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1. 머리말 2. 설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식 가. 설화개념을 통해서 본 설화 인식 나. 설화분류를 통해서 본 설화 인식 3. 전설의 장르적 성격과 도구화 4. 맺는말 한 정 미(강릉대학교 강사)
민 민속학연구 제15호 191~216(2004)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193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한 정 미* 1. 머리말 남한에서 설화자료집을 낼 때는 조사자의 구연자료와 상황을 모두, 있는 그대로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학술 자료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출판된 자료집은 그렇지 않다. 김화경의 표현대로 만들어 낸 이야기 1)같은 인상을 준다거나, 이복규의 표현대로 마치 소설의 서두와 혼동할 정도 2) 이다. 북한의 민요집을 검토하면서 남한의 연구자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자료가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던 일이라,3) 설화 또한 그럴 것이라고 짐작을 했던 바이기도 하 다. 노랫말 개작은 물론이며, 곡도 편곡하여 보급하고 있는 것이 북한 민요의 현 상황이 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요의 개작과 편곡은 당의 의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민요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념전달의 수단이 되었고, 그래서 인민의 당성 다듬기 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개작과 편곡을 했던 것이다. 민요의 개작과 편곡은 북한의 문예정책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련의 작업이다. 북한에서 는 문화예술이 정치 사상적으로 인민을 교화하여 당이 하는 일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 도록 하기 위해 인위적인 통제, 즉 문예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화도 민요와 마찬가지로 당의 문예정책에 의해 수용되고, 자료 또한 의도된 목적에 의해서 다루어지고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는 김화경,4) 김문태,5) 김영희6)에 의해서 이루어진 바 * 강릉대학교 강사 1) 김화경, 1998, ꡔ북한설화의 연구ꡕ, 영남대학교출판부, 92쪽. 2) 이복규, 2001, 북한 설화에 대하여-관련자료집의 현황과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ꡔ한국문화연구ꡕ 제4집, 경 희대민속학연구소, 320쪽. 3) 한정미, 2000, 북한의 문예정책과 민요 실현 양상, ꡔ한국민요학ꡕ 제8집, 한국민요학회. 한정미, 2003, 북한의 민요수용 시각과 통속민요의 문제, ꡔ한국민요학ꡕ 제12집, 한국민요학회.
194 민속학연구 제15호 있다. 그런데 김화경의 연구는 북한에서 발간된 ꡔ구전문학자료집ꡕ(설화편)만을 기본자료 로 하고 있어, 논의 전개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김문태, 김영희는 20여 종 이 상의 자료집을 대상으로 비교적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김문태는 김일성 전설집 과 일반 전설집을 각각 다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전자는 의도적으로 제작된 것이고, 후자는 자연스럽게 생성 변화 발전한 자료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논의의 출발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에 의해서 출판된 구비문예물에서 자연스러운 변개를 기대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고, 이와 같은 시각은 남한의 구비물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결 과이다. 더구나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관여되어 있어, 논의의 객관성을 잃는 한계도 있었 다. 김영희는 북한 사회의 사상적, 정치적 변화나 북한 문예정책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논의를 출발 하고 있다. 객관적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이다. 그런데 김영희 또한 남한의 연구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서는 설 화를 통해서 보은담, 효행 등 윤리적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는 등의 분석결과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인간 관계를 유교도덕적 덕목이 아닌, 계급적 대립으 로 읽고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과이다. 본고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 당국에서는 설화를 왜, 어떻게 자원화하고 있는가 의 문제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북한의 문예정책이 전제되어 있다. 필자는 이 문제의 해 결을 위해 북한에서 출판된 설화자료집의 자료를 활용하려 한다. 남한과는 달리, 자료집 편찬은 당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편찬 기준 또한 당의 지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설화 자원화 의도를 읽는 데에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7) 자료 검토에 들어가기에 앞서 북한에서는 설화를 이론적으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4) 5) 6) 7) 김화경, 1998, 앞의 책. 김문태, 1999, 북한의 설화연구-북한의 설화집을 중심으로, ꡔ누리와말씀ꡕ 제6집, 인천가톨릭대학교. 김영희, 2002, 북한에서의 구전설화 전승과 연구, ꡔ한국문화연구ꡕ 제5집, 경희대민속학연구소. 탈북민을 만나 북한 설화를 조사한 이복규에 의하면, 가족모임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는 구전되는 옛날이야기 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일성 체제 이전에 발간된 설화집은 당에서 일괄 수집하여 소각해 버렸으며, 그 이후로 학교 등의 공적 공간에서는 자료집에 실린 자료만이 이야기 대상 자료가 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사적 공간에서 구전되는 옛날 이야기들은 당으로부터 허락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설화 활용 의도 읽기의 대상에서는 제외해도 무방할 것 같다(이복규의 분단이 후 북한의 구전문학과 민간신앙의 존재양상 (제164차 한국민속학회 학술대회, 전남대박물관, 2004. 2. 20 21) 과 이복규와의 대담 참고).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195 의 문제부터 점검할 것이다. 장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바로 그 장르 실 현의 이유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2. 설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식 가. 설화 개념을 통해서 본 설화 인식 북한에서는 설화를 이야기줄거리문학, 구술형식, 집체성, 진실성, 지향성, 가변성 (필자주 ; 개변성) 으로 설명하고 있다.8) 넓은 의미에서 남한과 북한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실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며, 구전화 과정 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자기들의 념원과 지향에 맞게 보태고 다듬게됨으로써 생활 의 진실성과 대중의 지향성을 가진 문학적 이야기로 재구성되고 완성되게 된다 9)고 한다. 진실성, 지향성, 가변성 등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과 인민 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는 점, 그리고 다듬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 이 세 가지 성향은 부분적으로 남한의 그것과는 다소 다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진실성이란 사실적인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설화의 전승자들은 꾸며낸 이야기 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자가 제 시하는 증거물은 이야기의 진실성을 확보하게 되는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그 이 야기가 사실인양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신화나 민담의 경우는 그 증거물의 범주가 너무 크거나, 혹은 너무 넓어서 전설만큼 진실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야기의 진실성 을 확보하기 위해 증거물을 제시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단군신화 의 경우, 단군이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5011 ± 267년 전으로 추정 되는 뼈10)가 묻혀 있는 무덤을 증거로 제시하여 단군의 실존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가 하 8) 설화의 개념에 대해서는 장권표(1990)의 ꡔ조선구전문학개요ꡕ(고대중세편),사회과학출판사, 오희복(1993)의 구전설화작품들의 형태적특성에 대한 간단한 고찰, ꡔ조선고전문학연구ꡕ 1, 평양예술종합출판사. 리동원 (1994)의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항일혁명편),사회과학출판사. 리동원(1999)의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Ⅰ,문학예술종 합출판사. 를 참고했으나, 인용처리는 주로 리동원의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Ⅰ을 선택함을 밝힌다. 필자가 보유 하고 있는 개론서 중 가장 최근 출판된 것으로 설화개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9) 리동원, 1999,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1, 90쪽 외에도 구비문학개론서 여기저기에서 언급하고 있다. 10) 김교경, 1994, 단군릉에서 나온 사람뼈에 대한 년대 측정결과, ꡔ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연구론문집ꡕ, 사회 과학출판사, 31쪽.
