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pp. 77~101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1) 성창기 ** [ 국문초록 ] 헤겔철학에대한일반적인해석적통념중하나는헤겔이개인의자유보다국가내지공동체의권위를우선시한다는것이다. 헤겔에대한이러한해석의한형태는자유로운도덕적판단의주체로서의양심에대한논의와관련된다. 투겐타트가비판한바와같이, 양심에대한논의에서헤겔은사실상개인의양심보다국가의권위를우선시하고, 양심은국가가인정하는법에따를때에만존중받을수있다는식의주장을하고있는것으로일반적으로해석되어왔다. 필자는헤겔의양심논의에대한재해석을통해이러한기존의해석을반박하고자한다. 필자는헤겔이도덕성과인륜성의관계를논하는과정에서양심의역할을경시하지않는다고주장할것이며, 인륜성으로이행한뒤에도개인의자유로운도덕적판단혹은양심은폐기되는것이아니라보존된다는그의주장을옹호할것이다. 이러한주장에있어특히중요한것은양심의이중적구조및인륜성에의한도덕성의 지양 에대한다른 * 이논문은 < 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원지원집담회 > 의성과물중하나임. ** 서울대학교철학과박사과정 주제어 : 헤겔, 칸트, 윤리학, 양심, 인륜성, 법과도덕 Hegel, Kant, ethics, conscience, right and morality
78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해석이다. 헤겔은형식적양심과구분되는참된양심개념을통해주관적확신이라는양심의형식상의한계를극복하고그것의객관성을확보하고자했다. 따라서인륜성에서폐기되는것은양심그자체가아니라개인주의적인양심의형태인형식적양심이라고할수있다. 도덕성과인륜성의결절지점에위치하는양심에대한새로운해석은법과도덕, 나아가사회제도와개인의관계에대한헤겔의생각을이해하는데핵심적역할을하게될것이다. 1. 서론 헤겔철학에대한일반적인해석적통념중하나는헤겔이개인의자유보다국가내지공동체의권위를우선시한다는것이다. 헤겔은자유의철학자라고불리며, 개인의자유와자기결정권을강조했지만, 다른한편그는 법철학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에서 인륜성 에관해서술할때개인을자신의삶을지배하는인륜적실체의 우유 ( 偶有, Akzidenz)(PR 145) 로선언하고, 1) 또 정신철학 (Die Philosophie des Geistes) 의관련부분에서는개인이실체를 자신의본질 (EG 514) 로간주하는것으로기술한다. 2) 헤겔에따르면, 이때인륜적세계는개인과 구별되지않으며, 개인들자신의본질적본성 을구현하는것으로간주된다 (PR 147). 자신을 실체의우유 로, 또실체를 자신의본질 로아는개인이자립적인도덕적주체가될수있을까? 이경우국가의 1) G. W. F. Hegel (1970),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7, Frankfurt: Suhrkamp ( 이하 PR로약칭하고, 절표시 ( ) 와함께인용. 별다른출처표시없이절표시만주어져있는경우모두 법철학 으로부터의인용이다 ). 2) G. W. F. Hegel (1970),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 im Grundrisse: Dritter Teil Die Philosophie des Geistes,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10, Frankfurt: Suhrkamp ( 이하 EG로약칭하고, 절표시 ( ) 와함께인용 ).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79 법과제도에서벗어난선택을할수있는권리가개인에게허락될수없는것처럼보이며, 따라서그가말하는자유는국가의권위내지공동체의제도나관행안에서만허락되는, 사실상공허한것이된다. 이런맥락에서헤겔철학은국가주의나오늘날의공동체주의에속하는것으로해석되어왔다. 헤겔에대한이러한해석의한형태는양심에대한논의와관련된다. 양심은헤겔 법철학 에서자유로운주체의도덕적판단으로간주되는도덕성의최종적형태로등장한다 ( 136-8). 헤겔은 오직나의통찰이이성적인것으로간주하는것만을인정할수있는 주체의최고의권리 ( 132) 로서의도덕성에대해논의한다음, 그것의최종적형태로 양심 을제시한다. 하지만헤겔은곧이어이를다시개인의주관적확신으로서의 형식적양심 과 즉자대자적으로선한것을의욕하고자하는심성 ( 137) 으로서의 참된양심 으로구별하고, 나아가자신이 인륜적심성 과관련시킨참된양심을형식적양심보다우월한것으로간주한다. 헤겔은이후형식적양심이악으로, 또아이러니로바뀌는과정을보여주며, 결국도덕성은인륜성으로대체된다고주장한다. 이러한헤겔의서술은헤겔을공동체주의철학자중하나로보는기존의해석적경향에잘맞는것처럼보인다. 다시말해, 그는양심을 이를위반하면신성모독이되는신성한것 이라주장하면서양심의중요성을강조하지만, 여기서말하는양심은참된양심이며, 형식적양심과관련하여 국가는그특유의형식인주관적앎으로서의양심을인정할수없다 ( 137) 고주장한다. 헤겔은여기서인륜적성향과관련된참된양심을존중하는반면, 그와무관한형식적양심의권리는인정하지않음으로써사실상개인의양심보다국가의권위를우선시하고, 양심은국가가인정하는법에따를때에만존중받을수있다는식의주장을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
