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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수출에 있어서도 일본의 해외진출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 (IMF 연례 일본경제 보고서 주요내용) IMF 연례 일본경제 보고서에서 日 銀 의 대 규모 금융완화를 통해 물가가 (전년대비) 상승했다고 분석하였으며, 일본의 소비세 인상 재연기(2017.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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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People 글 김보람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고태진 관세법인 한림 대표관세사 만년 삼수 인생, FTA로 술술 풀립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무역에서 FTA를 빼놓을 수 수습 시절을 거쳐 2005년 개업 관세사로 나 설팅 이라는 문구 때문인지 조금씩 FTA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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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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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출 문 통일부장관 귀하 이 보고서를 연구용역사업 통일준비연구의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방안 과제의 최종보고서로 제출 합니다 원 장 통일연구원 최진욱

계된 한국의 생존 및 안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포기와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 정책대안이 시급하다. 1) 핵의 국제 정치학에서 확산이나 억지수단의 정책과 실행은 국가나 국제 및 글 로벌 차원의 핵심가치와 생존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된 안보확 립을 전제로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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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중앙아시아의 세계화 : 발전과 전망 Ⅰ. 서 론 1990년 냉전종식후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접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접국을 가진 국가가 되었다. 이 말은 곧 중국은 지리적으로 유라시아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1).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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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표지-최종

2 전쟁은 일어나지 않음, 냉전이 심화되는 계기 3) 방위 체제의 형성 1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1949):미국과 서방 진영 중심 2 바르샤바 조약 기구(WTO, 1955):소련과 동유럽 중심 4) 냉전의 심화 과정:중국 국ㆍ공 내전, 6ㆍ25전쟁, 베트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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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뉴스 일지

無爲旅行의 세상에 대한 삿대질 005

재원은 크게 지역, 직장 가입자의 총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1만1천원의 기적 이라는 상자를 열어 보면 이는 기적 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

요 약 세계적으로 FTA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년 들어 한미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FTA의 목표는 자유무역을 통해 역내 국가의 경제적 이득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양국간의 통상 확대 이외에 다양한 정치ㆍ경제적 의미를 지니 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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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론-0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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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P www idp or kr IDP 정책연구 한국경제의구조적문제와개혁방향 민주정책연구원 The Institute for Democracy and Poli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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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넷 스마트폰과 만나다 아이폰 안드로이드앱 모바일 웹 서비스 아이폰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워크넷 인터넷 브라우져 실행후 m.work.go.kr 지역,직종,기업형태,상장여부,복리후생,임금별 채용정보 한번의 설정으로 자동검색과 보관까지 제공하는 맞춤채용정보 내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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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효과 라고 불렀다. 3)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조-중-동 이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하고 상징 하는가? 많은 이들이 이 세 신문을 보수신문 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른바 한-경 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조-중-동 이라는 호명이 무엇을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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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고의 유토피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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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I 정책연구보고서 세기의 도전, 일자리 문제: 전망과 대책 반재벌정서와 재벌개혁의 과제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산림병해충 방제규정 4. 신문 방송의 보도내용 등 제6 조( 조사지역) 제5 조에 따른 발생조사는 다음 각 호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조사한다. 1. 특정지역 : 명승지 유적지 관광지 공원 유원지 및 고속국도 일반국도 철로변 등 경관보호구역 2. 주요지역 : 병해충별 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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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내용심의의 위헌 여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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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원의 9) 우리나라 굴할 경우,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채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것으로, 자원의 고갈 시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5 비 : 국민들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는 국내 곡물 생산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 어. 8.

국경의 비전 작업 년대 들어 직면하게 된 국경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기 위 KDI의 노력들 김 주 훈* Main Research Publications 2011 비전과 과: 열린 세상, 유연 경 경사회여건 변와 재정의 역할 재벌개혁의 정책과와 방향 북경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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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60년 만에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비약적인 성 장을 이루었다. 정부수립 2년 만에 북한의 전격 남침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고, 휴 전 이후에도 안보에 대한 위협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불리한 여건에 좌절하

겨울남자의 블로그 북

2 ㆍ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0輯 1 號 ) 와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문제 로 모든 합의가 무산되었다. 이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북ㆍ미회담이 자리 잡게 되었고, 미국이 주요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북핵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1994년 10월 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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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 조사결과 m 응답자(회수율):36/65명(55%)(첨부 2) -산업계 5/7명,학계 19/38명,연구기관 11/18명,시민단체 1/2명 m 도 결과 :81.11점으로 집계(100점 만점 기준) 5.설문문항별 응답 주요 내용(첨부 3) (1)WTO/DDA 관련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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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를 북한에서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했다든지, 남한의 반체제세력이 애창한다 든지 등등 여타의 이유를 들어 그 가요의 기념곡 지정을 반대한다는 것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반민주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동시에 그 노래가 두 가지 필요조 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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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기 획 논 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 G2시대의 새로운 동북아시아 질서를 중심으로 김 중 호 * Ⅰ. 서 론 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과 특징 Ⅲ. 동북아 안보환경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Ⅳ. 동북아 경제환경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Ⅴ. 