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 결 사건 2017 도 402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증재등 )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검사 변호인변호사김선관, 홍명기, 장주연 ( 국선 )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2. 23. 선고 2016 노 2860 판결 판결선고 2018. 5. 17. 주 문 원심판결중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부분을파기하고, 이 부분사건을서울고등법원에환송한다. 검사의나머지상고를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판단한다. 1. 사건의개요와쟁점 가. 이사건의주요경위는아래와같다. - 1 -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소유인서울금천구 ( 주소생략 ) 에있는 지하 1층 호 ( 이하 이사건부동산 이라한다 ) 를 13억 8,000만원에매도하는계약 ( 이하 이사건매매계약 이라한다 ) 을체결하였다. 피고인이계약당일계약금 2억원, 2014. 9. 20. 중도금 6억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필요한서류와상환으로잔금 5억 8,000만원을지급받고 2014. 11. 30. 까지피해자들에게이사건부동산을인도한다는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피해자들로부터계약당일 2억원, 2014. 9. 30. 중도금 6억원을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 이하 공소외 4 등 이라한다 ) 에게이사건부동산을매매대금 15억원에매도하고 2015. 4. 17. 그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주었다. 나. 이사건공소사실은피고인의위와같은행위가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죄에해당한다는취지이다. 이에대하여원심은, 피고인이배임죄의주체인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의지위에있다고보기어렵고, 배임의고의나불법이득의사가인정된다고단정하기어렵다는이유로, 이부분공소사실을무죄로판단하였다. 다. 이사건의쟁점은이른바 부동산이중매매 를한매도인에게배임죄가성립하는지여부이다. 2. 부동산을이중으로매도한매도인에게배임죄가성립하는지가. 형법제355조제2항의배임죄는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가그임무에위배하는행위를하여재산상이익을취득하거나제3자로하여금이를취득하게하여본인에 - 2 -
게손해를가한때성립하는범죄이다. 그본질은신임관계에기초한타인의신뢰를저버리는행위를하여그타인에게재산상손해를입히는데에있다. 따라서배임죄의주체로서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라고하려면타인과의내부적인관계에서신의성실의원칙에비추어타인의사무를처리할신임관계에있게되어그신임관계에기초하여타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에있는사람이어야한다. 그사무의처리가오로지타인의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만을내용으로할필요는없고, 자신의이익을도모하는성질을아울러가진다고하더라도타인을위한사무로서의성질이부수적 주변적인의미를넘어서중요한내용을이루는경우에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등참조 ). 배임죄의구성요건행위인 ' 그임무에위배하는행위 란처리하는사무의내용, 성질등구체적상황에비추어법률의규정, 계약의내용혹은신의칙상당연히할것으로기대되는행위를하지않거나당연히하지않아야할것으로기대되는행위를하여본인과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일체의행위를말한다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등참조 ). 나. 부동산매매계약에서계약금만지급된단계에서는어느당사자나계약금을포기하거나그배액을상환함으로써자유롭게계약의구속력에서벗어날수있다. 그러나중도금이지급되는등계약이본격적으로이행되는단계에이른때에는계약이취소되거나해제되지않는한매도인은매수인에게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해줄의무에서벗어날수없다. 따라서이러한단계에이른때에매도인은매수인에대하여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하여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할신임관계에있게된다. 그때부터매도 - 3 -
인은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고보아야한다. 그러한지위에있는매도인이매수인에게계약내용에따라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해주기전에그부동산을제3자에게처분하고제3자앞으로그처분에따른등기를마쳐준행위는매수인의부동산취득또는보전에지장을초래하는행위이다. 이는매수인과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행위로서배임죄가성립한다 (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 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 도1814 판결등참조 ). 다. 그이유는다음과같다. (1) 앞서본바와같이배임죄는타인과그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여야할신임관계에있는사람이신뢰를저버리는행위를함으로써타인의재산상이익을침해할때성립하는범죄이다. 계약관계에있는당사자사이에어느정도의신뢰가형성되었을때형사법에의해보호받는신임관계가발생한다고볼것인지, 어떠한형태의신뢰위반행위를가벌적인임무위배행위로인정할것인지는계약의내용과그이행의정도, 그에따른계약의구속력의정도, 거래의관행, 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 신뢰위반의정도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타인의재산상이익보호가신임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었는지, 해당행위가형사법의개입이정당화될정도의배신적인행위인지등에따라규범적으로판단해야한다. 이와같이배임죄의성립범위를확정함에있어서는형벌법규로서의배임죄가그본연의기능을다하지못하게되어개인의재산권보호가소홀해지지않도록유의해야한다. (2) 우리나라에서부동산은국민의기본적생활의터전으로경제활동의근저를이루고있고, 국민개개인이보유하는재산가치의대부분을부동산이차지하는경우도상 - 4 -
당하다. 이렇듯부동산이경제생활에서차지하는비중이나이를목적으로한거래의사회경제적의미는여전히크다. (3) 부동산매매대금은통상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나뉘어지급된다. 매수인이매도인에게중도금을지급하면당사자가임의로계약을해제할수없는구속력이발생한다 ( 민법제565조참조 ). 그런데매수인이매도인에게매매대금의상당부분에이르는계약금과중도금까지지급하더라도매도인의이중매매를방지할보편적이고충분한수단은마련되어있지않다. 이러한상황에서도매수인은매도인이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줄것으로믿고중도금을지급한다. 즉매수인은매도인이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줄것이라는신뢰에기초하여중도금을지급하고, 매도인또한중도금이그러한신뢰를바탕으로지급된다는것을인식하면서이를받는다. 따라서중도금이지급된단계부터는매도인이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하는신임관계가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된다. 이러한신임관계에있는매도인은매수인의소유권취득사무를처리하는자로서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하게된다. 