80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투겐타트 (Ernst Tugendhat) 의다음비판은이런식의헤겔이해를요약적으로보여준다. 헤겔은공동체내지국가에대해 [ 개인이 ] 책임을지는비판적관계를허락하지않는다. 그대신, 우리가듣게되는말들은실정법이절대적권위를가지고있다는것, 각각의개인이해야하는일을공동체가결정한다는것, 각개인의양심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는것, 신뢰가반성을대체한다는것등이다. 도덕성이인륜성에의해지양된다는헤겔의주장의의미는바로이것이다. 3) 이런식으로투겐타트는헤겔을개인의자유로운도덕적판단즉도덕성을억압하며, 인륜성내지국가의권위를절대적으로내세우는철학자로간주한다. 하지만필자는양심에대한헤겔의논의가보다조심스럽게해석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이글은헤겔의양심논의에대한재해석을통해이러한기존의해석에대해반박하고자한다. 필자는헤겔이도덕성과인륜성의관계를논하는과정에서양심의역할을경시하지않는다고주장할것이며, 인륜성으로이행한뒤에도개인의자유로운도덕적판단혹은양심은폐기되는것이아니라보존된다는그의주장을옹호할것이다. 이러한주장에있어특히중요한것은양심의이중적구조및인륜성에의한도덕성의 지양 에대한다른해석이다. 도덕성과인륜성의결절지점에위치하는양심에대한다른해석은법과도덕, 나아가 3) Ernst Tugendhat (1979), Selbstbewußtsein und Selbstbestimmung, Frankfurt/Main: Suhrkamp, p. 349. ( 인륜성 에서 개인의양심은사라진다 는헤겔의진술에대해서는 PR 152, 신뢰가도덕적반성을대신한다 는진술에대해서는 EG 514-5 를참조.) 또, 양심에대한헤겔의논의에대한다른비판적해석자들에대해서는, Daniel Dahlstrom (2002), The Dialectic of Conscience and the Necessity of Morality in Hegel s Philosophy of Right, Philosophical Legacies: Essays on the Thought of Kant, Hegel, and Their Contemporaries, 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Press, p. 152 각주 1 도참조하라.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81 사회제도와개인의관계에대한헤겔의생각을이해하는데핵심적역할을하게될것이다. 이글은 법철학 의 도덕성 장에서양심이어떤역할을하는가를살펴보는과정에서이와같은해석을시도할것이다. 2. 도덕성 헤겔법철학의중심적기획중하나는분리된법과도덕의간극을메우는것, 즉법과도덕의 추상적 대립을극복하는것이다. 개인의주관성이전면으로등장하게된근대이후, 법과도덕은분리되어서로대립한다. 법적체계와도덕, 사회제도와개인의주관적판단이언제나일치하는것은아니며, 오히려많은경우서로충돌하게된다. 법과도덕사이에서벌어지는이러한근대적갈등은어떻게해결될수있을까? 3부 (1. 추상법, 2. 도덕성, 3. 인륜성 ) 로구성되어있는 법철학 의체계구상에는이미이문제에답하고자하는헤겔의의도가드러나있다. 여기서유의해야할것은칸트나피히테와같은다른철학자들과는달리헤겔의 법철학 은법과도덕을대립적으로사고하지않는다는점이다. 헤겔에의해 자유의현존재 로정의되는법은도덕과대비되는법즉 추상적권리내지추상적옳음의체계 로서의법이아니며 ( 법철학 의경우이좁은의미의법은 추상법 에대응된다 ), 도덕을포함하는보다넓은의미의법이다. 그가보기에법과도덕의갈등을해결될수있는것이며, 이것들은오직 추상적 인방식으로만대립될뿐이다. 추상법 과 도덕성, 법과도덕간의이러한 추상적 대립을 인륜성 을통해극복하고자하는것이바로헤겔의의도이다. 4) 4) Dean Moyar (2002), Hegel s Conscience: Radical Subjectivity and Rational Institutions, Dissertation of the University of Chicago, pp. 422-423. 또, Moyar 에따르면, 법과도덕의
82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도덕성 에서헤겔은먼저한낱추상적권리의체계가아닌주관적반성에기초한행위개념을정립하고나서특수와보편의통일로규정되는선 ( 善 ) 개념으로나아간다. 추상적보편 으로규정되는 추상법 에반해, 도덕성 은특수성의계기로정의된다. 이처럼 도덕성 에서는처음부터특수성이도덕적행위의본질임을전제한다. 물론 도덕성 에서도보편성은중요하게다뤄지지만, 그것은오직개별행위자의관점안에서만의미가있는것이다. 헤겔은 도덕성 의논의를넓은의미의도덕성개념과함께시작한다. 5) 이처럼넓은의미로쓰일때의 도덕성 은 의지의주관성 ( 106), 즉주관적반성자체를말한다 (PR 108, 112 참조 ). 이는통찰, 자기의식등으로다양하게표현되지만, 그핵심은외적으로제약되지않은의지의자기정립활동이다. 이때의도덕성은 비도덕성과대립되는것 (PR 108) 이아니라, 의식적인 의지의자기규정 (PR 107) 을말하며, 따라 관계에대한헤겔의이러한비대립적관계설정은롤즈의견해와유사하다. 