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OU UNIVERSITY 2015 별쇄본 2015. 8 제9권 제2호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 합의의 입증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 조혜신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 합의의 입증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 1) 조혜신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 국문초록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그간 법해석론 에 있어서 합의의 도그마 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설득력 있게 이루어져 왔다. 하지 만 최근에 선고된 일련의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합의의 도그마를 더욱 유지하는 방향 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살피건대,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형사 범죄적 측면,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전략적 상호관계에 놓여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경쟁 규범이 유효한 행위규범으로 기능하여야 한다는 요구, 형사적 제재를 통하여 카르텔을 위한 합의가 경쟁질서에 미칠 위험성을 강하게 경계해 온 경쟁법의 전통 등을 고려할 때, 합의의 도그마는 입법을 통해서라면 몰라도 적어도 법해석을 통해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합의의 도그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유력한 주장은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에 나타나는 과점적 시장구조에 대한 법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실 이러한 요 구는 매우 중대한 것이지만, 오히려 과점적 시장구조로 인해서 사업자들이 가격결정과 같은 기본적인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서 이미 상당한 제약된 여지 내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오랜 동안 관련부처의 산업정책적 영향력에 광범위하게 지배되어 왔다는 사정도 여기에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유효경쟁이 이루어지지 않 고 있는 과점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응으로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이외에 독점규제법상 다양한 규제수단들, 이를테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나 * 본고는 2015. 6. 30. 경제법판례연구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 것임. 제9권 제2호 233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규제를 사전적 및 사후적 측면 모두에서 입체적으로 활용 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제어 : 공동행위, 합의, 의식적 병행행위, 담합조장행위, 정보교환 234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목차 Ⅰ. 서론 Ⅱ.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Ⅳ. 결론 Ⅰ. 서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하 독점규제법 이라 함) 제19조에 의한 부당 한 공동행위의 규제에 있어서 어느 범위에서 합의 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실무적으 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이 쟁점을 다룬 다수의 대법원 판결이 논의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대법원 판결로는,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유니버설 뮤직 사건),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6049 판결 (소주 사건),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두23085 판결 (현대오일뱅크 사건),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두3853 판결 (생명보험사 사건) 등이 있다. 한편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그간 법해 석론에 있어서 합의의 도그마 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설득력 있게 이루어져 왔다. 1) 즉 사업자간 합의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는 한 위법한 공동행위로 규율할 수 없다는 도그마 가 각국의 경쟁법 이론 및 실무에 확고하고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경우 과점기 업들은 위법한 공동행위로 포섭하기 어려운 소위 과점적 사업조정(tacit coordination) 을 통하여 사실상 담합을 실행한 것과 동일한 효과 내지 결과 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법상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2) 고 지적한다. 반면, 입법론 3) 은 별론으 로 하고, 합의 요건을 두고 있는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합의 개념에 동조적 행위를 포함하거나 합의 개념이 갖는 본질적인 요소, 즉 의사의 연락과 상호 인식이라는 요소 1) 대표적으로, 이봉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합의 도그마의 문제점, 경제법판례연구 제2권, 법문사, 2005, 252쪽 이하; 이호영, 독점금지법상 합의의 도그마 에 대한 저항: 과점기업의 묵시적 사업조정의 규제를 중심으로, 경쟁법연구 제12권, 법문사, 2005, 28쪽 이하. 2) 이호영, 위의 글, 29쪽 참조. 3) 합의 없이 이루어지는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를 법 제19조 제1항에 합의와 병렬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말한다. 제9권 제2호 235
를 형해화하는 확장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4) 지금까지 이루어진 합의의 도그마 관련 논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최근에 선고된 일 련의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합의의 도그마를 더욱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는 최근에 선고된 일련의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합의의 인정요건 및 그 인정을 위한 증거의 평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해 보고, 그간 합의의 도그마 와 관련하여 전개된 논의와의 관계에서 대상판결이 갖는 의의를,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의 형사범죄적 특성 그리고 과점시장에 대한 경쟁법적 대응이라는 관 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1. 대상판결 1: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유니버설 뮤직 사건) 공정거래위원회는, 5) 음원 제작 유통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인 유니버설 뮤직이 다른 12개 음원 유통 사업자와 더불어 온라인 음악 서비스 사업자에게 곡수 무제한의 Non-DRM 상품에는 음원을 공급하지 않고 월정액 Non-DRM 상품에만 음원을 공급하 기로 합의한 것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2호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 는 공동행위(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유니버설 뮤직(이 사건 원고)은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한 다른 음원사업 자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곡수 등을 제한한 Non-DRM 상품에 대해서만 음원공급계약 을 체결하였다. 즉 관련사업자간 행위의 일치 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에서는, 6) 이 사건 원고가 비록 합의가 이루어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합의를 수용할 필요도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는 부당하 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 로서, 이때 합의 에는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에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4) 홍대식, 공정거래법상 카르텔 규제의 쟁점, 규제연구 제19권 제2호, 2010. 12, 117-8쪽. 5) 공정거래위원회 2011. 6. 29. 의결 제2011-085호. 6) 서울고등법원 2012. 7. 5. 