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포용정책의평가 : 성과와한계 김영호 ( 성신여대정외과교수 ) 서론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은노무현정부의출범과함께역사학적연구의대상이되었다. 그러나노무현정부는대북포용정책을계승, 발전시켜나가겠다는입장을갖고있을뿐만아니라포용정책의성과와한계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는점에서포용정책은여전히정책적의미를갖고있다고할수있다. 또한한반도의상황은여타지역과는달리아직도냉전형성기의질서가여전히유지되고있기때문에그동안제시된대북정책들에대한비교, 연구는현재적의미를갖고있다고할수있다. 지금까지제시된어떠한대북정책보다도포용정책은많은이론적논쟁을불러일으켰다는점에서포용정책의이론적가정과구체적정책들에대한평가는향후대북정책의입안및집행과정에많은시사점을던져줄것이다. 김대중정부는분단이후최초로남북정상회담의개최에성공했을뿐만아니라비무장지대를관통하는경의선과동해선을연결시켰다. 또한남북국방장관회담이최초로개최되었고, 9차에걸친장관급회담이개최되었다.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해결등과관련된남북협상을통하여남북경제협력활성화를위한법적, 제도적장치들이마련되었다. 1) 그결과남북교역량은 1998년 2억달러에서 2002년약6억달러로증가하였다. 또한금강산관광을제외하고도인적교류는과거보다 20배이상증가하였고, 6차례의이산가족상봉이실현되었다. 이처럼김대중정부의대북포용정책은그이전의어떤정부보다도남북한사이의활발한교류와협력에기여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러한기능적차원에서남북한사이의교류와협력의증가가대북포용정책이정책성공의지표로내세운북한의변화에어느정도기여했는지는아직도미지수로남아있다. 이글은김대중정부 5년의대북포용정책의성과와한계를두가지측면에초점을맞추어분석하는데그목적이있다. 우선이글은대북포용정책의이론적근거와전략적발상을비판적으로분석하는데그목적이있다. 포용정책은햇볕정책이라고하는이솝우화에기초한강력한수사적표현과동시적으로흔히사용되었기때문에이글은포용과햇볕이라는개념들의의미, 이개념들과구체적정책들의상호연관성등을비판적으로살펴볼것이다. 대북포용정책혹은햇볕정책은기존의여타대북정책의한계점을극복하기위해제시되었기때문에양자에대한비교, 분석은대북포용정책에대한평가뿐만아니라향후대북정책을평가하는데에도많은기여를할것이다. 다음으로이글은김대중정부가대북포용정책의궁극적인목표로내세운 한반도냉전구조해체 전략을비판적으로검토하는데그목적이있다. 특정구조의해체는구조의성격과특징에대한정의없이는이루어지기매우어렵다. 또한구조의성격에따라서는구조의해
체라는정책적목적을달성하는것이매우어려울수도있을것이다. 원래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은포용과햇볕이라는개념을통하여북한이라는행위자에초점을맞추었지만, 1999 년초부터구조라는개념을정책적으로도입하기시작하면서남북한과그주변의국가자들이상호작용하여만들어내고그들이일부를구성하는환경인구조를적극적으로변화시키려는정책적노력을구체화시켰다. 이글은김대중정부의이러한노력이이론적으로어느정도타당성을갖고있고, 정책적으로어느정도실질적인성과를거두었는지를비판적으로살펴볼것이다. 결론적으로이글은포용정책이향후대북정책수립에어떠한시사점을던지는지를지적할것이다. 포용과햇볕정책의평가김대중정부의대북포용정책은개념적으로많은논란을불러일으켰다. 2) 포용이라는용어는한국이북한에대해일방적으로어떤시혜를베푸는뜻으로오해될수있다. 