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이재경이화여대명예교수 1. 젠더공정성과평등에대한인식 기회는평등하고과정은공정하며결과는정의로워야한다. 는정치슬로건은많은사람들에게공감을얻고있다. 그러나우리사회여성들은여기에동의하는것같지않다. 올해여성계의가장큰이슈는 미투운동 과 홍대누드몰카사건 이다. 홍대몰카사건으로촉발된혜화역시위는지금도계속되고있다. 한달에한번 불법촬영 ( 몰카 ) 편파수사규탄시위 에서여성들은불법촬영물을이용한디지털성폭력에대한법적규제가남성중심적시각을반영한다고비판한다. 지금까지반복되어온남성가해자에대한법적관대함도문제라고여기지만홍대사건여성가해자에대한수사와처벌이편파적으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1
로진행되는법집행과정에분노한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1] 을요구하는시위참여자들은젠더화된법제도 (gendered judicial system) 의근본적변화를촉구한다. 이사건은남성규범이체계화된사법제도안에서과연공정성 (fairness) 은무엇이며젠더정의 (justice) 는어떻게실현할수있는지물음을던진다. 다른예를보자. 한국의성평등수준은세계 10위인가, 아니면 118위인가? 2018년유엔개발계획 (UN Development Programme, UNDP) 이발표한성불평등지수 (Gender Inequality Index, GII) 에서한국은전세계 189개국중 10위를기록하였는데, 10번째로성평등한국가라는의미이다. 반면 2017년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 에서발표한성격차지수 (Gender Gap Index, GGI) 는세계 144개국중 118위로성평등수준이매우낮은것으로나타났다. [2] 왜이렇게차이가크게나는것인가? [3] 평등에관한이러한상이한보고들은과연성평등이무엇인지질문을제기한다. 한편우리사회구성원들은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에대해서어떻게생각할까?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015년성인남녀 7700명을대상으로실시한공정성인식에대한조사를보면젠더공정성에관해부정적인평 [1] 여성에대한남성의성폭력에대해서는집행유예를선고하거나불법촬영범죄에는벌금형을선고하는등관대한판결을내리는경우가흔한데, 홍대몰카사건 의가해여성에게는초범인데도징역 10 개월의실형을선고했다. [2] 여성가족부는성평등순위에큰차이가발생하는이유를지수를구성하는지표와산출방식에차이가있기때문이라고밝힌다. 유엔개발계획 (UNDP) 의 성불평등지수 는인적개발과활용측면에서성불평등으로인한손실을측정하는것이며, 생식건강 (reproductive health), 여성권한 (women s empowerment), 노동참여 (labor market participation) 3 개영역 5 개지표를사용한다. 우리나라는전세계적으로모자보건수준과여성교육수준이높고청소년출산율이매우낮기때문에성평등지수순위가높게나타난다. 반면세계경제포럼 (WEF) 의 성격차지수 는경제참여와기회 (economic participation and opportunity), 교육적성취 (educational attainment), 건강과생존 (health and survival), 정치적권한 (political empowerment) 4 개분야 14 개지표로남녀격차 (gap) 를측정하여성평등수준을평가한다. 우리나라의경우경제참여와기회영역, 정치적권한영역등의낮은평가가낮은순위의주요한원인이다 ( 여성가족부, 성평등관련국제지수에대해설명드립니다. 2018, 9.) [3] 한국행정연구권, 2017 년사회통합실태조사, 258 쪽. 2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가가우세한것으로나타났다. 