196 민속학연구 제15호 면 구슬과 고양이, 고양이와 개 등의 이야기는 평양의 청류벽이 생겨난 유래를 담고 있는 설암리전설 에서 파생된 것으로 아이들의 흥미와 정서에 맞게 만들기 위해 덧붙인 이야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구슬과 고양이 혹은 고양이와 개 이야기를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 보지 않고 설암리전설 과 연결시킴으로써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11) 신화와 민담까지도 증거물을 제시함으로써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는 설화는 실제 사실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 12)했다고 한다. 다만, 이야기가 전 승되면서 인민의 염원이 더해져 다듬어짐으로써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가공이 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심청에 대한 이야기도 효성이 지극한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장사꾼들에게 팔려 임당수의 제물로 빠져죽은 실제 사건에, 심청이 가 환생하여 아버지를 만나고 심봉사도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인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더해져서 하나의 설화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유형의 증거물이 있는 것은 아니나 설화 자체가 실제 사실이나 사건, 인물이나 지물, 풍물 등에 기초 13)하여 설화가 창조되었으 며, 이것이 곧 생활의 진실성 이라고 했다. 적어도 애초에 없었던 거짓 이야기를 꾸며서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며, 설화의 줄거리가 기승전결로 비교적 뚜렷하고 명백하며 순차 적으로 14) 구성될 수 있는 것도 사실적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15) 다음은, 인민이 염원하는 바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지향성 이다. 설화에서의 진인의 출현은 당대의 불합리를 징치할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는 민중의 기 대에서 비롯된 것이며, 초자연적 세계와 인간세계의 갈등 혹은 인간과 인간의 갈등 등은 인간중심의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욕망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설화 속에는 민중이 지향하는 세계관이 담겨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와 같은 시각은 남한이나 북한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모든 세계관의 바탕에 사회주 의 계급사회를 두고 있다. 수복귀색(壽富貴色) 등의 인간의 욕망이나 권선징악 등의 유교 도덕적인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16) 봉건관리, 지주, 양반 대 농 11) 설암리전설, 구슬과 고양이, 고양이와 개 이야기는 리동원의 앞의 책, 104쪽, 110쪽 등 참고. 12) 리동원, 1999, 앞의 책, 90쪽 외 여기저기. 13) 리동원, 1999, 앞의 책, 90쪽. 14) 리동원, 1999, 앞의 책, 92쪽. 15) 애초 인간의 경험을 서사로 표현한 것이 설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성 을 확보하기 위해, 증거물을 제시하는 것에 적극적인 점과 아울러 고려한다면 북한에서 제시하는 생활의 진실성 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16)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권선징악의 유교적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 경우 이를 위해 환상적 계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197 부, 천민 등의 계급적 대립관계로 보고 피착취자가 착취자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거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희 생하는 것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엮어지는 것은 비현실적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 판한다. 그러나 그 환상이 당대에는 실현될 수 없는 인민들의 지향세계를 실현시키기 위 한 조건적인 수법 17)으로 설정된 염원적 환상 이라면 무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18) 환상여 부 보다는 인민들의 지향세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기바위전 설 (필자주 ; 장자못전설 )의 경우 린색한이며 착취자인 부자 를 벌주기 위하여 갑자기 많은 물이 솟아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잠겨 호수가 되고, 아기를 업은 며느리는 마음에 끌려 뒤돌아보다가 바위로 변했다는 비현실적인 환상 이야기 로 구성이 되었으나, 그것 은 착취계급에 대한 인민들의 증오와 통쾌한 징벌 이라는 인민의 지향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다.19) 인민이 염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현실상황에서는 쉽지 않았지만, 부자는 반드시 징치해야만 할 대상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설정하여, 즉 가상적 수법으로 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화에 있어 인민의 염원하는 바가 얼마나 중요한가 를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전승되는 과정에서 개변된다는 가변성 이다. 설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비문학 장르는 화자의 능력에 따라, 혹은 청자의 반응에 따라 자연스럽게 각편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각편화의 정도에서 그치는 것 이 아니라 시대 감각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은 과감히 이야기 구조를 바꾸는 것을 선택한다. 전승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변(改變)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금강산 팔선녀 (필자주 ; 나무꾼과 선녀 )의 경우, 옷을 가지고 간 나무꾼 때문에 선녀는 하늘보다 지상이 이렇듯 좋은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산천에서 제힘 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되였다. 20)고 기가 삽입되고 그러면 이야기의 진실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7) 리동원, 1999, 앞의 책, 110쪽. 18) 리동원, 1999, 앞의 책, 108쪽.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었다. 전설은 많은 경우 환상적으로 펼쳐집니다. 전설은 비록 환상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인민대중 의 념원과 생활감정, 그들의 재능과 지혜가 그대로 반영되여 있습니다. 19) 리동원, 1999, 앞의 책, 115 116쪽. 20) 리동원, 1999, 앞의 책, 130쪽. 금강산 팔선녀 관련 내용은 129 130쪽 참고.
