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경제체제의 특질에 관한 비교제도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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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구내용은집필자의개인의견이며한국은행의공식견해 와는무관합니다. 따라서본논문의내용을보도하거나인용 할경우에는집필자명을반드시명시하여주시기바랍니다. * 한국은행금융경제연구원거시경제연구실과장 ( 전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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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sungdae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Series 韓 國 市 場 經 濟 의 특질 - 地 經 學 的 조건과 社 會 文 化 의 토대에서- 이 영 훈 Working Paper 2014-07 Nov, 2014 Naksungdae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 31gil 5, Bongcheon-ro, Kwanak-ku, Seoul, 151-843, South Korea

韓 國 市 場 經 濟 의 특질 - 地 經 學 的 조건과 社 會 文 化 의 토대에서- 李 榮 薰 Ⅰ. 머리말 나라마다 市 場 經 濟 는 제 나름의 類 型 을 지닌다. 한국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이 글은 우선 한국 시장경제의 유형을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그렇지만 자주 무시되는, 몇 가지 定 型 化 된 사 실을 소개할 것이다. 그것들은 歷 史 的 으로 형성되었다. 그 역사적 환경이나 토대와 관련하여 이 글은 다음의 두 가지에 주목할 것이다. 하나는 한국을 둘러싼, 日 本 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 시아 지역경제의 구조이다. 곧 한국경제의 地 經 學 的 (geo-economic) 조건이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非 公 式 的 制 度 로서 한국의 社 會 와 文 化 가 지니는 특질이다. Ⅱ. 몇 가지 定 型 化 된 事 實 1. 높은 水 準 의 開 放 經 濟 널리 알려진 대로 1963년부터 개시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수출 증대를 원동력으로 하였 다. 1965년 한국경제의 對 外 依 存 率 (수출입/GNI)은 25.5%였다. 그것이 고도성장이 종식되는 1996년까지 60.1%로 높아졌다. 이후 한국경제는 低 成 長 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대외 의존율은 더 급하게 높아져, 2011년에는 113.5%라는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림1> GDP성장률과 대외의존율(2004 2013) 자료: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http://ecos.bok.or.kr/) <그림1>은 GDP성장률과 대외의존율의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제시하고 있다. GDP성장률은 2004년의 5%대에서 2013년의 3%대로 내려간 반면, 대외의존율은 80%대에서 110%대로 올 랐다. 저성장의 시대에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급속히 증대한 수출입 무역이다. 世 界 銀 行 의 통계에 의하면, 2012년 한국경제는 GDP가 1조 달러(USD, 경상가격) 이상인 OECD - 1 -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대외의존율을 보였다. 1) 2012년 한국의 수출입 무역은 1조 752억 달러 로서 OECD 국가 가운데 7위이다. 그런 높은 순위의 무역을 통해 2012년 한국경제의 GDP규 모(경상, PPP가격)는 OECD 내에서 8위를 자랑하고 있다. 수출의 主 導 力 은 소수의 大 企 業 이다. 수출산업에 있어서 中 小 企 業 의 비중은 원래 적었을 뿐 아니라 점점 적어지고 있다. 총수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1970 1990년대에 걸쳐 30 40%대에서 騰 落 을 거듭하였다. 2001년의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이전 30년간에서 가장 높은 42.9%였는데, 2008년까지 30.9%로 감소하였다. 2) 이후 2009년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21.1% 로 크게 낮아졌으며, 2012년에는 18.7%의 더욱 낮아진 수준이다. 3) 그렇게 2000년대에 걸쳐 중소기업의 輸 出 競 爭 力 은 하락하였다. 한국경제는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증대로 간신 히 成 長 勢 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2. 國 家 經 濟 의 中 核 으로서 大 規 模 企 業 集 團 흔히 財 閥 로 불리는 대규모 기업집단 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1970년대에 착수된 重 化 學 工 業 化 부터이다. 2011년 公 正 去 來 委 員 會 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은 63개이며, 그에 소속된 기업은 1,831개이다. 2012년 한국의 상위 200개 대기업 가운데 171개가 이들 63개 기업집단에 속한다. 2011년 30대 기업집단에 속한, 金 融 業 과 非 外 監 企 業 을 제외한, 기업들의 資 産 총액은 금융업과 정부 개인소유의 자산을 제외한 전체 非 金 融 法 人 資 産 의 39.3%를 차지 하고 있다. 30대 기업집단의 賣 出 도 마찬가지 기준의 비교에서 38.9%의 큰 비중을 점하고 있 다. 4) 대규모 기업집단은 한국경제가 보유한 국제경쟁력의 중핵을 이룬다. 한국의 기업이 미국에 서 취득한 特 許 는 1981년 17개에서 2010년 11,671개로 급증하였으며, 그 결과 2010년 한국 은 미국특허 기준으로 미국, 일본, 독일 다음의 技 術 强 國 이 되었다. 그런데 그 미국특허의 거의 60%는 최대 5대 기업에 의해 出 願 되었다. 5) 2008년 포츈지가 선정한 세계의 500대 기 업 가운데 15개가 한국의 대기업이다. 대기업의 발전에 관한 한, 한국은 상당한 정도로 선진 국에 근접해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추세에 관해서는 상이한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의 進 步 的 정치세력이 드러내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적대감이 그에 적합한 경 험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콜팬 등에 의하면, 기업집단은 시장경제가 불완전 한 여러 후진국에서, 동유럽의 體 制 移 行 國 家 들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존재이다. 나아가 기업집단은 스웨덴을 비롯한 서유럽의 여러 선진국에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역할을 바꾸면서 오래 전부터 존속해 오고 있다. 6) 1) GDP를 PPP로 조정한 OECD통계에서는 독일의 대외의존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2)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수출통계 (통계ID: DT_A10064) 3) 중소기업중앙회, 2013, 2013 중소기업위상지표, 66쪽. 한편 이데일리 2013년 10월 19일의 보도 에 따르면 2012년의 기업 규모별 수출 비중은 대기업 66.4%, 중견기업 14.7%, 중소기업 18.7%이다. 중견기업 가운데는 중견기업 지정제도가 생기기 이전의 (원) 중소기업 범주에 속한 기업이 있을 것이 다. 이를 감안하면, 2009년의 중소기업 수출비중이 갑자기 낮아진 것은 (원) 중소기업의 일부가 중견 기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추후 세밀히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4) 황인학 최원락, 2013, 경제력집중 통계의 진실, KERI 정책제언 13-04, 9 10쪽. 5) Lee, Keun, 2013, Shumpeterian Analysis of Economic Catch-up Knowledge, Path-Creation, and the Middle-Income Trap-, Cambridge University Press, p.52, 196. 6) Colpan, Asli M., Hikino, Takashi, and Lincoln, James R.(eds), 2010, The Oxford Handbook - 2 -