선고 2011누25878 판결. 236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 의 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공정위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합의를 주도한 주요 4개사 와 반드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졌다고 할 수 없어 합의에 가담할 유인도 동일하다고 할 것만은 아니고, 결국 이 사건 합의에 따라 다른 음원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곡수 등을 제한한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이는 당시의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사와의 협의 끝에 이루어진 경영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상판결 2: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6049 판결 (소주 사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소주제조 8사인 원심 및 상고심에서의 원고 등 (두산을 포함하는) 주요업체(이하 관련사업자 라 함)에 의한, (1) 1차 및 2차 희석식 소주 출고가격인상(이하 각각 1차 인상 및 2차 인상 이라 함), (2) 패트병 소주 경품제공의 기준이나 지역행사 지원 등 거래조건에 관한 합의, (3) (진로를 제외한) 관련사업자들이 모두 병마개를 공급받고 있는 세왕금속에 대하여 병 마개 가격인상의 연기를 건의한 행위 등이다. 대법원은 이 중 (2) 부분에 대해서는 부 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을 인정하였고, (3)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성립을 부정하였다. 본고 에서는 (1)의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1차 인상의 증거로서 제시한 것은 원고 한라산, 무학, 금복 주 소속 임원들의 업무수첩 내용이었는데, 이에 따르면 관련사업자들 사이에 사전에 가격인상에 관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었으며, 인상된 소주 출고가격이 지역 별로 경쟁관계에 있는 소주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인상률이나 가격 면에서 그 정도가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2차 인상의 증거로서 제시된 것으로는, 관련사 업자들이 소주 제조사 대표이사들의 모임에서 소주가격의 인상을 논의한 점, 그리고 이 모임을 위해 작성된 보고서에 비추어 보면 위 모임에서 구체적인 소주가격 인상비 율까지 논의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점이었고, 1차 인상과 마찬가지로 인상된 소주 출고가격이 지역별로 경쟁관계에 있는 소주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인상률이나 가격 면에서 그 정도가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의 특수한 사정이라 할 수 있는바, 국세청이 원고 진로의 소주 출고가격을 통제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업체들의 가격도 일정 범위 내 에서 함께 움직이도록 직 간접적으로 관리하여 온 사정을 검토하면서, 이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소비재인 소주가격을 통제함으로써 물가안정을 꾀함과 더불어 제9권 제2호 237
유통상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 였을 때, 비록 이 사건 관련사업자들이 사장단 모임에서 가격인상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었고, 원고 진로의 가격인상 후 곧이어 나머지 원고들도 가격을 인상하였으 며, 그 인상률이나 인상시기가 원고 진로와 유사하여 가격인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외형이 존재하지만, 이는 각 지역별로 원고 진로와 해당 지역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구조에서, 국세청이 원고 진로를 통하여 전체 소주업체의 출고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 관리하고 있는 소주시장의 특성에 따라 나머지 원고들이 국세청의 방침과 시장상황에 대처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 관련사업자들 사이에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증거에 대해서도, 1차 인상 합의의 증거로 제출한 일부 원고 소속 임원들의 업무수첩 내용은 부정확한 정보를 기재하여 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2차 가격인상을 논의한 것으로 지목한 사장된 모임에서도 업체들 상당 수가 불참한데다가, 원고 진로가 서울, 경기, 강원지역에서 실질적 경쟁관계를 형성 하고 있는 두산과는 전혀 가격담합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 였다. 3. 대상판결 3: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두23085 판결 (현대오일뱅크 사건) LPG(액화석유가스) 수입사인 E1과 SK가스(이하 수입 2사 라 함)는 2002년 12월 30 일 경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매월 말경 전화, 모임, 모사전송 등을 통하여 LPG 기준가격과 판매가격에 대한 정보를 교환 또는 협의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LPG 충전 소에 판매하는 LPG 판매가격(이하 충전소 판매가격 이라 함)을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 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한 다음, 실제 충전소 판매가격을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였고, 또 종전의 관행 등 시장상황에 비추어 충전소 판매가격을 정하면 정유사 겸 LPG 사업자인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사(이하 정유 4사 라 함)도 이에 동조하여 충전소 판매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신들의 충전소 판 매가격을 결정하여 정유 4에 모사전송으로 통보하였으며, 이 사건 원심과 상고심의 원고인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 4사는 다른 정유사들도 수입 2사에 동조하여 충전 소 판매가격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그 판매가격을 수입 2사의 판매가격과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묵시적으로 합의 또는 양해한 다음, 실제 그 판매가격을 서로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7)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 7) 이 사건 사실관계에 관한 설명은 김정중, 대법원 공정거래사건 판결 요지: 2014년 5월, 6월, 경쟁저널 238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회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게 가격정보교환 금지를 포함하는 시 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과점시장에서는 경쟁사업자가 가격을 책정하면 다른 사업자 는 이에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기 마련이고, 이 때 어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가격 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되면 경쟁사업자와의 명시적 합의 나 암묵적인 양해 없이도 독자적으로 실행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므로, 과점시장에서 경쟁상품의 가격이 동일 유사하게 나타나는 외형상의 일치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 되고, 사업자들이 이러한 사정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더하여 사업자 들 사이에 가격 결정과 관련된 명시적 묵시적 의사 연락이 있다고 볼 만한 추가적 사정이 증명되지 아니하면 가격결정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일부 경쟁사업자들 사이에 가격결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사업자가 그러한 합의에 가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제한적인 반면, 그 사업자가 시장 여건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독자적으로 행동하였다거나 경쟁사업자들과 사이에 담합을 한 것과는 일반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는 등 경쟁사업자들과 사이에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 운 경우에는 그 사업자가 그 합의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장하는 이 사건 합의기 간 동안 LPG 사업자들의 충전소에 대한 판매가격이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수입사들이 원고에게 판매가격을 통보하여 왔으며, 원고와 다른 LPG 사업자들 사이에 직원모임 등이 있었거나 직원들 사이에 연락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 고와 다른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결정에 관한 의사연락을 추인할 만한 사정은 제한적인 반면, 원고가 주어진 시장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독자적으로 행동 하였거나 또는 가격결정에 관하여 다른 사업자들과 담합을 한 것과는 일반적으로 양립 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할 것이 므로, 원고가 다른 LPG 사업자들과 LPG 가격에 관하여 상호 의사연락을 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4. 대상판결 4: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두3853 판결 (생명보험사 사건) 공정거래위원회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16개 생명보험사가 개인생명보험시장에 서 상품가격에 해당하는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에 관하여, (1)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특정이율로 하거나 함께 인하하기로 합의하였 제175호, 2014. 7, 87쪽. 제9권 제2호 239