이점과관련된칸트및피히테와헤겔의차이, 또헤겔과롤즈의유사성에대해서는 Moyar (2002), p. 396 이하참조. 헤겔과롤즈의정치적기획에대한보다본격적인비교를위해서는 Frederick Neuhouser (2000), Foundations of Hegel s Social Theory: Actualizing Freedom, Cambridge, 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pp. 228-229와 Stephen Houlgate (2001), Hegel, Rawls, and the Rational State, Beyond Liberalism and Communitarianism (ed. by Robert R. Williams),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를참조하라. 5) 도덕성 을읽는일을어렵게만드는것중하나는 추상법 이나 인륜성 과는달리이영역의주제인도덕성의의미가논의가진행됨에따라변해나간다는사실이다. 왜헤겔이다른곳과는달리 도덕성 의경우에만이런식으로서술했는지도논란이될수있는문제이겠지만, 어쨌거나이영역의앞의두장 - 1) 기도와책임, 2) 의도와안녕 - 에서의헤겔의관심이도덕성의불완전한형식을극복하여도덕성의완전한형식을얻어내는데있다면, 3) 선과양심 에서는선개념과함께도덕성이일차적으로완성되고, 그러고나서이개념자체의내재적불완전성으로인해 인륜성 으로이행한다. Ludwig Siep (1984), The Aufhebung of Morality in Ethical Life, Hegel s Philosophy of Action (eds. by Lawrence Stepelevich and David Lamb), Humanities Press, pp. 138-139 참조.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83 서이기적목적을위해저지른살인과같은비도덕적행위이든, 이타심이나의무에서비롯된좁은의미의도덕적행위이든, 그것이자신의주관적의지에의해이루어진행위라면이넓은의미의도덕성에속한다 ( 108). 6) 하지만 도덕성 의세번째이자마지막장인 선과양심 에도달할때, 도덕성은주관성반성이라는지금의요소에선의표상내지옳음의요소가덧붙여져서사실상선과동의어가된다. 다시말해, 이경우도덕성이란선의표상에대한주관적반성을통해자신의행위를규정하는자기의식의능력이다. 이특수의지에대해선은처음에는단지개인이 자신의목적으로삼고산출해야하는 의무로서의추상적관념, 즉추상적보편이며무규정적표상일뿐이다. 이추상적인선의관념에직면하여, 개인은오직자신이이성적이고객관적인원리로간주하는것만을선으로인정할수있는 주체의최고의권리 를갖는다. 오직나의통찰이이성적인것으로간주하는것만을인정할수있는권리는주체의최고의권리이다 ( 132). 다른한편, 헤겔은 주관적의지는그통찰과의도가선에일치하는한에서만가치와위엄을가진다 ( 131) 라고주장한다. 다시말해, 헤겔에따르면개별주체의이성적통찰에의해선택되지않은옳음은선이아니며, 옳음과상관없는개별의지의특수한목적또한선이아니다. 7) 옳은일을하되개별의지에의해욕구되는것, 옳음과개별의지의내적이유혹은보편과특수의통일 - 칸트식으로말하면, 의무와주관성 6) Siep (1984), p. 140 참조. 7) Dahlstrom (2002), p. 155 참조.
84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의통일 - 이바로선이다. 이런식의통일은오직선의표상이의지에낯선것이아닌의지자체의본질로규정될때가능하다. 이것은개별의지가옳음내지선의표상을받아들이고이것에따르는것으로는충분하지않다. 도덕적주체는선에대한이성적기준을자기안에서스스로산출할수있어야한다. 8) 이와같은의지는의무가요구하는바를알기위해자신의주관성밖에있는그어떤것에도의존할필요가없다는의미에서자유로우며자기규정적이다. 이의지는도덕적권위의원천을오직자기자신안에서찾는다. 선은오직개별적주관적의지에의해서만현실적으로된다. 주관성은이런식으로특수한의무들을규정한다. 특수한의무를규정하여선을실현하는일은 자기안으로반성되어, 자신의보편성안에있는 주관성에속한다. 9) 이제도덕적행위에있어개별주체의앎과행위가본질적인것이된다. 다시말해, 즉자대자적으로선한것 을그러한것으로인정하고그것을실현해나가는일은개별주체의앎과행위에의존한다. 그래서선은 자유의실현이며, 세계의절대적궁극목적 (PR, 129) 이다. 선이세계의궁극목적이되는이유는그것이추상법과개별의지가각각상정하고있는자족성을극복하면서도옳음과안녕, 법과개별의지의본질적측면을보존하고있기때문이다. 10) 8) 즉도덕 [ 적주관 ] 성이란 그자신의선에대한이해에맞게행위를규정하는능력 을말하는것이다. Neuhouser (2000), p. 225 참조. 9) PR 138 참조. 10) Dahlstrom (2002), p. 155. 헤겔이선을 추상법과안녕 ( 혹은복리, Wohl) 의통일 로정의하는것을염두에둔다면, 선에대한지금의해명은사실상제한적이다. 왜냐하면헤겔이선의요소중하나를 안녕 으로규정하는것에서알수있듯이, 헤겔의선은사실상개별의지의만족내지행복, 즉감성과관련되기때문이다. 이러한헤겔의선개념은의무와행복의일치로서의칸트의최고선개념에대응하는것이라할수있다 ( 다만, 칸트에게있어이와같은최고선은지상에서이루어질수없는것인반면, 헤겔은그렇게생각하지않는다 ). 하지만이와같은보다포괄적인맥락의논의는이글의범위를벗어난다.