대규모 기업집단의 市 場 支 配 力 이 비정상적으로 過 度 하다는 비판에도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 황인학과 최원락에 의하면, 상위 20대 기업의 賣 出 集 中 度 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대만보다는 높지만, 영국, 독일과는 비슷한 수준이고, 프랑스와 스웨덴보다는 낮다. 또한 상위 20대 기업 의 자산 집중도에서 한국은 스웨덴, 프랑스, 독일보다 낮으며, 영국과 비슷하고, 일본, 대만, 미국보다는 높다. 앞서 소개한대로 2011년 한국의 30대 기업집단이 점하는 비금융업에서의 매출집중도는 38.9%이다. 그에 대해 황인학과 최원락은 대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海 外 市 場 에서 이루어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다시 계산한, 수출을 제외한, 30대 기업 집단의 국내 매출집중도는 28.9%로 낮아진 수준이다. 7) 3. 零 細 事 業 體 의 過 密 과 積 滯 <표1>은 1993년과 2012년의 從 業 員 규모별 사업체의 분포이다. 전 산업 사업체 총수의 구 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1 9명의 영세사업체 수가 214만(93.3%)에서 332만(92.5%)로, 동 종업원 수가 477만(39.0%)에서 763만(41.1%)로 팽창하였다는 사실이다(상대적 비중은 거 의 불변). 대조적으로 最 上 位 구간인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수는 605에서 543으로, 종업원 수는 151만에서 120만으로 감소하였다. 次 上 位 300 1,000명의 대기업 수는 2,201에서 2,800으로, 종업원 수는 104만(8.6%)에서 138만(7.5%)으로 늘었다. 차상위 구간의 대기업이 증가한 것은 통신, 교육서비스, 사업서비스, 공공행정, 건설업,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에서이다. 대조적으로 製 造 業 에서 종업원 300명 이상의 대기업 수는 1,223에서 687로, 종업원 수는 133만(34.3%)에서 72만(19.5%)로 크게 감소하였다. 반면 1 9명의 영세사업체 수는 22만 6,000(80.5%)에서 29만 6,000(82.3%)으로, 종업원 수는 72만(18.6%)에서 92만(24.8%)으로 팽 창하였다. 제조업에서 대기업의 수가 주는 현상은 1989년부터이다. 1988년 대기업의 수는 1,318을 헤 아렸는데, 위와 같이 2012년까지 687로, 거의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8) <그림2>는 1960년 제 조업의 종업원 규모별 사업체 수를 1로 할 때, 각 규모별 사업체 수가 2012년까지 그린 추이 를 보인다. 9) 종축이 로그 구간이어서 각 線 의 기울기는 變 化 率 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명확하 of Business Groups, Oxford University Press, pp.1 9. 7) 황인학 최원락, 2013, 경제력집중 통계의 진실, 13쪽. 8) 통계청, 광공업조사통계보고서 각년도판. - 3 -

듯이 규모별 사업체의 분포에서 1989년은 일대 轉 換 點 이었다. 그 이전까지 500인 이상, 200 499인, 50 199인의 사업체 수는 增 加 一 路 였다. 500인 이상이 1976년까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그 뒤를 따라 200 499인과 50 199인의 사업체가 증가하였다. 1976년까지 5 9 인과 10 49인의 영세사업체 수는 정체하거나 심지어 감소하기까지 하였다. 10 49인 구간이 급하게 증가하는 것은 1976 1989년이며, 5 9인 구간은 1989년부터 급증하였다. 어쨌든 1989년을 넘기면서 상위 3구간의 대규모 기업은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며, 대조적으로 하위 2 구간의 소규모 기업은 증가 추세를 계속하였다. 그 결과 2012년에 이르러 모든 구간의 1960 년에 대비된 倍 數 는 8 10으로 收 斂 하였다. <그림2> 종업원 규모별 제조업 사업체 수의 추이(1960=1) 자료: 1960 1996: 광공업통계조사보고. 2004, 2012: 전국사업체조사. 1989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제조업에서 대규모 기업이 줄고, 영세 소기업이 증가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아직 믿을만한 연구는 없다. 1987 1989년의 노동자 대투쟁 이 직접적 계기 였음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기업이 노동자를 대량 고용함에 따른 정치적 위험이 일층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주력 업종이 노동절약적인 IT산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기술 적 요인은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동기간 다른 나라에서도 산업구조의 그러한 변화가 있 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비중은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였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종 업원 3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의 수적 비중은 1995 2010년에 0.97%에서 1.46%로, 종업원 비중은 26.1%에서 31.1%로 늘었다. 10) 미국의 경우, 종업원 5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의 수 적 비중은 1998 2011년에 1.52%에서 1.38%로, 종업원 비중은 58.6%에서 54.7%로 감소했 는데, 그리 두드러진 감소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종업원 500 명 이상 대기업의 종업원 비중은 같은 기간 47.2%에서 51.5%로 증가하였다. 11) 1989년 이후 대기업이 줄고 영세 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결과, 오늘날 한국경제는 국 제적 비교에서 영세사업체가 過 密 하다는 특징을 안고 있다. <그림3>은 2010년을 전후하여 OECD 각국의 제조업 고용 총수에 대비된 5 9명 사업체의 고용 비중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국제적으로 異 狀 値 (outlier)를 찍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영세사업체는 발전성을 결여 9) 50 199인, 200 499인 규모별 사업체 수가 1996년에서 끊어진 것은 1997년 이후 조사 구간이 50 299인, 300 499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0) (일본)중소기업청, 중소기업백서 (2012년판), 부속통계자료 표8. 탈공업화의 영향으로 제조업의 사 업체 수, 종업원 수는 동기간 절대적으로 감소하였다. 대기업의 사업체 수와 종업원 수도 절대적으로 감소하였다. 그렇지만 대기업의 상대적 비중은 오히려 위와 같이 증가하였다. 11) U.S.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www.sba.gov/advocacy/firm-size-data#susb). - 4 -