198 민속학연구 제15호 하면서,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자랑하고자 하는 인민의 자부심과 긍지가 담겨져 있 으며, 천상과 지상의 대비를 통해 노동의 보람과 부의 창조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는 작 품으로 평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녀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나무꾼이 수탉으로 변신하여 새벽이면 운다는 등의 변종도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제재로 인해 발생한 세계관적 제 한성 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했다. 인간관계를 계급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권선징악의 선악관계로 해소하려 하다보니, 중세기적 환상수법을 쓰게 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 이며, 이는 곧 금강산 팔선녀 의 다양한 각편 중,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나무꾼 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의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선택은 선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새로운 각편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21) 이는 전통, 그 중에서도 인민적인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 는 전통도 현재의 인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것은 현재의 미감에 맞게 고쳐서 활용해야 한다는 문예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이야기 내용을 바꾸어 실현시키는 근거가 되 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각은 이야기를 개변하는 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 니라, 새롭게 만들어내는 데까지 확장되는 것 같다. 단군릉에 안치되어 있는 단군화상을 솔거가 그리게 된 이야기, 단군릉에 벌레가 적게 나오게 된 이야기 등이 모두 이와 같은 지침에 의거하여 새롭게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문예작품을 통해서 인민모두를 혁명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예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 출판되는 모든 출판물은 인민을 혁명가로 만들기 위한 무기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의 자료집 편찬은 당의 지침에 의해서 이 루어진다. 따라서 설화자료집에 실리는 이야기도 당에서 마련한 기준에 의거하여 선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진실성 과 지향성 이 바로 그 선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이 두 가지의 성향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이거나 그 증거물 이 구체적이어서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인민이 염원하는 바가 사회주의 계급사회식이 아 니면 다듬어서 실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인민이 염원하는 바가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하 더라도 진실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증거가 구체적인 관련 이야기와 연결시키 는 등의 방법을 선택한다. 어느 하나가 만족하여 선택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하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듬어서 실은 결과인 것이다. 이는 곧, 자연스러운 개변이 아닌, 사회 21) 실제로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각편이 많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199 주의 계급사회식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서 실은 것인데, 북한에서는 그럴 수 있는 근거 로 가변성 을 제시하고 있다. 시대적 미감에 맞게 변형하는 것은 구비물의 자연스러운 전 승태도라고 하면서 개변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자료집에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새로운 이 야기일수록 진실성 을 확보하고 있다. 단군릉의 단군화상, 김일성과 김정일 관련 구호나 무22)나 구체적인 연도 등이 그것으로, 유형의 증거물을 제시하거나 무형의 생활 진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화나 민담처럼 증거물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이 야기에도 증거물을 제시한다. 이처럼 신화나 민담 등의 전승 이야기와 새롭게 꾸민 이야 기 등에 증거물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인 것은 북한 당국이 제시한 이야기를 접한 청자 (혹은 독자, 인민)가 그 이야기를 꾸며낸 이야기 가 아닌 진짜 있었던 이야기 로 인식하 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설화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에 기초해서 인민의 염원에 의해 보태고 다듬어져서 구성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 킴으로써, 이야기 자체에 의문을 제시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 같기 때 문이다. 나. 설화 분류를 통해서 본 설화 인식 북한에서는 설화를 신화, 전설, 민화(민담),23) 동화, 우화로 갈래짓고 있다. 신화, 전설, 민담으로 분류하는 남한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신화는 원시세계에 대한 원시적 표상과 그들의 염원과 지혜가 반영되어 있는 것 으로 첫째, 자연 및 인간생활 등을 신의 활동무대로 개작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둘째, 주 술적인 힘을 가진 인간신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셋째, 신화적 환상에 의하여 재현되는 특징을 가진 장르라고 했다. 주인공의 태생과 형상, 능력 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남한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그 런데 북한에서 신화의 범주로 설정한 이야기는 단군신화 와 해모수신화 두 편뿐이다. 그것도 단군신화 의 경우는 환웅신화, 환인신화 와 단군전설 이, 해모수신화 에는 해 22)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문구가 적힌 참나무. 자세한 논의는 다음 장에서 다룰 것이다. 23) 북한에서는 민담을 민화라고 한다. 북한의 설화 갈래를 논의해야 하는 본 장에서는 북한의 민화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나, 본 장을 벗어나면 논의의 편이를 위해 민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200 민속학연구 제15호 모수신화 와 금와전설, 주몽전설 이 각각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환웅과 환인, 해모수 이야기만이 원시사회 자연현상에 대하여 해석을 하거나 자연력의 지배로부터 벗 어나려는 원시인들의 투쟁과 염원을 반영했다고 한다. 즉, 이 세 주인공 이야기만이 원시 사회에 창조되어 원시인들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며, 주몽신화, 혁거세신화 등은 물론 이며, 단군관련 이야기, 금와이야기 등은 이미 계급사회로 이행한 이후인 고대국가형성 때 나온 것으로 신화적 외피를 쓴 전설형식의 건국설화 24)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 등 장하는 주인공들은 신이 아니라 신성화된 인간이며, 그 생활무대도 신의 활동무대가 아 니라 국가창업에 대한 력사적 현실이며 인간생활 25)이라고 했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역사적 인물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존 인물이다 아니다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실존여부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신화에서 실존인물을 따로 가려내어 전설로 다루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전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전설은 사람과 그 주위세계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인물, 지물, 풍물, 문물 등에 대한 연원과 연기상황을 밝히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연원과 결부된 사람과 주위의 지물과 풍물, 문물의 운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해석을 가한 인 민적 표상이 반영되었다고 했다. 주인공의 특성도 신화와 달리 신의 형상에서 비범한 인 간으로 형상화되고, 신화적 환상에서 생활반영의 염원적 환상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전설은 항상 구체성과 역사성을 가지며 또한 향토성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연원과 관련되는 전제가 없이는 전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전제와 연원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반인민적이며 무례한 본질을 비판 해부 하거나 인민들의 슬기롭고 용감하고 애국적인 투쟁을 반영 하거나 인민들의 정신도덕적 미와 조국산천의 아름다움을 반영 한 주제를 밝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으 며, 전설의 전제는 곧 이들 주제를 밝혀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26) 다시 말하면, 전 설에 있어서 주제는 반드시 밝혀져 있어야 하며, 그 주제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장소, 실재 등의 연원과 관련되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제시하는 주제란 다름 아닌, 사회주의 계급사회가 요구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진실성 24) 리동원, 1999, 앞의 책, 81쪽. 25) 리동원, 1999, 앞의 책, 97쪽. 26) 리동원, 1999, 앞의 책, 112 123쪽.