결 론 요 약 이 글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경제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가능성 여부를 진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동북아 지역은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관계가 큰 폭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 가운데 다가오는 위험과 기회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곳이다. 안보측면에서 보면, 동북아 관련국들은 미래 질서 구축이라는 명분하에 새로운 안보조치를 강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지역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경제측면에서 볼 때, 동북아 관련국들의 경제안정 및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는 새로운 긴장국면으로의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역동적이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동북아 안보 경제 환경 속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신뢰구축을 위한 대화를 지속하여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고자 한다.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구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전환기 동북아 지역의 질서 재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권 차원의 구호에 멈추지 않고 실질적인 현실 변화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려면 급변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 및 경제 환경의 특성을 간파하고 그에 부합하는 포괄적 정책수단들을 병행 해야 한다. 특히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이 더욱 더 긴밀히 연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더욱 더 정치( 精 緻 )한 그리고 동시에 장기적인 전략 시각을 필요로 한다. *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www.koreaexim.go.kr / 1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Ⅰ 서 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현재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대외정책 구상이다. 올해 초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대외정책의 기조는 신뢰를 구축함 으로써 현안을 풀어간다 는 것이다. 신뢰구축의 궁극적인 대상은 당연히 북한이지만, 동시에 미 중 일 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 역시 신뢰 형성 내지 심화가 필요한 대상이다. 현 정부는 지난 60여년의 세월동안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주요 원인이 관련국들간 신뢰의 결여에 기인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념갈등과 체제 경쟁에 몰입했던 냉전체제가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가 여전히 불신과 갈등의 원천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구축 과정을 적극 주도 관리함으로써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관계 또는 국가 행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현실주의 시각은 힘이나 이익이 라는 개념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이상주의 시각은 규범, 가치, 제도 등을 중요시 한다. 1) 이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가치에는 평화, 협력, 박애, 신뢰 등이 포함된다. 신뢰를 쌓기 위해 총칼을 녹여 쟁기로 만들자 는 이상주의 시각은 정글(Jungle) 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는 현실주의 시각과 늘 대조되어 왔다. 이러한 고전적인 이분법적 시각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과연 박근혜 정부의 신뢰정책은 어디에 속한 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신뢰라는 긍정적인 단어만 놓고 본다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 10년간 추진 됐던 유화적인 대북정책 입장과 유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신뢰가 이전의 진보주의 성향의 정부가 말한 신뢰와 다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북한을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가정한 채 북한과 교류 협력을 추진하였던 반면, 전자의 경우엔 교류 협력에 필요한 일정한 수준의 신뢰가 확보될 때까지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를 선도( 善 導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행위 패턴(도발 타협 보상 파기 1) 국제관계 시각에 관한 논쟁은 다음을 참조 바람. David A. Baldwin, ed., Neorealism and Neoliberalism: The Contemporary Debate, (N.Y.: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2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도발)에 근거하여 현재의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신뢰의 기본을 가르치기 위해 북한의 나쁜 행동 을 제어할 강력한 억지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 정부의 신뢰 중시 정책은 이상주의 시각에서 바라 보는 평화롭고 협력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 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현실주의적 접근법 을 적용하겠다는 전략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어떻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미래설계의 핵심이다. 한국인들의 미래 구상 끝자락에는 통일이 자리잡고 있다. 통일이라는 정책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의 재구축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주변국들이 통일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한반도 주변 환경을 재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단순히 대북정책의 한 부분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전반에 적용되는 정책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이라는 두 가지로 표현된다. 이 둘을 성공적으로 병행 추진하고자 한다면 중견국 외교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2) 중견국 외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반도 문제를 남북차원에서만 보는 착오를 방지할 수 있으며, 남북한 중심으로 짜여진 한반도 구도가 주변 강대국들의 선택폭을 제한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마치 외줄을 타고 험난한 계곡을 건너는 곡예사가 그러하듯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과 세력갈등 속에서 고도의 외교적 균형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은 60년 동안 한국의 안보를 지켜준 동맹이고, 중국은 한미동맹의 환경을 변화시킬 새로운 강국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인해 분단구조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한국이 향후 분단구조를 극복하려면 미 중 양대국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그러나 기존질서를 고수하려는 미국과 신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이 전열을 가다듬고 조만간 본격적인 대결구도로 접어들 때 한국이 미래를 위해 필요로 하는 선택의 폭은 크게 제한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게 닥친 위험이자 기회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기에 대북정책의 구성요인으로 도입되었던 한반도 신뢰 2) 중견국 외교의 개념에 대해 다음을 참조 바람. 김우상, 중견국 외교 협력방안 모색: 한국과 호주 중심, JPI 평화포럼, 제주평화연구원, 2011.11; 윤병세, 중견국 외교로 국제사회 위상 높인다, 한국경제신문, 2013.10.07. www.koreaexim.go.kr / 3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프로세스는 정책구상이 심화 조정되는 과정에서 대외정책 전반에 확대 적용되는 핵심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의 대외정책 방향과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개념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설정한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정책수단들을 모색 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의 비중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하겠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정책결정 체계(메커니즘)의 효율성은 외부의 여건 변화와 긴밀히 연관된다. 2013년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 효율성은 G2시대의 동북아질서 변화와 연동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결코 남북한 양자만의 상호작용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대형시계의 톱니바퀴들의 연동, 또는 대형 오케스트라 구성원들의 합주와 같이 다양한 변수들의 절묘한 조화에 비유할만큼, 복합적인 상호작용과 조율을 필요로 하는 거시적 움직임의 한 부분인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한국의 대북전략 실효성은 한반도 관련국들과의 세심하고 끊임없는 정세분석과 정책조율에 좌우될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단순히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요인 분석을 통해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하에 제2장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볼 것이며, 제3장에서는 동북아 안보환경을, 제4장에서는 동북아 경제환경을 분석하고자 한다. 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과 특징 1.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 1>에서 보듯이,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의 설명자료에 근거하여 정리하 4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고자 한다. 3)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의 중점 목표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통일기반 구축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고, 둘째,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 달성과 남북간 정치 군사적 신뢰를 증진시키며, 셋째,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 우리 사회의 내부 역량을 확충해 나간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인가? 