고(이하 1차 행위 라 함), (2)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여 각자의 이율을 결정하는(이하 2차 행위 라 함)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 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8)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9) 사업자들 사의의 합의 외에 정보교환행위와 같은 동 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자체를 담합행위의 일종으로 규제하는 외국 법제와 달 리,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다른 사 업자와 가격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 결정 등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여야 하는데, 물론 이러한 합의는 암묵적 요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나 적어도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 결정 등 행위를 공동 으로 한다 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일치는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당해 사안에 대해서는 1 아직 확정되지 않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왔다는 점, 2 교환된 정보가 자신의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됨으로써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결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정보교환이 합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후, 1 교환된 정보 이외에 다른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예정이율 등을 결정한 점, 2 피고(공 정거래위원회) 스스로도 그들 사이에 예정이율 등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 3 예정이율의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지 않는 점, 4 지속적으로 예정이율 등이 인하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예정이율 등의 결정기준이 되는 표준이율 및 시중금리 등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기 때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으로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위 대상판결 1에서 설시한 합의의 입증에 관한 원칙을 그대로 밝힌 후, 경쟁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교환은 가격결정 등의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련시장의 구조와 8) 공정거래위원회 2011. 12. 15. 의결 제2011-284호. 9) 원심은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와 행정7부에서 있었다. 행정6부의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13. 5. 8. 선고 2012누234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7. 13. 선고 2012누220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7. 17. 선고 2012누218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7. 17. 선고 2012누233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913. 7. 17. 선고 2012누2315 판결 등이다. 행정7부의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14. 1. 23. 선고 2012누2308 판결, 서울고등 법원 2014. 1. 23. 선고 2012누219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 23. 선고 2012누221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 23. 선고 2012누2322 판결 등이다. 240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 내용, 정보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교환의 목적과 의도, 정보교환 후의 가격 산출량 등의 사업자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 내용, 그밖에 정보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합의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합의의 입증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비추어 본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독점규제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핵심적인 성립요건인 합의 는 일반적 으로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를 포괄하는 것으로서 널리 의사의 연락 혹은 의사의 합치(meeting of minds) 로 새겨지기도 한다. 10) 이 때문에 사업자간 명시적 합의가 존 재하는 경우를 한 극단으로 하고, 사업자 각자가 독자적으로 행위한 경우를 다른 한 극단으로 하는 스펙트럼 내에서 어디까지를 합의의 개념에 포섭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아래의 그림은 이러한 스펙트럼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우 들을 도식화한 것이다. 11)12) 사안 1 사안 2 사안 3 사안 4 사안 5 사안 6 명시적 합의 (직접증거) 명시적 합의 (간접증거) 묵시적 합의 (예, 가격인상의 사전공표 및 사후조정) 의식적 병행행위 (예, 관행적인 가격선도행위, 가격동조화의 심화)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 + 담합조장수단 (예, 정보교환) 독자적 행위 위의 표에서 사안 1 내지 사안 3에 대해 합의의 존재가 인정된다는 점에는 큰 이견 이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떠한 증거를 바탕으로 묵시적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가 10) 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2014, 269쪽 이하 참조. 11) 이를 위하여, 이호영, 앞의 글, 32쪽 이하의 사안1 내지 사안 6을 참조하였음. 12) 이와 관련하여, 본고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사안 4의 의식적 병행행위 와 사안 5의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 사이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사안 5가 의사적 요소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면 단순한 병행행위 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병행행위는 오히려 사안 6의 독자적 행위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고, 본고에서 사안 4와 사안 5를 나누는 이유는,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성에 의하여 사업자간 상대방의 행태에 대한 인식 혹은 예측 이 존재하는 경우라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의식적 병행행위이나, 그것이 누적적 학습과정을 통해 관행으로 자리잡은 경우(사안 4)와 정보교환과 같은 행위를 통하여 약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사안 5)를 나누어 보기 위함이다. 물론 이는 문제가 되는 다양한 사실관계를 분석하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분류일 뿐이고, 사안 5와 같은 경우를 규범적으로 묵시적 합의를 입증하는 문제로서 다룰 것인지 아니면 의사적 요소가 게재되지 않은 독자적 행위, 즉 단순한 병행행위로 다룰 것인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하 Ⅲ. 1. (3) 부분에서 논한다. 제9권 제2호 241