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01 이 전제된 사회주의 계급사회식 지향성 이 밝혀져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설암리전설, 애기바위전설, 애밀레종전설 등의 전승설화와 단군관련전설, 평양 관련전설, 김일성 김정일 관련 전설 등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모든 설화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민화는 보통 평범한 사람들, 천대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실제적인 사회관계와 현실생활을 직접 반영하여, 형상을 보다 자유롭게 허구적으로 그린다고 했다. 그런 까닭 에 다른 양식에 비해 인민성이 가장 강한 사실주의적 설화양식이라고 한다. 민화의 생활반영의 원칙은 사실주의적 전형화와 허구적 반영이 기본으로 되어 있기 때 문에 비현실적인 허황한 것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의인화, 상징 등의 수법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전설, 동화, 우화와 구별된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에서 출발한 점 에서는 전설, 동화, 우화와 같으나 민화에서 그려내는 사건이나 정황은 인간세계에서 가 능한 범주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대 봉건사회에서는 인민들이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인공의 지향 해결을 돕기 위해 제3인물이 개입되 기도 하는데, 콩쥐팥쥐 의 황소, 두꺼비 등이 그 예라고 했다. 민화는 봉건사회현실과 착취자, 통치배들을 풍자해학 하거나 인민들의 불우한 사회적 처지와 생활관계를 반영 27)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도미와 그 안해 (필자주 ; 도미 전 ), 스님 속인 상좌, 시골양반 서울구경 등의 전승설화를 민화에 소속시키고 있다. 동화는 말 그대로, 어린이들의 정서와 지향에 맞게 흥미진진하게 꾸민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형식이고, 우화는 인간생활을 자연 및 동물 세계에 의탁하여 생활을 반영한 이야 기이다. 그런데 동화와 우화는 한 이야기 속에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이야기 (필자주 ; 혹부리영감 )는 동화적 요소와 우화적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 정확하 게 판단할 수는 없으나, 동화는 아이들에게 의로운 것에 대한 지향세계와 환상을 펼쳐준 다면, 우화는 징계해야 할 부정적인 것에 대한 증오와 비판으로 교훈을 찾도록 일깨워주 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도깨비를 처음 만난 혹부리 영감은 동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인물형이며, 욕심쟁이 혹부리 영감은 우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인물형으로 그려 27) 리동원, 1999, 앞의 책, 135 145쪽.
202 민속학연구 제15호 지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가 하면 북한에서는 나무꾼 총각과 토 끼 와 함정에 빠진 호랑이 를 동화와 우화로 각각 분류한다. 전자는 토끼의 지혜를 찬 양하여 정의감을 불러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후자는 호랑이의 간악성을 풍자, 비판하면서 호랑이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니 동정하여 구원해 주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는 점이 각각 그 이유라고 했다. 두 이야기에는 호랑이, 토끼, 나무꾼 총각이 모두 등 장하고 있으며, 이야기 또한 나무꾼 총각이 토끼의 지혜로 호랑이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 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전자는 토끼의 지혜와 정의감을 주제로 드러내고 후자는 호랑이 의 간악성을 비판대상으로 드러내면서 갈래를 구분짓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작품 속에 두 갈래의 성격이 공존한다는 설명이 따르는가 하면, 유사한 이야기를 동화 와 우화로 구분짓는 등의 예시로 보아 동화와 우화의 구분이 다소 불분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전설이나 민화에서는 노골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창작 이라는 표현이 사 용되고 있다. 구전동화를 무비판적으로 개작하여 아동교양에 리용하여서는 안되며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동화를 만드는 경우에 계급성을 정확히 세우는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세구전동화에서 기이한 사건전개와 환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것 이다. 28)라고 했으며,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전동화집을 묶어내는 한편 그것을 기초 로하여 동화를 창작해내는 개작동화창작이 활발하게 벌어졌던 것이다. 29)라고 했다. 그런 가 하면, 의인화된 구전동화는 현실생활을 예술적으로 개작하여 보여주는 동화이다. 라고 도 했다. 의인화된 구전동화란 다름 아닌 우화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동화와 우화 모 두 개작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다섯 갈래로 설화를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전설이다. 이 점은 김일성의 다음 교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정치와 경제에 대하여 잘 알뿐만 아니라 력사와 지리, 문화와 예술에 대하여도 잘 알며, 전설과 속담도 이야기할줄 알도록 교양하여야 하겠습니다. 30) 수령님께서는 전설집을 많이 출판할데 대하여 여러번 교시하시였습니다.31) 28) 29) 30) 31) 리동원, 1999, 앞의 책, 154쪽. 리동원, 1999, 앞의 책, 105쪽. ꡔ김일성 저작집ꡕ 제16권(1962. 1월 12월), 1984, 233쪽. 리동원의 1999, 앞의 책, 105쪽 재인용. 김정설, 1991, ꡔ평양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머리말.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03 이처럼 전설을 교양하도록 한 것은 전설에는 인민들의 지향이 반영되어 있고, 시대현 실, 역사, 풍속 등을 알게 하여 사람들을 박식하게 하고, 민족문화유산의 풍부성을 인식시 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이라고 한다. 먼저, 전설을 역사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민들 이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것 도 출판물을 통한 교양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에 출판된 설화집 대부분 은 전설집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는 전설이 꾸며낸 이야기 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인민 들의 교양학습을 위해서는 인민들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 한 당국이 바라는 방향으로의 인민 교양을 위해서는 인민의 지향하는 바와 시대에 부합 하는 내용으로 꾸며져야만 할 것이다. 진실성, 지향성 을 모두 만족한 상태여야 인민들의 교양작품으로서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32) 물론, 북한에서는 민화나 동화, 우화도 실생활을 직접 반영했다는 생활의 진실성 을 확 보하고 있거나, 전설과 연결하여 전설에서 파생된 이야기라는 전제를 제시함으로써 진실 성 을 확보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생활의 진실성이라는 무형의 상황보다는 구체적인 증거물이 전제된 전설에서 진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인민들이 전 설을 허구가 아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화는 평범한 사람들, 천대받는 사람들이 착취자나 통치자들을 놀리거나 자신 들의 불우한 사회적 처지나 생활을 반영한 내용으로 실현되는 갈래이다. 북한 당국에서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인민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민화에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 이다. 그리고 현 지배층을 풍자나 해학의 대상으로 그릴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는다. 물 론, 인민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자료집에 실리는 이야기들은 북한 당국이 선택한 자료인 까닭에 더욱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야 기의 주제가 현대적 상황에 맞지 않은 것이다. 한편, 앞에서 북한에서는 출판물을 통해서 인민들의 전설 교양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 적했었다. 그런데 동화와 우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교양할 수 있는 대상이 32) 실제 자료를 근거로 한 전설을 사적 자료가 있는 역사와 동급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 이 아닌가 한다.