그것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첫째, 신뢰는 무조건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믿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남북 간 신뢰뿐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를 모두 포괄하고 있고, 셋째, 신뢰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을 가능케 <표 1>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개요 목표 원칙 기조 과제 1 남북관계 발전, 2 한반도 평화정착, 3 통일기반 구축 1 균형있는 접근, 2 진화하는 대북정책, 3 국제사회와의 협력 1 튼튼한 안보에 기초한 정책 추진 2 합의 이행을 통한 신뢰 쌓기 3 북한의 '올바른' 선택 여건 조성 4 국민적 신뢰와 국제사회와의 신뢰에 기반 1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2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추구 3 통일 인프라 강화 4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 모색 - 인도적 문제 지속적 해결 추구 - 대화채널 구축ㆍ기존 합의정신 실천 - 호혜적 교류협력 확대ㆍ심화 -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 확고한 안보태세 완비 -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 노력 -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 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 추진 -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전적 계승 -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 추진 -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추구 -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대 -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발전 추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에 기여 - 북방 3각 협력 추진 자료: 통일부 3) 통일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2013. 8. (http://www.trustprocess.kr/sub/learn_text.asp). www.koreaexim.go.kr / 5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하는 토대인 동시에, 국민적 지지와 국제사회와의 협력하에 대북 통일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자 인프라이다. 4)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신뢰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 남북 간 신뢰는 대화, 약속이행, 호혜적 교류 협력 등 일련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축적된다고 본다. 이 과정에는 북한의 이탈행위를 교정하는 프로그램과 의지가 포함 된다. 즉, 북한이 비평화적 행위를 한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갈등 대신 협력을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네 가지 추진기조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튼튼한 안보에 기초한 정책추진, 둘째, 합의 이행을 통한 신뢰 쌓기, 셋째, 북한의 올바른 선택 여건 조성, 넷째, 국민적 신뢰와 국제사회의 신뢰에 기반 등이다.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균형있는 접근, 진화하는 대북정책, 국제 사회와의 협력 등 세가지 기본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즉, 안보와 교류 협력 간 균형감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면서, 전개되는 상황에 맞춰 대북정책을 변화시킴으로써 한반도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의 선순환을 추구해 나간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하는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과제는 신뢰 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추구, 통일인프라 강화,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화 모색 등 네가지로 정리된다. 2.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특징 정권의 임기라는 시간적 한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열된 대북 시각 때문에 기존의 대북정책 목적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성취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사회 에서 감지되는 대북 인식은 주로 두 가지 종류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나는 진실 알리기 차원에서 우리 언론이 전달하는 북한의 선전선동 영상과 메시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실 캐내기 차원에서 우리 언론이 쏟아내는 탈북자 및 북한 전문가 들의 북한 분석 및 해설이다. 남북 양측으로부터 제공되는 정보가 모두 극단적인 4) 김시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의의 및 추진과제, KDI 북한경제리뷰, 9월호(2013), p. 3. 6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노출된 우리 국민들의 눈은 난시현상 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내 대북 시각이 분열된 상태에서는 한국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선택하더라도 이념 스펙트럼의 다른 쪽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공세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한국사회의 대북정책에 관한 논쟁은 전략( 戰 略 )보다는 정략 ( 政 略 )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어렵게 하는 이유이다. 신생 정책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지속적인 보정과정을 통해 현실성과 실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각 정권마다 다른 이름 하에서 다른 정책 방향과 과제들을 제시해 왔다. 5) 특히, 햇볕정책을 표방한 진보주의 정부가 이 념을 초월하여 민족끼리 협력 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10년만에 권력 재탈 환에 성공한 보수주의 정부는 피부색을 초월하여 동맹끼리 협력 을 복구하는 데 집 중하였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동맹끼리 협력 과 민족끼리 협력 의 장점만을 결합 시킨 신종( 新 種, hybrid) 한반도 정책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뢰 프로세스를 의미있는 정책구상으로 만들려면 북한의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 능력 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표 2>에서 보듯이 남북한 양측이 대화 협력을 선택한다면 신뢰가 강화되고 상호이익을 증대할 수 있으나, 반대로 무력 갈등을 선택한다면 신뢰 파괴와 함께 상호손해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변수들간 관계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한쪽이 무력 갈등을 선택할 경우 대화 협력을 택한 쪽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만 결국 관계 악화로 인해 전자도 손해를 본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손익계산 능력 또는 인과관계 인지능력은 게임이론의 핵심 내용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6) 그러나 60여년에 걸친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북한이 합리적 선택 능력을 보유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만약 국제 사회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합리성의 요소들이 북한의 정책결정체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으로 5) 냉전종식의 와중에서 노태우 정부(1988-1992)는 북방정책 을, 신국제질서 수립에 맞추어 세계화를 강조한 김영삼 정부(1993-1997)는 화해 협력정책 을, 민주화 운동의 결실로 등장한 김대중 정부(1998-2002)는 햇볕 정책 을, 진보주의 시각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2003-2007)는 평화 번영정책 을, 그리고 보수주의 시각을 견지한 이명박 정부(2008-2012)는 비핵 개방 3000 과 상생 공영 정책 을 각각 제시 하였다. 6) 게임이론 또는 합리적 선택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Roger A. McCain, Game Theory and Public Policy, (Northhampton, Mass.: Edward Elgar, 2009). www.koreaexim.go.kr / 7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하여금 합리적 선택을 학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신뢰 프로세스의 한 측면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한다는 것은 바퀴 빠진 스포츠카가 질주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배태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인 신뢰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향후 프로세스 관리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정부의 설명에는 측정지표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신뢰가 일반인들의 관념체계 속에 존재하는 개념 정도에 머무는 것이라면 신뢰 프로세스의 주관적 평가만 가능할 것이다. 신뢰의 수준을 측정하려면 예측가능성 (predictability), 신중성(prudence), 책임성(responsibility), 안정성(stability), 지속성(persistence) 등의 개념이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대북 인식 및 접근법을 이해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표 3>은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의 내용이 진보 주의 정부와 보수주의 정부 하에서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임기말에 작성된 1차계획은 공동번영, 평화, 협력, 관계진전 등의 핵심단어들을 포 함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정부의 초기에 만들어진 2차계획은 통일기반, 통일준비, 안보, 북한변화 등의 핵심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1차계획이 남북간 협력에 초점을 두었다면 2차계획은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 변화 유인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을 체제대결을 위한 각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7) <표 2> 남북한 선택과 신뢰구축 여부 남한의 선택 대화 협력 무력 갈등 북한의 선택 대화 협력 무력 갈등 신뢰 강화 상호 이익 신뢰 약화 남한 손해 북한 손해 신뢰 약화 북한 손해 남한 손해 신뢰 파괴 상호 손해 7) 노재현, 北 조평통,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체제대결각본, 연합뉴스, 2013.10.3. 