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 31~60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례를 중심으로- 김 혜 란 * KIM, Hye Ran Divergent Strategies of Concerted Social Security Reforms -A Comparison between Spain and Italy- The aim of this paper is to find out the main factors behind different reform strategies chosen by Spain and Italy, though they tackled similar challenges such as financial imbalances of social security systems and the EMU and opted for social concertation as a feasible policymaking mechanism. Unlike mainstream arguments on concerted welfare reforms, this paper suggests that the different policy choices in concerted social security reforms in two countries under study have been determined by the different structures of concertation, which have had impact on the actors strategies, resulting in different policy choices. Differently from Italian case social concertation in Spain has been characterised by the narrow, separate dealing of policy issues. This structure was due to social partners strategic choices and political reasons on the government s part. This issue-separated concertation structure meant the limits on the opportunity for the exchange of resource among actors, which resulted in the path- *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원, 010-8872-0539, hrkim3@gmail.com
32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dependent policy choices. In Italian case, the Amato government and his successors formed a comprehensive reform package, linking issues in incomes policy, collective bargaining structure reform, employment and welfare policy, and tax reform. Through this extensive reform package Italian governments could concede resources to the trade unions in exchange for labour consensus for structural social security reforms. [Key Words: Spain, Italy, Concertation Structure, Social Decurity Reform, Actors Preference, Opportunity of Resource Exchange, Pathdependent Reform, Structural Reform] 1. 서 론 이 논문의 목적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의에 의한 사회보장개혁을 비교분석하여 유사한 제도적 특성과 문제점을 지닌 국가들의 개혁이 다른 정책 적 선택으로 귀결된 요인을 조명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유럽복지 개혁의 핵심 안건은 사회보장체계(특히 사회보 험)의 개혁이었다. 한편으로 경제 국제화, 생산체계와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다른 한편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증가하는 실업으로 인해 이미 다수의 국가가 기존의 사회보장체계를 (축소)조정해야 하는 압력에 처해 있었다. 비인기 정책 으로 대표되는 사회보장체계의 구조적 조정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저항으로 인해 혹은 정치적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지연되 었다. 하지만 1990년대 유럽통화통합의 진행과 국내 정치ㆍ경제적 변화는 여러 유럽국가에서 개혁을 둘러싼 행위자간 역학관계 혹은 행위자 선호에도 영향을 주었다. EMU 가입에 필요한 건전재정에 대한 압력과 재정불균형을 해결하여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33 사회보장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는 정책적 도전은 유럽대륙 국가들 에서 비슷했고, 특히 사회보험에 편중된 복지제도를 지닌 남유럽국가들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사회보장체계의 개혁 과정은 사회적 파트너(특히 노조)를 배제 하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회적 협의를 거쳐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사 회적 협의를 거쳐 개혁에 성공한 경우에도 그 결과가 구조적인 개혁으로 이어 지는가 하면, 부분적이고 경로의존적인 변화를 이룬 경우도 있다. 1990년대 부활된 사회적 협의에 의한 복지개혁에 대해 그동안 정치학과 노사관 계 분야에서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스페인과 이탈 리아처럼 외적 압력, 제도적 조건이 비슷했던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합의적 개혁 이 왜 다른 성격의 제도변화로 귀결되었는지를 조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이 연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협의가 부활되었던 1990년대를 시 점으로 하여 2000년대 중반까지 이루어진 사회보장체계의 주요 개혁을 비교분 석한다. 이 시기에 양 국가에서 이루어진 제도적 변화는 유사한 외적 압력과 문제에 대한 다른 정책적 선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대상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1990년대 초 당시 유럽국가들 중에서 도 높은 실업률, 공공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1) 1990년대 초 경제위기는 스페인 과 이탈리아의 거시경제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공공부채, 재정적자와 실업률이 높았던 양 국가가 유로화에 가입할 수 있는 전망은 어두 웠다. 이들 양 국가가 유로화 클럽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재정 상황 을 개선해야 했고, 이를 위해 기존 경제ㆍ사회정책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대륙복지국가들 중에서 후견주의적 정치문화, 비 효율적 행정체계 등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복지체계는 소득이전 중심이었고, 산업화 시기 노동시장 구조에 맞추어져 산업부문의 남성근로자에 게는 관대한 보호를 제공했으나 여성과 청년근로자들에 대한 혜택은 거의 미미 1) 1990년을 기준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각기 16.1%와 11%였고, GDP대비 공공재정 적자는 1992년 각기 -11.4%와 -6.6%였다(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34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했다.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고실업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 장체계의 재원과 지출 간 불균형이 증가했고, 사회보장비, 특히 연금지출이 급 증했다. 2) 사회보장 재정의 불균형은 공공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1990년 대 긴축재정정책의 압력 앞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들은 재정적 지속가능 성 확보를 위한 사회보장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사회보장체계의 제도적 특성이나 문제점이 비슷했다는 점 외에 양 국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적 변화를 진행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1990년대 사회 적 협의가 정책결정의 주요 기제로 부활하기 전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노조 는 분열과 대표성의 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3) 단체교섭구조는 분절되어 있었고, 노사정 합의에 의한 정책결정기제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1995년 톨레도 협약에 의한 개혁이 중도 좌파의 곤잘레스 정부에 의해, 이탈리 아에서 1992년과 1995년 개혁이 의회 내 좌파의 지지를 받았던 기술관료 정부 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개혁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제도변화의 측면에서 양 국가에서 이루어진 개혁의 성격은 달랐다. 스페인이 경로의존적인 변화를 선택했다면, 이탈리아는 구조적 개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2장에서 이론적 검토를 거친 후 3장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회 보장체계의 특성과 문제점을 고찰하고 4장에서는 양 국가에서 이루어진 합의 적 개혁의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사회적 협의와 행위자 역할이 개혁에 끼친 영 향을 조명한다. 