204 민속학연구 제15호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출판 형편이 좋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교양 서로 생산하고자 할 것이다.33) 따라서 동화와 우화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선택받는 데 불 리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34) 정리하면, 북한 당국은 설화 중 특히 전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전설이 민화나 동 화, 우화보다 진실성 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에서 활용했던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민화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동화나 우화는 교양 대상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설보다 불리한 조건이어서 선택받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전설을 통해서 인민에게 교양학습 하고자 한 것은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이다. 3. 전설의 장르적 성격과 도구화 앞 장에서 전설은 꾸며낸 이야기 가 아닌 진짜 있었던 이야기 라는 인식을 주기에 적 합한 장르이고, 인민들에게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전설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양학습을 위해서 출판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은 민족 구성원이라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인데, 굳이 교양 학습을 하면서까지 과업을 달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장에서는 그 구체적인 이유 를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북한에서 출판된 설화집 중 현재까지 파악된 것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고정옥, 1956, ꡔ전설집ꡕ, 국립출판사. ② 신래현, 1959, ꡔ향토전설집ꡕ, 국립출판사. ③ 계정희 류창선, 1958, ꡔ평양의 전설ꡕ, 국립문학예술서적출판사. 33) 어린이를 위한 출판물도 전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것은 다음 장에서 다루겠다. 34) 실제로 북한에서 발간된 설화집을 검토하다 보면 북한에서 동화와 우화로 갈래짓는 이야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1964년에 발간된 구전문학자료집 (설화편)에 동화와 우화가 15편 실려있을 뿐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나 TV프로그램을 점검하다 보면 아이들의 교양을 위해 만화영화를 활용하는 경우를 접할 수 있다. 영리한 너구리, 다람이와 고슴도치, 알을 찾은 물오리, 금방울과 황소, 어린머슴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동화나 우화는 1920년대 이후 개작 및 창작에 의해 현대창작물의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으 며, 창작 작품 또한 영상물을 만드는 작업에 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민 205 ④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구전문학연구실, 1964, ꡔ구전문학자료집ꡕ(설화편), 사회과학 원출판사. ⑤ 리영규 우봉준, 1964, ꡔ옛말ꡕ1-2,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⑥ 홍기문, 1986, ꡔ낙랑벌의 사냥-실화와 전설ꡕ,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⑦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문학사실, 1986, ꡔ재미나는 옛이야기ꡕ1-3, 근로단체출판사. ⑧ 김우경, 1987, ꡔ백두산전설집ꡕ1, 문예출판사. ⑨ 김정설, 1990, ꡔ전설집 을밀대의 소나무ꡕ, 문예출판사. ⑩ 김정설, 1990, ꡔ평양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⑪ 리용준, 1991, ꡔ금강산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⑫ 리학남, 1991, ꡔ구월산전설ꡕ 1, 문학예술종합출판사. ⑬ 김우경, 1992, ꡔ날개돋친 흰말ꡕ(백두산전설집 2), 문예출판사. ⑭ 김정설, 1992, ꡔ봉이김선달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⑮ 박현균, 1980(?) 200135), ꡔ조선사화전설집ꡕ1-16, 문학예술종합출판사. ⑯ 장동일, 1994, ꡔ칠보산전설ꡕ, 문학예술종합출판사. ⑰ 박현균, 1994, ꡔ구월산전설ꡕ 2, 문학예술종합출판사. ⑱ 김원필 전종섭 등, 1986-1998,36) ꡔ조선민화집ꡕ1-22, 금성청년종합출판사. ⑲ 김정설, 1998, ꡔ단군설화집ꡕ,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⑳ 천미숙, 2001, ꡔ혁명전설집 신묘한 발자국ꡕ, 금성청년종합출판사. 단군릉의 발굴성과는 우리 민족의 발상지가 평양이고, 우리 민족의 단일성이 평양을 중심으로 하 여 이루어졌다는 것을 새롭게 밝힐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 인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높 여주고 한피줄을 이은 7천만 동포들이 조국통일의 성업을 이룩하는데서 더욱 굳게 뭉쳐 싸울 수 있게 한다.37) 평양은 역사의 시조인 단군이 선택한 시원지(始原地)이고, 현재 북한의 수도이다. 대립 하고 있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입지적 정통성을 확보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35) 총16권 중 필자가 확인한 것은 11권 16권까지이다. 36) 전체 22권 중, 필자가 확인한 자료는 1 2 3 4 5 10 12 15 16 17 22집, 총11권이다. 37) 장우진, 평양은 조선민족의 발상지, 앞의 ꡔ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연구논문집ꡕ, 147쪽.
