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용어 : 주보호자, 만성신부전환자, 체험, 현상학 만성신부전환자의 주보호자로 살기* 김 경 미** 공 병 혜***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Ⅰ. 서 론 최근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건강과 질병 양상의 변화를 가져와 급성질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에 만성질병은 불가역적인 병리적 변화와 지속적인 비정상 상태로 인해 점점 중요한 건강위협 요인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만성질병은 신체적 ㆍ심리적 ㆍ사회 ㆍ 경제적 및 영적 측면에 영향을 미쳐서 성기능 변화, 건 강 상실로 인한 경제적 부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죽 음에 대한 불안 등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에 변화를 초래 하게 한다(Roh, Han, An & Kim, 1997; Suh, 1999). 특히 만성신부전은 신 실질의 점진적인 퇴화로 인해 일어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그 병을 앓는 환자는 신장이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지속적 관리를 위해서 계속적인 혈액이나 복막투석에 의해 수분을 제거 하고, 전해질의 균형과 산염기의 균형을 맞추며, 요소질 소와 크레아티닌 등과 같은 노폐물을 제거해야 한다 (Kim, 1992). 그래서 만성신부전증이라고 진단을 받은 환자는 완전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석치료를 비롯 한 일생동안 지속적인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렇 듯 만성질병중의 하나인 만성신부전환자들은 계속적인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지속적인 돌봄의 대상자가 되므 로 환자들은 가족구성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며, 동 시에 환자는 최대한의 회복을 위하여 가족에게 의존하게 된다(Shin, 1996; Yu, 1993; Park, 2003). 이상과 같이 만성신부전은 질환의 특성상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만 성질환자 개인의 삶의 형태는 물론 불가피하게 가족구성 원의 삶의 양식의 변화가 요구되므로 가족의 삶 역시 간 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Oh, Chae & Cheon, 2002; Chang, 1998; Seomun, Chang & Im, 2003).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나 주보호자들에 대한 연구는 이들에 대한 부담감과 사 회적 지지와 삶의 질, 가족기능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는 양적연구(Kim & Yang, 2004; Han et al., 2004; Min & Yong, 2003; Kim & Lee, 1999)가 주로 이 루어졌다. 그러나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만성질환자 를 돌보면서 겪게 되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를 안 고 있는 가족이나 보호자들의 삶의 체험을 이해하여 이 들을 위한 총체적인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질적 연 * 2005 년 2 월 조선대학교 석사 논문의 일부임. ** 조선대학교 석사 졸업생. *** 조선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 교신저자 E-mail: bhgong@mail.chosun.ac.kr) 투고일 2005 년 3월 18일 심사의뢰일 2005 년 3월 18일 심사완료일 2005 년 12월 14일 - 709 -
구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Kang & Lee, 2001). 이에 대한 결과로 1990 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만성신부전환자의 혈액투석경험 (Shin, 1997), 신장이식 체험(Lee, 1998) 과 만성질환자의 강인성에 관한 연구 (Ko, 1999)등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질적 연구가 이루어 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간호제공자 의 적응경험 (Ju & Kim, 2003) 등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보호자들에 대한 질적 연구도 수행되어졌다. 그러나 만성신부전환자의 회복과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보호자들에 대한 간호연구는 주로 양적연구 (Min & Yong, 2003; Lee, 1999; Jung & Yu, 1997)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질적 연구는 미 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자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주 보호자들을 위한 가족구성원의 간호는 필요하며 이를 위 해 그들이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질적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그 들을 돕는 총체적인 가족간호를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사려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의 체 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해석하 기 위해서는 밴 매넌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 방법이 적합하다고 여겨져, 그의 방법을 선택하여 연구를 진행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들의 돌봄 에 따른 삶의 변화와 체험을 이해하고 그 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색하여 그에 따른 가족간호 중재법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Ⅱ. 본 론 1. 