하여 차상위 구간으로 올라가기보다 그 자리에서 積 滯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된다. 12) 제조업을 넘어 전 산업에서 영세사업체의 과밀 정도도 매우 심하다. 앞서 소개한대로 전 산 업에서 1 9명 사업체의 수적 비중은 92.5%, 종업원 비중은 41.1%나 된다. 이 역시 국제적으 로 이상치다. <그림4>는 서비스업에서 이른바 自 營 業 者 로 불리는 영세사업체의 종업원 비중 을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한국은 그리스,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와 함께 자 영업이 肥 大 한 그룹을 이루고 있다. 4. 勞 動 市 場 의 심한 不 安 定 과 不 均 衡 노동시장의 질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 한국은 OECD 내에서 최고 아니면 최저의 극단을 보인다. 2009년 종업원의 勤 續 年 數 는 定 規 職 의 경우 평균 6.2년인데, 이는 OECD 내에서 가 장 짧은 편이다. 非 定 規 職 이나 期 間 制 의 근속연수는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나아가 전체 被 傭 者 가운데 1년 미만 勤 續 者 의 비율은 36.2%나 되어, OECD 내에서 단연 최고다. 반면 10년 이상의 長 期 勤 續 者 의 비중은 16.9%로 최저다. 低 賃 金 노동자의 비율은 25.7%로 최고며, 性 別 임금의 격차 역시 평균 39%로 최고다. 13) 노동시장의 형편이 이렇게 열악한 것은 영세사업체의 과밀 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영세사업체는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溫 床 이다. 2011년 종업원 1 4명의 영세사업체에서 비정 규직 비중은 82.5%나 되었다. 5 9명의 사업체에서 비정규직은 63.0%이다. 그에 비해 3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은 16.5%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노동자는 대개 정규직 노동자로 서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에 달하는 반면, 영세사업체의 노동자는 거의 비정규직으로서 근속연 수가 1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太 半 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임금 수준에서도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2009년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할 때, 30 99명은 51.2, 10 29명은 48.7, 5 9명은 46.0 12) 조덕희, 2013, 제조업의 영세소기업 편중 현상에 관한 연구,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2013-660, 80 90쪽. 13) 황덕순, 2011,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과 노동, 경제논집 50-3, 서울대학교경제연구소, 309 311 쪽. - 5 -

에 불과하다. 14)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生 産 性 隔 差 를 그대로 반영한다. 2009년 종업 원 300명 이상 대기업과 종업원 10명 이상 중소기업의 1인당 附 加 價 値 의 격차는 3.19배이다. 이는 국제적 비교에서도 심한 편이다. 2007년 EU 15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부 가가치의 격차는 평균 1.68배이다. 15). 이처럼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커다란 격차를 내포하는 分 節 性 을 특징 으로 한다. 대기업의 노동자는 高 賃 金 의 정규직으로서 잘 조직된 勞 動 組 合 의 보호를 받고 있 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노동자는 低 賃 金 의 비정규직으로서 조직되어 있지 않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1989년에 19.8%의 정점을 찍은 뒤 2005년의 10.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노동조합은 고용량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존 조직마저 온전하게 유지하지 못하였다. 16) 뒤이어 지적할 점은 人 力 需 給 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사실이다. 2006년 15 64세의 雇 傭 率 은 64%로서 OECD 평균 66%보다 낮다. 특히 24세 이하 청년층의 고용률이 미국, 영국, 독 일, 일본보다 14 30% 포인트나 낮음이 특징적이다. 이는 청년층 生 産 可 能 人 口 의 절반 이상 이 非 經 濟 活 動 人 口 로서 通 學 중이거나 就 業 試 驗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人 力 難 에 시달린다. 부족한 인력의 상당 부분은 外 國 人 勤 勞 者 로 충당된다. 非 熟 練 工 뿐 아니라 熟 練 工 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인력이 高 齡 化 하는 가운데 高 學 歷 者 의 제조업 기피로 숙련과 기술을 갖춘 인력의 공급이 줄기 때문이다. 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1990년대 이후의 敎 育 政 策 에, 그 혼란에 원인이 있다. 잘 알려진 대 로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아서 한 때 80%를 초과하였다. 그렇지만 이들 고 등교육의 이수자들이 자기 전공분야에서 직장을 구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04년도 노 동패널조사를 이용한 분석에 의하면, 專 門 大 卒 취업자의 63%, 4년제 大 卒 취업자의 58%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17) 또한 한국의 노동시장은 숙련과 기술을 기업 외부에서 충원하는 外 部 勞 動 市 場 으로 존재한 다.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불균형이 심하여 근로자의 숙련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숙련 과 비숙련의 골은 대개 단기간의 근속으로 메워질 만큼 깊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근로자의 숙련 형성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으며, 소수의 대기업만이 근로자에게 企 業 特 殊 的 숙련의 경 로를 제공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 근로자의 1인당 勞 動 生 産 性 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 다. 예컨대 전 산업 근로자의 1인당 생산성은 미국의 약 60%이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는 더욱 두드러져 수송 통신의 경우는 50%, 도 소매업과 숙박 음식업의 경우는 25%에 불과하 다. 18) Ⅲ. 地 經 學 的 조건: 組 立 型 工 業 化 한국의 몇몇 공업과 대기업은 2차 세계대전 후 공업화에 착수한 後 發 國 가운데 거의 유일 14) 황인학 최원락, 2013, 경제력집중 통계의 진실, 58 65쪽. 15) 신기동 김군수 김을식 이정훈, 2012, 대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새로운 시각, 이슈&진단 37, 경기개 발연구원. 3쪽. 16) 조성재 정준호 황선웅, 2008, 한국경제와 노동체제의 변화, 한국노동연구원, 97 98쪽. 17) 박덕제, 2007, 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생산성 향상, 남성일 외,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서강대학교출판부, 33 41쪽. 18) 위와 같음. - 6 -