포용은원래영어 engagement의번역어이지만, 이경우포용은영어로 embracement, appeasement 혹은 accommodation에가깝다고할수있다. 그렇기때문에햇볕정책의전략가들은포용이라는용어가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이갖고있는안보적측면을과소평가할우려가있다는점을지적하고있다. 따라서포용보다는햇볕이라는용어가대북지원책과상호주의를포함하고있는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을더욱잘표현하고있다는주장도있다. 나아가포용, 햇볕, 냉전구조해체등과같은정책을포괄적으로김대중독트린으로불러야한다는주장이제기되기도했다. 이러한정책입안과집행초기의개념적논란에도불구하고지난 5년간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은이러한논의들을경험적으로평가해볼수있는역사적근거를제공하고있다. 지금까지대북정책논란의핵심은포용과햇볕투사의대상이되는북한에대한인식으로부터출발했다. 우선포용정책은북한이변화하지않을것이라는북한불변론을부정한다. 미소냉전대결당시미국내에서도소련불변론에기초하여냉전의종식을위해서는전쟁도불사해야한다는롤백전략이제기되기도했다. 따라서포용정책은전쟁을통한대북한롤백정책을부정하고평화적방식에의해북한의변화를유도하겠다는전략이다. 포용정책에의한이러한북한변화의추진방식은기존의대북한봉쇄전략과큰차이가없어보인다. 그러나포용정책의전략가인임동원은북한의조기붕괴론이설득력이없다는데에서포용정책의근거를발견한다. 3) 북한의붕괴가임박했다고한다면봉쇄정책이북한의붕괴를촉진시키는데도움이되겠지만, 냉전의종식에의한사회주의권의붕괴, 김일성사망, 식량난을비롯한경제적어려움에도불구하고조기붕괴의조짐이보이지않는다는것
이다. 또한봉쇄와포용과달리북한을철저히무시하는불개입정책은북한의핵무기와미사일개발때문에비현실적이라는것이다. 나아가북한의극심한식량난은인도주의적문제를야기시킴으로써대북한불개입정책은더이상지탱될수없다는것이다. 임동원의주장을통해볼때김대중정부의포용정책은롤백정책, 불개입혹은무시정책과는명백히구분되지만, 봉쇄정책과의차별성은분명하게드러나지않는다. 미국의경우에서보는것처럼봉쇄정책은장기적인전략이며어떤면에서수동적인측면을갖고있는전략이다. 4) 이러한특징을갖는봉쇄정책을대외정책적결정이여론의영향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는민주주의국가에서장기간에걸쳐추진한다는것은많은어려움을안고있다. 그동안한국의역대정부들도대북한봉쇄전략이안고있는이러한문제점들을인식하고봉쇄정책의기본틀을훼손시키지않는범위내에서일정한변화를가미시켜왔다. 중국과소련과의외교관계정상화를통해대북한압력을증가시켜북한의대남및대외정책의변화를유도하려고했던노태우정부의북방정책은그대표적인예라고할수있다. 미국의경우도중국과의외교관계개선이라는일종의쐐기전략을통해서미소관계를개선할수있는대외적환경을만들어나가면서기존의봉쇄정책에일정한변화를가미시켰다. 이러한대외적환경의조성과함께봉쇄정책은북한의대응에따라서선별적으로대북한포용정책을추진해나간다고하는점에서무차별적이고일방적인시혜차원의대북한포용정책과는명백하게구분되는것이다. 선별적포용이라는의미를갖는영어표현은 engagement이다. 원래미국의포용정책은고립주의 (isolationism) 혹은불개입정책과구분하기위해발전된정책적용어이고, 그의미를더욱명확히하기위해서조건적포용 (conditional engagement) 혹은제한적포용 (engagement) 이라는표현을사용하기도한다. 5) 포용정책의선별성의기준은역시남북한사이의이해관계의일치여부이다. 만약특정사안에대해서남북한의이해관계가일치한다면포용정책은쉽게실현될것이다. 그런데만약남북한이서로다른사안들에관해서이해관계를갖고있고그러한사안들이일치하지않는경우에는서로다른사안들을연계시켜타협을보든지아니면여러가지사안들을일괄타결시키는방식을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 6) 이처럼포용정책내에는이미연계전략이포함되어있으며, 이전략이그동안흔히상호주의라는용어로표현되었던것이다. 연계전략과상호주의가결여된포용정책은일방적인시혜정책이거나유화정책에불과한것이다. 북한에대한일방적인지원정책이상호주의없이실시된다고하더라도그러한정책이장기