그러고 나서 5장에서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는 것으로 맺는다. 2) 스페인의 GDP 대비 사회보험지출은 1980년 5.7%에서 1990년 8.7%로 증가했으며, 이탈리아의 경우 같은 시기 10%에서 13.6%로 증가했다(ILO Social Security Expenditure Dataset). 3) 스페인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노정관계가 악화되었고 노사정협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 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1969년 뜨거운 가을 이후 1970~80년대 노총 간 분열, 대표성의 위기로 인해 노조의 위기가 대두되었다.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35 2. 기존 연구 검토와 이론적 분석틀 2.1. 기존 연구검토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1990년대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는 사회적 협의를 통 한 정책 조정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전문가가 경제통합은 유럽 노 사관계의 미국화 를 초래하며 삼자협상에 의한 정책결정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논했다. 그러나 1990년대 사회협약은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 랜드, 이탈리아, 핀란드와 포르투갈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출현 혹은 부활했다 (Ebbinghaus and Hassel 2000; Rhodes 2001; Siegel 2005).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존의 조합주의적 관점 4) 에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자들 은 조합주의의 제도적 조건이 약한 국가들에서 협의적 정책결정이 (재)등장한 것은 외적 제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논한다. 즉, 1990년대 사회적 협의의 부 활은 강화된 국제경쟁과 재정압박, 특히 유럽통화통합의 압력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EMU 가입 압력이 사회협약 출현에 기폭제 역할을 했고, 특 히 저인플레와 안정된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지닌 유럽 국가들의 경우 사회적 협의의 필요성이 더 강했다(Fajertag and Pochet 2000; Hancké and Rhodes 2005). 반면 Baccaro와 Lim(2007)은 사회적 협의의 부활을 정치적으로 약한 정부와 노조의 전략적 선택으로 고려하며, Ebbinhaus와 Hassel(2000)도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논한다. 이들에 의하면 긴축재정정책이 요구되는 국제화와 탈산업 화 시대에 정부의 자원교환 능력은 약화되었다. 정부는 비인기 개혁에 대한 합 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파트너의 비토권을 극복하고자 사회적 협의를 선택한 다. Hassel(2003)에 의하면 긴축정책의 시대에 사회적 협의의 성공여부는 정치 4) 조합주의이론은 북유럽국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제도적 조건(중앙화 된 노조의 힘, 위계적 질 서, 노조의 정치적 동원력 등)을 조합주의적 정책결정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Schmitter (1979)와 Regini(1984) 참조.
36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적 교환이 아니라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파트너를 위협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합의적 개혁이 부활하고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외적 제약 혹은 행위자의 권력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제도적 특 성과 문제점을 안고 있던 국가들에서 사회적 협의에 의한 정책결정이 왜 다른 성격의 개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조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의 분석 대상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제도적 특성이나 문제점이 비슷하고, 사 회적 합의를 거쳐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외적 압 력 혹은 권력자원론이나 제도의 역할만을 강조한 기존의 주류 논리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2.2. 이론적 분석틀: 사회적 협의 구조와 자원교환 기존의 대부분의 연구는 사회적 협의에 의한 제도변화도 행위자 사이에 갈 등, 전략적 재배열과 이익추구 행위를 동반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각 행위 자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은 변화에 대한 제약 혹은 유인 그리고 자원분배(비 용과 이익)에 대한 인지이다. 또한 행위자의 문제 인식과 그 해결책에 대한 정 의는 정치ㆍ경제적 상황 혹은 제도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적 협의 과정에서 행 위자의 이해관계와 전략적 대응도 마찬가지이다(Katzenstein 1996 참조). 사회적 협의구조는 과거 경험이나 정치경제적 상황 하에서 행위자의 선호가 반영되어 결정되지만, 협의과정에서 이슈연계와 협상 혹은 거래의 기회로 작용 하거나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 연구는 사회적 협의 구조와 이것이 행위자 전략 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하지만, 제도 결정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주어진 규칙과 수단을 이용하고 재조합해내는 행위자의 역할에 초점을 두어, 사회적 협의구조 와 행위자의 전략적 상호작용이 사회보장체계 개혁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고찰한다(<그림 1> 참조).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37 EMU 과거의 경험 행위자 선호 행위자 권력관계 상호작용 전략 협의 구조 사회보장체계의 문제 자원교환의 기회 실업, 인구고령화 사회보장체계 개혁의 내용 <그림 1> 이론적 분석틀: 협의구조, 행위자 전략과 사회보장개혁의 내용 사회적 협의구조와 그 결과물인 사회협약은 하나의 제도로 문제에 대한 인 식, 해결책에 대한 모색, 그리고 집행수단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나타낸다. 게 임 규칙과 규범은 조직 구성, 행위자 사이의 협력, 외적 도전에 대응하는 인식 틀에 대한 정의를 유도한다(Zambarloukou 2006). Rhodes(2001)가 논하듯이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협의의 결과물인 사회협약은 서로 다른 정책영역을 관련시키며, 특히, 임금결정, 복지와 고용정책은 사회협 약에서 긴밀히 연계된 분야들이다. 이 글은 사회적 협의과정에서 정책 간 연계 그리고 이들 정책 간 조합 정도에 따라 합의의 결과물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 에 주목한다. 제도변화의 정도는 그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자간 권력과 교환의 정도에 있 어서 차이를 반영한다. 이는 사회적 협의에 의한 개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 다. Romo(2008)가 주장하듯이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개혁의 경우 그 내용은 사회 적 합의의 주체(주로 노조, 정부 혹은 고용주 연합) 간 교환에 토대한 전략적 상호작용의 결과이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Pizzorno(1978)와 Regini(1984 and 1999)의 자원교환 의 개념은 정책변화의 동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이 글 은 이 개념을 더 확대하여 행위자 간 정치적 자원의 거래뿐 아니라 물질적, 상
38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징적 자원도 포함시킨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개혁에 서도 행위자의 이해관계와 전략, 특히 자원교환의 정도가 변화의 성격을 결정 짓는다. 둘째, 자원교환의 기회와 폭은 사회적 협의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 적 협의가 여러 이슈를 연계시키는 구조라면 행위자 사이에 자원교환의 기회가 증가하고, 보다 구조적인 변화의 수단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사회 적 협의가 단일 이슈를 다루는 구조로 인접 정책 간 이슈연계가 가능하지 않다 면, 행위자 간 거래와 협상 폭이 좁아지고 자원교환 기회가 제한되어,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경로의존적 성격의 개혁수단이 선택될 가능성이 커진다. 3. 사회보장체계의 특성과 문제점 3.1. 스페인 스페인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역사적 배경, 가치체계 그리고 제도 적 특성에 있어서 유사한 점이 많다. 스페인의 복지체계는 소득이전 성격의 사 회보장프로그램을 위주로 발달했고,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사회부조프로그램 의 발달이 저조하며, 복지조달에 있어서 가족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Sarasa y Moreno 1995). 