8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표 3> 한국의 1 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비교 제1차 기본계획(2007.11) 제2차 기본계획(2013.9) 비전 - 남북공동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 -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기반 구축 목표 - 한반도 평화정착 - 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 - 실질적 통일준비 (작은통일 큰 통일) 방향 원칙 및 과제 - 한반도 비핵화 달성 - 평화와 협력의 조화 병행 - 시장경제 원리와 민간의 자율성 존중 - 남북관계 실질적 진전도모 -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및 발전 여건 조성 - 국내외 지지 협력 기반 강화 3대 추진원칙 -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 남북간 상호신뢰와 호혜주의 -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한 국제협력 -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있는 추진 - 북한의 변화여건 조성 - 통일미래를 단계적 실질적으로 준비 - 동북아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북정책 추진 10대 추진과제 - 당국간 대화 추진 및 합의이행 제도화 -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추구 - 호혜적 교류협력의 확대 심화 -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추구 -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추진 -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정착지원 -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통일교육 -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 - 통일외교를 통한 국제적 통일공감대 확산 자료: 통일부 신뢰 프로세스의 장단점은 그것이 처해있는 동북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기에 적합한 환경요소들을 분류해낼 수만 있다 면 현재 그리고 향후의 동북아 환경 속에서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여부와 효과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동북아 환경을 안보와 경제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www.koreaexim.go.kr / 9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Ⅲ 동북아 안보환경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1. G2시대의 동북아 안보환경 8)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는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 추이에 의해 결정된다. 안보환경의 변화는 동북아 관련국들의 정책입장 및 대외관계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표 4>에 정리되어 있듯이, 현재 동북아 관련 국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공세적인 정책입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북아 관련국들의 국내정치 변화가 그들의 국제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동북아 관련국들내에서 권력교체과정을 통해 권력을 <표 4> 동북아 관련국들의 특징 국 가 지도자 특징 정책 특징 핵심 용어 미 국 버락 오바마 - 첫 번째 흑인 대통령 노회 强 國 의 강력한 저항 아시아로 회귀, 재균형 중 국 시진핑 - 첫 번째 非 지명 5세대 지도자 신흥 大 國 의 과감한 도전 중국 급부상, 신형 대국관계 일 본 아베 신조 - 첫 번째 헌법수정 추진 우익 총리 침체 富 國 의 배수진 공세 정상국가화, 적극적 평화수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 첫 번째 복수 집권 대통령 거대 弱 國 의 야심찬 유혹 강력한 러시아 복구 북 한 김정은 - 첫 번째 유학파 세습 수령 强 性 貧 國 의 신세대 선동 경제 핵 병진 노선 남 한 박근혜 - 첫 번째 여성 대통령 분단 小 國 의 다차원 돌파 제2 한강의 기적 8) G7이 7개 경제체제의 모임(Group of Seven Economies)을 의미하듯 G2는 원래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경제적 범주에서 지칭하는 용어였으나 현재는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두 강대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2005년 미국의 경제학자 C. Fred Bergsten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에 대한 경제적 비교를 위해 G2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C. Fred Bergsten,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Economy, (Washington, D.C.: Peterson Institute, 2005); "Two's Company," Foreign Affairs, Sep/Oct 2009. 10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유지하거나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들은 대체로 새로운 비전과 정책목적을 내세우고 이전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추진을 시도하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좀 더 안정된 국내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국제정치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선대( 先 代 ) 지도자에 의해 지명되지 않고 선출된 5세대 지도자 시진핑은 출범과 동시에 중국의 꿈( 中 國 夢 ) 을 내세워 국가발전에 관한 비전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였는데, 향후 신흥대국으로서 과감한 도전을 시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외활동을 크게 제한해온 평화헌법의 수정을 본격 추진 하는 우익 지도자 아베 총리는 중국, 남북한 등과의 갈등을 빌미삼아 더욱 공격적인 동아시아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제3대, 제4대)과 총리 직을 이미 수행한 후 제6대 대통령에 재선출된 복수 집권 대통령 으로서 러시아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슬로건 하에 극동개발에 대한 외국의 참여를 유혹하고 있다. 북한에 등장한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 제1비서는 3대 세습을 통해 등장한 독재수령인 동시에 첫 유학파로서 향후 경제 핵 병진노선 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변화조치들을 시도하는 신세대 정치를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 령은 전직 대통령의 딸인 동시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제2의 한강의 기적 을 목표로 내세우고 한국이 당면한 과제들을 다차원에서 돌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동북아 관련국들은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이전보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협력 내지 갈등의 관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북아 안보환경을 결정짓는 주요 행위자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아시아의 안보질서구조를 설계 하고 구축하고 운영해온 나라이며, 중국은 지난 30여년의 지속성장을 통해 새로운 강국으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질서체계 변화를 초래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정상회담(6월 7~8일)에서 신형 대국관계가 공식화됨에 따라 향후 동북아 질서의 변화 가능성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신형 대국관계는 올해 출범한 시진핑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이다. 서구의 국제정치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강국이 등장하면 반드시 기존질서를 장악하는 패권국가와의 충돌이 발생하여 세력재편 현상이 나타 난다고 하는데, 중국은 중국의 성장이 패권도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미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www.koreaexim.go.kr / 11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있다. 9) 그러나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대중국 봉쇄를 위해 기능하지 못하 도록 대응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미중 양대국간 평화적 관계는 언제든지 위협받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편,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두 가지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하나는 아시아 로의 축 회귀(pivot to Asia) 이고, 또 하나는 재균형 (rebalancing) 이다. 10) 이는 21세기에 들어와 아시아의 안보 경제적인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미국 대외정책의 축을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며, 그동안 유럽, 중동 등에 더 집중했던 외교적 관심과 역량의 일부를 아시아로 이동하여 지역간 정책적 안배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를 야기한 주요 동기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영향력 증대이다. 그동안 힘의 한계를 보였던 중국이 최근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통해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아기 호랑이 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덩치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힘과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노회한 강국의 강력한 저항이 다방면에서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향후 미 중 양대국 관계는 상당한 폭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동북아 관련국들의 국내정치 변화는 대외관계를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으며, <표 5>에 정리된 것처럼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우려를 갖게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미국은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하며, 일본은 그러한 미국의 전략상황에 편승하여 그동안 제약받았던 군대보유를 시도 하고자 하는 한편,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포위전략 전개에 대응하느라 분주 하고, 러시아는 미중갈등 구조 속에서 그동안 약화된 위상의 재정립에 초점을 두며, 북한은 도발과 개발을 번갈아 사용하며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9) 최근 왕이( 王 毅 ) 중국 외교부장은 유엔 총회 연설(2013.9.28)을 통해 중국이 결코 세계 우두머리로 자처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올해초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제시한 중국의 꿈 ( 中 國 夢 ) 은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小 康 :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 사회를 건설하고, 21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패권국 도전과 세 력균형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T.V. Paul, James J. Wirtz, and Michel Fortmann, ed., Balance of power : theory and practice in the 21st century, (Stanford, California :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4). 