하는 문제가 남으며,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 실무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이 된다. 사안 6의 경우에도 의문은 없다. 합의의 입증과 관련하여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은 바로 사안 4와 사안 5이다. 이들 사안에서는 일응 합의라 할 만한 의사적 요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보교환행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의가 집 중되는 부문은 바로 사안 5라고 할 수 있겠다. (1) 간접사실을 통한 합의의 추정 (사안 2 혹은 사안 3) 본고의 대상판결 중 사안 3에 해당하는 묵시적 합의의 입증과 관련된 것으로는 유니 버설 뮤직 사건(대상판결 1)과 소주 사건(대상판결 2)이 있다. 먼저 유니버설 뮤직 사 건에서 대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의 합의는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한다는 점과,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 을 인정할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원고인 유니버설 뮤직사에게는 합의에 가담할 유인 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추단하기 어렵고, 오 히려 당시의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사와의 협의 끝에 이루어진 경영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합의에 가담할 유인이 없었다는 점은 의사연 결이 존재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지만, 의사연결이 존재할 만한 동기 혹은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간접적으로 의사연결이 존재하였을 것인지 를 추단하고자 하는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일련의 연속 된 사건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인정한 원심과는 달리, 합의를 부정하는 태도 를 취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첫 판결이 면서, 13) 의사연결의 상호성 을 요구하는 중요한 판지를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두 번째 대상판결인 소주 사건은 기본적으로 관련사업자 소속 임원들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사업자들의 사장단 모임 사실 및 그 논의 내용 등을 간접사실로 하여 명시 적 합의의 존재를 추정하는 사안 2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간접사실을 바탕 으로 묵시적 합의의 존재를 추정하는 사안 3으로 볼 여지도 없지는 않지만, 사장단 모임과 같은 회합의 증거가 제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시적 합의의 존재를 간접적 으로 증명하고자 한 사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어느 사안으로 보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사안이 의미를 갖는 것은 행정지도가 합의의 존부에 관한 사실 인정에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었다는데 있다. 즉 겉으로 드러난 접촉의 증거나 외형상 행위의 대체적인 일치만으로는 합의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당해 관련시 13) 정재훈, 부당한 공동행위 성립 요건으로서 합의 에 관한 사실인정의 한계, 유니버설 뮤직 사건, 경쟁저 널 제175호, 2014. 7, 126쪽. 242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장의 사정을 감안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판결로 이해된다. (2) 의식적 병행행위(사안 4) 먼저 사안 4와 관련해서는 화장지제조 4사 사건 14) 과 철근제조회사 사건 15) 에 대해서 대법원이 중요한 판시를 내놓은바 있지만, 법 제19조 제5항의 법률상 추정을 적용한 이들 사건에서의 판지를 그대로 제1항에 의한 합의를 인정하는데 적용할 수는 없다. 16) 게다가 이들 판결은 개정 전의 법 제19조 제5항이 적용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 4는 이른바 합의의 도그마 와 관련된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관련 판결과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화장지제조 4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과점적 시장구조 하에서 시장점유율이 높 은 선발업체(이른바 가격선도업체 )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뒤 후발업 체가 이를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구) 법 제19조 제5항에 따른 공동행위 의 합의추정은 번복되지만, 선발업체가 종전의 관행 등 시장현황에 비추어 가격을 결 정하면 후발업체들이 이에 동조하여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예견 하고 가격을 결정하 였다는 특별한 사정 이 있는 경우에는 합의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 다. 17)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구) 법 제19조 제5항이 단순한 일방적 모방인지 아니면 가격동조화가 심화된 결과인지를 묻지 않고 행위의 외형상 일치와 경쟁제한성만을 기 초로 합의를 추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넓어진 합의의 추정 범위를 그 번복 단계에서 해결하고자 한 취지라고 본다. 18) 즉 일방적 모방이라면 합의의 추정이 복멸되지만, 가격동조화의 결과라면 합의의 추정이 복멸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한계를 설정한 것이다. 19) 그리고 이 후자의 경우, 즉 가격동조화가 심화된 결과라면 합의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는 판지에 주목하여,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종래 단순한 의식 적 병행행위 로 볼 수 있는 행위, 즉 과점기업 사이의 누적된 상호의존성을 근거로 한 묵시적 사업조정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 다. 20) 반면, 이 판례는 합의가 (구법 제19조 제5항에 따라) 법률상 추정된 상태에서 14)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1386 판결. 15)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4247 판결. 16) 홍대식, 앞의 글, 118-10쪽. 17)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1386 판결. 18) 이봉의, 앞의 글, 272쪽. 19) 따라서 이 화장지제조 4사 사건에서는 1차 인하 와 1차 인상 에 대해서는 단순히 선발업체의 가격을 모방한 것으로서 합의의 추정이 번복되고, 위 1차 인하와 1차 인상에서의 가격모방에 따라 가격동조화 현상의 경험이 누적된 후 이루어진 2차 인상 과 3차 인상 에 대해서는 합의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20) 이호영, 앞의 글, 56쪽. 그리고 독점금지법상 합의의 개념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매우 전향적인 제9권 제2호 243
추정의 번복사유가 되는 정황증거에 대한 판례이므로, 이를 그대로 합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는 정황증거에 대한 판단에 관한 판례로 평가할 수는 없고, 오히려 위 판시사 항을 원용한 다른 대법원 판결(철근제조회사 사건) 21) 에서는 합의 추정이 복멸되는 근 거로서 과점적 시장구조하에서의 상호의존성에서 비롯된 병행적 가격책정 에 해당함 을 언급함으로써, 의식적 병행행위는 합의의 개념에 포섭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22)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대한 이견에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법 제19조 제1항이 공 동행위의 본질을 합의 의 존재에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구)법 제19조 제5항의 합 의추정이 과점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하면서, 공동행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존재해야 한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는 한편, 제19조 제1항에서 동조적 행위 23) 를 합의와 대등하게 병렬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법론이 개진되고 있다. 24) 같은 맥락에서 이른바 합의의 도그마 를 비판하면서, 독점규제법의 해석상으도 반드시 의사의 교환 을 전제로 한 합의의 개 념에 구속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위 조항이 요구하는 합의의 핵심개념은 공동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에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25) 이 합의의 도그마는 미국 Sherman법 제1조에 그 근원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26) 종래의 커먼로(common law)상 통용되던 거래제한(restraints of trade)의 개념은 통상 재산권의 양도나 고용계약에 수반되는 경업금지의무를 강제하려는 사인간 소송에서 형성된 개념인데, 이러한 개념 하에서 당사자간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거래제한이란 개념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커먼로상 거래제한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국의 Sherman법 하에서도 독점사업자 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관여하지 않 은 경쟁제한행위가 문제된 경우 일차적으로 합의 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되 었고, 합의의 존재를 입증하는데 실패하면 그 경쟁제한적 효과의 유무와 무관하게 면 죄부를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합의의 도그마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현행 태도로 보고 있다. 