전체응답자중 54.7%( 전혀공정하지않다 8.6%, 별로공정하지않다 46.1%) 가성별 (gender) 에따른대우가 공정하지않다 에답하였고, 45.3%( 매우공정하다 2.7%, 약간공정하다 42.6%) 는 공정하다 고인식했다. 한편 2016년여성가족부에서만19세이상남녀 8000여명을대상으로실시한양성평등실태조사 [4] 에의하면현재우리사회의성평등수준에대해서전체응답자중 21.0% 가 남녀평등 하다고응답하였고, 62.6% 가 여성이불평등한사회 라고인식하였다. 이를성별로보면여성응답자의 74.2% 와남성응답자의 50.8% 가 여성이불평등한사회 라고답하였다. 또여성들중 20대 (81.9%) 와 30대 (84.5%) 젊은연령층에서 여성이불평등 한처우를받는다고인식하는비율이높은것으로나타났다. 이러한조사결과는많은사람이우리사회에서젠더공정성이나성평등의문제가여전히지속되고있다고평가함을보여준다. 2. 공정성인가? 평등인가? 사회적공정성에관한일반적논의 [5] 와젠더 (gender) 간의공정성이나성평등의논의는다소결이다르다. 페미니즘 (feminism) [6] 에서는가부장적사회에서단순히기회의평등, 과정이나절차의공정성이정의로운결과를가져온다고보지않는다. 오히려남성중심적규범과논리에근거한 [4] 여성가족부, 2016 년양성평등실태조사분석연구, 246 쪽. [5] 사회적공정성은기회균등, 공정한과정 ( 규칙에의한공정의보장과예측가능성 ), 사회적포용 ( 개인의존엄성보호와공동체의유지를위한장치 ) 으로구성되며정책을통하여구현될수있다. 김병관, 한국사회의공정성문제 : 원인과과제, 지식의지평 11 호 (2011), 199 쪽. [6] 페미니즘은사상, 이론, 행동주의 (activism) 를모두포괄하는용어인데, 이념적토대와관점에따라다양한논의가있으나공통적인내용은다음과같다. 여성은체계적으로억압당해 (oppressed) 왔으며, 젠더관계는남녀의생물학적차이에서비롯하거나절대적이지않다. 불평등한젠더관계를변화시키고자하는정치적실천 (political commitment) 을포함한다. 이재경외, 여성학 (2007), 30 31 쪽.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3
기회평등과공정성은남녀간의불공정한게임을정당화하며젠더불평등을재생산하는장치라는점을강조한다. 페미니즘에서는오랫동안 평등이무엇이고어떻게실현될수있는가 에대해논쟁해왔는데, 이논쟁을둘러싼입장은세가지이다. 첫째, 남성과여성이같다 (sameness) 는전제에기반을둔자유주의적기회균등전략이다. 여기에서관심은여성을불평등하게취급하는영역들을확인해서법적 제도적개혁을통해차별적요인을제거함으로써여성의권리와특권을남성과똑같이확대하는것이다. 둘째, 남녀의차이 (difference) 를강조하는실질적평등 ( 또는결과의평등 ) 전략이다. 차이를주장하는학자들은여성과남성의생물학적차이 ( 예컨대임신 출산 ) 뿐아니라사회적조건의불평등함을인정하고이를시정하도록요구한다. 여성의모성적역할에대한정책적지원이나적극적조치 (affirmative action) 가남녀를다르게취급하는상이한처우 (treatment that is different) 라고볼수있지만, 권리, 혜택, 의무, 기회측면에서동등 (equivalent) 하다고간주한다. 셋째, 남성성대여성성, 같음 (sameness) 과차이 (difference) 의이분법을넘어서가부장적규범과제도에도전하는변혁적 (transformative) 전략이다. [7] 성평등은계량적지표로나타나는지위상승이나남성을기준으로한상대적차별의제거만으로해결되는것이아니라남녀에대한다른평가와보상을결정하는사회적 ( 남성중심적 ) 규칙을변화시킴으로써가능하다고보는입장이다. 이런배경에서페미니스트학자들은평등을공정성이나형평성 (equity) 보다상위의개념으로보며, 후자의두가지는평등의제의일부를구성하는하위요소로본다. 즉공정성이나형평성의개념은젠더간의불평등한권력관계와사회적 경제적 정치적구조에대한페미니스트통찰력을배제하고젠더평등의변혁적이고도전적인측면을간과하게된다는것이다. [7] 이재경 김경희, 여성주의정책패러다임모색과 성평등, 한국여성학 28(3)(2012), 16 쪽. 4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3. 