한 사례로서 先 發 國 의 경쟁 상대를 追 越 하는 데 성공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技 術 開 發 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으며, 그 결과 1990년대에 걸쳐 선발국의 경쟁 상대와 비슷한 技 術 力 을 확보했으며, 2000년대에 이르 러 市 場 占 有 率 에서 그들을 추월하였다. 19) 삼성전자가 소니를 능가한 것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 진 사례이다. 성공적 추월의 비밀은 技 術 壽 命 이 짧은 新 産 業 에서 뛰어들어 선발국이 걸었던 것과 전혀 상이한 革 新 經 路 를 개척한 데 있었다. 2000년대, 저성장 시대의 한국경제가 그런대 로 성장세를 이었던 것은 수출이 연평균 12%로 증대했기 때문인데, 그 1등 공신은 이처럼 선 발국의 경쟁 상대를 따라잡았던 대기업들이다. 몇몇 공업과 대기업의 成 功 談 에 현혹되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지지한, 나아가 제약하 는, 한국을 둘러싼 地 經 學 的 조건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그 자체가 인류사상 전례 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하였다. 1950 2000년 세계경제는 연평균 3.9%의 실질성장을 이루었는데, 20) 널리 알려진 대로 광범한 기술혁신과 세계무역의 급증이 그 기본 동력이었다. 세계무역에서 나타난, 부차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동향은 선진국 이 후진국으로부터 勞 動 集 約 的 工 産 品 을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최초의 국제시장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경제에 의해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되었다. 그것이 1960년대 초반, 한국으로 건너오기 시작하였다. 1956년 중화학공업화에 착수한 뒤 고도성장에 접어든 일본경 제는 노동집약적 輕 工 業 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63년 한국경제가 갑자기 공산품 수출을 크게 늘린 것은, 이후 공산품 수출을 원동력으로 하여 고도성장에 진입한 것은 이 같은 지경 학적 조건에 의해서였다. 21) 10년 뒤 한국경제가 중화학공업화에 착수한 것도 破 天 荒 의 新 經 路 를 개척했다기보다 1956년부터 선발자 일본경제가 그려 놓은, 믿을만한, 성장경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화학공업화에 일본의 정부와 기업가들은, 그것이 일본경제에도 도움이 된 다는 판단에서, 선의의 협조를 제공하였다. 22) 기회가 제공되자 한국경제는 그에 민활하게 대응하였다. 한국경제는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 중간재, 부품, 기계와 장치를 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였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한 국 고도성장의 이 같은 패턴을 組 立 型 工 業 化 라고 이름 붙였다. 23) 다시 말해 한국의 고도성 장에는 高 級 熟 練 과 源 泉 技 術 의 자급적 축적으로 핵심 원자재, 정밀 부품, 고급 기계를 생산하 는 工 業 大 國 일본이 인접국이었다는 지경학적 조건이 큰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이 조건은 역사적인 것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市 場 經 濟 體 制 가 성립하는 것은 일본의 법, 제도, 자본, 기술이 移 植 되었던, 그 위에 일본과 시장이 완전 통합되었던, 植 民 地 期 의 일이 다. 24) 그 시기에 성립한 일본을 中 心 部 로 하는 東 아시아 資 本 主 義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체 19) Lee, Keun, 2013, Schumpeterian Analysis of Economic Catch-up -Knowledge, Path-Creation, and the Middle-Income Trap, Cambridge University Press. 오철, 2014, 기술과 시장에서 추격의 패턴 4가지 사례를 통한 특허 데이터 분석-,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부 박사학위논문. 20) Angus Maddison, 2006, The World Economy, Paris, OECD, p.613 21) 이영훈, 2011, 1960년대 전반 개발 전략의 전환과 그것의 경제사적 배경, 經 濟 論 集 51-1, 서울 대학교 경제연구소, 115쪽. 22) 오원철, 1996, 한국형 경제건설 엔지니어링 어프로치- 7, 기아경제연구소, 464 468쪽. 박영구, 2012,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과정과 내용(1), 해남, 128 133쪽. 23) 한국의 경제성장이 지니는 조립형공업화의 특질을 꾸준하게 지적하는 연구자로서는 渡 辺 利 夫 와 服 部 民 夫 가 대표적이다. 다음을 참조하시오. 渡 辺 利 夫 編, 1990, 槪 說 韓 國 經 濟, 有 斐 閣. 服 部 民 夫, 2005, 開 發 の 經 濟 社 會 學 - 韓 国 の 経 済 発 展 と 社 会 変 動, 文 眞 堂. 국역본: 핫또리 타미오 지음, 유석춘 이사리 옮김, 2007, 개발의 경제사회학, 전통과 현대. - 7 -

되었다. 그에 속했던 한국, 일본, 대만은 차례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체제, 곧 美 國 體 制 (Pax-Americana)에 편입되어 갔다. 그런데 한국의 미국체제로의 편입은 自 力 에 의 해서가 아니라 舊 宗 主 國 인 일본의 생산력을 매개해서였다.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역사 적 맥락에서 구 동아시아자본주의 는 완전히 해체되었다기보다 새로운 세계체제 하에서 부차 적인 지위로 부활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25)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몇몇 공업과 대기업이 이룩한 성공적 추월에도 불구하고 조립형 공 업화 의 특질은 拂 拭 되기는커녕 오히려 强 化 되었다. <표2>는 1991 2012년 輸 入 의 性 質 別 構 成 을 제시하고 있다. 1991년 總 輸 入 에서 輸 出 用 은 30.3%인데, 2000년까지 45%로 가장 높 아졌으며, 2012년에도 39.1%의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다. 原 資 材 수출용의 비중은 1991년의 19%에서 2012년의 28%까지 계속해서 증가하였다. 資 本 財 수출용의 비중은 1991년의 9.8% 에서 2000년 17.1%의 정점에 달한 뒤, 2012년까지 10.6%로 감소하였다. 이는 자본재의 自 給 이라기보다 저성장기의 투자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림5> 수출부가가치율의 국제비교(2013) 자료: OECD.Stat. <그림5>는 2013년 OECD 각국의 輸 出 附 加 價 値 率 을 26) 비교하고 있다. 한국은 59.4%로서 OECD 34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네 번째이다. 여기서도 한국경제가 체현하는 조립형 공업화의 24) 이대근 외, 2005, 새로운 한국경제발전사 조선후기에서 20세기고도성장까지-, 나남출판. 김낙년, 2003, 일제하 한국경제, 해남. 호리 가즈오, 2003, 한국 근대의 공업화 일본 자본주의와의 관계-, 전통과 현대. 25) 李 榮 薰, 韓 國 經 濟 史 硏 究 (근간), 제11장. 26) Ratio of trade in value added: Total domestic value added share of gross exports(%). - 8 -

