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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초 다지기 1 첫째 마당 경제생활의 기초 1. 삶이 곧 경제활동 2. 경제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 3. 경제주체와 경제문제 4. 경제체제

첫째 마당 _ 경제생활의 기초 1. 삶이 곧 경제활동 만일 우리에게 입을 옷과 먹을 쌀 그리고 살 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일상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우 리는 인간답게 살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인간답게 그리고 어느 정 도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살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 를 필요로 한다.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옷과 쌀 그리고 집과 같은 기본적인 재화들 은 물론이고, 선생님의 가르침과 의사의 친절한 진료 그리고 스트 레스를 풀게 해 주는 재미난 영화와 같은 서비스는 우리가 살아가 는 데 있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것들이다. 이처럼 사람에 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분배하고, 소비하는 모든 활 동을 경제활동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곧 경제활동 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는가에 온갖 지혜를 모아 왔다. 그런데 이 지혜의 산물은 간단한 한 가지의 원리로 집약된다. 가장 효율적인 경제활동이란 14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일정하게 주어진 생산자원으로부터 최대의 만족(혹은 편익)을 얻 어 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어떤 편익 을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달성하는 활동과도 동일하다. 예를 들어, 국사를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 한은이와 한은이의 친 구를 생각해 보자. 이 두 학생에게 있어 하루는 24시간으로 동일하 다. 두 학생이 하루 종일 국사 과목을 공부한 후 시험을 본 결과 한 은이의 성적이 친구의 성적보다 높았다면, 한은이의 학습법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한은이와 친구가 모두 국사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경우 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훌륭한 성적을 얻는 데 한은이는 8시간을 공부한 반면 친구는 10시간을 들였다면, 이 경우에도 한은이의 학 습법이 더욱 효율적이다. 학생들의 학습법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 활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경제원칙이란 다름 아 닌 최대 편익의 원칙 혹은 최소 비용의 원칙을 의미한다. 사실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이러한 경제원칙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너 무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간 고등학생은 이미 경제원칙 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데 드는 시간 동 안 국사 공부를 하거나 올림픽 축구 중계를 볼 수도 있었지만, 영 화를 관람하면서 얻는 만족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가는 데 있어서 경제원칙을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데 있어서도 경제원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 자기 위해 적당한 베개와 이부자리를 사야 하는 것 은 물론이고 잠자는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 시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기초 다지기 15

2. 경제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우리는 늘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주말 모임에는 어떤 옷을 입을 까? 에서부터 대학에 진학할까? 아니면 취업을 할까? 등등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삶이 곧 경제활동이라고 했을 때,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우리의 경제활동과 직결된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한은이는 잠자기 전 1시간 동안 영어를 공 부할 것인가 아니면 수학을 공부할 것인가? 와 같은 시간 활용의 문 제에서부터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이가 영어를 1시간 공부하 기로 했다면, 한은이는 이 1시간으로 할 수 있었던 수학을 공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또한 한은이는 남은 용돈 1만 원으로 영어 문제집을 살 것인가 아니면 수학 문제집을 살 것인가? 라는 문제로 고민할 수 있으며, 한은이의 어머니는 가계에 들어오는 수입의 일부를 저축하여 한은 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비싼 등록금에 대비하려는 소비와 저축 사이의 선택 문제에 직면해 있을 수 있다. 위의 시간 이용과 관련되어 선택과 포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곳에 돈을 더 많이 쓰면 그만큼 다른 용도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게 된다. 이와 같이 경제문제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자원의 희소성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원 칙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욕구를 충분 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이처럼 자원이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것을 자원의 희소성(scarcity) 이라고 한다. 만일 우리 모두의 끝없는 욕구를 충 족시켜 줄 만큼 자원이 무한하다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분배 하고 소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효율성을 높이자는 경 제원칙도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과 관련하여 경제재와 자유재라는 말이 있다. 희소 성이 인간의 욕구에 비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의미하는 데 비해, 경제재와 자유재는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경제적인 가치 를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다시 말해 경제재란 어떤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재화인 반면, 자유재는 공기나 햇볕과 같이 그 양이 무한하여 특별한 대가 를 치르지 않고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이 세상의 모든 기초 다지기 17