노동시장의기회균등과젠더격차 (gender gap) 이절에서는노동시장진입은젠더를불문하고열려있다는기회균등의원칙이젠더정의 (justice) 나평등을실현하는지살펴보고자한다. 노동시장의여성지위나성평등은주로고용률, 임금수준, 고용안전성의세가지측면에서평가한다. 간략히언급하면 1960년대이후여성의노동시장참여는증가하여왔으나앞의세가지지표에서남녀격차는지속되고있다. 여성의고용률은 1980년 42.8% 에서 2017년 50.8% 로증가해왔으며, 전체기혼여성중과반이상 (2000년 52%, 2010년 54.1%, 2015년 56.2%) 이고용상태에있다. 연령별여성고용률을보면 30대에경력단절로감소한후 40대에재취업으로증가하는 M자형태를보이는데, 과거 1980년과 1990년에취업률이가장낮은집단이 25 29 세이던것과달리 2000년과 2010년에는 30 34세, 2015년에는 35 39세이다. [8] 그러나여성의노동시장참여가증가함에도불구하고여성고용률은 OECD 국가들중매우낮은수준이며육아기경력단절현상역시심각한수준이다. 2016년현재우리나라여성고용률은 OECD 32개회원국평균에도미치지못하고 26위에머무른다. OECD 고용조사에의하면국가별여성고용률이낮게는 31.2% 에서높게는 83.4% 로큰차이가있는데, 한국은 56.2% 를기록해 OECD 평균인 59.4% 에도미치지못하는것으로나타났다. [9] 성별고용률격차를보면 ( 표 1 참조 ) 한국의남녀고용률은 1990년 25.8% 차이를보이다가 2016년에는 20.9% 로 26년동안남녀고용률차이가 4.9% 감소한것으로나타났다. 그러나 OECD 회원국의남녀고용률평균차이는 1990년 23.6% 에서 2016년에는 16.2% 로 7.4% 가감소하였다. 여성의고용증가속도가남성보다빠름에도불구하고 [10] 남녀고용률 [8]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해당년도. [9] OECD, Employment dataset [10] 한국의남녀고용률은꾸준히증가해왔는데여성의고용증가폭이남성보다큰것으로나타났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5
< 표 1> 성별고용률격차 1990 2016 출처 : OECD, Employment dataset 격차의감소속도가 OECD 평균보다한국이느린것을알수있다. 한편지난 20 여년간남녀임금격차는감소하는추세이지만, 한국은여 전히 OECD 평균에도미치지못하는것으로나타났다. 1995 년 44.2% 이 던남녀임금격차는 2016 년에도 36.7% 나되는것으로나타나 OECD 평 균인 13.9% 보다두배이상의임금격차를보인다 ( 표 2 참조 ). 세계경제 포럼 (WEF) 의 2017 년성격차지수 (GGI) 에서도 유사업무성별임금차 이 가 145 개국중 121 위로최하위권이었다. 노동시장에서여성의낮은지위는불안정한고용형태에서도볼수있 다. 2017 년전체비정규직노동자의성별비율은보면여성 55.2%, 남성 44.8% 이다. 여성노동자중비정규직비중이 41.1% 로남성 (26.3%) 에비 다. 2000 년 73.2% 이던한국남성의고용률은 2016 년 75.9% 를기록해 2.7% 증가하였고, 같은기간한국여성의고용률은 50.1% 에서 56.1% 로 6% 증가하였다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해당년도 ). 6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 표 2> 성별임금격차, 1995 2016 출처 : OECD, Decile Ratios of Gross Earnings dataset 해높다. [11] 여성비정규직비중이반영하듯고용안정성의젠더격차역시현저하다. 노동시장의낮은여성지위의원인에대한진단은크게두가지이다. 하나는임신 출산 육아로인한경력단절이다. 육아로노동시장을떠난여성이다시복귀할때전과달리불안정한일자리로하향취업을하게되는것이현실이다. 다른하나는젠더불평등한노동시장요인이다. 직접적인채용이나업무배치, 승진에서여성에대한차별은완화하였지만여성에게불리한간접차별은지속되고있는것이현실이다. 