밴 매넌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 방법 밴 매넌(1990) 의 현상학적 연구는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의 경험의 의미( 체험) 를 밝히는 것으로, 체험은 현 상학적 연구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며 현상학의 목적도 체험의 그 본질을 현상학적 글쓰기를 통해 텍스트로 표 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해석학적 현상학이란 사물 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 들이 스스로 드러나는 대로 기술하고자 하기 때문에 현 상학적 방법론이며, 또한 해석되지 않은 현상이란 없다 고 주장하기 때문에 해석학적 방법론이다. 2. 체험의 본질에 집중 현상학의 목적은 체험의 본질을 포착하여 기술함으로 서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이다 (van Manen, 1990). 따 라서 현상학적 연구의 출발점은 연구자의 관심을 강하게 끄는 인간의 경험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 다. 어떤 현상을 지향한다는 것은 인간의 경험 중 어떤 것이 현상학적 탐구의 주제가 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며, 어떤 것의 본질을 향해 지향적으로 물음을 던진 다는 것은 현상학적 질문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성신부전환자를 돌보는 주보호자들에 대한 현상을 지 향하기 위해 형성된 질문은 주보호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그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다. 이때 중요한 것 은 가정, 편견, 현상에 대한 선 이해를 판단중지하며 설 명하는 과정이다. 본 연구자는 편견을 반영하거나 가정 을 정당화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 식적으로 노력했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는 자신의 사고, 지각 감정을 연구의 시작과 더불어 연구가 완결될 때까 지 개인 일지, 참여 기록지를 작성하며 반성하였으며 다 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판단중지 (bracketing) 하였다. 연구자가 만성신부전 환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 견은 무엇인가? 연구자가 만성신부전환자의 주보호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무엇인가? 연구자가 지향하는 연구의 대상에 대하여 내가 미리 아는 바는 무엇이며, 이 앎은 실제로 연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더 나아가서 본 연구자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주보호자 들은 그들만의 문제, 독특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성신부전환자의 주보호자에게 현상학적 개방 형 면담을 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자신들의 체험에 대한 살아 있는 서술을 획득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신체적 ㆍ심 리적 건강문제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보호자는 돌봄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반성과 새로운 통찰력 을 얻고 더 폭 넓은 인식과 경험의 이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라는 가정을 서술하고 이것에 대한 판단 중지를 하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3. 실존적 탐구 1) 있는 그대로의 연구자 자신의 경험기술 반복되는 입원과 퇴원, 지속적인 투병생활에도 불구하 - 710 -
성인간호학회지 제17권 제5 호, 2005 고 나을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인해 부정적 시각으로 세 상을 대하는 환자들, 이들을 옆에서 돌보는 보호자들을 지켜 볼 때 마다 간호사로서의 무능력함에 서서히 지쳐 가고 있던 어느 날 이었다. 십년이 넘는 세월을 만성신 부전이라는 질환으로 투병을 해오던 40대 후반의 아주머 니가 있었다. 부어있는 얼굴과 사지, 거무잡잡한 얼굴색 에 생기 없는 눈빛을 가지고 있던 그분은 합병증이 심해 입원 치료를 권하였지만 병실에 올라오자마자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 아주머니의 이름을 외치며 술로 벌게진 얼굴을 한 그 아주머니의 남편이 나타났고, 나는 일상적인 일로 치부 하며 저녁 늦은 시간, 다른 환자들이 깨어날 것이 걱정 되어 환자는 이미 퇴원하여 안 계심을 말씀드리고 어서 가실 것을 종용하였다. 하지만 남편은 가질 않고 ㅇㅇ 야 사랑한다, 난 너 없이는 못 산다 라고 큰소리를 외쳐 대며 급기야 울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에 지켜보던 다 른 환자와 실랑이 도중 그 남편을 밀쳤고, 내 눈앞에서 뒤로 넘어져 의식을 잃었으며, 뇌출혈로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다음날 만성신부전환자인 아주머니가 찾아와 고 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갔다는 말을 듣고 그 후 본 연 구자는 내가 그 보호자를 돌봄의 대상이 아닌 귀찮은 사 람으로 대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본 연구자가 일개 시 N종합병원의 내과 병동에서 처 음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장 기적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적으로 하는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간호할 것 인가였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그것에 대한 질문을 스스 로에게 던지고 간호의 체험을 되새기며 질문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성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자는 회복되 지 않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와 함께 생활하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며 환자의 회복에도 중 요한 역할을 하는 보호자들도 중요한 간호의 대상이며,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이들을 힘들고 지쳐가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 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2) 어원의 추적 일상 언어는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인간 경험이 저장 되어 있는 거대한 저수지와도 같아 현상학적 분석의 원 천이 된다(van Manen, 1990). 