특질을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림에는 없는데, 한국과 경제성장의 역사를 같이 하는 대만은 58.5%이다. 양국 모두 일본을 중심부로 하는 동아시아자본주의에서 조립형 공업화라는 동일 한 발전경로를 걸었다. 양국의 기술 수준은 成 熟 技 術 의 도입에서 尖 端 技 術 의 개발로, 양국 의 공업화는 單 純 組 立 에서 尖 端 組 立 으로 진행하였다. 27) <그림6>은 1965년 이후의 貿 易 收 支 와 對 日 本 무역수지의 추세이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흑 자로 돌아서는 것은 1985 1989년을 제외하면 1998년부터이다. 1997년까지 무역수지의 적자 는 거의 대부분 대일본 적자였다. 1998년 이후 무역수지는 대규모 흑자로 돌아서는데, 그럼에 도 대일본 적자는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원자재와 자본재의 導 入 先 은 중국, 홍콩 등으로 꾸 준히 다변화했지만, 核 心 部 品 과 機 械 裝 置 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관계는 오히려 심화하였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몇몇 공업과 대기업이 일본의 경쟁 상대를 성공적 추월한 것은 아이러 니컬하게도 이 같은 지경학적 조건에 기초해서였다. <그림6> 한국의 무역수지와 대일본 무역수지 자료: 한국무역협회, Kotis database. 앞서 열거한, 한국 시장경제의 특질을 대변하는 몇 가지 정형화된 사실은 상당 부분 조립형 공업화의 논리로 해명될 수 있다. 노동시장이 숙련과 기술을 기업 외부에서 조달하는 外 部 勞 動 市 場 이란 사실과 조립형 공업화는 직접적 인과관계를 지닌다. 고급의 숙련과 기술은 장기간 의 노동, 반복적 실험,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暗 黙 的 이며 企 業 特 殊 的 인 형태로 축적된다. 한국의 기업들이 숙련과 기술의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손쉽게도 고급의 부품과 기계를 이웃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민지기에 정착된 법, 제도, 생산시설이 요 구하는 기술 개발의 경로는 기업의 그러한 대응을 자연스럽게 유발하였다. 수입된 부품과 기계에 체화된 숙련과 기술은 技 術 系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技 能 工, 技 術 工 의 채용을 통해, 그들의 짧은 기간의 현장 실습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 다. 한국의 기업들은 오히려 종업원들이 암묵적이고 기업특수적 숙련을 축적할 기회를 제한하 였는데, 그것은 종업원들이 생산과정에서 행사할 발언권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 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 대신 기업들은 끊임없이 해외로부터 고급 생산설비를 도입하여 생산 과정의 自 動 化, 數 値 制 御 化 를 꾀하는 경로로 생산성의 상승을 추구하였다. 28) 앞서 소개한 종업원 규모별 사업체 수의 시기별 추이도 조립형 공업화의 시기별 전개와 밀 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1976년 나아가 1989년까지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을 필두로 하 여 50명 이상의 기업이 급속히 증가한 것은, 대조적으로 1976년까지 50명 이하의 영세 기업 27) 핫또리 타미오, 개발의 경제사회학, 100 107쪽. 28) 조성재 정준호 황선웅, 2008, 한국경제와 노동체제의 변화, 한국노동연구원. 정이환, 2011, 경제위기와 고용체제 한국과 일본의 비교-, 한울. - 9 -

이 정체한 것은, 그 기간이 單 純 組 立 의 기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간에 한국의 기업이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나아가 노동집약적 중화학공업에서, 생산규모를 대규모로 확장함에 있어서 기술, 노동, 시장의 애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생산규모가 팽창하자 그에 중간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덩달아 성장하였 다. <그림7>은 중소 제조업체에서 29) 受 給 業 體 의 비율이다. 1970년대까지 그 비율은 20% 전 후에서 정체하였다. 그 때까지 대기업의 주요 업종은 생산의 迂 廻 度 가 낮은 노동집약적 경공 업이었다. 이후 동 비율은 1990년의 70.1%로까지 급속히 높아졌다. 대기업이 우회도가 높은 중화학공업을 주력 업종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1989년까지 종업원 50명 이상의 비교적 건전 한 중소기업의 수가 증가한 한편의 원인을 이 같은 수급업체의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조립의 기간에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同 伴 成 長 을 구가하였다. 이후 수급업체의 비율이 2010년의 43.3%로까지 낮아진 것은, 경험적 연구가 없어서 단언하 기 힘들지만, 그 기간이 尖 端 組 立 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의 기술개발은 우수한 기 술자가 企 業 硏 究 所 에서 행하는 급진적인 設 計 와 實 驗 에 의하였다. 새로운 기술이 요구하는 부 품, 기계, 장치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는 점점 疏 遠 해졌 다. 수급업체는 그 비율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절대 수에서도 감소하였다. 수급업체의 수는 2006년의 65,740에서 2010년의 47,815로 감소하였다. 30) 대기업과의 수급관계가 약해짐에도 불구하고, 앞서 소개했듯이, 종업원 50명 이하의 영세 사업체가 제조업에서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과밀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제경쟁력을 결여 한, 수출산업과 무관한, 대기업과는 더욱 소원해진, 영세사업체가 오로지 좁은 국내시장을 무 대로 과밀하게 생겨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관점이 필요하다. 곧 사회와 문화의 역사적 특질이다. Ⅳ. 社 會 와 文 化 의 토대: 低 信 賴, 物 質 主 義, 官 僚 制 주류 경제학의 인습적 사고방식과 달리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총과정 이다. 費 用 과 便 益 의 분석에서 도출된 경제적 인센티브나 그것을 보장하는 공식적 제도만으로 29) 1975년까지는 종업원 200명 이하, 1976년부터는 종업원 300명 이하이다. 30)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2007, 2006년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보고, 270쪽; 2011, 2010년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Ⅰ), 222쪽. - 10 -