10)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 관해 다음을 참조바람. 김현욱, 신정부의 한미동맹: 현황과 과제, 주요국제 문제분석 (국립외교원, 2013). 12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표 5> 동북아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미 국 중 국 기대사항 미국의 영향력 유지, 중국의 민주화, 북한의 비핵화 및 개혁개방 미국의 불간섭, 역내 우호관계 확대 우려사항 중국의 세력확장, 한국의 중국 의존심화 미국의 중국 봉쇄 강화, 일본 군국주의 부활, 한반도 긴장고조, 군비경쟁 일 본 일본 정상국가화, 일본 경제 활성화 중국 영향력 확대, 일본의 외교적 고립 러시아 러시아 위상강화, 극동개발 투자유치 세력균형 파괴, 러시아 발언권 약화 북 한 남 한 기대사항 對 미 일 관계개선, 북한 경제 활성화 대북 억지력 강화, 대북 국제공조 강화, 통일여건 성숙 우려사항 한중관계 강화, 일본 군사력 강화, 미일의 대북 제재 강화 북한 폐쇄 고립 지속, 미-중 갈등 심화, 일본 군국 주의 부활 2. 북한 핵개발과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관련국들의 손익계산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북한은 계속해서 핵 카드를 흔들며 견고한 협상지위를 고수하고자 한다. 과연 동북아를 둘러싼 강대국 들과 북한을 상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 과연 북한이 신뢰라는 추상적 가치를 얻기 위해 지난 20년간 외줄타기하며 지켜온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을까? 또한 동북아 관련국들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신뢰 구축의 모범 사례를 만들 정도로 연합하고자 할 것인가?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어떻게 신뢰 프로세스를 지속할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및 동북아 관련국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그 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 시대에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북핵 문제는 동북아 관련국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요소인 동시에 다자협력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북핵 문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동북아지역내 다자간 안보 논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진영간 세력 www.koreaexim.go.kr / 13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다툼이 동북아지역에서도 전개됐기 때문에 이념상 반대편에 있는 국가와 지역안보를 협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중동문제에 국력을 쏟던 2003년에 중국은 마지못해 6자회담의 의장국이 되면서 다자협상의 지휘자 (conductor) 로 데뷔하였다. 북핵문제가 20년전 제자리로 돌아오기는 커녕 더 악화 된 상황에서 6자회담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5년에 걸친 다자협상의 경험은 동북아 관련국들의 입장차이를 재확인하고 그 간격의 넓이를 잴 수 있었다는 성과를 남기고 있다. 북핵을 배제시킨 지역안보 구조 속에서 각국은 이익을 확대하고 상대국을 견제 하기 위한 좋은 구실로서 북핵을 활용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이용하여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핵문제라는 불씨를 계속 살려왔다.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되면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제재 뿐만 아니라 협상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11) 북한의 핵개발이 상위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도발적 언행은 핵전쟁 수행까지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수행 능력의 보유 여부와는 별개로 북한이 핵전쟁을 언급하며 긴장 수준을 고조시킨 것은 북한의 선전선동이 극에 달했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전쟁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전반적인 맥락에서 보면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위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등장하면서부터 보여준 일련의 도발적 행위들, 즉, 인공위성 발사, 3차 핵실험 단행, 헌법내 핵보유국 문구 삽입, 경제 핵 병진노선 채택 등은 대북 관찰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그로 인해 올해 생산된 북한 관련 담론들 속에서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야 한다 등등의 단정적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2) 그러나 그러한 단정적 주장들이 정확한 근거 제시나 합리적인 논리체계에 근거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11) 신보영, 갈루치, 北 核, 제재 병행한 협상 필요, 문화일보, 2013.10.2. 12) 북한의 핵포기가 불가하다는 입장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김근식, 김정은 체제의 대미 핵전략과 북핵문제, 한반도포커스, 제23호(2013). 14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결코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13) 북한과의 의미있는 대화를 위해 오히려 튼튼한 안보가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상대책 마련을 고심해 왔는데, 최근 미국의 확장된 억지력 실행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14) 북한의 핵보유에 따른 남북간 군사력 불균형 상태에서는 북한의 우월감 때문에 남북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므로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서는 남북간 군사적 균형 상태가 확보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2일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과 미국은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점(2015년 12월로 예정)의 재검토 필요성을 협의하고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 과 미래연합지휘구조 기본개념에 합의하였다. 15)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핵무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orean Air and Missile Defence, KAMD) 등의 구축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지난 6월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서 미국은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 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강화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게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영토 및 역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과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한일 갈등과 중일 갈등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일본을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한 편이 된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한미동맹체제 내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 더욱이, 10월 3일 일본에서 개최된 미 일 안전보장 협의 13)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WP)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안했는데 이는 북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은 대가를 치를 것이며, 결코 어떤 위협에도 보상은 없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Washington Post, May 7, 2013. 북한의 무기 개발이 주는 위험성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Joel S. Wit and Jenny Town. "7 Reasons to Worry about North Korea's Weapons," The Atlantic, April 16, 2013. 14) 김귀근, 한미, 북핵대응 액션플랜 완성했다, 연합뉴스, 2013.9.8. 15)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협상이 시작될 수 있었으나 현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즉,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직후 '경량화 소형화'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기술이 적용된 것이라 해도 재래식 무기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군의 확장억지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다. 박휘락, 재연기, 전작권이 주권침해라고? NATO는! 