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논의 2] 선거구제개편논의 : 주요제도의특성을중심으로 2009.9.14 박형준 _ 새사연연구원 hjpark@saesayon.org 목 차 1. 선거구제개편과개헌 2. 선거제도의역사적변천과현행제도 3. 현행제도의문제점과대안적제도 -현행소선거구제의문제점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1. 선거구제개편과개헌 선거구획정문제는선거법에따라규정되기때문에헌법개정과직접관련되어있지않다. 그럼에도불구하고개헌과선거구제변경모두권력구조개편논의의일부로서제기되고있어선거구제개편논의를개헌논의의연장선상에서살펴볼필요가있다. 지금정치권이추구하고있는변화의본질을드라마선덕여왕미실의말에서찾을수있을것같다. 세상을종으로쪼개보면이미실과덕만공주가대립하고있는것같지만, 횡으로쪼개보면우리는한편입니다. 그관점에서세상은지배하는자와지배당하는자둘로갈라집니다... 첨성대를만들어백성들에게격물을돌려준다는것은규칙위반입니다. 다시말해, 청와대와한나라당주도의권력구조개편논의는지배층내부의권력게임규칙정비를목적으로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군사독재가종식된 1987년이래로 (1992년이라는주장도있지만 ) 지배층의구성자체가많이바뀌었는데, 지배층내부의시각에서도현재의권력구조가이런변화를제대로반영하고있지못하다고보고변화를추구하는것이다. 8.15 경축사에서이명박대통령은 여당이손해를보더라도선거구제를개편해야 한다고말했다. 물론, 이를액면그대로받아들일수는없다. 그들의도대로개편논의가진행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지만, 그들이손해보는방향으로제도설계를할것이라고생각하지도않는다. 하지만, 이번권력구조개편과정에서한가지중요한변화가있을수도있다는생각이든다. 민주당을지배층내부의경쟁적파트너로 공식 인정하고양당중심정치체제를강화하는방향으로변화를추구할가능성이크다. 한나라당이이야기를꺼내놓긴했지만, 아직통일된안을가지고있지못하고, 민주당의공식적입장도아직분명하지않다. 이런시점에서선거구제개편에깔린정치세력들의의도를파악하는것은시기상조일수있다. 그렇지만, 각정당에서선호하는선거구제는이미많이알려져있다. 이글에서는최근언론에자주언급되고있는중대선거구제와권역별비례대표제를중심으로선거제도를정리하고, 현행소선거구제와비교하면서어떤것이대의민주주의정신에가장합당한가를검토해보겠다. - 1 -
2. 선거제도의역사적변천과현행제도 현재우리나라는지역구소선거구제도와전국구비례대표제도를혼용한형태를택하고있다. 소선거구제에서는단순다수대표제 (plurality system) 를원칙으로하고있고, 전국구에서는정당명부식투표를통해정당득표비율에따라당선인의수를결정하고배분한다. 소선거구는하나의선거구에서한명의국회의원을선출한다는것을말하며, 단순다수는절대과반수득표를하지못해도상대적으로많은득표를한후보가선출된다는것을의미한다. 정당별비례대표국회의원은각당에서사전에우선순위를정한명단에따라정해진다. [ 표 1] 역대국회선거제도 원구성 1 2 3 4 5 6~7 8 9 10 11~ 12 13~ 15 16 의원정수 200 210 203 233 291 175 204 219 231 276 299 273 지역구수 200 210 203 233 291 131 153 73 77 92 * 227 공화국 1공화국 2공 3공화국 4공화국 5공 6공화국 의회구성 단원제 양원제 단원제 선거구제 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 소선거구제 전국구제 없음 제1당특혜적의석배분 비례배분 제4대선거 : 기탁금제최초도입 제6대선거 : 이전선거인추천제였던후보등록요건을정당공천제로전환 비고 제 6~8 대선거 : 무소속출마금지 제13~14대선거 : 의석률기준비례의석배분 제15~16대선거 : 득표율기준비례의석배분 * 제13대 : 224, 제14대 : 237, 제15대 : 253 ** 출처 : 서복경, 한국선거제도의특성과변천과정, 입법정보 100호 (2003). 