는 인간들의 경제적 선택을 다 설명할 수 없다. 新 制 度 經 濟 學 은 反 復 게임의 戰 略 的 均 衡 이라 는 틀로 이를 해명하고 있다. 게임의 반복성과 지속성, 그에 대한 개별 경기자의 믿음은 어떤 외적인 認 知 的 원천에 의존한다. 그것은 法, 道 德, 團 體, 宗 敎 와 같은 것들로서 곧 공식적 및 비공식적 제도의 총체이다. 31) 몇 차례 비슷한 보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주변 1.5km2에 30여개 의 치킨집이 出 血 競 爭 을 벌이고 있다. 32) 그 중의 절반은 3년 이내에 감당할 수 없는 家 計 負 債 와 함께 倒 産 할 것이다. 무엇이 합리적 선택인지는 명확하다. 서로 통합하는 것이다. 5개로 통합한다면 임대료, 인건비, 광고비 등이 거의 1/6로 줄어, 치킨 수요가 고정적이라 해도,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모두가 평화롭게 共 生 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그 길은 갈 수가 없다. 치 킨집 사장들 사이에 同 業 을 가능케 할 어떠한 수준의 信 賴 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 간 신뢰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단체도 없다. 사람들이 신도림동에서 住 民 登 錄 을 유지하는 기간은 평균 5 년 정도에 불과하다. 33) 그렇게 대부분의 주민은 뜨내기이다. 그런 가운데 동네의 상권을 지배 하는 商 人 團 體 는 원래 없었다. 사회의 이러한 상태에서 동업의 게임은 불가능하다. 낯선 異 邦 人 에게 재산을 맡기는 것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일은 없을 터이다. 나는 이 작은 사례 하나로 한국경제가 정형화된 사실로 노정하는, 영세사업체의 과밀과 적 체라는 특질을, 그 因 果 關 係 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에서 동업의 기회나 사례가 빈약함은 사업체의 형태에서도 확인된다. 1991년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사업체 총수는 211만이다. 그 중에 個 人 事 業 體 는 196만으로서 92.7%이다. 會 社 法 人 은 총 85,487인데, 株 式 會 社 가 81,418로서 95.2%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34) 나머지 4.8%가 合 名 合 資 有 限 회사로서 동업 관계의 회사들이다. 이들 수치를 독일과 비교해 보자. 1990년 독일의 사업체 총수는 210만이다. 그 중에 개인사업체는 154만으로서 73.4%이다. 회사법인은 총 523,571인데, 합명 합자 유한회사가 521,854, 99.7%로 거의 전부이다.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및 주식합자회사 로 보고되는데 고작 1,717, 0.3%에 불과하다. 35) 요컨대 독일에 비해 한국에 서는 사업체가 법인으로 조직되는 정도가 낮은 가운데, 법인이라 해도 千 篇 一 律 로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좀 더 세밀히 살펴야겠지만, 한국의 주식회사는 1인 지배의 구조가 대부 분일 터이다. 대조적으로 주식회사의 본 고장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주식회사는 소수 대기업에 한하는 예외적 형태인 가운데, 대부분의 회사 조직은 동업 관계로 영위된다. 두 나라의 사업체 형태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앞서 지적한대로 시장 게임의 均 衡 解 를 규정하는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협동하는 사회의 짜임새, 그 원리가 다른 것이다.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이 공유하는 믿음과 달리, 한국의 전통사회는 공동체로 조직된 信 賴 社 會 가 아니었다. 14세기까지 존속한 지연, 직능, 종교에 바탕을 둔, 香 徒 로 불린, 어떤 원초적 공동체는 15세기 이후 이른바 儒 敎 的 轉 換 (Confucian transformation)의 개시와 더불어 해체되어 갔다. 17 19세기 전통사회 의 짜임새는 兩 班 - 常 民 - 賤 民 신분 간의 차별을 기본 원리로 하였다. 볼만한 공동체는 양반신 31) Aoki, Masahiko, 2013, Historical Sources of Institutional Trajectories in Economic Development: China, Japan and Korea Compared, Socio-Economic Review 11(2), p.235. 32) 자영업자들이 벌이는 상대방 죽이기 의 열악한 경쟁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시오. 김창욱 김정근, 2014, 자영업 부문의 현황과 구조적 특성: 경쟁의 성격을 중심으로, 이영훈 엮음, 한국형 시장경제체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3) 통계청(kosis.kr)의 국내인구이동통계 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에서 동을 경계로 한 인구이동(전출 기 준)은 2000 2009년에 평균 20.7%였다. 이후 조금 낮아져 2013년에는 15.2%이다. 34) 통계청, 1992, 1991 총사업체통계조사보고서 제1권(전국편), 26쪽. 35)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 경제 경영지표 1994, 209쪽. - 11 -

분의 친족집단에 한하였다. 신분적 멸시와 예속을 면하기 위한, 거꾸로 신분적 위세를 과시하 기 위한, 인간들의 사회적 전략과 지향은 친족집단의 결성을 통한 兩 班 化 였다. 20세기에 들어 植 民 地 的 近 代 (colonial modernity)의 이식과 더불어 사회의 공식 영역에서 신분 차별은 폐 지되었다. 그렇지만 사회 문화의 비공식 영역에서 이어진 신분 차별과 그에 규정된 인간들의 행동전략은 식민지기를 거쳐 1970년대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950 1960년대의 한국사회 를 관찰한 국내 외의 연구자들은 이 사회가 일반적으로 조직되지 않은, 공동체를 결여한, 인간 들의 상호 관계는 주로 국가권력과의 관계로 규정되는, 고독한 개인들의 大 衆 社 會 라는 결론을 내렸다. 36) 이 같은 長 期 의 社 會 史 가 초래한 현대 한국인들의 精 神 文 化 와 心 性 에 관해서는 미국 미시 간대학에 의한 世 界 價 値 觀 調 査 (World Values Survey)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985년부터 5년 간격으로 반복되어 온, 세계 각국 인간들의 가치관에 관한 이 조사는 한국인 이 장기의 관점에서 인생을 설계하고 그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고 저축하는 능력에서 세계의 최고 수준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그 장기적 행동전략은 재산과 지위를 목표로 한다. 직 업노동의 보람, 타인에 대한 배려, 인류를 향한 博 愛, 창조적 想 像 등 精 神 主 義 的 가치에 대 한 한국인의 지향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정신문화가 드러내는 物 質 主 義 的 편향은 국제 적으로 거의 이상치에 가깝다. 