나아가그러한지위에있는매도인이매수인에게소유권을이전하기전에고의로제3자에게목적부동산을처분하는행위는매매계약상혹은신의칙상당연히하지않아야할행위로서배임죄에서말하는임무위배행위로평가할수있다. (4) 대법원은오래전부터부동산이중매매사건에서, 매도인은매수인앞으로소유권이전등기를마칠때까지협력할의무가있고, 매도인이중도금을지급받은이후목적부동산을제3자에게이중으로양도하면배임죄가성립한다고일관되게판결함으로써그러한판례를확립하여왔다 (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대법원 2005. - 5 -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등참조 ). 이러한판례법리는부동산이중매매를억제하고매수인을보호하는역할을충실히수행하여왔고, 현재우리의부동산매매거래현실에비추어보더라도여전히타당하다. 이러한법리가부동산거래의왜곡또는혼란을야기하는것도아니고, 매도인의계약의자유를과도하게제한한다고볼수도없다. 따라서기존의판례는유지되어야한다. 라. 한편부동산의매도인이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까지수령한후제3자와새로운매매계약을체결하고제3자앞으로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주었다면, 당초의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되었다거나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된것으로믿었고그믿음에정당한이유가있다는등의특별한사정이없는한매도인에게배임의범의가인정된다 (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등참조 ). 3. 원심의판단원심은다음과같은이유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부분공소사실을유죄로인정한제1심판결을파기하고무죄를선고하였다. 가. 부동산이중매매의경우매도인이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을지급받았더라도구체적인사안에따라서는배임죄의주체인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라고보기어려운경우가있다. 나. 매도인인피고인은이사건매매계약에따라피해자들로부터중도금을수령하였고, 그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된것으로보기는어렵다. 그렇더라도아래의사정등 - 6 -
을고려하면, 피고인이이중매매를할당시피해자들과의신임관계에비추어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의지위에있었다거나피고인에게배임의범의나불법이득의의사가인정된다고단정하기어렵다. (1) 피해자들은이사건부동산에서식당영업을하기위하여이사건매매계약을체결하였고, 피고인도이를알고있었다. (2) 피고인은이중매매당시, 이사건부동산임차인과의분쟁으로피해자들에게이사건부동산을인도할수없는처지에있었고, 피해자들은피고인입장에서수용하기어려운손해합의금을요구하면서요구조건이받아들여지기전까지는소유권을이전받지않으려고하였다. (3) 따라서피고인과피해자들사이에이사건매매계약에따른소유권이전에관한신뢰와기대, 신임관계가유지되고있었다거나피고인에게피해자들의소유권취득에협력할신의칙상의무가있었다고단정하기어렵다. 4. 대법원의판단가. 원심판결이유및적법하게채택된증거들에의하면, 다음과같은사실을알수있다. (1) 피고인은피해자들과이사건매매계약을체결하고, 계약당일 2억원, 2014. 9. 30. 중도금 6억원을지급받았다. 피고인은잔금지급기일인 2014. 11. 30. 이지나도록임차인으로부터이사건부동산을반환받지못하여, 피해자들에게이사건부동산을인도하지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잔금지급기일이지나도이사건부동산을인도받지못하자 2014. 12. 17. 경피고인에게통고서 ( 이하 이사건통고서 라한다 ) 를보냈다. 그내용은 피고 - 7 -
인이요구조건 ( 인도유예기간 3개월동안예상수익월 2,025만원내지 2,430만원씩의비율에의한돈을매매대금잔금에서공제하는내용등 ) 을받아들이지않으면이사건매매계약을해제하고원상회복으로계약금, 중도금과특별손해까지청구하겠으니 2014. 12. 31. 까지결정하라 는것이다. (3) 피해자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전화로 소유권을주시면임차인과의소송은피고인이마무리해주실거예요?, 이사건통고서를보낸변호사에게, 최종목적은부동산매매이고, 일단은합의가우선이니, 해지는보류하고일단기다리라고말했다, 나도실리를추구하는사람인데, 매매계약을파기할거면진즉에했지, 여태까지기다렸겠느냐 는취지로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이사건부동산을매매대금 15억원에매도하고 2015. 4. 17. 그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주었다. (5) 피고인은, 이사건부동산을이미공소외 4 등에게매도한이후인 2015. 4. 14. 경피해자공소외 6과통화를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이사건부동산을매도한사실을말하지는않으면서, 이사건매매계약을없던일로해주었으면좋겠다 고말하였고, 피해자공소외 6은 그거는아니라고말씀을드렸다, 다음주에소유권이전해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원으로해주세요 라는취지로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대금을반환하겠다고하자피해자공소외 6은이를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조건으로지금까지기다린기간에대해서잔금으로공제하는것으로말씀드렸는데무슨말씀입니까? 라고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상대로매매대금반환등을구하는소를제기하면서그소장부본송달로써이사건매매계약을해제한다는의사표시를하였다. - 8 -
나. 이러한사실관계를위법리에비추어살펴보면다음과같이판단할수있다. (1) 피해자들이피고인에게이사건매매계약에따라중도금을지급하였을때이사건매매계약은임의로해제할수없는단계에이르렀고, 피고인은피해자들에대하여그재산적이익을보호할신임관계에있게되어타인인피해자들의이사건부동산에관한소유권취득사무를처리하는자가되었다. (2) 이사건통고서의내용은, 피해자들이피고인에게요구조건을받아들일것을촉구하면서이를받아들이지않으면이사건매매계약을해제하겠다는취지일뿐, 그자체로계약해제의의사표시가포함되어있다고보기는어렵다. (3) 피고인은이사건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되지않은상태에서, 피해자들에대한위와같은신임관계에기초한임무를위배하여, 이사건부동산을공소외 4 등에게매도하고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주었다. (4) 비록피고인이당시임차인으로부터이사건부동산을반환받지못하여피해자들에게이를인도하지못하고있었고, 피해자들과채무불이행으로인한손해배상과관련한말들을주고받았다고하더라도, 이사건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되지않고유효하게유지되고있었던이상, 위와같은신임관계가소멸되었다고볼수는없다. (5) 따라서피고인의행위는피해자들과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임무위배행위로서배임죄가성립한다. 또한이사건매매계약은당시적법하게해제되지않았고, 설령피고인이이사건매매계약이적법하게해제되었다고믿었더라도그믿음에정당한사유가있다고보기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배임의범의와불법이득의의사도인정된다. 다. 그럼에도원심은이에어긋나는판시와같은이유를들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부분공소사실을무죄로판단하였다. - 9 -