현행제도는민주화항쟁을통해확립된 1987년체제의일부로서그리오래되진않았다. 1~8대국회의원선거에서는소선거구제를채택하였고, 유신헌법개정과함께중선거구제로변경되어전두환정권시절까지이어졌다. 87년민중항쟁으로쟁취한직선제개헌과함께다시소선거구제로회귀하면서비례대표제를함께병용하는형태가채택되었다. 1948 년제헌의회선거이래로여러형태의선거제도가도입되고실험되었으나, 의 회자체가독재정권의권력안정화를위한수단으로이용되면서그의미는퇴색되었 - 2 -
다. 민주주의원칙에맞는선거제도를찾아정착시키는과정이되지못하고, 오히려민의를왜곡해집권세력의권력을강화하는수단이되어왔다. 유신헌법에따라출범한제4공화국에서는전국구선거제도를폐지하고중선거구제를도입하면서, 국회의원정수의 3분의 1을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간접선거로선출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국민대의원으로구성된헌법기구로서대통령을선출하는역할도맡았었는데, 기본적으로독재정권의거수기였다. 또한선거구획정과관련하여지역구의기준인구수조항을삭제하여집권공화당에유리하게지역구를획정할수있게하였다. 게리맨더링가능성을법적으로열어놓은것이나마찬가지였다. 전두환의 5공화국이출범하면서지역구와전국구제도가다시병용되었으나이또한독재권력을강화하는방편으로사용되었다. 전체의석의 3분의 1을전국구에배정하고, 전국구의석의배분은최다의석을얻은정당이 3분의 2를차지하고나머지 3 분의 1은여타정당이의석수비율대로갖도록하였다. 이원칙에따라치러진제11대국회의원선거결과는지역구에서민주정의당이 35.8퍼센트득표율로 90석, 민주한국당이 21.6퍼센트로 57석, 한국국민당이 10.3 퍼센트로 7석을차지했다. 전국구는제1당인민주정의당에게는전국구의석의 3분의 2인 61석이돌아갔고, 민주한국당과한국국민당에게각각 24석과 7석이배분되었다. 전두환정권의민주정의당이얻은지역구득표율은 35.8퍼센트이지만, 실제차지한의석수는전체의 54.7퍼센트였다. 1985년에치러진 12대국회의원선거에서도결과는 11대총선과비슷했다. 민주정의당이지역구에서 35.3퍼센트득표율로전체의석의 53.6퍼센트를차지한것이다. 87년체제가출범하면서선거제도는앞에서언급한대로단순다수소선구제와전국구비례대표제도의혼용형태로변경된다. 소선거구제로바뀌면서총의석이 276 개에서 299개로늘어났고, 전국구의석수는지역구의 3분의 1, 즉전체의석의 4분의 1로정해졌다. 비민주적인전국구의석배분원칙이개선되긴했지만, 여전히의석률기준비례대표의석배분원칙이유지되었다. 다만제1당에 3분의 2를배정하던것을세분화해, 획득한의석이지역구의 100분의 50미만일때는전국구의석의 2분의 1만배정토록개정했다. 이원칙에따라처음치러진제 13 대총선에서는민주정의당이 35.3 퍼센트의득표 율로 125 석을얻는데그쳤다. 이는의석률로 41.8 퍼센트로이전의총선결과와비교 - 3 -
하면득표율에상당히근접한수치였다. 이총선에서김대중이이끄는평화민주당 과김영삼의통일민주당이합계 130 석을얻으며과반수에는미치지못했지만민주 정의당보다많은의석을차지하며정국을주도할수있게되었다. 이후 14대총선에서는전국구의석을완전히의석률에따라배분하기로하고, 지역구가의석획득에실패했어도유효득표율이 3퍼센트가넘으면전국구의석하나를군소정당에우선배정하도록정하였다. 1996년에는전국구의석배분방식을의석율에서득표율기준으로변경하였다. 선거제도는 2001년에또한차례큰변화의계기를맞는다. 헌법제판소에서당시의선거제도가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도입하고있음에도정당에대해별도로투표권을인정하지않고지역구득표율로비례대표제의석을배분하는것이위헌이라는판결이내려진것이다. 