206 민속학연구 제15호 이와 같은 입지적 정통성은 명승지나 명산 주변 인민들의 이야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설은 향토성의 특징을 가진 갈래이다. 전국적 분포를 지닌 광포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이 있는 곳이면 으레 그들만의 전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명승지나 명산 주변 인 민의 이야기가 선택된 것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 자료집의 인민들은 자료 집의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양이나 대동강 백두산 금강산 구월산 칠보산을 배 경으로 하고 있다. 많은 지역 중, 이들 다섯 지역의 것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제시된 장소는 북한에서 성지로 관리하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한다. 백두산과 금강산은 애초에 민 족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고, 평양이나 대동강은 고조선의 시원(始原)이자 평양의 수도 로서, 구월산은 단군이 신선이 되었다는 아사달이라는 이유 등으로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38)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이 지역의 출중한 자연물을 소개하거나, 이 지 역 인민들의 특출한 모습을 통해서 이 지역의 우수성을 확보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 다. 북한에 소재한 지역의 우수성을 인민에게 교양 학습시키면, 자연스럽게 지리적인 조 건의 만족감에서 비롯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달 리 표현하면, 북한에서는 명승지나 명산의 전설을 통해서 북한이 위치한 입지적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전설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한 부류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이 들 부자의 이야기는 항일혁명 투쟁시기인 20세기에 창조된 것으로,39) ⑧⑬⑳에 157편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 부자는 때로는 본연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장군별이 나 광명성의 모습, 용마를 탄 모습, 백두산 장수 등 신출귀몰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으 며, 축지법 분신술 장신술 둔갑술 등의 전법을 이용하여 방해자인 일본군을 처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로부터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에 진인 출현설이 성행하였다. 진인은 민중이 희구하는 새로운 치자(治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때의 김일성 부자의 출현과 그들이 보여준 비범한 능력은 바로 진인의 출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일성 부자 관련 전설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알 수 있다. 38) 칠보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없어서 거론하지 못했으나, 특별관리대상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39) 김우경의 ꡔ백두산전설집ꡕ1에 의하면 흔히 전설이라고 하면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것으로만 알던 사람들이 오늘은 놀랍게도 20세기에 창도된 현대의 전설을 대하게 되였다. 고 했다.(3쪽)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민 207 온 민족이 탁월한 수령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던 때에 수천년 력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위대한 영걸이 출현하시고 그이께서 정규군과 국가적 후방의 지원도 없는 어려운 조건에서 일제의 반만대 군을 락엽처럼 휩쓸어 버리시는 그 전대미문의 비상한 력사적 사실자체가 벌써 전설적 형상을 낳 을수밖게 없게 하는 생활적 바탕으로 된다. 아울러 자나깨나 위대한 장군님의 영상을 그려보며 그이를 이 세상의 온갖 지혜와 힘을 한몸에 다 체현하신 천하무적의 전설적 영웅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려는 당시 인민들의 전절한 기대와 숙 망이 여러가지 전설적 환상의 나래를 펴게 하였다.40) 수령님을 형상한 수많은 전설이 창조되여 백두산 전설군을 이룬 사실은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당시 인민들의 존경과 흠모의 마음이 얼마나 진정에 넘치고 열광적이였는가 하는 것을 가슴 뜨겁 게 보여준다.41) 일제 강점기, 조국의 해방을 갈망하던 인민의 기대에 의해서 김일성 부자는 형상화되었 고, 백두산 정기를 타고 나시였고, 하늘의 장군별을 이끄시는 분 42)으로 태어난 김일성 부자는 모래알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작탄을 만들고, 종이 한 장을 띄워 물을 건너고, 고개를 떼었다 붙였다 하며, 하루밤에도 수천리를 왕래할 만큼 비범성을 지닌 인물로 그 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부자의 출현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항일혁명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김일성이 실권을 잡는 것은 그 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나 김정일에게 세습 승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 을 것이다. 김일성이 실권을 잡을 당시보다는 당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 저항세력 의 저항이 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74년 김정일이 실권을 장악하기 시작할 무렵,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수준을 높이는 작업뿐만 아니라 김정일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어릴 때 부터 인민의 지도자가 될 소질을 타고났다는 사적(史蹟)의 날조작업이 조직적으로 진행되 는가 하면, 구호나무 발견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고 하는데,43) 구호나무란 김일성 빨치산 부대가 국내에 들어와 게릴라 공작을 하다가 자취를 남기려고 나무껍질을 벗긴 다음 김일성 장군만세, 조선독립만세, 백두광명성태생 등의 구호를 먹으로 써둔 것으 로, 먹으로 쓴 글씨가 수십 년이 지난 1974년 이후 대대적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실 40) 41) 42) 43) 김우경, 김정일, 리동원, 황장엽, 앞의 ꡔ백두산전설집ꡕ 1, 머리말 3쪽. 1992, ꡔ주체문학론ꡕ, 조선로동당출판사, 127쪽. 1994, 앞의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항일혁명편), 65쪽. 1999, ꡔ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ꡕ, 한울, 173 174 참고.
208 민속학연구 제15호 제로 김정일 관련 이야기인 백두산에 새 장수 났다 에서는 일본 수비대장이 구호나무 글발을 발견하고 찍어버리려고 하였으나, 찍으면 찍을수록 구호목은 점점 더 생겨났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구호목은 다름 아닌 신수(神樹)의 상징이고, 혈통의 신성성을 드러내는 증거물이다. 다시 말해서 세습승계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되어 준 것이다. 정리하면, 김일성 부자 관련 전설을 통해서 이들 부자의 출현은 역사적 필연이었고, 이 들의 세습승계의 당위성을 마련한 것인데 이는 곧,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말함이다. 북한 당국은 전설을 통해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을 얻고자 한다. 그런데 단군 이야기 는 수도 평양의 입지적 정통성을, 명승지나 명산 관련 인물의 이야기는 북한 땅의 입지적 정통성을 각각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김일성 부자의 이야기는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확보 하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은 다름 아닌 입지적 정통성 과 국가권력의 정통성에서 비롯된 긍지와 자부심이었던 것이다. 인민들에게 입지적 정통성과 국가권력의 정통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교양 학습시 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적 권위이다. 