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85 3. 칸트윤리학비판 도덕성개념은선개념과함께일단완성된다. 여기서 - 즉선이란개별의지가보편을의욕하는것임을설명하는과정에서 - 헤겔은칸트의의무론적윤리학에대한비판을시도한다. 하지만이비판은얼핏보기에잘이해가되지않는다. 왜냐하면스스로가입법한보편법만을따르라는칸트의정언명령이야말로지금까지논의한 보편과특수의통일 로서의선개념에잘맞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 헤겔스스로도칸트윤리학이야말로이러한 선의가장순수한형식 이라부른다. 사실, 선에대한헤겔의논의는윤리적규범에대한내적긍정으로요약될수있는칸트의내재적의무론에반대하는것은아니다. 법철학 에나오는다음진술에서알수있듯이, 그의칸트비판은윤리학에대한칸트의공헌을인정하고있으며, 그의윤리학적관점에대한기본적동의를전제한다. 의지의본질적인요소가나에게는의무이다. 내가의무를다할때, 나는나자신에게머물러있으며자유롭다. 이와같은의무의의미를강조한것이바로칸트의실천철학의공적이며수준높은관점이다. 11) 칸트의윤리학은객관적인선의존재를부인하는당대의윤리학적흐름에맞서보편적구속력을가지는선의객관성, 즉모두가다따라야할보편적의무의타당성을주장하고이를증명하고자한다. 헤겔은이러한칸트의기획에동의한다. 12) 그렇다면, 이러한유사성에도불구 11) PR 133z. 12) 헤겔의이러한생각은행복주의가유행하는당대윤리학의흐름속에서의무론적관점을내세운칸트의공헌을강조하는 G. W. F. Hegel (1970), Enzyklopädie der
86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하고헤겔이칸트를비판하는이유는무엇인가? 결론부터이야기하면, 헤겔은칸트의의무론적윤리학자체를반대하는것이아니라지금언급된그기본입장을받아들인후그것의불완전성을극복할수있는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헤겔이보기에칸트의윤리학은보편과특수가하나가되는불충분한방식이어서칸트의방식으로는진정으로의무에따른행위를하기힘들다는것이그의주장의핵심이다. 헤겔은칸트에대한비판이이루어지기전인 법철학 133에서부터이미칸트에대한비판을예비하고있다. 이렇게말할수있는이유는이부분이선의형식적측면에대한비판을제시하고있으며, 135에서이루어지는칸트비판역시칸트윤리학이형식주의적이라는데있기때문이다. 따라서이른바칸트윤리학은 공허한형식주의 에불과하다는헤겔의비판을이해하기위해우리는 133에서시작되는선의형식성에대한논의를먼저살펴보아야한다. 앞선 132에서자신이인정하는것만을선으로승인한다는주관적의지의권리를확립한헤겔은이제이를선의 구속력 과관련시킨다. 선과특수한주체사이에선이이주체의의지의본질적인것이 philosophischen Wissenschaft im Grundrisse: Erster Teil Die Wissenschaft der Logik,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8, Frankfurt: Suhrkamp ( 이하 EL 로약칭하고, 절표시 ( ) 와함께인용 ), 54z 의다음구절에서잘드러난다. 칸트는 자유로운자기규정을실천이성에게명백히요구한다. 이점에대한칸트의공적을평가하기위해, 칸트당대의지배적실천철학, 더정확히는도덕철학의형태를상기해야한다. 일반적으로말해서, 그것은인간의소명이무엇인가라는물음에대해, 인간은자신의행복을목표로해야한다고대답하는행복주의 (Eudaemonismus) 의체계였다. 행복이인간의특수한경향성, 소망, 욕구등의만족을의미했기때문에, 우연적이고특수한것이의지와인간활동의원리가되었다. 칸트는그어떤확고한지반도없이모든자의와변덕에노출된행복주의에반대하여실천이성을내세웠으며, 이를통해모두에게똑같이구속력을가진보편적의지규정을요구했다 ( 강조는인용자 ).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87 되는관계가성립한다. 이로써의지는이관계안에서단적으로구속력을가진다 ( 133). 여기서헤겔이말하고자하는것은의지에대한선의단적인구속력의기원이다. 그는이구속력의기원을도덕적주체가이성적반성을통해얻게되는통찰, 즉선에대한승인에서찾고있다. 즉선에대한주체의통찰은한낱앎의차원에머무는것이아니라실천적구속력을가지게된다. 이때선의단적인구속력이란주체에게동기를부여할수있는다른그어떤고려나이유와상관없이타당성을지니며최우선적으로우리를구속하는것, 즉다른경쟁적동기들을넘어서는무조건적인동기로서의구속력을말한다. 13) 이처럼무조건적구속력을가지는선을지칭하는말이바로 의무 이다. 의무가다른그어떤동기와상관없이, 혹은다른그어떤동기에도불구하고최우선적으로고려되어야하는것이라면, 우리는 의무는무조건적으로행해져야한다 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 다시말해, 의무는의무이기때문에행해져야한다 ( 133). 하지만의무는아직 추상적 이다. 행위자체가특수한내용과특정목적을요구하지만, 추상적의무는여전히이와같은것들을포함하고있지못하기때문에, 무엇이의무인가? 라는물음이생겨난다. 14) 13) 선에대해판단할때경쟁하는도덕적고려들의충돌문제는이미해결된것으로받아들여지며, 다른경쟁적고려들은선에대한판단에통합되거나이판단에대립되지않는것으로간주된다. Dudley Knowles (2002), Routledge Philosophy GuideBook to Hegel and the Philosophy of Right, Routledge, p. 197. 14) PR 134. Enz. 54z의다음인용문도참조할것. 하지만이능력을인정한다고해서의지혹은실천이성의 내용 에대한물음에답할수있게되는것은아니다. 그래서인간이 선 을자신의의지의내용으로만들어야한다고말한다면, 곧바로
