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범 1. 서론 1. 의의 형법제14조는 정상의주의를태만함으로인하여죄의성립요소인사실을인식하지못한행위는법률에특별한규정이있는경우에한하여처벌한다 는내용으로과실범을규정하고있다. 여기서정상의주의를태만함으로인하여죄의성립요소인사실을인식하지못하는것이과실 (Fahrlässigkeit) 의표지에해당한다. 이와같이사회생활에서요구되는주의의무를위반함으로써그의사에반하여구성요건적결과가발생하는경우에처벌되는범죄를과실범이라한다. 과실범은법률에특별한규정이있는경우에만예외적으로처벌된다. 그런데우리형법은실화죄 ( 제170조 ), 과실폭발성물건파열등죄 ( 제173조의 2), 과실일수죄 ( 제181조 ), 과실교통방해죄 ( 제189조 1항 ), 과실치사상죄 ( 제266조 ), ( 업무상 중과실 ) 과실장물취득죄 ( 제364조 ) 를규정하고있다. 이렇게처벌규정은적지만여기에해당하는실제사례는수많은교통사고, 의료사고등에서보는바와같이고의범못지않게엄청나다. 2. 종류
9) 남흥우 173 면 ; 정영석 174 면. 10) 유기천 167 면 ; 이건호 239 면.
11) 신과실이론이라는용어를사용하여소개한이재상 14/6. 12) 목적적행위론을주창한 Welzel 이주의의무위반을오직구성요건요소로서만보았다고국내에소개되고있다 ( 예컨대, 이재상 14/8). 그러나 Welzel 은주의의무위반을객관적인것과주관적인것으로나누어구성요건과책임에각각위치시켜이중적지위를인정하였다.
[ 설문 ] 최신의료교육을받지못한늙은의사갑은의료계에서요구되는환자에대한마취적응력의조사를미리하지아니하고환자을을마취시킨후그의이빨을 2개뽑았다. 을은 5분후에사망하였다. 그런데을은단지해부하여야만확인할수있는심장병환자이었기때문에마취적응력조사를미리하였더라도동일한결과가나왔을것으로감정되었다. 갑의행위에대해조건적인과관계와주의의무위반이인정될수있겠는가? 13) 김일수 566 면 ; 조상제, 과실범론의체계적재구성, 고시계 1995 년 10 월, 119 면. 14) 임웅, 441 면. 15) 이용식, 과실범에있어서주의의무의객관적척도와개인적척도, 서울대법학제 39 권, 61 면.
16) 그리고주관설에대해서는객관적기준에미달하는주관적과실이인정되지아니하는자 ( 즉주관설에의하면구성요건해당성이부정되는자 ) 에대하여정당방위를할수없는점, 보안처분을부과할수없는점등도비판되고있다. 17) 그러나인수과실을구성요건단계에서논의하는것으로는임웅 489 면. 18) 김일수 / 서보학 485 면 ; 배종대 602 면 ; 이형국 378 면. 19) 객관설을취하는자도행위자의특수한지식과능력을과실범불법의판단에고려하는것이일반적인경향이다. 예컨대, 김일수 / 서보학 479 면 ; 이재상 14/ 12; 임웅 441 면.
(1) 과실범성립여부를결정하는표지 - 우리나라에서과실범이성립되기위해서는주의의무위반행위에의해서반드시결과가야기되어야한다. 우리나라에서과실범에는미수범의처벌규정이없기때문이다. 과실범이모두결과범이라면반드시심사하여야할것은주의의무위반의행위와결과사이의인과관계와객관적귀속관계의문제이다. 양자사이에이러한관계가부정되면과실범은성립될수없다. 즉, 고의범에서인과관계는기수와미수를구별해주는표지이지만과실범에서는그성립여부를결정해주는표지이다. 그러나주의의무위반행위와결과간에자연과학적인과관계가존재한다고하여항상과실범이성립하는것이아니다. 과실범에서도규범적관점에의한객관적귀속관계가확정되어야한다. 주의의무위반행위가보호법익에대해허용된범위를초과하여창설또는증대한경우 ( 작위범 ) 와방지또는감소시키지않은경우 ( 부작위범 ) 에객관적귀속은인정된다. 그런데과실범은주의의무를위반하는의무범이기때문에인과관계와객관적귀속관계의문제에있어서독특한이론이제시되고있다. 다음과같은것이이에해당한다. [ 인과관계긍정판례 ] 1 단속경찰관이만취운전을확인하고도차량열쇠를교부하여교통사고가난경우 ( 대판1998.5.8. 97다5482), 2 자동차운전자의과실로인한열차충돌사고에놀라서타인이넘어져상처를입은경우 (1989.9.12. 89도866), 3 폭풍주의보가발효중인바닷가에서피해자를헹가래쳐서바다에빠져사망하게한경우 ( 대판1990.11.23. 