스페인의 사회보장체계는 급여세에 의존하며, 그 혜택 은 가입자의 노동시장 내 지위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고, 노동시장 핵심부의 남성,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관대한 혜택이 제공되었다. 1900년대 초에 공무원 과 몇몇 직업군을 위한 연금이 도입되었으나, 스페인 사회보장체계의 기본적인 골격은 1960~70년대 형성되었다. 5) 이 개혁을 통해 약 70%의 근로자가 가입한 5) 1963년 사회보장 기본법(Ley de Bases de la Seguridad Social)과 1972년 사회보장체계 재정과 개 선에 대한 법(Ley de Financiamento y Perfeccionamiento)이 도입되었다.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39 보편적 성격의 기금, 공무원을 위한 기금과 직업군에 따라 분리된 특별기금들 이 생겨났으며, 6) 기금별로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회보장비 지출과 수급권의 정도는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았다. 1975년 EC 평균 사회보장지출은 GDP의 23%였으나 스페인은 12.1%였다. 프랑코 정권 붕괴와 1975년 시작된 민주화 과정, 1980년대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 가입과 유럽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국가적 이해관계를 반영되면서 스페인 내에서 사회보장 수준을 다른 유럽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1978년과 1983년 사이에 연금 수급권이 확대되었고(Cruz Roche et al 1985: 200; Guillén 1999: 10), 연금 지출은 1980년 GDP의 5%에서 1982년 8.3%로 증가했다 (FOESSA 1983: 811). 이어 연금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불균형이 늘어 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회당 정부는 사회보험체계의 수입과 지출 간 불균형 을 바로잡고자 1985년에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80년대 말 연금지출 수 준을 8.4%로 억제하는 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출억제를 겨냥한 개혁에 반대하는 노조의 총파업과 압력에 의해 1988년 연금수급권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1990년에는 기여금 납부의 자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비 기여 성격의 사회연금을 도입되었다(Guillén 1999: 9). 상대적으로 늦은 발달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사회보장체계는 1990년대에 들 어서면서 다른 유럽국에서처럼 재정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재정 불 안정은 인구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그리고 산업구조 조정과 실업 급증으로 비롯된 재원 감소와 지출 증가로 인한 것이다.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노년인구의 의존율은 1980년에 18%에서 1993년 22%로 증가했다. 1980년대 15% 를 상회했던 실업률은 1993년에는 23%로 급증했다. 사회보장재정의 불균형을 메우는 것은 국가의 몫이었고, 이는 공공재정에 영향을 주었다(Noguera 2002). 1990년대 초에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 유럽통화체계의 위기는 공공재정 적자 에 시달렸던 약한 통화국인 스페인의 거시경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 6) 철도노동자, 광부, 농민, 수산업 종사자, 자영업, 공무원, 지방 공무원, 학생, 소매업 종사자, 군 관련 공무원, 협동조합 종사자, 가사노동근로자를 위한 특별기금이 제정되었다(MTAS 2005).
40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러한 상황에서 1993년 총선에서 공공재정 적자,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불균형과 지출억제를 위한 구조적 개혁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국민당 (Partido Popular: PP)의 아즈나르(José M. Aznar) 후보는 사회보장체계의 재정 균 형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이에 대해 집권 사회 당(PSOE)의 곤잘레스(Felipe González)는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위 기 극복과 유로화 가입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치ㆍ사회적 압력에 직면하여 사회 당 정부는 1994년 사회보장체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El País 1993/11/4). 1994년에 하원 내 사회보장체계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3.2. 이탈리아 이탈리아 사회보장체계의 수급자격과 그 수준은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노동 시장 내 지위에 밀접히 연계되었고 공공부문과 정규직 남성근로자에게 관대한 혜택이 보장되었다. 이탈리아 사회보장체계는 1898년 산업부문 노동자를 위한 자발적 성격의 퇴직연금과 장애연금이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1919년에는 민 간부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연금, 퇴직연금과 유족연금이 도입되었다. 1950~60년대에 사회보험의 적용범위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압력에 의해 연금을 중심으로 해서 그 수급권과 혜택 수준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 시기 국립사회 보장기구(Istituto Nazionale per Previdenza Sociale)가 설립되고 자영업자, 공공부 문 종사자와 중산층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농민연금, 장인연금, 상인연금이 도입되었고 또한 의사, 엔지니어, 건축가들을 위한 연기 금도 도입되었다. 연금제도의 확대는 자체 규정을 지니는 새 보험기금의 설립 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연금체계는 직업군에 따라 행정적ㆍ 재정적 자율성을 지니는 많은 연기금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 말에 도입된 장기근속 연금은 조기퇴직의 유인으로 작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보장체계의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김혜란 2008).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41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닌 이탈리아의 사회보장체계는 산업부문의 구조적 특성, 노동시장 내 고용구조 변화, 인구고령화와 실업 등 변화에 취약했다. 1950년대 와 1980년대 사이 노령인구 의존율은 13%에서 20%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1980 년대 10%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 기간 산업구조 조정과 사양산업의 속출로 인 해 특정 직역기금들에서 재원은 감소했으나 지출은 급증했다. INPS가 사양산업 부문의 기금에서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금의 재 정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시기 정부의 연금지출은 5.5%에서 10%로 증가했 고, 재정적자는 계속 누적되었다. 7)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연금재정의 적자는 이 시기 경제위기로 인해 누적되었고 1980년대 이후까지도 공공재정 적 자가 지속되는 근원이 되었다. 1990년대 초까지 계속되어 1980년 GDP 대비 12.41%였던 연금지출은 1992년이 되면 16.47%로 증가했다. 결국 연금체계의 재 정불안정은 공공재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김혜란 2008).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여러 정부들이 개혁을 시도했지만 공적 연금체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체계의 구조적 개혁 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일련의 정치ㆍ경제 상황의 변화는 사회보 장체계의 개혁에 전환점을 제공했다. 부패척결 수사가 도화선이 되어 가속화 된 정치적 지각변동으로 인해 공공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던 기민당과 이탈리 아 사회당 등 주요 정당과 정치계급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더구나 당시 리라화 통화위기로 이탈리아의 유로화 가입 전망이 위태로워지면서 이탈리아 내에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 정치ㆍ경제적 위기 상황은 정치ㆍ사회 행위자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었고, 위기 극복을 그 임무로 하여 등장한 기술관료 정부와 이익중재자로서 노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은 1992년 아 마토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 간 사회적 협의에 의해 시작되었다. 7) INPS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1980년 -1.17, 1985년 -2.09, 1990년 -2.64에 이르렀다(Ministero del Bilancio 1995).