간에걸쳐시행될경우북한의대남혹은대외의존도가증가함으로써북한의대남및대외정책에일정한변화를촉발시킬수있는여건들이마련될수있을것이다. 비대칭적인상호의존의증가는궁극적으로대북한지렛대로활용될수있을뿐만아니라북한의의도를평가할수있는아주유용한정책적지표를제공하기때문에대북한포용정책의필요성을완전히부정하기는어려울것이다. 7) 그런데문제는북한역시포용정책에의한상호의존의증가가자신에게불리한방향으로작용하지않도록한국의지원과협력을선별적으로수용하고있을뿐만아니라언제든지한국혹은여타국가들에대한의존관계를파기해도체제의안전에위협이되지않도록탈퇴전략 (exit strategy) 을만들어두고있다. 달러현찰을목적으로하는금강산관광이그대표적인예라고할수있다. 따라서포용정책의과제는북한이한국과의의존관계를파기하거나탈퇴할수없도록하는전략적조건들을창출해내는것이다. 그런데포용정책과같이사용되어왔지만이용어보다훨씬더적극적인대북정책의의미를갖고있는햇볕의개념을살펴보면, 김대중정부의전략적발상은포용정책실현을위한조건을창출하는데많은관심을기울이지않았다는것을알수있다. 햇볕정책은유명한이솝우화의 북풍과태양 이라는우화에서그비유의근거를마련하고있다. 대외정책의근거를마련하기위해유추해석법 (analogical reasoning) 이널리사용되고있다. 그런데비유의소재를역사적경험에서부터찾는경우가대부분이지만햇볕정책의경우그근거를비역사적인우화에서찾고있다는것이특징이다. 그결과북한은이솝우화의나그네와는완전히다르다는사실이비유를통한현실적정책의도출과정에서간과되고있다. 우화속의나그네는햇볕에대해서극히제한된방어수단을갖고있을뿐이다. 이와달리북한은상당한재래식무기뿐만아니라대량살상무기를공격과억지의수단으로확보하고있다. 따라서김대중정부가의도한대로북한을지속적으로햇볕에노출시켜북한의변화를유도하기위해서는북한이햇볕을피해나무그늘밑이나동굴속에숨지못하도록나무를짜르고, 동굴을차단하는조치들을취해야할것이다. 이처럼북한의선택의폭을제한시킬수있는조치들을취하지않으면햇볕정책은소기의목적을달성할수없을것이다. 또한이것은햇볕정책이봉쇄정책과적절한전략적조화를이루어야할필요성을보여주고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김대중정부는햇볕정책실현의구체적인전략적조건들을제시하는데성공하지못한것으로보인다. 따라서햇볕정책에원용된유추해석법은정책적선택들에대한분석이그주요목적이아니라특정정책을정당화시키고일방적으로주장하기위한수단에불과했던것으로볼수있다. 8) 포용과햇볕정책의가장중요한성과의하나로평가되는남북정상회담의공동선언문은북
핵문제에대한조항조차포함시키지못함으로써한반도평화정착을위한조건창출에실패했을뿐만아니라오히려제2차북핵위기의원인을제공하는결과를가져오고말았다. 이러한북한의정책은다양한형태의대북지원과협력사업에도불구하고여전히자신의대남혹은대외정책을크게변화시키지않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 북한의대량살상무기개발계획의지속은더욱강력한대북봉쇄정책과압력의필요성을증가시킴으로써햇볕정책이성공적으로작동하는데필요한시간적여유를완전히빼앗아가버린다는데에포용과햇볕정책의딜레마가있다. 9) 따라서햇볕정책작동자체의모멘텀을유지하기위해서라도대량살상무기를포함한안보적우려사항에대한일정한가시적인성과가필수적이었다고할수있다. 