이를계기로오랫동안고수되어왔던 1인 1표제가현행 1인 2표제로변경된것이다. 한표는소선거구의개인후보에게다른한표는정당에게투표해지역구후보와정당명부식전국구비례대표제후보를각각결정하도록했다. 3. 현행제도의문제점과대안적제도 그렇다면현행제도가다시변경돼야할필요성은어디에있을까? 선거구제개편논의는이미노무현정권때나온이야기이지만, 최근논의는이명박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지역대립해소와정치선진화를위해꼭필요하다고화두를던지면서시작됐다. 이대통령의말에는현행소선거구제가지역감정을부추긴다는진단이깔려있는데, 다소생뚱맞다. 소선거구제에서는지역구별로 1명의의원을선출하기때문에영남에서는한나라당에호남에서는민주당에몰표를할수밖에없는구조라는것이다. 역사적으로소선구제와우리나라정당들이지역정당으로고착화한현상과는인과관계가성립하지않는데, 선거구제개편으로지역대립해소를한다는주장은믿음이가지않는다. 청와대가선거구제개편을제기할때현여당의안정적의석확보를수월하게해주는중대선거구제를염두에두었다는설이지배적이지만아직구체화되지않았기때문에이글에서는정치집단의의도는분석하지않겠다. 제도적으로소선거구제중심의현행제도가가지고있는문제점을살펴보고, 대안으로제기되고있는중대선거구제와권역별비례대표제의장단점을알아보도록하겠다. - 4 -
현행소선거구제의문제점 소선거구제는영국에서시작된제도로서웨스트민스터모델혹은영-미식모델로불린다. 이제도는앵글로-색슨자본주의의가장근본적인원칙중하나인승자독식 The winner takes it all" 주의에기초하고있다. 상대적다수표를획득한사람이전권을차지함으로써그를택하지않은많은사람의의사는무시된다. 예를들어한선거구에 4명의후보가나왔는데, 1등이 30퍼센트의득표율로당선되었다면그를찍지않은 70퍼센트의사람들의표는사표가되고만다. 투표를하지않은사람들까지포함하면 30퍼센트미만의지역유권자의지지로당선되어전권을휘두를수있게되는것이다. 단순다수소선거구제는지지기반이튼튼한주요정당에유리할수밖에없다. 당연히군소정당에게는절대적으로불리하다. 또한단순다수가기준이므로득표율과실제차지한의석률의괴리가심하게나타나과대대표현상이나타나기쉽다. 즉, 전국적으로 35퍼센트의득표율을획득한정당이 50퍼센트의의석을차지할수도있다. 표2는이러한과대대표현상이실제로일어나고있다는사실을보여주고있다. 제18대선거에서한나라당은득표비율을기준으로하면약 127석을차지해야 정상 이지만, 실제로는 153석을차지했다. 한가지더소선거구제의문제점을추가하자면, 한선거구에서한명만당선되므로선거구를특정정당에유리하게만들려는게리맨더링의유인이강하게나타난다. [ 표2] 제18대총선결과에서나타난과대대표현상 구분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지역구득표비율 43.45 28.92 3.39 전국구득표비율 37.48 25.17 5.68 득표비율기준의석계산 127 84 11 실제획득의석 153 81 5 승자독식원리에따른이러한부작용들을중대선거구제나권역별혹은전국구비례 대표제가해결할수있는가능성은있다. 중대선거구제 - 5 -
중대선거구제는한선거구제에서 2인이상의의원을선출하는제도이다. 몇명을뽑을것인가는선거구의획정의기준이되는인구수에따라달라질것이다. 중선거구제는이미지난 4공화국과 5공화국에서운용되었다. 이때는전국적으로동일하게선거구당 2명의의원을뽑았다. 앞으로이제도가채택될지여부는모르겠지만, 선거구당배당되는의원수에따라그성격이많이달라질것이다. 대부분선거구당 2~5명정도를예상하고있는데, 2명으로하면소선거구제에서문제가되는사표를줄이는데도움이되겠지만, 군소정당이가지고있는절대적불리함을완화시키는것은어려울수있다. 한편중대선거구제가과대대표문제를악화시킬가능성이있다. 예를들어우리나라가현재가지고있는 지역당 문제로인해영남과호남에서각각선호하는정당에다수의표가몰리면, 나머지소수의표를단지상대적으로많이획득한사람이 2등또는 3등으로당선이될수있다. 10퍼센트정도의득표율로당선하는사례가많이발생할수도있다는얘기다. 