따라서원심판단에는배임죄에서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범의등에관한법리를오해하여판결에영향을미친위법이있다. 이를지적하는상고이유주장은정당하다. 한편검사는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증재등 ) 부분에대하여도상고하였으나상고장이나상고이유서에이부분에관한상고이유기재가없다. 5. 결론그러므로원심판결중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배임 ) 부분을파기하고, 이부분사건을다시심리 판단하도록원심법원에환송하며, 나머지부분에대한검사의상고를기각하기로하여, 주문과같이판결한다. 이판결에는대법관김창석, 대법관김신, 대법관조희대, 대법관권순일, 대법관박정화의반대의견이있는외에는관여법관의의견이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대한대법관박상옥, 대법관김재형의보충의견, 반대의견에대한대법관김창석의보충의견이있다. 6. 대법관김창석, 대법관김신, 대법관조희대, 대법관권순일, 대법관박정화의반대의견가. 다수의견의요지는, 부동산매도인은계약금만지급된단계에서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라고볼수없으나중도금이지급되는등계약이본격적으로이행되는단계에이르면매수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할신임관계에있으므로그때부터는 '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의지위에있다고보아야하고, 그러한지위에있는부동산매도인이목적부동산을이중으로매매하는것은신임관계를저버리는것이어서배임죄에해당한다는것이다. 그러나다수의견은부동산거래에서매수인보호를위한처벌의필요성만을중시한 - 10 -
나머지형법의문언에반하거나그문언의의미를피고인에게불리하게확장하여형사법의대원칙인죄형법정주의를도외시한해석일뿐아니라, 동산이중매매와부동산대물변제예약사안에서매도인또는채무자에대하여배임죄의성립을부정하는대법원판례의흐름과도맞지않는것이어서찬성하기어렵다. 나. 형사재판의목적은여러가지가있겠지만, 피고인을포함한국민의인권을최대한보장하는것이가장중요한목적중의하나임은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형사법에규정되어있는죄형법정주의를비롯한여러가지인권보장관련규정은오랜기간수많은사람들의노력과희생으로어렵게획득한역사적산물로서반드시지켜야할헌법적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의하면, 형벌법규는문언에따라엄격하게해석적용하여야하고피고인에게불리한방향으로확장해석하거나유추해석하는것은허용되지아니한다는것이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 8335 전원합의체판결등참조 ). 죄형법정주의는당연히명확성의원칙을전제로하고있다. 즉범죄와형벌은입법부가제정한형식적의미의법률로규정하는것을그핵심적내용으로하고, 나아가그법률조항이처벌하고자하는행위가무엇이며그에대한형벌이어떤것인지를누구나예견할수있고그에따라자신의행위를결정할수있도록구성요건을명확하게규정할것을요구한다. 그러므로형벌법규를해석할때에는그입법목적이나전체적내용, 구조등을살펴보아사물의변별능력을제대로갖춘일반인의이해와판단으로서구성요건요소에해당하는행위유형을정형화하거나한정할합리적인해석기준을찾을수있어야명확성의원칙에반하지않는다고할수있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 11 -
2003도3600 판결등참조 ). 그러니형벌법규는명확성의원칙에맞게제정되어야할뿐아니라, 마찬가지로명확성의원칙에맞게해석하여야만죄형법정주의의원칙에부합한다고할수있다. 그리고법원은형사정책상의처벌필요성, 민사적구제수단의불비를보완할정책적필요성, 국민의비난여론등을핑계로형벌법규의구성요건에명확히해당하지않는데도불구하고쉽게구성요건에해당하는것으로포섭하려는태도를지양하여야한다. 다. 배임죄에관하여형법제355조제2항은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가그임무에위배하는행위로써재산상의이익을취득하거나제3자로하여금이를취득하게하여본인에게손해를가한때에도전항의형과같다. 라고규정하고있다. 위규정에의하면배임죄의구성요건은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임무에위배하는행위, 손해 를핵심적인요소로한다. 그것들하나하나를명확하게해석하여야하고, 확장해석이나유추해석을하여서는아니됨은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위배하는행위 가무엇인가에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사무의내용, 성질등구체적상황에비추어법률의규정, 계약의내용혹은신의칙상당연히할것으로기대되는행위를하지않거나당연히하지않아야할것으로기대하는행위를함으로써본인과사이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일체의행위를포함하며그러한행위가법률상유효한가여부는따져볼필요가없다. 라고한다 (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등참조 ). 이와같이판례는배임죄에서의 임무에위배하는행위 를매우폭넓게정의하고있다. 신의칙 이나 신임관계 라는개념자체가일의적으로확정할수없는추상적개념인데다가거의모든계약관계에서는상대방을배려할신의칙상의무를부담하게되므로, 자칫계약관계 - 12 -
에있는당사자사이에서단순한채무불이행에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책임조차인정되지않는사안임에도쉽게신의칙에기대어배임죄가성립한다고볼위험이있다. 그래서인지다수의견은계약당사자사이에어느정도의신뢰가형성되어야형사법에의해보호되어야할신임관계가발생하였다고볼것인지, 어떠한형태의신뢰위반행위를가벌적인임무위배행위로볼것인지는계약의내용과그이행의정도, 그에따른계약의구속력의정도, 거래의관행, 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 신뢰위반의정도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타인의재산상이익보호가신임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었는지, 해당행위가형사법의개입이정당화될정도의배신적인행위인지등에따라규범적으로판단하여그범위를확정하여야한다는취지로설시하면서도, 뒤이어형벌법규로서의배임죄가그본연의기능을다하지못하게되어개인의재산권보호가소홀해지지않도록유의해야한다는판시를덧붙이고있다. 이러한다수의견의판시는 임무에위배하는행위 의내용은과연무엇이며그범위는어디까지인지를도저히확정할수없는불명확한개념으로전락시켜버렸고, 법원이자의적으로판단할수있다는선언을한것으로이해될우려가있다. 이사건에서원심이인정한사실에의하면, 피고인과피해자들은임차인의부동산인도거부로인해매매계약의목적달성이빠른시일내에이루어지기어려운상황에처함에따라부동산인도나소유권이전보다는계약관계의종료방법과손해배상의범위에관한의견이첨예하게대립되는관계에있었는데, 다수의견은이러한관계에서도피고인과피해자들사이에소유권이전을위한신임관계가인정된다고함으로써위와같은비판을피할수없게되었다. (2) 한편대법원은배임죄에서 본인에게손해를가한때 라고함은재산적가치의 - 13 -
감소를뜻하는것으로서이는재산적실해를가한경우뿐만아니라실해발생의위험을초래한경우도포함하는것이고, 손해액이구체적으로명백하게확정되지않았다고하더라도배임죄의성립에는영향이없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등참조 ) 고판시함으로써범죄의성립범위를넓게보고있다. 이에따라손해에상응하는재산상이익의일정한액수그자체를가중적구성요건으로규정하고있는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의적용범위또한확대될가능성이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위배하는행위 와 손해 를이렇게광범위하게해석하는마당이라면또다른구성요건인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의개념은엄격하게해석함으로써배임죄적용이무한히확장될가능성과무고한사람을처벌할위험성을제한할필요는더욱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사무 는먼저그문언의통상적의미에비추어볼때, 타인에게귀속되는사무로서사무의주체가타인이어야한다. 즉본래타인이처리하여야할사무를그를대신하여처리하는것이어야한다. 나아가배임죄의본질은본인과의내부관계내지신임관계에서발생하는본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할의무를위반하여타인의재산권을침해하는데에있다는점을고려하면, 신임관계에기초하여위와같은의미의 타인의사무 를처리하게된것이어야하고, 그사무자체의내용이나신임관계의본질적내용이타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어야한다. 따라서계약의일방당사자가상대방에게계약의내용에따른의무를성실하게이행하고, 그로인해상대방은계약상권리의만족이라는이익을얻는관계에있다고하더라도그의무의이행이위와같은의미의 타인의사무 에해당하지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사무 - 14 -