재화와 서비스가 대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유재라면, 경제문제는 전 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거의 모든 재화는 경제 재이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사실 경제문제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유재 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재로 바뀌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먹는 물이 가 게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요즈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정수기를 구입 하거나 생수를 사서 마시고 있다. 물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자유재였던 공기도 경제재로 변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피해가 심해지면서 인근 할인점에서 캔이나 스프 레이 형태로 신선한 공기가 판매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로 되 어 가고 있다. 기회비용 고등학생 한은이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학 교를 다녀 와서 숙제도 해야 하고 시험에 대비하여 보충수업도 해 야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대화 도 하고 컴퓨터에서 게임이나 채팅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부 모님께서 주신 용돈을 아껴서 그동안 갖고 싶었던 운동화 혹은 스 포츠 스타의 이름이 멋지게 새겨진 티셔츠도 사고 싶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을 선택해 야 하는 문제에 항상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이 한 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중요하고 바람직한가를 잘 따져서 선택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원칙을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선택일까? 18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합리적인 선택이란 가능한 대안들 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큰 만족 을 주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약간 우회적인 방법으 로 판단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했다는 것은 대안들 가운데 다른 어떤 것은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선택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는 엄연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대가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라는 개념으 로 파악할 수 있다. 점심식사 메뉴 중 고등학생인 한은이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냉면과 자장면 그리고 스파게티라고 해 보자. 한은이는 냉면을 선택했으며, 선택에서 제외된 자장면과 스파게티 중 자장면의 기회비용 무엇을 선택하려면 다른 것을 포기하여 야 하는데 포기하는 것 중에서 제일 아쉬 운 것의 가치 가치가 더 크다고 하자. 이 경우 한은이가 냉면을 선택한 것의 대가를 자장면의 가치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기초 다지기 19

즉, 어떤 것을 선택한 것의 기회비용이란 포기한 여러 대안들 가운 데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의 가치를 뜻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회 비용이 포기한 모든 것들의 가치를 다 더한 것이 아니라, 포기한 여러 대안들 가운데 가장 아쉽고 아까운 것의 가치라는 사실이다. 위의 예에서 한은이에게는 스파게티의 가치가 가장 작지만 자장 면의 가치가 냉면의 가치보다 크다면, 한은이가 점심식사로 냉면을 먹은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까? 물론, 아니다. 선택한 냉면의 가치 가 포기한 자장면의 그것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한은이가 냉면 대신 자장면을 먹는 것이 경제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자장면을 선택하는 것의 기회비용(냉면의 가치)이 좀 더 알 아 보 기 기회비용의 예 기회비용의 개념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설정해 보자. 홍길동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 만두고 은행에 예금해 놓은 1억 원을 찾아 전세로 상가를 빌려 편의점을 개업하였다. 홍길동씨가 예전 회사에 서 받던 급여는 월 100만 원이고, 편의점의 전세 보증금은 1억 원이며, 예금 이자율은 연 4%라고 한다. 또한, 홍길동씨는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회사 다닐 때와 동일한 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편의점을 개업 하기로 한 홍길동씨의 선택이 경제원칙과 부합하려면 홍길동씨는 편의점에서 연간 최소 얼마를 벌어야 할까? 편의점 개업이 잘한 일이 되려면 편의점에서 버는 돈이 최소한 기회비용을 초과 하여야 한다. 기회비용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홍길동씨가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경우 1억 원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기회비용은 회사에서 받을 수 있었던 연봉 1,200만 원 과 예금 1억 원의 4%인 예금 이자 400만 원의 합인 1,600만 원이다. 따라서 편의점의 이익이 연간 최소 1,600만 원은 되어 야 함을 알 수 있다. 20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냉면을 선택하는 것의 기회비용(자장면의 가치)보다 작아 최소 비용의 원 칙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즉, 일상생활에서 경제원칙을 잘 적용하는 사람 은 될 수 있는 한 기회비용이 가장 작은 것을 선택할 것이다. 동일한 선택에 직면한 경우라도 기회비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를 이해하기 위해 루이스 피구(Luis Figo), 빌 게이츠(Bill Gates), 한은이라는 세 명의 고등학생이 세계적으로 명문 중의 명문인 미국 의 하버드대학(Harvard University)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고 해 보자. 여러 가지 대안들을 꼼꼼히 따져본 후, 이들 중 루이스 피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빌 게이츠와 한은이 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였다가, 빌 게이츠는 학업 도중 중퇴하였고 한은이는 대학을 졸업하였다고 하자. 최근 들어 프로 스포츠 선수들 중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 로팀에 입단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하는 선수들이 늘어 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특출한 재 능을 지닌 사람의 경우, 대학 진학이라는 선택에는 커다란 기회비 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로 한 루이스 피구의 판단도 대 학에 입학하는 경우의 기회비용이 프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의 기회 비용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학에 입학하였지만 도중에 중퇴한 빌 게이츠의 결정은 그에 게 있어 학업을 계속하여 대학 졸업장을 받는 것의 기회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를 창업하여 40대 초반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그가 명문대학의 졸업 생이 되기를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대학생활의 기회비용 보다 졸업 후 취직해서 얻을 수 있는 대가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 한은이는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기초 다지기 21