사회적 신뢰 (social trust)의 수준은 원래 낮았지만, 조사가 반복될 때마다 점점 낮아져 왔다. 37) 이 低 信 賴 의 사회에서 인간들이 개인과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통로는 교육이었다. 朝 鮮 王 朝 의 成 均 館 과 科 擧 가 수행한 관료의 선발과 훈련의 기능은 오늘 날 약간의 현대적 옷을 입은 채 국립 서울대학교에서 재현되고 있다. 38)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國 家 考 試 에 합격하는 것은 조선왕조의 과거에 급제하는 것과 진배없는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다. 그 다음의 위계는 財 閥 이다. 재벌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타성적인 비판에도 불구하 고, 재벌 대기업에의 취직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사회적 위신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필사적으 로 통과해야 하는 또 하나의 국가고시를 이루었다. 현대 한국사회는 이렇게 위에서 아래까지 옅어져 가는 국가적 위신으로 통합된, 관료제적 위계로 편성된 구조이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과 더불어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율적인, 대기업을 필두로 한, 사 회 (society)가 성숙하였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남성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직업분류 에서 中 間 階 級 에 속하는 인구의 비중은 1960년 20.5%에서 2000년 53.0%로 증가하였다. 2002년 서울 시민 가운데 中 産 層 에 속한다는 의식을 보유한 인구는 80%를 넘었다. 39) 그럼 에도 진정한 의미의 시민적 중산층은 여전히 먼 지평의 건너편에 있었다. 도시 중산층 인 구의 대다수는 당대에 고향 농촌을 떠나거나 여전히 농촌과 혈연적 유대를 놓지 않는, 그 사 회적 행동의 원리와 의식에서 전통 小 農 社 會 의 멤버들이었다. 40) 36) 15세기 이래의 한국사회의 역사적 전개와 그 귀결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수 있다. 이영훈, 2014, 한국사회의 역사적 특질 한국형 시장경제체제의 비교제도적 특질-, 한국형 시장 경제체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7) 이재열, 2012, 사회적 갈등 해소 능력, 김광억 외, 한국 기업과 사회의 경쟁력, 서울대학교출판 문화원. 김병연, 2014, 한국의 시장경제: 제도의 부정합성과 가치관의 혼란, 이영훈 엮음, 한국형 시장경 제체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8) 그레고리 헨더슨 저, 박행웅 이종삼 옮김, 2000,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한울아카데미, 320쪽. 39) 홍두승, 2005, 한국의 중산층, 서울대학교출판부, 66, 95쪽. 40)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신흥국의 중간층 의 형성과정, 그 사회의식의 특질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수 있다. - 12 -

고도성장기에 걸쳐 이 사회를 역사적으로 통합해 온 국가적 위신과 관료제적 위계는 약화되 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의 그 같은 역사적 특질은 고도성장의 동력으로 동원되고 사회의 저변 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이 저신뢰의 사회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은 고도성장의 정치 경제체제 를 기획하고 추진한, 다수 국민에게 權 威 主 義 로 군림한, 특정의 정치인이 産 業 輔 國 의 개발이 념과 대중의 계층 상승 욕구를 결합함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정부, 기업가, 노동자의 상호관 계는 이념을 공유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互 惠 와 協 同 의 미덕으로 통합되었다. 한국 중화학 공업화의 세 주체인 국가, 기능공, 기업은 상호 배태되고 완성적인 동기로 일반화된 호혜성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41) 고도성장기의 한국사회는, 격렬한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례 적으로 높은 수준의 신뢰와 통합을 구현하였다. 고도성장기의 권위주의 정치를 해체한 1987 1989년의 노동자 대투쟁 은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까. 그 기간에 무려 7,238건에 196만의 노동자가 참가한 勞 動 爭 議 가 발생하였다. 노동자 의 업종별, 지역적, 전국적 연대도 발전하였다.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부정과 사회 주의 건설 을 꿈꾸어 온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혁명가적 열정이 있었다. 42) 그렇지만 이후의 노 동운동은 그들의 기대를 배반하였다. 대투쟁을 주도한 대기업과 서비스업 공기업의 定 規 職 노 노동자들은 그들의 지위와 권리를 기득권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동운동에 참여하였을 뿐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非 定 規 職 과 日 傭 職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였으며, 그들을 노동조합 의 동료로 맞아들이길 거부하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과 양호한 근로환경을 제공하 는 그들의 사용주와의 개별적 교섭에 만족하였으며, 열악한 처지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連 帶 하려 들지 않았다. 43) 결국 노동자 대투쟁 은 그 때까지 자본가들에 대해 억눌렸던 울분을 배설하는 감정적 표상 44) 이었을 뿐이다. 전국을 휘감은 한풀이 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 정 규직 노동자들은 확실히 그들이 이전과 달라진, 사용자와 여전히 냉랭하지만 거의 대등한, 신 분적 지위에 도달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만족감은 그들과 同 類 로 섞일 수 없는 하층 노동 자에 대한 신분적 우월감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 기업 간의 受 給 관계에 대해 마찬가지 시각에서 몇 가지 특질을 살핀다. 1973년 중화학공업화의 착수와 더불어 한국경제는 기업 간의 협력이라는 이전 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생경한 문제에 부딪혔다. 대기업에 우량의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 기업의 역할이 부쩍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975년 정부는 系 列 化 促 進 法 을 제정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증진하고자 했다. 정부는 일본의 下 都 給 관계를 모델로 삼았다. 계열화촉 진법은 일본의 관련법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실패작이었다. 