에불과할뿐이다. 대법원역시이러한입장에서, 임차권을이중으로양도한사안에서양도인이양수인에게임차목적물을인도하여줄양도인의의무 ( 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참조 ), 금전채무를변제할것을약정하면서자기소유인부동산을다른사람에게처분하지않겠다는약정을하고도제3자에게근저당권을설정한사안에서그런약정에따른임무 (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 2127 판결참조 ), 공사대금채무의변제를위하여채권자에게신축연립주택의분양권을위임하는계약을체결하고도다른사람에게해당연립주택을처분해버린사안에서채권자가연립주택을분양하고그분양대금을그채권에변제충당하는행위를수인하여야할소극적의무 (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참조 ), 채권담보목적으로부동산에관한대물변제예약을체결한채무자가대물로변제하기로한부동산을제3자에게처분한사안에서대물변제예약을체결한채무자가그약정을이행할의무 (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판결참조 ) 등은계약에따른민사상채무에불과할뿐 ' 타인의사무 에해당하지않는다고판시하고있다. 라. 부동산매매계약이체결된경우, 계약체결과동시에그계약의효력으로매도인에게는부동산소유권이전의무가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매매대금지급의무가발생한다. 매도인이나매수인의이러한의무는매매계약에따른각자의 자기의사무 일뿐 타인의사무 에해당한다고볼수없다. 매도인의재산권이전의무나매수인의대금지급의무는매매계약에의하여발생한것으로본래부터상대방이처리하여야할사무도아니고, 신임관계에기초하여상대방에게위탁된것이라고볼수도없으며, 계약상대방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매매계약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라고도볼수 - 15 -
없기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당사자들은각자의계약상권리의만족을위해상대방에게그반대급부를이행하여야하는대향적거래관계에있을뿐이다. 설사매도인에게등기협력의무가있다거나매수인의재산취득사무에협력할의무가있다고주장해도그 ' 협력의무 의본질은소유권이전의무를달리표현한것에지나지않으니그부당함은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이미 배임죄의행위주체인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의의미를그사무의본질에입각하여제한해석하는것에합당한의미를부여하지아니한채, 채무의이행이타인의이익을위한다는측면을겸비하고있으면그채무자의배신적행위는배임죄를구성할수있다고확대해석하여현행형사법상범죄로되지아니하는채무불이행과의구분을모호하게하는것은죄형법정주의의관점에서도엄격히경계되어야한다. 고판시한바있다 (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판결 ). 다수의견은중도금이지급되는등계약이본격적으로이행되는단계에이른때에는계약이취소되거나해제되지않는한매도인은매수인에게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해줄의무에서벗어날수없고, 그러한단계에이른때에매도인은매수인에대하여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하여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할신임관계에있게되고, 그때부터매도인은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고보아야한다고주장한다. 즉일정단계에이르면매도인은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가있다는것이다. 그러나부동산매도인의소유권이전의무를타인의사무로볼수없음은앞서본바와같고, 그러한소유권이전의무는매매계약을체결한때부터발생하여계약이효력을잃거나의무이행이완료될때까지계속하여존재하는채무이다. 중도금이수수되어한 - 16 -
쪽당사자가마음대로계약을해제할수없는단계에이르렀다하여매도인의소유권이전의무의성질이달라지거나대금을지급받는대가로소유권을이전하는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매수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으로변했다고볼합당한근거는어디에도없다. 중도금이지급되었다는사정은계약금이교부됨으로써양당사자에게유보되었던약정해제권, 즉별도의손해배상없이계약을해제할수있는권리를더이상행사할수없는상태에들어섰음을의미할뿐, 매도인이그가소유하고있는부동산을처분할수없다거나본래부터매도인자기의사무인소유권이전의무가매수인의사무로변했다거나일방이소유권을이전하고상대방이그대가로대금을지급하는것을전형적 본질적인내용으로하는매매당사자사이의관계가변했다고볼수는없는노릇이다. 결국다수의견이말하는 ' 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 란실상채무를불이행하여매수인에게손해를끼치면안된다는것을달리표현한것에불과하다. 그렇다면이는민사상채무를이행하지않아매수인에게손해를끼쳤기때문에배임죄로처벌하여야한다는주장과조금도다르지않다. 그런주장은 어느누구도계약상의무의이행불능만을이유로구금되지아니한다 (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 라고정하고있는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11조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 의규정취지에도반하는것이다. 마. 만약매도인에게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가있다고가정하면, 쌍무계약의본질에비추어상대방인매수인에게도매도인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가있다고보아야균형이맞다. 그러나판례는잔금을지급하기전에소유권을먼저이전받은매수인이부동산을담보로대출을받아매매잔금을지급하기로한약정을이행하지않고 - 17 -
다른용도로근저당권을설정한사안에서매수인인피고인에게배임죄가성립하지않는다고판단하여이를부정한바있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 다수의견에따르면계약당사자사이의대등한법적지위의보장을전제로하는쌍무계약에서매도인과매수인의상대방에대한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의유무를달리보는이유에대한납득할만한설명을할수없다. 또한다수의견에따르면, 매도인이제2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을받았다면제2매수인에대한관계에서도마찬가지로그재산보전에협력하여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할신임관계에있다고보아야한다. 그런데판례는매도인이제2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준경우에는제1매수인에대한관계에서배임죄의성립을인정하는반면, 제1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준경우에는제2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또는잔금까지받았다고하더라도그에대한관계에서는배임죄가성립하지않는다고본다 (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등참조 ). 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물권을취득하기전에는채권자로서대등한법적지위를보장받아야할제1매수인과제2매수인에대하여배임죄성립에있어서보호정도를달리할논리적근거는어디에서도찾아볼수없다. 다수의견은부동산이중매매행위의비난가능성이나처벌필요성에만치중한나머지등기협력의무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라는작위적개념을이용하여자기의사무에불과한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타인의사무로변질시켜, 현행형사법상범죄로되지아니하는채무불이행과의구분을모호하게하고, 배임죄의적용범위를부당히확대시키는결과를가져왔다. - 18 -