3. 경제주체와 경제문제 이제 우리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이 불가피하고 모든 선택 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 다.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선택의 문제, 즉 경제문제를 사람들이 어 떻게 해결해 가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사람들이 무한한 욕 망의 충족을 위해서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주체 경제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자. 욕망을 직접적으로 충 족시키는 행위를 소비(consumption)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욕구 를 충족시켜 주는 자원들은 대부분의 경우 직접 소비하기 어려운 형 태를 지니고 있다. 토지를 경작하여 곡식과 채소를 생산하여야 비로 소 우리는 이것으로 식욕을 해결할 수 있다. 즉, 토지는 중요한 생산 자원이지만 이것을 바로 소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비 가 가능하려면 생산(production)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문제는 이와 같이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에 관한 선택의 문제이다. 22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경제문제에 직면해 있는 주체를 경제주체라고 하는데, 경제주체 는 국내만 고려할 경우 크게 가계(households)와 기업(firms) 그 리고 정부(government) 등의 세 부문으로 구분된다. 경제주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문제에 직면해 있는 주체 가계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노동이나 자본 그리고 토지와 같은 생산요소를 기업에게 제공하는 경제주체를 일컫는다. 기업은 가계가 제공하는 생산요소를 생산기술과 결합하여 재화와 서비스 를 만들어 내는 생산주체이다. 또한, 정부란 조세를 거두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출을 하는 경제주체를 말한다. 미시경제와 거시경제 경제학은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개별적인 행동이나 상호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가계 나 기업의 바람직한 의사 결정에 응용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정부의 의사 결정, 곧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활용되고 있다. 경제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된 것은 아담 스미스 (Adam Smith)의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이 발표된 1776년 이후이다. 특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사이에 경제학은 비약적으 로 발전하여 사회과학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경제학은 사회현상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회 과학에 속한다.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사회 구성원이자 시장 활동 참여자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그 연구 범위는 경제적 현상이나 경제주체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이용되 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경제정책 수립의 바탕을 제공하여 현실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인 측면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기초 다지기 23