또한포용과햇볕정책은대북지원에비해서군사및안보문제에관한가시적성과가없기때문에한국및미국에서정치적지지기반을확보하는것이매우어렵게되었다. 한국이 IMF 위기를당하고경제적으로매우어려운상황에서대북포용및햇볕정책이시행되었다는사실은이정책에대한국내정치적기반의확보를원래부터매우어렵게만들었다고볼수있다. 물론금강산육로관광및경의선, 동해선통과를위한군사분계선개통은분단의벽을허문다는점에서매우중요한상징적의미를갖고있지만북한이언제든지자신의필요에따라서통과를금지시킴으로써탈퇴전략을쓸있다는점에서뚜렷한한계점을가질수밖에없다. 이러한문제점들은북한의의도를정확하게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노무현정부가대북정책을입안하고시행하는데많은시사점을던져줄것이다. 한반도냉전구조의정의와해체문제김대중정부의포용정책은김대중대통령의취임사에서천명된대북 3대원칙중하나인 북한흡수통일반대 에서알수있는것처럼북한체제의변화를추진하겠다는것이아니라북한의대남및대외정책에일정한변화를유도하겠다는데초점이맞추어져있다. 그런데김대중정부는집권 1년이지난 1999년초부터한반도냉전구조해체라는정책적목표를제시함으로써포용정책달성을위한대외적환경조성에적극적으로나섰다. 이러한정책은유럽의냉전종식과한반도차원의냉전지속이라는불일치현상을이론적으로해명하고정책적으로해소하기위한과정에서김대중정부의전략가들에의해제시되었다. 임동원은냉전구조해체를촉진시킬수있는요인들로서남북한사이의화해와협력, 완전한교차승인의실현, 북한개방과개혁에유리한조건의창출, 대량살상무기의제거, 정전협정의평화체제로의전환등을제시하고있다. 10) 이것은요인들을나열한것에지나지않고구조자체의엄밀한정의라고볼수없다. 냉전구조의해체를위해서는냉전구조자체에대한정의가먼저나름대로뚜렷한이론적근거하에서제시되어야함에도불구하고김대중정부의전략가들은햇볕의비유와마찬가지로자신들의대북정책을정당화시키기위한수사학적혹은슬로건적차원에서이용어를사용한것으로보인다.
또한냉전구조해체라는전략적발상자체에심각한문제점이있다. 한국이구조를해체하는정책을취해야한다고하는것은현재의구조로부터국가이익의추구에제약을받고있다는것을의미한다. 한국과북한중현재의구조로부터상대적으로불이익을받고있다고생각하는국가가현상타파정책을추구하게될것이고, 그렇지않은국가는현상유지정책을고수하려고할것이다. 탈냉전이후한반도의상황은북한이한국보다한반도냉전구조하에서훨씬더상대적으로불리한위치에놓여있다는것을보여주고있다. 남북한사이에벌어진국력과경제력의차이는하나의예에불과하다. 또한북한의핵개발시도는현재의구조하에서북한이전략적으로견딜수없기때문에오히려급격한군사력의균형을파괴시켜현상태를타파하려는정책으로이해될수있다. 이러한북한의현상타파정책은역설적으로지금까지의한미동맹에기초한대북한억지체제의성공적결과였다는것을보여줄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한국이현상타파국가로자처하는것은스스로에게불리할뿐만아니라북한과주변국가들로하여금더큰의구심을갖게할뿐이다. 북한은 1991년한국과유엔에동시에가입하고오히려한반도냉전구조를존속시킴으로써자신의생존을위한방편을모색하고있다. 북한의유엔가입은기존의 하나의조선정책 을폐기함으로써중요한북한의지배이념에대한포기를의미했다. 이러한사실은북한의지배이념이특정정책의지표가될수없고이미결정된행동과정책을정당화시키기위한하나의수단에불과했다는것을보여주고있다. 그러나더욱중요한사실은핵및인권문제등으로인하여유엔회원국으로서안게될많은부담이예상됨에도불구하고북한이유엔에가입한것은주권을대외적으로인정받음으로써국가의생존을보장받으려는적극적인노력의표현으로볼수있다. 취약한국가들의경우주권을인정받은국가의사망률이훨씬낮다는것이기존의경험적연구의결과이다. 