88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지금까지의논의로는이제의무의무조건적성격이밝혀졌을뿐의무를다하고자한다면무엇을행해야하는지에대해서는아직아무것도말해지지않았다. 헤겔이의무의형식적측면을부각시키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법철학 의전개를고려할때, 여기서가능한답변은단지 옳은일을하라 는것, 그리고 나와타인의안녕을위해힘쓰라 는것뿐이다 ( 134). 하지만이러한답변은불완전하다. 왜냐하면특히긴급권에대한헤겔의논의 (PR 127) 에서드러나듯이, 옳음과안녕은모순적명령을내릴수있기때문이다. 의무의무조건성을밝힌것은 무엇이의무인가? 라는의무의구체적내용에관한물음의출발점일뿐그답을주지는못한다. 의무의내용은이제부터구체적으로규정되어야한다. 15) 내용, 즉이내용의규정성에대한물음이생겨난다. 그리고의지의자기일치의원리나, 의무를위한의무의요구로는상황이전혀나아지지못한다. 15) 헤겔은이상황을성경에빗대어다음과같이설명한다. 무엇이의무인가? 의물음은 영원한생명을얻기위해무엇을해야하는지를예수로부터알고자했을때사람들이예수에게물었던것과동일한것이다. 왜냐하면선의보편성즉추상성은추상적인것으로서는성취될수없고, 이를위해서는여전히특수성의규정이획득되어야하기때문이다. (PR 134z) 올바른삶을살겠다고하는추상적인결심만으로영원한생명을얻을수없다. 이를위해서는어떻게사는것이옳은삶인지에대한보다구체적인앎이결합되어야한다. 즉우리가의무를행하기위해서는 의무를행해야한다 는무조건적인명령만으로는부족하며, 여기에는의무의구체적내용에대한규정또한요구된다. 또이는아리스토텔레스의실천적지혜를빌려이해해볼수도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따르면, 보편적인것에만관계하는이론적지혜와는달리, 실천적지혜는보편적인것에만관계하는것이아니라개별적인것들까지도알아야만한다. 만약누군가가연한고기가소화도잘되고건강에도도움이된다는것을알지만어떤것들이연한고기인지를알지못한다면, 그는건강을산출해내지못할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2006),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역, 니코마코스윤리학, 서울 : 이제이북스, 제6권제7장 1141b15-22, p. 216. 즉건강한몸을가지기위해서는 연한고기가건강에도움이된다 라는보편적지식도갖추어야하지만, 이와함께 어떤것이연한고기인지 를아는개별적지식도필요한것이다.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89 이른바 공허한형식주의 와관련된헤겔의칸트비판은이러한맥락에서제기된다. 헤겔의비판의핵심은칸트식의추상적의무에는내용이배제되어있다는것, 다시말해그것은 무엇이의무인가? 라는물음에답을주지못한다는것이다. 칸트는 모두에게똑같이구속력을가진보편적의지규정 (EL 54z) 이존재하며, 그것은의무이기때문에행해져야한다는것은밝혔지만, 이러한형식적고려만으로는의무의내용이드러나지않는다. 즉도덕적규범으로서의추상적선의표상은의무를다하기위해구체적으로무엇을해야하는지를말해주지않는것이다. 이것이헤겔의 공허한형식주의 비판의핵심이다. 칸트가 보편법칙정식 에서구체적의무를산출하는방법을제시한점을감안한다면, 이는무리한비판이아닌가하는반론이있을수있다. 16) 하지만헤겔의비판은바로이절차가제대로작동할수없다는것, 즉보편법칙정식이제시하는무모순성검사만으로는무엇이의무인지가규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 17) 16) 칸트는준칙에대한보편화가능성검사를통해구체적의무가될수있는것과그렇지않은것을구분할수있다고주장한다. 즉어떤준칙의무모순성내지일관성유무에대한순수형식적인점검만으로도덕적가치가있는준칙을가려낼수있다고생각했다. 임마누엘칸트 (2005), 백종현역, 윤리형이상학정초, 서울 : 아카넷, pp. 93-97, pp. 131-138 참조. 17) 이처럼헤겔의비판은 보편법칙정식 의유효성을부인함으로써많은칸트주의자들과헤겔주의자들사이에서논쟁이진행되어왔다. 이에대한상세한검토는다른기회로미루며, 여기서는이논쟁에대한필자의입장을간단히요약적으로제시하는것으로대신하고자한다 ( 여기서헤겔의논의는칸트의 보편법칙정식 에집중되어있다. 이러한그의태도또한많은논란의원인이되어왔지만, 이에대한해석또한여기서는다루어지지못한다 ). 칸트는 부정한방법으로남의재산을취할수없다 는준칙이보편화가능성검사를통해타당한도덕적원칙이될수있다고주장했으며, 이를위탁물사례를통해보여주고자했다. 하지만위탁물사례에는위탁물제도, 나아가사유재산제도가선하다는것이전제되어있다. 즉사유재산제도가가치있는것이며, 반드시지켜야할규칙으로우리가받아들여야만앞의준칙은무모순성검사에대한유의미한대상이될수있다. 사유재산제도가선으로미리상정되지않는다면, 무모순