사전적 의미를 보면 만성( ) 의 ( 만) 은 ( 마음 심) 에 ( 끌만) 이 결합되어 형성된 글자로 마음을 길게 끌다라는 뜻이며, ( 성) 은 성품, 성질, 생명, 목숨의 뜻 이 있다. 따라서 만성이란 갑자기 악화되지도 않고 쉽사 리 낫지도 않으며 오래 끄는 병의 성질을 말한다(Lee, 1997). 또한 만성질환과 관련된 관용어구를 보면 아래와 같다. 삼년 구병에 불효 난다. 무슨 일에나 오래 시일이 걸리게 되면 한결 같이 정성 을 다 할 수 없다는 말. 병이기는 장사 없다. 아무리 힘세고 우람한 사람이라 할지라고 병 앞에서는 꼼짝 못하게 된다는 의미. 병이 도둑이다. 병이 들면 일을 할 수 없고 돈을 못 버는데 약 값은 계속 들어가게 되므로 도둑을 맞은 것 같이 된다는 뜻이 다(Korean proverbs dictionary, 1993). 이상과 같이 오랫동안 마음을 끌며 만성질환자를 간병 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상황이 야기됨을 보여주고 있다. 3) 연구 참여자의 선정과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의 목적에 따라 일개 광역시에 소재한 병원에서 만성신부전 진단 후 C대학 6개월 이상 투석을 시행해 오고 있는 환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또는 환자 를 돌보는 직접적인 책임을 지며, 투석 시 환자와 함께 병원에 동행하는 가족의 일원 중에서 연구자가 판단하기 에 연구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신뢰관계 형성과 의사소 통이 원활하며, 자신의 경험을 잘 묘사하고, 연구 참여에 스스로 동의한 여성보호자 5 인으로 선정하였다. 참여자 중 환자의 부인(3 인) 은 소아당뇨를 치료하지 않아 실명 까지 된 남편을 돌보는 30 대 초반의 참여자, 사고로 인 해 하반신 마비되었고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투석까지 하고 있는 남편을 돌보는 50대의 참여자와 약 20년 알 콜성 당뇨의 합병증으로 인해 투석을 하는 남편을 돌보 는 60 대의 아내인 참여자가 있으며, 정신지체와 함께 최 근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병행하고 있는 딸을 간병하 는 어머니 1인과 결혼하면서부터 만성신부전증의 시어머 니의 간병을 하고 있는 며느리 1 인이다. 본 연구의 주된 자료는 본 연구자와 개별 심층 면담한 자료의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의 심층면담 기간 은 2004 년 7월 27일부터 9월 4 일까지, 각각의 면담은 - 711 -
2차에서 3차까지 개방적이고 반구조적인 질문 형식을 이 용하여 심층면담과 참여관찰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3차 면담을 마치자 자료는 포화되었다. 참여자들에게 연구자 의 소속과 지위( 대학원생 ) 를 명확히 하고 연구의 필요성 을 충분히 설명한 후 연구 참여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여자들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관심을 표현하였으며 의료인이 아니라 같 은 대기실의 다른 보호자처럼 느껴지도록 지나친 정보 제공이나 의료 관련 용어는 삼가 하였다. 5)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본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윤리적인 고려는 연구 전 과정동안 요구된다. 우선 참여자와의 면담 시작 전에 연구의 목적과 연구 방법, 면담 내용의 녹음 등을 설명하여 동의를 얻고 문서화된 연구 참여 동의서에 서 명을 받았으며, 면담 내용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 이며 개인의 사적인 상황은 비밀로 유지하되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점과 참여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면담을 마 칠 수 있음을 알려 주어 참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 력하였다. 6) 연구의 엄밀성 확보 Guba 와 Lincoln(1981) 의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의 평가기준인 엄밀성에 대하여 네 가지 논점 즉 사실적 가 치(truth value), 적용성, 일관성 그리고 중립성을 고려 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첫째, 사실적 가치란 신빙성 (credibility) 의 문제로 신빙성은 현상을 얼마나 생생하고 충실하게 서술하였고 해석하였는가를 의미한다. 이에 본연구자는 참여자들과 여러 차례의 면담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최대한의 공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경청하여, 생생한 체험을 솔직 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면담내용은 모두 녹음되 었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필사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면담내용을 요약하여 후속 면담 시 참여자에게 확인하였 다. 연구의 서두에 연구자의 가정과 선 이해를 미리 밝 혀 연구의 전 과정을 통하여 이러한 가정을 인식하고 판 단중지하여 중립적인 입장을 갖도록 노력하였다. 둘째, 적용성 (applicability) 은 연구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합성 (fittingness) 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질적 연구의 일반화는 결과를 다른 사례나 상황 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의미 있게 받아드릴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적 합성을 높이는 것은 자료가 풍부하여 현상의 많은 차원 과 범주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 에서는 이런 체험 자료가 다양성을 갖추고 어느 정도 포 화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여러 회에 걸 쳐 충분한 심층면담을 하였으며, 그 밖에 보호자들의 수 기와 예술작품과 문학작품 등으로부터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셋째, 결과에 대한 일관성을 의미하며 양적 연구의 신 뢰도라고 할 수 있으나 공통적인 반복이 아니라 경험의 다양성이 추구된다. 