바. 한편다수의견과같이매수인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가있음을이유로매도인이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하여그를배임죄로처벌할수있다고본다면, 이는대법원이종래동산이중매매사건에서선고한판시와배치된다. 즉대법원은당사자일방이재산권을상대방에게이전할것을약정하고상대방이그대금을지급할것을약정함으로써효력이생기는매매계약의경우, 쌍방이계약의내용에좇은이행을하여야할채무는특별한사정이없는한 자기의사무 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하면서, 매매의목적물이동산일경우매도인은매수인에게계약에정한바에따라매매목적물에관한소유권을이전함으로써계약의이행을완료하게되고그때매수인은매매목적물에대한권리를취득하게되는것이므로, 매도인에게자기의사무인동산인도채무외에별도로매수인재산의보호내지관리행위에협력할의무가있다고할수없으므로동산매매계약에서매도인은매수인에대하여그의사무를처리하는지위에있지않으므로, 매도인이목적물을매수인에게인도하지않고이를타에처분하였다고하더라도배임죄가성립하지않는다고명확히판시하였다 (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판결 ). 이러한법리를적용함에있어서계약의목적물이부동산인지동산인지에따라차이를둘아무런이유가없다. 매매목적물이부동산이든동산이든매매계약에따른매도인의주된의무는대금을지급받는대가로매매목적물에대한소유권을이전하는것이라는점에서차이가없고, 매매목적물에대한권리의변동은당사자사이의합의와공시방법의구비에의하여발생한다는점에서그법적구조가동일하다. 위대법원판결을변경하지않는한다수의견의논리는설자리가없다. 사. 그런데도굳이부동산은등기에의하여공시된다는점에서차이가있다고할는 - 19 -
지모르지만, 대법원은이미부동산의경우에도채권담보목적으로대물변제예약을체결한채무자가대물로변제하기로한부동산을채권자에게이전해주지않고제3자에게처분한사안에서채무자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의지위에있지않다고판단한바있다 (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판결 ). 비록대물변제예약사안이지만피고인이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이행할의무를이행하지않았다는점에서이사건이중매매에서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이행하지않은경우와그의무위반의내용은전혀다르지않다. 같은것은같게, 다른것은다르게다루어야한다는원칙에비추어보면이사건도같게다루는것이옳다. 아. 다수의견은부동산이가지는재산적특수성과부동산거래가가지는사회경제적의미의중대성, 그리고부동산매매대금이통상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나뉘어지급되는관행과매매대금의상당부분에이르는계약금과중도금까지지급되더라도매도인의이중매매를방지할충분한수단이마련되어있지않은거래현실등을고려하면부동산이중매매를배임죄로처벌하여이를억제할정책적필요가있다는점에서부동산이중매매를동산이중매매와달리취급하여야할이유를찾고있다. 그러나이러한태도는바람직한법률해석의방법이아닐뿐만아니라죄형법정주의의원칙에반하는것임은앞에서밝힌바와같다. 또한, 중도금이지급되었다고하더라도매도인의소유권이전의무가매수인의사무로변했다거나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매수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으로변했다고보기어렵다는점또한앞에서밝힌바와같다. 자. 계약은지켜져야한다는오래된법언이있다. 그러한법원칙위에여러가지법률관계가형성된다. 계약을지키지아니하려는당사자에맞서계약이계약대로지켜져 - 20 -
야한다고주장하는당사자를보호하는것이법원의역할임은물론이다. 부동산매매계약에서매도인은계약을이행하지않으려고하고매수인은계약을이행하여야한다고주장하는경우라면, 법원은계약을이행하여야한다는매수인을보호하여매도인에게그이행을명하거나불이행에대한손해배상을명할수있다. 법원의역할은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민사상채무불이행의문제로처리하면족한사안에국가형벌권으로개입하고있고, 더욱이죄형법정주의원칙을허물어가면서까지유추해석또는확장해석을통하여채무불이행을형벌로처벌하려고한다. 그런데도다수의견이내세우는이론적근거는매우불충분하거나전혀타당하지않다. 사적자치의원칙이지배하는사인간의경제활동영역에서민사적수단에의한합리적인분쟁해결을도모하기전에형벌법규로이를강제하는것은우리헌법질서에비추어보아도바람직하지않다. 과도한국가형벌권의개입은개인의자유를침해할우려가있다. 부동산의재산적가치와사회경제적중대성, 이중매매를방지하여안정적인부동산거래관계를유지시킬정책적필요성은어느국가를막론하고차이가없다. 그러나대부분의국가에서는공증인제도를활성화하는등제도적장치의뒷받침으로이중매매발생가능성을차단하고있다. 그러나우리는그동안형사처벌이라는권력적수단에의존해왔을뿐이와같은자율적해결을시도조차한적이없었다. 사적영역에서의자율성을최대한존중하여합리성과효율성을추구하는시장경제의이념과그동안이룩한우리사회의경제적성장과발전, 시민의식의성숙에비추어보면, 부동산이중매매는충분히시장경제질서에맡겨해결할수있다고보이고, 국가형벌권의개입은축소시켜나가는것이올바른방향이다. 다수의견이부동산가치의중대성이라는 - 21 -
고전적이념에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근간으로하여국민의인권보호를추구해온그동안의대법원의노력에역행하는결단을내리는데에안타까움을금할수없다. 이상과같이다수의견에반대하는취지를밝힌다. 7. 다수의견에대한대법관박상옥, 대법관김재형의보충의견가. 형벌법규는문언에따라엄격하게해석 적용하여야하고함부로피고인에게불리한방향으로유추해석이나확장해석을해서는안된다. 그러나형벌법규의해석에서도법률문언의통상적인의미를벗어나지않는한그법률의입법취지와목적, 입법연혁등을고려한목적론적해석이배제되는것은아니다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 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등참조 ). 형벌법규의구성요건이어느정도명확하여야하는지는일률적으로정할수없고, 개별구성요건의특수성과법적규제의원인이된여건이나처벌의정도등을고려하여종합적으로판단하여야한다. 구성요건이다소광범위하고어느정도법관의보충적해석을필요로하는개념을사용하고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다의적으로해석될우려가없는한, 그점만으로헌법이요구하는명확성의요구에배치된다고보기어렵다 ( 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결정,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 810 판결등참조 ). 형벌법규의구성요건이법관의보충적인해석을필요로하는개념을사용하고있는경우형벌법규의입법목적, 전체적내용과구조등을살펴그구성요건요소에해당하는행위유형을정형화하거나한정할합리적해석기준을찾는것은법률을해석 적용하는법관의당연한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반하지않는다. 나. 배임죄에관한형법제355조제2항은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가그임무를위배하는행위로써재산상의이익을취득하거나제3자로하여금이를취득하게하여 - 22 -
본인에게손해를가한때배임죄가성립한다고정하고있다. 배임죄의주체나행위유형을열거하거나예시하여그요건을단순히범죄행위에적용하는방식이아니라법관이그구성요건요소를해석을통하여확정하여범죄행위에적용할것을예정하고있는것이다. 배임죄의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그임무에위배하는행위 는 재산상의이익, 손해 와마찬가지로사전적또는형식적의미만으로는그진정한의미를파악하거나범위를확정할수없는규범적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본질은신임관계에기초한타인의신뢰를저버리는행위를함으로써타인에게재산상손해를입히는데있다. 대법원은배임죄의이러한본질에입각하여배임죄구성요건에관한해석기준을세워왔다. 최근까지도대법원은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라고하려면, 당사자관계의본질적내용이신임관계에기초하여타인의재산을보호하거나관리하는데있어야하고, 그임무에위배하는행위 를피고인이처리하는사무의내용과성질등구체적상황에비추어법령의규정, 계약의내용이나신의칙상당연히할것으로기대되는행위를하지않거나당연히하지않아야할것으로기대되는행위를하여본인과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행위라고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임무위배행위를무엇으로보아야하는지에대해구체적인해석기준을제시하지도않은채종래판례가임무위배행위를신의칙이나신임관계라는추상적개념을사용해서폭넓게정의하고있다고하면서, 배임죄의구성요건에해당하는지여부는규범적으로판단해야한다는다수의견이임무위배행위의내용을도저히확정할수없는불명확한개념으로전락시켜버렸다고한다. 그러나반대의견은타당하지않다. 위에서보았듯이배임죄의개별구성요건요소는사전적 형식적의미만으로는그정확한의미나범위를확정할수없는규범적구성요 - 23 -