데일리안, 2013.7.18. www.koreaexim.go.kr / 15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위원회 (2+2 외교 국방장관 연석회의)에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 아베 신조( 安 倍 晋 三 ) 정권의 방위력 강화 구상을 환영하고 2014년 말까지 자위대의 역할을 규정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마무리 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16)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한국과 중국의 전략이익을 침해하는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17) 현재 북한문제는 동북아 관련국들의 국익 극대화 과정에서 도발적인 조치들을 합리화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의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남북관계와 국제관계를 연계시켜 동북아 안보환경이 한국의 국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중 대립구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동북아 안보환경 속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속도를 당장 높이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16)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이 1978년 제정 당시 소련의 일본 침공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1997년 1차 개정의 목적은 북한의 침공 등에 따른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미군의 후방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번 2차개정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문제가 심각한 충돌사태로 발전할 경우와 관련된 미일 공동대응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17) 재정난과 함께 군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방위 부담을 경감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구,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활용하여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야심이 결합함으로써 이번 미 일간 합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 증대라는 큰 틀에 대해서는 합의했 지만 중국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의 긴장을 초래할만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다음을 참조 바람. 조준형, 美 日 2+2 합의 온도차 중국 문제 불협화음 예고, 연합뉴스, 2013.10.4. 16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Ⅳ 동북아 경제환경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1. G2시대의 동북아 경제환경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특징은 아시아 패러독스(Asia Paradox) 로 정리될 수 있다. 18) 지난 20년에 걸쳐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라 역내 국가간 상호 의존도가 크게 증가한 것과는 달리, 영토, 역사 등의 문제를 둘러싼 역내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역설적 상황을 가리킨다. <표 6>에서 보듯이, 동북아 관련국 들의 주요 경제지표는 그들의 대외성향을 짐작케 해준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의 무역 의존도를 살펴보면, 미국은 25%, 일본은 28%, 중국은 47%, 러시아는 41%, 북한은 50%, 남한은 92% 등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규모는 중국에 비해 약 2배 크고, 한국에 비해서는 14배 크다. <표 6> 동북아 관련국들의 주요 경제 지표 인구(명) 1) GDP($bil) 2) 1인당GDP($) 2) 무역량($bil) 3) 국방비($bil) 4) 미 국 3억1,667만 15,680 49,922 3,882 669 중 국 13억4,958만 8,227 6,076 3,867 158 일 본 1억2,725만 5,964 46,736 1,684 59 러시아 1억4,250만 2,053 14,247 840 91 남 한 4,895만 1,156 23,113 1,067 31 북 한 2,472만 12 506 6 N.A 1) 인구 (2012) - CIA World Factbook 2) GDP (2012) - CIA World Factbook 3) 무역 (2012) - UN 2012 International Trade Statistics Yearbook 4) 국방비 (2012) -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북한 인구의 경우, UN의 2008년 인구조사 자료 18)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은 아시아 패러독스를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특징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여 다음을 참조. Park Geun-hye, A New Kind of Korea, Foreign Affairs, Vol. 90, No. 5, Sep/ Oct 2011; Park Geun-hye, A Plan for Peace in North Asia: Cooperation among Korea, China and Japan Needs a Correct Understanding of History, Wall Street Journal, November 12, 2012. www.koreaexim.go.kr / 17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함에 따라 세계 경제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에서 점차 세계의 시장 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와 무역이 세계 경제교류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림 1>은 중국과 동북아 관련국들간 무역 추이를 비교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최대 교역국은 미국(4,800억 달러)이며, 일본(3,300억 달러)과 한국(2,300억 달러), 그리고 러시아(880억 달러) 등과 교역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과의 교역규모는 59억 달러 수준이다. 동북아 관련국들의 경제력을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바로 군사비 추이 라고 할 수 있다. 군사비 추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경제력 성장이 군사력 증대로 이어지고 있어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와 군사 정치적 갈등 고조가 동시 발생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는 지난 20년간 미 중 러 일 한 5개국의 군사비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계속 유지해오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3>은 미국을 제외하고 중 러 일 한 4개국들만의 군사비 추이를 비교하고 있는데, 1990년대 말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비 증가율이 높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군사비 규모는 미국의 군사비 규모와 커다란 격차를 보이긴 하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2년 250억 달러 수준이었던 중국의 군사비는 2002년에 528억 달러로 증대하였고, 2012년에는 1,576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1992년 2.5%에서 2002년 2.2%, 2012년 2.0%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여년 동안 급속히 성장해온 중국의 경제력이 군사력 확장의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국의 군사력은 단연 세계 최대 규모이다. 1992년 4,892억 달러 수준에서 2002년 4,461억 달러로 축소되었으나 다시 상승하여 2012년 6,688억 달러 수준에 도달 하였다. 미국의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1992년 4.8%, 2002년 3.4%, 2012년 4.4%의 변화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두드러진 미국의 재정악화와 경기불안이 국방비 삭감과 더불어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19) 19) 미국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로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이 1조 달러정도 감축되면 현행 주한 미군 규모의 절반이 넘는 1만4000 1만8000명이 한반도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현재 40%대인 한국측의 방위비 분담 비율을 50% 수준으로 늘리라고 요구 중이다. 그러나 18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그림 1> 중국의 對 한미일러 무역추이 자료: 한국무역협회 <그림 2> 미, 중, 러, 일, 한 군사비 추이 (1992-2012) 자료: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미 국방부는 시퀘스터가 아시아 지역의 안보환경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과 관련하여 다음을 참조 바람. James Kim, Budget Driven Defense: Implications of Potential Shifts in US Defense Posture for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Asia-Pacific in the Coming Decade, Issue Brief No. 71,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September 24, 2013. www.koreaexim.go.kr / 19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그림 3> 중, 러, 일 한 군사비 추이 (1992-2012) 자료: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동북아 관련국들의 경제적 접근법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현재 경제적 차원의 뜨거운 논쟁거리는 바로 미국과 중국이 각기 중심 역할을 하는 자유무역협정 그룹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부국인 미국과 신흥 경제대국인 중국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신흥개도국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아시아태평 양지역에는 현재 무역자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양자 및 다자간 동북아 FTA (한중, 한일, 한중일 등),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rans-Pacific Partnership), RCEP(역내 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등 다양한 지역경제 통합논의가 진행중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TPP의 특징은 바로 중국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아태지역 무역자유화 협정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TPP에 초대받지 못한 중국은 대신 RCEP의 확대에 적극 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 20) TPP는 TPSE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환태평양전략경제동반자 협정)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부르나이, 칠레, 뉴질랜드, 싱가폴 등 4개국이 시작한 자유 무역협정인 TPSEP는 미국 등 8개국이 2008년부터 차례로 참여하면서 아태지역의 무역자유화를 논의 하는 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TPP에는 현재 미국, 캐나다,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칠레, 멕시코, 페루,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12개 아태지역 국가들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21) RCEP는 2011년 11월 ASEAN 정상회담에서 제안된 자유무역확대구상으로서 여기에는 ASEAN 10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인도,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7개국은 TPP에도 참여하고 있다. 20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아태지역 경제를 무역규모 기준으로 보면 2011년 현재 EU는 12.27조 달러, TPP는 10.19조 달러, RCEP는 10.13조 달러 수준이다. <표 7>은 RCEP와 TPP의 경제적 특징들을 비교하고 있다. 