11) 탈냉전이후한국에비해국력이급격하게쇠퇴하고있을뿐만아니라전통적우방국가들마저붕괴했기때문에북한은유엔동시가입이라는한반도냉전구조의존속을통해서오히려생존을모색하고있다. 북한의유엔가입의결과와마찬가지로임동원이제시하는완전한교차승인안의실현은한반도냉전구조의해체가아니라오히려냉전구조의유지와강화를의미한다는점에서이론적논란의여기를남겨주고있다. 원래한반도교차승인안은 1975년키신저에의해데탕트정책을위한삼각외교의하위정책으로서강대국들사이에주변부지역에대한현상유지적정책을통하여신뢰의구조를강화시키기위해제시된정책이었다. 이정책은노태우정부의북방정책으로인하여그일부가실현되었다. 김대중정부는미국과일본에게북한과관계를개선할것을적극적으로요구했지만북한핵문제로인하여교차승인의완결은미완의상태로남아있다. 분명한사실은교차승인안이임동원의주장과달리냉전구조의해체를의미하지않는다는것이다. 북한은제네바협정을위반하고 1998년부터우라늄농축에의한핵개발계획을비밀리에추진하기시작함으로써김대중정부가의도한것과는정반대의방향으로냉전구조를변화시키
려고시도하고있다. 햇볕정책이추진되기시작한 1998년내지는 1999년에클린턴행정부는이러한사실을파악했고, 미국에너지성은 1999년보고서에서북한의우라늄농축계획에관해서직접언급하고있다. 12) 그결과 2000년 3월클린턴대통령은제네바협정에따른미국의의무를수행하기위한예산을집행하기로결정했지만, 북한이우라늄농축핵무기계획을진행시키고핵개발능력을보유하고있지않다고확신할수없다고의회에보고했다. 북한의핵개발의혹에대한이러한산발적인정보들은 2001년하반기의대량살상무기에관해서중앙정보국이미의회에제출한보고서에종합적으로드러나고있다. 13) 이보고서는북한이우라늄농축을위해특수알루미늄과같은원심분리기관련기자재들을다량으로입수하고있고, 우라늄주입과추출에필요한설비들을이미확보했다고주장하고있다. 이보고서중비밀해제되지않은부분에는기자재들구입의상세한내용과우라늄농축계획을위한실험, 연구, 개발과관련된원조를받으려는구체적인시도들에관한것들이포함되어있다. 14) 현재북한은 2000 내지 3000기의원심분리기를파키스탄으로수입하여가동하고있는것으로알려지고있다. 15) 바그다드함락직후인 2003년 4월 10일에의회에제출된동보고서는우라늄농축설비를북한이확보한시기를공개된미국정부보고서로서는최초로 2001년도로명시하고있고, 미국은북한이이미원심분리기를건설하기시작했다는확실한증거를확보했다고주장하고있다. 나아가동보고서는북한의목적은이러한시설들이완전히가동단계에들어갈때연간 2개이상의핵무기를생산할수있는농축우라늄을만들수있는핵시설을만드는것이라고지적하고있다. 16) 이러한북한의새로운핵개발시도는김대중정부의포용정책의정책적효과를의심하게하는것일뿐만아니라남북한사이의힘의분포상태에급격한변화를가져옴으로써김대중정부의의도와는정반대의방향으로구조를변화시킬것이다. 이러한현실에직면하여김대중정부는북한의정책적전환을유도하기위한주도권을확보할수있는아무런대책을갖고있지못하다는점에서그동안진행되어온대북포용정책은뚜렷한한계를보여주고있다. 북한의핵개발에대한집착을남북협정및국제협정의위반이라고설명하는것은문제를너무단순화시킬우려가있다. 김대중정부는나름대로의냉전구조에대한정의를내리고있지는못하지만, 북한의대남및대외정책이구조적힘의규정력에의해좌우되고있다는
사실을강조하기위해 한반도냉전구조의해체 라는또다른정책을제시한것으로보인다. 17) 국제정치이론에서체제는구조와행위주체로구성된다. 18) 따라서한반도냉전구조는한국과북한이라는두행위주체와함께한반도냉전체제를형성한다고볼수있다. 이때구조의특징은행위주체들의상호작용의성격에의해결정될것이고, 그결과행위주체들은구조의작동에의해자신들의행위를제약받게될것이다. 구체적으로한반도의냉전구조란한국과북한이라는두개의분단국가의상호작용에의해형성된것이고, 일단형성된구조는남북한의행위에영향을미칠것이다. 