그런데, 한 국가의 권위를 세 우는 데 핵심적 구실을 했던 것은 설화 중 신화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선택한 이들 이 야기들은 신화적 지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신화로 인정하게 되면, 전적 으로 꾸며낸 이야기 가 되기 때문에, 확실한 유형의 증거물을 가지고 있는 전설로 다루고 있을 뿐, 전설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신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입지적 정통성 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물을 숭배하도록 하고,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력자 를 숭배하도록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신화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4. 맺는말 북한 당국은 신화, 전설, 민담, 동화, 우화에 각각의 장르적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신화 는 계급사회 이전의 환상적 장르로, 그에 반해 전설은 환상은 약화시키고, 진실성을 부각 시킴으로써 역사성을 지닌 장르로, 민담은 사실보다는 허구성이 강화된 장르로, 동화와 우화는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장르로 각각 그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장르적 동향에 의거하여 장르를 실현하고 있다. 장르의 역할이 다르게 부여된 것 이다. 그런데 이들 장르 중에서 특히 북한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르는 전설이다. 전설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09 의 진실성은 역사성을 담보해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인민들로 부터 입지적 정통성,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데 적합한 장르로 기능화 되었다. 북한 당국은 인민들에게 입지적 정통성을 교양학습하기 위해, 단군 관련 전설이나 명승 지나 명산의 전설을 활용했다. 그리고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교양학습하기 위해서는 김일 성 부자 전설을 활용했다. 전자를 위해서는 단군을 실존인물로 그려 고조선의 발상지인 평양을 성지화 하거나, 명승지나 명산의 출중함과 주변 인민들의 특출함을 통해 북한 지 역의 우수성을 드러내고 있었고, 후자를 위해서는 김일성 부자의 신성성과 비범성을 통 해, 즉 우상화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있었다. 특별한 국면에서 전설 장르를 실현하고 있 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국가의 입지적 정통성과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되면, 국가는 국 가 권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전설을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 고, 이로 인해 국가의 권위를 세울 수 있도록 만드는 장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며, 진실 성 이라는 장르적 성격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210 민속학연구 제15호 참 고 문 헌 계정희 류창선, 1958, ꡔ평양의 전설ꡕ, 국립문학예술서적출판사. 고정옥, 1956, ꡔ전설집ꡕ, 국립출판사. 김우경, 1987, ꡔ백두산전설집ꡕ1, 문예출판사. 김우경, 1992, ꡔ날개돋친 흰말ꡕ(백두산전설집 2), 문예출판사. 김원필 전종섭 등, 1986~1998, ꡔ조선민화집ꡕ1-22, 금성청년종합출판사. 김정설, 1990, ꡔ전설집 을밀대의 소나무ꡕ, 문예출판사. 김정설, 1990, ꡔ평양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김정설, 1992, ꡔ봉이김선달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김정설, 1998, ꡔ단군설화집ꡕ,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리영규 우봉준, 1964, ꡔ옛말ꡕ1-2,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리용준, 1991, ꡔ금강산전설ꡕ, 사회과학출판사. 리학남, 1991, ꡔ구월산전설ꡕ 1, 문학예술종합출판사. 박현균, 1994, ꡔ구월산전설ꡕ 2, 문학예술종합출판사. 박현균, 1980(?)~2001, ꡔ조선사화전설집ꡕ1-16, 문학예술종합출판사.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구전문학연구실, 1964, ꡔ구전문학자료집ꡕ(설화편), 사회과학원출판사.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문학사실, 1986, ꡔ재미나는 옛이야기ꡕ1-3, 근로단체출판사. 신래현, 1959, ꡔ향토전설집ꡕ, 국립출판사. 장동일, 1994, ꡔ칠보산전설ꡕ, 문학예술종합출판사. 천미숙, 2001, ꡔ혁명전설집 신묘한 발자국ꡕ, 금성청년종합출판사. 홍기문, 1964, ꡔ낙랑벌의 사냥-실화와 전설ꡕ,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김문태, 1999, 북한의 설화 연구-북한의 설화집을 중심으로, ꡔ누리와말씀ꡕ 제6집, 인천가톨릭대학교, 174~215쪽. 김영희, 2002, 북한에서의 구전설화 전승과 연구, ꡔ한국문화연구ꡕ 제5집, 경희대민속학 연구소, 191~244쪽. 김화경, 1998, ꡔ북한설화의 연구ꡕ, 영남대학교출판부. 력사편집실, 1994, ꡔ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연구론문집ꡕ, 사회과학출판사.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11 리동원, 1994,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항일혁명편), 사회과학출판사. 리동원, 1999, ꡔ조선구전문학연구ꡕⅠ, 문학예술종합출판사. 오희복, 1993, 구전설화작품들의 형태적특성에 대한 간단한 고찰, ꡔ조선고전문학연구ꡕ 1, 평양예술종합출판사, 84-99쪽. 이복규, 2001, 북한 설화에 대하여-관련자료집의 현황과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ꡔ한국문화연구ꡕ 제4집, 경희대민속학연구소, 313~339쪽. 장권표, 1990, ꡔ조선구전문학개요ꡕ(고대중세편), 사회과학출판사. 한정미, 2000, 북한의 문예정책과 민요 실현 양상, ꡔ한국민요학ꡕ 제8집, 한국민요학회, 191~214쪽. 한정미, 2003, 북한의 민요수용 시각과 통속민요의 문제, ꡔ한국민요학ꡕ 제12집, 한국민요학회, 373~390쪽. 황장엽, 1999, ꡔ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ꡕ, 한울.
212 민속학연구 제15호 국문초록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한 정 미(강릉대학교 강사) 북한에서는 문예작품을 통해서 인민모두를 혁명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예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 출판되는 모든 출판물은 인민을 혁명가로 만들기 위한 무기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의 자료집 편찬은 당의 지침에 의해서 이 루어진다. 따라서 설화자료집에 실리는 이야기도 당에서 마련한 기준에 의거하여 선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진실성 과 지향성 이 바로 그 선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남한에서는 설화를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하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신화, 전 설, 민화, 우화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들 각각에 장르적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신화는 계 급사회 이전의 환상적 장르로, 그에 반해 전설은 환상은 약화시키고, 진실성은 부각시킴 으로써 역사성을 지닌 장르로, 민담은 사실보다는 허구성이 강화된 장르로, 동화와 우화 는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장르로 각각 그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 의 장르적 동향에 의거하여 장르를 실현하고 있다. 장르의 역할이 다르게 부여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장르 중에서 특히 북한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르는 전설이다. 