위의 글, 58쪽. 21)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4247 판결. 22) 홍대식, 앞의 글, 116쪽. 23) 독일 GWB 제1조의 동조적 행위(aufeinander abgestimmte Verhaltensweise) 의 금지는 1973년 제2차 개정 때 EC조약 제81조 제1항을 모델로 하여 받아들인 것으로서, 카르텔금지의 대상을 합의나 계약, 결의 등에 국한하는데 따른 경쟁보호상의 흠결을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봉의, 앞의 글, 260쪽. 24) 이봉의, 위의 글, 275쪽. 25) 이호영, 앞의 글, 59쪽. 26) 이하의 내용은 이호영, 위의 글, 38쪽 이하; 이선희,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 합의의 개념과 입증, 서울대학교 법학 제52권 제3호, 2011. 9, 415쪽 이하 참조. 이밖에 Sherman법 제2조의 합의(agreement) 개념에 대해서는, 이현종, 셔먼법 제1조 위반사건에서 합의(agreement)에 관하여, 경쟁법연구 제9권, 2003, 275쪽 이하 참조. 244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법의 해석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문제가 된 행위가 경쟁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기준 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비인격적인 시장의 자원배분기 능이 소수 사업자들의 인격적 결정으로 대체되는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7) 이러한 그간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본고의 대상판결 3인 현대오일뱅크 사건은 의식 적 병행행위와 관련된 사안 4에 대하여 매우 중요한 판시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앞서 살펴본 화장지 사건의 사실관계와 유사한 점이 있다. 즉 관련 사업자 중 일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다른 일부가 이에 동조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관행 혹은 학습과정이 존재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사건의 관련사업자들에게는 일부 의 가격결정 이후에 다른 일부가 그에 동조하여 가격결정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예상 혹은 예견 이 가능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 바로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성 이 존 재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화장지 사건은 (구)법 제19조 제5항의 추정이 적용된 경우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과점시장의 특성이 추정의 복멸사 유로서 다루어진 반면, 이 현대오일뱅크 사건에서는 법 제19조 제1항의 합의 요건을 사실상 추정하는데 고려되었다는 차이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나, 고착된 과점시장에 서 이루어진 과점사업자간 합의의 입증에 관하여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과점시장에서는 경쟁사업자가 가 격을 책정하면 다른 사업자는 이에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기 마련이고, 이 때 어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되면 경쟁사업자와의 명시적 합의나 암묵적인 양해 없이도 독자적으로 실행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므로, 과점시장에서 경쟁상품의 가격이 동일 유사하게 나타나는 외형상의 일치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사업자들이 이러한 사정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더하여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 결정과 관련된 명시적 묵시적 의사 연 락이 있다고 볼 만한 추가적 사정이 증명되지 아니하면 가격결정에 관한 합의가 있다 고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판지를 따른다면, 앞서 화장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서 설정된 일종의 한계, 즉 일방적 모방이라면 합의의 추정이 복멸되지만, 선발업체가 종전의 관행 등 시장현황에 비추어 가격을 결정하면 후발업체들이 이에 동조하여 가격 을 결정할 것으로 예견 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과 같이 심화된 가격동조화의 결과라 면 합의의 추정이 복멸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준을 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합의의 사실상 추정하는 경우까지 일반화하여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 화장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지에 근거하여,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27) 이호영, 위의 글, 57쪽. 제9권 제2호 245
종래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 로 볼 수 있는 행위, 즉 과점기업 사이의 누적된 상호의 존성을 근거로 한 묵시적 사업조정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율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어렵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이러한 경우에도 결국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간에 의사의 연락이 있다고 볼 만한 추가적 사정의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본고에서 제시하는 사안 4의 경우에 대해서 합의 개념의 해석을 통하여 확장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율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결국 종래 의식적 병행행위 혹은 동조적 행위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 되어온 사안 4를 별도로 논할 필요는 없어졌고, 사안 3으로 흡수하여 묵시적 합의의 입증 문제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에 수긍할 수 있다. 즉 소위 동조적 행위 의 문제도 강학상 개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합의 판단을 달리할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를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간접증거가 현출된 경우는 이를 인정하고, 그보다 증거가 불명확한 경우는 일의적으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사례별로 사실인정의 기준을 세워나 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28) 는 것이다. (3)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 및 담합조장수단(facilitating practices)(사안 5) 사안 5는 앞서 살펴본 사안 4와는 달리, 행위의 외형상 일치 이외에 사업자간 누적 된 관행 혹은 일방적 모방이 아닌 심화된 가격동조화 의 결과 등과 같은 정황이 뒷받 침되지 않는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에 관한 것이나, 정보교환, 기점가격제도, 제품표 준화, 최혜고객조항 등과 같은 이른바 담합조장수단 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이다. 물론 이러한 담합조장수단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별론이다. 29)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정보의 교환은 과 점시장에서 협조적 전략 등을 통한 상호의존성을 강화하고 경쟁정책적인 관점에서 카 르텔과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경쟁법상 규제 가능성에 대하 여 다양한 고려를 행할 필요가 있다 30) 는 견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보의 교환이 합의의 존재 입증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정보교환 행위 자체가 경쟁정책적인 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31) 미국 Sherman법 제1조에 의한 카르텔 규제에 있어서 인식있는 병행행위(conscious parallelism) 그 자체로는 합의가 추정되지 않지만, 여기에 추가적 요소(plus factor) 가 뒷받침 된다면 합의의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정보교환은 합의의 존재를 추정하게 28) 정재훈, 앞의 글, 135쪽. 29) 이에 관해서는 홍명수, 정보 교환과 카르텔 규제, 법과 사회 제36호, 박영사, 2009, 295쪽 이하 참조. 30) 홍명수, 위의 글, 295쪽. 31) 홍명수, 위의 글, 279쪽. 246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하는 추가적 요소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한편 유럽기능조약(TFEU) 제101조 혹은 독일 경쟁제한방지법(GWB)에 의한 카르텔 규제에 있어서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s, aufeinander abgestimmte Verhaltensweise) 는 합의, 결의와 병렬적으로 카르텔 금지의 대 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32) 정보교환은 동조적 행위의 핵심표지인 조정(Korordinierung) 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독점규제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의 틀 내에서 정보교환은 먼저 법 제19조 제5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제반사정, 즉 해당 거래분야 또는 상품 용 역의 특성, 해당 행위의 경제적 이유 및 파급효과, 사업자 간 접촉의 횟수 양태 등과 같은 사정 중 하나로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행위심사기 준 33) Ⅱ. 2. 