성역할 (gender role) 을전제로한 이상적남성노동자규범 (ideal male worker norm) [12] 과성희롱등가부장적문화는여성노동자를배제하 [11] 통계청, 2017 년 8 월경제활동인구조사 : 근로형태별부가조사결과. [12] 이상적노동자규범 (ideal worker norm) 은임신하지않는남성의몸을가진사람과돌봄을위한시간이없거나돌봄에서면제되는남성의생활방식을기준으로설계되었다. Williams, Joan C., Unbending gender: Why work and family conflict and what to do about it(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129 쪽.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7
는요인으로작용하며, 이런점에서노동시장의기회균등은한계를보 여준다. 4. 가족 : 성역할과지연된혁명 (stalled revolution) 페미니스트학자들은성역할 (gender role) 이나성별분업 (gender division of labor) 이젠더불평등의핵심적요소이며, 가족이라는사적 (private) 영역의여성의낮은지위뿐아니라노동시장, 정치, 문화등공적 (public) 영역의여성의열등한지위와관련된다고주장해왔다. 즉남성은생산노동, 여성은가사노동과양육노동의일차적책임자가되는성별분업은사회적자원의불공평한분배, 불평등한권력관계를통해가부장적사회관계를지속하는이념적 문화적체계이다. [13] 흔히남녀의역할을둘러싸고제기되는쟁점은역할분담이공평한가하는점이다. 남성이소득활동을하면여성이가사와양육노동을담당하는것이공평한분업인지, 역할수행의결과로나타나는자원의분배나사회적보상이평등한지많은논쟁이있어왔다. 우리사회에서도남성의일과여성의역할을분리하는근대적성별분업은여성의경제활동참여로도전받지만, 가족내성역할의변화는지체되고있는현실이다. 흔히가사노동분담을가족내공평성이나평등을평가하는지표로사용하는데, 이부분은인식과실천사이에괴리가크다. 가사분담의태도변화를살펴보면 ( 표 3 참조 ) 우선전체적으로부인이하는것이맞는다고응답한경우는 2002년 65.9% 에서 2016년 44.4% 로 20% 이상감소하였다. 반면가사노동을부인과남편이공평하게분담해야한다고응답한경우는 2002년 30.7% 에서 2016년에는 52.9% 까지증가하였다. 이를남녀로구분하여살펴보면남녀모두부인이전적으로나주로한다는입장 [13] 이재경, 가족의이름으로 ( 또하나의문화, 2003), 48 51 쪽. 8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 표 3> 가사분담에대한견해, 2002 2016 출처 : 통계청, 사회조사, 2017 에서부부가공평하게분담해야한다는입장으로변화하는경향을보인다. 가사분담에대한태도에대비하여실제로가사분담이어떻게이루어지는지살펴보면그변화의속도는태도만큼빠르지않음을알수있다. 실제로가사를부인이책임진다고응답한경우는 2008 년 35.7% 에서 2016 년 28.4% 감소하였고공평하게분담한다고응답한경우는 2008년 9% 에서 2016년 17.7% 로증가하였다. [14] 한편취업상태에관계없이여성이가사노동에대해주된책임을맡는것으로나타났다. 최근취업아내는돌봄 가사노동에하루 208분을쓰는데무직남편은 72분을쓴다는조사결과 [15] 가이를뒷받침한다. [14] 통계청, 2016 생활시간조사. [15] http://news.joins.com/article/22556078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9