질적 연구의 일관성과 관련된 엄밀 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감사성가능성 (auditability) 이 요 구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의 과정은 밴 매넌이 제시 한 방법을 충실히 따라하였으며, 연구의 과정은 자세히 기록하였다. 또한 자료의 분석은 간호학자 1인에게 자문 을 구하고 연구자의 편견이나 근거가 빈약한 주장에 대 해서는 피드백을 받았다. 넷째, 중립성은 연구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모든 편견 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한다. 양적연구에서는 객관성을 의 미하며, 질적 연구에서는 확증가능성 (confirmability) 이 중립성의 범주가 되어야 한다. 이 확증가능성은 신빙성, 적합성, 감사가능성이 확립 될 때 획득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평가 기준에 따라서 연구과정 동안 중립성을 지 키면서 진행하였으며, 기술된 연구결과를 참여자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본 연구의 엄밀성을 확인하였다. 7) 문학과 예술의 경험적 묘사 본 연구에서는 질병이 고통을 겪는 가족을 옆에서 지 켜보는 보호자의 체험세계를 다룬 문학 작품- 보호자들의 수기, 소설- 을 감상한 후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의 경 험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현상학적 이해의 깊이를 심 화시키고자 하였다. 보호자 수기 아래의 글은 신부전으로 5년 가까이 투석을 하고 계 시는 환자에 보호자분의 수기중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 다. 아무 어려움 없이 남편의 그늘에서 살아오다 갑작스 럽게 발병한 환자를 대신해 자녀 양육과 집안의 가장이 되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과 책임감을 잘 보여 주는 수기라 할 수 있다. 남편과 나는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IMF 가 시작 되면서 우리가 거래하던 공장들, 운수업 체까지 부도를 내면서 차츰 기울기 시작하자 남편은 본 - 712 -
성인간호학회지 제17권 제5 호, 2005 인의 진단을 무시하다, 1999 년 9월 21일 요독이 심해 응 급으로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씩 투석을 받고 있으나 본인은 한꺼번에 건강과 재산을 다 잃어버린 것을 믿지 못한 듯 몇 번씩 세상을 등지려 했던 남편... 아내로서 나는 남편의 아픔마음을 쓸어안 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는 남편 의 권리를 포기 한 채 묵묵히 입을 다물어버린 남편, 한 번도 비겁하게 살지 않았던 남편이었는데... 20년 넘도 록 남편의 그늘과 따뜻한 보호 속에 행복하게만 살았지 만 이제는 남편의 아픔을 내가 치료해 주어야 되겠지요. 오늘은 예정된 시간에 병원에 가는 날, 여느날과 달리 몸단장을 하고,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려 애써 무 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남편... 나도 평범한 여자의 길을 가기를 원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장이 되어 아이들 교육 비, 병원비, 남은 빚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되었 지만 이것이 하늘이 내게 준 복이라면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날 까지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래요, 우리가 먼저 무너져선 안 되겠죠. 다움이 아 빠도 힘내세요. 가시고기, p21-23 수기에서 보여지 듯 만성신부전환자의 아내인 여성 보 호자는 평범한 여자의 길을 원했지만 만성질환자의 배우 자로써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이것이 하늘이 내 게 내려준 복이라며 수긍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소설에서의 묘사를 통해 보호자들은 오랜 간병의 생활 속에서 서로의 모습 을 지켜보면서 소리 내어 울지 않는 법과 울음의 깊이를 서로의 공감적 체험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고, 다른 보호자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 )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으며 다시금 일어서며 다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상과 같은 수기와 문학작품을 본 연 구자는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부딪히는 생생한 체험들에 대한 표현들을 체득하면서 연구주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 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소설 Cho(2000) 의 가시고기 는 소아 백혈병을 앓고 있 는 아들을 헌신적으로 간병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 다. 아래의 글에는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소아암 환자 의 어머니인 보호자에 대한 서술에서 자신( 보호자 ) 들에 대한 애련( ) 한 연민을 통해 간병에 대한 각오를 다 지며 보호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암센터를 나서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중략>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한껏 게으름을 피우듯 더딘 걸 음새로 소아병동과 암병동 사이를 오가는 날들이 잦아지 면서, 뙤약볕이든 억수장마든 여자에겐 진작에 타인의 하늘일 뿐이리라. 타인의 하늘,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매일매일.( 중략) 여자는 소리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오랫동안 투병중 인 어린자식을 지켜보아야 하는 부모란... 략) 누구든지 소리 내지 않고 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중 사실, 모든 게 다 잘될 필요까진 없었다. 그건 억지였 다. 헛된 소망이고 과도한 욕심이었다. 그저 아이가 병 을 이기는 것, 그것 하나면 족했다. 그럼에도 그 하나가 모든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 여자 역시 익히 알고 있을 터였다. 4.