90도2106) [ 인과관계부정판례 ] 1 의사가일반적으로요구되는농배양검사를하지않고특정항생제를사용함으로써사망결과가발생한경우에도추후에사용된항생제가원인균에적절한것으로밝혀졌다면농배양검사를하지않은과실행위와사망결과사이에인과관계는인정될수없고 ( 대판 1996.11.8, 95도2710), 2 운전수가시동을끄고열쇠를꽂아둔채하차한행위와조수의운전사고에따른상해결과사이에는특별한사정이없는한인과관계가없으며 ( 대판 1971.9.28. 71도1082), [ 설문 ] 의사갑은의료계에서요구되는간기능검사를하지않고소변검사를한후 마취제할로테인을사용하여수술함으로써환자를사망에이르게하였다. 이경우갑 의죄책은? 1) 문제의제기 - 상기의 [ 설문 ] 과같이적법한행위 ( 간기능검사 ) 를두고그보다결 과발생의개연성이많은주의의무위반행위 ( 소변검사 ) 를함으로써결과를발생한경우
에대해서는적법한대체행위이론, 주의의무위반관련성 (Pflichtwidrigkeitszusammenhang) 내지위험증대이론 (Risikoerhöhungslehre) 이개발되어있다. 이것은적법한대체행위를하였더라도동일한결과가발생하였음이인정될경우에는객관적귀속이부정될수있다는이론이다. 2) 동일효과가확실히방지되는경우 - 우선주의있게행위하였더라면 ( 적법한대체행위, 즉간기능검사를하였더라면 ) 그결과가확실성에근접하게방지되었을것임이확인되면과실범의성립이인정된다. 왜냐하면적법한대체행위 ( 간기능검사 ) 를하였더라면결과가발생하지않았음이확실하다면그결과발생의원인은바로위법한주의의무위반행위 ( 소변검사 ) 에있음을반증하는것이기때문이다. 3) 동일효과가확실히발생하는경우 - 그와정반대로, 환자에게숨겨진병이있었기때문에주의있게행위하였더라도동일한결과가발생하였다는것이확실성에가까운정도로인정된다면과실범의성립은부정된다. 따라서 [ 대판 1991.2.26, 90도 2856] 이 설사피고인이중앙선위를달리지아니하고정상차선으로달렸다하더라도이사건사고는피할수없다할것이므로피고인이트럭의왼쪽바퀴를중앙선위에올려놓은상태에서운전한것만으로는이사건사고의직접적인원인이되었다고는할수없다 는이유로피고인에게사고결과에대해서무죄를선고한것은타당하다. 4) 동일효과의방생가능성만있는경우 - 문제는주의의무를다하였더라도동일한결과가발생할가능성만있는경우이다. 상기한 [ 설문 ] 에대해판례는 피고인들의과실과피해자의사망간에인과관계가있다고하려면피고인들이수술전에피해자에대한간기능검사를하였더라면피해자가사망하지않았을것임이입증되어야할것 이라는취지로판시하였다 ( 대판 1990.12.11, 90도649). 위험증대이론은위법한과실행위로인하여현대사회에서허용된위험성의범위를넘었다는것이입증되어야 ( 즉이점은의심스럽지않고명백하여야 ) 결과에대한과실책임을묻는다. 20) 현대사회에서허용된위험성을초과한다는것을알면서주의의무위반의과실행위를감행하여서결과가발생하였다면그결과발생의객관적귀속을바로그주의의무의위반행위에게귀속시키는것 ( 즉위험증대설 ) 은타당한것으로판단된다. (3) 규범의보호목적이론 ( 보호목적관련성 ) [ 설문 ] 갑은고속도로에서속도위반을하면서마을에진입하였다. 그러나마을에진 입한이후에는정상속도로주의깊게운전하였다. 그런데공놀이를하던마을어린이 20) 이점을강조한 Rudolphi, SK Vor 1 Rn. 69
가갑의차앞으로갑자기뛰어들자갑은즉시에브레이크를밟았으나어린이는치명 상을입었다. 이경우에갑의죄책은? 규범의보호목적이론은발생한결과가행위자가위반한주의규범의보호범위안에있는경우에만객관적귀속을긍정할수있고, 그반면에규범의보호목적을벗어난것으로평가되는경우에는객관적귀속을부정하여야한다는견해이다. 예컨대, 무면허운전자에게운전을시킨과실은있지만사고원인이음주운전이었던경우에는무면허운전허용의과실행위와사고로인한결과사이에객관적귀속관계가부정되어야한다. 무면허운전금지의규범은미숙운전을금하려는것이므로음주운전에의한결과는이규범의보호영역내에있지않기때문이다. // 설문의해결 // 상기한 [ 설문 ] 에서독일 OLG Karlsruhe NJW 58, 430 은고속도로에서제한속도를유지하였더라면갑은사고지점에시간적으로늦게도착하였고, 그사고는피할수있었다는이유로과실범의성립을인정하였다. 그러나이러한판결은부당하다. 