여성이단순히노동시장에참여하는것으로가족내성역할이변화하고평등한젠더관계가이루어지는것은아니다. 여성의취업에따라남성의가사노동에대한인식이나참여시간이증가하고있으나그속도는느리며여전히여성이가사와양육의주책임자이다. 남성의변화가여성의변화에비해지체되는현상을혹실드 (Hochschild) [16] 는 지연된혁명 (stalled revolution) 이라고하였다. 성차별적노동시장에서상대적으로높은남성의지위와성역할이데올로기나남성성 (masculinity) 과같은문화적요인들이변화를더디게한다. 성별분업은공평하거나중립적이지않으며, 여성과남성이수행하는일이불평등한젠더관계를규정하고설명한다. 여성의가사노동수행은종속적지위를나타내는반면남성의가사노동회피는그들의구조적 문화적권력을보여준다. [17] 5. 일 가족양립과성평등 일 가족양립이나일 가족균형의문제는최근여성이나가족관련정책에서가장많이논의되는의제이다. 여성경제활동참여증가추세, 여성노동력에대한사회적요구, 맞벌이가필요한가족의욕구가결합하면서일 가족에대한사회적관심이증폭되고있으며, 출산율하락에대한사회적우려도정책의시급성을더한다. 이는공 (public) 과사 (private), 남성과여성, 생산노동과돌봄노동 (care work), 일과가족등영역과역할을분리하는불평등한성별분업에한계가나타나고있음을보여주는것이다. 그렇다면일 가족양립정책이젠더불평등을완화하는가? 페미니스트학자들은출산 육아지원제도가젠더평등이아니라오히려여성의가족내역할 [16] 알리러셀혹쉴드 (Arlie Russell Hochschild, ), 돈잘버는여자, 밥잘하는남자, 백영미옮김 ( 아침이슬, 2001). [17] 이재경 나성은 조인경, 동아시아기혼여성의성별분업에관한태도와실천, 여성학논집 29(2)(2012), 145쪽. 10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을강화하게된다고비판한다. 성별분업구조에대한근본적도전없이지원하는일 가족정책은가족내여성의역할과헌신을지지하는데기여하는결과를낳는다는것이다. 특히한국사회는오랜세월누적되어온가부장적전통때문에남성의가사와돌봄노동역할에대한기대가낮다. 돌봄과가사에대한일차적책임은여성에게지운다. 이러한성역할규범은여성의노동시장참여가증가하는상황에서도크게변하지않고있다. 이는육아휴직의성별이용자수를통해확인할수있다 ( 표 4 참조 ). 2002년 3763명에불과하던육아휴직자수가 2017년에는 9만 123명이나되는것으로조사돼 15년간육아휴직이용자수가 24배에가깝게증가한것으로나타났다. 또출산전후휴가이용자수는 2002년 2만 2711명에서 2017년 8만 1093명으로증가해출산과육아관련한휴가이용이점차증가하고있음을알수있다. 그러나 < 표 4> 성별육아휴직이용자수, 2002 2017 출처 : 고용노동부, 고용보험 DB 자료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11
육아휴직이용자수의급격한증가를남녀별로살펴보면이러한증가는여성에의한것임을알수있다. 2002년 3685명에불과하던여성의육아휴직자수는 2017년 7만 8080명으로지난 15년간그이용자수가 7만 4395명이나증가했지만, 남성의경우 2002년 78명에서 2017년 1만 2043명으로이용자수증가가 1만 1965명에그치는것으로나타났다. 이처럼육아휴직을이용하는데있어심각한성별불균형이존재하고육아와관련된책임의많은부분을여전히여성이떠안고있음을알수있다. 6. 성평등 : 남성규범 (male norm) 에서젠더규범 (gender norm) 으로 [18] 성평등을어떻게정의하고평가할것인가는쉬운문제는아니다. 사실성평등은다양한차원과많은의미의층위가있는복잡한개념이다. 위계화된성역할, 성정체성, 성별지위와규범등불평등한젠더관계는모든사회운영 ( 또는조직 ) 논리에체계화되어있다. 따라서성평등은궁극적으로남성중심적이고위계화된사회운영논리와젠더질서를바꾸는것이다. 즉공 사영역으로분리된성역할과자원분배규칙의전환을꾀하는것이다. 이러한젠더관계의변화를실현할때성평등은가능하고 공정성 의원칙도수사가아닌현실이될수있다. 페미니스트학자들은성평등의실현을위한몇가지원칙을공유한다. 첫째, 남성규범에근거를둔평등전략으로는성평등을성취할수없다는점이다. 보편적양육자 (universal caregiver) 모델 [19] 이나이인-부양자 / [18] 더구체적내용은이재경 김경희, 여성주의정책패러다임모색과 성평등, 한국여성학 28(3)(2012), 16 19 쪽을참조할것. [19] 프레이저 (Fraser, 1994) 는보편적양육자모델전에산업사회에서나타나는두모델을설명한다. 보편적부양자모델 (universal breadwinner model) 은 같음으로서평등 규범에준하여노동시장의성평등을강조하며여성을부양자역할에통합하고자한다. 반면양육자등가모델 (caregiver parity model) 은 차이를고려한평등 규범에준하여성별분업을유지하지만양육수당이나공공부조를통해돌봄노동을재평가함으로써젠더차이를약화하는것이다. Fraser, Nancy, After the Family Wage: Gender Equity and the Welfare State, Politics Theory 22(4)(1994). 12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
