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 트랜스라틴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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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며 경제 정책의 중심이었다. 토지가 재산의 시작이라 할 수 있기에 제한된 땅의 크기를 가지고 백성들에게 어느 정도 나누어 줄지, 국가는 얼마를 가져서 재정을 충당할지, 또 관료들은 얼마를 줄 것인지에 대해 왕조마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정도전의 토지개혁은 그런 의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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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크게 지역, 직장 가입자의 총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1만1천원의 기적 이라는 상자를 열어 보면 이는 기적 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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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제2회 메세나 나눔행사 뮤지컬 공연 성료 광주은행(은행장 김한)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본점 3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2회 메세나 나눔행사 무적의 삼총사 어린이 뮤지컬 공연이 지역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호응 속에 성료됐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광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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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팀은 최근 1년 동안 전 세계 20개 주요국가의 언론에서 조명한 한류현상 에 대한 기사를 면밀하게 분석해 봤다. 한류에 대한 해외언론의 반응은 크게 차이가 났다. 한류에 대한 비판적 인 기사에서부터 한류전략을 분석하면서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시각까지 다양했다. 이는

2. 경기동향 및 주요 경제지표 (내각부 1월 경기관찰 조사) 1월 경기판단지수는 전월대비 2.1P 하락한 46.6로 2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였으며, 선행판단지수는 전월대비 1.3P 상승한 49.5를 기록, 선행 판단지수 소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판단지수와 선행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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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업이 진정한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 잣대를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째, 실용적 전문성 둘째, 문제 해결 능력 셋째, 공동 팀워크입니다. DECEMBER 2014 HRD 19

제 출 문 본 보고서를 OECD 회원국의 노동시장 지표 비교 연구 과제의 최종보고서로 제출합니다. 2013년 12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박 종 희 책임연구원: 유병홍 연구원: 이정훈 보조원: 박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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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本 におけるカバードボンド 法 導 入 に 向 けた 検 討 状 況 足 踏 み 状 態 韓 国 とシンガポールのみならず ブラジルやモロッコ 等 欧 州 からは 遠 く 離 れた 地 域 でカバード ボンド 法 制 整 備 に 向 けた 動 きが 続 く 中 日 本 での 検 討 状 況 につ

인구정책의 현황과 과제 (4) 수 있다. 과거 서구에서 전염병, 기근, 전쟁 등으로 인하여 대량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였던 시기 직후 에 사망을 조절하는 정책도 인구조정정책의 중요 한 영역을 차지하였으나 최근 보건의료발달 등에 따라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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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쓰도록 사명과 지혜와 용기를 주신 하나님 2. 이 책을 쓸 수 있게 한 지식의 도구인 한글을 발명하신 세종대왕님 3. 이 책을 쓰느라고 돈을 못벌어서 궁색하게 사는 장남을 불쌍하게 여기 셔서 용돈을 주시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 주신 어머님 4. 열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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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수출에 있어서도 일본의 해외진출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 (IMF 연례 일본경제 보고서 주요내용) IMF 연례 일본경제 보고서에서 日 銀 의 대 규모 금융완화를 통해 물가가 (전년대비) 상승했다고 분석하였으며, 일본의 소비세 인상 재연기(2017.4월

응답하라, 메가스터디 재수를 말한다. Ⅰ. 재수 大 해부 예전에 재수생이라고 하면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 이라는 인식이 지배 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수를 목표를 향한 재도전 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 향이 뚜렷해졌다. 때문에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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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3년 1월 9일 노동자세상 49호 자본가계급의 공세 강화에 맞서 빠르게 투쟁대열을 정비하자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 에 20%대로 추락했 경제를 살리겠다 고 했지만 물가는 폭등했고 노동자의 생 활수준은 폭락했 자본가만 살렸 공황이 시작되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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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전경 한국관 막걸리 바 한국관 상담실 3. 한국관 운영결과 한국관 부스 장치 한국관은 업체관(16), 막걸리 칵테일 바, 수출상담장, 창고로 구성 우아하고 멋스러운 분위기의 한옥형태와 오방색 활용하고 곳곳에 방패 연등, 청사초롱 설치하여 한국 전통미를 부각하는