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들의 삶의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 현상의 본질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체험의 의미구조를 반성적으로 수용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현상학적 반성을 통해 현상의 본질적 의미를 파 악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본질적인 주제를 결정하기 위하여 우선, 필사된 면담자료를 반복하여 읽고 녹음된 내용을 들으면서 의미 있는 진술을 찾아내는 텍스트 분 리 작업을 하였으며, 이때 기술된 체험의 기본적 주제나 전반적 의미를 파악하는 전체론적 접근과 특별히 눈에 띄는 구절에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는 선택적조명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다음은 분리된 텍스트를 반복하여 읽 으며 언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반성적으로 탐구하여 주제진술을 찾아냈고, 과연 이것이 본질적 주제인가? 하 는 물음을 계속하면서 우연적 주제를 구별하여 제외시켰 다. 이러한 과정은 문학작품의 분석에서도 사용되었다. 자료의 분석과정에는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의 삶의 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현상학적 질문을 하면서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 한 본질적 주제에 대한 의미 발견은 다음과 같다. 1) 묵묵히 참으며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짐 참여자들은 만성신부전 환자를 돌보는 문제에 있어서 - 713 -
가장 자주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환자주변에서 부양의 문제를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결국에는 환자 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주보호자 스스로 해결해야 한 다는 것이다. 주보호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궁극적으로 자신이 아 니면 그 누구도 환자의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 황 되지 못함을 안다. 이 모든 부담을 보호자 스스로 자 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과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시 내가 그래요. 오래 살다가 ( 병치레 ) 보면 결국은 다 주위사람들이 멀어지고, 그게 더 외롭게 보이 죠. 혼자 저렇게 딱 사무실에 앉혀 놓구 일하고 들어와 보면 또 혼자 않아 있고 그러면 그게 너무 가슴이 아 파... 그 많았던 친구들 다 떠나버리고... 다 멀어져 버 리고 그게 형제들도 다 멀어지잖아, 형제들도 멀어져... 내 동생들, 친정동생들도 투석하는지 마는지도 모르는 애들도 있어요. 어쩔것이여 내복이 그뿐이고 내가 버리고 간다고 해서 어디가믄 다른 복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남들은 버리고 가서 다시 다른 사람 만나서 사는거 보면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나는 못가. 잊고 산다고 못잊제 그냥 나는 이러고 사는거여, 어쩔것이요 자식있는 사람 이... 2)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감 참여자들은 자신과 환자는 만성신부전이라는 질병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이해의 부족과 간병의 기간이 길어지 면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점 점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나 보호자들 스스로 주변으로부 터 오히려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더욱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하였다. 투석, 4 년을 했어도 그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해 도 이해를 못하니까 아예 안 해버리는 것이 낫지, 그래 요 나는 이제 아예 말을 안 해버리는데. 연락하려고 그러면 환자가, 환자가 천상에 자기 자신 을 차단시키데요. 안 만날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안 쓰 러운게 친구들도 많았던 사람이 혼자서 않아 있을 때 그 때가 제일 좀 안되게 보이고 참 젊은 나이에... 나도 어디가면 자신이 없잖아, 그리 안했는데, 진짜 활달하고 친구 좋아라 하고 어디 나가서 실수안하고 살 았는데 저기 누구, 여기 누구 만나기가 싫다니까요. 그 렇게 사람이 소심해지더라구요. 나가기가 싫어, 내 집이 젤로 좋아, 집 안에 있을 때 젤로 좋아, 편하고. 3) 내 생활을 기대할 수 없는 답답하고 고된 삶 참여자들은 간병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그 어떠한 것도 계획할 수 없는 생활, 본인을 위한 그 어떤 개인적인 생활도 꿈꿔 볼 수 없는 현실, 자신의 일상적 삶이 되어버린 간병생활을 잠시라도 잊고 벗어나서 쉴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고 답답하다고 표현하였다. 시집 진짜 잘못 왔단 생각이 너무 땅을 치고, 진짜 어 쩔때는 내가 아닌거 같은거 있잖아요. 공허하다는 느낌 많이 드는거 있잖아요.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을 때가 진짜 많아요. 어쩔 때는 내가 왜 이러고 살까 더 멋지게 살수 있고, 더 화려하게도 살 수 있고, 뭐 아니 면 내 직장 갖고 살고, 직장 있었던 사람이라 일 안 하 니까 그것도 진짜 답답하더라고... 잘 살 수 있는데 왜 내가 이러고 여기서 얽매여 있어야 되나 생각도 많이 들 고.. 그럴 때가 많죠. 일주일에 세 번을 여기 와서( 병원) 살다 보니까 집안 에서도 모든 주위사람들 하고도 끊어져 사람들이 다 못 만나니까 여기에 병원에 맨 날 일주일에 서너번씩 왔다 갔다하니까 친구 관계나 친척들이나 다 소홀히 되가지고 끊어지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밖에도 못나가고 내 생 활이란게 전혀 없고 혼자 돌아다닐 수도 없고 환자들이 그 투석 받으면서 그 강박관념이 난 곧 죽는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거야 그러면서 자기만 생각해 배려할 줄을 모르고... 내 생활 전혀 없이 환자 중심으로 살아 요. 예전에 하고 싶었던일들... 