문이 조금 색달랐다. 그렇게 경찰조사를 마쳤고, 경범죄 처벌로 즉결심판에 회부될 줄 알았는데 6월 9일 검찰로부 터 출석요구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6월 10일 검찰청 강릉지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데 역시 스티커 부착 사유, 선거관련, 아울러 검찰측에서 멋대로 해석한 스티커 내용의 질문에 유도심문 을 받았다. 해당 질문은 박근혜 대통령 앞의 가장 큰 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고, 주변에 있는 개들은 참모진, 뒤에 배는 세월호가 아니냐는 유도심문을 받았고, 나는 작품의 해석에는 답이 없는지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답은 없으니까요. 라고 답변하였다. 그렇게 약 2시간의 조 사를 받고, 귀가하였다. 검찰측에서는 처벌로 벌금이 부과될거라는 답변과 함께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건정성을 판단하는 척도 49 사례를 겪으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건 역시 표현의 자유, 인권 침해, 여전히 멋대 로 자행되어 지고 있는 법률적 제단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을 검토하다 여 의치 않자 옥외 광고물등 관리법 위반으로 입건 시켰다. 옥외 광고물등 관리법은 상업광고의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인걸로 아는데 풍자 스티커를 광고로 적용한것 역시 석연치 않다. 또한 스티커가 발견된 헌옷 수거함엔 필자가 붙인 풍자 스티커 외에 다른 상업 광고가 이전부터 버젓이 붙어져 있었다. 같은 현장에서 발견된 그들이 말하는 옥외광고등 관리법 위반 이라면 해당 상업 스티커도 같은 법률을 적용하여 입건 시켰어야 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았으 니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에 표적수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덧붙여 경찰 관계 자는 기자와의 잠복수사 여부에 대해 피의자가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는지 확인하려고 했을뿐이 란 비물리적인 방패를 쳤다. 자정이 넘은 시각 필자가 잠복수사 차량을 먼저 발견하였고, 차량 이 주차되어 있던 곳은 가로등 가시거리에 있는 곳이었고, 필자는 불빛이 없는 곳이었으며 사 선으로 대략 20미터의 거리에 있었다. 상식적으로 그들은 내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없다. 또한 몇시간 뒤 그들은 필자의 집주변에 탐문수사를 나왔다. 여러모로 어패가 맞지않는 궁색한 변명 일색의 수사행위이다. 수사에 있어서는 경찰이나 검찰이나 입건 시키기 위한 법률의 제단으로 표적수사임을 지울 수 없다. 위법사항이 가로등에 스티커 붙이면 안된다고 옥외 광고물등 관리법 위반으로 입건시 켜서는 부착 사유 및 멋대로 해석한 스티커의 내용을 유도심문한다. 마지막으로 과연 정치풍자 스티커를 부착한 것으로 수사권 발휘에 권력에 대한 과도한 충성 을 위한 무리한 입건이 우리나라 현 표현의 자유의 실정임에는 틀림없다.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정민영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1. 들어가며: 이하 작가에 대한 무죄판결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가 정치인 풍자 포스터를 붙였다가 공직선 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일이 있었다. 이하 작가에 대한 주된 기소사실은 2012년 6월 박근혜 당 시 대통령 후보가 백설공주 옷을 입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사과를 들고 있는 모 습의 포스터를 그려 부산 시내 일대에 붙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3년 10월 국민참여재판으 로 진행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작가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역시 이번 사건의 벽보는 특별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맞춰 기획 제작된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호감 또는 비호감을 표현한 것인지 불분명해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며 정치인을 소재로 한 예술창작 표현물에 불과하다 고 무 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적 인물(public figure)에 대한 풍자, 비판 등을 이유로 수사를 받거나 민 사소송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문제로 불거진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이하 작가 사건에서처럼 대 체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거나 표현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마무리됐 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당사자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물적 정신적 고통을 받아야 했다.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에 있어 상당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2. 공적 인물과 관련한 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기준들 (1) 헌법재판소 2013. 12. 26. 자 2009헌마747 결정 명예훼손적 표현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 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의 여부에 따라 헌법적 심사기준에는 차 이가 있어야 하고,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51
52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한다. 다만, 공인 내지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일상적인 수준으로 허용되 는 과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은 제한될 수 있어야 한다 공직자의 공무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사실이라도 일정한 경 우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할 수 있다. 공직자의 자질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그 내용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이러한 사실은 공직자 등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고, 업무집행의 내용에 따라서는 업무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 내지 비판은 허용되 어야 한다 (2)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 화되어야 하고, 또한 공직자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 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특히 선거법위반사건 등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건 처리 의 공정성에 대한 정당의 감시기능은 정당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므로, 이러한 감시와 비 판기능은 보장되어야 하고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 한되어서는 아니된다 (3)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둔 판시 를 일관되게 하고 있다.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 풍자 등은 현저히 악의적이지 않다 면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다수의 전략적 봉쇄소송 에 서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둔 판결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많은 사안들이 법원에 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표현하는 자를 위축시키겠 다는 의도로 소 제기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공적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 현황과 문제점 53 3. 