이처럼 경제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 상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다른 한편으로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학은 그 분석 대상과 현실경제를 보는 관점에 따라 미시경 제학(microeconomics)과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으로 크게 나뉜다. 미시경제는 미시( 微 視 ) 라는 말 그대로 경제현상을 개별적 혹은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주요 개별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행동원리 그리고 개별 시장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거 시경제는 거시( 巨 視 ) 라는 말처럼 경제현상을 전체적 혹은 종합적 으로 분석한다. 즉 나라경제 전체에 걸친 총량 변수를 파악하고 이 들 변수 간의 상호 관계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특히 국민소득과 고 용 그리고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주목한다. 4. 경제체제 경제체제란?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생산해서 누구에게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분배하느냐의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이 다. 이처럼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생기는 경제문제들을 풀어 나가 경제체제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문제를 풀어 나가는 질서와 제 도의 틀로, 크게 시장 경제체제(자본주의 경 제체제)와 계획경제체 제(사회주의 경제체 제)로 구별 는 질서와 제도의 틀을 경제체제(economic system) 라고 한다. 경 제체제는 시장경제체제(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계획경제체제(사회 주의 경제체제)로 크게 구별된다. 현대사회에서 모든 경제체제는 생산의 특화(specialization)에 바 탕을 두고 있다. 특화란 어떤 생산주체가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만 을 생산하거나 혹은 특정한 생산활동만을 전담하는 현상을 말하는 24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데, 모든 형태의 특화는 교환을 전제로 한다. 계획경제체제란 생산 과 교환이 국가의 강제적인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체제인 반면, 시 장경제체제란 생산과 교환이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이 루어지는 경제체제이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핀 공장의 사례를 통해 노동의 특화를 뜻하는 분업의 이득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핀 생산과정에 종사하는 각 근로자는 각기 다른 일 에 전념한다. 한 사람은 쇠줄을 뽑고, 또 한 사람은 이것을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다른 사람은 한 끝을 뾰족하게 갈고, 또 다른 사람 은 다른 끝을 둥글게 만드는 등 약 18가지의 독립된 공정으로 나누 어 상이한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할 때 근로자 한 사람당 핀의 생 산량은 4,800개로 생산과정 전부를 한 사람이 혼자 담당해서 만들 어 낸 생산량의 무려 240배에 달하였다. 기초 다지기 25

읽 을 거 리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 아담 스미스의 대표저서는 1759년 발행된 도덕감정론 과 1776년 발행된 국부론 (원 제목은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으로, 이 중 보통 사람들에게 친숙한 것은 국부론 이다. 국부론중 가장 유명한 말은 아마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 제4편 제 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제한 중)일 것이다. 이는 이 기심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경제활동을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에 접 목시키는 메커니즘, 즉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으로 이해되어 왔다. 또한 유명한 대목은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행동이 사회 전체 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부분일 것이다. --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 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국부론 제1편 제2장 분업을 야 기하는 원리 중) 아담 스미스는 한 나라의 국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보유한 금과 은의 양 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해마다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 으로, 국민의 풍요로 움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생산 성을 상승시켜 생산적 노동 의 비율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일반원리 로 분업과 자본축적 을 들고 있다. 자료 : 도메 다쿠오, 우경봉 역,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2010년 12월 26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특화는 이와 같이 생산의 효율을 크게 높이지만, 이 때문에 발생 하는 사회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인간 소외의 문 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경제 전체로는 수많은 경제활동들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사회 조정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회 조정의 문제는 국가의 계획에 의해 강제적인 명령으 로 해결될 수도 있으며 혹은 경제주체들의 시장에서의 자발적인 교 환에 의해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사회조정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도 경제체제는 계획경제체제와 시장경제체 제로 구별된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예로 들어 보자. 만일 서울 시민들에게 수많은 식료품들이 충분히 공급 되지 못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굶주림으로 말미암아 폭동 과 약탈이 나타나고 많은 인명손실이 뒤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끔찍한 사태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서울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식료품의 공급은 놀라울 정도 로 규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 에 각종 식료품들이 어떻게 공급되고 수요되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아담 스미스가 240여 년 전에 이미 지적한 보이지 않 는 손(invisible hand) 의 수수께끼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시장에 서 형성된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주는 기능을 일컫는다. 시장 경제체제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경 보이지 않는 손 시장에서 형성된 가 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자원을 가 장 효율적으로 배분 해 주는 기능 제문제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해결된다. 한편, 계획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시장경제체제가 수많은 개인의 의사와 선택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야기된 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시장보다는 국가가 수요와 공급을 직접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조정을 위한 국가의 계획은 기초 다지기 27

보이지 않는 손과 대조를 이루는 개념으로 보이는 손(visible hand)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보이는 손을 사용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경제체제의 유형 은 바로 이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에 따라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로 나 뉜다. 좀 더 알 아 보 기 보이지 않는 손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 에서 상인들이 관세가 없어졌음에도 영국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설 명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 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중략) 따라서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 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 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이고 노동생산물이 최고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 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이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 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 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 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 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중략) 자료 : 아담 스미스, 김수행 역, 국부론(상), 2007년 12월 28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계획경제체제 계획경제체제란 국가가 각 경제주체에게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직접 명령함으 로써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풀어 나가는 경제체제를 일컫는다. 계획경제체제에서는 국가가 사회의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각 경제주체에게 생산 목표를 배정하고 소비량을 배급함으로써 특화 된 경제의 사회 조정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 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그 예로 이 체제를 채택했던 구소련이 붕괴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계획경제체제에서 명령의 주체인 국가가 완전한 명령을 내리기 기초 다지기 29