이젠 다 잊었제. 4) 병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소망함 참여자들은 환자의 간병으로 인한 부담이 자녀교육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만 그중에서도 특히 질병 자체에 대한 대물림은 발생하 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또한 참여자는 환자의 발병 으로 인해 책임져야할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이 자신의 몫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아들이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애 갖고 발을 뻗고 울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그 게 어떻게 우리 아들한테 갔나 싶어가지고... 당뇨가 그 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어. 나보다도 아빠가 자기가 당뇨 가 있어놔서 아들이 그랬는갑다 싶더라고, 얼마나 애기 한테 미안스러워, 말도 못하지. 지금도 음식을 조금만 많이 먹으면 아빠를 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금도 아 - 714 -
성인간호학회지 제17권 제5 호, 2005 들이 먹는 꼴도 못 볼 정도로 당뇨가 있으면 투석하게 되더라, 그렇게 되더라, 아빠 하는 거를 봐라 정말 단속 을 시키는데 지금도 아빠 있는데서는 밥도 제대로 못 먹 어요. 못먹게해요. 자기가 힘드니까 내가 해보니까 이렇 게 힘들어라, 당뇨라는 것이... 나 혼자 살지 뭐. 나혼자 해 내야지 그 생각으로 사는 거지. 나 하나만 희생시키지 애기 들까지는 희생시키지 말라고 하는거야. 우리 아저씨한테, 혹시 내가 먼저 죽 더라도 간병인을 놔두고 살지 애기들한테까지는 나같이 이렇게 살지 말도록 하라고, 맨날 그래요. 근데 어쩔 때 는 저 인간두고 내가 죽어블까나 나가블까나 애기들 델 다가 이렇게 고생시킬까 싶어갖고 못해요 못해... 애시 당초 간병인 쓰라고, 아예 그냥 못하게 하죠. 옆에도 못 오게 하고, 애시당초 안 시켜, 어휴, 사람잡어. 내가 하 고 말지 그래 바라는게 있다면 우리 아저씨 먼저 저세상 갔으면 하는거 그거 하나여... 5) 운명으로 돌리며 서로를 위안함 참여자들은 자신이 아니면 감당할 사람이 환자의 주변 에 아무도 없음을 안다. 또한 자녀들이 도와주기를 바라 지도 않는다. 모든 것을 자신의 업보로 돌리고 자신의 몫으로 떠안고 해결되기를 바란다. 환자 곁을 떠나 있을 수 없어서 친구도 없고 말벗이 될 만한 사람도 주위에 아무도 없다.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들은 돌봄의 삶을 함께 보내고 있는 보호자 대기실의 다른 보호자들이다. 참여자들은 대기실이 생긴 이후 가슴의 병이 다 나았다 고 말한다. 그리고 삶의 스승은 바로 투석을 받고 있는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이라며 보호자 대기실에서 가장 많 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순응한다. 보호자들하고 이야기 하면서 가슴에 병이 없어져요. 저기 보호자 대기실 만들어 준 뒤로 인제 이렇게 보호자 들 몇 명이 앉아서 이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 똑같잖 아요. 가만히 앉아서 막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제 좀 풀 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병이 안나. 가슴에... 가슴이 답 답해가지고 그냥 열이 뻗쳐 있어서... 스트레스를 못 푸 니까 그니까 저 사람을 욕을 해 줄 수도 없고 뭐라 그럴 수도 없는 거제. 대기실에 앉아서 저렇게 막 이야기하다 가 스트레스 많이 풀고... 그냥 환자들 옆에 앉아 있다 보면 더 쌓이거든요, 그래서 떨어져 있으면 덜하죠. 다 른 사람도 와서 투석도 하고 가고 그러니까 보호자들이 많이 모이고 서로 정말 좋아. 여기오면 기다리는 시간이 긴데 뭐 인자 그동안에 좋 은 점도 있어요. 올해 인자 근 십년 넘은 아저씨가 있어 서 아저씨도 경험담... 그래 놓고 인자 경험담을 전부 이야기 해주시면 진짜 그 아저씨 말이 맞더라구요. 근 십년 넘게 인새분이 참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지 금은 인자 뭐랄까, 내 인생의 한 일부분, 요일이 한 일 부분이다 생각하고 다녀요. 5.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어느 날 갑자기 참여자들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아주 다르게 전개되는 자신들의 삶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집 안의 가장이며, 사회의 어려움으로부터 자신들의 울타리 가 되어 주던 남편이 병이 걸린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바라던 이상적 결혼생활은 시어머니의 간병, 자녀양육, 가사노동에 묻혀버리게 되고, 정신지체의 딸을 받아들이 고 익숙해 질 무렵 그 딸은 다시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 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내가 아닌 것 같은... 이라고 말하며 내 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 한다. 또 한 그들은 시간과 날짜의 흐름을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 에 오는 날과 오지 않는 날로 구분해서 인식하게 된다. 나는 없고 환자만이 존재하는 상황이 된 것이며 답답함 을 호소하고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살까지 시 도한 적이 있다며 울먹이듯 자신들의 속내를 이야기 한 다. 이때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잠시만이라도 이 현실 에서 벗어나서 쉬고 싶다는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간병의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그들의 체험을 인간에게 불을 훔쳐 다준 죄로 살아 있는 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프로메테우스나, 명계( 界 ) 의 하늘이 없 는 공간과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 를 밀어 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무익한 노동처럼 회 피할 수도 벗어날 수 도 없는 불가피한 고통의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무의미함에 서서히 지쳐갈 때 참여자들은 스스 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야 함을 받아 들인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그냥 그냥 사는 거제., 진짜 처음에는 많이도 울었지.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인자 체념하고 그러려니 하고 사니 까..,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보다 라고 말하는 참여 자들은 이렇게 그냥 산다고 자신들의 삶을 표현 하면서 - 715 -