건요소이다. 종래판례가신의칙이나신임관계라는규범적이고다소추상적인개념을사용하여배임죄구성요건을해석해온것은현실에서문제되는사무처리의유형이다양하고, 이행단계나처한상황에따라처리사무의내용이달라지므로, 사무의성질이나구체적상황등을고려하여본인을위하여취해야할임무를정할수있도록하기위함이다. 형벌법규를해석하는데법관에의한해석이불필요할정도로명확한일의적개념만을사용하여야한다는근거는어디에도없다. 배임죄자체가신임관계에서비롯된신뢰를위반하는행위로써타인의재산상이익을침해하는범죄라는점을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곧신임관계를저버리는행위라고해석하는것이맞고문언에도부합한다. 따라서배임죄에서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는배임죄가보호하고자하는신임관계를기초로타인의재산을보호 관리하는자라고해석하는것이자연스럽다. 물론배임죄는사회생활에서발생하는모든신뢰위반행위를처벌하고자하는범죄가아님은분명하다. 모든유형의계약에서단순한채무불이행에대하여배임죄를적용하는것은타당하지않다. 따라서 타인의사무 라는개념자체는제한적으로해석할필요가있다. 이에따라대법원은 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단순한채권관계상의의무를넘어서그들간의신임관계에기초하여타인의재산을보호하거나관리하는데이르러야한다. 고하여배임죄성립이무한히확대되는것을제한해왔다. 이러한판례법리를계약위반과관련된구체적사안에적용할때에는계약의내용과그이행의정도, 계약구속력의정도, 거래의관행, 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 신뢰위반의정도등을고려하여, 형사법으로보호해야할정도의신임관계가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개입을정당화할정도의배신적인행위인지등을규범적으로판단하여야한다. 이 - 24 -
러한해석의기준과방법에대해반대의견이어떠한이유로임무위배행위를불명확한개념으로전락시켰다고말하는것인지이해할수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구성요건요소중 ' 타인의사무 ' 는타인에게귀속되는사무로서본래타인이처리하여야할사무를그를대신하여처리하는것을의미한다고하고, 이를충족하지않으면 자기의사무 에불과하여배임죄가성립할수없다고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성질만을가지고 타인의사무 와 자기의사무 를일도양단하듯이명확하게판가름할수는없다. 대법원은사무의유형이나성질, 계약관계에있는경우계약상의무의유형이나의무위반행위의모습만을가지고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하는지를판단하지않고, 타인과의관계 에서의무의본질적인내용이타인의재산을보호 관리하는데에있는지를기준으로판단하고있다. 이는배임죄의구성요건에대한문언적해석만으로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를확정하기가어렵기때문이라고이해할수있다. 타인의사무 의의미를타인에게귀속되는사무로서그타인을대신하여처리하는것으로한정적으로해석할근거가없다. 어떤사무가 타인의사무 인지, 자기의사무 인지또는 타인을위한사무 인지확정하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 예를들어반대의견도 타인의사무 라고보는데에별다른이견이없을위임계약에따라수임인이처리하는사무는위임인으로부터위탁받은사무를처리한다는측면에서 타인의사무 이기도하지만약정된자신의보수를얻기위해자신의고유한업무로서처리한다는측면에서는 자기의사무 이기도하다. 부동산매매계약에따라목적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하는행위는매도인자신의채무로서자기의사무라고할수있으나, 매수인의입장에서재산을취득한다는측면에서는매수인의사무이기도하다. 따라서일정한이행단계에이른시점에서매도인의 - 25 -
소유권이전의무는매수인의부동산에대한재산적이익을보전하기위한중요하고본질적인사무로서의성격을가진다고볼수있다. 거래관계의내용이나성질, 거래의관행등에따라자기의사무이자타인의사무인경우가있고, 반대의견이논하는대향적거래관계라는사정만으로타인의사무가될수없다고할것도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계원들로부터계불입금을징수하지않은상태에서부담하는계금지급의무는단순한채권관계상의의무에불과하지만계주가계원들로부터계불입금을징수하게되면이를지정된계원에게지급할임무가있고 (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참조 ), 이때계주의계금지급의무는계주자기의사무임과동시에타인인계원들의사무를처리하는것이기도하므로, 계주가계원들로부터계불입금을모두징수하였는데도그임무를위배하여정당한사유없이이를지정된계원에게지급하지않았다면, 다른특별한사정이없는한그지정된계원에대한관계에서배임죄가성립한다고보고있다 ( 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등참조 ). 또한같은전제에서대법원은, 타인의재산관리에관한사무를대행하는경우, 예컨대위임, 고용등의계약상타인의재산관리 보전의임무를부담하는때본인을위하여일정한권한을행사하는경우뿐만아니라매매, 담보권설정등자기의거래를완성하기위한자기의사무임과동시에상대방의재산보전에협력할의무가있는경우도 ' 타인의사무 의유형으로보고있다 (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등참조 ). 이러한점에서볼때다종다양한거래관계를자기의사무와타인의사무로명확히나눌수있다는전제에서자기의사무임과동시에타인의사무가되는경우를부정하 - 26 -
는반대의견의논지는현실세계에서이루어지는다종다양한거래관계의실질을반영하지못하는형식적법해석에불과하다.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인지는신임관계에기초하여타인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인내용인지여부, 타인을위한사무로서의성질이부수적 주변적의미를넘어서중요한내용을이루는지여부에달려있는것이다. 나아가어떠한경우에그와같은전형적 본질적인내용, 중요한내용을이루게되는지는사회일반인의이해와판단으로서거래관계의내용이나성질, 거래의관행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야할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이행할의무는약정에따른 매도인자기의사무 에해당할뿐 타인인매수인의사무 가아니고, 중도금이수수되었더라도그성질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인내용으로변하는것은아니라고한다. 그러나이러한태도는부동산매매계약에서비롯되는매도인과매수인의신임관계를단지민사상계약의이행이라는관점에서만파악한것이어서동의하기어렵다. 종래판례가부동산이중매매에대하여배임죄성립을인정한것은, 매매계약에따라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하지않았다는계약상의단순한채무불이행을이유로한것이아니다. 부동산등기에관한공동신청주의아래에서매도인이거래상대방인매수인의부동산등기절차에협력하여야할의무가있는데도고의로신뢰를저버리고매수인의부동산소유권취득을불가능하게하였다는데그이유가있다. 통상적인부동산매매계약의실질이나거래의관행상부동산매매계약의체결단계에서매도인에게매수인에대한신임관계가인정된다고볼수는없지만, 매수인이매매계약에서정한의무를성실하게이행하는등본격적인이행의단계에들어가게되면, 매도인도그에대응해서매 - 27 -