나. 합의의 추정, (가) 부분에서도 정보교환의 증거가 추정을 보강하기 위한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보교환은 법 제19조 제1항 의 합의를 입증하기 위한 사실상 추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커피제조 2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34) 이다. 즉 동판결에서 대법원은 관련사업자들 사이의 정보교환 사실을 상세히 검토한 후, 이를 바탕으로 관련사업자들간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35) 본고의 대상판결 중에서는 네 번째 판결인 생명보험사 사건이 정보교환 쟁점과 관 련이 있다. 동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쟁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 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교환은 가격결정 등의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 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 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에서 대법원은 정보교환의 사실이라는 증거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두 가지 쟁점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그 자체로 합의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인 데, 이 경우는 정보교환이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수단 혹은 결과로서 행해진 것으로서 묵시적 합의에 대한 간접증거가 될 것이므로, 본고에서 정리한 여섯 가지 사안 중 세 번째 경우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법 제19조 제1항의 합의 의 입증을 요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의사적 요소가 전혀 게재되지 않은 행위의 일치가 32) TFEU 제101조에서는 all agreements between undertakings, decisions by associations of undertakings and concerted practices 를 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33)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165호, 개정 2012. 8. 20. 34) 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6521 판결. 35) 위 커피제조 2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분석하고 비판한 것으로서, 홍명수, 앞의 글, 291쪽 이하 참조. 제9권 제2호 247
나타난 경우이지만, 가격결정 등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 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 이 될 수 있는 정보교환의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관련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존재한다는 가능성 혹은 개연성 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이다. 물론 여기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정보교환의 사실 이 사업자간 의사연 결의 상호성 을 어느 정도로 뒷받침하는가 라는 증명력의 평가가 될 것이고, 만약 이를 가능성 정도로 평가한다면 그 자체로는 일치된 행위에 의사적 요소가 게재되어 있음 을 의심하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추단하게 할 수는 없는 증거가 될 것이고, 만약 이를 개연성 혹은 상당한 개연성 정도로 평가한다면 그 자체로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 성을 추단하게 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사안 5 로 분류되고, 후자의 경우는 다시 사안 3 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생명보험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정보교환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갖 는 가치를 단지 의사연결의 상호성에 대한 가능성 을 뒷받침하는 증거 정도로만 평가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 정도로는 평가를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합의의 범주로 볼 수 있을 만큼의 충분 한 개연성 을 보여주는 증거로는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대법원이 유니버설 뮤직 사건에서부터 반복해서 판시하고 있는 합의의 입증에 관한 법리에서 말하는 의사연결의 상호성 이 합의의 범주 내에 속하나 상당히 느슨하거나 약한 정도 의 합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편 앞서 살펴본바 있는 이른바 합의의 도그마 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다면, 생명보 험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 면 위 입장에서는 과점시장의 특성, 그 중에서도 과점사업자간의 상호의존성 (interdependence) 을 강조하는데, 즉 과점시장에서는 담합을 위한 사전접촉이 없이도 곧바로 시장행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의 요건을 고수하는 해석론 혹은 입법론으로는 과점시장에서의 경쟁보호에 흠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 한 점에서, 정보교환을 합의 그 자체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는 없지만, 사 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의 개연성 혹은 상당한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평가하 여, 묵시적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와 같이 다루자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이는 해석론 차원에서 법 제19조 제1항의 합의 의 개념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또한 입법론 차원에서 의식적 병행행위 혹은 동조적 행위(사안 4)를 부당한 공동 행위의 금지대상의 하나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36) 이러한 입법 이 이루어진다면 정보교환과 같은 다양한 담합조장수단들(사안 5)도 그 경쟁제한적 효 과에 대한 평가 여하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36) 이봉의, 앞의 글, 275쪽. 248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2. 부당한 공동행위의 불법요소로서 합의의 의의 먼저 합의 의 존재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핵심이면서 관건이 되는 요 건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이 요건을 주관적 요건 이라 설명하기도 하는데, 37) 행 위가 아닌 행위자와 관련된 요건이라는 점을 함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이 합의 는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나 계획에서 더 나아가 적어도 외부에서 인식하거나 미루어 알 수 있는 합치된 표현행위가 필요하다. 38) 우리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가 합의 로만 성립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에 대한 입법론 차원에서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시장에 서 과점적 구조가 고착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핵심적인 경쟁정 책적 대응수단이어야 할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에 존재하는 공백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중대한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본고의 대상판결들을 비롯하여, 그간 판례를 통해 형성되어 온 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의 해석론을 면밀히 살펴보면, 경쟁정책 적 고려를 다소간 양보하면서 이른바 합의의 도그마 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법리적 정당성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독점규제법상 금지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행위 와 결과 혹은 효과 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기업결합, 불공 정거래행위 등 동법상 금지행위 중 행위와 결과의 두 가지 요소 중 전적으로 어느 한 가지만으로 성립하는 금지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각각의 금지행위가 갖는 본질 에 따라서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요소가 강조되는지 또한 어느 정도로 강조되는지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행위만으로 혹은 결과만으로 독점규제법상 금지가 성립하거나 그 효과로서 행정적 형사적 제재가 부과되는 경우는 없다. 