90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4. 양심의이중적구조 이처럼헤겔의칸트비판의핵심은칸트식의추상적의무에서는내용과형식이분리되어있다는것이다. 즉칸트는선의형식적측면을확립하는데집중하고있는바, 그로부터내용이따라나올수있다고잘못생각하고있다는것이다. 하지만헤겔의비판자체보다중요한것은그가이맥락에서이비판을제기하는이유이다. 도덕성 의의미를확립하는과정에서칸트에대한비판은왜개입되는가? 그것은이문제가헤겔철학의근본적주제라할수있는주관성과객관성의분리를극복하는문제와관련되어있기때문이다. 법과도덕이분리된근대이후개별주체는도덕적판단에있어그자신이타당하다고인정하는것만을도덕적인것으로승인할수있는자신의고유한권리를얻게된다. 하지만이판단은그자체로참이될수없다. 주관적의지의권리를외면하지않으면서도참된도덕적판단, 즉모든사람들이보편타당한것으 성검사를통과하지못하는준칙이라해도도덕적으로허락될수있다. 헤겔의주장은무모순성검사를통해특정의무를산출했다할지라도, 그렇다고해서이검사만으로즉형식적인절차만으로이결과를산출했다고볼수없다는것이다. ( 사유재산제도의선함과같은 ) 어떤내용이전제되어있지않는한, 도덕적으로허락될수있는준칙과그렇지못한준칙의구별이일어날수가없다. 이것이칸트가형식적절차에 은밀하게내용을끌어들이고있다 는헤겔의비판의의미이다. 이는헤겔이위탁물사례와함께제시하는 가난한이를도와야한다 는준칙을고려할때더욱분명해진다. 문제는이준칙이무모순성검사를통과하지못한다는것이다. 이준칙이보편화되면, 가난자체가없어지거나 ( 모든사람이가난한사람을도와서가난한이가없어질때 ), 아니면모든사람이가난해지는 ( 도움을주는모든사람이도와줄능력이없어질때 ) 문제적상황이벌어진다. 따라서이처럼도덕적으로가치있는행위 ( 및도덕적으로중립적인행위 ) 또한칸트가제시한검사를통과하지못하는결과가나타난다. 이논쟁에관해필자는기본적으로 Knowles, pp. 198-210, Sally Sedgwick (2011), Hegel on the Empty Formalism of Kant s Categorical Imperative, A Companion to Hegel (eds. by Stephen Houlgate and Michael Baur), Willey-Blackwell 의해석에동의한다. 헤겔의주장에대한보다상세한설명은이글들을참조하라.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91 로받아들일수있는도덕적규범은어떻게가능할것인가? 칸트는그해법을보편타당한의무를정립할수있는주체의능력에서찾고자했으며, 이를보편화가능성검사를통해산출하고자했지만, 헤겔에따르면이는실패한기획이된다. 하지만주객의분리를극복할수있는다른방법으로헤겔이주목하는것이있다. 양심이바로그것이다. 18) 자아의가장내면의목소리인양심또한주관성에서시작하여객관적인보편타당한것에도달하고자한다. 선의추상적성질로인해이념의또다른계기즉특수성일반이주관성에들어온다. 이주관성은내적으로반성된보편성일때내적인절대적확신이며, 특수성을정립하는것이며, 규정하고결정하는것이다. 이주관성이양심이다 ( 136). 양심은어떤윤리적상황에부딪쳐서그상황에대한자신의숙고와판단에따라행위한다. 주체는도덕적상황내지개별도덕적사례의여러요소들을고려하는속에서도덕적판단의결과로보편적의무를스스로규정해낸다. 이때주체의반성과결정이모든도덕성의기준이된다. 즉양심은스스로의행위에스스로이유를부여하고그이유를스스로검사한다. 의무를미리전제하고이를주어진도덕적상황에적용하는것이아니라주어진도덕적상황에대한주체의이성적반성, 즉도덕적숙고와판단을통해의무를규정해내는것. 양심은바로이 18) 헤겔의기획은양심의정언명령을주장하는피히테의영향을받았다. 피히테는양심을중심으로정언명령을다음과같이재정식화한다. 언제나너의의무에관한가장강한확신에따라행위하라. 언제나너의양심에따라행위하라. J. G. Fichte (1965),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lehre, Second Main Section, 13, in J. G. Fichte, Sämtliche Werke, ed. by J. G. Fichte, vol. Ⅳ, Berlin: de Gruyter, p. 156. Siep (1984), p. 144 에서재인용. 양심에대한피히테의이론과헤겔의관계에대한간략한설명으로는, Allen Wood (1990), Hegel s Ethical Thought,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176-178, Siep (1984), pp. 143-144 등참조.
92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러한도덕적주체의이름이다. 양심은이처럼이성적반성을통한주관적확신이그내용과분리되어있지않다는특징을가진다. 특정의무의도덕적구속력은바로나의정립작용, 즉나의특수화활동에서온다. 그것이도덕적구속력을가지는이유는도덕적상황에대한나자신의숙고와판단과관련되기때문이다. 하지만양심에는치명적인약점이있다. 양심은근본적으로개인의주관적인자기확신에불과하다. 양심은아무리강한확신을가진다해도그것이반드시참이되는것이아니다. 즉양심은애초에주관주의적인것일수밖에없다. 양심은주관적믿음일뿐이며, 주관적믿음인양심은객관적기준을제시할수없다. 이러저러한행위가요구된다거나혹은잘못된것이라고아무리확신을가지고믿는다할지라도, 그렇다고오류가능성이배제될수는없다. 이처럼양심이가진확신의힘을인정하면서도그것의오류가능성을받아들인다면, 양심의목소리가들려오는상황에서우리는어떻게행동해야하는가? 나아가, 이런경우앞서언급한주객분리의극복과관련하여양심은어떤가능성을보여줄수있을까? 여기서헤겔은 형식적양심 과 참된양심 을구별함으로써이물음에답하고자한다. 