이러한냉전구조의성격이일단밝혀지면남북관계에내재된많은문제점들을해결할수있는일종의열쇠를쥐게될것이라는믿음이김대중정부의전략가들의사고를근저를흐르고있다고볼수있다. 19) 한반도냉전구조의가장중요한특징의하나는 이중의무정부상태 라고할수있다. 20) 여기서이중성은남북한사이의상호작용을통하여구성되는무정부적구조와남북한과여타의주변국가들사이의상호작용을통해서형성되는무정부적구조의양차원을말한다. 우선후자의구조적특징은흔히국제정치에서말하는중앙정부가존재하지않는무정부상태를의미한다. 다음으로전자의구조적특징은남북한사이에한반도전체에대해주권의독점여부를두고벌어지는대결과정을통해형성되었고, 한국전쟁과그이후의적대적인상호작용에의해더욱강화되었다. 남북한사이의적대성은타방의존재자체를직접적으로위협하고있다는점에서그강도면에서후자의구조적현실에서존재하는국가들사이의적대성과질적인차이를보여준다. 만약이런식으로한반도냉전구조를정의한다면김대중정부가제창한구조의해체는한국과북한중어느한행위주체의소멸에의해비로소가능하게될것이다. 세계적차원의냉전체제는소련이라는행위주체의붕괴에의해해체되었다. 그런데이미지적한바와같이김대중정부의정책노선은흡수통일배제원칙을표명하고있기때문에북한체제의변화혹은붕괴를원치않는다. 그렇다고한다면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노선은행위주체의소멸을매개로하지않는구조의해체를주장하고있다는점에서논리적일관성과현실적가능성을갖고있지못한것으로보인다. 그럼에도불구하고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은지금까지구체적으로제시되지못한구조의성격들이그정부의전략가들에의해사후적으로더욱정교한정의가이루어질경우새로운차원에서재해석될여지를여전히남겨두고있다고
할수있다. 또한김대중정부의냉전구조는구조의사회적측면을강조하고있다는사실을알수있다. 21) 남북한의적대적상호작용의결과남북한내부에견고하게뿌리를내리고있는냉전적사고방식, 법적및제도적장치들을들수있다. 이러한사회적구조의문제점들은남북관계뿐만아니라한국과북한내부에각각여러가지정치사회적으로부정적인결과들을가져왔다. 22) 또한이러한적대적인이념구조의재생산은한국이대북정책을추진함에있어서북한체제와주민의분리를매우어렵게만들었다. 이점에서한국의상황은서독이동독체제와주민의분리에대한이론적근거를마련하여동방정책을일찍이추진했던것과는좋은대조를이룬다. 김대중정부의대북정책은대북체제와주민을분리할수있는계기를부여했다는점에서긍정적인측면이있는것이사실이다. 그러나김대중정부는정책입안과정과시행과정에서국내정치적합의기반을구축하는데소홀히함으로써대북정책을둘러싸고한국내부에서심각한갈등양상이전개되는결과를초래하고말았다. 물론이러한갈등양상은한국사회의민주화과정의자연적인결과라고할수있겠지만, 김대중정부의노력여하에따라서는이러한갈등적측면은상당히완화될수있었을것이다. 이에비해대북포용정책이북한사회에미친영향은분명히심대할것이지만, 아직까지그구체적인결과를가늠하기어렵다고할수있다. 한국인의북한왕래과정에서북한주민을직접접촉할수있는기회를증대시킨다고한다면이러한접촉은한반도냉전구조의사회적측면이안고있는문제점들을완화시키는데지대한기여를할것이다. 김대중정부의냉전구조해체방안은구조를나름대로정의하지못한데문제점이있지만, 구조적논의자체가안고있는근본적인이론적문제점을지적하지않을수없다. 특정의방식으로구조를정의할경우현실은구조의틀을통해서제한된형태로포착될수있을뿐이다. 이경우구조는왜곡된현실을반영할가능성이매우높다고할수있다. 따라서냉전구조에대한정의가정책적으로실질적인의미를갖기위해서는구조를통해현실이왜곡되지않고포괄적으로수용되어야할필요가있다. 그렇게될경우사회적구조의정의에서보는것처럼너무나많은부분이구조의개념에수용됨으로써구조의정의자체가매우어렵게될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구조의개념정의를통해서남북관계라는난제를풀기위한일종의마스터키를찾으려는노력은계속될것이라는점에서김대중정부의사례는향후의이론적, 정책적연구에많은시사점을던져줄것이다. 결론패션혹은자동차디자인과달리국제정치에서새로운정책이항상국가이익의증진에도움이되는것은아니다. 새로운정책에대한선호는전날심어둔씨앗이얼마나자랐는지를