42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4. 사회보장체계 개혁의 상이한 전략: 사회적 협의구조와 행위자 선호 4.1. 스페인: 협소한 협의 구조와 자원교환 기회의 제약 코포라티즘에 대한 연구에서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더불어 노사정 협의에 의 한 정책결정을 위한 제도적 조건이 약한 국가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프랑코 정권 붕괴 이후 정치적ㆍ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민주화 과정을 가속화하고 경 제발전을 통해 다른 유럽 국가를 따라잡고자 하는 정치ㆍ경제적 동기는 주요 정 당과 사회행위자들 사이에 협의적 정책결정이 형성되는 데 기여했다(Royo 2001). 1978년 몽클로아(Moncloa) 협약을 계기로 19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스페 인에서는 사회적 협의와 사회협약이 민주화의 공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확산되어 있었다. 이 시기 사회협약은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 과를 가져왔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에서 사회적 협의는 1986년에 이르 러 위기를 맞았다.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를 정부가 계 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9) 1988년 협의과정마저 실패로 돌아간 후 스페인 노동자 총연맹(Union General de Trabajadores, UGT)은 사회당 정부(PSOE)와의 협력관계 를 깨고 노동자위원회(Comisiones Oberas, CCOO)와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맺었 다. 이후 스페인 양대 노총은 정부 정책에 대해 대립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노 정 관계는 1988년 12월 총파업이 보여주듯이 극도로 악화되었다(Gillespie 1990; Astudillo 2000; Royo 2000 참조). 위기에 처해 있던 스페인 노조와 정부 관계는 1990년대 초 경제위기와 유로 8) 이 시기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수준이 인플레 목표에 따라 변동되었고 인플레는 1977년 26.4% 에서 1986년 8.8%로 감소했다(Roca 1993: 215). 9) 1979년과 1986년 사이 실질총임금의 상승은 -1.2%에 그쳤다. 이러한 실질 임금의 손실을 만회 하기 위해 1987년 노조는 인플레 목표에서 2% 정도 상회하는 임금 인상폭을 정부에 요구했으 나 정부는 이에 대해 거부했다(Roca 1993: 215-217).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43 화 가입기준이 정해지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립적이었던 정치ㆍ사회 행위자들, 분열되어 있던 노총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조정과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으며, 주 요 정당인 PSOE와 PP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ㆍ경제 개혁을 다루는 데 동의 했다(Molina 2005; O Donnell 2005). 1990년대 부활된 스페인의 사회적 협의는 임금, 복지, 고용 등 여러 정책에 걸쳐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 정책에 대한 협의는 서로 연계되지 않은 채 정책별로 별개의 협상 테이블이 구성되었다(Natali and Pochet 2008). 이러한 분 리된 협상 구조는 사회적 파트너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확 보하고자 하는 스페인 정부의 정치적 동기, 그리고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사회 적 파트너(특히 노조)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임금정책의 경우 1980년대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개입을 원하지 않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고용주 와 협의에 임했고 노사 합의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임금조정이 이루어졌다 (Pérez and Pochet 1999). 고용정책의 경우 정부와 노조는 1997년에 해고조항 완 화와 임시직 근로의 감소에 합의했으며, 1998년에는 파트타임 근로에 대해 추 가적으로 합의했다(Molina 2005).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협의는 임금, 고용정책과 별개로 진행되었다. 사회보장 체계 개혁에 대한 협의는 1994년 2월 21일 하원의 예산위원회 산하에 노사정대 표와 정책전문가로 구성된 사회보장체계 개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다 고 할 수 있다. 긴축적 성격의 개혁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사회당의 곤잘레 스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유로화에 가입해야 한다는 압력 앞에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재정 불균형의 수정과 장기적 재정적 지속가 능성을 확보는 지출억제를 위한 개혁을 의미했다. 당시 곤잘레스 정부는 정치적으로 약한 입지에 있었고, 이러한 개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파트너, 특히 노조의 동의가 필요했다. 경 제위기의 극복과 유로화 가입을 위한 수렴조건의 충족이 필수적이었던 상황에 서 스페인 노총도 곤잘레스 정부의 협의 제안을 수용했다. 1980년대 분열과 대
44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표성의 위기를 겪었고, 중앙 단위의 정책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약했던 노총으 로서는 곤잘레스 정부와 협의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사회보장체계 개혁에 관한 협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대표성을 강화하고, 개혁으로 인한 노동측(특히 노조 회원)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었다. 실제로 1994년 개혁과정에서 스페인 노조는 그동안 분열되 었던 입장을 정리하고 사회보험개혁에 대한 입장을 통일하여 정부, 고용주단체 와의 협의과정에서 단일 목소리를 냈다(Guillén 1999). 주요 정당의 정치 행위자들은 사회보장개혁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 지 않기로 동의했고,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협의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문제를 수정해야 한 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는 구체적인 해법에는 이 견을 보였다. 정부는 지출억제를 통한 재정 안정성 확보와 체계의 효율성에 초 점을 두었고, 노조는 기금 증가를 통한 재정안정, 제도의 효율성 그리고 형평성 개선을 요구했다(Ayala 1994; Herce and Perez-Diaz 1995; Chuliá 2000). 노조는 정 부가 제안한 은퇴연령 상승과 기여기간 연장에 반대했고, 유족과 고아에 대한 혜택 개선을 요구했다. 반면 고용주들은 부과방식을 폐지하고 민간연금으로 전 환할 것을 요구했다(Guillén 1999). 약 1년에 걸친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사와 협의를 거쳐 수렴된 개혁 내용과 방 향은 사회보장 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로 구체화되었다. 이 보고서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던 정당,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 대표자들에 의해 서명되었고 1995 년 4월 6일 하원에서 승인되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여 스페인 사회보장 개혁의 바탕이 된 톨레도 협약이 맺어졌다. 