중국이 참여하는 RECP의 인구 규모는 34억 명, 세계 GDP 비중은 28%인 반면, TPP의 인구 규모는 8억 명, 세계 GDP 비중은 38%이다. <표 7> RCEP와 TPP의 비교 RCEP (16개국) TPP (12개국) 인구 (백만명) 세계 GDP 비중 (%) 평균 GDP 성장률 (%) 역내 무역 비중 (%) 목표 년도 시장규제 주도세력 3,400 28.4 7.1 44.2 2015 예외인정 ASEAN 800 38.2 4.2 41.6 2013 원칙상 철폐 미국 자료: IMF 아태지역내 자유무역확대 움직임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제강국들의 공세적 경제 영토 넓히기의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직후 부터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FTA 협상을 꾸준히 요구해왔으며, 2004년 11월 ASEAN+ 3(한중일)의 자유무역협정 틀로서 EAFTA (East Asia Free Trade Area,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연구를 제안하였다. 한편 2006년 일본은 ASEAN+6(한중일+호주, 뉴질랜드, 인도)로 구성되는 CEPE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for East Asia, 포괄적동아시아경제동반자협정) 추진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다양한 재구성을 통해 자유무역의 효과를 증대하려는 움직임은 전략적 짝짓기 인 동시에 전략적 따돌림 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2) 치밀한 국익 계산에 근거하여 양자 및 다자 협력 카드를 수시로 교체하는 동북아 관련국들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동북아 경제환경 속에서 북한 변화를 모색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 세스는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22) 짝짓기와 따돌림 현상은 향후 다양한 경제분야에서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미국의 쉐일가스 개발 및 판매 개시는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일본과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영토 넓히기를 위한 치열한 개발원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을 참조 바람. 이장훈, 중국 vs 일본, 메콩강 대전, 월간중앙, 2013년 9월호; 유민호, 미중일러의 에너지대전: 천연가스 매개로 동맹구조 재편 한창, 월간조선, 2013년 6월호. www.koreaexim.go.kr / 21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2. 북한 경제개발과 신뢰 프로세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지난 1년간 정권 출범기 동안 도발정치 에 집중하다가 지난 5월부터 정권안정기로 접어들면서 개발정치 로 전환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 언론매체 뿐만 아니라 외국 미디어를 통해서 북한이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제1비서의 정책초점이 경제개발에 있다는 것이다. 23)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동시에 경제침체를 탈피하려 고 발버둥칠수록 북한 내부의 모순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 모순에 따른 부작용 들이 결국 북한체제의 불안정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4)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북한의 폐쇄 체제 역시 계속해서 도발과 협박을 통해 대내외적 긴장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언제까지나 도발 과 개발 사이에서 우와좌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 내부의 경제난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안보 경제환경이 북한에게 특정한 방향을 선택 하도록 압박하기 때문이다. 그 특정 방향은 바로 개혁과 개방이다. 북한은 나름대로 경제변화를 시도해왔다. 25) 2002년 7.1경제개선조치 는 당시로 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3년만에 재도입된 보수적 조치들에 따라 경제 구조가 왜곡됨으로써 정상적인 경제운용이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지난해 소문을 통해 6.28조치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북한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역시 특정지역 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을 뿐 아직 새로운 변화 조치로 공식화되지 못하고 있다. 23) 올해 하반기 김정은 제1비서의 현지시찰은 경제에 초점을 두는 모양새를 보인다. 지난 9월 장재도 방어 대와 무도 방어대, 월내도 방어대 등 서해 최전방 부대를 잇달아 시찰했지만 과거와 같이 대남 위협 발언을 하는 대신 군인 복지에 신경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한 과학자 주택단지, 평양체육관, 문수 물놀이장 건설장 등을 주요 시찰지로 선택하고 있다. 이준삼, 北 리용호, 김정은 제1위원장, 경제 최우선시, 연합뉴스, 2013. 9.22. 북한의 유화조치에 내포된 전략적 의도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최 강, 북한의 대화국면 전환과 그 함의: 강요된 선택인가, 치밀한 전술적 노림수인가? Issue Brief, No. 65, 아산정책 연구원, 2013. 7. 25. 24)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 가능성과 관련하여 다음을 참조 바람. 김중호, 김정은 체제의 개혁 개방 가능성, 신아세아, Vol. 19, No. 3, 2012년 가을호; Yangmo Ku, The Emergence of Deng Xiaoping in North Korea? - Determining the Prospects for North Korean Economic Reform. Yale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Summer 2013. 25) 북한의 경제 변화 조치들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 바람. 권영경, 북한의 개혁개방 추진 실태: 현황과 쟁점, 수은북한경제, 가을호(2012). 22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2000년대 끓어오르던 남북경협의 용광로는 2008년 이후 북한의 도발로 인해 차갑게 식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2008.7.11), 북한의 2차 핵실험 (2009.5.25) 등을 기점으로 악화된 남북관계는 2010년 천안함 사건(3.26)을 정점 으로 냉각상태에 들어갔으며, 결국 햇볕정책 기간(1998~2007)에 활성화되었던 남북경협은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 차례의 중국방문(2010. 5 & 8, 2011. 5)을 통해 동북3성 개발을 추진하려던 중국 과의 경협 물꼬를 트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북한경제의 동력 공급선을 남북 라인 에서 북중라인 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하였다. 26) 북한 지도부의 대중국 경협 의지는 10개년 국가개발계획 수립(2010.1.15), 합영투자위원회 설립(2010.7), 투자 관련 법 제도 정비 등 일련의 조치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27) 그러나 남북관계를 무시한 채 북한의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상반기 동안 북한의 대남도발이 한창일 때도 한국 정부는 남북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28) 그러나 4월 8일 북한의 김양건 통일 전선부장이 잠정폐쇄를 선언함으로써 개성공단은 160일 동안 적막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9.16)을 기점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이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북한이 9월 21일 이산가족상봉 행사(9.25~30일 예정)를 일방적으로 26)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구상은 2002년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 제기되었으며, 2007년 동북 지구진흥계획 이라는 제목하에 국가차원에서 공식 발표되었고, 2009년에 와서 중국 국무원이 요녕 연해 경제벨트 발전계획 (7.1)과 창지투 개발개방선도구를 위한 두만강구역 합작개발계획요강 (8.30)을 비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을 참조 바람. 박희진, 중국의 동북지역개발과 북한 경제운용의 변화, 수은북한경제, 가을호(2011). 27) 북한이 발표한 10개년 국가개발계획(2010-2020)에 포함된 총 투자유치 규모는 1,000억 달러이다. 산업 개발은행에 100억 달러, 산업개발에 545억 달러, 그리고 기초, 에너지, 전력 부문 개발에 35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 바람. 대풍그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 개발중점대상 개요, 통일뉴스, 2011.10.6. 한편, 북한은 김정일 사망(2011.12.17) 직후인 2012년1월 30일에 외국인투자 관련법의 재 개정 사실을 공표하였는데, 외국인투자법, 합영법, 합작법, 외국인기업법, 토지임대법, 외국투자은행법 등 외국인투자 관련법들의 전반적인 수정을 포함하였다. 주목할 점은 바로 황금평 위화도 지역과 라선 지역을 특수경제지대로 설정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남북경협의 대상지역인 개성 및 금강산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게 헌법상 특수지위를 부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은 투자개발협력의 중심축을 이른바 남방특구에서 북방특구로 옮겨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을 참조 바람. 배종렬, 최근 개정된 북방특구법제의 개혁 개방성: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중심으로, 수은 북한경제, 봄호(2012). 28) 국내외 일부 한반도 관찰자들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한국정부의 용단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반도 갈등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대화창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달러 공급 통로 로만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한 국민이 언제든지 인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계속해서 북한의 이득 챙기기를 허용하는 것은 비용 대비 편익 계산을 잘못 했다는 증거라고 보는 것이다. 장우정, 랄프 코사, 南, 개성공단 철폐 검토해야, 조선비즈, 2013.4.22; Wall Street Journal, South Korea's Kaesong Blunder, July 7, 2013. www.koreaexim.go.kr / 23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분위기는 다시 냉각되고 말았다. 한편,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 협상 때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협의하자고 요구해 왔는데, 신변안전 보장 문제나 대북제재 해제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협상 자체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고 신뢰가 확보될 경우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를 통해 국제차원에서 북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실천방안도 포함 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파트너는 중국이다. 