광고 시장의 변화와 미디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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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123 장 국민소득의 측정 593 률필훌톱훨r 핫도그 l 개의 가격이 2달러고 햄버거 l 개의 가격이 4달 러라면 핫도그 30 개는 햄버거 --개만큼 GDP에 기여 한다. a. 5 b. 15 c. 30 d 양을 기르는 농부인 앵거스는 스웨터 제조업자인 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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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지난 24일 올해 경제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하향 조정하면서 경제정 책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정 발표했다. 강력한 한 방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예고 했던 새 경제팀의 주요 경제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 에 따른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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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개인저축률 변화의 주요 특징 2년대 우리 경제에 있어 급격한 변화를 보인 지표 중 하나가 개인저축률일 것이 다. 9년대 평균 2.6% 수준을 유지하던 개인저축률은 2년대 들어 평균 5.3% 로 낮아졌다(<그림 1> 참조). 1988년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토 론 회 순 서 - 좌장 : 정용건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14:00 인사말 14:20 발제 발제 1. 박근혜정부 기초연금의 문제점과 개혁 과제 _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발제 2. 기초연금법 정책결정 및 입법 과정에 대한 평가 _ 이

주간 뉴스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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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출 문 국토해양부장관 귀하 본 보고서를 국내 부동산개발업의 영업실태 분석 및 등록제도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로 제출합니다. 2009년 6월 국토연구원 원장 박 양호

2 학내 2 순천대신문 생명산업과학대학 울 취업카페, 학/교/동/향 생명대 학우를 위한 취업정보 취득의 공간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한 잡(job)카 생명대의 취업률 향상을 위한 성 페는 많은 학우들이 취업정보를 검 공 취업 프로그램 의 일환으로 만들 색할 수 있는 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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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 달러 현상이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 1. 최근 强 달러 현상 배경 및 경과 발생 배경 양적 완화 기간중 해외로 투자된 달러화가 미국의 테이퍼링 정책과 금리 인 상 전망에 따라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해외 각 국의 달러화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으로

들어가며 2009년 여성노동수요 전망 연초부터 일자리 가 대표적인 경제현안으로 대 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의 연장선상에 있는 국내경제 역시 2008년 4분기 이후 침체국면이 이어져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는데 기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고용환경하에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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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글로벌 환경 점검 1. 미국의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 더욱 확산 1) 제반 지표의 악화 확인 - 다소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지난해 4분기 미국의 GDP성장율은.4%로 예상치(1.2%)를 하회했고 1월말에는 28년 IMF의 미국경제성장율 전망치가 두달여만에 하향됨.

2 이달의 인물 청소년뉴스 3 [이달의 인물] EBS 장학퀴즈 우승 대아고 2학년 강찬우, 김도헌 도전하는 건 우리들의 특권, 시도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맙시다 혹시 장학퀴즈를 보신 적 있나요? 토요일 저녁 5시 30분, EBS 교육방송에서는 장학퀴즈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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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태 장동현의 동맹 이제 실리로? <하나금융지주 회장> <SK텔레콤 사장> SKT, 하나금융 유증 참여 1800억 규모 지분 2% 확보 하나카드 통합땐 FI로 전락 카드 지분 낮추고 금융 늘려 김정태<사진 왼쪽> 하나금융지주 회장 과 장동현<오른쪽> SK텔레콤 사