위해서는 생산자원에 대한 정보는 물론 모든 경제주체들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 으로 모든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으며 물적인 생산자원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완전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보가 충분하여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력을 동원하기 도 한다. 각 경제주체들이 명령에 자발적으로 따를 동기나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계획경제체제의 국가들이 감시와 강제성 등을 가하 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계획경제는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평한 분배도 달성 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경제 국가들이 표방하고 있는 공평한 사회 의 이념은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계획자의 자의적인 의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성과의 분배 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부 권력층의 자의에 의존하는 체제에서는 권력자들의 선의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시장경제체제 시장은 생산의 특화만큼이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시장에서의 자 발적인 교환에 의해 경제문제가 해결되는 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 라고 한다. 즉,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경제문제가 해 결되는 경제체제이다. 시장경제체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나 타난다. 첫째, 시장경제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무엇을, 언제, 어디 30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서,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 정한다. 둘째, 민간 경제주체의 이러한 의사 결정은 가격에 반응하 며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셋째, 각 시장 에서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이 가격은 수많은 경제주체의 개별적인 활동을 조정한다. 다시 말해서 시장경제에서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장을 작동시키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것 은 다름 아닌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욕구와 동기이다. 돈을 벌려는 사람과 필요한 것을 구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시장은 활 기를 띨 수 없다. 이들 각자가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시장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가 장 중요한 작동원리는 바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체제가 성공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경쟁이 공정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의 어떠한 물리적 환경과 제도도 결국은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경제체제는 계획경제체제에 비해 효 율적이며, 역사상 시장경제체제보다 우월한 경제체제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체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시장 자체 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완전시장의 대표적인 유형은 소수가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시장형태인데, 이 경우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작동 원리인 경쟁 질서가 깨져 효율성이 저하되고 분배의 왜곡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순수한 시장경제체 제가 아니라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되 국가가 보완적으로 시 기초 다지기 31

장에 개입하는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이를 혼합경제라고 한다.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혼합경제 형태를 채택한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겪고 난 후이다. 순수한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드러나자,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일부 기간 산업을 국유화하고 사회보장 제도와 경제안정화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경제안정을 도모하게 되었다. 즉 사유재산 제도와 시장경제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가 시 장에 부분적으로 간여하게 된 것이다. 32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읽 을 거 리 시장경제의 원리와 원칙 시장경제는 경쟁을 속성으로 하는 경제체제이다. 그런데 경쟁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원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 운영의 기본 과제가 된다. 승자가 패자를 멸시하고,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돌보지 않으면 자유를 유지할 수 없 게 된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양극화 현상에서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생겨났는데 이 체제하에서는 빵과 자유가 양립할 수 없고 결국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 20세기 공산주의의 장대한 실험 결과였다. 그러나 가난한 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부자를 배척하면 부자가 되어 큰 일을 해보겠다고 모험과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가정신을 꺾게 되고 경제사회의 발전을 제약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는데 그것은 그가 컴퓨터의 사용을 전 세계에 보 급하여 세상을 바꾸어 놓은 위대한 성취의 결과다. 하지만 그는 그 막대한 재산을 저승으로 가지고 갈 수는 없 다. 결국은 사회로 환원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의료수가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면, 내과와 외과를 지망 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의사들이 위험 부담이 큰 의료 분야를 기피할 수 있다. 결국에는 의학과 의술의 발달이 저해되고 부자뿐만 아니라 서민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의 개선도 바랄 수 없게 된다. 결국 평준화의 허점이 여기 에 있다. 그러므로 경쟁과 자유를 적절히 조정해야 시장경제는 발전과 향상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평준화를 위해 경쟁을 봉쇄하면 발전과 향상이 없는 반면 경쟁의 공정성을 무시하면 약육강식의 사회가 된다. 자료 : 남덕우, 국민 통합과 국가 이념, OLP Journal Vol. 2, 2004년 7월 기초 다지기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