강학상 가격고정, 시장분 할, 입찰담합 등과 같이 이른바 경성(hardcore) 카르텔 로 일컬어지는 사안에서는 합의 만으로 위법성이 인정하는 것으로 설명되지만, 우리나라의 판례가 이러한 접근방식을 취한 적은 없을 뿐더러, 전통적으로 경성카르텔에 대한 당연위법의 원칙을 확립해 온 미국 독점금지법에 있어서도 경험칙상 그러한 합의로 인한 경쟁제한적 효과가 명백 하므로 별도의 입증을 요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39) 이는 오히려 카르텔에 있어서 합의가 갖는 위험성 혹은 반가치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서, 합의의 도그마가 철저하게 관철되는 예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공동 행위의 위법성이 행위 와 결과 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특히 형사적 37) 홍대식, 앞의 글, 109쪽; 홍명수, 앞의 글, 288쪽. 38) 홍대식, 위의 글, 109쪽. 39) Hovenkamp, Federal Antitrust Policy: The Law of Competition and Its Practice (Fourth Edition), West, (2011), 5. 6 참조. 제9권 제2호 249
제재의 근거 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자연스러운 설명이 가능하다. 형법상 불법의 실질에 관한 오랜 논쟁 끝에 도달한 결론은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 치 양자를 동등한 구성요소로 파악하는 이른바 행위불법 결과불법 이원론 이다. 40) 즉 불법은 행위에 대하여 사회윤리적 견지에서 내려지는 부정적 가치판단인 행위반가 치(Handlungsunwert)와 행위가 초래한 외부적 사태 혹은 행위가 초래한 법익침해(위 험성)인 결과반가치(Erflogsunwert) 모두에서 불법을 근거지운다는 것이다. 이 중 어느 하나를 배제하는 불법론, 이를테면 불법의 실질을 법익침해(가능성)라는 결과반가치만 으로 파악하는 이론은 형벌법규의 행위규범적 본질에 반하는 것이고, 반대로 불법의 실질을 행위반가치만으로 파악하는 이론은 형벌법규를 행위자 내심의 법적대적 태도 만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심정형법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양자 모두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도 형사적 범죄의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한 다면, 41)42)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도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 중 어느 한 가지 요 소가 전적으로 탈각된 불법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형법적 요구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7456 판결에 따르면, 독점규제법 제19 조 제5항 자체는 형벌규정이 아니고 이를 위반한다고 해서 형사처벌한다는 규정도 없 으므로 동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 한 판시를 고려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제19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추정에 그치는 대신에 형사처벌이 가능한데 반하여, 법 제19조 제5항을 적용할 경우에 는 법률상 추정이 되어 사업자에게 그 추정을 번복하기 위한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효 과가 발생하는 대신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43) 이러한 실제적인 결과와는 별론으 로, 44) 동판결의 판시가 제19조 제1항을 중심으로 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의 본질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되고, 오히려 동조 제1항과 제2항의 체계적 관계를 간과한, 다분히 형식적인 해석인 것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40) 임 웅, 형법총론 (제6정판), 법문사, 2014, 195-6쪽 참조. 41) 독점규제법 제66조에서는 제1항 제9호에서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자 또는 이를 행하도록 한 자 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71조에 따르면, 제66조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제1항),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조의 죄 중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 여야 한다(제2항). 42) 이러한 관점에서 독점규제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를 분석한 것으로서, 이상돈, 공정거래형법, 법문사, 2010, 55쪽 이하 참조. 43) 홍대식, 앞의 글, 121-2쪽. 44) 독점규제법 제19조에 의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규제에 있어서 제1항과 제5항의 관계를 생각하면, 위 대법원 판결과 그 판지에 따른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50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위 판결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법 제19조 제1항이 적용된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우 에는 형사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앞서 설명한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의 관 점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의 위법성을 설명하는 것에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또 간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쟁법상 여러 금지규제 중에서도 유독 카르텔만큼은 형사벌로 제재해 온 전통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Sherman Act 제1조는 카르텔을 중죄(felony) 로 규정하고 있으며, 2004년 제정된 Antitrust Criminal Penalty Enhancement and Reform Act, Sec. 215 (a)에 의해, 이전보다 매우 강화된 수준의 형벌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법인의 경우 1억 달러 이하, 개인의 경우 1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 록 하였다. 45)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에서는 카르텔을 형사범죄가 아닌 질서위반범 (Ordnungswidrigkeit)으로 취급한다(제81조 제2항 제1호). 하지만 특히 질서위반범인 다른 경쟁제한행위들에 비해서 가중된 불법내용을 지닌 몇 가지 범죄유형에 대해서는 형법 제26장(경쟁질서에 대한 범죄)에서 형사범죄로서 다루고 있는데, 카르텔의 유형 중 하나로서 경쟁제한적 입찰담합죄(Wettbewerbsbeschränkende Absprachen bei Ausschreibungen) 가 여기에 해당한다. 46) 이처럼 부당한 공동행위가 갖는 형사범죄적 측면은 판례가 고수하는 합의의 도그마 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즉 독점규제법의 해석상 반드시 합의의 개념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 에 위배된다는 반론이 가능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47) 하지만 구체적인 경우에 부당 한 공동행위의 성립 여부가 다소 불명확해질 수는 있으나, 이러한 현상은 각국의 독점 금지법을 비롯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현상에 적용되는 경제형법에 일반적으로 적 용되는 것으로서 형사소추기관이 소추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형사절 차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그 우려를 상당한 정도로 불식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48) 그러나 경제현실을 규율하는 규범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경제형법의 영역에서 죄 형법정주의의 요구를 다소간 융통성있게 적용할 필요성에 긍정한다 하더라도, 과연 행위 없는 책임 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물 론 과점시장의 특성상 과점사업자들은 모종의 의사의 연결이 없더라도 행위의 일치로 나아감으로써 경쟁제한적 목적 내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점시장의 특성은 이와는 정반대의 논리로 전개될 수도 있다. 즉 과점시장에서는 과 45) 이처럼 미국 반독점법이 카르텔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위주로 입법되고 집행된 배경에 대해서는, Harding/Joshua, Regulating Cartels in Europe (Second Edition), Oxford, (2010), pp. 50. 46) Kling/Thomas, Kartellrecht, Verlag Vahlen, (2007), S. 808. 47) 이호영, 앞의 글, 59쪽. 48) 이호영, 위의 글, 59쪽. 제9권 제2호 251