도 자포자기라는 말의 사용은 극구 회피한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고통이고 운명이라 하더라도 포기라는 말 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나 혼자 해내야지.. 나 하 나만 희생시키지 라며 이 모든 것을 자신의 굴레로 떠안 으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순응하며 자신의 운 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또한 자신이외의 다른 그 누구에게도 그 짐을 넘겨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자 녀들에게 간병의 굴레와 병의 고통이 대물림 되지 않기 를 간절히 바라게 되고,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또한 참여자들은 한 결 같이 자신들의 소원을 이야기 할 때 환자들보다 자신 들이 더 오래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의 삶이 간병이라는 생활로 제한 받지만, 그 들은 남들로부터 위로 받기를 원한다. 특히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보호자들이나 환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위로를 받는다. 보호자 대기실이 생긴 이후 내가 병이 다 나았어 라고 말하며 참여자들은 답답했던 가슴이 조 금은 열린 듯 하다고 기뻐한다. 소설 가시고기 의 아 버지는 뙤악볕이든 억수장마든 타인의 하늘일 뿐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마치 죄인처럼 아이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투사( ) 하며 묵묵히 한 발 한발 내 딛는 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래요. 우리가 먼저 무너져선 안 되겠죠. 다움이 아빠도 힘내세요 " 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간병의 각오를 다진 것과 마찬가지로 본 연구의 참여자들 또한 같은 처 지의 보호자들에게서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듯 자신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나날을 보내 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순응하는 그때 마음이 편안해 지 고 이게 자신들의 삶의 일부이며 전부가 되는 그 순간에, 같은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 견한다고 자신들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Ⅲ.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참여자는 일개 광역시 C대학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시행하고 있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주보호자 5인이 며, 자료 수집방법은 3 회에 걸친 심층면담을 이용하였고, 수집기간은 2004 년 7월 27일부터 9월 4 일까지였다. 만 성신부전환자를 돌보는 주보호자의 삶의 체험과 그것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고 묘사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밴 매넌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였다. 이에 따른 본질적인 주제는 모든 것을 참아내며 혼자서 책임 짐,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감, 내 생활을 기대할 수 없는 답답하고 고된 삶, 병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함, 운명으로 돌리고 서로를 위안함이었다. 이상과 같은 결과로 볼 때 만성신부전환자의 주보호자 로 살아가는 것은 한 개인의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며 변화시킨다. 이것은 병과의 환자들만이 병과의 싸 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의 미한다. 따라서 총체적 건강문제를 안고 있는 만성신부 전환자 주보호자들의 삶의 문제를 이해하기에는 기존의 만성신부전환자나 보호자들에 대한 양적 연구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만성신부전환자 주보호자의 삶의 체험의 본질을 탐색하고 그 의미를 밝혀냄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이를 근거로 한 가족중심의 간호중재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 할 수 있는 기초 자 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호실무 측면에서 간호 사가 임상실무에서 돌봄의 주체인 보호자들에 대한 피상 적인 이해 방식을 넘어서 주보호자들의 총제적인 삶의 경험의 본질에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그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보호자들이 지니고 있 는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이해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 력을 기르고, 신체적 심리적 안녕을 유지, 증진시킬 수 있는 간호 중재를 제공하여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게 할 수 있는 총체적 전인 간호의 수준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 이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제언은 참여자들의 체험에 대한 연구를 통 해 환자들의 간병, 자녀들의 양유 등 경제적, 사회적, 정 신적으로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 의 참여자는 한국사회에서 어머니이며 아내이자 며느리 의 역할을 하는 한명의 여성이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가 족구성원의 간병을 집에서 하는 가사노동의 연장으로서 여성의 몫으로만 간주하고 있다. 본연구의 참여자들은 모두는 가정 내에서 환자의 간병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 들이며, 본 연구는 이들의 전반적인 삶의 체험에만 초점 을 맞추었다. 그러므로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의 아내 이며 며느리며 어머니인 참여자들의 여성으로서의 삶의 체험에 초점을 맞춘 여성 주의적 시각에 의한 질적 연구 가 필요하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돌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본 연구자는 참여관찰을 통해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 대 한 신체적, 심리적 회복의 정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와 많 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지지자가 없이 홀로 사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체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리라 본다. - 716 -