보기위해뿌리를매일빼어봄으로써결국작물을시들어죽게만들고마는농부의행위에비유될수있다. 23) 민주주의국가에서신정부는지도자의위상을높이고유권자들의지지를높이기위해새로운정책을제시하려고시도한다. 김대중정부의대북포용정책도그러한측면에서이해될수있을것이다. 특히김대중정부는한국전쟁이후또다른전쟁이발발하지않은것이마치대북포용정책의성과인것처럼주장하지만이것은지나치게과장된주장에불과하다. 한국전쟁이후김대중정부의정책이실시된것은 5년에불과할뿐이다. 그이전시기부터추진되어온한미동맹체제에기초한대북봉쇄정책이전쟁재발에지대한공헌을했다는것은부정될수없는사실이다. 오히려대북포용정책은군사및안보문제들에대한상호성을결여함으로써제2차북핵위기를불러왔다는점에서김대중정부당시의남북관계는폭풍전야의고요함에비유될수있을것이다. 또한김대중정부는이전정부들에비해서자신들의대북정책이갖고있는단절성을지나치게강조함으로써정책시행과정에서여러가지부정적인결과들을가져왔다. 그동안핵문제에관해서는한반도비핵화선언을기점으로하여제네바합의에도이선언을포함시킴으로써한국정부의정책적연속성을확보하려는노력이계속되어왔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에는북핵문제에관한조항이포함되지않음으로써김대중정부는차기정부에게매우부정적인유산을남겨주었다. 향후또다시남북정상회담이이루어진다면그발표문에반드시한반도비핵화에관한조항을삽입해야된다는국내정치적요구가매우거세질것이다. 이때북한은 6.15공동선언을내세워남북한사이에북핵문제의논의를거부할경우제2차정상회담에관한의제조정작업이매우어렵게될뿐만아니라정상회담자체의개최에도부정적인영향을미치게될것이다. 봉쇄정책과달리김대중정부의대북포용정책은북한체제에대해서외부세계가영향력을행사할수있는정도에대해서과도한확신을갖고있다. 사실외부의어떤국가가북한체제의생존과안정을유지, 보장해주거나혹은변화를촉진시키는데에는뚜렷한한계점이있을수밖에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김대중정부가북한체제의미래에대해서상당한영향력을행사할수있을것으로주장한다면그것은국가안보와는직접적인관계가없는정치적목적을위한것이라고볼수밖에없다. 과거북한조기붕괴론등을둘러싼논쟁이그대표적인예이다. 이처럼북한체제의미래에대해서특정의입장을갖는다는것은국가안보의목적과는다른목적을진작시키기위한경우가허다하다. 따라서대북정책과관련하여한국이할수있는것은매우제한되어있다는사실을인식하고한국의국력의한계성을인식하고그범위내에서남북관계의개선방향도설정되어야할것이다. 최근불거지고있는대북경제지원과관련된스캔들은이러한한계에대한인식의부재에서비롯된것으로볼수있다. 마지막으로김대중정부의포용정책이남긴교훈은특정의정책적슬로건을내세우는것이중요한것이아니라특정정책에대한나름대로의뚜렷한철학적, 이론적근거를갖고정책을입안하고추진해나가는것이절실히요청되고있다는점이다. 또한남북관계에대한역
사적연구를통하여어떠한조건하에서남북한사이의화해와데탕트가가능했는지를살펴봄으로써그러한조건들을창출할수있는구체적인정책적대안들을마련하려는노력이매우중요하다고할수있다. 따라서노무현정부는대북정책입안과수행과정에서지난정부들과의차별성보다는연속성에유념할필요가있다. 그렇게할경우이전한국정부들에의해서추진되어온대북정책의긍정적및부정적성과들은노무현정부의대북정책실현의중요한자산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