형식적양심은개인의주관적자기확신이다. 그것은객관적내용과분리되어있다는의미에서 형식적 양심이다. 이에대해헤겔은다음과같이말한다. 이러한자신의내용인진리와구별되어있을경우, 그것은단지 이 의지로서자신특유의내용을가지지못하는의지활동의 형식적측면 일뿐이다. 도덕성의형식적관점에있는지금의양심은이러한객관적내용을가지지못하며, 그래서대자적으로무한히형식적인자기확신이다. 이확신은바로이때문에동시에 이 주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93 체의확신이다 (PR 137). 주의해야할것은참된양심에대한이해이다. 참된양심은이주관적형식적측면과객관적이고이성적인것의통일, 즉 원칙과의무들의객관적체계와이체계에대한주관적앎의하나됨, 다시말해 즉자대자적으로선한것을의욕하고자하는심성 을말한다. 양심은주관적확신이기는하지만객관적이유이기도하다. 그렇다면이객관성은어디에서오는가? 참된양심을형식적양심보다우월하게만드는것은정확히무엇인가? 여기서하나의단서가될수있는것은헤겔이후자의양심을 자족적이고자하는양심, 도덕적오만, 자신이타인들보다언제나더잘알고있다고생각하는허영심 등으로부르고있다는사실이다. 19) 즉헤겔에따르면, 이러한양심이잘못된양심인이유는주체가도덕적판단을내릴때오직자신의확신과통찰에만의존하면서자신을선에대한최종적결정권자로간주한다는사실에있다. 헤겔은여기서과도하게개인주의적인형태의과장된자립성과도덕적오만을비판하면서이에대한대안으로참된양심을제시한다. 참된양심은선에대한판단에있어동일한권리를가지고있는다른도덕적주체들의권리를존중하는형태의양심이다. 여기서집 (Ludwig Siep) 의다음과같은주장은음미해볼만하다. 헤겔은양심의결정에대한존중이비판을넘어서있다고생각하지않는다. 헤겔은자신의 이념 에따른양심을 이성적이고즉자대자적으로타당한보편적행위방식의규칙 ( 137) 으로간주한다. 따라서그것은검사의모든상호주관적인기준을넘어서있을수없다. 20) 19) Neuhouser (2000), pp. 248-249. 20) Ludwig Siep (1981), Kehraus mit Hegel?, Zeitschrift fur philosophische Forschung 35, p.
94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양심은오직그자신의이성적반성에의존해도덕적판단을내린다하더라도그자신이비판을받지않을수있는권리는가지고있지않다. 도덕적주체가자신의양심에따라숙고하고판단을내린다하더라도, 이판단은동료주체들의이성적판단에의해검토되고비판되어야한다. 참된양심은이와같은절차를거쳐객관적이유를갖추게된다. 양심의내용이 즉자대자적으로이성적인것, 보편적이고사유의규정을가진것, 즉법칙과원칙의형식을가진것, 이성적이고즉자대자적으로타당한보편적행위방식의규칙, 즉자대자적으로타당한이성적내용 ( 137) 등으로규정될수있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 결론적으로말해, 개인의자립적양심 ( 152) 의소멸을선언할때헤겔이 인륜성 으로부터배제하고자한것은양심그자체가아닌자의적이면서자족적인형태를추구하는형식적양심이다. 21) 따라서참된양심에서 도덕성 전체에걸쳐핵심적역할을하는 주관성의최고의원리 는폐기되지않으며, 여전히지속된다. 헤겔은이러한참된양심을 인륜성의관점 ( 137) 과관련시키며, 이를인륜성의기초로간주한다. 인륜성의기초가되는참된양심은개인의자유로운도덕적판단을배제하거나억압하지않는다. 인륜성은도덕성에기초한다. 531. Neuhouser (2000), pp. 327-328, 후주 31에서재인용. 21) 양심의내용적측면을배제하고형식적측면에만주목할때, 그것은악 ( 혹은아이러니 / 위선 ) 의기원이된다. 헤겔이법철학 139 이하의남은 도덕성 부분에서악에대해서술할때 ( 또 정신현상학 에서도양심에대한서술이악으로귀결될때 ), 그가염두에두고있는것은양심의형식적측면에만주목한결과로나타나는현상들이다.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95 5. 결론 도덕성의요구는 나의통찰이이성적인것으로간주하는것만을인정할 수있어야하며, 도덕적주체는오직이러한원리에의해서만구속되어야한다는것이다. 인륜성은이러한도덕성의요구를배제하지않으며, 이러한도덕적주체의권리는인륜성에서보존된다. 인륜성은이주체의권리위에서만들어진다. 개별주체의앎과행위는인륜성에서도여전히본질적인것이된다. 헤겔은이관계를다음과같이표현한다. 인륜성에서생겨나는모든것은정신의이활동에의해산출된다. ( 138z) 이는인륜성의성격을이해하는데핵심적인것이된다. 인륜성은개인들의자유로운판단, 나아가양심에의해산출된다. 22) 인륜성은한사회의체계이긴하지만, 개인들의자유로운도덕적판단에기초하여만들어진제도와관행의체계이다. 이는 즉자적 이다. 다시말해개별의식과떨어져객관적으로존재한다. 하지만이는주체들의자유로운자기실현적활동에의해생겨난다. 개인들의판단이달라지면사회의체계도달라지며, 도덕성과의관계가변화함에따라인륜성자체가변화 발전한다. 23) 따라서이체계는, 흔히이해되는것과는달리규칙들의단순한정적인집합이아니라도덕성에기초하며그것을보존하고있 22) 헤겔은 PR 142의수고부분에서인륜성을 선의특수화의체계 로표현하기도한다. 여기서 선의특수화 즉특수화된선의정립은형식적양심내지개별의지의자유로운판단을의미한다고볼수있으며, 따라서여기서도인륜성이도덕성의기초위에서만들어지는체계임이잘드러난다. 23) Siep (1984), p. 146 참조.