이인-돌봄자 (dual-earner/dual-caregiver) 모델 [20] 을예로들수있다. 이는여성이남성의기준에도달하려고할것이아니라남성이 여성 에가까워짐으로써결과적으로여성은부양자역할에, 남성은돌봄자역할에통합되는젠더기준을새롭게구성하자는것이다. 이러한노력은프랑스나스웨덴의남성육아휴직할당제에서볼수있다. 두나라는출산후육아부담이여성에게만치중되는현상을막기위해남성의육아휴직할당제를적극적으로활용한다. 프랑스는 2014년부터최소 6개월동안남성에게육아휴직급여를지원하는제도를도입했다. 한편스웨덴은 1995년부터남성육아휴직할당제를시행하여출산후남성노동자가의무적으로 3개월휴직을사용하게하였다. 그결과 2016년전체육아휴직자중남성의비중이 45% 였다. [21] 노동시간단축, 여성의부양노동참여, 남성의돌봄노동참여를가능하게하는제도적대안들은남성노동자중심의 이상적노동자규범 (ideal worker norm) 을고수하는한불가능할것으로보인다. 근대적성별분업이나성불평등은노동중심의남성규범에서돌봄중심의 ( 새로운 ) 젠더규범으로전환하지않고는해결하기어렵다. 즉여성을남성과같이만드는것이아니라남성이여성을닮아가도록해서시장노동, 가사노동, 돌봄노동을함께하는것이다. 이러한방향의제도적설계를주장하는프레이저 (Fraser) 나고닉과마이어스 (Gornick and Meyers) 는자신들의주장을유토피아적발상 (utopian idea) 이나현실적유토피아 (real utopia) 라고말한다. 우리사회에서도그것이가능한지질문이제기될수있다. 하지 [20] 고닉과마이어스 (Gornick and Meyers, 2009: 15) 는전통적성별분업과비전통적성별분업사이에네가지성별분업모델이존재할수있다고한다. 전통적인성별분업의성격을지닌정도에따라남성 - 부양자 / 여성 - 돌봄자 (male-breadwinner/female-caregiver), 이인 - 부양자 / 여성 - 단시간돌봄자 (dual-earner/female part-time caregiver), 이인 - 부양자 / 국가 ( 또는시장화된 )- 돌봄자 (dual-earner/state(marketized)-caregiver) 유형으로나뉜다. 이인 - 부양자 / 이인 - 돌봄자모델이가장비전통적유형이다. Gornick, Janet C. and Meyers, Marcia K., Gender Equality: Transforming Family Divisions of Labor, Perspectives on Politics 8(1)(2009). [21] 세계일보, 2018. 10.1. 이재경 젠더간의공정성과성평등 (gender equality) 13
만젠더평등의장기적전망과목표는가부장적젠더질서를완전히바꾸 는 (transform) 것이므로이러한유토피아적상상은의미가있을것이다. 이재경 이화여자대학교명예교수. 이화여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미국미시간대학교사회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여성학과의교수로재직하였으며, 한국여성학회회장, 한국가족학회회장을역임하였 다. 저서로는 가족의이름으로 : 한국근대가족과페미니즘 (2003), 여성학 ( 공저, 2007), 국가와젠더 ( 공저, 2010), 여성주의역사쓰기 : 구술사방법 ( 공저, 2012), 조국근대화의젠더정치 ( 공저, 2015) 등과한국가족과여성정책에관한다수의논문이있다. 14 기획특집 우리사회속의공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