이제도를통해민주당이영남에서, 한나라당이호남에서당선될가능성이높아지긴하겠지만, 지역대립구도를해결할수는없을것같다. 다수의사람들은여전히각자의 지역당 에표를던질것이다. 민주당의경우영남에서 2등가능성이높다고판단해중대선거구제를선호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 비례대표제 권역별혹은전국적비례대표제는소선거구제도가가진문제점을 합리적 으로해결하면서중대선거구제가가진문제를피할수있다. 현행선거구제도도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를포함하고있어이제도자체는우리에게낯설지않다. 하지만, 그것이차지하는비율이전체의석의 18퍼센트에불과하고, 그동안지역구의석수를늘리면서전체의석은늘리지않아지속적으로비례대표의석이줄어왔다. 비례대표제의석을여분의의석처럼인식해왔던것이다. 비례대표제도의기본원칙은정당이획득한득표율에따라의석을배분하는것이다. 득표율계산의지역적단위를전국으로하느냐여러지역으로나누어하느냐에따라권역별비례대표제와전국적비례대표제로나눌수있다. 소선구제와병행할때는의석배분을소선거구제와비례대표제에각각따로고정시키느냐아니면전체의석을비례대표제에맞춰재분배하느냐에따라분류할수도있다. - 6 -
후자방식이비례대표제를이야기할때많이예로드는독일식이다. 독일의하원은소선구제의석 (299석) 과비례대표제의석을 50대 50으로고정시키고있다. 투표제는 1인 2표제로한표는소선거구의후보에게다른한표는정당명부에행사한다. 비례대표득표율은전국을단일하게묶어계산하지만비례대표의석은주별로할당한다. 비례대표후보가미리주별로순위대로정해져공개된다. 독일선거제도의가장큰특징은비례대표제득표율을전체의석의 50퍼센트로정해진비례대표의석을배분하는데적용하는것이아니라총의석수를비례대표제득표율과같아지도록의석을재분배하는것이다. 예를들어, 독일사민당이정당명부식투표에서 40퍼센트를차지했고, 지역구의석 299석중 150석을차지했다면, 전체의석수는 239석이돼야한다. 따라서비례대표제의석으로배정되어있는 299석중 40퍼센트인 120의석이추가로배정되는것이아니라, 89석만 (=239-150) 더갖게된다. 비례대표제투표에서정당이얻은득표율이전체의석수를결정하기때문에독일하원선거제도를완전비례대표제라고부른다. 단소선거구에서 3명이상을확보하지못한정당이나득표율이 5퍼센트미만이면비례대표의석배분에서제외되는봉쇄조항이있다. 비례대표제는정당이얻은득표율과실제차지하는의석률의괴리를제도설계에따라완전히없앨수도있고부분적으로완화시킬수도있다. 과대대표문제를해결하는데가장효과적인제도임에는틀림없다. 이와함께소선거구제에서나타나는군소정당의불이익도해결해준다. 하지만문제가아주없는것은아니다. 비례대표제도에서개별의원을선택하는주체는국민이아니라정당이다. 정당에서임의로정한선출기준에따라후보자가정해지고, 당선우선순위가정해진다. 따라서우리사회에서정당정치가얼마나민주주의적으로잘정착했는가라는문제와정당에서비례대표선출방식을얼마나민주주의원칙에따라잘확립하는가라는문제가필수적인해결과제로떠오를수밖에없다. 지금도정당의공천권이정치부패의가장큰근원이되고있는한국사회에서그나마국민들이직접개별의원을고르고있는소선거구제를줄이거나없애고권역별이든전국적이든정당에서마음대로의원을정하는비례대표제를확대하는것이타당한지깊게생각해볼문제이다. - 7 -
지금까지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의특성과장단점을알아보았다. 현행소선거구제가가지고있는문제점은분명히존재하고, 제도적개선을통해이를해결할필요가있다는것도틀림없는사실이다. 하지만어떤제도도그자체가민주주의원칙에기초해보았을때완벽할수는없다. 중요한것은한사회공동체성원들이자신들의역사적문화적맥락속에서민주주의의원칙을논하고, 사회적합의를통해그에합당한선거제도를만들어내는일이다. 사회적소통, 타협, 합의를배제한제도개선은또다시당리당략적정치인들의쇼로끝나고말것이다.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