성인간호학회지 제17권 제5 호, 2005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가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환 자, 주보호자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족, 자녀 들의 삶의 체험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었다. 이 에 본 연구자는 환자와 주보호자가 아닌 만성질환자의 자녀들에 대한 체험연구가 또한 후속 연구로서 필요하리 라고 본다. References Chang, S. O. (1998). An analysis of family nursing research in korea. J Korean Acad Nurs, 28(1), 104-116. Cho, C. I. (2000). Gasifish. Seoul: Baleunsesang Phblishers. Guba, E., & Lincoln, Y. (1981). Effective evaluation. San-Fracisco: Jossey & Bass. Han, K. S., Lee, P. S., Park, E. S., Park, Y. J., Rhyu, H. S., & Kang, H. C. (2004). Influencing factors on file-up stress of family caregivers with a family member having a chronic mental illness. J Korean Acad Nurs, 34(3), 586-594. Ju, M. S., Kim, H. Y. (2003). The caregivers experience for the chronic illness patient. Qualitative Research, 9(2), 324-339. Jung, S. H., Yu, Y. G. (1997). A study on the perceived burden and the quality of life of family caregivers of hemodialysis patients. J of Korean Acad Adu Nurs, 9(2), 324-339. Kang, S. Y., Lee, B. S. (2001). Experience of patients living with chronic renal failure. J Korean Acad Nurs, 31(4), 525-537. Kim, I. S., Yang, S. H. (2004). A study on burden and coping behaviors of stroke patient' family member. J of Clinical Nursing Research, 10(1), 28-41. Kim, S. J. (1992). Adult nursing. Seoul: Sumunsa. Kim, Y. B., Lee, J. S. (1999). A study of relationship between burden and quality of life for family with schizophrenia. J of Korean Acad Psych Mental Health Nurs, 8(2), 458-477. Ko, K. J. (1999). A phenomenological study on hardiness of patients with chronic disease. J of Korean Acad Adu Nurs, 11(1), 5-11. Korean proverbs dictionary. (1993). seoul: Hong Shin Publishers. Lee, H. S. (1997). Korean language dictionary. seoul: Minumsa. Lee, S. H. (1998). A Study on the experience of patients with chronic renal failure who have received a kidney transplant. Unpublished doctoral dissertation, The Chung Ang University, Korea. Lee, Y. A. (1999). Adaptation process of the family with hemodialysis. J of Korean Acad Society Rehab Nurs, 2(2), 184-192. Min, Y. S., Yong, J. S. (2003). Relationships among burden, social support and quality of life for the family caregiver of hemodialysis patients. J of Korean Acad Psych Mental Health Nurs, 12(3), 358-366. Oh, K. S., Chae, S. M., Cheon, N. Y. (2002). The reliability and validity of family burden questionnaire. J Korean Acad Child Health Nurs, 8(3), 272-280. Park, M. K. (2003). A study on the relationship among perceived family support, self-efficacy and quality of life of hemodialysis and peritoneal dialysis patients. Unpublished doctoral dissertation, The Chosun University. Korea. Roh, Y. J., Han, S. S., An, S. H., & Kim, C. G. (1997). Hospice & Death. Seoul: Hyunmoon.. Seomun, G. A., Chang, S. O., Im, H. S. (2003). Analysis of Nursing Research Trends in Study of Families of Patients with Chronic Diseases. J Korean Acad Funda Nurs, 10(3), 371-382. Shin, M. J. (1996). Experience of hemodialysis in the chronic renal failure clients. J of Korean Fund Nurs, 3(2), 235-246. - 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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