왜냐하면이러한내용의판결은계속적인과속을장려하는것이기때문이다. 즉갑이마을에진입해서도과속으로운전하였더라면어린이가뛰어들때이미그사고지점을넘어갈수있었다. 속도제한을내용으로하는도로교통법의보호목적은자동차운전자가위험에처했을때적시에브레이크를밟아위험을피하거나, 혹은정지할수있도록하는데에있는것이지, 사고지점에일찍도착하지말라는데에있는것은아니다. 이와같이침해된규범의보호범위밖에서결과가발생한때에는객관적귀속이인정되지않는다. 또한요구되는마취약적응검사를하지않고이빨을발치하다가사망한사안에서적응검사를하였더라도동일한발치행위가있었고동일한결과가발생한것으로평가된다면객관적귀속이부정되어야한다. 왜냐하면마취약적응검사를규정한규범의보호목적은발치를연기 ( 즉, 결과발생의지체 ) 하는것에있지않기때문이다. 그리고집을방화한자는그집속에있는재물을찾기위하여스스로뛰어들어사망한자에대해그사망결과가과실치사죄의규범보호영역밖에서일어난것이므로과실치사죄의책임을부담하지않는다 ( 다만소방수가방화작업하다가죽은경우와어린이를구하기위하여뛰어든경우에는과실치사죄의성립이인정되어야할것이다 ). 또한피해자스스로자기책임의범위에서 ( 특히고의로 ) 더큰결과를야기한경우 ( 예컨대자동차사고로인한상해의피해자가수혈을거부하여사망한경우 ) 에규범의보호목적은제3자의침해로부터법익주체를보호하는것에있기때문에객관적귀속관계가부정되어야한다.
[ 관련판례 ] 1 대향차선위의다른차량이신호를위반하고직진하는자기차량의앞을가로질러좌회전할경우까지예상하여그에따른사고발생을미리방지할주의의무는없고, 위직진차량운전자가사고지점을통과할무렵제한속도를위반하여과속운전한잘못이있었다하더라도그러한잘못과교통사고의발생과의사이에상당인과관계가있다고볼수없다 ( 대판 1993.1.15, 92도2579). < 평석 > 객관적귀속론이라는것을아직도입하지않고있는판례가이사례에서규범적평가의기능을어느정도포함하고있다고사료되는상당인과관계를부정한것이다. 2 연탄가스중독환자가퇴원시자신의병명을물었으나환자를그병명으로진단, 치료한의사가아무런요양방법을지도하여주지아니하여병명을알지못한환자가퇴원즉시처음사고난방에서다시자다가재차연탄가스에중독된경우의사로서의업무상과실이있고, 이과실과재차의일산화탄소중독과의사이에인과관계가있다고보아야한다 ( 대판 1991.2.12, 90도2547). < 평석 > 재중독의결과는의사에게요양방법지도의무를규정한의료법제22조의보호목적에해당하지않는다는견해도있으나, 21) -판례의결론과같이- 오히려이를긍정하는것이타당하다. 3 자동차의운전자가그운전상의주의의무를게을리하여열차건널목을그대로건너는바람에그자동차가열차좌측모서리와충돌하여 20여미터쯤열차진행방향으로끌려가면서튕겨나갔고피해자는타고가던자전거에서내려위자동차왼쪽에서열차가지나가기를기다리고있다가위충돌사고로놀라넘어져상처를입었다면비록위자동차와피해자가직접충돌하지는아니하였더라도자동차운전자의위과실과피해자가입은상처사이에는상당한인과관계가있다 ( 대판 1989.9.12, 89도866). < 평석 > 이경우에는 -판례의결론과는달리- 객관적귀속을부정하는것이타당할것이다. 왜냐하면교통사고를보고놀라넘어져상해를입은것이도로관련법규의보호목적에해당한다고볼수는없기때문이다. 4. 주의의무의완화 21) 김일수, 한국형법 I, 347 면
22) 이를인정한김일수 / 서보학 484 면. 23) 김일수 / 서보학, 각론 194 면 ; 김재봉, 형법제 310 조와의무합치적심사, 형사판례연구 [8], 202 면이하 ; 임웅, 명예훼손행위에있어서의착오, 고시연구 1990 년 6 월, 148 면이하 ; 그러나이견해는독일과우리나라의법체계와내용이서로다른것을간과하고있다. 우리나라형법제 310 조는 - 독일형법제 193 조가공익성요건만으로규정된것과는달리 - 공익성이외에적시사실의진실성을위법성조각의요건으로명시하고있다. 즉입법자의의사는허위사실적시의위험을수용하지않고오로지 진실한사실 일것을요구한것으로해석된다. 따라서우리나라형법제 310 조는허용된위험사상에기초한위법성조각사유로해석되기는어렵다. 24) 그러나신뢰의원칙이적용되는경우에도행위자는결과발생의가능성을예견할수있다는이유로결과회피의무를제한할뿐이라는견해로는정성근 / 박광민 434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