톨레도 협약은 기존 사회보장체계 의 보편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회ㆍ경제 환경 속에서 재정안정을 보장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도입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협약은 향후 개혁이 폭 넓은 정치적 동의,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 사이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톨레도 협약은 스페인 헌법 41조가 정한 원칙에 따 라 연대적 성격의 공적연금체계를 유지한다는 개혁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45 개혁 내용은 사회보장체계의 재정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보험과 사회연금 의 재원과 관리를 분리하며, 은퇴연령을 높이고 보충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금의 기여율을 통일하고 다양한 공적 연금체계를 두 기금으로 통합하며, 혜택의 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행정적 효율성을 개선하 는 것이다(Blanco Angel 2002). 1996년 집권한 아즈나르 정부는 톨레도 협약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 한 개혁을 추진했다. 중도 우파의 아즈나르 1기 정부는 재정안정을 위한 수단 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정치적 지지기반이 약했다. 따라서 개혁이 촉발할 수 있 는 사회적 저항과 정치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아즈나르 정부는 이전 정부에 서처럼 노조와 고용주연합과 협의를 통해 개혁을 진행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1996년 정부와 주요 양대 노총인 CCOO와 UGT는 공적, 보편주의적 원칙은 유지 하면서도, 전체적인 재정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지출삭감 수단을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노정이 서명한 사회보장체계의 합리화에 대한 합의 는 연금수급액 산정기간과 보충기금 도입, 연기금 통합에 대한 1995년 개혁내용을 재확인하고, 재정불균형을 수정하기 위해 연금기여액과 수급액 간 관계를 조정했다. 또한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모니터링을 담당할 상설 위원회 를 구 성하며, 자문기구 내 사회적 파트너(특히 노조)의 역할을 강화했다(Guillén 1998; Pérez and Pochet 1999). 1997년 개혁에 있어서도 노정간 합의, 특히 노조의 역할을 중요했다. 하지만, 1995년 톨레도 협약에서 통일된 입장을 보였던 스페인 노조는 아즈나르 1기 정 부와의 협의에서부터 다시 분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좌파노조(IU)는 1996년 합의 내용(1997년 입법화)이 사회보장제도의 형평성이나 효율성 개선보 다는 지출감소에만 초점을 두었다며 비판했다. 그리고 스페인 고용주 연합은 고용주의 기여분이 감소하지 않아 노동비 부담이 증가하고 고용창출에도 방해 된다며 노사 합의 내용을 거부했다(Fraile 1999: 290-291). 사회적 협의는 2000년 재집권한 아즈나르 2기 정부에서 이루어진 사회보장 체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개혁 에서도 정책결정의 기제로 작용했다. 사실 아즈
46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나르 2기 정부는 의회 다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 사회적 파트너와 협 의를 피하고 개혁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를 통해 개혁을 진행한다는 원칙이 이미 톨레도 협약에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책 결정은 개혁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2001년 개혁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UGT는 정부 개혁안이 톨레도 협약의 정신 에 어긋난다며 서명을 거부했지만 10) 정부는 CCOO와 합의에 성공했고 고용주 연합의 동의도 획득했다. 아즈나르 정부는 노조의 요구사항인 유족과 고아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의 개선을 수용하고 그 대신 퇴직연령 조정과 산정 기간 연 장, 보충기금 도입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얻어냈다. 1997년 개혁에 대해 반대했 던 고용주 연합은 2001년 협의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 들여져 고용주의 기여분이 감소되고 유인수단이 포함되자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사회적 파트너들의 이러한 태도는 협의에 의해 개혁이 진행되어도 행위자의 이 해관계가 이들의 전략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도 우파 아즈나르 정부는 사회보장체계의 지출억제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했 으나 개혁의 방향은 기존 사회보장체계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표 1> 스페인의 주요 사회보장체계 개혁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개혁 1995년 톨레도 협약 1997년 사회보장체계 합리화와 공고화 개혁 2001년 사회보장체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개혁 개혁 목표와 내용 퇴직 연령 조정(남녀 65세) 참조기간 연장(8년 15년) 기여율 인상(28.3%) 사회보험과 사회연금 분리 연기금 통일 조기퇴직에 대한 불이익과 유인 도입 보충연금 도입 (여성과 노령자 고용하는) 고용주에 대한 유인 제공 수급권 개선; 유족연금, 고아 연금 수급 연령 조정 장애연금 수급자격 강화 10) New pensions agreement in European Industrial Relations Review, June 2001, no 329; Pact aims to restructure pensions in European Industrial Relations Review, January 1997, no 276을 참고.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47 4.2. 이탈리아: 포괄적 협의구조와 자원교환 기회의 증가 코포라티즘이론의 예상과는 달리 이탈리아에서도 1990년대 초 사회적 협의 가 정치ㆍ사회적으로 유효한 정책조정 기제로 부활했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사 회적 합의에 의해 사회보장체계의 구조적 개혁을 이룬 사례이다. 이탈리아 노조는 1969년의 뜨거운 가을 이후 점점 조직 내부 분열과 노총 간 갈등으로 인해 대표성의 위기를 맞았고 정치적 힘의 약화로 전국적 수준의 정책결정에서 그 역할이 약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일련의 국내 정 치상황의 급변으로 인한 정치행위자와 사회행위자간 권력균형의 변화는 악화 되어 있던 정부와 노사관계, 정책결정에 대한 노조의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주 었다. 또한 이 시기 심각한 공공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안고 있던 이탈리아가 유로화 그룹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리라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리라화는 통화위기를 겪었고 유럽환율기제(ERM)에서 탈퇴해야 했다. 당시 경제 위기와 유로화로부터 배제위기가 국내 정치적 불안정과 겹치면서 위기의식은 더욱 고 조되었다. 1990년대 초 깨끗한 손 으로 시작된 부패척결 수사가 도화선이 되어 발생한 국내 정치지형의 변화로 반세기 동안 공공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기독민주당과 사회당 등 주요 정당이 쇠퇴했고 정치계급의 영향력이 급감했다. 정치ㆍ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아마토(Giuliano Amato) 정부와 이익중 재자로써 노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1992년 아마토 정부는 경제의 건강성 회복과 유로화 가입을 위한 경제사회개 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부는 GDP의 14.9%를 차지했던 연금지출을 공공재 정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공공재정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로화 가입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연금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체계를 개혁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La Stampa 1992/7/1). 아마토는 긴축재정정책과 축소 성격 의 사회보장체계 개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줄이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협의를 선택했다. 정부는 3대 노총인 CGIL, UIL, CISL 그리고 고용주연합
