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이상현 2016년 2월 21일 볼리비아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국민투표의 안건 은 볼리비아 헌법 168조에 명시된 대통령과 부통령의 연임 규정에 대한 개정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즉, 현행 1회로 제한되어 있는 볼리비아 대통 령과 부통령의 연임 횟수를 2회로 늘리는 헌법개정안의 가부를 묻는 것이 었다. 국민투표는 예상과는 달리 찬성 48.73%와 반대 51.27%를 기록하며 부결되었다.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2006년부터 집권한 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와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는 2019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국민투표의 부결은 2005년 대통령선거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 온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에게 충격적인 결 과이다. 2005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2006년의 신헌법에 따라 치러진 2009년 선거에서 다시 승리를 거두며 2014년까지 집권했다. 이후 볼리비아 사회에서는 2009-2014년 임기가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 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09-2014년의 임기가 첫 번째 라고 판결함으로써 에보 모랄레스는 2014년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을 얻게 되었고,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2020년까지 연임하게 되었다. 2014년 총선에서 에보 모랄레스와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대통령선거에서
5 [뉴스와 쟁점]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2014년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선출 (출처: http://comunicacion.gob.bo) 61.36%의 기록과 하는 동시에 상하 양원에서 각각 25석과 89석을 획득하 며 총 의석의 3분의 2를 웃도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야권의 협조 없 이도 개헌을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집권 연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자 코카재배 농민지도자 출신 인 에보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역사에서 유례없는 탁월한 지도력을 바탕으 로 정치안정과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연속해서 집권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우선 볼리비아는 에보 모 랄레스 집권 이후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성장률을 보인 국가가 되었다. 국내총생산은 2006년 114억 달러에서 2013 년 306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일인당 국내총생산도 1,203달러에서 2,868달 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2000년에 국민의 58%에 달하던 빈곤인구 는 2012년 절반 이하인 26%로 하락했다. 분배를 동반한 성장을 기록한 것 이다. 특히 천연가스 및 석유 산업 국유화와 인플레이션 통제 등 국가개 입적 경제정책은 안정적 경제운용과 소득재분배로 이어지며 에보 모랄레
6 볼리비아 GDP 연간 성장률(%) (출처: http://ko.tradingeconomics.com/bolivia/gdp-growth-annual) 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토대 가 되었다. 2006년 이후 무려 46%에 달하는 사회복지 부문 국가재정 지출 증가율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면 2014년 10월 대통령선거 이후 어떠한 변화가 2016년 2월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의 부결을 초래한 것일까? 첫째, 에보 모랄레스 정권은 2015년 3월 지방 선거에서 균열의 전조를 보였다. 2014년 총선의 여세를 몰아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던 2015년 3월 지방 선거에서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총 9개의 주 중 6개 주에서 주 지사를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특히 가장 중요한 주인 라파스 주와 산타 크루스 주를 잃었으므로 실질적으로 패배한 것이다.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부패 스캔들이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가 적극 지원한 원주민 여 성 지도자 펠리파 우안카 라파스 주지사 후보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패배한 것은 뼈아픈 결과로써 10년 이상 집권한 사회주의운동당 정권에 대한 볼리비아 국민의 피로감을 드러낸 전조였다. 둘째는 경제성장의 둔화이다. 지난 10년간 천연가스, 광물, 콩 등 원자 재 수출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한 볼리비아 경제는 세계적 경기침 체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실용성에 입각한 소위 볼리비아식 토착사회
[뉴스와 쟁점]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7 주의 경제는,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과는 큰 차이가 있지 만 예전의 성장 동력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셋째는 에보 모랄레스의 스캔들인데, 어쩌면 정치공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헌법개정안 국민투표 직전에 에보 모 랄레스의 여자관계, 혼외자, 부패 스캔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파괴력을 더했다. 다시 말해서, 가브리엘라 사파타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대통령 의 연인이었으며, 1) 이 여성이 근무하는 중국계 엔지니어링 회사(CAMC)가 2013년 5억 6600만 달러에 달하는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또한 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하여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가브리엘라 사파타와 교제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아들은 출산 직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 들었으며, 이후 10년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였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인 과 혼외자 그리고 부정부패의 의심까지 더해진 스캔들은, 원주민 출신의 코카재배 농민지도자이자 서민의 희망이라는 에보 모랄레스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스캔들은 국민투표 부결 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 다. 국민투표가 끝난 2월 25일 사파타는 돈세탁, 횡령, 권한 남용 등으로 체포되었고, 체포 하루 뒤 사파타의 친척 필라르 구스만은 대통령과 사파 타 사이에 태어난 아들 에르네스토 피델을 생후 4개월부터 자신이 맡아 길렀으며, 아직도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 브리엘라 사파타를 상대로 아이의 생존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했으며, 4월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자확인 검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의 집권이 계속되는 동안 집권 세력과 사회운동세력 간의 분열과 갈등이 고조되고, 이러한 불협화 음이 앞서의 스캔들과 결합되어 광범위한 국민투표 반대세력을 결집시키 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광범위한 시위와 진압으로 이어진 2011-2012년의 이시보로 세쿠레 국립공원 원주민 구 역 (Territorio Indígena y Parque Nacional Isiboro Secure: TIPNIS) 사태의 여 파와 이번 국민투표 직전에 발생한 엘 알토 시정부 건물 방화사건(공무원 1) 결혼 경력이 없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다른 여자들과 관계에서 두 명의 자녀를 얻었 다.
8 6명이 희생되었다)은 에보 모랄레스 정권에게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결 국 일련의 사태로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우파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부패와 스캔들에 실망한 도시 중산층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에 불만이 누적된 좌 파사회운동세력까지 이번 헌법개정안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다 른 한편으로는, 야권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와 주류 언론 그리고 에보 모랄레스가 언급한 미국의 은밀한 반대 운동 또한 일정 정도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된다.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의 결과는 소위 분홍물결(pink tide)의 퇴조 라고 일컫는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권 몰락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 다. 그러나 앞서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볼리비아의 경우는 분홍물결 퇴조로 해석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의 경우와는 분명 한 차이점이 있다. 즉 방어적 국면에서 실권하거나 실권을 앞두고 있는 3 개국 좌파 정권과는 달리, 이번 국민투표 부결은 에보 모랄레스 정권의 성급한 공세적 시도가 좌절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3년 남은 잔여임기는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에게 위기이 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 패배로 에보 모랄레스의 집권 기반은 큰 타격을 입었고, 또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긴축 정책을 펼치 게 되면 야권세력이 승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 좌파세력에게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에보 모랄레스 정권은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좌파 정권과는 다르게 경제를 건실하게 운용해온 점, 야 권세력이 분열되어 있고 뚜렷한 대권 후보가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갈등 을 빚어온 반사회주의운동당 사회운동세력이 우파 세력에 대항해 재결집 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이번 국민투표의 패배는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이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라 틴아메리카의 좌파 정권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현 전북대학교 스페인 중남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