왜냐 하면 현재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개혁개방 사례가 북한에게 좋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29) 신뢰가 쌓이면 교류 협력이 확대 되고, 확대된 교류 협력은 다시 신뢰의 공고화에 기여하기 때문에 경제협력은 신뢰 프로세스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신뢰 구축의 방안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의회 연설시 DMZ 세계평화공원 을 함 께 조성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30) 북한 정부가 인민의 허리띠를 풀어주는 개혁 개방 정책을 선택해야만 남북한이 함께 한반도의 미래를 가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 한 동북아 경제환경 속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의 나쁜 선택을 방지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9)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지(W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물질적인 면에 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중국이 개방하고 개혁해 성장, 발전하는 모습이 북한에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는 점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Washington Post, May 7, 2013.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적극적 해석과 일시적인 변화에 불과 하다는 소극적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북중관계의 특성에 관해 다음을 참조 바람. 김중호, 북한과 중국은 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가? 정덕구 외, 기로에 선 북중관계, (중앙북스, 2013). 30) 통일부는 2014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2014년~2016년까지 3년간 총사업비 2,501억원을 배정했다. 조영빈, 정부, DMZ평화공원 조성에 3년간 2500억 투입, 뉴스1, 2013.10.5. 24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Ⅴ 결 론 바퀴축-바퀴살 (hub-and-spoke) 모델로 설명되는 미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구조 속에서 동북아 국가들은 일상화된 비정상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전개해 왔다. 특히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중국 위상 변화에 수반되는 부수현상들은 동북아 지역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G2는 미중 양대국간 관계의 현재적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의 함축적 의미는 바로 변화와 도전, 그리고 갈등과 협력이라 하겠다. 이러한 강대국관계의 특성이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관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일본, 러시아, 남북한 등에 미치는 영향들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한반도 관련국들의 경쟁적인 이익 추구 행위를 포커 게임에 비유한다면, 최근 게임의 핵심요소들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수 교체 (player change), 규칙 수정 (rule change), 판돈 상향 (stake change) 등으로 인해 대한반도 정책의 새판짜기 가 진행되고 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해부터 남북한과 이웃국가 중 일 러의 지도자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고 미국 대통령이 재선됨으로써 한반도 관련국들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고, 그에 따라 대내외 정책의 조정이 진행중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리를 만들기도 하므로 새로운 인물의 특성에 따라 리더십의 향방이 바뀌고 있다. 둘째, 게임규칙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충돌할 수밖에 없으나, 선수들의 입장이 바뀌면 게임규칙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대북 제재를 거부하던 중국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벌칙 규정을 긍정적으로 해석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의 북한 지원은 계속되겠지만,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커지면서 게임의 규칙은 강화될 듯하다. 셋째, 국제 사회가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량의 식량, 비료, 연료 등을 제공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마친 북한에게 향후 지불해야 하는 핵포기 댓가는 비교할 수 없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새판짜기 흐름 속에서 www.koreaexim.go.kr / 25

수은북한경제 / 2013년 가을호 북한이 변화를 거부하고 이전의 고립과 도발을 지속한다면, 향후 한반도 관련국 들은 북한의 존속 형태 보다는 남북한 통일 형태를 통해서 더 큰 혜택을 누리고자 할 것이다. 결국 모두의 판돈이 커지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광복은 아직 미완성이다. 68년전 일제의 지배로부터 벗어났지만 그와 함께 강대국에 의한 분단관리 구도에 편입되어 여전히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이 흐르는 세월동안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체제 덕분에 아직 또 다른 전쟁을 겪지는 않았다. 동맹체제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필수요소가 되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 미래건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비전의 목표는 광복의 완성이고 그것은 통일을 필요로 한다. 통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은 지난 68년의 세월 동안 충분히 입증되어왔다. 그러므로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피동적으로 접근한 다면 통일은 여전히 먼 얘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권 차원의 구호에 멈추지 않고 실질적인 현실 변화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려면 급변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 및 경제 환경의 특성을 간파 하고 그에 부합하는 포괄적 정책수단들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안보이익과 경제 이익이 더욱 더 긴밀히 연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더욱 더 정치( 精 緻 )한 그리고 동시에 장기적인 전략 시각을 필요로 한다. 앞에서 고찰 했듯이, 현재 시점에서 살펴본 동북아 지역의 안보 경제 환경은 한반도 신뢰 프로 세스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관계의 변화에 따른 동북아 질서의 변동 과정에서 한국은 각각의 현상에 대응 하는 대증( 對 症 ) 처방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고 동북아 지역의 체질이 개선되도록 대인( 對 因 ) 처방을 병행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원활할 작동을 위해 전략적인 사고가 더욱 절실하다. 26 /

기획논단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환경 분석 <참고문헌> 김근식, 김정은 체제의 대미 핵전략과 북핵문제, 한반도포커스, 제23호, 2013년 5-6월호. 김시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의의 및 추진과제, KDI 북한경제리뷰, 9월호, KDI, 2009. 김중호, 김정은 체제의 개혁 개방 가능성, 신아세아, Vol. 19, No. 3, 신아시아연구소, 2012. 김중호, 북한과 중국은 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가? 기로에 선 북중관계, 중앙북스, 2013. 김현욱, 신정부의 한미동맹: 현황과 과제, 주요국제문제분석, 국립외교원, 2012. 민족21, 북,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 수립, 제119호, 2011.2.1. 박희진, 중국의 동북지역개발과 북한 경제운용의 변화, 수은북한경제, 가을호, 한국수출입은행, 2011. 세종연구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 파생효과와 개선방향, 정책보고서 2013-3, 통권 제74 호, 2013. 유민호, 미 중 일 러의 에너지대전: 천연가스 매개로 동맹구조 재편 한창, 월간조선, 6월호, 2013. 유웅조, 미일 동맹 강화, 주변국의 우려, 그리고 한국의 대응과제, 이슈와 논점, 제 654호, 국 회입법조사처, 2013. 이상숙, 시진핑-김정은 시대의 북중 관계 전망, 주요국제문제분석, 국립외교원, 2012. 이장훈, 중국 vs 일본, 메콩강 대전, 월간중앙, 9월호, 미디어중앙, 2013. 전봉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추진과제, 주요국제문제분석, 국립외교원, 2013. 전홍택, 이영섭, 동북아 경제협력과 남북한 경협의 연계, KDI 정책포럼 제257호, KDI, 2013. 최 강, 북한의 대화국면 전환과 그 함의: 강요된 선택인가, 치밀한 전술적 노림수인가? Issue Brief, No. 65, 아산정책연구원, 2013. 통일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2013. 8. Baldwin, David A. ed. Neorealism and Neoliberalism: The Contemporary Debate. N.Y.: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Cheon, Seongwhun. Trust - The Underlying Philosophy of the Park Geun-hye Administration. Korea Chair Platform, CSIS, May 6, 2013. Kim, James. Budget Driven Defense: Implications of Potential Shifts in US Defense Posture for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Asia-Pacific in the Coming Decade. Issue Brief No. 71,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September 24, 2013. Ku, Yangmo. "The Emergence of Deng Xiaoping in North Korea? - Determining the Prospects for North Korean Economic Reform." Yale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Summer 2013. Lee, Chung Min. "The Park Geun-hye Administration'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Challenges." Korea Chair Platform, CSIS, May 1, 2013. McCain, Roger A. Game Theory and Public Policy. Northhampton, Mass.: Edward Elgar, 2009. www.koreaexim.go.kr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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