48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인 Confindustria와 단체교섭구조, 세제개혁, 임금정책, 복지개혁, 고용정책 등에 대해 포괄적인 정책 협의를 진행했다. 이 협의에서 정부는 임금물가연동제 폐 지, 1년간 기업단위 임금교섭 동결, 그리고 사회보장 개혁에 대해 노조의 동의 를 얻었다. 그 대신 세제개혁과 남부 지역에 대한 지원, 사회보장체계의 형평성 과 효율성 개선, 기존 연금수급자와 중장년 근로자의 기득권 보장 등 노조의 요 구사항을 수용했다. 이렇게 해서 아마토 정부의 구조적 개혁안은 사회적 파트 너의 암묵적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아마토 정부의 사회보장체계 개혁은 주로 퇴직연금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여성의 은퇴연령은 55세에서 60세로, 남성은 60 세에서 65세로 조정되었고, 연금수급권을 획득하기 위한 최소 기여기간은 15년 에서 20년으로, 연금 수급액 산정을 위한 참조기간도 은퇴 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이외에 단기적으로 공공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1992~93년 동안 조기 퇴직연금을 동결시키는 등 임시적 성격의 수단이 도입되었다(Lapadula and Patriarca 1995). 노조 지도부가 아마토 정부의 개혁안에 동의했지만 이에 대해 일반 노조원 과 비노조원들의 반발은 강했다. 하지만 1992년의 합의 내용은 1993년 7월 치암 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재확인 되었다. 치암피 협약을 통해 임금물가 연동제 가 폐지되고, 소득정책과 이중 구조의 새로운 단체교섭 구조를 연계시켜 소득 정책과 교섭관계의 틀을 정립했다. 또한 작업장 단위에서 노조 대표체계도 조 정되어 통합노조대표(Rappresentanze Sindacali Unitarie, RSU)가 구성되었다 (Regalia and Regini 1998: 477). 11) 1994년 들어선 중도 우파의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정부는 개혁과정 에서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급진적인 개혁을 밀어부쳤다. 하지만 노조 의 총파업과 시민들의 반발로 인해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정부 내 연합 세력 간 갈등을 초래해 연정이 붕괴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 후임인 디 니(Lamberto Dini) 정부의 주요 임무는 전임 정부에서 실패한 사회보장체계 개 11) 사실 고용주연합과 정부는 단일 교섭 구조를 원했으나 노조가 임금억제를 수용하고 사회보장체 계 개혁에 대해 동의하기로 하자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Regalia and Regini 1998 참조).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49 혁이었다. 한편으로는 1995년 2차 리라화 위기로 인해, 다른 한편으로는 베를루 스코니 정부에서 일방적인 개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으로 인해 디니는 사회적 협의를 통한 개혁을 선택했다. 노조 지도부도 사회보장체계의 재정상황 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연기금이 파산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개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노동세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 이었다.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 사이의 사회보장체계 개혁에 대한 협의는 석 달에 걸 쳐 진행되었다. 정부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개혁안을 수정해 나갔고, 노조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그 내용을 작업장 단위에서 투표를 실시함으로 써 근로자의 선호를 수렴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 한편 고 용주연합은 자신들의 기여분이 증가하고 합의 내용이 사회보장의 재정상황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협의과정에서 탈퇴했고, 노 정이 최종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서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고용주 연합의 반대는 노정 합의에 의한 개혁을 중지시킬 정도로 강 하지 않았다. 노정이 합의하고 의회에서 승인된 디니 개혁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존 제도의 틀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기존의 확정급여방 식을 확정기여방식으로 바꾸고, 연금 수급액의 연동방식을 물가와 GDP 변동, 인구변화 등 종합적인 요인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금수급 액의 감소를 상쇄하고 공적 연금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보충연기금을 활 성화했다. 그리고 사회보험과 비기여 성격의 연금을 분리했다. 연금재원 확보 의 기반을 넓히면서 효율성을 높이고자 프리랜서(collaboratori coordinati e continuativi, 일명 co.co.co.) 직종에도 수급권을 비롯하여 사회보험의 적용범위 를 확대했다. 또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별로 상이하게 적용되었던 규정을 통일했다. 조기퇴직을 줄이기 위해 장기근속연금의 수급자 격을 강화하고, 조기퇴직자에 대한 불이익 조항을 도입했다(김혜란 2008). 유로화에 가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거세진 상황에서 프로디(Romano Prodi) 정부는 디니 개혁의 도입시기를 단축하고, 공공재정 적자를 줄이고 부문 간 형
50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평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한번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건공산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주 35시간 노동시간과 남부 지원 등 재건공산당의 요구 를 수용한 후 일부 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1997년 개혁을 통해 1995년 개혁법의 적용 시기를 앞당겨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근로자의 퇴직연금 규정 을 통일시키는 조항이 1998년부터 적용되며, 조기퇴직자들에 대한 퇴직 시기 를 도입했다(Palladino e Felice 2000). 2001년 5월 집권한 중도 우파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의회양원에서 과반수 이 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고 연정 내에서도 정치적 지지기반이 약하다고 볼 수 는 없었다(Mania e Sateriale 2002).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2기 정부는 1994년에 일 방적인 개혁이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사회적 대화 는 이전 정부들에서 이루어진 협의보다 더 소극적 형태였다. 12) 베를루스코니 정 부의 개혁안에 대해 주요 노총 중 하나인 CGIL은 반대했고 사회적 대화과정에 서 탈퇴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노조를 분열시키는 전략을 통해 CISL과 UIL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Biagi et al. 2002).