수인의부동산소유권취득을위하여부동산소유권을보존하고관리할임무, 즉매수인의재산적이익을보호할신임관계에들어서게되는것이다. 판례는그러한상태에이르렀는데도매도인이신임관계를고의적으로저버리는배신적처분행위로목적부동산에관한매수인의온전한권리취득이아예불가능해지거나현저한장애가발생한사안에한정하여배임죄를인정하여왔을뿐이다. 여기에서나아가부동산매매에서매도인의다양한채무불이행에대하여일률적으로배임죄로처벌하자는것이아니다. 대법원은다른계약의유형에서도계약을체결한단계에서는신임관계가인정되지않지만일정한계약의이행단계에이르면계약당사자사이에신임관계가형성된다고보고있다. 가령위에서본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등이이에해당한다. 그러한점에서부동산이중매매를배임죄로처벌하는것이 누구도계약상의무의이행불능만을이유로구금되지아니한다 고정하고있는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11조의취지에반한다고볼수도없다. 고의적배신행위로이행불능을야기한행위를처벌하는것은 계약상의무의이행불능만을이유로한구금 에불과하다고볼수없다. 사적영역에형벌권을개입시키는것은자제되어야하지만, 민사상채무불이행에해당한다는이유때문에형벌로처벌할수없다거나처벌하면죄형법정주의의원칙에반한다거나국가형벌권의남용이라고단정할수없다. 재산범죄는궁극적으로채무불이행또는그와유사한측면을갖고있고, 형벌권이어떤행위에, 어떤국면에서개입할것인지는민사법이아니라형법이나형사특별법고유의판단에따라야한다. 재산범죄인사기죄와관련한다음과같은대법원의태도는같은맥락에있는것으로 - 28 -
볼수있다. 일반적으로상거래에서다소의과장이나허위가수반될수있고그것이일반상거래의관행과신의칙에비추어시인될수있는한기망성이없다고하겠으나, 거래에서중요한사항에관하여구체적사실을신의성실의의무에비추어비난받을정도의방법으로허위로고지한경우에는사기죄의기망행위에해당한다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등참조 ). 사회일반인의이해와판단으로서상거래의관행과신의칙에비추어거래에수반된과장이나허위가시인될수없는정도인경우형사법적관점에서사기죄의기망에해당하는것처럼, 사회일반인의이해와판단으로서거래의관행과신의칙에비추어신뢰위반행위가계약의내용과이행의정도, 계약의구속력의정도등에따라시인될수없는정도의배신적행위인경우역시형사법적관점에서배임죄의임무위배행위에해당하는것이다. 바. 반대의견은아래와같이여러사례를이유로다수의견을반박하고있지만어느것도받아들이기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동산이중매매사안에서배임죄성립을부정하였고, 동산매매와부동산매매는매도인의주된의무가매매목적물에대한소유권이전이라는점, 매매목적물에대한권리의변동은당사자사이의합의와공시방법의구비에의하여발생한다는점에서그법적구조가동일하기때문에, 부동산이중매매사안에서도배임죄의성립을부정하여야한다고주장한다. 그러나동산의이중매매에대해배임죄성립을부정하였다고하여, 부동산의이중매매에대해서도배임죄성립을부정하여야할필연적인이유는없다. 위에서보았듯이배임죄의개념요소라할수있는 신임관계 를민사상채무의유형이나그이행이라는관점에서만파악하는것은타당하지않다. 동산매매와부동산매매는통상적거래의 - 29 -
관행이나신의칙상의기대, 거래의진행단계에따라타인의재산상이익보호가신임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었다고볼것인지등에중대한차이가있다. 일정한행위가형사법의개입이정당화될정도의배신적인행위인지는그실질에따라규범적으로판단해야하는것이지, 계약에따른채무의유형이나권리변동의구성요소등과같은법적구조의일부외형이유사하다고하여규범적판단의결과까지동일하다고할수는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관한판결 (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판결 ) 사안과이사건이중매매사안이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이행하지않았다는점에서같기때문에, 같게다루어야한다고주장한다. 위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궁극적목적은차용금반환채무의이행확보에있고채무자의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의무는그목적달성을위해부수적으로요구되는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말하는타인의사무에해당하지않는다는이유로배임죄성립을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체결한당사자관계의본질은채무자가대물을통해 변제 하는것에있다. 반면특정부동산의소유권이전을목적으로하는매매계약의경우, 당사자관계의본질은매수인이특정부동산에관한권리를취득하고매도인이그에협력하는것이다. 이와같이부동산대물변제예약과부동산매매는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에서근본적차이가있으므로, 양자를같이볼수없음은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지급전소유권을이전받은부동산매수인이약정에따른담보대출금에의한매매잔금지급의무를이행하지않은행위에대해, 판례가배임죄성립을부정한것은, 재산보전협력의무에있어매도인과매수인에차이를두는것이어서균 - 30 -
형이맞지않는다고한다. 그러나그러한반대의견은부동산매수인의주된의무인금전지급의무와부동산매도인의주된의무인재산권이전의무의본질적차이를간과한것이어서동의할수없다. 일반적으로금전지급의무를부담하는사람은어떠한형태로든일정한액수의금전을인도함으로써충분하고, 다른특별한사정이없는한그인도의대상이되는금전자체의보관 관리등에대하여아무런의무를부담하지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그불이행으로인해이행불능상태에빠지는경우는없는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매도인이제1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준경우, 판례가제2매수인에대한관계에서매도인의배임죄가성립하지않는다고보는것은논리적근거없이제1매수인과제2매수인의보호정도를달리하는것이라고주장한다. 그러나부동산이중매매에서매도인이제1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까지수령하여소유권이전등기에협력할임무가있는데도제2매수인에게부동산을매도하고계약금과중도금까지수령한것은, 제1매수인에대한소유권이전등기협력의무의위배와밀접한행위로서배임죄실행의착수에해당하고 ( 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등참조 ), 제2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까지마친경우배임죄는기수에이르게된다. 그런데매도인이제2매수인에대해소유권이전등기를마쳐줄의사없이제2매수인으로부터계약금, 중도금등을받은후제1 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를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대해사기죄가성립한다. 따라서매도인이제2매수인으로부터중도금을받은경우, 제1매수인에대한배임죄또는제2매수인에대한사기죄의성립여부가문제될뿐이고, 동일한부동산에관하여새로 - 31 -
운매매가이루어질때마다매도인에게신임관계와임무위배행위가계속발생하는것은아니다. 결국제1매수인과제2매수인에대한보호는보호의형식이나국면을달리하는것일뿐보호의정도에차이가있는것은아니다. 사. 매수인이매매계약에따른대금지급의무를성실하게이행하였고, 이에대응해서매도인에게성실한이행이기대되고매매계약을해제할권리가없는상황에서도, 매도인이언제든지그선택에따라서자유로이그소유의부동산을처분함으로써매매계약에따른이행여부를선택할수있다고한다면, 매수인의이행청구권을사실상무력화시키는결과를가져오게된다. 우리나라는채무불이행에대한원칙적구제수단으로손해배상청구권과함께이행청구권을인정하고있다. 이행청구권은대륙법계와영미법계를구분하는중요한징표중하나이다. 매도인이배신적행위를통해서부동산을처분한경우, 계약의효율적파기를인정하는견해나이를단순한채무불이행으로보아금전에의한손해배상이나계약해제에따른매매대금의반환을통해해결하는것으로사실상충분하다고보는견해는, 원칙적구제수단으로이행청구권을인정하고있는우리나라법체계와는맞지않는다. 이러한입장에따르면, 매수인이중도금을지급한다음잔금지급일까지사이에부동산의가액이올라간경우에는매도인이언제든지아무런제약없이부동산을제3자에게처분해버림으로써매수인의매매계약에따른이행청구권의행사를무력화시킬수있다고보는것이되어부당하다. 손해배상등을통한문제해결은그책임이있는자가충분한자력이있는것을전제로한다. 그런데위와같은배신적행위를한매도인은손해배상등에충분한자력이없는경우가적지않다. 그러한배신적행위는매도인이경제적으로곤경에처해 - 32 -