점사업자간 반복적인 전략적 상호작용의 결과 이미 비경쟁적인 수준에서 균형이 형성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균형에서 이탈하여 경쟁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 미국에서 이루어진 Turner와 Posner의 논쟁 49) 에서 Turner 교수에 의해서 대변된 논리이다. 이에 따르면 과점사업자의 구조적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에 대해 사업자들에게 책임은 묻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규범 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이 논쟁에서 각 주장의 당부를 논하는 것은 본고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이 논쟁을 통하여 확인되는 과점시장의 양면 성과 복합성은 본고의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형사범죄적 측면,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전략 적 상호관계에 놓여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경쟁규범이 유효한 행위규범으로 기능하여 야 한다는 요구, 형사적 제재를 통하여 카르텔을 위한 합의가 경쟁질서에 미칠 위험성 을 강하게 경계해 온 경쟁법의 전통 등을 고려할 때, 합의의 도그마는 입법을 통해서라 면 몰라도 적어도 법해석을 통해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 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상판결 중 현대오일뱅크 사건과 생명보험사 사건에 대한 판결은 우리 대법원이 여전히 합의의 도그마 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다시 금 확인시켜 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판례는 과점시장에서 전략적 상호작 용 속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일치된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 에 합의라는 의사적 요소가 게재되지 않는 이상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는 없다 고 판단함으로써 오히려 과점사업자들의 제약적 행동여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보교환문제에 대해서도 그것이 묵시적 합의의 수단이 되었는가 라는 관점에서 검토할 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보교환 그 자체만으로 시장 의 투명성이 높아져서 담합이 용이한 시장구조가 된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이를 합의의 인정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합의 요건을 중심으로 하는 증거판단은 현행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위법성 판단구조에 부합하는 해석론인 것으 로 여겨진다. 49) Turner, The Definition of Agreement under the Sherman Act: Conscious Parallelism and Refusals to Deal, 75 Harvard Law Review 655 (1962); Posner, Oligopoly and the Antitrust Laws: A Suggested Approach, 21 Stanford Law Review 1562 (1969). 252 조혜신 / 독점규제법상 합의의 도그마 논의의 향방
Ⅳ. 결론 우리나라의 주요 시장 대부분이 과점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과점시장 문제는 그저 독점규제법이 적용되는 여러 맥락 중 하나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에 그치 지 않고, 동법을 실효적으로 집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와 관련된 논의가 실체법적으로나 절 차법적으로 그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또한 공동행위 규제를 의식하는 사업자들의 행태는 점점 더 은밀해지고 정교해질 것이 기 때문에, 공동행위 규제의 규범력을 단순히 유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다양한 차원에서 규제의 효과성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는 시도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해석론으로서 합의 요건의 입증을 완화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결국 사업자들에게 경쟁제한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행위 없는 책임 을 지우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더구나 공동행위는 미국과 EU를 비롯한 경쟁법제에 서도 전통적으로 형사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가 갖는 이러한 형사책임의 근거로서의 측면을 생각하면, 합 의의 인정요건을 넓히는 해석론을 전개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합의의 도그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유력한 주장은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에 나타나는 과점적 시장구조에 대한 법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실 이러한 요 구는 매우 중대한 것이다. 다른 한편 오히려 과점적 시장구조로 인해서 사업자들이 가격결정과 같은 기본적인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서 이미 상당한 제약된 여지 내에 있 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오랜 동안 관련부처의 산업정책적 영향력에 광범위하게 지배되 어 왔다는 사정도 여기에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유효경쟁이 이루 어지지 않고 있는 과점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응으로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이외에 독점규제법상 다양한 규제수단들, 이를테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나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규제를 사전적 및 사후적 측면 모두에서 입체적으 로 활용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50) 50) 이호영, 앞의 글, 62쪽 참조. 제9권 제2호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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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Dogma of Agreement in Korean Competition Law With a Focus on the Analysis of Recent Cases of Supreme Court Cho Hyeshin* 51) It has been convincingly argued that we should overcome so called Dogma of Agreement in enforcing regulation against cartel through Korean competition law. However, recent cases of Supreme Court rather seem to strengthen the dogma. Considering the criminal aspect of illegal cartel, the requirement that even undertakings facing strategic inter-relationship in oligopolistic market structure should abide by competition law, the tradition of advanced competition legislations such as US where illegal cartel has been punished as a felony, the dogma should not be given up through interpretation of current law. The argumentation that we should abandon the dogma of agreement emphasizes the need to regulate oligopolistic markets prevailing in overall industries in Korean economy, which is worthy of appreciation. Nonetheless, we should consider that undertakings in oligopolistic markets are restricted in making basic decisions like price setting because of given market structure, and they have been heavily influenced by industrial policy and guidance of government. Then, the other measures in competition law such as regulation against abuse of market-dominant position or anticompetitive M&A from both ex-ante and ex-post aspects need to be actively used in oder to fundamentally and effectively counteract against concentrated markets in Korean economy. key words : cartel, agreement, conscious parallelism, facilitating practices, information exchange * Professor, Handong Global University. 제9권 제2호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