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2004년 개혁의 주요 내용은 디니 개혁법의 장기근속연 금과 관련된 규정의 적용시기를 2008년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장기근속연금의 기여기간은 40년으로 연장되었고, 조기퇴직자에 대해 불이익 조항이 강화되어 최소 자격기준(35년 기여기간과 57세의 연령)이 충족되더라도 조기퇴직할 경우 연금수령액은 15~38%까지 감소된다. 반면, 법정 퇴직연령 이후에도 2년 정도 (이후 더 연기 가능) 더 퇴직을 연기할 경우에는 보너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고 용창출을 위해 신규 노동인력을 고용할 경우 기업의 5% 정도 사회보장 기여율 을 인하하는 유인을 도입했다. 12) 베를루스코니는 노사가 정부와의 대화에 임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개혁안을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2001년 10월 이탈리아 노동부의 백서에 의하면 정부는 사회 적 대화 정책을 수용하며, 만일 사회적 파트너들이 합의에 이른다면 직접적 규제를 하지 않겠 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이들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는 자신의 개혁안 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Biagi et al. 2002: 56-9).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51 <표 2> 이탈리아의 주요 사회보장체계 개혁 사회합의적 개혁 1992년 아마토 개혁 1995년 디니 개혁 1996년 프로디정부 개혁 2004년 베를루스코니 개혁 개혁 내용 퇴직 연령 조정(남: 65세, 여: 60세) 참조기간 연장(신규노동자는 근무경력 전체) 최저기여기간 연장(15년 20년) 보충연금기금 활성화 명목기여방식으로 전환 연동방식 변화(물가, GDP, 인구요인 반영) 조기퇴직 규정 통일 및 점진적 폐지 퇴직연금 규정 통일 수급권 확대; 비정규직(프리랜서) 포함 부문 간 퇴직연금규정 통일 퇴직시기 도입 조기퇴직 감소 수단: 불이익과 유인 도입 장기근속연금 기여기간 연장(40년) 디니 개혁 적용 시기 단축(2008년) 고용주에 유인 제공(신규 인력 채용)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 사회보장체계의 개혁은 사 실상 1992년과 1995년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구조적 개혁의 길을 연 아마토 정부는 퇴직연금의 수급수준을 감소시키고 INPS의 지출억제를 위한 수단, 보충연금에 대한 법적ㆍ재정적 틀을 도입했다. 디니 개혁은 장기적으로 연금지출을 억제하고, 공적 연금제도의 규모를 줄일 뿐 아니라 전후 유지되어 온 사회보장체계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 사회보장체계의 구조적 개혁에 있어서 노정 합의는 중요했으며, 정부와 노조 간 자원교환, 특히 정부의 자원 제공 능 력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4.3. 소결 앞서 고찰했듯이 1990년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 사회보장체계의 개혁은 사회적 협의에 의한 경제ㆍ사회정책조정의 핵심이다. 사회보험 위주인
52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양 국가는 노령인구 의존도와 실업의 증가로 재원과 지출의 불균형, 효율성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이들 양 국가에서 유로화 가입 조건 건전 재정확보와 긴축재정정책의 압력으로 이어졌고 공공재정에 부담으 로 작용했던 사회보장체계의 개혁이 주요 정책이슈가 되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소득정책, 노동과 복지정책은 사회적 협의에 의한 경제ㆍ사회정책 조정의 핵심 이슈였으나, 정책이슈별 사회적 협의구조나 개혁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스페인에서 사회적 협의는 정책이슈별로 분리되어 진 행되었고, 사회보장개혁에 대한 노정합의, 임금정책에 대한 노사합의로 분리되 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형태의 협의구조는 과거의 경험과 정부와 노조의 이해 관계에 따른 선택에서 나왔다. 하지만 분리된 협의 구조는 사회보장체계의 개 혁에 대한 협의과정에서 자원교환의 기회와 정도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 이미 아마토 정부에서부터 임금정책, 단체교섭구조,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체계 개혁을 포괄하는 개혁 패키지가 구성되었다. 사회보 장체계 개혁에 대한 협의는 인접 정책분야 이슈와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포괄적으로 진행된 사회적 협의 과정에서 사회보장체계 개혁을 다른 정책 조정 과 연계시킴으로써 이탈리아 정부는 노조에게 여러 형태의 자원을 제공할 수 있었다. 1992~93년 아마토와 치암피 정부의 임금물가연동제 폐지와 사회보장체 계 개혁은 세제개혁, 남부지역 지원, 단체교섭구조의 합리화와 작업장에서 노 조대표체계 개혁과 거래되었다. 또한 정부는 지출억제 수단과 공적 사회보장체 계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개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조의 핵심회원인 연금수 급자와 중ㆍ장년 노동자의 기득권을 인정했다. 13) 사회보장체계 내 노조의 역 할을 확대하여 물질적ㆍ상징적 자원도 제공했다(<표 3> 참조). 이탈리아에서 기존 사회보장체계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개혁이 가능했던 것은 협의과정 에서 여러 정책 안건을 포괄적으로 연계시킨 협의구조로 인해 타협의 기회가 증가했고, 이를 활용했던 행위자 전략의 결과물이다. 13) 디니 개혁법은 신규 노동자들에게만 전적으로 적용되며 18년 이상 장기근속 연금을 납부한 이 들은 제외시켰다.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53 <표 3>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협의구조, 합의 내용 및 합의 주체 스 페 인 이 탈 리 아 주요 합의 및 협약 합의 내용 핵심 합의 주체 노동법과 규제에 관한 합의(1994) 톨레도 협약(1995) 사회보장체계 합리화에 대한 합의(1996) 노동쟁의 해결에 대한 합의(1996) 단체교섭에 대한 노사합의(AINC) 14) (1997) 고용안정에 대한 노사합의(AIEE) 15) (1997) 사회보장체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합의(2001) 고용안정 합의(2001) 아마토 협약(1992) 치암피 프로토콜(1993) 디니 협약(1995) 프랑코 정권 당시 제정된 노동법 폐지로 생긴 노동법의 공백 수정 CEOE, CCOO, UGT 핵심 의제: 사회보장개혁 향후 개혁 방향 합의: 지출억제, 정부, CCOO, UGT, 재정 안정 확보 기존체계의 원칙 CEOE 유지 사회보장개혁(톨레도협약에 기반): 재정문제 해결과 형평성 개선 노동쟁의에 대한 의무적 중재, 자발적 심의 도입 단체교섭 구조 단순화 해고비용 완화와 임시직 축소에 대한 합의 사회보장체계 개혁(톨레도 협약 기반) 무기( 無 期 ) 계약직 확대 임금물가연동제 폐지, 남부지원, 세제개혁, 사회보장체계 개혁 합의 노동비용과 단체교섭개혁, 임금 물가연동제 폐지, 소득정책, 단 체교섭체계, 노조대표체계개혁 사회보장체계개혁(아마토 개혁의 연장) 노동협약(1996) 사회보장체계 개혁, 고용정책 이탈리아를 위한 협약 (2002) 사회보장체계 개혁, 노동시장유 연화정책 정부, CCOO, UGT (CEOE는 거부) 정부, CCOO, UGT, CEOE CCOO, UGT, CEOE, CEPYME CCOO, UGT, CEOE, CEPYME 노사정 합의(UGT 서 명거부) CCOO, UGT, CEOE, CEPYME 정부, CGIL, CISL, UIL, Confindustria 정부, CGIL, CISL, UIL, Confindustria 정부, CGIL, CISL, UIL (Confindustria; 서명 거부) 정부, 3대 노총, onfindustria 정부, CISL, UIL, Confindustria (CGIL; 서명거부) 14) 단체교섭에 대한 노사합의(Acuerdo Interconfederal sobre Negociación Colectiva). 15) 고용안정에 대한 노사합의(Acuerdo Interconfederal para la Estabilidad del Empleo).