브라질의 교육 - 성과와 문제 - 트랜스라틴 23호(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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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금융정보 I. 금통위 결과 및 시장동향 금통위, 금리인하 관련 소수의견이 1인에 그친 가운데 9게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기조가 지속 금통위는 경제지표 부진에도 불구,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점을 고려 해 9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으며 2월에 이어 금리인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다르다. 야당에서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린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기업에 청년채용할당제,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하자고 하자고 주장한다. 여당은 기업구조조정,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한적한 나라의 북적대는 도시. 수천 개 빌딩이 하늘 높이 솟은 곳. 그것도 제멋대로. 큰 건물 옆에 작은 건물. 합리적인 건물 옆에 비합리적인 건물. 프랑스식 건물 옆에 정체 모를 건물. 이런 불규칙성이 곧 우리의 모습이다.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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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국가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는 재정적자 우려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4월 27일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하향 ㆍ그리스는 BBB+ 에서 투자부적격 수준인 BB+ 로 약 1개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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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4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이상현 2016년 2월 21일 볼리비아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국민투표의 안건 은 볼리비아 헌법 168조에 명시된 대통령과 부통령의 연임 규정에 대한 개정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즉, 현행 1회로 제한되어 있는 볼리비아 대통 령과 부통령의 연임 횟수를 2회로 늘리는 헌법개정안의 가부를 묻는 것이 었다. 국민투표는 예상과는 달리 찬성 48.73%와 반대 51.27%를 기록하며 부결되었다.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2006년부터 집권한 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와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는 2019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국민투표의 부결은 2005년 대통령선거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 온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에게 충격적인 결 과이다. 2005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2006년의 신헌법에 따라 치러진 2009년 선거에서 다시 승리를 거두며 2014년까지 집권했다. 이후 볼리비아 사회에서는 2009-2014년 임기가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 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09-2014년의 임기가 첫 번째 라고 판결함으로써 에보 모랄레스는 2014년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을 얻게 되었고,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2020년까지 연임하게 되었다. 2014년 총선에서 에보 모랄레스와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대통령선거에서

5 [뉴스와 쟁점]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2014년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선출 (출처: http://comunicacion.gob.bo) 61.36%의 기록과 하는 동시에 상하 양원에서 각각 25석과 89석을 획득하 며 총 의석의 3분의 2를 웃도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야권의 협조 없 이도 개헌을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집권 연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자 코카재배 농민지도자 출신 인 에보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역사에서 유례없는 탁월한 지도력을 바탕으 로 정치안정과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연속해서 집권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우선 볼리비아는 에보 모 랄레스 집권 이후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성장률을 보인 국가가 되었다. 국내총생산은 2006년 114억 달러에서 2013 년 306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일인당 국내총생산도 1,203달러에서 2,868달 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2000년에 국민의 58%에 달하던 빈곤인구 는 2012년 절반 이하인 26%로 하락했다. 분배를 동반한 성장을 기록한 것 이다. 특히 천연가스 및 석유 산업 국유화와 인플레이션 통제 등 국가개 입적 경제정책은 안정적 경제운용과 소득재분배로 이어지며 에보 모랄레

6 볼리비아 GDP 연간 성장률(%) (출처: http://ko.tradingeconomics.com/bolivia/gdp-growth-annual) 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토대 가 되었다. 2006년 이후 무려 46%에 달하는 사회복지 부문 국가재정 지출 증가율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면 2014년 10월 대통령선거 이후 어떠한 변화가 2016년 2월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의 부결을 초래한 것일까? 첫째, 에보 모랄레스 정권은 2015년 3월 지방 선거에서 균열의 전조를 보였다. 2014년 총선의 여세를 몰아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던 2015년 3월 지방 선거에서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은 총 9개의 주 중 6개 주에서 주 지사를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특히 가장 중요한 주인 라파스 주와 산타 크루스 주를 잃었으므로 실질적으로 패배한 것이다.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부패 스캔들이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가 적극 지원한 원주민 여 성 지도자 펠리파 우안카 라파스 주지사 후보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패배한 것은 뼈아픈 결과로써 10년 이상 집권한 사회주의운동당 정권에 대한 볼리비아 국민의 피로감을 드러낸 전조였다. 둘째는 경제성장의 둔화이다. 지난 10년간 천연가스, 광물, 콩 등 원자 재 수출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한 볼리비아 경제는 세계적 경기침 체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실용성에 입각한 소위 볼리비아식 토착사회