일본에서와 같은 기업 간 신뢰와 협력의 전통은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기업은 하도급 중소 기업을 종속기업으로 간주하였으며, 중소기업의 기술과 품질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일반적으 로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하도급의 결제를 미루었으며, 하도급 기업을 병합하여 기업 조직을 확장하고자 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특정 기업과의 장 기간 고정거래가 그를 종속시킬 위험성을 처음부터 경계하였다. 계열화촉진법이 요구한 共 同 事 業 計 劃 書 는 형식에 불과하였으며, 系 列 企 業 協 議 會 의 활동은 미미하였다. 45) 당연하게도 정부 服 部 民 夫 船 津 鶴 代 鳥 居 高 編, 2002, アジア 中 間 層 の 生 成 と 特 質, アジア 經 濟 硏 究 所. 핫또리 타미오, 개발의 경제사회학, 161 175쪽. 41) 류광호, 2014, 1970 80년대 양성된 중화학공업부문 기능공의 계층이동에 관한 생애사적 연구 - (주)풍산 안강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152쪽. 42) 조돈문, 2011,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도운동의 사회학, 후마니타스, 131쪽. 43) 정이환, 경제위기와 고용체제 한국과 일본의 비교-. 44) 조돈문,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도운동의 사회학, 131쪽. - 13 -

의 규제는 강화되었다. 1975년 법률이 금지한 대기업의 부당행위는 6가지였는데, 1993년까지 다섯 차례의 개정에서 11가지로 늘었다. 다른 산업 기업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규제는 관료들의 선호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에 역사적으로 배태한 요인에 의해 초래되고 강화되었다. 全 經 聯 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각종 규제는 2000년 6,912개에서 2013년 6월 15,007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46) 2014년 OECD가 발표한 商 品 市 場 規 制 (Product Market Regulation) 지표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OECD 국가 가운데 4위이다. 한국보다 규제 수준이 높은 나라는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의 세 나라이다. 한국 다음은 슬로베니아, 그리스, 폴란드의 순서이다. 非 會 員 國 으로서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47) 크게 보아 한국은 이들 10개 국 가와 경제체제의 질을 같이 하고 있다. 그것을 한마디로 줄이면 國 家 主 義 이다. 한국의 경제체 제는 국가주의 시장경제 이다. 48) Ⅴ. 맺는말 먼저 간단히 요약한다. 한국경제는 고도의 개방체제이며, 소수 대규모 기업집단이 국가경제 의 중핵을 점하고 있다. 그 대척점에 수출 및 대기업과 무관한 영세사업체가 과밀하게 적체해 있다. 노동시장은 고용의 질이 열악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분절성이 강하며, 숙련을 기 업 외부에서 구하는 특질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가 드러내는 이 같은 몇 가지 정형화된 사 실의 상당 부분은 고도성장기 이래 주요 소재, 부품, 기계를 對 日 수입에 의존했다는 지경학 적 조건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한국경제의 특질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사회 문 화의 특질과 깊숙이 조응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사회는 관료제적 위계로 통합된, 저신뢰의 물 질주의 사회였다. 사회 문화의 그러한 특질은 권위주의정치에 의해 고도성장의 동력으로 동원 되었지만, 이후 이른바 민주화시대 를 맞아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저지하는 역사의 굴레 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정형화된 사실로 드러내는 특질 한 가지를 추가한다. 그것은 한국의 경제학자를 포함한 지식인 사회는 그들의 경제체제를 형성해 온 역사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며, 나 아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역사를 결여한 현실은 정신과 육체의 病 理 的 분열을 초래한다. 예컨대 한국경제는 대외의존율이 100%가 넘는 고도의 개방체제이다. 그렇다고 이 나라를 네덜란드, 벨기에와 같이 고도로 개방된 精 神 文 化 의 나라로 평가하면 큰 오산이다. 이 나라가 뿜어내는 民 族 主 義 와 人 種 主 義 의 독소는 국제적으로 특이한 수준이다. 2010년 세계 가치관조사 에 따르면, 한국인이 외국인 이민자나 노동자를 살기 싫은 이웃으로 지목한 정도 는 그에 응답한 17개국 가운데 단연 최고이다. 49) 한국인의 육체와 정신이 분열 상태임을 드러내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그들을 근대화의 길 45) 김주상, 1991, 제조중소기업 계열화촉진정책의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 기업 간 협력행위와 이익분 배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학위논문, 74 91쪽. 김주상에 따르면 대기업의 중소기 업에 대한 기술과 자금의 지원은 증가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1990년에도 수급 중소기업의 39.7%에 머물렀다. 46) 전국경제인연합회, 2013, 우리나 규제현황과 개선방안, 규제개혁시리즈(2013. 6). 47) 기획재정부, 2014, OECD 구조개혁 평가보고서[Going for Growth] 주요 내용, 보도참고자료 (2014. 3. 2). 48) 이영훈, 2014, 총론: 한국형 시장경체제를 찾아서, 한국형 시장경제체제. 49) WVS Database(201-2014) (http://www.worldvaluessurvey.org/wvs.jsp). - 14 -

로, 나아가 고도성장의 길로 이끈,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러할, 지경학적 조건으로서 인접국 일본과 비생산적인 분쟁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20년을 경과한 양국 간의 역사적, 외교적 분쟁은 이 나라의 지식인 사회가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함에 있어서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근래에 생산된, 경제체제와 사회 문화의 비교적 특질에 관한 몇 편의 우수한 논문들은 공통으로 한국이 멕시코, 터키, 그리스, 슬로바키아, 폴란드, 이탈리아, 헝가리 등과 동질의 國 家 群 을 형성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OECD의 회원국으로 초대된 것은 그들의 지경학적 조건, 그 비교우위에 의해서 이다. 이들은 죄다 周 邊 部 국가들이다. 지난 세대의 경제적 성공에 도취해 있는 한국인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국 역시 주변부 국가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신과 육체의 분리는 주변부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