96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는동적체계이다. 즉인륜성은 정신 이다. 인륜성 이 도덕성 을보존하고있다는점을감안하면, 한사회의제도나관행은각개별주체의자유로운도덕적숙고와판단에의존하고, 공동체구성원들의동의와인정에기초해야한다고할수있다. 다시말해, 사회제도는그러한개인의요구에값할만한것이어야한다. 즉사회의명령은개인들에의해선한것으로인정되어야한다. 공동체구성원들의구체적인판단및행위와조화될수없는제도나관행은발전할수도없고살아남을수도없을것이다. 따라서한사회의법과제도는개인들의자유로운판단에기초할때, 그래서개인들로하여금자신의도덕적신념과사회의법 / 제도사이에서선택을강요하지않을때, 보다안정적인것이될것이다. 만약한사회의법과제도가정의롭지못해개인의양심이사회의제도나관행에동의하지못한다면어떻게될까? 이런경우라하더라도, 개인은사회의명령에따라야하는가? 헤겔은이런경우에있어개인이그사회의명령을거부할권리를인정한다. 이런사회에서는법과도덕사이의괴리가생길것이며, 그사회는활력을잃게되고, 양심적개인은자신의내면으로숨게될것이다. 24) 도덕성 에대한서술의정점에서양심이악으로떨어지는것은사실이지만, 이는양심의형식적측면만을강조할때일어나는일이다. 나아가, 국가는양심을인정하지않는다는헤겔의주장역시자유로운도덕적판단에대한거부라고할수없다. 국가가인정하지않는것은양심자체가아니라형식적양심이다. 헤겔은 인륜성 의영역에있어서도도덕적주체의자유로운판단의권리를인정하며, 인륜성이야말로도덕성에기초해야함을강조한다. 따라서서론에서언급한투겐타트식의독해는헤겔 법철학 에대한전적인오해라고할수있다. 24) 138&z 참조.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97 헤겔에대한많은오독이생기게된것은그의악명높은난해함, 나아가도덕성과인륜성의관계에대한헤겔의복잡한서술탓도있겠지만, 법과도덕, 사회제도와개인의관계에대한어떤통념도영향을미친것처럼보인다. 많은경우, 국가의법과제도는개인의소신과충돌한다. 하지만선한사회, 정의로운국가는불가능한가? 헤겔은그렇지않다고말한다. 헤겔이강조하는것은모든사회가다선한사회, 정의로운국가가될수는없지만, 그것이불가능한것은아니라는것이다. 오늘날의많은자유주의자들혹은차이를강조하는철학자들과헤겔의차이점은바로여기에있다. 이들과는달리, 헤겔은양심이사회적으로인정된규범과차이를가질때에만표현될수있다고생각하지않는다. 이와는달리, 헤겔은양심이특정사회적형식안에서표현될수있고또표현되어야한다는점을강조한다. 이러한국가의실현이아주어려운과제라하더라도이러한국가의실현을포기할수는없다는게바로헤겔의생각이다.
98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참고문헌 자료 Hegel, G. W. F. (1970),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7, Frankfurt: Suhrkamp. (1970),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 im Grundrisse: Erster Teil Die Wissenschaft der Logik,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8, Frankfurt: Suhrkamp. (1970),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 im Grundrisse: Dritter Teil Die Philosophie des Geistes, in Werke in zwanzig Bänden, Bd. 10, Frankfurt: Suhrkamp. 논저 아리스토텔레스 (2006),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역, 니코마코스윤리학, 서울 : 이제이북스. 임마누엘칸트 (2005), 백종현역, 윤리형이상학정초, 서울 : 아카넷. Dahlstrom, Daniel (2002), The Dialectic of Conscience and the Necessity of Morality in Hegel s Philosophy of Right, Philosophical Legacies: Essays on the Thought of Kant, Hegel, and Their Contemporaries, 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Press. Houlgate, Stephen (2001), Hegel, Rawls, and the Rational State, Beyond Liberalism and Communitarianism (ed. by Robert R. Williams),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Knowles, Dudley (2002), Routledge Philosophy GuideBook to Hegel and the Philosophy of Right, Routledge. Moyar, Dean (2002), Hegel s Conscience: Radical Subjectivity and Rational Institutions, Dissertation of the University of Chicago. Neuhouser, Frederick (2000), Foundations of Hegel s Social Theory: Actualizing Freedom, Cambridge, 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Sedgwick, Sally (2011), Hegel on the Empty Formalism of Kant s Categor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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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문논총제 71 권제 2 호 (2014.05.31) ABSTRACT Hegel on Conscience Sung, Chang-gi*25) One of the interpretive common notions concerning Hegel s philosophy of right is that he prioritizes the state or the community over the freedom of the individual. One mode of such interpretation is related to his discussion of conscience as the subject of free moral judgment. According to it, Hegel is thought to argue that the authority of the state must precede the individual s conscience and the latter could only be respected in so far as it obeys the law recognized by the state. I attempt to argue against this current understanding by reinterpretating his theory of conscience. I argue that Hegel acknowledges the significance of conscience and conscience, or, the individual s free moral judgment is preserved after the transition to Ethical Life. The important thing in particular here is a different understanding of the dual structure of conscience and of the Aufhebung of Morality by Ethical Life. Hegel seek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its formal aspect of subjective certainty by the concept of true conscience and to its objectivity. It is therefore not the conscience as such, but its individualistic shape, the formal one, that is abolished within Ethical Life. This interpretation of con- * Department of Philosophy, Seoul National University
성창기 / 헤겔의실천철학에서양심의문제 101 science, situated in the link of Morality and Ethical Life, plays an essential role in understanding the thought of the relation of right and morality, of social institutions and individ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