54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이 연구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적 협의 구조는 이슈연계의 정도, 협의과정에서 주요 행위자 간 자원교환의 기회에 영향을 준다. 협의에 의한 정 책 결정과정에서 자원교환의 정도는 협의주체, 특히 정부와 강한 비토세력인 노조 간 합의의 성공여부와 그 정도에 영향을 준다. 긴축적 성격의 개혁을 추 진하는 정부는 보상적 수단을 비토세력에 제공함으로써 개혁에 대한 저항을 무 마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 정책분야를 포괄하는 협의 안건 패키지의 구성은 보상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준다. 이러한 보상은 사실상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특히 노조) 사이에 자원교환 형태를 띠며, 노조의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자원제공은 이들에게 정책결정 권한을 인정하거나 강화하고, 사회 보장체계의 관리에 있어서 그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탈리아 사례는 협의에 의한 개혁에서 자원교환 기회를 증가시킴으로써 기존 제 도의 구조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표 4> 참조). <표 4>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주요 사회보장 개혁: 합의주체, 거래와 개혁의 성격 국가 스 페 인 이 탈 리 아 연도 협의 참가 주체 핵심적인 합의 주체와 거래 1995 정부-노조-자본- 정당 1997 정부-노조 2001 정부 노조(UGT 제외) 용주연합 1992 정부-3대 노총-기업 정부 노조: 유족, 고아연금 개선 노조 정부: 퇴직연령 상승, 참조기간 연장 (노정 합의 톨레도 협약) 정부 노조: 톨레도 합의 내용 재확인 (+ 사회보험과 사회연금 분리 등) 노조 정부: 지출억제 수단 동의 정부 노조: 톨레도 합의 내용 재확인 +정부 자본: 기여율 삭감 유인제공 고용주연합 정부: (부분적) 개혁 동의 부분적ㆍ경로의존적 개혁 정부 노조: 세제 개혁, 남부 지원, 단체교섭구조와 노조대표체계 개혁, 연금수급자와 중ㆍ 장년 근로자 제외 노조 정부: 임금물가연동제 폐지, 사회보장체계 축 소 개혁 동의 (퇴직연령 상향조정, 참조기간 및 납부기간)
김 혜 란 협의적 사회보장개혁의 상이한 전략 55 이 탈 리 아 1995 정부-3대 노총 정부 노조: 노조 회원의 기득권 인정 노조 정부: 구조적 개혁 수단 동의 (확정기여방식, 복합적 연동방식, 보충기금, 장기근 속연금의 점진적 폐지) 경로변경적 개혁 5. 결 론 세계화와 유럽통합, 탈산업화, 인구 고령화와 실업증가로 인한 외ㆍ내생적 압력의 증가로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보장체계 개혁을 적 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시기 개혁의 특징 중 하나는 노사정 관계의 위기를 겪 고 있던 국가들에서 사회적 협의를 통해, 비토세력인 노조의 합의에 의해 이루 어졌다는 점이다. 이 글의 분석대상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그 대표적인 사례 로 사회보장체계의 제도적 특성, 문제점에 있어서 비슷했고 사회적 협의를 거 쳐 개혁을 이루었다. 그러나 양 국가의 협의적 개혁은 제도변화의 관점에서 다 른 성격의 개혁으로 이어졌다. 스페인의 개혁은 지출억제 수단인 퇴직연령의 상향조정, 연기금의 분리 등을 도입하면서도 기존 사회보장체계를 유지방향으 로 이루어졌다. 반면, 마찬가지로 지출억제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주요 목표 로 했던 이탈리아는 기존 체계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개혁을 선택했다. 확 정기여방식으로의 전환, 민간연금 성격의 보충연금기금 도입 그리고 장기근속 연금의 점진적 폐지가 그것이다. 양 국가에서 이루어진 주요 개혁이 노정합의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러한 차이점은 개혁 과정에서 합의 주체였던 행위자의 선호가 달랐기 때문이라 고 볼 수 있다. 협의적 개혁에서 행위자의 선호와 상호작용 전략은 사회적 협 의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도 이탈리아에서와 마찬가 지로 사회적 협의에 의해 소득, 고용, 복지정책 조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사 회적 협의는 각 정책별로 분리되어 진행되었고, 사회보장에 관해서는 노정 합 의, 소득정책에 대해서는 노사합의가 그 내용을 결정했다. 이러한 협의 구조는
56 지중해지역연구 제13권 제1호 [2011. 2] 과거 경험과 이해관계에서 나온 사회적 파트너(특히 노조)의 선호, 정치적 동기 에 의한 정부의 선택 때문이다. 이슈별로 분리된 협의테이블을 구성하여 스페 인 정부는 사회적 파트너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분리된 협의 구조는 협의과정에서 정책조정을 둘러싼 자원교환의 폭을 좁혔고, 결과적으로 제도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 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 이미 아마토 정부에서부터 임금정책, 단체교섭구조, 고용과 사회보장정책, 세 제개혁을 포괄하는 개혁 패키지가 구성되었다. 인접 정책분야를 포함하는 패키 지딜을 통해 정부는 사회보장체계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보상수단을 제공하는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 연구의 비교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가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협의에 의한 개혁에서 협의구조가 행위자 간 선호를 결정지으며, 결과적으로 개혁의 내용을 결정짓는다. 둘째, 협의적 개혁에서도 합의주체 사 이의 자원교환의 기회와 그 정도가 제도변화의 정도를 결정짓는다. 이런 관점 에서 강한 외적 압력이나 긴축재정이 요구되는 시기에도 정부의 자원제공 능력 은 구조적 정책조정에 대한 사회적 행위자의 동의를 획득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하다. [주제어: 사회협약, 사회보장개혁, 협의 구조, 행위자 전략, 자원교환의 기회, 경로의존적 조정, 구조적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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