대안-언로( 言 路 )를 열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 (1) 명예훼손 관련 법제 개정 어느 상황에서도 정부 활동이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 체제가 온전히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 속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의 국가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법제 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 다. OECD 국가들 다수가 진실적시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실적시명예훼손 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인해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 정치적 풍자나 비평, 패러디뿐만 아니라 논 평까지도 광범위하게 잠재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어렵 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으로 그 적용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 둘째,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의 경우, 그것이 공직자의 직무에 관한 내용인 한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1). 국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은 불완전한 정보 를 가지고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허위와 사실의 경계도 불분명하다. 이런 경우까지 명예훼손 죄로 형사처벌할 경우 국민의 권력 비판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국가기관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소송에 등장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음 을 분 명히 하면서 국가기관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 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비서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월호 사건과 관 1) 형법 제307조 제2항을 공연히 허위의 사실임을 알면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하여 허위의 사 실임을 알았을 것이라는 요건을 추가하고, 제3항에서 전항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본장에서 공직자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서 정의하는 공직자를 말한다. 로 규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2012년 참 여연대의 명예훼손관련 법률 입법청원안 참조
54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련해 여러 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무리수라는 지 적이 많다. 마지막으로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지금의 명예훼손죄 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즉, 고위공직자 등의 직접 고소 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우선 수사하고 이후에 당사자의 의사를 좇아 처벌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권 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명예훼손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로 개정할 경우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 으로 보인다. (2) 모욕죄 폐지 모욕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 등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 다. 그럼에도 모욕죄가 존치되어 있음으로 인해 명예훼손의 구성요건 자체가 명확하지 않게 구 성되는 문제가 있고, 모욕죄 역시 추상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 는 것이 분명한 만큼 폐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3년 결정에서 박한철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형법상 '모욕'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해 결국 타인에 대한 비판도 모욕에 해당하게 된다"며 "풍자 해학을 담은 표현이나 부정적인 내용 이지만 정중한 표현으로 비꼬는 말,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 벌될 수 있어 그 규제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며 위헌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사례발표 표현의 자유 공무원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박경신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교사 공무원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 교사 공무원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 조영선 (서울 경인고 교사) 1.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허구성 <2008년 5월 공무원 댓글 알바 IP 추적 사진> 57
58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국정원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지 않는 상태이다. 실 제로 교권 의 정의는 정치나 외부로부터 독립되어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위 이다. 즉 교권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교육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으 로, 남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는 근세 이후의 대학자치와 같은 맥락이다. 둘째, 교육행 정은 정권이양과 관계없이 독립성을 가지며, 정치세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두산대백과 교권(educational authority)] 교권은 교사라는 주체의 정치적 중립성이 아니라 교사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교육할 권위 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교권 [educational authority, 敎 權 ] (두산백과) 2. 교사 43인의 박근혜 퇴진 교사 선언의 개요 2014.4.16. 세월호 참사 2014.5.13. 교사 43인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의견을 자유게시판에 올림
교사 공무원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 59 2014.5.14. 16000명 전교조 교사의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발표 2014.5.14. 교육부 공문발송(교원노조의 교사선언 등 집단행위관련 교육부 지침)
60 표현의 자유 현황과 개선방안 마련 을 위한 토론회 2014.5.14. 교사선언자 조사 긴급공문 교육부가 청와대 게시판에 정권퇴진 글을 올린 교사들을 감사하고 결과를 5월 30일까지 보 고하라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지시했지만, 전북교육청과 강원교육청은 거부했고,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내용은 참여사실 확인 가담 정도 과거 징계사 실 여부 등이었다. 교육부는 교사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외 집단행동 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교사선언은 집단행동의 요건인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 도 아니며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교사시국선언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 지적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현하는 당파성이 명백히 드러나는 행위 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분명,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당파적 행위가 아니다. 민원성 청와대 게시글 조차도 공익에 반하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으로 몰아가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교사의 표현의 자유 침해는 단순히 교사 개인의 표현의 자유 침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교사의 양심에 대한 교육권 침해로 이어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을 이유로 정치 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