전설 의 진실성은 역사성을 담보해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인민들로 부터 입지적 정통성,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는데 적합한 장르로 도구화된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국가의 입지적 정통성과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되면, 국가는 국 가 권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전설을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 고, 이로 인해 국가의 권위를 세울 수 있도록 만드는 장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며, 진실 성 이라는 장르적 성격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핵심어 : 북한설화, 문예정책, 진실성, 지향성, 가변성, 단군전설, 정통성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13 Abstract Understanding North Korean ancient tales And exploitation of legends Han, Jeong-Mee(Lecturer, Kangnung University) North Korean authorities have developed a literary art policy, which aims to make the whole people revolutionists through various works in the literary art field. Thus, every publication produced in North Korea, functions as a weapon to tame people to revolutionists. Due to phenomenal circumstances, publishing material collections in North Korea should follow the guiding principles of the Government. Accordingly, the stories of the ancient tales collection are subject to be selected in accordance with the standards established by the Government, and 'Credibility' and 'Intentionalization' can be the standard of the selection. Whereas the South Korean ancient tales are classified into three categories; Myth, Legend, and Folk tale, the Northern tales are four ones; Myth, Legend, Folk story, and Fable. Both are endowed with characteristics by genre. The specific details which they are relatively designated, are followed: Myth as a fantastic genre before the era of hierarchical society; Legend which has historical identity with emphasizing credibility and relieving phantasm at once; Folk story as a genre with more focus on fictions than reality; Fairy tale and Fable as educational genres, particularly for children. In this way, each genre is endowed with its own role. Most of all, w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s obviously interested in, is Legend genre. Since they have believed that the credibility of legend can guarantee its historic identity, the Government has come to exploit it as a proper genre to get wider acknowledgement of her national authority and dignity from the public. A nation can acquire her national authority and dignity when she is recognized its national legitimacy and justified the authenticity of its governmental power. In this
214 민속학연구 제15호 wa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s manipulated legend as a tool to acquire national legitimacy and establish national dignity though it. Moreover, the significant characteristic of the genre, credibility, has played a crucial role to support this. Key Words : North Korean ancient tales, policy of literary art, credibility, intentionalization, variableness, the founding myth of Dangun, legitimacy
민 북한의 설화 인식과 전설의 도구화 215 內 容 提 要 北 韩 的 说 话 认 识 和 传 说 的 工 具 化 韩 静 媚 ( 江 陵 大 学 講 師 ) 北 韩 执 行 借 助 文 艺 作 品 将 所 有 的 人 民 改 造 为 革 命 者 的 文 艺 政 策, 这 里 所 发 行 的 所 有 出 版 物 都 具 有 将 人 民 变 为 革 命 者 的 武 器 功 能, 资 料 集 的 编 纂 也 不 例 外 故 事 资 料 集 里 故 事 的 选 取 也 是 依 据 这 一 宗 旨, 根 据 党 所 设 定 的 标 准 来 进 行 真 实 性 和 志 向 性 是 筛 选 的 标 准 南 韩 将 说 话 分 为 神 话 传 说 和 民 谭, 而 北 韩 则 分 为 神 话 传 说 民 话 和 寓 话, 并 赋 予 每 个 体 裁 以 规 定 的 性 质 或 意 义 特 点 神 话 被 视 为 阶 级 社 会 以 前 的 幻 想 性 体 裁 ; 传 说 则 是 弱 化 了 幻 想 性 特 点, 更 强 调 真 实 性, 是 一 种 具 有 历 史 性 的 体 裁 ; 民 话 是 相 比 于 事 实 更 强 调 虚 构 性 的 体 裁 另 外, 童 话 和 寓 话 是 给 孩 子 们 一 种 教 训 的 体 裁 在 这 里, 各 种 体 裁 的 界 定 具 有 明 显 的 倾 向 性, 各 体 裁 的 功 能 被 赋 予 各 不 相 同 的 内 容 各 体 裁 当 中 最 受 北 韩 政 府 关 心 的 是 传 说 传 说 被 认 为 是 以 其 真 实 性 而 使 其 历 史 性 得 到 保 证 的 体 裁, 因 此, 它 成 为 北 韩 政 府 用 以 显 示 普 通 民 众 认 同 国 家 权 力 正 统 性 和 旨 趣 的 一 种 工 具 化 体 裁 作 品 只 有 普 通 民 众 承 认 当 局 立 场 的 正 统 性, 国 家 才 能 确 保 其 权 威 既 然 这 样, 北 韩 政 权 为 确 保 其 正 统 性, 建 立 国 家 的 权 威, 便 利 用 传 说, 借 助 传 说 的 真 实 性 特 点 发 挥 其 维 护 统 治 坚 固 稳 定 的 作 用 关 键 词 : 北 韩 说 话 文 艺 政 策 真 实 性 指 向 性 可 变 性 檀 君 传 说 正 统 性
216 민속학연구 제15호 日 文 抄 錄 北 朝 鮮 の 説 話 認 識 と 伝 説 の 道 具 化 韓 靜 媚 ( 江 陵 大 学 校 講 師 ) 北 朝 鮮 では 文 芸 作 品 を 通 してすべての 人 民 だちを 革 命 家 に 作 ら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 文 芸 政 策 を 広 げている それで 北 朝 鮮 から 出 版 されるすべての 出 版 物 は 人 民 を 革 命 家 に 作 るための 兵 器 としての 機 能 をするようになる 事 情 こういう 事 情 であって 北 朝 鮮 での 資 料 集 編 纂 は 党 の 指 針 によって 出 来 上 がる 従 って 説 話 資 料 集 に 載 せる 話 も 党 から 計 画 した 基 準 に 依 拠 して 選 択 されたもので 真 実 性 と 指 向 性 がその 選 択 の 基 準 だといえる 一 方 韓 国 では 説 話 を 神 話 伝 説 民 談 に 区 分 するにひきかえ 北 朝 鮮 は 神 話 伝 説 民 話 寓 話 に 区 分 していてそのそれぞれにジャンル 的 な 性 格 を 付 与 している 神 話 は 階 級 社 会 以 前 の 幻 想 的 な ジャンルでそれにひきかえ 伝 説 は 幻 想 は 弱 化 させ 真 実 性 は 目 立 てるようにして 歴 史 性 を 持 つジャンル で 民 談 は 事 実 よりも 虚 構 性 が 強 いジャンルで 童 話 と 寓 話 は 子 供 たちに 教 訓 を 与 えるためのジャンルでそれ ぞれその 性 格 を 付 与 している それからそれぞれのジャンル 的 動 向 に 依 拠 してジャンルを 実 現 している ところでこれらジャンルの 中 で 特 に 北 朝 鮮 が 関 心 を 持 っているジャンルは 伝 説 である 伝 説 の 真 実 性 は 歴 史 性 を 確 実 にしてくれるのだと 認 識 しているので 北 朝 鮮 が 人 民 たちから 立 志 的 正 統 性 を 認 められるのに 適 合 なジャンルに 道 具 化 されたものだ 国 民 たちから 国 家 の 立 志 的 伝 統 性 を 認 められるようになると 国 家 は 国 家 権 威 を 確 保 するようになる そ うだったらそれによって 国 家 の 権 威 をたてられるようにと 作 るジャンルに 活 用 していて' 真 実 性 'というジャン ル 的 な 性 格 がこれを 後 押 しの 役 割 したのである キーワド: 北 朝 鮮 の 説 話 文 芸 政 策 真 実 性 指 向 性 可 変 性 タングン( 韓 国 の 開 国 神 ) 伝 説 正 統 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