[뉴스와 쟁점]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와 그 이후 7 주의 경제는,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과는 큰 차이가 있지 만 예전의 성장 동력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셋째는 에보 모랄레스의 스캔들인데, 어쩌면 정치공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헌법개정안 국민투표 직전에 에보 모 랄레스의 여자관계, 혼외자, 부패 스캔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파괴력을 더했다. 다시 말해서, 가브리엘라 사파타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대통령 의 연인이었으며, 1) 이 여성이 근무하는 중국계 엔지니어링 회사(CAMC)가 2013년 5억 6600만 달러에 달하는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또한 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하여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가브리엘라 사파타와 교제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아들은 출산 직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 들었으며, 이후 10년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였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인 과 혼외자 그리고 부정부패의 의심까지 더해진 스캔들은, 원주민 출신의 코카재배 농민지도자이자 서민의 희망이라는 에보 모랄레스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스캔들은 국민투표 부결 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 다. 국민투표가 끝난 2월 25일 사파타는 돈세탁, 횡령, 권한 남용 등으로 체포되었고, 체포 하루 뒤 사파타의 친척 필라르 구스만은 대통령과 사파 타 사이에 태어난 아들 에르네스토 피델을 생후 4개월부터 자신이 맡아 길렀으며, 아직도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 브리엘라 사파타를 상대로 아이의 생존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했으며, 4월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자확인 검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의 집권이 계속되는 동안 집권 세력과 사회운동세력 간의 분열과 갈등이 고조되고, 이러한 불협화 음이 앞서의 스캔들과 결합되어 광범위한 국민투표 반대세력을 결집시키 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광범위한 시위와 진압으로 이어진 2011-2012년의 이시보로 세쿠레 국립공원 원주민 구 역 (Territorio Indígena y Parque Nacional Isiboro Secure: TIPNIS) 사태의 여 파와 이번 국민투표 직전에 발생한 엘 알토 시정부 건물 방화사건(공무원 1) 결혼 경력이 없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다른 여자들과 관계에서 두 명의 자녀를 얻었 다.

8 6명이 희생되었다)은 에보 모랄레스 정권에게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결 국 일련의 사태로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우파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부패와 스캔들에 실망한 도시 중산층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에 불만이 누적된 좌 파사회운동세력까지 이번 헌법개정안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다 른 한편으로는, 야권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와 주류 언론 그리고 에보 모랄레스가 언급한 미국의 은밀한 반대 운동 또한 일정 정도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된다. 2016년 볼리비아 국민투표의 결과는 소위 분홍물결(pink tide)의 퇴조 라고 일컫는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권 몰락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 다. 그러나 앞서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볼리비아의 경우는 분홍물결 퇴조로 해석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의 경우와는 분명 한 차이점이 있다. 즉 방어적 국면에서 실권하거나 실권을 앞두고 있는 3 개국 좌파 정권과는 달리, 이번 국민투표 부결은 에보 모랄레스 정권의 성급한 공세적 시도가 좌절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3년 남은 잔여임기는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에게 위기이 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 패배로 에보 모랄레스의 집권 기반은 큰 타격을 입었고, 또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긴축 정책을 펼치 게 되면 야권세력이 승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 좌파세력에게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에보 모랄레스 정권은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좌파 정권과는 다르게 경제를 건실하게 운용해온 점, 야 권세력이 분열되어 있고 뚜렷한 대권 후보가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갈등 을 빚어온 반사회주의운동당 사회운동세력이 우파 세력에 대항해 재결집 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이번 국민투표의 패배는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에보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이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라 틴아메리카의 좌파 정권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현 전북대학교 스페인 중남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