있는가운데이루어지는경우가많기때문이다. 나아가매도인이경제적자력이있다고하더라도부동산을처분한뒤받은금전을은닉하는경우도있을수있어, 매수인의대금반환청구권이나손해배상청구권은그실질적권리구제측면에서는유용하지않을가능성이높다. 아. 우리나라와같은성문법국가에서판례가법령만큼구속력을지닌다고할수는없다. 그러나오랜시간에걸쳐축적되어온판례는사실상규범적효력을갖고재판의준칙으로작용하며국민의삶에직접적영향을미친다. 부동산의이중양도또는이중매매를매수인과의신임관계를저버리는행위로보아, 형사적으로제재함으로써이중매매를억제하여온판례의태도는, 의용민법이시행되던때로거슬러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관하여이른바의사주의를채택하고있던의용민법아래에서판례는, 부동산이중매매행위를제1매수인에대한횡령죄를구성한다고보았다. 물권변동에관하여이른바형식주의를채택한민법이최초로시행된 1960. 1. 1. 부터현재까지판례는, 중도금이수수되어매매계약을임의로해제할수없는단계에이르렀는데도, 이후제3 자에게부동산을이중으로처분한행위에대하여배임죄가성립한다고보아왔다. 횡령죄와배임죄는신임관계를침해하는범죄라는점에서그본질을같이하고, 다만횡령죄가재물을객체로함에대하여배임죄는재산상의이익을객체로하는점에서구별될뿐이다. 이러한사정에비추어보면, 판례는오랜기간동안, 매도인이제3자에게목적부동산을이중으로처분하는행위에대하여매수인과의신임관계를침해하는행위로서형사법적제재가필요하다고보았고, 이러한판례법리는이미우리사회의거래활동을규율하는사실상의법규범이되었다고할수있다. 이처럼사회와국민의거래생활깊숙이뿌리내린확고한판례를변경하는것은혼란 - 33 -
을초래할뿐국민의권리보호에기여할수없다. 재산적거래관계에서추구되어야할국민의권리보호는대립하는이해관계의합리적조정이그핵심이다. 대법원이피해를야기한국민의권리보호를이유로피해를입은국민의권리보호에소홀해서는안된다. 부동산이중매매를배임죄로처벌하여온기존의판례가변경되어야할합리적근거나현실적필요를발견할수없다. 이상과같이다수의견에대한보충의견을밝힌다. 8. 반대의견에대한대법관김창석의보충의견가. 다수의견이유지하고자하는부동산이중매매에관한판례는매수인보호에충실한해석이라는긍정적측면을갖고있다. 반면에형벌이라는최종적수단을통하여매도인의계약의자유는물론신체의자유에대한침해로이르는길을지나치게넓게열어주고있다는부정적측면도갖고있다. 반대의견은이러한부정적측면을강조함으로써매수인보호가필요없다고주장하는것이아니다. 형법이규정하는범죄의구성요건을해석할때에는법익을보호하는기능과자유를보장하는기능이라는형법의역할가운에어느쪽을절대시하여서는아니되고, 두기능이조화롭게유지되도록하여야한다. 일방의법익보호를위한수단으로다른일방의자유가지나치게침해되는해석을하여서는아니된다. 오히려법익의보호에다소미흡하더라도명확한형벌규정의근거없이개인의자유를침해할수없다는것이형법해석의원칙이라는점을유념하여야한다. 이것이헌법이뒷받침하는죄형법정주의의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하는지여부는계약의내용이나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에비추어타인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 - 34 -
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에있는사람이냐에따라판단하여야한다. 따라서타인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된다고할수없음에도, 타인을위한사무로서의성질이부수적 주변적인의미를넘어중요한내용을이룬다는명목으로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고확장해석을하여서는아니된다. 해당사무가상대방에대하여중요한의미를갖는다는점만으로당연히그사무를처리하는자에게상대방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할지위가생겨난다고할수는없기때문이다. 상대방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할지위에있는지여부는당사자사이의계약의내용이나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에따라결정될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같이 위임의본지에따라선량한관리자의주의로써위임사무를처리하여야 하는자 ( 민법제681조참조 ) 는그계약의내용이나신임관계의유형과내용에비추어타인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에있는사람으로서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고할수있다. 고용계약이나근로계약에서도유사한신임관계를인정할수있을것이다. 반면에 당사자일방이부동산을상대방에게이전할것을약정하고상대방이그대금을지급할것을 내용으로하는 ( 민법제563조참조 ) 부동산매매계약에서는목적부동산을될수있는한매도인은더높은가격에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더낮은가격에매수함으로써각자자신의이익을극대화하고자하며, 이점에서매도인과매수인은서로대립되는이해관계를가진다. 매수인은물론매도인또한상대방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에있다고할 - 35 -
수없다. 매수인의대금지급의무나매도인의목적부동산에관한소유권이전의무는상대방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기위한것이아니라, 목적부동산의소유권이나대금을취득하기위해그대가로서부담하는의무일뿐이다. 이점은매매계약당시는물론그이후에도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다수의견은상대방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를매수인에대하여는인정하지않으면서매도인에대하여는중도금을지급받은시점부터인정하고있다. 다. 부동산매매계약을체결하면서매수인이계약금으로매매대금의 10% 를지급한경우에는계약의구속력에서벗어날수있으므로그때에이중매매를하더라도배임죄는성립하지않지만, 중도금으로 10% 를더지급하여매매대금의 20% 를지급한경우에는계약의구속력에서벗어날수없으므로그때에이중매매를하면배임죄가성립한다는것이다수의견이다. 이는결국형벌로써매도인의계약상의무이행을강제하는것이다. 다수의견에따르면, 형벌을감수하지않는한매도인의계약해소의자유는부정된다. 매수인에게발생될수있는손해를충분히배상하는경우라고하더라도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권리를지켜주기위하여매도인의계약해소의자유는물론신체의자유가침해되는것까지용인하는것이다. 이러한경우에형법의개입이정당화될수있는지지극히의문이다. 계약금을수수함으로써유보된약정해제권을더이상행사할수없다는것을매도인이그소유의부동산을처분하면범죄가된다는뜻으로이해할수는없다. 매도인이매수인에게소유권이전등기를마칠때까지소유권은매도인에게있고, 소유권에는처분할수있는권리가포함되어있기때문이다 ( 민법제211조참조 ). 라. 부동산이중매매에관한판례가형성된실질적인이유는부동산매매계약이체 - 36 -
결되는경우매수인은그가보유하는재산의대부분을매매대금으로매도인에게지급하는것이일반적인데, 그와같이매수인이매도인에게상당한매매대금을지급하였음에도매수한부동산의소유권을이전받지못할뿐만아니라경우에따라서는지급한매매대금마저반환받지못함으로써심대한손해를받는데도, 손해배상등민사상의구제절차에만맡겨두는것으로는매수인보호가부족하다는현실적인식에기초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매도인이매수인으로부터매매대금을지급받을당시매수인에게소유권을이전할의사나능력이없음에도계약금또는중도금등의매매대금을지급받았다면배임죄가아니라법정형이더무거운사기죄로처벌함으로써그러한우려의상당한부분을해소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이와같이사기죄의구성요건을충족하지못하는경우에도, 다수의견의법리는부동산매매계약당사자의일방인매수인의법익보호를보다확고히하기위해배임죄구성요건의문언을벗어나그포섭범위를확장하는해석을함으로써상대방인매도인이갖는계약의자유는물론신체의자유를중대하게침해한다. 이는법익의보호에다소미흡하더라도명확한형벌규정의근거없이개인의자유를침해할수없다는형법의해석원칙을망각한데에서비롯된것이다. 부동산매매계약의성격에비추어결코매수인의재산상이익을보호 관리하는것이당사자관계의전형적 본질적내용이되는지위에있다고할수없는부동산매도인을, 매수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로서배임죄에서말하는 타인의사무를처리하는자 에해당한다고하는해석은이점에서타당하다고할수없다. 결국다수의견의법리는죄형법정주의에위반되는해석일뿐만아니라위헌적해석이라는비판에서자유로울수없다. - 37 -
이상과같이다수의견의법리가갖는근본적인문제점을지적하고자한다. 재판장대법원장김명수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주심대법관김신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 38 -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 39 -